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발령 후 일정기간이 경과해 복직발령을 받지 못한 경우 당연퇴직 된다'는 내용이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에 포함돼 있더라도 당연퇴직 당시에 해고사유가 없었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한국시멘트(주)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소송 상고심(☞2007두1460)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인사규정 등에 대기발령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도록 복직발령을 받지 못하거나 직위를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당연퇴직 된다는 규정을 두는 경우 대기발령에 이은 당연퇴직 처리를 일체로서 관찰하면 이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 실질상 해고에 해당하므로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일단 대기발령이 정당하게 내려진 경우라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후의 당연퇴직 처리 자체가 인사권 내지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정당한 처분이 되기 위해서는 대기발령 당시에 이미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사유가 존재했거나 대기발령 기간 중 그와 같은 해고사유가 확정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참가인 김씨는 회사가 설치한 비상대책위원장이면서 동시에 회사 근로자들이 설립한 우리사주조합의 조합장이었던 만큼 회사의 주식 양도를 둘러싼 경영권 다툼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참가인을 해고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확정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며 "당연퇴직 처분은 인사권 내지 징계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원고는 전임 대표이사의 배임사건을 계기로 설치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던 김씨가 2004년 6월 비대위를 해체하기로 한 이사회 결의에도 불구하고 18일 동안 휴가를 무단으로 사용하면서 원래 근무하던 장성공장에 복귀하지 않고, 비대위가 보관하고 있던 주주의 주권을 반환하라는 지시도 거부하자 같은해 7월 김씨를 대기발령 시켰다가 10월 대기해제여부 심의를 거쳐 당연퇴직 시켰다. 하지만 전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김씨가 낸 구제신청을 받아들여 "부당대기 및 부당해고에 해당하는 만큼 원직에 복귀시키고 임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구제명령을 내리자 소송을 내 1,2심에서는 모두 승소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