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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민사일반
주택·상가임대차
신탁자와의 임대차계약과 수탁자로부터의 양수인에 대한 대항력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대법원판결(이하 단지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및 사건 경과를 간략하게 보기로 한다. 1. A 회사는 2007년 6월 이 사건 주택(이하 단지 '본건 주택')에 관하여 B 토지신탁회사를 수탁자로 하는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이하 단지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B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신탁계약상의 B의 사전 승낙 아래 A는 그 명의로 목적물을 임대하기로 정하여졌고, 이는 본건 주택에 관한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다. 2. 피고는 2007년 7월 A로부터 본건 주택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을 지급한 다음 그에 거주하면서 주민등록을 본건 주택의 주소로 이전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다(피고는 2017년 9월에 본건 주택에서 퇴거하였다). 한편 원고는 2016년 8월 B로부터 본건 주택을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이하 단지 '등기')를 경료받았다. 3. 이 사건 제1심에서 원고는 본건 주택의 인도 및 소유권 취득시부터의 차임 상당 부당이득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이들 청구는 제1심법원에서 기각되었다. 항소심에서 원고는 건물인도청구 부분을 취하하여 부당이득금 부분만이 남았는데, 피고는 임대차보증금(이하 단지 '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4. 원심법원은 원고의 남은 본소청구 및 피고의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피고의 상고에 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결취지] "이 사건 신탁계약에서 수탁자의 사전 승낙 아래 위탁자 명의로 신탁부동산을 임대하도록 약정하였으므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는 위탁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약정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었으므로 임차인에게도 대항할 수 있다. 따라서 본건 주택에 관한 부동산담보신탁 이후에 위탁자인 A로부터 이를 임차한 피고는 임대인인 A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을 뿐 수탁자인 B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 나아가 B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를 부담하는 임대인의 지위에 있지 아니한 이상 그로부터 본건 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에 따라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여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 [평석] 1. 이 판결은, 신탁계약에서 수탁자의 사전 동의 아래 신탁자가 자기 명의로 신탁부동산을 임대하기로 약정하고 그 취지가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신탁자로부터 임차인은 수탁자 및 그로부터의 목적물 양수인에 대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단지 '주임법')에서 정하는 임차권의 대항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일반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이는 특히 아파트와 같은 주택 등에 관하여 신탁계약이 흔히 행하여지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법리로서, 부동산의 임대차 및 신탁의 거래에도 현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위 판례법리 중 임차권의 대항력에 관한 부분에 찬성할 수 없다. 위와 같이 신탁자가 수탁자와의 합의 아래 자기 명의로 임대한 경우에는 임차인은 수탁자로부터의 양수인에 대하여 임차권의 대항력을 주장할 수 있고, 따라서 임차인은 그 양수인에 대하여 보증금반환청구권을 가진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즉, 이 사건에서와 같이 수탁자(즉 소유자)로부터의 임대권한 부여에 기하여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으면, 수탁자로부터의 소유권양수인에 대하여 임차권의 대항력이 주장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수탁자가 임대인계약의 당사자가 아니어서 임대차계약의 효력이 미치지 않고 따라서 애초 보증금반환채무를 지지 않는다고 해도 다를 바 없다. 2. 대법원은 일찍부터 정당하게도 주임법상의 대항력은 임대인이 주택의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적법하게 그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적법한 임대권한')을 가진 경우에도 인정된다는 태도를 취하여 왔다. 이는 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다22283 판결(공보 3733)로 소급될 수 있다. 그 사실관계는, 명의신탁된 주택을 원고가 신탁자인 피고로부터 임차하였는데 그 후에 그 수탁자가 소유권을 갑에게 양도하였다(모두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의 일이다). 원고가 이 사건에서 피고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갑이 주택의 양수인으로서 당시의 주임법 제3조 제2항(현재의 동조 제4항)에 기하여 임대인의 지위도 당연히 그에게 이전하였고, 자신은 더 이상 임대인의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보증금반환채무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주임법에 의하여 대항력을 가지는 것은 등기부상 소유자와의 임대차계약에 의하여 취득한 임차권에 한한다"고 전제하고, "대외적 소유권을 가지는 등기명의자가 아니고 명의신탁자에 불과한 피고와의 사이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에 기한 임차권은 대항력을 취득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피고의 위 주장을 물리쳤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택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주택에 관하여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적법한 임대권한)을 가진 임대인과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도 주임법이 적용되므로, "임대인인 피고가 비록 주택의 소유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주택의 명의신탁자로서 사실상 이를 제3자에게 임대할 권한을 가지는 이상, 임차인인 원고는 등기부상 주택의 소유자인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적법한 임대차임을 주장할 수 있다"고 설시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던 것이다. 대상판결과의 관계에서 흥미로운 것은, 이 사건에서도 임대차계약의 당사자는 명의신탁자이므로 그가 보증금반환채무를 지고 수탁자는 그 채무를 지지 않음에도 수탁자로부터의 양수인에 대하여 임차인이 대항력을 가진다고 판시하였다는 점이다. 3. 이러한 법리는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38908 판결(공보 하, 1107)에서도 이어진다. 이 사건은 주택을 매수하고 인도를 받았으나 아직 등기를 이전받지 아니한 참가인으로부터 피고가 그 일부분을 임차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위 판결은 위 1995년 대법원판결의 판시를 인용하고 나서, 피고가 주임법상의 대항력요건을 갖춘 후에 원래의 주택매매계약이 해제되었음(그리하여 원래의 주택매도인이 피고를 상대로 건물의 명도를 청구하였다)에도 임차권의 대항력을 긍정하여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다(계약 해제의 효과에 관한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의 '제3자'에 관한 판시도 있다). 참조판결로 대법원 1971. 3. 31. 선고 71다309 판결(집 19-1, 300)이 인용되고 있다. 그 판결은 "매수인이 아직 등기를 받지 아니하였어도 매매계약의 이행으로 인도받은 매매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이러한 지위의 매수인은 그 물건을 타인에게 적법히 임대할 수 있고 단지 목적물의 사용·수익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만을 가진다고 할 수 없다"는 흥미로운 설시를 하고 있다. 4. 최근의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다44879 판결(공보 상, 965) 역시 '적법한 임대권한'에 관한 1995년 대법원판결의 설시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임차인의 대항력 주장을 긍정한다. 이 사건에서도 주택에 관하여 신탁계약(신탁자는 수탁자의 개별 승낙 아래서만 임대할 수 있다는 약정을 포함한다)에 기하여 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경료된 후 신탁자가 수탁자의 승낙 없이 원고에게 임대하여 주택을 인도하였다(원고는 바로 주민등록을 하였다). 그 후에 신탁자가 '신탁재산의 귀속'을 원인으로 수탁자로부터 등기를 경료받았는데, 다시 위 주택은 임의경매에 기하여 피고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었다. 결국 원고의 보증금반환청구는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인용되었는데, 여기서 대법원은 "주택에 관한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한 경우 임대권한은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수탁자에게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위탁자가 수탁자의 동의 없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수탁자로부터 소유권을 회복한 때에는 위 임대차계약에 대하여 위 조항이 적용될 수 있음이 분명하다"고 판시하였던 것이다. 물론 이 사건에서는 대상판결에서와 같이 수탁자로부터 제3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것이 아니라 신탁자가 소유권을 이전받은 상태에게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것이다. 그러나 신탁자가 소유권이 없던 상태에서 적법한 임대권한이 없이 임대한 경우조차도 그가 그 후에 소유권을 취득하여 그 권한을 갖추었다면 그 임차인은 주택의 새로운 양수인에 대하여 임차권을 대항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5. 요컨대 대법원 재판례들은, 임대인이 목적물의 소유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임차권을 소유자에 대하여 주장할 수 있는 경우, 그리하여 예를 들면 민법 제213조 단서의 '점유할 권리'를 가져서 소유자의 물건인도청구를 저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임차인은 민법상 또는 주임법상의 대항력요건을 갖추어서 대항력을 취득하고, 소유자로부터의 양수인에 대하여도 임차권을 관철할 수 있다는 태도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태도가 부동산임차권의 대항력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정당함에는 별다른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을까? 특히 이 사건에서는 위와 같은 신탁자의 임대 권한이 신탁원부로 공시되어 있어서, 목적물을 양도받으려는 이는 현 점유자의 대항권원을 추적하여 볼 수 있는 여지가 컸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돌연 종전과는 다른 태도를 취한 것으로서, 찬성할 수 없다. 양창수 석좌교수 (한양대·전 대법관)
신탁등기
오피스텔
임대차보증금
양창수 석좌교수 (한양대·전 대법관)
2022-04-11
형사일반
공동 거주자 1인의 승낙을 얻어 주거에 들어간 행위가 다른 공동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
Ⅰ. 들어가며 불륜(혼외 성관계)의 목적으로 일방 배우자의 승낙을 받아 그 집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에 대해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종래 대법원 견해를 변경, 주거침입죄 성립을 부정하였다. 다수의견은 전체 판결문 90여 페이지 중 단 3페이지에 불과한 다소 기이한 판결이다. 그 결론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으며, 오히려 문제되는 구체적 사례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상세한 논증은 '공판알리미' 9월호(대구지검)에 실린 '공동 거주자 1인의 승낙을 얻어 주거에 들어간 행위가 다른 공동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 주거침입죄의 성부'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Ⅱ. 대법원 판결의 요지 피해자의 처(妻) A와 내연관계에 있는 남성 피고인이 불륜 목적으로 피해자의 집에 (A가 문을 열어 주어) 3회에 걸쳐 들어간 사안에서 다수의견은 ①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사실상의 평온', ② '침입'은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③ 공동 거주자는 상호간 법익이 일정 부분 제약될 수밖에 없음을 용인한 것이므로, 공동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에 따라 들어갔다면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사실상의 평온을 깨뜨린 것으로 볼 수는 없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은 보호법익을 주거권으로 보고, 침입은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들어가는 것으로 보면서도 일방 공동 거주자의 승낙을 다른 공동 거주자가 용인하여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안철상 대법관은 외부인의 출입을 반대하는 공동 거주자가 그 주거 내에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다른 공동 거주자의 승낙을 용인하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같은 결론이다). 반면,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의 반대의견은 종래 대법원 판례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이 있더라도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경우 그 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Ⅲ. 평석 1. 일방 배우자의 불륜을 위한 외부인의 출입은 다른 일방 배우자의 추정적 의사가 아닌, 명시적·묵시적 의사에 반하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거주자의 명시적·묵시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만 주거침입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시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방 배우자의 불륜을 대비하여, 예컨대, 미리 '관계자 외(外) 출입금지'처럼 표시를 하거나, 배우자에게 (불륜을 예상하고) 사전에 '불륜 상대를 집에 들이지 말라'고 명시토록 요구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 하겠다. 2. 불륜을 위해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로 다른 일방 배우자의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은 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불륜을 위해 외부인이 들어와 거실, 주방, 욕실은 물론 내밀한 공간인 침실에 이르기까지 누빈(?) 사실을 알았다면 통상적인 출입 방법이라 하여 그 주거의 평온이 유지된 것인지 의문이다. 사실상의 평온은 현실적 평온뿐만 아니라 잠재적 평온(기대되는 사실상의 평온, 안철상 대법관 표현으로는 심리적 평온)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거주자 현존 여부 불문 그의 평온은 침해될 수 있고, 따라서 빈 집에 '평온하게' 들어가는 것도 주거침입이 됨을 설명할 수 있다. 3. '침입'의 의미는 거주자의 의사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거주자의 의사에는 반하지만 평온하게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 성립을 부정하게 되는데, ① 평소 자유롭게 드나들던 사람이라도 집주인은 언제든 그 출입을 허락하지 않을 자유가 있고, ② 외부인이 (특히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 자신의 의사에 반해 들어오는 것까지 수인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③ 빈 집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평온하게 들어가는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점에서 '침입'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사실상의 평온을 침해하는 태양'으로 침입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일반인은 물론, 법조인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개념은 지나치게 불명확하다. '침입' 여부는 거주자의 의사에 따라야 하고, 그것이 사회통념상 사실상의 평온을 깨뜨렸는지 여부는 법률적·규범적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공동 거주자의 일상생활의 경험칙상 사회상규의 범위 내라면 다른 공동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부부 일방이 정말로 싫어하는 사람을 집에 초대하는 것이나, 처(妻)가 부부간 불화 중 시댁 식구들의 출입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시댁 식구들이 남편 허락을 받아 집에 들어가는 것 등은 사실상의 평온을 깨뜨린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4. 범죄 목적 또는 그에 준하는 가벌성 있는 행위에 대한 처벌 공백이 생긴다. 목적이 불순하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인 해석이며, 그 의사에 반한 침입은 대체로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을 해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히 범죄의 목적으로 타인의 주거 등에 들어가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종래 통설과 판례, 일본 판례). 다수의견에 따르면, 범죄 목적 침입 시 목적된 범죄를 실행하지 못한 경우 주거침입으로도 처벌할 수 없게 되어 처벌의 공백이 발생한다. 범죄는 아니라도 공동 거주자의 명백한 의사에 반하여 들어가 사실상 평온을 깨뜨릴 수 있는 경우도 가벌성이 있다(일본 판례도 주거침입죄 성립을 인정). 예컨대, ① 불륜의 증거를 잡으려고 타인의 주거에 들어간 경우(판례상 인정되었음). ② 룸메이트를 왕따시키려고 다른 일방 룸메이트의 동의를 얻어 집안에 들어가 몰카를 설치한 경우, ② 학생이 교사의 승낙을 얻어 교무실에 들어와 시험문제 답을 모두 암기하여 돌아가 암기한 내용으로 시험을 치른 경우 등도 가벌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5. 주거침입죄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된다고 볼 수 없다. 범죄 목적 또는 거주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경우를 침입의 기준으로 삼더라도 이에 대한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고, 그것이 규범적으로 사회통념상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 국민의 기준에서) 사실상 평온을 침해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통계상 2019년 한해 전체 범죄 발생 건수는 176만7684건임에 반해 주거침입 범죄 발생 건수는 1만7181건(0.97%)에 불과(이 중 공동거주자 일방의 승낙만을 받고 다른 일방의 의사에 반하여 침입한 사례는 더욱 소수일 것이다)하다. 과연, 가벌성의 범위가 부당하게 확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 6. 공동 거주자의 법익 보호 비교형량에 실패하였다. 공동 거주자 일방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음을 용인하거나, 어느 일방의 권리가 우선할 수 없다는 논리는 통상적인 공동생활에 적용되는 것일 뿐이다. 사회통념상 허용된 범위를 넘는 경우에까지 적용된다고 보면 이는 수인한계를 넘는 것이다. 특히 부부 사이는 배우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자의적으로 주거 내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으며, 특히 가정 내 주거의 평온을 명백히 해친다고 볼 만한 경우까지 부부 일방이 용인하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별개의견은 남편 허락으로 집에 들어온 친구를 처(妻)의 의사에 반한다고 하여 처벌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하나, 종래 대법원도 이러한 경우까지 처벌하는 취지가 아닐 뿐만 아니라, 불륜을 목적으로 집에 들어온 외부인을 용인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오히려 상식에 맞지 않는다). 불륜을 저지르면서 그 와중에 상대방의 집까지 들어오는 극소수의 사람과 하루하루를 가정에 충실하면서 생활하는 대다수의 사람들 중 누구를 더 보호해야 하는가? 의문의 아닐 수 없다. 7. 사회통념,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 국민의 법감정에 반하는 해석이다. 일반인들에게 "누가 당신 배우자랑 바람을 피우려고 집에 들어왔다면 나쁜 짓이긴 해도 그것이 당신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을 해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한다면 이를 수긍할 일반 국민들이 과연 있을까? 필자도 이 사건과 같은 상황을 실제로 직접 경험한다면 "내 사실상의 평온은 그대로 유지된 것이니, 주거침입 고소는 어렵고, 손해배상이나 위자료나 많이 받으면 되겠다"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8. 퇴거불응죄와의 관계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다수의견(또는 별개의견)은 일방의 승낙이 있으면 현존하는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을 부정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에 따르면, 주거 내 현존하는 거주자가 명시적으로 퇴거를 요구한 경우 그 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은 이미 깨어진 상황임에도 불구, 이에 불응하더라도 퇴거불응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Ⅳ. 맺으며 다수의견은 이 판결로 인하여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의문들에 대해 침묵하고 있으며, 어느 범위에서 종전 판례가 변경되었는지 명확하지 않아 향후 혼란이 예상될 뿐이다. 처벌 범위를 오히려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가벌성 있는 행위조차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러한 행위로 처벌받는 사람이 극소수임에도,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예전에는 주거침입으로 처벌되지 않기 위해 그나마 은밀하게 자행되었지만)로 적발된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줌으로써, 이제는 당당하게 이를 저지르게 하면서까지 지금도 가정을 지키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의 '마음의 사실상의 평온'을 깨뜨리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결론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필자가 이 사건 주임검사가 되었을 때 "대법원 판례가 있으니 기소할 수 없다"면서 과감히 불기소결정서를 쓸 수 있을지 도무지 자신이 없다. 백승주 부장검사 (대구지검 공판제1부)
주거침입
주거침입죄
내연녀
불륜남
유부녀
백승주 부장검사 (대구지검 공판제1부)
2021-10-21
국가배상
'보안업무규정(대통령령)'에 의한 신원조사는 위법
1. 사실관계 및 대상판결 가. 원고는 영국으로부터 초청을 받고 여권발급신청을 하였다가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로부터 신원조사 회보가 늦어져 출국할 수 없었음을 이유로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고는 해외여행자에 대한 신원조사를 규정한 보안업무규정 제31조 제2항 제3호는 모법인 안기부법에 근거가 없거나 그 위임범위를 일탈하였으므로 위 규정을 근거로 신원조사를 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으나, 서울지방법원은 1997년 5월 9일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96가합60720), 서울고등법원은 1998년 2월 5일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97나23480). 나. 대법원은 2000년 12월 8일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는데(98다12041 판결, 이하 '대상판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구 안기부법(1999년 1월 21일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1호, 제2항, 구 보안업무규정(1999년 12월 7일 대통령령 제166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1항, 제2항 제3호 등에 의하면, 해외여행자에 대한 신원조회(신원조사의 오기로 보인다) 업무는 구 안기부가 법률에 근거하여 담당하던 고유업무의 하나로서 구 보안업무규정 제31조 제1항이 모법의 근거가 없다거나 그 위임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관련 법리 가. 헌법 제14조는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거주·이전의 자유에는 국내에서의 거주·이전의 자유 이외에 해외여행의 자유가 포함된다(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7두10846 판결). 나.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등을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고(헌법 제37조, 법률유보원칙),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헌법 제75조, 포괄위임금지원칙). 법률의 시행령은 모법인 법률에 의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나 법률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법률을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만을 규정할 수 있을 뿐, 법률에 의한 위임이 없는 한 법률에 규정되지 아니한 새로운 내용을 규정할 수는 없다.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정하지 아니한 내용을 규정한 시행령 조항은 그 자체로 무효이며, 이와 같이 무효인 시행령 조항에 기초한 행정처분은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대법원 전원합의체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대법원 전원합의체 2015. 8. 20. 선고 2012두23808 등). 3. 구 안기부법 등의 내용 및 관련 비판 가. 대상판결에서 언급한 구 안기부법과 구 보안업무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 위 가.의 규정에서 보듯이 구 보안업무규정은 신원조사에 관하여 규정하였으나, 구 안기부법은 신원조사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았고 대통령령에의 위임규정도 두지 않았다. 이것은 법률인 국정원직원법(제8조의2)에서 국정원직원에 대한 신원조사를 규정하고 절차 등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과 명확히 구별된다. 다. 대상판결과 달리, 다수의 견해는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이 모법의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① 국회입법조사처는 현행 법률체계를 살펴보면, (공무원 임용예정자에 대한) 신원조사제도를 명시한 '법률'은 존재하지 않으며, 신원조사제도의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정하여야 하는데 행정규칙에서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상 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이슈와 논점, 2015년 8월 7일). ② 국가인권위원회는 대상판결을 언급하고도, 국가정보원법은 신원조사 제도에 대한 명시적 위임 근거를 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보안업무규정'에 따른 신원조사 제도 개선 권고, 2018년 12월 27일). ③ 송준종 변호사는 대상판결을 언급하고도, 신원조사는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였다(국가인권위회, '신원조사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청문회' 자료집, 2005년 1월 18일 27면). 4.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는 위법 가. 해외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신원조사를 받아야 하고 받지 않으면 해외여행을 할 수 없으므로, 신원조사는 해외여행의 자유를 제한한다. 나. 해외여행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구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에 관하여는 구 안기부법에 신원조사에 관한 근거 규정도 없고, 대통령령에의 위임규정도 없다. 다. 따라서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정하지 아니한 신원조사를 규정한 구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이며, 무효인 보안업무규정에 기초한 신원조사는 그 법적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 5.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대상판결에는 위 1. 나.와 같이 판시한 근거 내지 이유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마치, 음주를 하고(법률에 위임 규정을 두고) 운전을 해야(대통령령에 규정해야) 음주운전이 되는데(위법하지 않은데), 음주를 하지 않았음에도(법률에 위임 규정이 없음에도) 운전을 하였으므로(대통령령에 규정하였으므로) 음주운전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과 유사하며, 납득하기 어렵다. 위 4.에서 본 바와 같이 구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는 위법이므로, 대상판결은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하였어야 할 것이다. 나. 대상판결은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등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동안 학문적 비판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필자도 열람·복사 청구를 하여 대상판결을 입수하였다). 대상판결은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의 법률적 근거 유무에 관한 유일한 판결로 보이고 선례적 가치가 충분하므로 마땅히 공개되어야 한다. 다. 국정원은 대상판결을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가 법률적 근거가 있다는 점에 대한 근거로 계속 이용하고 있다. 국가인권위회의 위 청문회(2005년 1월 18일)에서, 국정원은 대상판결을 신원조사의 법적근거로 주장하였다(위 청문회 자료집, 3면). 2020년 12월 31일 보안업무규정이 개정되었다(대통령령 제31354호). 개정 과정에서 국정원의 입법예고에 대해,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은 위법이므로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미반영으로 회신하면서 국정원의 신원조사 업무는 대상판결 등을 통해 합법적인 업무로 인정받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라. 대한민국 모든 판사들은 임용되기 직전에 신원진술서를 작성·제출하여 국정원의 신원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 신원진술서를 토대로 존안자료가 작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1997년 3월 17일 기사의 '공무원은 임용 순간부터 존안자료 기록이 시작된다'는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 그리고 이와 같이 작성·업데이트된 존안자료가 이후 판사를 포함한 공무원들에게 국정원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위 한겨레 기사의 "안기부 전직 실장급 간부는 '존안자료야말로 안기부가 가진 힘의 실질적 원천이다'고 말한다"는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 결국 국정원이 영향력을 행사하여 대상판결을 비공개로 함으로써 학문적 비판은 피하면서, 신원조사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을 받을 때는 대상판결을 국정원에 유리하게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 대상판결은 그보다 약 20년과 15년 이후에 선고된 위 2016두32992, 2012두23808 전원합의체판결 등에 의해서 실질적으로 변경(폐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016두32992 판결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 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명문의 규정도 두고 있지 않음에도, 법외노조 통보를 규정한 노동조합법 시행령이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라고 판시하였고, 2012두23808 판결도 유사하다. 6. 결어 '보안업무규정(대통령령)'에 의한 신원조사는 위법하다. 대상판결은 더 이상 원용되지 않아야 하며, 공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무효인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규정을 즉시 삭제해야 한다. 엄기섭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여권
신원조사
출국
국가배상
엄기섭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21-10-14
민사일반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의 소송요건
I. 사건의 개요 및 경과 소외 1은 2010년 8월 15일 건국훈장 4등급 애국장 포상대상자로 결정되었다. 소외 1의 자녀로는 장남 소외 4, 장녀 소외 2, 차녀 소외 5가 있었다. 장남 소외 4와 그의 배우자 및 자녀들, 차녀 소외 5와 그의 배우자는 위 포상대상자 결정일 이전에 모두 사망하였고, 소외 5의 자녀로는 소외 6이 유일하게 생존해 있었다. 원고는 소외 4의 손자이자 소외 1의 증손자이다. 소외 6은 2010년 8월 30일 광주지방보훈청장에게 소외 1의 손자로서 구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12. 2. 17. 법률 제113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독립유공자 유족 등록신청을 하였다. 광주지방보훈청장은 2011년 11월 24일 소외 6을 독립유공자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하는 결정을 하였다. 한편 소외 3은 2011년 11월 25일 광주지방보훈청장에게 자신이 소외 1의 장녀 소외 2의 자녀로서 소외 1의 손자녀 중 선순위자라고 주장하면서 독립유공자 유족등록신청을 하였으나, 광주지방보훈청장은 2011년 11월 30일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소외 3은 광주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독립유공자등록거부취소의 소를 제기하여 전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위 판결은 이후 항소 및 상고를 거쳐 그대로 확정되었다. 원고는 검사를 상대로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법원은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법원은 원고에게 당사자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소를 각하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내용 대상판결에서는 원고가 소외 1과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되었다. 다수의견은 종전의 판례와 달리, 민법 제777조 소정의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여 당연히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법률상 이해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별개의견은 판례 변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다수의견과 같이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의 원고적격을 엄격하게 설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Ⅲ. 분석 및 검토 1. 판례 변경의 배경 민법 제865조는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친생관계존부확인의 소'라는 표제 아래, 제1항에서 "제845조, 제846조,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제862조와 제863조의 규정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친생자관계존부의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제865조가 인용하고 있는 민법의 조문들은 대부분 친자관계의 당사자 또는 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에 대하여 원고적격을 인정한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제3자가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게 되는 경우는 제862조의 '이해관계인'이 유일하다. 이해관계인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친자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친생자관계에 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아지거나 넓어질 수 있다. 종전의 판례는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의 원고적격을 판단할 때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달리 취급하여 왔다. 제777조 소정의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는 그와 같은 신분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하여, 소송요건의 문턱을 낮추어놓았다(대법원 1981. 10. 13. 선고 80므6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8. 10. 20. 선고 97므1585 판결). 반면 그러한 친족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하여는 친생자관계 존부의 확정판결에 의해 특정한 권리를 얻거나 특정한 의무를 면하게 되는 등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어야만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하여, 소송요건의 문턱을 높여놓았다(대법원 1976. 7. 27. 선고 76므3 판결; 대법원 1990. 7. 13. 선고 90므88 판결).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 당연히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었던 구 인사소송법이 폐지된 뒤에도 위와 같은 판례의 태도는 유지되었다(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3므2503 판결).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제777조 소정의 친족이 그와 같은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본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였다. 이 점에 관하여는 별개의견도 견해를 같이하였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종전 대법원 판례의 근거가 되었던 구 인사소송법 제35조 및 제26조는 폐지되었고, 그밖에 제777조 소정의 친족을 달리 취급할 근거는 희박하기 때문이다. 2.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에 관한 '이해관계'의 내용과 정도 이 사건의 원고는,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받게 되면 자신이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원고의 기대와 달리, 위와 같은 확인을 받더라도 원고는 독립유공자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었다.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에서 요구되는 이해관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아가 이 사건의 원고에게 그러한 이해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지를 두고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다수의견은 제865조의 이해관계인이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등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원고는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친생자관계에 관하여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별개의견은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 판결을 통해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를 바로잡아야 할 법률상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이 있어야' 이해관계인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별개의견은 원고적격을 판단하는 단계에서 원고가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에 따라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는지를 엄격하게 심리할 것은 아니고, 판결 결과에 따라 독립유공자 유족 등록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면 이해관계인으로서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추상적인 법리 차원에서 보면, 다수의견이 말하는 '법률상 이해관계'와 별개의견이 말하는 '법률상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 사이에 큰 차이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판단 기준을 실제로 적용하는 국면에서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큰 차이를 보였다. 다수의견은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의 결과에 따라 원고의 법적 지위가 달라질 수 있는 정도의 확실하고 중대한 이해관계를 요구하였다. 반면 별개의견은 소송의 결과가 원고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연성 내지 가능성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보았다. 필자는 다수의견이 별개의견보다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확인의 이익의 일반 이론에 비추어, 이해관계인은 사실상의 이해관계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람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또한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의 심리가 친자관계 당사자에게 미칠 수 있는 불이익한 영향을 고려하면, 이해관계의 의미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도 있다. 그런데 별개의견이 제시한 판단 기준에 따르면,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 요건이 소송요건으로서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에서는 해당 친생자관계의 존부에 관하여 친자관계의 당사자 사이, 혹은 그 소송의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을 것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에 더하여 별개의견과 같이 그 소송의 결과가 원고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다소 불확실한 개연성만으로 확인의 이익을 긍정하게 되면, 확인의 이익이 없어 소가 각하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입해 보면, 다수의견의 타당성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사건에서 소외 2가 소외 1의 친생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그 결과 원고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거의 없다. 어차피 원고는 독립유공자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는다고 하여, 원고가 부양의무를 면하게 된다거나 상속관계에서 유리하게 된다는 등의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친자관계의 당사자인 소외 1과 소외 2는 이미 사망하였고, 원고는 소외 1의 증손자에 불과하다. 소외 1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바로잡고자 하는 원고의 희망이 '법률상 이해관계' 혹은 '법률상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에 이른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원고에게 이해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소를 각하한 다수의견의 결론에 찬성한다. 이소은 임상교수(서울대 로스쿨)
친족관계
친생자관계존부확인소송
민법
친생자관계
이소은 임상교수(서울대 로스쿨)
2021-09-23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계약의 해약으로 지급받은 선박선수금이자가 외국법인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
I.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의 요지와 처분의 경위 국내조선사들은 2007년 5월경부터 2011년 1월경까지 외국선주사들로부터 총 12척의 선박건조를 도급받는 계약(이하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위 계약에는 외국선주사들은 선박건조 완료 전에 국내조선사들에게 선박대금 일부를 선수금으로 지급하고, 국내조선사들은 자신들의 사유로 계약이 종료되면 외국선주사들에게 선수금 및 그에 대한 연 6~7%의 이자를 환급하여야 하며, 그 경우 쌍방의 상대방에 대한 모든 의무 및 책임이 면제되고 준거법은 영국법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원고는 국내금융기관으로서 2007년 7월경부터 2011년 3월경까지 위 국내조선사들의 외국선주사들에 대한 선수금 및 그 이자의 지급채무를 보증하였다(이하 '이 사건 보증계약'이라고 한다). 그 후 외국선주사들은 국내조선사들의 선박인도 등이 지연되자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을 해제하였고, 원고는 2009년 6월경부터 2011년 7월경까지 외국선주사들에게 국내조선사들이 수령한 선수금과 그 이자(이하 '쟁점 선수금' 및 '쟁점 선수금이자'라고 한다)를 지급하였다. 피고는 쟁점 선수금이자가 구 법인세법(2011년 12월 31일 법률 제111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3조 제10호 (나)목 및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0년 12월 30일 대통령령 제22577호로 개정된 것) 제132조 제10항 등(이하 '쟁점 조항'이라고 한다)이 규정하는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는데도 원고가 그에 대한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2009 내지 2011 사업연도 원천징수법인세 및 이에 대한 가산세를 징수·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쟁점 조항이 국내원천 기타소득으로 규정하는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하여 지급받는 손해배상으로서 그 명목 여하에 불구하고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 배상받는 금전 또는 기타 물품의 가액'에 관하여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하여 지급받는 위약금과 배상금이 계약상대방의 채무불이행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의 실제 감소액에 대한 배상으로서 순자산의 증가가 없는 경우에는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자체에 대한 손해'에 해당하여 이를 기타소득으로 볼 수 없지만, 이를 초과하여 위약금과 배상금을 지급받았다면 이는 손해의 전보를 넘어 새로운 수입이나 소득을 발생시키므로 국내원천 기타소득으로서 과세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다음, 쟁점 선수금이자는 외국선주사들이 선수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통상 부담하게 되는 금융비용과 계약체결 과정에서 지출하게 된 비용 등에 대한 전보로서 지급이 예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선박대금 선지급에 따라 현실적으로 발생한 손해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으므로 쟁점 선수금이자는 외국선주사들이 실제로 입은 손해를 회복시키는 손해배상금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평석 1. 문제의 소재와 이 사건 쟁점 전세계소득에 대해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내국법인과 달리 외국법인은 법인세법에서 규정하는 국내원천소득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납세의무를 부담한다. 구 법인세법 제93조는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의 종류를 열거하고 있는데, 그 중 쟁점 조항은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하여 지급받는 손해배상으로서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 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 배상받는 금전을 국내원천 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있다. 쟁점 선수금이자는 선박건조계약에 따라 수령한 선수금을 반환하는 경우에 가산하여 지급되는 금액으로서 쟁점 선수금이자가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소득의 지급자인 원고가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쟁점 선수금이자가 쟁점 조항의 외국법인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 된다. 2. 선박건조계약과 선수금이자의 성격 선박건조에는 장기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통상 선주사는 선박의 자산가치 등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여 조선사에게 선수금을 지급하는데, 선박건조 과정에서 일정한 문제가 생기면 조선사는 선수금을 반환하여야 한다. 선수금반환의무는 조선사의 요청을 받은 금융기관이 외국선주사와 선박선수금환급보증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담보된다. 조선사와 금융기관은 선수금 반환시에 선수금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한다. 선수금이자는 선주사가 선수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선박금융비용 등과 연계되어 변동이율 등에 따라 산정된다. 선수금과 선수금이자가 반환되면 선박건조계약상 당사자들은 모두 면책된다. 3. 쟁점 조항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의 의미 쟁점 조항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지급받는 손해배상금이어야 한다는 '해약배상 요건' 및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 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 배상받는 금전이어야 한다는 '초과배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대법원은 외국법인이 고등훈련기 양산참여권의 포기대가로 금전을 받은 사안에서, 위 금전은 해약배상 요건을 충족하고 외국법인 장차 양산사업에 참여하였을 경우 얻은 기대이익에 대한 배상금이므로 초과배상 요건도 해당하여 쟁점 조항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두19447 판결). 쟁점 조항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은 소득세법에서 기타소득으로 규정하는 위약금, 배상금과 거의 동일하게 정의되어 있다(소득세법 시행령 제41조 제8항). 헌법재판소는 위 초과배상에 관하여 계약상대방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의 실제 감소액(적극적 손해)을 넘는 것, 즉 채무가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재산의 증가액(소극적 손해)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헌법재판소 2010. 2. 25. 선고 2008헌바79 전원재판부 결정). 대법원은 이행지체로 인한 변제기 이후의 지연손해금은 기타소득에 해당하지만(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누7406 판결) 법정해제나 약정해제권의 행사에 따른 민법 제548조 제2항의 법정이자는 기타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고(대법원 2014. 12. 11.자 2014두41145 판결), 매매계약의 합의해제에 따라 기지급 금액을 넘는 금원을 지급받는 사안에서는 구체적 내용에 따라 현실적 손해 보전의 경우인지를 따져 기타소득 해당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두11979 판결,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두33470 판결). 대법원은 초과배상 요건에 관하여 일의적 잣대를 택하지 않고 사안에 따라 순자산 증가 여부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4. 쟁점 선수금이자가 쟁점 조항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의 준거법인 영국법에 따르면 쟁점 선수금이자는 영국법상 손해배상예정을 의미하는 Liquidated Damages로서 쟁점 선수금과 그 이자를 환급하는 경우 국내조선사들은 외국선주사들에 대한 모든 법적 책임이 면제되므로 '해약배상'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다툼이 없는 반면 '초과배상' 해당 여부에 대해서는 긍정설과 부정설이 대립하고 있다. 긍정설은 외국선주사들은 선박건조계약의 해제로 인하여 국내조선사들에 지급하였다가 돌려 받지 못한 쟁점 선수금 자체의 적극적 손해는 원고로부터 쟁점 선수금 상당액을 지급받으면서 배상받은 것이지만 쟁점 선수금이자는 외국선주사들이 쟁점 선수금을 다른 곳에 사용하지 못하여 입게 되는 이자 상당액의 소극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하여 지급된 것이므로 쟁점 선수금이자는 지급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서는 금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부정설은 일반적인 선박금융구조에 비추어 쟁점 선수금이자는 외국선주사들이 쟁점 선수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하는 금융비용 등을 전보하기 위한 금원으로 실제로 입은 손해는 넘어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발생한 순자산감소를 회복시키는 것이고 가사 쟁점 선수금이자 중 재산상 감소액을 초과하여 손해를 배상하는 금액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기타소득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이 있으므로 피고가 이를 특정하여 입증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처분 전부가 위법하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의 입장이기도 하다. 5.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은 선박건조계약의 해제에 따라 원고가 외국선주사들에게 지급한 쟁점 선수금이자가 외국선주사들의 순자산 감소를 회복시키는 손해배상금으로서 초과배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최초의 선례이다. 쟁점 선수금이자의 기타소득 해당 여부를 외국선주사들과 국내조선사들 사이의 거래를 포함하여 선박금융 과정에서 체결되는 모든 거래를 고려하여 원천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 외국법인의 순자산 증가의 관점에서 쟁점 선수금이자의 성격을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소득과세원칙에 입각하여 국내원천 기타소득의 법리를 발전시켰다고 평가된다. 또한, 절차적 측면에서 쟁점 선수금이자가 외국법인의 순자산을 증가시켰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이 과세관청에 있다고 판단한 부분도 입증책임원칙에 충실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선박금융의 구조에 비추어 쟁점 선수금이자는 일응 순자산감소에 대한 전보로 파악할 수 있지만 유사사건에서는 순자산감소에 대한 회복여부와 입증의 문제는 구체적 사정을 들여다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의 논거와 결론에 동의한다. 백제흠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인세
원천징수
기타소득
외국법인
백제흠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21-06-28
민사일반
후순위저당권자는 소멸시효 원용할 수 없는가?
[사실관계]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이번 평석이 필요한 한도에서 간추리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A는 B에 대한 대여금채권의 담보로 B 소유의 부동산에 가등기를 경료받고, 나아가 이 거래에 적용이 있는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이 요구하는 청산금의 지급 없이 위 가등기에 기하여 본등기를 경료하였다. 그 후 원고가 채무자 B와의 대위변제약정에 기하여 위 차용금을 변제하였다. 그럼에도 A는 B와의 합의 아래 C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고, 피고는 C로부터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다. 피고의 근저당권에 기하여 행하여진 경매절차에서 피고에게 일정액을 배당하는 배당표가 작성되었으나, 원고가 이에 배당이의를 함으로써 이 사건 소송에 이르렀다. 원고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판결에 대하여 쌍방이 상고하였다. 피고의 상고이유는 원고의 B에 대한 채권은 시효소멸하였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부분 주장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아예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시요지]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이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시효로 채무가 소멸되는 결과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사람에 한정된다. 후순위담보권자는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담보권의 순위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피담보채권에 대한 배당액이 증가할 수 있지만, 이러한 배당액 증가에 대한 기대는 담보권의 순위 상승에 따른 반사적 이익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는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권에 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판례공보 2021년 상권, 673면). [평석] 1. 이 사건에서 원고는 B와의 약정에 기하여 B의 채무금을 변제함으로써 변제자대위에 기하여 담보가등기권을 당연히 취득하였다(변제자대위 및 그로 인하여 원고가 취득하는 채권의 범위에 관한 판시가 원고 상고이유에 대한 주요 부분을 이룬다). 그리하여 애초 그보다 늦게 설정된 피고의 근저당권은 원고의 권리에 열후하는 말하자면 제2순위의 담보권이 된다. 그 경우에 선순위인 담보가등기권의 피담보채권에 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주장을 위와 같이 후순위담보권을 가지는 피고가 할 수 있는가? 즉 피고는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권에 관하여 시효원용권을 가지는가? 2. 종전에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관하여 우리 판례는 절대적 소멸설을 취한다고 이해되어 왔다(최근에도 송덕수, 민법총칙, 제4판(2018), 505면은 "판례는 절대적 소멸설을 취하고 있다"고 잘라 말한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의 어느 시점부터 대법원은 시효원용권자의 범위를 획정하는 작업을 정면으로 수행하여, 시효소멸을 소송상 주장하였음에도 그에게 시효원용권을 부정하여 시효소멸의 주장을 배척하는 구체적인 재판례를 축적하여 갔다. 이로써 판례는 상대적 소멸설로 입장을 전환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에는 그것이 과연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법률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하는 데 필요한 절차(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단서 제3호), 즉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거쳤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그러나 이 점에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3.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관하여 상대적 소멸설의 입장을 전제로 하더라도, 후순위담보권자는 이에 해당하여 시효원용권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이하에서는 저당권을 염두에 두고 논의하기로 한다. (1) 선순위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소멸시효 등을 이유로 소멸하는 경우에 그 저당권의 당연 소멸로 후순위저당권의 순위가 상승하는 것은 후순위저당권자가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향유하는, 그리하여 어떻게 보더라도 현실인 이익이다. 그 경우 후순위저당권자는 그러한 순위의 상승을 단순히 기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의문이 없는 저당권에 관한 법리, 즉 '순위상승의 원칙'(우선 곽윤직·김재형, 물권법, 제8판[전면개정] 보정판(2015), 453면 참조)의 적용에 의하여 발생하는 그야말로 법적인 이익인 것이다. 이것을 '반사적 이익'이라고 하는 것은 법논의에서 극력 피하여야 할 언어의 오용이 아닐까? 만일 그것이 단순한 기대에 불과하다고 한다면, 예를 들어 저당권이 설정된 목적물의 제3취득자가 그 피담보채권의 시효소멸로 누리게 되는 저당권의 당연 소멸, 그리하여 이러한 법적 부담으로부터의 해방도 역시 '단순한 기대'에 그친다고 말하여야 할 것이다. 제3취득자도 역시 통상적으로는 저당권 등의 존재를 알면서(적어도 등기부를 통하여 알 수 있었으면서) 이를 물적으로 인수하는 것으로 하여 목적물을 취득하였을 것임에도 그 후 위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그러한 '반사적 이익'을 얻는 것에 불과하지 아니한가? 그러나 대법원 1995. 7. 11. 선고 95다12446판결(공보 2761면)은 이 사건에서와 같이 가등기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던 사안에서 제3취득자의 시효원용권을 긍정한다. 시효이익 포기의 상대효를 다루는 근자의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다200227판결(공보 하, 976면)도 제3취득자의 시효원용권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논의를 전개한다. (2) 시효원용권 인정 여부의 법문제에 대하여 우리 판례는 일본의 그것에 '따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의 판시는 최고재 1999(平成 11). 10. 21. 판결(민집 53-7, 1190)의 태도와 일치하고, 그 이유 설시도 위 일본 판결("선순위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후순위저당권의 순위가 상승하고 이로써 피담보채권에 대한 배당액의 증가하는 일이 있을 수 있는데, 이 배당액 증가에 대한 기대는 저당권의 순위 상승에 의하여 초래되는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다")로부터 그대로 따왔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에는 제2차 대전 이전, 특히 1920년대 말까지의 엄격한 해석을 1945년부터의 최고재가 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애초 대심원의 판례상 시효원용권이 모두 부정되었던 물상보증인, 담보부동산의 제3취득자 및 사해행위의 수익자 등에 대하여 모두 1960년대 중반부터 하나씩 긍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일본에서는 "시효원용권자 여하에 관한 판례의 흐름은 위와 같이 일찍부터 채택되어온 [직접성] 공식의 실질적 해체의 역사이다. 그 공식은 그 기원(起源)에 있어서는 일정한 자를 제외한다는 의미를 가졌었으나, 현재는 전에 부정되었던 자 전부에 시효원용권이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판례의 변경은 다른 법문제에서는 별로 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다(金山直樹, 時效における理論と解釋(2009), 319면 이하). 이러한 입장 전환을 선도한 것은 다름아닌 일본 법학자 와가쓰마 사카에(我妻榮)인데, 그 주장의 요지는 "시효의 원용이 시효로 인한 권리의 득상이라는 일반적 법률효과와 개인의 의사 사이의 조화를 도모하는 제도라고 한다면, 이들 관계자 각자에게 원용의 자유를 인정하고 시효의 효과를 상대적·개별적으로 발생시키는 것이 그 목적에 적합하다"고 전제한 다음, "시효에 의하여 직접 권리를 취득하고 의무를 면하는 자 외에도 이 권리 또는 의무에 기하여 다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자도 포함한다고 봄이 옳다"는 것이다(新訂 民法總則(1965), 445면 이하. 이는 "抵當不動産の第三取得者の時效援用權"이라는 1936년 논문으로 소급될 수 있다). 위와 같은 흐름을 반영하여 후순위저당권에 대하여도 이를 긍정하는 학설이 유력하였다(川島武宜, 幾代通 등). 그럼에도 최고재의 위 1999년 판결은 이를 부정한 것인데, 이에 대하여는 학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예를 들면 金山直樹, 前揭書, 320면 이하[처음 발표는 2000년]. 위 판결에 대한 평석의 목록은 森田宏樹, "時效の援用權者", 民法判例百選 제1권, 제8판(2018), 86면 이하를 보라). 한편 일본은 2017년의 민법개정(시행은 금년 4월부터)으로 시효의 원용에 관한 제145조에서 시효원용권자를 "당사자(소멸시효에 있어서는 보증인, 물상보증인, 제3취득자 기타 및 권리의 소멸에 관하여 정당한 이익을 가지는 자)"라고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이는 개정 전과 같이 그 구체적인 범위를 해석에 맡기는 취지라고 한다. 4. 후순위담보권자에게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의 시효원용권을 부정한 것은 종전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판단으로서 하급심이나 거래실무 등에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러한 입장에는 쉽사리 찬성할 수 없다. 애초 시효소멸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받는지, 간접적으로만 미치는지의 구분 자체가 그야말로 형식적 기준이므로(법논의에서 드물지 않은 그 가장이유(假裝理由, Scheinbegrundung)!), 그 적용은 가급적 피하여야 할 것이다. 양창수 한양대 석좌교수(전 대법관)
소멸시효
근저당권
후순위저당권
양창수 한양대 석좌교수(전 대법관)
2021-05-03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소프트웨어 도입대가의 구별기준
I. 서론 대상판결에서는 '내국법인이 외국법인으로부터 수입하는 소프트웨어 대가의 법적성격'이 무엇인지 문제되었다. 이는 최근 납세자와 과세관청 간 다툼이 첨예하게 발생하는 쟁점이다. 대법원은 2000. 1. 21. 선고 97누11065 판결 등을 통해 그 판단기준을 제시한 바 있는데, 대상판결은 그 판단기준을 적용한 최근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Ⅱ.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미국 PTC 그룹의 자회사로서 PTC와 소프트웨어 배급계약을 체결한 다음 PTC에 PTC가 개발한 소프트웨어(이하 '쟁점 소프트웨어'라 한다)의 국내 판매 및 유지보수 용역 수입에 대하여 소프트웨어 도입대가 및 라이선스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하였다(이하 '쟁점 지급금'이라 한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는 쟁점 지급금이 범용화된 것으로서 불특정 다수인에게 판매되는 '상품'의 수입대가라고 주장하였다. 이 경우 PTC의 사업소득이 되어 PTC의 고정사업장이 없는 국내에서는 과세권이 없게 된다. 반면 피고는 소프트웨어에 포함된 '노하우'에 대한 도입대가로 보고 원고에게 원천징수세액 및 그 가산세를 부과하는 과세처분을 하였다. 이 경우 PTC의 국내원천 사용료소득이 되므로 국내에서 15%의 세율로 원천징수 되기 때문이다. 제1심 판결은 쟁점 소프트웨어 도입이 노하우를 도입한 것이므로 피고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제1심판결의 결론을 정당한 것으로 수긍하였다. Ⅲ. 평석 1. 소프트웨어 도입대가의 소득 구분 기준 가. 관련 법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나목에서는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으로 '산업상·상업상·과학상의 지식·경험에 관한 정보 또는 노하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통상 '노하우'라 일컫는 발명, 기술, 제조방법, 경영방법 등에 관한 비공개 기술정보를 사용하는 대가를 말하므로 내국법인이 외국법인으로부터 도입한 소프트웨어의 기능과 도입 가격, 특약 내용 기타 제반 사정에 비추어 그 소프트웨어의 도입이 단순히 상품을 수입한 것이 아니라 노하우 또는 그 기술을 도입한 것이라면 그 도입대가는 그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인 사용료소득에 해당하여 법인세법 제98조에 정한 원천징수의무자인 내국법인에 대하여 법인세를 징수할 수 있다(대법원 97누11065 판결 등). 나. 구체적인 판단기준 1) 핵심적 판단기준 가장 핵심적인 판단기준으로서 소프트웨어에 노하우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고 도입자가 노하우를 '전수'받아 사용하여야 한다(조인호, 대법원판례해설 제34호, 594쪽 참조). 사용료소득은 '노하우 전수에 대한 대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선 해당 소프트웨어에 노하우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노하우란 '공개되지 아니한 고도의 기술적 정보'를 의미하므로 다른 업체가 통상적으로 보유하는 전문적 지식, 특별한 기능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사용료소득이 아니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누212 판결 등). 소프트웨어에 노하우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위해서는 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국내 기술수준으로는 불가능한지 여부가 '일응'의 기준이 되지만 그러한 이유만으로 노하우 전수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고도의 기술로써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라 하더라도 수입하는 자가 '상품'으로 사용하는 데 그친다면 노하우의 전수가 이루어진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소프트웨어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느 것이나 제작자의 노하우가 반영되어 있게 마련이므로 단순히 제품을 정하여진 용법에 따라 '사용'하였다는 이유만으로는 노하우를 '전수'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앞의 판례해설 594, 595쪽 참조). 따라서 완성된 소프트웨어를 공개된 기능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상품의 수입'으로 보아야 하고 소프트웨어 제작기법 또는 일반에 공개되어 있지 않은 산업상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노하우의 전수'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내도입자가 공급자와 판매대리점 계약을 체결하여 공개된 기능 그대로의 소프트웨어를 수입하여 불특정 다수의 고객들에게 판매한 정도에 그친 경우에는 노하우의 전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1997. 12. 23. 선고 97누2986 판결 참조). 판매대리점은 수입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역할만을 수행하므로 그 과정에서 비공개 기술정보 등 노하우가 전수되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비공개원시코드 자체의 이전이 이루어져 해당 소프트웨어의 제작기법이 전수되는 경우에는 노하우 전수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특정 고객의 특수한 요구에 맞게 소프트웨어를 개작하여 수입하는 경우 노하우 전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노하우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채 개별적으로 전수되었을 가능성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수입대가가 사용료소득에 해당한다고 보아 과세하려면 과세관청으로서는 먼저 해당 소프트웨어에 '어떤 노하우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밝히고 그 노하우가 수입자에게 '전수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2) 부수적 고려사항 소프트웨어 대가가 고가라는 이유만으로 노하우 도입의 근거로 볼 것은 아니다(앞의 판례해설, 595쪽). 소프트웨어가 단순 상품으로 거래되는 경우에도 고가인 경우가 충분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밀준수의무 존재만으로는 노하우 전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97누2986 판결 참조). 소프트웨어 제품 거래계약에 비밀준수의무 등을 포함시키는 이유는 노하우 도입과 무관하게 불법복제 또는 역전환 등을 방지할 목적으로 공급자 입장에서 구매자의 권리를 제한하는데 그 취지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앞의 판례해설, 595, 596쪽). 교육, 유지보수, 컨설팅 용역이 제공되었다는 사정 역시 소프트웨어를 상품으로서 수입하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노하우 도입의 독자적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교육 용역은 사용방법이 복잡한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도 고객의 필요에 따라 제공될 수 있다. 유지보수 용역 또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업데이트, 패치, 오류시정 등을 위한 목적에서 제공되는 것이므로 상품으로 수입되는 경우에도 제공될 수 있다. 컨설팅 용역은 고객의 컴퓨터 환경을 점검하여 필요한 환경설정 등을 해주는 것으로서 소프트웨어에 내장된 기능을 활용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는 상품 수입 시에도 가능하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은 ① 노하우 전수에 관한 입증이 영업비밀에 해당하여 어렵다는 이유로 '어떤 노하우 도입이 있었는지'에 관한 입증책임을 전도하고 ② 상품 수입 시에도 나타날 수 있는 부수적·지엽적 사정들만을 이유로 노하우 도입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 대상판결은 과세관청의 입증책임과 관련하여 "쟁점 소프트웨어의 도입이 단순한 상품의 수입과는 구별되는 노하우 또는 그 기술의 도입에 해당한다는 점을 주장·증명하면 충분하고 해당 노하우 또는 기술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그와 같이 노하우 또는 기술의 구체적인 내용은 일반적으로 영업비밀로 분류되어 과세관청이 이를 정확히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각 소프트웨어별로 어떠한 노하우가 '포함'되어 '전수'되었는지 여부를 입증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판례이다. 만약 이러한 입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상품 수입시에도 나타나는 사정들만 존재한다면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한 과세관청을 패소시켜야 하고 영업비밀에 해당하여 밝히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그 입증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또한, 대법원 판례법리에서 과세관청에게 입증을 요구하는 '노하우의 포함 및 전수'는 결코 납세자의 영업비밀까지 침해하라는 것이 아니다. 과세관청으로서는 지사와 본사 사이에서 '어떠한 노하우가 전수'되었는지 입증하면 충분하고 이는 영업비밀과 무관하다. 뿐만 아니라 대상판결이 노하우 도입으로 본 논거를 살펴보면 모두 상품 수입 시에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거나 판단 근거가 불분명해 보인다. 대상판결이 주된 근거로 든 국내에서의 개발·공급이 힘들다는 사정, 교육·유지보수·컨설팅 용역이 제공된 사정, 비밀유지약정이 존재하는 사정 등은 노하우 도입 시에만 나타나는 사정이 아니고 상품 수입 시에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사정에 해당한다. 오히려 쟁점 소프트웨어는 사전 제한 없이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공개된 기능 그대로 판매된 것으로 보이는데 사용료소득의 개념에 해당하는 산업상 노하우에 관한 '비공개' 기술정보가 전수되었다고 볼 수 없다. Ⅳ. 결론 최근 해당 쟁점과 관련한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동일한 쟁점임에도 사실관계 또는 어떤 판단기준에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그 판단이 엇갈리는 사례들이 병존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대법원의 판시법리가 워낙 간략한 탓에 기인한 것으로서 구체적인 판단기준들을 중심으로 한 대법원의 새로운 법리(세부법리) 판시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임한솔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법인세
노하우
사용료소득
임한솔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2021-04-12
헌법사건
헌법재판소가 군정법령의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가?
[사실관계 및 헌법재판소의 판단]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2016년 11월 24일 울산 중구 소재 이 사건 토지를 경매절차에서 낙찰 받아 그 소유권을 취득하고 2017년 4월 3일 울산광역시 중구를 피고로 하여 아무런 권원 없이 이 사건 토지를 도로 포장 등의 방법으로 점유·사용하고 있으므로 그로 인한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토지의 전 소유자가 1945년 8월 10일 재조선 일본인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고 1945년 9월 7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1945년 9월 25일 공포된 미군정청 법령 제2호에서 일본인의 모든 재산권 이전 행위를 금지하고 1945년 8월 9일 이후에 체결한 재산권 이전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였으며 1945년 12월 6일 공포된 미군정청 법령 제33호가 1945년 8월 9일 이후 일본인의 모든 재산은 미군정청이 취득한다고 규정한 점 등을 이유로 청구인들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위 소송 계속 중 위 미군정청 법령들에 대하여 소급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위 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위 군정법령은 헌법소원대상성 및 재판의 전제성이 모두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본안에서는 이는 소급입법금지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검토] 1. 헌법제정 전의 법률도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가? 위 결정은 위 법령들은 각 군정장관의 명의로 공포된 것으로 법령(Ordinance)의 형식을 가졌지만 오늘날 법률로 제정되어야 할 입법사항을 규율하고 있으므로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고 제헌 헌법 제100조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법질서 내로 편입되었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다. 과거 헌법위원회는 1954년 2월 27일 마찬가지로 군정법령인 1947년 12월 15일 공포된 남조선과도정부 행정명령 제9호에 대해 합헌결정을 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는 남조선과도정부 시절의 구 국방경비법에 대하여 성립절차상의 하자가 없다고 하였으며(헌재 2001. 4. 26. 선고 98헌바79·86, 99헌바36 결정) 대법원은 1960년 2월 5일 경향신문 폐간 사건에서 군정법령 제88호에 대해 헌법위원회에 위헌제청을 한 바 있었다. 그러나 어떤 규범이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당연히 헌법재판소에 의한 위헌법률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 군정법령들은 미군 군정청이 발령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입법부나 공권력에 의하여 제정된 것이 아니므로 입법자의 권위 보호를 위하여 그 위헌 여부의 판단을 굳이 헌법재판소에 독점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제헌 헌법 제100조가 '현행 법령은 이 헌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효력을 가진다'라고 규정하였다고 하여 군정법령이 대한민국의 법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헌법재판소가 위헌심사를 할 수 있다면 일제 강점기의 법률의 위헌 여부도 법원은 판단할 수 없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하여야 하는가? 독일에서는 독일 헌법 시행 전의 법률(vorkonstitutionelles Recht)에 대하여는 일반 법원이 그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1900년 시행된 독일 민법 제1300조는 흠 없는 약혼녀는 약혼자와 동침하였으면 약혼이 해제된 때에는 재산적 손해가 없더라도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1992년 뮌스터 구법원(Amtsgericht)은 위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적용할 수 없다고 하였고(NJW 1993, 1720) 연방헌법재판소도 구법원의 이러한 판단이 타당하다고 하였다(BeckRS 1993, 01691). 2. 한국의 사법부가 군정법령에 대하여 위헌심사를 할 수 있는가? 군정법령의 제정 자체는 미국의 주권에 기한 것이다(헌재 2017. 5. 25. 선고 2016헌바388 결정 참조). 그런데 한국의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우리나라의 헌법에 비추어 군정법령 자체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가? 만일 위 법령을 위헌이라고 한다면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게 될 것이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2차대전 후에 연합국 점령군이 공포한 직접적 점령법률(unmittelbares Besatzungsrecht) 자체는 연방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인 연방법률이나 주 법률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BVerfGE 3, 368 ff). 다만 1948년 정부 수립 후에 한국이 위 군정법령을 적용하였다면 그 적용에 대하여는 헌법에 비추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위 군정법령이 적용된 것은 1945년의 일이므로 이에 대하여 우리 헌법을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3. 헌법 시행 전에 공포되고 적용이 완료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현행 헌법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는가? 위 군정법령은 우리나라 헌법이 제정되기 전에 공포되고 그 적용이 완료되었다. 그런데 그 위헌 여부를 현행 헌법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헌법재판소는 1971년에 제정된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에 근거하여 1977년에 이루어진 수용처분이 문제된 사건에서 위 규정이 위헌이라고 하면서 1987년의 현행 헌법 제76조와 제77조를 원용하였고(헌재ㅤ1994. 6. 30. 선고 92헌가18 결정) 위 특별조치법 제11조 제2항 중 제9조 제1항에 근거하여 1982년에 확정된 유죄판결이 문제된 사건에서 위 규정의 위헌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현행 헌법 제33조 제1·2항을 들고 있다(헌재 2015. 3. 26. 선고 2014헌가5 결정). 그러나 현행 헌법 시행 전에 제정되었고 그 적용도 그 전에 완료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제정 또는 적용 당시의 헌법이 위헌 여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하고 그 후의 현행 헌법이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당시에는 합헌이었던 것이 현행 헌법 시행 후에 소급적으로 위헌인 것이 될 수 있어서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치게 된다. 물론 현행 헌법 시행 전에 제정되었더라도 현행 헌법 시행 후에 적용된 법률에 대하여는 현행 헌법을 기준으로 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례들이 현행 헌법 전에 제정되었고 그 적용도 완료된 사건들에 대하여 현행 헌법을 적용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윤진수, 상속관습법의 헌법적 통제, 헌법학연구 23권 2호, 2017, 175면 이하 참조). 다만 과거의 법률이 현재의 헌법이나 그 이념에 비추어 볼 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부당한 경우에는 현재의 헌법에 따라 재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윤진수, 위헌인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 민사법학 81호, 2017, 138면 이하 참조). 실정법의 정의에 대한 위반이 참을 수 없는(unerträglich) 정도에 이르면 부정의한 법은 정의에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라드부르흐). 남아프리카 헌법재판소가 1996년 선고한 두 플레시스 판결{Du Plessis and Others v De Klerk and Another, 1996 (3) SA 850}도 그러한 취지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위 군정법령이 공포되었을 당시에는 아예 대한민국 헌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는 현행 헌법 제13조 제2항은 제헌헌법에는 없었고 1962년 헌법에서야 제11조 제2항으로 비로소 도입되었다. 그렇다고 하여 위 군정법령이 실정법의 정의에 대한 위반이 참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사건 헌재 결정도 1945년 8월 9일 당시 재조선 일본인과 한국인들이 일본의 패망과 미군정의 수립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이 소유·관리하던 재산의 자유로운 처분이나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고 신뢰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신뢰가 헌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소급입법의 금지를 명하는 위 헌법 규정이 헌법 제정 전에 적용이 완료된 이 사건에 소급적용될 수는 없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소급입법
군정법령
헌법소원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1-02-15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채권자와 채무자간에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가 그 확정판결에 대하여 다시 다툴 수 있는가
Ⅰ. 대상 판결의 요지 가. 사실관계 원고는 소외 甲 등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던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는 내용의 제1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원고는 토지거래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할 목적으로 소외 乙에게 요청하여 乙 명의로 다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고 乙 명의로 토지거래허가를 받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 후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토지거래허가는 해제되었으며 피고는 소외 乙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한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외 乙에 대하여는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의 소를, 소외 甲 등에 대하여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각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2014년 11월 13일 '원고에게 甲 등은 각 그 소유지분에 관하여 2014년 11월 13일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고 원고는 위 甲 등에 대하여 위 2014년 11월 13일자 매매계약 및 이 사건 제1매매계약의 이행불능, 집행불능 등으로 인한 매매대금 반환이나 손해배상 청구 등 일체의 금전적 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으로 조정(이하 '이 사건 화해'라고 한다)이 성립하였고 이후 소외 乙에 대하여는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어 확정되었다. 나. 대상 판결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화해에서 취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삼아 소외 甲 등을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한다는 본안전항변을 하였으나 원심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함에 있어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제3채무자는 그 청구권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의 본안전항변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화해는 토지거래허가제에 관한 강행법규 위반으로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이 사건 제1매매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려는 목적에서 단지 재판상 화해의 형식을 취하여 위 매매계약의 이행을 약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므로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한다고 판단하면서 그 이유를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청구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청구권의 취득이 채권자로 하여금 채무자를 대신하여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와 같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있는 경우 등에는 위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대위소송의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위 확정판결 또는 그와 같은 효력이 있는 재판상 화해조서 등이 재심이나 준재심으로 취소되지 아니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는 그 판결이나 화해가 무효라는 주장을 할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Ⅱ. 대상 판결의 평석 1. 종래 판례의 태도와 최근의 변화 종래 판례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하여 피보전채권에 관하여 승소확정을 받은 바 있으면 피보전채권의 존재가 입증되었으므로 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한 채권자대위소송에서 더 이상 피보전채권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는 판시를 계속하여 왔었다(대법원 1988. 2. 23. 선고 87다카961 판결, 대법원 1995. 12. 26. 선고 95다18741 판결,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6다82700,8271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4다74919 판결에서 기존의 판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피보전채권이 존재한다는 확정판결이 있어도 그 채권의 취득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에 제3채무자가 이를 다툴 수 있다고 판시하여 처음으로 예외를 인정하였다. 위 판례는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하여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제3채무자는 그 청구권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나 그 청구권의 취득이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신탁법 제6조가 유추적용되어 무효인 경우 등에는 제3채무자는 그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대상 판결은 위 2014다74919 판결의 취지를 그대로 이어받아 제3채무자가 피보전채권의 존재에 대하여 확정판결이 있어도 이를 다툴 수 있는 예외적 경우를 판시하고 있다. 위 2014다74919 판결은 피보전채권의 취득이 소송신탁을 금지하는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이고 대상 판결은 피보전채권의 취득이 토지거래허가제도에 관한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이다. 2. 종래 판례에 대한 해석론 가. 피보전채권에 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선결문제로 작용하게 되므로 전소의 기판력이 후소에 확장되는 경우라고 설명하는 견해가 있다. 그런데 전소의 기판력이 후소에 선결문제로 작용하기 위하여는 전소와 후소 사이에 당사자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함은 민사소송법 제2018조 1항의 취지상 당연하다. 피보전채권에 관한 소의 당사자와 채권자대위소송의 당사자가 다르므로 전소의 기판력이 후소의 선결문제로 작용할 수 없다. 나. 피보전채권에 대한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그 판결의 반사적 효력이 채권자대위소송에 미친다고 설명하는 견해도 있다. 판결의 반사적 효력이란 기판력이 미치는 소송당사자가 아닌 소송당사자의 일방과 실체법상 특별한 의존관계에 있을 때 그 판결의 효력이 제3자에게 반사적으로 유리 또는 불리하게 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반사적 효력은 민사소송법에 아무런 근거가 없고 판례도 반사적 효력에 대하여 부정적이라는 점에서(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228099 판결 참조), 종래 판례를 반사적 효력으로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 종래 판례를 확정 판결의 증명효 문제로 접근하는 견해(윤진수, 민법논고 7, 박영사, 2015, 434 이하 참조)가 있는데 이 견해가 타당하여 보인다. 확정판결의 증명효란 확정된 판결의 이유에서 확정한 사실관계는 후소송에서 동일한 사실관계가 문제될 경우에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이를 뒤집지 못하는 효력을 말한다(대법원 1990. 5. 22. 선고 89다카33944 판결, 대법원 2010. 8. 19. 2010다26745·26752 판결 등 참조). 이 견해에 의하면 피보전채권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인정되었다고 하더라고 채권자대위소송과정에서 제3채무자가 새로운 증거방법을 제출하여 피보전채권의 존재를 다툴 수 있게 된다. 3. 대상 판결의 의의 가. 종래 판례는 피보전채권의 존재에 관하여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이를 채권자대위소송에서 더 이상 다툴 수 없다는 판시를 하고 있어 그에 대한 근거로 기판력의 확장이론이나 판결의 반사적 효력론이 제기되어 왔었다. 그런데 위 2014다74919 판결과 이를 계승한 대상 판결에서는 예외적으로 피보전채권의 취득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에는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가 피보전채권의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있다고 판시하였다. 위 2014다74919 판결 및 대상 판결에서 제3채무자는 피보전채권의 취득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이므로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였는데, 피보전채권의 부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방법을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취득한 사실'로 국한 시킬 이유는 없다. 즉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는 피보전채권의 취득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 외에도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한다는 모든 사유를 들어 그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제3채무자가 채권자대위소송에서 피보전채권의 부존재를 어떻게 입증하느냐 하는 문제만 남게 된 셈이다. 다만 피보전채권의 존재는 전소의 확정판결이라는 유력한 증거에 의하여 입증되었으므로 제3채무자는 전소의 확정판결에 의하여 인정된 피보전채권의 발생원인사실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나. 대상 판결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청구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여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확장되거나 반사효가 미치는 경우가 아니라 증명효가 미치는 경우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신병동 교수(충북대 로스쿨)
토지거래허가
토지
채권자대위
신병동 교수(충북대 로스쿨)
2021-02-01
민사소송·집행
조세·부담금
가집행선고 취소에 따른 가지급물 반환에 있어서 원천징수세액의 처리
Ⅰ. 서론 원천징수란 소득금액을 지급하는 자(원천징수의무자)가 그 상대방(원천납세의무자)으로부터 세액을 과세관청을 대신하여 징수하는 것을 말한다. 원천납세의무자는 국가에 대하여 조세법상의 법률관계를 갖지 않으나 원천징수를 받아들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원천징수의무자가 소득금액을 지급하면서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지급하면 원천징수의무자의 원천납세의무자에 대한 채무는 모두 변제로 소멸한다(대법원 2001. 7. 10. 선고 2001다16449 판결). 원천납세의무자가 원천징수의무자로부터 지급받은 소득이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으로 확정된 경우 원천납세의무자의 부당이득반환의무 범위가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실제 수령금액인지, 원천징수세액을 포함한 전체 소득금액인지에 대한 다툼이 있다. 이는 잘못 징수·납부된 원천징수세액에 대한 환급청구권과도 관련된 문제다. Ⅱ. 원천징수와 부당이득 반환 1. 원천납세의무자의 부당이득반환의무 범위 원천납세의무자에게 지급된 소득이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경우 그 반환은 근본적으로 부당이득 반환이다. 원천납세의무자는 실제로 지급받은 돈을 반환하면 되고 원천징수세액으로 공제된 돈에 대하여는 아무런 이득을 취득하지 않았으므로 반환의무가 없다. 이는 변제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채무자의 제3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였는데 그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대위변제가 성립하지 않은 경우 채무자에게 변제금원 반환의무가 없는 것과 같다.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다290436 판결은 주식회사가 법률상 원인 없이 대표이사에게 특별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나머지를 지급하였다가 원천징수세액을 포함한 전액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한 사안에서 대표이사는 원천징수세액을 제외하고 실제 지급받은 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2. 원천징수세액의 처리 가. 국가의 부당이득반환의무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납세의무자로부터 원천징수대상이 아닌 소득에 대하여 세액을 징수·납부하였거나 징수하여야 할 세액을 초과하여 징수·납부하였다면 국가는 원천징수의무자로부터 이를 납부 받는 순간 아무런 법률상의 원인 없이 그 원천징수세액 상당의 부당이득을 보유하게 된다(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1두8780 판결). 따라서 국가는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원천징수세액 상당의 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나. 환급청구권의 귀속 관계 국세기본법은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징수하여 납부한 세액에서 환급받을 환급세액이 있는 경우 그 환급액은 그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여야 할 세액에 충당하고 남은 금액을 환급하되 그 원천징수의무자가 그 환급액을 즉시 환급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나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여야 할 세액이 없는 경우에는 즉시 환급한다고 정하고(제51조 제5항) 환급금은 납세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하면서(제51조 제6항) '납세자'란 납세의무자와 세법에 따라 국세를 징수하여 납부할 의무를 지는 자를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제2조 제10호). 이에 따르면 잘못 징수·납부한 원천징수세액에 대한 환급청구권은 납세자인 원천징수의무자에게 귀속되고 원천납세의무자에게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대법원도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납세의무자로부터 잘못 징수·납부한 원천징수세액에 대한 환급청구권은 원천납세의무자가 아닌 원천징수의무자에게 귀속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1두8780 판결). Ⅲ. 원천징수와 가지급물 반환 1. 대상판결: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5다35270 판결 가. 사안 지급자가 제1심의 가집행선고에 따라 임의로 지연손해금 100을 가지급하면서 원천징수세액 20(기타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 20%)을 공제한 나머지 80을 실제로 지급하였는데 상소심에서 지연손해금 70이 의무 없는 것으로 확정되고 그 부분에 대한 가집행선고가 취소됨에 따라 가지급물 반환범위가 문제된 사안이다. 나. 판시요지 가집행선고 판결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현실적인 지급은 원천징수의무가 발생하는 소득금액의 지급에 해당하고 지급자가 가집행선고 판결에 따라 지연손해금을 실제로 지급하면서 공제한 원천징수세액도 가지급물에 포함된다. 2. 평석 가. 가지급물 지급과 원천징수의무 1) 대상판결의 판시요지 수급자가 가집행선고 판결에 의하여 지급자로부터 실제로 지연손해금에 상당하는 금전을 수령하였다면 비록 본안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의 실현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정도로 성숙·확정된다고 해야 하므로 가집행선고 판결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현실적인 지급은 원천징수의무가 발생하는 소득금액의 지급에 해당한다. 따라서 공제된 원천징수세액 20을 포함한 지연손해금 100이 가지급물이다. 2) 검토 가집행선고 판결에 따른 임의지급이라는 이유만으로 원천징수세액을 포함한 전체 소득금액을 실제로 지급하여야 하고 소득세액 징수는 본안판결 확정 후 다른 절차를 통해야 한다는 것은 원천징수세제에 어울리지 않는다. 대상판결의 판시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하여는 판례평석이 공간되었고 실무상 대상판결의 적용에 의문이 없다. 나. 가집행선고의 취소에 따른 가지급물 반환과 원천징수세액 1) 가지급물 반환의 법적 성질 가집행선고에 따른 변제의 효력은 그 가집행선고가 취소되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발생한다(대법원 1995. 12. 12. 선고 95다38127 판결). 따라서 가집행선고 판결에 따라 금원을 지급받았다가 그 가집행선고가 실효됨에 따라 금원의 수령자가 부담하게 되는 원상회복의무는 성질상 부당이득 반환채무다(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1다81320 판결). 2) 대상판결에 따른 가지급물 반환방법 가지급물 액수가 100(= 실제로 지급된 소득 80 + 원천징수세액 20)이므로 이 금액에서 정당한 지연손해금 30(= 실제로 지급된 소득 중 정당한 24 + 납부된 원천징수세액 중 정당한 6)을 뺀 나머지 70이 가집행선고 취소에 따라 법률상 원인이 없게 되는데 이 70은 실제로 지급된 소득 56(= 80-24)과 과다하게 납부된 원천징수세액 14(=20-6)로 구성된다. 따라서 수급자가 실제로 지급받은 가지급물 중 56을, 국가가 원천징수세액으로 납부된 가지급물 중 14를 각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 대상판결에서는 지급자가 원천징수세액 14를 국가로부터 환급받기로 하여 가지급물 반환신청에서 제외한 까닭에 이 부분 가지급물 반환주체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판시가 없었다. 3) 검토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나머지만을 지급하더라도 전체 소득금액 지급채무에 대한 변제로 유효하고(대법원 2001. 7. 10. 선고2001다16449 판결) 이는 가집행선고에 따른 지급이라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따라서 원천징수세액 20을 포함한 전체 소득금액이 지급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때 원천징수세액 20은 실제로 지급된 것이 아니라 지급된 것으로 인정될 뿐이므로 그 인정효과가 상실되었을 때 실제로 지급된 것과는 달리 취급된다. 대위변제가 성립하지 않은 경우 채무자가 아니라 변제금원을 수령한 제3자가 변제자에 대하여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부담하는 것처럼(대법원 1990. 6. 8. 선고 89다카20481 판결) 가집행선고가 취소되어 가지급물 지급의 변제효과가 상실된 경우 원천징수세액을 실제로 수령한 국가가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공제된 원천징수세액도 가지급물에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고 하여 수급자에게 공제된 원천징수세액에 대하여도 가지급물 반환의무가 발생한다고 봐서는 안 된다. 대상판결은 원천징수세액 부분도 가지급물 지급의 효력이 있고 가집행선고 취소에 따른 가지급물 반환대상이 된다고 본 것이고 이를 종래의 대법원판결에 비추어보면 지급자에 대한 원천징수세액 상당의 가지급물 반환의무(세액환급의무)는 국가에게 있음을 전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상판결이 별다른 설명 없이 "공제한 원천징수세액도 가지급물에 포함된다", "피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라고 설시한 까닭에 수급자의 가지급물 반환의무가 공제된 원천징수세액에까지 미치는 것으로 오해되고 있어 아쉽다. Ⅳ. 결론 수급자가 지급자로부터 지급받은 소득을 법률상 원인이 없는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할 경우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실제 수령금액을 반환하면 되고 이는 가집행선고의 취소에 따른 가지급물 반환에 있어서도 같다.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5다35270 판결은 가집행선고 판결에 따른 수급자에 대한 실제 금원의 지급과 국가에 대한 원천징수세액의 납부가 모두 가지급물 지급에 해당하고 가집행선고 판결이 취소된 경우 가지급물 반환의무로 수급자는 실제로 받은 돈을, 국가는 납부된 원천징수세액을 지급자에게 반환(환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해야 한다. 이정훈 고법판사(서울고법)
원천징수세액
가지급물반환
가집행선고취소
이정훈 고법판사(서울고법)
20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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