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 예비인가의 처분성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점화됐다. 예비인가를 받은 25개 대학이 최종 본인가를 받자 예비인가취소소송을 낸 대학들이 앞다퉈 ‘본인가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비인가의 처분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청구취지 변경이 가능한지도 달라질 수 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예비인가의 처분성에 대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렸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지난달 2일 서울대학교 법과대학학생회 등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서울대에 대한 예비인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을 상대로 낸 예비인가처분취소 청구소송(2008구합18748)에서 각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예비인가를 받은 대학만이 법학전문대학원의 개원을 위한 후속절차를 거칠 수 있는 권리와 지위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예비인가로 인해 새롭게 부여된 것이라기보다는 법학전문대학원 설립인가신청으로부터 최종적인 인가에 이르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일부 대학만 후속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된 것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예비인가는 관련법령이 중간적 처분으로서 특별히 예정하고 있는 절차가 아니라 인가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사실상 필요에 의해 시행하게 된 것”이라며 “별도의 독립한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같은 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용찬 부장판사)는 지난 8월 조선대학교가 낸 예비인가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2008구합5889)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예비인가를 받은 대학만이 후속절차를 거칠 수 있는 권리와 지위를 부여받는 데 반해 예비인가를 받지 못한 대학은 후속절차에서 완전히 배제된다”며 “본인가를 위한 준비단계의 행위가 아니라 별도로 독립한 처분이라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나아가 피고가 법학전문대학원의 예비인가를 하면서 원고를 그 선정대상에서 제외한 행위는 원고에 대한 예비인가 거부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거부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직 1심 재판이 진행중인 대학들은 본인가가 확정된 이후 ‘예비인가’에서 ‘본인가거부처분취소소송’으로 변경신청을 한 상태다. 예비인가를 본인가와 다른 하나의 독립된 처분으로 본다면 두 개는 서로 다른 처분으로 청구취지변경이 허용되지 않는다. 청구취지변경을 위해서는 청구의 기초가 동일하다고 인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비인가의 처분성이 없다고 본다면 실익이 없는 ‘예비인가취소소송’에서 소의 이익이 있는 ‘본인가취소소송’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청구취지 변경이 가능하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예비인가에 처분성이 없다고 하면 청구취지변경은 부적법한 소송에서 실익이 있는 적법한 소송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예비인가처분을 본인가로 넘어가기 전의 단계적 행정처분으로 보고 본인가 처분에 포함된다고 해도 청구취지변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행정소송에서의 청구취지변경이나 원고의 적격여부에 대해서는 넓게 인정해주고 있다”며 “당사자의 구제라는 측면에서 볼 때 본안으로 넘어가서 판단을 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이를 넓은 범위에서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 본안판단을 해주는 것이 불필요한 소송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또 다른 판사는 “예비인가에서 제외되면 본인가를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할 수 없게 되는 등 사실상 예비인가에서 로스쿨이 확정되는 처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법리적으로 엄격히 따진다면 따로 소송을 내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