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한강 둔치에 주차장 등을 설치해 유료로 운영하면서 서울시에 그 일부를 점용료로 내기로 하천 관리청인 국토교통부 등과 협의를 했다면, 서울시가 이후 협의를 무시하고 점용료를 인상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시가 한강둔치 점용허가를 받은 자로부터 점용료를 부과·징수할 수 있는 권한은 있지만,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하천관리청과 점용에 대해 협의를 한 경우에는 징수 권한이 없다는 취지다.
1994년 국회는 건설부(현 국토교통부)로부터 하천점용 허가를 받아 국회 의사당 북쪽 한강둔치 6만1392㎡에 주차장과 축구장, 족구장 등 체육시설을 만들었다. 국회는 1996년 시설을 시민들에게 개방하면서 시설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건설부와 협의했다. 한강을 관리하는 서울시는 "유지·관리비로 뺀 나머지를 서울시로 귀속한다는 조건이면 유료화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냈고, 서울시의 제안대로 협의가 이뤄졌다. 이후 2003년 국회 사무총장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과 점용기간을 연장하면서 이전 합의대로 점용료를 내기로 했다.
그런데 서울시는 2014년 3월 갑자기 "다른 기관과 동일하게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천점용료를 부과하겠다"고 국회에 통보했고, 한달 뒤 하천점용료로 13억6000여만원을 부과했다. 2013년 부과됐던 2억500여만원의 6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국회는 "점용료는 국토교통부 및 서울국토관리청과의 협의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며 "협의와 달리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점용료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최근 국가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를 상대로 낸 하천점용료부과처분 취소소송(2015누50483)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하천법 제6조 1항이 '국가 등이 하천 관련 사업을 하는 경우 관리청과 협의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고, 점용료 징수 등에 관해 구체적인 규정을 정하지 않은 이유는 공적자원으로서 하천의 성격과 국가·지자체 사업의 공공성을 볼 때 점용과 사용 조건 등을 조정하고, 점용료 부담여부나 지급방법 등을 협의하도록 한다는 취지"라며 "서울시에 점용료 부과액수나 부과조건 등을 직접 결정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더라도, 국가나 지자체가 하천관리청과 협의한 경우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할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서울지방국토관리청과 협의를 해 토지를 점용해오고 있는 국회에 대한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의 처분은 권한 없이 이뤄진 것으로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은 "점용 주체가 국가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반 국민에 비해 지나치게 특혜를 받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국회도 다른 기관과 똑같이 한강 둔치 점용료를 내야 한다"며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