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한 30대 여성의 유·무죄에 대해 대법원과 하급법원이 다섯 차례나 선고를 했지만 아직도 결말을 짓지 못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법원에 사건이 접수된지 19개월이 지났으며, 재판에 관여한 판사도 대법관 8명을 포함해 모두 17명에 이른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裵淇源 대법관)는 7일 부부싸움을 하다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39)에 대한 상고심(☞2000도3507)에서 "부부싸움 도중 남편이 사고로 칼에 찔려 숨졌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법원은 지난 2월에도 "김씨가 남편을 살해했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김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었다.
하지만 환송후에도 하급심의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징역 7년을 선고, 형량만 1년 깎았을 뿐이다.
법원조직법 제8조는 '상급법원의 판단은 당해 사건에 관해 하급심을 기속한다'고 규정, 항소심은 반드시 대법원의 판단을 따르도록 하고 있지만, 무죄의 가능성을 더 살펴보라는 대법원의 지적에 따라 사실심리를 한 다음 역시 유죄를 선고하더라도 이는 위법이 아니라는 것이 법원관계자의 설명이다.
아무튼 이같은 유·무죄 공방에 대해 재야법조계는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평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42)는 "김씨에 대한 재판은 한 사람의 죄 없는 사람을 벌하는 것보다는 열 사람의 죄 있는 사람을 방면하는 것이 낫다는 영국 법학자 Blackstone의 격언을 연상케 한다"며 "법원이 이처럼 고뇌에 찬 판결을 내렸을 때 누군들 승복하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