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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건축신고반려행위의 법적 성질
Ⅰ. 사실의 개요 1. 원고는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 임야 8,752㎡ 중 500㎡(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의 지상에 건축면적과 연면적을 각 95.13㎡로 하는 1층 단독주택을 신축할 계획으로, 2006.5.19. 경 피고(청주시 상당구청장)에게 이 사건 토지를 대지로 형질변경하여 위 건축을 하겠다는 내용의 개발행위허가신청 및 건축신고를 하였다. 2. 피고는 2006.6.23. '이 사건 토지에 접하는 진입도로가 녹지를 가로지르는 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38조 제1항,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43조, 도시공원 및 녹지의 점용허가에 관한 지침 규정에 의거 건축법상 진입로를 위한 완충녹지점용이 불가하므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8조 및 건축법 제33조의 규정에 의거 진입도로가 미확보되어 개발행위허가 및 건축신고가 불가하다'는 이유로 위 신청 등을 불허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이 사건 토지로 연결되는 진입로가 이미 개설되어 있으므로 진입로 미확보를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 관련법령 및 도시공원·녹지의 점용허가에 관한 지침에 의하면 녹지점용허가기준에 관하여 건축법상 도로로 사용하기 위하여 점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녹지점용을 허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원고로서는 이 사건 진입도로를 이용하기 위한 녹지점용허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Ⅲ. 제1심판결(청주지법 2007.7.11, 2006구합1611) 요지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주된 근거로 삼은 도시공원·녹지의 점용허가에 대한 지침 제4조를 보더라도, 녹지를 가로지르는 진입도로에 대하여는 '건축법상 도로'로 사용하기 위한 경우나 이면도로가 개설된 경우 등을 제외하고 일정한 요건 하에 그 점용을 허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원고는 이 사건 진입도로를 이 사건 토지에 이르는 진입로로 이용하고자 하는 것에 불과하고 도로를 개설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이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진입도로에 관하여 녹지점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Ⅳ. 원심판결(대전고법 2007.12.6, 2007누1536) 요지 제1심 판결은 정당하고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Ⅴ. 상고심판결(2008두167) 요지 1. 직권으로 본다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2. 건축주 등은 신고제하에서도 건축신고가 반려될 경우 당해 건축물의 건축을 개시하면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벌금의 대상이 되거나 당해 건축물을 사용하여 행할 행위의 허가가 거부될 우려가 있어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건축신고 반려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Ⅵ. 평 석 1. 판결의 긍정적 측면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건축신고반려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으로서의 처분"으로 인정하였다. 만시지탄이 있으나, 올바른 판단이다(상세는 김남진, "건축신고반려조치의 법적 성질", 법률신문 2000.12.28. 등 참조). 다른 학자가 본 판례에 대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으로 평한 것에 동조하는 바이다(김중권, 법률신문 2010. 12. 6. 참조). 대법원은 종래에 [건축신고의 반려행위 또는 수리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아니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소는 부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대법원 1967.9.19. 선고 67누71 판결, 대법원 1995.3.14. 선고 94누9962 판결, 대법원 1997.4.25. 선고 97누3187 판결, 대법원 1998.9.22. 선고 98두10189 판결, 대법원 1999.10.22. 선고 98두18435 판결, 대법원 2000.9.5. 선고 99두8800 판결 등)을 하였던 것인데, 본 판결(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의 견해와 저촉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되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2. 판결의 부정적 측면 본 사건에서 문제된 "건축신고반려행위"는 신고를 통해 초래된 건축금지해제의 효과를 배제하는, 혹은 거부하는 "행정청의 개별 구체적 규율"로서의 행정행위 또는 처분에 해당함이 분명하다(이에 관한 상세는 김남진/김연태, 행정법Ⅰ, 제14판, 186면이하 참조). 다른 학자가 이 사건에서의 신고반려행위를 禁止下命으로 보고 있음도 같은 취지이다(김중권, 전게 판례평석 참조). 행정소송법(및 행정심판법)은 "처분"에 대하여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제2조 제1항 2호)으로 정의해 놓고 있다. 본 사건에서의 "건축신고반려행위"가 "처분"에 해당함은 위 실정법규정 및 그에 대한 설명(김남진/김연태, 전게서, 746면이하 참조)에 비추어 볼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도, 대법원이 "건축신고반려행위의 처분성"을 설명하는데 불필요한 長廣舌을 늘어놓고 있음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아울러, 김남진, "대법원의 처분개념에 대한 의문", 법률신문 1999.12.13. 참조) 3. 확인적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활용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그 "신고반려행위의 처분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라고도 부연 설명해 놓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설명은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처분성)"을 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확인소송에 있어서의 확인의 이익 내지 원고적격"에 관하여 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이 기회에 "확인소송으로서의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활용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행정소송과 관련하여 항고소송(특히 취소소송)에만 메달리지 말고, - 특히 처분성이 명확하지 않은 행정작용에 대하여도 - "공법상의 당사자소송(특히 확인소송)을 활용함으로써 국민의 구제의 길을 넓히자고 하는 것이다(이에 관한 상세는 김남진, "처분성확대론과 당사자소송활용론", 고시연구, 2005.3; 同人, "행정상 확인소송의 가능성과 활용범위", 고시연구, 2005.5. 참조) 아울러 이 문제에 대한 다른 학자의 보다 깊은 연구(김현준, "처분성없는 행정작용에 대한 행정소송으로서의 확인소송", 공법연구 제37집 제3호, 2009. 2)를 참조할 것을 적극 권하는 바이다.
2011-02-10
가압류집행 후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이전과 개별상대효
1. 문제의 제기 민사집행법 제92조는 부동산의 권리를 취득한 제3자가 권리를 취득할 때에 압류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경우에는 압류에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압류의 처분금지효를 규정하고 있고, 가압류의 경우 동법 제291조에서 본압류에 관한 규정을 준용함으로써 가압류의 경우에도 처분금지효가 인정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런데,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집행 후 소유권이 변동된 경우 구 소유자의 채권자 또는 신 소유자의 채권자가 배당에 참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고, 이는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에 관하여 개별상대효를 취하느냐 절차상대효를 취하느냐에 따라 결론을 달리하게 된다. 문제는 대법원이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이 변동된 경우 가압류채권자의 우선변제적 효력까지 인정하고 있는 바, 이는 가압류채권자의 본래적 지위와 일치하지 않고 개별상대효를 지나치게 과장하여 해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가압류채권의 배당순위는 가압류에 의하여 보전된 피보전권리의 성질에 따라 그 피보전권리가 우선변제권이 있으면 배당절차에서도 우선변제를 받을 것이나, 이하에서는 편의상 우선변제적 효력이 없는 일반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한 부동산가압류가 집행되고 소유자가 변동된 경우에 배당참가자 및 배당방법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2. 가압류집행 후 소유권 변동과 배당에 참가할 수 있는 자 '구 소유자의 채권자'는 배당에 참가할 수 없다. 가압류 집행 후 가압류목적물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 그 강제집행은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이 미치는 객관적 범위인 가압류결정 당시의 청구금액의 한도 안에서는 집행채무자인 가압류채무자의 책임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절차이므로, 제3취득자에 대한 채권자는 당해 가압류목적물의 매각대금 중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의 금액에 대하여는 배당에 참가할 수 없다(대법원 1998. 11.10. 선고 98다43441 판결). '신 소유자의 채권자'는 배당에 참가할 수 있다.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집행 후 가압류목적물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 가압류채권자는 집행권원을 얻어 제3취득자가 아닌 가압류채무자를 집행채무자로 하여 그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강제집행을 실행할 수 있으나, 이 경우 그 강제집행은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이 미치는 객관적 범위인 가압류결정 당시의 청구금액의 한도 안에서만 집행채무자인 가압류채무자의 책임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절차라 할 것이고, 나머지 부분은 제3취득자의 재산에 대한 매각절차라 할 것이므로, 제3취득자에 대한 채권자는 그 매각절차에서 제3취득자의 재산 매각대금 부분으로부터 배당을 받을 수 있다(대법원 2005. 7.29. 선고 2003다40637 판결, 이우재, 대법원판례해설 제57호(2005하), 523면). 절차상대효설은 가압류와 저촉되는 처분행위는 당해 집행절차 전체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고 해석하여, 가압류채권자뿐 아니라 저촉처분 후 집행에 참가한 자도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을 원용하여 저촉처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고 보고, 환가 후 잉여금이 있으면 이를 '구 소유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가압류 집행 후 소유권이 변동된 경우, '구 소유자의 채권자'는 가압류채권자가 집행권원을 얻어 집행하는 절차에 편승하여 배당에 참가할 수 있는 반면 '신 소유자의 채권자'는 배당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대상판결은 개별상대효에 충실하다. 부동산소유권 변동은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만 구 소유자에 대한 강제집행절차이고, 나머지 부분은 신 소유자에 대한 강제집행절차라는 것이다. 3.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원고(=가압류채권자)는 1995년 10월18일 소외 갑(=구 소유자)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청구금액 15,500,000원의 가압류결정을 받고, 같은 달 19일 그 기입등기가 경료되었다. 1996년 1월12일 위 부동산의 소유권은 소외 을(=신 소유자)에게 이전되었고, 같은 해 3월25일 소외 병은 채권최고액 450,000,000원의 근저당권을 취득하였다. 1996년 1월24일 피고는 신 소유자인 을과의 사이에 보증금 55,000,000원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2월29일 전입신고, 3월5일 확정일자를 받았다. 원고는 갑을 상대로 한 본안소송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아 이를 집행권원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경매법원은 원고의 채권, 피고의 보증금반환채권, 근저당권자 병의 채권이 동일한 순위에 있는 것으로 보아 안분배당한 후 피고와 병 사이에서는 피고의 채권 전액에 달할 때까지 병의 배당액을 흡수시켰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배당이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취득하기 전에 가압류집행을 마쳤으므로, 먼저 원고의 청구금액을 배당한 다음 나머지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피고에게 배당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4. 검토의견 생각건대, 대법원의 위와 같은 결론은 가압류채권자의 우선변제적 효력을 인정하는 것인 바, 이는 가압류채권자의 본래적 지위와 일치하지 아니하고 부동산경매절차에서 배당순위를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할 것이다. 현재 문헌상으로는 배당에 참가할 자 또는 배당참가 방법(즉 부동산집행으로서 배당에 참가할지 아니면 신소유자가 받게 될 잉여금에 대한 채권집행의 방법으로 참가할지)에 관한 논의가 있을 뿐, 이러한 우선배당의 결과는 개별상대효의 해석상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황진효, 가압류가 본압류로 전이되기까지 사이에 가압류부동산의 소유권이 이전된 경우의 배당참가권자, 판례연구 11집(2000. 1.) 및 이우재 전게논문). 이러한 입장에 대해, 가압류에 처분금지효력을 인정하는 것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가압류집행 후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이 변동되었을 경우 가압류채권자의 지위가 강화되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고, 따라서 가압류채권자는 신 소유자에 대한 담보물권자와 평등한 지위에서 배당을 받아야 하고, 신 소유자의 소액임차인 등은 가압류채권자에 우선하여 배당받아야 한다는 이론이 있다(송인권, 가압류의 처분금지 효력에 관한 몇 가지 문제, 법조 55권 12호(2006. 12.)). 필자의 소견 역시 가압류채권자의 우선변제적 효력은 이를 부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첫째, 가압류채권자는 본래 배당절차에서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후순위 조세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자신의 배당액을 흡수당하는 지위에 있는 자이다. 예컨대, ① 가압류 ② 근저당 ③ 조세채권의 압류 순으로 된 경우의 배당에 관하여, 안분 후 흡수설에 의하면 근저당권자는 가압류채권자에 대하여 우선변제권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양자는 동등한 지위에 있다고 보아 일단 각 채권액에 비례하여 안분배당한 후, 조세채권자는 가압류채권자에 우선하므로 안분액에서 청구채권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에 한하여 가압류채권자의 배당액으로부터 흡수할 수 있다. 이처럼 가압류채권자의 배당절차상 지위는 견고하지 못하다. 둘째, 가압류집행 후 소유권이 변동되고 목적부동산이 강제집행에 나아간 경우, 그 부동산의 매각절차는 제3취득자(=신 소유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매각절차이고, 다만 가압류의 처분금지 효력이 미치는 청구금액의 한도 안에서 가압류를 수인하여야 하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면 족하다(이우재, 전게논문 534면). 즉, 하나의 물건을 가액으로 나누어 가압류청구금액 범위 내에서는 구 소유자에 대한 강제집행절차로, 나머지 금액은 신 소유자에 대한 강제집행절차로 나누어 소유권 귀속을 따질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목적부동산이 경매에 부쳐진 경우, 소유권 변동을 고려할 필요 없이 등기부상 나타난 권리관계의 순위 및 우선변제권 있는 채권자의 배당요구에 따라 배당을 실시하면 족하다 할 것이고, 여기에 가압류채권자의 우선변제적 효력까지 인정하는 것은 개별상대효를 지나치게 과장한 것이라 할 것이다. 셋째, 이러한 해석론에 의하면 가압류채권자의 지위가 구 소유자도 아닌 신 소유자의 채권자에 의해 침식당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가압류채권자의 배당절차상 지위가 애초에 그러하다. 즉, 소유권의 변동이 없는 경우에도, 가압류채권자는 가압류 후 설정된 근저당권자와는 동등한 지위에 있으므로 안분배당을 받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청구채권이 침식당할 것이 예정되어 있고, 자신보다 나중에 압류한 조세채권자로부터는 자신의 안분배당액을 흡수당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자이다. 이러한 결과는 가압류채권자에게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이고, 개별상대효와 필연적인 관계는 없다 할 것이다. 넷째, "가압류채권자는 본래 목적물이 양도되지 않았더라면 그 목적물이 일반채권자의 공동담보로서 다른 채권자의 배당가입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될 지위에 있고, 가압류는 그 상태에 있어서 강제집행을 보전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목적물이 양도된 경우 독점적으로 변제를 받아 양도되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커다란 이익을 향유하게 되고, 이와 같은 가압류채권자는 본래 우선변제를 받을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우선변제를 받는 셈이 되고, 법률이 가압류채권자에게 채무자의 처분행위를 부인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취지를 넘어 가압류채권자에게 필요 이상의 이익을 주게 된다(일최고재 소화 6. 12.8. 판결, 황진효 전게논문 564면에서 인용함)"는 점이다. 위 판시는 절차상대효설의 입장에서 '구 소유자의 채권자'가 배당에 참가할 수 있다는 논거로서 제시된 것이나, 개별상대효의 입장을 취하더라도 위 판시부분은 그대로 타당한 것이라고 해야 한다. 다섯째, 하나의 물건에 대한 강제집행절차를 소유자별로 나누어 살피는 것은 모순된 결과를 초래한다. 예컨대, ① 가압류 ② 주택임차인 ③ 소유권이전의 순으로 권리관계가 변동되었다고 가정할 때, 판례이론에 의하면 가압류채권자는 소유권 변동 이전에는 주택임차인과 동등한 지위에서 배당을 받게 되나, 소유권 변동 후에는 우선배당의 효과를 누리게 된다. 즉, 주택의 임차인이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갖춘 후 임차주택의 소유권이 양도되어 그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경우에는, 보증금반환채무도 부동산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므로 양도인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나 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한다(대법원 1996. 2.27. 선고 95다35616 판결, 전부명령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대법원 2005. 9.9. 선고 2005다23773 판결)는 것인바, 이러한 법리에 따르면 소유권 이전 후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주택임차인은 신 소유자의 채권자에 해당하고, 따라서 판례이론에 의하면 주택임차인은 가압류채권자가 우선 배당받고 남은 금원에 한하여 배당에 참가할 수 있다고 해석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가압류 이후 소유권 이전이라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배당관계가 달라진다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가압류 후 담보물권자의 배당참가가 부정되는 것은 오히려 절차상대설의 결론(황진효, 전게논문 561면)이라는 점에서 개별상대효의 입장에 충실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5. 결론 가압류 집행 후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이 이전되고 위 부동산이 경매에 부쳐진 경우, 개별상대효는 '구 소유자의 채권자'는 배당에 참가할 수 없고, '신 소유자의 채권자'는 배당에 참가할 수 있다는데 그쳐야 한다. 위 부동산의 경매절차는 어디까지나 신 소유자의 부동산을 매각하는 절차이고, 다만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가압류를 수인하여야 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우선배당의 효과는 인정될 수 없고, 가압류채권자는 신 소유자에 대한 채권자들과 함께 배당에 참가하여 그 순위에 따라 배당을 받게 된다. 그 결과 가압류채권자의 청구채권이 침식당할 수 있으나, 이는 가압류채권자에게 우선변제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부득이한 결과라 할 것이다.
2010-07-12
집합건물 경매와 대지권 성립 전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 소멸여부
1. 문제의 제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제20조(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일체성)는 "①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른다. ② 구분소유자는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다. 다만, 규약으로써 달리 정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취지는 집합건물의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이 분리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여 대지사용권 없는 구분소유권의 발생을 방지함으로써 집합건물에 관한 법률관계의 안정과 합리적 규율을 도모하려는 데 있다(대법원 2006. 3.10. 선고 2004다742 판결). 다만, 위와 같은 일체불가분성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구분건물의 대지사용권을 전유부분과 분리처분이 가능케 한 규약이나 공정증서가 있는 때에는 종속적 일체불가분성이 배제되어 전유부분에 대한 경매개시결정과 압류의 효력이 대지사용권에는 미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7. 6.10. 자 97마814 결정). 이러한 경우, 대지사용권을 가지지 못하는 구분소유자가 발생하게 되고, 그 전유부분의 철거를 구할 권리를 가진 자는 그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구분소유권을 시가로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집합건물법 제7조). 요컨대, 집합건물법상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분리처분은 강행법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집합건물법상 대지권 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대지만에 관하여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이 일체로서 경락되었다면,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은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함이 없는 한 소멸한다고 판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나대지상의 근저당권을 합리적 근거 없이 소멸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2.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상호신용금고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지번생략 대 287.5㎡(이하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서울지방법원 강남등기소 1991. 6.19. 접수 제61762호로 채권최고액이 750,000,000원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그 후 이 사건 토지 지상에는 철근콘크리트조 스라브 위 아스팔트 슁글 4층 다세대주택 1 내지 4층(지하 101호, 102호, 1층 101호, 2층 201호, 202호, 3층 301호, 302호, 4층 401호, 402호 9세대) 각 129.84㎡, 지하층 139.84㎡인 건물 1동(이하 '이 사건 다세대주택')이 건축되어, 서울지방법원 강남등기소 1992. 1.13. 접수 제2555호로 소외 1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졌고, 같은 날 이 사건 토지에 관해서는 이 사건 다세대주택의 대지권의 목적인 취지의 등기가 마쳐졌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① 지하 102호는 피고 1이 1994. 7.19. 서울민사지방법원 93타경3420 강제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4. 10.27.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② 4층 401호는 피고 2가 1993. 5.24. 서울민사지방법원 92타경22443 임의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3. 6. 28.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③ 4층 402호는 피고 3이 1993. 9.14. 서울민사지방법원 92타경40564 임의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8. 6.20.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지하 102호, 4층 402호의 낙찰허가결정문에는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이 포함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4층 401호의 낙찰허가결정문에는 그러한 기재가 없는 대신 "이 사건 등기부 표시란(대지권의 목적인 토지의 표시)에 기재된 토지에 대한 별도 등기(근저당권 1991. 6.19. 제61762호 7억5,000만원)는 존속시켜 이를 경락인이 인수하도록 한다"는 특별매각조건이 부가되어 있다. 대한상호신용금고는 1998. 10.15. 서울지방법원에 위 근저당권에 기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임의경매를 신청하였고, 서울지방법원은 1998. 11.9. 임의경매개시결정을 하였다(98타경84146). 2002. 6.20. 위 서울지방법원 98타경84146 임의경매절차에서 원고는 피고 1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과 피고 2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을, 선정자 2는 피고 3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을 각 낙찰받아 2002. 7.29. 각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한편, 위 임의경매절차에서 지하 101호 소외 2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 2층 201호 소외 3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 3층 302호 소외 4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은 소외 5가 각 낙찰받아 2002. 7.22.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대지권 등기는 2002. 7.22.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1층 101호(287.5분의 57.5), 2층 202호(287.5분의 27.37), 3층 301호(287.5분의 30.13)만에 관한 대지권이라는 취지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사실관계 하에서 원고는 피고 1, 2에 대하여, 선정자 2는 피고 3에 대하여 각 토지사용료를 청구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구 민사소송법(2002. 1.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608조 제2항 및 현행 민사집행법 제91조 제2항에 의하면 매각부동산 위의 모든 저당권은 경락으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집합건물의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사용권인 토지공유지분이 일체로서 경락되고 그 대금이 완납되면, 설사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별도등기로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이라 할지라도 경매과정에서 이를 존속시켜 경락인이 인수하게 한다는 취지의 특별매각조건이 정하여져 있지 않았던 이상 위 토지공유지분에 대한 범위에서는 매각부동산 위의 저당권에 해당하여 소멸한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지하 102호, 402호의 경매절차에서 피고 1, 피고 3이 각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권도 경락받았고, 이때 이 사건 토지 중 위 각 피고가 취득한 대지권 지분에 관한 대한상호신용금고의 근저당권도 이미 소멸한 것이다(=원고, 선정자 2의 피고 1, 3에 대한 청구기각). 한편, 401호의 경우 피고 2는 대한상호신용금고의 근저당권을 경락인이 인수한다는 특별매각조건하에 위 401호를 그 대지권과 함께 경락받은 것이므로, 피고 2는 그 후 401호의 대지권에 해당하는 토지공유지분을 경락받은 원고에게 토지사용이익의 부당이득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의 피고 2에 대한 청구인용). 4. 검토의견 생각건대, 이 문제를 오로지 특별매각조건의 문제로 풀어내는 것은 지나치게 도식적인 해결책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집행법원이 낙찰허가결정서에 특별매각조건으로 일정한 사항을 기재하는 것과 무관하게 경락인이 인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집행법원이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하는지 여부에 따라 실체적 권리관계가 변동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본건과 같이 토지만에 관하여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집합건물이 건축되고 각 세대별 소유권보존등기 및 대지권 등기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집합건물등기부등본 표제부 '대지권의 표시'란에는 "별도등기 있음"으로 공시되어 있고, 누구든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에 설정되어 있는 권리관계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401호의 경우에 비추어 보건대, 집합건물등기부상 "별도등기"로써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존재를 알 수 있었음이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경매법원의 낙찰허가결정에 이 사건 근저당권의 인수여부에 관한 기재가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들이 근저당권의 제한 없이 각 세대의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권까지 낙찰받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대법원 2007. 4.13. 선고 2005다8682 판결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바,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이미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가압류결정이 집행되어 있는 경우 그 이후 집합건물이 신축되고 각 세대별 소유권보존등기 및 대지권등기가 경료되고, 이후 이중 일부 세대에 관한 경매절차에서 낙찰받은 자는 위 가압류의 부담을 인수한다고 판시하고 있고, 이러한 법리는 이 사건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 2005다8682 판결에 대한 해설(이규진, 부동산 신소유자의 채권자가 경매신청을 한 경우 선순위가압류등기가 말소촉탁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대법원 판례해설 제67호, 740면)이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낙찰허가결정에서 선행가압류등기의 존부 및 인수여부에 관한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경락인이 가압류의 부담이 없는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또한 굳이 그 조건을 분류하자면 특별매각조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일 뿐 실무에서 특별매각조건으로서 운용되었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이 사건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지하 102호 및 402호의 경우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이 포함된 점이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르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보이나, 이는 근저당권의 존속여부와는 무관하다 할 것이다. 구분건물에 대한 경매에 있어서 비록 경매신청서에 대지사용권에 대한 아무런 표시가 없는 경우에도 집행법원으로서는 대지사용권이 있는지 조사해야 하고, 그 결과 전유부분과 불가분적인 일체로서 경매의 대상이 되어야 할 대지사용권의 존재가 밝혀진 때에는 이를 경매 목적물의 일부로서 경매 평가에 포함시켜 최저입찰가격을 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입찰기일의 공고와 입찰물건명세서의 작성에 있어서도 그 존재를 표시해야 할 것인 바(대법원 1997. 6.10.자 97마814 결정), 대지사용권은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르는 것이므로 일괄경매를 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전유부분과 대지지분이 일체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전유부분에 대한 경매개시결정과 압류의 효력이 당연히 종된 권리인 대지사용권에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구분건물의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을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반면 경락인이 구분건물을 취득하면서 대지권의 가치까지 지불하였다고 하여 이로써 대지권 성립 이전에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저당권을 소멸시킬 수는 없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매각부동산 위의 모든 근저당권은 경락으로 소멸한다는 민사집행법 제91조 제2항을 들어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된 근저당권이라도 토지공유지분에 대한 범위에서는 매각부동산 위의 부담에 해당하여 소멸하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본래 나대지상에 설정된 근저당권자는 근저당권의 교환가치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경우, 대지상의 건물 축조의 중지까지 구할 수 있는 방해배제권능을 갖는 권리(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3다58454 판결)라는 점과도 일치할 수 없는 결론이 아닐 수 없다 할 것이다. 5. 결론 집합건물의 등기부에 대지권을 표시하면서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각종 부담을 공시하는 이유는 집합건물을 취득하는 자를 보호함에 있는 것이고, 집합건물의 표제부에 "별도등기 있음"으로 기재하여 이러한 제한물권 또는 가압류 가처분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은 그 이후 이루어진 개개의 집합건물에 대한 경매와는 상관없이 별도등기로써 공시된 물권으로 존속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결과는 구분건물의 경매절차에서 그 인수여부가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하여져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고, 각 집합건물의 경매절차에서 경락인이 대지권의 가치까지 지불하였는지 여부와도 무관하다 할 것이다. 대상판결에 의하면 대지권 성립 전에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던 근저당권이 그 후에 건축된 집합건물의 대지권 등기 및 집합건물에 대한 한 차례 경매로 인하여 소멸한다는 기이한 결과가 되는 바, 이는 합리적 근거 없이 근저당권이 소멸시키는 것이므로 그 결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010-03-15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허용이 신의칙·사회정의에 반하지 않는다는 사례
Ⅰ. 사실관계와 판결요지 1. 사실관계 X(원고, Y의 처)와 Y(피고, X의 남편)는 1990년 12월12일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로서 그 사이에 사건본인 S1(1993년생)갨2(1994년생)를 출산하였는데, X는 Y의 잦은 음주와 외박으로 원만하지 않은 혼인생활을 하던 중 1997년 11월30일 가출하여 따로 생활하다가 2003년 9월30일 Y의 설득으로 다시 집으로 들어 왔으나 한달 만인 2003년 10월30일 다시 가출하였다. X가 잠시 가정에 복귀한 기간을 제외하고, 11년이 넘게 X와 Y는 각자의 주거지에서 별개로 생활해오다가 X는 2007년 초에 소외 M과 현재까지 동거하면서 그들 사이에 2009년 2월12일 다리가 기형인 딸(D)을 출산하였다. S1갨2들은 X갳의 별거기간동안 Y의 어머니(G)의 도움으로 양육하여 왔으며 원심변론 종결일에 S1갨2는 각 고교 1학년, 중학교 3학년생으로 성장하였다. 이 사건 조정기일에서 X는 D의 치료·양육을 위해 가족관계등록을 하는데 장애가 되는 Y와의 혼인의 해소를 주장하였고 Y는 X의 가정복귀를 원하여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이에 제1심판결은 X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원심(광주고법)은 2009년 6월5일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X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Y가 상고하기에 이르렀다. 2. 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의 요지(1심판결의 취소·이혼) : 부부의 별거가 상당히 장기간에 이르고 부부간의 어린 자녀가 없는 경우라면, 상대방이나 자녀가 이혼으로 인하여 정신적·사회적·경제적으로 심히 가혹한 상태에 처하게 되는 등 이혼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현저하게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는 이유만으로 당해 청구가 허용될 수 없다고 해석해서는 아니된다(각판공보, 2009. 8.10.). 대판요지(상고기각) : 원고와 피고사이의 11년이 넘는 장기간의 별거,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사실혼관계 형성 및 자의 출산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원고와 피고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하여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와 피고의 혼인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 Ⅱ. 판례평석 1. 머리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란 혼인관계의 파탄에 전적으로 주로 책임있는 배우자로부터 그 파탄을 이유로 하는 이혼청구이다. 이 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신의칙·사회정의'의 관점에서 인용함으로써 종래의 소극적 파탄주의에 한정되어 왔던 입장에서 커다란 전환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논고는 본 판결의 의의와 금후의 과제에 관하여 고찰한다. 2. 판례연구 (1) 본 판결에서의 논의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종래 판례입장의 전환 여부와 본 판결의 '이혼파탄주의 법리'로의 전환여부이다. 또한 청구인과 소외인(M)과의 신분관계가 '사실혼'이냐 하는 점이다. (2)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종래의 판례입장(기각)의 전환 여부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판례·학설의 동향 판례의 동향 : 대법원의 1965. 9.21. 판결(65므37)은 축첩한 청구인의 이혼청구를 정면으로 배척한 소극적 판결의 효시이었다. 대법원의 1987. 4.14. 판결(86므28)은 상대방이 혼인계속의 의사가 없으면서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상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하고 있다(법원공보 801호: 같은 취지; 대판 1996. 6.25. 1994므741). 학설의 동향 :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하는 '일반론'의 안이한 적용은 엄격하게 좁혀야 하고 피고에게 이혼의사가 명백한 경우에는 배척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김주수, 친상법 p203~ 204)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할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의 별거기간이 지나면 유·무책사유와 관계 없이 이혼을 허용함이 타당하다는 견해(한봉희, 가족법 p161)가 주류이다. 그밖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자의 이익을 위해 일정기간, 이혼을 유예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이희배, 가족법학논집 p1,046~ 1,049). 외국의 판례 : 일본최고재판소의 1987. 9.2. 판결(소화61오260호)은 부부의 별거가 상당히 장기간 등의 경우에는 이혼청구를 용인함이 사회정의에 반한다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유책배우자의 청구란 한 사유만으로 불허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다(川井 健, 강좌 현대가족법, 2권 p216~219) 2) 종래의 판례 입장 전환여부 가) 종래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판례의 입장 대법원의 종래 판례의 입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기각하였으며(대판 1989. 10.24. 89므429), 예외로 인용하는 입장이었다. 즉, 피청구인의 이혼의사가 명백한 경우(대판 1987. 12.8. 87므44), 오기 보복적 반감으로 표면상 이혼에 불응하는 경우(대판 1987. 9.22. 86므87), 청구인의 유책성이 피청구인보다 가벼운 경우(대판 1990. 3.27. 88므375), 유책행위와 파탄과의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대판1988. 4.25. 87므9), 청구인용이 사회정의에 반하지 않는 경우(서가판 1999. 5.27. 98드32995; 일본최고재판 1987. 9.2. 소화61오260호) 등을 들 수 있겠다. 나) 본건 대판의 입장 전환 원심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현저히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청구인용의 판시를 하고 있다. 본건 대판도 신의칙에 비추어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용의 판결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취지의 판결은 대법원 판결로서는 본 판결이 처음인 것 같다. 이 판결의 의의는 원칙적 이혼규범의 2중상태가 수정되어 종래의 재판규범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변경'의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즉, 제한적 파탄주의(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를 극복하고 전면적 적극적 파탄주의를 지향한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3) 본 판결의 '이혼파탄주의법리'로 전환여부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인용의 배경 본 판결은 원고의 유책성을 '신의칙'에 입각하여 그 중대성 여부를 판단하였고 원심판결에서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사회정의'에 비추어 그 인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본 판결은 전면적 파탄주의에 입각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종래의 오랫동안 제한적 파탄주의에 한정하고 있던 판례의 태도에 '변경'을 가져온 섬세한 조정의 역할을 하였으며 우리나라 이혼법에 커다란 전기가 되었다는 점에 그 역할의 의의를 인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2) 이 판결을 계기로 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대해서는 '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의 태도에서 진일보 하여 '원칙적 인용-예외로 이혼유보'의 방향의 발전을 거쳐 종국적으로는 전면적 파탄주의로의 발전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3. 여론 청구인과 소외인(M)과의 신분관계는 혼인신고 가능상태가 아닌 점에서 '사실혼'이 아니고(대판 1987. 2.10. 86므70, 대판 1978. 10.3. 78므37, 대판 1984. 8.21. 84므45 참조), 피청구인과의 이혼합의 없는 일방적 별거 중이므로 '중혼적 사실혼'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이해된다(대판 1996. 9.20. 96므530 참조 : 이희배, 가족법판례연구 p481~482 참조). 4. 맺는말 이 판결의 의의는 원칙적 이혼규범의 2중상태가 수정되어, 종래의 재판규범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변경'의 역할을 하였다고 할수 있다. 또한 제한적 파탄주의(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에서 발전하여 전면적 파탄주의를 지향한 진일보한 판결이라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판결은 전면적 파탄주의에 입각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종래의 오랫동안 제한적 파탄주의에 한정하고 있던 판례의 '변경'을 가져 온 섬세한 조정의 역할을 하였으며, 우리나라 이혼법 발전에 커다란 전기가 되었다고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2010-03-08
입찰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 기준
1. 들어가며 2001년부터 약 9년간 계속되었던 군용 유류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얼마 전 선고되었다.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실제 손해와 가장 가까운 금액을 산정하기 위한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많은 자료와 공방이 오고갔다. 필자는 국가측의 항소심 소송수행자로서 위 판결의 내용과 의미를 정리하여 향후 유사사례 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본 판례평석을 기고하게 되었다. 2. 사실관계 피고들인 주식회사 A,B,C,D,E는 국가인 원고에게 군용유류를 납품하는 정유 업체이다. 군용유류 구매절차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계법'이라 한다), 같은 법 시행령(이하 '국계령'이라 한다)의 적용을 받는데, 원칙적으로 경쟁입찰에 의한다. 원고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피고들과 입찰을 통하여 75건 금액 합계 약 712,845,810,000원(1998년 약 320,303,582,000원, 1999년 약200,132,950,000원, 2000년 약 192,409,278,000원)의 군용유류 구매계약을 체결하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피고들이 위 기간 동안 입찰물량을 나누어 낙찰받기로 한 후, 유종별 낙찰예정업체, 낙찰단가, 들러리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하고, 그 합의된 내용대로 응찰하여 원고와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 규제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 제1호에 정한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고 보아 피고들 합계 약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이후 피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결과적으로 납부한 과징금은 총 936억 1000만원이다.) 이와 더불어 피고들 및 피고들의 경영이사들은 독점규제법위반죄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이 판결은 확정되었다. 원고는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피고들에게 165,967,357,805원(그 중 82,857,611,115원은 98년분, 66,596,222,979원은 99년분, 8,965,745,626원은 2000년분) 및 지연손해금을 청구하였다. 3. 사건의 쟁점 및 손해액 산정의 방법론 가. 사건의 쟁점 피고들의 담합행위 여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 및 관련 판결에 의해 확정된 이상 피고들의 위법한 담합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그 책임 범위는 '피고들의 담합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가격'(낙찰가격)과 '피고들이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으리라고 인정되는 가격'(경쟁가격)과의 차액이 될 것인데, 이 사건에서는 피고들의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을 추정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었다. 나. 손해액 산정의 방법론 1) 표준시장 비교 방법(원고측 제시) 표준시장 비교 방법(yarkstick method)은 입찰 담합이 없었던 시장을 표준으로 삼아서 그 시장에서의 가격과 입찰 담합이 있었던 시장에서의 가격을 비교함으로써 담합으로 인한 가격 인상분을 파악하여 손해액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원고는 피고들에 의하여 과점되고 있는 국내 유류시장의 특성상 유류 시장 전체에 걸친 가격 담합이 존재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국내 유류 시장을 기준으로 경쟁 시장 가격을 산정할 수는 없고, 아시아 최대의 유류 완제품 국제 시장인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유류를 구입하여 국내에서 원고에게 공급할 때까지 드는 비용을 산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형성된 거래가인 MOPS 가격에 운임보험료, 신용장 개설료, 통관료, 국내운반비, 저유비, 품관비, 첨가제가격, 일반관리비, 이윤, 석유기금, 관세 등의 부대비용을 더하여 가상의 경쟁시장 가격을 추정하였다.(이하 'MOPS 가격 비교 방법'이라 한다) 2) 중회귀분석을 통한 이중차분법(감정인단 및 피고들 제시) 감정인단 및 피고들은 통계학적 추론방법을 적용한 계량경제학적 분석방법, 즉,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변수로 설정하고 중회귀분석(multiple regression analysis)이라는 통계학적 추론방법을 사용함으로써 담합이 가격에 미친 영향과 담합 이외의 경제적 요인들이 가격에 미친 영향을 분리하여,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but for price)을 추정해 내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4. 1심 및 대상 판결의 요지 가. 1심 판결의 요지(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1. 23. 선고 2001가합10682 판결) 1심은 ① 완전경쟁시장(싱가포르 현물시장)을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하게 되면 결국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과의 차액'이 아닌 '완전경쟁시장에서 형성되었을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과의 차액 전체'를 피고들에게 부담시키는 결과가 되며, ②군납 유류시장과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특수성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변수들의 효과를 적절히 감안하지 아니한 채 두 시장을 단순히 비교하는 표준 시장 비교 방법은 타당하지 않다고 하면서, 이 사건에서는 낙찰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을 도입한 중회귀분석 모형을 설정한 다음 이중차분법에 따라 담합의 효과를 추정해내는 방법, 즉 '중회귀분석을 통한 이중차분법'에 의하여 손해액을 계산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라 1심 법원은 감정인단의 결과를 원용하되, ①추정모형으로는 통상 최소자승법(ordinary least squares method)을 채택하고, ②담합효과는 1998년과 1999년은 동일하게, 2000년은 이와 다르게 설정하는 모형을 채택하며, ③유찰수의계약 자료는 모두 모형에서 제외하는 변형을 가하여 최종적인 손해액을 80,997,385,398원으로 계산하여 판결하였다. 나. 대상 판결의 요지 항소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변경하였다. 즉, 계량경제학상의 중회귀 분석을 통한 손해액 산정 방법이 그 자체로서 매우 합리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①경제적 논증에 대한 규범적 통제의 어려움, ②이 사건 각 모형에 의하여 추정된 각 손해액의 편차가 5.5배를 초과할 정도로 매우 큰 점, ③우리의 손해배상제도가 3배 배상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계량경제학적 손해액 산정 방법을 도입할 경우 위와 같은 불확실성의 혜택(benefit of doubt)이 피고들에게 돌아가 과소 배상의 위험이 있어 이 사건 손해액의 산정 방법으로 위 방법을 채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이 있다고 하였다. 한편,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에 대하여는 ①원고의 산정 방식의 현실 적합성에 대하여 9년에 걸친 비교자료를 활용할 수 있었는바, 담합이 없었던 2001년 내지 2009년까지의 유종별 실제 낙찰 평균가는 MOPS 가격 비교 방법에 따른 경쟁가격 평균가의 94.39% 내지 103.72%사이에서 결정되어 그 정확도가 매우 높고, ②국내의 대량수요처 및 원고도 예정 가격 결정시 MOPS 가격 비교 방법을 기초 자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③분석자의 가치관과 무관하게 객관적 현실에서의 적합성을 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을 담합 기간의 가상 경쟁 가격을 추정하는 일응의 기준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판시를 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이에 따라 원고의 산식을 기준으로 통계적 편차를 반영하여 최종적인 손해액을 130,992,430,066원(1998년은 73,994,790,469원, 1999년은 60,657,670,018원, 2000년은 6,657,089,641원)으로 확정하였다. 5. 평석 가. 판결 이유 분석 불법행위 손해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한다(차액설). 이러한 대전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원·피고들은 담합행위(이 사건에서의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가상 경쟁가격을 각자 다른 방식에 의해 추정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가상 경쟁가격을 정확하게 산출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법원은 손해액 산정에 다소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위 손해액 산정은 이론적 근거와 자료의 뒷받침 아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여 정당하게 추정되었다고 평가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법리의 이면(裏面)에는 피고들의 잘못된 행동이 정확한 손해액을 산정하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원고의 손해액 입증책임(burden of proving)은 그만큼 경감되어야 하고, 그만큼의 부정확성은 잘못한 행동을 한 자가 감수하여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참고로 이러한 측면은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추정 법리가 발달한 미국법원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고전적인 원칙(ancient principle)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법원은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이 위에서 보았던 이유에 따라 현실을 개연성 있게 반영할 수 있고, 그 결과 또한 신뢰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한편, 법원은 계량경제학적 방법이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을 추정하는 방법으로서의 훌륭함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량경제학적 방법은 그 자체로 방법적·현실적 한계가 있다. 즉, 이 사건에서 유류가격 형성에 미치는 변수는 연구진 마다 15개에서 20개가 제시되었으며, 분석자의 가치관에 따른 변수선택으로 모델 구성이 달라져 그 결과는 5.5배가량의 차이를 낳았다.(18,841,570,000원에서 112,008,785,163원의 스펙트럼이 존재하였다) 여기서 법원은 어느 모델이 정답이라고 평가하기 곤란하며, 모델을 선택한 후 그 변수를 변경하는 것(1심 법원)은 합리적인 규범 판단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본 것이다. [변론 과정에서 미국의 유사 사례로서, 법원은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서 다양한 변수의 통제가 어렵다면 계량 경제학적 방식을 채택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시가 제시된 바 있다.(Miller v. Holzmann, 563 F.Supp.2d 54,109)] 나. 평가 본 판례는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 방법에 관하여 일종의 표준시장 비교 방법을 채택한 선진적인 사례이다. 법원은 계량 경제학적 방식의 그 자체의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의 현실적 적용의 어려움을 지적하면서, 표준시장 비교 방법의 합리성과 현실적합성을 실증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하였다. 또한 본 사건은 전문 감정에 대해서 법원의 규범적 평가의 범위가 어디까지여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판시하였는바, 전문·기술적 소송이 점차 증가하는 요즘의 추세에서 전문·기술적 감정을 어떻게 통제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2010-02-01
영업권 양도와 부당행위계산부인 적용문제
1. 서론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 간에 영업권을 양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영업권의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당사자 간에 합의한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 그 가격이 적정한지 여부를 조사할 것이다. 조사 결과 그 가격이 과세관청이 계산한 것과 비교하여 차이가 있으면 “자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매입하거나,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양도한 경우”(법인세법시행령 제88조 제1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과세관청은 거래가격을 부인하고 법인세를 추징한다. 한편 영업권 양도거래는 시가로 인정할 만한 “해당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해당 법인이 특수관계자 외의 불특정다수인과 계속적으로 거래한 가격 또는 특수관계자가 아닌 제3자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법인세법시행령 제89조 제1항)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과세관청과 사이에 마찰이 자주 발생하는 분야이다. 대상판결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고, 거래 당시에도 순손실이 나는 기업의 영업권 평가에 관한 문제를 다룬 것으로서 선례적 가치가 있다. 2.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언론사가 계열사로부터 잡지사의 영업권을 9억원에 양수한 계약이 문제되었다. 대법원이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① 이 잡지는 10여년 전에 창간된 이래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고 유효 독자비율이 80%에 이르러 다른 주간지에 비해 우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② 원고가 영업권을 인수한 이후 계속하여 당기순이익을 달성하고 있다, ③ 영업권 평가를 내부손익자료에 기초한 관리회계방식에 따랐다고 하여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④ 만일 장부상의 순자산가치만을 기준으로 청산대금을 산정했더라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관계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지적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 ⑤ 법원이 시행한 감정결과상 감정가액도 이 사건 거래가액을 상회한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상표권이 포함된 이 사건 영업권의 가치를 9억원으로 산정하여 인수한 것은 고가매입이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은 상속세및증여세법상의 영업권 평가액이 0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거래대상이 경제주간지로서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는 경쟁력 있는 영업권이라는 특수성, 거래시 회사내부손익자료를 바탕으로 영업권 가액을 산정한 경위, 영업권 인수 이후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실제 영업실적, 재판과정에서 의뢰한 영업권에 대한 감정결과가 거래가액보다 높게 평가되는 점을 종합하여 영업권을 9억원으로 한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가. 영업권의 의미와 평가방법 영업권은 “그 기업의 전통, 사회적 신용, 그 입지조건, 특수한 제조기술 또는 특수거래관계의 존재 등을 비롯하여 제조판매의 독점성 등으로 동종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말한다”(대법원 1985. 4.23. 선고 84누281 판결 등). 따라서 영업권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실제 거래도 빈번하다. 통상 영업권의 평가는 회계법인이 한다. 이 사건에서도 1심 법원의 감정촉탁에 따라 회계법인이 잡지사에 대한 영업권을 평가하였고, 그 결과 영업권 가액은 12억원이었다. 영업권 평가방법은 일반적으로 초과이익환원법과 현금흐름할인법이 많이 이용된다. 초과이익환원법은 장래의 초과이익을 자본화한 현재가치로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고, 현금흐름할인법은 기업의 장래 영업활동에 의한 추정현금흐름을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현재가치로 전체 기업가치를 산정한 다음 여기에서 당해 기업 순자산의 공정가치를 차감하여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다. 이 사건에서는 초과이익환원법이 적용되었다. 즉 영업권의 가치=[예상평균순이익-(순자산×정상이익률)]÷초과이익환원율의 공식이다. 판례도 초과이익환원법 적용이 적법하다는 전제하에,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합병하여 그 영업상 기능 내지 특성을 흡수함으로써 합병 전의 통상수익보다 높은 초과수익을 갖게 된다면 합병 후 높은 수익률을 가져올 수 있는 피흡수회사의 무형적 가치는 영업권이라 보아 무방하다”(대법원 1986. 2.11. 선고 85누592 판결)고 함으로써 영업권 평가시점 이후에 발생할 수익을 초과수익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나.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법리와 실무 부당행위계산부인이란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의 거래에 있어 정상적인 경제인의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인세법시행령에서 정한 여러 거래형태를 빙자하여 남용함으로써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경감시켰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과세권자가 이를 부인하고 법령에 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객관적이고 타당하다고 보이는 소득이 있는 것으로 의제하는 제도”이다. 이는 경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거래형식을 취함으로 인하여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하였다고 인정될 때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경제적 합리성 유무에 대한 판단인데, 판례는 “거래행위의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과연 그 거래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한 비정상적인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되 비특수관계자 간의 거래가격, 거래 당시의 특별한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7. 12.13. 선고 2005두14257 판결 등). 이러한 법리는 확립된 판례의 입장이고, 실제 소송에서는 구체적 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해명과 그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합리성이 없다는 과세관청의 주장이 교차된다. 다.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의 처리 특수관계자 간에 거래가 발생하였으나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법인세법령상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감정평가법인이 감정한 가액에 의하고, 그마저도 없는 경우에는 상증세법에 의한 평가가액에 의한다. 과세관청은 거래가액을 감정가액이나 평가가액과 비교하여 차이가 발생하면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령에서 시가를 산정하는 방법을 규정한다고 하여 이를 부당행위계산부인과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부당행위계산부인은 경제적 합리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바, 이에 대한 판단 없이 평가가액과 거래가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만으로 문제 삼는 것은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둔 취지와 맞지 않고 확립된 판례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과세관청의 이러한 논리는 시가는 어떤 특정한 절대수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오해한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과세관청은 과세처분 당시에는 감정가액이 존재하지 않았고 상증세법으로 영업권을 평가하면 0원으로 평가되는데 당사자들이 영업권을 9억원으로 평가하여 거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과세관청은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당기 순손실이 수년간 발생하고 있었고,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는 점을 근거로 하였으나 이러한 판단은 영업권의 특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즉 과세관청으로서는 이 사건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영업권 인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종합적인 검토를 했어야 했음에도 평가시점을 기준으로 한 검토에 그친 잘못이 있다. 라. 당기순손실 발생과 영업권 가치 영업권의 본질이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면 점을 고려하면 수년간 당기순손실을 본다고 하여 곧바로 영업권 가치가 없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회사는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화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특정기간에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장래 그 회사의 전망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나타난 결과만으로 영업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영업권의 특성에도 맞지 않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영업권을 평가해야 할 것이고 거래 이후 실제로 발생한 영업실적도 고려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를 할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외부 감정기관을 활용해야 할 것이지 상증법상의 평가가액과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바로 과세할 것은 아니다. 마. 다른 법령에 대한 종합적 고려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조세법적인 측면 이외에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령의 측면에서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특정한 거래를 하면 그 거래효과는 특정한 법률이나 특정한 정부기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과세관청이 고가매입이라고 보는 경우에도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기관은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국가기관간에 특정 기관의 평가가액을 다른 기관이 존중해 준다는 법령상 근거가 없는 이상 거래가액 산정에 대한 위험을 회사에 부담시키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대상판결도 과세관청 주장대로 거래하였더라면 오히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특수관계자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잡지사를 영업권 0원으로 양수하는 경우에 거래의 공정성이 의심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은 당해 거래를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지 못하고 과세처분이라는 일면에서 본 잘못이 있다. 바. 소송시 유의점 처분 당시에는 시가로 볼 만한 거래가액이나 감정가액이 없는 경우라도 소송과정에서 이러한 가격을 찾을 수 있다. 판례는 소송 중에 소급 감정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감정신청을 통하여 새로운 가액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감정신청을 할 경우에는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주장하여 이를 감정결과에 반영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최근 판례를 소개한다. 조세를 부과함에 있어 과세관청이 시가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하여 평가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시가가 입증된 때에는, 그 시가에 의한 정당한 세액을 산출한 다음 과세처분의 세액이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지 여부에 따라 과세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여기에서 시가라 함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한 가액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격도 시가로 볼 수 있고, 그 가액이 소급감정에 의한 것이라 하여도 달라지지 않는다(대법원 2008. 2.1. 선고 2004두1834 판결). 4. 결론 대상판결은 영업권이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는 성질을 고려하여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과 이 경우 부당행위계산부인에서는 거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경제적 합리성이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판결의 이유와 결론에 모두 찬성한다. 법치주의 확립 및 납세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타당한 판결이라 생각한다.
2009-11-02
대표자의 횡령과 자세
Ⅰ.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코스닥상장법인인 F 주식회사(이하 ‘대상회사’)의 대주주였던 A는 2001년 7월13일 소유하고 있던 대상회사 주식 5,450,320주(발행주식의 54.8%)를 B에게 금 270억원에 양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양수인 B는 약정기일까지 위 주식 양수대금 중 일부를 마련하지 못하게 되자 2001년 8월21일 우선 H 주식회사로부터 액면금 84억원의 당좌수표 1매를 빌려 양도인 A에게 교부하였고, 다음날 대상회사의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대표이사를 B의 하수인으로 교체한 후 그로 하여금 대상회사의 예금계좌에서 84억원을 인출하여 H 주식회사의 당좌예금계좌에 입금하게 함으로써 위 당좌수표가 결제되게 하는 방법으로 주식 양수대금을 지급하였다. B는 2002년 3월경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대출 혐의로 구속되자 같은 달 22일 보유하고 있던 대상회사 주식 2,794,930주를 C에게 양도하였고, C는 같은 날 대상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2003년 4월3일 해임되기까지 사이에 대상회사의 융통어음을 남발하는 방법으로 약 214억원을 횡령하였다. 이에 과세관청은 B와 C의 횡령액을 익금산입하고 상여처분하여 2005년 7월6일 대상회사에 대하여 2003 사업연도 2억3,500만원의 부과처분 및 2001년 귀속소득 84억원, 2002년 귀속소득 214억원의 각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였다. Ⅱ. 판결의 요지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9년 12월24일 선고 98두7350 판결, 대법원 2001. 9.14. 선고 99두3324 판결 등 참조). 여기서 그 유용 당시부터 회수를 전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대하여는 횡령의 주체인 대표이사 등의 법인 내에서의 실질적인 지위 및 법인에 대한 지배 정도, 횡령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횡령 이후의 법인의 조치 등을 통하여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인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러한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법인이 입증해야 한다. Ⅲ.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1. 소득처분 및 원천징수의 개요 결산서상 당기순이익에 대하여는 상법의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그 귀속자가 결정되는바, 이익의 일부는 배당금 등으로 사외로 유출되어 주주 등에게 귀속되며, 일부는 이익준비금이나 임의적립금 등으로 사내에 유보된다. 이와 같이 당기순이익에 대하여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귀속자를 결정하는 것처럼 세무상 소득(각 사업연도소득)에 대하여도 그 귀속자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결산서상 당기순이익에 대하여는 상법의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귀속자를 결정하였으므로, 당기순이익과 세무상 소득의 차이인 세무조정사항에 대해서만 귀속자를 결정하면 소득 전체에 대한 귀속자의 결정이 완료된다. 이와 같이 세무조정사항의 귀속자를 결정하는 절차를 소득처분(所得處分)이라고 한다. 한편 법인세법에 따른 소득처분도 상법의 이익처분과 유사하게 사외유출(社外流出)과 유보(留保)로 크게 나누어지고, 사외유출은 다시 배당·상여·기타사외유출·기타소득으로 나누어지는데, 특히 세무상 소득이 사외유출된 경우 중에서 그 소득의 귀속자가 법인의 임원 또는 사용인인 경우에는 ‘상여’로 처분한다(실무상으로 이를 「인정상여」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상여로 소득처분하면, 소득처분한 법인은 그 귀속자인 임직원에게 인정상여에 대한 소득세를 원천징수 해야 하고, 동 상여처분 금액은 소득세법상 갑종 근로소득에 해당하므로 그 임직원은 인정상여를 종합소득에 포함하여 신고해야 한다. 2. 사용인의 횡령의 경우 사용인(대표이사가 아닌 기타 임원 포함)의 횡령의 경우, 회사가 당해 사용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제기 등의 법적 절차를 통해 횡령금액을 회수하려고 하였음에도 횡령인의 무자력 등으로 이를 회수하지 못한 때에는 동 횡령액은 대손처리 등의 방법을 통하여 손비로 인정받을 수 있고, 이때 동 횡령액을 동 사용인의 근로소득으로 보지 아니하므로 이를 상여로 처분하지 아니한다. 이는 법인세법 기본통칙 및 국세청의 유권해석을 통해 과세관청의 일관된 실무 및 관행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의 경우 가. 대상판결 이전의 판례에 대한 검토 대상판결 이전의 판례(이하 ‘기존 판례’)는 횡령의 주체가 법인의 대표이사 또는 실질적 경영자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라는 신분 때문에 일반 임직원이 횡령한 경우와는 달리 “횡령액의 회수를 위하여 법에 의한 제반 절차를 취하였는지” 여부를 묻지 아니하고 단지 “법인의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고 설시하면서 동 횡령금액을 대표이사 등에 대한 상여 내지 임시적 급여로 보아 해당 법인에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하는 과세처분을 용인해 왔다(대법원 1999. 12.24. 선고 98두7350 판결 등). 한편, 대법원은 대표이사의 직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법인을 지배경영하는 자의 횡령에 관하여도 대표자 횡령에 관한 상기 법리를 동일하게 적용하였고(대법원 2001. 9.14. 선고 99두3324 판결 등), 반대로 형식상 대표이사의 직위에 있는 자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피용자의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사용인의 횡령에 관한 법리(횡령금액에 대한 회수노력의 유무에 따라 사외유출 여부를 판단)에 따라 해당 법인의 원천징수의무 부담 여부 등에 관하여 판단해 왔다(대법원 2004. 4.9. 선고 2002두9254 판결 등). 그러나 대표자 횡령에 관한 위와 같은 기존 판례의 일률적인 해석에 관하여는 ‘횡령의 피해자가 그 의사의 여하에 불구하고 횡령자에게 자발적으로 대가 없이 재산을 제공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현행 조세법상 실정법적 근거를 갖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 및 그 논리구성이 과연 과세이론상 타당한지 여부에 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것이고, 현실적으로 위와 같은해석으로 말미암아 횡령행위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인 법인에게 횡령 당한금액에 대한 원천징수의무까지 부과시키는 가혹한 결과를 초래함은 물론 주식이 고도로 분산된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과세로 인하여 횡령과 전혀 무관한 대다수의 선량한 소액주주들에게 횡령으로 인한 피해나 부담이 부당하게 전이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비판 등이 있어 왔다. 나.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일반적으로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로 둔 회사라면 대표이사의 횡령사실이 노출될 경우 대주주들이 주도하여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여 전 대표이사를 고발하고 그의 재산을 가압류 하는 등 일실재산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을 취하는 것이 전형적인 해결방법일 것이다. 대주주가 대표이사인 회사에서도 소액주주들의 대표소송 등을 통해 대표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거나, 회사가 파산절차 등에 들어간 이후 관리인이 대표이사의 횡령책임을 추급하는 예도 흔하다. 그런데 기존 판례의 이론에 따를 경우 대표이사의 횡령에 관한 한 이러한 법인의 자구적인 노력은 적어도 과세에 있어서는 무의미한 행위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특히 실무상 자주 접하게 되는 사례는 전문적으로 상장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대상회사의 자산을 오로지 개인적인 용도로 이용하는 세력(이른바 ‘기업사냥꾼’)에 의하여 발생한다. 즉, 일반적으로 기업사냥꾼들은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주권상장법인 또는 코스닥상장법인의 대주주로부터 주식 및 경영권을 양수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위와 같이 사채업자로부터 융통한 주식양수대금을 상환하기 위하여 회사의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을 임의로 인출하여 사용하거나, 법인 명의의 융통어음을 남발하여 이를 유용하기도 하고, 심지어 회사 중요자산(부동산, 투자유가증권, 무형자산 등)을 제3자 또는 특수관계인에게 담보로 제공하거나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회사를 껍데기로 만든 다음 무책임하게 해외로 도주해 버리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물론 기업사냥꾼 일당은 회사의 고소 등을 통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을 것이나, 이들은 이미 해외로 도피하거나 잠적해 버리는 경우가 많고, 가사 이들에게 실제로 형벌이 가해진다 하더라도 이미 망해 버린 회사를 되살리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회사가 이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기업사냥꾼들은 이미 재산을 전부 소비하였거나 제3자의 명의로 은닉한 상태일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법인이 입은 재산상 손해를 온전히 회복하기는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기존 판례의 형식 논리에 따라 이미 껍데기만 남아 망하기 일보 직전인 회사에 대하여 횡령금액에 관한 원천징수세액의 과세가 이루어져 왔던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라는 기존 판례의 견해를 유지하면서도 이에 부가하여 새롭게 “유용 당시부터 회수를 전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대하여는 횡령의 주체인 대표이사 등의 법인 내에서의 실질적인 지위 및 법인에 대한 지배 정도, 횡령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횡령 이후의 법인의 조치 등을 통하여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인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러한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법인이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대표자 횡령의 경우 무조건 당해 법인에 대하여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해 온 기존의 과세관행에 의미 있는 제동을 건 것이다. 특히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및 위 법리의 포섭과정을 분석해 보면, 주식이 고도로 분산되어 있어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상장법인의 경우 일반적으로비상장회사의 경우는 사실상 대표이사 등의 의사가 법인의 의사와 동일한 것으로 인정되기 쉬울 것이나 비상장회사라 하더라도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경우라면 대상판결이 판시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사실을 인지한 직후 지체없이 횡령금액의 회수를 위하여 해당 대표이사 등을 형사고소 하면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적극적인 회수조치를 취한다면 동 횡령금액 상당의 자산이 사외유출된 것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 즉 해당 법인은 횡령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므로, 이 경우에는 “사용인에 대한 횡령” 사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횡령금원에 대한 회수노력의 유무에 따라 해당 법인의 원천징수의무 부담 여부가 결정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참고로 최근 서울고법에서도 대상판결의 판시사항을 전제로 대표자의 횡령과 관련된 조세쟁점에 대하여 의미 있는 판단을 한 바 있다(서울고법 2009. 1.14. 선고2006누16504 판결). Ⅳ. 결어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과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현행 세법 규정의 문언적 해석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기존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일률적인 해석 및 과세관행에 합리적인 제한을 가함으로써 형식 논리에 따라 파생된 부당한 결과를 적절히 시정할 수 있는 설득력 있고 구체적 타당성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 바, 바람직한 입장의 정립인 것으로 판단된다.
2009-10-05
징발재산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20조 제1항의 위헌여부
1. 문제의 제기 가. 징특법 제20조 제1항은 ‘이 법에 의하여 매수한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으로 지급한 증권의 상환이 종료되기 전 또는 그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당해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가 군사상 필요없게 된 때에는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이하 이 조에서 ‘환매권자’라 한다)은 이를 우선매수할 수 있다. 이 경우에 환매권자는 국가가 매수한 당시의 가격에 증권의 발행연도부터 환매연도까지 연 5푼의 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국고에 납부해야 한다’라고 같은 법 제20조의2 제1항은 ‘이 법에 의하여 매수한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으로 지급한 증권의 상환이 종료된 날부터 5년이 경과한 후 당해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가 군사상 필요없게 된 때에는 국가는 국유재산법의 규정에 불구하고 수의계약에 의하여 매각 당시의 시가로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에게 매각할 수 있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 나. 위 각 규정에 의하면 징발된 재산이 군사상 필요 없게 된 시점이 증권상환 완료일로부터 5년 이내인지 여부에 따라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의 법적 지위에 많은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즉, 증권상환 완료일로부터 5년이내에 군사상 필요없게 된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은 징발당시 국가로부터 매수대금으로 받았던 금액에 연5%의 이자만 지급하고 징발재산을 환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반면에, 그 이후에 군사상 필요없게 된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은 국가가 수의계약으로 매각하지 않는 한 징발재산을 환수할 수가 없고, 국가가 수의계약으로 매각한다고 하더라도 매각당시의 시가에 의해서 환수할 수 있을 뿐이다. 다. 특히 대법원은 징특법 제20조의2 규정은 환매권에 관한 같은 법 제20조의 규정과 달리 환매기간이 경과한 징발재산에 대하여는 국가가 국유재산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에게 수의계약으로 매각할 수 있다는 취지일 뿐이지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에게 징발재산에 대한 우선매수권이나 그와 유사한 구체적인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으므로(대법원 1998. 3.10. 선고 98다208판결), 양자의 법적지위에는 많은 차이가 있게된다. 2. 헌재의 판단 가.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두 번에 걸쳐 모두 합헌이라고 판단하였다(1994. 4.25. 선고 95헌바9, 2009. 5.28. 선고 2008헌바18). 나. 다수의견의 요지 다수의견은 환매기간이 설정되어 있지 않고 징발매수된 토지 등의 원소유자가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도 공공사업에 필요 없게 되었을 때에는 언제든지 환매권을 행사하여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토지 등에 관한 권리관계가 심히 불안정하게 되어 토지등의 사회경제적 이용이 저해 될 수 있고, 국가가 징발 매수한 토지 등에 투자하여 개발한 이익이 사회일반에 돌아가지 않고 그동안 전혀 관리도 하지 않은 피징발자에게 돌아가는 등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환매기간 설정의 입법목적은 위와 같은 불합리한 결과를 막고 토지 등의 효율적인 이용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하고,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환매요건 자체를 기간에 결부시켜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고 유효한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 소수의견 요지 징특법에 의한 징발재산의 취득은 징발재산과 같은 경우에는 국가가 개인의 사유재산을 사실상 보상도 하지 아니한 채 매수형식으로 강제로 국가에 귀속시켜 위헌적인 상태를 초래하고 있으므로, 환매기간은 피징발자가 실질적으로 환매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정해져야 하고 언제 군사상의 필요가 소멸하든 피징발자가 군사상 필요가 소멸하였다는 통지를 받은 때로부터 기산된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를 피징발자에게 돌려주어야 하고, 부득이 환매기간을 정해야 한다고 하여도 정당한 보상을 하고 취득하는 토지수용법과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 관한 특례법상의 환매기간은 보상완료시로부터 10년인데 징발재산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 제20조 제1항은 이보다도 짧은 기간인 보상완료시로부터 5년으로 정한 것이어서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인 피징발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피해의 최소성요건은 물론 법익의 균형 요건도 충족하지 못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며, 환매기간은 최소한 위 법률들이 정하고 있는 보상완료시로부터 10년 이상으로 정해야 공·사익간의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고 위헌적 상태의 해소라는 입법목적에도 어느 정도 접근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3. 징특법 제정 경위 및 그 위헌성 가. 제정경위 우리나라에 있어서 징발의 역사는 1950. 6.25. 북한의 남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즉 국가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하여 군작전상 필요한 군수물자, 시설, 토지 또는 인적자원을 징발 또는 징용할 목적으로 1950. 7.26. 헌법 제57조에 근거하여 제정된 대통령 긴급명령 제6호 ‘징발에 관한특별조치령’이 그 시발점이었다. 국가는 위 ‘징발에 관한특별조치령’에 근거하여 징발재산을 사용해 오다가 1963. 5.1. 법률 제1336호로 징발법을 제정하여 위 특별조치령을 대신하였다. 즉, 위 법 부칙 제2조는 위 특별조치령에 의하여 징발된 것은 징발법에 의하여 징발된 것으로 보도록 하고 위 특별조치령을 폐지하였다(부칙 제2조). 위 징발법에 의하면 징발물에 대한 사용료는 당해 사용연도의 과세표준을, 기타의 보상은 징발해제 당시의 과세표준을 각 기준으로 하여 정하도록 규정하였던 바(징발법 제21조), 당시의 과세표준이 시가에 훨씬 못미치는 점을 감안할 때 피징발자는 사용료마저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재산권 등을 징발 당한 것이 현실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66. 10.5. 법률 제1838호로 징발법 부칙 제3조가 개정되어 징발물 중 사유재산은 1971. 12.31.까지 징발해제하지 않는 한 국가가 징발재산을 매수한다라고 규정하여 국가가 징발재산의 소유권을 아예 취득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 국가는 만성적인 국가재정의 부족현상으로 인하여 위 규정에서 정한 기간 내에 징발재산을 매수할 능력이 없었고, 그렇다고 앞서 본 바와 같이 국가가 사용료를 현실에 부합되게 지급한 것도 아니어서, 피징발자들은 20여년 동안 정당한 사용료도 지급 받지 못하며 재산권 등을 행사할 수 없게 되어 많은 불만을 제기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국가는 1970. 1.1. 법률 제2172호로 징발재산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 징특법의 위헌성 징특법에 의하면 국가는 징발재산 중 군사상 긴요하여 군이 계속 사용할 필요가 있는 사유재산을 매수할 수 있고(동법 제2조제1항), 그 매수가격은 매수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하되 국세청장이 고시하는 가격기준에 의하여 산출한 평가액을 참작하여 결정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동법 제3조 제3항). 그러나 징발재산의 매수가격에 관하여 매수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한다면서 국세청장이 고시하는 가격기준인 과세표준에 의하여 국가측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한 것이 현실이었고, 국세청장이 고시하는 과세표준이란 것은 시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였던 것은 공지의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피징발자들은 시가에 훨씬 못미치는 매수대금이나마 즉시 현금으로 지급을 받는 것이 아니었고, 매수가격에 연 5푼의 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1년 거치 10년간 분할상환하는 방법으로 매수대금을 지급받는 것이었던 바(동법 제15조), 이는 피징발자가 사실상 10년분 사용료만 받고 징발재산을 국가에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즉, 일반적으로 임대료는 시가의 10%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결정된다고 하는 바, 그렇다면 책정된 매수대금을 10년에 걸쳐 분할상환한다는 것은 국가가 매년 임대료만 지급하고 징발재산의 소유권을 아예 취득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산정된 매수대금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시가에 훨씬 못미치는 과세표준에 근거하였던 것이고, 그것도 당시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일반적인 현상이었던 때에 1년 거치후 10년에 거쳐 분할상환한다는 것인 바, 이는 국가가 사실상 무상으로 재산권을 몰수한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국세청장이 고시하는 가격기준인 과세표준에 따라 산정된 매수대금을 1년 거치후 10년에 걸쳐 분할상환한다는 징특법상 제규정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라는 당시 헌법 제20조 제3항 및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라는 현행 헌법 제23조 제3항에 정면으로 반하는 위헌법률이라 할 것이다. 4. 검토 가.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군사상 필요 없게 되었을 때에는 언제든지 환매권을 행사하여 그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다수의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즉, 극단적으로 200년이고 300년이고 지난 뒤에 징발된 토지가 군사상 필요없게 되었다고 이를 환매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이 언젠가 환매될 수 있다는 것에 터잡아 환매권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고, 또한 국가로서도 예컨대 징발된 토지상에 공원을 조성하고 싶어도 이를 일단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에게 돌려두고 다시 수용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어 과도하게 환매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한, 피징발자나 그 상속인도 일정한 세월이 흘렀으면 징발된 토지의 존재를 잊는 것이 일반인의 감정이라 할 것인데 무한정 환매를 인정하는 것은 이러한 감정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나. 그러나 징특법의 제정경위 및 그 위헌성에서 살펴보았듯이 징특법에 의해 징발된 재산은 다른 법률에 의하여 수용된 재산과는 달리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사실상 재산을 국가에 몰수당한 것이므로, 정당한 보상을 받고 재산을 수용당한 경우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할 것이고, 그렇다면 징특법상의 환매제도는 기본적으로 피징발자 및 그 상속인이 환매를 원하면 이를 실질적으로 가능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규정했어야 마땅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따라서 환매기간을 징발보상증권의 상환완료일로부터 5년이내라는 단기간의 환매기간을 둔 징특법 제20조 제1항은 사실상 환매제도를 유명무실화하는 것으로 평등권과 재산권을 보장한 헌법정신에 반하는 규정이라 아니할 수 없고, 따라서 헌재로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여 국회로 하여금 헌법정신에 부합되게 징특법을 개정하도록 유도했어야 옳았다 할 것이다. 라. 결국 징특법상의 환매요건을 어떻게 규정해야 합리적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바 이는 결코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 할 것인 바 징발토지의 현황, 국가의 예산규모, 적정한 환매대금은 얼마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될 문제라 할 것이다.
2009-09-21
2차 점유취득시효 요건의 완화와 그 파급효과
I. 부동산취득시효제도의 부동산거래안전제도로서의 기능 부동산등기에 공신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의 취득시효제도(민법 제245조 제247조 및 제248조)가 부동산거래의 안전제도로서 기능하고 있다. 대법원은 부동산의 시효취득을 어렵게 하는 판결도 하였으나, 부동산의 취득시효제도가 부동산거래의 안전제도로 기능할 수 있도록 취득시효의 요건을 완화하는 판결을 하여 왔다. 그 대표적인 판례가 등기부취득시효에 있어서 종전에는 등기기간의 승계합산을 인정하지 아니하였으나(대법원 1985. 1.29. 선고 83다카1730 전원합의체 판결), 지금은 등기기간의 승계합산을 인정하여(대법원 1989. 12.26. 선고 87다카2176 전원합의체 판결) 등기부취득시효의 요건을 완화하였다. 그리고 지금 살펴보고자 하는 점유취득시효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해서도, 1차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된 후에 등기명의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제3자에게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고 그때로부터 다시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한 경우에, 종래에는 2차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제3자명의의 등기가 20년 이상 계속되어야 하며 20년의 기간 중에 그 제3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다시 타인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때에는 점유취득시효를 인정하지 아니하였으나(대법원 1994. 3.22. 선고 93다4636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9. 2.12. 선고 98다40688 판결), 지금은 20년의 기간중에 그 제3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다른 사람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어도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된다고 판결하여 점유취득시효의 요건을 완화하였다(대법원 2009. 7.16. 선고 2007다15172, 15189 전원합의체 판결). 그리하여 2차 점유취득시효와 관련하여서 종전에는 등기명의자의 소유권 처분에 사실상 취득시효중단의 효력이 인정되었으나, 판례의 변경으로 인하여 지금은 등기명의자의 처분에 시효중단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결국 부동산에 관한 등기와 점유의 효력에 관하여 등기보다는 점유에 우월적 효력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었다. II. 동일부동산에 대한 1차 점유취득시효와 2차 점유취득시효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점유자가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20년간 당해 부동산을 점유한 다음에 그의 명의로 등기해야 한다(민법 제245조 제1항). 20년의 점유기간이 경과하였으나 그 점유자 명의로 소유권 등기가 경료되지 아니하면 당해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로 인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 판례에 의하면부동산의 점유자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되기 전에 당해 부동산의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제3자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후에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되면 그 점유자는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자기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함으로써 당해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다(대법원 1976. 3.9. 선고 75다2220 판결). 그러나 부동산을 20년간 점유하여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되었으나, 그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자의 명의로 소유권 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제3자에게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면 20년간 당해 부동산을 점유한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자는 비록 점유취득시효의 기간이 경과하였다 하더라도, 그는 현재의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하여 점유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고 따라서 그에게는 당해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 취득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대법원1983. 2.8. 선고 80다940 판결). 이와같이 20년의 점유시효취득의 기간이 경과하였으나 점유자명의로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등기가 경료되지 아니하는 동안에 제3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때에는 그 점유자에게 점유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취득이 인정되지 아니하였으나, 점유자가 당해 부동산의 점유를 계속하여 그 제3자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시를 기산점으로 하여 다시 20년을 점유한 경우에는 그 제3자명의의 등기시점을 기산점으로 한 새로운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되어 2차로 20년간을 점유한 자는 현재의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2차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자기명의로 소유권등기를 함으로써 당해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에 기하여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그리하여 20년간 점유하였으나 등기하지 아니함으로써 점유취득시효로 인한 소유권 취득이 인정되지 않은 첫번째의 점유취득시효를 이해의 편의상 1차 점유취득시효라 하고, 제3자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시를 기산점으로 하여 다시 20년이 경과하여 당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취득이 인정되는 새로운 점유취득시효를 2차 점유취득시효라 한다. 그러나 편의상 1차, 2차 점유취득시효로 분류하지만 판례에 의하면 1차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는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되었어도 점유취득시효에 의하여 당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취득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III. 2차 점유취득시효의 요건 완화로의 판례 변경 2차 점유취득시효의 요건에 관하여 종전의 판례는 2차 점유시효취득기간의의 기산점이 되는 제3자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그 제3자명의로 20년간 계속되었을 때에 비로소 그 부동산의 점유자는 그 제3자를 상대로 하여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자기명의로 소유권등기를 함으로서 소유권을 취득하고, 20년의 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그 제3자가 다시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타인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때에는 점유자의 점유가 새로이 20년이 경과하였다 하더라도 점유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 취득을 부인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2차 점유시효취득기간의 완성전에 제3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타인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하더라도 점유자의 새로운 점유가 20년이 경과하면 현재의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하여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을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자기명의로 소유권등기를 함으로써 점유취득시효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2차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 종전의 판례는 등기명의자인 제3자의 소유권 처분에 사실상 점유취득시효의 중단사유의 효력을 인정하였으나, 지금의 변경된 판례는 등기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에 사실상의 점유취득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효력을 부인하였다. 그 결과로 1차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와 동일하게 2차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 등기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에 사실상의 취득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도록 함으로써 판례의 통일성은 이루게 되었으나 과연 그러한 판례의 결론이 바람직한 법리인 지는 검토를 요한다. 私見으로는 20년의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자기의 소유권을 처분하면 그것은 당해 부동산에 대한 권리의 행사로서 점유자의 점유취득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어 점유자의 시효취득이 인정되지 아니하며,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하면 그 점유자는 물권적 기대권을 취득하고, 따라서 20년이 경과한 다음에 등기명의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도 점유자는 현재의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물권적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함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한 다음의 소유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은 점유자의 시효취득에 장애가 되는 취득시효의 중단사유로서는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이해된다. 그러나 판례는 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된 점유자는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 당시의 소유명의자에 대해서만 점유취득시효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채권적인 청구권으로서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 당시의 소유명의자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은 현재의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해서는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한다. IV. 2차 점유취득시효 요건의 완화로 인한 파급효과 대법원이 이와같이 2차 점유취득시효의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함으로서 점유취득시효에 의한 부동산소유권의 취득이 더 쉬워지게 되는 결과가 되었다. 그리고 1차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나 2차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나 동일하게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되기 전의 소유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에 취득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인하는 결과가 되었다. 그것은 결국 부동산물권의 공시방법이며 부동산물권변동의 요건인 등기보다는 부동산에 대한 점유에 더 우월적 효력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었다. 물론 반대로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만을 이전받는 자들은 부동산의 점유의 이전까지 받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일 것이다. 변경된 판례는 1차 점유취득시효나 2차 점유취득시효나 동일하게 각각의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전에 소유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이 있고 그것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더라도 점유자의 점유시효취득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으로 판례의 일관성은 유지되게 되었다. 그러나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전의 등기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과 그것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에 관하여, 판례는 그것이 점유자의 점유상태의 계속을 파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취득시효중단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지만(대법원 1966. 9.30. 선고 68다2215, 2216 판결; 대법원 1973. 11.27. 73다1093 판결), 그것은 소유권자의 정당한 소유권의 행사이며, 따라서 점유자의 점유시효취득에 대한 중단사유로서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점유자의 점유가 20년이 경과하면 그 점유자는 물권적 기대권을 취득하게 되고, 그 물권적 기대권은 본질적으로 물권이기 때문에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자가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한 후에 당해 부동산의 소유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현재의 소유명의자에 우선한다. 그러므로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자는 현재의 소유명의자를 상대로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다고 이론정립함이 타당하다. V. 결론 이번의 판례 변경에 의하여 1차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 후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소유권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그 제3자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면 점유자는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나, 그 제3자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시를 기산점으로 하여 2차로 점유자의 새로운 점유가 20년이 경과하면 그 20년의 기간 중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의 변경이 있어도 2차 점유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의 취득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와같이 판례는 당해 부동산의 점유가 계속된 경우에 첫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과는 별개 독립의 두번째의 20년간의 점유취득시효로 인한 점유자의 소유권의 취득을 인정한다. 私見도 판례와 마찬가지로 첫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 후의 제3자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시를 기산점으로 하는 새로운 점유취득시효의 성립은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법리구성은, 첫번째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으로 점유자는 점유취득시효에 의하여 물권적기대권을 취득하고, 점유자가 첫번째의 20년의 점유기간이 완성된 후에 이루어진 제3자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시를 기산점으로 하여 다시 새로이 20년이 경과하여 두번째의 점유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하여 현재의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첫번째의 20년의 점유기간의 완성으로 인한 점유취득시효이익은 이를 묵시적으로 포기하고 새로운 2차의 점유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이론정립함이 타당하다. 이 때에도 판례와는 달리 새로운 20년의 점유기간이 완성되기 전에 제3자명의의 소유권으로부터 그 후에 소유권의 변동이 있고 그 각각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면 그것은 점유취득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어 점유자의 새로운 2차 점유취득시효는 부인되어야할 것이며, 새로운 20년의 점유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3자명의의 등기로부터 다른 사람의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어도 그 점유자는 2차의 새로운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하여 현재의 소유명의자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자기명의로 소유권등기를 함으로써 당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고 함이 타당하다. 이러한 결과는 판례와는 다른 법리구성이며, 따라서 그 결과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그리하여 본 事案에서는, 1차 점유취득시효기간이 만료된 후에 제3자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지고 그 후에 다시 다른 사람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져 최종 등기명의자로의 소유권이전등기시로부터 2차의 점유가 20년이 경과하지 아니하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는 달리 2차 점유취득시효는 성립되지 아니한다.
2009-08-06
보험금청구의 소멸시효 기산점
Ⅰ. 사실관계 1. 인·허가보증보험계약 체결 복합운송주선업자인 A는 1996년 9월3일 보증보험업을 영위하는 피고와 피보험자를 건설교통부장관, 보증내용을 ‘화물유통촉진법(1999년 2월5일 법률 제58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화물유통촉진법’)에 의한 복합운송주선업자 영업보증금 보증’으로 정하여 인·허가보증보험계약 이하 ‘본 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이때 피고 보조참가인은 A가 본 건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피고에게 부담하는 구상금채무에 대해 연대보증하였다. 2. 운임등청구소송의 진행경과 원고는 A로부터 미지급 운임을 지급받기 위해 1996년 11월22일 부산지법에 A와 피고를 상대로 운임등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피고에 대한 소송은 1심진행 도중 취하함), 제13차 변론기일에 이르러 변론이 종결되어 1998년 2월12일 원고의 운임청구는 전부인용 되었고, A가 항소한 후 다시 상고를 하였으나 1999년 9월3일 상고가 기각되었다. 3. 보험금청구소송 제기경위 및 진행경과 (1) 원고는 피고에 대한 운임등청구소송을 취하할 즈음에 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본 건 보험은 복합운송주선업자의 도산 등으로 인하여 그 등록이 취소되거나 폐지신고 되는 등의 경우에 지급되는 것이므로, A와 같은 등록업체의 경우에는 변제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2) 운임 등 청구소송 확정 후에도 A는 원고에게 운임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원고의 재산관계명시신청에 따라 진행된 2000년 5월29일 재산명시기일에 A는 책임재산이 없다는 재산목록을 제출하였고, 부산지법은 2000년 6월3일 A를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하는 결정을 하였다. (3) 원고는 A의 채무불이행자등재결정 이후 부산광역시장으로부터 (1)항과 같은 취지의 답변을 받고, 2002년 2월22일 피고를 상대로 보험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2심법원은 소멸시효완성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대법원은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한 때’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하면서 파기환송판결을 하였고, 파기환송 취지에 따른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보조참가인이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같은 이유로 상고가 기각되었다. Ⅱ. 대법원 판결의 요지 가. 보험사고나 보험금액의 확정절차는 보험증권이나 약관에 기재된 내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보험증권이나 약관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에 더하여 당사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과정, 동일한 종류의 보험계약에 관한 보험회사의 실무처리 관행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해야 하고 특히 법령상의 의무이행을 피보험이익으로 하는 인·허가보증보험에서는 보험가입을 강제한 법령의 내용이나 입법취지도 참작해야 한다. 나. 원고가 보험사고의 발생사실을 알지 못하다가 원고의 운임채권이 확정되고 A에게 책임재산이 없어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된 때 비로소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게 되므로, 그로부터 복합운송주선업 영업보증금 및 보증보험가입금 운영규정(이하 ‘운영규정’)에서 정한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 때에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Ⅲ. 평석 1.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가. 소멸시효 규정 소멸시효란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일정 기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된 경우에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을 말한다. 민법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상법 제662조는 보험금청구권의 소멸 시효 기간을 2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보험금청구권은 보험사고가 발생함으로써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것이나, 보험금 청구권자가 권리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지 못한 것이 소멸시효 기산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보험사고발생요지시설과 보험사고발생시설이 대립하고 있다.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보험사고 발생시부터 진행이 개시된다고 할 것이나, 소멸시효의 취지에 비추어 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 또는 보험계약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도 고려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청구권자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보험금청구상 절차적인 요건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 절차상 요건이 충족될 때까지는 소멸시효가 개시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보증보험의 성격과 특수성 보증보험은 보험계약자가 주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게 되는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을 말한다. 보증보험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지위는 책임보험에 있어서의 피해자의 지위와는 다른 것으로 피보험자는 자기 고유의 권리로서 직접 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하는 것이며(대법원 1981년 10월6일 선고 80다2699판결), 책임보험에 있어서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것과는 다르다. 보증보험에 있어서 보험사고는 단순히 채무불이행사유만으로는 부족하고 주계약의 해제(해지) 등의 요건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리스보증보험계약에 있어서 리스료의 연체사실만으로 보험사고로 볼 수 없고, 이로 인해 리스계약이 해지된 때 비로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며(대법원 1997년 2월13일 선고 96다19666판결), 또한 지급보증보험계약에서 보험사고는 주계약이 해제되어 중도금 등 반환채무가 발생한 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대법원 1998년 11월27일 선고 98다39404 판결). 인·허가보증보험은 보증보험의 일종으로 허가나 인가 등 출원자가 허가관청에 예치해야 할 각종 인·허가보증금에 대신하여 체결하는 보험으로서, 보험사고에 있어서 단순한 채무불이행 외에 추가적 요건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보험금지급 청구에 있어서 특별한 절차를 요하고 있는 등 특수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2. 소멸시효 기산점 등에 대한 검토 본 건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보험사고 발생시점, 보험사고발생을 안 시점 그리고 소멸시효 기산점 등이 언제인지 알아 볼 필요가 있는 바 (i) 운송사고가 발생한 시점 (ii) 운임 등 청구사건 확정시점 (iii) A가 객관적으로 자력이 없게 된 시점 (iv) A의 채무불이행자 등재시점 (v)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 때 등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보험사고 발생시점을 (i), (ii)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i), (ii)는 단순히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는 것 또는 채권이 확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므로 추가요건을 요하는 본 건 보험에 있어서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 건 보험약관이나 관련법령에 비추어 볼 때 A가 객관적으로 자력이 없게 된 시점인 (iii)을 보험사고 시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은 ‘도산 등’을 넓게 해석하고 있음). 한편, 원고가 보험사고를 알 수 있었던 시점은 (iv) 또는 A가 책임재산이 없다는 재산목록을 제출한 시점으로 볼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실제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운영규정에 따라 보험금청구 절차가 종료될 것을 요구하므로 (v)로 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3.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대법원은 보험사고의 발생시점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설시하고 있지 않으나 A가 도산 등의 사유로 변제불능의 상태가 되는 시기로 보고 있는 듯하며, 원고가 보험사고 발생을 인식할 수 있었던 시점은 A의 채무불이행자 등재시점으로 보고, 소멸시효 기산점은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 한 때’로 보고 있다. 이는 필자의 견해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보여진다. 대법원이 확정판결시점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보지 않고, 본 건 보험계약상 필요한 보험금청구 절차를 고려하여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정한 것은 본 건 보험의 특성에 비추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인·허가보증보험과 같은 보증보험의 경우 보험사고의 발생시점은 단순한 채무불이행 외에 추가적인 요건을 요구하는것이 일반적이라는 점,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정함에 있어 보험금청구절차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등은 대법원판례로 인정되고 있기는 하나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입법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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