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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특정범죄가중법상 '다시 이들 죄를 범하여 누범으로 처벌하는 경우'의 의미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4 제5항 중 '다시 이들 죄를 범하여 누범으로 처벌하는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누범관계에 있는 앞의 범행이 '이들 죄'와 동종의 범죄여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월 25일 절도 혐의로 기소된 A 씨(변호인 박초롱 변호사)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3도14307). A 씨는 2007년 8월 특가법 위반(절도) 등으로 징역 3년, 2012년 5월 특가법 위반(절도)죄로 징역 2년, 2015년 5월 상습절도죄로 징역 1년 6개월, 2018년 10월 특가법 위반(절도)죄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2019년 12월 최종형의 집행을 종료했다. 이후 A 씨는 2022년 9월 24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학교에 있는 과방에서 물건을 훔칠 목적으로 과방의 잠기지 않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다음, 피해자(대학생들) 소유의 현금 합계 10만 원을 꺼내 가져간 것을 비롯해 같은 달 28일경까지 7번에 걸쳐 야간에 피해자들이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해 피해자들의 재물을 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특가법 위반(절도)죄 등으로 세 번 이상 징역형을 받고 다시 누범 기간 중 야간방실침입절도죄 등을 범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 사건에서는 특가법 제5조의4 제5항 중 '다시 이들 죄를 범하여 누범으로 처벌하는 경우'의 의미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이 조항에서 '이들 죄'는 앞의 범행과 동일한 범죄일 필요는 없으나, 특가법 제5조의4 제5항 각호에 열거된 모든 죄가 아니라 앞의 범죄와 동종의 범죄, 즉 형법 제329조 내지 제331조의 죄 또는 그 미수죄를 의미하고, 누범관계에 있는 앞의 범행이 '이들 죄'와 동종의 범죄일 것을 요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A 씨는 2018년 10월 서울고법에서 준강도미수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특가법 위반(절도) 부분은 무죄로 판단됐다"며 "준강도미수죄는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의 죄 또는 그 미수죄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A 씨의 다른 전과를 살펴봐도 A 씨가 누범 기간 내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2심은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누범
동종범죄
박수연 기자
2024-02-21
형사일반
[판결] '탈북 청소년 성추행' 목사 천모 씨, 1심 징역 5년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를 운영해 온 목사 천모 씨가 자신이 돌보던 탈북청소년들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김승정 부장판사)는 14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천 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을 내렸다(2023고합863).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고, 사건의 경위와 전후 상황 등에 대해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진술을 하고 있다"며 "진술이 모순되지 않아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천 씨는 청소년 5명에게 성적학대 행위를 하고, 1명에게는 3차례 강제추행을 했다"며 "범행의 경위와 방법, 횟수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천 씨는 피해자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지위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비난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천 씨는 2016년부터 작년까지 자신의 운영하는 대안학교 기숙사에서 자고 있던 탈북 청소년 등 청소년 6명을 8차례에 걸쳐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천 씨는 20년 넘게 1000명이 넘는 북한 주민의 탈출을 도와,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을 막았던 오스카 쉰들러에 빗대 '아시아의 쉰들러'로 해외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강제추행
목사
탁북청소년
성적학대
한수현 기자
2024-02-15
형사일반
[판결] 주호민 아들 아동학대 혐의 특수교사, 1심서 벌금형 선고유예
<사진=연합뉴스>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초등학생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에게 벌금형 선고유예가 선고됐다. 법원은 주 씨 부부가 몰래 녹음한 음성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고 교사의 발언 일부가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A 씨의 선고공판에서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2022고단7025).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의 경우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주 씨 측은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A 씨의 수업 과정을 몰래 녹음한 뒤 해당 파일 내용을 근거로 A 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재판부는 A 씨의 발언을 몰래 녹음한 주 씨 측의 녹음파일을 증거로 인정했다. 이는 지난달 11일 대법원 형사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가 학부모가 아동학대를 의심해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몰래 녹음한 내용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해 '공개되지 않는 타인과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는 취지로 판결(2020도1538)한 것과 다른 판단이다. 주 씨 사건의 재판부는 "녹음 파일이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않는 타인과의 대화'에 해당하는 게 명백하다"면서도, 피해자의 모친이 장애인인 자녀의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대화를 녹음했다는 특수성을 인정해 녹음행위가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은 4세 때 장애 아동으로 등록됐고 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피해자의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낀 모친은 이를 확인할 의무가 있었다"며 "이 사건은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어 있는 장소나 어느 정도 방어 능력과 표현력이 있는 여러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듣는 장소와 달리 장애를 가진 소수의 학생만이 있고 CCTV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교실에서 있었던 대화를 녹음한 것이므로, 그 녹음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요건을 모두 구비하여 위법성조각사유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지자체가 보호할 대상이고, 학교 수업은 장애인 의무 교육의 일환인 공교육"이라며 "(음성 파일 녹음 공개에 따른) 사생활 침해 피해보다 공익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는 A 씨의 발언 일부에서 미필적으로나마 주 씨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A 씨에게 교사로서 피해 아동을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짜증 섞인 태도로 정서적으로 학대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너 진짜 밉상이네' '머릿속에 뭐가 든 거야' '친구들한테 못 가. 급식 먹지 못해' 등 표현은 혼잣말 형태의 짜증이고 불친절한 말투로 보인다"며 "이 정도만으로 피고인에게 학대의 고의가 있거나 (피해자가) 정신건강·발달에 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 씨가 비교적 성실하게 근무한 점,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주 씨는 이날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열악한 현장에서 헌신하는 특수교사분들께 누가 되지 않길 바란다"며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주 씨는 "자기 자식이 학대당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부모로서 반갑거나 전혀 기쁘지 않다"며 "이 사건이 장애 부모와 특수교사들 간의 대립으로 비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둘은 끝까지 협력해 아이들을 키워나가야 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이해되길 바라냐'는 질문에는 "특수교사 선생님이 혼자서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가중된 스트레스가 있었고 특수반도 과밀학급이어서 제도적 미비함이 겹쳐 발생한 일이라 생각된다"며 "여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한편 A 씨 측은 이날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의 변호인은 "재판부의 판결에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며 "몰래 녹음한 걸 증거로 인정하면 교사와 학생 사이 신뢰 관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녹음된 A 씨의 발언이 '정서적 아동학대'로 일부 인정된 데 대해서도 "해당 발언이 아동에게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아 법에서 정하는 법률적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A 씨는 2022년 9월 13일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 씨의 아들(당시 9세)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피해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주 씨 부부가 녹음한 A 씨의 발언 일부를 정서적 아동학대라고 판단해 같은 해 12월 A 씨를 기소했다.
정당행위
녹음파일
특수교사
주호민
아동학대
홍윤지 기자
2024-02-01
국가배상
민사일반
[판결] "국정원 불법사찰로 피해"… 조국, 국가 상대 손배소 2심도 일부승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다만 위자료 액수는 1심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부(재판장 한숙희 부장판사)는 10일 조 전 장관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2나68331)에서 "국가는 조 전 장관에게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당초 1심에서는 국가가 지급해야 할 위자료를 5000만 원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이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로 그 위법성의 정도가 중하다"며 "조 전 장관은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그 이유도 모른 채 압박감을 겪는 등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국가가 국정원 개혁위를 구성해 과거 적폐청산 및 조직쇄신을 위해 노력하고, 과거 불법사찰과 정치개입 사실에 대해 사과했다"며 "현재 국정원법 제4조를 개정해 방첩, 대테러, 국제범죄 조직에 관한 정보, 내란 및 외환의 죄, 군사기밀보호법 및 국가보안법 등을 제외한 국내 보안 정보를 그 직무 범위에서 제외하는 등 자정 노력을 했던 부분을 참작한다"고 판시했다. 1심은 2022년 10월 "정치 관여가 금지된 국정원이 밀행성을 이용해 조 전 장관의 인권을 의도적, 조직적으로 침해했다"며 "불법행위의 기간과 내용, 중대함 등을 고려하면 위자료를 5000만 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조 전 장관은 2021년 6월 "국정원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지속해서 불법사찰을 하고 소위 '심리전'이라는 이름으로 광범위한 여론 공작을 펼쳤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2억 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2021년 5월 국정원을 상대로 사찰정보 공개 청구를 해 부분 공개 결정을 받았다. 조 전 장관 측은 "당시 국정원은 조 전 장관을 '종북세력', '종북좌파' 등으로 규정하고, 조 전 장관의 딸이 재학 중인 학교까지 파악하며 이를 공격의 빌미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또 "국정원은 부여받은 권한을 넘어 국내 정치에 개입하고, 정권 비판 세력을 제압하는 데 직권을 남용해 국정원법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조 전 장관의 사생활 비밀 보장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직업수행의 자유, 평등권, 인간 존엄성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조국
국가배상
불법사찰
국정원
이용경 기자
2024-01-11
형사일반
[판결] 아동학대 의심돼 '자녀 가방'에 넣은 녹음기로 녹음… 대법, "증거능력 없다"
<사진=연합뉴스, pixabay> 학부모가 아동학대를 의심해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몰래 녹음한 내용을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업 시간 중 교사가 교실에서 한 말을 상대방이 아닌 제3자(학생의 부모)가 녹음한 경우에는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 녹음'에 해당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1일 아동학대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초등학교 교사 A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2020도1538). A 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피해 아동에게 수업 시간 중 "○○이는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학습 훈련이 전혀 안되어 있어"라는 말을 하는 등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학부모의 '몰래 녹음'이었다. 아동학대를 의심한 피해 아동의 학부모는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수업 내용 등 A 씨의 교실 내 발언을 녹음했다. 이후 피해 아동의 부모는 수사기관에 A 씨를 신고하면서 녹음파일과 녹취서 등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에선 일부만 유죄가 인정돼 벌금 500만 원으로 형량이 낮아졌다. 재판 과정에선 해당 녹음파일이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부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므로,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2항 및 제4조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며 "A 씨의 발언은 특정된 30명의 학생들에게만 공개되었을 뿐,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대화자 내지 청취자가 다수였다는 사정만으로 '공개된 대화'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 아동의 부모는 A 씨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의 상대방, 즉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한 당사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몰래 녹음한 A 씨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유무죄에 관해 최종 판단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앞선 선에 따라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당 녹음파일의 증거 능력에 관한 법리 오해를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인간대화
녹음기
아동학대
증거능력
박수연 기자
2024-01-11
형사일반
[판결] 대법원 “사진 파일은 ‘음화제조’ 형법 규정상 ‘음란한 물건’ 아니다”
2017년 서울의 한 명문대생이 SNS를 통해 학교 친구의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등을 건네며 ‘음란물과 합성해달라’고 의뢰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약 6년 만에 지인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방식으로 음화 제조를 의뢰한 피고인을 음화 제조 교사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형법 제244조는 음화 제조 등을 규정하는데, 이 규정상 ‘합성한 사진 파일’은 ‘음란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분실한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습득한 피해자로부터 임의제출 받아 휴대전화를 사실상 압수수색 한 것과 관련해서는 피고인의 참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거 능력을 배제했다. 사진 파일은 음화제조 규정상 ‘음란한 물건’ 아냐 대법원 형사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이송했다(2020도1669). 1,2심은 A 씨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해 각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음화제조교사 혐의 부분을 무죄 취지로 파기했다. 재판부는 “형법 제243조(음화반포등)는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을 반포, 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으로서 컴퓨터 프로그램파일은 위 규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이는 형법 제243조의 행위에 공할 목적으로 음란한 물건을 제조, 소지, 수입 또는 수출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인 형법 제244조(음화제조등)의 ‘음란한 물건’의 해석에도 그대로 적용되므로, A 씨가 성명불상자에게 제작을 의뢰하여 전송받은 음란합성사진 파일은 형법 제244조의 ‘음란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A 씨는 2016년 7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지신의 사진을 다른 사람의 나체 사진에 합성해달라고 트위터를 통해 성명불상자인 음란합성사진 제작자에게 의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합성사진 제작을 의뢰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적 메시지도 함께 발송한 혐의(명예훼손)도 받았다. 그런데 A 씨가 군에 입대해 사건은 군검찰로 송치됐다. 한편 불법촬영 혐의와 관련해선 “피해자가 임의제출한 휴대전화의 전자정보의 탐색 과정에서 실질적 피압수자인 A 씨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는데, 전자정보 압수목록이 교부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음화제조교사 부분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없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불법촬영 사진을 발견하였음에도 추가 탐색을 중단하지 않은 위법이 있기 때문에 휴대전화에서 탐색·복원·출력된 전자정보 및 그에 따른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명예훼손과 관련해선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음란물에 지인 사진 합성하면 처벌 못 받을까 A 씨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뒤 이른바 ‘딥페이크 처벌법’으로 불리는 법이 제정됐다. 2020년 3월 24일 신설된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제1항은 ‘반포 등을 할 목적으로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영상물 또는 음성물을 영상물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 또는 가공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 역시 ‘반포 등을 할 목적’이 있어야 해 목적이 입증되어야 한다. 따라서 반포 목적 없이 음란 사진 합성 의뢰만 하면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 즉, 법은 신설됐지만 피고인와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현행법상 처벌이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피고인을 변호한 김정환 JY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 사건은 죄형법정주의, 적법절차 원칙이 결코 포기될 수 없다는 점에서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압수는 엄격하게 이뤄져야 하고, 모든 개인의 비밀 등이 다 휴대폰에 담겨있는 만큼 사인이 이를 취득해서 임의제출했다고 해서 수사기관이 제한 없이 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딥페이크 처벌법 자체가 형법상 음화제조와 같은 구조를 갖추고 있어서 반드시 목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순 제작, 소지는 처벌을 할 수 없다는 입법적 공백이 해소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음란한물건
딥페이크
음화제조
사진파일
박수연 기자
2024-01-07
민사일반
[판결] 세입자의 임대차 갱신 요구 거절하려면… 대법 “임대인이 실거주 진정성 입증해야”
자신이 실제 거주하겠다며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때 실거주 의사의 존재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임대인이 실거주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 증명해야 하며, 그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을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 씨가 B 씨 등을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소송(2022다279795)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12월 7일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19년 1월경 B 씨 등에게 서울 서초구에 있는 아파트를 보증금 6억 3000만 원에 2019년 3월 8일부터 2년간 임대하기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A 씨 측은 2020년 12월 17일경 B 씨 등에게 “A 씨와 배우자, 자녀가 해당 아파트에서 거주할 계획이라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자 B 씨 등은 닷새 뒤 A 씨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했다. 이에 A 씨는 이듬해 1월 4일경 “임대차계약 만료 후 본인이 실제 거주할 계획”이라며 갱신 요구를 거절했다. 이후 A 씨는 B 씨 등을 상대로 아파트의 인도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 포함)이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는 임대인의 갱신거절권이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1,2심은 “B 씨 등은 A 씨로부터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받음과 동시해 부동산을 인도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 포함)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 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며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의 존재는 임대인이 단순히 그러한 의사를 표명했다고 해서 곧바로 인정될 수는 없지만, 임대인의 의사가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인정된다면 그러한 의사의 존재를 추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는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이나 그의 가족의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환경,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임대차계약 갱신 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임대인의 실제 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언동의 유무, 이러한 언동으로 계약갱신에 대해 형성된 임차인의 정당한 신뢰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지 여부, 임대인이 기존 주거지에서 목적 주택으로 이사하기 위한 준비의 유무 및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A 씨 측은 계약 만료 전에는 자신과 가족이 거주할 예정이라고 했다가 소장에서는 본인 또는 본인 부모가 거주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바뀐 주장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없다”며 “A 씨와 그 배우자는 이 사건 아파트 외 인근 아파트와 다른 지역 주택도 소유하고 있는데, A 씨가 임대차계약의 갱신 거절을 할 무렵 A 씨는 자녀 교육을 위해 다른 지역에 있는 주택에 자녀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었고, A 씨의 배우자는 직업상 이유로 이 사건 아파트 인근의 다른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었으므로 이들이 계약 갱신을 거절하고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여야 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A 씨는 자신의 부모가 지방에서 해당 아파트의 근처에 있는 병원에 다녔는데, (앞으로)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며 진료받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A 씨 부모의 외래확인서를 보면 인근 병원에 최근 11년 동안 1년에 1~5 차례가량 통원진료를 받았다는 것 외에는 다른 내용이 없다”며 “부모가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할 목적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보기에는 의심스러운 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실거주를 이유로 한 임대인의 갱신 거절에 대해 임차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가 없음에도 갱신을 거절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소송에서 임대인에게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문제 됐고, 하급심 재판 실무에서 의견이 엇갈렸다”며 “이 판결은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 책임의 소재(임대인), 임대인에게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했다”고 말했다.
실거주
갱신요구권
주택임대차
박수연 기자
2023-12-28
인터넷
형사일반
[판결] '혜화역 흉기 난동' 예고범… 협박은 '무죄'·불법체류는 '징역형'
인터넷 커뮤니티에 '혜화역 흉기 난동'을 예고한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의 불법 체류자에게 법원이 협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법원은 불법 체류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승호 판사는 20일 협박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중국 국적 A 씨에게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2023고단4876). A 씨는 8월 4일 새벽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 당근마켓에 '혜화역에서 흉기 난동을 하겠다'는 예고 글을 올렸다가 8초 만에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날 혜화역 인근 한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다들 조심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A 씨가 올린 캡처본이 게시됐다. 이 판사는 "A 씨가 당근마켓에 글을 올린 지 8초 만에 삭제한 것은 협박의 고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협박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어 "에브리타임 게시글에 당근마켓 캡처본이 첨부됐다는 사정만으로 A 씨가 에브리타임 게시글을 작성했다고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에브리타임 게시글에 A 씨가 어떻게 관여했는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근마켓에 칼부림 예고 글을 작성하고 캡처한 A 씨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들이 공포심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판사는 A 씨의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A 씨는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했다가 비자를 연장하지 못해 2년 전부터 불법체류 신분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체류자
혜화역흉기난동
협박
박수연 기자
2023-12-21
형사일반
[판결] 학교에서 근무하는 특수교육실무사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학교에서 근무하며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특수교육 관련업무를 하는 특수교육실무사도 초등교육법상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0월 26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등의아동학대가중처벌)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초중등교육법 19조에 따른 교직원이 아니어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아니다”며 아동학대 행위만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0도13469). 특수교육실무사는 교육공무직으로,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A 씨는 서울 동작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특수교육실무사로, 초등학교 4학년인 자폐 장애 2급 피해자 B양의 학습과 활동보조 업무를 하다가 2018년 4월 음악실로 가지 않으려 하는 B양을 강제로 끌고 데려가 뒷자리에 앉도록 했다. B양이 자리에 앉지 않고 A 씨를 향해 리코더를 던지고 A 씨를 수차례 때리자 화가 나 B양을 바닥에 눕히고 팔을 뒤로 꺾은 채 다리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등 신체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또 약 보름 뒤 도덕 수업 시간에 게임이 어려워 잘 참여하지 못하는 B양이 짜증을 내며 복도까지 뛰쳐나가자, A 씨는 B양을 붙잡아 교실로 데려오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B양이 필통을 던지고 A 씨를 때리자 화가 나 B양을 바닥에 엎드리게 하고 팔을 뒤로 꺾어 붙잡고 무릎으로 허리 부위를 눌러 B양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예방강의 40시간 수강 명령 및 아동관련기관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하지만 2심은 “A 씨가 초중등교육법 제19조에 따른 교직원이 아니므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죄는 유죄로 인정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구 특수교육법이 정한 보조인력인 특수교육실무사 중에서 초·중등교육법에서 정한 학교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그 학교에 소속되어 근무하면서 교사의 지시에 따라 학교의 사무인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교육 및 학교 활동에 대한 보조적 역할을 담당하는 자로서, 구 아동학대처벌법 제10조 제2항 제20호가 정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초·중등교육법 제19조에 따른 교직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해당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육실무사로 근무하면서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특수교육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A 씨는 구 아동학대처벌법이 정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해당한다”며 “원심은 초·중등교육법 제19조의 ‘직원’ 및 구 아동학대처벌법 제10조 제2항의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수교육실무사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박수연 기자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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