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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에 대한 신의칙 적용에 관해
I. 일반론 - 세법상 신의성실의 원칙 국세기본법(이하 '국기법') 제15조는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에 관한 규정으로, 일반적으로 이른바 '금반언 원칙'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즉 과세관청이나 납세자가 일정한 언동(이하 '선행언동')을 한 후 이를 뒤집고 다른 언동(이하 '후행언동')을 한 경우 실체적 진실 또는 '실질'에 부합하는 후행언동과, 부합하지 않는 선행언동 중 어느 것에 따라 세법상의 법률효과를 부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원칙으로 운용되어 왔다. 이러한 신의칙을 과세관청에 대하여 적용하는 것은 행정법학에서 흔히 '신뢰보호 원칙' 또는 '확약의 법리'로 불리는 경우의 한 예에 불과하다. 반면 '납세자에 대한 신의칙 적용'(이하 '납세자 신의칙 적용')이란, 납세자의 후행언동이 '실질'에 부합함에도 불구하고, 세법의 적용에 있어서는 납세자의 신의칙 위반을 이유로 하여 후행언동의 존재를 무시하고 선행언동을 근거로 과세하는 것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이는 국기법 제15조를 하나의 일반적 과세근거로 보는 것과 같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 종래 논란이 되어 왔던, 실질과세 원칙에 근거하여 민사법상 유효한 법률행위의 존재를 무시하고 세금을 물릴 수 있는가의 문제와, 신의칙에 근거하여 '실질'에 부합하는 후행언동의 존재를 무시하고 세금을 물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같은 차원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II.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 1. 사실관계 (1) '실질': 갑은 강제집행면탈 목적으로 자신이 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을 회사 소유의 부동산을 2001.11. 처남인 원고에게 명의신탁하였으나, 그 후에도 을 회사는 위 부동산을 종전과 같이 사용하였으며 이를 위해 갑과의 임대차 계약 체결을 가장하였다. (2) 원고의 선행언동: 명의수탁자 원고는 자신이 위 부동산을 임대업에 공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과세관청 피고에게 부동산임대업 등의 사업자등록을 신청한 후, 위 부동산을 을 회사로부터 매입한 것으로 가장하고 그 매입세액 상당액을 2001년 제2기 부가가치세 표준에서 공제하여, 결국 2억 3천만 원이 넘는 세액을 환급 받았다. 대신 원고는 을 회사로부터의 임대료 상당액에 대하여 2003년 제2기까지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였다(다만 원심 대전고판 2006.8.24. 96누314에 따르면 실제 세금을 부담한 것은 을 회사였다). (3) 원고의 후행언동: 2004년 제1기 부가가치세로 신고한 금액 중 일부를 납부하지 않은 원고에게 피고가 미납세액의 징수고지를 하자 원고는 2004년 제2기에 와서 아예 폐업 신고를 하였다. 다시 피고는 이른바 '폐업시 잔존재화 자가공급 의제규정'(부가가치세법 제6조 제4항 전문)에 근거, 위 부동산을 원고가 시가로 '공급'한 것으로 보아 관련된 부가가치세 1억 1천만 원을 원고에게 부과하는 내용의 처분을 하였다(이하 '본건 과세처분'). 이에 대하여 원고는, 위 부동산은 명의신탁된 것이고 을 회사와의 임대차 계약도 가장행위에 불과하여 원고 스스로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한 바 없기 때문에, 결국 원고에게 위 공급의제 규정이 적용될 수 없어 본건 과세처분은 위법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본건 과세처분에 불복하였다. 2. 원심 판결의 내용 원심 법원은 납세자 신의칙 적용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아래 3.항 참조)를 전제한 후 위 1.항의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 원고의 선행언동이 '피고의 실지조사권을 방해하여 조세과징권의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은 아니고 따라서 원고의 후행언동이 '심한 배신행위'에 해당하지는 않으며, 특히 실지조사권이 있는 피고는 본디 해당 사안의 '실질을 조사하여 과세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피고가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본건 과세처분을 한 이상 선행언동에 대한 피고의 신뢰에 보호가치가 있다고도 할 수 없다고 보았다. 결국 원심 법원은 원고의 후행언동이 신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아 본건 과세처분을 취소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일반론으로서, 납세자 신의칙 적용은 '조세법률주의에 의하여 합법성의 원칙이 강하게 작용하는 조세실체법과 관련한 신의성실의 원칙의 적용은 합법성을 희생해서라도 구체적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적용된다고 할 것인바, 납세의무자에게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모순되는 행태가 존재하고, 그 행태가 납세의무자의 심한 배신행위에 기인하였으며, 그에 기하여 야기된 과세관청의 신뢰가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였다(확립된 판례이다). 이어 대법원은 원심 법원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더라도 이러한 '사실에 나타난 원고의 모순된 언동과 그에 이르게 된 경위 및 비난가능성의 정도, 이 사건 2004년 제2기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의 성격과 피고의 신뢰에 대한 보호가치의 정도, 부가가치세 등과 같이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정하여 신고하는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 과세관청의 조사권은 2차적·보충적인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본건 과세처분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부동산임대업 영위는 가장된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 위반이라고 보아, 본건 과세처분이 적법하다는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III. 평석 1. 쟁점의 정리 원고가 부동산임대업을 실제로 영위하지 않아 부가가치세법상 납세의무자가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에 대한 본건 과세처분이 국기법 제15조의 적용요건을 충족한다는 이유로 결국 적법한 것으로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이 사건의 쟁점이다. 2. 신의칙 적용 제한에 관한 검토의 필요성 이 쟁점에 관한 대법원 판례는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나타나지만, 실제로 과세처분을 유지하는 결과가 나온 경우로서 공간된 것은, 대상판결 전에는 1990년의 어느 한 사건이 유일하다(대판 1990.8.24. 89누8224). 대법원이 분식회계에 대하여 납세자에게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는 등(대판 2006.1.26. 2005두6300) 비교적 최근까지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가 계속되어 왔으나, 2009년 대상판결 선고에 이어 심지어 조세심판원이 대상판결의 취지를 다른 세목에도 확장하는 재결을 하는 등(조세심판원 2010.6.7.자 2009전2367 결정은 신의칙을 근거로, 과세관청이 위 원고에게 임대 수입에 관한 종합소득세를 부과한 처분까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최근 이 쟁점에 관한 실무의 태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납세자 신의칙 적용이란 결국, 본질적으로 불확정개념인 '신의칙'의 적용에 따라 세금의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조세법률주의를 최고의 지도원리로 삼고 있는 현재의 이론 체계 하에서는, 이에 대한 일정한 제한 원리를 세울 필요가 있다(조세법률주의 개념에 대한 최근의 이론적 비판은 여기서는 이 글의 목적상 논외로 한다). 3. 금반언 원칙으로서의 신의칙 적용에 관한 제한 가능성 (1) 이론적 문제점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금반언 원칙으로서의 신의칙을 납세자에 적용하는 것은 신의칙 적용이 없었더라면 납세의무가 없을 사람에게 세금을 물리는 결과를 낳는다. 그 논리적인 근거는 아마도 상법 제24조가 정하는 명의대여자의 연대납세의무나, 보다 일반적으로 민상법에서 인정하는 표현책임 -민법 제125조 이하의 표현대리나 상법 제395조의 표현대표이사의 책임 등- 과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다른 납세의무자가 존재하는 경우에 신의칙의 적용은 마치 국기법의 연대납세의무나 제2차 납세의무와 같은, 납세의무의 인적 확장에 유사한 결과를 낳는다. 이와 같이 납세자에 대한 신의칙 적용이 개념적·논리적으로 전혀 불가능하다고 할 것은 없다. 그러나 위의 연대납세의무나 표현책임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납세의무의 확장에 관하여는 분명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며, 특히 이러한 필요성은 세법의 영역에서 더 현저하다. 조세법률주의의 핵심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과세요건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 반드시 법률에 명확한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국기법 제15조만으로는 도저히 그러한 요구가 충족되었다고 하기 어려우며, 그렇다고 그 하위 법령에 어떤 구체화된 세부적 적용 기준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국기법 제14조 실질과세 원칙에 관한 대법원 판례(종래 자주 인용되어 오던 것으로서 대판 1991.5.14. 90누3027과 이를 재확인한 최근의 대판 2009.4.9. 2007두26629 등)와 비교하여 보면 이러한 문제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즉 대법원은 실질과세 원칙과 관련하여서는 이 법원칙이 구체적 과세의 근거가 될 수는 없으며, 조세회피 행위를 부인하고 과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별적·구체적 과세근거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왔다. 그렇다면 유독 신의칙과 관련하여 국기법 제15조만에 의하여 과세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일관성이 없다. 따라서 기존의 판례나 이론체계와의 조화를 고려하는 이상 그 동안 대법원이 취하여온 소극적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나, 반면 1990년 이후 최초로 이러한 과세를 긍정한 대상판결의 입장에는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이론적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2) 신의칙 적용의 기준 어쨌든 현실적으로 신의칙 적용에 따른 과세를 긍정하는 대법원 판례가 변경될 가능성은 당분간은 없는 듯하다. 따라서 이 원칙이 다시 논란이 되기 시작한 현재로서는, 그 적용의 범위나 요건을 분명히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특히 문제되는 것은 이 원칙의 적용요건으로서 대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심한 배신행위'라든지 '보호가치'와 같은 개념이 너무나 불명확하고 자의적 해석의 여지를 낳는다는 점이다. 이 요건들이 지금까지와 같이 단순히 이 원칙의 적용을 사실상 배제하는 방향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신의칙 적용을 가능하게도, 불가능하게도 하는 의미를 갖는다면 이러한 점은 문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조금 다른 기준들을 생각하여 보고자 한다. 1) 선행언동으로 인한 결과의 원상회복 문제 납세자 신의칙 적용에 관한 현재의 판례를 확립한 대판(전) 1997.3.20. 95누18383의 소수의견은, 납세자가 적어도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 종결시까지는 선행언동의 결과를 스스로 제거(즉 '원상회복')을 하거나 아니면 선행언동에 따른 과세를 당하거나를 양자택일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 결과이며, 따라서 원상회복이 없으면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견해는 무엇보다 그 적용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며, 세금과 관련된 분쟁의 공평한 해결이라는 측면에서도 일단 수긍할 수 있는, 비교적 균형 잡힌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은 사실심 변론종결 후의 원상회복을 고려할 수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였으나, 이른바 후발적 경정청구(국기법 제45조의2 제2항)가 인정되고 있는 현행 법제 하에서는 이러한 지적이 문제될 여지도 작아졌다. 2) 선행언동이 세금과 관련된 것인지 여부 다음으로 선행언동의 동기를 따지는 방법이다. 즉 선행언동이 세금과 전혀 무관한 혜택을 얻을 의도에서 행하여진 것이라면, 세금을 동원하기보다는 그 다른 혜택과 관련된 법령에서 정하여진 제재에 의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반대로 선행언동으로 세금 관련 혜택을 얻은 것이라면, 이때는 세금을 신의칙 위반 행위에 대한 하나의 '제재'로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물론 세금에 관한 종래의 혜택을 박탈하고 가산세를 부과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처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부과제척기간 적용 등의 이유로 이러한 대처가 불가능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신의칙에 따른 과세가 가능하다는 생각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이는 상증법 제45조의2 증여의제 규정의 해석론에 유사하다). 3) 대상판결과의 관련 이들 중 어느 쪽으로 보나 대상판결의 결론 자체는 정당화된다. 즉 이들 기준들은 현재 대법원의 입장과 크게 다른 결과를 낳지 않는 반면, 그러한 결과에 도달함에 있어 현재의 판례보다 훨씬 더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공한다. 물론 해석론으로 이와 같은 구체적인 적용기준을 도출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이는 무엇보다 신의칙에 따라 과세 여부를 결정하는 대법원의 입장 자체에 근본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드러낼 따름이다. 4. 금반언 원칙을 넘어선 신의칙 적용의 가능성에 대한 제한 금반언 원칙에서 더 나아가, 신의칙이 납세자의 사회통념상 용납되지 않는 행위 일반에 적용되어, 국기법 제15조에 따라 납세자에게 세금과 관련된 불이익 -예컨대 소득 없는 사람에게 소득세를 부과하거나 세액계산 과정에서 특정 조문의 적용을 배제하는 등 세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세법을 해석- 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제시될 여지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러한 과세 역시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우선 국기법 제15조가 독립된 과세근거가 될 수 없다는 앞에서의 논의는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다음으로, 이러한 의미에서 물리는 세금은, 표현책임 등과 같은 기존의 다른 개념으로도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고, 순수하게 신의칙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로 밖에는 볼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법치행정의 원리상 이러한 제재의 부과에 대하여는 역시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세가 혹시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법적용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보충적으로만 가능하다는 생각이 항상 우선되어야 한다. 즉 신의칙에 위반된 납세자의 행위에 대하여 법령에 형벌이나 행정벌, 가산세 등 별도의 제재에 관한 규정들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는 입법자가 그러한 유형의 행위를 미리 예견하고 그에 대하여 법질서 보호를 위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의 제재를 사전에 마련하여 둔 경우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 입법자가 정한 바를 넘어 과세관청이나 법원이 구체적 근거 규정 없이 납세자에게 세금과 관련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조세법률주의는 물론) 입법자의 의도에도 어긋나는 것이 된다(이태로·안경봉, 조세법강의(제4판), 2001, 37쪽 역시 납세자가 신의칙 위반 행위로 조세법상 각종 불이익한 처분을 받게 된다는 점을 들어, 이러한 신의칙 적용은 '사실상 극히 제한'된다고 설명한다). 요컨대 금반언과 무관한 신의칙의 납세자에 대한 적용은 (혹시 가능하다 고 보더라도) 어디까지나 보충적인 것으로서, 납세자의 행동이 국고의 일실을 결과하고 이러한 일실의 결과가 정의에 현저히 어긋날 뿐 아니라, 특히 입법자가 미리 마련하여 놓은 제재가 전혀 적용될 수 없어 신의칙 적용이 이에 대응할 유일한 수단인 경우에 한하여 가능하다고 하여야 한다(물론 비례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과 같은 공법상의 일반 원칙들의 적용도 받는다). IV. 대상 판결에 대한 평가 및 결론 기존의 판례나 이를 전제로 한 논의 하에서 대상판결의 결론은 대체로 타당한 것이라고 하겠지만, 혹시 이 판결의 취지가 신의칙 위반에 대한 과세의 범위를, 우리 세법 체계에 조화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넓히는 방향으로까지 작용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이 점에서 최근의 조세심판원 결정에는 우려되는 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행정부의 과세권 행사에 입법부의 구체적 권한 부여(즉 법률의 근거 규정)가 필요하다고 보는 체계를 갖고 있는 경우, 납세자의 행위가 신의칙에 위반되었다는 막연하고 불확정한 이유만으로 행정부나 법원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무제한 허용하는 것이 곤란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의칙의 구체적 적용범위 제약을 위한 논의는 앞으로도 활발하게 이어져야 할 것이다.
2010-10-1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허용이 신의칙·사회정의에 반하지 않는다는 사례
Ⅰ. 사실관계와 판결요지 1. 사실관계 X(원고, Y의 처)와 Y(피고, X의 남편)는 1990년 12월12일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로서 그 사이에 사건본인 S1(1993년생)갨2(1994년생)를 출산하였는데, X는 Y의 잦은 음주와 외박으로 원만하지 않은 혼인생활을 하던 중 1997년 11월30일 가출하여 따로 생활하다가 2003년 9월30일 Y의 설득으로 다시 집으로 들어 왔으나 한달 만인 2003년 10월30일 다시 가출하였다. X가 잠시 가정에 복귀한 기간을 제외하고, 11년이 넘게 X와 Y는 각자의 주거지에서 별개로 생활해오다가 X는 2007년 초에 소외 M과 현재까지 동거하면서 그들 사이에 2009년 2월12일 다리가 기형인 딸(D)을 출산하였다. S1갨2들은 X갳의 별거기간동안 Y의 어머니(G)의 도움으로 양육하여 왔으며 원심변론 종결일에 S1갨2는 각 고교 1학년, 중학교 3학년생으로 성장하였다. 이 사건 조정기일에서 X는 D의 치료·양육을 위해 가족관계등록을 하는데 장애가 되는 Y와의 혼인의 해소를 주장하였고 Y는 X의 가정복귀를 원하여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이에 제1심판결은 X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원심(광주고법)은 2009년 6월5일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X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Y가 상고하기에 이르렀다. 2. 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의 요지(1심판결의 취소·이혼) : 부부의 별거가 상당히 장기간에 이르고 부부간의 어린 자녀가 없는 경우라면, 상대방이나 자녀가 이혼으로 인하여 정신적·사회적·경제적으로 심히 가혹한 상태에 처하게 되는 등 이혼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현저하게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는 이유만으로 당해 청구가 허용될 수 없다고 해석해서는 아니된다(각판공보, 2009. 8.10.). 대판요지(상고기각) : 원고와 피고사이의 11년이 넘는 장기간의 별거,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사실혼관계 형성 및 자의 출산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원고와 피고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하여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와 피고의 혼인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 Ⅱ. 판례평석 1. 머리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란 혼인관계의 파탄에 전적으로 주로 책임있는 배우자로부터 그 파탄을 이유로 하는 이혼청구이다. 이 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신의칙·사회정의'의 관점에서 인용함으로써 종래의 소극적 파탄주의에 한정되어 왔던 입장에서 커다란 전환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논고는 본 판결의 의의와 금후의 과제에 관하여 고찰한다. 2. 판례연구 (1) 본 판결에서의 논의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종래 판례입장의 전환 여부와 본 판결의 '이혼파탄주의 법리'로의 전환여부이다. 또한 청구인과 소외인(M)과의 신분관계가 '사실혼'이냐 하는 점이다. (2)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종래의 판례입장(기각)의 전환 여부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판례·학설의 동향 판례의 동향 : 대법원의 1965. 9.21. 판결(65므37)은 축첩한 청구인의 이혼청구를 정면으로 배척한 소극적 판결의 효시이었다. 대법원의 1987. 4.14. 판결(86므28)은 상대방이 혼인계속의 의사가 없으면서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상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하고 있다(법원공보 801호: 같은 취지; 대판 1996. 6.25. 1994므741). 학설의 동향 :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하는 '일반론'의 안이한 적용은 엄격하게 좁혀야 하고 피고에게 이혼의사가 명백한 경우에는 배척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김주수, 친상법 p203~ 204)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할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의 별거기간이 지나면 유·무책사유와 관계 없이 이혼을 허용함이 타당하다는 견해(한봉희, 가족법 p161)가 주류이다. 그밖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자의 이익을 위해 일정기간, 이혼을 유예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이희배, 가족법학논집 p1,046~ 1,049). 외국의 판례 : 일본최고재판소의 1987. 9.2. 판결(소화61오260호)은 부부의 별거가 상당히 장기간 등의 경우에는 이혼청구를 용인함이 사회정의에 반한다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유책배우자의 청구란 한 사유만으로 불허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다(川井 健, 강좌 현대가족법, 2권 p216~219) 2) 종래의 판례 입장 전환여부 가) 종래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판례의 입장 대법원의 종래 판례의 입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기각하였으며(대판 1989. 10.24. 89므429), 예외로 인용하는 입장이었다. 즉, 피청구인의 이혼의사가 명백한 경우(대판 1987. 12.8. 87므44), 오기 보복적 반감으로 표면상 이혼에 불응하는 경우(대판 1987. 9.22. 86므87), 청구인의 유책성이 피청구인보다 가벼운 경우(대판 1990. 3.27. 88므375), 유책행위와 파탄과의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대판1988. 4.25. 87므9), 청구인용이 사회정의에 반하지 않는 경우(서가판 1999. 5.27. 98드32995; 일본최고재판 1987. 9.2. 소화61오260호) 등을 들 수 있겠다. 나) 본건 대판의 입장 전환 원심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현저히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청구인용의 판시를 하고 있다. 본건 대판도 신의칙에 비추어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용의 판결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취지의 판결은 대법원 판결로서는 본 판결이 처음인 것 같다. 이 판결의 의의는 원칙적 이혼규범의 2중상태가 수정되어 종래의 재판규범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변경'의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즉, 제한적 파탄주의(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를 극복하고 전면적 적극적 파탄주의를 지향한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3) 본 판결의 '이혼파탄주의법리'로 전환여부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인용의 배경 본 판결은 원고의 유책성을 '신의칙'에 입각하여 그 중대성 여부를 판단하였고 원심판결에서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사회정의'에 비추어 그 인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본 판결은 전면적 파탄주의에 입각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종래의 오랫동안 제한적 파탄주의에 한정하고 있던 판례의 태도에 '변경'을 가져온 섬세한 조정의 역할을 하였으며 우리나라 이혼법에 커다란 전기가 되었다는 점에 그 역할의 의의를 인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2) 이 판결을 계기로 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대해서는 '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의 태도에서 진일보 하여 '원칙적 인용-예외로 이혼유보'의 방향의 발전을 거쳐 종국적으로는 전면적 파탄주의로의 발전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3. 여론 청구인과 소외인(M)과의 신분관계는 혼인신고 가능상태가 아닌 점에서 '사실혼'이 아니고(대판 1987. 2.10. 86므70, 대판 1978. 10.3. 78므37, 대판 1984. 8.21. 84므45 참조), 피청구인과의 이혼합의 없는 일방적 별거 중이므로 '중혼적 사실혼'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이해된다(대판 1996. 9.20. 96므530 참조 : 이희배, 가족법판례연구 p481~482 참조). 4. 맺는말 이 판결의 의의는 원칙적 이혼규범의 2중상태가 수정되어, 종래의 재판규범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변경'의 역할을 하였다고 할수 있다. 또한 제한적 파탄주의(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에서 발전하여 전면적 파탄주의를 지향한 진일보한 판결이라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판결은 전면적 파탄주의에 입각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종래의 오랫동안 제한적 파탄주의에 한정하고 있던 판례의 '변경'을 가져 온 섬세한 조정의 역할을 하였으며, 우리나라 이혼법 발전에 커다란 전기가 되었다고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2010-03-08
영업권 양도와 부당행위계산부인 적용문제
1. 서론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 간에 영업권을 양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영업권의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당사자 간에 합의한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 그 가격이 적정한지 여부를 조사할 것이다. 조사 결과 그 가격이 과세관청이 계산한 것과 비교하여 차이가 있으면 “자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매입하거나,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양도한 경우”(법인세법시행령 제88조 제1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과세관청은 거래가격을 부인하고 법인세를 추징한다. 한편 영업권 양도거래는 시가로 인정할 만한 “해당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해당 법인이 특수관계자 외의 불특정다수인과 계속적으로 거래한 가격 또는 특수관계자가 아닌 제3자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법인세법시행령 제89조 제1항)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과세관청과 사이에 마찰이 자주 발생하는 분야이다. 대상판결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고, 거래 당시에도 순손실이 나는 기업의 영업권 평가에 관한 문제를 다룬 것으로서 선례적 가치가 있다. 2.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언론사가 계열사로부터 잡지사의 영업권을 9억원에 양수한 계약이 문제되었다. 대법원이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① 이 잡지는 10여년 전에 창간된 이래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고 유효 독자비율이 80%에 이르러 다른 주간지에 비해 우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② 원고가 영업권을 인수한 이후 계속하여 당기순이익을 달성하고 있다, ③ 영업권 평가를 내부손익자료에 기초한 관리회계방식에 따랐다고 하여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④ 만일 장부상의 순자산가치만을 기준으로 청산대금을 산정했더라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관계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지적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 ⑤ 법원이 시행한 감정결과상 감정가액도 이 사건 거래가액을 상회한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상표권이 포함된 이 사건 영업권의 가치를 9억원으로 산정하여 인수한 것은 고가매입이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은 상속세및증여세법상의 영업권 평가액이 0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거래대상이 경제주간지로서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는 경쟁력 있는 영업권이라는 특수성, 거래시 회사내부손익자료를 바탕으로 영업권 가액을 산정한 경위, 영업권 인수 이후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실제 영업실적, 재판과정에서 의뢰한 영업권에 대한 감정결과가 거래가액보다 높게 평가되는 점을 종합하여 영업권을 9억원으로 한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가. 영업권의 의미와 평가방법 영업권은 “그 기업의 전통, 사회적 신용, 그 입지조건, 특수한 제조기술 또는 특수거래관계의 존재 등을 비롯하여 제조판매의 독점성 등으로 동종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말한다”(대법원 1985. 4.23. 선고 84누281 판결 등). 따라서 영업권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실제 거래도 빈번하다. 통상 영업권의 평가는 회계법인이 한다. 이 사건에서도 1심 법원의 감정촉탁에 따라 회계법인이 잡지사에 대한 영업권을 평가하였고, 그 결과 영업권 가액은 12억원이었다. 영업권 평가방법은 일반적으로 초과이익환원법과 현금흐름할인법이 많이 이용된다. 초과이익환원법은 장래의 초과이익을 자본화한 현재가치로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고, 현금흐름할인법은 기업의 장래 영업활동에 의한 추정현금흐름을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현재가치로 전체 기업가치를 산정한 다음 여기에서 당해 기업 순자산의 공정가치를 차감하여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다. 이 사건에서는 초과이익환원법이 적용되었다. 즉 영업권의 가치=[예상평균순이익-(순자산×정상이익률)]÷초과이익환원율의 공식이다. 판례도 초과이익환원법 적용이 적법하다는 전제하에,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합병하여 그 영업상 기능 내지 특성을 흡수함으로써 합병 전의 통상수익보다 높은 초과수익을 갖게 된다면 합병 후 높은 수익률을 가져올 수 있는 피흡수회사의 무형적 가치는 영업권이라 보아 무방하다”(대법원 1986. 2.11. 선고 85누592 판결)고 함으로써 영업권 평가시점 이후에 발생할 수익을 초과수익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나.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법리와 실무 부당행위계산부인이란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의 거래에 있어 정상적인 경제인의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인세법시행령에서 정한 여러 거래형태를 빙자하여 남용함으로써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경감시켰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과세권자가 이를 부인하고 법령에 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객관적이고 타당하다고 보이는 소득이 있는 것으로 의제하는 제도”이다. 이는 경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거래형식을 취함으로 인하여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하였다고 인정될 때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경제적 합리성 유무에 대한 판단인데, 판례는 “거래행위의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과연 그 거래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한 비정상적인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되 비특수관계자 간의 거래가격, 거래 당시의 특별한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7. 12.13. 선고 2005두14257 판결 등). 이러한 법리는 확립된 판례의 입장이고, 실제 소송에서는 구체적 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해명과 그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합리성이 없다는 과세관청의 주장이 교차된다. 다.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의 처리 특수관계자 간에 거래가 발생하였으나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법인세법령상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감정평가법인이 감정한 가액에 의하고, 그마저도 없는 경우에는 상증세법에 의한 평가가액에 의한다. 과세관청은 거래가액을 감정가액이나 평가가액과 비교하여 차이가 발생하면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령에서 시가를 산정하는 방법을 규정한다고 하여 이를 부당행위계산부인과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부당행위계산부인은 경제적 합리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바, 이에 대한 판단 없이 평가가액과 거래가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만으로 문제 삼는 것은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둔 취지와 맞지 않고 확립된 판례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과세관청의 이러한 논리는 시가는 어떤 특정한 절대수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오해한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과세관청은 과세처분 당시에는 감정가액이 존재하지 않았고 상증세법으로 영업권을 평가하면 0원으로 평가되는데 당사자들이 영업권을 9억원으로 평가하여 거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과세관청은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당기 순손실이 수년간 발생하고 있었고,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는 점을 근거로 하였으나 이러한 판단은 영업권의 특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즉 과세관청으로서는 이 사건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영업권 인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종합적인 검토를 했어야 했음에도 평가시점을 기준으로 한 검토에 그친 잘못이 있다. 라. 당기순손실 발생과 영업권 가치 영업권의 본질이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면 점을 고려하면 수년간 당기순손실을 본다고 하여 곧바로 영업권 가치가 없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회사는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화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특정기간에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장래 그 회사의 전망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나타난 결과만으로 영업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영업권의 특성에도 맞지 않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영업권을 평가해야 할 것이고 거래 이후 실제로 발생한 영업실적도 고려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를 할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외부 감정기관을 활용해야 할 것이지 상증법상의 평가가액과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바로 과세할 것은 아니다. 마. 다른 법령에 대한 종합적 고려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조세법적인 측면 이외에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령의 측면에서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특정한 거래를 하면 그 거래효과는 특정한 법률이나 특정한 정부기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과세관청이 고가매입이라고 보는 경우에도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기관은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국가기관간에 특정 기관의 평가가액을 다른 기관이 존중해 준다는 법령상 근거가 없는 이상 거래가액 산정에 대한 위험을 회사에 부담시키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대상판결도 과세관청 주장대로 거래하였더라면 오히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특수관계자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잡지사를 영업권 0원으로 양수하는 경우에 거래의 공정성이 의심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은 당해 거래를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지 못하고 과세처분이라는 일면에서 본 잘못이 있다. 바. 소송시 유의점 처분 당시에는 시가로 볼 만한 거래가액이나 감정가액이 없는 경우라도 소송과정에서 이러한 가격을 찾을 수 있다. 판례는 소송 중에 소급 감정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감정신청을 통하여 새로운 가액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감정신청을 할 경우에는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주장하여 이를 감정결과에 반영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최근 판례를 소개한다. 조세를 부과함에 있어 과세관청이 시가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하여 평가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시가가 입증된 때에는, 그 시가에 의한 정당한 세액을 산출한 다음 과세처분의 세액이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지 여부에 따라 과세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여기에서 시가라 함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한 가액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격도 시가로 볼 수 있고, 그 가액이 소급감정에 의한 것이라 하여도 달라지지 않는다(대법원 2008. 2.1. 선고 2004두1834 판결). 4. 결론 대상판결은 영업권이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는 성질을 고려하여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과 이 경우 부당행위계산부인에서는 거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경제적 합리성이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판결의 이유와 결론에 모두 찬성한다. 법치주의 확립 및 납세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타당한 판결이라 생각한다.
2009-11-02
용도폐지공공시설의 무상양도신청의 거부에 관한 소고
Ⅰ. 事案의 槪要 피고가 2002년 11월5일 원고들에게 주택건설사업계획에 대한 사업계획승인을 하면서 다음을 포함한 54개 항목의 승인조건을 부가하였다: 사업계획부지 내에 포함된 도로는 행정재산 용도폐지 후 사업주체가 착공 전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할 것(제16항), 사업부지에 포함되어 있는 국·공유지는 착공신고 전까지 소유권을 확보할 것(제32항). 그런데 원고들은 사업부지 내 국공유지를 매수하여 착공신고 전까지 매수하여 소유권을 확보하라는 이들 승인조건과 관련하여 2003년 7월24일 피고에게 사업시행지에 속해 있는 피고 소유의 별지목록 기재 각 토지를 무상으로 양도하여 달라는 신청(이하 ‘이 사건 신청’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에 피고는 2003년 8월25일 원고들에게 용도폐지 토지의 무상양도 여부는 피고의 재량인 점, 사업부지 내 국·공유지의 유상으로 매수한다는 이 사건 승인조건을 수용할 것을 전제로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여 이에 따라 이 사건 승인조건이 부가된 점, 관내 다른 사업장과의 형평성 및 유사 민원의 재발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무상양도를 거부함과 아울러 기존의 이 사건 승인조건대로 사업부지 내 국·공유지를 조속히 매입하라고 통지하였다. Ⅱ. 判決의 要旨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에 대하여 한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되려면 행정청의 행위를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국민에게 있어야 하고, 이러한 신청권의 근거 없이 한 국민의 신청을 행정청이 받아들이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거부로 인하여 신청인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할 수 없다(대법원 1984. 10.23. 선고 84누22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제소기간이 이미 도과하여 불가쟁력이 생긴 행정처분에 대하여는 개별 법규에서 그 변경을 요구할 신청권을 규정하고 있거나 관계 법령의 해석상 그러한 신청권이 인정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민에게 그 행정처분의 변경을 구할 신청권이 있다 할 수 없다. Ⅲ. 問題의 提起 해당 조건(제16·32항)을 부담으로 인식한 대상판결과 그 원심(서울고법 2005. 8.18. 선고 2004누22154 판결)은 ‘이 사건 신청’을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조건의 변경요청으로 받아들여, 일단 부담의 사후변경의 차원에서 접근을 하였다. 그리하여 대상판결과 그 원심은 (부담의)독립된 행정처분의 인정에서 비롯된 불가쟁력의 발생을 연계시켜, 행정행위의 재심(폐지)가능성의 물음과 관련해서 소극적 입장을 천명하고, 사안에서 거부처분의 성립을 부인하였다. 반면 1심(서울행정법원 2004. 10.12. 선고 2003구합35625 판결)은 전혀 다른 논증을 통해 거부처분의 존재를 인정하였다. 사안을 부관(부담) 및 그것의 변경과는 유리된 차원에서 접근하여 不可爭力의 측면을 분명히 배제하였으며, 구 주택건설촉진법 제33조 제8항의 준용규정에 따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 제65조 제2항의 공공시설의 무상귀속의 위헌적 요소를 결정적인 착안점으로 삼았다. 이하에선 양자의 구분된 접근방식에서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Ⅳ. 사안상의 該當條件의 法的 性質 여기서 당초의 사업계획승인조건(제16·32항)이 과연 사업계획승인처분의 효력발생과 무관한 의미를 가지는 부관 즉, 부담인지 의문이 든다.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처분을 통해 사업계획의 적합성을 확인받고 합법적으로 건설시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건축허가마냥 주택건설허가인 셈이다. 그리하여 건축허가와 마찬가지로 주택건설허가 역시 그 허가권자로선 해당 사업부지 전체에 관한 權原을 가져야 한다. 만약 사업부지의 일부라도 권원이 없다면 허가적격성이 결여된다. 나아가 사안처럼 그 사업부지 내에 도로에 제공된 토지(공물)가 존재할 때, 그 토지가 공용폐지가 되지 않는 한, 설령 아파트가 완성된다 하더라도 아파트의 소유관계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허가적격성의 차원에서 보면, 해당 승인조건은 건설허가로서의 승인처분이 형성효(건설시공)를 의문없이 갖게 하는 계기가 된다. 요컨대 여기서의 승인처분조건은 본체인 행정행위를 보충하는 의미의 부담은 아니며, 본체인 행정행위의 효력을 좌우하는 의미의 조건에 해당한다. 구체적인 조건의 양태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승인처분이 건설허가로서 형성효과를 지니며 조건이행의 시점이 공사착공 전까지인 점에서 사안의 조건은 정지조건이라 하겠다(반면 부담으로 보는 견해로 盧坰泌, 불가쟁력이 발생한 행정처분의 변경을 구할 조리상 신청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대법원판례해설 제68호, 2007. 12., 418면). 이처럼 정지조건의 차원에서 출발하면 ‘이 사건 신청’을 승인조건에 바로 연계시키지 않고 별 어려움 없이 그 취지-대상토지의 무상양도요청- 그대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이 사건 신청’은 승인조건을 나름대로 이행하기 위한 또는 착공 전에 사업부지 전체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하여 승인조건을 사실상 실효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강구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신청’을 승인처분의 일부(부관)의 변경을 구하는 것으로 볼 순 있겠지만(이를 2심은 명백히 부정한다), 독립된 부담으로서의 승인처분조건의 변경요청으로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Ⅴ. 독립된 無償讓渡申請의 차원에서의 접근  원고는 국토계획법 제65조 제2항 후단부분을 착안점으로 삼아 무상양도를 신청하였다. 기왕의 거부처분인정공식(행정행위의 신청+신청권의 존재)에 의하면, 대상행위의 처분성, 그에 관한 신청권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1심은 전자의 물음과 관련해서, 용도폐지된 행정재산(일반재산: 잡종재산)의 양도나 매각이 원칙적으론 私法行爲이지만,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라는 우월한 지위에서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일정한 요건을 갖춘 특정한 상대방에게 경제적 합리성을 갖는 통상적인 가격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나 무상으로 국·공유재산을 양도할 수 있는 내용의 재량권을 가진 경우”, 그에 따른 현저히 낮은 가격이나 무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는 행정처분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매우 의미로운 논증이긴 하지만(이런 논증에 호감을 표한 문헌으로 崔桂暎, 용도폐지된 공공시설에 대한 무상양도신청거부의 처분성, 행정법연구 제14호, 2005. 10., 429면 이하), 결정적으로 대부국유임야대부·무상양여 및 그 거부와 폐천부지양여의 처분성을 부인하는 대법원 1983. 8.23. 선고 83누239 판결과 1985. 3.26. 선고 84누736 판결을 넘어서긴 어렵다. 생각건대 일반재산(잡종재산)의 양여에 관한 기왕의 논증을 벗어나기 위해선, 오히려 “「국유재산법」과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도 불구하고”라는 국토계획법 제65조 제2항 후단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私法的 관점을 수정하는 착안점으로 삼고 아울러 공법귀속의 문제에서 實體的 相關關係理論을 적용하면, 동규정상의 무상양도를 공법적으로 접근하는 데 크게 어렵지 않다. 요컨대 여기서의 무상양도결정은 私法的 효과(소유권의 무상이전)를 발생시키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이런 單獨的 私權形成的 行政行爲의 또 다른 예가 금융감독위원회의 계약이전결정이다. 대법원 2002. 4.12.선고 2001다38807 판결 참조). 그리고 대법원 1983. 8.23. 선고 83누239 판결 등의 사안은 공공시설의 무상귀속과는 무관하다. 私的 사업자로선, 유상양도를 설정한 사업계획승인조건의 부가에 즈음하여 무상양도의 가능성을 나름대로 모색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미 대법원 1998. 11.24. 선고 97다47651 판결은, 국토계획법 제65조 제2항 후단부분에 상응하였던 구 도시계획법 제83조 제2항 후단부분에 대해서, “문언에 반하여 ‘무상으로 양도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기속규정으로 해석할 근거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여기선 국토계획법 제65조 제2항에 관한 섬세한 검토가 필요하다. 전단부분이 신설 공공시설의 무상귀속을 통한 일종의 國庫的 特權(Fiskusprivilegien)을 규정한 것이라면, 후단부분은 그에 대응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상양도여부를 전적으로 재량사항으로 보면, 私的 사업자의 지위는 매우 열악한 처지에 놓인다(공공시설 무상귀속의 위헌문제에 관해선, 헌법재판소 2003. 8.21. 선고 2000헌가11, 2001헌가29(병합) 결정 참조). 따라서 용도폐지공공시설의 무상양도를 신설공공시설의 무상귀속에 대한 일종의 제도적 방어기제로 바라보아야 한다. 양자간의 균형추가 신설공공시설의 설치비용범위이다. 이런 식의 접근을 하면 무상양도여부의 재량은 자연스럽게 축소될 수 있으며, 그 귀결은 -1심이 취하였듯이- 거부처분의 인정공식에서 요구하는 신청권의 인정이다(무상양도의무의 성립은 별개이다). 1심 역시 동항의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방편으로, 무상양도에 관한 조리상의 신청권의 존재를 정당하게 논증하였다(반론, 盧坰泌, 420면). Ⅵ. 負擔의 變更申請의 차원에서의 접근 한편 대상판결과 그 원심은 ‘이 사건 신청’을 기왕의 승인조건(부담)에 연계시켜 부담변경신청으로 접근한다. 그리하여 그것의 거부는 기왕의 부담(행정행위)의 변경신청에 대한 거부인 셈이고, 관건은 不可爭的 행정행위의 변경신청권의 존부이다. 허나 그런 변경신청권을 명시한 예가 없을 뿐더러, 판례상으로도 공사중지명령해제요구권(대법원 1997. 12.26.선고 96누17745판결)과 국토이용계획변경신청권(대법원 2003. 9.23.선고 2001두10936 판결)에서나 예외적으로 인정되었을 뿐이다. 사정이 이럴진대, 비록 상례적인 탈출구(관계 법령의 해석상 그러한 신청권이 인정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있긴 해도 판례의 기조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경우 독일 행정절차법 제51조(不可爭的 행정행위의 재심사)와 같은 명문규정이 없는 이상, 독일에서의 광의의 재심사에 착안하여 행정행위의 폐지(취소·철회)의 일반론에 의거하여 접근할 수 있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行政行爲의 廢止와 그에 따른 재심사는 협의의 재심사(행정절차법 제51조)와는 달리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데, 오늘날 다수 경향은 과거와는 달리 이러한 재심사에 대한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과 (재량축소의 경우엔) 재심사청구권의 성립을 인정한다. 그리하여 어떠한 경우에 재심사의무와 재심사청구권을 발생시키는 재량영으로의 축소가 성립하는지가 문제된다(이에 관한 상론은 拙著, 행정법기본연구Ⅰ, 2008, 242면 이하 참조). 설령 負擔變更으로 접근한다 하더라도, 1심의 전향적 논의를 최대한 반영하여 不可爭力의 문제를 불식시키려는 시도가 강구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Ⅶ. 맺으면서-行政法發展의 停滯 일찍이 새만금판결(대법원 2006. 3.16. 선고 2006두330전원합의체판결)이 행정개입청구권과 행정행위의 재심사의 법리에서 접근하였지만(이에 관해선 拙著, 87면 이하), 전자의 기조는 이미 대법원 2006. 6.30. 선고 2004두701판결에서(동판결의 문제점에 관한 상세는 拙稿, 채석허가에 따른 적지복구상의 산림소유자의 법적 지위, 법률신문 제 3563호, 2007. 6.18. 참조), 후자의 기조는 대상판결에서 확실히 消失되어 버렸다. 부관의 사후부가에 대해 매우 관대한 입장인 점에서(대법원 1997. 5.30. 선고 97누2627판결), 판례가 부관의 사후변경을 통한 행정행위의 변경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것도 조화되지 않는다. 대법원 1984. 10.23. 선고 84누227판결에서 비롯된 (소송요건의 차원에서의) 신청권에 관한 기왕의 판례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행정법으로선 이론적 停滯를 피할 수 없고 司法으로서도 효과적인 권리보호기능을 다할 수 없다. 과연 언제쯤 행정행위의 폐지를 통한 재심사가 우리 행정법의 학문적 자산이 될 수 있을까?
2009-07-13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의미
1. 사실관계 1) 원고 추OO, 김OO, 문OO는 학교법인 A학원의 이사들이었고, 원고 김OO, 우OO는 A학원의 감사들이었다. A학원이 운영하는 OO대학교의 총장 손OO이 교수임용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로 2004년 4월27일 구속된 것을 계기로 피고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2004년 6월21일부터 같은 해 7월8일까지 A학원과 OO대학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후 2004년 9월15일 A학원에 거액의 교비자금의 법인회계로의 전출 등 여러 위법행위들이 있음을 지적하고 2004년 11월1일까지 피고가 요구하는 시정사항을 이행하고 위 기일까지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할 것임을 계고하였다. 2) 피고는 2004년 12월24일 A학원이 일부 시정 요구사항에 대하여는 이행하였지만 대부분의 시정요구사항이 이행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사립학교법 제20조의2에 의하여 원고들에 대한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사립학교법 제25조에 의하여 소외 김△△, 박△△, 오△△, 윤△△, 이△△, 최△△을 A학원의 임시이사로 임명하였다. 3) 원고들은 피고가 지시요구한 사항 중 상당한 부분은 단기간 내에 이행하기 어려운 것들로 불가능한 조치를 요구한 피고의 시정요구는 부당하며, 설령 피고의 시정요구가 적법하다 하더라도 원고들은 피고의 시정요구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모두 성실히 이행하였으며, 이 사건 교비회계의 불법집행은 원고들이 아닌 총장에 의하여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원고들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정요구사항을 성실히 이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임원취임 승인취소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들은 임원취임취소처분 및 임시이사선임처분에 대하여 서울행정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기각판결을 받았고(2006. 1.18, 2005구합3943)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나 마찬가지로 기각판결을 받았다( 2006. 11.14, 2006누5177).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다. 원고들은 원심변론종결일 이전 또는 상고심에 이르러 모두 정식이사의 임기가 만료되었으며, 임시이사들 역시 원심별론종결일 이전에 임기가 만료되어 새로운 임시이사로 교체되었다. 2. 대법원 2007. 7.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판결의 요지 1) 제소 당시에는 권리보호의 이익을 갖추었는데 제소 후 취소대상 행정처분이 기간의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 동일한 소송 당사자 사이에서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리고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단계적인 일련의 절차로 연속하여 행하여져 후행처분이 선행처분의 적법함을 전제로 이루어짐에 따라 선행처분의 하자가 후행처분에 승계된다고 볼 수 있어 이미 소를 제기하여 다투고 있는 선행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하여 줄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2) 임시이사 선임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계속중 임기만료 등의 사유로 새로운 임시이사들로 교체된 경우,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과가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보게 되면, 원래의 정식이사들로서는 계속중인 소를 취하하고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을 별개의 소로 다툴 수밖에 없게 되며, 그 별소 진행 도중 다시 임시이사가 교체되면 또 새로운 별소를 제기하여야 하는 등 무익한 처분과 소송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법원이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을 긍정하여 그 위법성 내지 하자의 존재를 판결로 명확히 해명하고 확인하여 준다면 위와 같은 구체적인 침해의 반복 위험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에서 기판력에 의하여 최초 내지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위법성을 다투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 선임처분을 전제로 이루어진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력을 쉽게 배제할 수 있어 국민의 권리구제에 도움이 된다. 3) 그러므로 취임승인이 취소된 학교법인의 정식이사들로서는 그 취임승인취소처분 및 임시이사 선임처분에 대한 각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고, 나아가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 도중에 선행 임시이사가 후행 임시이사로 교체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3. 문제의 제기 그동안 우리 행정소송법에서 가장 논란이 많이 되어 왔던 조항 중의 하나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규정일 것이다.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은 “처분 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 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도 그 처분 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의 경우에는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그리고 문언상으로 볼 때 동 조항은 이른바 실효된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 있어서 원고적격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있다. 즉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원고적격은 부인되나 다만 그 처분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에게는 예외적으로 원고적격이 인정된다는 것이 법규정의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리적 해석을 따를 경우에 법리상으로 중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다수설과 판례는 행정소송법 제12조 전단의 법률상 이익을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법률상 이익구제설)으로 보아 이러한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에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이러한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은 원칙적으로 부인되어지고 예외적으로만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인가?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이 보호규범이론에 따라 개인적 공권의 개념에 해당된다면(憲裁決 1998. 4.30, 97헌마141 ; 鄭夏重, 獨逸公法學에 있어서 權利의 槪念, 行政法硏究 6호, 2000. 10, 30면 이하 참고), 이미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원고의 권리가 원칙적으로 침해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그러나 이미 강제집행된 위법한 철거명령 및 기간이 경과된 영업허가의 위법한 정지처분, 집회의 위법한 해산명령 등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실효된 위법한 처분에 의하여도 상대방의 권리가 얼마든지 침해될 수 있음은 자명하다. 문언에 충실한 해석을 할 경우에 나타나는 이러한 왜곡을 피하기 위하여 판례와 학설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을 취소소송의 원고적격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권리보호의 필요에 관한 규정으로 보고 있다. 즉 원고는 실효되지 않은 처분과 마찬가지로 실효된 처분에 의하여 근거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만 원고적격을 인정받는다. 다만 이미 처분이 실효되어 그의 취소는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되어 각하판결을 받게 될 수 밖에 없지만, 예외적으로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에 따라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권리보호의 필요가 인정되어 본안판단을 받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鄭夏重, 行政法槪論, 737면). 그러나 이로부터 또 다른 의문점이 발생된다. 과연 실효된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은 가능한 것일까? 또한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은 전단과 동일하게 해석되어야 할 것인가? 4. 종래 판례의 입장 종래 판례는 12조 후단의 소송은 처분이 실효되었다고 할 지라도 여전히 취소소송의 성격을 갖는다는 입장을 고수하여 왔으며, 아울러 동 규정상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전단과 동일하게 파악하여 “근거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 이익”으로 판시하여 왔다. 이와 같은 판례의 입장은 결과적으로 실효된 처분의 있어서 소의 이익을 인정하는데 상당히 인색할 수 밖에 없다. 판례는 인·허가처분의 취소나 철회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당해 처분의 존속기간이 도과된 경우에는 일관되게 소의 이익을 부인하여 왔다(大判 2001. 2.23, 200두9472 ; 1995. 7.11, 95누4568 ; 1993. 7.27, 93누3899 ; 1991. 7.23, 90누6651). 또한 행정처분이 그 집행에 의하여 또는 공사 등의 완료로 인하여 그 목적으로 달성한 경우에는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소멸된다는 것이 일관된 판례의 입장이다(大判 2007. 4.26, 2006두18409 ; 1996. 11.29, 96누9768 ; 1994. 1.14, 93누20481). 그리고 판례는 일련의 절차에 따라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행하여지는 경우에 선행처분이 실효하는 경우, 또는 두개의 행위가 결합하여 법률효과가 완성되는 경우에는 그 선행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은 소멸한다는 입장을 취하여 왔다(大判 1999. 10.8, 99두6873; 1999. 10.8, 97누12105). 대법원은 자격정지처분의 취소청구에 있어서 그 정지기간이 경과된 이상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이익이 없고 설사 그 처분으로 인하여 명예, 신용 등의 인격적 이익이 침해되어 그 침해상태가 자격정지기간 경과 후까지 잔존하더라도 이와 같은 불이익은 동 처분의 직접적인 효과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소의 이익을 부정하였다(大判 1978. 5.8, 78누72). 5. 판례의 변화 그러나 최근에 들어와 판례의 태도는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제재적 처분기준이 시행규칙으로 규정된 경우, 그 기준은 행정규칙의 성격을 갖는다는 이유로 제재적 취소소송에 제기된 이후에 제재처분의 기간이 경과되어 처분의 효력이 소멸된 경우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여왔으나(大判 1988. 3.29, 87누1230 ; 1986. 7.8, 86누281 ; 1995. 10.17, 94누14148), 2006. 6.22. 선고 2003두1684 전원합의체판결에서는 제재적 처분의 기준의 법적 성질이 법규명령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담당공무원은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 처분의 존재로 인하여 장래에 받을 불이익, 즉 후행처분의 위험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는 이유로 법률상 이익을 인정하여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종래 학교법인의 임원취임승인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이사의 임기가 만료된 경우에 임원취임승인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는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시하여 왔다(大判 1995. 3.10, 94누8914 ; 1997. 4.25, 96누9171 ; 1999. 6.11, 96누10614 ; 2003. 3.14, 2002두 10568 ; 2003. 10.24. 2003두5877). 또한 학교법인의 이사에 대한 취임승인이 취소되고 임시이사가 선임된 경우 그 임시이사의 재직기간이 지나 다시 임시이사가 선임되었다면 당초의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법률상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大判 2002. 11.26, 2001두2874). 그러나 위 대법원 2007. 7.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제소당시에는 권리보호의 이익을 갖추었는데 제소후 취소대상 행정처분이 기간의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 동일한 소송당사자 사이에 동일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리고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단계적인 일련의 절차로 연속하여 행하여져 후행처분이 선행처분의 적법함을 전제로 이루어짐에 따라 선행처분의 하자가 후행처분에 승계된다고 볼 수 있어 이미 소를 제기하여 다투고 있는 선행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하여 줄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고 판시하면서 취소소송의 제기후에 임기가 만료된 사립학교임원의 소의 이익을 인정하였다. 이와 같은 판례의 태도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과 동일하게 보아왔던 종전의 입장과 현저한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하겠다. 특히 위 전원합의체판결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독일 행정법원법 제113조 제1항 제4호의 계속확인소송의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의 개념에 상당히 접근시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변화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소송의 성격과 법률상 이익의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정향점을 마련하고 있다. 6. 결어 생각건대 근래의 유력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鄭夏重, 行政法槪論, 739면 ; 洪準亨, 行政救濟法 374면),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성격은 취소소송의 성격을 갖는 것이 아니라, 위법확인소송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비록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은 처분 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당해 처분은 이미 효력이 소멸되어 취소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인용판결을 받는다고 하여도 실질적으로는 당해 처분의 위법성의 확인판단을 받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에 의한 소송은 독일행정소송법 제113조 제1항 제4문에서 규정한 계속확인소송의 성격과 유사한 소송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제12조 제1문의 소송과 제12조 제2문의 소송은 그 목적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제12조 제2문의 법률상 이익은 독일행정소송법 제113조 제1항 제4문과 같이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에는 법으로 보호하는 이익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은 물론 정신적 이익(ideele)을 포함하여 모든 법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법률상 이익을 이와 같이 전향적으로 해석할 경우에 지금까지 소의 이익이 부정되어 각하판결을 받았던 대부분의 경우는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이 인정되어 본안판단을 받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인·허가처분의 위법한 취소나 철회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당해 처분의 존속기간이 도과된 경우에도 당해 처분의 위법확인의 판결은 원고에게 소송비용의 부담을 면하게 할 뿐 아니라, 판결의 기판력은 이후에 있을 국가배상청구소송에 있어서 원고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정당한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실효된 처분의 차별적인 효과에 의하여 명예나 신용이 훼손된 경우에도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즉시강제의 경우에도 반복되는 위험의 방지를 위하여 소의 이익이 인정될 것이다. 종래의 판례의 소극적인 입장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이 전단과 동일하게 “법률상 이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서 주로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국회에 제출되었던 행정소송법개정안 역시 현행법과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에 대한 재고가 요구된다. 취소소송의 판결부분에 “ 처분 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 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서, 법원은 원고의 정당한 이익이 있는 한 원고의 신청에 따라 당해 처분이 위법하였음을 선고한다”라는 조문을 설치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개선방안이 될 것이다.
2008-10-09
증인에 대한 증언거부권의 불고지와 위증죄의 성립
대상판례 1. 서울북부지법 제1형사부 2007. 7. 5.선고 2007노416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 X는 전 남편인 A의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사건 공판과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 중(사전에 증언거부권에 대한 고지가 없었다), A의 음주운전사실에 관한 판사의 질문에 당시 운전자는 A가 아니고 자신이었고, 조수석에 있다가 A와 자리를 교체하여 운전석으로 이동한 사실도 없으며 자신이 줄곧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X는 위증죄로 기소됐다. 1심은 법률에 의한 유효한 증인선서가 없어, 위증죄 구성요건해당성을 부정, 무죄판결했다. 검사가 항소했다. (2) 판결요지 위증죄의 주체는 법률에 의해서 선서한 증인이고, 여기서 법률에 의한 선서란 선서가 법률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유효하게 행해질 것을 요한다는 의미인바, (필자 중략) 증언거부권의 고지는 증언거부권에 대한 절차적 보장을 의미하므로 이를 고지하지 않은채 선서를 하게 하고 증인신문을 한 경우에 위 선서는 적정절차에 위배되므로 법률에 의한 유효한 선서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필자 중략) 대법원 1957년 3월8일 선고 4290형상23 판결은 증언거부권자에게 증언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 증인이 선서하고 증언한 이상 그 증언의 효력에 관해서는 영향이 없고 유효하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으나, 이는 그 증언을 증거로 하는 당해 사건에서 그 증언에 증거능력이 있는지 여부에 관해 판단한 것일 뿐 이로써 위와 같이 증언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선서가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필자 중략) 따라서 피고인이 위 사건에서 한 선서는 무효라고 할 것이어서 피고인은 위증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검사의 위 항소논지는 이유없다. 대상판례 2. 부산지법 제3형사부 2008. 1. 16. 선고 2007노3669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 A와의 상호폭행사실로 기소, 분리심리를 받던 피고인 X는 피고인 A의 공판과정 중 증인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A에 대한 폭행여부에 관한 질문에(이때 X에게 증언거부권의 고지가 없었다), 자신은 A에게 폭행을 가한 일이 없다고 진술했다. X는 위증죄로 기소됐다. 1심은 X의 유죄를 인정했다. X가 항소했다. (2) 판결요지 법률상 증언거부권이 있는 자의 허위 증언에 대해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이유로 위증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필자 중략) 신문에 앞서 법률상 증언거부권이 보장되어 있음을 그 증인에게 고지해서 증인으로 하여금 관련 범죄 혹은 위증죄의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선서 후 증언을 하거나 그렇지 아니하면 증언거부권을 행사해서 그와 같은 형사처벌의 위험을 모면할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만 할 것이고, 이러한 증언거부권의 고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로서 그 신문의 경위, 내용, 신문에 대한 진실한 증언에 따라 증인이 입게 될 형사처벌의 우려의 정도 및 내용, 당해 재판의 경과 등에 비추어 이러한 절차위반의 신문으로 말미암아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한 증인에게 자기부죄의 우려 때문에 허위진술을 하지 아니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처벌의 근거가 되는 적법행위에의 기대가능성이 없어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는 증언거부권이 있는 증인에 대해 증언거부권의 고지없이 이루어진 증언의 효력이 법률상 유효하여 적법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해서달리 볼 것은 아니다. I. 서 론 대상판례 1·2는 각기 증언거부사유는 다르지만, 증언거부권이 있는 증인에게 이를 고지하지 않고 확보된 허위진술과 관련해 위증죄 성립이 문제된 사례이다. 모두 위증죄 성립을 부정함에 일치하지만, 전자는 증언거부권 불고지를 증인신문절차에 있어서 중대한 절차적 하자로 파악, 법률에 의한 유효한 선서가 없음을 이유로 위증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을 부정하는 반면, 후자는 증언거부권이 고지되지 않음으로써, 증인에게 진실한 진술을 기대할 수 없는 점(기대 가능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기존에 증언거부권이 있는 증인에게 동 권리를 고지하지 않고 확보한 진술에 대해 증거능력을 긍정한 판례(대법원 1957.3.8. 4290형상23)는 있지만, 허위진술을 한 증인에 대하여 위증죄의 성립여부에 대해 정면으로 언급한 판례는 위 대상판례들이 최초로 생각된다. 이하 위증죄 성립에 있어서 증언거부권 불고지가 미치는 효과를 살펴보되, 서로 다른 논증방식을 취한 대상판례 1·2를 비교해서 보다 타당한 문제해결을 시도해 본다. II. 증언거부권의 고지가 갖는 소송법적 의의 1. 증언거부권의 의의 형사소송법은 증인에게 진술 및 진실의무를 부여하면서, 형법을 통해 허위진술시 이를 위증죄로 처벌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진실의무 이행을 확보하고 있다. 동시에 증인에게는 이러한 의무로부터 적법하게 퇴출할 수 있도록, 증언거부권을 보장하여(동법 제148조, 제149조), 실체적 진실추구와 여타 형사소송 외적 이익(초소송법적 이익)간 균형을 유지하는데, 증언거부권은 ① 증인 자신의 형사책임 또는 ② 근친자의 형사책임이 노출될 우려에 기인한 경우와 ③ 업무상 비밀과 관련한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통상 ①은 헌법상 자기부죄거부특권 내지 진술거부권에서, ②는 가족 등 근친자와의 정서적 관계, ③은 업무에 관련한 중요한 사회적 신뢰관계의 보호에서 그 설정이유를 찾는다(민사소송법 역시 유사하게 증언거부권에 관한 규정을 설정하고 있다. 동법 제314조 및 315조 참조). 객관적 진실해명을 통한 형벌권의 적정한 실현과 증언거부를 허용하여 얻게되는 제 이익 간 비교형량을 통해 후자가 보다 우월한 때는 반드시 진술의무를 강제할 필요가 없다거나, 증언거부권의 인정범위와 증언의무 요구범위를 반드시 일치시킬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증언거부사유를 예시적으로 파악하는 견해도 있지만(白取祐司, 刑事訴訟法 第3版(東京 : 日本評論社, 2004), 307頁; 松尾浩也 外, 條解 刑事訴訟法(東京 : 弘文堂, 2001), 220頁), 통설은 증언거부사유를 열거적으로 파악한다. 이러한 증언거부권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증언거부사유가 있는 경우, 개별 증언거부사유를 구별하지 않고 증언을 거부할 수 있음을 재판장이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160조). 민사소송법에는 증언거부권의 고지규정이 없으나 법원이 증언거부사유가 있음이 명확한 인식한 경우, 단순히 형사소송법과 같은 고지규정이 없음을 이유로 증인에게 증언을 강제할 수는 없다 하겠다. 2. 증언거부권의 불고지 기존 통설이 법원이 증인에게 증언거부권이 있음을 인지하였음에도, 동 권리를 고지하지 않고 진술한 경우, 동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점에서(이재상, 신형사소송법 제5판(서울 : 박영사, 2008), 467면; 배종대·이상돈, 형사소송법 제7판(서울 : 홍문사, 2006), 498면) 볼 때, 증언거부권 고지를 필요적 절차이자, 훈시규정이 아닌 효력규정으로 파악하는 듯하다. 한편, 증인 자신의 형사책임에 관한 증언거부사유가 문제된 때에만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견해도 있다. 진술거부권 침해라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일본형사소송규칙(동 규칙 제121조)과 달리 형사소송법은 증언거부사유별로 구분않고,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하고, 구체적 사례에 따라 여타 증언거부사유와 관련한 이익이 보다 중대하다고 평가될 수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 타당성은 의문이다. 반면, 판례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증언거부권에 대한 고지가 누락된 상태에서 확보된 진술의 증거능력을 긍정함으로써, 통설과 다른 시각을 갖는다. 일본최고재판소도 동일한데(最大判昭和27·11·5刑集6卷10號1159頁), 다만 일본판례는 증언거부권 고지규정을 훈시규정으로 이해함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大判昭和7·5·25刑集11卷675頁). III. 증언거부권의 불고지와 위증죄의 성립여부 증언거부권이 불고지된 상태에서 확보된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통설에서는 증인이 허위진술을 한 경우, 위증죄 성립을 부정함이 자연스럽다. 위증죄의 보호법익을 국가의 사법적 기능으로 본다면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된 이상, 보호법익을 침해할 가능성을 고려할 수 없기 때문이다(하태훈, ‘위증죄의 주체’, 고시연구 제276호, 1997. 2., 65-66면). 그러나 위증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 진술이 법원의 사실판단과정에 미치는 실제 영향여부를 고려하지 않는 점에서 허위진술에 반드시 증거능력이 요할지 의문이다.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의 허위진술만을 위증죄로 포착하는 점에 착안, 단순히 선서절차만이 아니라, 전체 증인신문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된 상태에서의 허위진술 만이 위증죄 성립가능하다고 보아, 증언거부권이 고지되지 않고 이루어진 허위진술에 대해 위증죄 성립을 부정할 수도 있다(대상판례 1의 접근방식). 기존 판례가 판결이유에 설시된 위증죄의 범죄사실과 관련해 증언거부권 고지여부를 기재할 것을 요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예도 있지만(대법원 1990.2.23. 선고 89도1212 판결), 증언거부권의 실효성 확보, 동 권리에 대한 고지를 의무적으로 규정한 형사소송법의 규정형식 등을 고려, 고지 누락은 증인신문절차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절차적 위법으로, 위증죄 성립을 부정하는 논리구성도 충분히 가능하고, 동일 이유로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통설적 시각과도 모순되지 않는다. 물론 기대가능성 문제로 접근하는 것도 가능하다(대상판례 2의 접근방식). 증언거부권 고지가 없더라도 진술의 증거능력이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기존 판례의 시각에서는 오히려 더 설득력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증언거부권의 행사가 불가능한 사례에서도 기대가능성을 긍정하여 위증죄 성립을 인정한 판례의 태도나(대법원 1987.7.7. 선고, 86도1724 전원합의체 판결), 기대가능성 판단기준의 모호성, 구체적 사례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증언거부사유를 고려한다면, 그 타당성은 다소 의문이다. 참고로, 독일 다수설은 이러한 사례에서 위증죄 성립을 긍정하되, 증언거부권이 있음에도 이를 고지받지 못한 때는 형을 감경, 면제할 수 있다 한다. 이는 선서가 없는 경우에도 위증죄가 성립하고, 증인 자신, 근친자의 형사책임과 관련한 허위진술 시, 형을 감경·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 독일형법의 특징을 근거한 것이다. 한편, 일본 하급심 판례에는 증언거부권이 있음에도 법원의 판단을 잘못해서 증인에게 증언하도록 명하고, 결국 증인이 허위진술을 한 사례에서 위증죄 성립을 부정한 판시한 예가 있다(札幌地判昭和46·5·10刑裁月報3卷5號654頁; 다만 판례전문을 확인할 수 없어 구체적 논지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일본최고재판소가 증인에게 선서하게 하고, 증언을 하도록 해도, 증인에게 증언거부권이 있기 때문에, 곧바로 헌법상 자기부죄거부특권을 침해해서 진술을 강요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점에서 증언거부권 고지가 누락된 것을 이유로 위증죄 성립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最決昭和27·11·5刑集6卷10號1176頁). IV. 결 론 위 대상판례들은 상고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할 것인지 무척 흥미롭다. 결론적으로 사견이지만, 대상판례 1의 접근방식이 보다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사례에 따라 증언거부권이 인정되지 않거나, 증언거부권이 증인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는 경우라면, 대상판례 2와 같이 기대가능성에 의한 문제해결이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이해한다.
2008-04-17
혼인외 출생자의 친생자신분 취득방법
1. 사실관계 피청구인이 청구인(生父)과 피청구인의 특별대리인(生母) A 사이에서 출생한 친생자로 호적에 등재되어 있다. 생모 A는 1978년 6월 30일경부터 청구인과 성 관계를 맺어오다가 1980년 4월 하순 소외 B와 약혼을 한 후 그와 동거하다가 같은 해 8월 중순 위 B와의 관계가 파기된 다음 1981년 2월 14일 피청구인을 출산하고 같은해 7월 29일 청구인의 인장을 위조해 ‘청구인과 생모 A가 혼인했고 그 사이에서 피청구인이 태어난 것’으로 혼인신고와 출생신고를 동시에 하여 위와 같이 호적부에 피청구인을 청구인의 친생자로 등재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로 위 혼인이 무효인 것으로 확정되었다. 2. 법원의 판단 원심에서는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친생자가 아니라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그 밖에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에는 친생자관계가 없다는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혼인 외의 자와 생부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혼인 외의 자가 친생자 신분을 취득하려면 청구인의 인지가 있어야 하고 그 인지가 있었다는 자료가 없는 한, 법률상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의 친생자관계는 생기지 않는 것이라 할 것이다.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소외 A가 청구인의 인장을 위조하여 신고한 출생신고에 의하여 호적부에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자(子)로 등재되어 인지의 효력이 있는 것 같은 표시가 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인지자인 청구인의 의사에 의하지 않고 인지신고가 된 것으로서 인지로서의 효력이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호적기재 사실만으로는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생겼다고 할 수 없을 것이고 그 밖에 청구인이 피청구인을 인지하였다는 주장이나 증거도 없는 이 건에 있어서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에는 법률상 친생자관계가 없다고 할 것이라고 하면서, 원심이 청구인에게 혼인 외의 출생자인 피청구인이 자기의 친생자가 아니라는 것까지 입증할 책임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하여 위와 같이 판시한 것은 혼인 외의 출생자와 부와의 친생자관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인 광주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3. 평 석 1) 인지(認知)의 의미 (1) 인지는 부모(특히 부)가 혼인 외의 출생자를 자기의 자녀라고 인정하는 행위이고, 인지의 방법은 호적에 인지신고 또는 출생신고(호적법 제62조)를 하는 것이다. 혼인외 출생자와 생부모 사이의 법률상 친자관계(특히 부자관계)는 오로지 인지로만 확인·5형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부자관계는 자연혈족관계이고, 법정혈족관계(양자)가 아님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2) 인지에 관한 입법례 (가) 주관주의(主觀主義) 또는 의사주의(意思主義) 오로지 인지자의 의사에 따라서만 인지를 할 수 있고, 그의 인지로 부자간·모자간의 법적 친자관계가 발생한다. 따라서 인지는 부모, 특히 부(父)가 자녀를 자기의 자녀라고 승인함으로써 법적 친자관계를 성립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는 부(父)의 일방적 의사표시(단독행위)라고 한다. 부모가 자발적으로 이러한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임의인지이고,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할 때, 그 의사에 반하더라도 소송으로 법원에서 친자(父子)관계를 확정시키는 것이 강제인지라고 한다(통설). (나) 객관주의(客觀主義) 또는 혈연주의(血緣主義) 자연적 혈연관계가 존재하면 자녀 측에서 인지를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호적상 인지에 하자가 있더라도 실제로 혈연관계가 있으면 인지 자체의 하자는 치유된다. 임의인지는 자연적 혈연(父子)관계 또는 생물학상의 부자관계의 존재사실에 대한 관념의 통지이다. 임의인지는 혼인외 친자관계를 추정하는 방법에 불과하고, 강제인지는 생물학상 부자관계의 확인방법이라고 한다. 입법경향이 주관주의에서 객관주의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인지는 의사표시가 아니라, 관념의 통지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이다. (다) 우리 민법은 강제인지(인지청구의 소)(제863조)와 사후(死後)인지(부모 사망 후의 인지)(제864조)를 모두 인정하는 점에서 객관주의에 가깝고, 임의인지 과정에 피인지자는 전혀 관여할 수 없는 점(동의나 승낙 불문)에서 주관주의에 가깝다. 그러므로 우리 민법은 절충주의 입법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2) 우리나라 판례 우리나라 민법은 객관주의와 주관주의의 절충적 입법을 하고 있어서 사안과 같은 경우 혼인 외의 자의 보호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본다. (가) 확립된 판례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례에 의하면, 혼인 외의 자가 생부의 친생자신분을 취득하려면 반드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 그러므로 혼인 외의 자 자신이 생부를 상대로, 또는 생모가 생부를 상대로 ‘혼인 외의 자와 생부 사이에 친생자 관계가 존재한다’는 친자관계존재확인청구를 해서는 안 되고, 또 그러한 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이 판례연구 대상판결, 대판 1997.2.14.선고96므738 각 참조). 생부의 인지로만 친자관계 내지 생부자관계가 형성되도록 한 현행 민법 조항이 헌법위반도 아니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례이다[헌재결 2001.5.31.98헌바9(전원재판부)]. 우리나라의 옛날 관습에 의하면, 혼인중 포태하여 출산한 유복자는 부(父)의 자로 추정되므로 그러한 자에 대하여는 생부의 인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판례도 있다(대판 1987.10.13.선고86므129). 이 판례는 물론 혼인중 출생자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항상 생부의 인지가 필요하다는 주관(의사)주의 입법에 반대되는 판례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 현행법의 구조와 문제점 형식적으로 관찰하면 혼인 외의 출생자는 생부의 인지, 유언인지를 받아서 친생자신분을 얻을 수 있고, 혼인 외의 자나 그 생모는 생부의 처분만 기다리는 처지에 놓여있다. 만일, 생부가 인지를 거부할 경우는 인지청구의 소송(강제인지)을 걸어서 그 신분을 취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현행민법상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생부의 생존 중에는 언제든지(제척기간의 제한이 없음) 인지청구를 할 수 있지만, 일단 생부가 사망한 경우는 그 사망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반드시 제소해야 한다(이는 제척기간이므로 당사자가 책임 없는 사유로 제소기간을 놓쳤어도 추완제소를 할 수 없다). 실제로 당사자들은 무지하므로 이 제소기간(제척기간)을 놓치기 일쑤다. (다) 쟁 점 : 생모가 혼인외 자의 출생신고를 한 경우 혼인 외의 출생자는 대개 사실혼, 사통 등에서 출생되고 ‘법률에 무지한 생모’는 자신의 호적부나 또는 사실혼 남편의 호적에 아이의 출생신고를 한다. 출생신고시에 생부란을 공란으로 두는 것이 원칙이지만(종전의 호적예규 382항), 생부를 알면 생부의 성(姓)을 따라서 기재하기도 한다. 연구대상 판결에서는 생모가 혼인신고까지 임의로 하여 남편의 호적부에 혼인신고와 동시에 아이의 출생신고를 한 경우이다. 우리나라 판례에 따르면 호주나 생모가 임의로 아이의 출생신고를 생부의 호적에 한 경우 그것은 아이와 생부사이의 친생자 관계를 창설하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라) 남존여비사상, 가부장적 권위주의 사상의 발상 서구, 특히 프랑스에서는 ‘혼인 외의 출생자가 아버지를 찾는 소송을 걸 수 없다’는 전통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도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상속권을 박탈할 권한을 가지고 있고, 1960년대까지만 해도 혼인 외 출생자는 상속권이 없었다. 일본의 경우는 지금도 혼인 외의 출생자의 상속분이 적출자 상속분의 1/2로 법정되어 있다(위헌도 아님). 생각건대, 오늘날 남녀평등사상이 점차 고조되면서 특히 남성의 문란하고 방탕한 성생활과 이로 인해 출생한 자녀에 대한 제도적인 무책임을 저지하기 위해서 혼인 외의 출생자의 출생신고를 생모가 하였건, 친족이 하였건 일단 공부(公簿)에 생부의 자녀로 신고되어 있으면, 생부의 친생자로 추정되고 이를 부정하려면 생부가 친생부인이나 친자관계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할 필요는 없을까? 인지에 관한 객관주의 입법례를 도입하여 민법 조항을 변경할 때가 오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
2007-08-30
채석허가에 따른 적지복구상의 산림소유자의 법적 지위
Ⅰ. 事實關係 (산림소유자인) 원고는 1986. 10.경 인천강화군 양사면 인화리 산 468, 418, 418-2, 416 임야(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에 대한 채석허가명의자인 소외 김용으로부터 채석허가명의를 양도받은 후, 수 차례 연장허가를 받아 채석을 하여 오던 중, 1994. 8. 2. 채석허가 명의를 소외 창석개발주식회사로 변경하여 동 회사로 하여금 토석을 채취하게 하였다. 그 후, 원고는 위 창석개발주식회사의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되자 1997. 2. 18. 피고(강화군수)로부터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토석채취 및 반출기간을 1997. 2. 18.부터 1998. 2. 28.까지로 하는 채석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원고는 1997. 2. 24. 소외 주식회사 서경산업과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채석허가명의를 변경하여 주기로 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소외 효신개발주식회사와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전대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위 채석허가권을 효신개발에게 양도하였다. 해서 채석수허가자 명의가 효신개발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그 후 이사건 임야에 인접한 인천 강화군 양사면 인화리 산 467-1 임야의 소유자인 소외 김평겸이 피고에게 위 채석허가지의 토석채취 작업으로 인하여 위 인하리 산 467-1 임야에 소재한 분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민원을 제기함에 따라, 피고는 1997. 7. 18. 효신개발에 대하여 부분적지복구를 명하였으나, 효신개발이 이를 계속 지연하던 중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되었다. 위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될 경우 효신개발은 복구설계서를 제출하여 피고의 승인을 받은 다음 적지복구공사를 시행하여야 하나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에 따라 피고는 1998. 10. 28. 복구설계서를 작성하여 효신개발에 대하여 적지복구를 명하였다. 그러나 효신개발이 다시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에 따라 피고는 1999. 3. 10. 위 채석허가자 명의변경신청 당시 효신개발이 예치하여 두었던 적지복구비 금 215,326,000원을 한국보증보험주식회사로부터 인출한 다음 효신개발이 지정하는 자로 하여금 적지복구를 대행하게 하기 위하여 효신개발에 사업시행자지정을 통보하였다. 그러자, 효신개발은 서경산업에 적지복구시행자의 지정을 위임하였고, 서경산업은 1999. 5. 17. 피고에게 소외 태궁임업주식회사를 적지복구시행자로 지정하여 보고하였다. 그에 따라 피고는 위 태궁임업에게 적지복구명령을 하면서 적지복구설계서의 제출을 명하자, 태궁임업은 복구설계서를 제출하여 피고로부터 승인을 받은 다음 위 설계서에 따라 복구공사를 시행하였다. 그 후, 피고는 적지복구공사가 완료된 후 1999. 12. 17. 태궁임업으로부터 하자보증서 및 이행각서를 제출받은 후 적지복구준공통보를 하였다. 그 후, 원고는 2002. 5.경 위 태궁임업이 제출한 복구설계서는 당초 효신개발이 적지복구명령을 받은 부분을 포함하지 않았음에도 피고에 의하여 승인을 받았고, 복구설계서에 따른 시공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복구준공통보가 되었다며 피고에게 위 태궁임업에 대한 복구설계서의 승인 및 복구준공통보(이하 ‘복구준공통보등’이라 한다)를 취소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2002. 5. 24. 이를 거부하는 내용의 회신을 하였다. Ⅱ. 判決要旨 국민의 적극적 행위신청에 대한 행정청의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행위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한다. 산림법령에는 채석허가처분을 한 처분청이 산림을 복구한 자에 대하여 복구설계서승인 및 복구준공통보를 한 경우 그 취소신청과 관련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원래 행정처분을 한 처분청은 그 처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이를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지만, 그와 같이 직권취소를 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해관계인에게 처분청에 대하여 그 취소를 요구할 신청권이 부여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처분청이 위와 같이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없이 한 이해관계인의 복구준공통보 등의 취소신청을 거부하더라도, 그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되지 않는다. Ⅲ. 問題의 提起 사안에서 원고가 ‘복구준공통보등’에 대해 직접적인 취소소송을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고 그것에 대한 직권취소를 구한 다음 그 거부를 소송대상으로 삼았다. 즉, 기본적으로 3극관계를 바탕으로 원고가 행정청으로 하여금 제3자(여기선 태궁임업)에 대해 일종의 행정개입(‘복구준공통보등’에 대한 직권취소)을 구한 것이다. 그 결과 사안에서 관건은 거부처분의 성립여부이다. 여기서 판례는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 이래 확고한 거부처분의 인정공식(신청대상행위의 처분성+대상행위에 관한 신청권의 존재)에 의거하여 논증을 한 즉, 신청권의 결여로 거부처분의 존재를 부인한다. 사실 법원은 거부처분취소소송에서 대상적격성의 물음과 원고적격성의 물음을 混入시켜 그 자체론 후자를 문제 삼지 않는다. 그리고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경우에도 양자의 물음을 구분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계시켜 논증하고 있다(참조: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두11455 판결 등). 거부처분을 신청권의 존재에 연계시킨 데 대해선, 행정법문헌상 심대한 비판이 가해진다. 그런 문제인식에서 대법원이 마련한 행정소송법개정안에선 나름의 개선방안이 강구되었다. 즉, 거부처분 및 부작위와 관련해서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에로의 연계를 애써 단절하기 위해서, 거부행위를 단순한 ‘신청의 거부’에 초점을 맞추며(동개정안 제4조 제3호), 부작위의 개념정의에서도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삭제하였다(동개정안 제2조 제1항 제2호). 요컨대 신청권의 존재를 거부처분인정에 연계하든 전적으로 원고적격의 물음으로 보든, 여기서의 관건은 신청권의 존부 여부이다. 왜냐하면 거부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는 자격을 판단함에 있어선 당연히 그 신청의 자격을 논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Ⅳ. 原告의 申請權의 存否에 관한 檢討 대상판결의 1심인 인천지방법원 2003.2.11. 선고 2002구합2448 판결은, “산림법의 입법목적이나 형질변경된 산림의 복구에 관한 제반규정에 비추어 볼 때, 채석허가를 받고자 하는 자에 대하여 복구비용을 예치하게 하고, 채석허가에 따라 형질변경된 산림에 대하여 채석허가자나 그 대행자로 하여금 복구설계서를 제출하게 하여 이를 승인하고, 복구준공검사를 하는 것은 채석허가에 따른 산림의 형질변경으로 인해 우려되는 낙석이나 토사유출 등 재해위험을 방지하고, 자연경관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일 뿐 산림의 소유자의 생명, 신체상의 위해나 재산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가사 복구설계서나 복구준공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산림의 소유자가 그 복구설계서의 승인이나 복구준공통보의 취소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법규상 또는 조리상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고, 이를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3.12.4. 선고 2003누4609 판결)과 대상판결이 그대로 따랐다. 산림복구에 관한 제반규정이 산림소유자와 같은 사인의 이익을 위한 보호규범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보호규범성의 부인을 바탕으로 신청권의 결여를 논증하였다. 이는 두 가지 측면(보호규범론과 행정개입청구권)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전자와 관련해선, 이들 복구관련 규정 자체의 사익보호성여부의 물음과는 별도로, 산림소유자가 과연 그 보호범주에 들어가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채석허가는 자연생태계의 현상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문언상의 표현(허가)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예외적 승인에 가깝다. 그것의 금지지향적인 성격을 감안한 즉, 국토나 자연보전과 같은 공익은 물론 주민의 주거나 환경상의 이익과 같은 사익을 뒤로 물릴 수 있는 상황만이 그것의 발급을 정당화시킨다. 따라서 그 요건에서 주민의견의 수렴절차를 두고 있듯이(구 산림법 제90조의2 제6항 제3호), 채석허가는 물론 복구와 관련한 제 규정이 전적으로 공익만을 보호한다는 것은 용인되기 어렵다. 즉, 인근 주민으로선 아무런 문제없이 채석허가는 물론 ‘복구준공통보등’을 다툴 수 있다(판례는 환경과 관련한 행정법규에 대해서 광범한 사익보호성을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두2970 판결 등). 문제는 산림소유자가 복구관련 규정이 보호하는 인적 범주에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산림소유자가 채석허가명의자이자 적지복구책임자인 경우는 당연히 논외이지만, 채석허가의 양도에 따라 양자간에 분리가 일어난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구 산림법시행규칙 제95조 제1항 제3호나 현행 산지관리법시행규칙 제24조 제1항 제3호는 공히 채석허가의 신청에 “산림의 소유권 또는 사용·수익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1부”를 요구한다. 따라서 채석허가는 기본적으로 산림의 소유권에서 비롯되지만, 동시에 허가명의변경을 통한 양도가 허용된다. 이런 법체계에서 산림소유자로선 형질변경된 산림의 복구와 관련해선 당연히 직접적 이해를 갖는다. 즉, 복구관련 규정이 보호하는 인적 범주에 산림소유자도 포함된다. 다만 신의·성실의 원칙상 산림소유자의 경우엔 인근주민보다 권리남용의 비난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가령 모순된 행위를 한다거나(禁反言의 원칙). 보호규범의 위반이 전체적으로 미미한 정도라서 보호할 만한 그 어떤 이익도 없음이 명백한 경우( “생트집금지”(Schikaneverbot))가 그에 해당한다(상세는 졸고, 建築法上의 鎭壓的 介入手段을 통한 隣人保護에 관한 小考, 공법연구 제29집 제3호 2001.5, 361면 이하). 행정개입청구권과 관련해선 우선 개입수권의 근거가 문제되지만, 개입의 방식이 행정행위의 취소인 경우에는 그렇지 아니 하다. 왜냐하면 위법한 행정행위를 취소함에 있어서 특별한 근거가 요구되진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물음은 行政行爲의 廢止(취소·철회)에 따른 (광의의) 재심사의 문제가 되어 버린다. 行政行爲의 廢止와 그에 따른 재심사는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며, 불가쟁력의 발생과도 무관하다. 오늘날 독일의 다수 경향은 주관적 공권과 그것의 요건에 관한 논의에 바탕을 두고서 (원고적격의 물음을 위한 단초로서의 의미만을 지닌)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의 성립을 당연히 인정하되, 주관적 공권상의 관련성을 그 요건으로 든다(Vgl. Kopp/Ramsauer, VwVfG, 8. Aufl., 2003, §48 Rn.51). 그들로선 재심사의무와 재심사청구권을 발생시키는 ‘재량영으로의 축소’가 어떤 경우에 성립하는지 여부가 주된 관심사다. 그리하여 선행 행정행위의 위법성만으론 취소·철회의무를 성립시키는 데 충분치 않고, 당초 결정의 유지가 전적으로 수인할 수 없는 경우에 그것이 인정되었다(BVerwG NVwZ1985, 265). 이와는 달리 우리의 경우엔 취소에 관한 신청권의 부재를 이유로 초입단계에서 이미 논의가 원천봉쇄되어 버린다. 신청권에 대해 실질적 권리(청구권)인양 과잉의미를 부여하면서, 상대방 등에게 (토지형질변경행위허가의) 철회·변경을 요구할 신청권이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97.9.12. 선고 96누6219 판결도 이를 웅변한다. 명문상으로도 그 같은 신청권이 존재할 가능성이란 殆無하다. Ⅴ. 맺으면서-拔本的 自己否定을 기다리며- 일찍이 필자는 새만금판결(大法院 2006.3.16. 2006두330판결, 서울고법 2005.12.21. 2005누4412판결, 서울행법 2005.2.4. 2001구합33563판결)을 두고서, 행정개입청구권의 법리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개입수권규정에 대한 접근에서 결과적으로 기왕의 입장(대법원 1997. 9. 12. 선고 96누6219 판결; 1999. 12. 7. 선고 97누17568判決)에서 벗어났다고 호평하였다. 아울러 行政介入請求權과 行政行爲의 再審의 法理에 관한 단초가 제공되는 모멘텀이 마련됨으로써, 행정법이론의 패러다임에 결정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 예측하였다(상세는 졸고,「行政介入請求權의 認定과 관련한 法的 問題點에 관한 小考」, 저스티스 제86호, 2005.8., 216면 이하;「새만금간척사업判決의 問題點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338호, 2005.2.14.; ‘새만금판결’의 행정법적 의의에 관한 소고, 법률신문 제3456호, 2006.5.18.). 그러나 行政行爲의 再審 및 行政介入請求權의 法理를 원천 부정하는 셈인 96누6219 판결과 97누17568 판결을 적시하여 참조한 대상판결은, 이런 기대를 부질없게 만든다. 심지어 새만금판결조차도 법원의 용기있는 자기부정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일회적인 자기일탈의 소산으로 여겨진다. 이런 난맥의 초기조건은, 바로 거부처분 및 부작위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의 원고적격의 문제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음에 있다. 설령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하더라도, 신청권에 관한 기왕의 이해가 拔本的으로 바뀌지 않고선, 그것을 통한 권리보호의 효과는 별반 크지 않다. 왜냐하면 어제의 법원이, 오늘의 법원일 뿐만 아니라, 내일의 법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능성이론, 수범자이론, 보호규범이론에 관한 전향적이고 세심한 고찰을 바탕으로 한, 원고적격에 관한 새로운 이해가 절실하다.
2007-06-18
건물공사 중 건축주가 변경된 경우 건물 소유권의 원시취득 시기
Ⅰ. 사실관계 대상 판결에서 문제가 된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18층의 아파트 및 판매시설인 소위 주상복합건물로서, 피고 주식회사 동신주택이 1992. 2.경 6층 골조공사까지 마친 후 부도가 나서 공사가 중단되었다. 1992. 9.경 소외 주식회사 백상주택건설이 매매대금을 건물 완공 후 아파트 일부에 대한 소유권을 피고 동산주택에게 이전해 주는 것으로 갈음하기로 하고 신축 중인 이 사건 건물을 인도받아 공사를 진행하다가 다시 부도가 나 위 약정기한까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1994. 4. 피고 동신주택은 이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다. 백상주택건설은 매매계약 해제에도 불구하고 계속 공사를 진행하다 1994. 10.경 공사를 중단하였다. 백상주택건설의 공사 중단 당시 이 사건 건물 중 18층 구조의 좌측 부분은 18층까지 골조공사, 17층 일부 벽면까지 조적공사, 16층 일부까지 미장공사가 되어 있었고, 7층 구조의 우측 부분은 7층까지의 골조 및 조적공사, 지붕 및 옥상공사가 되어 있었으나, 18층 구조의 좌측 부분의 옥상 지붕공사, 17층 일부 및 18층 전체의 조적공사는 되어 있지 않았고, 건물 전체적으로 일부 배선설비 외에는 전기설비공사가 대부분 시공되지 않았고, 외장 및 실내공사, 난방, 상·하수도 배관설비공사 등은 전혀 시공되지 아니한 상태였다. 원고 주식회사 삼원주택은 1998. 8. 28. 피고 동신주택으로부터 위와 같은 상태에 있던 이 사건 건물을 양수받아 이 사건 건물 공사를 재개하여 18층 지붕공사 및 17층까지를 포함한 조적공사 및 전체 건물의 외장공사 및 실내공사 등 전체적인 잔여 공사를 시행해 이 사건 건물을 완공했다. Ⅱ. 대상 판결의 요지 건물이 설계도상 처음부터 여러 층으로 건축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고 그 내용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건축공사를 진행하던 중에 건축주의 사정으로 공사가 중단되었고 그와 같이 중단될 당시까지 이미 일부 층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둘레 벽이 완성되어 그 구조물을 토지의 부합물로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제3자가 이러한 상태의 미완성 건물을 종전 건축주로부터 양수해 나머지 공사를 계속 진행한 결과 건물의 구조와 형태 등이 건축허가의 내용과 사회통념상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건물을 축조한 경우에는, 그 구조와 형태가 원래의 설계 및 건축허가의 내용과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건물 전체를 하나의 소유권의 객체로 보아 그 제3자가 그 건물 전체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고 보는 것이 옳고, 건축허가를 받은 구조와 형태대로 축조된 전체 건물 중에서 건축공사가 중단될 당시까지 기둥과 지붕 그리고 둘레 벽이 완성되어 있던 층만을 분리해 내어 이 부분만의 소유권을 종전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고 볼 것이 아니다. 또한, 구분소유가 성립하는 시점은 원칙적으로 건물 전체가 완성되어 당해 건물에 관한 건축물대장에 구분건물로 등록된 시점이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다1345 판결 등 참조), 건축공사가 중단될 당시까지 종전 건축주에 의하여 축조된 미완성 건물의 구조와 형태가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Ⅲ. 미완성 건물의 완성과 소유권 귀속에 관한 종전 판례 1. 종전 판례의 일반적인 법리 건축주의 사정으로 건축공사가 중단되었던 미완성의 건물을 양도받아 나머지 공사를 마치고 완공한 경우, 공사가 중단된 시점에서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와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면 원래의 건축주가 그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대법원 1993. 4. 23. 선고 93다1527·1534 판결, 대법원 1997. 5. 9. 선고 96다54867 판결,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다26194 판결,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0다16350 판결 등 다수). 이때 사회 통념상 독립된 건물이라 하기 위하여는 최소한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주벽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1986. 11. 11. 선고 86누173 판결, 대법원 1996. 6. 14. 선고 94다53006 판결, 대법원 2001. 1. 16. 선고 2000다51872 판결,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판결 등 다수). 2. 건축허가상 계획된 건물 일부의 기둥·주벽·슬라브 등이 완성된 구체적 사례 종전에 대법원은 건축허가상 계획된 건물의 일부만이 기둥·주벽·지붕이 건축되었을 때 그 건물이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그 건물의 일부도 원래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며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이 사건 공작물은 위 경락 당시 지하 1, 2층 및 지상 1층까지의 콘크리트 골조 및 기둥, 천장(슬라브)공사가 완료되어 있고, 지상 1층의 전면(남쪽)에서 보아 좌측(서쪽) 벽과 뒷면(북쪽) 벽 그리고 내부 엘리베이터 벽체가 완성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공작물은 최소한의 지붕과 기둥 그리고 주벽(主壁)이 이루어졌다고 할 것이어서 미완성 상태의 독립된 건물(원래 지상 7층 건물로 설계되어 있으나, 지상 1층만으로도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임이 분명하다)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1. 16. 선고 2000다51872 판결) 「지하 3층 지상 12층의 주상복합건물을 신축 중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후 신축 건물이 경락된 경우 신축 건물이 경락대금 납부 당시 이미 지하 1층부터 지하 3층까지 기둥, 주벽 및 천장 슬라브 공사가 완료된 상태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하 1층의 일부 점포가 일반에 분양되기까지 하였다면, 비록 토지가 경락될 당시 신축 건물의 지상층 부분이 골조공사만 이루어진 채 벽이나 지붕 등이 설치된 바가 없다 하더라도, 지하층 부분만으로도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신축 건물은 경락 당시 미완성 상태이기는 하지만 독립된 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21608 판결) Ⅳ. 대상 판결의 검토 대상 판결은 건물이 건축허가 및 설계도상 여러 층으로 건축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을 경우에는 제3자가 미완성 건물을 양수하여 건축허가의 내용과 사회통념상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건물을 축조하였을 때 그 구조와 형태가 원래의 설계 및 건축허가의 내용과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건물 전체를 하나의 소유권의 객체로 보아 그 제3자가 그 건물 전체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시하여, 건물의 일부만이 기둥·주벽·지붕이 건축되었을 때 그 건물이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그 건물의 일부도 원래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는 위의 종전 판례들과는 배치되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21608 판결은 주상복합건물에 대한 것으로 건축주가 1회 변경된 사안으로 대상 판결의 경우 건축주가 2회 변경된 것을 제외하면 그 사실관계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한편 대상 판결의 원심 판결은 일반적인 독립건물과 각 구분소유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집합건물의 경우를 나누어서 일반적인 독립건물의 경우에는 종전의 판례와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으나, 각 구분소유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집합건물의 경우에는, 집합건물에서의 ‘독립한 건물’의 개념은 1동의 건물 전체가 독립한 부동산으로서의 건물의 요건을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구분소유권의 목적인 각 세대별 구분건물 부분도 독립한 건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구조상·이용상의 독립성이나 개별성을 갖춘 후에야, 비로소 집합건물로서 ‘독립한 건물’의 물리적 완성도를 갖추었다고 보아야 한다며 집합건물의 경우에 있어서는 결론적으로는 대상 판결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일반적인 독립건물과 집합건물의 경우를 나누지 않고 여러개의 층으로 건축될 예정인 모든 건물에 적용되는 일반론을 펼친 것이다. 또한 대상 판결은 구분소유가 성립하는 시점은 원칙적으로 건물 전체가 완성되어 당해 건물에 관한 건축물대장에 구분건물로 등록된 시점이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다1345 판결 등 참조), 건축공사가 중단될 당시까지 종전 건축주에 의하여 축조된 미완성 건물의 구조와 형태가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상 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다1345 판결)은 집합건물의 어느 부분이 전유부분인지 공용부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에 관한 것으로 건물의 소유권의 귀속시기에 기준이 되는 판결이라 할 수 없다.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건물이 건축물대장에 구분건물로 등록되려면 건물이 완공되어 사용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대상 판결의 논리에 의하면 건물을 완벽하게 완성하여 사용승인을 받은 시점의 건축주가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되어 건물의 기둥, 벽, 보, 지붕 등이 완성되어 그 구조물을 토지의 부합물로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에는 독립한 부동산으로 보아 그 당시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는 종전의 판례 이론이 성립할 여지가 없게 된다. Ⅴ. 결론 대상 판결은 여러 개의 층으로 건축될 예정이었던 건물의 건축주가 변경되었을 경우에 원시취득자에 대한 종례의 대법원 판례들과는 배치되며, 집합건물의 경우에 관한 것으로 대상 판결과 유사한 사안에 관한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21608 판결을 폐지하지 않았다. 건축허가의 내용과 동일한 정도의 건물을 완성한 건축주가 건물 전체를 원시취득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지, 아니면 공사가 중단된 시점에서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을 그 당시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지는 변경된 여러 건축주들 중 누구의 보호가 아니라, 제3자, 즉 건축주의 채권자 보호에 관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대상 판결과 같이 건축허가의 내용과 사회통념상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건물을 축조한 경우 건물 전체를 원시취득한다고 본다면 건물의 상당 부분을 완성하였던 당시의 건축주의 채권자가 민사집행법 제81조 제1항 제2호, 제291조에 의하여 미완성인 미등기 건물을 압류 또는 가압류하여 부동산등기법 제134조에 의하여 소유권의 처분제한의 등기촉탁에 의하여 처분제한의 등기를 명하는 재판에 의한 소유권의 등기가 경료되었다 하더라도, 원래의 건축주가 미완성인 건물을 제3자에게 양도하여 제3자가 건물을 완성하였을 때 건물을 양도받아 완성한 제3자가 원시취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원래의 건축주는 미완성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처분제한의 뜻이 기재된 소유권의 등기는 말소되어야 한다. 이런 결과는 원래의 건축주의 채권자에게 뜻하지 않은 피해를 주게 될 뿐만 아니라, 원래의 건축주가 이러한 결과를 노리고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건물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방법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대상 판결의 경우에 건물의 원시취득의 시기를 종전 판례와 마찬가지로 건물 공사가 중단된 때 이미 일부 층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둘레 벽이 완성되어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와 구조를 갖추고 있었던 부분은 그 당시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 것이나, 건물 완성 당시의 건축주에게 양도된 것으로 이론 구성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부 완성된 건물이 소유권의 처분제한의 등기를 명하는 재판에 의한 소유권의 등기가 경료된 후 그 원시취득자인 피고가 이를 원고에게 양도한 후 위 소유권보존등기에 터잡아 소유권을 양도받은 다른 피고들에 대하여는 원심에서의 원고의 예비적 청구원인과 같이 원래의 건축주와 피고들의 배임행위에 기한 등기로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이거나,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 계약에 기한 등기로 민법 제108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라고 이론 구성을 하면 대상 판결과 그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이론 구성을 한다면 종전의 판례의 이론과도 배치되지 않고 원래의 건축주의 일부 완성된 건물의 압류·가압류 채권자도 보호될 것이다. 또한 원래의 건축주의 채권자가 일부 완성된 건물을 압류·가압류하였다 하더라도 미완성건물을 양수받는 자는 부동산등기부에서 처분제한의 등기를 명하는 재판에 의한 소유권의 등기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건물의 매매과정에서 매매대금의 정산시 불이익을 입지 않을 것이다. 대상 판결은 사실상 종례의 판례를 변경한 것이나, 종례의 판례를 폐지하지 않았으므로 앞으로 여러 개의 층으로 건축될 예정이던 건물의 건축주가 변경되는 사안의 경우 어느 대법원 판례를 따라야 할지 혼란을 가져오게 되었다. 따라서, 향후 유사 사례에 있어서 대법원이 명확하게 이론을 정리하기를 기대한다.
2007-02-22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의 위헌성
I. 문제의 제기 명의신탁재산을 증여로 의제하는 규정은 1974.12.21.에 최초로 신설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다만,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이 1995. 7. 1.부터 시행됨에 따라 부동산(토지, 건물)은 증여의제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지금은 주식을 타인명의로 주주명부에 등재한 경우에 이를 증여의제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동안에 명의신탁재산을 증여로 의제하는 규정이 위헌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계속 제기되어 4차례에 걸쳐서 헌법재판이 이루어졌으나 위헌 결정은 나지 아니하였다(헌법재판소 1989.7.21. 선고 89헌마38 결정; 헌법재판소 1998.4.30. 선고 96헌바87, 97헌바5·29(병합) 결정; 헌법재판소 2004.11.25. 선고 2002헌바66 결정; 헌법재판소 2005.6.30. 선고 2004헌바40, 2005헌바24(병합) 결정). 과세당국은 위헌논란이 일 때마다 법률규정을 강화 내지 보완하였고, 대법원 또한 거의 모든 경우에 증여세 과세가 정당하다고 해석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지금에 이르러서는 주식 등에 대하여 명의신탁이 이루어지면 증여세 과세를 피할 길이 없는 쪽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에 대한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고, 명의신탁이 있게 되면 무차별적으로 조세회피목적이 있다고 보아서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계속되었다. 연구대상결정도 구 상속세및증여세법(1998. 12. 28. 법률 제5582호로 개정된 후 2002. 12. 18. 법률 제67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의2 제1항 본문과 단서 제1호, 제2항, 제5항은 비례의 원칙, 평등원칙 및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체계정당성에도 반하지 아니하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선고하였다.(반대의견 있음) 아래에서는 연구대상결정을 소재로 하여 명의신탁증여의제 규정의 위헌성을 검토하여 본다. II.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의 위헌성 1. 실질과세원칙의 위배 여부 연구대상 결정은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실질과세 원칙의 예외로서 헌법상 허용된다고 하나 수긍할 수 없다.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본질적으로 증여가 아닌 경제적 거래를 세법상으로는 증여로 보아서 증여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그 핵심이므로, 이것은 조세의 이름을 빌려서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과세소득 내지 담세력이 있는 경제적 거래 자체는 존재하지만 그것이 누구에게 귀속되는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하여 원칙적 귀속자인 실질소유자가 아니라 명의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아 과세하기 위하여 실질과세원칙의 예외가 허용된 경우는 있지만(예컨대 1994.12.21. 개정전의 구소득세법 제7조), 과세소득 내지 담세력이 일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세소득 내지 담세력을 법률규정으로 발생시켜서 조세를 부과하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과세소득 내지 담세력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의 규정으로 담세력을 창출시켜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을 가리켜 실질과세원칙의 예외라는 논리를 내세워 합리화할 수는 없고,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2. 조세평등주의의 위배 여부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 내지 이익이 아니라 단순히 권리의 외양만을 취득하여 담세능력이 없는 명의수탁자를 재산을 실질적으로 증여받은 자와 일률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하여 고율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명의수탁자를 자의적으로 불리하게 취급하는 것으로서 조세가 담세능력 내지 경제적 급부능력에 따라 배분되어야 한다는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된다고 보아야 한다.(반대의견 참조) 한편,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의 본질은 조세가 아니라 형벌 내지 행정벌이다. 그렇다면 명의신탁을 주도하여 위법성의 정도가 심한 명의신탁자에게 제재로서의 증여세를 부과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가벌성의 정도가 훨씬 약한 종범 내지 방조범에 불과한 명의수탁자에게 고율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행위의 위법성에 상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를 근거없이 차별하는 것으로서 이런 점에서도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아야 한다. 3. 비례원칙 위반 여부 가. 수단의 적합성 내지 피해의 최소성 여부에 대하여 (1) 연구대상결정은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명의신탁은 물론이고 증여세 이외의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명의신탁에 대하여서까지 증여세를 부과하더라도 입법목적의 달성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이나 과징금에 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으나 수긍할 수 없다. (2) 조세는 주기능 내지 본래적 기능인 재정수입의 확보 이외에도 경기조절, 특정 경제활동의 조장 또는 억제, 소득재분배를 통한 사회적 형평의 추구 등 여러 가지 부차적 기능을 가지고 있으나 어느 경우이든 간에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인 형벌·벌금·과료·과태료 등과는 본질을 달리한다. 그런데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실질적 담세력이 전혀 없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본질은 형사벌 내지 행정적 제재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형사처벌 내지 행정적 제재의 조세화」인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조세의 본질에 위반되는 것이고 그 입법목적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적합한 수단이 아니다. (3) 증여세가 형사처벌 내지 과징금에 비하여 납세자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수단인지도 의문이다. 부동산의 명의신탁이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처벌되는 경우는 드물 뿐만 아니라 가령 처벌이 된다고 하더라도 대개는 벌금형을 받는 데에 그친다. 한편,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을 한 자에 대하여는 당해 부동산가액의 100분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의 범위 안에서 부동산가액, 위반 기간, 조세를 포탈하거나 법령에 의한 제한을 회피할 목적으로 하였는지 여부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과징금이 유연하게 부과된다. 이에 비하여 세무조사 과정에서 주식의 명의신탁 사실이 밝혀져서 세금을 부과받는 경우가 부동산의 명의신탁으로 인한 형사처벌 또는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는 예보다 현실적으로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증여세는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서 최고 50%의 세율로 중과세되게 된다. 이와 같은 현실을 생각한다면, 증여세 부담이 형사처벌 또는 과징금보다 수증자의 피해를 최소화시켜 주는 수단이라는 견해는 피상적 고찰이라고 할 것이다. 나. 법익의 비례성에 대하여 명의신탁을 이용하여 증여세가 아닌 다른 조세를 회피하는 경우에 대하여서까지 지나치게 고율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조세정의와 납세의 공평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공익을 감안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담세능력이 전혀 없는 명의수탁자에게 막중한 금전적인 부담을 지우게 되는 과중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법익간의 균형성을 잃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이 건 결정의 반대의견) 4. 체계정당성의 위반 문제 가령 어느 주주가 그 소유의 주식 중 일부를 타인(명의수탁자) 명의로 등재하여 둠으로써 배당소득세를 수십만원 회피하였다고 하여, 아무런 재산상 이득도 얻은 바 없는 명의수탁자에게 증여세를 수천만원 내지 때에 따라서 수억원을 과세하는 것을 가리켜 입법재량의 범위 내이고 체계정합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회피하려는 조세와는 그 세목이 전혀 다르고 세율도 가장 높은 증여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입법재량의 한계를 훨씬 넘은 것이고 체계정당성에도 위배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III. 증여의제 규정의 문제점의 해결방안 1. 근본적 해결방안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현행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5조의 2)은 실질과세의 원칙 및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되고, 법체계의 정당성에도 어긋나며 최소침해 및 비례의 원칙 등에 어긋나는 위헌적인 규정이므로 폐지하여야 한다. 2. 입법적 해결방안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규정을 전체적으로 폐지하기가 어렵다면 우선 “조세회피의 목적”을 “증여세회피의 목적”으로 고쳐서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하여 명의신탁을 이용한 경우에만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아울러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의 본질이 조세의 외형을 빌린 제재 내지 처벌이라고 본다면, 수증자를 제2차납세의무자로 함은 모르되 주된 납세의무자로 하는 것은 부당하고 반사회성이 두드러진 증여자를 납세의무자로 하도록 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3. 합리적 해석방안 (1) 종전까지의 대법원의 주류적 태도는, 현실적으로 조세회피가 이루어지지 아니 하였더라도 추상적인 조세회피 가능성이 있는 이상 명의신탁된 주식에 대하여 조세회피목적이 있다고 보아서 증여로 의제할 수 있다고 해석함으로써 조세회피목적이 없는 명의신탁은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1999. 7. 23. 선고 99두2192 판결; 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3두13649 판결;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3두4300 판결 등). (2) 대법원의 경직된 태도와 달리 학설 및 일부 하급심판례는, 조세회피와 관련 없는 명의신탁행위의 중요한 의도가 따로 있고 부수적으로 조세부담의 경감이 있는데 불과한 경우에는 조세회피의 목적을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든가, 조세회피의 의도가 현실화되지 않고 나아가 조만간 그러한 결과가 분명하게 예상되지도 않는 상황이라면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등과 같이, 조세회피목적의 범위를 축소해석함으로써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문제점을 줄여 보려는 노력을 하였다. (3) 그런데, 최근에 선고된 대법원 2006.5.12. 선고 2004두7733판결은, 주식의 명의신탁이 상법상 요구되는 발기인 수의 충족 등을 위한 것으로서 단지 장래 조세경감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막연한 사정만이 있는 경우에는 위 명의신탁에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 취지에 따른다면, 명의신탁을 하게 된 주된 이유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그 명의신탁에 부수하여 사소한 조세경감이 생기거나 장래의 조세경감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증여의제 과세요건인 조세회피목적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매우 타당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위 대법원 판결은, 현실적으로 조세회피가 이루어지지 아니 하였더라도 잠재적인 조세회피 가능성이 있는 이상 명의신탁된 주식에 대하여 조세회피목적이 있다고 보아서 증여로 의제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 온 종전 판례의 주류적 흐름과 모순된다고 여겨지는데 이 부분에 대하여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요컨대, 위 판결은 그 사건에 나타난 유별난 사실관계 하에서만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아니면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의 광범위한 적용에 대한 그간의 비판을 받아들여서, 명의신탁을 하게 되는 주된 이유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장래의 조세경감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증여의제 과세요건인 조세회피목적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일반적인 설시인지가 분명하지 아니하다. 이 점에 대하여 대법원은 하루빨리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IV. 결론 상속세 또는 증여세가 다른 세목에 비하여 조세정책적인 성격을 강하게 가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전혀 담세력이 없는 명의수탁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조세의 내재적 한계를 넘어선 것이고, 증여세가 아닌 다른 종류의 조세를 사소하게 회피하였거나 심지어 잠재적 회피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그 수십배 내지 수백배에 달하는 과도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도 잘못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는 조세가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보복 내지 제재수단으로 쓰이거나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처벌 내지 경고 수단으로 오·남용된 경우가 많았다. 오늘날에는 그와 같은 예는 드물다고 보이나 그 대신에 조세를 정책수단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나 정치적 또는 정책적 목적으로 조세의 기능을 남용하게 되면 국민들의 조세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키고 저항을 불러 일으킴으로써 입법자가 원래 의도하였던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조세 본연의 모습만 잃어버리게 될 우려가 크다. 하루라도 빨리 조세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게 입법되고 운영되기 바란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에 현행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5조의 2의 규정은 조만간에 폐지되거나 개정되어야 한다. 만약 위 규정이 그대로 존속된다면 해석론을 통하여 불합리를 제거할 수밖에 없는바, 대법원은 하루빨리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보다 분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바란다.
200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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