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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수뢰죄에 있어서의 청탁의 법리
Ⅰ. 들어가며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사전수뢰죄로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1999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기각하였다. 필자가 검토한 결과 사전수뢰죄에 대한 판례는 그 사례가 매우 적을 뿐더러, 현실에서 주로 나타나는 '묵시적 청탁'과 관련된 사례는 더더욱 찾기 어려웠던 바, 그러한 이유로 시일이 많이 경과하였음에도 위 판결이 법원 결정의 근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판결을 확인한 결과 법이론의 측면 뿐만 아니라 실무상 형평의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있어 이하에서는 이를 검토해 보도록 한다. Ⅱ. 사안 피고인은 모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하여 국회의원직을 사임하였고, 자치단체장 선거일 며칠 전 B회사의 A사장으로 부터 민원과 관련한 현안에 대하여 최대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조로 2억원이 든 사과상자를 받았다. 그 후 당선이 되어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취임하였다. 이와 같은 사안을 형법 제129조 제2항에 규정된 사전수뢰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가 문제되었다. 당시 B그룹의 A가 조성한 비자금은 수십억원에 이르렀는데, 검찰은 이 비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하여 비자금이 사용된 내역 중 정치인들 30여명의 명단을 확보한 다음 그 중 일부 정치인들을 수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하였고, 8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 나머지 25명에 대해서는 그들이 받은 돈이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 선거자금 내지 후원금인 것으로 보아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검찰은 피고인을 자치단체장에 취임하기 직전 2억원을 받은 사실로 인한 사전수뢰죄 혐의로 불구속기소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1심 재판부인 서울지방법원 제30형사부는 1997. 12. 29. 사전수뢰죄는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대한 청탁과 승낙이 있어야만 성립한다'고 하면서, 피고인이 받은 2억원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부탁의 대가로 전달된 청탁금 또는 정치자금에 불과'하다고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찰은 항소, 상고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 대법원에서 모두 항소기각, 상고기각되었다. Ⅲ. 판결요지 및 쟁점 사전수뢰죄에서 구성요건으로 규정하는 '청탁'의 구체성과 특정성의 요부 및 그 정도가 문제되는데,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그 법리에 대하여 명확한 구체적 설시를 하지는 아니하였지만 원심이 사전수뢰죄에 있어서의 청탁의 구체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하여 원심(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98노193호 판결도 구체적인 사전수뢰죄의 청탁의 구체성에 대한 법리 설시 없이 1심인 서울지방법원 97고합436호 판결의 취지를 인용하였다)과 1심의 사전수뢰죄에 대한 법리를 그대로 수긍하였는바, 아래에서는 사전수뢰죄에서의 '청탁'의 해석론을 구체적으로 밝힌 1심 판결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Ⅳ. 평석 1. 1심 판결의 요지 이 사안에서 1심 법원은 사전수뢰죄의 '청탁을 받고'라는 구성요건을 강조하면서 범죄성립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대한 부탁과 그에 대한 승낙"이 있을 것을 요하고, 청탁과 승낙은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 묵시적이어도 무방하나,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2. 사전수뢰죄의 '청탁'에 대한 해석 일반 1) 학설의 일반적인 설명 이에 대하여 학설은 『청탁이라 함은 공무원에 대하여 일정한 직무행위를 할 것을 의뢰하는 것을 말하며, 「청탁을 받고」란 그러한 의뢰에 응할 것을 수락하는 일체의 행위사정을 말한다. 부정한 직무행위의 의뢰이거나 정당한 직무행위의 의뢰이거나 묻지 않으며, 청탁과 약속이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또 이 경우 직무행위는 특정될 필요는 없으나 어느 정도 구체성은 있어야 하며, 작위, 부작위를 불문한다(김일수, 서보학, 박상기, 정성근, 박광민). 원래 형법전에 「청탁을 받고」라는 용어가 나타난 것은 구 형법이 「전항의 경우에 청탁을 받은 때」라 하여 그 죄책을 무겁게 규정한 데서 비롯되었으나 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청탁의 유무는 죄책의 경중에 대한 표준이 되지 못하고 오직 그 직무와 그에 대한 대가관계의 유무를 결정하는 하나의 표준이 되는데 지나지 않을 뿐이라고 하여 왔는데, 현행법이 일본 형법 가안의 영향을 받아 단순수뢰죄의 경우는 이를 삭제하고 본죄에 있어서는 행위의 주체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이므로 뇌물과 직무와의 관계가 명확하지 아니하다고 보아 청탁을 하나의 구성요건으로 한 것이다』고 하여 직무행위가 특정될 필요는 없고, 어느 정도의 구체성만으로 족하다고 설명한다. 2) 일본 학설 및 판례의 태도 일본 형법은 제197조 제1항 전단에서 '단순수뢰죄'를, 같은 항 후단에서 "이 경우에 청탁을 받은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하여 '단순수뢰죄'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인 이른바 '수탁수뢰죄'를, 같은 조 제2항에서 "공무원 또는 중재인으로 될 자가 그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 공무원이 된 경우"라고 하여 '사전수뢰죄'를 각각 규정하고, 그 '청탁'의 의미를 '수탁수뢰죄'와 '사전수뢰죄'에서 동일하게 해석하고 있는바, 우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시사점을 주고 있다. 위 규정에 대하여 일본의 학설 및 판례는 "청탁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뇌물의 공여 자체에 따라 묵시적인 의뢰의 취지가 보여지면 족하다"고 하고, "청탁은 반드시 뇌물공여 사전에 명시적으로 이루어질 것을 필요로 하지 않고, 뇌물공여하는 것 자체에 의하여 묵시적인 의뢰의 취지를 표시하는 것도 청탁에 다름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해석하는데, 다만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행위가 어느 정도 구체성을 갖는 것을 필요로 한다고 하면서, 이는 '수탁수뢰' 가중처벌의 이유라고 설명한다. 결국 일본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청탁이 명시적일 것을 요하지 않고, 묵시적이어도 무방하다는 것 그리고 직무행위는 어느 정도만 구체성을 띠면 충분하다는 것은 학설 및 판례가 수용하는 논리라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판결에 대한 검토 그러나 위 1심 판결은 "청탁과 승낙은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관한 것이어야 하며, 공무원의 직에 취임한 후 최대한 편의를 봐달라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부탁은 여기에서의 청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해석하면서 일반적인 학설, 일본의 학설 및 판례가 수용하는 "직무행위는 특정될 필요는 없으나 어느 정도 구체성은 있어야 하며, 작위, 부작위를 불문"한다는 해석을 근거 없이 배척하고, '청탁'의 해석을 위하여 '부정한 청탁'에 대한 배임수재죄의 해석을 끌어들였는데, 국가적 법익죄의 해석에 개인적 법익죄의 해석론을 차용하는 것은 전체 형사법체계에 비추어 맞지 않고, 국가적 법익죄에 대한 뇌물죄의 청탁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마땅한 기준이 없다면 같은 국가적 법익죄에 대한 해석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 뇌물죄에서의 다른 대법원 판례와의 비교 오히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요하는 형법 제130조 제3자뇌물수수죄의 '부정한 청탁'에 대하여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도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묵시적인 의사표시라도 무방하며, 실제로 부정한 처사를 하였을 것을 요하지도 않는다"(대판 2004도1632호)고 판시하고 있다. 위 사안에서 서울고등법원은 1심인 서울지방법원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면서 ① 공여자와 C가 처음 만나게 된 것이 관광지구 신청이 이루어질 무렵인 점(1995. 6.경 선거 무렵), ② C는 도지사로서 관광지구 지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점, ③ 불과 1년전에 관광지구에서 제외된 부동산이 별다른 사정 변경 없이 관광지구로 지정된 점, ④ 인근 부동산에 관광지구로 신청된 것 중 공여자의 토지만 관광지구로 지정된 점 등을 비추어 C에게 대가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함이 합리적이라고 하여 "관광지구 지정"이라는 직무행위에 대한 '명시적'이고, '구체적' 청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부정한 청탁'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유죄로 인정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인이 이 부분에 상고하였지만 대법원에서 상고기각되었다. 위와 같이 국가적 법익죄인 제3자뇌물수수죄에서의 '부정한 청탁'에 대해서도 '묵시적'이고, '어느 정도의' 구체성만을 갖는 직무행위라면 그 청탁을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인데, 사전수뢰죄에서만 이를 달리 볼 이유는 없다고 하겠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받아들인 1심 판결의 사전수뢰죄의 법리해석은 이렇듯 그 이후에 다수 축적된 '청탁'의 법리와 모순을 보이고 있다. 2) 지방자치단체 長인 시장의 직무행위의 포괄성 : '포괄적 직무관련성' 적용의 필요성 또한 다른 공무원과는 달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경우에는 그 직무권한이 포괄적이어서 달리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 '직무'와 '뇌물' 사이의 대가관계는 반드시 개개 직무행위에 대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성립할 필요는 없으며, 관련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것인 한 일반적·포괄적인 것이라도 상관 없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김일수, 정성근, 진계호 등)이다. 이러한 해석에 입각하여 대법원은 소위 '포괄적 직무관련성'(내지 포괄적 대가관계)에 대한 법리를 확립하였는데, 이는 대법원이 소위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대법원 96도3376호 판결)에서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가 있을 필요가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고 판시한 사례 등에서 확인되는데, 이는 대통령의 업무가 국정 전반에 걸쳐 포괄적이고 막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대통령의 지위를 정확하게 반영한 취지라고 할 것이고 대법원은 국회의원에게도 위 법리를 동일하게 적용(대법원 97도2609호 판결)하고 있다. 이러한 대통령의 포괄적, 광범위한 직무권한에 기초한 '포괄적 직무관련성'의 법리는 행정권에 대한 견제기능이 주권한이 되는 국회의원보다는 관할구역 내에서 대통령 못지 아니한 포괄적이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하여야 한다고 하는 것이 학설의 태도이고, 위 견해 역시 평석 대상 사건의 1심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 취지는 ① 사전수뢰죄와 일반수뢰죄가 다를 것이 없는 점, ② 관할구역에서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직무권한을 가진 단체장에게 포괄적 직무관련성 적용을 포기하고, '갑자기' 구체적 직무관련성을 요구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점, ③ 부산제강소의 현안문제를 잘 처리해달라는 것이 어찌 구체적 청탁이 될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는 점 등인데, 마지막에서 제시한 것은 사실인정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특히 두 번째 지적사항은 관할구역 내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지방자치단체 장의 현실 및 그동안의 대법원이 일관되게 판시한 포괄적 뇌물죄 법리에 비추어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하겠다. 3) 형평성의 문제 또한 이 사건과 같이 당선개연성이 매우 높은 차기 시장에게 직무행위에 대한 엄밀한 구체성, 특정성을 요구하면, 퇴임을 앞두고 있어 실질적 권한 없는 현직 시장이 금원을 수수한 경우보다 처벌가치가 훨씬 큼에도, 현직 시장은 직무관련성만 인정되어도 처벌가능한 반면 차기 시장은 처벌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Ⅴ. 결론 : 사전수뢰죄에 대한 최초의 판단인 이 사건 대법원 판례는 선례로서의 가치가 극히 낮아 시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대상 판결은 앞서 인용한 것처럼 서보학 교수가 지적하듯 사실관계 인정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법리적인 '청탁'의 해석에 있어 수긍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학설의 견해, 같은 구조를 갖고 있는 일본 형법과의 비교,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직무권한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장의 현실, 뇌물죄에서 다른 대법원 판례가 견지하는 '청탁'에 대한 해석 등 어떤 것과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법원공보에 실리지 않았을 뿐더러, 법원의 내부전산망에서조차 키워드 검색이 불가능한 관계로 그 동안 학계나 실무계에서 충분히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이 있는데, 사전수뢰죄 법리의 정립을 위해서도 위 판례는 조만간 시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2012-02-16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가 과연 존재하는가?
Ⅰ. 事案의 槪要와 經過 전통 민간요법인 침·뜸행위를 온라인을 통해 교육할 목적으로 인터넷 침·뜸 학습센터를 설립한 갑이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제2항 등에 따라 평생교육시설로 신고하였으나 관할 행정청이 교육 내용이 의료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이를 반려하는 처분을 한 사안이다. 원심(서울고법 2005. 8. 25. 선고 2004누13426 판결)은, 이 사건 평생교육을 통하여 교육하고 학습하게 될 침·뜸행위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교육의 결과 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경우 원고와 같이 의료법 시행 전에 종전 규정에 의하여 의료유사업자의 자격을 받은 자 외에는 모두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될 것이 명백한 점, 이 사건 교육과정 중에 행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실습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처벌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점, 침·뜸행위는 실제 그 실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성이 큰 점, 이 사건 평생교육으로 침·뜸 관련과목을 교육받은 수강생들은 자신들이 교육받은 침·뜸행위를 실제 실행하려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원고가 각 단계별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게 수료증까지 발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게 될 수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로서는 신고서에 첨부된 운영규칙에 기재된 교육과정의 내용이 의료법에 저촉되는지 여부, 신고에 따른 교육이 실제 이루어짐으로써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고려하여 이 사건 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신고반려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判決要旨 [1]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22조 제1항, 제2항, 제3항, 구 평생교육법 시행령(2004. 1. 29. 대통령령 제182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1항, 제2항, 제3항에 의하면,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학습비를 받지 아니하고 원격평생교육을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누구든지 아무런 신고 없이 자유롭게 이를 할 수 있고, 다만 위와 같은 교육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학습비를 받고 실시하는 경우에는 이를 신고하여야 하나, 법 제22조가 신고를 요하는 제2항과 신고를 요하지 않는 제1항에서 '학습비' 수수 외에 교육 대상이나 방법 등 다른 요건을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제2항에서도 학습비 금액이나 수령 등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하고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행정청으로서는 신고서 기재사항에 흠결이 없고 정해진 서류가 구비된 때에는 이를 수리하여야 하고, 이러한 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신고대상이 된 교육이나 학습이 공익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는다는 등 실체적 사유를 들어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 [2] 관할 행정청은 신고서 기재사항에 흠결이 없고 정해진 서류가 구비된 이상 신고를 수리하여야 하고 형식적 요건이 아닌 신고 내용이 공익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등 실체적 사유를 들어 이를 거부할 수 없고, 또한 행정청이 단지 교육과정에서 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된 행위가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만으로 침·뜸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제공을 일률적·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후견주의적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일 뿐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할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형식적 심사 범위에 속하지 않는 사항을 수리거부사유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처분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처분은 위법하다. Ⅲ. 問題의 提起-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인가? 여기서의 신고는 신고유형 가운데 어떤 신고에 해당하는가? 일반적으로 사인의 공법행위의 경우 의사표시의 방향성을 기준으로 일방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것(자기완결적 공법행위)과 쌍방당사자의 의사의 합치에 의해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것(행정요건적 공법행위)으로 나뉜다. 이에 연계하여 판례와 대부분의 문헌은 행정법상의 신고유형(자기완결적 신고=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행정요건적 신고=수리를 요하는 신고)을 정립하였다. 그리고 그 구별의 결과로 전자의 경우 수리의 비처분성을 전제로 수리거부의 비처분성을 논증하고, 후자의 경우 수리의 처분성을 전제로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논증한다. 그리고 신고에 대한 심사와 관련해선, 전자의 경우에는 형식적 심사에 국한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형식적 심사만이 아니라 실체적 심사까지도 할 수 있다고 본다(다른 입장이 있음). 기실 대상판결이 사안에서 형식적 심사만이 가능하다고 보기에, 여기서의 신고를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로 봄직한데, 과연 그 본연에 합당한가? Ⅳ. 關聯法規定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원격교육을 실시하거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평생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경우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학습비를 받고 이를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이를 폐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개정 2001.1.29> ③ 제1항의 경우 전문대학 또는 대학졸업자와 동등한 학력·학위가 인정되는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폐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개정 2001.1.29> Ⅴ. 대상적격상의 問題點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와 관련해서, 판례의 대응은 통일적이지 않다. 일부는 수리 및 수리거부의 무의미성을 견지한다. 적법한 요건을 갖춘 신고의 경우에는 행정청의 수리처분 등 별단의 조처를 기다릴 필요 없이 그 접수시에 신고로서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 수리가 거부되었다고 하여 무신고 영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9.12.24. 선고 98다57419판결; 1998.4.24. 선고 97도3121판결; 1995.3.14. 선고 94누9962판결; 1993.7.6.자 93마635결정; 1990.2.13. 선고 89누3625판결; 1985.4.23. 선고 84도2953판결 등 참조). 반면 일부는 수리거부의 위법성을 추가하여 적극적으로 논증하거나(대법원 1999.4.27. 선고 97누6780판결), -대상판결처럼-수리거부의 위법성만을 적극적으로 논증하기도 한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6누6646 판결 등). 그런데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서 수리 및 수리거부의 무의미성을 견지하기 위해선, 법원으로선 애써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부인하고, 신고 그 자체로서 대상평생교육의 적법한 실시라는 형성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시하여야 했으며, 또한 대상적격의 부인에 따라 각하했어야 하는데, 마치 그것이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양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전제로 그것의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였다. 대상판결의 이런 접근은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와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의 구별도식(수리의 비처분성⇒수리의 거부의 비처분성, 수리의 처분성⇒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무색케 한다(수리거부를 금지하명으로 보면 기왕의 틀에 포획되지 않는다). Ⅵ. 行政廳의 審査의 問題點 사적 영역에 대한 행정개입의 차원에서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 이른바 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 등록제, 허가제의 구분이 문제되는데, 특히 수리를 요하는 신고와 허가제의 구분의 문제에서, 종래 많은 문헌들이 허가제와의 구별의 상실을 우려하여 후자의 경우엔 요건에 관한 형식적 심사뿐만 아니라 실질적 심사까지 행해지는 반면에, 전자의 경우엔 형식적 심사에 그친다고 보았다(그리하여 일부 문헌은 등록제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와 동일한 것으로 보기도 하였다).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를 명시적으로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본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을 계기로 전자의 경우에도 실질적 심사가 행해지는 것으로 본다(이에 대한 문제점으로 김중권,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가 과연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가?, 특별법연구 제9권(이홍훈 대법관 정년퇴임기념논문집), 2011.5.13., 273면 이하 참조). 결국 판례의 입장에 의하면, 이제는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의 경우 형식적 심사만이 허용된다고 하겠다. 대상판결은 처음부터 형식적 심사만이 허용된다는 전제에서, 실질적 심사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였으며, 이에 그것을 신고수리거부의 위법성에 연결시켰다. 나아가 수리거부의 처분사유에 대해서도 원심과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지면관계상 여기선 허용되는 심사의 범위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신고제에서의 행정청의 심사와 관련해서, 종래의 논의에선 신고제에서 행정청의 심사를 원천배제한 것이 문제라면,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의 경우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에서 허가제와의 구별되지 않게 실질적 심사의무를 요구한 것이 문제이다. 그런데 신고제의 경우 형식적 심사는 당연히 의무사항이나 실질적 심사는 허가제와는 달리 의무사항은 아니고 일종의 선택사항(option)이자 재량사항이다(이렇게 보면, 대법원 2010.9.9. 선고 2008두22631판결에 대해 -비판의 대상인- 기속재량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사안에서 실질적 심사의 허용성을 부정하는 전제는 타당하지 않다. 현행 법령의 체제하에서 침·뜸의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행정청으로선 형식적 심사를 넘어 의료관련 다른 법률 등에 의거하여 그것의 처리여부를 판단하는, 실질적 심사의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 실질적 심사의 가능성을 긍정하면, 관건은 수리거부의 처분사유에 관한 판단여하이다. 처분사유의 당부와 관련해선(상론은 다른 지면에서 하고자 한다), 침·뜸의 시술이 현행 법령하에선 의료행위로 평가가 내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제도화가 되지 않은 채, 그것이 -단순한 알림을 넘어서- 제도화를 가져다 줄 교육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법원은 "침·뜸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 제공을 일률적·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후견주의적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로 보지만,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중요성이 더할 나위 없이 고조된 오늘날에는 안전법상의 일반법원칙인 국가의 사전대비(사전배려)원칙을 더 염두에 두었어야 한다("의심스러우면 안전에 유리하게"(In dubio pro securitate))(법원칙으로서의 안전성의 원칙에 관해선 김중권, 행정법기본연구Ⅱ, 2009, 503면 이하 참조). Ⅶ. 맺으면서-잘못된 만남의 결과 법원의 논증이 기왕의 자기완결적 신고와 수리를 요하는 신고의 틀에서 일탈하였다는 점에서 기왕의 틀 자체가 대대적인 修理를 필요로 한다. 기왕의 틀은 사인의 공법행위에 관한 논의와 典據가 의심스런 -이른바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로서의- 수리에 관한 논의의 잘못된 만남의 결과물이다. 하루바삐 신고제가 허가제의 대체제도인 점에 착안하여 금지해제적 신고와 정보제공적 신고의 유형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사안에서 다툼의 논거는 신고제에 관한 행정법도그마틱이나, 그 본질은 현행법상의 의료행위와 민간에서 널리 전수되고 시행되어 온 침·뜸 의 시술행위의 충돌·간극이다. 대학·주류의 의학·약학에서 벗어난 특별한 치료과정, 예컨대 동종요법, 자연요법 또는 대체의학적 치료법을 법외적 상태에 두는 것은 국가가 여러 상이한 치료견해의 다툼에서 사실상 어떤 한 편을 든 셈이어서 재고가 요구된다. 참고로 우세한 대학(주류)의학·약학과 방법적·지식적으로 경쟁하는 특별한 치료법을 보호하기 위해, 독일 의약품법의 입법자는 유효성확인에 관한 법적·행정적 기준이 학문적 다툼과 치료방법상의 다툼에서 어느 일방의 편을 든다는 점을 나름 막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런 비주류적인 것에 대해선 유효성의 요청보다는 안전성의 요청이 더 강조된다(그리하여 그들은 특별한 치료법의 경우 그 나름의 전문가위원회(평가·승인위원회)에 맡기고, 동종요법적 의약품의 경우엔 선택적으로 단순한 등록절차를 허용하는 식으로 규정함으로써(동법 제38조), 다원성요청과 안전성요청간에 절충적 해결책을 도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과 비교해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의학은 전통적인 대체요법을 융통성있게 수용·발전시켜 왔다. Vgl. Udo Di Fabio, Risikoentscheidungen im Rechtsstaat, 1994, S.172ff.).
2011-11-17
건축신고반려행위의 법적 성질
Ⅰ. 사실의 개요 1. 원고는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 임야 8,752㎡ 중 500㎡(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의 지상에 건축면적과 연면적을 각 95.13㎡로 하는 1층 단독주택을 신축할 계획으로, 2006.5.19. 경 피고(청주시 상당구청장)에게 이 사건 토지를 대지로 형질변경하여 위 건축을 하겠다는 내용의 개발행위허가신청 및 건축신고를 하였다. 2. 피고는 2006.6.23. '이 사건 토지에 접하는 진입도로가 녹지를 가로지르는 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38조 제1항,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43조, 도시공원 및 녹지의 점용허가에 관한 지침 규정에 의거 건축법상 진입로를 위한 완충녹지점용이 불가하므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8조 및 건축법 제33조의 규정에 의거 진입도로가 미확보되어 개발행위허가 및 건축신고가 불가하다'는 이유로 위 신청 등을 불허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이 사건 토지로 연결되는 진입로가 이미 개설되어 있으므로 진입로 미확보를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 관련법령 및 도시공원·녹지의 점용허가에 관한 지침에 의하면 녹지점용허가기준에 관하여 건축법상 도로로 사용하기 위하여 점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녹지점용을 허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원고로서는 이 사건 진입도로를 이용하기 위한 녹지점용허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Ⅲ. 제1심판결(청주지법 2007.7.11, 2006구합1611) 요지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주된 근거로 삼은 도시공원·녹지의 점용허가에 대한 지침 제4조를 보더라도, 녹지를 가로지르는 진입도로에 대하여는 '건축법상 도로'로 사용하기 위한 경우나 이면도로가 개설된 경우 등을 제외하고 일정한 요건 하에 그 점용을 허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원고는 이 사건 진입도로를 이 사건 토지에 이르는 진입로로 이용하고자 하는 것에 불과하고 도로를 개설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이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진입도로에 관하여 녹지점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Ⅳ. 원심판결(대전고법 2007.12.6, 2007누1536) 요지 제1심 판결은 정당하고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Ⅴ. 상고심판결(2008두167) 요지 1. 직권으로 본다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2. 건축주 등은 신고제하에서도 건축신고가 반려될 경우 당해 건축물의 건축을 개시하면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벌금의 대상이 되거나 당해 건축물을 사용하여 행할 행위의 허가가 거부될 우려가 있어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건축신고 반려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Ⅵ. 평 석 1. 판결의 긍정적 측면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건축신고반려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으로서의 처분"으로 인정하였다. 만시지탄이 있으나, 올바른 판단이다(상세는 김남진, "건축신고반려조치의 법적 성질", 법률신문 2000.12.28. 등 참조). 다른 학자가 본 판례에 대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으로 평한 것에 동조하는 바이다(김중권, 법률신문 2010. 12. 6. 참조). 대법원은 종래에 [건축신고의 반려행위 또는 수리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아니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소는 부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대법원 1967.9.19. 선고 67누71 판결, 대법원 1995.3.14. 선고 94누9962 판결, 대법원 1997.4.25. 선고 97누3187 판결, 대법원 1998.9.22. 선고 98두10189 판결, 대법원 1999.10.22. 선고 98두18435 판결, 대법원 2000.9.5. 선고 99두8800 판결 등)을 하였던 것인데, 본 판결(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의 견해와 저촉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되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2. 판결의 부정적 측면 본 사건에서 문제된 "건축신고반려행위"는 신고를 통해 초래된 건축금지해제의 효과를 배제하는, 혹은 거부하는 "행정청의 개별 구체적 규율"로서의 행정행위 또는 처분에 해당함이 분명하다(이에 관한 상세는 김남진/김연태, 행정법Ⅰ, 제14판, 186면이하 참조). 다른 학자가 이 사건에서의 신고반려행위를 禁止下命으로 보고 있음도 같은 취지이다(김중권, 전게 판례평석 참조). 행정소송법(및 행정심판법)은 "처분"에 대하여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제2조 제1항 2호)으로 정의해 놓고 있다. 본 사건에서의 "건축신고반려행위"가 "처분"에 해당함은 위 실정법규정 및 그에 대한 설명(김남진/김연태, 전게서, 746면이하 참조)에 비추어 볼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도, 대법원이 "건축신고반려행위의 처분성"을 설명하는데 불필요한 長廣舌을 늘어놓고 있음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아울러, 김남진, "대법원의 처분개념에 대한 의문", 법률신문 1999.12.13. 참조) 3. 확인적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활용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그 "신고반려행위의 처분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라고도 부연 설명해 놓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설명은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처분성)"을 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확인소송에 있어서의 확인의 이익 내지 원고적격"에 관하여 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이 기회에 "확인소송으로서의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활용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행정소송과 관련하여 항고소송(특히 취소소송)에만 메달리지 말고, - 특히 처분성이 명확하지 않은 행정작용에 대하여도 - "공법상의 당사자소송(특히 확인소송)을 활용함으로써 국민의 구제의 길을 넓히자고 하는 것이다(이에 관한 상세는 김남진, "처분성확대론과 당사자소송활용론", 고시연구, 2005.3; 同人, "행정상 확인소송의 가능성과 활용범위", 고시연구, 2005.5. 참조) 아울러 이 문제에 대한 다른 학자의 보다 깊은 연구(김현준, "처분성없는 행정작용에 대한 행정소송으로서의 확인소송", 공법연구 제37집 제3호, 2009. 2)를 참조할 것을 적극 권하는 바이다.
2011-02-10
申告制와 관련한 코페르니쿠스적 轉換에 관한 小考
Ⅰ.대상판결의 요지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연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구 건축법(2008.3.21. 법률 제897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관련 규정의 내용 및 취지에 의하면, 건축주 등으로서는 신고제 하에서도 건축신고가 반려될 경우 당해 건축물의 건축을 개시하면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벌금의 대상이 되거나 당해 건축물을 사용하여 행할 행위의 허가가 거부될 우려가 있어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건축신고 반려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Ⅱ. 기존의 스테레오타입의 終焉의 始作 이상의 전원합의체판결은 그와 다른 취지의 기왕의 판례(대법원 1967.9.19. 선고 67누71 판결, 대법원 1995.3.14. 선고 94누9962 판결, 대법원 1997.4.25. 선고 97누3187 판결, 대법원 1998.9.22. 선고 98두10189 판결, 대법원 1999.10.22. 선고 98두18435 판결, 대법원 2000.9.5. 선고 99두8800 판결 등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판결)를 모두 변경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로써 이제까지 스테레오타입일 정도로 견지하여 온 건축신고반려(수리거부)의 비처분성 및 무의미성은 마침내 終焉을 고하게 되었다. 평소 현하의 申告制를 행정법도그마틱으로선 새로운 어려움인 新苦制로 여겨 기왕을 틀(자기완결적 신고, 수리를 요하는 신고)을 타개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여 온 필자로선(졸저, 행정법기본연구Ⅰ, 2008, 109면 이하; 졸고, 행정법상의 신고와 통보, 조해현(편집대표) 행정소송(I), 2008, 683면 이하), -대상판결의 전체 맥락에 대한 매우 한정된 이해를 전제하긴 해도- 법원의 이 같은 태도변화를 적극 환영하고, 신고에 관한 행정법도그마틱에서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으로 판단한다. 이하에선 대상판결의 의의 및 앞으로의 바람을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Ⅲ.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의 인정근거의 상실 이제까지 대표적인 '자기완결적 신고'로 여겨왔던 건축신고의 경우 행정청의 수리는 물론 수리거부 역시 처분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적법한 신고를 한 이상 수리여하에 상관없이 신고대상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이런 논증을 취하여 온 기왕의 판례(변경대상인 판례)와는 달리, 신고반려의 처분성을 인정하였다. 이제 대상판결로 인해 건축신고인으로선 건축신고반려가 내려지면 금지하명으로서의 그것을 먼저 다투어야지 그것을 무시하고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이로써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는 그 인정근거를 상실하게 되었다. 신고의 의제효과를 집중효로 이해하여 건축신고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설정하여 그 신고수리거부를 거부처분으로 본 하급심(서울고법 2009.12.30. 선고 2009누11975 판결; 서울행정법원 2009.4.9. 선고 2009구합1693 판결: 이들의 문제점에 관해선 졸고, 建築申告의 許可擬制效果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837호(2010.5.3.))과 비교하면, 대상판결이 반려에 따른 즉, 반려를 무시하고 신고대상행위를 행한 경우에 예상된 법효과를 논증하면서 그것의 처분성을 인정한 점은 호평할 만하다. 나아가 대상판결이 반려에 대해 거부처분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점은 매우 돋보이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만약 거부처분이란 표현을 하였으면 신고수리 자체가 의당 처분에 해당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반려의 본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에, 자칫 이를 기화로 건축신고를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오해할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반려위반에 따른 법효과의 결부는, 여기서의 반려가 다름 아닌 신고대상행위에 대한 禁止下命에 해당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여기서의 반려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를 전제로 한- 거부처분으로 인식하여선 아니 된다(다만 여기서 건축신고가 수리된 경우는 건축법상의 허가의제효과로 인해 의제된 건축허가가 다툼의 대상이 됨을 유의하여야 한다. 졸고, 건축허가의제적 건축신고와 일반적인 건축신고의 차이점에 관한 소고, 판례월보 2001.5., 13면 이하 참조). Ⅳ. 신고제에서의 행정청의 심사문제 종래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선 -적법한 신고를 한 이상- 반려(수리거부)는 아무런 법적 의미를 갖지 않으며, 반려에 상관없이 신고대상행위를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선 행정청의 심사자체를 상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런데 신고의 적법성은 신고에 대한 행정청의 대응 그 자체에 대한 판단근거이지 그것의 요부에 대한 판단근거는 아니다. 그리고 신고의 적법성은 신고자가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전적으로 행정청과 (궁극적으론) 법원이 확인할 문제이다. 비록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라 하더라도, 그것을 공법관계의 형성을 개인에게 전적으로 맡긴다는 의미에서 이해하여선 아니 된다. 그렇게 신고제를 이해하면, 행정이 자기임무를 방기하는 것을 조장할 수 있다. 행정이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신고제·민간화란 이름으로 슬그머니 포기함으로써, 그에 따른 법·행정의 공백은 고스란히 민간상호간의 다툼에 내맡겨진다. 그리하여 필자는 신고제를 행정청의 심사배제로 이해하여선 아니 된다고 주장하였다. 대상판결은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이란 측면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건축신고에서의 행정청의 심사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사실 반려의 처분성인정은 신고에 대한 행정청의 심사가능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한편 현행 건축법은 건축허가에 대해 다른 허가나 신고의 효과가 의제되도록 하고 있는 동법 제11조 제5항이 건축신고에 대해서도 준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의제되는 사항의 소관 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를 규정한 동법 제11조 제6항 역시 당연히 건축신고의 경우에도 준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건축신고자는 동법 제11조제5항 각 호에 따라 의제되는 허가 등을 받거나 신고를 하기 위하여 해당법령에서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신청서 및 구비서류를 제출하여야 한다(동법 시행규칙 제12조 제1항). 사정이 이럴진대, 건축신고의 경우에 행정청의 심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든지 그 심사가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는다든지 하는 것은 법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다. 건축신고에서 행정청의 심사를 긍정하지 않고선, 건축법제의 이런 매커니즘을 제대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Ⅴ. 맺으면서-申告制에 관한 拔本的 改革 건축신고가 기본적으로 허가대상건축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증명하듯이, 건축신고는 물론 신고제 자체는 기본적으로 허가제를 代替한 개시통제의 수단이다. 사실 기왕의 신고제의 틀-자기완결적 신고와 수리를 요하는 신고-은 신고제가 허가제의 대체적 의의를 지님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사인의 공법행위에 관한 논의와 -이제는 그 존재이유가 의심스러운- 이른바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로 일컫는 '수리'에 관한 논의를 도식적으로 대입한 것에 불과하다. 요컨대 허가제에 대비된 -절차적 민간화에 해당하는- 신고제의 본질은, 행정법관계의 형성에서 행정은 일단 뒤로 빠지고 私人에게 먼저 이니셔티브(私人主導)를 인정한 것이다. 만약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처럼- 수리 그 자체가 관련 법관계의 형성을 좌우한다면, 그것은 본연의 신고제가 아니라, 변형된 허가제이다. 물론 수리거부에 해당하는 반려만은 금지하명으로서의 의의를 갖는다. 이제까지 신고제에서 수리와 반려(수리거부)를 연계시켜 접근한 패캐이지 논증이 신고제 誤導의 초기조건이었다. 요컨대 신고제의 유형을 (예방적) 금지해제적 신고와 정보제공적 신고로 나누는 것이 그것의 본연의 모습에 부합한다. 건축신고가 신고제의 대표인 점에서 대상판결은 신고제에 관한 패러다임의 교체를 시사한다. 대상판결은 신고제에 관한 拔本的 改革의 시발이다. 다른 영역에서의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 대해서도 대상판결과 같이 향상된 인식이 반영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제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가 설 자리를 상실한 이상, 다음 수순은 典據가 의심스러운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를 하루바삐 修理하는 것이다. 申告制改革의 바람이 서래골에서 불어오길 仰望한다.
2010-12-06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손해발생여부 판단시점
Ⅰ. 사건개요 1. 사실관계 피고 노○○는 2005. 4.1. 김○○, 김○○으로부터 화성시 서신면 용두리 757 답7,090㎡(약2,144평, 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를 매매대금 3억4,000만원에 매수하고 김○○은 2005. 4.22. 피고 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4억5,000만원에 다시 매수하였고, 원고는 원고의 딸 강○○를 통하여 2005. 4.28. 김○○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 중 500평을 매매대금 1억5,000만원에 매수하고 2005. 5. 4. 김○○에게 계약금으로 2,000만원을 지급하였는데, 김○○이 원고에게 위와 같이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함에 있어서, 피고 김○○은 6억원이면 주변시세보다 평당 7만원 이상 싼 것이며, 이 사건 부동산 옆으로 4차선의 직선도로가 확장될 것이어서 땅값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거짓말하고, 원고 딸 강○○는 이에 속아서 위와 같이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후 김○○과 피고 김○○은 2005. 5. 20.경 원고의 딸 강○○에게 이 사건 부동산 전체를 매수하면 그 매매대금을 5억5,000만원으로 5,000만원 싸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 전체를 매수를 권유하였고, 피고 노○○ 역시 이에 동조하여 강○○에게 자신이 김○○와 김○○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매도를 의뢰받았는데 자신이 애써서 매매대금을 5억5,000만원에서 1,000만원 깎아서 5억4,000만원에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게 하였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강○○로 하여금 원고가 김○○, 김○○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 전부를 매매대금 5억4,000만원에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부동산은 2006. 1.6. 원고 명의로 그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는데, 계약체결일인 2005. 5.20. 당시 시가는 2억9,788만원(7,090㎡×42,000원/㎡)이었다. 한편, 원고는 피고들 및 김○○의 위와 같은 사기행위와 관련하여 2007. 3.23. 김○○으로부터 3,500만원, 2007. 5.31. 피고 노○○으로부터 3,300만원, 피고 김○○으로부터 1,500만원 합계 8,300만원을 손해배상의 일부로 지급받았고, 감정평가결과 현재 공시지가는 2배 가까이 상승한 상태이다. 2. 하급심 법원 및 대법원 각 판단 가. 수원지법 1심 재판부는 "부동산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이 매수인을 기망하여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부동산을 매수하게 하였다면, 다른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이 입은 손해는 매수가격과 매수 당시의 시가와의 차액 상당액이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80. 2.26. 선고79다1746호 판결 참조),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그 시가 차액 상당액인 금 2억4,222만원(원고의 매수가격 5억4,000만원이 사건 부동산의 2005. 5.20. 당시 시가 2억9,778만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시하여 원고 청구인용. 나. 2심 서울고등법원은 "피고 등의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원고가 입게 된 손해에 관하여, 원심 변론종결일 현재 원고는 피고 등의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고, '매매대금 5억4,000만원 및 그에 대한 시중금이 및 도매물가상승률 상당 가액'을 보유하고 있었을 터인데,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부동산 중 4,570제곱미터 및 나머지 부분에 대한 보상금 4억2,000만원'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결국 후자의 가액이 전자의 가액을 상회하는 이상 원고에게 사실심 변론종결일 현재 재산상 어떠한 손해가 발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여 원심 취소, 원고 청구 기각. 다. 상고심 대법원 재판부는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재산상 불이익, 즉 그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므로 그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해야한다(대법원 1992. 6.23. 선고 91다33070판결, 대법원 2003. 1.10.선고 2000다34426 판결)"라고 판시하여 원고 상고 인용, 원심 판기환송. Ⅱ. 판례평석 1. 이 사건의 쟁점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에서 손해 발생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이 언제인가가 쟁점이다. 이 사건에서 기망에 의한 매매계약(불법행위)이 이루어진 당시보다 사실심 변론종결에 즈음하여 대상 부동산의 시가가 2배 이상 상승하였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피고 측은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시세가 2배 가까이 상승하여, 변론종결 당시 기준으로 원고가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1심과 대법원 재판부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 원고가 피고들의 사기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후 가격이 상승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없어 피고 주장을 배척하였다. 2. 수원지법 1심 및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 가. 먼저, 원고 청구를 인용한 수원지법이 인용한 대법원 79다1746 판결의 경우 "피고가 자신이 매수한 임야가 개발제한 구역으로 지정되어 가격이 떨어지고 매수하려는 사람도 없어 상당한 가격으로 현금화하기 어려운데도 그러한 사정을 모르는 원고에게 바로 비싼 값에 전매할 수 있다고 기망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이는 불법행위로 되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가격과 매수 당시의 시가와의 차액 상당액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는 바, 이 사건 사실관계는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 당시까지도 위 사건 대상 임야는 여전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는 상태로서 가격변동이 없거나, 더 낮아진 경우"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사실관계(이 사건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 당시 이미 이 사건 대상 임야의 시가가 당초 매매대금 5억4,000여만원보다 2배 가까이 상승한 10억여원으로 상승한 경우)와는 반대의 경우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 수원지법 하급심 인용 대법원 79다1746호 판례 또한 판결 이유에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위 대법원 79다1746호 판례를 직접적으로 따르는 판례는 그 이후 전혀 나오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 나아가 대법원이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을 파기하면서 손해액 산정 기준에 관하여 불법행위시라고 판시하며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대법원 2003. 1.10. 선고 2000다34426 판례는 "특정물에 대한 소유권을 침해하고 그 목적물이 현존하지 아니함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시를 기준으로 하여 그 때의 교환가격에 의하여 손해액을 산정해야할 것인 바, 원심이 이 사건 장외거래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를 탁○○과 이○○가 원고 최○○로부터 부당하게 주권을 인출 받아 선용자에게 교부해 버린 1995. 10.23.의 주식 시가에 의하여 산정한 것은 정당하다"라고 판시하여 이 사건과 그 사실관계를 전혀 달리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 2001. 4. 10. 선고 99다38705【손해배상(공)】 청구 사건은 "인근 공동어장에 대한 보상금을 기준으로 관행어업권의 피해액을 산출함에 있어 어장면적과 어업종사자의 수가 다른 점과 당해 어장의 일부 관행어업권자가 비교대상이 되는 인근 공동어장에서도 관행어업을 하는 사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인근 공동어장의 관행어업에 의한 단위면적당 평년수익액을 바로 당해 어장의 관행어업에 의한 평년수익액으로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로서 이 사건 쟁점인 불법행위 당시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 또한 1997. 10.28. 선고 97다26043 판결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불법행위시에 발생하고 그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이므로, 장래 발생할 소극적·적극적 손해의 경우에도 불법행위시가 현가 산정의 기준시기가 되고, 이때부터 장래의 손해 발생시점까지의 중간이자를 공제한 금액에 대하여 다시 불법 행위시부터 지연손해금을 부가하여 지급을 명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불법행위시 이후로 사실심의 변론종결일 이전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후 발생할 손해를 그 시점으로부터 장래 각 손해 발생시점까지의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방법으로 현가를 산정하여 지연손해금은 그 기준시점 이후로부터 구하는 것도 허용된다"라고 판시하여 본 사안과 사실관계를 전혀 달리하는 인적 손해배상청구에서의 중간이자 기산점에 관한 판시에 불과하다. 3.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판례의 타당성-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요건사실로서 손해 발생 여부 판단 시점 가. 손해배상청구의 요건 사실로서 손해액의 확정은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판례와 같이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해야함이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이러한 원심 판시를 뒷받침하는 의미에서 손해의 범위 및 손해액의 산정의 기준과 관련하여, 기존 대법원 1999. 4.9. 선고 98다27623 판결은 "무효인 채무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신뢰하여 그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고 금원을 대출하였다가 후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 당하게 됨으로써 근저당권자가 입은 통상의 손해는, 위 채무자 명의의 이전등기가 유효하여 담보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출연한 금액 즉, 근저당목적물인 위 부동산의 가액 범위 내에서 채권최고액을 한도로 하여 채무자에게 대출한 금원 상당이며, 위에서 말하는 부동산의 가액은 근저당권이 유효하였더라면 그 실행이 예상되는 시기 또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고, 비슷한 취지에서 대법원 1978. 7.11. 선고 78다626 판결【손해배상】사건에서 "피담보채무가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초과할 경우 위 근저당권의 불성립으로 근저당권가 입은 손해액을 산정하려면 우선 그 저당채무의 변제기 후이며 그 저당권의 실행이 예상되는 시기 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소송으로 행사할 경우에는 그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표준'으로 하여 저당목적물의 시가를 확정해야 하고 그 시가가 위 채권최고액 이상이 될 때에 한하여 채권최고액 상당액을 그 손해액으로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나. 구체적 타당성의 확보 문제 대법원 판시와 같이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기망당하여 토지를 매수한 것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의 시가는 현재 수억원이 상승하여 원고는 오히려 막대한 이득을 취하였을 뿐 손해를 본 것이 없다는 점에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을 추가로 인정하는 것은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피고들은 사실심에서 원고에게 "기존에 피고들이 원고에게 형사합의금으로 지급한 8천300만원 외에 위 매매대금 5억 4,000만원을 반환받는 조건으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피고들에게 다시 이전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하였으나 원고는 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는 바, 이는 원고도 이 사건 토지 시가가 크게 상승하였다는 것을 알기에 이 사건 토지는 그대로 보유하면서 피고들에게는 단지 위자료로 기 수령한 8,300만원 이외에 추가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구체적 타당성을 중시하여 원고에게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아무런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인정하여 원고 청구를 기각한 반면, 대법원은 구체적 타당성을 결여한 채 형식판단에만 치우쳐 원심을 파기하고 만 것이다. Ⅲ. 결론 손해배상청구의 요건 사실로서 손해발생 여부의 확정은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함이 상당하다. 이 사건에서 원고 청구는 손해배상청구의 요건사실인 금전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더욱이 원고는 피고들로부터 형사 합의금으로 이미 8,300만원을 지급받았고 위 합의금에 더하여 원고 보유 사건 부동산의 시가가 상승하여 수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아니한 다른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형식 판단에만 치우쳐 원고에게 추가로 2억4,000만원의 금전을 지급하도록 하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한 것은 법적 형평성(구체적 타당성)은 물론 일반인의 법 감정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고 사료된다. 대법원 판시대로라면 매매계약 과정에서 일부 기망을 당하였다고는 하나, 기망(불법)행위 당시보다 변론종결 당시에 지가가 상승한 경우에 기망당한 원고가 대상 부동산 매매계약의 유효성은 주장하면서 단지 기망행위에 대한 위자료조로 너무나 큰 이익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2010-06-21
집합건물 경매와 대지권 성립 전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 소멸여부
1. 문제의 제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제20조(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일체성)는 "①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른다. ② 구분소유자는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다. 다만, 규약으로써 달리 정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취지는 집합건물의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이 분리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여 대지사용권 없는 구분소유권의 발생을 방지함으로써 집합건물에 관한 법률관계의 안정과 합리적 규율을 도모하려는 데 있다(대법원 2006. 3.10. 선고 2004다742 판결). 다만, 위와 같은 일체불가분성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구분건물의 대지사용권을 전유부분과 분리처분이 가능케 한 규약이나 공정증서가 있는 때에는 종속적 일체불가분성이 배제되어 전유부분에 대한 경매개시결정과 압류의 효력이 대지사용권에는 미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7. 6.10. 자 97마814 결정). 이러한 경우, 대지사용권을 가지지 못하는 구분소유자가 발생하게 되고, 그 전유부분의 철거를 구할 권리를 가진 자는 그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구분소유권을 시가로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집합건물법 제7조). 요컨대, 집합건물법상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분리처분은 강행법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집합건물법상 대지권 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대지만에 관하여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이 일체로서 경락되었다면,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은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함이 없는 한 소멸한다고 판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나대지상의 근저당권을 합리적 근거 없이 소멸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2.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상호신용금고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지번생략 대 287.5㎡(이하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서울지방법원 강남등기소 1991. 6.19. 접수 제61762호로 채권최고액이 750,000,000원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그 후 이 사건 토지 지상에는 철근콘크리트조 스라브 위 아스팔트 슁글 4층 다세대주택 1 내지 4층(지하 101호, 102호, 1층 101호, 2층 201호, 202호, 3층 301호, 302호, 4층 401호, 402호 9세대) 각 129.84㎡, 지하층 139.84㎡인 건물 1동(이하 '이 사건 다세대주택')이 건축되어, 서울지방법원 강남등기소 1992. 1.13. 접수 제2555호로 소외 1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졌고, 같은 날 이 사건 토지에 관해서는 이 사건 다세대주택의 대지권의 목적인 취지의 등기가 마쳐졌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① 지하 102호는 피고 1이 1994. 7.19. 서울민사지방법원 93타경3420 강제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4. 10.27.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② 4층 401호는 피고 2가 1993. 5.24. 서울민사지방법원 92타경22443 임의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3. 6. 28.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③ 4층 402호는 피고 3이 1993. 9.14. 서울민사지방법원 92타경40564 임의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8. 6.20.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지하 102호, 4층 402호의 낙찰허가결정문에는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이 포함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4층 401호의 낙찰허가결정문에는 그러한 기재가 없는 대신 "이 사건 등기부 표시란(대지권의 목적인 토지의 표시)에 기재된 토지에 대한 별도 등기(근저당권 1991. 6.19. 제61762호 7억5,000만원)는 존속시켜 이를 경락인이 인수하도록 한다"는 특별매각조건이 부가되어 있다. 대한상호신용금고는 1998. 10.15. 서울지방법원에 위 근저당권에 기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임의경매를 신청하였고, 서울지방법원은 1998. 11.9. 임의경매개시결정을 하였다(98타경84146). 2002. 6.20. 위 서울지방법원 98타경84146 임의경매절차에서 원고는 피고 1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과 피고 2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을, 선정자 2는 피고 3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을 각 낙찰받아 2002. 7.29. 각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한편, 위 임의경매절차에서 지하 101호 소외 2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 2층 201호 소외 3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 3층 302호 소외 4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은 소외 5가 각 낙찰받아 2002. 7.22.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대지권 등기는 2002. 7.22.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1층 101호(287.5분의 57.5), 2층 202호(287.5분의 27.37), 3층 301호(287.5분의 30.13)만에 관한 대지권이라는 취지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사실관계 하에서 원고는 피고 1, 2에 대하여, 선정자 2는 피고 3에 대하여 각 토지사용료를 청구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구 민사소송법(2002. 1.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608조 제2항 및 현행 민사집행법 제91조 제2항에 의하면 매각부동산 위의 모든 저당권은 경락으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집합건물의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사용권인 토지공유지분이 일체로서 경락되고 그 대금이 완납되면, 설사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별도등기로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이라 할지라도 경매과정에서 이를 존속시켜 경락인이 인수하게 한다는 취지의 특별매각조건이 정하여져 있지 않았던 이상 위 토지공유지분에 대한 범위에서는 매각부동산 위의 저당권에 해당하여 소멸한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지하 102호, 402호의 경매절차에서 피고 1, 피고 3이 각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권도 경락받았고, 이때 이 사건 토지 중 위 각 피고가 취득한 대지권 지분에 관한 대한상호신용금고의 근저당권도 이미 소멸한 것이다(=원고, 선정자 2의 피고 1, 3에 대한 청구기각). 한편, 401호의 경우 피고 2는 대한상호신용금고의 근저당권을 경락인이 인수한다는 특별매각조건하에 위 401호를 그 대지권과 함께 경락받은 것이므로, 피고 2는 그 후 401호의 대지권에 해당하는 토지공유지분을 경락받은 원고에게 토지사용이익의 부당이득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의 피고 2에 대한 청구인용). 4. 검토의견 생각건대, 이 문제를 오로지 특별매각조건의 문제로 풀어내는 것은 지나치게 도식적인 해결책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집행법원이 낙찰허가결정서에 특별매각조건으로 일정한 사항을 기재하는 것과 무관하게 경락인이 인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집행법원이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하는지 여부에 따라 실체적 권리관계가 변동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본건과 같이 토지만에 관하여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집합건물이 건축되고 각 세대별 소유권보존등기 및 대지권 등기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집합건물등기부등본 표제부 '대지권의 표시'란에는 "별도등기 있음"으로 공시되어 있고, 누구든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에 설정되어 있는 권리관계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401호의 경우에 비추어 보건대, 집합건물등기부상 "별도등기"로써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존재를 알 수 있었음이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경매법원의 낙찰허가결정에 이 사건 근저당권의 인수여부에 관한 기재가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들이 근저당권의 제한 없이 각 세대의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권까지 낙찰받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대법원 2007. 4.13. 선고 2005다8682 판결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바,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이미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가압류결정이 집행되어 있는 경우 그 이후 집합건물이 신축되고 각 세대별 소유권보존등기 및 대지권등기가 경료되고, 이후 이중 일부 세대에 관한 경매절차에서 낙찰받은 자는 위 가압류의 부담을 인수한다고 판시하고 있고, 이러한 법리는 이 사건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 2005다8682 판결에 대한 해설(이규진, 부동산 신소유자의 채권자가 경매신청을 한 경우 선순위가압류등기가 말소촉탁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대법원 판례해설 제67호, 740면)이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낙찰허가결정에서 선행가압류등기의 존부 및 인수여부에 관한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경락인이 가압류의 부담이 없는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또한 굳이 그 조건을 분류하자면 특별매각조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일 뿐 실무에서 특별매각조건으로서 운용되었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이 사건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지하 102호 및 402호의 경우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이 포함된 점이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르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보이나, 이는 근저당권의 존속여부와는 무관하다 할 것이다. 구분건물에 대한 경매에 있어서 비록 경매신청서에 대지사용권에 대한 아무런 표시가 없는 경우에도 집행법원으로서는 대지사용권이 있는지 조사해야 하고, 그 결과 전유부분과 불가분적인 일체로서 경매의 대상이 되어야 할 대지사용권의 존재가 밝혀진 때에는 이를 경매 목적물의 일부로서 경매 평가에 포함시켜 최저입찰가격을 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입찰기일의 공고와 입찰물건명세서의 작성에 있어서도 그 존재를 표시해야 할 것인 바(대법원 1997. 6.10.자 97마814 결정), 대지사용권은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르는 것이므로 일괄경매를 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전유부분과 대지지분이 일체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전유부분에 대한 경매개시결정과 압류의 효력이 당연히 종된 권리인 대지사용권에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구분건물의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을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반면 경락인이 구분건물을 취득하면서 대지권의 가치까지 지불하였다고 하여 이로써 대지권 성립 이전에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저당권을 소멸시킬 수는 없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매각부동산 위의 모든 근저당권은 경락으로 소멸한다는 민사집행법 제91조 제2항을 들어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된 근저당권이라도 토지공유지분에 대한 범위에서는 매각부동산 위의 부담에 해당하여 소멸하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본래 나대지상에 설정된 근저당권자는 근저당권의 교환가치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경우, 대지상의 건물 축조의 중지까지 구할 수 있는 방해배제권능을 갖는 권리(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3다58454 판결)라는 점과도 일치할 수 없는 결론이 아닐 수 없다 할 것이다. 5. 결론 집합건물의 등기부에 대지권을 표시하면서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각종 부담을 공시하는 이유는 집합건물을 취득하는 자를 보호함에 있는 것이고, 집합건물의 표제부에 "별도등기 있음"으로 기재하여 이러한 제한물권 또는 가압류 가처분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은 그 이후 이루어진 개개의 집합건물에 대한 경매와는 상관없이 별도등기로써 공시된 물권으로 존속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결과는 구분건물의 경매절차에서 그 인수여부가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하여져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고, 각 집합건물의 경매절차에서 경락인이 대지권의 가치까지 지불하였는지 여부와도 무관하다 할 것이다. 대상판결에 의하면 대지권 성립 전에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던 근저당권이 그 후에 건축된 집합건물의 대지권 등기 및 집합건물에 대한 한 차례 경매로 인하여 소멸한다는 기이한 결과가 되는 바, 이는 합리적 근거 없이 근저당권이 소멸시키는 것이므로 그 결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010-03-15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허용이 신의칙·사회정의에 반하지 않는다는 사례
Ⅰ. 사실관계와 판결요지 1. 사실관계 X(원고, Y의 처)와 Y(피고, X의 남편)는 1990년 12월12일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로서 그 사이에 사건본인 S1(1993년생)갨2(1994년생)를 출산하였는데, X는 Y의 잦은 음주와 외박으로 원만하지 않은 혼인생활을 하던 중 1997년 11월30일 가출하여 따로 생활하다가 2003년 9월30일 Y의 설득으로 다시 집으로 들어 왔으나 한달 만인 2003년 10월30일 다시 가출하였다. X가 잠시 가정에 복귀한 기간을 제외하고, 11년이 넘게 X와 Y는 각자의 주거지에서 별개로 생활해오다가 X는 2007년 초에 소외 M과 현재까지 동거하면서 그들 사이에 2009년 2월12일 다리가 기형인 딸(D)을 출산하였다. S1갨2들은 X갳의 별거기간동안 Y의 어머니(G)의 도움으로 양육하여 왔으며 원심변론 종결일에 S1갨2는 각 고교 1학년, 중학교 3학년생으로 성장하였다. 이 사건 조정기일에서 X는 D의 치료·양육을 위해 가족관계등록을 하는데 장애가 되는 Y와의 혼인의 해소를 주장하였고 Y는 X의 가정복귀를 원하여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이에 제1심판결은 X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원심(광주고법)은 2009년 6월5일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X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Y가 상고하기에 이르렀다. 2. 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의 요지(1심판결의 취소·이혼) : 부부의 별거가 상당히 장기간에 이르고 부부간의 어린 자녀가 없는 경우라면, 상대방이나 자녀가 이혼으로 인하여 정신적·사회적·경제적으로 심히 가혹한 상태에 처하게 되는 등 이혼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현저하게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는 이유만으로 당해 청구가 허용될 수 없다고 해석해서는 아니된다(각판공보, 2009. 8.10.). 대판요지(상고기각) : 원고와 피고사이의 11년이 넘는 장기간의 별거,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사실혼관계 형성 및 자의 출산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원고와 피고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하여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와 피고의 혼인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 Ⅱ. 판례평석 1. 머리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란 혼인관계의 파탄에 전적으로 주로 책임있는 배우자로부터 그 파탄을 이유로 하는 이혼청구이다. 이 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신의칙·사회정의'의 관점에서 인용함으로써 종래의 소극적 파탄주의에 한정되어 왔던 입장에서 커다란 전환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논고는 본 판결의 의의와 금후의 과제에 관하여 고찰한다. 2. 판례연구 (1) 본 판결에서의 논의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종래 판례입장의 전환 여부와 본 판결의 '이혼파탄주의 법리'로의 전환여부이다. 또한 청구인과 소외인(M)과의 신분관계가 '사실혼'이냐 하는 점이다. (2)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종래의 판례입장(기각)의 전환 여부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판례·학설의 동향 판례의 동향 : 대법원의 1965. 9.21. 판결(65므37)은 축첩한 청구인의 이혼청구를 정면으로 배척한 소극적 판결의 효시이었다. 대법원의 1987. 4.14. 판결(86므28)은 상대방이 혼인계속의 의사가 없으면서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상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하고 있다(법원공보 801호: 같은 취지; 대판 1996. 6.25. 1994므741). 학설의 동향 :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하는 '일반론'의 안이한 적용은 엄격하게 좁혀야 하고 피고에게 이혼의사가 명백한 경우에는 배척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김주수, 친상법 p203~ 204)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할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의 별거기간이 지나면 유·무책사유와 관계 없이 이혼을 허용함이 타당하다는 견해(한봉희, 가족법 p161)가 주류이다. 그밖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자의 이익을 위해 일정기간, 이혼을 유예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이희배, 가족법학논집 p1,046~ 1,049). 외국의 판례 : 일본최고재판소의 1987. 9.2. 판결(소화61오260호)은 부부의 별거가 상당히 장기간 등의 경우에는 이혼청구를 용인함이 사회정의에 반한다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유책배우자의 청구란 한 사유만으로 불허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다(川井 健, 강좌 현대가족법, 2권 p216~219) 2) 종래의 판례 입장 전환여부 가) 종래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판례의 입장 대법원의 종래 판례의 입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기각하였으며(대판 1989. 10.24. 89므429), 예외로 인용하는 입장이었다. 즉, 피청구인의 이혼의사가 명백한 경우(대판 1987. 12.8. 87므44), 오기 보복적 반감으로 표면상 이혼에 불응하는 경우(대판 1987. 9.22. 86므87), 청구인의 유책성이 피청구인보다 가벼운 경우(대판 1990. 3.27. 88므375), 유책행위와 파탄과의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대판1988. 4.25. 87므9), 청구인용이 사회정의에 반하지 않는 경우(서가판 1999. 5.27. 98드32995; 일본최고재판 1987. 9.2. 소화61오260호) 등을 들 수 있겠다. 나) 본건 대판의 입장 전환 원심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현저히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청구인용의 판시를 하고 있다. 본건 대판도 신의칙에 비추어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용의 판결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취지의 판결은 대법원 판결로서는 본 판결이 처음인 것 같다. 이 판결의 의의는 원칙적 이혼규범의 2중상태가 수정되어 종래의 재판규범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변경'의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즉, 제한적 파탄주의(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를 극복하고 전면적 적극적 파탄주의를 지향한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3) 본 판결의 '이혼파탄주의법리'로 전환여부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인용의 배경 본 판결은 원고의 유책성을 '신의칙'에 입각하여 그 중대성 여부를 판단하였고 원심판결에서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사회정의'에 비추어 그 인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본 판결은 전면적 파탄주의에 입각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종래의 오랫동안 제한적 파탄주의에 한정하고 있던 판례의 태도에 '변경'을 가져온 섬세한 조정의 역할을 하였으며 우리나라 이혼법에 커다란 전기가 되었다는 점에 그 역할의 의의를 인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2) 이 판결을 계기로 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대해서는 '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의 태도에서 진일보 하여 '원칙적 인용-예외로 이혼유보'의 방향의 발전을 거쳐 종국적으로는 전면적 파탄주의로의 발전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3. 여론 청구인과 소외인(M)과의 신분관계는 혼인신고 가능상태가 아닌 점에서 '사실혼'이 아니고(대판 1987. 2.10. 86므70, 대판 1978. 10.3. 78므37, 대판 1984. 8.21. 84므45 참조), 피청구인과의 이혼합의 없는 일방적 별거 중이므로 '중혼적 사실혼'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이해된다(대판 1996. 9.20. 96므530 참조 : 이희배, 가족법판례연구 p481~482 참조). 4. 맺는말 이 판결의 의의는 원칙적 이혼규범의 2중상태가 수정되어, 종래의 재판규범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변경'의 역할을 하였다고 할수 있다. 또한 제한적 파탄주의(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에서 발전하여 전면적 파탄주의를 지향한 진일보한 판결이라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판결은 전면적 파탄주의에 입각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종래의 오랫동안 제한적 파탄주의에 한정하고 있던 판례의 '변경'을 가져 온 섬세한 조정의 역할을 하였으며, 우리나라 이혼법 발전에 커다란 전기가 되었다고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2010-03-08
요양급여기준이 강행법규인가?
1. 문제의 소재 ‘요양급여기준’이란 국민건강보험법 제39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하고 있는 요양급여(진찰·검사, 약제·치료제의 지급, 처치·수술 등)를 행함에 있어 그 방법·절차·범위·상한 등에 대하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정한 기준을 말한다. 동법 제39조 제2항 및 제3항의 위임에 따른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의기준에관한규칙 제5조 제1항에서는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하여 일반적인 원칙을 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을 다시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대부분 보건복지부장관 고시로 정해지고 있으며, 현재 3,000여개 정도가 존재한다. 이러한 요양급여기준은 의료기관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진료 및 진료비 청구에 대한 지침이 될 수 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입장에서는 심사기준이 된다. 따라서 심평원은 요양기관이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면, 그 비용을 삭감 또는 조정하고 있다. 또한 이미 요양급여비용이 지급된 경우라도, 건강보험공단은 이를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때’로 판단하여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고 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보건복지가족부장관으로부터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또는 과징금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행정처분에 대해서 요양기관이 심평원이나 건강보험공단,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 관련 요양급여기준의 법적 성격이 문제된다. 행정규칙에 대해서 법규성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관해서는 학설이 분분하지만, 우리 법원은 일관되게 보건복지부 고시인 요양급여기준에 대해서 법규성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99. 6. 22. 선고 98두17807 판결 등). 그런데 이러한 요양급여기준에 대해서 ‘강행법규성’까지 인정할 수 있을까? 만약, 요양급여기준에 대해서 강행법규성까지 인정하게 된다면,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는 진료계약은 무효가 된다. 또한 의사가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는 진료를 하면, 그 자체로 불법행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나 보험공단 역시도 그에 반하는 행정행위를 할 수 없고, 법원도 그에 구속되어 재판을 해야 한다. 2. 대법원 2001. 7. 13. 선고 99두12267 판결의 내용 위 사건의 쟁점은 원고(재단법인)가 설립한 병원이 요양급여기준에서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수진자 본인으로부터 그 비용을 지급받은 행위가 구 의료보험법 제45조의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하여 보험급여비용을 받을 경우’에 해당되는지 여부이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이 요양급여기준 … 등과 진료수가기준의 관련 규정 등은 구 의료보험법 제29조 제3항, 제35조 제1항의 위임에 따른 것으로 법률상 위임 근거가 있는 법규명령이고 강행규정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므로,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를 함에 있어서는 요양급여기준과 진료수가 기준에서 정한 바에 따라 요양급여를 시행하고 진료수가를 징수해야 할 것이고, 비록 수진자의 사전동의하에 임의적 비급여 진료를 시행하고 그 차액을 징수했다고 하더라도 그 동의는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으며, 그 비용은 법 제33조 제2항 제1호의 ‘요양급여나 분만급여의 비용’, 제45조 ‘보험급여 비용’에 해당하고, 이를 수진자 본인으로부터 받은 것은 법 제33조 제2항 제1호의 ‘요양급여비용나 분만급여의 비용의 청구에 있어서 부정이 있을 때’, 제45조의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조치는 위 법리에 따른 정당한 것이라고 수긍이 가고, 거기에 법 제33조 제2항 제1호, 제45조의 규정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이 직접 ‘요양급여기준이 강행법규에 해당된다’고 설시한 게 아니어서, 위 판결 내용만을 가지고 대법원의 입장을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행정청은 위 판례를 근거로 의사의 진료행위는 요양급여기준에 구속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의사가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하여 약을 처방한 경우에 그 처방행위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고, 그로 인한 약값을 의사로부터 환수하고 있다. 행정법원 판례 중에도 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는 진료계약은 무효이다’라고 판시한 사례가 종종 있다. 3.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 만약, 대법원이 요양급여기준의 강행법규성을 인정하고 있다면, 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 법치주의 원칙 위반 ‘강행법규’란 법령 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있는 규정을 말하며 따라서 당사자의 의사에 의해서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강행법규의 예로는, 사회의 기본적 윤리관이나 가족관계 질서의 유지에 관한 규정, 사회일반의 이해에 직접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규정, 거래의 안전이나 경제적 약자 보호를 위한 규정 등이 있다(민법주해 II, 257~258면 참조). 최근 대법원 판례 중에 강행법규성이 인정된 것으로는, 부동산중개수수료 제한에 관한 구 부동산중개업법 제15조(2007. 12. 20. 선고 2005다32159), 국민주택기금의 운용제한에 관한 규정인 구 주택건설촉진법 제10조의4 제1항(2006. 12. 21. 선고 2004다17054), 중재인의 고지의무를 규정한 중재법 제13조 제1항(2005. 4. 29. 선고 2004다47901) 등이 있다. 위와 같이 강행법규에 해당되기 위해서는 우선 법령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법이나 동법 시행령 어디에도 ‘의사는 요양급여기준에 구속되어 진료를 해야 한다’거나 또는 ‘의사(의료기관)와 환자는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는 진료계약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 고시에 불과한 요양급여기준에 대해서 강행법규성을 인정한 것은 국회입법의 원리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현재 운용되고 있는 보건복지부 고시가 무려 3,000여개에 달하고, 그 제정이나 시행 과정에 어떠한 법적인 통제 장치도 없어서 그 내용에 법리적으로나 의학적으로 하자가 많은데, 그러한 모든 요양급여기준에 대해서 ‘강행법규성’을 인정한다면, 이는 사실상 보건복지가족부가 임의로 강행법규를 제정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나. 의사와 환자의 기본권 침해 요양급여기준이 강행법규에 해당된다면, 의사는 요양급여기준에 구속되어 진료를 해야 하고, 의사와 환자는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는 진료계약을 체결해서는 아니된다. 그런데 요양급여기준은 한정된 보험 재정을 바탕으로 모든 보험 가입자에게 보편적인 진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원하는 최선의 진료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요양급여기준 중에는 의학적으로 불합리한 기준들이 상당수 존재하여, 진료에 제약을 가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우에까지 요양급여기준에서 정한 진료만을 강요하는 것은 의사의 진료권과 환자의 선택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다. 최선의 진료의무와의 충돌 판례와 의료법은 의료인에게 최선의 진료 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요양급여기준은 최선의 진료와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요양급여기준에 강행법규성을 인정하게 된다면, 의료인의 요양급여기준 준수 의무와 최선의 진료 제공 의무 사이에 의무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의사에게는 최선의 진료의무가 우선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보험 재정 안정보다는 더 우선적인 가치이다. 라. 행정규칙의 법규성의 한계 보건복지부 고시는 행정규칙에 해당되고, 그 법규성은 제한적·예외적으로 인정된다.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7누13474 판결도 “고시의 법규성은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효력이므로 특정 고시가 비록 법령에 근거를 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규정 내용이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일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규명령으로서의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여지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 고시 역시도 상위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거나 기타 헌법에 위반될 경우에는 법규성이 부정된다. 위와 같이 제한적으로만 법규성을 인정받는 보건복지부 고시에 대해서 강행법규성을 인정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부당하다. 마. 부당청구에 대한 통제 장치 굳이 요양급여기준의 강행법규성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건강보험과 관련된 진료비 부당청구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통제할 수 있다. 먼저,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된 의사와 환자간의 계약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 민법 제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 제109조(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제110조(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따라 그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 다음,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때’에는 그 진료비를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부당한 방법’이란 ‘위법한 방법’ 보다 그 개념이 훨씬 넓다. 따라서, 위 규정을 통해서 부당한 진료비 청구를 방지할 수 있다. 4. 결론 건강보험이 한정된 재원으로 최적의 요양급여를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부담수준, 국가의 재정수준이라는 한계 하에서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여 보험급여의 우선 순위를 정하게 되고, 사회적·경제적 여건에 따라 적절히 대처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요양급여기준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 고시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보건복지부 고시는 건강보험법령과 결합하여 법규성을 가지지만, 그 법규성은 건강보험법령의 위임 범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 이를 넘어서 강행법규성까지 인정하는 것은 의사와 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의사의 최선의 진료의무와도 충돌되며, 행정규칙의 법규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어서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2008-08-18
공서양속에 반하는 이자약정에서 임의로 지급된 초과 이자의 반환청구
[판결취지] 금전소비대차계약과 함께 이자의 약정을 하는 경우, 양쪽 당사자 사이의 경제력의 차이로 인해 그 이율이 당시의 경제적·사회적 여건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초과해서 현저하게 고율로 정해졌다면, 그와 같이 허용할 수 있는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의 이자 약정은 대주가 그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고 차주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 또는 기타의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무효인 부분의 이자 약정을 원인으로 차주가 대주에게 임의로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통상 불법의 원인으로 인한 재산 급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나, 불법원인급여에 있어서도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경우이거나 수익자의 불법성이 급여자의 그것보다 현저히 커서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에는 급여자의 반환청구가 허용된다고 해석되므로(대법원 1993.12.10. 선고 93다12947 판결 등 참조), 대주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초과하는 이율의 이자를 약정하여 지급받은 것은 그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고 차주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 또는 기타의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서 그 불법의 원인이 수익자인 대주에게만 있거나 또는 적어도 대주의 불법성이 차주의 불법성에 비하여 현저히 크다고 할 것이어서 차주는 그 이자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평 석] 1. 금전소비대차에서 행하여진 이자약정이 공서양속에 위반하는 것을 이유로 일부무효인 경우에는 차주가 그 무효부분의 이자를 임의로 지급하였어도 부당이득을 이유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이번 대법원판결의 취지에 찬성한다. 필자는 1998년 초에 폐기되기까지 시행되던 이자제한법(이하 「종전의 이자제한법」이라고 한다) 아래에서도 임의로 지급된 제한 초과의 이자에 대하여 차주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번 판결은 기본적으로 그와 입장을 같이하는 것이다. 다만 필자는 다수판결과 같이 굳이 불법원인급여에서의 이른바 위법성비교론을 적용하여 그 결론을 정당화할 필요는 없고, 이 사건과 같은 경우는 민법 제746조 단서에서 명문으로 정하는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 그대로 해당한다고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는 결론에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그런 의미에서 사소한 것인지도 모른다. 2. 종전의 이자제한법 아래서 채무자가 그 법 소정의 제한이율을 넘는 이자를 임의로 채권자에게 지급한 경우에, 채무자는 이를 반환청구할 수 있는지의 문제에 대하여 판례가 일관하여 이를 부인하여,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였음은 소수의견에서 밝히는 대로이다. 나아가 大判 62.4.26, 4294민상1542(集 10-2, 248)이 채무자가 채권자와 합의하여 제한초과의 이자채권을 상계한 경우에도 그 효력이 부인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당시의 다수설은 제한초과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하여 판례의 태도에 찬성하였다. 이 입장에서는 나아가 이러한 반환청구를 인정하면 오히려 서민들의 신용획득을 막게 되는 폐해를 가져온다고 하거나, 또는 일단 임의로 지급한 이자를 나중에 반환청구하는 것은 선행행태에 모순되는 것으로서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들기도 하였다. 3. 판례가 종전의 이자제한법 아래서 위와 같은 태도를 취한 것에는 일본의 영향이 있지 않았나 추측된다. 일본의 舊 利息制限法(1877년 제정)은 그 제한에 위반하는 약정의 효력에 대하여 “재판상 무효인 것으로 하고 각 그 제한까지 삭감하여야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제2조). 여기서 ‘재판상 무효’의 의미에 대하여는 논의가 있었으나, 판례는 초과이자의 지급은 소구할 수 없으나 임의로 지급한 것의 반환도 청구할 수 없다고 해석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이자제한법이 제정되기 전에 시행되던 利息制限令(1911년 制令 제13호)은 제한 위반의 이자약정은 「무효」라고만 규정하였음에도, 日政時代 이래 판례는 그 적용에 있어서 위의 일본판례와 같은 태도를 취하였고, 이는 종전의 이자제한법 아래서도 견지되었다. 그 후 일본에서는 1954년에 ‘이식제한법’이 새로 제정되면서, 제한초과의 이자를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었다(제1조 제2항). 그런데 그 후 일본의 最裁判(大法廷) 1964.11.18(民集 18, 1868)은 위 규정은 반환청구에만 적용이 있으며 제한초과이자는 원본에 충당된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最裁判(大法廷) 1968.11.13(民集 22, 2526)은 위와 같이 초과지급부분을 원본에 충당하여 가서 결국 원본이 완제된 후에는 이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였다. 그 이유는 위의 규정은 원본채권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원본채권이 없어지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위 규정은 “판례입법이라고 할 일련의 판결에 의하여 사실상 개정된 것에 가깝게 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다(林良平 등, 債權總論, 제3판(1996), 56면). 4. 생각해 보면, 불법원인급여는 급부가 범죄를 조장한다든가 도덕관념에 비추어 용납될 수 없는 행위(또는 그러한 행위의 지속)를 유인하는 등으로 급여의 원인에 윤리적인 비난을 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한정하여 인정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제한이율을 넘는 이자를 지급하여서라도 금융을 얻으려 하였던 차주가 그 약정대로 이자를 지급한 것에 윤리적인 비난가능성이 있다고 하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그러니 그의 이자지급에 무슨 「불법의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종전의 판례에 반대하여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는 제한초과의 이자가 임의로 지급되더라도 “그 불법원인은 이자수령자에게만 있을 뿐”이라고 하여(민법 제746조 단서)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제한초과의 이자를 지급한 것은 단순한 비채변제로서 당연히 반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반환청구를 인정한다고 해서 서민들의 신용획득을 막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적어도 오늘날의 사정 아래서는 입증되지 아니한 가설에 그친다. 오히려 채무자를 과도한 이자의 부담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종전의 이자제한법의 입법취지는 제한초과이자를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도 그에게 반환청구를 인정하는 방법으로 관철되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채무자는 同法의 보호를 받고, 오히려 이자를 약정대로 지급한 채무자는 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는 것은 균형에도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는 이 경우 채무자의 초과이자지급이 단순한 비채변제라고 해도 채무자는 그 지급의무가 없음을 알면서 이를 지급하였으므로 그는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해야 한다고 주장할는지 모른다(민법 제742조 참조). 그러나 비채변제의 반환청구가 배제되려면, 변제자가 지급 시에 채무의 부존재를 확정적·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어야 하고, 단지 채무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나 그것을 인식하였어야 했다는 과실만으로는 부족하다. 또 설령 변제자가 채무 없음을 적극적으로 인식하였다고 해도 채무자가 변제해야 할 만한 합리적 사정이 있으면 반환청구는 배제되지 않는다고 해야 하는데, 그 합리적 사정이란 통상 전형적인 힘의 불균형이 있으면 긍정되어야 하는 것이다(이상에 대하여는 民法注解[XVIII], 392면 이하(梁彰洙 집필) 참조). 5. 이자제한법이 폐지되어 이자 제한의 강행규정이 없어진 이상 이제 과도한 이자에 대한 규율은 민법 제103조의 문제가 되었다. 물론 민법 제104조의 적용도 고려될 수 있으나, 그 주관적 요건을 주장·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통상 민법 제103조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 외국의 예를 보면, 원래 이자제한법이 없는 한편 우리 민법 제103조와 제104조와 동일한 내용의 규정을 그 민법 제138조 제1항, 제2항으로 두고 있어서 우리의 법상태에 가장 가깝다고 할 독일의 경우에도, 과도한 이자에 대한 판단기준은 위 민법 제138조 제1항이라고 한다(우선 Palandt, BGB, § 138 Rn.25(65.Aufl., 2006, S.129) 참조). 그런데 독일에서는 그러한 과도한 이자를 이유로 위 민법 제138조 제1항이 적용되는 경우(이른바 폭리적 소비대차 Wucherdarlehen 또는 과도한 이자약정 uberhohte Verzinsung)에는 이번의 대법원판결이 과도한 이자약정부분만을 무효로 하는 것과는 달리 이자약정을 포함하여 소비대차계약 전부가 무효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대주가 바로 원본의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고 借主는 약정기한까지 원본을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러한 민법 제138조 제1항의 적용으로 의도하는 차주의 보호가 실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貸主는 그에 대하여 아무런 이자도 청구하지 못하며, 이는 이자약정(이 역시 무효인 것이다)에 기하여서는 물론이고 부당이득을 이유로 하여서도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대주가 이제 과도이율이 아니라 통상적 이율에 의하여 산정한 원본 사용료 상당의 금전의 지급청구를 부당이득으로 청구할 수 있음을 승인하는 것은 스스로 불법을 저지른 사람에게 법의 구조를 거부하는 불법원인급여제도의 정신에 반하기 때문이다. 이상이 판례(BGH NJW 1989, S.3217 등)의 태도이고 학설에서도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견해이다(우선 Larenz/Canaris, Lehrbuch des Schuldrechts, Bd.II/2, 13. Aufl.(1994), § 68 III 3 c (S.163f.) 참조). 그리고 독일에서는 위와 같이 양속 위반을 이유로 무효인 소비대차에서 차주가 이미 지급한 이자는 당연히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우선 Palandt, 전게서, § 817 Rn.10(S.1212), Rn.21(S.1213)를 보라). 위와 같은 폭리적 소비대차는 이자를 지급하였고 이제 그 반환을 구하는 차주의 입장에서는 애초 독일민법 제817조 제2문에서 정하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데 異論이 없다. 독일민법 제817조는 그 제1문에서 “급부의 목적이 수령자가 그 급부를 수령함으로써 법률상의 금지 또는 선량한 풍속에 위반하게 되는 것인 때에는 급부수령자는 반환의 의무를 진다”고 하고, 이어서 제2문은 “급부자도 역시 이러한 위반을 범하게 되는 때에는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정한다. 이 제812조 제2문이야말로 불법원인급여로 인한 반환청구 배제를 정하는 것으로서 우리 민법 제746조에 해당하는 것이다(이와 같이 불법원인급여에 관한 법규정에서 원칙/예외의 구성은 우리 민법 제746조와는 반대이다). 그런데 폭리적 소비대차의 경우에 借主는 동 제1문에서 정하는 바의 위반을 범한 것이 아니므로, 위 제2문의 ‘역시’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Larenz/Canaris, 전게서, 동소 참조). 6. 우리의 경우에 민법 제103조를 적용하되 과도한 이자약정에 대하여 과도한 부분에 한한 무효를 인정하는 것은 우리 법원의 일부무효법리 운용의 실태에 비추어, 또한 이자제한에 관한 법적 규율의 역사에 비추어 이해할 수 있는 태도이다. 그런데 그 경우에 그 무효인 부분에 해당하는 이자가 이미 지급되었으면 借主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야 함은 이자제한법이 있거나 없거나 다를 바 없으며, 이는 독일의 예에 의해서도 뒷받침되는 바이다. 그런데 그 이유를 다수의견이 말하는 바와 같이 차주에게도 「불법의 원인」이 있는데 그 불법성의 정도가 貸主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물론 그러한 이른바 위법성비교론은 이번 판결이 말하는 대로 大判 93.12.10, 93다12947(集 41-3, 319)에서 처음으로 채택된 이래 大判 97.10.24, 95다49530(공보 하, 3570)(사기도박의 피해자가 도박채무의 변제로 유일한 재산인 주택을 양도한 사안); 大判 99.9.17, 98도2036(공보 하, 2267)(포주가 보관 중인 윤락녀의 화대를 임의소비하여 횡령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원심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반환청구할 수 없으므로 포주가 애초부터 그 금전의 소유자라고 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였다) 등에서 적용되어, 불법원인급여제도의 허점을 메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필자도 그 자체에는 찬성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된 폭리적 이자약정의 경우에는 독일에서와 같이 그 불법성이 폭리를 취하는 측에게만 있다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7. 한편 국회는 2007년 3월 6일에 이자제한법을 통과시켜 약 9년만에 이자에 대한 일반적 규제를 부활시켰다. 그 중에는 “채무자가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이자를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는 초과 지급된 이자 상당 금액은 원본에 충당되고, 원본이 소멸한 때에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제2조 제4항). 이 법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나, 그 시행 전에 성립한 대차관계도 그 시행일 후부터는 이 법에 따라야 한다(부칙 제1항, 제2항). 그러므로 실제 사건에서 위의 새로운 이자제한법 규정에 의한 원본충당이 아니라 이 대법원판결이 밝힌 반환청구 허용의 법리가 적용되는 예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대법원판결은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의 효과 일반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공서양속의 위반은 여러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에는 暴利型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다. 그러한 유형에서는 비록 민법 제104조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민법 제103조의 적용으로 무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판결의 논리를 보다 일반화하면, 이러한 폭리형 법률행위로 불이익을 당한 당사자는 자신이 행한 급부를 부당이득을 이유로 폭리자에 대하여 반환청구할 수 있으며, 불법원인급여는 그 청구를 배제할 사유가 못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민법 제104조가 직접 적용되는 경우에도 타당함은 물론이다.
2007-04-02
토지저당권에기한 방해배제와 건물신축행위의 중지청구
1. 사실관계 1) A 회사는 이 사건 토지 위에 지하 6층, 지상 20층 규모의 오피스텔 건물을 건축하여 분양할 계획을 세우고, 1996년 4월 건축허가를 받아 동년 9월 공사를 시작했다. A는 동년 12월 위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직후 B 은행으로부터 위 건물의 건축자금으로 180억원을 차용하고, 그 담보로 B를 위해 위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2) A 회사는 1998년 1월 지하공사도중 부도를 냈다. 그러자 위 오피스텔을 개별적으로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이 피고 조합을 결성하였다. 피고는 동년 2월 A로부터 위 건축사업의 시행권을 양수하고 공사를 재개하여, 아래 4)의 가처분이 있을 때까지 지하 6층부터 지하 1층에 대하여 대체로 공사를 완료하였다. 3) 원고회사(유동화전문회사)는 2000년 12월 B로부터 위 대여금채권과 근저당권을 양수하였다. 그리고 2001년 3월 그 근저당권의 실행을 위한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그 경매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경매법원은 위 지하의 구축물(평가액 196억원)을 토지의 부합물이라고 잘못 보고 이것도 경매목적물에 포함시켰다. 토지와 지하구축물을 포함하여 도합 252억원에 낙찰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경락허가결정이 있었으나, 위 하자로 말미암아 결국 2003년 7월에 종국적으로 취소되었다. 4) 한편 2002년 4월 원고의 신청으로 위 근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공사중지가처분이 내려졌다. 그리고 동년 5월에 그 본안으로 이 사건 공사중지청구의 소가 제기되었다. 5) 제1심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항소심은 이를 인용하였다. 대법원도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2. 판결요지 대법원은 우선 추상적으로 “저당권은… 저당부동산의 소유자 또는 그로부터 점유권원을 설정받은 제3자에 의한 점유가 전제되어 있으므로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부동산을 점유하고 통상의 용법에 따라 사용·수익하는 한 저당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저당권자는 저당권 설정 이후 환가에 이르기까지 저당물의 교환가치에 대한 지배권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저당목적물의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목적물을 물리적으로 멸실·훼손하는 경우는 물론 그 밖의 행위로 저당부동산의 교환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는 등 저당권자의 우선변제청구권의 행사가 방해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저당권자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하여 방해행위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다”고 설시하였다. 나아가 구체적으로 이 사건에서와 같이 “대지의 소유자가 나대지 상태에서 저당권을 설정한 다음 대지상에 건물을 신축하기 시작하였으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지 못함으로써 저당권이 실행에 이르렀거나 실행이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신축공사를 계속한다면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경매절차에 의한 매수인으로서는 신축건물의 소유자로 하여금 이를 철거하게 하고 대지를 인도받기까지 별도의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므로, 저당 목적 대지상에 건물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면 이는 경매절차에서 매수희망자를 감소시키거나 매각가격을 저감시켜 결국 저당권자가 지배하는 교환가치의 실현을 방해하거나 방해할 염려가 있는 사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에서 “원고의 신청에 의하여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음에도 공사를 강행한 사실” 등을 들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결론지었다. 3. 평석 1)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대상판결에 대하여는 그 추상적인 법리의 점에서도, 구체적인 사건해결의 결론에서도 찬성할 수 없다. 이 두 측면을 엄밀히 구별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여기서는 일단 전자에 한정해서 논의하기로 한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바로 이 사건 건물의 신축을 위하여 제공된 대여금채권이었다는 것, 그러므로 근저당권자는 애초부터 당해 공사가 진행되어서 장차 건물이 이 사건 토지 위에 존립하리라는 것을 알았을 뿐만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는 것, 그리고 이 사건에서 피고는 저당권 설정 당시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그 후에도 원래의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하였을 뿐이라는 것만을 지적하여 두기로 한다(뒤의 7)도 참조). 한편 전자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저당토지의 소유자가 그 지상에 건물을 신축하는 것이 저당권의 위법한 침해가 되는지를 논한 우리나라의 문헌(金載亨, 「抵當權에 기한 妨害排除請求權의 認定範圍」, 저스티스 85호(2005.6), 101면 이하)이 주장하는 바와 궤를 같이한다. 이 문헌에 의하면, “저당토지에 건물을 신축하면 토지에 대한 저당권의 실행이 곤란하게 된다. 저당권을 실행하는 단계에서 건물의 존재는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손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저당권 침해를 이유로 공사금지청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적어도 저당권에 기한 경매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는 저당권자의 환가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주장에 대하여는 뒤의 3)에서 보는 대로 의문이 적지 않다. 2)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은 민법 제370조(이하 민법조항은 법명의 제시없이 인용한다)에서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을 규정하는 제214조를 준용함으로써 명문으로 인정되는 바이다. 문제는 과연 저당권에 대한 ‘방해’를 어떠한 요건 아래서 인정할 것인가이다. 이를 생각함에 있어서 출발점이 되는 것은, 방해배제청구권을 발생시키는 바의 저당권에 대한 ‘방해’는 위법한 것, 즉 법질서 전체의 입장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민법은 소유물반환청구권에 관하여 제213조 단서에서 점유자에게 ‘점유할 권리’가 있는 때에는 소유자가 그에 대하여 소유물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이를 표현하고 있다. 이는 비록 정면에서 규정하지는 않지만 다른 물권적 청구권의 경우에도 다를 바 없다. 3) 저당권(이 사건에서는 근저당권이 설정되었으나 여기서 다루는 논점에 관한 한 양자 사이에 차이를 둘 것은 아님은 물론이다)이 설정되었더라도 그 저당목적물을 사용·수익할 권능은 저당권설정자에게 귀속된다. 그리고 저당권자도 그러한 용익을 전제로 해서 그 목적물에 저당권을 설정받는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저당목적물이 나대지인 경우에 저당권설정자가 그 위에 건물을 신축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허용하는 것은 그 용익권의 행사에 기한 것이고,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법하다. 나대지 위에 건물이 신축되면 후에 행하여지는 토지저당권에 기한 경매에서 매각대금이 건물이 없는 경우보다 하락하는 것이 대부분일지 모르나, 그 신축행위가 위와 같이 위법하지 아니한 이상 저당권자가 방해배제청구권을 가질 수는 없다. 나아가 그것은 저당권자가 애초부터 예기하였거나 적어도 예기할 수 있었던 바의 사정이기도 하다. 또 그것만을 이유로 방해배제청구를 인정한다면, 이는 저당토지소유자의 법적 지위를 부당하게 약화시키는 것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 이상은 저당권을 양수한 사람에 있어서도 다를 바 없다. 4) 나대지에 저당권이 설정된 후 그 토지 위에 건물이 신축된 경우에는 민법 제366조에서 정하는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 경우 건물의 신축으로 생길 수 있는 저당권자의 불이익에 대처하기 위하여 민법은 제365조에서 일괄경매청구권을 구정하고 있다. 그 법문은 “토지를 목적으로 저당권을 설정한 후 그 설정자가 그 토지에 건물을 축조한 때”를 그 요건으로 규정한다(한편 토지저당권 설정 후에 건물이 축조되었으면 그 축조자가 누구인지를 불문하고 일괄경매를 인정하는 2004년 개정 후의 일본민법 제389조에 대하여는 梁彰洙, 「最近 日本의 擔保物權法 改正」, 同, 民法硏究, 제8권(2005), 192면 이하, 특히 198면 이하 참조). 그런데 위 규정의 취지에 대하여 大決 94.1.24, 93마1736(공보 788); 大決 99.4.20, 99마146(공보 하, 1235); 大決 2001.6.13, 2001마1632(공보 하, 1678); 大判 2003.4.11, 2003다3850(공보 상, 1178) 등은, 한편으로 저당권자에게 저당토지상의 건물의 존재로 인하여 생기게 되는 경매의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것, 다른 한편으로 “후에 저당권의 실행으로 토지가 제3자에게 경락될 경우에 건물을 철거하여야 한다면 사회경제적으로 현저한 불이익이 생기게 되어 이를 방지할 필요”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파악한다. 이러한 취지를 살리기 위하여 대법원은 일괄경매청구의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위 규정을 해석하여 왔다. 예를 들어 大決 98.4.28, 97마2935(공보 상, 1481)는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이들에 대하여 공동저당권을 설정한 후 건물을 철거하고 그 토지 상에 새로이 건물을 축조하여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건물이 없는 나대지 상에 저당권을 설정한 후 그 설정자가 건물을 축조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저당권자는 민법 제365조에 의하여 그 토지와 신축 건물의 일괄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고, 大判 2003.4. 11, 2003다3850(공보 상, 1178)은, 저당권설정자로부터 저당토지에 대한 용익권을 설정받은 자가 건물을 축조하였어도 그 후 저당권설정자가 그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것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특히 후자의 판결에 비추어 보면, 저당권설정자 자신뿐만 아니라 저당토지의 제3취득자, 나아가 저당권설정자로부터 저당 토지의 용익권능을 취득한 사람이 건물을 축조하여 소유하는 경우에도 일괄경매를 인정하는 것은 그리 먼 걸음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앞서 본 개정이 있기 전 일본민법 제389조의 해석에 있어서 그 요건은 크게 완화되어, 토지저당권 실행 당시 건물이 저당토지상에 존재하는 것 및 저당토지에 대한 임의경매로 토지를 경락받은 사람에 대항할 수 있는 당해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이용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의 두 요건이 충족되면 토지저당권자는 일괄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고 이해되고 있다(우선 新版 注釋民法(9)(1998), 595면 이하(生熊長幸 집필) 및 동소 인용의 문헌 참조). 우리나라에서도 “저당권설정자와 건물신축자의 사이에 특수한 관계가 있어서 양자를 동일시할 수 있는 경우 등 개별적인 사정에 따라서는 제3자가 건물한 건물에 대하여도 일괄경매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또한 경매신청시에 토지·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 속하고 있어야 한다는 요건 등을 완화하여 해석함으로써 일괄경매의 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그 요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유력하게 주장되고 있다(李均龍, 司法論集 32집(2001), 41면 이하 참조). 돌이켜 이 사건의 사안은 여기서 말하는 ‘저당권설정자와 건물신축자를 동일시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경우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토지저당권자는 저당토지와 그 지상의 건물에 대하여 일괄경매를 신청함으로써 건물의 존재로 인한 저당권 실행상의 불이익을 회피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5) 한편 우리나라의 금융실무에서 나대지를 담보로 취득할 때에 저당권 외에 지상권도 설정받는 일이 흔히 행한 것은 후에 나대지 위에 건물이 신축되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대법원도 大決 2004.3.29, 2003마1753(공보 상, 781)에서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을 취득함과 아울러 그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취득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지상권은 저당권이 실행될 때까지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라고 설시하고 있다. 6) 그러나 저당권설정자에게 객관적으로 저당목적물의 용익권이 있다고 하여도 예를 들어 그 권능이 저당권의 실현을 방해할 목적으로 행사된다면 이를 쉽사리 허용할 것은 아니다. 이는 가령 제3자의 채권침해의 문제와 관련하여 害意 의 유무 등 주관적 비난가능성의 정도에 좇아 채권침해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것과 같은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 그리하여 대상판결이 나오기 전에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의 문제를 추상적 법리의 차원에서 다룬 大判 2005.4.29, 2005다3243(공보 상, 837)이 그 요건에 관하여 “저당부동산에 대한 점유가 저당부동산의 본래의 용법에 따른 사용·수익의 범위를 초과하여 그 교환가치를 감소시키거나, 점유자에게 저당권의 실현을 방해하기 위하여 점유를 개시하였다는 점이 인정되는 등, 그 점유로 인하여 정상적인 점유가 있는 경우의 경락가격과 비교하여 그 가격이 하락하거나 경매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등 저당권의 실현이 곤란하게 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저당권의 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고 설시한 것은 그나마 수긍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비록 위의 뒷부분에서 객관적으로 ‘저당권의 실현이 곤란하게 될 사정이 있는 경우’만을 그 기준으로 내세운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일본의 最判 2005(平 17).3.10(民集 59-2, 356)도, 소유자로부터 점유권원을 설정받아 저당부동산을 점유하는 사람이라도 “그 점유권원의 설정이 저당권설정등기 후에 이루어진 것이고, 그 설정에 저당권의 실행으로서의 경매절차를 방해할 목적이 인정되며, 그 점유에 의하여 저당부동산의 교환가치의 실현이 저해되어 저당권자의 우선변제청구권의 행사가 곤란하게 되는 상태가 있는 경우”에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가 인정된다고 판시한 것도 이러한 입장에 선 것이라고 하겠다(구체적으로는 그 사안에서 그러한 목적을 인정하여 방해배제청구를 인용하고 있다). 7) 한편 원심판결은 일단 경매목적물에 대한 압류가 이루어지면 처분행위가 금지되는데 경매목적물의 가격을 감소시키는 사실적 처분행위에 대하여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써 이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채무자 또는 경매목적물의 점유자로서는 경매의 목적에 위반되거나 경매목적물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사실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는 일종의 부작위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채무자나 부동산의 점유자가 그러한 의무를 무시하고 위반행위를 하게 되면 저당권자로서는 저당권에 근거한 방해배제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민사집행법은 “압류는 부동산에 대한 채무자의 관리·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정한다(제83조 제2항. 이 규정에 상응하는 일본의 민사집행법 제46조 제2항에 대한 설명으로 中野貞一郞, 民事執行法, 新訂四版(2000), 363면 이하 및 378면 註 8 참조. 예를 들면 임차권이 이미 설정되어 있는 목적물에 대하여 우리 민법 제639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등에서와 같이 갱신거절이 제한을 받는 경우에는 압류 후라도 법정갱신을 포함하여 계약갱신이 허용된다고 한다). 이 사건에서는 압류시는 물론이고 그 저당권 설정 전부터 이미 문제의 건축이 행하여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압류 전후로 그 건축공사의 내용이 변경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물론 경매개시결정 후에 경매법원은 「침해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민사집행법 제83조 제3항)」나 「부동산의 가격을 현저히 감소시키거나 감소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의 금지조치(민사집행규칙 제44조 제1항)」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압류 전부터 행하여지고 있던 위와 같은 「채무자의 관리·이용」을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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