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중재인 선정신청이 절차적 요건을 갖췄다면 곧바로 중재인을 선정해줘야 한다는 대법원결정이 나왔다. 법원이 분쟁내용을 심리해 이행청구권이 없다는 이유로 중재인 선정신청을 기각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S건설은 97년 광주지하철 1호선의 턴키(설계시공일괄)공사를 수주해 공사를 진행하면서 H보험사와 건설보험공사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에는 분쟁이 발생할 경우 면허증을 소지한 제3자에게 중재를 의뢰해 중재에 따르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던 2001년 공사용 쉴드기계(터널뚫는 기계)가 고장나자 S건설은 H보험에 보험금지급을 청구했으나 보험목적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계약당시 작성한 보험금지급 대상항목에는 '공사목적물'과 '제3자 배상책임'만 기재돼 있고 '공사용 기계기구', '공사용 중장비'는 기재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S건설은 H사에게 중재인 선정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법원에 중재인 선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1·2심은 "보험청구권은 상법 제662조에 따라 소멸시효기간이 2년인데 S건설은 사고발생 후 4년이 지나서야 중재인 선정을 신청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신청인의 피신청인에 대한 보험금 청구권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피신청인에게 중재에 응하도록 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S건설이 중재인 선정신청을 기각한 원심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재항고를 받아들여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최근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09마1395).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중재인 선정신청이 있는 경우 법원은 분쟁이 중재합의의 대상에 포함되는 분쟁으로서 중재인 선정에 필요한 절차적 요건이 갖춰져 있다면 바로 중재인을 선정해야 하고, 분쟁의 내용까지 심리해 분쟁당사자인 신청인이 주장하는 이행청구권이 없다는 이유로 중재인 선정신청을 기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