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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승소확정판결이 채권자대위소송에 미치는 영향
Ⅰ. 사실 원고는 2003년 4년 2월 소외 1 등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던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는 제1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이는 토지거래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것이어서 무효였고, 원고는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못하였다. 그러자 원고의 요청에 따라 소외 8은 2003년 11월 29일 소외 1 등과 사이에 위 각 토지를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고, 같은 날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다음, 소외 8 앞으로 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 토지는 그 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었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토지를 소외 8로부터 취득하였다. 원고는 2012년 소외 8에 대하여는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고, 소외 1 등에 대하여는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2014년 11월 13일 '원고에게, 소외 1 등은 각 그 소유지분에 관하여 2014년 11월 13일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조정(대상판결은 '화해'라고 표현하였다)이 성립하였고, 소외 8에 대하여는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어 확정되었다. 원고는 소외 1 등을 대위하여, 위 제1매매계약이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이상 그에 기초하여 마쳐진 소외 8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와 그에 기하여 마쳐진 피고 명의의 각 소유권이전등기는 모두 무효라고 하여 피고를 상대로 위 각 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로부터 근저당권 및 지상권을 취득한 다른 피고에 대한 부분은 생략한다. 대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을 파기자판하여 소를 각하하였다. Ⅱ. 판결이유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청구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그 청구권의 취득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있는 경우 등에는 위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대위소송의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위 확정판결 또는 그와 같은 효력이 있는 재판상 화해조서 등이 재심이나 준재심으로 취소되지 아니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는 그 판결이나 화해가 무효라는 주장을 할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사건 화해는 강행법규 위반으로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이 사건 제1매매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려는 목적에서 단지 재판상 화해의 형식을 취하여 위 매매계약의 이행을 약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므로, 위 매매계약과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처럼 이 사건 화해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이상, 이 사건 화해의 당사자가 아닌 피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원고의 소외 1 등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이 사건 화해가 준재심절차에 의하여 취소되지 아니하여 그 당사자인 원고와 소외 1 등과 사이에서는 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채권자대위소송의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적격이 없는 자에 의하여 제기된 소로써 부적법하다. Ⅲ. 평석 1. 종래의 판례 원래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는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의 발생원인이 된 법률행위가 무효라거나 위 권리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였다는 등의 사실을 주장하여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다툴 수 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55300 판결). 그런데 종래의 판례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이와 달리 보고 있다. 즉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권의 발생원인사실 또는 그 채권이 제3채무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있는 채권이라는 사실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고,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면, 제3채무자는 채권자의 피보전권리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는 것이다(대법원 1988. 2. 23. 선고 87다카961 판결 등). 한편 대상판결이 인용하고 있는 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4다74919 판결은 위와 같은 판례를 전제로 하면서도, 채권자의 청구권의 취득이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신탁법 제6조가 유추적용되어 무효인 경우 등에는 제3채무자는 그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다19572 판결은, 채권자취소소송에 관하여도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무이행청구 승소판결이 확정되면, 수익자나 전득자는 그와 같이 확정된 채권자의 채권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툴 수 없다고 하였다. 2. 종래 판례의 문제점 이러한 판례에 대하여 종래 학설은 필자(민법논고 7, 2015, 434-436면 등)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별다른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판례를 지지하는 견해는 판결의 반사적 효력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판결의 반사적 효력이란, 기판력이 미치는 소송당사자 아닌 제3자가 소송당사자의 일방과 실체법상 특별한 의존관계에 있을 때 그 판결의 효력이 제3자에게 반사적으로 유리 또는 불리하게 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반사적 효력의 예로는 주채무자가 채권자와의 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게 되면 채권자가 다시 보증인에 대하여 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후소를 제기하였을 때, 보증인도 보증채무의 부종성에 의하여 채권자에 대하여 주채무자 승소의 확정판결을 원용할 수 있다든지, 합명회사·채권자 사이의 소송에서 회사채무의 부존재를 확정하는 판결은 무한책임사원에게 유리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등이 있다. 반사적 효력이라는 개념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다툼이 있다. 그러나 채권자대위소송의 상대방이 채무자에 대하여 그러한 특별한 의존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받은 패소판결이 대위소송의 상대방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질 이유가 없다. 따라서 종래의 판례는 이론적인 근거를 결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는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확정판결에 의해 피보전채권에 대한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고 이를 근거로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한 이상, 제3채무자가 다시 피보전채권의 존부를 다툴 수 있게 하여 채권자대위소송이 각하되게 하고 채무자가 다시 별소로 제3채무자에게 채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보다는 피보전채권의 존재는 위 확정판결에 의해 인정하고 피대위채권에 관해서만 다투게 하는 것이 소송경제에 보다 부합한다는 주장이 있다(원유석·이재찬). 그러나 채권자대위소송에서 피보전권리의 존재는 당사자적격을 갖추기 위한 소송요건인데(대법원 1988. 6. 14. 선고 87다카2753 판결 등), 소송경제라는 이유만으로 당사자적격의 하자가 치유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3. 대상판결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피보전권리가 조정이나 화해에 의해 인정되었더라도 대위소송의 상대방은 이를 다툴 수 있다고 하면서 그 근거를 이 사건 화해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라고 하는 점에서 찾았다. 그러나 재판상 화해나 조정이 기판력을 가지는 이상 강행법규 위반이라는 사실만으로 무효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이 화해가 소송법상은 무효가 아니라도 실체법상으로는 무효라는 취지로 보인다. 다시 말하여 판결이나 화해가 실체법상 무효인 경우에는 채권자대위소송의 상대방이 피보전권리를 다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판례는 화해나 조정에 관하여 소송법상 무효와 실체법상 무효를 구별하지 않고 있으므로(대법원 1979. 5. 15. 선고 78다1094 판결 등), 이러한 설시는 설득력이 없다. 그러므로 대법원으로서는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피보전권리가 판결이나 화해 등에 확정되었더라도 채권자대위소송의 상대방은 이를 다툴 수 있다는 법리를 정면으로 선언하고 판례를 변경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종래 판례가 이른바 판결의 증명효에 근거한 것으로 이해하여, 판례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그러나 종래 판례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면 제3채무자는 채권자의 피보전권리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고 하여, 반대 증거에 의하여 다투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이를 가리켜 단순히 증명효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종래 판례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므로, 하급심이나 당사자들로서는 어느 경우에는 종래 판례에 따르고, 어느 경우에는 대상판결에 따를 것인지가 불명확하여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토지거래허가
토지
채권자대위
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20-01-20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담보지상권은 유효한가?
- 대법원 2018. 3. 15. 선고 2015다69907 판결 - [사실관계] 소외 A농업협동조합은 2005. 8. 11. 이 사건 토지의 공유자중 1인인 소외 1의 지분에 관하여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마치면서, 같은 날 이 사건 토지의 공유자들인 소외 1, 2와 이 사건 토지 전부에 관하여 견고한 건물 및 공작물 또는 수목의 소유를 위한 지상권 설정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달 18. 지상권 설정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소외 1, 2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수목의 소유를 위한 사용대차계약을 체결한 다음 2007. 10.경부터 같은 해 11월경까지 이 사건 토지 지상에 약 300주의 단풍나무를 식재하였다. 그 후 이 사건 토지 중 소외 2의 지분에 관하여 개시된 임의경매절차에서 피고가 위 지분을 매수하고 2011. 7. 15. 그 매각대금을 납부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소유인 위 단풍나무 중 일부를 임의로 수거하여 제3자에게 매도하였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과 2심은 이 사건 단풍나무는 이 사건 토지에 부합하여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인 소외 2 등의 소유로 되었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판결이유] 민법 제256조는 '부동산의 소유자는 그 부동산에 부합한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그러나 타인의 권원에 의하여 부속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상권설정등기가 경료되면 그 토지의 사용·수익권은 지상권자에게 있고, 지상권을 설정한 토지소유자는 지상권이 존속하는 한 그 토지를 사용·수익할 수 없다. 따라서 지상권을 설정한 토지소유자로부터 그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지상권이 존속하는 한 이와 같은 권리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256조 단서가 정한 ‘권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런데 금융기관이 대출금 채권의 담보를 위하여 토지에 저당권과 함께 지료 없는 지상권을 설정하면서 채무자 등의 사용·수익권을 배제하지 않은 경우, 토지소유자는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킬 우려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토지를 사용·수익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그러한 토지소유자로부터 그 토지를 사용·수익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였다면 이러한 권리는 민법 제256조 단서가 정한 ‘권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평석] 1. 담보지상권에 관한 판례의 태도 종래 특히 금융기관이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을 취득하는 경우에, 그 저당 목적물에 관하여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목적물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하여 저당목적물인 토지에 대하여 지상권을 아울러 취득하는 것이 거래상 많이 행하여지고 있다. 이를 보통 담보지상권이라고 부른다. 이에 관한 종래의 판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토지 위에 건물을 신축하던 토지소유자가 제3자에게 위 건물에 대한 건축주 명의를 변경하여 준 경우, 담보지상권자는 방해배제청구로서 목적 토지 위에 건물을 축조하는 것을 중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대결 2004.3.29. 선고 2003마1753 등). 둘째, 담보지상권의 목적 토지의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권 및 지상권의 목적 토지를 점유, 사용한다는 사정만으로는 담보지상권자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판 2008.1.17. 선고2006다586). 셋째, 담보지상권의 피담보채권이 변제나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면 담보지상권은 피담보채권에 부종하여 소멸한다(대판 2011.4.14. 선고 2011다6342). 넷째, 담보지상권과 함께 설정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고 그 대신 다른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가 그 실행에 의하여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는 담보지상권은 나중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실행으로 소멸되므로 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대판 2014.7.24. 선고 2012다97871,97888). 그리고 대상판결은 담보지상권의 경우에는 보통의 지상권자와는 달리 토지소유자가 토지의 사용·수익권을 가진다고 하였다. 2. 학설 이러한 담보지상권의 효력에 관하여는 무효설과 유효설이 대립한다. 무효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지상권은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인데, 토지상의 저당권에 대한 침해배제만을 보전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설정한다는 것은 지상권의 내용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으므로 물권법정주의에 어긋난다. 나아가 담보지상권은 타인의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지도 않는다. 또한 실제로는 전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할 생각도 없으면서도, 지상권설정계약서나 등기신청서에만 등기를 위하여 공작물 또는 수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기재하는 것은 허위표시에 해당한다. 그리고 저당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를 배제하기 위하여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므로 별도로 담보지상권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윤진수, 저당권에 대한 침해를 배제하기 위한 담보지상권의 효력, 고상룡 교수 고희기념 논문집, 2012). 반면 유효설은, 지상권에서 공작물 등의 소유 자체가 지상권의 본질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한다. 또한 당사자 사이에서는 분명히 지상권을 설정하고자 하는 진의와 표시의 합치가 있으므로 허위표시라고 할 수도 없다고 본다. 그리고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보다 담보지상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가 더 쉽게 인정될 수 있으므로 담보지상권을 인정할 현실적인 필요성도 있다고 한다. 다만 유효설도 담보지상권의 부종성을 인정하는 것은 새로운 유형의 담보물권을 창설하는 것으로 법해석의 한계를 넘는다고 한다(최수정, 담보를 위한 지상권의 효력, 민사법학 제56호, 2011 등). 3. 유효설에 대한 반박 필자는 종전부터 담보지상권은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서는 유효설이 드는 논거를 반박하여 보고자 한다. 첫째, 유효설은 민법이 지상권을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제279조)을 전혀 무시하고 있다. 공작물 등을 소유하지 않는 지상권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유효설은 지상권에서 공작물 등의 소유는 토지를 사용하는 전형적인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민법은 공작물 등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지상권은 예정하고 있지 않았다. 민법이 지상권의 요소를 규정하고 있는 것을 전형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여 이를 하나의 예시로서 취급하고, 그러한 요소가 없어도 지상권이 성립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물권법정주의라는 측면에서 허용될 수 없다. 둘째, 유효설은 당사자 사이에서는 분명히 지상권을 설정하고자 하는 진의와 표시의 합치가 있으므로 허위표시라고 할 수도 없다고 하지만, 공작물 등을 소유하겠다는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상권설정계약서에 공작물 등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겠다고 기재하였다면 허위표시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도 당사자들은 지상권설정계약에서 견고한 건물 및 공작물 또는 수목의 소유를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지상권 설정의 목적은 등기사항으로서(부동산등기법 제69조 제1호), 지상권의 최단존속기간을 정하는 기준이 되고, 이러한 목적의 기재가 없는 지상권 설정등기 신청은 각하사유이다. 셋째, 현실적으로 저당권에 대한 방해배제를 위하여 담보지상권을 설정할 필요성도 없다. 유효설은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를 인정하려면 저당권의 실행을 방해할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지상권에 기한 방해배제는 그러하지 않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의 경우에만 다른 물권적 청구권의 경우에는 요구되지 않는 이러한 주관적 요건을 요구할 근거가 없다. 그리고 담보지상권은 결국 저당권에 대한 방해를 배제하는 것 외의 다른 내용은 없는데, 저당권에 대한 방해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따로 담보지상권에 대한 방해가 성립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담보지상권을 무효라고 보아야 하는 이유는 그 설정과 말소에 드는 비용이 낭비이기 때문이다. 담보지상권을 무효라고 선언함으로써 금융기관이 담보지상권을 설정하는 관행을 없앤다면, 이러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4. 결론 종래의 판례가 담보지상권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 결론은 담보지상권을 무효라고 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그리하여 대법원도 굳이 판례를 변경하면서까지 담보지상권을 무효라고 할 필요를 느끼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지상물 등을 소유할 필요가 없는 지상권을 인정하고, 지상권자의 사용수익권을 부정하며, 담보지상권의 부종성을 긍정하는 등 논리의 곡예(logical acrobatics)를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곡예를 멈추고, 형용모순(oxymoron)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담보지상권이라는 것을 폐기하는 것이 국민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할 것이다. 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담보지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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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19-04-08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대리권의 남용과 선의의 제3자
- 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6다3201 판결 - 1. 사실관계 대상판결에 소개된 원심의 사실인정을 필요한 범위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⑴ A는 친권자로서 원고를 대리하여 2011년 6월 30일경 B에게 甲 부동산을 매도하고 B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⑵ B는 2013년 8월 26일 甲에 관하여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⑶ 원고는 B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위 매매계약이 A의 친권 남용에 의해 체결된 것이어서 그 효과가 원고에게 미치지 않으므로, B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선고되었고, B가 불복하여 상고하였으나 기각되었다. ⑷ 원고는 B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이므로, 이에 터 잡은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역시 원인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말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소송의 경과 ⑴ 원심은, 위 매매계약은 친권자 A에 의한 대리권 남용행위에 따라 체결된 계약으로서 그 효과는 원고에게 미치지 아니하는바, 위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B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원인무효의 등기이고, 무권리자인 B가 피고에게 甲을 매도하였다 하여도 아무 효력이 없는 것이어서 피고 명의의 등기는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되지 않은 무효의 등기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⑵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법정대리인인 친권자의 대리행위가 객관적으로 볼 때 미성년자 본인에게는 경제적인 손실만을 초래하는 반면, 친권자나 제3자에게는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오는 행위이고 그 행위의 상대방이 이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의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행위의 효과가 자에게는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나, 그에 따라 외형상 형성된 법률관계를 기초로 하여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은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같은 조 제2항의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누구도 그와 같은 사정을 들어 대항할 수 없으며, 제3자가 악의라는 사실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은 그 무효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는 법리를 제시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3. 검토 ⑴ 대리권의 남용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대리행위의 상대방이 대리인의 배임적 의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를 유추하여 대리행위의 효력을 부정할 것이라는 종래의 입장(대판 2001. 1. 19. 2000다20694 등)을 확인한 후, 한 걸음 나아가 같은 조 제2항도 유추적용되어 선의의 제3자가 보호될 수 있음을 최초로 밝혔다. 그런데 이러한 판시가 선례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⑵ 논의의 전제로서 행위능력제도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흔히 행위능력제도가 제한능력자 본인의 보호와 함께 거래의 안전에도 이바지한다고 ‘오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행위능력제도에 의하여 상대방의 이익, 나아가 거래의 안전이 침해될 위험이 있지만, 민법은 이러한 위험을 알면서도 이를 무릅쓰고 정신적 능력이 불완전한 제한능력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결단을 내린 것이다(지원림, 민법원론, [1169] 참조). 대판 2007. 11. 16. 2005다71659, 71666, 71673도 “행위무능력자제도는 사적자치의 원칙이라는 민법의 기본이념, 특히, 자기책임원칙의 구현을 가능케 하는 도구로서 인정되는 것이고, 거래의 안전을 희생시키더라도 행위무능력자를 보호하고자 함에 근본적인 입법취지가 있다”고 하였다. 제한능력을 이유로 취소하는 경우에 선의의 제3자가 보호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⑶ 이제 대리권의 남용에 민법 제107조 제2항을 유추하는 대상판결의 입장이 적절한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① 대리권의 남용도 넓은 의미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데, 권리남용으로 되어 대리권이 부정된다면 대리행위의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되지 않아서 본인이 보호되는 반면, 그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될 것으로 믿은 상대방이 예기치 않은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여기서 본인과 상대방 사이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와 관련하여 다양한 이론이 주장되고, 판례나 다수설은 민법 제107조를 '유추'하여 상대방의 보호범위를 결정한다(심리유보설). 그러나 적어도 제한능력자를 위한 법정대리에서는 제한능력자 보호라는 민법의 근본결단이 존중되어야 하므로, 대리권이 남용된 경우에 상대방의 보호가치가 긍정되더라도 대리행위의 효과가 본인인 제한능력자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정대리권이 제한능력자의 보호라는 취지에 반하는 결과로 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경우에 상대방의 보호는 외면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상대방의 보호가치가 긍정되는(대리권남용이 인정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보호가치가 부정되지만, 제한능력자를 위한 법정대리권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경우에 상대방은 민법 제135조에 기하여 대리인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할 것이다(지원림, 민법강의 제15판. [2-299a]). ② 위와 같은 필자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대상판결의 입장에 수긍할 수는 없다. 즉 판례나 다수설은 민법 제107조를 ‘유추’하여 상대방의 보호범위를 결정하는데, 선의·무과실인 대리행위의 상대방에 대해서는 남용의 효과를 차단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여기서 유추는 대리행위 상대방의 보호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법률구성의 ‘차용’일 뿐이다. 그런데 제3자의 신뢰를 어떤 요건 하에서 어느 정도로 보호할 것인지는 입법정책의 문제이지만, 신뢰의 보호가 강행규정이나 민법의 근본결단에 우선할 수는 없다. 즉 법률행위제도를 통하여 사적자치를 기본원칙으로 승인한 민법 하에서 거래의 안전, 즉 신뢰의 보호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법정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실현될 수 있고, 함부로 유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악의 제3자로부터의 선의의 전득자(대판 2013. 2. 15. 2012다49292) 또는 선의 제3자로부터의 악의의 전득자(채권양도금지특약에 관한 대판 2015. 4. 9. 2012다118020)는 법이 허용하는 신뢰보호의 연장선상에서 제3자 보호규정의 적용범위에 포함될 수 있지만, 그 밖의 경우에까지 선의 제3자의 보호에 관한 규정을 유추함은 해석의 범위를 넘어서는 법형성에 해당한다. 따라서 민법 제107조 제2항도 유추의 대상이라는 결론은 해석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수긍하기 어렵다. ③ 백번 양보하여 민법 제107조가 전부 유추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제한능력자를 위한 법정대리의 경우에는 같은 조 제2항이 유추되어서는 안 된다. 재산법의 영역에서 권리의 외관에 대한 신뢰는 예외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특히 효력규정이나 사회질서 등과 저촉되는 경우에 신뢰보호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제한능력자를 위한 법정대리에도 민법 제107조 제2항이 유추된다고 한다면, 제한능력자의 보호라는 제도의 취지가 몰각된다. 오히려 제한능력자 보호라는 이념은 그를 위한 법정대리제도의 운용에서도 원칙적으로 유지되어야 하고, 따라서 제한능력자를 위한 법정대리권의 남용에 민법 제107조 제2항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④ 한편 대표권남용과의 정합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대표권의 남용에 관하여 판례는 종래 주로 심리유보설을 따랐으나(대판 1997. 8. 29. 97다18059 등), 최근 대리행위 상대방의 (중)과실 유무를 따지지 않는 신의칙설을 따르는 판례가 늘고 있다(대판 2016. 8. 24. 2016다222453 참조). 이 입장에 따르면 대리권의 남용에서보다 상대방의 보호범위가 넓어진다. 그런데 신의칙설에 따르면 대리행위 상대방의 보호범위가 넓어지지만 상대방이 보호되지 않는 경우에 그와 이해관계를 맺은 제3자는 선의이더라도 보호되지 않는 반면, 대상판결의 입장을 따르면 상대방의 보호범위가 좁아지지만 상대방이 보호되지 않더라도 그와 이해관계를 선의의 제3자가 보호된다. 이러한 상반된 결과가 본인의 보호 및 거래의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⑷ 거래의 안전, 즉 신뢰의 보호는 진정한 권리자의 불이익으로 귀결된다. 그런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제한능력제도는 제한능력자의 보호를 위한 법의 근본결단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한능력자에게 불이익을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대상판결처럼 제한능력자를 위한 법정대리권의 남용에 민법 제107조 제2항을 유추하면 그로 인하여 제한능력자의 보호라는 민법의 근본결단에 반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대상판결의 입장은 선례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급히 변경되어야 한다. 지원림 교수 (고려대 로스쿨)
대리권
남용
원인무효등기
지원림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18-07-09
부동산·건축
계약해제의 요건사실에 관한 증명책임과 변론주의
-대법원 2015다11984 건물명도 등 사건 판결을 중심으로- 1. 사실관계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핵심쟁점을 중심으로 발췌·축약하면 다음과 같다(이하 다른 부분에 관하여도 같다). ⑴ 원고는 2001년 6월 11일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고, 2001년 11월경 모(某) 사회복지법인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 위에 건축 중이던 미등기 상태의 노유자시설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의 처분권을 취득한 후 이 사건 건물의 건축주를 원고 명의로 변경하는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마쳤다. ⑵ 피고는 2010년 11월 5일 원고에 대한 채권자들의 신청으로 개시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토지를 경락받고 그 대금을 완납하였다. ⑶ 원고는 2011년 3월 10일 피고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요지의 합의 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원고의 인감이 날인된 건축관계자변경 동의서와 원고의 인감증명서를 교부하였다. ①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의 대금으로 2011년 4월 29일 16시까지 90억원을 일시불로 지급하되, 피고는 위 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원고가 지정하는 사람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준다. ② 원고가 위 기간까지 피고에게 90억원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원고는 시공 중인 이 사건 건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피고에게 무상으로 양도하고, 그 건축주명의를 피고가 지정하는 사람으로 변경한다. ③ 피고가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2011년 4월 29일 전에 건축주명의변경 등을 하거나 이 사건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에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2011년 5월 31일까지 20억원을 지급한다. ⑷ 원고가 2011년 4월 29일 16시까지 토지대금 90억원을 지급하지 못하자 피고는 위 건축관계자변경 동의서 등을 이용하여 같은 날 16시41분경 고양시장에게 건축관계자변경신고서를 제출하여 이 사건 건물의 건축주명의가 원고에서 피고로 변경되었다. 2. 원고의 청구 및 법원의 판단 가. 청구원인 (1) 주위적 청구 원고가 이 사건 토지대금 90억원을 기한 내에 지급하지 않자 피고가 이행의 최고도 없이 곧바로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한 것은 피고의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소장송달로써 이 사건 약정을 해제하는 바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상회복으로서 원고에게 이 사건 건물을 인도하고,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건축주명의를 원고에게로 회복하며, 약정된 위약금 20억원 중 원고가 구하는 10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⑵ 예비적 청구 원고가 토지대금 90억원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이 사건 건물에 관한 모든 권리를 피고에게 양도해 주기로 약정한 것은 손해배상의 예정이라고 할 것인데, 그 손해배상 예정액이 지나치게 과다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건물 가액 상당의 손해배상 예정액 중 감액되는 부분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서울고법의 판단 ⑴ 원고가 약정된 기한까지 토지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상 피고가 곧바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약정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이유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약정에 대한 해제 주장은 이유 없다. ⑵ 피고의 약정위반을 이유로 한 원고의 계약해제 주장 중에는 원고가 채무불이행에 빠지지 않았음에도 피고가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 한편 원고가 토지대금 90억원을 2011년 4월 29일 16시까지 지급할 의무와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바, 피고가 건축주명의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에 관하여 이행의 제공을 하여 원고를 이행지체에 빠트려야 한다. 그런데 피고가 이행의 제공을 하였다는 점에 관한 주장·증명이 없으므로 피고의 건축주명의변경은 원인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이므로, 피고는 건축주명의를 원고에게로 환원할 의무가 있다. 다. 대법원의 판단 원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당사자 사이에는 원고의 이행지체 상태를 인정하기 위한 전제조건, 즉 피고의 이행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는 전혀 쟁점이 되지 않았고 법원도 피고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거나 석명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관계로 이 점에 관한 소송자료가 현출되지 못하였다. 더욱이 원고는 변론에서 2011년 4월 27일경 피고에게 대출이 어렵다는 이유로 토지대금의 지급기한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하였다고 자인하고 있는바, 이는 원고가 미리 자기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표명하여 피고가 이행의 최고나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 없이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원심이 피고의 이행제공에 관한 주장·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건축관계자변경신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단하고 원고의 이 부분 청구를 인용한 것은 피고에게 불의타를 가하고 법원의 석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3. 평석 가. 이 사건 약정의 성격 이 사건 약정은 기본적으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으로서 계약해제의 조건과 함께 어느 일방의 채무불이행으로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경우 그 당사자가 부담하여야 할 책임에 관하여 특별히 규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리하여 원고가 2011년 4월 29일 16시까지 매매대금 90억원을 일시불로 지급하면, 피고는 이와 상환으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되, 원고가 위 기한 내에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위 매매계약은 자동해제되고 피고는 미완성?미등기인 이 사건 건물의 처분권을 양수하며 건축주명의도 자신 앞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피고가 위 기한이 도래하기 전에 ‘건축주명의변경 등을 하거나 이 사건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에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약정을 위반하는 경우 위 매매계약은 자동해제되고 피고는 원고에게 2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매매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한 자동해제의 특약이 있는 경우에도 원고의 매매대금지급 의무와 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으므로 피고가 자동해제의 효과로서 건축주명의변경을 하려면 자신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에 관하여 이행제공을 하여 원고가 이행지체 상태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8. 6. 12. 선고 98다505 판결 참조). 또한 원고나 피고가 이 사건 약정상의 채무를 불이행하는 때에는 그것이 매매계약의 자동해제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법정해제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 약정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계약해제의 요건인 채무불이행 사실의 증명책임 서울고법은 원고가 약정된 기한까지 이 사건 토지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상 피고가 곧바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약정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동의하기 어렵다. 피고가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하려면, ① 원고의 기한 내 토지대금 미지급, ② 피고의 이행제공이라는 두 가지 요건사실을 모두 갖추어 원고를 이행지체 상태에 빠지게 해야 한다. 원고가 이행지체 상태에 있지 않음에도 피고가 토지대금 미지급만을 이유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했다면 이는 이 사건 약정을 위반한 것이다. 문제는 증명책임이다. 이 사건 약정의 법정해제를 주장하는 원고는 그 해제의 요건사실인 ‘피고의 채무불이행’의 점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을 진다. 그런데 이 사건 소송에 관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에 관하여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않고도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했다는 점에 관하여 주장·증명이 없으므로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음에 귀착된다. 다. 변론주의 서울고법은 원고의 주장, 즉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었으니 피고는 건축관계자변경신고에 따라 피고에게로 변경된 건축주명의를 원고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 중에는 원고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지 않았음에도 피고가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고, 전자의 계약해제 주장은 이유 없지만 후자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도 전자와 후자의 포함관계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원심판결의 당부를 논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의 주장에 후자의 내용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전자는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었음을 전제로 원상회복을 구하는 것이고, 후자는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는 무효라는 것이다. 건축주명의가 원고에게로 환원되는 것이 결과적으로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는 것과 여전히 유효한 것 사이에는 원고의 지위에 현격한 차이가 난다. 이 사건 약정이 해제로 실효되었다면 원고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사실상의 소유권을 완전히 회복하지만 이 사건 약정이 유효하다면 피고에게 토지대금 90억원을 지급해야 그 권리를 보유할 수 있는 불안한 지위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증명책임도 달라진다. 이 사건에서 서울고법과 대법원이 판시하였듯이 이번에는 피고의 건축관계자변경신고가 정당한 점, 즉 ① 원고의 기한 내 토지대금 미지급, ② 피고의 이행제공이라는 두 가지 요건사실을 피고가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도 이 사건과 동일한 사안은 아니지만 ‘정지조건부 채권양도에 있어서 정지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사실은 채권양도의 효력을 주장하는 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고 한다. 4. 맺음말 원고의 이 사건 약정에 대한 해제의 주장 중에 피고의 건축관계자변경신고가 처음부터 효력이 없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서울고법이 포함된다고 보고 이에 대한 판단에 나아가다 보니 변론주의에 위배되고 피고에게 불의타를 가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대법원으로서는 법원의 석명의무를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변론주의 위배를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윤남근 교수 (고려대 로스쿨)
석명권
석명의무위반
재판
윤남근 교수 (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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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공인중개사가 ‘권리금계약’하고 돈 받으면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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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12:25
태그 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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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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