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사실에 범행기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공소제기는 무효라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이모(49)씨에 대한 상고심(☞2009도9717)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 12일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사소송법 제254조4항이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해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규정한 취지는 심판의 대상을 한정함으로써 심판의 능률과 신속을 꾀함과 동시에 방어의 범위를 특정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검사는 다른 사실과 식별할 수 있도록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기재해야 한다"며 "이는 마약류취급자가 아니면서도 마약류를 투약했음을 내용으로 하는 마약류관리법위반죄의 공소사실에 관한 기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메스암페타민의 투약시기에 관한 기재를 2008년8월3일부터 2008년10월2일 사이로 기재한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며 "단기간에 반복되는 마약투약 특성에 비춰 그 기간 내에 복수의 투약가능성이 농후해 심판대상이 한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의 기재는 공소제기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며 "그럼에도 공소사실이 특정됐음을 전제로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지난해 8~10월 사이 1차례 자신의 집 등에서 메스암페타민(일명 '필로폰')을 음료수에 희석해 마시거나 혈관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투약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8월에 추징금 1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이씨는 "필로폰을 투약한 적이 없고, 공소사실이 특정되지도 않았다"며 항소했으나 2심 역시 이씨의 항소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