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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강제추행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함부로 배척은 안돼
강제추행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19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1도3451). 채팅 앱을 통해 피해자 B 씨를 만난 A 씨는 2019년 1월 B 씨에게 "내가 예전에 국가대표 감독을 한 적이 있다.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는데, 여기는 너무 춥다. 감독인 나를 믿어라, 나 그런 사람 아니다.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테니 모텔에 들어가자"고 말한 뒤 B 씨를 모텔로 데리고가 일방적으로 생활비 등에 보태라고 B 씨의 가방에 50만 원을 넣어준 뒤 강제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 및 장애인복지시설 각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하지만 2심은 피해자 B 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나이, 성별, 지능이나 성정, 사회적 지위와 가해자와의 관계 등 구체적인 처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기에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비춰 합리적인지는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한 상황에 기초해 판단해야 하고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통상의 성폭력 피해자라면 마땅히 보여야 할 반응을 상정해 두고 이러한 통념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섣불리 합리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한 상황에 기초해 판단 해야 통념에 어긋난다고 섣불리 합리성 없다고 판단하면 잘못 이어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피해자가 최초 진술 당시부터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내용들까지 숨김없이 진술했으며 메시지 내용 등 객관적인 정황이 피해자 진술에 부합한다"면서 "사건 당시 피고인의 신체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은 다분히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것인데, 법원의 검증 결과를 토대로 그 증명력을 배척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원심이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자라고 하기에는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라고 판단한 피해자의 태도는 전후 사정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하고 이러한 사정을 들어 신빙성을 배척하는 것은 잘못된 통념에 따른 것으로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강제추행
피해자진술
증거
박수연 기자
2022-09-18
형사일반
[판결]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 분리 조치, 피해자 동의 받지 않아도 된다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가정폭력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분리 조치할 때는 피해자의 별도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설령 피해자가 분리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더라도 경찰이 현장 상황에 따라 분리 조치를 했다면 적법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11일 확정했다(2022도2076). 경찰은 2020년 2월 B 씨의 어머니로부터 112 신고를 받았다. B 씨의 어머니는 딸인 B 씨가 '동거 중인 남자친구인 A 씨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했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경찰은 곧바로 A 씨의 주거지로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A 씨에게 B 씨와 떨어져 있을 것을 요구했다. A 씨는 경찰이 B 씨를 주거지 밖으로 이동시키려 하자 화를 내며 경찰관의 몸을 양손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A 씨는 또 현행범으로 체포돼 연행된 파출소에서 "이런 행동은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돼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자 책상을 넘어뜨리고 키보드를 밟아 공용물건손상 혐의도 받았다. 1,2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8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폭력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A 씨는 상고심에서 자신은 경찰의 위법한 분리조치에 저항한 것이므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구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가정폭력이란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하며, 가정구성원에는 배우자 뿐 아니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며 "이 법 제5조는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응급조치로서 진행 중인 가정폭력범죄에 대해 신고를 받은 사법경찰관리는 즉시 현장에 나가서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폭력행위의 제지, 가정폭력행위자·피해자의 분리 및 범죄수사(1호) △피해자를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 인도(피해자가 동의한 경우만 해당)(2호), △긴급치료가 필요한 피해자를 의료기관으로 인도(3호) △폭력행위 재발 시 제8조에 따라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음을 통보(4호) 등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규정과 이 법의 입법 목적, 응급조치를 둔 취지, 가정폭력범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구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 제1호에 규정된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에는 피해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고, 설령 피해자가 분리조치를 희망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했더라도 경찰관이 현장의 상황에 따라 분리조치를 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찰이 A 씨와 B 씨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가정구성원으로 본 것이 상당한 점, 경찰관이 출동해 이들을 대면했을 때 B 씨 얼굴에 폭행을 당한 흔적이 있고 A 씨가 과격한 언행을 보인 점, 112 신고 내용 등을 종합하면 경찰관이 이들을 분리조치한 것은 구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 제1호에 따른 응급조치로서 적법하고 설령 B 씨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했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가정폭력
분리조치
피해자동의
박수연 기자
2022-09-05
형사일반
[판결] '스토킹 살인' 김병찬, 1심서 징역 35년
(사진=연합뉴스)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을 스토킹하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병찬에게 1심에서 징역 35년이 선고됐다. 유가족은 재판 결과에 유감을 표시하며 경찰의 부실 대응을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정진아 부장판사)는 1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병찬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하고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2021고합1194). 김병찬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을 미리 준비한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김병찬을 스토킹 범죄로 4차례 신고해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중이었다. 하지만 김병찬은 피해자의 신고로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등의 잠정조치를 받은 상태에서도 2020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지속해서 피해자의 집에 무단침입하고 감금·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김병찬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순히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이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계획적 범행임을 인정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은 자신의 잘못은 되돌아보지 않은 채 일방적인 협박을 견디다 못한 피해자가 경찰에 피고인을 신고하고 피고인과의 만남을 피한다는 이유로 분노만을 품고 보복의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서 그 동기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이러한 보복범죄는 피해자의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형벌권 행사를 방해하는 것으로서 더욱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전에도 흉기로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목을 조르는 등의 고통을 줬고, 경찰의 분리조치나 법원의 잠정조치 결정을 완전히 무시한 채 피해자를 계속 찾아가 협박을 일삼는 등 피고인에게서 실정법을 준수하려는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범행의 반복성과 잔혹성, 법 질서에 대한 경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태도,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의 결여,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의 뒤늦은 반성만으로는 중한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전에 1회의 소년보호사건송치 처분 및 절도죄로 벌금 70만원,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이외에 별다른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며 "범죄성향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거나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5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병찬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유가족은 당시 김병찬에게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선고 직후 유가족은 "재판 결과에 매우 유감"이라며 "딸은 여러 번의 신변 보호 요청에도 보호를 받지 못하다 가해자에게 처참히 살해당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한 국가의 책임을 묻고 싶다"며 "죽고 난 피해자를 지원할 것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생명을 지켜줬어야 할 것"이라며 경찰의 대응 부실 등을 비판했다.
스토킹
보복
살인
이용경 기자
2022-06-17
형사일반
[판결]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퇴사 전 피해 내용 이메일 보냈어도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가 퇴사하기 전 피해 내용을 이메일로 회사 사람들에게 보냈더라도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최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7도19516). HR팀장 등으로 일하던 B씨는 2014년 8월 말부터 C사 마케팅팀 사원으로 근무한 A씨의 입사 당시 채용 및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했었다. A씨는 2014년 10월 말 퇴근 후 다른 사원들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B씨와 신체 접촉을 했다. B씨는 술자리 끝 무렵인 이날 오후 9시부터 3시간 동안 12회에 걸쳐 A씨에게 '오늘 같이가요', '맥줏집 가면 옆에 앉아요. 싫음 반대편', '왜 전화 안하니' 등의 문자를 보냈고 A씨는 답장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2016년 3월 말 다른 매장으로 발령 받자 같은 해 4월 3일 사직 의사를 밝히고 같은 달 20일 퇴사했다. A씨는 같은 해 4월 4일 전국 208개 매장 대표와 본사 직원 80여명에게 '성희롱 피해 사례에 대한 공유 및 당부의 건'이라는 제목으로 'HR팀장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성희롱 고충 상담·처리 담당자가 성희롱을 했던 HR팀장이므로 불이익이 갈까 싶어 말하지 못했다. 이제 회사를 떠나게 됐고 회사 발전을 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이메일을 보낸다. 같은 일이 발생한 직원들은 팀장님이나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 여성가족부 등으로 신고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 이메일에 문자메시지 캡처 사진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중 직장 내 성희롱 금지 및 예방 등 관련 규정과 회사의 매장 내 불편부당한 내용 신고안내문 등을 첨부했다. B씨는 메일 발송 이튿날 A씨와 만나 면담하며 '술에 취해 그런 것 같고 2년 전 일이라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난다'고 얘기했다. B씨는 인사위원회를 거쳐 다른 팀으로 전보됐다. 한편 A씨는 성희롱이 있었다며 C사 대표이사를 상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혐의 없음(증거불충분)으로 행정종결 처리됐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에 도움” 벌금선고 원심 파기 1,2심은 "A씨는 메일에 B씨를 모욕하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B씨의 행위가 언제 있었는지 기재하지 않아 마치 최근 행위로 회사를 떠나게 된 것으로 오인하게 했고, B씨의 성희롱으로 인해 불이익한 인사명령을 받았고 이로 인해 회사를 떠난다는 내용을 기재했다"며 "A씨가 원하지 않는 인사발령을 한 B씨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메일을 작성했다고 보여 B씨에 대한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된다"면서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메일은 A씨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례에 관한 것으로 회사와 구성원들의 공적인 관심 사안이며, 자신의 성희롱 피해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직장 내 성희롱 예방과 피해 구제에 도움을 주고자 전송한 것으로, 주된 동기나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설령 전보인사에 대한 불만 등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있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B씨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는 점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B씨는 술자리에서 이성 부하직원과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고 성희롱적인 내용이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스로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면서 "A씨는 이메일에서 B씨를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등 인신공격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직장내 성희롱이 근절되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동기를 밝히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에 비춰 볼 때 A씨는 자신의 성희롱 피해 사례를 곧바로 알리거나 문제 삼을 경우 직장 내에서의 부정적인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 등 이른바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며 "더구나 B씨는 2015년 4월부터 직장 내 성희롱 관련 문제를 담당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지위에 있어 A씨가 직장생활을 계속하는 동안 이를 문제 삼거나 신고하지 않고 있다가 퇴사를 계기로 이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정을 들어 B씨에 대한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명예훼손
성희롱
피해자
직장내성희롱
박수연 기자
2022-01-24
형사일반
[판결] 1심서 배상명령 후 피해자와 합의… 피해보상금 등 지급했다면
형사 1심 판결에서 배상명령이 내려진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해 보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항소심 법원은 배상명령을 취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하고 피해자(배상신청인)에게 편취금 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1심 배상명령을 유지한 원심에 대해 "원심 판결 중 배상명령 부분을 파기하고 1심 판결의 배상명령을 취소하는 한편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한다"고 파기자판했다(2021도8015).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등이 규정하고 있는 배상명령제도는 피해자가 별도의 민사소송에 의하지 않고도 피고인(가해자)에 대한 형사재판절차에서 범죄로 인한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해 피해자의 권리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1,2심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할 경우 직권 또는 피해자나 그 상속인의 신청에 의해 해당 범죄로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와 치료비 손해 및 위자료의 배상을 명령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의 성명·주소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 △피해금액이 특정되지 않은 경우 △피고인의 배상책임의 유무 또는 그 범위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 △배상명령으로 인해 공판절차가 현저히 지연될 우려가 있거나 형사소송 절차에서 배상명령을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재판부는 배상명령을 할 수 없다. 대법원은 가해자인 피고인이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인 배상신청인과 합의하고 보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피고인의 배상신청인에 대한 배상책임의 유무와 범위가 명백하지 않아 배상명령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항소장 제출 이후인 2021년 4월 5일 'A씨로부터 피해원금 5000만원과 피해보상금 1000만원을 수령했고, A씨와 향후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원만히 합의했으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피해자와의 '합의, 고소취하 및 처벌불원서'를 1심 법원에 제출한 데 이어 같은 달 21일 이 같은 사정을 기재한 항소이유서를 2심에 제출했으며, 이후 2심은 A씨가 피해자에게 피해금을 변제한 것을 인정하고 이를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배상명령신청 각하” 파기자판 이어 "이러한 점을 보면 A씨의 배상신청인에 대한 배상책임의 유무와 범위가 명백하지 않아 배상명령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심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원심판결 중 배상신청인에 대한 배상명령 부분에는 배상명령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9년 8월 "계약금 5000만원을 주면 강원도 삼척에 있는 건설현장에서 2019년 11월까지 매점을 운영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피해자 B씨를 속여 5000만원을 송금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A씨를 사기죄로 고소한 B씨는 재판부에 배상명령도 신청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 "B씨에게 편취금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배상명령을 내렸다. 2심은 A씨의 양형 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4개월로 형을 낮췄지만, 1심이 A씨에게 내린 배상명령은 그대로 유지했다.
사기
피해보상금
배상명령제도
박수연 기자
2021-10-05
형사일반
[판결] ‘성희롱 피해직원에 2차 가해’ 르노삼성차에 벌금형 확정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여직원을 부당 징계하는 등 2차 가해를 한 혐의로 기소된 르노삼성자동차와 임원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최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르노삼성자동차 법인에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0도16858).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 회사 임원 A씨도 벌금 800만원이 확정됐다. A씨 등은 2013년 3월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신고한 여직원 B씨가 자신의 성희롱 피해사실과 관련한 증언을 수집하기 위해 다른 동료에게 강제로 설문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같은 해 8월 오히려 B씨를 견책 처분하고 업무에서 배제한 뒤 대기발령 하는 등 부당한 징계를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B씨가 성희롱 피해를 신고한 이후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의무가 있는 회사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가해자인 상사와 함께 회사를 상대로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자 이 같은 조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1,2심은 "A씨와 르노삼성자동차는 성희롱 피해자로서 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 등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했다"며 "이러한 행위는 피해자가 피해를 감내하고 문제를 덮어버리도록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또 다른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다"며 르노 삼성에 벌금 2000만원을, A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을 확정했다.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저양립지원에관한법률
르노삼성
성희롱
박수연
2021-08-17
형사일반
[판결] 반의사불벌죄, 1심 선고 뒤 '처벌불원 의사' 표시는 효력 없어
폭행 등 반의사불벌죄에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표시된 경우에만 효력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 판결 후에는 피해자가 처벌불원의사를 밝히더라도 공소기각 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1도3992). A씨는 2019년 12월 주차 문제로 실랑이를 하다 B씨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개월을 선고했는데, 1심 선고가 난 뒤 B씨는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이에 2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은 형법 제260조 1항(폭행)에 해당하는 죄로서,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며 A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232조에 따르면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죄를 논할 수 없는 사건에서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 또는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는 제1심 판결 선고시까지 할 수 있으므로 그 후의 의사표시는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의사를 표시한 것은 1심 판결 선고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형소법 제232조 1항은 '고소는 제1심 판결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3항에서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죄를 논할 수 없는 사건에 있어서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에 관하여도 전2항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의사불벌죄
폭행
폭행죄
박미영
2021-06-28
형사일반
[판결] 성추행 당한 뒤 2년 지나 고소했더라도
피해자가 성추행을 당한 뒤 곧바로 항의하거나 주위에 알리지 않고 2년이 지난 후에야 고소를 했더라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0도18225). 대학생 A씨는 2016년 12월 피해자 B씨 등 같은 과 친구들과 강원도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A씨는 콘도 객실에서 B씨가 자고 있는 사이 덮고 있던 이불 안에 손을 집어넣고 B씨의 허리, 어깨, 가슴 부위를 만져 B씨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다음날 A씨와 B씨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기도 했고, 여행 이후 단 둘이 주점에서 만나 술을 마시기도 했다. B씨는 사건 발생 후 A씨가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2019년 8월 A씨를 준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1심은 "피해자의 진술이 비교적 일관되고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사건 발생 후 A씨와의 관계 등에서 나타나는 B씨의 태도는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자라고 하기에는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B씨가 다른 부수적 사유에 의해 고소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무죄원심 파기환송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사건 발생 후 A씨와 단둘이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룸카페에서 함께 있었던 것에 대해, 사건 당일 일어난 일에 관해 A씨로부터 해명을 듣고 사과를 받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며 "B씨가 사건 발생 후 별다른 어색함이나 두려움 없이 A씨와 시간을 보낸 것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보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추행
성추행
준강제추행
박미영 기자
2021-05-17
형사일반
[판결] '학교폭력 가해자 지목' 허위 댓글 혐의 30대, 벌금 100만원
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대표의 SNS에 학교폭력 가해자임을 암시하는 허위 댓글을 달아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에게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원중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최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2020고단6013). A씨는 지난해 1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B씨의 SNS에 '학교폭력 출신이라면서요. 님도 곧 터지겠어요', '사람 배를 발로 차면 되나요' 등의 허위 내용이 담긴 댓글을 달아 마치 B씨가 학교폭력 가해자인 것처럼 보이도록 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부장판사는 "A씨는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내용을 그 진위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허위 댓글을 작성했다"며 "최근 학교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엄중한 태도에 비춰 보면, A씨의 행위로 인한 피해자 B씨의 정신적 고통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B씨로부터 용서받거나 합의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A씨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명예훼손
가해자
허위댓글
이용경 기자
2021-03-24
형사일반
[판결] 구호조치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피해가 경미한 교통사고라면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더라도 그 정도가 경미해 구호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라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자신의 인적사항을 제공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고 장소를 떠났더라도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상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3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0도15208). A씨는 2019년 11월 무면허 음주상태로 차를 몰다 B씨가 운전하는 승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B씨와 동승자 C씨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고, 피해 차량은 120만원 상당의 수리비가 발생했다. 검찰은 "A씨가 무면허 음주상태에서 사고를 내고도 B씨 등을 구호하지 않고 인적사항도 제공하지 않은 채 도주했다"며 기소했다. 재판에서는 A씨가 경미한 상해를 입은 B씨를 구호하는 등 관련 조치를 하지 않고 사고 현장을 떠난 것이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상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3은 '교통사고를 낸 차량의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 가중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상해의 부위 및 정도, 사고 뒤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 때에는 사고운전자가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을 제공하는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사고 장소를 떠났다고 하더라도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상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A씨의 도주치상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했다. 앞서 1심은 "사고 당시 피해자의 충격이 크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사고 이후 물리치료 또는 약물치료 외에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았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고로 피해자들이 구호 등 조치가 필요한 정도의 상해를 입었음에도 A씨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도주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도주치상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3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A씨가 사고로 피해자들에게 상해를 입힌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피해자들에게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은 채 사고 장소를 이탈했다면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상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양형에서는 1심과 같이 징역 1년 3개월을 선고했다.
도주치상죄
교통사고
도주치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손현수 기자
202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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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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