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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판결전문
교통사고
형사일반
대법원 2021도12041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 /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대법원 제1부 판결 【사건】 2021도12041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한양석, 진광철, 이도형, 강웅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8. 25. 선고 2021노836 판결 【판결선고】 2021. 12. 30.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이 구 도로교통법(2018. 12. 24. 법률 제16037호로 개정되고, 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로교통법’이라 한다)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제44조 제1항을 적용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21. 11. 25.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결정을 선고하였으므로[헌법재판소 2021. 11. 25. 선고 2019헌바446, 2020헌가17(병합), 2021헌바77(병합) 결정], 위 법률조항 부분은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본문에 따라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경우, 해당 법률조항을 적용하여 기소한 피고사건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부분에 대하여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제44조 제1항을 적용하여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의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도로교통법
음주운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유학생
위험운전치사
대만인
2022-01-03
형사일반
대법원 2021도12227, 2021보도33(병합)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등의아동학대가중처벌) / 아동복지법위반 / 보호관찰명령
대법원 제3부 판결 【사건】 2021도12227 가.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등의아동학대가중처벌), 나. 아동복지법위반, 2021보도33(병합) 보호관찰명령 【피고인 겸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 1. 가. B, C 【상고인】 피고인 겸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 및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에이펙스(피고인 겸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 및 피고인을 위하여) 담당변호사 김연수, 김홍철, 이다희, 김기수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21. 8. 27. 선고 2020노1746, 2020전노140(병합), 2020보노59(병합) 판결 【판결선고】 2021. 12. 16.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겸 피보호관찰명령 청구자 및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 노정희, 이흥구(주심)
어린이집
추행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체벌
유사성행위
2022-01-03
헌법사건
헌법재판소 2020헌마1620
기소유예처분취소
헌법재판소 결정 【사건】 2020헌마1620 기소유예처분취소 【청구인】 김○○, 대리인 변호사 윤석민 【피청구인】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선고일】 2021. 12. 23. 【주문】 피청구인이 2020. 10. 29. 수원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82620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0. 10. 29. 청구인에 대하여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수원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82620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0. 9. 27. 10:00경 ○○시 ○○로(주소 생략) ○○아파트 (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에서, 의붓딸 강○○이 방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창고에 있던 펜치(플라이어)를 들고 와 방문 손잡이를 부수어 시가 불상의 수리비가 들도록 손괴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0. 12. 7.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아파트는 청구인의 배우자인 강□□와 청구인의 공유재산이므로 방문 손잡이는 타인의 재물에 해당되지 아니하고, 청구인의 행위는 강○○의 생명침해라는 위난을 피하기 위한 긴급피난에 해당되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18. 4. 5. 강□□와 혼인신고하였고, 강○○은 강□□와 전처와 사이의 자녀이다. (2) 2020. 9. 27. 12:00경 강○○으로부터 ‘가족폭력으로 신고 드립니다. 문을 부수고 있습니다. 빨리 출동해주세요’라는 112신고가 접수되었다. 출동한 경찰관은 거실 바닥에 부서진 방문 손잡이와 파편이 흩어져 있고, 방문 손잡이 고장으로 강○○이 방에서 나오지 못하는 상황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현장에서 청구인으로부터 ‘강○○이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온 것으로 부부 간의 갈등이 생겼고, 수년 째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는 강○○ 방에 인기척이 없어 혹시나 자살을 하는 줄 알고 방문 손잡이를 부수었다’는 진술을 청취하였다. (3) 강○○은 경찰에서 “부친이 청구인과 살면서 자신은 할머니와 단둘이 생활하다가 2020. 9. 8.경부터 이 사건 아파트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평소 부친이 자신에게 과외비를 지원하는 것을 청구인이 못마땅해 하였는데, 엊그제 부친이 자신에게 용돈을 준 것에 대하여 청구인이 ‘정신병 있는 아이한테 왜 돈을 주냐’는 식의 말을 하면서 화를 내어 당일 남자친구 집으로 가서 하룻밤을 보낸 후, 이 사건 전날 저녁 19:00경 청구인이 집에 없는 것을 알고 귀가하여 잠이 들었다. 그런데 이 사건 당일 아침 청구인이 ‘씨발년아 문 안열어’라고 욕설을 하면서 방문을 손으로 쳤고, 며칠 전에도 청구인이 자신의 마스크를 벗기어 귀걸이가 떨어진 적이 있어 무서워서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러자 청구인이 무언가 물건으로 방문을 치는 소리와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나서 동영상을 촬영하여 아빠에게 보내고, 문자로 신고를 하게 되었다. 부친이 재혼하면서부터 우울감이 찾아와 항우울제와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다. 청구인과 함께 사는 것이 싫고 처벌을 원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4) 이 사건 당일 출동한 경찰관은 강○○의 긴급임시조치 요청에 따라 청구인에 대하여 퇴거 등 격리, 접근금지 등의 긴급임시조치를 하였고, 2020. 10. 7. 법원의 임시조치결정이 이루어졌다. (5) 청구인은 경찰에서 “강□□와 10년 전부터 동거를 하다가 혼인신고를 하였다. 강○○이 술을 마시면 울고, 정신적으로 심각해져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병원에서 술을 마시게 하지 말라고 한다. 이 사건 며칠 전에도 강○○이 눈썹손질용 칼로 왼쪽 손목을 그었다. 이 사건 전날 술을 마시러 나간다는 강○○에게 강□□가 돈을 주기에 이를 만류한 것으로 강○○이 삐친 것 같다. 이 사건 당일 오전에 화분을 사서 집에 들어와 보니 강○○의 방문이 잠겨 있었고, 시간이 지나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아니하여 문을 두드렸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에 펜치를 가져와 문을 두드렸으나 여전히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아 이에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겁이 나 펜치로 문을 계속 두드렸다. 그러자 방문 손잡이 나사가 빠졌고, 구멍을 통해 강○○이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는 것을 확인한 후, 부엌에서 집 안 일을 보고 있던 중 경찰관이 방문하였다. 경찰관이 온 것을 안 강○○이 문을 열어 달라고 소리를 질렀고, 이에 경찰관의 요구로 망치를 꺼내주자 경찰관이 문을 열었다. 강○○의 방문을 두드릴 때에 얼른 문을 열어야 했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을 뿐 부서진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였다. 강○○과 가까워지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나 강○○이 아직 자신을 엄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6) 2020. 10. 20. ‘이 사건은 서로를 오해한 일이며, 사과하고 화해하였으며 처벌을 원하지 않습니다’라는 취지가 자필로 기재된 강○○ 명의의 처벌불원서가 제출되었다. (7) 강○○은 2019. 2.경부터 2020. 4.경까지 이루어진 정신치료 및 상담과정에서 ‘친어머니의 가출과 아버지의 잦은 외박 및 그에 이은 재혼으로 인하여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몇 차례 자해를 시도하였다. 술을 마시면 자살 생각을 하게 된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 (8) 이 사건 아파트는 강□□가 분양받아 2020. 7. 31. 매매 잔금까지 모두 납입하였고, 2020. 8. 21. 주식회사 ○○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되었다가, 이 사건 직후인 2020. 11. 2. 강□□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한편 강□□와 청구인은 이 사건 발생 이전부터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였으며, 2020. 10. 29. 전입신고를 마쳤다. 나. 판단 (1) 재물의 타인성 인정 여부 타인의 재물이란 재물의 소유권이 행위자 이외의 타인에게 속하는 것으로, 타인과 공동소유에 속하는 재물도 타인의 재물에 해당된다(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도2432 판결 참조). 앞서 살핀 것과 같이 이 사건 당시 이 사건 아파트의 부동산등기부상 소유명의자는 주식회사 ○○이었고, 청구인의 남편인 강□□가 수분양자로서 이 사건 아파트를 인도받아 점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청구인은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하여 소유권 등 어떠한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아파트는 타인의 재물에 해당한다. (2) 위법성조각사유 인정 여부 (가) 오상피난 인정 여부 청구인은 강○○이 정서적으로 불안하여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있었고, 이전에 자해를 한 전력도 있기 때문에 이 사건 당시 불행한 상황을 막고자 하는 마음에 긴급히 방문을 열고자 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형법 제22조 제1항은 위법성조각사유로서 긴급피난에 관하여,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위난’이란 일정한 상황진전을 그대로 방치하면 법익침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위난은 법익침해의 발생이 근접한 상태 즉 현재적이어야 하며, ‘위난의 현재성’은 피난행위자의 주관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그런데 앞서 살핀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당시 객관적인 관점에서 강○○의 생명·신체에 자해 등 침해행위의 발생이 근접한 상태였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청구인의 손괴행위가 긴급피난으로서의 요건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법익침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상태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행위자가 위난의 발생이 근접한 상태였다고 오인하였고, 그와 같은 오인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즉 오상피난의 경우에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로서 범죄성립이 조각될 수 있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406판결;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13999판결 등 참조). 이와 관련하여, 청구인은 강○○이 과거 자해 전력이 있을 뿐 아니라 이 사건 발생 며칠 전에도 자해를 시도한 적이 있어서, 이 사건 발생 당시 수차례 강○○의 방문을 두드렸음에도 계속 아무런 반응이 없어 강○○이 자해를 하였거나 자해를 시도하는 줄 알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앞서 살핀 것과 같이 이 사건 발생 이전에 강○○은 상당기간 정신과 상담 및 진료를 받아 왔고, 강○○이 몇 차례 자해를 시도하였으며, 술을 마시면 자살을 생각하게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으므로, 이 사건 당시 강○○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청구인이 수차례 방문을 두드렸음에도 방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면 청구인으로서는 강○○이 자해를 하였거나 자해를 시도할 지도 모른다고 오인할 만한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나) 피해자 승낙 인정 여부 또한 형법 제24조는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피해자의 현실적인 승낙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행위 당시의 모든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만일 피해자가 행위의 내용을 알았더라면 당연히 승낙하였을 것으로 예견되는 경우 추정적 승낙이 인정된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8081 판결 등 참조). 앞서 살펴본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 및 점유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당시 청구인의 남편이자 강○○의 아버지인 강□□가 이 사건 아파트의 방문 손잡이에 관하여 사실상 및 실질적으로 처분권한을 가진 자로서 형법 제24조 소정의 승낙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당시 청구인의 손괴행위에 대하여 강□□가 명시적으로 이를 승낙한 사실은 없지만, 강□□와 적시에 즉각적인 연락을 할 수 없는 등 현실적 승낙을 얻기 불가능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및 행위 당시의 모든 객관적 사정, 말하자면, 강○○이 최근에 자해를 시도한 사실이 있었는지, 강○○이 이 사건 전날 술을 마시러 나간다고 하였는지, 청구인이 방문을 두드릴 때 강○○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지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강□□가 청구인의 손괴행위를 당연히 승낙하였을 것으로 예견된다면 이 경우 추정적 승낙을 인정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앞서 언급한 이 사건 당시의 객관적 사정 및 강□□의 승낙 가능성 등을 추가로 수사하여, 오상피난을 인정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강□□의 추정적 승낙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채 청구인의 재물손괴 혐의를 인정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수사미진,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재판장),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재물손괴
긴급피난
행복추구권
오상피난
위난
2022-01-03
형사일반
대법원 2019도16259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제작·배포등) /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소지) /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유포)
대법원 제2부 판결 【사건】 2019도16259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제작·배포등),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소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유포) 【피고인】 A 【상고인】 검사 【원심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19. 10. 17. 선고 2019노1092 판결 【판결선고】 2021. 12. 30.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를 제기하려면 공소장을 관할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54조 제1항).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는 간인하거나 이에 준하는 조치를 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57조 제2항). 여기서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는 검사가 작성하는 공소장이 포함된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도4961 판결, 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0도17052 판결 참조). ‘간인’은 서류작성자의 간인으로서 1개의 서류가 여러 장으로 되어 있는 경우 그 서류의 각 장 사이에 겹쳐서 날인하는 것이다. 이는 서류 작성 후 그 서류의 일부가 누락되거나 교체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공소장에 검사의 간인이 없더라도 그 공소장의 형식과 내용이 연속된 것으로 일체성이 인정되고 동일한 검사가 작성하였다고 인정되는 한 그 공소장을 형사소송법 제57조 제2항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는 서류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공소장 제출에 의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하였다. 이 사건 공소장 1쪽 뒷면에 간인 일부가 되어 있으나, 2쪽 앞면에는 나머지 간인이 되어 있지 않고, 2쪽 뒷면부터 별지 [범죄일람표 2] 마지막 장까지 간인이 없다. 이러한 하자의 추완은 원칙적으로 제1심에서만 허용되어야 한다. 공소제기 검사의 전보 인사가 있는 경우에도 하자의 추완을 인정할 수 없다. 이 사건 공소장 1쪽 뒷면에 간인 일부가 남아 있는 이상 하자는 추완될 수 없다. 법원이 하자의 추완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 공소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해당한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공소장은 본문 3장, 별지 [범죄일람표 1] 1장, 별지 [범죄일람표 2] 3장 합계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문과 별지 [범죄일람표]는 누락되지 않고 모두 포함되어 있다. 본문 우측 하단에도 본문 쪽수가 “1/3”, “2/3”, “3/3”으로 연속되어 기재되어 있다. 2) 이 사건 공소장 본문 1쪽에 공소제기 검사의 기명날인 및 서명이 되어 있다. 동일한 공소제기 검사가 공소장을 작성한 것으로 보이고 이와 달리 다른 검사가 이 사건 공소장을 작성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3) 이 사건 공소장 본문 1쪽에는 ‘공소장’이라는 제목 아래에 “아래와 같이 공소를 제기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어서 ‘Ⅰ. 피고인 관련사항’이라는 제목 아래에 피고인 이름, 주민등록번호, 나이, 직업, 주거, 등록기준지, 죄명, 적용법조가 차례대로 기재되어 있다. 4) 이 사건 공소장 본문 2쪽에는 나머지 ‘피고인 관련사항’으로 구속 여부, 변호인이 차례대로 기재되어 있다. 이어서 ‘Ⅱ. 공소사실’이라는 제목 아래에 본문 2쪽과 3쪽에 걸쳐 아래와 같이 공소사실이 기재되어 있다. “1. (중략)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하였다. 2. (중략) 2018. 8. 9.경부터 같은 달 20.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본건 동영상을 총 9회에 걸쳐 합계 45,000원에 판매함으로써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판매하였다. 3. (중략) 피고인은 2018. 8. 9. 19:11경 (중략) 그 무렵부터 같은 달 20.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총 147회에 걸쳐 합계 940,000원을 받고, 음란한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였다.” 5) 공소사실이 죄명, 적용법조에 따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음란물소지)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음란물제작·배포등)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음란물유포)죄의 구성요건에 부합하게 각 죄별로 일체성 있게 작성되었다. 6) 이어서 첨부되어 있는 별지 [범죄일람표 1]에 연번은 1부터 9까지, 범행일시는 2018. 8. 9.경부터 2018. 8. 20.경까지 기재되어 있으므로 공소사실 제2항에서 인용한 “범죄일람표 1”의 내용과 일치한다. 별지 [범죄일람표 1]은 이 사건 공소장 본문과 일체를 이룬다. 7) 별지 [범죄일람표(피의자가 유포한 음란물 목록) 2]에도 연번은 1부터 147까지, 범행일시는 2018. 8. 9. 19:11:37부터 2018. 8. 20. 17:07:04까지 기재되어 있으므로 공소사실 제3항에서 인용한 “범죄일람표 2”의 내용과 일치한다. 별지 [범죄일람표(피의자가 유포한 음란물 목록) 2]도 이 사건 공소장 본문과 일체를 이룬다. 나. 이러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장의 형식과 내용은 연속된 것으로 일체성이 인정되고, 동일한 공소제기 검사가 작성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공소제기 검사의 간인이 없더라도 이 사건 공소장은 유효하므로 이 사건 공소장 제출에 의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공소장에 공소제기 검사의 간인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장 제출에 의한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심판결에는 공소장 간인 누락과 공소제기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공소장
형사소송법
공소제기
2022-01-03
헌법사건
선거·정치
헌법재판소 2020헌마395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 등 위헌확인
헌법재판소 결정 【사건】 2020헌마395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 등 위헌확인 【청구인】 흐○○(외국인) 외 4인, 청구인들의 대리인 [별지] 대리인 명단과 같음 【선고일】 2021. 12. 23. 【주문】 1.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2019. 1. 15. 법률 제16274호로 개정된 것) 제25조 제1항, 구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변경 사유(2019. 7. 16. 고용노동부고시 제2019-39호로 개정되고, 2021. 4. 1. 고용노동부고시 제2021-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및 제5조에 대한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청구인들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들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외국인고용법’이라 한다)에 의한 고용허가를 받아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들이다. 나. 청구인 흐○○(외국인)은 캄보디아 국적의 외국인으로서 2019. 12. 18.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같은 달 23.부터 ○○시 소재 ○○에서 근무하고 있다. 청구인 흐○○(외국인)는 사용자가 근무시간을 일방적으로 변경하여 연장근로수당 없이 연장근로를 시키고 있고, 기숙사비를 추가로 공제하여 근로계약서상 통상임금보다 적은 월급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한다. 다. 청구인 추○○(외국인)는 몽골 국적의 외국인으로서 2018. 12. 26.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2019. 1. 22.부터 안성시 소재 태광산업 주식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청구인 추○○(외국인)는 사용자가 건설기계조종사면허가 없는 청구인에게 무면허 건설기계(지게차) 조종을 강요하였고, 협박성 발언을 일삼는 등 부당한 대우를 하였다고 주장한다. 라. 청구인 트○○(외국인)은 베트남 국적의 외국인으로서 2016. 4. 12.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시 소재 ○○에서 근무하고 있다. 청구인 트○○(외국인)는 취업활동 기간 연장을 위해서는 사용자의 재고용 허가 요청이 필요했기 때문에 사용자의 요구로 근로계약 불이행 위약금 명목으로 300만 원을 사용자에게 예치하였고, 이후 근로감독관의 시정지시를 통해 위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마. 청구인 나○○(외국인)은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으로서 2013. 12. 24.경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시 소재 ○○에서 근무하였다가, 2018. 12. 19. 성실 외국인근로자로 재입국하여 같은 사업장에서 자동차 부품 화학처리 도금업무를 하고 있다. 청구인 나○○(외국인)는 사용자가 보호장구를 지급해 주지 않아서 인체에 유해한 유기용제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바. 청구인 미○○(외국인)은 미얀마 국적의 외국인으로서 2013년경 ○○시 소재 주식회사 ○○에 입사한 뒤 성실 외국인근로자로 재입국하여 현재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청구인 미○○(외국인)는 2020. 1. 31. 위 공장에서 10명이 사상한 산재 사고를 목격한 후 사용자에게 사업장 변경을 요청하였으나 사용자가 이를 거절하였다고 주장한다. 사. 청구인들은 2020. 3. 15. 자신들이 처한 위 각 상황이 외국인고용법 제25조 제1항, 제25조 제4항,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변경 사유’(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 제4조, 제5조, 제5조의2가 규정한 사업장 변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사업장을 변경하지 못한 채 근로를 계속하여야 하므로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위 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이 사건 고시 제5조의2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위 조항은 기숙사의 구조와 설비, 설치장소, 주거환경, 면적, 사생활보호 및 기숙사에 대한 정보제공 등을 규정한 것이어서 청구인들이 이 사건에서 다투는 내용과 관련이 없으므로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2019. 1. 15. 법률 제16274호로 개정된 것) 제25조 제1항(이하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이라 한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2014. 1. 28. 법률 제12371호로 개정된 것) 제25조 제4항(이하 ‘이 사건 횟수제한조항’이라 한다), 구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변경 사유’(2019. 7. 16. 고용노동부고시 제2019-39호로 개정되고, 2021. 4. 1. 고용노동부고시 제2021-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5조(이하 ‘이 사건 고시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은 아래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2019. 1. 15. 법률 제16274호로 개정된 것) 제25조(사업 또는 사업장 변경의 허용) ① 외국인근로자(제12조 제1항에 따른 외국인근로자는 제외한다)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직업안정기관의 장에게 다른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의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1.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기간 중 근로계약을 해지하려고 하거나 근로계약이 만료된 후 갱신을 거절하려는 경우 2. 휴업, 폐업, 제19조 제1항에 따른 고용허가의 취소, 제20조 제1항에 따른 고용의 제한, 제22조의2를 위반한 기숙사의 제공,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 등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인하여 사회통념상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경우 3.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2014. 1. 28. 법률 제12371호로 개정된 것) 제25조(사업 또는 사업장 변경의 허용) ④ 제1항에 따른 외국인근로자의 사업 또는 사업장 변경은 제18조에 따른 기간 중에는 원칙적으로 3회를 초과할 수 없으며, 제18조의2 제1항에 따라 연장된 기간 중에는 2회를 초과할 수 없다. 다만, 제1항 제2호의 사유로 사업 또는 사업장을 변경한 경우는 포함하지 아니한다. 구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변경 사유(2019. 7. 16. 고용노동부고시 제2019-39호로 개정되고, 2021. 4. 1. 고용노동부고시 제2021-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근로조건 위반) 법 제25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사업장 변경이 허용되는 근로조건 위반 등에 해당하는 사유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사용자가 다음 각 목과 같이 임금체불 등을 한 경우(이 경우 임금체불 또는 지급 지연 중이거나, 임금체불 또는 지급 지연이 종료된 날부터 4개월이 경과하기 전에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여야 하며, 사용자의 단순 계산착오로 인한 경우는 제외한다) 가. 월 임금의 30 퍼센트 이상의 금액을 2개월 이상 지급하지 않거나 지연하여 지급한 경우 나. 월 임금의 10 퍼센트 이상의 금액을 4개월 이상 지급하지 않거나 지연하여 지급한 경우 다.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임금액에 미달하여 지급한 경우 2. 사용자가 채용할 때 제시하였거나, 채용한 후에 일반적으로 적용하던 임금 또는 근로시간을 20 퍼센트 이상 감축한 기간이 사업장 변경 신청일 이전 1년 동안 2개월 이상인 경우(이 경우 해당 임금 또는 근로시간이 감축되고 있는 중이거나, 해당 임금 또는 근로시간 감축이 종료된 날부터 4개월이 경과하기 전에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여야 한다) 3. 사용자가 채용할 때 제시하였거나, 채용한 후에 일반적으로 적용하던 근로시간대를 외국인근로자의 동의 없이 2시간 이상 앞당기거나 늦춘 사실이 사업장 변경 신청일 이전 1년 동안 1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 4. 사용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외국인근로자가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가 해당 부상 또는 질병 발생일부터 1개월이 경과하는 시점까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 제5조(부당한 처우 등) 법 제25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사업장 변경이 허용되는 부당한 처우 등에 해당하는 사유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외국인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의 성폭행 피해를 이유로 사업장 변경을 신청한 경우로써 긴급하게 사업장 변경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2. 외국인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성희롱, 성폭력, 폭행, 상습적 폭언 등을 당하여 그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 3. 외국인근로자가 사업장 등 사용자의 관리가 미치는 범위 내에서 직장 동료, 사업주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성희롱, 성폭력, 폭행, 상습적 폭언 등을 당함으로써 그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 4. 외국인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국적, 종교, 성별, 신체장애 등을 이유로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받음으로써 그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 5. 사용자가 외국인근로자에게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제공한 것을 이유로 직업안정기관의 장으로부터 자율개선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자율개선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관련조항]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2. 5. 14. 대통령령 제23785호로 개정된 것) 제30조(사업 또는 사업장의 변경) ① 법 제25조 제1항 제3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란 상해 등으로 외국인근로자가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하기는 부적합하나 다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들은 외국인근로자의 ‘사업 또는 사업장 변경’(이하 ‘사업장 변경’이라 한다) ‘사유’와 ‘횟수’를 제한함으로써 체류기간 동안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는 강제근로 금지를 위반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 신체의 자유(제12조 제1항), 직업선택의 자유(제15조) 및 근로의 권리(제32조)를 침해하며, 사업장 변경 사유나 횟수에 제한이 없는 외국국적동포 등 다른 외국인근로자와 비교하여 평등권(제11조)을 침해한다. 나.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은 구체적 범위를 정하지 않고 사업장 변경 사유를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어 포괄위임금지원칙에도 위반된다. 다. 이 사건 고시조항은 근로조건 위반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한 경우에도 사업장 변경 사유에 포함시키지 않거나, 부당한 처우가 발생한 경우에도 긴급성이나 계속 근로 불가능성을 요구하는 등 과도하게 사유를 제한하고 있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4. 적법요건 판단 가. 청구인들의 기본권 주체성 외국인의 기본권 주체성 여부는 기본권의 성질에 좌우되는데,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과 같은 ‘인간의 권리’로서의 성격을 갖는 기본권들이 외국인에게 인정된다(헌재 2001. 11. 29. 99헌마494 참조). 고용허가를 받아 우리 사회에서 정당한 노동인력으로서 지위를 부여받은 외국인들의 직장선택의 자유는 인간의 권리로서 보장되고(헌재 2011. 9. 29. 2007헌마1083등; 헌재 2011. 9. 29. 2009헌마351 참조), 근로의 권리 중 인간의 존엄성 보장에 필요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요구할 수 있는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 역시 외국인에게 보장된다(헌재 2007. 8. 30. 2004헌마670; 헌재 2016. 3. 31. 2014헌마367 참조). 평등권도 인간의 권리로서 원칙적으로 외국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고, 다만 참정권 등에 대한 성질상의 제한 및 상호주의에 따른 제한이 있을 수 있을 뿐이다(헌재 2001. 11. 29. 99헌마494 참조). 청구인들은 국내 기업에 취업을 목적으로 외국인고용법상 고용허가를 받고 우리나라에 입국하여 우리나라에서 일정한 생활관계를 형성·유지하며 살아오고 있는바, 직장선택의 자유 및 근로의 권리 가운데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의 주체가 된다. 또한 청구인들은 외국인근로자들 사이의 차별취급을 문제 삼고 있어 성질상의 제한 및 상호주의에 따른 제한이 적용될 여지가 없으므로, 평등권 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밖에 청구인들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에 관해서도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됨에 의문이 없다. 나. 이 사건 횟수제한조항에 대한 심판청구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으로 인해 장차 언젠가 기본권 침해를 받을 우려가 있고 그러한 우려가 단순히 장래 잠재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기본권 침해의 현재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헌재 2020. 9. 24. 2018헌마739등 참조). 이 사건 횟수제한조항은 사업장 변경 횟수를 취업활동기간 동안 3회, 취업활동 연장기간 동안 2회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횟수제한조항은 허용되는 사업장 변경을 모두 마친 후 추가로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고자 하는 경우에 비로소 적용된다. 그런데 심판기록에 따르면, 청구인들은 3회 이상 사업장 변경을 시도하지 않았음을 자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로서는 청구인들이 허용되는 사업장 변경 횟수를 모두 소진할지가 불분명하여 이 사건 횟수제한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현재 확실히 예측된다고 볼 수 없고, 장차 이 사건 횟수제한조항으로 기본권 침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잠재적인 것에 불과하다. 청구인들은 사업장 변경 사유와 횟수를 제한하는 심판대상조항들이 서로 연결되어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인정되어 사업장을 변경한 경우는 횟수 제한에 포함되지 않으므로(이 사건 횟수제한조항 단서), 이 사건 횟수제한조항의 기본권침해의 현재성은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 및 이 사건 고시조항과 구별하여 달리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횟수제한조항에 관하여서는 기본권 침해의 현재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5. 본안 판단 가. 제한되는 기본권 (1)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 및 이 사건 고시조항(이하 ‘본안 심판대상조항들’이라 한다)은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를 제한하고 있는바, 이로 인하여 외국인근로자는 일단 형성된 근로관계를 포기하고 직장을 이탈하는 데 있어 제한을 받게 되므로 이는 직업선택의 자유 중 직장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헌재 2011. 9. 29. 2007헌마1083등 참조). (2) 본안 심판대상조항들은 방문취업(H-2) 외국인근로자와 달리 비전문취업(E-9) 외국인근로자인 청구인들의 사업장 변경 사유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평등권 침해 여부가 문제된다. (3) 청구인들은 본안 심판대상조항들이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근로의 권리를 구체화한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등 법령은 외국인근로자에게도 모두 적용되고, 사용자가 의무를 위반한 경우 외국인근로자가 그에 따른 법정 구제절차를 이용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 나아가 헌법상 근로의 권리에, 열악한 근로환경을 갖춘 사업장을 이탈하여 다른 사업장으로 이직함으로써 사적(私的)으로 근로환경을 개선하거나 해결하는 방법을 보장하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헌재 2011. 9. 29. 2007헌마1083등 참조). 따라서 본안 심판대상조항들은 근로의 권리를 제한하지 않는다. (4) 청구인들은 신체의 자유와 강제노역 금지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1항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규정한 제15조에서 강제노동 금지 원칙이 도출되므로, 그 위반 여부를 심사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957년 강제노동철폐협약(제105호)을 채택하였으나 우리나라는 현재 위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고, 설령 본안 심판대상조항들이 외국인근로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는 것이 위 협약에서 말하는 ‘강제노동’에 해당할지라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위헌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본안 심판대상조항들이 헌법상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신체의 자유는 신체의 안전성이 외부로부터의 물리적인 힘이나 정신적인 위험으로부터 침해당하지 아니할 자유와 신체활동을 임의적이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헌재 2016. 9. 29. 2014헌가9). 이에 따르면 직장 변경을 제한하거나 특정한 직장에서 계속 근로를 강제하는 것이 곧바로 신체의 안전성을 침해한다거나 신체의 자유로운 이동과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청구인들은 본안 심판대상조항들의 사업장 변경 제한이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이라 볼 만한 주장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본안 심판대상조항들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지 아니한다. (5) 본안 심판대상조항들은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를 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그것만으로 청구인들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제한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보호영역으로서 ‘직업’이 문제되는 경우 직업의 자유는 행복추구권에 대하여 특별관계에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 직업의 자유 가운데 직장선택의 자유의 침해 여부를 심사하는 이상 행복추구권 침해 여부는 판단하지 않는다(헌재 2011. 9. 29. 2007헌마1083등 참조). (6)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본안 심판대상조항들이 청구인들의 직장선택의 자유 또는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된다. 나.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의 기본권 침해 여부 (1) 직장선택의 자유 침해 여부 (가)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 1) 헌법 제75조 및 제95조가 인정하고 있는 위임입법의 형식은 예시적인 것으로 보아야 하고, 법률이 일정한 사항을 고시 등 행정규칙에 위임하더라도 헌법 제40조의 국회입법 원칙과 상치되지 않는다(헌재 2004. 10. 28. 99헌바91; 헌재 2017. 9. 28. 2016헌바140 참조). 그러므로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이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인하여 사회통념상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고용노동부 고시에 위임한 것이 헌법에서 정한 위임입법의 형식을 갖추지 못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행정규칙은 법규명령과 같은 엄격한 제정 및 개정절차를 요하지 아니하므로, 직장선택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작용을 하는 법률이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 법규명령에 위임함이 바람직하고, 고용노동부의 고시와 같은 형식으로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적어도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제2항 단서에서 정한 바와 같이 법령이 전문적·기술적 사항이나 경미한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위임이 불가피한 사항에 한정된다 할 것이고, 그러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상 법률의 위임은 반드시 구체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하여 행하여져야 한다(헌재 2004. 10. 28. 99헌바91; 헌재 2016. 10. 27. 2015헌바360등 참조). 2)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헌법상 근로의 권리를 구체화한 법령들은 사용자가 준수하여야 할 근로조건을 폭넓게 규정하고 있고, 법정 근로조건 위반에는 이르지 않지만 고용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용자의 부당한 처우 역시 다양한 태양과 정도로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는 그 범위가 넓고 내용이 세세하므로, 법률에 일일이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적절하지 않다. 또한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 가운데 어느 범위까지를 외국인근로자가 사회통념상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볼 것인지는, 전문적이고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이동 규모를 얼마나 억제 또는 허용할 것인가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외국인근로자의 주관적 사정만을 기초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외국인근로자의 규모와 종사 업종, 고용허가를 받은 사업장의 일반적인 작업환경 수준,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이 해당 사업장이나 동일 업종의 내국인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미칠 영향 등 정책적 사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그 구체적인 내용을 행정부가 결정하도록 위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고용허가를 받은 사업장의 근로조건이나 작업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높아진 법준수능력을 고려하여 근로조건 위반 사유를 추가하거나 정도를 엄격하게 상향할 수 있고, 고용허가제를 운영하면서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부당한 처우가 나타나거나 발견되는 경우 이를 사업장 변경 사유에 포함하는 등 즉시 대처할 필요도 있다. 실제로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의 위임을 받은 이 사건 고시조항은 제정 이후 지금까지 수시로 개정되어 왔으며, 그 방향은 대체로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거나 불분명한 사유를 명확히 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사업장 변경 사유로 인정되는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의 구체적·세부적 내용을 법률로써 자세히 규정하기보다는, 전문적·정책적 능력을 갖춘 행정부가 상황의 변동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3)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은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 등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인하여 사회통념상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선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 중 제2호 전체를 보면,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는 ‘휴업, 폐업, 외국인고용법 제19조 제1항에 따른 고용허가의 취소, 제20조 제1항에 따른 고용의 제한, 제22조의2를 위반한 기숙사의 제공’(이하 ‘휴업등’이라 한다)과 함께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에 해당하고, 이러한 사유가 ‘사회통념상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휴업등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용자의 귀책 유무를 불문하고 사업을 더는 지속할 수 없거나, 사업은 지속가능하지만 사용자의 귀책이 중대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라 할 수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 역시 휴업등의 사유에 준하여 사회통념상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될 정도로 사용자의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들이 포함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외국인고용법은 외국인근로자를 체계적으로 도입·관리함으로써 원활한 인력수급 및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고용노동부장관은 외국인력정책위원회가 심의·의결한 외국인근로자 도입 업종 및 규모 등이 포함된 외국인근로자 도입계획을 매년 공표하며(제4조 제2항 제2호, 제5조), 고용허가를 받아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한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그 밖에 고용과 관련된 중요 사항을 변경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직업안정기관의 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제17조 제1항). 이처럼 국가는 외국인근로자의 도입 및 고용관리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 역시 전체적으로 외국인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사업장 변경 신청을 금지하고,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 가운데 일부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려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입법목적이 이 사건 고시조항에도 반영되어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 가운데서도 비교적 엄격한 사유들이 규정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의 문언상 의미와 입법취지 및 관련 법률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하여 고려하면,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의 위임을 받아 고용노동부고시에 규정될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에는, 근로관계의 지속을 어렵게 할 정도에 이르는 중대한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가 포함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임금, 근로시간, 산업안전 등 핵심적인 근로조건 위반 및 고용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격적 모멸행위 또는 내국인근로자와의 차별대우 등이 포함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실제로 이 사건 고시조항도 이와 같은 취지에서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를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4) 그렇다면,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의 내용을 고용노동부 고시에 위임하고 있고, 수범자인 사용자와 외국인근로자 등으로서는 이 사건 고시조항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으므로, 위 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나) 입법형성권 일탈 여부 1) 외국인력 도입에 관한 제도를 마련함에 있어서는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되고, 외국인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는 입법자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법률로써 그 제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때 비로소 구체화된다. 따라서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사유를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은 그 내용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현저히 자의적인 경우에만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있다(헌재 2011. 9. 29. 2007헌마1083등 참조). 2) 고용허가제는 우리나라 기업 중 내국인 고용이 어려운 업종에 정부가 외국인 고용을 합법적으로 허가하는 제도이다. 즉 내국인근로자에 대한 고용기회 보호의 원칙하에 외국인근로자를 체계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인력수급을 원활히 하여 중소기업 등의 인력부족을 해소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한편,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효율적인 고용관리와 근로자로서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헌재 2009. 9. 24. 2006헌마1264 참조).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은 원칙적으로 외국인근로자의 의사에 따른 사업장 변경을 금지하고 예외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함으로써 중소기업 등이 안정적으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내국인근로자의 고용기회나 근로조건을 교란하는 것을 방지하며,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효율적인 고용관리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이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기간 중 근로계약을 해지하려고 하거나 근로계약이 만료된 후 갱신을 거절하려는 경우에만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고 외국인근로자가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에는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것으로서 다음과 같이 입법자의 재량 범위를 넘어 명백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3) 우선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은 외국인근로자의 자유로운 사업장 변경을 억제함으로써 고용허가를 받은 사용자가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비전문취업의 외국인력을 도입하는 업종은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어업 및 건설폐기물처리업 등 일부 서비스업이며, 제조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300명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 원 이하의 기업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들은 국민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업종의 특성상 내국인근로자를 구하기 어렵고 대체로 규모가 영세한 사업장으로서 노동력의 안정적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 있다. 그런데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다수의 사업장이 외국인근로자 고용 시 애로사항으로 ‘잦은 사업장 변경’을 언급하고 있고, 특히 비전문취업 외국인근로자는 내국인근로자는 물론 외국국적동포에 비해서도 의사소통이 어렵고 문화적 차이가 있어 근무기간이 짧은 경우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근로자가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하고 자유롭게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면, 사용자로서는 인력의 안정적 확보와 원활한 사업장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4) 최근 불법체류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외국인근로자의 효율적인 관리 차원에서도 사업장의 잦은 변경을 억제하고 취업활동 기간 내에서는 장기 근무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 외국인고용법이 채택한 고용허가제는 사용자에 대한 규율을 중심으로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입국하는 외국인근로자 본인에 대한 검증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는 입국에 있어서의 완화된 통제를 체류와 출국에서의 강화된 규제로 만회할 필요성을 가지며, 외국인근로자가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할 때 자유로운 사업장 변경 신청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5)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은 외국인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근로관계 해소를 사업장 변경 사유로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외국인근로자의 책임 없는 사유에 따른 사업장 변경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또한 부상 또는 질병 등으로 외국인근로자가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하기는 부적합하나 다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고용허가제에 따른 사업장 이동 제한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외국인근로자에게 필요한 경우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그 제한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6) 세계 각국은 고용허가제와 노동허가제 가운데 자국의 실정에 맞는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고, 우리 입법자 역시 노동허가제와 고용허가제 등 외국인고용제도를 자유롭게 선택할 입법재량을 가진다. 외국인고용법이 채택한 고용허가제에 따라 입국한 외국인근로자는 사용자에 의해 선정되어 특정 사업장에 배치되어 근무를 시작하고, 취업기간 동안 사업장 변경 사유와 횟수가 제한되는 등 사업장 변경이 억제된다. 따라서 외국인근로자의 자유로운 사업장 변경 신청을 허용하는 것은 고용허가제의 취지와 맞지 않고 자칫 외국인고용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이 외국인근로자의 자유로운 사업장 변경 신청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고용허가제를 취지에 맞게 존속시키기 위해 필요한 제한으로 볼 수 있다. 7) 물론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에 엄격한 사유를 요구함으로써 제한되는 사익은 결코 작지 않다. 외국인근로자 역시 객관적으로 열악하거나 본인에게 부적합한 근로환경에서 벗어나 사업장을 옮길 필요가 있고, 변경된 사업장에서 더 높은 노동생산성을 발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경제에 더욱 이바지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하는 외국인근로자들은 입국 당시부터 취업할 수 있는 사업장이 제한되어 있고, 향후 사업장 변경을 함에 있어서도 사유와 횟수에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감수하고 입국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제한이 용이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사용자의 근로계약 해지 또는 갱신거절이 없었음에도 외국인근로자가 자유롭게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현행 고용허가제의 목적과 체계에 반하고, 외국인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의 현실적 상황을 무시하는 것이 될 수 있다. 8) 따라서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은 입법재량의 범위를 넘어 명백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다) 소결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거나 입법재량의 범위를 넘어 명백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2) 평등권 침해 여부 (가) 한국에서 취업이 가능한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근로자들 가운데서도 비전문취업(E-9)과 방문취업(H-2) 체류자격으로 입국한 외국인근로자들은 외국인고용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외국인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비교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은 비전문취업 체류자격으로 입국한 외국인근로자(이하 ‘비전문취업 외국인근로자’라 한다)인 청구인들의 사업장 변경 사유를 제한하고 있으나, 방문취업 체류자격으로 입국하여 특례고용허가를 받은 재외동포(이하 ‘방문취업 외국인근로자’라 한다)는 사업장을 변경함에 있어 사유의 제한이 없다(외국인고용법 제25조 제1항). 따라서 양 집단 사이에 차별취급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를 살펴본다. (나)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이하 ‘재외동포법’이라 한다)은 재외동포를 재외국민과 외국국적동포로 구분하면서(제2조) 외국국적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부는 재외동포가 대한민국 안에서 부당한 규제와 대우를 받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하고(재외동포법 제4조), 국내거소신고를 한 외국국적동포가 90일 이상 국내에 체류하면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으며(재외동포법 제14조),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또는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훈급여금을 받을 수 있다(재외동포법 제16조). 외국인이 대한민국에 취업하려면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받아야 하는데(출입국관리법 제18조 제1항),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은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의 하나로 방문취업(H-2)을 두고 있다(제23조 및 별표1의2). 재외동포법상 외국국적동포에 해당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18세 이상인 사람의 경우 방문취업 체류자격을 받을 수 있고, 방문취업 체류자격을 받으면 사증 유효기간의 범위 내에서는 자유로운 출입국이 가능하며, 비전문취업 외국인근로자에 비해 비교적 넓은 분야(현재 46개 업종)에서 취업활동이 허용된다. 방문취업제도는 대한민국 수립 이전에 해외로 이주한 중국 및 구 소련 지역 동포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고 이들을 포용할 목적으로 2007년 도입되었다. 방문취업 외국인근로자는 외국인고용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취업교육을 받은 후 구직신청을 하여 취업알선을 받거나(외국인고용법 제12조 제2항), 특례고용가능확인을 받은 사업장에 자율적으로 취업할 수 있다(같은 법 제12조 제1항). (다) 이처럼 방문취업 외국인근로자는 비전문취업 외국인근로자와 외국국적동포 여부, 체류자격 요건, 취업활동 범위, 도입 취지, 취업절차 등에 있어 차이가 있다. 따라서 외국인고용법이 방문취업 외국인근로자에 대해서는 사업장 변경 사유를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이와 달리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이 청구인들에 대해서는 엄격한 사유를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은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다. 이 사건 고시조항의 기본권 침해 여부 (1) 직장선택의 자유 침해 여부 (가) 외국인력 도입에 관한 제도를 마련함에 있어서는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되고, 외국인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는 입법자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법률로써 그 제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때 비로소 구체화된다. 따라서 외국인근로자의 책임 없는 사업장 변경 사유를 구체화하고 있는 이 사건 고시조항 역시 그 내용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현저히 자의적인 경우에만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있다(헌재 2011. 9. 29. 2007헌마1083등 참조). (나) 이 사건 고시조항은 중소기업 등이 안정적으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내국인근로자의 고용기회나 근로조건을 교란하는 것을 방지하며,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효율적인 고용관리를 도모하는 한편, 외국인근로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한 사업장 변경 허용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다. (다) 이 사건 고시조항의 개정 전 조항은 종래 사업장 변경 사유를 ‘근로조건이 현저하게 낮아지게 된 경우’라고 규정하는 등 추상적인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사용자와 외국인근로자 사이의 의견불일치의 원인이 되고 사업장 변경 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이 어렵게 되어 사실상 사업장 변경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 고시조항은 2019. 1. 11. 전부개정된 이후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사용하고 있어 불명확성으로 인한 사업장 변경 제한의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라)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근로조건 위반의 경우 임금체불 및 지급지연, 근로조건 저하, 근로시간대 변경, 산재 후 미조치가 사업장 변경 사유가 됨을 규정하고 있고(이 사건 고시 제4조, 이하 고시명 생략), 부당한 처우에 관해서는 성희롱, 성폭력, 폭행, 상습적 폭언, 차별 대우, 비닐하우스 숙소 제공 등을 명시하고 있다(제5조). 이는 외국인근로자들이 사업장 현장에서 경험하는 불합리한 대우를 반영하여 종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여 이 사건 고시조항에 지속적으로 사유가 추가되고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심판청구 이후에도 임금체불과 지급지연 사유를 추가하고(제4조 제1호), 사용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인하여 사업장에 중대재해가 발생하거나 외국인근로자가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재해를 입은 경우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제4조 제4호). 외국인근로자가 사용자가 아닌 직장동료 등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은 경우에도 긴급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도록 하였고(제5조 제1호), 비닐하우스 숙소 제공의 경우 직업안정기관의 장의 자율개선명령이나 그에 대한 불이행을 요건에서 삭제하였다(제5조 제5호). 나아가 사용자가 외국인근로자의 근로제공을 거부하거나(제5조 제6호) 고용 관련 보험 미가입 또는 체납이 있는 경우(제5조 제7호)도 사업장 변경 사유로 신설하는 등 외국인 고용 실무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을 그때그때 반영하여 사업장 변경 사유를 조정·확대함으로써 외국인근로자의 권익을 보장하려고 하고 있다. (바) 외국인근로자 권익보호협의회(소위원회)는 사용자와 외국인근로자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거나 입증자료 부족 등으로 이 사건 고시 제2조부터 제5조의2까지 열거된 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곤란한 경우(제6조 제1항), 그리고 이 사건 고시 제2조부터 제5조까지에 준하는 사유에 해당되어 외국인근로자가 더 이상 그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 사업장 변경 허용을 인정할 수 있다(제6조 제2항). 직업안정기관의 장은 외국인근로자 관련 업무 수행 시에 외국인근로자 권익보호협의회에서 협의된 내용이 반영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외국인고용법 시행규칙 제15조의2 제3항). 이처럼 사업장 변경 사유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거나 사업장 변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그에 준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외국인근로자 권익보호협의회를 통해 사업장 변경을 허용할 수 있는 제도가 갖추어져 있으므로, 외국인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는 비교적 두텁게 보호되고 있다. (사) 이 사건 고시조항이 외국인근로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한 사업장 변경을 비교적 중대한 근로조건 위반과 부당한 처우로 한정하고 있어, 그에 해당하지 않거나 미치지 못하는 경우 외국인근로자는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는 있다. 그러나 앞에서 본 것처럼 우리 외국인고용법이 채택한 고용허가제는 사용자에 대한 고용허가를 전제로 하는 제도이고 개별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입국 통제는 비교적 완화되어 있다. 따라서 사업장 변경을 무분별하게 허용할 경우 외국인근로자를 체계적으로 도입·관리함으로써 불법체류 또는 정주화를 방지하고, 나아가 원활한 인력수급 및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려는 고용허가제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 사건 고시조항은 사업장 변경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제한함으로써 고용허가제의 도입 취지를 달성하면서도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중대한 근로조건 위반과 부당한 처우를 억제하고 있다. (아) 따라서 이 사건 고시조항은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명백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2) 평등권 침해 여부 앞서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의 평등권 침해 여부에서 살펴본 것처럼 방문취업 외국인근로자는 비전문취업 외국인근로자와 외국국적동포 여부, 체류자격 요건, 취업활동 범위, 도입 취지 등에 있어 차이가 있다. 따라서 외국인고용법이 방문취업 외국인근로자에 대해서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이와 달리 이 사건 고시조항이 청구인들에는 엄격한 사유를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 이 사건 고시조항은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6.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심판청구 중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 및 이 사건 고시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고, 나머지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본안 심판대상조항들에 대한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7.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본안 심판대상조항들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법정의견과 달리 본안 심판대상조항들이 청구인들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의 직장선택의 자유 침해 여부 (1) 법정의견은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이 원칙적으로 외국인근로자의 의사에 따른 사업장 변경을 금지하고 예외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함으로써 중소기업 등이 안정적으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내국인근로자의 고용기회나 근로조건을 교란하는 것을 방지하며,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효율적인 고용관리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2) 우선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의 입법목적 가운데 하나로 들고 있는 내국인 고용 보호에 관해서 살펴본다.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임금 및 근로조건의 차이가 커서 내국인근로자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심각하며, 특히 이른바 3D업종 영세 사업장의 경우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업종에 취업하는 외국인근로자는 내국인근로자와 경쟁 관계라기보다는 내국인근로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미 우리나라의 많은 사업장은 단순기능 외국인근로자가 없다면 사업 수행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경우가 많다. 이처럼 내국인근로자가 진입하지 않는 노동시장에서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을 제한함으로써 내국인의 고용을 보호한다는 것은 합리성이 없다. 설령 외국인근로자로 인하여 특정 업종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는 외국인근로자의 국내 도입을 허용하는 것 자체의 문제이지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외국인근로자는 외국인 고용이 허가된 사업장으로만 이직이 가능한데, 이러한 사업장은 어차피 내국인을 고용하려고 하였으나 구할 수 없었던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결국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매년 외국인근로자의 도입 업종 및 규모를 결정하여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이상,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를 더욱 폭넓게 허용함으로써 내국인근로자의 고용기회가 추가적으로 침해되거나 근로조건이 하락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3) 법정의견은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감독을 위해서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과 같이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하나, 사업장 변경 사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비판이 유력하다. 고용허가제 출범 이후 2016년까지 사업장 변경을 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만으로도 약 24,478명의 외국인근로자가 불법체류를 선택하였다. 2019년 한 해 동안 취업자격 등록외국인 중 불법체류자가 된 숫자는 모두 10,935명인데, 그 가운데 비전문취업 외국인근로자가 8,025명으로 73.4%에 달하는 반면, 방문취업 외국인근로자의 경우 신규 발생된 불법체류자가 1,127명(10.3%)에 그치고 있다. 비전문취업 외국인근로자와 방문취업 외국인근로자가 전체 규모에서 큰 차이가 없는 점(2019. 12. 31. 기준으로 276,755명 및 226,322명)을 고려하면, 외국인근로자들이 수인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사업장 변경 사유의 제한은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감독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정주화 방지라는 고용허가제의 기본원칙에 역행하여 고용허가제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4) 물론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이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을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내국인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업종 또는 중소기업이 외국인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을 벗어나려는 외국인근로자들을 사업장 변경 제한을 통해 저지함으로써 비로소 수익을 달성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면, 이것이 외국인고용법의 목적 가운데 하나인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용자는 특별한 노력 없이 외국인근로자를 현재 사업장에 묶어둘 수 있는 이상 사업장의 작업환경을 개선할 유인이 없으므로, 외국인근로자들의 근로조건과 작업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이로 인하여 내국인근로자의 해당 업종 및 사업장 기피현상이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자립능력이 없는 부실기업을 존속시킴으로써 산업구조의 건전성과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5) 한편, 외국인고용법은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 외에도 사업장 변경을 억제하고 장기 근무를 유도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제도를 두고 있다. 우선 이 사건 횟수제한조항은 사업장 변경 횟수를 외국인근로자의 취업활동 기간 중 3회로, 사용자의 재고용 허가 요청에 따라 연장된 기간 중 2회로 각 제한함으로써 최소한의 근속기간을 담보하고 있다. 또한 취업활동 기간 연장 여부를 전적으로 사용자의 의사에 달려있도록 하고(외국인고용법 제18조의2 제1항 제1호), 취업활동 기간 중에 사업장 변경을 하지 않거나 사업장 변경을 하더라도 재입국 후의 고용허가를 신청하는 사용자와 취업활동 기간 종료일까지 근로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 등에 한하여 근로자에 대해 재입국 특례를 보장함으로써(외국인고용법 제18조의4 제1항 제1호) 사업장 변경을 억제하고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나아가 외국인근로자는 사업장 변경을 신청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근무처 변경허가를 받지 못한 경우 출국하여야 하는데(외국인고용법 제25조 제3항), 특히 계절적 요인으로 근로자의 수요가 적은 겨울철과 같은 경우에는 사업장 변경을 섣불리 시도하기 어려운 사실상의 제약이 있다. 따라서 외국인근로자에게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다 폭넓게 인정하더라도, 고용허가제의 취지와 목적을 해할 정도로 잦은 사업장 변경의 우려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6)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이 외국인근로자에게 사업장 변경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외국인근로자를 종속적인 지위에 위치시킴으로써 근로조건이나 작업환경 개선을 주장하기 어렵게 한다. 이는 외국인근로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자유롭게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외국인근로자의 국내취업은 사용자가 구직근로자 명단을 보고 일방적으로 지명하면서 시작되고, 외국인근로자는 취업 전에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근로조건과 작업환경에서 근무하게 될지 거의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근로를 시작하게 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사업장 변경 사유를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외국인근로자가 받는 직장선택의 자유 제한은 매우 중대하다고 할 수 있다. (7)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이 원칙적으로 외국인근로자의 의사에 따른 사업장 변경을 금지하고 예외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하는 것은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명백히 불합리하여 청구인들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나. 이 사건 고시조항의 직장선택의 자유 침해 여부 (1) 흔히 외국인근로자는 더 높은 임금을 위해 사업장 변경을 원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업장의 위생, 안전, 근무강도 등 다른 사유로 사업장 변경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 법무부 용역보고서 ‘2013년 체류외국인 실태조사: 고용허가제와 방문취업제 외국인의 취업 및 사회생활’을 보면, 사업장을 변경한 외국인근로자를 대상으로 이직한 이유에 대해 물어본 결과, 임금이 낮아서(24.1%)가 가장 큰 이유였으나, 일이 힘들어서(8.7%), 일이 위험해서(6.8%), 일하는 환경이 더럽고 불결해서(4.0%) 사업장을 변경한 근로자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였다. 또한, 중소기업중앙회가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수행한 ‘2020년 외국인력 고용관련 종합 애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내국인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3D 직종의 열악한 작업환경(39.9%)이 지적되었으며, 이는 임금, 복지 등 근로조건(23.1%)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내국인근로자가 취업을 기피하는 사유는 곧 외국인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을 희망하는 사유와 같다고 볼 수 있고, 내국인근로자가 스스로의 안전과 건강 등을 지키기 위해 취업을 기피하거나 직장을 이탈할 수 있는 것처럼 외국인근로자도 열악한 환경의 사업장에서 이탈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고시조항은 더럽거나 위험한 작업환경, 높은 노동강도, 사용자의 반복적인 부당한 업무지시 등 외국인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의 합리적인 이유로 삼을만한 것을 거의 포함하지 않고 있으며, 이 사건 고시조항이 사업장 변경 사유로 정하고 있는 근로조건 위반이나 부당한 처우만으로는 청구인들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기에 현저히 부족하다. 아래에서는 이 사건 고시 제4조와 관련하여 근로조건 위반 및 위험한 작업환경 문제를, 이 사건 고시 제5조와 관련하여 사용자의 반복적인 부당한 업무지시 및 요건의 불명확성 문제를 차례로 살펴본다. (2) 이 사건 고시조항 중 제4조 제1호부터 제3호까지 근로조건 위반으로 열거한 사유들을 살펴보면, 그 내용을 임금 체불과 근로시간 감축 또는 변경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그마저 일정 정도를 초과한 위반이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여러 가지 근로조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그 기준이 현저히 자의적이고 그 조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다. 예컨대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에 관해서 연장 근로를 제한하고(제53조), 휴게(제54조) 및 휴일을 보장하며(제55조), 연장ㆍ야간 및 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지급(제56조) 등을 규정하고 있는 한편, 근로계약에 관해서는 위약 예정을 금지하고 있다(제20조). 그러나 외국인근로자는 사용자가 위와 같은 규정을 위반하여 근로조건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더라도 이를 이유로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다. 또한 근로기준법은 임금체불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데 반해(제43조 제2항) 이 사건 고시조항은 체불임금의 비율과 기간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사업장 변경 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 근로기준법과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에 명시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를 경우 근로자로 하여금 즉시 근로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제19조 제1항), 외국인근로자는 근로계약 체결 시 약정한 임금 또는 근로시간이 일정한 비율과 기간을 넘어서 감축 또는 변경되어야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이 설정한 근로조건을 사실상 하향시킬 우려가 있고, 나아가 근로기준법 제6조와 외국인고용법 제22조가 규정한 차별대우금지원칙을 잠탈할 위험이 있다. (3) 이 사건 고시조항이 누락한 사유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위험한 작업환경의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산재사망률은 OECD 국가 평균보다 2배 정도 높아 지속적으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 통계를 살펴보아도 한 해에 약 2천여 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산업재해는 이를 예방하기 위한 투자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다. 2020년 상반기 기준으로 49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의 산재 사망자가 77.8%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특히 사망사고가 많았다. 이처럼 산재 사망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사업장의 업종과 규모는 고용허가제의 대상으로서 외국인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 사업장의 그것과 대체로 일치한다. 실제로 2013년 기준 전체 근로자의 재해율[(재해자수/근로자수)×100]은 0.59인 데 비해 외국인근로자의 재해율은 0.84로 더 높게 나타났다. 외국인근로자가 내국인근로자에 비해 각종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더라도 위험한 유기용제를 다루는 업무를 외국인근로자가 전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2008년 ‘이주 노동자의 건강실태 및 건강관리 방안 연구’에서 외국인근로자는 내국인근로자에 비해 혈중 납 농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 또한 연령·업종·성별 등 비슷한 조건의 외국인근로자와 내국인근로자의 디메틸포름아미드(DMF) 노출 수준을 측정한 결과, 2016년 조사와 2018년 조사에서 모두 외국인근로자가 내국인근로자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유해물질 노출 사업장의 외국인 노동자 건강취약성 평가’). 이 사건 고시조항 중 제4조 제4호는 사용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외국인근로자가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가 그로부터 1개월이 경과하는 시점까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ㆍ보건상의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사업장 변경을 허가하도록 하고 있어,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근무하거나 위에 미치지 못하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근로자가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이탈하여 다른 사업장으로 옮길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은 직장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넘어서 생명과 신체를 위협할 우려마저 있다. (4) 이 사건 고시조항 중 제5조는 사업장 변경 사유가 되는 사용자 등의 부당한 처우를 규정하고 있으나, 그 사유가 지나치게 협소하다. 특히 사용자 등이 외국인근로자에게 신체적ㆍ인격적 위해를 가한 경우를 규정한 제1호부터 제3호까지를 살펴보면, 그 행위태양을 성희롱, 성폭력, 폭행, 상습적 폭언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사용자가 무면허 건설기계 운전을 강요하는 등 외국인근로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사회통념상 근로를 계속하기 어려운 정도의 부당한 업무지시를 반복하는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사용자의 개별적인 부당한 업무지시를 일일이 법률로 규율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우리 법제는 사용자와 달리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을 비교적 자유롭게 해지할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건강하고 합리적인 작업환경에서 일할 환경을 보장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민법 제660조 제1항 및 제661조 참조). 특히 민법은 사용자가 노무자에 대하여 약정하지 아니한 노무의 제공을 요구한 때 노무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제658조 제1항), 이 사건 고시조항은 이러한 경우에도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청구인들은 사용자의 반복적인 부당한 업무지시를 수인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고 있다. (5) 이 사건 고시조항 중 제5조 제1호부터 제4호까지 정한 부당한 처우에는 긴급성이나 계속근로 불가능성과 같이 불명확하면서도 지나치게 엄격한 요건이 부가되어 있다. 특히 사용자의 성희롱, 성폭력, 폭행, 상습적 폭언 등은 피해자인 외국인근로자 외에 다른 목격자가 없는 경우에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데, 한국어 구사능력과 국내법 지식이 부족한 외국인근로자 입장에서 이 사건 고시조항에 해당하는 증거를 수집하고 사유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이처럼 이 사건 고시조항의 불명확성 때문에 부당한 처우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사용자와 외국인근로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그 사유의 입증 역시 쉽지 않으므로,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신청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이 사건 고시는 사업장 변경 사유를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거나 사업장 변경 사유에 준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외국인근로자 권익보호협의회가 사업장 변경을 허용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지만, 사업장 변경 사유에 ‘준하는 사유’가 무엇인지 불명확하여 외국인근로자에게 신뢰할 만한 해결책이 된다고 보기 어렵고, 그 이용률도 저조한 편이다. (6) 고용노동부는 2017년과 2018년에 고용허가를 받아 외국인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 6,197곳에 대한 점검을 통해 모두 12,711건의 불법을 적발하였다. 위반사항으로는 근로기준법 위반이 5,20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외국인고용법 위반(2,309건), 기타법령 위반(1,118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1,106건) 순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11,295건)은 시정지시 조치에 그쳤고, 고용제한 조치가 내려진 경우는 1.7%(218건)에 불과했으며, 고용허가가 취소된 사업장은 한 곳도 없었다. 고용노동부의 지도·점검 실태를 보면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의 노동관계법령 위반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며,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의 필요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관계법 위반이 있더라도 이 사건 고시조항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거나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경우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없고, 사용자에 대한 고용허가취소나 고용제한처분을 기다려 사업장을 변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7) 외국인근로자는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더라도 자유롭게 사업장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직업안정기관의 장이 고용허가를 받은 사용자에게 추천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직장을 소개받게 되므로(외국인고용법 제25조 제3항, 제8조 제3항), 장래 변경될 사업장의 근로조건이나 작업환경이 현재의 사업장보다 반드시 개선되리라고 기대하거나 예측할 수 없다. 사업장 변경 횟수는 제한되어 있으며, 사업장 변경을 하는 경우 성실근로자 재입국 특례 적용이 제한되는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이 사건 고시조항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외국인근로자가 위와 같은 불확실성과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사업장 변경을 원한다는 것은, 현재 사업장의 근로환경이 열악하여 즉시 이탈의 필요성이 높은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음을 추단케 한다. (8) 위와 같은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고시조항이 열거하고 있는 사업장 변경 사유는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외국인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기에 현저히 부족하다. 이 사건 고시조항은 입법재량의 범위를 넘어 명백히 불합리하여 청구인들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재판관 유남석(재판장),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근로자
공직선거법
선거구
외국인
평등권
근로조건
인구편차
인구편차기준
선거구구역표
인구과다
외국인고용법
2021-12-24
헌법사건
헌법재판소 2018헌바524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의3 제4항 등 위헌소원
헌법재판소 결정 【사건】 2018헌바524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의3 제4항 등 위헌소원 【청구인】 이○○, 대리인 변호사 장윤기 【당해사건】 대법원 2018도15169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간등),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년자위계등추행) 【선고일】 2021. 12. 23. 【주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0조 제6항 중 ‘제1항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진술조력인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할 수 있다’ 부분 가운데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0년부터 2011년 사이에 위력으로 13세 미만 미성년자인 피해자를 수차례 추행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대구지방법원에서 2018. 2. 2. 징역 6년 및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40시간을 선고받았다(2016고합520). 한편, 청구인은 위 1심 공판에서 각 영상녹화CD에 수록된 19세 미만인 위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진술에 관하여 증거부동의 하였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법정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각 영상녹화CD에 수록된 위 피해자의 진술을 공소사실에 관한 증거로 채택·조사한 후, 이를 청구인에 대한 유죄 판결의 증거로 사용하였다. 다만, 그 과정에서 위 증거의 원진술자인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 청구인은 위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대구고등법원은 2018. 9. 5. 위 1심 판결과 동일한 범죄사실에 관하여 재차 유죄판결을 선고하되, 관련 법령 개정에 따라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관한 취업제한 기간을 정하기 위하여 1심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징역 6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40시간 및 위 관련기관 등 취업제한 5년을 선고하였다(2018노59). 항소심 법원 역시 1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위 각 영상녹화CD에 수록된 위 피해자의 진술을 유죄 판결의 증거로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증인으로 소환하여 신문하지는 않았다. 다. 청구인은 위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를 제기하였고, 위 상고심 계속 중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의3 제4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 대법원은 2018. 11. 29. 위 상고 및 신청을 모두 기각하였고(2018도15169, 2018초기1107), 이에 청구인은 2018. 12. 2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가.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다투는 것은, 청구인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의 증거로 사용된 각 영상녹화CD에 수록된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이하 ‘미성년 피해자’라 한다)의 진술에 관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 내지 진술조력인’(이하 ‘신뢰관계인 등’이라 한다)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된 경우에도 증거로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의 위헌 여부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당해 사건에 적용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30조 제6항 중 관련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하기로 한다. 나. 청구인은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의3 제4항에 관하여서도 다투고 있으나, 위 조항은 2010. 4. 15. 법률 제10258호 개정으로 삭제되어 당해 사건 재판에 적용되지 않으므로 심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0조 제6항 중 ‘제1항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진술조력인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할 수 있다’ 부분 가운데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주요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고, 나머지 관련조항은 [별지]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0조(영상물의 촬영·보존 등) ⑥ 제1항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피해자나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진술조력인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할 수 있다. [관련조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0조(영상물의 촬영·보존 등) ①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비디오녹화기 등 영상물 녹화장치로 촬영·보존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영상물 녹화는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이를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촬영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가해자가 친권자 중 일방인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제1항에 따른 영상물 녹화는 조사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 및 객관적 정황을 녹화하여야 하고, 녹화가 완료된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원본을 피해자 또는 변호사 앞에서 봉인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여야 한다. ④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해자가 제1항의 녹화장소에 도착한 시각, 녹화를 시작하고 마친 시각, 그 밖에 녹화과정의 진행경과를 확인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조서 또는 별도의 서면에 기록한 후 수사기록에 편철하여야 한다. ⑤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신청하는 경우에는 영상물 촬영과정에서 작성한 조서의 사본을 신청인에게 발급하거나 영상물을 재생하여 시청하게 하여야 한다. ⑦ 누구든지 제1항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을 수사 및 재판의 용도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청구인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인 등의 법정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로 인하여 청구인은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반대신문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였음에도, 법원은 신뢰관계인 등 다른 사람의 진술에 따라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유죄판결의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하였다.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12조 제1항, 제37조 제1항에서 도출되는 피고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인을 신문할 권리, 즉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박탈하는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심판대상조항의 의의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는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 규정한 것 이외에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 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이는 공개된 법정에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에게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척함으로써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고, 직접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를 철저히 하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1항은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내용과 조사 과정을 비디오녹화기 등 영상물 녹화장치로 촬영·보존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리고 심판대상조항은 위 조항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은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인 등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부여되도록 하여, 원진술자인 미성년 피해자의 법정진술 없이도 전문증거인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 진술을 성폭력범죄의 ‘본증’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미성년인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함으로써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것으로, 원진술자의 법정출석을 전제로 하여서만 보장될 수 있는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의미를 갖는다. 한편, 형사소송법은 ‘당연히 증거능력이 있는 서류’를 규정한 제315조와 원진술자의 사망, 질병, 외국거주 등으로 인한 ‘증거능력에 대한 예외’를 규정한 제314조에서도 원진술자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 부여 없이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전자는 공무상 또는 업무상 기계적·반복적으로 작성되거나 고도의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이 있어 굳이 반대신문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후자는 반대신문을 위한 증인 소환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여 반대신문을 할 수 없는 경우라는 점에서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문제되는 전문증거인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이 위와 같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미성년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라는 적극적인 목적을 위하여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 조항들과 구별되는 고유한 헌법적 문제를 야기한다(헌재 2013. 12. 26. 2011헌바108 참조). 나. 제한되는 기본권 (1)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같은 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형사피고인에게 공정하고 신속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속에는 신속하고 공개된 법정의 법관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 즉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에게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의 기회가 부여되는 등 공격·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 이에 더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7조 제4항을 종합하면, 형사피고인은 형사소송절차에서 단순한 처벌대상이 아니라 절차를 형성·유지하는 절차의 당사자로서, 검사에 대하여 ‘무기대등의 원칙’이 보장되는 절차를 향유할 헌법적 권리를 가진다(헌재 2012. 5. 31. 2010헌바403 참조). (2) 헌법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헌법상의 기본권으로까지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은 제161조의2에서 상대 당사자의 반대신문을 전제로 한 교호신문제도를 규정하고 있고, 제310조의2에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아니한 진술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을 부여하지 아니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며, 제312조 제4항, 제5항에서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내지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는 때에 한하여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나 진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에 대하여 반대신문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바, 이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형사소송절차에서 구현하고자 한 것이다(헌재 1998. 9. 30. 97헌바51; 헌재 2013. 12. 26. 2011헌바108 참조). (3)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에 대하여 원진술자의 법정진술 없이도 증거능력이 부여될 수 있도록 정함으로써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헌법 제27조에서 보장하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제한이 헌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다.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신체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하여 형사절차 등에서의 보호 필요성이 큰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서 반복하여 피해경험을 진술하거나 반대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입을 수 있는 심리적·정서적 고통 등과 같은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심판대상조항이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인 등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도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 진술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도록 하여,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법정에서의 조사와 신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미성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는 데 일응 기여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그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헌재 2013. 12. 26. 2011헌바108 참조). (2) 피해의 최소성 (가) 미성년 피해자 보호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조화 필요성 심판대상조항은 성폭력범죄의 미성년 피해자 보호라는 적극적인 목적을 위하여 구체적 사건에서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반대신문의 필요성이나 가능성을 묻지 않고 이에 관하여 일률적으로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그로 인하여 피고인은 반대신문의 기회를 전혀 부여받지 못한 미성년 피해자 진술을 근거로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위험에 놓이게 된다. 물론, 미성년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하는 것은 성폭력범죄에 관한 형사절차를 형성함에 있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역시 헌법상 보장되어야 하며, 미성년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과 피고인에게 적정한 방어권을 보장하는 것이 상호 모순적이거나 양립불가능한 관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형사절차에서 미성년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규정을 마련함에 있어서는, 피고인에게 공격·방어 방법을 적절히 보장하면서도 미성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조화적인 방법을 강구할 때에만 비로소 기본권 제한입법에 요구되는 피해의 최소성 요건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다(헌재 2013. 12. 26. 2011헌바108 중 반대의견 참조). (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반대신문권 보장의 의의 자기에게 불리하게 진술한 증인에 대하여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는 절차적 권리의 보장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인 내용을 이루는 것이다. 이처럼 반대신문권의 보장이 강조되는 것은, 전문증거의 내용이 되는 ‘진술증거’는 불완전한 인간의 지각과 기억에 기초한 것일 뿐 아니라 그 표현과 전달에 잘못이 있을 수 있고 신문자의 신문방식에 의해서도 진술자의 원래 의사나 기억과 다른 내용이 전달될 가능성이 커서 본질적으로 오류가 개입할 가능성이 큰 증거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반대신문에 의한 검증의 기회가 배제된 전문증거는 실체적 진실발견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같은 이유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증거를 배제할 때보다 질문을 배제하는 경우에 더욱 손상되기 쉬워지는 것이다. 나아가, 절차적 정의의 측면에서도, 피고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원진술자를 반대신문할 기회를 가질 경우, 이는 피고인이 단순한 형사절차의 객체로 취급되지 아니하고 재판에 대한 형성과 참여를 보장받게 된다는 점에서, 그 불리한 진술을 기초로 한 형사처벌을 수용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헌재 2013. 12. 26. 2011헌바108 중 반대의견 참조). (다)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피고인의 방어권 제한의 중대성 1) 성폭력범죄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범죄의 특성상 범죄를 경험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하거나 가장 유력한 증거인 경우가 적지 않고, 이를 탄핵할 수 있는 별개의 독립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 진술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행사를 대체하거나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을 경우, 피고인은 핵심적인 진술증거에 대하여 제대로 탄핵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할 위험에 놓이게 된다. 2) 심판대상조항은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하며, 그 대상이 되는 증거방법을 촬영 당시의 상황을 재현할 수 있는 ‘영상물’로 한정하고,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인 등에 대한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는 등 위 예외가 적용되는 경우를 일정하게 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본 진술증거에 대한 반대신문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다음에서 살피는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에서 예정한 방법들은 반대신문권을 대신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을 적정히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뚜렷한 한계를 가진다. 가) 예외가 인정되는 증거방법을 영상물로 한정하는 것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 진술은, 범죄 현장, 범행 과정이 그대로 촬영된 영상증거가 아니라, 사후적인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 피고인 또는 그 변호인의 참여 없이’, 수사기관 등의 질문에 대하여 미성년 피해자가 자신의 기억에 따라 답변하는 내용을 녹화한 ‘진술증거’이다. 위와 같은 형성과정상의 한계와 ‘진술증거’가 내포하는 오류 가능성, 영상물이 가지는 기계적·시각적 재현이라는 특성이 왜곡 가능성을 은폐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영상물이 반대신문에 의한 검증과 탄핵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증거방법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형사소송법은 원칙적으로 영상물의 용도를 참고인에 대한 진술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하거나 참고인 등의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을 뿐, 이를 공소사실의 입증을 위한 본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한 것이다(제312조 제4항, 제318조의2 제2항 참조). 물론, 영상물이 ‘조사 과정’에서 나타나는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진술 태도 자체를 보존하고 재생하여 보여 줄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기능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그 조사 과정은 수사기관이 원하는 질문을 하면서 피해자의 진술을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은바, 이를 다투는 피고인의 관점에서 사건을 구성할 수 있는 질문이나 답변이 녹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진술의 신빙성 판단을 위해서는 피해자 인식의 불명확성, 기억의 오류나 왜곡을 지적하는 탄핵적 질문에 대한 답변과정에서 나타나는 태도증거가 유의미할 수 있는데,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영상물증거는 그 형성과정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내용을 충분히 담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영상물 증거의 내용을 아동진술전문가나 심리학자 등으로 하여금 과학적 기법에 의하여 분석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증거가 제공하는 제한적인 정보로 인하여 반대신문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나) 신뢰관계인 등에 대한 반대신문권 보장의 한계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 진술의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조사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인 등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어야 하므로, 피고인은 위 진술을 위해 법정에 출석한 신뢰관계인 등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미성년 피해자와 동석한 신뢰관계인 등은 탄핵 또는 검증의 대상이 되는 진술의 원진술자가 아닐 뿐 아니라 그 신뢰관계인 등이 사건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람도 아니므로, 신뢰관계인 등에 대한 증인신문은 영상물의 원진술자인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반대신문을 대체하는 수단으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3) 한편, 심판대상조항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여전히 미성년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청할 수 있고, 법원이 피고인의 방어권과 미성년 피해자 보호의 이익을 형량하고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위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미성년 피해자를 증인으로 채택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언제나 피고인이 미성년 피해자를 반대신문하지 못하는 결과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피고인의 증인신청이 반드시 받아들여진다거나 이미 자신의 진술에 증거능력을 부여받은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 반드시 출석하리라는 보장이 없으므로, 피고인은 여전히 자신이 탄핵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여 유죄를 선고받을 수 있는 위험에 놓이게 된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인 내용으로서 반대신문권의 보장은, 반대신문을 기대할 수 있는 단순한 가능성의 부여가 아니라 반대신문을 위한 충분하고도 적절한 기회의 부여를 의미하는 것이며, 여기에는 그 행사의 전제가 되는 원진술자의 법정 출석이 제도적으로 보장될 것이 전제되는 것이다. 즉, 법원의 재량에 의하여 비로소 부여되는 권리는 ‘보장’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헌재 2013. 12. 26. 2011헌바108 중 반대의견 참조).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더라도, 법관은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여야 하며, 범죄사실을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해야 할 책임은 여전히 검사에게 있으므로, 위 진술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해서 곧바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증거로서의 자격을 갖추었는지 여부와 피고인에게 그 증거의 신빙성을 탄핵할 기회가 있는지 또는 그 증거의 증명력이 인정되어 유죄의 근거로 사용되는 결과에 이르렀는지 여부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 할 것이다. 따라서 후자의 기회가 남아 있다는 것이 전자에서 보장되어야 할 방어권인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4) 미성년인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보호가 어느 나라에서나 예외 없는 중대한 관심사이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제도를 마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과 같은 여러 주요 국가 가운데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수사 및 공판단계를 통틀어 원진술자에 대한 반대신문 기회의 보장 없이 신뢰관계인 등에 대한 반대신문 기회만으로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 진술의 증거능력을 일률적으로 인정하는 입법례는 찾아보기 어려운바, 이 역시 피고인의 여러 방어권 중 반대신문권의 보장이 갖는 중요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5) 위에서 본 사정을 종합할 때, 성폭력범죄의 특성상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 진술이 사건의 핵심 증거일 경우가 적지 않고, 이러한 진술증거에 대한 탄핵의 필요성이 여전히 인정됨에도 심판대상조항은 그러한 주요 증거의 왜곡이나 오류를 탄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인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대체할 만한 수단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 그 결과 피고인은 사건의 핵심적인 진술증거에 관하여 충분히 탄핵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되므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피고인의 방어권 제한의 정도는 매우 중대하다고 할 것이다. (라) 미성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화적인 대안의 존재 1)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미성년 피해자 보호를 위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행사 자체를 배제하는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에서 보는 것처럼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도 미성년 피해자의 반복진술과 반대신문을 포함한 증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조화적인 방법을 상정할 수 있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2) 우선, 미성년 피해자는 증언과정에서 고통스러운 범죄 경험에 대한 반복적 회상과 진술로 인하여 2차 피해를 받을 수 있는데, 성폭력범죄 사건 수사의 초기단계에서부터 증거보전절차를 적극적으로 실시함으로써 피고인에게 반대신문 기회를 부여하면서도 미성년 피해자의 반복진술로 인한 2차 피해를 적절히 방지할 수 있다. 가) 형사소송법은, 검사, 피고인, 피의자 또는 변호인은 미리 증거를 보전하지 아니하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제1회 공판기일 전이라도 판사에게 증인신문 등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제184조 제1항). 그리고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경우 공판절차에서 뒤늦게 이루어지는 증인신문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하여, 성폭력처벌법 등은 추후 공판기일에서의 증언이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는 미성년 피해자 등이 사건 초기 1회 또는 최소한의 진술만으로 범죄규명에 필요한 진술을 적법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증거보전의 특례를 두고 있다. 즉, 성폭력처벌법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 또는 경찰은 피해자가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증언하는 것에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사유를 소명하여 성폭력처벌법 제30조에 따라 촬영된 영상물 또는 그 밖의 다른 증거에 대하여 해당 성폭력범죄를 수사하는 검사에게 형사소송법 제184조 제1항에 따른 증거보전의 청구를 할 것을 요청할 수 있고, 이 경우 피해자가 16세 미만인 경우 등에는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증언하는 것에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여(제41조 제1항), 성폭력범죄 사건에 있어 형사소송법상 증거보전의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은 재판예규로 ‘성폭력범죄 등 사건의 심리·재판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예규(재형 2013-2)’를 마련하여, 검사로부터 19세 미만의 성폭력범죄 피해자 등을 증인으로 하는 증거보전의 청구가 있을 경우 원칙적으로 그 증인을 신문하도록 정하고 있다(제3조 제1항). 나) 미성년 피해자에 대하여 증거보전절차를 적극적으로 청구·실시할 경우, 미성년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사실과 피의자(피고인) 측의 반대신문 등에 관하여 사건 초기에 ‘증언’함으로써 법원의 판단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피의자 내지 피고인 역시 자신의 반대신문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미성년 피해자는 공판단계에서 증거능력이나 피고인의 탄핵에 대한 답변 등을 위해 갑작스레 증인으로 소환되어 반복진술해야 하는 불필요한 위험을 피할 수 있고, 수사단계에서도 피의자(피고인)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하여 자칫 반복적인 조사를 받게 되는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 한편, 증거보전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는 법원 또는 재판장과 동일한 권한이 있으므로(형사소송법 제184조 제2항), 공소 제기 후 수소법원이 행하는 증인신문에 관한 규정이 증거보전절차에도 준용되고, 아래 3)항에서 살피는 성폭력범죄 사건에서 증인 보호를 위하여 마련한 조치 역시 동일하게 지켜져야 할 것이다. 또한, 증거보전 담당 판사는 검사 또는 피고인, 피의자, 변호인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증인신문과정을 영상녹화장치를 사용하여 녹화하도록 명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1항), 그 결과인 영상녹화물은 소송기록에 첨부하거나 전자적 형태로 보관하여 조서의 일부로 할 수 있는바(형사소송규칙 제29조 제1항), 본안 재판부는 이 영상을 통해 피해자 증언 과정, 개별 답변의 뉘앙스, 태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3) 앞서 살핀 반복진술로 인한 고통 외에, 미성년 피해자가 증언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2차 피해로는, ① 공개된 법정에서 증언하게 됨으로써 피해자의 신상정보나 사생활에 관한 사항이 노출될 위험, ② 공식적이고 권위적으로 설계된 법정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와 법정에서 피고인을 대면하게 됨으로 인한 충격, ③ 방어력이 취약한 미성년 피해자가 재판과정의 날선 공방에 노출되고 반대신문 등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받게 됨으로써 입을 수 있는 심리적, 정서적 고통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입법자는 다음에서 살피는 바와 같이 미성년 피해자가 증언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고려하여, 피고인의 반대신문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이러한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여러 조화적인 제도들을 마련하고 있다. 가) 신상정보나 사생활 노출 위험 방지 수단 성폭력처벌법은 공개 법정에서의 증언으로 인한 피해자의 신상정보 노출 위험을 방지하고 피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성폭력범죄에 대한 심리를 결정으로써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하고, 증인으로 소환받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와 그 가족은 증인신문의 비공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31조 제1항, 제2항). 또한, 재판에 관여하는 공무원이나 진술조력인 등은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사진, 사생활에 관한 비밀 등을 공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되고, 그 외 누구든지 피해자의 인적사항, 사진 등을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신문 등 인쇄물에 싣거나 방송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방송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38조 제2항). 그리고 이 같은 의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을 하도록 하여 피해자의 신상정보 공개나 사생활 비밀 누설로 인한 피해를 차단하기 위한 엄격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성폭력처벌법 제50조 제2항). 나) 법정 환경 및 피고인 대면 등으로 인한 충격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 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피해자 등의 신청에 따라 피고인을 퇴정시키고 증언하도록 할 수 있다(성폭력처벌법 제23조,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11조 제5항, 제6항). 아울러, 증인으로 법원에 출석하는 피해자가 재판 전후에 피고인이나 그 가족과 마주치지 아니하도록 하고,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증인지원시설을 법원 내에 설치하여야 하며, 증인지원관을 두어 재판의 진행절차 등을 안내하고, 증인신문 전후 증인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상담을 하도록 하고 있다(성폭력처벌법 제32조, 성폭력범죄 등 사건의 심리·재판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칙 제15조 제1항). 나아가, 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제3조 내지 제15조에서 정한 범죄의 피해자 등 일정한 경우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중계시설 등을 통하여 신문하도록 할 수 있다(성폭력처벌법 제40조, 형사소송법 제165조의2). 비디오 등 중계장치를 이용한 증인신문의 경우, 피해자가 법정 외에 마련된 증언실에 출석하여 증언하게 되므로 나이 어린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함에 따른 스트레스를 경험하지 않게 되고, 피해자가 피고인과 직접 대면할 필요도 없게 된다. 중계장치를 통하여 증인이 피고인을 대면하거나 피고인이 증인을 대면하는 것이 증인의 보호를 위하여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재판장은 검사,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증인 또는 피고인이 상대방을 영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장치의 작동을 중지시킬 수 있다(형사소송규칙 제84조의9 제2항 등 참조). 그리고 증인은 비디오 등 중계장치 등에 의한 증언을 하는 동안 담요, 장난감, 인형 등 자신이 선택하는 물품을 소지할 수도 있다(형사소송규칙 제84조의8 제2항). 다) 피해자가 반대신문 과정 등에서 받을 수 있는 고통을 줄이기 위한 수단 성폭력처벌법 등은 피해자가 증언과정에서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도록 일정한 요건 하에 피해자와 부모, 가족 등 신뢰관계 있는 사람을 동석하게 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며(성폭력처벌법 제34조 제1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8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163조의2),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아동인 경우 진술조력인에 의해 의사소통 등에 관한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성폭력처벌법 제37조). 진술조력인은 정신건강의학, 심리학, 사회복지학, 교육학 등 아동·장애인의 심리나 의사소통 관련 전문지식이 있거나 관련 분야에서 상당 기간 종사한 사람으로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교육을 이수한 사람 중에서 선정되며, 중립적인 지위에서 아동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에 참여하여 그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을 중개 또는 보조하게 된다(성폭력처벌법 제35조 제1항, 제2항, 제38조 제1항). 또한, 성폭력범죄 피해자는 형사절차상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적 조력을 보장받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검사는 국선변호사를 선정하여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성폭력처벌법 제27조 제1항, 제6항). 나아가, 반대신문 과정에서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서 증인인 미성년 피해자를 위협하고 괴롭히거나 인격적으로 모욕하고 명예를 해하는 신문은 허용되지 않는다(형사소송규칙 제74조 제2항 제1호, 제77조 제2항 단서). 이와 같은 법적 제한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재판과정에서 위와 같은 무분별한 질문을 내용으로 하는 반대신문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면 주신문 후 반대신문 진행에 앞서 신문사항을 제출하도록 하고 소송참여자인 검사, 변호인, 진술조력인 등의 의견을 들어 미성년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를 제한하거나 수정하여 질문하게 하는 등으로 재판장의 소송지휘권 행사를 통해 증인을 보호할 수 있다. 이를 강제하거나 일률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근거가 필요하다면 피고인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를 보장하면서 증인인 미성년 피해자가 불필요하게 경험할 수 있는 심리적, 정신적 고통을 차단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수단을 보완할 수도 있다. 4) 끝으로, 반대신문권의 보장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하여 ‘가치 있는 증거’를 얻고 재판결과에 대한 승복의 기초가 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 그 의의가 있는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처럼 피고인의 원진술자에 대한 반대신문권 행사 자체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미성년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은 그 재판결과를 피고인에게 설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피해자 본인을 위한 것일 수도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배제로 인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심판대상조항에 안주하기보다는, 가급적 수사 초기에 피고인 측의 참여가 보장된 증거보전절차에서 진술증거를 확보함으로써 반복진술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증인신문과정에서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증인신문제도 등 미성년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각종 증인보호제도를 적극 활용하며, 나아가 그 과정에서 법원·수사기관 등 담당기관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피고인은 물론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공백 없는 보호를 위해서도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마) 소결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할 때,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도 미성년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화적인 방법을 상정할 수 있음에도, 영상물의 원진술자인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실질적으로 배제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심판대상조항은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3) 법익의 균형성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겪게 되는 심각한 피해를 고려할 때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인에 비하여 취약할 수 있는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서 반복진술하는 것을 최소화함으로써 2차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한 공익에 해당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형사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역시 헌법적으로 포기할 수 없는 중대한 가치라 할 것이므로, 피해자의 보호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은 최대한 조화적으로 도모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형사절차에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행사는 피해자의 진술을 효율적으로 탄핵할 수 있는 핵심적인 방어수단이고, 성폭력범죄 사건의 특성상 피해자의 진술이 가장 결정적인 증거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 반대신문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피고인의 방어권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 그에 비하여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도 미성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과 제도들이 다수 존재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그로 인하여 제한되는 피고인의 사익보다 우월하다거나 중요하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 (4) 소결론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이미선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이미선의 반대의견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므로, 다음과 같이 의견을 남긴다. 가. 제한되는 기본권 (1)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같은 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공정하고 신속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헌재 2012. 7. 26. 2010헌바62 참조). 다만 재판청구권의 실현은 법원의 조직과 절차에 관한 입법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입법자에 의한 재판청구권의 구체적 형성은 불가피하다(헌재 2002. 10. 31. 2001헌바40 참조). (2)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는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 규정한 것 이외에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 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실인정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경험자 자신이 직접 법원에 진술하지 않고 타인의 진술이나 서류 등의 형태에 의하여 간접적으로 보고하는 ‘전문증거’(傳聞證據, hearsay evidence)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전문법칙(傳聞法則)을 규정한 것으로, 피고인의 반대신문기회를 보장하고, 직접심리주의에서 공판중심주의를 철저히 함으로써,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헌재 1994. 4. 28. 93헌바26; 헌재 2005. 12. 22. 2004헌바45 참조). 그러나 예외없이 전문법칙을 관철하려는 경우,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할 수 없는 자의 진술을 기다리다가 재판의 지연을 초래하여 신속한 재판이 저해될 수 있다. 또한 증명력 있는 증거들을 이용하지 못하여 실체적 진실발견이 저해됨에 따라 재판의 최대과제인 공정한 재판과 사법정의실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즉 헌법상 요구되는 신속한 재판의 내실화 및 실체적 진실을 통한 공정한 재판의 실현과 긴장 내지 괴리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소송경제와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하여, 전문증거도 일정한 제한 하에 증거능력을 예외적으로 부여할 필요가 있다(헌재 1994. 4. 28. 93헌바26 참조). 형사소송법은 전문증거라고 하더라도 신용성이 보장되어 있거나 특별히 필요하다고 평가되는 경우 등에는 소송경제와 실체적 진실발견 등의 관점에서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311조 내지 제316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 역시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것으로서,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1항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은 미성년 피해자뿐 아니라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인 등에 의한 성립인정의 진술만으로도 증거능력이 부여되도록 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원진술자의 사망, 질병, 외국거주 등으로 인한 ‘증거능력에 대한 예외’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14조나 일정한 공문서 등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형사소송법 제315조와 형식적으로 구분되는 요건 하에서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래 나.항에서 구체적으로 살피는 것과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미성년 피해자의 증언 시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심각한 심리적·정서적 충격이나 그로 인한 후유 장애를 입을 개연성이 있는 등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진술할 수 없는 예외적인 사유가 인정될 수 있다는 점 및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촬영된 영상물에 수록된 진술의 신용할 만한 정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점에서 형사소송법상 인정되고 있는 전문법칙의 예외와 궤를 같이 한다. (3)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은 적법절차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1항, 재판청구권 및 신속한 공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규정한 헌법 제27조 제1항, 제3항,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27조 제4항에 근거하여 형사소송절차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구현한 것이고(헌재 2010. 11. 25. 2009헌바57; 헌재 2016. 12. 29. 2015헌바221 참조), 전문법칙의 중요한 근거가 되나 그 자체가 제한이 불가능한 절대적 기본권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피고인은 형사소송절차에서 단순한 처벌대상이 아니라 절차를 형성·유지하는 절차의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향유하고, 검사에 대하여 무기대등의 원칙이 보장되는 절차를 향유할 헌법적 권리를 갖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공정한 재판절차를 어떠한 내용으로 구체화 할 것인가의 문제는 우선적으로 입법자의 과제이다 (헌재 1996. 12. 26. 94헌바1 참조). 또한 그 결과 형성된 형사피고인에게 유리한 모든 절차적 권리에 대한 수정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입법자는 형사소송절차를 규율함에 있어서 형사피고인인 국민을 단순한 처벌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 헌법적으로 포기할 수 없는 요소를 무시하거나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되는 내용의 절차를 형성하지 아니하는 한, 여전히 재판절차를 합리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입법형성권을 가진다(헌재 1998. 12. 24. 94헌바46; 헌재 2010. 11. 25. 2009헌바57 참조). (4) 심판대상조항은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구현하는 전문법칙에 대한 예외를 규정한 조항으로서, 헌법 제27조가 정한 재판청구권, 그중에서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므로 그 제한이 헌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나. 판단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형법이 형벌권의 발생요건을 규정하는 법률이라면, 형사소송법은 형벌권을 실현하기 위한 절차를 규정한 법률이다. 국가형벌권의 실현은 결과적으로 범죄자의 기본권 제한을 예정하므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이 중요하다. 그러나 국가형벌권 행사의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이를 통한 국민의 기본권 보호 역시 중요하다. 이러한 형사소송의 지도적 이념들은 때에 따라 충돌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여 사법정의를 실현한다. 다만 종래 형사소송절차의 형성과 관련해서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피고인의 권리 보장이라는 목적에 가려져, 피해자의 지위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다. 피고인이 형사절차에서 소송의 주체로서 역할하는 것과 달리 피해자는 단순한 소송의 객체로서 심리의 대상이 되었다. 헌법에는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이 보장되고(헌법 제27조 제5항), 타인의 범죄행위로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를 입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구조가 인정되고 있으나(헌법 제30조), 피해자가 사법절차에서 새로운 위험에 노출되는 현상에 대한 대응은 최근에 들어서야 비로소 주목받고 있다. 국가형벌권 행사의 목적을 고려한다면, 형사소송절차에서 피해자 보호는 경시되어서는 안 될 가치이다. 성폭력처벌법은 성폭력범죄자의 처벌에 관한 형사법적 규율 이외에 피해자의 보호를 위한 수사 및 재판절차에 관한 형사소송법적 규율을 포함하고 있는데, 수사기관이 미성년 피해자를 조사하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에 대해, 원진술자인 미성년 피해자가 아닌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인 등의 성립인정 진술만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도록 증거능력의 특례를 규정한 심판대상조항은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 진술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심리적·정서적 충격 등 새로운 추가피해(이하 ‘2차 피해’라 한다)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원진술자인 미성년 피해자의 법정 진술 없이도 전문증거인 영상녹화물을 일정한 요건 하에 성폭력범죄의 본증으로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미성년 피해자의 법정에서의 조사와 신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므로,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2) 피해최소성 및 법익균형성 (가) 2019년을 기준으로, 지난 10년 동안 아동과 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는 14.3% 증가하였으며, 상대적으로 13세 미만 연령층 대상 성폭력범죄 증가폭은 더 크다.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성폭력범죄는 주거지나 노상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13세 미만의 경우 주거지 37.7%, 노상 17.5%, 청소년의 경우 주거지 24.4%, 노상 14.1%), 범죄의 30% 이상은 친족, 이웃, 지인, 친구 등 피해자와 일정한 관계가 있는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며, 특히 13세 미만 피해자의 경우 친족 등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가해자인 비율이 높다. 성폭력범죄의 파괴적 영향 및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범죄의 특성으로 인하여 미성년 피해자의 상당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나 후유 장애를 겪고, 각종 사회부적응 현상을 겪는 등 범죄행위로 인한 피해의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성폭력범죄의 경우, 범행 당시 특별한 물적 증거가 남지 않거나 목격자가 없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중요한 사건이 다수여서,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는 때에는 피해자의 법정 증언 시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격렬한 탄핵이 이루어지게 된다. 피고인의 반대신문은 법관이 피해자의 진술태도를 눈으로 보는 가운데 주신문 속에 숨어 있거나 은폐된 정황과 동기를 이끌어낼 수 있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유력한 수단이 되지만, 법정에서 성폭력 피해를 복기하고 격렬한 탄핵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범죄행위만큼이나 피해자에게 강한 정신적 충격과 모멸감을 줄 수 있다. 특히 피해자 진술의 약점을 지적하여야 할 반대신문이 피해자에 대한 공격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예컨대 피해자의 성품이나 평소 행동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경우에는 반대신문에 기대하는 기능과 달리 피해자에게 수치심, 곤혹, 공포 기타 심리적 압박과 정신적 고통 등 2차 피해만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법원은 당해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신문 또는 진술이 이루어지거나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 또는 공포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하고(성폭력범죄 등 사건의 심리·재판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칙 제2조 제2항), 반대신문권의 남용은 법관의 소송상 신문지휘권을 통해 억제될 수 있지만, 위협적이고 모욕적인 신문의 금지 등 추상적 제한(형사소송규칙 제74조 제2항) 외에는 규범적으로 신문사항에 대한 구체적 제한이 없고, 반대신문사항의 경우 사전에 미리 제출을 명할 법률적 근거가 없어 질문이 진행되는 짧은 순간에 즉시 판단하여 제한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반대신문의 제한에 관한 실무례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미성년 피해자의 경우는 연령에 따라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발달 및 진술 특성에 따라 성년 피해자에 비하여 법정 진술로 인하여 2차 피해를 입을 우려는 훨씬 큰 반면, 실체진실의 발견에 대한 기여는 적을 수 있다. 아동·청소년의 경우, 기억과 인지능력의 한계로 말미암아 유도신문과 암시적 질문 등 부적절한 신문방법에 의하여 그 기억과 진술이 왜곡될 가능성이 성인에 비하여 크고, 질문의 사회적·법적 의미를 이해하여 이를 표현해 내는 능력 또한 성인에 비하여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동의 특성이나 성폭력범죄에 관한 전문성이 없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 의하여 진술의 일부 부정확함이나 세부적 사항의 일관성에 대한 집요하고 날선 공격이 이루어질 경우, 실체적 진실 발견과 무관하게 미성년 피해자에게 심리적·정신적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피고인과 미성년 피해자가 가까운 관계에 있는 많은 사안의 경우, 미성년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이나 주변인의 계속되는 회유와 압박 등으로 인하여 법정에서 진술하는 미성년 피해자가 추가 피해를 입을 위험성이 더 크다. 한편, 성폭력처벌법은 수사 및 재판절차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심리를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제31조), 각급 법원에 피해자가 재판 전후에 피고인 등과 마주치지 아니하고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증인지원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며(제32조), 증인신문 시 신뢰관계인을 동석하게 하고(제34조), 진술조력인이 증인신문에 참여하여 중개하거나 보조하게 할 수 있도록 하며(제37조),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중계를 통한 신문이 가능하도록 하는(제40조) 등의 규정들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제도들은 가해자와의 직접적인 대면으로 인한 미성년 피해자의 충격과 공포감을 완화시키는 데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는 모두 미성년 피해자의 증언을 전제로 한 것이다.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증인의 진술이 거짓임을 탄핵하는 것을 본질적인 목적으로 하는 반대신문의 거친 공격 앞에 미성년 피해자를 노출하는 위험은 피할 수 없고, 이를 통해 미성년 피해자가 과거의 끔찍한 피해경험에 대한 반복적인 회상을 강요받게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으므로 미성년 피해자에게 발생하는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를 종합하면, 성폭력범죄의 미성년 피해자는 증언 시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심각한 심리적·정서적 충격이나 그로 인한 후유 장애를 입을 개연성이 있으므로 미성년 피해자의 법정 증언을 일정한 요건 하에 최소화하는 등 미성년 피해자를 사법절차의 남용으로부터 특별히 보호할 필요성과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정책적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나) 성폭력처벌법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19세 미만인 경우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영상물 녹화장치로 촬영·보존하고(제30조 제1항), 영상물 녹화는 조사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 및 객관적 정황을 녹화하도록 하며(제30조 제3항), 피해자가 녹화장소에 도착한 시각, 녹화를 시작하고 마친 시각, 그 밖에 녹화과정의 진행경과를 확인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조서 또는 별도의 서면에 기록한 후 수사기록에 편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0조 제4항). 심판대상조항은 위 규정에 따라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 내용 및 조사 과정이 적법하게 촬영·보존된 영상물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경우에 한하여 원진술자의 법정진술 없이도 그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도록 한다. 즉,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전문법칙의 예외가 인정되는 것은 일반적인 진술조서나 진술서가 아닌 진술의 전체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물에 수록된 진술에 한정된다. 이러한 영상물은 진술이 이루어지는 당시의 시각적 장면과 음성을 기술적으로 거의 완전하게 재생할 수 있고, 진술의 취득과정 전체와 이른바 ‘태도증거’에 해당하는 진술자의 표정, 어조, 진술태도 및 언어의 미묘한 차이 등을 실제 눈앞에서 보는 것과 같이 드러낸다. 이를 통해 법원 및 피고인 등은 질문자의 부적절한 암시나 잘못된 정보제공·반복적인 질문을 통한 유도신문, 진술의 강요나 회유 등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법원은 정신건강의학과의사, 심리학자, 사회복지학자, 그 밖의 관련 전문가로부터 피해자의 정신·심리 상태에 대한 진단 소견 및 피해자의 진술 내용에 관한 의견을 조회할 수 있다(성폭력처벌법 제33조 제1항). 전문심리위원은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 진술을 확인하거나 피해자를 직접 면담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 진술을 지득하여 그 신빙성을 전문적·과학적으로 검토하여 의견을 제출하고, 이는 반대신문과 유사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즉,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은 사건 내지 수사 초기의 생생한 기억 속에서 이루어진 진술로서, 녹화·보존의 방법 및 영상물이 갖는 증거방법의 특성상, 진술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적고 진술내용의 임의성에 대한 판단이 용이하여 신용성이 정황적으로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다른 증거방법에 의한 통상의 전문증거에 비하여 반대신문에 의한 검증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미성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필요한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 심판대상조항은 전문법칙을 분별없이 적용하여 일률적으로 원진술자인 미성년 피해자를 법정에 출석시켜 진술하도록 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피고인의 형사소송절차상 권리의 보장과 성폭력범죄 미성년 피해자의 보호 사이의 조화를 도모한 규정일 뿐, 피고인의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반대신문을 전적으로 금지하거나 피고인을 단순한 처벌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규정이 아니다.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영상물에 수록된 진술의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조사 과정에 동석한 신뢰관계인 등이 성립인정에 관한 진술을 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원진술자인 미성년 피해자가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는 경우에도 피고인은 그 신뢰관계인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하여 영상녹화 당시의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 태도, 진술의 경위와 내용, 왜곡 가능성 등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 진술의 증거능력 및 증명력 판단에 필요한 사정들을 1차적으로 탄핵할 수 있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 진술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의 참여 없이 수사기관에 의하여 작성된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이라는 한계 내에서만 증거능력을 갖는다. 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을 포함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미성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게 된다. 그로 인하여, 심판대상조항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미성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나 구체성, 사건의 내용 등을 통한 심증의 형성 가부, 피고인 주장의 합리성이나 구체성을 비롯한 반대신문의 필요성, 그 밖에 피해자의 연령과 출석의지 등 실체적 진실발견과 미성년 피해자의 보호를 포함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고 관련된 이익을 비교하여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형사소송법 제294조, 제295조에 따라 원진술자인 미성년 피해자를 피고인 및 변호인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증인으로 소환하여 신문할 수 있다. 이 경우 피고인 및 그 변호인은 형사소송법 제161조의2, 제163조에 따라 증인신문에의 참여권과 반대신문권 등을 보장받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위와 같이 피해자에 대한 신문 필요성이 인정되어 법원이 증인채택결정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하지 아니하여 반대신문권이 행사되지 못하였다면, 법관은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 판단에서 그러한 사정을 적절히 고려할 수 있으며, 그 결과 미성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이 부인될 수도 있다. 범죄사실을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해야 할 책임은 여전히 검사에게 있고,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해서 곧바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라) 증거조사는 공판정에서 수소법원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것이 원칙이나, 공판정에서 정상적인 증거조사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서는 증거방법의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경우에는 검사, 피고인, 피의자 또는 변호인의 청구에 의하여 제1회 공판기일 전에 판사가 증거조사 또는 증인신문을 하여 증거를 보전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184조). 한편 성폭력범죄에 있어서는 피해자가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증언하는 것에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을 때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 경찰의 요청에 따른 검사의 청구로 증거보전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피해자가 16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증언하는 것에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본다(성폭력처벌법 제41조). 일반적으로 증거보전절차는, 수사단계에서 수사기관인 검사에게 증거를 수집·보전하기 위하여 여러 강제처분의 권한이 인정되는 반면, 피의자나 피고인에게는 유리한 증거를 수집·보전할 길이 제한됨에 따라 수사절차를 소송구조화하여 당사자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로 설명된다. 반면, 성폭력처벌법상 증거보전의 특례는 증거보전청구 신청권을 피해자 측에 부여한다는 점에서 피해자 보호 내지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 보장을 위한 제도로 설계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성폭력범죄의 미성년 피해자에 대하여 증거보전절차에 의한 증인신문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경우, 미성년 피해자는 형사절차에서 반복하여 피해경험을 진술함에 따른 심리적·정서적 고통을 조기(早期)에 덜게 되는 측면이 있으나, 이 경우에도 최소한 수사기관의 조사에 따른 진술 이후에 다시 법정에 출석하여 진술할 수밖에 없으므로, 반복진술로 인한 2차 피해를 줄이는 효과가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보장 여부는 실질적으로 피고인이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에 관하여 증거부동의를 하는 경우에 문제되는 것인데, 증거보전절차를 확대 적용할 경우 사건 초기에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반대신문에 미성년 피해자를 일률적으로 노출시켜 미성년 피해자에 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증거보전절차에서도 교호신문제도에 의하는 증인신문 방식은 공판절차와 다르지 않으므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주신문에 따른 피해자의 증언을 탄핵하는 것을 본질적 목적으로 하고, 원칙적으로 유도신문이 허용되는 반대신문의 속성(형사소송규칙 제76조 참조)에서 비롯되는 2차 피해를 방지하지는 못한다.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에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도록 한 것은, 공판절차 또는 증거보전절차의 증인신문에서 성폭력처벌법상 피해자 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가 활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제도만으로는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의 방지가 불충분하였다는 현실 인식에 기초한 것인데,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을 가볍게 여기기는 어렵다. 따라서 미성년 피해자의 증인신문을 위한 증거보전절차의 활용을 심판대상조항과 동일한 정도로 그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대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마) 심판대상조항은 그 적용대상을 19세 미만의 성폭력범죄 피해자로 함으로써 미성년이기만 하면 연령이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모두 보호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소아의 시기를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청소년 역시 심리적·정서적으로 아직 미성숙하고,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있어 성폭력범죄 및 그에 따른 2차 피해로 인해 보다 장기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으며, 이는 신체적 측면에서 성년에 가까운 일부 청소년의 경우에도 예외일 수 없다. 더욱이 이 연령대의 청소년이 대부분 학령기에 있으므로, 성폭력피해 후 반복적인 사법절차에의 관여는 학업에 대한 부적응, 또래들 사이의 부정적인 소문의 확산 등으로 인해 그 피해가 증폭될 위험이 있다. 심판대상조항과 같은 증거능력 특례의 적용범위는 관련 법률의 수차 개정으로 13세 미만의 피해자에서부터 16세 미만의 피해자로 확대되었다가 미성년 피해자를 모두 포함하게 되었다. 이는 성폭력범죄로부터 기존 법률로 포섭되지 않던 연령의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경험적으로 강하게 대두된 데 따른 입법적 결단이라고 볼 수 있다. 개별 피해자별로 능력을 평가하여 증거능력 특례를 적용할 수 있는 적합한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고 그러한 과정 자체가 피해자에게 또 다른 반복 진술의 고통을 가져올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해 볼 때, 심판대상조항이 미성년 피해자 모두를 보호대상으로 한 것이 그 적용 범위를 부당하게 확대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바)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심판대상조항이 성폭력범죄 사건에서 미성년 피해자 진술 및 조사의 전체 과정을 그대로 녹화한 영상물이 증거로 제출된 경우에 한하여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한 것은 신체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한 미성년 피해자를 피고인의 반대신문 절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고려에서 비롯된 부득이한 조치라 할 것이다.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보장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요소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헌법상 재판절차진술권의 주체인 형사피해자가 궁극적으로 그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형사소송절차 진행 도중 오히려 2차 피해를 입는 현상을 방지하여야 할 공익 또한 매우 중대하다. 이러한 공익의 중요성이 형사소송절차가 발전하여 온 과정에서 최근에서야 비로소 주목받게 되었음을 고려하면, 성폭력범죄에 관한 형사재판의 경우 피고인의 반대신문 절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로부터 미성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입법자가 마련한 장치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내용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은 공정한 재판과 재판의 결과적 정확성을 보장하는 도구적 의미를 가지며 공정한 재판의 절대적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진술이라 하더라도 강한 신빙성을 가진 것으로 그에 관한 진실성 여부가 시험되고 평가될 수 있어 피고인의 권리가 적절한 조치에 의하여 보장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 전문진술이 유죄판결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재판을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앞서 살핀 것과 같이, 피고인은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반대신문이 아니더라도 조사 과정이 그대로 녹화된 영상물을 활용하여 그 적법성 및 미성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구체적으로 탄핵하거나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인 등에 대한 신문 등을 통하여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증명력이 부인될 수 있음은 물론이며, 구체적인 사건에서 미성년 피해자의 보호와 실체적 진실발견 등 제반 요소를 고려한 법원의 개별적 판단에 따라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반대신문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도 여전히 부여받고 있다. 이러한 사정들과 심판대상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이 전문법칙의 예외를 정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미성년 피해자의 보호만을 앞세워 피고인의 방어권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는바, 위 조항은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갖추었다. (3) 소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 재판관 유남석(재판장),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증거
성폭력처벌법
성폭력범죄
2021-12-24
이혼·남녀문제
헌법사건
헌법재판소 2019헌마168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헌법재판소 결정 【사건】 2019헌마168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청구인】 [별지 1] 청구인 명단과 같음 【선고일】 2021. 12. 23. 【주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들은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자, 그들의 자녀와 부모, 형제자매 및 양육비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청구인들은, 가사소송법 및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양육비이행법’이라 한다)에서 양육비 집행을 위한 각종 절차 및 지원 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나, 위 법률들에서 규정한 위와 같은 제도는 현실적으로 양육비 지급확보에 효과적이지 아니하므로, 국가의 양육비 대지급제나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공개, 출국금지조치, 운전면허제한 등 보다 실효적으로 양육비 이행을 확보할 수 있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하는 부작위가 청구인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9. 2. 1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양육비 대지급제,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공개, 출국금지조치, 운전면허제한 등과 같은 실효성 있는 양육비 지급확보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부작위(이하 ‘이 사건 입법부작위’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관련조항의 내용은 [별지 2]와 같다. 3. 청구인들의 주장 현재 양육비 이행을 확보하는 제도로는 가사소송법상의 재산명시, 재산조회, 직접지급명령, 과태료, 감치 등이 있고 양육비이행법에도 양육비 긴급지원, 금융정보 제공 등이 있으나, 해당 절차가 완료되는 데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인용을 받기 위한 요건도 까다로워 양육비를 지급받는 것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양육비 대지급제,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공개·출국금지조치·운전면허제한 등 실질적으로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는 청구인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재산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진정입법부작위의 적법요건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헌법에서 기본권 보장을 위해 법률에 명시적으로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경우이거나, 헌법 해석상 특정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입법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헌재 2013. 8. 29. 2012헌마840 참조). 청구인들은, 국가가 양육비를 대신하여 지급해 주는 양육비 대지급제 등 양육비를 효과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므로, 이하에서는 입법자에게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구체적 내용의 법률을 입법할 헌법상 의무가 존재하는지 살펴본다. 나. 헌법상 입법의무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1) 헌법상의 명시적인 입법의무가 있는지 여부 우선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의 일반적 과제를 규정하였을 뿐, 청구인들의 주장과 같이 양육비 채권의 집행권원을 얻었음에도 양육비 채무자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그 이행을 용이하게 확보하도록 하는 내용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입법의무를 부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 기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을 천명하고 있는 헌법 제34조 제1항, 재산권 보장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3조 제1항 등 다른 헌법조항을 살펴보아도 청구인들의 주장과 같은 법률의 입법에 대한 구체적·명시적인 입법위임은 존재하지 아니한다. (2) 헌법 해석상 양육비 대지급제 등과 같은 실효성 있는 양육비 지급확보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입법의무가 도출될 수 있는지 여부 자녀에 대한 부모의 양육권은 비록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아니하지만, 이는 모든 인간이 누리는 불가침의 인권으로서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 및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1항에서 나오는 중요한 기본권이다. 부모는 자녀의 양육에 관하여 전반적인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인생관·사회관·교육관에 따라 자녀의 양육을 자유롭게 형성할 권리를 가지는 등 자녀의 양육은 가족생활을 구성하는 핵심적 내용의 하나이다(헌재 2000. 4. 27. 98헌가16등; 헌재 2008. 10. 30. 2005헌마1156 참조). 또한 헌법 제34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4항에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양육비는 부모 중 일방이 자녀를 양육하지 못할 때 자녀가 성년에 달할 때까지 미성년 자녀를 보호·양육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말하는 것으로(양육비이행법 제2조 제1호), 양육비의 원활한 이행 여부는 양육대상인 미성년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 등 청소년의 복지향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따라서 양육비의 미이행으로 인하여 곤란을 겪는 양육부·모 또는 그 자녀에 대한 지원은 가족생활을 보호하고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국가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헌법 제34조 및 제36조에 따른 국가의 입법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한 조치로서, 입법자는 1990년 이후 양육과 관련된 민법 조항의 개정 또는 신설을 통하여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가정법원이 자녀의 의사나 연령, 부모의 재산상황 등을 참작하여 양육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도록 하고(민법 제837조), 이혼 시 양육비부담조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등(민법 제836조의2 제5항) 그 집행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제도 등을 마련하였다. 또한 여러 차례 가사소송법의 개정을 통하여 양육비 채무자의 재산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재산명시, 재산조회 제도를 신설하고(가사소송법 제48조의2, 제48조의3), 양육비 채무자의 급여에서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공제하여 양육비 채권자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는 양육비 직접지급명령(가사소송법 제63조의2), 양육비 채무자의 자력변동이 예상되는 등의 이유로 직접지급명령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를 위한 담보제공명령, 일시금지급명령(가사소송법 제63조의3) 등을 신설하였으며, 양육비 이행명령을 받고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가정법원이 감치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가사소송법 제68조)하여 양육비의 강제적 이행을 도모하기 위한 제재조항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이후 입법자는, 미성년 자녀의 생존과 복리를 위해서는 적절한 금액이 적시에 지급되어야 한다는 양육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양육비 이행의 실효성을 좀 더 높이고자 2014. 3. 24. 법률 제12532호로 양육비이행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제정된 양육비이행법은 이 법이 양육비 이행확보 등을 지원하여 미성년 자녀의 안전한 양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임을 명시(양육비이행법 제1조)함과 아울러 국가는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최적의 환경에서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함을 분명히 하였고(양육비이행법 제4조 제1항),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양육비 이행확보를 지원하기 위하여 전담기구를 설치·운영하도록 규정하였다(양육비이행법 제4조 제2항). 위 법률에 따라 2015년 설립된 양육비이행관리원(양육비이행법 제6조 내지 제9조)은 양육비 상담·협의에서 양육비 청구를 위한 소송 대리 등 법률지원, 추심지원 등 양육비 이행확보 지원을 전담하는 기구로서, 약한 권한 등 여러 제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설립 이후 양육비 이행과 관련하여 점진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하였다. 특히 입법자는 양육비이행법의 제정을 통하여 양육비를 받지 못해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거나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양육비 채권자에게 최장 12개월까지 한시적으로 양육비를 긴급지원할 수 있는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제도(양육비이행법 제14조)를 마련하였고, 그 결과 2015년 총 6천 2백만 원, 79명의 미성년 자녀를 대상으로 긴급지원이 이루어진 이래, 2020년 현재 총 2억 69백만 원, 245명의 미성년 자녀에게 긴급지원이 이루어지는 등 그 지원대상과 액수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양육비 이행의 실효성을 더욱 제고하고자 입법자는 2020. 6. 9. 법률 제17439호로 양육비이행법을 개정하여 양육비 채무불이행으로 감치명령을 받았음에도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양육비 채무자의 운전면허를 정지시킬 수 있는 제도를 신설(개정 양육비이행법 제21조의3)한 데 이어, 2021. 1. 12. 법률 제17897호로 양육비이행법을 개정하여 법무부장관에게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는 출금금지조항(개정 양육비이행법 제21조의4),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양육비 채무자의 성명 등의 정보를 여성가족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명단공개조항(개정 양육비이행법 제21조의5), 정당한 사유 없이 감치명령을 받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자에 대한 형사처벌조항(개정 양육비이행법 제27조 제2항 제2호) 등을 신설하기에 이르렀고, 위 법률조항들은 각 2021. 6. 10과 2021. 7. 13. 시행되었다. 이와 같이 입법자는 오랜 시간에 걸쳐 민법, 가사소송법, 양육비이행법을 통하여 양육비 이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제도를 마련하는 등 그 입법 의무를 이행하여 왔는바, 위 법률조항들에 근거한 여러 제도에도 불구하고 실제 양육비의 이행이 청구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이유로, 기존의 입법 이외에 양육비 대지급제 등 양육비 이행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또 다른 내용을 규정할 헌법상 입법의무가 헌법해석상 새로이 발생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양육비가 미성년인 자녀의 성장과 발달에 미치는 중요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때, 입법자가 입법재량으로서 기존에 마련된 양육비 이행확보 제도 이외에도 양육비 대지급 제도 등을 새롭게 마련할 수는 있고, 양육비 지급의 실효성을 더욱 높이기 위하여 그러한 입법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떠한 방식으로 양육비 이행을 더 실효적으로 확보할 것인지 또는 양육비 대지급제 등과 같은 구체적인 제도를 둔다면 어떠한 형태로 마련할 것인지 등과 같은 양육비 이행확보를 위한 구체적 방법과 그 입법시기에 관하여는 입법자가 국가의 여러 다른 과제들과의 우선순위, 전체적인 사회보장수준, 한부모가족의 상황, 일반채권의 집행방법과의 관계, 국가의 재정적 여건 등 다양한 요인을 감안하여 결정할 사안으로서 입법자는 이에 관하여 폭넓은 형성재량을 가진다. 헌법 제34조 및 제36조가 가족생활을 보호하고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할 과제를 국가에게 부여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헌법조항의 해석만으로는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양육비 대지급제 등 양육비의 이행을 실효적으로 담보하기 위한 구체적 제도에 대한 입법의무가 곧바로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청구인들은 이 사건 입법부작위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살피건대, 헌법 제23조 제1항에 의하여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러한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재산권 자체가 기본권 형성적 법률에 유보되어 있는 기본권이다. 따라서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구체적 모습은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법률에 의하여 비로소 형성되는 것이라 할 것인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직접지급명령(가사소송법 제63조의2), 이행명령(가사소송법 제64조), 감치(가사소송법 제67조, 제68조) 등 양육비채권이라는 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입법적 조치가 이미 행하여진 이상, 기존의 입법 이외에 양육비채권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또 다른 제도를 마련할 헌법상 입법의무가 새로이 발생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소결 결국 양육비 대지급제 등 양육비 이행의 실효성을 더 높이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할 헌법의 명시적인 입법위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고, 헌법해석상 기존의 양육비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마련된 여러 입법 이외에 양육비 대지급제 등과 같은 구체적·개별적 사항에 대한 입법의무가 새롭게 발생된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진정입법부작위를 심판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5. 결론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재판장),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양육비
배우자
이혼
가사소송법
2021-12-24
헌법사건
헌법재판소 2019헌마825
대구교육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규정 제23조 제1항 제2호 등 위헌확인
헌법재판소 결정 【사건】 2019헌마825 대구교육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규정 제23조 제1항 제2호 등 위헌확인 【청구인】 조○○, 대리인 법무법인 대경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조정, 상무균, 정극일, 최석완 【선고일】 2021. 12. 23. 【주문】 1. 대구교육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규정(2019. 5. 8. 대구교육대학교규정 제6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4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1996. 3. 1. 대구교육대학교에 전임강사로 임용되었고, 2002. 4. 1. 부교수로 임용되었으며, 2007. 4. 1. 교수로 임용되어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나. 대구교육대학교는 2019. 5. 2. 교수회의의 심의·의결을 거쳐 2019. 5. 8. ‘대구교육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규정’을 전부개정하였다. 위 규정 제23조 제1항 제2호는 총장임용후보자선거의 후보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기탁금 영수증을 제출하도록 규정하였고, 제24조 제1항은 1,000만 원의 기탁금을 납부하도록 규정하였으며, 같은 조 제2항은 후보자가 후보자 등록 후 사망한 경우에는 납부한 기탁금의 전액을, 후보자가 제1차 투표에서 최종 환산득표율의 100분의 15 이상을 득표한 경우에는 납부한 기탁금의 반액을 후보자에게 반환하도록 하되, 이 경우 반환하지 아니하는 기탁금은 대구교육대학교 발전기금에 귀속되도록 규정하였다. 다. 대구교육대학교는 2019. 6. 14. 제16대 총장 임용을 위한 총장임용후보자선거의 관리를 대구광역시 남구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는 등 선거 절차를 개시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위 규정 제23조 제1항 제2호, 제24조가 총장임용후보자선거의 후보자로 등록하고자 하는 청구인의 공무담임권, 평등권,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9. 7. 2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대구교육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규정’(2019. 5. 8. 대구교육대학교규정 제6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3조 제1항 제2호 및 제24조 제1항(이하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이라 한다), 제24조 제2항(이하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이라 하고,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과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은 [별지]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대구교육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규정(2019. 5. 8. 대구교육대학교규정 제6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3조(후보자 등록 등) ①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위탁선거법」 제18조에 따라 후보자 등록기간(선거기간개시일 전 2일부터 2일 동안)에 다음 각 호의 서류 등을 관할 선관위에 제출하여 후보자 등록을 신청하여야 한다. 2. 기탁금 영수증 제24조(기탁금의 납부 및 반환) ①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후보자 등록을 신청할 때 관할 선관위가 정하는 방법에 따라 일천만 원의 기탁금을 납부하여야 한다. ② 관할 선관위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금액을 선거일 후 10일 이내에 기탁자에게 반환한다. 이 경우 반환하지 아니하는 기탁금은 대구교육대학교 발전기금에 귀속된다. 1. 후보자가 후보 등록 후 사망한 경우에는 기탁금의 전액을 반환 받는다. 2. 후보자가 제1차 투표에서 최종 환산득표율의 100분의 15 이상을 득표한 경우에는 기탁금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반환 받는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대구교육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서 후보자의 난립을 방지하고 후보자의 애교심을 확인하려는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후보자의 난립 가능성이 거의 없고, 기탁금 납부를 강제하는 것이 자발적인 애교심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적절한 것도 아니다. 대학발전 계획서 등을 상세히 요구함으로써 후보자 난립을 방지하는 한편 교육, 연구, 봉사 등을 통하여 애교심을 확인할 수 있는데도, 1,000만 원이라는 고액의 기탁금 납부를 강제하고 선거 결과에 따라 적어도 절반 이상의 기탁금을 대학 발전기금에 귀속시키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되며, 이로 인하여 달성되는 공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크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경제적 능력이 약한 사람의 후보자 지원을 어렵게 하여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에게 발전기금 기부를 강제하여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 4. 국립대학 총장임용후보자선거와 기탁금 제도 가. 국립대학은 고등교육을 실시하기 위하여 국가가 설립·경영하거나 국가가 국립대학 법인으로 설립하는 대학이다(고등교육법 제2조, 제3조). 국립대학의 장인 총장은 교육공무원으로서, 해당 대학의 추천을 받아 교육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한다(교육공무원법 제2조 제1항 제1호, 제3항, 제24조 제1항). 대학이 총장의 임용을 추천할 때에는 2인 이상의 후보자를 교육부장관에게 추천하여야 한다(교육공무원임용령 제12조의2). 나. 대학은 총장임용후보자의 추천을 위하여 대학의 장 임용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원회’라 한다)를 둔다(교육공무원법 제24조 제2항). 추천위원회의 구성·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되, 위원의 일정 비율 이상은 여성으로 하여야 하고, 추천위원회의 운영 등에 필요한 세부사항은 해당 대학의 학칙으로 정한다(교육공무원법 제24조 제4항,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2조의3). 추천위원회의 위원은 해당 대학의 교원, 직원, 재학생, 졸업생 및 해당 대학의 발전에 기여하였거나 교육·연구 또는 대학 운영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선정하여야 하고, 추천위원회는 위 각 집단별로 각 1명 이상의 위원이 포함되어야 한다(교육공무원임용령 제12조의3 제1항, 제2항). 다. 추천위원회는 해당 대학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추천위원회에서의 선정 방식 또는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른 선정 방식 중 어느 하나의 방법에 따라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정하여야 한다(교육공무원법 제24조 제3항). 이에 따른 국립대학의 총장임용후보자 선정 절차는, 이른바 ‘간선제’ 방식과 ‘직선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간선제 방식은 총장임용후보자 추천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자를 공모하여 추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정하는 방식이고, 공모제나 추천제라고도 한다. 직선제 방식은 대학의 교원·직원·학생·동문 등 구성원이 참여하는 직접선거 제도를 마련하여 투표 결과에 따라 복수의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직선제 방식을 택한 대학은 선거관리에 관하여 그 소재지를 관할하는 선거관리위원회법에 따른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관리를 위탁하여야 한다(교육공무원법 제24조의3). 라. 또한, 대다수의 국립대학은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과 관련해서 학칙에 후보자의 기탁금 납부 및 반환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기탁금 제도는 간선제 선정 방식을 택한 대학과 직선제 선정 방식을 택한 대학 모두에서 활용되고 있고, 대학별로 구체적인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마. 국립대학인 대구교육대학교는 ‘대구교육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규정’(2019. 5. 8. 대구교육대학교규정 제6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선정규정’이라 한다)에서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대구교육대학교는 교원이 합의한 방식과 절차에 따라 교원, 직원, 조교, 학생의 직접·비밀 선거를 거쳐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정한다(이 사건 선정규정 제2조, 제15조). 대구교육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선거의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에 따라 1,000만 원의 기탁금을 납부하여야 하고,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에 따라 후보자가 후보자 등록 후 사망한 경우에는 납부한 기탁금의 전액을, 후보자가 제1차 투표에서 최종 환산득표율의 100분의 15 이상을 득표한 경우에는 납부한 기탁금의 반액을 반환 받으며, 반환되지 않는 기탁금은 모두 대구교육대학교 발전기금에 귀속된다. 5.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에 대한 판단 가. 제한되는 기본권 헌법 제25조의 공무담임권은 모든 국민이 누구나 그 능력과 적성에 따라 공직에 취임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보장한다(헌재 2019. 8. 29. 2019헌마616 참조).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은 국립대학인 대구교육대학교에서 총장임용후보자선거의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에게 기탁금 납부를 요구하므로, 기탁금을 납부할 수 없거나 납부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한다. 또한,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은 기탁금을 마련할 만한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의 후보자 지원을 어렵게 하므로 평등권 침해 여부가 문제될 수 있으나, 이는 공무담임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함께 판단할 수 있으므로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이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국립대학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서 후보자가 무분별하게 난립하거나 최소한의 진지함과 성실성을 결여한 사람들이 후보자로 등록하게 되면, 선거가 과열되고 선거의 공정한 운영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 또한 선거 이후 대학 구성원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교육·연구 및 이를 위한 행정 업무에 건전하게 매진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은 후보자 난립에 따른 선거의 과열을 방지하고 후보자의 성실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은 후보자 등록을 위해 1,000만 원의 기탁금 납부를 요구함으로써 성실성을 결여한 무분별한 후보자 지원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선거 제도는 선거권자 및 피선거권자의 자격, 허용되는 선거운동 및 그 관리 방안 등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서 구체적인 양상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선거 관련 기탁금 제도의 필요성은 간선제 또는 직선제와 같은 선거 방식의 큰 분류만이 아닌 개별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고려해서 판단하여야 한다. 대구교육대학교는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서 과거 간선제 방식을 택하였을 당시, 추천위원회가 지원자 및 참고인 등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 및 열람, 출석 요구 및 진술 청취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 외에 지원자로서는 어떤 홍보수단도 활용할 수 없도록 하고, 오직 추천위원회의 심의를 통하여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정하도록 하였다[대구교육대학교 총장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2015. 6. 10. 대구교육대학교규정 제574호로 개정되고, 2019. 5. 8. 대구교육대학교규정 제65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16조]. 그러나 총장임용후보자선거를 직선제 방식으로 변경한 지금은 선거 홈페이지 이용, 합동연설회 및 공개토론회, 전화 통화, 문자 전송, 선거벽보의 부착, 소형인쇄물의 배부, 선거공보 배부, 학내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전자우편 발송과 같이 다양한 방식의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있다(이 사건 선정규정 제25조 제1항). 이로 인하여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과거보다 선거가 과열되거나 혼탁해질 위험이 커졌고, 이를 규율할 필요성 또한 증대되었다. 이에 대하여, 대구교육대학교가 이미 학내 인사의 경우 재직 중인 교수 또는 부교수로, 외부인사의 경우 재직 중인 교원선거인(총장, 교수, 부교수, 조교수) 중 10인 이상의 추천을 받은 사람으로 피선거권자의 자격을 규정하는 한편(이 사건 선정규정 제16조 제1항, 이 사건 선정규정 제3조 제1항 제6호), 선거운동 방법을 제한하고 있고(이 사건 선정규정 제25조 내지 제33조), 후보자의 부정행위나 선거의 공정을 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 등에 대한 제재 규정도 마련하고 있으므로(이 사건 선정규정 제34조 내지 제36조), 이를 통하여 후보자의 난립이 충분히 예방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외부인사의 추천인 요건은 교원선거인마다 복수의 추천이 가능해서 실효성이 크지 않고, 2007. 8. 13. 대구교육대학교에서 최초로 기탁금 제도가 도입된 이래로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은 해당 대학의 구체적인 현실을 고려하여 교수회의 심의를 비롯한 심층적인 논의를 거쳐 현재와 같이 규정된 것이므로, 해당 대학 구성원들의 이러한 판단에도 불구하고 기탁금 제도 없이 후보자의 난립을 방지하고 후보자의 성실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물론 기탁금 제도 외에 후보자의 난립을 예방하기 위한 대안으로, 피선거권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할 수 있고, 선거운동 방법의 제한이나 그 위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피선거권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면 공무담임권이 오히려 더 크게 제한될 소지가 있고,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 사실상의 사전 선거운동으로 인한 선거 과열이나 혼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선거운동 방법의 제한 및 이와 관련된 제재를 지나치게 강화하는 경우에는 선거운동의 자유가 위축될 염려도 있다. 따라서 기탁금 제도 외의 다른 방안들이 기탁금 제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기탁금 제도보다 기본권 침해가 덜한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 다음으로 기탁금액에 관하여 살펴본다. 기탁금액이 지나치게 낮아 후보자가 기탁금을 납부하는 것에 대하여 아무런 부담도 느끼지 않는다면, 이는 기탁금 제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후보자의 난립 방지와 후보자의 성실성 확보라는 목적에 전혀 기여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기탁금액은 후보자가 등록 여부를 신중하게 고려하도록 하는 한편 불성실한 후보자에게는 실질적인 제재효과가 미칠 수 있게 하는 등 후보자의 난립을 방지하고 선거의 신뢰성과 선거운동의 성실성을 보장할 수준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헌재 2019. 9. 26. 2018헌마128등 참조). 대구교육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서 후보자가 학내 인사인 경우에는 교수 또는 부교수로서 평균 연봉이 1억 원 내외에 해당한다. 후보자가 외부인사인 경우에도 교원선거인 10인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하므로 일정 수준의 경제적·사회적 기반을 가졌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탁금액이 지나치게 낮게 설정될 경우 자칫 기탁금 제도의 실효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는 점, 기탁금액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기탁금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수정안이 2019. 5. 2. 대구교육대학교 교수회의에 발의되었지만 부결되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이 규정하는 1,000만 원이라는 기탁금액은 대구교육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서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이 납부할 수 없을 정도로 과다하다거나 입후보 의사를 단념케 할 정도로 과다한 금액이라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었다. (3)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은 대구교육대학교에서 교수회의 심의를 비롯한 논의 과정을 거쳐 마련된 것으로서, 총장임용후보자선거의 과열 방지 및 후보자의 성실성 확보에 기여하고,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의 입후보 의사를 단념케 할 정도로 과다한 금액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사익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크다고 단언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었다. 다. 소결 그러므로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은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6.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에 대한 판단 가.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위헌의견 (1) 제한되는 기본권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은, 대구교육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서 기탁금의 반환 사유를 기탁금을 납부한 후보자가 후보자 등록 후 사망한 경우와 선거에서 최종 환산득표율의 100분의 15 이상을 득표한 경우로 한정하면서, 후보자 등록 후 사망한 경우에는 납부한 기탁금의 전액을, 선거에서 최종 환산득표율의 100분의 15 이상을 득표한 경우에는 납부한 기탁금의 반액을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반환하지 아니하는 기탁금은 모두 대구교육대학교 발전기금에 귀속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은 후보자의 재산권을 제한한다. 한편 청구인은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이 대학 발전기금의 납부를 원하지 않는 후보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후보자가 일반적으로 대학의 발전에 관하여 큰 관심과 열의를 갖고 있다고 본다면,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은 기탁금의 구체적인 용처가 대학의 발전기금이라는 점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의 성실성을 판단하는 수단으로 금전의 납부를 요구하고 제한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이를 반환하지 않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되므로, 이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재산권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일반적 행동자유권 침해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이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서 기탁금 제도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기탁금을 납부한 누구나 전액을 반환 받을 수 있다면 기탁금 제도의 실효성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은 후보자 난립으로 인한 선거의 과열 방지 및 후보자의 성실성 확보라는 목적의 실현을 위해 기탁금의 반환과 귀속에 관한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일응 인정된다. (나) 침해의 최소성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은 후보자 난립을 억제하고 후보자의 성실성을 확보하는 것이 그 목적이므로, 기탁금의 반환 및 귀속 요건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에 따르면,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서 후보자는 후보자 등록 후 사망한 경우가 아닌 한 어떠한 경우에도 기탁금의 반액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제1차 투표에서 최종 환산득표율의 100분의 15 이상의 득표를 한 후보자가 없어 그대로 결선투표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누구도 기탁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은 낙선하였지만 선거를 성실하게 완주하여 성실성을 충분히 검증 받은 후보자는 물론, 설령 최다 득표를 하여 총장임용후보자로 선정된 후보자라 하더라도 기탁금의 반액은 결코 반환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은 선거의 과열 방지 및 후보자의 성실성 확보라는 목적을 넘어 모든 후보자에게 최소 5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징수하고 있는 것이고, 난립후보라고 할 수 없는 진지하고 성실한 후보자들을 상대로도 기탁금의 발전기금 귀속을 강요함으로써 대학의 재정을 확충하고 있다. 또한 대구교육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서 선거관리비용은 전액 대학회계에서 지출되는 반면, 반환되지 않은 기탁금은 선거관리비용과 전혀 무관한 대학 발전기금에 귀속되므로, 이렇게 엄격한 수준의 기탁금 귀속 제도가 선거의 운영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도 없다. 한편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의 기탁금 반환 조건을 현재보다 완화하더라도 충분히 후보자의 난립을 방지하고 후보자의 성실성을 확보할 수 있다. 후보자가 총장임용후보자로 선정되거나 일정한 비율의 표를 획득한 경우에는 기탁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한다든가, 기탁금 반액의 반환에 필요한 득표율 조건을 현재보다 완화한다든가, 후보자가 결선투표에 진출한 경우에는 제1차 투표에서 최종 환산득표율이 15%에 미달하더라도 기탁금을 전부 또는 일부 반환하게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후보자 본인의 책임과 무관한 재산권 제한을 최소화하는 한편 더욱 진지하고 성실한 선거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은 후보자의 성실성이나 노력 여하를 막론하고 기탁금의 절반은 반드시 대학 발전기금에 귀속되도록 하고 나머지 금액의 반환 조건조차 지나치게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된다. (다)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은 비록 후보자가 성실하게 선거를 완주하더라도 기탁금 반액은 결코 돌려받지 못하게 하므로 후보자의 성실성 확보라는 목적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은 반면,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으로 인해 후보자의 재산권은 크게 제한된다. 따라서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은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제한되는 사익이 더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3) 소결 그러므로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나.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의 위헌의견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은 후보자 난립으로 인한 선거의 과열 방지 및 후보자의 성실성 확보라는 목적을 위하여,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후보자의 기탁금을 대구교육대학교의 발전기금에 귀속되도록 하는 조항으로서,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은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을 전제로 이와 결합하여 대구교육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선거의 기탁금 제도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만으로는 법적으로 독립된 의미를 갖지 아니한다. 그런데 아래 9.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이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므로,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을 전제로 삼아 설계된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 역시 헌법에 위반된다. 7.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은 헌법에 위반되고,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8.과 같은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아래 9.와 같은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의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아래 10.과 같은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8.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이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대학의 자율성 헌법 제22조 제1항에서 규정한 학문의 자유 등의 보호는 개인의 인권으로서의 학문의 자유뿐만 아니라 특히 대학에서 학문 연구의 자유·연구 활동의 자유·교수의 자유 등도 보장하는 취지이다.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하여 교육의 자주성·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는데, 이는 대학에 대한 공권력 등 외부세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대학 구성원 자신이 대학을 자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학인으로 하여금 연구와 교육을 자유롭게 하여 진리 탐구와 지도적 인격의 도야(陶冶)라는 대학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교육의 자주성이나 대학의 자율성은 헌법 제22조 제1항이 보장하고 있는 학문의 자유의 확실한 보장수단으로 꼭 필요한 것으로서 이는 대학에 부여된 헌법상의 기본권이다. 여기에서 대학의 자율성은 대학시설의 관리·운영만이 아니라 연구와 교육의 내용, 그 방법과 대상, 교과과정의 편성, 학생의 선발과 전형, 교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 등 대학의 운영과 관련된 전반적 사항에 모두 미친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6. 4. 27. 2005헌마1119 참조). 한편 대학의 총장은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을 감독하며 학생을 지도하고 대학을 대표하므로, 대학 운영에 관하여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대학은 총장임용후보자를 해당 대학의 구체적인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선정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학문의 자유를 구현하기 위해 보장되는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측면에서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을 불문하고 존중되어야 한다. 나.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은 대학 총장임용후보자의 선정 방법을 해당 대학에 위임한 교육공무원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대구교육대학교가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과 함께 자율적으로 제·개정한 것이므로,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는 한 대구교육대학교가 영위하는 자율성의 측면에서 가급적 존중되어야 한다.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은 청구인이 납부한 기탁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발전기금에 귀속시킴으로써 청구인의 재산권을 제한하나, 이는 대학의 발전에 대한 최소한의 열의를 표시할 수 있고 일정한 지지를 기대할 수 있는 인물들이 대구교육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서 후보자로 등록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대구교육대학교의 발전기금은 교직원에 대한 연구 활동 지원, 학생의 장학 사업, 국내·외 학술교류 및 학술회의 지원, 도서, 연구기자재 및 관련 시설 확충 등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된다[대구교육대학교 발전기금 정관(2002. 11. 12. 개정된 것) 제4조]. 따라서 반환되지 않은 기탁금은 위와 같은 교직원의 학술연구와 학생들의 면학풍토 조성 및 대학 발전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되는데, 이는 결국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 총장이 담당해야 하는 역할과 상당 부분 중첩된다. 그렇다면 총장임용후보자선거 후보자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납부 받은 기탁금 중 일부 또는 전부를 대학의 발전기금에 귀속시키는 것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고, 후보자들로서도 입후보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납부하게 될 기탁금이 학교 발전을 위해 쓰일 수 있으리라는 점을 일정 정도는 예측하거나 용인할 수 있다고 보인다. 나아가 현재 대구교육대학교의 1,000만 원이라는 기탁금이 아주 큰 금액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점까지 종합하면, 대구교육대학교가 후보자 난립 방지를 위하여 후보자의 기탁금의 일정 부분이 반드시 발전기금에 귀속되도록 하는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을 두기로 한 자율적 판단이 청구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은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9.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의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이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법정의견과 견해가 같으나, 법정의견과 달리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이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침해의 최소성 (1) 적정 후보자의 수는 몇 명이며 후보자가 몇 명 이상일 때 ‘후보자 난립’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고 기탁금 제도에 후보자 난립 방지의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에 관하여 확실한 대답을 하기 어려운 만큼 기탁금 제도의 운용, 기탁금액의 설정은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헌재 2001. 7. 19. 2000헌마91등 참조). (2) 대구교육대학교는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서 선거의 과열 방지와 후보자의 성실성 확보를 위한 여러 제도를 이미 운영하고 있다. 대구교육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서 후보자로 등록하려면, 학내 인사의 경우 교수 또는 부교수여야 하고(이 사건 선정규정 제16조 제1항 제1호), 외부인사의 경우 교육공무원 임용에 결격사유가 없는 사람으로서 교원선거인 10인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이 사건 선정규정 제16조 제1항 제2호). 대구교육대학교의 전임교원(교수, 부교수, 조교수)으로 임용되려면 교육공무원법상 결격사유가 없어야 하고, 박사학위 소지자(예·체능실기 분야는 석사학위 이상의 소지자)여야 한다[대구교육대학교 전임교원 임용규정(2019. 3. 20. 대구교육대학교규정 제649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호, 제6조 제1항]. 전임교원은 기초심사·전공심사·공개강의 심사·면접심사를 포함하는 공개전형을 통하여 선발되고(같은 규정 제4조, 제8조 제3항), 타 대학 재직교원이나 퇴직교원을 신규 임용하는 경우 조교수는 5년, 부교수는 9년, 교수는 14년의 최소 교육·연구경력년수를 각 충족하여야 한다(같은 규정 제14조 제1항, 제2항). 이에 더하여, 조교수가 부교수로 승진하려면 4년, 부교수가 교수로 승진하려면 5년의 최소 교육·연구경력년수가 요구되고(같은 규정 제24조 제2항), 전임교원이 재임용 또는 승진임용되기 위해서는 교육영역, 연구영역, 봉사영역, 교육 관계 법령 준수 및 기타 전임교원으로서의 품위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객관적 사유에 근거한 심사를 통과하여야 한다(같은 규정 제18조 제1항, 제25조 제2항). 대구교육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선거의 후보자는 이미 위와 같이 엄격한 자격 요건을 충족한 대구교육대학교 교수·부교수 본인, 또는 10인 이상의 교원선거인이 추천한 외부인사만이 가능하고, 후보자 등록을 위해서는 이력서, 공정행위 서약서, 공약준수 서약서, 대학발전계획서, 연구업적도 제출하여야 한다. 대구교육대학교의 전임교원 정원이 2020년 기준으로 93명이므로, 외부인사의 경우 전임교원의 10분의 1이 넘는 인원의 추천을 요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요건을 갖춘 후보자 중 과연 최소한의 성실성을 갖추지 못하였거나 후보자의 무분별한 난립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실제로 대구교육대학교에서 청구인이 출마하였던 최근 두 차례의 선거(제15대 및 제16대 총장임용후보자선거)를 보면 교수들만 후보자로 등록하였고, 부교수나 외부인사가 후보자로 등록한 경우는 없었다. 이는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 실제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자격 요건을 충족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교내에서 오랜 기간 경력과 덕망을 쌓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3) 만일 위와 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들이 난립하여 선거가 과열될 우려가 있다면, 필요한 경우 현행 규정들보다 후보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여 학내 인사의경우에도 일정 수 이상의 교원선거인의 추천을 받도록 하거나, 외부인사에게는 요구되는 추천자의 수를 늘리도록 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지원자들의 무분별한 난립을 방지할 수도 있다(헌재 2018. 4. 26. 2014헌마274 참조). 후보자 등록을 위해 더욱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용의 대학발전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후보자의 자격 요건 등을 강화함으로써 선거의 과열을 방지하고 후보자의 성실성을 확보하는 방안들은 국립대학 총장으로서의 자질과 무관한 재력의 영향을 받는 기탁금 납부 제도에 비하여 국립대학 총장으로서의 자질과 더욱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요소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공무담임권의 제한 정도가 덜하고 더욱 합리적인 수단이다. (4) 비록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직선제 선거가 추천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간선제 선거에 비하여 일반적으로 선거 과열의 위험성이 클 수 있다고는 하나, 이는 제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하고 집행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직선제 선거를 실시한다 하더라도 후보자 자격 요건에 대한 심사와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가 철저하게 이루어진다면 선거 과열 내지 그로 인한 폐해를 방지할 수 있다. 반면 간선제를 택하는 경우에도, 추천위원회 구성 단계에서부터 이권 다툼이 발생하거나, 추천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오히려 음성적인 선거운동이 암암리에 이뤄지는 등 총장임용후보자 선정 절차가 과열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직선제 방식을 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선거의 과열을 방지할 필요가 더 크다고 단언할 수 없다. 대구교육대학교는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한 사람들의 선거운동 방법을 매우 상세하게 제한하고 있고(이 사건 선정규정 제26조 내지 제33조), 후보자의 부정행위는 제재 대상이며(이 사건 선정규정 제34조), 현직 총장 등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금지되고(이 사건 선정규정 제35조), 선거의 공정을 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누구나 신고할 수 있으며 이는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치, 형사고발, 총장의 징계 등의 대상이 된다(이 사건 선정규정 제36조). 또한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자가 없는 경우 결선투표를 거치도록 하여 최종적으로는 최다 득표자가 상당수의 지지를 확보하고 당선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이 사건 선정규정 제39조). 따라서 대구교육대학교는 직선제 선거에서도 위와 같은 기존의 선거관리 규정을 충실하게 집행하거나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선거의 과열을 방지하고 대학 운영의 안정을 추구할 수 있다. (5)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은 기탁금액의 측면에서도 기본권의 제한이 과도하다. 기탁금 제도는 그 금액이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는 경우 재력이 풍부하여 그 정도의 돈을 쉽게 조달·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후보자 난립 방지의 효과를 갖지 못한 채 단지 기탁금의 납부가 어려운 사람만을 그 자질과 무관하게 배척할 수 있다(헌재 2001. 7. 19. 2000헌마91등 참조). 대구교육대학교의 교수나 부교수, 또는 총장 취임을 희망할 정도의 경륜을 갖춘 외부인사에게 1,000만 원의 금액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적정한 금액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1,000만 원이라는 기탁금액은 학내 인사의 입장에서 결코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도 평균적인 소득 수준이나 저축 수준 등을 고려하여 보았을 때 누구나 손쉽게 이를 마련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헌재 2018. 4. 26. 2014헌마274 참조). 1,000만 원은 대부분의 교수 및 부교수에게도 연봉의 10분의 1이 넘는 금액이라는 점,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서 후보자는 선거벽보, 소형 인쇄물, 영상 홍보물의 제작비용을 비롯한 각종 선거운동비용을 자비로 부담하여야 하고 이를 보전 받을 방법이 전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후보자로서의 성실성을 갖춘 사람이 1,000만 원이라는 기탁금으로 인하여 출마를 포기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이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6) 따라서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된다. 나. 법익의 균형성 (1) 헌법 제31조 제4항이 정하는 교육의 자주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헌법 제22조 제1항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의 확실한 보장수단으로 꼭 필요한 것으로서 대학에 부여된 헌법상의 기본권이고, 국립대학에도 이러한 기본권이 부여된다(헌재 2006. 4. 27. 2005헌마1047등; 헌재 2015. 12. 23. 2014헌마1149 참조). (2)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은 대구교육대학교의 교수회의에서 자율적으로 의결된 것이므로 대구교육대학교가 영위하는 자율성의 영역에서 보호되나, 이러한 대학의 자율성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그 제한이 가능하다. 특히 대구교육대학교와 같은 국립대학은 교육·연구에 관한 국가의 책무를 직접 수행하는 영조물로서 공적인 목적을 위하여 설립·운영되는 기관이고, 많은 국고가 투입되므로, 그러한 국립대학의 운영을 총괄하는 총장의 선정과정에 관하여 대학의 자율성만을 고려할 수는 없다. 비록 국립대학 운영의 측면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대학의 자율성이 다른 기본권 내지 가치와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3)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은 총장 임용에 대하여 진지성과 성실성을 결여한 사람은 물론, 총장 임용에 대한 진지한 열망을 갖고 선거에 성실하게 참여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라도 재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억제 효과를 가진다. 기탁금 납부 제도는 진지하고 성실한 후보자를 가려내기 위한 제도이지만, 실제로는 후보자의 성실함과 무관하게 모든 후보자에게 일종의 경제적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재력이 국립대학의 총장이라는 공직의 수행능력과 전혀 무관한 요소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과도한 기탁금으로 인한 총장취임기회의 제한은 결코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4) 더군다나 직선제 방식의 총장임용후보자선거는 국립대학의 운영에 관한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를 민주적으로 반영하여야 하는 절차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재력과 무관하게 다양한 배경을 가진 피선거권자가 선거에 출마하여 학내 구성원들의 다원적인 의사를 대표할 수 있도록 함이 바람직하다.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서 다양한 가치관과 배경을 가진 후보자들이 등록하여 건전하게 경쟁하게 된다면, 선거 절차 자체도 학내 구성원 간에 대학 운영의 방향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선거를 거쳐 총장에 취임한 인물이 선거 이후 대학을 안정시키고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다원적 가치를 두루 고려할 가능성도 커진다. 그러나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은 기탁금을 과도하게 설정하여 선거에 진지하고 성실하게 참여할 의지가 있음에도 재력이 부족한 후보자의 출마를 억제하고 후보자들의 인적 구성과 선거에서 이뤄지는 논의의 폭을 협소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으로 인하여 실제로 등록되는 후보자의 수가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이는 진지하고 성실한 후보자가 배척된 결과일 수 있으므로 본래 의미에서 후보자의 ‘무분별한 난립’이 방지되는 것이라 보기도 어렵고, 도리어 대학의 발전이 저해될 위험이 있다. (5) 결과적으로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은 비록 선거의 과열 방지 및 후보자의 성실성 확보라는 목적에 일부 기여할 수는 있으나, 오히려 후보자로서의 성실함을 갖춘 인물이 재력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총장임용후보자선거 출마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수도 있으므로 공무담임권의 제한이 결코 적지 않고, 대학 내의 민주적이고 다원적인 가치를 저해하여 국립대학의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이 그로 인하여 제한되는 사익보다 크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 위반된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10.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에 대한 보충의견 우리는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이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는 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보충하고자 한다. 앞서 8. 이 사건 기탁금귀속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학문의 자유 보장을 위하여 대학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하고, 대학은 총장임용후보자를 해당 대학의 구체적인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선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은 대구교육대학교의 구체적인 실정을 파악하고 있는 교수회의 심의 등 학내의 의사결정 절차에 따라 논의를 거쳐 도입된 것이므로,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는 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대구교육대학교가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을 통하여 총장임용후보자선거의 후보자가 1,000만 원의 기탁금을 납부하도록 한 것은, 후보자의 난립과 선거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서 후보자의 난립은 공동체의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대학 구성원들이 선거 이후 분열하여 갈등과 반목 속에 있게 된다면, 학문의 자유를 통한 대학의 발전과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목표 달성은 요원해질 것이다. 따라서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진지성과 성실성이 있는 사람만을 후보자로 등록하게 할 필요가 있고, 기탁금 납부 제도를 두는 것은 그러한 목적 달성에 유효한 수단이다. 선거의 과열 방지 및 후보자의 성실성 확보를 위한 다른 수단들의 경우, 해당 대학의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과 동일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면서도 기본권 제한이 덜한 대안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앞서 법정의견에서 살펴본 사항들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에서 요구하는 기탁금액은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이 납부할 수 없을 정도로 과다하거나 입후보 의사를 단념케 할 정도로 과다한 금액이 아니고, 달리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기탁금납부조항은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재판관 유남석(재판장),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선거
기탁금
대학총장
2021-12-24
행정사건
대법원 2017다257746
집행판결
대법원 판결 【사건】 2017다257746 집행판결 【원고, 피상고인】 ◇◇◇◇ 뱅크 뉴질랜드 리미티드(○○○ Bank New Zealand Limited),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김선영 외 2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진 담당변호사 김민성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7. 7. 25. 선고 2016나2052577 판결 【판결선고】 2021. 12. 23.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은 원고가 제기한 대출채무 및 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에서 공식적인 외교 경로를 통하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피고에 대한 소송서류의 송달을 요청하였다. 이에 대한민국 법원은 2013. 5. 1. 피고의 거소에서 피고의 남편인 원심 공동피고에게 피고에 대한 소송서류를 송달하고 원심 공동피고로부터 우편송달 통지서에 서명을 받았다. 2)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은 2013. 8. 15. 피고에 대한 소송서류의 송달이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하고, 피고와 원심 공동피고는 공동하여 원고에게 금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이 사건 외국판결을 선고하였다. 이후 원고는 이 사건 외국판결에 따른 금원 지급 부분을 국내에서 강제집행하기 위하여 집행판결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3) 원심은, 피고에 대한 보충송달이 이루어졌다고 보면서 보충송달도 교부송달과 마찬가지로 외국법원의 판결이 우리나라에서 승인·집행되기 위한 요건으로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에서 규정한 ‘적법한 송달’에 해당하고 그 밖에 위 규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였으므로 이 사건 외국판결은 우리나라에서도 효력이 인정되고 위 판결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통상의 송달방법이 아니라 보충송달이나 우편송달과 같이 송달을 의제하는 방식을 통하여 송달을 한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송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상고하였다. 나. 보충송달 방식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적법한 송달’에 포함되는지 여부 민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과 제2항에서 규정하는 보충송달도 교부송달과 마찬가지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을 국내에서 승인·집행하기 위한 요건을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법한 송달’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우리나라는 2000년 헤이그송달협약에 가입하였으나 뉴질랜드는 현재까지 위 협약에 가입하지 않아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의 촉탁에 따른 송달은 국제민사사법공조법에 따라 이루어진다. 국제민사사법공조법 제15조는 외국으로부터의 촉탁에 따른 수탁사항은 대한민국 법률에 의하여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보충송달은 민사소송법 제186조에서 정하고 있는 적법한 송달 방식 중의 하나이다. 2)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 패소한 피고가 소장 등을 적법한 방식에 따라 송달받았을 것 또는 적법한 방식에 따라 송달받지 아니하였더라도 소송에 응하였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소송에서 방어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패소한 피고를 보호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07747 판결 등 참조). 그러한 이유로 위 조항의 문리해석 상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을 국내에서 승인·집행하는 데 필요한 송달 방식에서 공시송달이나 이와 비슷한 송달에 의한 경우가 제외된다. 한편, 보충송달은 송달할 장소에서 송달받을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경우 그의 사무원, 피용자 또는 동거인으로서 사리를 분별할 지능이 있는 사람에게 서류를 교부할 수 있도록 하여 송달을 의제하는 제도라는 성격을 갖는다. 이는 본인의 수령 대행인이 서류를 수령하여도 그의 지능과 객관적인 지위, 본인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본인에게 서류를 전달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다5436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측면에서 법원 게시판의 게시에 의하여 송달의 효력을 부여하는 공시송달 방식과는 달리 보충송달 방식은 피고에게 적절한 방어권 행사의 기회를 박탈할 우려가 현저히 적다. 나아가 만일 보충송달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적법하게 송달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집행판결 사건에서 집행요건으로서 송달의 적법 여부를 심리·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보충송달을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송달 방식으로 인정하더라도 위 규정의 취지에 벗어나지는 않는다. 3) 기존 대법원 판례는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따른 송달이란 보충송달이나 우편송달이 아닌 통상의 송달방법에 의한 송달을 의미하며, 그 송달은 적법한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 참조), 보충송달은 위 규정에 따른 적법한 송달 방식이 아니라고 보았다.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은 외교상의 경로를 거치지 않은 영사송달의 효력이 문제된 사안이었고,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은 피고를 대리 또는 대표하여 송달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으로, 보충송달의 효력이 직접적으로 문제되는 사안들이 아니었는데 외국판결의 승인·집행 요건인 ‘적법한 송달’에 관한 일반론으로 위와 같은 내용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 적법한 방식에 따라 방어에 필요한 시간 여유를 두고 송달할 것을 요구하면서 송달의 방식 중 ‘공시송달이나 이와 비슷한 송달에 의한 경우’를 제외할 뿐 다른 송달 방식에 대하여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위 조항의 문리해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나아가 보충송달이 피고의 방어권 행사를 박탈할 수 있는 공시송달과 유사한 송달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4)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유지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을 승인·집행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판결보다 더 엄격한 방식으로 송달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피고가 법인인 경우 그 소송서류를 법인의 대표자 본인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승인·집행 시 언제나 송달 요건을 충족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5) 마지막으로 이 사건과 같이 외국법원이 공식적인 외교 경로를 통하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피고에게 송달을 요청하고, 우리나라에서 국제민사사법공조법 등 관련법령에 따라 보충송달 방식으로 소송서류 등을 송달한 다음 해당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이 이루어졌음에도, 그러한 송달 방식이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승인·집행요건인 송달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집행판결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서 적법절차에 대한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더욱이 국제적인 교류가 빈번해지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사법절차의 국제적 신뢰가 훼손될 수 있고, 송달지와 외국판결의 승인·집행지가 우리나라로 동일한 이상 소송의 결과를 실현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 내에서 송달 방식과 관련하여 모순되는 행위 또는 평가를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다. 기존 판례의 변경 이와 같이 보충송달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을 승인·집행하기 위한 송달 요건에서 제외하고 있는 공시송달과 비슷한 송달에 의한 경우로 볼 수 없고, 외국재판 과정에서 보충송달 방식으로 송달이 이루어졌더라도 그 송달이 방어에 필요한 시간 여유를 두고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면 위 규정에 따른 적법한 송달로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보충송달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 요구하는 통상의 송달방법에 의한 송달이 아니라고 본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라.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민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에 따른 보충송달도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 요건에서 정한 송달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에 대한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의 소송서류가 방어에 필요한 시간 여유를 두고 남편인 원심 공동피고를 통하여 피고의 거소에서 적법하게 송달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승인·집행 요건인 송달 방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거소에서 남편인 원심 공동피고가 피고의 소송서류를 송달받음으로써 피고에 대한 보충송달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였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결국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로 보기 어렵고,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원심판단에 피고가 소송서류를 실제로 송달받았는지 여부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뉴질랜드 법원의 외국판결에 대한 승인 요건이 현저히 균형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이 정한 승인 요건보다 전체로서 과중하지 아니하며 중요한 점에서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정도라고 할 수 있으며, 뉴질랜드 법원이 우리나라의 동종 판결을 승인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외국판결은 상호보증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호보증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판례 변경의 필요성에 관하여 대법관 김재형의 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으며, 다수의견에 대하여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천대엽의 보충의견이 있다. 4. 판례 변경의 필요성에 관한 대법관 김재형의 의견 다수의견의 결론과 그 이유에 찬성하지만, 판례 변경의 필요성에 관해서만 다음과 같은 의견을 개진한다. 가. 엄밀한 의미에서 ‘판례’는 ‘특정 사건과 관련한 쟁점에 관하여 대법원이 판단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가리킨다. 즉, 대법원 판결에서 추상적 형태의 법명제로 표현된 부분이 모두 판례인 것은 아니고, 그중 특정 사건의 쟁점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판단 부분만이 판례이다.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과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에는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따른 송달이란 보충송달이나 우편송달이 아닌 통상의 송달방법에 의한 송달을 의미한다’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다수의견은 이 부분이 ‘대법원이 판단한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으로서 판례에 해당하고 이 사건에서 그에 반대되는 판단을 하므로, 판례 변경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위 두 판결에서 판단한 ‘보충송달의 적법성’은 직접적 쟁점이 아니었으므로 ‘보충송달의 적법성’에 관한 부분은 방론에 해당하여 엄밀한 의미에서 판례라고 볼 수 없고, 위 두 판결과는 사안이 다른 이 사건에서 판례를 반드시 변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수의견을 이해하자면, 대법원 판결의 방론에 대해서는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에서 보충송달의 적법성에 관한 판례가 변경되었다고 함으로써 대법원의 의견을 명확하게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여기에서는 판례의 다양한 의미를 살펴보고, 판례 변경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어떻게 파악해야 할 것인지, 판례 변경에 관하여 대법원이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관해서 검토해 보고자 한다. 나. ‘판례’는 일반적으로 특정 사건에서 판결의 이유 중에 나타난 법률적 판단이라고 하지만, 그 의미가 명확한 것은 아니다. 판례 변경과 관련하여 문제되는 것은 대법원 판결에 있는 법리 부분을 모두 판례로 볼 것인지, 아니면 해당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법리 부분에 한정하여 판례로 볼 것인지이다. 현행 법령에서 ‘판례’라는 개념에 관하여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정의를 내린 규정은 없고 개별 법령의 해석을 통해 ‘판례’의 개념을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제3호는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를 전원합의체의 심판사항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에서 ‘대법원에서 판시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판례’라고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2호는 ‘소액사건에 대한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의 제2심판결이나 결정·명령에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는 대법원에 상고 또는 재항고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은 “원심판결이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하여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게 해석한 경우(제3호)” 또는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한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가 없거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제4호)”에 해당하면 심리불속행 판결을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2호에 정한 ‘판례’에 관하여 대법원은 “구체적인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이 내린 판단“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04. 5. 13. 선고 2004다6979, 6986 판결 등 참조).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심리불속행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서 판례에 관해서는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판단한 적이 없다. 법원조직법에서 정한 전원합의체의 심판대상을 정한 기준이 되는 판례에 관해서는 대법원이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위 세 법률에서 사용하는 판례의 의미에 관해서는 통일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지만, 그 의미나 기준이 반드시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는 않다. 다. 헌법은 권력분립의 원리에 따라 입법권과 사법권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별도의 기관에 귀속시키고 있다. 구체적 사건의 해결과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법규범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법부의 권한이 아니라 입법부의 권한이다. 국회는 입법을 통하여 일반적인 법규범을 만들지만, 개별 사안에서 법률을 구체적으로 해석·적용할 권한은 없다. 사법부는 구체적인 사건을 전제로 법률을 해석·적용할 권한이 있지만, 사건을 전제로 하지 않는 일반적인 법규범을 만들어낼 권한은 없다. 대법원이 최고법원이라고 하더라도 개별 사건을 재판하는 데 필요한 권한 이상을 가질 수 없다. 판결은 1차적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적인 해결을 하는 것을 지향하고, 대법원 판결에서 제시되는 추상적·일반적 법명제도 기본적으로 해당 사건의 해결을 염두에 둔 것이므로, 그 의미는 어디까지나 해당 사안과 관련하여 이해되어야 한다(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재다516 판결 참조). 선행 판결에서 사안의 쟁점 또는 그 해결과 관계없는 부분에 관하여 일반적·추상적 법명제를 선언하였더라도 이 부분은 판례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러한 부분까지 판례로 본다면 재판의 전제성이 없는데도 법령 해석을 통해 법규범을 창설하는 결과가 된다. 대법원은 해당 사건의 쟁점에 적용되는 법령에 한하여 해석 권한이 인정되는데, 이 경우에도 일반적·추상적 법명제를 선언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구체적인 사건 해결에 필요한 범위에서 인정될 뿐이다. 재판 실무에서 대법원 판결이 갖는 정확한 규범적 의미는 전제가 되는 사안의 사실관계에 비추어 파악하여야 하는데, 사안의 쟁점 또는 사실관계에서 문제되지 않은 부분에 관하여 법령의 해석·적용을 하게 되면 그 근거나 타당성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법관은 판결 이유에서 주문이 정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판단의 근거를 표시하여야 한다. 법률 규정의 의미가 명확한 경우에는 그 규정을 제시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양한 형태의 법명제를 이용하여 해당 논점에 대한 결론의 정당성을 논증하게 된다. 구체적인 법적 분쟁에 적용될 법률에 불명확하거나 불완전한 점이 있더라도 법관은 법률의 구체적 의미를 파악하여 일반적인 법명제를 정립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법원은 적극적으로 법명제를 선언하는 방식으로 사안을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다. 선행 판결이 해당 사건에 대한 재판의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장래의 재판에 대하여 지침이 될 수 있는 ‘일반·추상적인 법명제’를 제시하였다면, 후행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은 선행 판결에서 인정된 법명제를 후행 사건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에 적용하여 사안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후행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이 선행 판결에 있는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대전제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선행 판결에서 한 판단의 대상인 쟁점이 후행 사건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해야 한다. 즉, 선행 판결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쟁점을 판단하는 법관은 선행 판결에 따라 사안을 해결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하여 사법부 전체의 통일적 의견이 형성됨으로써, 재판을 어느 법관이 담당하더라도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라. 영미법계의 기본원리인 선례구속의 원칙(the doctrine of stare decisis)에 관하여 살펴본다. 이 원칙은 상급심 법원이 일정한 법률 쟁점에 관하여 한 판단은 법규범으로서 구속력을 갖게 되어 그 후 동일 쟁점의 사건을 담당하는 하급심 법원은 그에 따라야 하는 법적 의무가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 선례구속의 원칙이 엄격하게 준수되는 국가에서는 선례가 법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후행 사건의 논점이 선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선례가 법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결국 상급심 법원의 판결 중 해당 사건의 결론과 직접 연관되는 쟁점에 관한 부분에 한하여 선례로 인정받을 수 있고, 그 밖에 재판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다루어진 부분이 아니거나 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판결의 결론에 영향이 없는 경우에는 선례로 인정받을 수 없다. 선례구속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판례에 기속되지 않고 하급심 법원이 판례와 반대되는 자신의 견해를 표명할 수 있다. 그러나 쟁점이 같은 사건에서는 선행 판결에서 한 대법원의 판단이 후행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의 판단에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선례구속의 원칙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사안의 해결 과정에서 법령을 일관성 있게 적용하고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줄이기 위해서 실질적으로 동일한 쟁점에 관한 선행 판결의 판단이 판례로서 후행 판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마. 대법원이 판례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가 명확한 것은 아니고 판례 변경이 필요한 것인지에 관하여 일관된 원칙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경우도 있다.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두18154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체납자 등에 대한 공매통지가 공매의 절차적 요건이므로 공매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 그 공매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공매통지가 공매의 요건인지에 관한 기존 판례가 있는지를 둘러싸고 별개의견과 보충의견이 있었다. 최근에는 대법원이 대체로 선행 판결에서 다룬 구체적 쟁점과 관련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례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종래 판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불법행위일이라고 하고 있다(대법원 1975. 5. 27. 선고 74다1393 판결, 대법원 1993. 3. 9. 선고 92다48413 판결,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다18829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6680 판결은 불법행위 시부터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장기간이 경과하고 통화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긴 경우 예외적으로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판단하면서 판례 변경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대법원 2011. 7. 21. 선고 2011재다19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재심대상판결인 위 대법원 2010다6680 판결이 판례에 어긋나는 것인지 문제되었는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에 관한 대법원의 종전 의견을 변경한 것이 아니고, 종전 대법원 판결들이 선언한 법리의 적용 범위와 한계를 분명히 하고 그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 적용할 새로운 법리를 표시한 것일 뿐이라고 보았다. 즉,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재심대상 판결이 선행 판결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그 예외적 사정이 있는 사안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에 관한 예외를 인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5다254507 판결은, 재외국민이 구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2014. 5. 20. 법률 제125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재외동포법’이라 한다) 제6조에 따라 거소이전 신고를 마치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주택임대차의 대항요건으로 규정하는 주민등록과 같은 법적 효과가 인정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위 판결 이전에, 재외국민이 구 재외동포법에 따른 거소이전 신고를 하더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대항요건인 주민등록을 갈음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결정(대법원 2013. 9. 16. 자 2012마825 결정)이 있었다. 위 대법원 2015다254507 판결은 위와 같은 선행 결정의 사안이 재외국민인 임차인이 임대주택에 관하여 구 재외동포법에 따른 거소이전 신고를 마쳤으나 다른 주소지에 주민등록법에 따른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위 임대주택에 관하여 다른 채권자가 근저당권을 설정한 다음 위 임차인이 전입신고도 한 것이므로, 거소이전 신고만을 한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한다고 보아 판례 변경이 필요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판단하였다.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후11360 판결은, 특허법 제163조에 따른 일사부재리 원칙을 판단하는 기준 시점을 ‘후행 심결의 심결 시’를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종전에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심판청구가 부적법하게 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은 ‘심판청구를 제기하던 당시’라고 한 판결(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9후2234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다. 그러나 위 대법원 2018후11360 판결은, 위 선행 판결에 대해서 선행 심결의 확정을 판단하는 기준 시점이 쟁점이 된 사안에서 특허법상 일사부재리 원칙의 대세효로 제3자의 권리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선행 심결의 확정과 관련해서만 그 기준 시점을 심결 시에서 심판청구 시로 변경한 것이라고 보아, 위 선행 판결과 서로 모순·저촉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판단하였다. 이와 같이 대법원은 선행 판결과 후행 판결에서 판단한 내용이 서로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사안에서 선행 판결의 의미와 적용 범위를 엄격하게 보거나 그 의미를 축소 해석함으로써 선·후행 판결의 사안에 따라 두 판결의 의미를 서로 모순·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가급적 판례를 변경하지 않고 소부 판결로 선고하였다. 이러한 태도는 소액사건에서 판례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거나 심리불속행으로 판결하는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제시한 법리가 해당 사건의 구체적 쟁점에 관한 판단으로서 판결의 결론에 이르는 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인지, 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인지에 따라 판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결에서 쟁점과 무관한 판단 부분을 판례라고 할 수는 없다. 쟁점에 관한 판단인지 여부를 대법원 판결을 한 재판부 또는 대법관의 입장을 기준으로 정할지 아니면 그 판결을 읽는 독자의 입장을 기준으로 정할지는 그 다음 문제이다. 대법관뿐만 아니라 독자의 입장에서도 쟁점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한 경우에 그러한 부분까지 판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바. 이 사건의 구체적 사안을 살펴본다. 다수의견은 보충송달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 정한 송달 방식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종전 대법원 판결에서는 “이때의 송달이란 보충송달이나 우편송달이 아닌 통상의 송달방법에 의한 송달을 의미하며, 그 송달은 적법한 것이라야 한다.”라고 하였다. 두 판결의 문언은 서로 반대되는 내용으로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종전 대법원 판결은 보충송달의 적법성이 쟁점이 아닌데도, 쟁점이 된 부분의 해결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서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일반적 요건에 대한 법명제로 위와 같은 법리를 선언하였다. 위에서 본 판례의 개념에 비추어 보면, ‘보충송달 방식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법한 송달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기존 대법원 판결은 사실관계에서 문제가 된 것도 아니고 쟁점도 아닌 부분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판례라고 볼 수 없다. 당시 대법원 판결을 했던 대법관이 아니라 그 판결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보충송달에 관한 판단이 쟁점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기존 대법원 판결은 보충송달의 적법성이 쟁점인 이 사건에 판례로서 사실상의 영향력을 미칠 수 없으므로 이 사건에서 판례를 변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대법원 판결의 존재로 말미암아 혼란스럽게 여겨질 우려가 있다면 그 판결이 쟁점과 관련하여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설명하고 기존 대법원 판결에서 보충송달에 관한 부분은 판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은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대법원 소부에서 심판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을 뿐이고, 전원합의체에서 대법원의 심판권을 행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종전의 대법원이 판시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부에서 이 사건 재판을 할 수 있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재판을 하더라도 법원조직법에 배치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다수의견과 같이 기존 대법원 판결을 이 사건에서 변경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판례 변경이 아니지만, 보충송달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을 명확하게 표명함으로써 하급심 법관에게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확인적 차원에서 판례 변경의 형태를 취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대법원 판결 중에서 구체적 쟁점과 관련 없는 법리도 판례라고 하였다는 점에서, 이 사건에서는 판례의 의미를 넓게 파악하고 있다. 대법원이 판례의 의미와 판례 변경에 관하여 일관성 있는 태도를 견지해 나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의견을 개진한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천대엽의 보충의견 가.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제3호는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재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판례’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판례’는 당해 사건의 사안에 적용될 법령 조항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정의적 해석을 한 대법원 판결의 판단으로, 장래의 재판에 대하여 지침이 되는 ‘일반·추상적인 법명제’를 의미한다. 나. 이 사건 법률 조항에 관한 기존 판례들(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 이하 ‘기존 판례들’이라 한다)은 당해 사안의 결론을 도출함에 있어 그에 선행되는 법리적 쟁점에 대하여 적용되는 법률 조항인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용 요건에 관한 정의적 해석을 내린 경우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은, 외국 법원이 우리나라 법인인 피고에게 외국 대사를 통해 직접 소송서류를 송달한 것이 현행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와 같이 외국 판결의 승인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3조 제2호의 송달 요건을 갖춘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에서, 그 허용되는 송달 방식은 ‘보충송달이 아닌 통상의 송달방법이어야 한다’는 법령의 해석에 관한 일반·추상적인 법명제를 선언한 후 그 논리적 결과로 영사송달 방식은 외국 판결의 승인을 위한 적법한 송달방식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은, 위 대법원 92다2585 판결의 판시를 재차 선언한 후 외국 법원이 보낸 소송 서류를 송달받은 자에게 실제로 송달받을 자격이 없었다고 보아 그에 따라 선고된 외국 판결이 구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2호(2014. 5. 20. 법률 제125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송달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다고 판시하였다. 즉 기존 판례들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외국 판결을 승인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송달 요건의 충족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그 법률 조항의 적용 요건에 관한 일반·추상적인 법명제를 선언한 후 해당 사안이 그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외국 판결을 승인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기존 판례들의 판시는 송달의 적법성 여부가 문제된 사안의 해결 과정에 적용되는 법령 조항에 대한 정의적 해석을 통해 대법원의 의견을 밝힌 것이고, 이는 송달의 적법성 여부가 문제되는 후행 사건의 처리에 있어서 대법원이 선언한 해당 법령 조항의 일반·추상적인 법명제로 받아들여짐으로써 실질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결국 기존 판례들이 당해 사건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그 쟁점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선결적인 문제로서 법령의 해석 권한 내에서 그 일반·추상적인 법명제에 관한 의견을 명시적으로 밝힌 이상, 그 판시는 해당 사건의 쟁점에 관한 것임이 명백하다. 이 사건에서도 보충송달이 적법한 송달방식으로 허용되는지 여부는 기존 판례들의 판시가 전제하고 있는 쟁점의 범위에 포함되어 있고, 이에 관하여 기존 판례들이 명시적으로 ‘보충송달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법한 송달방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과 달리 이 사건에서 그와 반대되는 의견을 채택하는 이상, 이는 기존 판례들의 판시를 변경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처럼 기존 판례들이 선언한 일반·추상적인 법명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사안이 달라 그 법리가 직접 적용될 여지가 없어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판례 변경을 피하기 어렵다. 다. 법치주의 원리에 의할 때 법규범의 수범자들에게 법적 판단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고, 여기에 법관의 특정 법령에 관한 통일적 이해가 법적 안정성의 보장에 중요하다는 측면을 함께 고려하면, 후행 판결에서 기존 판례의 판시와 명백히 모순되는 판시를 하고자 할 때에는 가급적 그러한 모순점을 의문 없이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즉, 기존 판례의 판시가 후행 판결에서 새롭게 선언하는 법리와 명백히 상충한다면 기존 판례의 판시 법리는 후행 판결에서의 법률의 해석·적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아 이를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법원이 기존 판례의 변경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는, 기존 판례의 판시가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에 해당하여 그에 대한 신뢰가 쌓인 경우 잦은 판례의 변경으로 말미암아 신뢰보호 내지 예견가능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기존 판례의 판시가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의 형태로 표시되었는데 그것이 그 법령의 의미에 관한 잘못된 이해에 따른 것으로, 이를 그대로 둘 경우 법질서 전체의 조화로운 해석·적용 및 그에 대한 일반의 신뢰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라면, 명시적인 판례의 변경을 통해 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 위 대법원 92다2585 판결의 판시는 위 대법원 2008다65815 판결뿐만 아니라 다수의 하급심 판결에서 인용되고 있다. 그러나 ‘보충송달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법한 송달방식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기존 판례들의 판시는 잘못된 견해이므로 이를 바로잡아 후행 판결에 실질적 영향력을 미치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 기존 판례들의 판시가 사건의 구체적인 쟁점에 관하여 판시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이 아니라는 견해에 의하더라도, 그 경우 기존 판례들에 대한 법적 신뢰를 고려할 필요 없이 후행 판결에서 이를 명확하게 변경함으로써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기존 판례들의 판시를 변경하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라. 이 사건 법률 조항에 관한 기존 판례들의 변경 필요성에 관하여 소극적인 입장에서 논거로 들고 있는 판례들 역시 그 문언과 내용을 살펴보면, 판례 변경의 필요성에 관한 대법원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고, 단지 구체적인 쟁점과의 관련성 여부만을 기준으로 판단하였다고 볼 수도 없어 그 의견을 뒷받침하는 것이라 하기 어렵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과 관련하여, 종래에는 불법행위 시부터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40년 이상의 장기간이 경과하여 위자료의 적정한 산정 내지 과잉손해배상 방지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법리에 관한 대법원의 판시가 존재하지 않다가,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6680 판결에서 비로소 이에 관하여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판시하였다. 이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불법행위일로 본 종래의 판례와 법리상 모순됨에도 단지 구체적인 사안이 달라 결과적으로 서로 충돌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 오히려 원칙과 예외의 관계로서 법리상 양립가능한 관계에 있으며, 대법원 2011. 7. 21. 선고 2011재다19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그와 같은 취지를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5다254507 판결도 그 판시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임차인인 재외국민이 구 재외동포법에 따른 국내거소신고나 거소이전신고를 한 경우 이를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주택임대차의 대항요건인 주민등록과 같은 효과를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최초로 선언하는 한편, 재외국민인 임차인이 임대주택에 대한 전입신고와 별도로 이미 다른 주소지에 주민등록법에 따른 주민등록을 마친 경우에는 그 법리가 적용되지 아니함을 분명히 하였다. 따라서 후자의 예외적인 법리가 적용되어야 할 경우에 해당하는 선행 대법원 결정(대법원 2013. 9. 16. 자 2012마825 결정)의 사안과는 원칙과 예외의 관계로서 법리상 양립가능한 관계에 있어, 판례 변경이 필요하지 아니한 사안이었음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후11360 판결 또한 선행 심결과 동일 사실·증거에 기초한 것인지에 따라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쟁점인 사안에서 그 판단 기준 시점을 ‘후행 심결의 심결 시’로 본 것으로, 이는 선행 심결의 확정을 판단하는 기준 시점이 쟁점인 선행 판결(대법원2012. 1. 19. 선고 2009후2234 전원합의체 판결)과는 그 적용되는 법리를 달리하는 것임을 판결의 문언상으로도 파악할 수 있으므로, 선행 판결의 법리가 후행 판결에 적용되지 않는 것이 명백하다. 결국 위 대법원 판결들은 판결의 문언과 내용에 비추어 보면 선·후행 대법원 판결의 법리의 내용 및 그 적용 영역이 달라 선행 대법원 판결의 법리가 후행 판결에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 수 있어, 선행 대법원 판결의 변경이 필요하지 아니한 사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명시적인 판례 변경이 있었던 사안들에서 대법원은 당해 사건의 사안에 적용되는 법령에 대한 정의적 해석을 한 일반·추상적인 법명제를 판례로 보아, 후행 판결에서 그러한 법명제를 변경하는 경우에는 명확하게 판례 변경을 선언하였던 것이지, 판례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서 판례의 의미와 적용 범위를 엄격하게 보거나 그 의미를 임의로 축소 해석하는 등의 방법으로 판례의 변경을 회피하였다고 볼 수 없다. 마. 결국 기존 판례들의 판시는 후행 사건의 쟁점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일반·추상적인 법명제의 형태로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법한 송달 요건의 해석에 관한 의견을 표시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는 하급심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으로 보아야 하고, 이 사건에서 그와 반대되는 해석론에 입각한 법명제를 채택하는 이상, 기존 판례들의 판시를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주심), 오경미
동거인
소송서류
보충송달
외국판결
2021-12-24
민사일반
행정사건
대법원 2018스5
미성년자 입양허가
대법원 결정 【사건】 2018스5 미성년자 입양허가 【청구인, 재항고인】 재항고인 1 외 1인 【사건본인】 사건본인 【원심결정】 울산지방법원 2017. 12. 18. 자 2017브10 결정 【주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가정법원에 이송한다. 【이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과 쟁점 재항고인들은 외손자인 사건본인의 부모가 사건본인을 재항고인들의 아들로 입양하는 것에 동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사건본인에 대한 입양을 허가해 달라고 신청하고 있다.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판단 기준 또는 고려요소가 무엇인지가 이 사건 쟁점이다. 먼저 법정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입양의 요건과 미성년자 입양허가의 기준에 관하여 살펴보고, 조부모에 의한 손자녀 입양의 허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요소를 검토한 다음, 항을 바꾸어 이 사건에 대해 판단하고자 한다. 2. 법정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입양의 요건 입양은 출생에 의해 부모·자녀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정한 절차를 따라 원래는 부모·자녀가 아닌 사람 사이에 부모·자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민법상 입양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양부모와 양자가 될 사람 사이에 입양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양자가 될 사람이 13세 이상의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입양을 승낙하고, 13세 미만인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이 그를 갈음하여 입양을 승낙한다(민법 제869조). 그리고 양자가 될 사람의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민법 제870조, 제871조). 그 밖에 양부모가 성년자이고 배우자가 있으면 부부가 공동으로 입양할 것, 양자는 양부모의 존속이나 연장자가 아니고 배우자가 있으면 배우자의 동의를 얻을 것 등 양부모와 양자의 자격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민법 제866조, 제874조, 제877조). 민법은 제정 당시 미성년자의 입양과 성년자의 입양을 구별하지 않고 위에서 본 입양의 합의와 부모의 동의라는 요건을 갖추면 당사자의 입양신고만으로 입양이 성립한다고 정하였으나, 2012. 2. 10. 법률 제11300호로 민법을 개정하여 미성년자의 입양에 대하여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였다(제867조). 이는 아동학대의 습벽이 있는 자와 같이 양부모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입양제도를 남용하여 입양아동의 복리를 현저히 해치는 등 부적격자에 의한 입양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자, 법원이 미성년자의 입양에 후견적으로 개입하여 입양아동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위와 같은 민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법정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입양의 요건으로서 양부모와 입양아동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3. 미성년자 입양허가의 판단 기준 가. 미성년자를 입양하려는 사람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민법 제867조 제1항), 가정법원은 양자가 될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그 양육 상황, 입양의 동기, 양부모의 양육능력,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입양의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민법 제867조 제2항). 유엔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1989. 11. 20. 채택되었고 대한민국도 가입하여 1991. 12. 20. 국내에서 발효되었다. 이하 ‘아동권리협약’이라 한다) 제21조는 입양제도를 인정하거나 허용하는 당사국은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도록 보장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시설이나 입양기관에 보호의뢰된 요보호아동의 입양에 관한 민법의 특별법인 입양특례법 제4조는 ‘입양의 원칙’에 관하여 이 법에 따른 입양은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민법 제867조의 문언과 그 개정 취지와 더불어 아동권리협약과 입양특례법 규정 등을 고려하면, 가정법원이 미성년자의 입양을 허가할 것인지 판단할 때에는 ‘입양될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나. 미성년자 입양허가 사건은 가사비송사건이다[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 8)]. 가정법원은 직권으로 사실을 탐지하고 필요한 증거 조사를 하여(가사소송규칙 제23조 제1항), 입양의 동기와 목적, 양부모가 될 사람의 양육능력과 양부모로서의 적합성, 양육 상황 등을 심리하여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후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양부모가 될 사람이 미성년자를 입양하려고 하고 입양아동의 친생부모가 입양에 동의하고 있더라도, 아동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입양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4. 조부모에 의한 미성년 손자녀 입양허가의 판단 기준과 고려 요소 가. 조부모에 의한 미성년 손자녀 입양의 허용 여부 (1) 미성년자에게 친생부모가 있는데도 그들이 자녀를 양육하지 않아 조부모가 손자녀에 대한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 이를 불허할 것인지 문제된다. 위 2.에서 보았듯이 입양은 출생이 아니라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원래는 부모·자녀가 아닌 사람 사이에 부모·자녀 관계를 형성하는 제도이다. 조부모와 손자녀 사이에는 이미 혈족관계가 존재하지만 부모·자녀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민법은 입양의 요건으로 동의와 허가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존속을 제외하고는 혈족의 입양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민법 제877조 참조). 따라서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하여 부모·자녀 관계를 맺는 것이 입양의 의미와 본질에 부합하지 않거나 불가능하다고 볼 이유가 없다. 조부모에 의한 손자녀 입양이 전통이나 관습에 배치되는 것도 아니다. 조선시대부터 전통적으로 이루어진 입양은 본래 혈족을 입양하는 것으로서, 남자 자손이 없는 사람이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하여 조카 항렬의 남계 혈족을 양자로 삼아 이른바 소목지서(昭穆之序)를 지키려고 하였다. 그러나 가족질서 관념이 엄격한 조선시대에도 위와 같은 원칙에서 벗어나 외손자를 입양하거나[조선시대 예조의 입양허가 관련 기록인 수양시양등록(收養侍養謄錄)과 법외계후등록(法外繼後謄錄)에 수록되어 있다. 후자는 책 본문 첫머리에 기재된 제목에 따라 별계후등록(別繼後謄錄)이라고도 한다] 손자 항렬의 혈족을 입양하기도 하였다. 조선고등법원 1932. 11. 15. 판결은 증손항렬을 사후(死後)양자로 삼은 사안에서 양부가 될 자와 동성동본의 혈족으로서 아들과 같은 항렬 이하에 있는 자는 양자로서의 적격이 있으므로 이러한 입양도 유효하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민법이 존속 또는 연장자를 양자로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소목지서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재종손자(再從孫子)를 사후양자로 선정하는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1991. 5. 28. 선고 90므347 판결 참조). 비교법적으로 보면, 현대적인 입양법제를 갖춘 미국이나 독일에서 조부모 등 혈족의 입양이 허용되고 있다.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조부모를 포함한 친족에게 입양 우선권을 주거나 간이하게 입양할 수 있도록 절차적 특례를 인정함으로써 입양을 권장하기도 한다. (2) 조부모가 자녀의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에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이를 허가할 수 있다. 다만 조부모가 자녀를 입양하는 경우에는, 양부모가 될 사람과 자녀 사이에 이미 조손(祖孫)관계가 존재하고 있고 입양 후에도 양부모가 여전히 자녀의 친생부 또는 친생모에 대하여 부모의 지위에 있다는 특수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이 자녀의 복리에 미칠 영향에 관하여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조부모의 입양허가 청구 사건에서 심리할 사항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살펴본다. 나. 입양의 의사와 목적 (1) 양부모가 되려는 사람의 입양 의사는 입양의 요건 중 하나이다. 입양의 의사는 당사자 사이에 실제로 양친자로서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실질적인 의사이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므1553, 1560 판결 등 참조). 부모에게 자녀에 대한 양육·부양의무가 있는 미성년자 입양의 경우에는 부모로서 자녀와 함께 살면서 자녀를 양육하고 보호하며 경제적, 정서적으로 영속적 생활공동체인 가족생활을 영위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 조부모가 부모·자녀 관계를 맺을 의사가 없이 단순히 손자녀를 양육하는 데 필요한 법정대리권이나 재산관리권을 얻기 위하여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양친자로서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실질적 의사가 부정될 수 있다. 그러나 조부모가 손자녀와 양친자관계라는 새로운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사가 있다면 입양의 의사를 인정하여야 한다. (2) 조부모가 자녀에게 친생부모에 관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자신들이 친생부모인 것처럼 자녀를 양육하였거나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해서 입양의 의사를 부정할 수는 없다. 친생자관계와 양친자관계는 그것이 출생으로 성립하는지 입양으로 성립하는지가 다를 뿐이고, 어느 쪽이든 친자관계가 성립하고 나면 그 효력과 내용이 같다. 입양이 이루어지면 양자는 양부모의 친생자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민법 제882조의2 제1항. 다만 양자의 성(姓)이 양부모의 성으로 변경되지는 않는다], 양부모의 혈족이나 인척과 사이에도 양부모의 친생자와 동일한 친족관계가 성립한다(민법 제772조). 따라서 양부모와 양자 사이에는 친권, 상속, 부양 등 친자관계에 관한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양부모의 입양 의사는 입양을 통해 이러한 친자관계, 즉 부모·자녀 관계를 맺을 실질적인 의사를 뜻하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자녀에게 입양 사실을 알리는 것’이 입양 의사의 요소는 아니다. 입양아동이 자신이 친생자인 것으로 알고 성장하다가 뒤늦게 입양 사실을 알게 되면 정신적 충격과 진실을 숨겨 온 가족에 대한 배신감 등으로 고통을 받게 되므로 처음부터 입양 사실을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주장이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입양 사실을 자녀에게 알릴 것인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알릴 것인지는 입양 가족이 처한 상황, 자녀의 나이, 성격, 주위 환경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문제이다. 가정법원은 입양허가 사건의 가사조사와 심리 과정에서 적절한 시기에 자녀에게 입양 사실을 밝혀 자녀가 입양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상담과 조언을 할 수 있다. (3) 입양의 주된 목적이 부모·자녀 관계를 맺고 부모로서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녀의 국적 취득, 상속, 다자녀로 인한 각종 사회경제적 혜택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신중하게 심리하여야 한다. 조부모는 입양될 자녀의 양부모이자 친생부 또는 친생모의 부모도 겸하고 있으므로, 입양의 주된 목적이 친생부모의 혼인이나 사회생활을 용이하게 하려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조부모가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입양 의사가 있는지와 더불어 입양의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도 주의 깊게 심리하여야 한다. 다. 친생부모의 입양동의 (1) 입양되는 자녀가 13세 이상의 미성년자이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입양을 승낙하고 13세 미만이면 법정대리인이 자녀를 대신하여 입양을 승낙한다(민법 제869조 제1항, 제2항). 법정대리인이 친생부모가 아닌 경우에는 친생부모의 동의도 별도로 요구되고, 부모가 친권을 상실하거나 소재불명인 경우, 3년 이상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자녀를 학대·유기하는 등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친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민법 제870조). 이처럼 자녀의 입양을 위해서는 친생부모가 입양에 동의하여야 한다. 친생부모 중 누구도 자녀를 양육하지 못하여 입양에 동의하는 경우는 친생부모의 나이가 어리거나 미혼인 상태에서 자녀를 출산하는 등 그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열악하여 양육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2) 2011년 전부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이 그가 태어난 가정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제3조 제2항). 친생부모의 입양동의는 아동이 출생한 때부터 1주일의 숙려기간이 지난 후에 이루어져야 하고(제13조 제1항), 입양기관은 입양동의 전에 친생부모에게 ‘아동을 직접 양육할 경우 지원받을 수 있는 사항 및 양육에 관한 정보, 입양의 법률적 효력, 파양, 입양동의의 요건과 철회, 입양 절차, 입양정보 공개 청구’ 등에 관하여 충분한 상담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제13조 제3항, 「입양특례법 시행규칙」 제11조 제1항 참조). 이는 친생부모가 자녀의 양육이나 입양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은 상태에서 숙고하여 입양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아동권리협약 제21조 (a)항 역시 같은 취지에서, 당사국은 권한 있는 기관이 ‘부모, 친척, 후견인 등 입양동의가 요구되는 사람들이 필요한 경우 상담을 통해 입양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고서 입양에 동의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입양을 허가할 것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3) 민법상 입양에 관하여 입양동의 전 상담이나 관련된 정보 제공에 관한 규정이 없지만, 친생부모가 자녀의 양육이나 입양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고서 입양동의를 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위 입양특례법이나 아동권리협약의 취지는 민법상 입양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입양허가 사건을 심리하는 가정법원은 친생부모에 대한 가사조사나 상담, 심문 등을 통해 ‘친생부모에게 아동을 직접 양육할 경우 지원받을 수 있는 사항, 자녀 양육에 관한 정보, 입양의 법률적 효력, 파양, 입양동의의 요건과 철회 가능성, 입양 절차’ 등에 관하여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친생부모가 현재 자녀를 양육하지 않고 입양에 동의하는 이유 등을 심리하여 친생부모의 입양동의가 충분히 숙고한 후 이루어진 자발적이고 확정적인 것인지 확인하고, 친생부모에게 자녀를 스스로 양육할 의사가 있다면 입양동의를 철회하도록 권하며, 그들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사항에 관하여 상담·안내하고 담당 기관을 연계하여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 입양되는 자녀의 의견 청취 입양되는 자녀가 13세 이상인 경우에는 입양에 자녀의 동의가 필요하고(민법 제869조), 이는 입양특례법상 입양에 관하여도 같다(입양특례법 제12조 제4항). 가정법원은 입양허가 심판을 할 때에 양자 될 사람이 13세 이상인 경우에는 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9 제1항). 입양되는 자녀가 13세 미만인 경우 민법 제869조는 법정대리인이 자녀를 대신하여 입양에 동의한다고 정할 뿐이고, 민법, 입양특례법과 가사소송법에 13세 미만 자녀의 의견 청취에 관해서는 아무런 정함이 없다. 아동권리협약 제12조는 자신의 의견을 형성할 능력이 있는 아동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대하여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고,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는 아동의 연령과 성숙 정도에 따라 정당한 비중이 부여될 것을 당사국이 보장하여야 하며, 이를 위하여 아동 관련 사법절차에서 아동에게 진술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정한다. 이 협약은 특정한 연령 제한을 두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형성할 능력이 있는 아동’이라면 누구든지 의견을 진술할 권리를 보장하고 다만 아동의 연령과 성숙도에 따라 그 의견에 비중을 두도록 정하는 데 반하여, 민법은 입양동의가 요구되지 않는 13세 미만 아동의 의견 진술 기회에 관하여 정하고 있지 않다. 아동은 학령기 이전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형성하고 표현할 수 있다. 입양이 자녀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고 양육 상황이나 양부모의 적합성 등을 판단하는 데 아동의 의견 청취가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가정법원은 자녀가 13세 미만인 경우에도 자신의 의견을 형성할 능력이 있다면 가급적 그 나이와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방법으로 입양되는 자녀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 부모·자녀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가능성과 친족관계 혼란 문제 (1)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이미 출생으로 맺어진 조손관계가 존재하고 있고 입양이 이루어지면 이러한 관계가 법적인 부모·자녀 관계로 변경된다. 조부모와 자녀의 나이, 현재까지의 양육 상황, 다른 가족의 태도 등에 비추어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 실질적인 부모·자녀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양될 자녀의 나이가 학령기에 이르고 그동안 조손관계로 양육된 경우 입양으로 기존의 관계가 부모·자녀관계로 바뀌는 것이 쉽지 않고 입양이 자녀의 정서에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자녀가 입양의 의미를 알고 입양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가족이나 주변의 친척들이 입양에 협조적인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친생부모가 조부모나 자녀와 동거하거나 자주 교류하는 경우에는, 자녀가 성장 과정에서 친생부모와 양부모의 양립으로 정서적 혼란을 겪거나 주변 가족이나 친족들이 양친자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가정법원은 조부모나 자녀와 친생부모의 교류 관계에 관하여도 심리하여 이러한 사정이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2) 종래 조부모가 자녀를 입양하면 조부모와 양부모의 지위가 중첩되고 친생부모는 자녀의 부모이자 형제가 되는 등 가족 내부 질서나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고, 자녀의 정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조부모의 입양을 불허한 실무례가 많았다. 과거에 입양은 가계 계승과 양부모를 위한 제도로 기능하였지만, 1990년 가계 계승을 위한 사후양자 등 폐지를 시작으로, 2005년과 2012년 친양자제도와 입양허가제도 신설 등으로 점차 미성년자의 입양에 관한 기본 이념이 변화하였다. 위 3.가.에서 보았듯이 미성년자의 입양에 관하여 ‘자녀의 복리’가 최우선적인 고려요소이다. 따라서 조부모가 입양을 원하고 친생부모가 숙고하여 자발적으로 입양에 동의하는 등 입양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더라도, 가정법원은 아동의 복리라는 공익적·후견적 관점에서 입양이 아동의 복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입양을 불허할 수 있다. 조부모가 친생부 또는 친생모의 부모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자녀 양육을 돕거나 그들을 대신하여 자녀를 양육·부양할 법적인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친생부모 누구도 자녀를 양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부모가 자녀를 입양할 경우 영속적인 친자관계를 맺고 부모로서 자녀를 더욱 안정적으로 양육·부양할 수 있다. 특히 조부모와 자녀가 이미 실질적으로 양친자와 같은 생활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 법적으로도 실제에 부합하는 신분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 사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 이미 조손관계가 확립되어 있거나 자녀가 친생부모와 자주 교류하는 경우에는,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는 개별적인 사안에서 가정의 상황, 자녀와 조부모의 나이와 성격, 입양에 이르게 된 경위, 현재까지의 양육 상황, 친생부모와 교류 관계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가정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자녀의 복리라는 관점에서 조부모의 입양이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사항과 우려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심리하고 둘을 비교·형량하여 자녀의 행복과 이익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3) 종래 부부와 그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를 표준적인 가족 형태로 삼아 가족관계를 규율하였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혼인율과 출생률 감소, 이혼과 재혼가정의 증가 등으로 가족 형태의 정형성이 감소하고 그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가족에 대한 관념과 가치관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적으로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할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개인은 독립적 인격체로서 존중되어야 하고, 혼인과 가족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관한 개인과 가족의 자율적 결정권은 다른 사람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6. 8. 자 2020스575 결정 참조). 가정법원은 입양을 허가할 것인지에 관하여 후견적 재량을 갖지만 그러한 재량이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고 합목적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당사자가 원하는 가족관계 구성을 국가기관이 허가하지 않을 때에는 이것이 ‘아동의 복리’라는 공익적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한다. 가정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입양이 사건본인의 복리에 반한다고 볼 구체적인 사정이 있는지를 충분히 심리하여야 한다. 이러한 심리와 비교·형량의 과정 없이 전통적 가족공동체 질서의 관점에서 혈연으로 맺어진 친족관계를 변경시키는 것이 가족 내부에 혼란을 초래하거나 자녀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막연히 추단하여 입양을 불허한다면 입양허가에 관한 합목적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가족 구성에 관한 입양 청구인들의 판단과 선택권을 무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4) 입양이 이루어져도 입양 전의 친족관계는 존속하므로(민법 제882조의2 제2항. 이 점에서 입양 전의 친족관계가 종료되는 친양자 입양과 다르다), 친생부모와 자녀는 여전히 친자관계이다. 그런데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에 따라 발급되는 조부모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친생부모와 자녀가 모두 조부모의 자녀로 기재되어 그들이 형제관계인 것처럼 보이고, 친생부모의 가족관계증명서(상세증명서)에는 조부모와 자녀가 조손관계로 보일 뿐 그들 사이의 양친자관계가 공시되지 않는다. 이는 가족관계등록부가 개인별로 구분·작성되고, 가족관계증명서는 본인을 기준으로 그 부모, 자녀, 배우자가 누구인지를 증명하기 위한 것으로(가족관계등록법 제9조, 제15조 참조), 형제자매 관계나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 사이의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가족관계증명서상 조부모 입양 관계가 실체에 맞게 공시되지 않거나 불일치하게 보이는 면이 있더라도, 이를 이유로 입양을 불허할 수는 없다. 조부모의 입양을 허가할지는 민법에 따른 실체법적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입양허가 후 행정사무 측면에서 가족관계를 증명서에 어떻게 기재하고 공시할 것인지는 그 이후의 문제이다. 호주제를 기초로 한 호적 제도가 폐지되고 2008. 1. 1. 개인별 편제 방식의 가족관계등록제도가 시행된 후 가족관계등록법은 개인정보보호 강화, 기재내용의 진실성 제고, 국민의 권익보장 확대를 위하여 10여 차례 이상 개정되었다. 조부모 입양과 관련해서도 가족관계증명서 기재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면 이를 개선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바. 입양과 후견의 관계 친생부모가 양육 의지나 능력을 회복할 경우 언제든지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조부모가 후견인으로서 손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동이 친생부모에 의해 양육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경제력이 부족하거나 미혼, 이혼, 사별로 혼자서 자녀를 양육하는 등 열악한 여건에 있는 친생부모의 양육을 지원하기 위하여 국가적으로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견이 없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아동복지법 제4조 제3항과 입양특례법 제3조 제1항, 제2항). 그러나 친생부모의 자녀 양육을 위한 가능한 정책을 실시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후에도 친생부모가 자녀 양육을 포기하고 입양에 동의하는 경우에, 친생부모가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현재의 상황을 기초로 입양허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친생부모가 언젠가 양육 의사를 회복하여 자녀를 양육하려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막연하고 추상적이어서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를 이유로 입양을 불허하는 것은 사건본인의 복리에 반한다. 입양특례법 제3조 제2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태어난 가정에서 자라기 곤란한 아동에게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다른 가정을 제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와 지원을 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는 친생부모의 직접 양육을 위해 다방면의 지원을 하더라도 친생부모가 결국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경우에는 입양을 통해 자녀에게 안정된 양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아동의 복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입양은 단순한 양육을 넘어 영속적인 부모·자녀 관계를 맺기 위한 제도로서, 미성년자에게 친권자가 없는 경우 친권자를 대신하여 그를 보호·감독하고 대리할 사람을 두기 위한 미성년후견과는 그 제도 취지나 법적 효력이 다르다. 후견은 피후견인이 성년에 이르는 등 후견의 필요성이 없어지면 자동적으로 종료하고, 후견인에게 피후견인의 부양 의무가 있거나 후견인의 사망으로 상속 관계가 발생하지 않는다. 조부모가 부모·자녀 관계를 맺기 위하여 입양을 청구하는 경우 후견 제도의 존재를 이유로 입양을 불허할 것은 아니다. 사. 종합 미성년자에게 친생부모가 있는데도 그들이 자녀를 양육하지 않아 조부모가 손자녀의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에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 법원은 조부모가 단순한 양육을 넘어 양친자로서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실질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입양의 주된 목적이 부모로서 자녀를 안정적·영속적으로 양육·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친생부모의 재혼이나 국적 취득, 그 밖의 다른 혜택 등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닌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친생부모의 입양동의가 자녀 양육과 입양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은 상태에서 자발적이고 확정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가사조사, 상담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 조부모가 양육능력이나 양부모로서의 적합성과 같은 일반적인 요건을 갖추는 것 외에도, 자녀와 조부모의 나이, 현재까지의 양육 상황, 입양에 이르게 된 경위, 친생부모의 생존 여부나 교류 관계 등에 비추어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 양친자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살피고 조부모의 입양이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사항과 우려되는 사항을 비교·형량하여, 개별적·구체적인 사안에서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심리 과정에서는 입양되는 자녀가 13세 미만인 경우에도 자신의 의견을 형성할 능력이 있다면 자녀의 나이와 상황에 비추어 적절한 방법으로 자녀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이 사건에 관한 판단 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사건본인의 친생모(1996년생)는 사건본인의 친생부와 사이에 사건본인을 임신하였고, 2014. ○○. △△. 혼인신고 후 같은 달 □□일 사건본인을 낳았다. 사건본인이 생후 7개월이 되었을 무렵 친생모는 사건본인을 자신의 부모인 재항고인들 집에 두고 갔고, 그때부터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양육하고 있다. 친생모와 친생부는 2015. 9. 18. 협의이혼하였다. 재항고인들은 사건본인의 입양에 대한 허가를 청구하면서, 사건본인의 친생부모와 교류가 없고 사건본인이 재항고인을 부모로 알고 성장하였으며 가족이나 친척, 주변 사람들도 재항고인들을 사건본인의 부모로 대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사건본인의 친생부모는 재항고인들의 입양에 동의하였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재항고인들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결정을 유지하였다. 사건본인의 친생모가 생존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입양하면 재항고인들이 외조부모이자 부모가 되고 친생모는 어머니이자 누나가 되는 등 가족의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 분명하다. 현재 상태에서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양육하는 데 어떠한 제약이나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사건본인의 양육에 법률상·사실상의 장애가 있더라도 미성년후견을 통해 그 장애를 제거할 수 있다. 장래에 사건본인이 진실을 알게 되어 받을 충격 등을 고려하면 신분관계를 숨기기보다 정확히 알리는 것이 사건본인에게 이롭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이 사건 입양을 통해 친생부모가 사건본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그러나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사건본인의 친생모가 생존하고 있다고 해서 그 부모인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입양하는 것을 불허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양육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양친자관계를 맺으려는 의사를 부정할 수도 없다. 조부모인 재항고인들의 입양으로 가족의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더라도, 이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입양이 사건본인의 복리에 더 이익이 된다면 입양을 허가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원심은 친생부모나 사건본인 등에 대한 가사조사, 심문 등을 통해 이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친생부모가 사건본인을 양육·부양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친생부모가 자녀 양육과 입양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은 상태에서 자발적이고 확정적으로 입양에 동의한 것인지, 위와 같은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은 이후에도 자녀를 스스로 양육할 의사가 없는지, 현재까지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어떤 관계로 양육하여 왔고 재항고인들과 사건본인의 친생모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교류가 있는지, 사건본인의 입양에 대한 의견이 무엇인지, 만일 사건본인이 조부모를 친생부모로 알고 있다면 현재까지 양육 상황이 어떠한지 등 재항고인들의 입양이 사건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사항과 우려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심리하고 둘을 비교·형량하여 이 사건 입양이 사건본인의 복리에 더 이익이 되는지 혹은 사건본인의 복리에 반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위에서 본 이유만을 들어 재항고인들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결정을 유지한 원심판단에는 조부모에 의한 미성년자 입양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재판에 영향을 미친 법률 위반의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재항고이유는 정당하다. 6. 결론 재항고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결정 이후 가사사건에 대한 전속관할을 가진 가정법원이 새로 설치된 데 따라 그 관할 법원으로 이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으며,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이 있다. 7.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가. 반대의견의 요지 (1) 조부모가 미성년의 손자녀를 민법 제867조에 따라 입양하여 손자녀의 양부모가 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따라서 법률상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를 입양할 수 있다는 점, 다만 조부모의 미성년 손자녀 입양은 이미 조손의 혈연관계가 존재하고 입양 후에도 양부모와 조부모의 친족관계가 병존하게 된다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이 자녀의 복리에 미칠 영향에 관하여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는 점은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한다. (2) 그러나 조부모의 미성년 손자녀에 대한 입양허가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 (3) 조부모의 미성년 손자녀 입양으로 가족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혼란이 초래된다는 이유로 입양을 불허한 듯한 대법원 결정례(대법원 2010. 10. 24. 자 2010스151 결정, 대법원 2017. 3. 17. 자 2016스138 결정 참조)는 미성년자의 복리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야 할 입양허가 사건에서 친족 내부의 질서 등 구시대적 관념을 중시하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 부분 판단이 잘못되었다 하여 위 사정을 포함,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제3자의 일반입양 사건에 비하여 조부모 입양의 요건을 엄격히 판단한 가정법원의 실무 태도 및 이에 따른 원심의 결론까지 부당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4) 2촌 직계혈족인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를 입양하는 것은 법정친자관계의 기본적인 의미에 자연스럽게 부합하지 않는데다가, 조부모가 입양 사실을 감추고 친생부모인 것처럼 양육하기 위하여 하는 비밀 입양은 향후 자녀의 정체성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국제 규범과 국내 법령은 원가정 양육의 원칙을 천명하고 이를 위한 후견 제도나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정비되어 있는데, 친생부모의 가장 가까운 직계존속으로서 친생부모에 의한 원가정 양육을 지지하고 원조하여야 할 조부모가 오히려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열악한 친생부모의 양육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모의 지위를 대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성년 손자녀의 친생부모가 생존하고 있는데도 조부모가 손자녀의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 입양허가는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조부모에게 실질적인 입양의사가 있다는 사정은 입양허가의 한 요건에 불과하고 앞서 본 여러 가지 우려를 극복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조부모의 입양은 위의 우려가 모두 해소될 수 있음이 밝혀진 경우에 허가할 수 있다. 가정법원은 직권탐지주의에 따라 후견적 입장에서 제반 사정들을 심리한 다음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입양허가 여부를 결정할 넓은 재량권을 갖는다. 이하 구체적으로 보기로 한다. 나. 입양제도의 연혁과 입양의 목표 (1) 우리나라에서 입양제도는 가(家)를 위한 입양에서 벗어나 자녀를 위한 입양으로서 미성년 자녀의 복리가 최우선의 목표이고 국가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책무를 부담하며 법원이 아동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한 후견적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어온 과정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조선시대 입양제도는 남자 자손이 없는 사람이 같은 성을 가진 사람 중 자신과 같은 항렬에 있는 남계 혈족의 아들을 양자로 들여 가문의 대를 잇게 하는 것으로서, 순전히 ‘가(家)를 위한 입양제도’의 성격을 지녔다. 1960년 제정 민법의 시행으로 당사자 간 합의를 기초로 한 근대적 입양제도가 도입되었지만, 호주가 직계비속 없이 사망한 때에 양자를 선정하는 사후양자(제867조)와 유언에 의한 양자(제880조), 사위를 양자로 삼는 서양자(제876조) 제도가 여전히 유지되었고, 양부와 동성동본이 아닌 양자는 양가의 호주상속을 할 수 없고(제877조 제2항) 호주의 직계비속 장남자는 본가의 계통을 계승하는 경우 외에는 양자가 되지 못하는 등(제875조), 입양제도는 여전히 가를 위한 성격을 지녔다.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민법(1991. 1. 1. 시행)은 위와 같은 사후양자, 유언양자, 서양자를 모두 폐지하여 가를 위한 입양제도로서의 성격을 탈피하였고,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민법(2008. 1. 1. 시행)은 친생부모와 양자의 친자관계를 단절하고 양자를 친생자와 같이 취급하는 친양자제도를 신설하였다. 2012. 2. 10. 법률 제11300호로 개정된 민법(2013. 7. 1. 시행)은 미성년자의 입양에 대한 가정법원의 허가 제도를 도입하여 입양제도의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미성년자 입양이 당사자의 입양 합의와 신고만으로 가능하였던 구법상 입양의 폐해를 시정하고 입양 과정에 가정법원이 개입하기 위한 입법이다. (2) 민법 개정과 더불어 주목할 것은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의 입양에 관한 입법의 변화이다. 구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상 입양은 구 민법과 마찬가지로 당사자의 입양 합의와 신고로써 성립하였다. 이는 아동권리협약 제21조가 당사국들은 아동입양 절차가 관계당국에 의하여만 허가되도록 보장할 것을 규정한 것에 위반되고 국가가 아동의 보호를 위한 후견적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2011. 8. 4. 법률 제11007호로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국내외 요보호아동의 입양을 가정법원의 허가제로 전환하고 친생부모의 입양동의 시기 제한, 상담과 정보 제공 등 아동과 더불어 친생부모의 권익과 복지까지 증진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3) 따라서 현재 미성년자를 입양하는 경우에는 일반 입양, 친양자 입양, 입양특례법상 입양 모두 가정법원의 허가제로 통일되었다. 가정법원의 입양허가를 받지 않으면 입양은 절대적으로 무효가 된다(민법 제883조 제2호, 제867조 제1항). 허가제 도입 전까지는 혈연을 중시해 온 우리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허위의 친생자 출생신고에 입양신고의 효력을 부여하는 판례 법리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지만(대법원 1977. 7. 26. 선고 77다4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입양허가제 도입 후에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개정 민법이 적용되는 경우 입양 의사로 허위의 출생신고를 하였더라도 법원의 입양허가를 받지 않은 이상 입양으로서 효력을 발생할 수 없다(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중 대법관 민유숙의 별개의견과 반대의견 참조). (4) 다수의견은 ‘우리의 전통적인 입양이 남계 혈족을 양자로 입양하는 것이었음’을 근거로 현대에도 혈족인 조부모의 입양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본 입양제도의 변천 과정을 고려하면, 미성년 자녀의 복리가 중심이 되는 현재의 입양제도 하에서 과거의 가(家)를 위한 입양을 근거로 조부모의 입양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나아가 다수의견이 외국에서도 혈족의 입양이 허용되고 있음을 근거로 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입양제도는 그 나라의 가족제도와 문화, 혈연과 가족에 대한 사회의 관념 등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입양허가 여부를 다른 나라의 입법례에 의존하여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수의견이 원용하는 독일에서는 친족의 입양이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더라도 조부모의 입양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가하고 있다. 조부모의 입양은 세대를 변경하게 되어 나머지 가족들의 친족관계에 혼란을 줄 여지가 크고, 육아수당 등을 받기 위해 입양을 남용할 위험이 있으며, 후견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점, 특히 친생부모가 생존하고 왕래가 있는 경우 갈등과 분쟁 요소가 내재하고 실질적인 양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워 결과적으로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점 등이 판례와 학계의 연구결과로 인정되고 있다. 다. 가정법원의 후견적 기능과 재량권 (1) 민법 제867조에 따른 미성년자 입양허가 심판은 ’라류 가사비송사건‘에 속한다[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 8)]. 실체법상 기준에 따라 당사자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는 가사소송사건에 비하여, 가사비송사건은 가정법원이 후견적인 지위에서 재량에 의해 합목적적으로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재판이다(대법원 2006. 4. 17. 자 2005스18, 19 결정, 대법원 2019. 11. 21. 자 2014스44, 45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가사비송사건의 특성상 심리 방식은 변론을 요하지 않고 자유로운 증명으로 충분하며 법원의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되고(가사소송규칙 제23조 제1항), 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취지에 엄격하게 구속되지 않는다. 특히 라류 가사비송사건은 상대방이 없는 비대심적 구조로서 가정법원의 후견적 허가나 감독처분이 요구되는 사건으로, 비송재판으로서의 성격이 더욱 두드러진다. 미성년자 입양허가 사건은 양부모가 되려는 사람의 일방적인 청구에 대하여 가정법원이 후견적 입장에서 재량적으로 입양허가를 결정하는 사건이다. 앞서 본 민법 제867조의 문언과 입양허가제가 도입된 취지, 가사소송법이 입양허가 재판을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 규정한 점에 비추어 보면, 가정법원은 청구인의 주장에 구애되지 않고 직권으로 탐지한 자료에 따라 ’입양이 청구된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넓은 재량권의 범위에서 입양허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또한 판단할 권한을 갖는다. (2) 입양허가 사건은 비대심적 구조로서 입양청구인만이 사건의 당사자로서 전면적으로 재판을 수행한다. 입양은 입양청구인뿐만 아니라 입양될 자녀의 신분관계와 재산관계에 중대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킨다. 친생부모 역시 입양이 이루어지면 사건본인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을 상실하는 등 부모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미성년 자녀는 ‘사건본인’이지만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고, 13세 미만의 자녀는 재판 절차에서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도 보장되어 있지 않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9 제1항). 자녀의 친생부모 역시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다. 입양허가 사건에서 법원의 후견적 기능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원은 재판을 수행하는 입양청구인의 주장에 구애되어서는 안 되고 그 뒤에 숨어있는 실질적인 당사자인 사건본인과 그 친생부모의 입장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직권으로 사실관계를 탐지하고 후견적·재량적으로 입양허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3) 앞서 본 바와 같이 입양허가제가 도입되고 입양허가 사건이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 규정된 취지 등을 고려하면, 입양 합의, 친생부모의 승낙·동의, 양친자와 양자의 자격 등은 입양허가 청구를 할 때에 당연히 갖추어야 할 전제 요건에 불과하고, 이러한 요건을 모두 갖추었더라도 가정법원은 개별 사건마다 구체적으로 사건본인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심리하여 입양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4) 다수의견은 조부모의 입양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고려사항을 들고 있다. 그러나 그 중 ‘조부모가 양친자로서의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실질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을 것’이나 ‘친생부모의 입양동의가 자발적이고 확정적으로 이루어졌을 것’은 곧 당사자에게 입양 의사가 있고 친생부모가 입양에 동의하였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수의견은 조부모의 입양 의사와 친생부모의 입양동의가 있어도 입양이 아동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으면 법원이 입양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나(3.나.항), 이는 민법 제867조 제2항의 ‘가정법원은 양자가 될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그 양육 상황, 입양의 동기, 양부모의 양육능력,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입양의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을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다수의견은 ‘당사자들이 입양을 원하는데도 입양을 불허가할 때에는 공익적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법원이 입양청구인의 판단과 선택권을 무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견해인바[4.마.(3)항] 다수의견을 관철하면 입양의 합의와 친생부모의 입양동의가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양을 허가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우려가 있다. 입양허가제가 도입된 지 10여 년이 지난 현재 입양당사자 사이의 의사가 합치되었다면 입양허가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는 견해는 극복되어야 한다. 이는 앞서 본 것처럼 당사자의 의사합치만으로 입양신고가 가능하였던 구법 하에서의 해석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 라. 조부모 입양에서 입양 의사·목적에 대한 엄격한 심사의 필요성 (1) 이 사건은 미성년 자녀의 친생부모가 존재함에도 조부모가 그 친생부모의 동의를 받아 민법 제867조에 따른 미성년 손자녀의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사건이다. 미성년 자녀의 입양이 일반적으로 친생부모가 존재하지 않거나 행방불명 등 이에 준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이루어지는 것과 구별된다. 친생부모가 사망하거나 행방불명인 때에는, 민법 제869조의 동의·승낙을 할 법정대리인인 친권자가 없어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하는 등(민법 제928조, 제932조) 후견절차가 선행되거나, 민법 제869조 제3항 제2호, 제870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친생부모의 동의 없이 가정법원이 미성년자의 입양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등 적용 규정과 요건이 달라지고 가정법원이 고려할 사항이 달라진다. (2) 친자관계는 출생에 의해 형성되는 자연적 친자관계와, 친생자관계가 없음에도 당사자의 의사에 기초하여 인위적으로 성립한 법정친자관계로 구분할 수 있다. 친생자는 혈연에 의해 성립하는 자연혈족임에 비하여 ’양자‘는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법률에 의하여 친자관계가 인정되는 점이 핵심이다.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 제1항은 "가족"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이고(제1호), “가정”은 가족구성원이 생계 또는 주거를 함께 하는 생활공동체로서 구성원의 일상적인 부양·양육·보호·교육 등이 이루어지는 생활단위를 말한다고 정하여(제2호), 입양은 곧 혈연이 없는 사람 사이에서 가족을 구성하는 제도임을 전제하고 있다. 조부모는 손자녀와 2촌 관계에 있는 직계혈족이다. 직계혈족 사이에는 상호 부양의무가 있으므로(민법 제974조 제1호), 조부모는 이미 미성년 손자녀에 대하여 부양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혈족은 친족의 중요 구성범위이고(민법 제767조, 제768조) 생계를 같이 하는지를 불문하고 ‘가족’에 포함되고(민법 제779조), 동거하는 경우 ‘가정’에도 포함된다. 이처럼 이미 가까운 혈족인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를 입양하는 것은 법정친자관계의 개념에 비추어 부자연스러운 것으로서, 입양의 이유나 목적을 세심하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 (3) 입양이 허가될 경우 미성년 손자녀의 친생부모가 존재함에도 그 친생부모의 친권·양육권이 배제되고 조부모가 부모의 지위를 대체하게 된다. 다수의견은 ‘조부모가 실질적으로 부모·자녀의 관계를 맺고 생활하려는 의사’가 있다면 입양을 허가할 요건을 갖추었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에 있어서 조부모의 입양 의사는 조부모가 친생부모를 대체하여 손자녀를 자녀인 것처럼 관계를 맺고 생활할 의사이다. 이 경우 입양허가의 필요성을 쉽게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마. 비밀 입양의 문제점 (1) ‘입양의 의사’는 ‘양부모로서 양육하려는 의사’ 또는 ‘양친자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사’임이 그 문언상 명확하다. 민법 제882조의2는, 입양이 허가되면 양자가 양부모의 친생자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제1항), 양자의 입양 전의 친족관계는 존속한다고(제2항) 규정한다. 이는 친양자 입양의 효과에 관한 민법 제908조의3이 친양자는 부부의 혼인중 출생자로 보고(제1항), 입양 전의 친족관계는 종료된다고(제2항) 규정하는 것과 구별된다. 따라서 입양의 결과 양부모와 양자의 관계는, 친생부모와의 관계를 긍정하는 전제 하에서 형성되는 것이지 친생부모와의 관계를 절연시키거나 이를 대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2) 이 사건을 포함하여 조부모가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사건에서는,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에게 향후 입양 사실에 대하여 묵비하고 자신들이 마치 친생부모인 것처럼 자녀를 양육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는 ‘양친자관계가 아니라 친생자관계와 유사한 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사’에서 입양허가를 청구하고 입양의 목적 역시 양친자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친생자관계를 배제하고 그 위에 친생자관계를 가장한 관계를 형성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가정법원은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 양친자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입양을 허가하여야 하는데, 이는 조부모와 사건본인, 다른 가족들 기타 사건본인의 생활영역에 속하는 관계인들이 그들의 관계를 ‘양친자관계’로 인식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가능하다. 사건본인을 둘러싼 다른 관계인들이 조부모와 사건본인의 관계를 ‘친생자’로 가장하고 진실을 숨기는 상황에서는 자연스러운 양친자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3)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조부모가 재판과정에서 사건본인에게 향후 입양 사실에 관하여 묵비하고 친생부모로서 행동하고 사건본인에게도 자신을 친생부모로 여기게 하겠다고 주장하는 경우 입양의 의사를 인정하는 데에는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4) 비밀 입양은 미성년 자녀의 정체성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측면에서도 가볍게 취급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혈연 중심의 전통 문화와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양부모가 입양 사실을 숨기고 양자를 친생자처럼 키우는 비밀 입양이 많았다. 그러나 입양아동에 대한 경험적인 연구를 통하여 입양 사실을 입양아동과 주변에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입양아동이 입양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 자아정체성의 혼란이나 진실을 숨겨온 가족에 대한 불신·배신감으로 정서적·행동적으로 문제가 나타날 수 있고, 가족 내에서 입양 사실을 비밀로 하고 있어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점 등이 그 이유이다. 사건본인이 친생부모를 형제자매로 알고 지낸 경우, 특히 친생부모가 혼인하여 다른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경우에는 친생부모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매우 클 수 있다. (5) 다수의견은 사건본인에게 입양 사실을 묵비하려는 경우에도 입양 의사를 인정함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견해를 취하면서, 그 근거로 우리나라에서 과거 비밀 입양이 많았고 판례도 허위의 출생신고에 입양의 효력을 부여하였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통적 혈연 중시 의식과 이를 반영한 비밀 입양 태도는, 자녀의 복리를 위한 현대 입양제도 하에서 극복해야 할 관념이지 유지·계승할만한 것이 될 수 없다. 바. 원가정 양육 우선의 원칙과 후견 및 사회보장제도의 정비 (1) 아동권리협약 제7조는 아동은 가능한 한 친생부모에게 양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정하고, 국제 입양에 관하여 아동권리협약을 구체화한 「국제입양에서 아동보호와 협력에 관한 헤이그협약」(1993)은 당사국은 우선적으로 아동이 출생한 원가정에서 양육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정한다. 아동은 태어난 원래 가정인 친생부모에 의해 양육되는 것이 아동의 복리를 위해 가장 바람직하므로, 원가정 양육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으로 이해된다. (2) 아동복지법 제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하여 보호할 경우에는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하고(제3항), 아동이 자신 또는 부모의 성별,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유무, 출생지역 또는 인종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하며(제5항), 아동권리협약에서 규정한 아동의 권리 및 복지 증진 등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고 이에 필요한 교육과 홍보를 하여야 하고(제6항),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행복하고 안전하게 양육하기 위하여 필요한 교육을 지원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제7항). 위 규정들은 국제 규범에 맞추어 아동이 원칙적으로 원가정에서 성장하도록 지원하기 위하여 아동복지법이 2011. 8. 4. 및 2016. 3. 22. 개정되면서 신설되었다. 한부모가족지원법은 부 또는 모가 혼자서 아동을 양육하는 한부모가족이 안정적인 가족 기능을 유지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하여 일정한 요건 하에 각종 복지급여를 실시하도록 정하는데(제12조), 24세 이하의 모 또는 부를 ‘청소년 한부모’라고 정의하고 그들에 대한 특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제2조, 제4조 1의2호, 제17조의2 내지 제17조의5, 제20조 제2항). 앞서 본 것처럼 구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이 2011. 8. 4. 입양특례법으로 전부개정된 것도, 법률 명칭의 변경에서도 나타나듯이 ‘입양을 촉진하는 정책’을 포기하고 아동이 태어난 ‘원가정을 보호하는 정책’을 표방하려는 취지가 담겨 있다. (3) 위와 같이 국제 조약과 국내 법령에 따라 요구되는 ‘원가정 양육 우선의 원칙’에 부합하면서도 미성년 자녀를 보호하기 위하여 민법은 미성년후견 제도를 완비하였다. 2011년 민법 개정 전에는 친생부모가 모두 사망하거나 친권을 상실하여야만 후견이 개시되었고 후견이 개시되면 최근친 직계존속이 당연히 후견인의 지위를 취득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미성년 자녀의 친생부모가 일시적으로 양육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적합한 양육자에게 후견인 지위를 부여할 방법이 없었다. 2011. 3. 7. 및 2014. 10. 15. 민법이 개정되어 법원이 미성년 자녀를 위해 적합한 후견인을 선정할 수 있게 되었고(민법 제932조),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만큼만 친권을 제한하였다가 그 사유가 소멸하면 친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친권의 일시 정지, 일부 제한 등 제도가 신설되었다(민법 제924조, 제924조의2, 제922조의2). (4)  사회복지 영역에서도 후견인을 아동의 보호자로 인정하여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아동의 양육과 관련하여 사회보장수급권이 인정되는데 친권자뿐만 아니라 후견인도 이를 수령할 권한이 있다. 영유아보육법은 6세 미만 취학 전 아동에게 양육수당이나 보육서비스 이용권 등을 지급하는데, 수급권자인 ‘보호자’에 친권자·후견인을 포함하고(제2조 제4호), 아동수당법에 따라 7세 미만의 아동에게 매월 지급하는 아동수당(제6조 제2항, 제2조 제4호), 유아교육법에 따라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 지급하는 유아교육 관련 비용(제24조, 제2조 제3호)도 마찬가지이다. 초·중등교육법상 보호자의 지위도 친권자, 후견인에게 부여된다. (5) 다수의견은 조부모가 부모·자녀 관계를 맺기 위하여 입양을 청구하는 경우 후견 제도의 존재를 이유로 입양을 불허할 것은 아니라고 하나, 이 사건을 비롯하여 다수의 가정법원의 실무례가 위 사정만을 들어 조부모의 입양을 불허한 것으로 평가한다면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입양과 미성년후견은 제도의 취지나 법적 효력을 달리 하므로 조부모가 미성년후견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입양을 불허할 것은 아니다. 그동안 가정법원 실무례가 후견을 권장하고 입양을 불허한 것은, 친생부모의 친권이 정지·제한되고 조부모가 후견인으로 선임되더라도 친생부모의 양육능력이 갖추어지면 친생부모의 청구 등에 따라 가정법원의 실권회복 선고(민법 제926조)를 받아 친권과 양육권을 회복할 수 있고, 조부모가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된 동안은 친권자와 동일하게 손자녀의 보호·교양권, 거소지정권, 재산관리권, 법정대리권 등을 행사할 수 있어(민법 제945조, 제949조) 양육에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으로, 가정법원이 적합한 후견인을 선임하여 우선 아동에게 적합한 양육환경을 마련해주고 친생부모가 양육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함으로써 원가정 양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입양과 미성년후견 제도의 본질에 대하여 숙고하고 사회복지서비스의 수급권까지 고려한다면, 조부모의 입양허가 사건에서 법원이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다만 친생부모가 사건본인을 양육하기 어려운 현실이 존재하고 원가정 양육 우선의 원칙을 관철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최대한 원가정에 가까운 형태로 사건본인을 양육할 방법은 없는지, 조부모가 이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여부가 입양허가의 중요한 판단 요소로 고려되어야 한다. 사. 친생부모에 대한 고려와 부정적 낙인 방지 (1) 친생부모는 입양으로 인하여 자녀에 대한 친권자·양육자의 지위를 박탈당하는 중요한 이해관계인이지만, 입양허가 재판에서 당사자의 지위를 갖지 못한다. 또한 자녀의 법정대리인으로서 13세 미만의 자녀 대신 입양을 승낙할 수 있고 부모로서 입양에 동의할 자의 지위를 겸유하고 있지만, 재판 실무상 친생부모의 입양동의서만 제출하면 이러한 승낙 및 동의가 존재하는 것으로 취급되는 것이 현실이다. (2) 친생부모의 입양동의 의사가 자발적이고 확정적이어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견해는 당연한 법리라 할 것이다(동의권자의 입양 취소에 관한 민법 제886조 참조). 다수의견 중 입양특례법 제13조와 아동권리협약 제21조의 취지를 원용하여 친생부모에게 충분한 상담과 정보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의 나머지 견해는 결국 친생부모에 대한 상담, 정보 제공이 이루어진 이상 친생부모의 동의는 자발적·확정적인 것이라고 인정하고 입양 요건이 갖추어진 것으로 본다는 것이어서 동의하기 어렵다. 입양허가 등 라류 가사비송사건은 당사자에게 절차적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결론의 정당성이 담보되는 행정절차나 형사재판과 다르다. 현실에서 조부모가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는 친생부모가 미성년 임신, 이혼, 경제적 무능력 등 스스로 자녀를 양육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육의사와 능력이 없어서 조부모에게 자녀를 맡겼거나 조부모가 자녀를 데려가는 것을 허용한 사람들로, 입양허가 재판이 진행되는 시점에도 그러한 사정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일 것이다. 열악한 지위에 있는 친생부모는 조부모의 입양동의서 제출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워 입양동의서를 작성해 줄 수밖에 없을 터인데, 친생부모가 자발적·확정적으로 입양에 동의하였다는 사정이 ‘동의’ 요건의 충족을 넘어서 입양을 허가할 사유가 되는지 의문이다. 자녀를 양육할 수 없는 사정으로 자신의 부모에게 자녀 양육을 맡긴 친생부모를 ‘양육의무를 방기한 부모로서 양육부적격자’로 낙인찍는 것이기 때문이다. (3) 조부모가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사건에서는 친생부모가 어린 나이에(10대에서 20대 초반) 자녀를 출산하고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록 지금은 양육의사나 능력이 부족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정신적·경제적으로 성장하면 부모로서 다시 자신의 자녀를 양육하려고 할 수 있고, 자녀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양육의사를 회복할 유인도 상대적으로 크다. 그러나 일단 입양이 이루어지면 친생부모가 양육의사와 능력을 회복하더라도 스스로 부모의 지위를 회복할 수 없다. 미성년자 입양의 효력을 사후적으로 소멸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재판상 파양에 의하여만 가능한데, 재판상 파양 사유는 제905조 제1호 내지 제4호로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위 사유들은 모두 양부모와 양자 사이에서 어느 쪽의 귀책사유가 존재하거나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 입양에 동의했던 친생부모의 양육능력 회복을 재판상 파양 사유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점에서 후견이 개시된 경우와 큰 차이가 있다. 친생부모의 친권이 정지, 제한, 상실된 경우에도 그 원인이 소멸된 경우에는 친생부모나 자녀 등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실권의 회복을 선고할 수 있다(민법 제926조. 친생부모가 친권을 회복하면 후견은 당연히 종료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효과는 자녀가 미성년자인 때에 현저할 뿐 아니라, 안타깝게도 친생부모와 자녀의 일생을 따라다닌다. 자녀가 성년이 되면 입양자와의 협의에 의한 파양이 가능해지지만, 자녀가 친생부모와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더라도 양부모인 조부모가 협의해주지 않으면 친생부모와 자녀는 일생동안 종전 입양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4)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 사회는 아동의 양육을 위한 각종 사회복지수급권을 인정하는 등 국가가 아동의 양육 책임을 분담하는 사회로 향하고 있다. 법원은 열악한 상황에 놓인 친생부모가 양육부적격자라고 낙인찍히고 부모의 지위까지 박탈당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5) 조부모는 미성년 손자녀의 2촌 직계혈족일 뿐 아니라, 그 손자녀의 친생부 또는 친생모와 1촌 관계에 있는 가장 가까운 혈족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손자녀는 물론 그의 친생부모와의 관계에서도 상호 부양의무를 부담한다. 친생부모가 양육의사나 능력이 부족하다면 조부모는 친생부모가 앞서 본 사회보장수급권 등 국가적 지원을 받으며 스스로 사건본인을 양육·부양하도록 지지하고 독려하며 때로는 부모로서 채찍질함이 바람직하다. 친생부모의 양육의사나 능력이 도저히 개선되지 않는 경우에는 일정한 기간 동안 친권 정지·제한(부득이한 경우에는 친권 상실)을 청구하고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되어, 후견인으로서 미성년 손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조부모가 입양을 청구하는 경우 법원은, 미성년 손자녀의 2촌 직계혈족일 뿐 아니라 친생부모의 1촌 직계혈족으로서의 지위를 겸유하는 조부모가 위에서 본 노력과 조치를 다하였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위와 같은 제도와 노력, 지원에도 불구하고 미성년 손자녀를 원가정에서 양육할 수 없는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에 비로소 조부모의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 아. 미성년자 중심의 판단 미성년 자녀의 복리는, 그 미성년 자녀를 기준으로 하여 자녀 본인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조부모의 입양을 넓게 허용하여야 한다는 의견은 ‘미혼부 또는 미혼모나 이혼 가정의 아이는 불행하므로 조부모가 친생부모를 대체하여 양육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관념을 전제로 하는 조부모 기타 어른의 시각에서 바라본 것에 불과하다. 나아가 이러한 시각은 종래 요보호아동의 해외입양을 무분별하게 추진하던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즉 ‘친부모가 경제력이 없거나 미혼모로 출산을 하였으니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는 것 아닌지’, ‘불쌍한 아이인데 누군가 친생부모인 것처럼 키워주겠다면 좋은 것 아닌지’라는 시각이다. 이는 원가정 양육 우선의 원칙과 이를 향한 민법, 입양특례법의 개정으로 극복되었을 뿐 아니라, 다른 사회복지법령에서 추구하는 이념과도 배치된다. 자. 이 사건에 관한 판단 (1) 다수의견은 이 사건에서 친생부모가 사건본인을 양육·부양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고 자녀를 스스로 양육할 의사는 없는지,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어떤 관계로 양육하여 왔고 사건본인의 친생모와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교류가 있는지, 사건본인의 입양에 대한 의견이 무엇인지, 만일 사건본인이 조부모를 친생부모로 알고 있다면 현재까지 양육 상황이 어떠한지 등을 심리하여야 함에도 이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입양을 불허한 원심결정에 잘못이 있다고 한다. (2) 그러나 제1심법원은 2017. 5. 25. 1회 심문기일을 열어 재항고인들을 심문한 다음 ‘① 사건본인의 친생부모가 재항고인들 및 사건본인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친생부모가 사건본인을 양육하는 것은 불가능한지, ② 사건본인과 재항고인들의 관계는 어떠한지, ③ 재항고인들이 입양을 하지 않고 조부모로서 사건본인을 양육하게 될 경우 어떤 문제가 있는지, ④ 재항고인들의 경제사정 및 양육환경은 어떠한지 등’에 관하여 가사조사를 명하였다. 이에 관하여 가사조사보고서가 제출되고 나서 제1심법원은 2017. 9. 7. 제2회 심문기일을 열어 재항고인들을 심문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재항고인들의 입양허가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 과정에서 사건본인의 친생모가 재항고인들과 주거지를 달리하면서 비교적 어린 나이에 혼인하고 타지에서 사건본인을 출산한 후 이혼한 경위 및 사건본인 출생 후 7개월 무렵 재항고인들에게 양육을 맡긴 후 재항고인들과 교류하거나 사건본인의 양육에 참여할 수 없었던 사정에 대하여 이미 심리가 이루어졌다. 재항고인들은 청구서 등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사건본인의 친생모가 어린 나이에 혼인하여 사건본인을 양육할 경제적 능력이 없고, 사건본인을 3회 외에는 만나러 오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사건본인의 친생부모가 생존하고 있고 아직 20대 중반으로 나이가 어리다. 사건본인의 친생모는 재항고인들의 딸이자 한부모가족지원법상 ‘한부모 가정’이지만 위 법 기타 사회복지제도를 이용하여 사건본인을 양육할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재항고인들의 원조를 받았다는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다. 재항고인들은 친생부모의 경제적 무능력과 사건본인에게 소홀함을 강조하여 사건본인을 입양한 후 사건본인이 커서 향후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지금은 입양 사실을 알리지 않고 양육하겠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재항고인들에게 사건본인과 양친자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양친자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향후 사건본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극심한 정체성 혼란이 우려되는 등 이 사건 입양이 사건본인에게 이롭다고 보기도 어렵다. 재항고인들의 입양으로 인하여 사건본인과 친생모의 관계 단절이 우려되기도 한다.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양육하면서 기울인 노력과 이에 힘입어 사건본인이 생후 7개월의 영아에서 취학연령까지 성장한 사정이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위 사정은 입양허가와 구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건본인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판단함에 있어 재항고인들을 기준으로 하게 되어, 결국 가정법원이 사건본인의 입장과 시각에서 사건본인의 현재 및 장래의 복리를 위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나게 되기 때문이다. (3) 나아가 다수의견의 법리를 받아들이더라도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원심의 잘못은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원심을 파기할 사유에 이르지 않는다(가사소송법 제43조 제4항). 다수의견은 친생부모의 입양동의가 자발적·확정적인지, 관련 정보를 제공받은 후 양육의사에 변화가 있는지 더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하나, 원심이 친생부모의 입양동의의 자발성 등을 부정하여 입양을 불허한 것이 아니므로 이 점이 재판결과에 영향이 없음이 명백하다. 친생모가 사건본인과 교류를 하였는지나 사건본인을 양육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더 심리하여야 한다는 점을 파기 사유로 드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재항고인들이 제출한 서면에서 스스로 이에 관하여 주장을 하였을 뿐 아니라, 친생모가 사건본인을 재항고인들에게 맡긴 2015년 중반기(사건본인 출생일인 2014. ○○.경부터 약 7개월 후)로부터 이 사건 입양허가 청구일인 2016. 10.경까지는 1년여에 불과하다. 그 후 재판이 진행된 장기간 친생모와 사건본인이 자유롭게 교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스스로 자유롭게 찾아가기 어려웠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다수의견 스스로 입양될 자녀의 나이가 학령기에 이르고 그동안 조손관계로 양육되어 온 경우에는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로 평가될 수 있다고 하였다. 사건본인이 현재 이미 취학연령에 달하여 이제는 조손관계가 확립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고, 조부모의 입양이 이미 학교에 입학한 사건본인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재항고인들의 비밀 입양에 대한 일관된 주장은 이미 본 바이고, 이에 대하여 추가로 심리할 부분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수의견이 추가 심리 대상으로 적시한 사항들은 재판 결과에 영향이 없거나 이미 심리된 내용이다. 다수의견은 재항고인들의 입양을 허가하여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친생모의 양육 부적합성을 선명하게 심리하여 원심의 결론을 탓하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4) 라류 가사비송사건의 제1심 종국재판은 심판으로써 하고 심판서에는 이유를 적지 아니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39조 제1항, 제3항). 항고법원의 재판은 이유를 붙여야 하지만(가사소송법 제34조, 비송사건절차법 제22조) 대심적 구조를 취하지 않고 임의적 심문 절차에 의하며 직권주의와 후견적 성격이 강조되는 라류 가사비송사건의 특성상 심문조서나 결정 이유에 사실 인정과 판단 이유를 세세하게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1심과 원심은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재항고인들의 입양이 사건본인의 복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결정에 판단의 근거가 상세히 설시되지 않았다고 하여 법원이 충분한 심리나 고려를 하지 않았다고 보아서는 안 될 뿐더러 법원이 막연한 추단을 한 것이라고 여겨서도 안 될 것이다. (5) 원심이 같은 취지로 재항고인들의 입양허가 청구를 기각한 제1심결정을 유지한 것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미성년자 입양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으므로, 재항고는 모두 기각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8.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 가. 반대의견에서는 조부모의 입양에 대한 엄격한 허가 기준과 이에 따른 원심의 정당성을 밝혔다. 아래에서는 시각을 바꾸어 이 사건에서 입양이 허가될 경우 관련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가족관계등록부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부모의 성명·본을 기재하되 입양의 경우 양부모를 부모로 기재한다[가족관계등록법 제15조 제2항 제1호 (나)목 및 제3항]. 그런데 일반 입양은 친양자 입양과 달리 자녀의 성·본이 입양으로 변경되지 않고 사건본인은 외조부인 재항고인 1과 성·본을 달리하므로, 입양이 허가될 경우 위 규정에 따라 사건본인의 가족관계증명서에 재항고인들을 부모로 기록하더라도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의 친생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점은 재항고인들의 가족관계증명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자녀의 성명·본이 기재되므로[가족관계등록법 제15조 제2항 제1호 (다)목 및 제3항], 재항고인들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친생모와 사건본인이 모두 자녀로 기재된다. 그런데 사건본인의 성·본이 친생모의 성·본과 다르므로 성·본이 다른 두 사람이 재항고인들의 자녀로 병렬적으로 등록되는 결과가 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재항고인들과 사건본인의 가족관계에 관한 사항은 주민등록표에도 동일하게 반영된다(주민등록법 제14조, 주민등록법 시행령 제21조). 재항고인들은 입양 사실을 감추고 친부모인 것처럼 외관을 형성하여 사건본인을 양육하기 위하여 입양허가를 구한다고 주장하지만, 입양허가만으로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 재항고인들은 입양이 허가되더라도 사건본인의 성·본을 자신들의 성·본과 같이 변경하여야만 ‘친자관계의 외관’을 형성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하여는 별도로 민법 제781조 제6항에 따른 성·본변경 허가 청구를 하여야 한다. 법원은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하여 성·본변경이 필요한지 사건본인의 입장에서 여러 요소를 비교·형량하여 허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사건본인의 성·본이 변경되면 친양자 입양이 이루어진 것처럼 사건본인과 친생부모의 관계가 사실상 단절될 수 있으며, 이는 법원이 조부모의 친양자 입양을 매우 엄격하게 처리하여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를 친양자로 입양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 것을 잠탈하고 우회적으로 친양자 입양을 한 것과 유사한 결과를 달성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2021. 12. 23.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김재형(주심),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오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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