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가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해 담보가치를 속여 저축은행에서 불법대출을 받은 경우, 대출담당자가 계약서 위조 등 기망행위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대출을 결정하는 최종결정권자가 몰랐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강모씨는 2014년 9월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자신의 건물 담보가치를 높이기 위해 실제보다 보증금 액수를 줄이는 수법으로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해 모 저축은행에 제출하고 72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사기)로 기소됐다.
1심은 "범행수법이 지능적·전문적이어서 죄질이 무겁다"며 강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심은 강씨가 대출금 일부를 변제한 점을 고려해 형을 감경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강씨는 "저축은행 대출 섭외 직원이 상담과정에서 서류 위조여부를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속여서 대출을 받은 것은 아니라며 상고했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7도8449).
재판부는 "사기죄의 피해자가 법인이나 단체인 경우 기망행위로 인한 착오 등이 있었는지 여부는 법인이나 단체의 대표 등 최종 의사결정권자 또는 내부적인 권한 위임 등에 따라 실질적으로 법인의 의사를 결정하고 처분을 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법인이나 단체의 업무를 처리하는 실무자가 기망행위임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법인이나 단체의 대표자 또는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최종결재권자 등이 기망행위임을 알지 못한 채 착오에 빠져 처분행위에 이르렀다면, 피해자 법인에 대한 사기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강씨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 인과관계, 편취 범의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