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이 부채를 초과할 뿐만 아니라 계속 이익을 내고 있는 회사라 하더라도 사업부문의 변화로 인해 적자가 예상된다면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李揆弘 대법관)는 (주)한진관광이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청구소송 상고심(2001두10776)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리해고의 요건이 되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 함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대한항공의 리무진버스 사업을 대행하는 원고 회사로서는 사업내용의 특성상 대한항공에 대한 사업의존도가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98년도 리무진버스 수송실적이 전년도에 비해 20% 감소하고 무려 38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 인원감축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는 리무진버스 사업부의 경영위기를 타개할 수 없었음을 추지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참가인들을 정리해고할 시점에 원고 회사로서는 인원삭감이 불가피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으며, 이후 정리해고 8개월 뒤 결원 보충을 위해 정년이 초과한 2명의 승무원을 계약직으로 다시 채용했다고 해서 당시 정리해고에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한진관광은 지난 98년 리무진 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던 한모씨(44) 등 9명을 정리해고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가 한씨 등 4명이 낸 구제신청 사건에서 당시 정리해고가 부당해고라고 판정하자 소송을 내 1,2심에서 패소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