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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부동산·건축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정상이윤 건설원가에 포함 여부
- 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4다17206 판결 - [대상판결 요지] 구 임대주택법(2008. 3. 21. 법률 제89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상 공공건설임대주택의 ① 분양전환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건축비의 의미를 실제로 투입한 건축비로 해석하는 이상, 정상이윤이 해당 임대주택의 건설에 실제로 투입한 비용으로 보기 어려운 점, ② 구 임대주택법 제3조, 구 주택법(2007. 4. 20. 법률 제83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조 제1항은 모두 임대주택의 건설, 공급 및 관리에 관하여 임대주택법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주택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구 임대주택법령이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에 관하여 상세히 규정하고 있는 이상, 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 산정에 관하여 구 주택법 제38조의2 제1항에서 정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주택의 분양가격 공시항목에 이윤이 포함되었다 하여 임대주택의 실제 건축비에도 이윤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정상이윤이 실제 건축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원심판결 요지](서울고등법원 2014. 1. 24. 선고 2013나24315) 이 사건 각 아파트의 분양 당시 시행되던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건설교통부령 제575호, 2007. 7. 31. 제정) 제15조 제1항과 관련된 별표 2를 보면 공공택지 공급주택 분양가격 공시항목 중 그 밖의 공사비 항목에 이윤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위 공공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은 이 사건 각 아파트의 분양전환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건설원가 산정에 있어 일응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건설원가 산정 시 정상이윤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임대사업자는 정상이윤을 얻을 기회도 없이 항상 손해를 감수하여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어 형평에 맞지 않으며, 피고가 주장하는 정상이윤의 액수가 과다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위 항목 역시 건설원가에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1. 사실관계 한국토지주택공사(피고)가 1999년 11월 2일~2000년 10월 18일까지 최초 입주자모집 공고를 하고, 구 임대주택법 상 법정 임대의무기간이 5년인 공공건설임대주택을 건설하여 공급하였다. 위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차인들(원고)은 법정 임대의무기간 5년이 경과하여 당해 임대아파트를 분양전환을 받은 후, 당해 분양전환가격은 구 임대주택법 관련 법령에서 정한 정당한 분양전환가격을 초과한 것이어서 그 초과한 금액은 부당이득이라며 한국토지주택공사(피고)에게 그 반환을 청구하였다. 2. 본 판례평석의 주안점 위 사건은 구 임대주택법령에 정한 정당한 분양전환가격이 무엇인가에 관하여 구체적인 택지비 산정, 자기자본비용 포함 여부 등 여러 가지의 쟁점이 있지만, 본 판례평석에서는 지면관계상 과연 임대사업자의 정상이윤이 분양전환가격에 반영되어서는 안 되는 것인가에 관한 부분에 국한하기로 한다. 3. 판례평석 가. 관련 근거 규정의 차이 구 임대주택법 상 공공건설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 산정에 관하여는 구 임대주택법령이 공공건설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에 관하여 상세히 규정하고 있는 이상, 구 주택법 제38조의2 제1항에서 정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위 대법원 판시는 옳다고 본다. 왜냐하면,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건설교통부령 제575호, 2007. 7. 31. 제정)은 구 주택법 상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분양주택에 대한 기본형건축비를 전제로 한 것이고, 구 임대주택법상 공공건설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는 1999년 1월 28일 건교부고시 제1999-19호로 최초 고시되었고, 구 임대주택법 상 입주자모집 공고 당시의 주택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건축비의 상한기준인 것으로, 서로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위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건설교통부령 제575호, 2007.7.31. 제정)은 2005년 1월 8일 구 주택법 개정으로 공공택지 내 건설, 공급하는 주거전용면적 85㎡ 이하인 공동주택에 대하여 원가연동제를 기반으로 하는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된 후, 2007년 4월 20일 구 주택법 개정으로 공공택지 외의 민간택지에서 건설, 공급되는 공동주택에 대하여도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시행되면서 제정된 것으로, 건설교통부의 발주 용역 결과물인 2005년 3월 9일자의 새로운 건축비 산정기준 수립 연구(주관연구기관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유섭, 강태경, 허영기, 안방률, 위탁연구기관 : 한국감정원, 김양수, 박차현, 김기홍)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공건설 임대주택과 관련된 표준건축비는 국토교통부장관(건설교통부장관)이 1999년 1월 최초로 고시한 이래로 몇 차례 개정 고시되었는데, 이는 주거전용면적기준을 세분하여 건축비의 상한가격(주택공급면적에 적용)의 구체적인 수치를 천원/㎡ 단위로 고시하고 있다. 그리고 위 표준건축비고시에 표시된 수치(특히 국토해양부고시 제2008-707호, 2008. 12. 9. 일부 개정)는 국토해양부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유섭, 강태경, 안방률, 백승호, 박원영)에게 용역 발주한 결과물인 공공건설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개선방안 연구(2008. 9. 23. 발간등록번호:11-B090023-000289-01)에서 제시된 표준건축비 총 3개안 중 제1안이 채택되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가장 최근의 표준건축비고시(국토해양부고시 제2016-399호, 2016. 6. 8. 전부 개정)는 2009년 이후 생산자 물가, 인건비 상승 등을 감안하여 기존의 표준건축비(국토해양부고시 제2008-707호)를 5% 인상한 것에 불과하다. 나. 공공건설임대주택에 관한 표준건축비의 구체적인 산출 근거 그런데 본 저자가 최근 ‘판례와 함께 하는 임대주택 관련법 해설(2018. 6. 29. 발행)’이라는 저서를 집필하면서, 나름 검토한 공공건설 임대주택과 관련된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 등을 살펴보았는바, 관련 판결 등에서 위 표준건축비고시에 표시된 수치가 과연 어떠한 구체적인 산출 근거에 의하여 산출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한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한편 위 공공건설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개선방안 연구를 보면,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건축비의 상한가격인 표준건축비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근거에 의하여 산출된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있는바, 여기에는 주택건설사업자의 이윤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이윤은 직접공사비 중 재료비를 제외한 금액과 간접공사비 및 일반관리비를 합한 금액에 9.0%의 요율을 곱하여 산출한 금액에 낙찰률 88%를 곱한 금액으로 특정하고 있다. 그리고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고시는 건축비의 상한가격을 단위 당 수치로 표시하고만 있을 뿐이지만, 그 수치가 산출된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하고 있는 위 공공건설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개선방안 연구 또한 기실 법원(法源)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다. 공공건설 임대주택에 관한 표준건축비의 연원 최초로 고시된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1999. 1. 28. 건교부고시 제1999-19호)는 1998. 12. 30. 그 이전의 주택분양가원가연동제시행지침이 폐지되었음에도 공공건설 임대주택에 관하여 만큼은 여전히 표준건축비를 상한으로 하는 원가연동제를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구 임대주택법 시행규칙(1999.1.28. 개정) 제3조의3(매각가격의 산정기준) [별표 2]가 신설된 것이다. 참고로 구 임대주택법상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최초 입주자 모집 당시의 주택가격의 연원 중의 하나인 구 주택건설촉진법 시행규칙(1976. 7. 6. 전부 개정) 제11조 [별표 3]에도 이윤이 포함되어 있었다. 라. 대상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 한편 대법원 2011. 4. 21. 선고 2009다97079 전원합의체 판결이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건설 공급한 공공건설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건축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표준건축비의 범위 내에서 실제로 투입된 건축비를 의미하고 표준건축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이래, 기타 공공건설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 산정 등과 관련하여 여전히 현재 전국적으로 대규모의 소송이 계속 중인 것으로 안다. 그런데 실제 투입한 건축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정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는 응당 위 공공건설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개선방안 연구의 내용이 일응의 준거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위 논문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본 대상 대법원 판결과 같이 막연히 실제 투입한 건축비라는 문구 자체만을 기준으로, 정상이윤은 실제 투입한 건축비에 포함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대법원이 입법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결국, 공공건설 임대주택에 관한 분양전환가격 등 관련 소송에 있어서, 당해 재판부가 실제 투입한 건축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정하여야 하는가에 관하여 궁극적인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위 공공건설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개선방안 연구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임진욱 변호사(법무법인 한길)
분양가
건설원가
공공임대주택
건축비
임진욱 변호사(법무법인 한길)
2018-10-18
부동산·건축
계약해제의 요건사실에 관한 증명책임과 변론주의
-대법원 2015다11984 건물명도 등 사건 판결을 중심으로- 1. 사실관계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핵심쟁점을 중심으로 발췌·축약하면 다음과 같다(이하 다른 부분에 관하여도 같다). ⑴ 원고는 2001년 6월 11일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고, 2001년 11월경 모(某) 사회복지법인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 위에 건축 중이던 미등기 상태의 노유자시설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의 처분권을 취득한 후 이 사건 건물의 건축주를 원고 명의로 변경하는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마쳤다. ⑵ 피고는 2010년 11월 5일 원고에 대한 채권자들의 신청으로 개시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토지를 경락받고 그 대금을 완납하였다. ⑶ 원고는 2011년 3월 10일 피고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요지의 합의 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원고의 인감이 날인된 건축관계자변경 동의서와 원고의 인감증명서를 교부하였다. ①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의 대금으로 2011년 4월 29일 16시까지 90억원을 일시불로 지급하되, 피고는 위 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원고가 지정하는 사람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준다. ② 원고가 위 기간까지 피고에게 90억원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원고는 시공 중인 이 사건 건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피고에게 무상으로 양도하고, 그 건축주명의를 피고가 지정하는 사람으로 변경한다. ③ 피고가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2011년 4월 29일 전에 건축주명의변경 등을 하거나 이 사건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에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2011년 5월 31일까지 20억원을 지급한다. ⑷ 원고가 2011년 4월 29일 16시까지 토지대금 90억원을 지급하지 못하자 피고는 위 건축관계자변경 동의서 등을 이용하여 같은 날 16시41분경 고양시장에게 건축관계자변경신고서를 제출하여 이 사건 건물의 건축주명의가 원고에서 피고로 변경되었다. 2. 원고의 청구 및 법원의 판단 가. 청구원인 (1) 주위적 청구 원고가 이 사건 토지대금 90억원을 기한 내에 지급하지 않자 피고가 이행의 최고도 없이 곧바로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한 것은 피고의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소장송달로써 이 사건 약정을 해제하는 바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상회복으로서 원고에게 이 사건 건물을 인도하고,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건축주명의를 원고에게로 회복하며, 약정된 위약금 20억원 중 원고가 구하는 10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⑵ 예비적 청구 원고가 토지대금 90억원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이 사건 건물에 관한 모든 권리를 피고에게 양도해 주기로 약정한 것은 손해배상의 예정이라고 할 것인데, 그 손해배상 예정액이 지나치게 과다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건물 가액 상당의 손해배상 예정액 중 감액되는 부분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서울고법의 판단 ⑴ 원고가 약정된 기한까지 토지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상 피고가 곧바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약정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이유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약정에 대한 해제 주장은 이유 없다. ⑵ 피고의 약정위반을 이유로 한 원고의 계약해제 주장 중에는 원고가 채무불이행에 빠지지 않았음에도 피고가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 한편 원고가 토지대금 90억원을 2011년 4월 29일 16시까지 지급할 의무와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바, 피고가 건축주명의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에 관하여 이행의 제공을 하여 원고를 이행지체에 빠트려야 한다. 그런데 피고가 이행의 제공을 하였다는 점에 관한 주장·증명이 없으므로 피고의 건축주명의변경은 원인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이므로, 피고는 건축주명의를 원고에게로 환원할 의무가 있다. 다. 대법원의 판단 원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당사자 사이에는 원고의 이행지체 상태를 인정하기 위한 전제조건, 즉 피고의 이행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는 전혀 쟁점이 되지 않았고 법원도 피고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거나 석명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관계로 이 점에 관한 소송자료가 현출되지 못하였다. 더욱이 원고는 변론에서 2011년 4월 27일경 피고에게 대출이 어렵다는 이유로 토지대금의 지급기한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하였다고 자인하고 있는바, 이는 원고가 미리 자기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표명하여 피고가 이행의 최고나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 없이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원심이 피고의 이행제공에 관한 주장·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건축관계자변경신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단하고 원고의 이 부분 청구를 인용한 것은 피고에게 불의타를 가하고 법원의 석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3. 평석 가. 이 사건 약정의 성격 이 사건 약정은 기본적으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으로서 계약해제의 조건과 함께 어느 일방의 채무불이행으로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경우 그 당사자가 부담하여야 할 책임에 관하여 특별히 규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리하여 원고가 2011년 4월 29일 16시까지 매매대금 90억원을 일시불로 지급하면, 피고는 이와 상환으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되, 원고가 위 기한 내에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위 매매계약은 자동해제되고 피고는 미완성?미등기인 이 사건 건물의 처분권을 양수하며 건축주명의도 자신 앞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피고가 위 기한이 도래하기 전에 ‘건축주명의변경 등을 하거나 이 사건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에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약정을 위반하는 경우 위 매매계약은 자동해제되고 피고는 원고에게 2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매매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한 자동해제의 특약이 있는 경우에도 원고의 매매대금지급 의무와 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으므로 피고가 자동해제의 효과로서 건축주명의변경을 하려면 자신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에 관하여 이행제공을 하여 원고가 이행지체 상태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8. 6. 12. 선고 98다505 판결 참조). 또한 원고나 피고가 이 사건 약정상의 채무를 불이행하는 때에는 그것이 매매계약의 자동해제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법정해제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 약정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계약해제의 요건인 채무불이행 사실의 증명책임 서울고법은 원고가 약정된 기한까지 이 사건 토지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상 피고가 곧바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약정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동의하기 어렵다. 피고가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하려면, ① 원고의 기한 내 토지대금 미지급, ② 피고의 이행제공이라는 두 가지 요건사실을 모두 갖추어 원고를 이행지체 상태에 빠지게 해야 한다. 원고가 이행지체 상태에 있지 않음에도 피고가 토지대금 미지급만을 이유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했다면 이는 이 사건 약정을 위반한 것이다. 문제는 증명책임이다. 이 사건 약정의 법정해제를 주장하는 원고는 그 해제의 요건사실인 ‘피고의 채무불이행’의 점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을 진다. 그런데 이 사건 소송에 관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에 관하여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않고도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했다는 점에 관하여 주장·증명이 없으므로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음에 귀착된다. 다. 변론주의 서울고법은 원고의 주장, 즉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었으니 피고는 건축관계자변경신고에 따라 피고에게로 변경된 건축주명의를 원고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 중에는 원고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지 않았음에도 피고가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고, 전자의 계약해제 주장은 이유 없지만 후자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도 전자와 후자의 포함관계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원심판결의 당부를 논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의 주장에 후자의 내용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전자는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었음을 전제로 원상회복을 구하는 것이고, 후자는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는 무효라는 것이다. 건축주명의가 원고에게로 환원되는 것이 결과적으로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는 것과 여전히 유효한 것 사이에는 원고의 지위에 현격한 차이가 난다. 이 사건 약정이 해제로 실효되었다면 원고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사실상의 소유권을 완전히 회복하지만 이 사건 약정이 유효하다면 피고에게 토지대금 90억원을 지급해야 그 권리를 보유할 수 있는 불안한 지위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증명책임도 달라진다. 이 사건에서 서울고법과 대법원이 판시하였듯이 이번에는 피고의 건축관계자변경신고가 정당한 점, 즉 ① 원고의 기한 내 토지대금 미지급, ② 피고의 이행제공이라는 두 가지 요건사실을 피고가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도 이 사건과 동일한 사안은 아니지만 ‘정지조건부 채권양도에 있어서 정지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사실은 채권양도의 효력을 주장하는 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고 한다. 4. 맺음말 원고의 이 사건 약정에 대한 해제의 주장 중에 피고의 건축관계자변경신고가 처음부터 효력이 없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서울고법이 포함된다고 보고 이에 대한 판단에 나아가다 보니 변론주의에 위배되고 피고에게 불의타를 가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대법원으로서는 법원의 석명의무를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변론주의 위배를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윤남근 교수 (고려대 로스쿨)
석명권
석명의무위반
재판
윤남근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18-01-11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이익소각 대가가 의제배당이고 소득금액 계산시 소각주식의 취득가액을 공제하는지 여부
- 서울고법 2016. 10. 5. 선고 2015누67474 판결, 대법원 2017. 2. 23.자 2016두56998 판결 - 1. 사실관계 원고 설립 당시 甲외국법인은 1531억5947만5978원을 출자하여 보통주 100만1주(지분율 50%, 1주당 취득가액 15만3159원)를 취득하였고, 원고는 2008년 12월 23일, 2009년 4월 13일, 10월 7일 보통주 176만4000주를 균등 이익소각하면서 甲외국법인에게 그 중 50% 지분인 88만2000주(이하 ‘쟁점주식’)의 소각대가(1주당 소각가액 15만원, 15만2400원, 15만2200원)로 합계 1336억1500만원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쟁점주식의 소각대가로 甲외국법인에게 지급한 금액이 그 취득가액에 미치지 못하므로 구 소득세법(2009. 12. 31. 법률 제98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소득세법’) 제17조 제1항 제3호의 의제배당소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다. 피고는 원고가 쟁점주식의 소각과정에서 자본감소 없이 주식 수만 감소시켰고, 이익잉여금을 원천으로 소각대가를 지급함으로써 사실상 배당소득이 발생하였다고 보아 구 법인세법(2009. 12. 31. 법률 제98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3조 제2호 및 구 소득세법 제17조 제1항 제7호에 따라 원고에게 법인세를 경정·고지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가. 제1심 서울행정법원 2015. 10. 29. 선고 2015구합61580 판결 제1심은 자본감소를 수반하지 않는 구 상법(2011. 4. 14. 법률 제106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법’) 제343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이익소각의 경우 주식소각 전후의 자본과 주주의 주식소유비율 등 잔존주식의 실질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 甲외국법인은 잔존주식을 통해 투자원본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므로, 의제배당 소득금액에서 공제되어야 할 구 소득세법 제17조 제2항 제1호(이하 ‘쟁점조항’)의 당해주식 취득을 위해 소요된 금액 또한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쟁점주식의 소각대가는 그 전부를 의제배당소득으로 볼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나.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2016. 10. 5. 선고 2015누67474 판결 및 상고심 대법원 2017. 2. 23.자 2016두56998 판결 항소심은 이익소각의 방법으로 쟁점주식을 소각하고 그 대가로 지급한 금원은 의제배당에 관한 쟁점조항의 적용을 받는다고 보아야 하고, 쟁점주식의 소각대가 중 주주가 당해주식을 취득하기 위하여 소요된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만을 의제배당소득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하였다. 3. 평석 가. 이익소각 대가가 의제배당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익소각의 방법으로 쟁점주식을 소각하고 그 대가로 지급한 금원은 의제배당에 관한 쟁점조항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익소각이 자본감소(정확하게는 자본금 감소)를 동반하지 않더라도 구 상법이 이를 주식소각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고, 쟁점조항이 ‘주식의 소각이나 자본의 감소’라고 규정하고 있는 이상 주식의 소각에 이익소각이 포함됨은 규정의 문언상 명백하다. 만일 입법자가 이익소각을 의제배당이 아닌 현금배당과 동일하게 취급하고자 하였다면 쟁점조항 중 주식의 소각이란 문언은 불필요한 것이었다. 또한 일반적으로 주식소각과 자본감소는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구 상법상 자본감소 없는 주식소각이 가능하고 주식소각 없는 자본감소도 가능한데, 위와 같이 주식의 소각이나 자본의 감소라고 규정한 것은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익소각과 자본감소는 그 재원이 잉여금과 자본금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회사의 순자산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고, 특히 소득자인 주주 입장에서 소유하던 주식이 소각되는 대신 그 대가를 받는 것으로서 경제적 효과가 동일하다. 나. 소각되는 당해주식의 취득가액을 공제하여야 하는지 여부 쟁점주식의 소각대가 중 주주가 당해주식을 취득하기 위하여 소요된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만을 의제배당소득으로 봄이 타당하다. 쟁점조항은 주식소각의 대가 전액을 의제배당으로 보지 않고 여기에서 소각되는 주식의 취득가액을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본감소가 동반되지 않는 이익소각의 경우에도 쟁점조항이 적용된다고 보는 이상 소각되는 주식의 취득가액을 공제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익소각의 경우 다른 취급을 할 특별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익소각의 경우 자본금은 감소하지 않지만 회사의 현금자산(이익잉여금)이 외부로 유출됨으로써 전체 주식의 순자산가치는 감소하고, 주주도 소각되는 보유주식만큼의 순자산가치를 상실하게 되므로, 주주의 입장에서 이익소각 전후로 보유하는 주식의 실질에 변동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불균등소각이 아닌 균등소각이기 때문에 그 주식소유비율이 유지된다는 이유만으로 달리 볼 수도 없다. 피고는 이익소각의 경제적인 실질이 현금배당과 동일하다고 주장하나, 이익소각의 경우 그로 인하여 주주의 보유주식이 절대적으로 소멸한다는 점에서 그러한 소멸이 없는 현금배당의 경우와 같다고 보기 어렵다. 현금배당의 경우 주식의 취득가액이 공제되지 않지만 현금배당 이후 주주가 보유주식을 양도하면 그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전체 보유주식의 취득가액이 공제되게 된다. 한편, 이익소각의 경우 이익소각 당시 소각되는 주식의 취득가액을 공제하더라도 이익소각 이후 주주가 나머지 보유주식을 양도하는 경우 소멸한 주식에 관한 취득가액은 공제될 여지가 없다. 구 소득세법 제17조 제2항 제2호가 ‘법인의 잉여금을 자본에 전입함으로써 취득하는 주식의 가액’을 의제배당으로 보면서 이때에는 취득가액을 공제하지 않고 있으나, 이익잉여금의 자본전입의 경우 주주가 새로이 무상으로 신주를 교부받게 되므로(구 상법 제461조) 이를 의제배당으로 본다는 것이어서 여기에 취득가액의 공제를 고려할 여지는 없다. 판례 역시 자산재평가적립금 등의 전입으로 무상으로 교부받은 주식을 소각하는 경우에 쟁점조항의 의제배당 소득금액 계산에 관하여 ‘소각 등에 의하여 감소된 주식을 취득하기 위하여 실제로 지출된 금액’을 소각대가 등에서 차감하여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단하여 왔다(대법원 1992. 2. 28. 선고 90누2154 판결,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7두10211 판결 등 참조). 다. 검토 이 사건은 원고가 다른 자산을 보유한 예를 들면 오히려 답은 간단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원고가 전 세계에 2장밖에 없는 우표를 각 1억원씩 2억원에 취득하여 보유하다가 그 중 1장을 9000만원에 매각함과 동시에 소멸된 경우를 예를 들면, 피고는 이때 잔존우표의 가격이 2억원으로 상승하여 투입원본이 그대로 유지되었으므로 9000만원 전부가 이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매각·소멸된 우표만으로 볼 때 1억원에 구입하여 9000만 원에 매각하였으니 1000만원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것이고,향후 잔존우표를 2억원에 매각하게 된다면 그때 1억원의 이익에 대하여 과세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를 의제배당과 관련하여 보면 우표의 매각·소멸시를 기준으로 경제적 실질에 따라 잔존우표의 가치상승을 고려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여기서 우선 잔존우표의 가치상승이 2억원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하락할 수도 있는 점, 투입원본이란 근거가 없는데다가 매입과 매각이 반복되는 경우 투입원본의 특정이 어렵고, 세법상 자산인 각 우표 개별적으로 그 손익판단을 하여야 하는 점, 만약 잔존우표를 1억원에 매각한다면 원고로서는 결국 우표를 2억원에 취득하여 1억9000만원에 처분함으로써 1000만원의 손해를 입었음에도 수익을 얻은 것처럼 과세되는 점, 반면 잔존우표를 2억원에 매각하더라도 세법상으로는 최초 매각·소멸된 우표의 취득가액을 반영해줄 방법이 없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하면 대상판결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대상판결은 주주총회의 이익소각 결의에 따른 이익소각은 구 소득세법상 주식소각으로서 이익소각의 대가는 의제배당에 해당할 뿐 현금배당 결의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나아가 그 이익소각에 따른 의제배당 계산 시 소각된 당해주식의 취득가액은 공제되어야 한다고 최초로 판시함으로써, 특히 단체법 관계에 있어서 실질과세원칙의 적용을 제한하고 엄격해석원칙을 적용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주주총회
이익소각
의제배당
소득세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17-08-08
민사일반
준거법의 범위와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 대상판결: 대법원 2016.3.24. 선고 2013다81514 판결 - I. 대상판결의 요지 당사자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계약 당사자는 어느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거나 그중 특정 조항이 당해 계약에 적용된다는 합의를 할 수 있고 그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소송절차에서 비로소 당해 사건에 적용할 규범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가 일치하는 의견을 진술하였다고 해서 이를 준거법 등에 관한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II. 국제협약이 준거법의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의 당사자가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는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상인법(lex mercatoria 또는 law merchant)과 같은 국제적 관습, UNIDROIT 국제상사계약규칙(UNIDROIT Principles of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1980)과 같은 법원칙 또는 국제물품매매협약(UN Convention on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과 같은 국제협약 등 비국가적 규범도 포함되는지 문제된다. 2. 논의의 실효성 비국가적 규범이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있다면 이는 ‘저촉법적 지정’이 되지만, 만일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없다면 당사자의 합의는 그러한 비국적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실질법적 지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저촉법적 지정은 준거법의 지정이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적용은 배제되고 국제적 강행규정만이 적용된다. 그러나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경우에도 적용이 배제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계약이 체결된 후에 법이 개정되었다면 개정된 법이 적용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개정되기 전의 법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된 것으로 봐야 하므로 그 적용이 배제된다. 또한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법원이 규범의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해야 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편입된 법규가 계약의 내용이 되므로 당사자가 편입된 법규의 내용에 대하여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 3.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준거법은 특정국가의 법에 한정된다고 본다. 국제사법의 전반에서 언급하고 있는 ‘법’의 전통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는 특정국가의 법이고, 제5조에서 ‘법원은 이 법에 의하여 지정된 외국법’이라고 규정하고 제7조나 제33조 등에서 ‘대한민국법’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종합하여 보면 준거법은 외국법이거나 대한민국법으로서 특정국가의 법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준거법의 분열의 한계와 관련하여서 문제가 발생한다. ‘준거법의 분열’이란 하나의 법률관계의 실체적 내용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적용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국제사법 제25조 제2항에서는 “당사자는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도 준거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준거법의 분열을 허용하고 있다. 대법원 2016.6.23. 선고 2015다5194 판결에서는 당사자가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만 준거법을 선택한 경우, 선택된 준거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영역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소위 객관적 준거법이 적용된다고 보고 있으므로, 비국가적 규범만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있거나 비국가적 규범과 특정국가의 법을 모두 지정하는 경우 모두 준거법의 분열이 발생한다. 그러나 준거법의 분열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법의 내용에 차이가 있고, 한 국가의 국내법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동시에 적용되면 적용되는 법률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거나, 생소한 다른 국가의 제도를 국내의 제도에 맞춰야 하는 복잡한 적응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지정된 복수의 준거법이 적용되는 부분이 다른 부분과 분리가능하여 상호 모순저촉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계 내에서만 준거법의 분열이 허용된다. 그런데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위와 같은 한계를 완전히 무시하고서 준거법의 분열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부당하다. 대상판결에서 국제협약이 준거법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건대, 위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깊은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저촉법적 지정은 할 수 없다고 본다. 참고로 우리의 국제사법의 바탕이 된 유럽공동체(EC)의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협약’(‘로마협약’) 에서는 당사자가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이라고 해석되어 왔다. 그런데 위 로마협약을 개정한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규칙’을 제정되는 과정에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준거법은 특정 국가의 법으로부터만 도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아니하였다. III.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주요사실에 대하여만 변론주의가 적용되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실이 주요사실이란 점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대상판결과 같이 준거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본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주장 및 증명해야 비로소 법원이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당사자의 주장이 없는 한 법원이 직권으로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1) 주요사실의 의미에 따른 비판 주요사실이라 함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말한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다카1489 전원합의체 판결). 즉 권리와 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이라는 실체법적 효력을 가져오는 요건사실이 주요사실에 해당한다.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분류하는 견해도 있지만 ‘절차법-실체법’과 ‘저촉법-실질법’이 대비되고 있는 바와 같이, 저촉법인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분과 그 영역을 달리한다(석광현, ‘국제사법 해설’, 법문사, 2013, 4쪽). 그런데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보던지 저촉법으로 보던지 상관없이 국제사법이 실체법이 아니란 점은 명백하므로 국제사법 제25조에 따른 준거법의 지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2) 적용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국제적 분쟁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이를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법에 따르면 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은, 1차적으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지정한 국가의 법이 되고(제25조 제1항), 이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2차적으로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된다(제26조). 따라서 법원은 직권으로 계약의 1차적 준거법인 당사자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해야 한다. 게다가 대상판결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적용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이고,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는 적용할 법률을 결정하는 합의이므로, 법원은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하는데 있어서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받지 아니한다. 덧붙여 대상판결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는 계약의 내용이 되고 계약의 내용은 주요사실이라는 이유로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를 주요사실로서 자백의 대상으로 본 듯하다. 그러나 당사자의 합의라고 하더라도 모두 주요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 판례에서는 소송상 합의인 부제소의 합의를 채권계약으로 보고 있으면서도(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2다73821 판결), 이러한 부제소의 합의가 소송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이를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따라서 당사자의 합의라는 이유만으로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까지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IV. 결론 이상으로 대상판결과 달리, 사견에 따르면 국제협약을 포함한 비국가적 규범은 준거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의 존재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서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편 대상판결 중 문제된 판시내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른 아쉬움이 있다. 적지 않은 국제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좀 더 많은 국제사법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국제협약
준거법
국제사법
2017-02-20
원천징수처분취소소송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
Ⅰ. 사실관계 미국의 사모투자회사인 A의 미국 내 계열사인 B등은, 내국법인인 甲은행의 주식 9999만9916주(이하 '이 사건 주식')의 인수를 위하여 이 사건 주식의 인수에 투자할 펀드투자자를 모집하였고,그 결과 2000. 1. 14.경 영국령인 케이만 군도에 유한파트너십(Limited Partnership, 이하"LP")인 C가 설립되었다. C는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 D의 주식을 100% 인수한 다음, D로 하여금 말레이시아라부안에 설립된 E의 주식을 100% 인수하게 하였고, 최종적으로 말레이시아 법인인 E를 통하여 우리나라 법인이 발행한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였다. 한편 E는 2005. 4. 15.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을 1651억1475만6621원에 양도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을 얻었는데,원고는 한?말레이시아조세조약제13조 제4항에 의하여 주식 양도소득은 양도인의 거주지국에서만 과세된다는 이유로 E에 이 사건 주식 양도대금을 지급하면서 그에 대한 법인세를 전혀 원천징수하지 아니하였다.이에 피고(과세관청)는 2006. 12. 18. E는 조세회피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의 회사에 불과하고,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는C의 투자자 281명이므로, 이들 중 대한민국과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조세조약상 주식양도소득에 대하여 원천지국 과세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에 거주하는 총 8개국 40명의 투자자가 얻은 양도소득에 대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 430억1071만7520원을납세고지하는 처분을 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진행경과 및 판시내용 1.제1심판결 내지 상고심 판결의 판시내용 당초 대상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E인지(원고의 주장),아니면 C의 투자자인지(피고의 주장) 여부였다.이에 관하여제1심 및 항소심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C의 투자자로 보고 그들을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를 납세고지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09. 12. 30. 선고 2008구합17110 판결 및 서울고등법원 2010. 8. 25. 선고 2010누3826 판결). 그러나상고심은,E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E와 C의 투자자 사이에 있는) C가 오로지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되어 이 사건 주식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는 명목상의 영리단체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이하 "상고심 판결").즉, 상고심 판결은 C의 설립지인 케이만 군도의 법령 내용과 단체의 실질에 비추어 C를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으로 볼 수 있는지를 심리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에 대하여 C를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법인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C의 투자자를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소득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여, 사실상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C라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0두20966 판결). 2.파기환송심판결 및 대상 판결의 판시내용 이러한경위로 인하여,파기환송심에서는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C의 투자자가 아닌 C라는 점 자체에 관하여는 원?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었다.대신피고는상고심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당초 이 사건 처분에서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 즉,원천납세의무자를 C의 투자자로 보았다가,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하였다. 이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피고의 이와 같은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한지 여부가 새롭게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하여 파기환송심 판결은 "세목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에 해당하므로 원천징수하는 세금에 관한 처분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처분의 근거 세목을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을 벗어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4. 1. 10. 선고 2013누23272 판결).이에 대하여 피고가 재상고하였는데,대상 판결은 파기환송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세목은 부과처분에서는 물론 징수처분에서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봄이 상당하므로,당초의 징수처분에서와 다른 세목으로 처분사유를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지 아니하여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피고의 재상고를기각하였다(대법원 2014. 9. 5. 선고 2014두3068 판결). Ⅲ. 대상판결의평석 1.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허용범위(='처분의 동일성'='납세의무의 단위') 과세관청은 원칙적으로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변론종결시까지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할 수 있다(대법원 1989. 12. 22. 선고 88누7255 판결).여기서 '처분의 동일성'이란 과세단위또는 납세의무의 단위(이하 통틀어 '납세의무의 단위')를 말하고(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누10695 판결), 이는 원천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도 다르지 않다(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두16347 판결). 여기서 '납세의무의 단위'란,일반적인 행정소송에서 처분의 동일성의 한계로 논의되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과 구분되는 세법 특유의 개념으로,강학상으로는 개인단위, 부부단위, 가족단위 등 인적 요소가 결합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하고, 물적 요소로서 조세채무의 확정에 있어서 세목, 과세기간, 과세대상에 따라 다른 것과 구분되는 기본적 단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관련하여 대법원은 ①자산소득의 합산과세를 규정한 구 소득세법의 취지에 관하여 세대단위로 담세력을관념하는 것이 개인단위별 과세보다 생활실태에도 합당하다고 판시하여 납세의무의 단위를 인적 요소로 이해하기도 하고(대법원 1983. 4. 26. 선고 83누44 판결 등), ②재산세 등의 과세대상인 주택은 1구를 과세단위로 하여 과세대상으로서 구분된다고 하여(대법원 1991. 5. 10. 선고 90누7425 판결) 이를 물적 요소로 파악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③소득세나 부가가치세를 일정한 기간을 과세단위로 하는 세목이라고 판시하여(대법원 1996. 2. 23. 선고 95누12057 판결) 이를 시간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동안 이 사건 처분과 같은 원천징수처분에서는 납세의무의 단위가 무엇인지, 특히 과세관청이 소송에서 처분 당시와 비교하여 원천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내용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하여는 명시적으로 판단한 바는 없었다. 2.원천징수처분에서의 '처분의 동일성' 범위에 관한 판단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사건상고심 판결과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11두7311 판결은(이하 '비교판결')원천징수처분의 취소소송에서 원천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내용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였다.즉,비교판결은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에서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수령자가 누구인지는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다'는 전제에서,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에 대한 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수령자(=원천납세의무자)를 변경하여주장하더라도그로인하여소득금액또는수입금액지급의기초사실이달라지는것이아니라면처분의동일성이유지되는범위내의처분사유변경으로서허용된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비거주자 및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은 강학상 완납적 원천징수의 대상이 되는 소득으로서 원천징수법률관계는원천징수의무자와과세관청사이에만존재하고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는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는 점(대법원 1984. 2. 14. 선고 82누177 판결 등),원천징수하는 소득세 또는 법인세는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을 지급하는 때에 이미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동시에 확정되기 때문에(국세기본법 제21조 제2항 제1호 및 제22조 제2항 제3호)'실질적인귀속자'로서 사후적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원천납세의무자는 애당초 확정된 세액의 기초사실을 판단하는 요소에 포함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론적으로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대상판결의 문제점 (1) 쟁점 비교판결의 판시내용을 대상판결에서도일관하면, 일응피고가 원천납세의무자를 종전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허용된다고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다만 이 사건과 비교판결 사이에 존재하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 비교판결의 법리가 이 사건 처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즉, 비교판결과 이 사건은 과세관청이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외국법인(LP)와 그 투자자 중투자자를 주식양도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로 보아 원천징수처분을 하였다는 점에서는 완전히 동일하다. 다만, 비교판결에서는 과세관청이 당초 투자자를'법인'으로 보아 법인(원천)세를 원천징수처분한 반면, 이 사건 처분에서는 투자자를'개인'으로 보아 소득(원천)세를 원천징수처분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비교판결에서는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LP의 투자자'에서 'LP'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하더라도, 세목이 여전히 법인(원천)세가 되어 기존 납세고지서상 세목[=법인(원천)세]과 일치한다. 반면 이 사건 처분에서는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하게 되면 세목이 법인(원천)세가 되어 기존 납세고지서상 세목[=소득(원천)세]과 불일치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천납세의무자가 원천징수처분의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고,법인세나 소득세나 동일한 소득과세의 일환인 이상 , 그 소득의 실질 귀속자에 대한 판단이 달라져 그에 따라 처분사유를 변경함에 있어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적 형식에 따라 자동적으로 뒤따를 뿐인 세목 또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원고는 종전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두16347 판결 및 대법원 2001. 8. 24. 선고 2000두4873 판결)를 들어, 세목은 엄연히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세목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아무리 원천징수처분이라고 하더라도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허용될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는 비교판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천징수처분의 경우'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이다. (2) 일반적으로 '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인가? 학설 중에는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통상 과세기간, 장소, 소득구분 등을 열거하면서 본세와가산세는 별개라는 점을 예로 들어(대법원 1992. 5. 26. 91누9596 판결) 세목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라고하거나 ,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서 세목이 가장 중요하다는 등의 견해가 있다 .우리나라 세법 중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세목인 소득세 및 법인세를 생각해보면, 납세의무자의 법적 성격이 개인인지 법인인지 여부에 따라 세목이 소득세 또는 법인세로 달라지고, 이에 따라 각각 소득세법 또는 법인세법이 적용되어 과세표준의 산정방법, 세율 등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직접 납세의무자에 대한 과세처분에 있어서 세목은 일응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라는 점에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러나 [국가-원천징수의무자-원천납세의무자] 3자 간의 법률관계가 문제되는 원천징수처분에서도이러한 논리가 그대로 관철될 수 있는지는 이와 구분하여 깊이따져볼 필요가 있다.앞에서도 언급하였다시피,원천징수처분에서는 부과처분과는 달리 애당초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는직접적인 법률관계가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3) 원천징수처분에서의"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인가? 대상판결은 "세목"이 부과처분에서뿐만 아니라 원천징수처분에서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판시하면서도 따로구체적인 설명을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의 결론은 이론적인 측면에서나 실무적인 관점에서나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이론적인 측면에서 보면,이 사건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세목이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달라지더라도, 원천징수처분에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인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 즉, 원고가 E로부터 2005. 4. 15.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고 그 대가로 1,651,104,756,621원을 지급한 사실 그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또한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이나 모두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이 내국법인의 주식을 양도하여 얻은 소득에 대하여, 과세표준은 지급금액으로, 세율은 10%로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소득세법 제156조 제1항 제5호 및 법인세법 제98조 제1항 제5호),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세목이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달라지더라도 그 세액은 종전과 동일하다. 요컨대,이 사건에서는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따라 원천납세의무자가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라지더라도 (법원에 의하여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사후적으로 확정된 원천납세의무자 및 그에 따른 세목을 제외하고는)원천징수의무를 발생시키는 이 사건 양도소득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납세자(원천징수의무자),과세표준,세율,세액 중 어느 것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이 점이 바로 납세의무자가 달라지면 납세자, 과세표준, 세율,세액이 모두 달라지는 부과처분과 확연히 구분되는 원천징수처분만의 특징이다. 또한 대법원이 발간한판례해설에 따르면, 일반 행정소송에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로 보는 반면, 조세소송에서는 '납세의무의 단위'를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로 설정함으로써 납세자의 소송상 방어권 보장보다는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더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은'납세의무의 단위'가'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는 그 범위가 더 넓은 개념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데 대상판결과 같이 보게 되면 오히려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 '납세의무의 단위'를 더 좁게 보는 모순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이 과세관청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기본적 사실관계'즉,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음에도불구하고 '납세의무의 단위'의 동일성은 부인함으로써, 분쟁의 일회적 해결보다는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시한 결과를 초래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법원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국제조세법률관계에서 분쟁의 일회적 해결보다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할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조세조약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도 실질과세의 원칙이 적용되는 이상(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두11948 판결), 과세관청이 원천징수처분을 하면서 일응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최종적인 귀속자라고 보아 지목한 원천납세의무자는,대법원이 실질과세의 원칙을 적용하여 최종적으로 누구인지 확정하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것에 불과하여 언제든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즉, 여러 나라에 걸쳐 이루어지는 투자관계에 대하여 과세하는 국제조세에서는 국내원천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를 찾는 과정이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대법원 스스로도 비교판결에서법원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정되는 원천납세의무자는 원천징수처분에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하여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돌이켜 보면, 세목은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적 성격에 따라 기계적?자동적으로 정하여지는 요소일 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국제조세에서 원천납세의무자의 변경가능성이 유보되어 있는 이상, 그에 따른 세목 또한 얼마든지 변경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한편으로는원천징수처분에서 "원천납세의무자"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하면서, 다시 '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된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논리적 모순으로, 이는 모처럼 심도 깊은 이론적?실무적 검토 끝에 선고한 비교판결의 적용범위를 크게 훼손?잠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법원 입장에서 볼 때 비교판결 및 대상판결에서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LP가 아닌 LP의 투자자로 보아 원천징수처분을 한 것은 똑같이 위법한처분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대법원이,비교판결과 같이 C의 투자자를 법인으로 보아 당초 법인세로 원천징수처분을 한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허용하고,대상판결과 같이 C의 투자자를 개인으로 보아 당초 소득세로 원천징수처분을 한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불허하는 것은,원천징수처분 당시 (궁극적으로 원천납세의무자도 아닌) C의 투자자들의 법적 성격이 무엇이었냐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원천징수처분의 위법성을가르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더군다나 과세실무상 현실적으로 사모펀드의 최종투자자의 지분비율, 국적까지는 알 수 있어도 그 법적 성격이 개인인지 아니면 법인인지 여부까지는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은 (미국과 같이 법인과 개인의 세목을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실질적인귀속자를새로 지정하여 과세할 수 있는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과세주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으로서 비교법적으로나 조세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Ⅳ.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천징수처분에서 원천납세의무자에 따라 자동적으로 정하여지는 세목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취지에 따라 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부과처분과 구별되는 원천징수처분 법률관계의 특성에 대한 심도 깊은 검토 없이, 스스로 선고한 비교판결의 의의를 크게 훼손하면서 부과처분에서의 논의를 원천징수처분에 기계적으로 적용하였다는 측면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또한국제조세에서 원천납세의무자는 사후적으로 얼마든지 변경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고, 이 사건은 E가 국내에서 이 사건 주식을 양도함으로써 국내원천소득이 발생하여 우리나라에 과세권이 존재한다는 점 자체에는 의문이 없는 사안임에도, 대상판결이 단지 세목이라는 과세처분의 형식만을 이유로 수백억 원에 이르는 과세권을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로벌 세수전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요즘, 다른 나라의 법원이라면 과연 어떤 판결을내렸을까?
2015-04-07
관세소송 중 다른 품목번호를 처분사유로 추가할 수 있는지 여부
1. 서론 관세소송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품목분류가 적절한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사건도 있다. 산업기술의 발달로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유형의 물품이 수입되는 경우가 많지만, 해당 물품을 품목분류표상 어느 항목으로 분류할지가 소송으로 다투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더구나 소송과정에서 처분청이 당초 주장하였던 품목분류 번호를 변경하거나, 다른 품목번호를 추가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최근 이 쟁점에 대한 판결이 선고되었는바, 소송 진행 중에 처분청이 다른 품목번호를 처분사유로 추가·변경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살펴본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이 사건 소송의 대상 물품인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Metal Organic Vaper Deposition)에 사용되는 서셉터(Susceptor)에 대하여, 관세율표 품목분류 제6909.19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고가 상고이유로 주장한 처분사유의 추가·변경 법리 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주장된 것이라는 이유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원심(광주고등법원 2013. 7. 25. 선고 2012누1739 판결)은 "이 사건에서 피고가 이 사건 물품이 관세율표 중 6903.10-3000호(기타 내화성의 도자제품 중 반응그릇)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그 후 소송 과정에서 피고가 이 사건 물품이 관세율표의 다른 호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변경 전후에 있어서 같은 행위에 대한 법률적 평가만 달리 하는 것일 뿐 기본적 사실관계를 같이 하는 것으로서 공격방어방법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여 허용된다"고 판단하였다. 품목번호의 변경이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으로 허용되는지에 대하여, 대법원 판단이 없는 것은 아쉬우나, 이 사건을 계기로 이 쟁점에 대해 검토한다. 3. 평석 (1) 품목분류의 의미와 법률상 효력 수입물품에 대한 품목분류는 국내로 수입하는 물품에 대하여 관세율을 결정하기 위해 적용하는 세관절차이다. 세계관세기구(World Customs Organization)에서 정한 '통일상품명 및 부호체계에 관한 국제협약'(The 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Harmonized commodity and coding System, 약칭 HS협약)에 따라 품목분류 번호가 결정된다. 세계관세기구는 HS 품목분류의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기 또는 수시로 HS 관세율표해설서를 발행하고 있고, 세계관세기구 회원국들은 이들 간행물 전부 또는 일부를 국내법으로 수용하여 품목분류의 실무지침으로 활용하고 있다. HS 관세율표해설서는 세계관세기구가 승인한 HS 품목분류에 관한 공식 해설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구 관세법 제85조 제1항, 시행령 제99조 제1항에 따라 '품목분류 적용기준에 관한 고시'(관세청 고시)를 마련하여 위 HS 관세율표 해설서를 그대로 인용하여 같은 내용의 해설서를 두고 있다. 따라서 '품목분류 적용기준에 관한 고시'는 상위법령으로부터 관세율표상 품목분류의 적용기준에 관한 위임을 받아 품목분류의 세부적인 기준을 정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으로서 상위법령의 내용과 결합하여 대외적인 효력을 가지게 되는 법규명령이고(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두1592 판결), 위 고시 제3조 [별표]에 규정된 관세율표해설서도 법규명령으로 효력이 있다. (2) 처분사유의 추가 변경에 대한 법리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은 행정청이 처분 이후 처분의 법률적 근거와 사실적 근거를 추가겢允펯변경 또는 보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문제는 절차경제의 관점과 국민의 권리보호의 관점이 충돌한다. 판례는 기본적 사실관계에 동일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는 다른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도 있으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는 것은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인 사실에 착안하여 그 기초인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 것을 말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6두4899 판결). 따라서 기본적 사실관계와 동일성이 없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서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판례상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로는, 의료보험요양기관 지정취소처분에서, 당초의 처분사유인 본인부담금 수납대장을 비치하지 아니한 사실과 새로 주장한 관계서류 제출명령에 위반하였다는 사실(대법원 99두6392 판결), 거부처분 당시의 처분사유인 배치계획이 수립되어 있지 않다는 사유와 새로 추가한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 거주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사유(대법원 2007두9365판결)등이 있다. 원심법원은 품목번호 변경은 새로운 처분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당초처분사유인 '내화성의 도자제품 중 반응그릇'과 추가된 처분사유인 '실험실용·화학용이나 기타의 공업용 도자제품' 또는 '석제품 또는 기타 광물성 재료의 제품'은 법률적 평가만 달리 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 제품은 품목분류표상 완전히 다른 물품이다. 만일 원심과 같은 논리라면, 수입된 물품은 특정되어 있으므로 품목번호는 이것 아니면 저것 이라는 주장을 끝도 없이 이어갈 수 있다. 이 세상의 어떤 물건이라도 품목번호표 중 어느 한 항목에는 해당하기 때문이다. (3) 대상 판결의 사례 검토 이 사건 물품은 일응 제8486.90-2010호의 '반도체 웨이퍼 상에 막을 형성하거나 금속을 증착하는 기계 부분품 및 부속품'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은 다툼이 없다. 그런데 관세율표 제84류의 주는 "제68류의 밀스톤 등 물품과 제69류의 도자제의 기계류와 도자제 부분품은 제84류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재판과정에서는 이 사건 물품의 제조과정, 물품의 특성, 제84류와 제68류 내지 제69류의 차이점 등에 대한 심리가 이루어졌고, 도자제품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증인신문과 전문가 진술서가 제출되었다. 하급심의 판단은 서로 엇갈렸다. 1심은 관세율표 제6903호의 도자제품(내화제품)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성형된 고형물을 만든 후, 그 고형물의 입자 상호간에 화학적 변이, 부분적 융용의 결과로 밀접하게 결합하여 모양이 고정(경화)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물품의 제조과정은 이미 소성·가공과정을 거쳐 모양이 고정된 인조흑연 기판의 표면에 탄화규소의 막을 형성할 뿐이므로 소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제6903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다. 원심 재판과정에서 처분청은 이 사건 물품은 제6903호이나, 만일 이 번호가 아니라면 제6909호(실험실용·화학용이나 기타의 공업용 도자제품) 또는 제6815호(석제품 또는 기타 광물성 재료의 제품)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추가하였다. 원심 법원은 당초의 처분사유인 제6903호에 해당하지 않지만, 추가된 처분사유인 제6909호나 제6815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제6903호와 제6909호 및 제6815호는 물품의 특성이 서로 다르다. 특히 품목분류를 통해 관세율표상 세율이 정해지는 점, 이러한 품목분류가 과세요건이 되는 점, 과세요건의 증명책임은 처분청에 있는 점,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은 납세의무자의 절차적 권리보장과 관련되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품목번호의 변경은 신중히 취급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처분청이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고 처분사유를 여러 가지로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관세부과처분은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법령에 근거하여 신중히 행해져야 한다. 만일 부과처분이 잘못되었다면, 설령 절차적 잘못이라도 취소되어야 한다. 법원은 납세의무자의 권리구제기관이지 행정청의 잘못된 처분을 추인해 주는 곳이 아니다. 4. 결론 이 사건 재판에서, 처분청이 부과근거로 삼은 품목번호가 잘못되었다는 점이 밝혀졌음에도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다. 처분청이 심리 과정에서 당초의 품목번호 A가 잘못되었다면, 또 다른 품목번호인 B 또는 C 라고 주장하였는데, 법원은 처분청이 추가로 주장한 또 다른 품목번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이런 논리는 상식에도 맞지 않고, 처분사유의 추가 변경에 관한 법리에도 위배된다. 원심법원은 조세소송의 소송물은 정당한 세액이라는 논리에 기대어, 관세소송에서도 부과금액을 변경하지 않는 한 처분사유는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하였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결과중심적인 사고거나 행정편의적인 태도다. 당초 품목번호가 잘못되었다면 부과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 만일 처분청이 다른 품목번호에 해당한다고 견해를 바꾼다면, 당초 처분을 취소하고 다시 과세할 것이지, 재판과정에서 처분사유의 추가를 허용할 것은 아니다.
2014-07-07
임차인의 경매신청만으로 우선변제권 선택 의사로 볼 수 있는지 여부
1.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P는 임대인과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으나, 임대차 만료 후 임대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자 임대인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를 하여 승소하였다. 확정판결에 기하여 P가 강제경매신청을 하였으나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의 배당요구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경매절차에서 집행관이 작성한 부동산현황조사보고서와 매각물건명세서에는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라는 내용을 나타내는 전입신고 된 주민등록등본이 첨부되어 있었다. 경매법원은 배당기일에서 매각대금을 경매신청권자인 P와 P의 임대차계약보다 후순위로 주택에 가압류를 한 채권자들인 D1, D2, D3, D4에게 채권액의 비율대로 안분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를 작성하였고 P는 D1, D2, D3, D4의 배당에 대하여 배당이의를 하였다. (2) 대법원 판결 (2013. 11. 14, 2013다27831 배당이의)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하여 보증금반환청구의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을 얻어 임차주택에 대하여 스스로 강제경매를 신청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중 우선변제권을 선택하여 행사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우선변제권을 인정받기 위하여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로 배당요구를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였다. 2. 본 사안의 쟁점 (1) 배당요구권자의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 배당요구는 다른 채권자에 의하여 집행절차에 참가하여 동일한 부동산의 매각대금에서 만족을 얻기 위하여 하는 채권자의 신청을 말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채권자는 집행권원에 근거하여 직접 경매를 신청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채권자의 집행절차에 참가하는 자가 아니라 자신의 집행절차를 진행하는 자이며 배당요구권자가 아니다. 따라서 별도로 배당요구를 할 필요도 없다. 결국 P는 배당요구권자가 아니라 배당권자라고 할 수 있다. (2) 절차선택권 행사 인정 여부 1) 배당절차 참여의 선택권 행사 여부 그런데 채권자가 스스로 경매를 신청하였다는 사실만을 놓고서 채권자가 일반채권자로서의 배당과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으로서의 배당 중 어느 것을 확정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는 앞의 배당요구권자에 속하는 지와는 다른 문제이다. 왜냐하면 이는 민사집행절차에 민사소송절차와 유사하게 변론주의(경우에 따라서는 처분권주의)의 원칙의 적용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2) 변론주의(예외원리 포함)의 적용을 긍정하는 견해 민사소송법의 변론주의가 민사집행절차에서도 통용된다고 입장이라면, 채권자가 경매신청만을 하였고 우선변제권을 행사한다는 명시적인 주장을 하지 않았더라도 부동산현황조사서에 우선변제권이 있음을 나타내는 내용이 포함(간접적 주장)이 되어 있다고 해석하여 채권자가 우선변제권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채권자가 경매신청자로서 별도의 배당요구서라는 서면을 제출하지 않고 배당요구종기까지 확정일자 있는 임대차계약서와 주민등록 등본 등 우선변제권이 있음을 소명하는 서류를 경매법원에 제출해도 우선변제권을 행사한 것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P의 주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이 견해는 집행법 이론의 측면에서 집행절차에 변론주의나 그 예외원리가 적용되는지에 기준으로 수립된 이론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3) 변론주의 원리의 적용을 부정하는 견해 민사집행절차는 형식주의와 신속주의가 강조되며, 절차의 준수에 대하여 민사소송절차보다 더욱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에서는 경매법원이 재판예규 제1151호 '경매절차진행사실의 주책임차인에 대한 통지'(재민 98-6)를 통하여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라고 하더라도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여야만 매각대금으로부터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고 고지(통지서 발송)하고, 채권자가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을 요구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취한다. 제1심과 제2심 법원의 입장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견해에서는 위 고지로 부동산을 경락받고자 하는 자는 매각물건명세서를 보고 우선변제권 있는 임차인이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였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 불측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특히 경매는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절차준수의 여부에 대하여 보다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고 집행법상의 원칙을 지키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차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이에 속한다. 다만 위 재판예규에 의한 고지는 집행법원이 당사자의 편의를 위하여 경매절차에서 배당절차(제도)를 안내해 주는 것에 불과한 것이고 집행법원이 절차진행을 주택임차인에게 통지할 법률상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이 절차에 의존하여 채권자에게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데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법원은 배당요구여부를 알리기 위하여 집행관들이 현황조사를 하고 건물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나 실제 거주하지 않더라도 건물에 주민등록을 해 놓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배당요구 종기와 배당요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통지서를 우편으로 전달하는데, 임차인이 집을 비워 우편물을 받아보지 못한 경우도 많고 법률지식이 부족한 임차인이 통지서를 받고도 자신은 경매신청을 했기 때문에 별도의 배당요구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당연히 우선변제를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일반배당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3) 배당요구의 고지 여부와 석명권의 범위 경매법원이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라고 하더라도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여야만 매각대금으로부터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는 고지를 하거나 고지가 전달되기 않은 상태(위 사안의 경우도 고지가 된 것인지는 불분명하며 고지는 집행법원의 의무사항도 아니므로 고지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에 있는 경매신청 채권자가 일반채권자로서 배당요구를 한 것인지 임차인으로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한 경우에 집행법원에 석명의무가 있다고 볼 것인지가 문제이다. 2심법원은 원고의 강제집행신청은 일반채권자로서 배당요구를 한 것으로 임차인으로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한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가 아니므로 집행법원에 원고의 주장에 대한 석명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하여 보증금반환청구의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을 얻어 임차주택에 대하여 스스로 강제경매를 신청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중 우선변제권을 선택하여 행사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우선변제권을 인정받기 위하여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로 배당요구를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만 판시하여 결국 석명권의 부분은 논외로 하고 있다. 생각건대, 채권자가 단순히 강제경매만을 신청하고 일반채권자로서의 배당을 요구하는지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임차인으로서의 배당을 요구하는지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다면 법원이 임의로 P가 그 둘 중의 하나의 절차를 선택한 것으로 채권자의 의사를 간주할 것이 아니라, 채권자에게 경매절차에 관한 절차선택권이 충분히 보장되었는지를 판단한 후,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석명권을 행사하여 절차선택을 명확히 하도록 한 다음, 그것을 판결의 기초로 삼아야 할 것이다. 3. 결어 결론만을 놓고 보면 대법원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하여 보증금반환청구의 확정판결을 얻어 임차주택에 대하여 직접 강제경매를 신청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우선변제권을 선택하여 행사한 것으로 보고 우선변제권을 인정받기 위하여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로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판단은 충분히 수긍된다. 이러한 판단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도 맞다. 다만, 절차법적 측면에서 보면 P가 명시적으로 어느 절차에 의할 것인지를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법원이 P에게 유리하게 우선변제권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하는 집행절차상의 판단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집행절차 역시 소송절차와 절차원리가 다르지 않아 민사소송법상의 처분권주의, 변론주의 또는 그 예외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전제가 먼저 수립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이러한 민사집행의 기본원칙이 통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며 제도의 발전이나 절차법상의 원칙에 대한 보다 충분한 규명이 우선인 상황이 아닌가 한다. 다음으로 채권자가 이 사건과 같이 경매신청자가 아니라 배당요구권자인 주택임차인의 경우는 인수와 소제를 선택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배당요구 종기 이내에 배당요구를 하면 매수인의 부담이 소멸되지만 반대의 경우는 매수인이 그 부담을 인수하게 되며(민사집행법 제91조 제4항 단서), 배당요구를 한 채권자는 경매절차의 안정성요청 때문에 배당요구의 종기가 지난 뒤 이를 철회하지 못한다(민사집행법 제88조)는 규정의 적용은 무조건 배제하여 하는 지도 문제이다. 법원이 경매신청자라고 하여 배당요구권자에게 요구되는 절차규정의 적용은 배제하면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정신은 존중하여 P가 우선변제권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까지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집행절차의 원칙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이 사건의 경우 집행절차선택의 기회보장, 절차의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만연히 당사자의 절차선택의사를 간주하기보다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는 것이 절차법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실체법의 정신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한다.
2013-12-23
의료광고와 영리목적의 환자소개·알선·유인행위
I. 사실관계 및 하급심의 판단 1.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온라인 광고대행 회사(A), 그 법인의 대표이사(B), 안과의원 원장(C)이다. 피고인 B와 C는 A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라식/라섹 수술에 대한 이벤트 광고를 하기로 하고 유상 광고계약을 체결한 후, A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홈페이지에 2008년 3월 11일부터 2008년 3월 24일 까지 '라식/라섹 90만원 체험단 모집'이라는 제목으로 "응모만 해도 강남 유명 안과에서 라식/라섹 수술이 양안 90만원 OK, 응모하신 분들 중 단 1명에게는 무조건 라식/라섹 체험의 기회를 드립니다"라는 이벤트 광고를 게재하고 위 기간 동안 2회에 걸쳐 위 사이트 30만 명의 회원들에게 위와 동일한 내용의 이벤트 광고를 이메일로 각 발송하고, 응모 신청자 중 20명이 90만원에 라식·라섹수수을 받도록 하였다. 2. 하급심의 판단 제1심은 피고인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판단하여 의료법 제88조, 제27조 제3항에 따라 피고인 A를 벌금 2백만원에, 피고인 B를 벌금 3백만원에, 피고인 C를 2백만원에 처하는 판결을 내렸다. 한편, 제2심은 홈페이지 광고에 대해서는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반면, 불특정 다수인에게 직접 수령되는 전자메일을 발송하여 광고한 것은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할 위험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의료법 제88조, 제27조 제3항에 따라 피고인들을 벌금형에 처하였으나 제1심보다는 벌금액이 낮아졌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의료광고는 그 성질상 기본적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성격을 지니므로 의료광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금지하는 환자유인행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의료광고행위는 그것이 의료법 제27조 제3항 본문에서 명문으로 금지하는 개별적 행위유형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거나 또는 의료시장의 질서를 현저하게 해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서 정하는 환자의 유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아가 그러한 광고행위가 의료인의 직원 또는 의료인의 부탁을 받은 제3자를 통하여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환자의 소개·알선 또는 그 사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 C가 피고인 A를 통하여 이메일을 발송한 행위는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한 의료광고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환자의 유인이라고 볼 수 없고, 위와 같은 광고행위가 피고인 C의 부탁을 받은 피고인 A와 B를 통하여 이루어졌더라도 환자의 소개·알선 또는 그 사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III. 평석 1.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의 금지 현행 의료법 제27조 제3항 본문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판시대상 행위의 행위시점에 있어서도 동일하다. 의료법이 이와 같이 환자 소개·알선·유인행위 등을 금지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환자 유치를 둘러싼 금품수수 등의 비리를 방지하고, 나아가 의료인 사이의 불필요한 과당경쟁에 의한 폐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그리고 의료인 숫자의 증가와 의료의 상품화 현상으로 인하여 의료시장에서의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그 과정에서 의료인의 과잉진료 내지 요양급여 과다청구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의료법 제27조 제3항 본문의 기본 취지는 현재에도 충분히 그 타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2. 유인행위의 제한적인 해석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1981년 의료법 개정 당시에 동법 제25조 제3항으로 입법된 것으로서 당초에는 사회적 폐해를 야기하던 소위 의료브로커들의 무분별한 유인행위를 규제하고자 하던데 그 목적이 있었으나, 입법 심의과정에서 그 규제대상이 의료인에게까지 넓혀졌다. 의료브로커들의 활동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직·간접적인 승인 하에 이루어졌던 현실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입법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환자의 유치행위 자체가 기본적인 직업수행의 일부를 구성할 수 있는 만큼 '유인'행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은 필연적이라 하겠다. 대법원이 의료법 제27조 제3항 소정의 유인행위를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환자로 하여금 특정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과 치료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라고 판시하면서도(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도1126판결), 제3자가 개입되지 않고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만이 관여한 환자유인행위에 대해서는 "환자유치 과정에서의 위법행위는 상당 부분 구 의료법 제46조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한 점 등에 비추어보면, 의료기관·의료인이 스스로 자신에게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는 그 과정에서 환자 또는 행위자에게 금품이 제공되거나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의료법 제25조 제3항(현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환자의 유인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입법목적이나 의료현실을 고려할 때 타당하다고 생각된다(대법원 2004. 10. 27. 선고 2004도5724판결, 2007. 4. 12. 선고 2007도256판결, 2008. 2. 28. 선고 2007도10542판결). 3. 의료광고 규제 완화의 고려 대상판례에서 대법원이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의료광고는 기본적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성격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환자의 소개·알선·유인행위를 금지하는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의료광고 규제의 맥락에서 함께 살펴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규정된 금지행위 중 특히 유인행위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적용하는 경우 의료광고의 순기능적 성격, 즉 의료서비스 제공자인 의료인 사이의 경쟁촉진과 의료서비스 수요자인 환자의 정보접근권 내지 선택권의 보장이 저해될 수도 있으므로 의료법 제27조 제3항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의료서비스 체계 전반을 아우르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비교형량이 필요하다. 의료법은 1951년에 국민의료법으로 제정된 이래 의료광고에 대해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방식을 취하여 왔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특정 의료기관이나 특정 의료인의 기능·진료방법에 관한 광고금지조항이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하였으며(2005. 10. 27. 선고 2003헌가3 결정), 이에 따라 의료법은 2007. 1. 3. 법률 제8203호로 개정되어 의료광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일정한 유형의 의료광고만을 예외적으로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의료법 제27조 제3항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의료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보다 폭 넓게 제공하도록 허용하여 의료인의 표현의 자유 및 직업수행의 자유와 함께 환자의 알권리와 합리적인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의료광고 관련 의료법 조항이 개정된 점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법원이 대상판결에서의 이유 설시를 통해 이 점을 확인한 것은 의료법 개별 조항의 체계적·조화로운 해석의 측면뿐 아니라 의료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별 주체들 상호간의 이해상충의 문제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균형 있게 해결하고자 하고자 한 것으로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결론 대상판결은, 제3자가 개입되지 않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의 환자유인행위에 대해서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의료법 제25조 제3항의 환자의 유인이라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에서 더 나아가 "그러한 광고행위가 의료인의 직원 또는 의료인의 부탁을 받은 제3자를 통하여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환자의 소개·알선 또는 그 사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현행 의료법 하에서 허용될 수 있는 제3자를 통한 광고행위의 한계를 넓혀 준 것으로 이해된다.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이 직접 수행하는 광고보다는 광고대행업체를 통한 의료광고가 늘어나고, 광고수단도 종래의 오프라인 광고에서 인터넷 및 이동통신수단을 이용한 온라인 광고로 변화하고 있는 의료계 현실을 반영할 뿐 아니라, 의료소비자인 환자의 알권리 신장과 의료인 및 광고대행업자의 직업수행 자유의 보호 측면에서도 대상판결은 바람직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대상판결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저촉될 수 있는 "의료시장의 질서를 현저하게 해치는" 광고행위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는 아니하므로 향후에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개별 의료광고의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 문제는 대두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2012-10-15
국제소송에서 입증의 정도의 성질결정과 준거법
Ⅰ. 사안의 개요 한국보험회사인 피고는 윤OO과 원양통발어업용인 한국선적의 선박에 대해 선체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영국 협회기간약관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위 약관은 영국법준거약관을 두고, "해상 … 또는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의 위험"과, "선장 … 의 과실"을 부보위험 중 하나로 규정한다(제6조 제1항, 제2항 제3호). 당사자는 보험금 중 일정금액을 원고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특약을 체결했다. 위 선박은 파퓨아 뉴기니아에 정박하다가 부산항을 향해 항해하던 중 산호초 지대에서 표류한 결과 인도네시아 부근에서 침몰했다. 원고는 보험금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Ⅱ. 소송의 경과 1. 원심판결(부산고등법원 1999.4.2. 선고 97나13696 판결) 원심법원은 사고원인은 협회기간약관 제6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하고, 선장 등이 선박 출항에 앞서 선저부분에 대한 조사·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데, 이는 선박침몰의 근인 중 하나로서 위 약관 제6조 제2항 제3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했다. 원심법원은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을 전면 긍정하고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고 보고, 그 증명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로 족하다고 했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부보위험인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하고, 그 증명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로 충분하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영국법준거약관의 유효성과, 객관적 입증책임(또는 증명책임)이 보험계약의 준거법에 따른다는 점은 대법원판례에 의해 확립되었다. 여기에서는 첫째, 보험계약의 국제성과 둘째, 입증의 정도(또는 증명도)의 준거법을 다룬다. 미리 밝혀둘 것은, 국제민사소송에서 증거에 관한 다양한 문제는 절차의 문제로서 법정지법에 의한다는 점이다. 즉 증명의 대상(자백의 효력 등), 증거방법(허용되는 증거방법, 증거방법에 대한 제한, 증언거부권의 종류와 범위), 증거조사와 증거의 평가(자유심증주의 여부) 등은 법정지법에 따른다. 2. 이 사건 보험계약은 국제계약인가 국제사법상 당사자는 채권계약의 준거법을 자유로이 지정할 수 있는데 이것이 '당사자자치'의 원칙이다. 문제는 순수한 국내계약에서 당사자자치의 허용 여부인데, 국제사법은 이를 허용하지만 그 경우 국내적 강행규정은 여전히 적용된다(제25조 제4항). 이는 당연히 적용되었을 강행규정을 당사자들이 합의로써 잠탈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준거법합의(또는 그것과 관할합의/중재합의) 외에 외국적 요소가 없다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합의해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석광현, 법률신문 제3920호 참조). 이 사건에서 보험의 목적은 한국선적의 원양어업용 선박이므로 보험계약의 국제성은 애매하다. 필자는 수입중인 적하에 대한 보험계약의 국제성과, 해외 재보험계약의 체결을 위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필요성을 긍정했지만, 한국선적 선박에 대한 보험계약에서 그 소재지를 고려하여 국제성을 판단할지는 불분명하다. 필자처럼 비교적 넓게 사안의 국제성을 인정하면 몰라도, "국제사법 제1조에 비추어 … 거래 당사자의 국적·주소, 물건 소재지, 행위지, 사실발생지 등이 외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곧바로 내국법을 적용하기보다는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그 준거법을 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을 적용하여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함으로써 명문 근거가 없는 '합리성의 기준'에 의해 국제사법의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대법원 2008.1.31. 선고 2004다26454 판결의 취지를 보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건 소재지'는 국제물권법을 상정한 것이므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① 외국적 요소의 존재와 ② 합리성의 기준이라는 양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3.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 가. 입증의 정도에 관한 법계의 차이 민사소송법상 어떤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하려면 법관의 의심에 침묵을 명할 정도의 확신, 즉 '고도의 개연성'의 확신이 필요하다(실제로 법관들이 그에 따르는지는 의문이지만). 반면에 영미 민사소송에서 요구되는 통상의 입증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 또는 '우월한 개연성'이므로 법원은 원·피고 주장의 개연성을 형량하여 어느 것이 50%를 초과하면 이를 증명된 것으로 취급할 수 있다(차이의 유래는 Habscheid/호문혁(역), 서울대 법학 통권 85·86호(1991.8.), 122면 이하 참조). 나.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 문제는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이다. 독일에는 이를 절차로 보아 법정지법(lex fori)을 적용하는 절차법설과 실체로 보아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lex causae)을 적용하는 실체법설이 있다. 절차법설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증의 정도는 소송에서 법관의 지위 및 확신(또는 심증)의 형성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둘째, 독일법에서 입증의 정도는 법관의 인적(또는 내부적) 확신의 형성인데, 실체 준거법인 외국법이 다른 기준을 요구하면 독일 법관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외국법의 내용을 확정할 수 없는 경우 더욱 그렇다. 세째, 입증의 정도는 법정지법에 따르는 증거의 평가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네째, 입증의 정도에 관하여 외국법을 적용하면 외국인 원고에게 입증의 정도를 완화하게 되어 내국인 피고에게 불이익을 주고 내국인차별을 초래한다. 실체법설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증의 정도는 입증책임처럼 실체법과 상호의존적이고 실체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책임법에서 입증의 정도를 낮추면 책임범위가 확대되고 이를 높이면 축소되므로 입증의 정도는 결국 책임을 결정한다. 둘째, 어느 당사자가 부담하나라는 경직된 구조를 취하는 입증책임과 달리 입증의 정도는 여러 단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입증책임보다도 실체법에 더 밀접하다. 독일에서는 과거 절차법설이 우세했으나 근자에는 실체법설도 유력해지고 있다. 모두 일리가 있지만,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법관의 확신의 형성과 그 정도를 다른 법에 종속시키는 것은 부적절하고, 법관에게 입증의 정도를 준거법에 따르게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실제적 이유로 절차법설이 설득력이 있다(우성만, 판례연구 제18집(2007), 459면 동지). 증명의 개념을 법관의 내부적 확신의 형성으로 파악하는 민사소송법 원칙을 법치국가적 관념에 근거한 소송법상 원칙으로 보아 절차법설 취하기도 한다. 소송법에서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규율하는 사항의 범위를 너무 확대하면 국제사법이 매우 복잡하게 되어 실무로부터 외면당할 우려도 있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준거법의 함의(含意)를 모르고 외국법을 지정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외국법이 규율하는 사항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도 있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이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을 밝힌 것은 큰 의의가 있으나 타당성은 의문이고 ① 외국적 요소의 존재와 ② 합리성의 충족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우리 법원은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이 인정되면 입증책임, 사실상의 추정과 입증의 정도가 모두 영국법에 의한다고 보는 듯하다. 대상판결도 입증의 정도의 성질결정에 대한 고민 없이 너무 쉽게 영국법을 적용했다. 더욱이 보험계약의 국제성이 부정되면 영국법이 준거법이더라도 입증의 정도는 한국법에 따라야 한다. 5. 관련문제: CISG와 손해 입증의 정도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UN협약'('CISG' 또는 '협약')상 계약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손해의 발생과 범위 및 손해와 계약위반간의 인과관계 등을 입증함으로써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협약은 손해의 확실성의 정도를 명시하지 않으므로 독일 등의 유력설은 이를 손해의 입증의 정도로서 절차로 보아 법정지법을 적용한다. 그러나 협약의 기초를 이루는 일반원칙인 '합리성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Schwenzer도 동지). CISG AC 의견 No. 6과 UNIDROIT 국제상사계약원칙(제7.4.3조 제1항)도 같다. 아니면 협약의 목표인 규범통일이 위태롭다. 우리 판례는 민법상 기발생 손해와 장래 발생할 손해의 입증의 정도를 구별한다. 대법원 1992.4.28. 선고 91다29972 판결은 "장래의 얻을 수 있었을 이익에 관하여는 증명도를 과거사실에 대한 입증의 경우보다 경감하여 채권자가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을 구체적이고 확실한 이익의 증명이 아니라 합리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이익의 증명으로 족하다"고 함으로써 채권자를 위해 일실이익의 입증의 정도를 완화했다(매매계약의 준거법은 한국법이었던 듯하다). 법원이 협약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도 같은 구별을 할지는 불분명하다. 협약 자체로부터 합리적 확실성의 기준을 도출하지 않는다면 이는 성질결정에 의해 좌우된다. 대상판결처럼 실체법설을 따르면 입증의 정도는 매매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에 의하게 되어 법원에 부담스럽다(우리 법원이 다룬 사건에는 보충적 준거법이 중국법, 캘리포니아주법, 퀸즐랜드주법, 스페인법과 싱가포르법인 사건이 있다). 반면에 절차법설은 매매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에 관계없이 대법원판결의 법리를 따를 수 있으므로 법원의 부담을 덜어 준다.
2011-07-25
음악저작물의 표절에 대한 판단 기준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그룹 "ynot?(와이낫)"의 멤버로 활동하는 가수들로서 2008. 4. 26. 노래 "파랑새"를 작곡하여 발표하였고, 피고들은 그룹 'CNBLUE(씨엔블루)'의 노래 "외톨이야"를 작곡한 자들이다. 원고들이 "파랑새" 중에서 피고들에 의해 부당하게 이용(표절)되었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후렴구에 해당하는 25마디부터 32마디까지 8마디, 54마디부터 61마디까지의 8마디, 70마디부터 85마디까지의 16마디로서 노래 전체 86마디 중 32마디이고(이하, "이 사건 노래부분"), 그에 대응하는 피고들 작곡의 "외톨이야" 악보부분은 후렴구인 25마디부터 30마디까지, 49마디부터 54마디까지, 78마디부터 83마디까지 각 6마디씩 전체 93마디 중 18마디(이하, "이 사건 대비부분")이다."파랑새" 중에서 이 사건 노래부분과 "외톨이야" 중에서 이 사건 대비부분은 모두 후렴구로서, 위 두 노래 모두 후렴구의 첫째 및 둘째 마디의 표현이 셋째 및 넷째 마디에 계속하여 동형진행(同形進行, Sequence)되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원고들은 피고들이 작곡한 "외톨이야" 중에서 이 사건 대비부분은 원고들이 작곡한 "파랑새"의 해당부분을 표절하거나 일부 변형하여 사용하였고, 위 부분은 전체 곡에서 질적 및 양적으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후렴구를 포함하여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며 전체 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파랑새"는 전체의 1/2에 해당하고, 외톨이야는 전체의 2/5에 해당하므로 "외톨이야"는 "파랑새"를 표절하여 원고들의 음악저작권 중 저작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원고들이 입은 손해로서 위자료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본건 소를 제기하였다. 2. 대상판결의 내용 대상판결은 후렴구 첫째 마디와 둘째 마디의 각 동형진행부분로 나누어 표절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고 있는바, 우선, ① 후렴구 첫째 마디 및 이와 동형진행부분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이 사건 노래부분과 그 대비부분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② 후렴구 둘째 마디와 동형진행부분에 대하여도, i) 원고들이 작곡한 이 사건 노래부분 중 후렴구 둘째마디 및 이와 동형진행부분은 선행저작물들에 이미 표현되어 널리 알려진 관용적인 표현에 해당하며, 원고들의 위 노래부분과 같은 음악적 표현이 선행저작물들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점, ii) 원고들은 대중매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소위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인 점을 종합하여, 피고들이 원고들의 노래에 의거하여 이 사건 대비부분을 작곡하였다고 할 수도 어렵다고 판단함으로써, "외톨이야"가 "파랑새"의 표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결을 선고하였다. 3. 대상판결의 법률적 쟁점에 대한 판단 가. 음악저작물의 표절 판단에 대한 일반적 기준 음악저작물은 일반적으로 가락(melody), 리듬(rhythm), 화성(chord)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되고, 이 세 가지 요소들이 일정한 질서에 따라 선택·배열됨으로써 음악적 구조를 이루게 된다. 그리하여, 음악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침해가 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① 피고가 원고의 창작적 표현을 복제하였을 것(창작성 복제), ② 피고가 원고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이를 이용하였을 것(의거관계), ③ 원고의 저작물과 피고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을 것(실질적 유사성)의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해당 음악저작물을 향유하는 수요자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음악저작물의 표현에 있어서 가장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형태로 표현되는 가락을 중심으로 하여 대비 부분의 리듬, 화성, 박자, 템포 등의 요소도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각 대비 부분이 해당 음악저작물에서 차지하는 질적, 양적 정도를 감안하여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나. 창작물의 복제 음악저작물에 있어서 저작권의 침해, 즉 "표절"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침해자가 저작자의 창작적인 표현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실질적으로 같거나 유사한 복제물을 작성하는 것을 말하며(저작권법 제2조 제1, 2호).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창작물의 기준으로는, 저작자 자신의 작품으로서 남의 것을 베낀 것이 아니라는 것과 수준이 높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는 정도로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다46259 판결). 결국, "파랑새"의 이 사건 노래분에 창작성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쟁점인바, 이 사건 노래부분과 이 사건 대비부분은 서로 가락이 동일하고 빠르기도 유사하나, 원고가 "파랑새"를 발표하기 이전의 선행 음악저작물로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컨츄리꼬꼬의"오!가니"(최준영 작곡 2000. 6. 발표)와 박상민의 "지중해"(유해준 작곡, 2002. 2. 발표)에도 유사한 가락이 표현되어 있는 것으로 인정되었다. 그러므로, "파랑새"와 선행저작물인 "지중해"는 음계가 동일하고, 빠르기, 음조가 다르더라도 음악에 있어서 빠르기는 리듬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며 그 빠르기에 대하여 원고에게 창작적인 지위를 부여할 수도 없다는 대상판결의 창작성 부존재 판단은 일응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빠르기나 음조와 관련된 창작성을 일률적으로 부인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는 음악전문가의 감정 등을 통하여 추후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 의거관계 국내 유일하게 표절을 인정한 사례(수원지방법원 2006. 10. 26.선고2006가합8583판결)인 이른바, "MC몽 vs 강현민(러브홀릭)"사건(이하, "MC몽 판결")에 의하면, 원고(강현민)의 곡"It's You"(그룹 The The)는 1998년에 공표되었고 피고의 곡(MC몽 '너에게 쓰는 편지')은 2004년에 공표된 점, 원고의 곡을 타이틀곡으로 하여 제작된 앨범이 10만장 이상 판매되어, TV, 라디오 등을 통하여 널리 방송되었으며 상업 광고의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되었던 사정 등을 종합하여, 피고의 곡은 원고의 저작물에 의거한 것이라 추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본건의 경우, 홍대 인디음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고가 이 사건 표절 논란으로 언론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대중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밴드였다는 점이 입증된 이상, 피고들은 '외톨이야'를 작곡할 당시 원고들의 '파랑새'를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대상 판결의 판단은 설득력이 있으며, 원고의 반증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라. 실질적 유사성 각 곡을 대비하여 유사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해당 음악저작물을 향유하는 수요자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음악저작물의 표현에 있어서 가장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형태로 표현되는 가락을 중심으로 하여 대비 부분의 리듬, 화성, 박자, 템포 등의 요소도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각 대비 부분이 해당 음악저작물에서 차지하는 질적·양적 정도를 감안하여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바, 위 MC몽 판결에 의하면, i) 문제된 1, 2소절은 각 음의 구성이 완전히 동일하고, 3, 4, 5, 6, 7소절은 서로 유사한 음의 구성으로 되어 있으며, 그 장단도 유사하여 전체적인 가락의 유사성이 인정되고, ii) 각 대비부분 8마디의 화성 진행을 대비하면 1소절, 2소절 앞부분, 3소절 뒷부분, 4소절 뒷부분, 5소절 뒷부분, 6소절 앞부분은 동일한 화성으로 구성되어 있고, 2소절 뒷부분, 5소절 앞부분, 6소절 뒷부분, 7소절 전체, 8소절 앞부분은 유사한 화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iii) 나아가 실제 가창되는 각 곡의 대비 부분의 박자, 템포, 분위기도 유사하다는 점이 인정되었다. 또한, 문제가 된 소절은 총 8소절로 각 곡 중의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각 곡의 후렴구로서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어 각 곡의 전체 연주시간에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핵심적인 부분이 여러 차례 반복됨으로써 청중이 전체 곡을 감상할 때 그 곡으로부터 받는 전체적인 느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이유로 표절을 인정하였다. 반면, 본건의 경우, i) 이 사건 노래부분과 이 사건 대비부분은 그 가락이 전혀 일치하지 아니한 사실, ii) 두 곡 전체를 화성(코드)의 측면에서 비교해 보아도 1절 24마디 중 4마디의 코드가 동일 또는 유사할 뿐이고, "파랑새"는 한 마디에 두개의 화성이 진행되고 "외톨이야"는 대부분 한 마디가 하나의 화성으로 이루어져 구성이나 진행방식이 서로 다른 사실, iii) 원고들의 "파랑새" 후렴구가 "Dm-C-Bb-C-Bb-Am-Bb-C"의 구성을 가지는데 반하여 피고들의 "외톨이야" 후렴구는 "Dm-Dm-Bb-Bb-C-C-F-A'"의 구성을 가지고 있어 한마디 정도의 화성만 동일한 사실, iv) "파랑새"가 ♩=102, "외톨이야"는 ♩=105로서 비슷한 빠르기를 가지고 있으나, "파랑새"는 16비트의 기본 리듬을 가지는데 반하여 "외톨이야"는 24비트를 기본리듬으로 삼고 있다는 차이를 인정하고 있다. 결국, 실질적인 유사성의 판단에 있어, 음악에 대한 단순한 느낌에 상당 부분 의존하기 보다는 음악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하여 표절 여부를 판단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쉽게 뒤집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음악저작물의 표절 여부는 음악의 요소인 멜로디, 화음, 리듬을 분석하여 이루어지므로 전문적인 판단이 어렵다. 그런데, 표절을 부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해당 곡을 표절로 낙인을 찍어 버리므로 그에 따른 작곡가와 가수에게 미치는 피해가 오랜 기간에 걸쳐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대중음악의 경우, 대중의 기호가 한정돼 있고 시대마다 유행이 있기 때문에 이에 민감한 대중음악 작곡가들의 창작에는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저작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표절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더 신중해야 하며, 법원의 판단 이전에, 음악전문가나 소비자로 구성된 중립적인 위원회, 또는 중재기관을 통하여 보편타당한 판단을 우선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표절 시비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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