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 등의 게시판에 올린 글에 대해 정보통신부장관이 통신사업자로 하여금 삭제, 사용거부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명확성의 원칙 등에 위배,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김영일·金榮一 재판관)는 지난달 27일 98년 컴퓨터 통신 ‘나우누리’의 가입자로 99년6월 북한군과의 ‘서해교전’ 당시 정부를 비방하는 글을 통신 게시판에 올렸다가 1개월의 통신 중지 조치를 받은 김모씨가 “정보통신부장관이 불온통신에 대하여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취급을 거부·정지할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등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99헌마480)에서 재판관 6인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1항이 규정하고 있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은 너무나 불명확하고 애매하다”며 “이러한 추상적 개념은 어떠한 표현행위가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인지에 관한 판단에 대해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키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경철 재판관 등 3인의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이 법 조항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은 모든 국민이 준수하고 지킬 것이 요구되는 최소한도의 질서 또는 도덕률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 개념들이 과잉규제를 초래한다고는 말할 수 없고 위임의 기준으로서는 비교적 명백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