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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유족, 日기업 상대 손해배상소송 또 다시 패소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인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또 다시 패소했다. 최근 하급심에서는 소멸시효 판단 기준을 놓고 엇갈린 판단을 내놓고 있어 대법원이 향후 이를 어떻게 정리할 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8일 강제노역 피해자 A씨의 유족 5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단5076593)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유족 측은 "A씨가 강제노역으로 입은 피해를 배상하라"며 지난 2019년 4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가 1억원 상당의 소송을 냈다. A씨는 지난 1942년 2월 일본제철이 운영하는 가마이시 제철소에 강제로 끌려가 약 5개월간 일했고, 이후 1989년 사망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일본제철 측은 '강제노동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만으로 당연히 소멸하지는 않는다'는 2012년 대법원 판결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이미 끝났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족 측은 재상고심인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선고 시점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 소송대리인단은 선고 직후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것이 판결의 이유로 추측된다"며 "법원의 형식적, 기계적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법 제766조에 따르면,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하거나, 불법행위의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면 시효로 소멸해 더 이상 손해배상청구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최근 법원은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측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만료 기준을 놓고 엇갈린 판단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앞서 같은 법원 민사25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2021년 9월 강제노역 피해자 B씨의 유족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단5086804)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당시 박 부장판사는 "대한민국의 최고법원이 청구권 협정에 관해 '개인청구권 자체가 당연히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한 이상 A씨와 유족들을 비롯한 강제노동 피해자들의 객관적 권리행사 장애사유는 해소됐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2012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이후 재상고심 판결이 2018년 10월 비로소 확정됐으나, 법원조직법 제8조와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2항에 따라 환송 판결의 기속력은 환송 후 원심 뿐만 아니라 재상고심에도 미치는 것이 원칙이다. 대법원이 2012년 판시한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관한 법리는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에서 환송 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고들의 객관적 권리행사 장애사유는 2018년 대법원 판결이 아닌 2012년 대법원 판결로써 이미 해소됐다"며 소멸시효가 도과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 부장판사는 이보다 한 달 앞선 2021년 8월에도 강제노역 피해자 C씨의 유족 5명이 미쓰비시 매터리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가단5042169)에서도 동일한 취지로 원고패소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광주고법 민사2부(재판장 최인규 부장판사)는 2018년 12월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제동원 피해자 등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확정한 때부터 비로소 피해자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던 상황이 해소됐다"며 소멸시효 기산점을 2018년으로 판단,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소송대리인단의 임재성(42·변시 4회)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소멸시효 문제로 다른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에서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재판을 중단하거나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올해 6월 안이라도 대법원이 관련 강제동원 사건에 있어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는데, 그때 2012년 대법원 판결과 2018년 대법원 전합 판결 중 어느 쪽을 기준으로 소멸시효 판단이 적법한 지에 대한 판단이 이뤄진다면 하급심에서는 조금이나마 혼란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강제노역
소멸시효
강제노역
이용경 기자
2022-02-08
민사일반
[판결] '일제 강제동원' 미쓰비시 한국 내 상표권·특허권 압류명령 "정당"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이 확정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한국 내 자산압류 조치에 불복해 재항고했지만 대법원이 기각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10일 미쓰비시중공업이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등을 상대로 낸 상표권 압류명령과 특허권 압류명령에 대한 재항고 신청(2021마5961, 2021마5865)을 각각 기각했다. 재판부는 "미쓰비시중공업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구성된 중재위원회로부터 임시적 처분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한 상태에서 이뤄진 압류 명령은 집행 장애 사유가 있는 경우에 준해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원심은 이 같은 사정이 집행 장애 사유가 된다거나 강제 집행을 불허해야 할 사유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이같은 원심 판단에는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사건 압류명령이 초과압류에 해당해 위법하다는 주장은 적법한 재항고이유가 될 수 없고, 기록을 살펴보더라도 초과압류에 해당한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11월 강제동원 피해자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은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나 미쓰비시중공업이 대법원 판결 이행을 거부했고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은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보유자산인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을 압류하는 신청을 내 법원에서 인용결정을 받았다. 미쓰비씨중공업은 이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으나 기각되자 대법원에서 다시 판단해달라며 재항고 했다.
자산압류
강제동원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
박수연 기자
2021-09-14
민사일반
[판결]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유족, 日기업 상대 손해배상소송 또 패소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유족들이 가해자인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또 다시 패소했다. 지난 달에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8일 강제노역 피해자 A씨의 유족인 자녀 4명이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단5086804)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씨는 생전에 1940년 12월부터 1942년 4월까지 일본 이와테현에 있는 제철소에 강제동원돼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의 자녀들은 2019년 4월 해당 제철소를 운영했던 일본제철을 상대로 약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박 부장판사는 먼저 "대한민국은 일본과 함께 일련의 불법행위 중 일부가 행해진 불법행위지이고, 원고들은 대한민국의 민법에 근거해 피고의 불법행위 책임을 묻고 있다"면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일본 내의 물적 증거는 거의 멸실된 반면, 피해자인 망인이 대한민국에 거주했고, 사안의 내용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치적 변동 상황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춰볼 때 대한민국은 이 사건의 당사자들과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으므로 재판관할권을 갖는다"고 밝혔다. 또 손해배상청구권 존재 여부에 관해서도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청구권 협정으로 인해 원고들의 청구권과 소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부장판사는 '강제노동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만으로 당연히 소멸하지는 않는다'는 지난 2012년 대법원 판결 이후 3년이 지나 소송이 제기됐기 때문에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대한민국의 최고법원이 청구권 협정에 관해 '개인청구권 자체가 당연히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한 이상 A씨와 유족들을 비롯한 강제노동 피해자들의 객관적 권리행사 장애사유는 해소됐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2012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이후 재상고심 판결이 2018년 10월 비로소 확정됐으나, 법원조직법 제8조와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2항에 따라 환송 판결의 기속력은 환송 후 원심 뿐만 아니라 재상고심에도 미치는 것이 원칙이다. 대법원이 2012년 판시한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관한 법리는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에서 환송 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고들의 객관적 권리행사 장애사유는 2018년 대법원 판결이 아닌 2012년 대법원 판결로써 이미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은 2012년 5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때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19년 4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며 "원고들은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 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앞서 박 부장판사는 지난 8월 강제노역 피해자 B씨의 유족 5명이 미쓰비시 매터리얼(전 미쓰비시 광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가단5042169)에서도 동일한 취지로 원고패소 판결한 바 있다. 피해자 유족 측 대리인인 전범진(49·사법연수원 41기) 새솔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날 선고 직후 "지난 달 기각 판결된 소송과 동일한 재판부라 소멸시효 기간 경과를 이유로 기각한 것 같다"며 "지난 2018년 광주고법 판례의 경우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시점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판단했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앞서 광주고법 민사2부는 2018년 12월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제동원 피해자 등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확정한 때부터 비로소 피해자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던 상황이 해소됐다"며 소멸시효 기산점을 2018년으로 판단,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관계자는 "2012년 대법원 판결 선고 이후 소멸시효 기산점 쟁점에서 대법원 판례가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오늘 선고된 판결(일본제철)은 대법원 판례와 배치되는 부분은 없다"며 "오히려 재판관할권 등 대법원 판례에 부합되는 판결이며, 소멸시효에 관한 부분은 대법원에서 추후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해배상
강제노역
일제강제노역
일본
이용경 기자
2021-09-08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판결] 국가가 취득시효 완성 주장하는 토지 취득절차 관련 서류 제출 못했더라도
국가가 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더라도, 국가가 점유 개시 당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거쳐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국가의 자주점유 추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말소 등기 소송(2021다230991)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이씨의 증조부는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토지 일부를 사정 받았다. 사정토지에 관한 지적공부 등은 6·25 전쟁으로 멸실됐다가 1961년 8월 복구됐는데, 일부 토지의 지목은 '도로'로 변경된 상태였다. 1978년 11월에는 토지의 토지대장상 소유자란이 '소유자미복구'로 정정되기도 했고, 1996년 6월에는 토지에 대해 국가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졌다. 이에 이씨는 "국가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는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국가는 "토지를 일제강점기부터 국도로 점유·관리해왔으므로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맞섰다. 1,2심은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1,2심은 "국가가 토지에 대한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주장하면서도 그 토지를 취득함에 있어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밟거나 그 소유자의 사용승낙을 받았다는 사정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며 국가가 토지를 소유권 취득의 법률요건 없이 그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 무단점유했다고 판단해 자주점유 추정을 부정했다.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국가가 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더라도, 그 점유의 경위와 용도, 국가 등이 점유를 개시한 후에 지적공부에 그 토지의 소유자로 등재된 자가 소유권을 행사하려고 노력했는지 여부, 함께 분할된 다른 토지의 이용 또는 처분관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할 때, 국가가 점유 개시 당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거쳐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러한 경우에는 국가의 자주점유 추정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소유권말소
민법
부동산
점유자
토지
점유취득시효
자주점유
박수연 기자
2021-09-06
헌법사건
헌재, '조선인 전범' 피해자 헌법소원 각하
일제 강점기 일본군으로 강제 동원됐다가 전범으로 몰려 처벌받은 조선인 피해자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배상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제기한 헌법소원이 각하됐다. 헌재는 31일 A씨 등 조선인 전범 생존자 모임인 동진회 회원과 유족들이 한국 정부가 자국 출신 전범 문제를 방치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어 이를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4헌마888)을 재판관 5(각하)대 4(위헌)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A씨 등은 "정부는 1965년 6월 일본 정부와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는데, 우리가 일본에게 가지는 배상청구권이 해당 협정에 의해 소멸됐는지에 대해 양국간 해석상 분쟁이 존재하기에, 한국 정부는 해당 협정 3조가 정한 절차에 따라 해석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같은 정부의 부작위로 기본권을 침해 당했다"며 2014년 10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국제전범재판소 판결은 국제법적으로 유효하고 한국 정부를 비롯한 국내 국가기관은 이를 존중해야 하기에 국제전범재판소 판결에 따른 처벌을 받아서 생긴 한국인 B,C급 전범의 피해 보상 문제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나 원폭피해자 등이 가지는 일제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청구권의 문제와 동일한 범주로 보아 이 사건 협정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국인 전범들이 국제 전범재판에 따른 처벌로 입은 피해와 관련해 정부에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분쟁해결 절차에 나아가야 할 구체적 작위 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전범재판 처벌로 인한 피해 부분은 해당 협정과 무관하므로 한국 정부에게 협정 3조에 따른 분쟁해결절차에 나아가야 할 구체적 작위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 협정 해석에 관한 분쟁이 성숙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령 한국과 일본 사이에 협정 해석상의 분쟁이 존재한다고 해도 한국 정부는 지속적인 외교적 조치를 통해 그 작위의무를 이행했으므로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해 각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석태·이은애·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일제강점기 한국인 전범들이 입은 피해 가운데 국제전범재판에 따른 처벌로 인한 피해 부분에 대한 다수의견에는 찬성하지만, 일제의 불법적인 강제동원으로 인한 피해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협정 제3조에 따른 분쟁해결절차에 나아가야 한다"며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경우 한국인 B,C급 전범들이 일본에 갖는 청구권을 실현함으로써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고 침해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해 질 수 있다. 한국 정부의 이같은 부작위는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는 일제 강점기 한국인 B,C급 전범들이 겪었던 불행한 역사적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함께 하면서도 역사적 상황과 함께 한국인 전범들에게만 존재하는 특수한 사정을 논의한 끝에 국제전범재판에 따른 처벌로 인한 피해 부분은 사실상 재판관들의 의견을 같이 하되 일제의 강제동원으로 인한 피해에 대하여는 그 의견을 달리하는 결정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전범
일제강점기
일본군
조선인
박수연 기자
2021-08-31
민사일반
[판결]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유가족, 日기업 상대 손해배상소송 패소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유족들이 가해자인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11일 강제노역 피해자 A씨의 유가족 5명이 미쓰비시 매터리얼(전 미쓰비시 광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가단5042169)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2009년 사망한 A씨는 1941년 5월부터 1945년 8월 광복 때까지 일본 나가사키현에 위치한 탄광에 노무자로 강제동원돼 국부신경(다리)에 부상을 당했다. 유족들은 "미쓰비시 광업은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등 불법적인 침략전쟁 수행과정에서 탄광 등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당시 일본 정부의 강제적 인력동원 정책에 적극 편승해 일본군인 등을 동원, A씨를 나가사키현으로 강제연행한 뒤 탄광 노동에 종사하게 했다"며 "업무 수행 중 중상을 당한 A씨를 계속해서 작업에 종사하게 하는 등 미쓰비시 광업의 가해행위로 A씨는 죽는 날까지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므로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며 2017년 2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미쓰비시 매터리얼 측은 "우리는 일본 법인으로서 대한민국에 지점이나 영업소도 없고, 이 사건의 청구원인 사실 대부분이 일본에서 발생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없다"며 "소송이 재판관할권이 없는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돼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박 부장판사는 "비록 미쓰비시 매터리얼이 일본법에 의해 설립된 일본 법인으로서 그 주된 사무소를 일본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은 일본과 함께 일련의 불법행위 중 일부가 행해진 불법행위지"라며 "유족들이 대한민국 민법에 근거해 미쓰비시 매터리얼의 불법행위 책임을 묻고 있고, 피해자인 A씨가 대한민국에 거주한 점과 사안의 내용이 역사·정치적 변동 상황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춰 대한민국은 이 사안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으므로 재판관할권을 갖는다"고 밝혔다. 다만 박 판사는 이번 소송이 지난 2012년 '강제노동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 협정만으로 당연히 소멸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3년이 지났기 때문에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박 판사는 "대한민국의 최고법원이 청구권 협정에 관해 '개인청구권 자체가 당연히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한 이상 A씨와 유족들을 비롯한 강제노동 피해자들의 객관적 권리행사 장애사유는 해소됐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2012년 대법원 판결 선고 이후 미쓰비시 매터리얼이 파기환송심 판결에 다시 상고해 재상고심 판결이 2018년 10월 선고돼 확정됐지만, 환송판결의 기속력은 환송 후 원심 뿐만 아니라 재상고심에도 미치는 것이 원칙이므로 대법원의 2012년 판결로 판시한 법리는 유지될 수 밖에 없고, 유족들의 객관적 권리행사 장애사유는 2018년 대법원 판결이 아닌 2012년 대법원 판결로써 이미 해소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은 2012년 5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때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17년 2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며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 안에 소를 제기했다고 보기 어려워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 부장판사)가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전범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5가합13718)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에 대해 보유한 개인청구권은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소멸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면서 "우리나라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없다"며 각하 판결한 것과는 상반된다.
미쓰비시
일본
강제노역
소멸시효
일제강제노역피해자
이용경 기자
2021-08-11
민사일반
[판결] 강제징용 피해자들, 日 전범기업 16곳 상대 소송 냈지만 '각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으나 각하됐다. 이번 소송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 부장판사)는 7일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과 닛산화학,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5가합13718)에서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각하란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그 주장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인 임철호(사진 왼쪽)씨와 장덕환 대일민간청구권소송단 대표(사진 오른쪽)가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패소판결을 받은 직후 기자회견에서 항소 의사를 밝히고 있다. 재판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과 그에 관한 양해문서 등의 문언, 청구권 협정의 체결 경위나 체결 당시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 청구권 협정의 체결에 따른 후속 조치 등을 고려해 보면 이 사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해당한다"며 "이렇듯 청구권 협정 제2조는 대한민국 국민과 일본 국민의 상대방 국가 및 그 국민에 대한 청구권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므로 청구권 협정을 국민 개인의 청구권과는 관계없이 양 체약국이 서로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만을 포기하는 내용의 조약이라고 해석하기 어렵고, 이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이나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라는 문언의 의미는 개인청구권의 완전한 소멸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비엔나협약 제27조에 따르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국내법적 사정만으로 식민지배의 적법 또는 불법에 관해 상호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일괄해 이 사건 피해자들의 청구권 등에 관해 보상 또는 배상하기로 합의에 이른 '조약'에 해당하는 청구권 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국제법적으로는 청구권 협정에 구속된다"면서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에 그동안 체결된 청구권 협정 등 각종 조약과 합의, 청구권 협정의 일괄처리 협정으로서의 성격, 각국 당국이 이 사건과 관련해 한 언동 등은 적어도 국제법상의 '묵인'에 해당해 그에 배치되는 발언이나 행위는 국제법상 '금반언(estoppel)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아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는 것은 비엔나협약 제27조와 금반언의 원칙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비엔나협약 제27조에 따라 국내적 사정 및 국내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조약의 효력은 유지되고, 그와 같은 경우의 강제집행은 확정판결이 실체적 진실과 어긋나며, 금반언의 원칙 등 신의칙을 위반함으로써 판결의 집행 자체가 권리남용에 해당돼 청구이의의 소 및 그 잠정처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본안판결이 선고돼 확정되고 강제집행까지 마쳐질 경우 국제적으로 초래될 수 있는 역효과 등까지 고려할 때, 강제집행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되지 않고 결국 이 사건 피해자들의 청구권은 소구할 수 없는 권리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사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헌법상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해 국내법적으로는 법률의 지위에 있는 조약에 해당하는 청구권 협정에 의해 그 소권이 제한되는 결과가 된다"며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 또는 일본 국민에 대해 갖는 개인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판시했다. 당초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오는 10일 열 예정이었으나 돌연 기일을 앞당기며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법원은 헌법기관으로서 헌법과 국가 그리고 주권자인 국민을 수호하기 위해 이같이 판결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선고기일 변경은 당사자에게 이를 고지하지 않더라도 위법하지 않다. 법정의 평온과 안정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선고기일을 변경했고, 소송대리인들에게 전자송달 및 전화연락 등으로 이를 고지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소송 중 소가가 86억원에 달해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총 17곳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일본 스가와라건설 1곳에 대해서는 소송을 취하했다. 앞서 일본 기업들은 2015년 소송이 제기된 뒤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해 오다가 올해 3월 법원이 공시송달을 하고 선고기일을 잡겠다고 통보하자 뒤늦게 변호사들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소송 대응에 나섰다. 일본 기업 측은 지난달 28일 열린 1차 변론기일에서 "첫 변론기일에 변론을 종결할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주장은 입증도 안 됐고, 사실관계도 부실하다"고 추가변론을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미 두 차례 대법원 판단을 받았던 사건"이라며 "다음 기일에 곧바로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3다61381)에서 일본제철의 상고를 기각하고 "일본제철은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 대리인인 강길(56·사법연수원 36기) 법률사무소 한세 변호사는 이날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 재판부를 볼 때 선고를 미루는 경우는 있어도 당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현 재판부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결과 정반대로 대비되고, 기존 대법원은 소송물로서 심판 대상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현 재판부는 매우 부당하다"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에는 이 사건 외에도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19건이 진행중이다.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
닛산화학
강제징용피해자
일본제철
이용경 기자
2021-06-07
형사일반
[판결]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기환송… 대법원, 직권남용죄 판단기준 제시
대법원이 박근혜정부 시절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다시 재판하라고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직권남용죄)의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죄 요건 중 '상급자의 직권남용 행위'와 '하급자의 의무 없는 일 수행'은 별개의 구성요건이므로, 단계별로 각각 따져 두 요건 모두 충족할 때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특히 하급자의 '의무 없는 일'에 대해 엄격한 판단기준을 제시하며, '공무원이 상급자로부터 직권남용 지시를 받았더라도 하급자의 업무가 관련 법령 등에 따라 문제가 없다면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같은 법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30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징역 4년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18도2236). 이 사건의 최대 쟁점은 직권남용죄 성립 여부였다.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죄 성립여부를 '직권의 남용'과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때' 등 두 단계로 나눠 이를 모두 충족해야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판결문 다운로드 그러면서 우선 김 전 실장 등 피고인들이 문체부 공무원을 통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소속 직원들에게 지원 배제를 지시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대통령, 대통령 비서실장, 정무수석, 교문수석, 문체부 장관 등의 직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김 전 실장 등이 이같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지시를 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지원배제 방침이 관철될 때까지 사업진행 절차를 중단하는 행위 △지원배제 대상자에게 불리한 사정을 부각시켜 심의위원에게 전달하는 행위 △지원배제 방침을 심의위원에게 전달하는 행위 △지원배제 업무에 용이하도록 심의위원을 구성하는 행위 △배제대상자를 안건에서 제외하여 심의위원에게 전달하는 행위 △위원회 전체회의 심사를 보류하는 행위 △지원배제를 위한 명분을 발굴하는 행위 △지원배제를 위해 새로운 기준을 발굴하고 이를 적용하기 위해 사업을 재공고하는 행위 △심의위원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행위 △지시에 따라 지원금 삭감 의안을 상정하는 행위 △상영불가 통보 행위 등을 하게 한 것은 모두 위원들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자율적인 절차진행과 운영을 훼손하는 것으로서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이 준수해야 하는 법령상 의무에 위배되므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외에도 항소심에서 직권남용죄로 인정한 △이미 작성된 명단을 송부하는 행위나 △공모사업 진행 중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행위를 하게 한 것은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인 의무 없는 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다시 심리하라고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과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은 형법 제123조가 규정하고 있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결과'로서 둘 중 어느 하나가 충족되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지만, 이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와는 구별되는 별개의 범죄성립요건"이라며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는 직권을 남용했는지와 별도로 상대방이 그러한 일을 할 법령상 의무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방이 상대방의 요청을 청취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거나 협조하는 등 요청에 응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공무원이) 법령 등에 따라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원들로 하여금 블랙리스트 대상들에게 지원을 배제·중단한 행위는 독립성을 침해하고 자율적인 절차진행과 운영을 훼손하는 것으로서 '의무 없는 일'에 해당돼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만, 이미 작성된 명단을 송부하거나 공모사업 진행중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행위가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는 법령 등 위반 여부를 더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조희대 대법관은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새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통령비서실 직원들이 청와대 문건을 특별검사에게 제공하고 특별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것은 직무상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침해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원심은 이같은 증거들을 유죄의 증거로 사용했으므로 잘못이 있다"는 무죄 취지의 별개의견을 냈다. 박상옥 대법관 역시 "피고인들의 지시가 헌법상 문화국가의 원리에 위배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였으며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무죄 취지의 별개의견을 냈다. 이번 판결은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은 물론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감찰 무마·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 직권남용죄가 핵심 쟁점인 주요 사건들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승태 코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이 사건 역시 양 전 대법원장이 직권을 남용해 판사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는 것인데, 이번 판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아 판사들이 수행한 업무가 관련 법령상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가 직권남용에 해당하더라도, 판사들이 수행한 업무가 관련 법령 등에 따라 문제가 없다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2017년 9월까지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소송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 등 주요사건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판사 불법 사찰 및 인사 불이익 명단 작성 지시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업무방해 사건 관련 헌법재판소 압박 △한정위헌 취지 위헌제청 결정 사건 개입 △법원 공보관실 예산 불법 유용 등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번 사건에서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은 각각 다른 기관이고 연도별 사업도 다르므로 원심이 인정한 포괄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문예기금 지원심의 등 부당개입, 2015년 예술영화지원사업 지원배제, 도서 관련 지원배제 부분을 포괄일죄로 인정했는데,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사이 및 각 연도별 사업 사이에는 포괄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이 퇴임한 이후에는 '직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퇴임 후의 범행에 관하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범으로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포괄일죄와 공동정범에 대한 부분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날 김 전 비서실장이 직권남용죄가 위헌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김 전 실장 등은 박근혜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 등에 대해 이름과 배제 사유 등을 정리한 문건(블랙리스트)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기초로 정부지원금 등을 줄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반면 조 전 장관은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인정받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심은 김 전 실장의 형량을 높여 징역 4년을 선고했고, 조 전 장관에게는 "좌파 명단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보조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게 하고 감시하는 역할은 정무수석실 역할인데, 그가 이런 역할을 인식하고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문은 대법원 홈페이지(https://www.scourt.go.kr/sjudge/1580377726412_184846.pdf)에서도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블랙리스트
직권남용
김기춘
조윤선
손현수 기자
2020-01-30
민사일반
[판결] ‘주5일제 도입하며 연월차 휴일수 축소’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 5일제가 도입되자 현대자동차가 간부사원의 연월차휴가 일수를 줄이는 내용의 취업규칙을 정한 것은 근로조건에 대한 불이익 변경이 아닐 뿐만 아니라 설령 불이익 변경이라고 보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17년 동일한 쟁점에 대해 서울고법이 불이익 변경에 해당된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최형표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현대자동차(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2017가합42260)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현대차는 2004년 7월 1일 일반직 과장, 연구직 선임 연구원, 생산직 기장 이상 간부사원에게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을 만들어 시행했다. 또 2004년 8월 16일 전체 간부사원 6683명 가운데 89%(5958명)의 동의를 얻어 취업규칙 변경 신고도 했다. 현대차 간부인 A씨는 2017년 12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통해 연월차휴가일수를 축소한 것은 근로조건에 대한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고, 불이익 변경 시에는 간부사원 뿐만 아니라 전체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도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무효"라며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정 이전의 취업규칙에 따라 계산한 연월차휴가수당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2003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더라도 토요일을 유급화할지 무급으로 할지는 노사의 선택에 맡겨져 있었는데 현대차는 토요일을 유급으로 정해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했고, 연월차휴가수당 감소분이 2005년 연봉조정으로 보전됐을 뿐만 아니라, 연봉은 누적식으로 산정되므로 연봉조정의 효과가 일회성으로 그친다고 볼 수 없어,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연월차 휴가수당 감소분 연봉조정으로 보전했고 전체 근로자 동의 없어도 사회통념상 합리성 있어 재판부는 또 설령 간부사원 취업규칙이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고 비간부사원을 포함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변경에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므로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취업규칙 변경에 따라 월차유급휴가 제도가 폐지되고 연차유급휴가일수가 연간 최대 25일로 제한되기는 했지만 금전적 손실을 2005년 연봉인상 조치로 보전 받았고 토요일이 유급휴일로 지정돼 연간 유급휴가일수도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며 "또 2003년 개정 근로기준법 부칙이 노사에 취업규칙 개정 의무를 부여했으며, 당시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연월차휴가 조정과 주 40시간제 도입이 함께 논의됐는데 이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편익과 사회적 비용을 노사 간 분담할 필요성이 전제됐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현대차는 취업규칙 적용대상인 간부사원의 89%의 동의까지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과 달리 판결해 상급심 주목 현대차를 대리한 이광선(46·사법연수원 35기) 지평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취업규칙 변경의 필요성이나 내용 등이 근로자의 불이익을 고려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적용을 부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2009다32362) 취지에 따라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7년 서울고법은 이 취업규칙을 문제 삼아 현대차 간부사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청구소송(2015나31898)에서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은 당시 "간부사원 취업규칙에 따라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 것은 2003년 근로기준법 개정의 당연한 효과이므로 불이익 변경 여부 판단에서 고려할 요소가 아니고, 연월차휴가수당 감소분을 연봉인상으로 보전해 주었다고 하더라도 연봉인상은 1회적인 것에 그치므로 모든 불이익이 보전된 것은 아니며, 간부사원 취업규칙 변경시 비간부사원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근로기준법
현대자동차
주5일제
연차
월차
박수연 기자
2019-11-25
민사일반
[판결] 국가, 친일파 이해승 땅 소송 사실상 패소...1평만 환수
국가가 친일파 이해승(1890∼1958)의 후손을 상대로 낸 토지 환수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3부(재판장 김용빈 부장판사)는 26일 국가가 이해승의 손자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 항소심(2018나2025746)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국가가 돌려받을 수 있는 토지는 이씨가 물려받은 토지 138필지 중 1필지로 면적이 4㎡에 불과해 국가가 사실상 패소한 것이다. 이해승은 철종의 아버지인 전계대원군의 5대손으로, 한일강제병합 직후인 1910년 10월 일제로부터 조선 귀족 중 최고 지위인 후작 작위를 받았고, 자발적 황국신민화 운동을 벌이고자 결성된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으로 활동했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2007년 이해승을 친일재산귀속법이 규정한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은 자'로 보고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이해승의 손자가 상속받은 재산 일부인 땅 192필지를 국가에 귀속하기로 했다. 이 땅의 가치는 당시 시가로 300억 원대에 달했다. 이해승의 손자는 국가귀속 처분을 취소하라며 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친일재산귀속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2010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친일재산귀속법은 재산 귀속 대상을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자'라고 규정했는데, 이해승의 손자는 "후작 작위는 한일합병의 공이 아니라 왕족이라는 이유로 받은 것이므로 재산 귀속 대상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폈다. 비난 여론이 일자 국회는 2011년 친일재산귀속법에서 '한일합병의 공으로'라는 부분을 삭제했다. 아울러 개정법을 소급 적용할 수 있다는 부칙도 신설했다. 국가는 대법원의 2010년 판결이 절차상 잘못됐다며 재심을 청구하는 한편 이해승 손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가가 재심 청구 기간(사유 발생일로부터 30일)을 넘겨 이의를 제기했다며 2016년 12월 청구를 각하했다. 민사소송을 담당한 1심 재판부도 개정법 부칙에 담긴 단서 조항을 근거로 지난해 4월 국가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부칙은 '위원회가 개정 전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한 경우 개정된 규정에 따라서 결정한 것으로 본다. 다만, 확정판결에 따라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는 그러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씨가 확정판결을 받은 토지에 대해선 개정법을 소급해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환수 결정을 내린 1필지는 당초 국가귀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충북 괴산군 땅이다. 재판부는 이씨가 이미 처분한 부동산의 매각대금 중 3억5천여만원도 국가에 환수하라고 판결했는데 이 역시 국가가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한 전체 28필지 중 8필지의 매각대금에 불과하다. 부당 이득 환수 대상이 된 토지는 이씨 측이 반민족규명법과 친일재산귀속법이 발의·제정된 2004년 4월∼2005년 1월 집중 처분한 땅이다. 재판부는 "관련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법적 안정성을 위해 개정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정해진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처분대금 3억5000여만원은 시효가 지나 낼 수 없다'는 이 회장의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권리 남용"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친일재산 귀속법의 목적은 헌법적으로 부여된 당위"라며 "친일재산을 국가에 귀속시켜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피고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하는 것 이상으로 압도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해승이 친일재산을 보유하고 대대로 부귀를 누리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그 손자인 피고도 일제강점기하 이해승의 행적과 재산을 취득한 경위, 경과를 잘 알고 있다"며 반환하는 것이 맞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에서 정부 측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한 광복회의 소송대리인 정철승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1심에 이어 2심까지 친일파 후손의 손을 들어준 오늘 판결은 거물친일파는 단죄되지 않는다는 70여년전 반민특위의 실패를 떠올리게 하는 참담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친일재산귀속법과 그 개정법률의 취지가 친일파 후손들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 아닐 것"이라며 "최종심인 대법원이 국가, 사회의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워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해승
친일파
토지환수
박수연
201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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