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돈을 단기간 예금해 두는 방법으로 신용도를 높이는 것을 신용도 조작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대형은행의 한 은행지점장이 "우리은행이 확실히 갚아줄 테니 잠시 이 회사에 돈을 대출해 달라"며 확약서를 작성해 준 것에 대해 은행은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최완주 부장판사)는 최근 (주)민국저축은행이 "지점장 말을 믿고 A회사에 돈을 빌려줬는데 갚지 않았으니 은행은 15억2,000여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2010나74524)에서 1심과 같이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은행은 지점장이 신용도를 조작하는 등 피고를 속여 불법적인 대출을 해주기 위해 타 금융기관에게 대출금반환의 확약서를 작성한 만큼 민법 103조를 위반해 무효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금원을 일정기간 동안 예금해두는 방법으로 신용도를 높이는 것이 신용도 조작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설령 그런 방법이 편법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은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시행사의 신용도 못지않게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므로 이런 사정만으로 이번 사건의 확약서작성의 동기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지점장 안모씨는 우리은행의 지배인으로서 C지점의 영업에 관해 포괄적인 대리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프로젝트 파이낸싱 업무는 피고와 같은 은행이 행하는 업무에 포함되는 것으로 지점의 영업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지점장 안씨가 C지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업무를 원할히 진행하기 위해 사업주체인 B회사에 대한 대출을 주선하고, B회사 명의로 피고에게 맡겨진 정기예금 채권을 원고에게 담보로 제공하기로 약정한 행위는 객관적, 추상적으로 볼 때 피고 우리은행의 영업에 관한 행위로서 지점장 안씨의 대리권한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금융기관의 여신업무와 관련해 제재대상이 되는 '신용평가등급을 자의적으로 상향조정하는 여신업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고 민국저축은행은 2006년 우리은행의 C지점장 안모씨가 "우리은행이 확실히 갚아줄 테니 잠시 이 회사에 돈을 대출해달라"며 확약서를 작성해 주자, B회사에 6개월의 변제기간을 두고 30억을 대출해줬다.
그러나 B회사가 변제를 하지 못하자 10여차례에 거쳐 변제기를 연장해 주는 등의 조치를 취하다 결국 은행에 지점장 안씨의 행위로 인해 손해를 본 만큼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