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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절도가 미수인 경우 준강도의 기수·미수 여부
I. 사실관계 요지 피고인 甲은 2003년 12월 새벽 공범 乙과 함께 부산의 한 술집에 들어가 진열장에 있던 시가 1백62만원 상당의 양주 45병을 바구니에 나눠 담던 중 술집종업원들에게 붙잡히자 손을 깨무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II. 판결이유 [다수의견] “피해자에 대한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해 재물을 탈취하고자 했으나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한 자가 강도미수죄로 처벌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절도미수범인이 폭행·협박을 가한 경우에도 강도미수에 준하여 처벌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만일 강도죄에 있어서는 재물을 강취해야 기수가 됨에도 불구하고 준강도의 경우에는 폭행·협박을 기준으로 기수와 미수를 결정하게 되면 재물을 절취하지 못한 채 폭행·협박만 가한 경우에도 준강도죄의 기수로 처벌받게 됨으로써 강도미수죄와의 불균형이 초래된다. 준강도죄의 입법취지, 강도죄와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준강도죄의 기수여부는 절도행위의 기수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별개의견]“절도미수범이 체포면탈 등을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한 경우에 이를 준강도죄의 기수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점에 있어서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하지만 절취행위의 기수여부만을 기준으로 준강도죄의 기수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다. 폭행·협박행위 또는 절취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미수에 그쳤다면 이는 준강도죄의 미수범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 [반대의견]“준강도죄의 주체는 절도이고 여기에는 기수는 물론 형법상 처벌규정이 있는 미수도 포함되는 것이지만, 준강도죄의 기수·미수의 구별은 구성요건적 행위인 폭행 또는 협박이 종료됐는가 하는 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법규정의 문언 및 미수론의 법리에 부합한다.” III. 판례평석 1. 준강도죄는 절도범이 재물의 탈환을 항거하거나 체포를 면탈하거나 죄적을 인멸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한 때에 성립한다(형법 제335조). 이 죄는 절도에 폭행·협박이 부가된다는 점에서 절도죄와 위법성이 다르며 오히려 강취강도와 비슷한 점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 죄의 폭행·협박은 타인의 재물에 대한 점유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이미 획득한 점유의 保持 내지 防禦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강취강도와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절도범인이 실제로 발각되었거나 발각되었다고 잘못 생각함으로써 폭행·협박으로 나아갈 수 있는 특별한 위험상황이 존재하고 이 상황에서 도출될 수 있는 행위자의 위험성과 행위의 불법성이 준강도를 강도에 준하여 취급하게 할 수 있는 형사정책적 근거가 된다. 2. 준강도의 행위주체는 정범성을 지닌 절도범인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따라서 절도죄의 공동정범은 주체가 될 수 있지만 절도죄의 교사범이나 방조범은 주체가 될 수 없다. 정범은 단순절도이건, 야간주거침입절도이건, 특수절도이건, 상습절도이건 불문한다. 그리고 본조의 절도는 기수·미수범을 불문한다(다수설·대법원 1990.2.27 선고, 89도2532 판결). 3. 그런데 절도가 미수인 경우 준강도도 미수가 될 것인지 아니면 기수가 성립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지난 1995년 형법개정시 준강도죄의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신설되었으나(제342조) 준강도죄의 미수·기수의 구별기준에 관하여는 명확한 기준이 설정되지 않아 현재 학설이 대립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 문제에 대한 종래의 견해를 변경하면서 그 기준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학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竊取行爲標準說은 재물절취의 기수·미수 여부에 따라 구별해야 한다는 견해로서 폭행·협박이 가해졌더라도 절도가 미수이면 준강도도 미수가 된다고 한다. 주된 이유로는 준강도도 재산범인 이상 강도와 마찬가지로 재물성취의 성부에 따라 기·미수를 구별해야 한다는 점, 만약 폭행·협박을 기준으로 삼게되면 절도의 미수범이 폭행·협박을 한 경우 준강도의 기수로서 강도죄의 기수에 준해 처벌받게 되는 반면, 강도범이 폭행·협박을 하였으나 재물의 강취에 성공하지 못한 경우에는 강도죄의 미수로 처벌을 받게 되어 형의 불균형이 생긴다는 점을 든다. (2) 暴行·脅迫行爲標準說은 폭행·협박의 기수·미수 여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로서 그동안 판례의 입장이기도 하다(대법원 1964.11.24 선고, 64도504 판결; 1969.10.23 선고, 69도1353 판결). 이 견해는 절도가 기수이더라도 폭행·협박이 기수에 이르지 못하면 준강도의 미수가 성립한다고 한다. 그 논거로는 준강도는 강도죄와 행위구조가 다르다는 점, 본죄의 구성요건행위가 폭행·협박이기 때문에 기수·미수의 기준도 당연히 폭행·협박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 절취행위표준설을 취하게 되면 절도의 미수단계에서 폭행·협박을 한 경우 항상 준강도의 미수만 성립하게 되어 부당하다는 점을 든다. (3) 綜合說은 준강도죄는 절취행위와 폭행·협박이 결합되어 있는 범죄이기 때문에 절취행위의 기수·미수와 폭행·협박의 기수·미수 양자를 모두 기준으로 삼아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폭행·협박의 미수란 폭행·협박에 의해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고 한다(임웅, 개정판 형법각론, 325면; 오영근, 형법각론, 425면 참조). 종합설에 따르면 절도가 기수이더라도 폭행·협박에 의해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되지 않은 경우라던가,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하는 폭행·협박이 행해졌더라도 절도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는 모두 준강도죄의 미수가 성립한다. 따라서 절도의 기수범이 폭행·협박하여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된 경우에만 준강도의 기수가 성립하게 된다. (4) 判例 중의 다수의견은 ‘절취행위표준설’을 따르면서 “이와 달리 절도미수범이 체포를 면탈하기 위해 폭행을 가한 경우 준강도의 미수로 볼 수 없다고 한 종전 대법원 64도504, 69도1353 판결 등은 변경하기로 한다”라고 하여 입장변경을 분명히 하였다. 반면 별개의견은 절취행위의 기수 여부와 폭행·협박행위의 기수 여부를 모두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종합설’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반대의견은 준강도죄의 구성요건행위인 폭행·협박행위의 종료 여부에 따라 전체 준강도죄의 기수·미수를 구별해야 한다고 하여 ‘폭력·협박행위표준설’을 따르고 있다. 4. 이상의 견해들을 검토해 보자. (1) 우선 준강도가 강도와 불법적 유사성을 갖고 재산범죄의 속성을 본질로 하는 한 재물취득의 성부를 기수판단에 있어서 고려하지 않는 것은 불가하다고 해야 한다. 강도죄와 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도 재물취득의 성부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강도의 경우 재물취득에 성공하지 못하면 미수로 처벌됨에 반해 강도에 준해 처벌되는 준강도는 재물의 취득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수로 처벌된다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형의 불균형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물취득의 성부는 준강도의 기수·미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기준이고, 이런 점에서 폭행·협박만을 기준으로 삼는 견해에는 찬동할 수 없다. (2) 한편 준강도죄의 구성요건행위가 폭행·협박임에도 기수·미수의 구별기준을 재물취득의 성부에서 찾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지적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폭행·협박행위표준설’이나 ‘종합설’이 폭행·협박 자체의 기수·미수 여부를 판단기준으로 고려하는 것은 잘못된 착상이 아니다. 그러나 양 견해가 주장하는 폭행·협박의 기수·미수의 개념을 살펴보면 이 견해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종합설’은 폭행·협박의 기수를 폭행·협박에 의해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된 경우 그리고 미수는 폭행·협박을 하였으나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다(임웅, 앞의 책, 325면; 오영근, 앞의 책, 425면 참조). 그런데 협박죄의 미수는 협박행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공포심을 갖지 않아 의사결정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은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고 형법에도 미수범 처벌규정(제286조)을 두고 있으므로 이러한 개념정의에 따르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폭행죄는 단순거동범·형식범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 물리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즉시 기수가 성립하고 미수범의 성립은 생각할 수 없다. 당연히 형법도 폭행에 대해서는 미수범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종합설이 준강도죄의 성립과 관련하여 폭행의 미수를 고집한다면 이는 형법에 없는 새로운 개념을 신설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종합설이 폭행·협박으로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된 경우(항거불능의 상태가 야기된 경우)에만 기수로 하겠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강도죄와는 달리 준강도에서의 폭행·협박은 재물강취의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폭행·협박으로 인한 피해자의 반항억압과 그에 기초한 재물취득의 성취라는 인과고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高强度 폭행·협박이 행해지고 그로 인해 재물점유의 保持나 防禦에 성공했으면 족하지 이러한 결과가 반드시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됨으로 인해 야기된 것임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절도범인이 高强度의 폭행·협박을 하였으나 피해자가 끝까지 반항하는 경우에도 결국 피해자의 추격을 뿌리치고 재물을 취득한 채 도주에 성공하였다면 준강도죄의 기수로 보는 것이 타당한 것이다. 판례도 역시 “준강도죄에 있어서의 폭행이나 협박은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하는 수단으로서 일반적 객관적으로 가능하다고 인정하는 정도의 것이면 되고 반드시 현실적으로 반항을 억압하였음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여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대법원 1981.3.24 선고, 81도409 판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번 판결 중의 반대의견은 폭행·협박의 기수·미수 구별을 반항의 억압 여부가 아니라 폭행·협박행위의 종료 여부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견해를 따르더라도 역시 폭행은 물리력의 행사(이 사건에서 손을 깨무는 것)와 동시에 기수가 되기 때문에 미수의 성립은 생각하기 어렵다. 협박은 다른 사안의 경우(예컨대 편지에 의한 협박)에는 이론상 행위의 미종료를 생각할 수 있으나 절도현장에서의 급박한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해악을 고지하는 협박행위에 행위의 미종료를 상상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할 것이다. (3) 결론적으로 준강도에서는 절도범인에 의한 高强度의 폭행·협박이 있으면 구성요건 행위자체는 항상 기수가 되고 사실상 기수·미수의 구별문제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다시 말해 준강도에 있어서의 폭행·협박은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高强度인가 여부에 따라서 준강도의 성립을 좌우하는 성립요건으로는 의미가 있어서도, 준강도의 기수·미수를 구별하는 기준으로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이번 대법원 판결(다수의견)이 재물취득의 성부를 기준으로 준강도의 기수·미수 여부를 판단하면서 절도가 미수인 경우 준강도의 미수성립을 인정한 것은 타당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04-11-29
임용결격자 임용행위의 문제점에 관한 소고
Ⅰ. 對象判決의 要旨 1. 대법원 2003.5.16. 선고 2001다61012판결 공무원 연금법에 의한 퇴직급여 등은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취득하여 근무하다가 퇴직하는 경우에 지급되는 것이고, 임용당시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있었다면 그 임용행위는 당연무효이며, 당연무효인 임용행위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임용결격자가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사실상 근무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취득하지 못한 자로서는 공무원연금법 소정의 퇴직급여 등을 청구할 수 없고, 또 당연퇴직사유에 해당되어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상실한 자가 그 이후 사실상 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당연퇴직 후의 사실상의 근무기간은 공무원연금법상의 재직기간에 합산될 수 없다.(대법원 1995. 9. 15. 선고 95누6496 판결, 2002. 7. 26. 선고 2001두205 판결 참조) 2. 대법원 1987.4.14. 선고 86누459판결 가. 국가공무원법에 규정되어 있는 공무원임용 결격사유는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위한 절대적인 소극적 요건으로서 공무원 관계는 국가공무원법 제38조, 공무원임용령 제11조의 규정에 의한 채용후보자 명부에 등록한 때가 아니라 국가의 임용이 있는 때에 설정되는 것이므로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있는지의 여부는 채용후보자 명부에 등록한 때가 아닌 임용당시에 시행되던 법률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임용당시 공무원임용 결격사유가 있었다면 비록 국가의 과실에 의하여 임용 결격자임을 밝혀내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그 임용행위는 당연무효로 보아야 한다. 다. 국가가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있는 자에 대하여 결격사유가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공무원으로 임용하였다가 사후에 결격사유가 있는 자임을 발견하고 공무원 임용행위를 취소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원래의 임용행위가 당초부터 당연무효이었음을 통지하여 확인시켜 주는 행위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의미에서 당초의 임용처분을 취소함에 있어서는 신의칙 내지 신뢰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고 또 그러한 의미의 취소권은 시효로 소멸하는 것도 아니다. 라. 공무원연금법이나 근로기준법에 의한 퇴직금은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 취득 또는 근로고용 관계가 성립되어 근무하다가 퇴직하는 경우에 지급되는 것이고, 당연무효인 임용결격자에 대한 임용행위에 의하여서는 공무원의 신분을 취득하거나 근로고용 관계가 성립될 수 없는 것이므로 임용결격자가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사실상 근무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피임용자는 위 법률소정의 퇴직금 청구를 할 수 없다. - 판 결 요 지 - 임용당시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있었다면 그 임용행위는 당연무효이며, 임용결격자가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사실상 근무해 왔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취득하지 못한 자로서 공무원 연금법 등에 의한 소정의 퇴직급여 등을 청구할 수 없다 - 평 석 요 지 - IMF 환란때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차원에서 결격사유가 있는 공무원을 대거 해직 시키자 해당공무원은 결격사유로 인한 당연퇴직 보다는 퇴직연금청구권 불인정에 더 반발했으며 정부는 특례법 제정을 통해 정치적 해결을 하였던 바 비록 공무원연금법이 결격자의 당연퇴직을 규정하고 있지만 법문에 내재하는 입법취지에 따라 임용결격자에게도 퇴직금청구권을 인정하면 공무원 연금법 제64조 등이 규정한 급여제한이 당연히 통용돼 특례법에 의한 무차별적 보상이 제어될 수 있다. Ⅱ. 問題의 提起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의 무효 문제가 충분하게 논의되지 않다가, 이것이 IMF患亂때 첨예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사회 전반의 구조조정에서 공공부문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는데, 당시 국민의 정부는 정부조직의 축소와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차원에서 전 공무원에 대한 신원조회작업을 통하여 1998. 3. 경부터 임용결격사유가 있는 공무원 2,400여명에게 임용취소통보를 하여 해직시켰다. 결격사유로 인한 당연퇴직 자체보다는 그로 인한 퇴직연금청구권의 불인정을 용납하지 못하는 해당 당사자의 반발을, 정부는 89누459판결을 효시로 한 대법원의 판례를 들어 물리쳤다. 그 이후 당사자들의 물리적인 반발이 격화되어 급기야는 1999.8.31.에 ‘임용결격공무원등에대한퇴직보상금지급등에관한특례법’(법률 제6008호)의 제정을 가져 왔다. 당사자의 반발로 인한 사회문제가 특례법의 제정을 통해 일거에 해소되어 버림으로써 과연 법적 평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는가? 특례법의 명칭에 나타난 ‘퇴직보상금’이 시사하듯이, 이는 법적 물음에 대한 정치적(정치적) 해결책일 뿐이다. 그리고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의 무효 문제는 여전히 법적 조명을 받지 못한 채, 또 다른 政變시에 불쑥 등장할 법하다. 그런데 비록 정치적 해결책일 망정 관련 법체계와의 조화를 충분히 고려하였을까 의문스럽다. 즉, 기왕의 공무원연금법이 제64조에서 예정하고 있는 급여제한이 이 특례법의 대상자에겐 처음부터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평등의 원칙에 대한 이런 단순 명백한 위반은 결코 정치적 정당성만으로 불식시킬 순 없다. 그런데 이런 체계위반적 입법의 등장까지 초래한 그 淵源이 바로 대법원의 89누459판결이다. 따라서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와 관련한 여러 문제점은 추후에 충분한 지면에서 살펴보기로 하되, 여기선 그것의 무효성 여부와 이에 따른 퇴직연금청구권 인정 여부에 대해 간략히 論究하고자 한다. Ⅲ. 公務員任用缺格者의 任用行爲의 無效性 與否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가 당연 무효라는 점이 문제발생의 연원이다. 그리하여 86누459판결에 대해서 맨먼저 김남진 교수님이 ⅰ) 사안상의 흠이 임용을 무효로 만들만큼 중대한지 의문스럽다는 점, ⅱ) 그런 임용행위의 취소에 신의칙을 전적으로 배격하는 것은 넓은 의미의 법치주의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면서 비판하셨는데, 동인, 공무원임용의 취소와 신의칙, 고시연구, 1987.8 및 동인/이명구, 행정법연습, 2001, 427면 이하 참조. 김성수 교수 역시ⅰ) 무효와 취소의 구별기준에 대한 법적인 부담을 행정객체에게 일방적으로 미루어 버렸다는 점, ⅱ) 임용행위 무효론에 입각하여 신뢰보호원칙의 배제는 임용처분이라는 행정행위의 존속을 신뢰한 개인의 입장을 전혀 고려치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이런 무효도그마를 강하게 비판한다. 동인, 일반행정법, 2001, 310면 이하. 그런데 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의 무효성 여부에 관한 논의의 출발점은 국가공무원법 제33조와 제69조이 되어야 한다. 동법 제33조가 일정한 자는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다고 결격사유를 규정한 점만을 갖고서 이를 판단의 기초로 삼을 순 없고, 오히려 소정의 결격사유에 해당할 때에는 ‘공무원이 당연히 퇴직한다’고 규정한 동법 제69조가 방향추이다. 이 점은 가령 의료법 제8조와 제52조처럼 ‘결격자의 당연퇴직’을 규정하고 있지 않는 입법상황과 비교하면 여실하다. 따라서 1949년 8월 12일에 법률 제44호로 제정된 국가공무원법 제40조가 규정한 것에 변함이 없는 현행의 입법상황에선 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는 무효로 볼 수밖에 없고, 여기에선 임용취소를 제한하는 데 동원될 수 있는 신뢰보호의 원칙이란 애초부터 통용될 수가 없다. 다만 국가공무원법 제33조와 제69조가 과연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비추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의문을 표할 순 있지만, 다른 법률상의 ‘결격사유’ 규정과의 相違함의 정당성을 특별신분관계로서의 공무원근무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이 입법자의 재량을 일탈하여 직업선택의 자유나 공무담임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재산권 등을 침해하는 위헌의 법률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 고 타당하게 판시하였다. 헌법재판소 1990. 6. 25.선고, 89헌마220결정. Ⅳ. 公務員任用缺格者의 退職金請求權 認定 與否 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를 당연무효로 판시한 86누459판결 이래로 이런 입장은 지금까지 전혀 변함없이 고수되고 있다. 그리하여 무효인 행정행위에 하자의 치유를 인정하지 않는 일반적 논의도 여기에 통용된다. 서울행정법원 1999. 2. 2.선고 98구15275판결 그런데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의 무효성 인정이 그 공무원임용결격자와 관련한 모든 법적 물음에서 가늠자가 되어야 하는지 숙고해야 한다. 공무원임용결격자에 대한 퇴직연금청구권의 부정이 바로 이런 논리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대표적 경우이다. 즉, 판례에 의하면, 공무원연금법이나 근로기준법에 의한 퇴직금은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 취득 또는 근로고용 관계가 성립되어 근무하다가 퇴직하는 경우에 지급되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설정을 처음부터 용인하지 않을 경우에 그 결격자가 행한 여러 행위의 효과가 문제가 된다. 물론 국가배상책임법의 영역에선 이른바 ‘사실상의 공무원’이론을 매개하여 국가책임의 성립이 열려있다. 그리고 ‘사실상의 공무원’이론을 임용결격자의 법적 지위 인정에 접목시켜 그의 旣 受領給與를 대상으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부정된다고 한다. 류지태, 행정법신론, 2003, 598면; 김성수, 개별행정법, 2001, 55면. 그러나 86누459판결 등은 ‘사실상 공무원’이론이 퇴직금청구권의 인정에 동원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상의 공무원’이론이 국가책임법상 외관주의의 지배의 산물이어서 임용결격자와 피해국민간에 발생한 법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임용결격자의 퇴직금청구권의 인정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지 못한다. 따라서 여기선 퇴직급여와 퇴직수당의 법적 성격의 규명이 관건이며, 이를 위해 공무원연금법 제1조상의 목적이 가늠자가 된다. 동법은 기본적으로 공무원 및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는 적법한 공무원관계의 성립의 전제를 다소 약화시킬 수 있는 모멘트이다. 법해석자는 법문의 상호관계, 법문에 규정된 사안과 정상 및 기타 법문의 의미 중에서 중요한 증표로서 평가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가장 적절한 의미내용을 선택해야 한다. 金亨培, 法律의 解釋과 欠缺의 補充, 고대 법률행정논집 제15집(1977), 13면. 그리하여 역사적 사실로서 존재하는 立法者 등의 主觀的 意思가 아니라, 그것과 무관하며 경우에 따라선 벗어나는 客觀的인 規範目的에 바탕을 두고서 법률을 해석하고자 한다. 즉, 法律의 解釋에 있어서 法文에 내재하는 立法趣旨(ratio legis)를 추구한다. 따라서 목적론적 법률해석을 취함으로써 임용결격자에게도 퇴직금청구권을 일단 인정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퇴직금청구권을 인정하면 그에 따라 공무원연금법 제64조 등이 규정한 급여제한이 당연히 통용될 수 있기에, 특례법에 의한 무차별적 보상이 제어될 수 있다.
2004-03-08
제조물책임법상 설계상의 결함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자는 제조물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그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그와 같은 결함 중 주로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 즉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 제조업자 등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1.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항공 소속 헬기의 조종사들이 시계가 불량한 관계로 시계비행방식을 포기하고 계기비행방식으로 전환하여 기온이 영하 8°C 까지 내려가는 고도 6,000피트 상공을 비행할 때 피토트 튜브(pitot/static tube, 動靜壓管)의 결빙을 방지하기 위한 피토트 히트(pitot heat)를 작동시키지 아니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피토트 튜브가 얼어 헬기의 실제 속도와 달리 속도계에 나타나는 속도가 감소하고, 또한 속도계와 연동하여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태빌레이터(stabilator)의 뒷전이 내려가면서 헬기의 자세도 앞쪽으로 기울어졌으나 조종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속도계상 헬기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속도를 증가시키려고 출력을 높임으로써 헬기가 급강하하게 되었으며, 조종사들이 뒤늦게 헬기의 자세를 회복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헬기의 주회전날개 중 하나가 후방 동체에 부딪혀 헬기가 추락하게 되었다. 피해자들은 대한항공(주)에 대하여 제조물에 대한 설계상의 결함 등을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주요쟁점은 제조물의 결함 존재 여부였고, 원심은 설계상의 결함 존재에 대한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으며 대법원에서도 판결요지에서 보는 이유로 설계상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하면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였다. - 판 결 요 지 - 제조물의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장단점 등 여러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 평 석 요 지 -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 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제조물책임법 제정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 '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2. 제조물책임과 결함 제조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엄격책임으로서의 제조물책임은 불법행위법의 특별법으로서 제조물책임법(2000.1.12. 법률 제6109)의 제정으로 새로이 도입되었고 같은 법 부칙 규정에 의하여 2002.7.1. 이후 공급된 제조물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어서 이 사건 헬기에는 적용될 여지는 없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의 시행 후의 판단이기 때문에 제조물책임법상의 결함에 대해 염두에 두고 판단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같은 법에서는 결함의 종류로 제조상의 결함과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을 규정하고, 결함이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이다. 설계상의 결함에 대하여 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2호 나목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당해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할 때는 어떤 면에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고 평가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며,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체설계에도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와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결함이 부정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와는 관계없이 제조물의 결함만 존재하면 제조업자는 무과실책임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제조물에 결함이 있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피해(확대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해당 제조물의 제조업자는 책임을 지게 된다. 제조물책임법은 제2조에서 결함을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어서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해 각각 정의하고 있는데 결함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3. 결함의 판단기준 제품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표준일탈기준, 소비자기대수준, 위험효용기준, 바커기준(Barker test) 등이 있다. 소비자기대기준은 소비자가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에 결함의 존재를 인정한다. 누가 통상적인 소비자인가가 문제되는데, 그 사회의 통상적인 지식을 구비한 자를 말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소비자가 제조물의 위험한 상태를 예견하고 그로부터 발생가능성 있는 사고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 부당하게 위험한 제조물이 되지 않게 된다. 예컨대 예리한 칼과 같이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는 판단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기대수준은 그 기준이 애매하고 주관적이어서 결함판단기준으로서나 책임의 근거로서 그 가치가 점점 감소되고 있으며, 제조자가 명시적·묵시적으로 표시한 제조상의 결함에 적용되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기대수준은 현재 독자적인 기준은 되지 않고 위험효용기준의 한 요소로서 이용되고 있다. EC지침은 소비자기대기준을 채택하고 있다(EC지침 제6조). 결함의 판단기준에서 특히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경고상의 결함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다. 위험·효용기준은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용성을 비교하여 위험성이 효용성을 능가할 때 그 제품이 결함이 있다고 한다. 위험?효용기준은 결함판단기준으로서 현재 미국 법원의 압도적 견해이다. 바커기준은 캘리포니아 최고법원이 1978년 바커사건에서 엄격책임에 있어서의 ‘부당한 위험’이라는 요건을 배제하면서 새로운 ‘결함의 판단기준’을 보인 것에서 유래한 기준이다. 동법원은 ① 의도된 방법 또는 합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방법에 의한 제품사용에 관하여 그 제품이 소비자가 기대하는 통상의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었다는 것을 원고가 입증, ② 제품의 설계가 손해의 원인임을 원고가 입증, ③ 현재의 설계에 의해 초래되는 위험의 중대성 및 개연성, ④ 안전한 대체설계의 기술적 가능성, ⑤ 개선설계에 소요되는 비용, ⑥ 대체설계에 의해 제품 및 소비자에게 생기는 악영향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것을 고려한 후 현재 사용 중인 설계에 의한 이익이 그 설계에 본래 따르는 위험을 상회한다는 사실을 피고가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설계상의 결함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바커기준은 1차적으로는 소비자기대기준을 고려하고, 이러한 소비자기대기준으로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2차적으로 위험·효용기준을 채택한 것이다. 4. 제조물책임의 결함에 대한 종전 판례의 태도 종전 우리나라의 판례는 제조물책임과 관련하여 과실 책임에 근거한 불법행위의 범위를 이탈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견지해왔고, 결함의 개념이나 유형, 결함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사례를 찾기도 어려웠다. 다만 결함에 대하여 대법원은 1992년 변압변류기 폭발사건에서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 또는 하자로 인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제조업자는 계약상의 배상의무와 별개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대판 1992.11.24, 92다18139). 또한 1995년의 TV 폭발사건(속초지방법원 1995.3.24, 94가합131)에서는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라고 하여, 결함판단기준에 관하여 표면상으로 소비자기대수준을 언급하였다. 우리나라는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고 그에 관한 소송도 그렇게 많지 않고 아직까지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 판례도 축적되어 있지 않아서 이번 판결이 향후 제조물책임에서 설계상의 결함에 대한 하나의 잣대 역할을 하리라 본다. 5.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의 제조물은 제조물책임법 이전에 공급된 것이어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제조물책임법 제정 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은 2002.7.1. 이후 공급된 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동법 제4조 제2항)가 동법 시행 이전에 판매된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가 검토되어야 한다.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는 제조자가 부담하는 안전에 대한 기본의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제조물책임법 시행 전에 판매된 제품에 관하여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합리적’이라는 용어 속에는 합리적 인간의 행동관점에서 대체설계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또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는 것은 결국 위험과 효용을 비교형량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기준에 의한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함에는 몇 가지의 요소들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체설계의 효용성의 문제로서 효용성이 우수하다면 해당제조물에 다소의 결함이 있다고 하여도 이를 결함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지시·경고상의 결함의 문제가 된다. 둘째, 개발위험의 항변과 관련하여 대체설계는 당시의 최고수준의 기술적 가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대체설계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여야 한다. 기술적으로 대체설계의 채용이 가능하다고하여도 경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넷째, 대체설계에 따른 새로운 위험에 대해서도 평가하여야 한다. 다섯째, 해당 제품에 부착된 지시 및 경고의 정도도 고려하여야 한다. 설계상의 위험에 대한 결정 여부는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율성을 비교·교량하여 결정하는 위험·효용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결함 있는 제품을 공급한 제조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개발, 설계과정에서부터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거래의무에 대한 위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험효용기준에 관해 제품의 효용이 위험을 상회하는데 따른 입증책임은 제조자 측에서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설계상의 결함은 제조상의 결함과는 다른 별도의 이익과 불이익의 평가가 요구되고, 이는 과실에 근거한 책임과 동일한 일반적인 목표를 성취한다고 설명되기도 하는 것이다.
2004-02-09
해양안전심판원 조사관의 원고적격
[사안] 총톤수 6,976톤인 화물선 크리스호(‘이 사건 선박’)가 2001. 5. 19.경 태국 방콕항에서 설탕 9,500톤을 싣고 군산항으로 항행하던 중 2001. 5. 27. 21:10경 군산 앞바다 소비치도 서방 약 3마일 해상을 이 사건 선박의 선장인 박○○의 지휘를 받고 지나가던 중 닻자망을 우측 옆 해저에 투망한 채 거기에 닻줄을 매어 백색 정박등 한 개만을 점등한 채 정박 중이던 총톤수 9.77톤 새우잡이 어선 만성호(‘상대 선박’)의 우측 옆으로 지나가다가 이 사건 선박의 선수 부분이 그물에 걸려 상대 선박을 끌고 가다가 상대 선박의 우현 부분이 이 사건 선박의 좌현 부분에 충돌하여 상대 선박이 전복되면서 그 선원 4명이 익사하였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중앙해심원’)은 피징계자 박○○이 비교적 여유 있는 거리에서 상대 선박을 발견하고도 초기에 예측한 최근접 통과거리만을 믿고 감속을 하지 아니하고 계속적인 경계를 소홀히 한 채 상대 선박에 지나치게 접근한 직무상의 과실로 이 사건 사고를 발생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1급 항해사 업무를 1개월간 정지한다는 징계재결을 하였는데, 이에 관여 조사관이 이 사건 선박은 배잡이 줄이 아닌 그물줄에 걸려 상대 선박을 끌고 가다 발생한 사고로 그물줄은 야간에 관측이 안되며 상대선박의 적절한 등화표시가 없음에도 경계근무를 소홀히 하여 통항선박에 탐조등을 비추지 않은 상대선박의 전적인 과실로 발생한 것으로서 위 재결은 증거취사를 잘못하였거나 해상교통안전법상의 규정을 오해하였고 박○○에게 직무상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한 징계재결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대법원에 제소하였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 해양사고의조사및심판에관한법률에서 규정하는 조사관의 직무와 권한 및 역할 등에 비추어 보면, 지방해양안전심판원의 재결에 대하여 불복이 있을 때에는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제2심 청구를 할 수 있는 등 공익의 대표자인 지위에 있는바, 징계재결이 위법한 경우에 징계재결을 받은 당사자가 소로써 불복하지 아니하는 한 그 재결의 취소를 구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공익에 대한 침해로서 부당하므로 이러한 경우 조사관이 공익의 대표자로서 대법원에 대하여 위법한 징계 재결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평석] 1. 징계재결을 대상으로 한 제소의 배경 ‘해양사고관련자 및 조사관은 이 재결에 대하여 불복이 있을 때에는 재결서의 정본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는 중앙해심원 재결서에 관행적으로 기재되는 문구이다. 이렇듯 재결서에는 조사관의 대법원의 소제기 권한을 인정하고 있었지만 조사관의 원고 적격을 확인하는 판례가 없었다. 해난심판원 시절부터 심판 과정에서 발생한 심판관과 조사관의 사실관계에 대한 견해 대립으로 인하여 대법원에 조사관이 소제기를 한 적은 있었지만 그 소제기는 행정처분으로 인정하고 있는 징계재결 및 권고재결이 아닌 사실관계를 직접 다투는 원인규명재결을 대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중앙해심원의 재결에 대한 소제기를 행정처분의 취소청구소송으로 파악하고 있는 대법원으로부터 사고원인규명의 재결은 어떤 권리의무를 형성하거나 확정하는 효력을 가지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각하 판결을 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대판 1984. 1. 24. 81추4, 대판 1986. 9. 9. 86추1, 대판1987. 4. 28. 86추2). 본건 제소도 심판과정 중에 발생한 사실관계의 견해 대립으로 기인하였으나 그 소제기의 대상을 원인규명재결이 아닌 징계재결로 함으로써 소각하를 기술적으로 피하고, 징계재결의 전제인 원인규명재결의 당부를 논할 수 있게 되었고 징계재결의 취소는 있지 않았으나 사실관계 인정에 있어 중앙해심원의 것과는 다른 결과를 낳았다. 2. 해양안전심판원 조사관이 재결 취소를 구할 수 있는지 가. 해양안전심판원의 구조 현재의 해양안전심판원은 해양수산부 소속의 행정기관형 심판기관으로 설치되어 있으며(법 제3조), 지방해심원의 재결은 지방법원의 판결에, 중앙해심원의 재결은 고등법원의 판결에 각 갈음하는 성질을 가지게 하면서 중앙해심원의 불복이 있는 경우에는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고 대법원이 판결로써 재결을 취소하면 그 이유로 한 판단은 그 사건에 관하여 중앙심판원을 기속하게 하는 등 3심제적 제도를 갖추고 있다(법 제77조). 그런데 재결에 대한 불복절차를 규정함에 있어 제1심의 불복시 해양사고관련자 뿐만 아니라 조사관도 제2심인 중앙해심원에 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으나(법 제58조 제1항) 중앙해심원의 재결에 대한 불복으로서의 소제기는 대법원의 전속관할임만을 규정할 뿐 청구권자를 규정하지 않고 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어 왔다(법 제74조 제1항). 나. 조사관의 권한 및 지위 해심원의 재결 절차는 형사소송절차와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바, 전문지식과 신분보장이 된 재결기관으로서의 심판관, 심판청구기관으로서의 조사관, 변론기관으로서의 심판변론인 제도를 구성하여 준사법적 소송절차에 의거하여 판단을 하고 있다. 해심원의 재결 절차에서 조사관은 심판절차 개시 전 증거보전을 비롯한 사고원인에 관한 증거조사를 시행할 수 있고 사건을 심판에 붙일 필요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할 수 있다(법 제38조 제1항). 해심원의 심판은 조사관의 심판청구에 의하여 개시되도록 하여 불고불리의 원칙을 채용하고 있으며(법 제40조) 모두진술권을 인정하고 있고(법 제47조), 심판청구를 제1심 재결 전에 취하할 수 있으며 조사관동일체의 원칙까지 규정하는 등(법 제18조) 형사소송에서의 검사와 유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법원이 조사관의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지위를 근거로 원고 적격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검사의 공익의 대표자로서 가지는 객관의무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 조직상의 한계 및 문제점 하지만 1인 단독관청인 검사와는 달리 조사관은 심판원의 소속 직원으로 활동하며(법 제16조) 대법원에 소제기시 피고가 되는 중앙해심원장의 일반사무 지휘감독을 받게 된다(법 제19조). 즉 소추기관으로서의 검찰과 심판기관으로서의 법원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는 형사소송과 달리 심판청구기관인 조사관과 재결기관인 심판관이 해심원장에 소속되어 있어 조직상의 차이가 존재하고 현실적 인사운영측면에서 볼 때도 심판관이 조사관보다 상급 즉 진급개념으로 보는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제18조 제1항에서는 ‘조사관은 그 사무에 관한 상사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조직상의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검찰청법 제7조 제1항을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그 상사가 심판원장을 의미한다고 볼 여지가 많아 조사관의 소제기는 위 조항에 위배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아울러 검사의 객관의무는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서 등장한 검사제도의 설립배경을 무시할 수 없는데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없는 조사관에 공익의 대변자로서의 지위를 그 역할이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조직적 측면에서 해난심판조직을 운수성 외청으로 별도 독립시키고 조사기관으로서의 해난심판이사소를 심판기관에서 분리하여 조직한 일본과 다른 국내 현행법 규정하에서 해심원장 소속 기관으로서의 조사관에게 자기가 소속한 기관이 임의로 철회할 수 없는 최종 입장인 재결에 대하여 취소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3. 대법원과 중앙해심원의 사실관계 인정의 상충 가. 해양안전심판 심리 중 의견 대립의 원인 본건의 쟁점은 지방해심원 및 중앙해심원 공히 이 사건 선박의 구상선수부가 걸린 곳이 상대선박의 어느 부분이냐에 집중되었다. 중앙해심원은 상대 선박은 사고 당시 구체적 어로행위를 하지 않은 채 닻 정박상태로 조정성능의 제약을 받는 정박선으로서 백색 정박등 1개만을 점등한 것은 적법한 행위이고, 사고는 이 사건 선박의 구상선수부가 만성호의 배리(윗그물줄)에 걸린 것이 아니라 배잡이줄에 걸려 발생한 것이므로 이 사고에 관한 한 어망의 위치표시를 위 한 등화 표시를 태만히 하여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관계를 전제로 하였다. 그리하여 이 사고는 이 사건 선박이 상대선박에 지나치게 접근하였던 것을 주원인으로, 상대선박의 경계소홀로 인한 충돌방지 협력조치 불이행을 보조적 원인으로 원인규명재결을 하였다. 하지만 이 사건 선박의 구상선수부가 배잡이 줄이 아닌 그물에 걸려 발생하였다면 그 결론은 위와 상반된 형태로 나오게 된다. 나. 법원의 관행에 따른 향후 혼란이 예상 민사상 불법행위 또는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의 해난사건이라도 그에 대한 재결이 법원을 구속할 수는 없다. 대법원도 선박충돌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해난사건에 있어서는 먼저 해난심판절차에 따라 그 발생원인과 책임의 소재를 확인한 후 일반법원은 이를 전제로 하여 그 책임자와 배상액만을 심판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법률상 근거 없는 독자적 견해로 채용할 수 없다’ 라고 하여 재결의 구속력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대판1970. 9. 29. 70다212). 즉 법원은 재결에 의하여 인정된 사실을 증거로서 채용하지 않아도 되고 고의, 과실의 유무에 관하여는 독자적인 입장에서 새로운 사실인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해심원의 재결은 해난에 관한 권위자로 구성된 심판관에 의하여 소송절차에 유사한 신중한 절차에 따라 행하여 지고, 과실은 민사과실, 형사과실 및 행정과실이든 주의의무의 위반으로서 공통된 본질과 가지고 있어 민사사건 또는 형사사건에서 1995년 시프린스호 사건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고 원인에 대하여 해심원의 전문적인 의견을 사실상 존중하고 있고 이러한 실무상의 요청으로 1975년 해난심판법 개정시 현 해양사고 관련당사자가 2인 이상인 경우 그 원인의 제공정도를 밝힐 수 있게 하는 근거 규정(현행법 제4조 제2항)을 신설하기까지 하였다. 본건은 향후 해양사고 관련당사자들 사이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진행될 것으로 판단되는 바, 해심원 재결상의 사고원인에 따라 과실비율을 산정하던 관행상 법원의 사실관계 인정에 있어 치열한 다툼 및 혼란이 예상된다.
2002-11-04
환배서와 인적항변 및 숨은 추심위임피배서인의 소송대위
【사실】 ‘원고는 소외 A가 피고로부터 발행받은 이 사건 약속어음을 자신과 사돈간인 B의 부탁으로 할인하여 주고 A로부터 이를 배서·양도받은 후, 위 어음에 피배서인을 백지로 하여 자신의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모라동지점의 받을어음추심수탁통장에 보관하여 두었으나 그 지급기일에 지급이 거절된 사실, 이에 원고는 어음금을 받아주겠다는 B에게 이 사건 약속어음을 피배서인이 백지인 배서가 되어 있는 상태로 교부하였고 B는 이를 다시 A에게 교부하였는바, A는 피고를 상대로 약속어음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약속어음의 원인관계인 재동업계약이 해제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A의 청구가 기각되고 그 판결은 확정’되었다. ‘원고는 A가 피고를 상대로 한 위 약속어음금청구의 소를 제기한 이후 A로부터 이 사건 약속어음을 교부받아’ 스스로 어음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판결요지】 ‘약속어음 발행인으로부터 인적항변의 대항을 받는 어음소지인은 당해 어음을 제3자에게 배서·양도한 후 환배서에 의하여 이를 다시 취득하여 소지하게 되었다고 할지라도 발행인으로부터 여전히 위 항변의 대항을 받는다고 할 것이고, 한편 기한후배서는 보통의 배서와는 달리 지명채권양도의 효력밖에 없어 그것에 의하여 이전되는 권리는 배서인이 배서 당시 가지고 있던 범위의 권리라 할 것이므로 어음채무자는 그 배서 당시 이미 발생한 배서인에 대한 모든 항변사실을 피배서인에 대하여도 대항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이러한 이치는 환배서인 기한후배서라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원고는 지급기일에 이미 부도가 된 약속어음을 A로부터 교부받은 것인데 피고는 A에 대하여 원인관계 해제의 항변을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는 위 항변으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 【해설】 1. 緖論 대법원은 본 사안에서 숨은 추심위임배서 피배서인의 소송대위에 관한 문제를 회피하고 환배서와 기한후배서에서의 인적항변 절단여부의 문제로 쉽게 해결하였다. 이러한 해결이 허용된다면 대법원의 태도는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이 허용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하여, 먼저 어음발행인(피고)은 원고에게 환배서와 기한후배서의 피배서인이라는 이유로 수치인(이○○)에 대한 인적항변을 제기할 수 있는지 검토한 다음, 이 숨은 추심위임배서 피배서인(A)이 어음발행인(피고)에게 제기한 어음금 지급청구소송에서 어음발행인(피고)은 숨은 추심위임배서 피배서인(A) 자신에 대한 인적항변을 제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숨은 추심위임배서 피배서인(A)에 대한 판결의 기판력이 추심위임인(원고)에게도 미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2. 還背書와 期限後背書의 被背書人에 대한 人的抗辯 우선 첫째로 본 판결이 첫머리에 선언한 바와 같이 ‘약속어음 발행인으로부터 인적항변의 대항을 받는 어음소지인은 당해 어음을 제3자에게 배서·양도한 후 환배서에 의하여 이를 다시 취득하여 소지하게 되었다고 할지라도 발행인으로부터 여전히 위 항변의 대항을 받는다’. 인적항변은 특정인 사이에 어음관계 외의 사유로 인하여 제기할 수 있는 항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 사안에서는 피고가 A에게 발행한 어음은 원고에게 배서되었다가 원고의 백지식배서에 의하여 A에게 교부된 후 다시 원고에게 반환되었다. 그러므로 백지식배서가 된 어음이 이미 소지인이었던 자에게 교부된 환배서는 두 번 있었다. 그중 ‘약속어음 발행인으로부터 인적항변의 대항을 받는 어음소지인’에 대한 환배서는 A에 대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원고는 ‘약속어음 발행인으로부터 인적항변의 대항을 받는 어음소지인’이 아니었으므로 그가 ‘당해 어음을 제3자에게 배서·양도한 후 환배서에 의하여 이를 다시 취득하여 소지하게 되었다고 할지라도’ 위의 법리는 적용되지 않는다. 본 판결은 우선 이 점에서 착각을 한 듯하다. 둘째로 ‘기한후배서는 보통의 배서와는 달리 지명채권양도의 효력밖에 없어 그것에 의하여 이전되는 권리는 배서인이 배서 당시 가지고 있던 범위의 권리라 할 것이므로 어음채무자는 그 배서 당시 이미 발생한 배서인에 대한 모든 항변사실을 피배서인에 대하여도 대항할 수 있다’고 선언하면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인적항변을 인정한 것도 수긍하기 어렵다. 원고는 이 어음을 먼저 수취인 A로부터 기한 전에 배서양도 받아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모라동지점에 맡겨두었다가 만기에 이 지점을 통하여 피고에게 제시하였으나 지급이 거절된 사실을 이 판결은 간과하고 있다. 이 판결은 원고가 지급이 거절되자 자기에 대한 배서인인 A에게 추심을 의뢰하였다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여 어음을 다시 회수한 사실만을 염두에 두고 기한후배서라는 이유로 A에 대한 인적항변을 원고에게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그러나 원고가 A에게 어음을 교부하였다가 회수한 것은 피고가 지급기일에 지급을 거절했기 때문에 어음금을 추심하기 위한 조치였다. 피고가 원고의 적법한 지급제시에 대하여 거절하지 않았다면 원고는 A에게 어음금추심을 의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급기일에 피고가 원고의 지급청구를 거절한 것이 정당한지 여부이다. 즉 원고가 A로부터 지급기일 전에 배서를 받았을 때 피고는 A에 대한 항변을 원고에게 제기할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그런데 원고가 이 배서를 받을 때 害意가 있었다는 입증이 없으면 항변은 절단된다(어음법 제17조). 그러므로 피고가 A에 대한 인적항변을 원고에게도 제기할 수 있다고 인정한 본 판결은 부당하다. 3. 숨은 推尋委任背書 被背書人 自身에 대한 人的抗辯 ‘A는 피고를 상대로 약속어음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약속어음의 원인관계인 재동업계약이 해제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A의 청구가 기각되고 그 판결은 확정’되었다. A는 원고를 위하여 어음금을 추심 해줄 의사로 이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원고가 백지식배서를 한 어음을 A에게 교부한 것은 숨은 추심위임배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송에서 어음채무자인 피고가 피배서인인 A 자신에 대한 항변으로 대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信託背書說(우리나라의 통설·판례)에서는 이를 긍정하고(예 : 정찬형, 어음·수표법강의 제3개정판, 홍문사 1999, 428면) 資格授與說(富山康吉, ‘取立委任裏書’, 「手形法小切手法講座 3」, 有斐閣 1965, 250면·254면)에서는 부정한다. 신탁배서설도 채무자가 배서인에 대한 항변으로 숨은 추심위임배서의 피배서인에게는 대항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논리에는 맞겠지만 주로 이 피배서인에게는 독자적인 경제적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피배서인에 대한 이 항변의 제기를 인정한다(대판 1994. 11. 22, 94다30201 ; 대판 1990. 4. 13, 89다카1084). 그렇다면 같은 이유로 피배서인 자신에 대한 항변은 제기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일관된 태도일 것이다. 鈴木竹雄 교수는 자격수여설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선의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양도배서의 형식대로 법률관계를 처리해야 한다고 인정한다면 어음채무자도 선의의 제3자로서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隱れた取立委任裏書と人的抗辯’, 「商法演習 III」, 有斐閣 1963, 239면), 채무자 측에는 양도배서의 외관에 대한 신뢰이익에 견줄 만한 것은 없다. 어음에 있어서 표시나 형식을 존중하는 것은 어음거래의 안전을 위한 것인데, 채무자가 배서인에 대한 항변뿐 아니라 피배서인에 대한 항변도 대항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어음거래의 안전을 위한 제3자 보호의 요청을 넘어서는 것이다(富山康吉, 전게서 250면, 254면). 어떻든 A의 피고에 대한 패소판결이 이미 확정되었으므로, 본 사안에서는 어쩔 수 없게 되었다. 본 판결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A가 받은 패소판결의 기판력이 숨은 추심 위임자인 원고에게도 미치는지 이다. 4. 숨은 推尋委任背書 被背書人에 대한 判決의 旣判力 1) 辯護士代理 또는 訴訟信託禁止의 原則 권리 또는 이익의 실질적 귀속주체를 대신하여 또는 예외적으로 이와 함께 제3자가 자기의 명의로 당사자로서 소송을 추행하는 권능(訴訟追行權) 또는 자격이 인정되어 소송하는 것을 訴訟代位라고 하는데, Prozessstandschaft의 번역으로서 보통 소송신탁 또는 제3자의 소송담당이라고 한다. 소송대위에서는 권리 또는 이익의 실질적 주체가 소송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대리와 다르다. 그러나 임의적 소송담당자는 본인의 의사에 기하여 본인을 대신하여 소송행위를 하는 점에서 소송대리인과 성질이 같은 점이 있다. 그래서 변호사대리(민사소송법 제80조) 또는 소송신탁금지(신탁법 제7조)의 원칙을 잠탈할 염려가 있다. 이 원칙에 위반한 행위는 무효이다(대판 1982.3.23, 81다540). 공연한 추심위임배서는 제3자에 의한 임의적 소송담당을 법(어음법 제18조)이 명시적으로 인정한 예이다(新堂幸司, ‘訴訟代位’, 民事法辭典, 有斐閣 1960, 1248면). 그러나 숨은 추심위임배서 피배서인의 소송담당에는 문제가 있으며 합리적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허용된다. 다만 원고가 피고로부터 어음금 지급을 받지 아니하면 A는 소구의무를 부담하므로 소송의 결과에 대하여 법률상의 이해관계(自己固有의 利益)가 있으므로 A의 원고를 위한 소송담당에는 합리적 필요성이 인정되어 위의 원칙을 잠탈할 염려는 없다고 인정된다(伊藤 眞, ‘任意的訴訟擔當とその限界’, 「民事訴訟法の爭點」[新版], 有斐閣 1988, 109면 2단). A의 소송담당이 이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였으면 다음에 보는 바와 같이 원고는 대위소송 판결의 기판력을 받지 않고 본 소송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었을 뻔했다. 2) 代位訴訟 判決의 旣判力 이러한 소송추행권이 있는 資格當事者가 받은 판결의 기판력은 본래의 자격자인 권리 또는 이익의 주체에 대하여 그가 스스로 판결을 받은 것처럼 효력을 미친다(민사소송법 제204조 제3항).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대한 판결의 효력이 채무자에게 미치는지에 관하여 학설에서는 적극설(방순원, 전정개판 민사소송법(상), 한국사법행정학회 1987, 616면 ; 이영섭, 신민사소송법(상) 제7개정판, 박영사1972, 198면 ; 곽윤직, 채권총론 신정판, 박영사 1996, 264면 - 송상현, 민사소송법 신정이판, 박영사 1999, 479면에서 재인용함)이 우세하고 판례에서도 大全判 1975. 5. 13, 74다1664는 종래의 소극설을 버리고 채권자가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대위소송 판결의 기판력이 채무자에게 미친다는 절충설을 취하였다. 본 사안에서 원고가 A의 피고에 대한 소송제기를 알았다면 판례의 절충설에 의해서도 그 판결의 기판력은 원고에게도 미칠 것이다. 5. 結語 본 판결이 이 사안에 대하여 환배서와 기한후배서의 인적항변에 대한 관계에 관한 법리를 적용한 것은 부당하지만, 본 판결에서는 검토되지 않았지만 숨은 추심위임배서와 임의적 소송담당에 관하여 상술한 바에 따르면 결론에는 수긍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에 있어서도 원고는 A에게 어음을 사돈간인 B의 부탁으로 할인하여 주었고 A는 원고를 위하여 어음금 추심소송을 스스로 담당한 점에 미루어 원고는 양수할 때에 인적항변사유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판결의 결론은 더욱 타당하다. 그러나 법관은 사실을 증거에 의하여 인정하여 국민도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을 내려주었으면 한다.
2002-10-17
기한이익상실약관과 소멸시효의 기산점
I. 事件의 槪要 원고는 피고에게 訴外 A가 피고에 대해 부담하고 있거나 장차 부담하게 될 일정범위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신 소유의 부동산 위에 根抵當權을 설정해 주었다. 그 뒤 1989.4. 경 A는 피고와의 사이에서, 訴外 C가 피고에 대해 부담하고 있던 物品代金 債務 가운데 일정액을 訴外 B와 連帶하여 辨濟하겠다고 약정하였다. 그리고 이 辨濟約定에서 A는 자신이 부담하게 된 채무를 장차 일정기간 간격으로 分割하여 辨濟하되(最終分割辨濟期日: 1992.4.30.) 위 분할변제기한을 1回라도 遲滯하였을 때는 期限의 利益을 잃는다는 취지의 特約을 피고와의 사이에서 체결하였다. 아울러 A는 자신이 부담하게 된 채무액과 동일한 금액을 최고한도로 하여 어음금액을 백지로 하고 그 지급기일을 위 연대변제약정상의 최종분할변제기일에 맞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피고에게 교부하였다. 그 뒤 A가 분할변제약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자 피고는 위의 근저당권에 기초하여 원고 소유의 부동산에 대해 任意競賣申請을 하였으며, 이에 따라 1995.1.27.자 競賣開始決定의 記入登記가 같은 해 2.2. 경료되었다. 한편 원고는 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이미 時效消滅하였음을 이유로 하여 이 사건 根抵當權設定登記抹消訴訟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원심은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물품대금채권으로 3년의 소멸시효에 걸리는 바, 위 연대변제약정시로부터 起算하면 이미 그 기간이 경과하였으므로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時效消滅하였다고 판단하였다(청구인용). II. 大法院 判決의 要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判示하며 원심판결을 破棄 還送하였다. 1. 期限利益 喪失의 特約은 그 내용에 의하여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자의 청구 등을 요함이 없이 당연히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어 履行期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것(停止條件附 期限利益 喪失의 特約)과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후 채권자의 통지나 청구 등 채권자의 의사행위를 기다려 비로소 履行期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것(形成權的 期限利益 喪失의 特約)의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고, 後者의 경우에는 그 특약은 債權者의 利益을 위한 것으로서 기한이익의 상실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나머지 全額을 一時에 請求할 것인가 또는 종래대로 割賦辨濟를 請求할 것인가를 자유로이 選擇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있는 할부채무에 있어서는 1回의 不履行이 있더라도 各 割賦金에 대해 그 各 辨濟期의 도래시마다 그 때부터 順次로 消滅時效가 진행하고, 債權者가 특히 殘存 債務 全額의 辨濟를 구하는 취지의 意思를 表示한 경우에 한하여 全額에 대하여 그때로부터 消滅時效가 진행한다. 2. 債權者가 物上保證人에 대하여 그 피담보채권의 실행으로서 任意競賣를 申請하여 경매법원이 競賣開始決定을 하고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으로서의 債務者에게 그 決定이 送達되거나 또는 競賣期日이 通知된 경우에는 時效의 利益을 받는 債務者는 민법 제176조에 의하여 당해 피담보채권의 消滅時效 中斷의 효과를 받는다. III. 評 釋1. 머리말 (1) 먼저 위의 판결요지 가운데 2. 부분은 종래 대법원이 1987.12.8. 선고 87다카1605판결 이후 일련의 판결(1990.1.12. 선고 89다카4946 판결, 1990.6.26. 선고 89다카32606 판결, 1994.1.11. 선고 93다21477 판결, 1994.11.25. 선고 94다26097 판결 등)을 통해 취해 온 입장을 반복하고 있는데 불과하다. 따라서 이러한 입장의 타당성은 別論으로 하고 이 문제와 관련하여 이 사건 판결이 갖는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이에 관한 종래의 대법원의 입장을 부연하면, 競賣開始決定의 송달이나 競賣期日의 통지가 채무자에게 交付送達의 방법으로 송달된 경우에만 時效中斷의 효력을 인정하고 郵便(發送)送達이나 公示送達의 경우에는 이를 부정함이 우리 대법원의 기본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판결에서는 이 점에 관한 언급은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대법원이 종래의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2) 반면 위 판결요지 가운데 1.부분과 관련하여 이 판결은 이른바 期限利益喪失約款이 붙어 있는 채무의 消滅時效의 起算點에 관한 最初의 判例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일부 교과서에서 이 문제와 관련을 맺고 있는 판결로 소개되고 있는 대법원 1978.3.28. 선고 77다2463 판결은 繼續的 去來關係로부터 발생한 채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판결로서 이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리고 이 사건 판결의 참조판례로서 소개되고 있는 1987.6.23. 선고 86다카2865 판결 역시 期限利益喪失約款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채무의 소멸시효의 기산점 문제를 다루고 있는 판결은 아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싼 종래 학설상의 논의를 우선 살펴 본 다음, 이 사건 판결을 검토하기로 한다. 2. 期限利益喪失約款이 붙은 債務의 消滅時效의 起算點 (1) 債權者意思說 이 說은 애당초 期限利益喪失約款이란 債權者에게 그 선택에 따라 期限의 利益을 상실시킬 수 있는 權利(일종의 形成權)를 부여하는 것일 뿐이므로, 債務者가 1回의 割賦債務의 履行을 遲滯함으로써 約款上의 期限利益喪失事由가 발생한 경우에도 즉시 殘存債務 全額에 대한 時效가 進行하지는 않고, 債權者가 約款을 원용하여 殘存債務 全額을 請求한 경우에 비로소 殘存債務 全額에 대한 消滅時效가 進行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 입장에 의하면 債權者의 全額請求가 없는 한 各割賦債務는 그 辨濟期가 도래할 때마다 각자 그 때부터 順次로 消滅時效가 진행할 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소수설이라고 할 수 있다. (2) 卽時進行說 이 說에 의하면 約款上의 期限利益喪失事由가 발생함으로 인해 債權者가 債務者의 期限의 利益을 喪失시킬 것인가 아니면 割賦辨濟를 繼續시킬 것인가를 選擇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는 경우에도 이러한 債權者의 選擇은 債務者의 遲滯責任의 成立과 관계가 있을 뿐이며, 殘存債務 全額의 消滅時效는 債權者의 全額請求가 없더라도 그 事由가 발생한 때부터 즉시 진행한다고 한다. 요컨대 이 說은 期限利益喪失約款에 의해 債權者는 그 사유가 발생한 이후에는 언제든지 殘存債務 全額을 請求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그러한 權利行使가 可能한 時點인 期限利益喪失事由의 發生時부터 殘存債務全額의 消滅時效가 진행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다수의 학자들이 이 견해를 취하고 있다. (3) 二元說 이 입장은 期限利益喪失約款을 그 내용에 따라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자의 청구가 없어도 당연히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어 履行期가 도래하는 것(停止條件附 期限利益喪失約款)과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후에도 채권자의 통지나 청구 등의 의사행위가 있어야 비로서 履行期가 도래하는 것(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約款)의 두 가지로 나눈 다음, 前者의 경우에는 위의 卽時進行說과 같은 결론을 취하고, 後者의 경우에는 위의 債權者意思說과 같은 결론을 취한다. 바로 이 사건 대법원판결이 따르고 있는 입장이며, 일본의 경우에도 1940.3.13. 大審院 連合部 판결 이후 판례는 이 입장으로 통일되었다고 한다. (4) 학설에 대한 검토 위의 학설들 가운데 먼저 債權者意思說은 원래 期限利益喪失約款이란 債權者의 利益을 위해 두어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約款上의 事由가 발생하더라도 債權者가 반드시 殘存債務 全額을 請求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說이 債權者의 請求가 없는 한 殘額債務 全額에 대한 消滅時效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우선 이와 유사한 다른 경우들과 균형이 맞지 않는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예컨대 形成權의 行使를 통해 성립하는 債權의 消滅時效는 그 形成權의 除斥期間과 일치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또 同時履行의 抗辯權이 붙어 있는 債權의 경우처럼 그 權利行使에 法律上의 障碍가 있더라도 그 障碍를 債權者 자신의 意思에 따라 除去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障碍는 消滅時效의 進行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봄이 통설의 입장인 바, 이러한 경우들과 위 債權者意思說의 결론은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이다. 나아가 이 說은 「消滅時效는 權利를 行使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는 민법 166조1항의 法文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二元說에 대해 살펴보면, 우선 이 說은 期限利益喪失約款을 그 내용에 따라 이른바 停止條件附 期限利益喪失約款과 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約款의 두 가지로 大別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나, 어떤 기준에 의해 그런 區別이 가능하며 또 區別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期限利益喪失約款은 어느 쪽으로 解釋해야 하는가라는 매우 어려운 問題가 제기되게 된다. 나아가 설사 당사자들의 意思解釋에 의해 그 구별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이 說이 이른바 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約款의 경우와 관련하여 債權者意思說과 같은 결론을 취하는 데 대해서는 위에서 행한 債權者意思說에 대한 批判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위의 학설들 가운데서 卽時進行說의 입장이 가장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이 說을 따를 경우 債權者의 利益에 중대한 侵害가 발생한다는 反論에 대해서는, 우선 債權者는 債務者의 期限의 利益喪失을 통해 나름대로 利益을 얻고 있으므로 그 대신 즉시 消滅時效가 진행된다고 하여 특히 債權者에게 不當한 결론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나아가 債權者가 遲滯後의 割賦給付를 受領하는 등 期限利益喪失事由가 발생한 후 다시 期限을 猶豫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例外를 인정함으로써 그러한 경우에는 債權者의 利益을 考慮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이 사건 판결에 대한 검토 이 사건 판결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기한이익상실약관이 붙은 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最初의 判例로서, 위의 학설들 가운데서 二元說의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판결에 대해서는 우선 위에서 한 二元說에 대한 批判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판결은 설사 二元說이 妥當하다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問題點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1) 區別基準의 문제 이 사건 판결은 이 사건의 경우에 이른바 停止條件附 期限利益喪失約款이 아니라 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約款이 두어져 있다고 보는 근거로서 우선 「당사자 사이의 거래관계 및 위 연대변제약정을 하게 된 경위」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二元說을 따를 경우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 두 종류의 約款의 區別基準으로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이 사건 판결은 당사자 사이에서 굳이 停止條件附 期限利益喪失約款으로 한다는 明示的인 表示가 없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期限利益喪失約款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形成權的인 것으로 해석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 사건 판결은 이 점에 있어서 형식적으로는 二元說의 입장을 취하면서도 실제로는 債權者意思說을 따르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2) 二元說과 消滅時效의 起算點 二元說을 따르고 또 이 사건의 경우에는 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 特約이 있었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판결이 이 사건의 경우 殘存債務의 消滅時效는 各 割賦金의 辨濟期의 도래시마다 그때로부터 각기 順次的으로 진행하지 않고 最終分割辨濟期日로부터 진행한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힘들다. 이와 관련하여 이 사건 판결은 分割辨濟約定과 아울러 最終分割辨濟期日을 支給期日로 하는 어음이 발행 교부된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통해 債權者가 殘存債務 全額에 대한 債權의 行使를 分割辨濟約定上의 最終辨濟期日까지 留保한다는 意思를 表示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分割辨濟約定이 맺어진 이후에 그러한 어음이 발행된 경우라면 몰라도 이 사건의 경우처럼 分割辨濟約定이 체결됨과 同時에 그러한 어음이 발행된 경우까지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지는 매우 의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판단은, 이 사건처럼 旣存債務의 擔保를 위해 어음이 발행된 경우에는 原因債權과 어음債權은 법률상 別個의 債權으로서 竝存하고 그 辨濟期도 각기 다를 수 있다고 보는 통설·판례의 입장(대법원 1990.6.26. 선고 89다카32606 판결참조)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생각한다. 4. 맺음말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이 사건 판결은 期限利益喪失約款이 붙은 債權의 消滅時效에 관한 最初의 判例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이 따르고 있는 二元說의 입장은 타당치 못하다고 여겨지며, 비록 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의 特約이 締結된 경우라 할지라도 消滅時效의 起算點조차 債權者의 選擇에 좌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債權者에게 치우친 해석이므로, 이 경우에도 消滅時效는 特約上의 事由가 발생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은 消滅時效制度의 存在理由를 權利者의 權利不行使에 대한 義務者의 信賴保護로부터 도출하는 입장을 취할 경우 더욱 강하게 뒷받침될 수 있을 것이다.
1998-05-28
부동산명의신탁과 횡령죄
Ⅰ. 對象判決:大判 1996. 11. 29. 선고 96도1755 판결(判例公報 1997, 264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명의수탁받아 보관 중이던 토지에 관하여 피해자의 승낙없이 1991. 5. 8.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공소외 甲, 乙에게 각 경료하여 준 다음, 피고인이 기존의 근저당권설정등기 등을 모두 말소하여 피해자의 소유권에 대한 침해를 회복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다시 1992. 12. 29.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공소외 丙에게 경료해 준 사건. 大法院은 피고인이 甲, 乙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줌으로써 객관적으로 위 토지 전체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를 외부에 발현시키는 행위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 때에 피고인의 위 토지 전체에 대한 횡령죄는 완성되었다고 보았다(그 후 이루어진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불가벌적 사후행위로서 별개의 횡령죄를 구성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Ⅱ. 不動産名義信託과 橫領罪1. 서 론 1995. 7. 1.부터 시행중인 不動産實權利者 登記名義에 관한 法律(이하 「不動産 實名法」이라 한다)은 민법상 원칙과 내용상 모순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이유로 비판 받고 있는 법률이다. 그러나 동법은 부동산 명의신탁이 부동산 투기의 목적으로 악용되는 현실을 차단하기 위하여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특별법이다. 동법은 부동산 명의신탁을 반사회적 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므로(제1조), 동법의 제 규정이 민법상의 원칙과 모순될 경우 동법을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입법취지에 맞는다고 본다. 이하에서는 부동산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를 횡령죄로 판시한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 동법의 시행이후에도 계속 유지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검토하기로 한다. 2. 大法院 判例의 입장 (1)橫領罪 성립여부 대법원은 부동산 명의신탁약정시 부동산의 對外的인 소유자는 명의수탁자이지만 신탁자와 수탁자의 대내적 관계에서는 신탁자가 신탁재산의 소유권을 보유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등기없이도 그 부동산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었다(大判 1982. 11. 23, 81다372). 반면 수탁자는 명의신탁자의 부동산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명의수탁자의 부동산처분행위는 橫領罪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논리구성을 통하여 對內的인 실권리자, 즉 명의신탁자의 권리를 보호하였던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등기명의인의 등기가 원인무효이거나(大判 1989. 2. 28, 88도1368), 위탁자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을 때(大判 1982. 2. 9, 81도2936)에는 등기명의인의 보관자 지위를 부인하여 횡령죄 성립을 부인하였다. 본 대상판례 역시 이러한 입장에서 판시한 것이다. 즉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명의수탁받아 보관 중이던 토지에 관하여 피해자의 승낙없이 1991. 5. 8.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공소외 甲, 乙에게 각 경료하여 줌으로써 객관적으로 위 토지 전체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를 외부에 발현시키는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이 때에 피고인의 위 토지 전체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大判 1971. 6. 22, 71도740(전원합의체. 이에 대하여 少數意見은 「명의신탁된 부동산이라고 할지라도 그 등기가 경료되어 있는 이상 현행 민법상 그 토지는 대외적 관계에 있어서는 물론 대외적 관계에 있어서도 수탁자의 소유였다고 할 것이므로…등기명의자인 피고인 갑이 피고인 을과 공모하여 그 토지를 공소외 병의 대리인 정에게 매도하였다 한들 그것은…횡령죄를 구성하는 행위였다고 볼 수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이후 계속되고 있다(大判 1994. 11. 25, 93도2404). (2)不動産實名法과 대상판례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에 의한 부동산등기 금지규정은 이 법 시행후 등기하는 분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부칙 제2조 제1항). 위 판례에서 피고인의 근저당권설정등기는 1991. 5. 8. 이므로 명의신탁약정에 의한 부동산등기는 이 날 이전에 이루어진 것을 의미하므로 동법의 적용대상은 아니다. 또한 위 판례에서 피고인은 부동산실명법에 따른 實名轉換(동법 제11조 참조)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소유권은 여전히 명의신탁자에게 있다고 보아 명의수탁자의 횡령죄 성립을 인정한 것은 기존의 대법원 판례입장과 일치한다. 3. 學說의 입장 학설은 부동산실명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이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즉 부동산의 명의수탁자는 그 부동산의 보관자에 해당하고, 신탁물에 대한 소유권은 명의신탁자에게 있다고 본다. 만일 신탁목적이 설정된 경우에는 신탁목적의 범위내에서는 수탁자에게 이전되나 그 목적범위 밖에서는 신탁자에게 있게 된다. 그러므로 수탁자가 신탁목적범위(예:선량한 관리자로서의 보관의무)를 벗어나 신탁목적물을 처분하면 횡령죄가 된다고 보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다(김일수, 형법각론, 245면; 배종대, 형법각론, 336면; 진계호, 형법각론(제3판), 352면). Ⅲ. 不動産實名法과 不動産名義信託의 法的 性質1. 不動産 名義信託約定의 개념 부동산의 명의신탁약정이란 부동산에 관한 所有權 기타 物權을 보유한 자 또는 사실상 취득하거나 취득하려고 하는 자(實權利者, 곧 名義信託者)가 타인과의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하거나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 혹은 가등기는 그 타인(名義受託者)의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委任·委託賣買의 형식에 의하거나 追認에 이한 경우를 포함한다)을 말한다(不動産實名法 제2조 제1호). 명의신탁은 크게 명의신탁자 소유부동산을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방식의 2者間 名義信託과 신탁자가 제3자로부터 매입한 부동산을 직접 수탁자에게 이전등기를 하는 中間省略 名義信託의 방법이 있다(이외에도 共有不動産을 공유자 1인의 명의로 등기한 경우의 名義信託이 있다). 2. 不動産實名法의 內容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행위를 反社會的 行爲로 규정하고 있으며(동법 제1조), 이에 따라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의하여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3조 제1항). 이러한 名義信託約定은 물론 이에 따라 행하여진 不動産物權變動에 관한 登記를 無效로 하고 있다(동법 제4조 제1항·제2항). (이에 반해 일정한 탈법목적의 名義信託을 금지한 不動産登記特別措置法(1990. 8. 1, 제7조. 현재는 삭제)의 규정은 效力規定이 아닌 團束規定이라고 하여 명의신탁의 私法上의 效力은 인정하였다(大判 1993. 8. 13, 92다42651)). 동법 제4조 제3항은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기한 부동산물권변동의 무효는 善意와 惡意를 불문하고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수탁자명의의 등기는 무효이지만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有效한 것으로 취급되고, 이에 따라 수탁자가 자기명의의 등기에 기하여 한 처분행위 역시 유효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규정은 不動産登記에 公信力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민법의 원칙과는 상치된다. 그러나 이는 부동산실명법이 안고 있는 내용적·논리적 문제점에 해당한다. 동법은 명의신탁 금지규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으며(동법 제7조 제1항), 명의수탁자 - 명의수탁자를 敎唆하여 당해 규정을 위반하도록 한 자 포함 - 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동조 제2항). 명의신탁약정에 의하여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도록 幇助한 자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동조 제3항). Ⅳ. 不動産實名法下에서의 不動産實名信託과 橫領罪 1. 不動産實名信託의 法的 效力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수탁자명의의 등기가 무효인 경우 名義信託約定의 법적 성질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명의신탁자와 수탁자간의 법률관계가 달라진다. 그리고 이는 명의신탁의 類型에 따라 다시 법률관계를 달리한다. (1)不當利得說 부당이득설에 의하면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에 의하여 수탁자명의의 등기가 무효인 이상 명의신탁자는 여전히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고, 따라서 수탁자에게 소유권에 기한 妨害排除請求權을 행사하여 수탁자명의의 등기를 말소하거나 眞正名義回復을 원인으로 하는 所有權移轉登記를 구할 수 있다. 또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게 不當利得返還請求權을 행사하여 등기의 말소나 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이 견해를 따르면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은 고도의 公益的 性格을 지닌 특별법이다. 만일 명의수탁자의 재산처분행위를 횡령죄라고 보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명의신탁의 무효성을 인정하는 이 법의 입법취지나 실효성은 상실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2)不法原因給與說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에의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는 견해이다. 이 입장은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가 부동산명의신탁에 따른 부동산투기등 경제질서 혼란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동법의 명의신탁 금지규정은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의 특별규정이라고 본다. 그리고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무효인 명의신탁은 동법의 목적(제1조)과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민법 제103조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본다(명의신탁에 대한 비판으로는 郭潤植, 物權法, 395면 이하 참조). 이에따라 명의신탁자와 수탁자간의 명의신탁약정은 不法原因에 해당하고, 이는 민법 제746조에 따라 반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견해가 타당하며, 이는 불법원인급여의 경우 횡령죄 성립을 인정하지 않는 판례의 입장(大判 1988. 9. 20. 86도628)과도 조화된다(1979. 11. 13, 79마483: 민법 제746조는…私法의 基本理念으로서 결국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사람은 스스로 불법한 행위를 주장하여 復舊를 그 형식 여하에 불구하고 소구할 수 없다는 이상을 표현한 것이므로…). 2. 2者間 名義信託의 경우 이 경우에는 신탁자의 수탁자에 대한 반환경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는 불법원인급여설에 입각하여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부동산실명법에 따르면 명의수탁자는 더 이상 명의신탁부동산의 보관자가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횡령죄의 행위주체가 될 수 없다. 그 결과 명의신탁자의 부동산을 처분한 명의수탁자는 형법상 횡령죄에 의해서가 아니라 실명법에 따른 처벌만을 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朴相基, 刑法各論, 382면참조). 이러한 해석이 실명전환 기간내에 실명전환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탁자에게 所有權을 인정하는 부동산실명법의 정신에도 부합한다고 본다. 3. 中間省略 名義信託의 경우 중간생략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신탁자와 수탁자간의 名義信託約定이 무효이며, 매도인과 신탁자간의 매매계약은 有效하다. 그러므로 목적부동산을 처분한 수탁자에 대해서는 신탁자가 매도인을 代位하여 무효인 수탁자명의의 등기말소를 청구할 수 있으며, 수탁자의 처분행위는 매도인(전소유자)에 대한 橫領罪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 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유효한 매매계약을 근거로 목적부동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신탁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동법 제7조 제1항 1호). 4. 實名轉換期間中 實名登記를 하지 않은 경우 부동산실명법은 이 법의 시행전에 이루어진 명의신탁약정에 의하여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거나 하도록 한 명의신탁자(「기존 名義信託者」)는 이 법 시행일부터 1년의 유예기간이내에 실명등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법 제11조 제1항). 이 경우에 실명전환을 위한 유예기간규정은 效力規定이 아니라 團束規定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만일 이 유예기간내에 명의수탁자가 실명등기를 하는 대신 임의로 처분하는 경우에는 횡령죄가 성립한다. 즉 부동산실명법 시행이전에 이루어진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비록 동법이 규정하고 있는 실명전환기간인 1년이 경과한 이후라 할지라도 신탁자의 所有權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大判 1971. 6. 22, 71도740)에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부동산실명법의 시행이후에 이루어진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횡령죄 성립이 부인된다.
1997-10-27
원인채무와 어음채무의 상관성 인정여부
法律新聞 2483호 법률신문사 原因債務와 어음債務의 상관성 인정여부 林泓根 成均館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4면 ============ 一. 事實槪要 및 大法院判決要旨 소외 유승개발주식회사는 1990년 7월경 동회사가 신축하여 준공직전에 있던 경북풍기의 50세대 인삼조합주택건축 공사등의 자재대 및 노임등이 지급을 위하여 이미 발행한 바 있는 약속어음들이 만기에 이르게되자 그 결제를 위하여 아래 목록에서와 같이 각 약속어음을 발행하게 되었다. 당시 소외 회사의 전무로 근무하던 소외 박승만은 위 약속어음들을 사채시장에서 쉽게 할인받을 수 있는 방편으로 상장회사로서 위 소외회사보다 신용이 있는 피고 극동전선공업 주식회사 명의의 배서를 받기로 하고, 고교동창 친구이자 평소 위 소외 회사와 사업상으로도 긴밀한 관계에 있던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 최병철을 찾아가 그에게 위와 같은 사정을 밝히고 배서를 의뢰하였던 바, 위 최병철은 이를 승낙하고 위 각어음 이면상의 제1배서인란에 피고회사 명의의 각 배서를 하였다. 그 후 위 박승만은 위 각 어음들을 갖고 역시 고교동창이자 건축자재판매업자로서 소외회사의 공사현장에 약8천만원 상당의 건축자재를 외상으로 납품한 바 있는 소외 김영구를 찾아가 그에게 위 어음들을 사채시장에서 할인받을 수 있도록 주선하여 줄 것을 부탁하였고, 이에 위 김영구는 사채중개업자인 소외 노경범의 중개로 위 각 어음이면상의 제2배서인란에 그 명의의 배서를 한 다음 위 각 어음과 함께 자신의 인감증명을 원고 주식회사 신한상호신용금고에게 교부하고 원고로부터 위 어음들중 아래 목록기재 제1어음은 그 최후배서인으로 기재 소외 송준영 명의로, 나머지 어음들은 자신의 명의로 각 할인을 받는 형식으로 그 지급기일후의 연체이율은 연2할2푼으로 정하여 위 각 어음액면 금액에서 각 지급기일까지 연17.5%의 비율에 의한 선이자를 공제한 나머지 금원을 교부받은 후 위 노경범에게 소정의 중개료를 지급하고 그 나머지 금원 전부를 통하여 소외 회사에 교부하였다. 원고가 위 약속어음의 최종소지인으로써 지급기일에 이르러 위 지급장소인 주식회사 한미은행 안양지점에 각 지급제시 하였으나 무거래로 지급거절되었다. 원고는 피고가 위 약속어음들에 배상하였으므로 원인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인으로서 위 대출금의 지급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 것이다(하단목록참조). 위와 같은 사실개요를 전제로한 上告理由書에 대한 大法院判決要旨는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이 발행한 약속어음에 보증의 취지로 배서를 한 경우에 배서인은 그 배서행위로 인한 어음상의 채무만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그 어음이 차용증서에 갈음하여 발행된 것으로서 배서인이 그러한 사정을 알고 만사상의 원인채무를 보증하는 의미로 배서한 경우에 한하여 그 원인채무에 대한 보증책임을 부담하는 것인 바(당원 1984년 2월 14일 선고, 81다카979판결; 1986년 7월 22일 선고, 86다카783판결; 1987년 12월 8일선고, 87다카1105 판결등 참조), 피고가 약속어음이 사채시장에서 쉽게 할인될 수 있도록 어음에 배서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배서인으로서의 어음상 채무를 부담함에 의하여 신용을 부여하려는 것에 불과한 것이지 위 약속어음이 차용증서에 갈음하여 발행된 것으로 알고 민사상의 원인채무를 보증하는 의미로 배서한 것이라고는 볼수 없다.」 二. 評 釋 (1) 問題의 提起 위의 사실개요에서 보면 약속어음의 발행인인 소외 유승개발주식회사로부터 위 어음의 최종 소지인인 원고 (주)신한상호신용금고에 이르기까지 배서인인 피고 극동전선공업주식회사 및 소외 김영구가 개재되어 있으나, 원고는 최종소지인으로서 피고 극동전선공업주식회사를 배서인으로서 그 어음이 차용증서에 갈음하여 발행된 것이라고 배서인이 그러한 사정을 알고 인사상의 원인채무를 보증하는 의미로 배서한 것으로 주장하여 그 원인채무에 대한 보증책임을 구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사안을 다른 한편으로 살펴 보면, 보증인(피고)가 소외회사와 원고와의 어음 債務를 보증할 목적으로 背書를 함으로써 어음 債務를 보증하는 어음 行爲를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私債流通市場에서는 어음 債務의 보증은 그 대부분이 「숨은 保證行爲」로 행하여지고 있다. 기업 자체에 경제적 신용이 없는 경우에는, 거래선은 그 기업이 발행하는 어음 債務를 보증하게 하기 위하여 신용있는 제3자의 背書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숨은 어음 保證」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이다. (2) 숨은 어음 保證의 效力 숨은 어음 保證의 效力은 그 행하여진 행위의 성질대로의 효력이 생기고, 그러한 어음法의 규정에 의하여 규율된다. 예컨대 甲(소외회사)와 丙(원고)와의 거래에 기하여 甲이 그 지급을 위하여 어음을 발행하는 경우, 그 발행 債務를 보증할 목적으로써 背書를 한 乙(피고)은 (乙은 어음의 受領人이고, 그것에 背書한다) 어음소지인 丙에 대하여 背書人으로서의 責任을 부담한다. 따라서 丙이 甲에 대하여 적정한 支給의 提示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甲이 支給을 거절한 경우에 있어서는 乙은 背書人으로서 遡求義務를 부담한다. 이에 반하여 丙이 支給提示期間經過後에 제시하여 甲이 支給을 거절한 경우에는 乙은 背書人으로서의 遡求義務를 면한다. (3) 大法院判決例 어음관계와 原因關係는 법률적으로는 분리되어 있으나, 경제적으로는 관련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大法院은 어음관계가 原因關係의 내용을 인정함에 있어서 참조가 되는 경우를 인정하고 있다. 예컨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금원을 대여하고 채무자로부터 어음을 배서교부받은 경우에, 다른 반증이 없는 한 채권자는 배서일자에 채무자에게 위 금원을 대여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大判 1992년 6월 23일, 92다886)라든지 「기존채무의 지급과 관련하여 만기를 백지로 하여 약속어음이 발행된 경우에는, 어음이 수수된 당사자 사이의 의사해석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채무의 변제기는 그보다 뒤의 날짜로 보증된 백지어음의 만기로 유예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大判 1990년 6월 26일, 89다카32606)고 한 判決이 그런 예이다. 위의 사실에 있어서와 같이, 숨은 어음 保證을 한 자가 동시에 어음 外에서 民事上의 保證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를 놓고 大法院은 보증할 의사로써 背書한 경우에는 이를 인정하고 있다. 즉 금전을 차입하면서 受取人白紙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교부하면서 발행인이 신용이 없으니 신용있는 자로부터 보증목적의 背書를 받아 올 것을 요청하자 背書人이 소지인에게 발행인의 대여금채무를 보증할 의사로써 背書한 것임을 나타내고 背書한 경우에 背書人의 그러한 의사를 존중하여 背書人에게 어음상 背書人으로서의 責任外에 民事上保證人으로서 責任도 부담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大判 1984년 2월 14일, 81다979). 문제는 背書人이 소지인에게 보증할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단순히 그 어음이 「사채시장에 쉽게 할인될 수 있도록」 擔保의 의미로 背書한 경우에 背書人에게 民事上保證責任을 부담시킬 수 있는가이다. 大法院은 이를 긍정하는 判決과 이를 부정하는 判決을 내고 있다. (가) 背書人의 民事上 保證責任을 긍정하는 判決등을 보면, 「어음배서인이 어음발행인의 차용금 채무에 대한 담보의 의미로 배서를 요구하는 사정을 충분히 알고 어음발행인의 요구에 따라 배서한 경우에는 차용금 채무를 연대보증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뜻에서 배서한 것이다」(大判 1986년 9월 9일, 86다카1088)고 한 경우, 「금전소비대차계약으로 인한 채무에 관하여 제3자가 채무자를 위하여 약속어음 또는 수표를 작성하여 채권자에게 교부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동일채무에 관하여 면책적 또는 중첩적으로 채무를 인수한 것이다」(大判 1985년 11월 26일 84다카2275)라고 한 경우 및 「수표발행인은 수표상의 책임은 물론 기본인 금전소배대차에 있어서도 대주를 위하여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의사를 암묵으로 표시한 것으로서 발행인은 대주인 채권자가 누구인지를 몰랐다거나 또는 대주인 채권자와 직접 교섭이 없었다 하더라도 발행인은 채무자를 통하여 채권자에게 보증의 의사를 암묵으로 표시한 것이므로, 발행인은 대주인 채권자에 대하여 소비대차상의 채무에 대한 보증채무를 부담한다」(大判 1965년 9월 28일, 65다1268)라고 하고 있다. 목록 (나) 이에 대하여 背書人의 保證責任을 부정하는 判決을 보면, 「보증채무계약은 보증인과 채권자 사이에 체결되는 것이므로 약속어음에 배서하는 사람 등은 원인채무에 대하여 자기가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뜻의 보증계약을 체결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상 그 약속어음상의 의무만을 부담하는 것이다」(大判 1964년 10월 20일, 64다865)라고 한 경우, 「약속어음의 발행인이 수취인의 자금 융통을 위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하였다는 사유만으로는 수취인이 위 융통어음을 타에 담보로 제공하고서 금원을 차용한 채무를 보증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大判 1987년 4월 28일, 86다카2630)라고 한 경우, 「채무자가 금전을 차입하면서 제3자가 발행한 수표를 담보조로 채권자에게 교부한 경우에 수표발행인인 제3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수표거래에 관한 원인채무를 보증했다고 볼 수 없다」(大判 1988년 3월 8일, 87다446)라고 한 경우 및 「다른 사람이 발행한 약속어음에 보증의 취지로 배서한 경우에 배서인은 그 배서행위로 인한 어음상의 채무만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그 어음이 차용증서에 갈음하여 발행된 것으로서 배서인이 그러한 사정을 알고 민사상의 원인채무를 보증하는 의미로 배서한 경우에 한하여 그 원인채무에 대한 보증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다」(大判 1993년 11월 23일, 93다23459)라고 하는 경우 등이 三. 結 語 위 사실에 대한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민사제8부는 「피고가 비록 배서행위당시에 소외회사에게 금전을 대여하는 채권자가 누구인가를 구체적으로 몰랐다 하더라도 그 어음배서행위는 배서된 어음을 위 소외회사로부터 교부받고 금전을 대여하는 채권자에 대하여 소외회사의 차용금채무를 연대보증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뜻에서 한 것이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라고 한 判決을 파기환송 하면서 내린 大法院判決要旨가 바로 앞에 적은 내용이다. 保證債務契約은 保證人과 債權者 사이에 체결되는 것이므로 어음유통의 보호라는 차원에서 소지인을 두터이 보호한다고 하더라도 원칙상 그 약속어음상의 의무만을 부담하는 것이다(大判 1964년 10월 20일, 64다865). 그런 뜻에서 이 大法院判決을 지지하는 바이다. 어음의 숨은 保證行爲의 경우에 民事上의 保證이 수반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으며, 이와같은 民事上의 保證을 수반하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소지인(원고)의 권리행사는 權利濫用 내지 信義則에 반하는 것으로서 背書人(피고)의 抗辯을 구성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1996-03-04
임차권과 주민등록상의 공시방법
法律新聞 第2421號 法律新聞社 賃借權과 住民登錄上의 公示方法 高翔龍 〈成均館大法大교수 法學博士〉 ============ 14면 ============ 大法院 1995년4월28일宣告, 94다27427判決 【事實槪要】 訴外亡 A는 本 建物에 관하여 1986년 7월23일 訴外 B 주식회사를 債務者자로 하여 根抵當權設定登記를 하고 그 根抵當權에 기한 任意競賣申請을 하여 1987년7월31일 任意競賣開始決定을 얻은 다음 競賣節次에서 1988년2월2일 競落받아 競落代金을 완납하고 같은해 3월15일 위 訴外亡人 A 名義의 所有權移轉登記를 경료하였다. 한편, 피고 Y는 1986년3월10일 위 訴外 B 주식회사로 부터 본건 건물을 전세보증금 5백50만원에 미등기전세로 입주하고, 같은 달 13일 주민등록전입신고를 함에 있어서 주소를 충북단양군매포읍평동4리258의1로 제대로 신고하여 주민등록표가 정리되었으나, 地番이 잘못 신고된 것으로 오인하고 같은 날 다시 주민등록표상 地番을 公薄上에 존재하지 않은 같은 里 258로 정정 신청을 하여 다시 주민등록표를 같은 里 258로 정리 하였다. 그 후 被告 Y는 公薄를 확인한 결과 전입신고된 地番이 잘못된 것을 발견하고 1986년9월27일 주민등록표상 같은 里 258에서 퇴거하고 같은 里 258의 1로 전입신고 하는 방식으로 주민등록표를 올바르게 정리하였으나, 주민등록표상 주소지 地番이 잘못 등록된 경우 地番 정정신청으로 즉시 지번이 정정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1987년7월9일 다시 인근 주민들의 연대확인을 받아 地番정정확인서 및 정정신청서를 매포읍사무소에 제출하였다. 이에 읍사무소 관계공무원은 被告 Y의 주민등록표 중 위 1986년9월27일자 전입 신고 된 부분을 주선으로 삭제하고 1986년3월13일자 전입신고시 주소란의 258번지를 258의 1번지로 정정처리 하였다. 위 訴外亡 A의 訴訟受繼人인 原告 X 外 3人은,本件 建物은 평동리 258의 1지상 철근콩크리트조 슬래브지붕 3층 연립주택 가棟중 1층 102호임이 명백하므로, 위 평동리 258이나 같은 里 258의1로된 被告Y의 주민등록으로는 어느것이나 일반사회통념상 本件 建物에 주소를 가진者로 등록되었다고 제3자가 인식할 수 없는 것이므로 本件建物에 관한 被告Y의 미등기전세의 유효한공시방법으로 볼수 없다하여, 建物明渡請求訴訟을 提起했다. 原審(청주지법1994년4월14일선고, 93나2489판결)은 被告 X의 주민등록이 본건미등기전세권에 대한 공시방법으로서 유효하지 않다고 판시하여 被告 Y의 주장을 배척, 被告 Y는 大法院에 上告, 上告棄却. 【判決要旨】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제1항에서 住宅의 引渡와 더불어 對抗力의 要件으로 규정하고 있는 住民登錄은 去來의 安全을 위하여 賃借權의 存在를 제3자가 명백히 인식할 수 있는 公示方法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볼 것이므로, 住民登錄이 어떠한 賃貸借를 公示하는 效力이 있는지의 여부는 일반사회통념상 그 住民登錄으로 당해 賃貸借 建物에 賃借人이 住所또는 居所를 가진 者로 登錄되어 있다고 인식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評 釋】 一. 본 判決의 意義 및 問題點 (1) 본 判決의 意義 : 주지하는바, 住宅賃貸借保護法의 核心的 條項인 제3조제1항은 「賃貸借는그 登記가 없는 경우에도 賃借人이 住宅의 引渡와 住民登錄을 마친 때에는 그 翌日부터 第三者에 대하여 效力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이 경우 轉入申告를 한때에 住民登錄이 된 것으로 본다」고 하여, 登記가 없는 賃借權도 住宅의 引渡와 住民登錄이라는 두 要件을 갖추었을 경우에는 그 對抗力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對抗要件중에서 항상 문제(被害)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 住民登錄(이하 轉入申告를 포함)이다. 즉, 賃借人이 당해 주택에 入住는 하였지만 住民登錄을 미처 하지못한 사이에 抵當權이 설정되었다든가, 제3자에게 매각처분되어버린 경우에는 住民登錄을 마치지아니 하였다는 理由로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住民登錄이라는 對抗要件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러한 賃借人이 보호를 받을수 없다는 것은 위 제3조 제1호에서도명백히 밝히고 있다. 다만 그러한 住民登錄이 어떠한 機能을 하는 要件인가에 대해서는 명백하지 않다. 이에 判決는 1987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住民登錄은 去來의 安全을 위하여 賃借權의 存在를 第3者가 명백히 인식할 수 있게하는 公示方法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하여, 住民登錄을 公示的 機能으로 풀이하고 있다 (대법원 1987년11월10일선고, 87다카1573판결: 同1989년6월27일선고, 89다카3370판결: 同1990년5월22일선고, 89다카18648판결: 동1994년11월22일선고, 94다13176판결). 本 判決도 이러한 判例의 입장을 답습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意味를 지니고 있다는 것 외에는 커다란 意義는 없다. (2)問題點: 그러나 과연 住民登錄이 賃借權의 存在를 外部에 알리는 公示方法인가에 대해서는 이 法이 시행되는 당시부터 의문을 갖고 기회 있을 때 마다 지적한 바 있지만, 본 판결을 계기로하여 다시 한번 住民登錄은 賃借權의 公示方法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따라서 이를 유연하게 해석해야 하는 입장에서 본 판결을 검토하겠다. 二. 住民登錄과 賃借權의 公示方法 (1)立法趣旨: 住民登錄은 住民登錄法에 의하여 오직 行政上의 目的으로만 요구되는 要件이다. 즉 「住民의 居住關係를 파악하고 常時로 人口의 動態를 명확히 하여 行政事務의 適正하고 簡易한 처리를 도모함을 目的」(住民登錄法 제1조 참조)으로 만들어진 制度이다. 또한 起草者의 意思도 그러하다. 1983년 同法의 제 1차 改正過程에서도 住民登錄이라는 對抗要件은 그 목적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行政上의 目的으로 인하여 賃借人이 피해를 입을 理由가 없다하여 이를 削除해야한다는 意見이 강력하게 대두되었다. 이에 대하여 政府側은 住民登錄을 同法제3조1항에 규정한 것은 行政상 人口의 動態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만약에 同項에서 住民登錄의 요건을 삭제한다면 주민의 이동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問題만은 양보할 수 없다고 하여 住民登錄의 削除를 강력히 反對하였던 것이다(당시 會議錄은 아직 未刊인 것으로 알고 있음). 이와 같이 그 立法趣旨는 賃借權의 公示方法으로서가 아니고 오직 住民移動의 把握이라는 行政上의 目的에 있다는것이 명백하다. 1988년 同法 제2차 改正過程에서도 이 문제가 강력히 제기되었다. 당시 민주공화당은 「주민등록은 오직 주민이동의 파악등 행정상의 목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인바 이것을 무주택서민의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하려는 임차권의 대항의 성립 및 존속요건으로 하는 것은 부당한 것」이라고 하여 그 削除를 주장했으며(서울 YMCA, 「住宅賃貸借保護法 改正을 위한 政黨招請討議會」資料, 1988년24면), 平民黨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國會 법사위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욱이 1991년도 住民登錄法의 改正에 의하여 住民登錄의 非公開原則(同法 제18조2항)이 채택되고 있는 것은「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임차권의 존재를 제3자가 명백히 인식할 수 있게 하는 公示方法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判示하고 있는 判例의 태도와는 거리가 먼 改正措置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살펴볼때, 判例는 立法의 趣旨에 反하는 해석 또는 그 法理를 오해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2)賃借權과 登記: 賃借權의 對抗力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賃借權의 公示方法인 登記를 要한다는 민법제621조제2항은 그 자체가 뿌리가 없는 규정이다. 즉 연혁적인 면에서 보면, 賃借權과 登記는 아무런 관계없이 別個의 獨立된 制度로 生成 發展되어 온 것이다. 登記制度는 抵當權과의 관계에서 生成되어 所有權取得의 요건으로까지 확대된 제도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민법의 모델로되어 있는 독일민법을 보아도, 賃借權의 對抗要件은 賃貸不動産을 賃貸人에게 引渡한 후에 이 것을 제3자에게 인도한경우에는 그에 대하여 對抗할 수 있다하여 「引渡」를 對抗要件으로 하고 있다 (제571조). 다만 일본민법만이 우리민법과 같이 登記를 요구하고 있지만(제605조), 문제가 있음을 이미 알고 1921년에 借家法을 제정하여, 建物의 「引渡」로서 賃借權의 對抗力을 인정하고 있다(借家法제1조 同法은 1992년10월시행되고 있는 「借地借家法」으로 편입되면서 제31조에 규정되어 있음). 이와 같이 살펴볼때, 우리 民法 제621조제2항에서 登記라는 公示方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立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問題를 해결하기 위하여 賃貸借法이 제정되었다는 것은 同法제1조에서도 명백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賃借權의 對抗力은 「引渡」만이 아니고 다시 住民登錄이라는 새로운 要件를 要하게 되니 ============ 15면 ============ 問題는 역시 남아 있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를 해석논으로 극복한다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인가. 이러한 관점에서 문제를 보아야 할 것이다. (3)檢討: 이상과 같이 登記라는 公示方法마저도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외국의 立法例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우리의 경우는 위 외국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傳貰制度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傳貰制度라는 理由만으로 賃借權의 對抗要件으로 登記도 아닌 住民登錄을 요구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無住宅庶民인 傳貰入住者의 全財産이라고 할 수 있는 傳貰金의 返還權確保를 轉入申告가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保障받을 수 없다면, 누구를 위한 賃貸借法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判例가 住民登錄을 賃借權의 公示方法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第3者를 保護하고 나아가 去來의 安全을 꾀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어느 일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賃借人이 당해 住宅에서 「居住」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정도의 機能은 발휘하리라고 본다. 예컨대 家屋賣買의 경우를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買受人은 賣買契約을 체결하려 할때에는 당해 家屋에 관한 여러 상황을 事前에 조사한다는 것은 하나의 상식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買受人은 賃借人이 당해 住宅에 「居住」하고 있다는 사실을 事前에 알게되며, 따라서 소유권을 취득한다 할지라도 적어도 「不測」의 損害는 입지 않게 된다. 抵當權設定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 경우 역시 抵當權者는 抵當權을 取得하기 전에 당해 가옥에 관한 여러 狀況을 조사하는 것이 하나의 통례로 되어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賃借人이 당해 住宅에 「居住」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따라서 「不測」의 損害는 없을 것이다. 결국, 賃借人에 의한 당해 住宅의 「居住」라는 占有는 당해 住宅의 賃貸借關係의 存在를 公示하는 機能을 하게 된다. 이상의 理由에 의하여 「居住」도 公示方法의 機能으로서 충분하다 하겠다. 判例는 賃貸借法 제3조 제1항이 「物權에 버금가는 강력한 對抗力을 부여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볼때 달리 公示方法이 없는 住宅賃貸借에서는 住宅의 引渡 및 住民登錄이라는 對抗要件은 그 對抗力 取得時에만 구비하면 족하는 것이 아니고, 그 對抗力을 유지하기 위하여서도 繼續存續하고 있어야 한다.」(대법원 1987년2월24일선고, 86다카1695판결)고 하여, 住民登錄을 심지어 對抗力의 「存續要件」으로 까지 보고 있다. 위에서도 이미 지적한바, 住民登錄을 對抗要件으로 규정한것은 그 立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명백한 이상, 이러한 判例의 태도는 賃貸借法의 基本精神에 상반되는 해석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적어도 住民登錄이라는 對抗要件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同法의 基本精神인 社會法的 次元에서 유연하게 풀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三. 本 判決의 評價 本 判決은 「住民登錄이 어떤 賃貸借를 公示하는 效力이 있는지의 여부는 일반사회 통념상, 그 주민등록으로 당해 임대차건물에 賃借人의 住所 또는 居所를 가진 者로 登錄되어 있다고 인식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고 하여, 賃借人인 被告 Y가 위 평동리 258번지에 轉入申告를 하든 같은 리 258의 1번지로 정정 轉入申告를 하든, 本件 建物은 같은 리 258의 1번지 지상 철근콘크리트조 슬래브지붕 3층 연립주택 가 棟중 1층 102호임이 명백하기 때문에 被告의 그러한 轉入申告는 本件 建物의 賃貸借權 存在의 有效한 公示方法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 이러한 판결은 지금까지 일관된 判例의 태도인것 같다(대법원 1990년5월22일선고, 89다카18648판결: 同 1987년11월10일선고, 87다카1573판결). 결국, 本件에서 被告 Y보다 根抵當權者(후에 所有權을 취득)인 原告 X를 보호하는 태도를 취하였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바, 住民登錄은 결코 賃貸借의 公示方法으로 立法된 것이 아니며, 賃借人의 轉入申告로서 賃借人의 移動把握이 가능하다면 그것으로 행정상의 목적은 달성되었다고 본다. 이와 같은 對抗要件을 機能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引渡」라는 占有의 이전은 賃借權의 公示方法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住民登錄은 賃借人의 移動을 把握하는 機能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賃借人은 被告 Y는 당해 住宅에 居住하고 그 住宅의 번지에 轉入申告가 되어 있으면 층수나 호수가 다르더라도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풀이하는 것이 賃貸借法의 立法趣旨에 적합하다 할 것이니, 이에 비추어 보면 本判決은 不當하다 할 것이다.
1995-07-10
법률의 부지와 법률의 착오
法律新聞 第2350號 法律新聞社 法律의 不知와 法律의 錯誤 朴相基 〈연세대법대교수 法學博士〉 ============ 14면 ============ 大法院 1994年4月15日선고, 94도365判決 사건개요 건축주인 피고인은 이사건 건축공사의 시공, 감리등을 공소외 광문종합건설주식회사에 도급을 주어 위 회사의 현장대리인인 차국섭의 주관하에 시공하게 하였다. 그러나 시공회사는 단열재 시공등에 대하여 중간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구건축법(1991년5월31일, 법률 제43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의 2의 규정에 따른 중간검사를 받지않고 공사를 계속함으로써 건축주인 피고인이 건축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임. 대법원판결내용 대법원은 형법 제16조에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법률의 不知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경우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라고 판시하였다. 이에따라 피고인이 단열재시공등에 대한 중간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구건축법제7조의2의 규정을 알지 못하였다는 것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에 해당하고 피고인의 행위가 특히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그릇 인식한 경우는 아니므로 범죄의 성립에 지장이 없다고 하였다. 評 釋 1, 法律 착오의 槪念 형법 제16조(法律의 錯誤)는 「자기행위가 法令에 의하여 죄가 되지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행위자가 정당한 이유로 자기 행위의 違法性을 알지못하면 처벌되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이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를 故意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취급할것인가(故意說의 입장), 아니면 責任의 내용이 흠결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責任設의 입장)라는 범죄론상의 체계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었으나 현재 학설은 위법성의 인식을 책임의 요소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곧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면 故意는 인정되나 責任이 조각된다고 보는 것이다. 2, 法律의 錯誤의 形態 법률의 착오(혹은 위법성의 착오)는 착오의 원인이 直接的인가, 아니면 間接的인가에 따라 분루된다. 전자는 행위자가 자기행위의 위법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본 판례와 같이 행위자가 자기의 행위와 관련된 금지규범을 전혀 알지못한 경우도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다는 점에서 형태적으로 직접적인 위법성의 착오에 속한다. 이러한 직접적인 위법성의 착오는 문화의 차이나 혹은 부수형법으로서 그 내용이 일반성을 띠지 않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또한 오늘날 형사처벌법규는 과거와 달리 점점 전통적인 행위형태와 무관한 영역까지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행위자는 자기행위가 反社會的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그 이유는 전통적인 관념상 범죄행위로 보기 어려우며 행위의 성질상 비도덕이기보다는 기술적인 규정이 많거나 행정적인 절차에 관한 규정이 많기 때문이다(예: 離婚이 유효하다고 믿고 재혼한 경우에 이혼이 성립하지 않아 重婚處罰의 대상이 된 경우, State vDeM대, 20N.J.1,118 A.2d 1.) 이에 반해 간접적인 위법성의 착오는 어느 행위가 일반적으로는 범죄가 되지만 자기의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되므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착각하고 있는경우를 말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만을 법률의 착오라고 보고 있다(大判 1983년9월13일, 83도1927;1985년5월14일, 84도1271). 3, 判例의 문제점 대법원은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원인이 처벌법규를 소극적으로 알지 못한데에 있다면 법률의 착오가 아니며, 오로지 자기행위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신뢰한 경우에만 정당한 사유를 전제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다(大判 1961년10월5일, 4294형사208; 1992년4월24일, 92도245등 참조). 대법원의 이러한 시각은 처벌법규를 알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자기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심대한 형사처벌상의 허점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단순히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보다는 자기행위의 正當性을 확신하였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법률의 착오가 아니라고 하나, 이는 처벌법규를 알지 못하였어도 違法性은 인식하였다고 보게되는 論理的 矛盾을 내포하고 있다. 처벌법규를 알지 못한 사람은 적법성의 바탕위에서 행위를 하였다고 보는 것이 상식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법원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오인한데 대한 「정당한 이유」를 착오의 原因規定으로 보지않고 착오를 일으킨 행위자의 判斷態度나 方式을 설정한 것으로 보려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가를 얻어 벌채하고 남아있던 殘存木을 벌채하는 것이 위법일줄 몰랐다는 사정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에 불과하여 법률의 착오가 아니라고 한 대법원의 판례(大判 1986년6월24일, 86도810)는 한 예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잔존목의 벌채가 적법하다고 믿는 점이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보아 정당한가 여부에 따라 판단하지 않고 오로지 처벌법규를 알지 못한데 대한 법적 비난을 감수하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갖고 있는 이러한 시각의 배경은 우선 사실의 착오와 달리 법률의 착오는 면책되지 않는다(ignorance of the law is no excuse)는 전래의 단순한 원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 원칙에 따른 일본판례의 영향등(許一泰, 형사판례연구 I,44면 참조)에서 초래한다고 보인다. 4, 결론-법률의 不知와 위법성의 認識 형법 제16조는 표현형식이 어떠하든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위법성의 인식이 필요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違法性 缺如의 가장 적극적 형태인 법률의 不知狀態를 제외시킴으로써 범죄성립에 과연 위법성인식이 언제나 필요한 조건인가에 대하여 의문을 갖게 한다. 사실상 법률의 착오는 자기행위에 대하여 소극적으로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 인정되는 것이지 적극적으로 자기 행위의 적법성을 믿고 있는 경우가 아니다. 다시말해 適法性에 대한 적극적 인식은 법률의 착오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이 아니다(AK-StGB - Neumann§17Rz 9). 다음으로 오늘날의 많은 형벌법규가 처벌대상으로 삼는 행위는 전통적인 道德性이나 論理性, 條理, 社會的 慣習등을 내용으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遵法的인 태도를 유지하였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금지된 행위를 알기가 어려워지게 되어있다. 예를 들어 장기간의 해외근무를 마친 자가 귀국후 그 동안의 특수한 영역에 속하는 국내법령의 제정이나 개정을 쉽게 알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일률적으로 법률의 不知를 법률의 착오에서 제외시킴으로써 法共同體의 구성원 모두가 시행되고 있는 처벌법규의 내용을 모두 알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제16조의 「정당한 이유」를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데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에 법률의 착오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법률의 不知에 해당하는가의 여부를 판단하는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 결과 법률의 不知는 언제나 정당한 이유없는 違法性 認識의 결여상태라고 보아 가벌성의 범위를 확대하게 된다. 대법원이 법률의 不知를 법률의 착오에 포함시키지 않기 위한 이러한 논리구성으로 인하여 결국 법관의 恣意的인 구별기준에 따라 법률의 不知와 錯誤가 구별되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문의에 따른 관계기관의 회신을 신뢰하고 한 행위까지도 정당한 이유있는 착오로 보지 않거나(大判 1987년4월14일 87도160), 보건사회부장관의 告示나 체신부장관의 회신을 믿고 한 행위도 정당한 착오라고 볼 수 없다(大判 1991년8월27일, 91도1523;1989년2월14일,87도1860)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허가를 요하지 않는 것으로 잘못 알려주어 이를 믿었기 때문에 허가를 받지 아니한 것이라면 정당한 이유로 인한 착오로 볼 수 있다는 정반대의 판례(大判 1992년5월22일, 91도2525, 또한 大判 1983년2월22일, 81도2763)도 나타난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법률의 不知를 획일적으로 법률의 착오에서 배제할 것이 아니라 사안별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즉 원칙적으로 법률의 부지도 법률의 착오의 한 유형으로 포함시키되 그러한 법률의 부지상태가 정당한 이유로 초래 되었다고 볼 수 있는가에 판단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는 사회경험이나 학력등에서 비롯되는 행위 ============ 15면 ============ 자개인의 判斷能力이나 認識水準, 識業, 그리고 행위자의 生活關係등이 종합적인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결과 법률의 不知狀態가 정당한 것 혹은 회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인정되면 책임조각대상인 법률의 착오로서 처벌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참고로 독일연방대법원의 경우 범행사실을 알고도 告知하지 않은 行爲를 처벌하는 규정(독일형법 제138조 제1항)을 알지못한 아내가 남편의 은행강도계획을 신고하지 않은 사건에서 아내에게 법률의 착오를 인정하였다(BGHSt19,295). 미국에서도 법률의 부지를 더 이상 일률적으로 배제하지 않느다. Lambert v California 사건에서 L.A.市條例에 따라 전과자가 5일이상 L.A.市에 체류할 경우 경찰관서에 신고하도록 되어있는 사항을 위반한 Lambert여인에게 2백50달러의 벌금형과 3년의 보호관찰을 선고하였으나 연방대법원은 이를 기각하였다(355 U.S.225,78 S. Ct, 240,2 L, Ed, 2d 228(1957)이에관하여는 LaFave / Scott, Criminal Law, 2ed, 415면 참조). 우리의 학설도 법률의 착오에는 법률의 不知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拙著, 刑法總論, 2백25면 註2) 참조).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하여 위 사안을 검토할 때 대법원은 법률의 不知를 이유로 하여 일률적으로 법률의 착오를 부인할 것이 아니라 법률의 착오에는 해당하나 착오의 원인이 정당한가의 여부를 피고인의 직업이나 생활관계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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