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관청이 가산세를 부과할 때도 산출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국세징수법 등 세법에서는 납세고지서에 과세표준과 세액의 산출근거를 기재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지만 가산세에 대해서는 명문규정이 없어 그동안 세무관청은 관행적으로 산출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지난 18일 어머니로부터 건물과 토지를 증여받은 박모(37)씨 등 3명이 강남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2010두12347)에서 세무관청의 가산세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행정처분에 처분의 이유를 제시하도록 한 행정절차법이 과세처분에 직접 적용되지는 않지만, 그 기본 원리를 과세처분에 완화해 적용할 이유는 없다"며 "가산세는 비록 본세의 세목으로 부과되지만 그 본질은 세법에 규정된 의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위반한 납세 의무자 등에게 부과하는 일종의 행정상 제재라는 점에서 적법절차의 원칙은 더 강하게 관철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가산세는 본세의 세목별로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부과기준과 산출근거도 제각각이어서 납세고지서에 산출근거 등이 기재돼 있지 않으면 납세의무자로서는 무슨 가산세가 어떤 근거로 부과됐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며 "같은 세목에 관해 여러 종류의 가산세가 부과되면 각각 별개의 과세처분이라고 봐야 하며, 하나의 납세고지서에 의해 본세와 가산세를 함께 부과할 때는 납세고지서에 본세와 가산세 각각의 세액과 산출근거 등을 구분해 기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씨 등은 2005년 7월 어머니 최모씨의 소유의 대구 달서구의 토지 2327㎡를 증여받아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고 증여세 5800여만 원을 납부했다. 박씨 등은 3개월 뒤 증여대상이 토지가 아니라 건물이었는데 착오로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뤄졌다며 증여계약을 해제하고 이전등기를 말소했다. 박씨 등은 2006년 5월 최씨로부터 서울 서초구 소재 토지와 건물에 관한 부담부증여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박씨 등은 대구 토지에 대한 증여가 없었다는 것을 전제로 강남구 토지와 건물 가액만을 기준으로 이미 대구세무서에 납부했던 5800여만원을 제외한 290만원의 증여세만을 납부했으나, 강남세무서는 대구 토지에 대한 증여가 유효한 것으로 보고 가액을 합산해 세액을 산출한 후 증여세 3억여원에 5000여만원의 신고불성실 가산세 등을 부과하자 박씨 등은 소송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과세관청이 자의를 배제한 신중하고 합리적인 가산세 부과처분을 하게 함으로써 조세행정의 공정을 기하고, 납세의무자의 불복신청의 편의를 주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