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경찰 질서유지선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경찰관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면서 실랑이를 벌이다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 4명에게 모두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유정(39·사법연수원 41기)·이덕우(63·19기) 변호사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을, 김태욱(43·37기)·송영섭(47·33기) 변호사에게 각각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6도18713).
이들은 2013년 7월 25일 서울 중구 대한문 화단 앞에서 열린 쌍용차 집회에서 당시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 A씨와 경찰 질서유지선의 적법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던 중 A씨에게 "집회방해로 현행범 체포될 수 있다"고 말한 뒤 A씨의 팔을 잡고 약 20m가량 끌고가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무죄, 체포 미수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당시 경찰이 집회 장소에 설치한 질서유지선이 위법했던 만큼 이에 대항해 변호사들이 유형력을 행사한 것을 공무집행방해로 볼 수는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경찰관들의 현장 책임자인 피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려 한 것은 수단과 방법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며 "당시 남대문서장이 설치한 질서유지선이 적법하지 않았고, 이런 위법한 질서유지선의 퇴거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난 점을 참작하더라도 목적을 실현하는 방식에서 불법까지 용인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질서유지선은 집회 및 시위의 보호와 공공의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최소한의 범위를 정해 설정돼야 하고, 질서유지선이 최소한의 범위를 벗어나 설정되었다면 이는 집시법에 위반돼 적법하지 않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또 체포 미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것에 반발해 낸 피고인들의 상고도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