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직접 후원금을 전달받았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12일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에 대한 상고심(☞2006도2612)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치자금법 제2조1항 및 제3조8호, 제5조, 제6조, 제30조1항 등에서 법에서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기부금이 궁극적으로 후원회 지정자인 국회의원에 귀속되더라도 기부방식에 있어서는 후원회라는 법률상 고도로 정형화된 단체를 매개로 해 최종 귀속자인 국회의원과 직접 기부받는 자를 분리함으로써 국회의원에 대한 직접적인 기부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법의 규정취지와 아울러 정치자금사무관리규칙이 후원회의 위임에 의한 모금방법에 관해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국회의원이 후원회로부터 위임을 받아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것 또한 허용될 수 없다"며 "따라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자로서도 국회의원 개인에게 직접 정치자금을 건네주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법 제30조1항 위반죄의 범의는 정치자금의 기부방법이 법에서 정하고 있는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인식만으로 충분하다"며 "법이 규정한 것과 다른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받은 이상 후원인의 의사와는 달리 국회의원 스스로는 기부받은 금품을 후원회에 전달할 내심의 의사를 가졌다거나 실제로 후원회에 전달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황 의원이 썬앤문그룹 부회장으로부터 자기앞수표 1,000만원을 직접 교부받은 것은 후원회에 전달하기 위한 정치자금이 아닌한 정치자금법 위반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황 의원은 지난 2002년12월 대선 직전 썬앤문그룹 부회장 김모씨로부터 대통령선거운동 등 정치활동에 사용해달라는 명목으로 1,000만원권 자기앞수표를 받는 등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