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등장한 명예훼손성 글을 삭제하지 않은 인터넷 사업자도 이 글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항소4부(재판장 민일영·閔一榮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함모씨(29)가 (주)한국통신하이텔을 상대로 "명예훼손성 글이 게시판에 올라와 삭제 조치해 줄 것을 요구했는데도 5개월간 방치한 것은 잘못"이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99나74113)에서 원심을 뒤엎고 "함씨에게 1백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자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이용자에 의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전자게시판에 올려진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이를 삭제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며 "하이텔은 함씨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시정요구에 따라 함씨의 명예를 훼손하는 안모씨의 글이 게시판에 게재된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도 무려 5∼6개월 가량이나 삭제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해 함씨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전자게시판 관리의무 위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혔다.
함씨는 99년1월 하이텔사의 전자게시판에서 모 연예인을 험담한 안씨에게 '앞으로 이런 글을 게시하지 말아달라'는 글을 게시한데 대해 안씨가 수차에 걸쳐 함씨를 비방하는 글을 게재하자 하이텔 측에 삭제를 요구했는데도 하이텔 측이 비방글을 삭제하지 않자 소송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