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하며 이권을 챙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광고감독 차은택(48)씨에게 징역 3년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11월 27일 기소된 후 360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22일 광고사 지분 강탈 시도 혐의(강요미수) 등으로 기소된 차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2016고합1227).
재판부는 "차씨는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밀접한 관계에 있고, 그로 인한 최씨의 영향력을 알게 된 걸 계기로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피해자를 협박해 지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차씨는 강요미수 사건에서 최씨의 지시를 받아 구체적인 범행의 실행 행위를 지시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고 KT와 관련한 범행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가진 최씨에게 지인 채용을 부탁하는 식으로 범행의 단초를 제공했다"며 "대통령이나 경제수석의 요구를 받은 기업이 느낄 압박감을 이용해 지인을 채용하게 하는 등 기업 경영의 자율을 심각히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차씨와 함께 기소된 송성각(59)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게는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 추징금 3700여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송씨는 사기업 퇴사 후에도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뇌물을 수수했다"며 "송씨가 먼저 뇌물을 요구했고 법인카드 반환을 요청하자 현금을 요구하는 등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송씨의 국회 위증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공범으로 기소된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김경태 전 모스코스 이사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김홍탁 전 모스코스 대표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모스코스는 최씨와 차씨 등이 설립한 광고회사다.
차씨 등은 2015년 포스코가 계열사인 광고회사 포레카를 매각하려 하자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광고회사 대표를 압박해 지분을 넘겨받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차씨는 또 최씨, 박 전 대통령 등과 공모해 KT가 자신의 지인을 채용하게 하고, 최씨와 설립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가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되게 한 혐의도 받았다. 차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광고제작업체 아프리카 픽처스의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직원들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한 뒤 돌려받는 식으로 회삿돈을 세탁한 혐의도 있다.
송씨는 콘텐츠진흥원의 사업을 수주할 수 있게 해주는 대가로 사기업에서 3000여만원의 뇌물을 챙기고, 국회 국정감사에 나가 위증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차씨와 송씨에게 각각 징역 5년을, 김영수씨에게 징역 3년, 김홍탁씨에게 징역 2년, 김경태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당초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차씨 등의 1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전원 사퇴하면서 재판이 지연되자 차씨 등에 대해 먼저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