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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와 조세회피목적 부존재 증명의 정도
- 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6두51689 판결 - 판결요지: 연대보증인 교체 등 A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하여 명의신탁이 이루어졌고, A 회사가 한 번도 이익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으며, 명의신탁 전후로 주주의 수, 지분율 구성에 큰 변화가 없고, 명의신탁자들과 명의수탁자들이 친족관계에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 당시 원고 등에게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평석요지: 조세회피목적은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의 합헌성을 담보하는 요건으로 기능한다. 종래 대법원은 납세자에게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하여 지나치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였고, 그에 따라 조세회피목적 요건이 사실상 형해화되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대상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한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다. 1. 사실관계 원고와 그 배우자 甲은 2008년 5월 甲이 대표이사로 있던 A 회사의 발행 주식을 乙(원고와 甲의 자녀), 丙(甲의 누나), 丁(甲의 사촌동생의 배우자)에게 명의신탁하고 명의개서를 마쳤다. 피고는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여 2012년 7월 명의수탁자들인 乙, 丙, 丁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고, 원고와 甲을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하였다. 2. 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명의신탁 당시 원고와 甲에게 조세회피목적이 없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① A 회사가 실제로 이익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미처분 이익잉여금의 향후 배당가능성을 고려하면, 원고와 甲은 명의신탁으로 누진세인 종합소득세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였다. ② 명의신탁 당시 원고와 甲은 조세를 체납하고 있었고, 주식을 양도한 외관에 의하여 과점주주 및 제2차 납세의무자의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③ 설령 원고 주장의 강제집행 회피, 관급공사의 수주를 위한 경영상 필요 등 여러 목적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조세회피와 상관없는 뚜렷한 목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대상판결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명의신탁 당시 원고와 甲에게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원고와 甲이 명의신탁을 하게 된 것은 건설공제조합에 대한 연대보증인을 甲에서 乙로 교체하는 등 A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② 명의수탁자들은 원고 및 甲과 친족관계에 있으므로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를 회피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③ A 회사는 한 번도 이익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고, 명의신탁 전후로 주주의 수, 지분율 구성에 큰 변화가 없으며, 甲에게 이미 신용불량 사유가 발생하였거나 원고가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가 이미 부도처리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수탁자들과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어 그 세액에 있어 거의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므로, 배당소득의 합산과세에 따른 누진세율 적용을 회피할 목적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3. 평석 가.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에 있어 조세회피목적의 의의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에 대해서는 그 본질이 행정벌인데 세금 형식으로 부과된다는 점, 명의신탁을 통하여 별다른 이익을 얻지 못하고 비난가능성도 적은 명의수탁자에게 1차적인 제재를 가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끊임없이 그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어 왔고, 여러 차례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조세회피목적이 없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여야만 합헌이라고 결정하였다(헌법재판소 1989. 7. 21. 선고 89헌마38 결정). 결국‘조세회피목적’은 위 규정의 합헌성을 담보하는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 증명에 대한 판례의 동향 당초 대법원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하여 납세자에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였고, 그 결과 대부분의 사건에서 조세회피목적이 없었다는 납세자의 주장이 배척되었다(대법원 1998. 6. 26. 선고 97누1532 판결,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3두4300 판결 등 다수).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두7733 판결은 그러한 흐름에서 벗어나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위 판결은“명의신탁이 조세회피 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이루어졌음이 인정되고 그 명의신탁에 부수하여 사소한 조세경감이 생기는 것에 불과하다면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단지 장래 조세경감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막연한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면서 납세자의 손을 들어 주었고, 같은 취지의 판결이 이어졌다(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4두13936 판결, 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6두2909 판결 등).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대법원은 기존의 엄격한 입장으로 회귀하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다.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두11220 판결은 “명의자로서는 명의신탁에 있어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고 인정될 정도로 조세회피와 상관없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고, 명의신탁 당시에나 장래에 있어 회피될 조세가 없었다는 점을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증거자료에 의하여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가지지 않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납세자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위 판결 이후 대법원은 일부 사건에서 조세회피목적이 없었다는 납세자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도 하였으나(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7두24302 판결, 2011. 3. 24. 선고 2010두24104 판결), 대체로 납세자에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면서 납세자의 주장을 배척하였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7두19331 판결,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두6988 판결 등 다수). 이러한 흐름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다. 대상판결의 입장 원심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하여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 위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두11220 판결의 판시를 인용한 다음, 납세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비하여 대상판결은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한 것으로 평가되는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두7733 판결 등의 판시를 인용한 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이러한 차이 외에도 대상판결이 근거로 들고 있는 사정들을 살펴보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대법원 판결의 흐름이 다시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상판결은 명의신탁 주식을 발행한 회사에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있어서 향후 배당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이익배당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주주의 구성이 명의신탁 전후로 유사하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배당소득의 합산과세에 따른 누진세율 회피목적도 없다고 보았다. 이는 장래 배당의 가능성을 근거로 조세회피목적을 인정해 왔던 기존 판결의 흐름과 분명히 구별된다. 라. 조세회피목적에 조세의 징수를 면할 목적도 포함되는지 여부 대상판결에서 하나 더 주목할 것은, 명의신탁자에게 체납세액이 있었다는 사정을 조세회피목적을 인정하는 근거로 본 원심판결과는 달리, 대상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을 부정하는 근거의 하나로 들고 있다는 점이다. 조세체납 등의 신용불량 사유가 발생한 상태에서 주식을 제3자에게 명의신탁함으로써 당초 집행가능하였던 재산이 은닉되는 결과가 발생하였지만, 대상판결은 이를 조세회피목적의 명의신탁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조세회피란 개념적으로 과세요건의 충족을 벗어나는 행위, 즉 조세의 확정을 회피하는 행위로 이해된다(이준봉, ‘조세법총론’, 삼일인포마인, 2016년, 106면 등). 따라서 조세 확정 이후의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조세 징수의 곤란은 원칙적으로 조세회피라는 개념에 포섭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조세를 체납 중인 명의신탁자가 주식을 명의신탁하였다고 하여 이를 조세회피목적과 결부시키기는 어렵다. 현실적인 징수의 면에서도 체납자의 명의신탁은 해당 명의신탁재산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조세의 징수에는 아무런 장애를 초래하지 않는다. 체납자인 명의신탁자에 대해서는 명의신탁재산의 보유 및 제3자에 대한 처분과정에서 발생하는 종합소득세나 양도소득세의 징수가 어려울 수 있지만, 체납상태가 아닌 명의수탁자로부터 이를 징수하는 데에는 장애가 없기 때문이다. 대상판결도 이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상판결은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있어 회피 여부가 문제되는 조세는 ‘해당 명의신탁재산과 관련하여(또는 이를 보유 및 제3자에게 처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세’임을 전제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대상판결과는 반대로, 무자력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주식을 명의신탁하고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한 뒤 그 대금은 자신에게 귀속시키는 방법으로 종합소득세나 양도소득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한 경우에는 이와 유사한 사례(폭탄업체를 이용한 금지금 거래)에서 조세포탈죄의 성립을 인정한 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5도9546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원용하여 조세회피목적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양자를 같이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4. 결어 대상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한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다. 대상판결 이후에도 같은 취지의 판결(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두38621 판결)이 이어지고 있어 대상판결이 단순한 1회성의 판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종래 대법원이 납세자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함에 따라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의 합헌성을 담보하는 기능을 하는 ‘조세회피목적’요건이 사실상 형해화되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만큼, 대상판결을 비롯한 최근 대법원 판결의 흐름은 위 규정의 위헌성을 조금이나마 희석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조윤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증여세
조세회피
명의신탁
조윤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17-10-11
금융·보험
조세·부담금
신탁부동산의 관리·처분과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
-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 - 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의 매수자금에 사용하기 위하여 A(저축은행)으로부터 42억 원을 대출받았다. 나. 원고는 위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2008년 6월 30일 수탁자 B(부동산신탁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신탁원본의 우선수익자를 A로, 수익권증서 금액을 58억8000만원으로 정한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신탁부동산이 환가되는 경우 A의 채권을 우선적으로 변제하고 잔액은 위탁자인 원고가 지급받기로 약정하였고, 2008년 7월 1일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곧이어 B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다. 원고가 위 대출금채무를 제때 변제하지 못하자, A의 요청에 따라 수탁자인 B는 공개매각을 실시하였으나 수차례 유찰되었고, A에게 수의계약으로 대출원리금과 같은 액수인 45억여원에 이 사건 건물을 매각하였다. 라. 과세관청인 피고는 이 사건 신탁계약의 위탁자인 원고가 A에게 이 사건 건물을 공급하였다고 보아 2010년 1월 16일 원고에게 2009년 1기분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하였다. 2. 판결의 요지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이전받은 신탁재산을 관리·처분하면서 재화를 공급하는 경우 수탁자 자신이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귀속주체로서 계약당사자가 되어 신탁업무를 처리한 것이므로, 이때의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는 재화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통하여 그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상대방에게 이전한 수탁자로 보아야 하고, 그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이 거래상대방과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한 바 없는 위탁자나 수익자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된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Ⅱ. 신탁부동산의 관리·처분과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 1. 종전 판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기 전의 종전 판례는, 신탁법에 의한 신탁이 위탁매매와 같이 ‘자기(수탁자) 명의로 타인(위탁자)의 계산에 의하여’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거나 또는 공급받는 등의 신탁업무를 처리하고 그 보수를 받는 것이어서,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 신탁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의 사업자 및 이에 따른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위탁자이고, 다만, 위탁자 이외의 수익자가 지정된 타익신탁의 경우에는 위탁자가 아닌 수익자가 사업자 및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보았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99다59290 판결,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0다33034 판결). 종전 판례는 수익자설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일본 소비세법 제14조도 신탁재산에 속하는 자산 등 거래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수익자를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로 보고 있다. 2. 검토 가. 단일세율에 의한 거래세 누진세율에 기초한 소득세에서는 누가 납세의무자인가에 따라 적용세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소득의 실질귀속자를 파악하여 과세할 필요성이 크다. 그러나 단일세율이 적용되는 부가가치세에서는 누가 납세의무자이건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므로, 공급대가의 실질귀속자를 파악할 필요성이 소득세에 비하여 크지 않다. 그리고 부가가치세는 실질적인 소득이 아닌 거래의 외형에 대하여 부과하는 거래세이므로, 부가가치세법상 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역시 원칙적으로 그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이나 비용의 귀속이 아니라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종전 판례의 문제점 ① 거래주체와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의 분리 신탁된 부동산이 수탁자 명의로 있는 동안에는 수탁자 명의로 대외적 거래행위가 행해지므로, 종전 판례에 의할 경우 대외적 거래를 통하여 부가가치세를 징수하는 주체와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부담하는 주체가 달라진다. 그리하여 부동산투자신탁 등 수익자가 다수인 신탁의 경우, 수익자 별로 일일이 부가가치세의 신고납부를 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수익자가 개인으로서 부가가치세법 제3조의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경우에는 그에게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게 된다. 또한, 종전 판례에 의하면, 타익신탁의 경우 수익자는 ‘우선수익권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는’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로 본다는 취지이므로,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에서 신탁사무처리비용을 정산하고 남은 금액이 부가가치세액에 못 미치는 경우 그 차액을 누구에게 과세하여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②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의 불가능 신탁법 제22조 제1항은 신탁재산에 대하여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고 하여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규정하고, 다만,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권리’ 등에 기한 경우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판례에 의하면, 수탁자가 신탁재산의 처분에 따라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 상당액은 매매대금의 일부로서 신탁재산에 속하고(위 99다59290 판결), 구 신탁법 제21조(현행 신탁법 제22조) 제1항 단서에서 예외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 또는 경매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는 수탁자를 채무자로 하는 것만이 포함되며, 위탁자를 채무자로 하는 것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0두4612 판결). 따라서 위탁자에 대한 부가가치세채권으로 수탁자 명의 신탁재산에 대하여 체납처분 등을 할 수 없고, 다만, 위탁자의 수익권에 대한 체납처분 등을 할 수 있을 뿐이므로, 부가가치세의 징수가능 여부는 수익권의 실질적 가치에 달려있게 된다. 만일 수탁자가 부동산을 분양하여 수취한 대금에서 비용을 모두 충당한 후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이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기에 충분하다면, 수익권에 대한 체납처분으로 부가가치세를 징수할 수 있다. 그러나 신축된 건물의 분양대금이 공사비 등을 변제하기에 부족하여 위탁자의 수익권이 실질적 가치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를 징수할 수 없게 된다. ③ 신탁재산에 대하여 조세채권의 우선권이 적용되지 못함 위탁자 또는 수익자에 대한 부가가치세채권으로는 신탁재산에 대한 체납처분을 할 수 없으므로, 거래징수 된 부가가치세액이 신탁재산에 속해 있으면서 수익자에게 이전되기 전의 단계에서는 조세채권의 우선적 효력이 발휘될 수 없다. 이에 따라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이 공사비 등을 충당하기에 부족한 경우에는 신탁사무와 관련한 일반채권이 조세채권보다 실질적으로 우선하는 결과가 된다.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면, 신탁부동산의 처분 등과 관련한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는 수탁자이므로, 수탁자에 대한 부가가치세채권은 신탁법 제22조 제1항 단서의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해당하고, 이에 기하여 신탁재산에 대한 체납처분을 하거나 집행절차에 참가할 수 있으며, 신탁사무와 관련한 일반채권자보다 우선하여 징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 매입세액의 공제와 관련한 문제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것에 대한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함에도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애초에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은 담보제공 등으로서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지 않거나(담보신탁의 경우 부가가치세법 제10조 제8항 제1호의 유추적용),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더라도 수탁자가 신탁용역을 공급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전받는 것으로서 공급가액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수탁자는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으면서 거래징수를 당하지 않을 것이므로, 공제받지 못하는 매입세액의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은 후 공급받은 용역 등에 관하여는 매입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신탁부동산을 이전받는 것을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을 경우 수탁자는 재화의 매입이 없으면서 재화를 공급한 것이 된다. 부가가치세에서 재화의 공급은 통상 그 재화의 매입(공급받음)을 전제로 하나,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매입세액의 공제는 사업자가 전 단계 사업자에게 거래징수당한 부가가치세(매입세액)이 있을 때 문제된다. 만일 사업자가 전 단계 사업자에게 거래징수당한 매입세액이 없는 경우에는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을 이전하기 전에 거래징수당한 매입세액은 위탁자가 공제받을 것이고, 이와 같이 부가가치세의 거래징수 및 매입세액공제가 동일한 납세자 안에서 이루어진 이상, 부가가치세의 순환과정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Ⅲ. 결어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신탁부동산의 관리·처분과 관련한 부가가치세의 납부의무자를 수탁자로 판시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고,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변경된 판례에 따라 신탁부동산에 관한 부가가치세의 세부적 업무처리가 속히 안정화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부가가치세
신탁부동상
조세
2017-06-13
주택·상가임대차
파산·회생
개인회생절차에서의 면책결정이 임차보증금채권에 미치는 영향
-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4다32014 판결 - 1. 사실관계 피고는 원고로부터 계쟁 주택 중 2층을 보증금 5500만원에 임차한 후 2002년 7월 31일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았다.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임차보증금반환의 소를 제기하여, 2007년 8월 29일 ‘원고는 피고에게 5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이 그 무렵 확정되었다(원고에 대한 개인회생절차가 진행 중이었으나, 당시 원고가 이를 다투지 않았다). 피고는 2007년 9월 18일 계쟁 주택에 관한 주택임차권등기를 마친 다음 원고에게 위 2층을 인도하였다. 한편 원고에 대한 개인회생절차가 2006년 7월 4일 개시되었는데, 원고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위 임차보증금채무 5500만원을 기재하였고, 그 존재 및 액수는 그대로 확정되었다. 계쟁 주택 및 그 대지에는 위 임차권에 우선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 인가된 변제계획에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과 피고의 임차보증금채권을 ‘별제권부 채권 및 이에 준하는 채권’으로 처리하였으나, 위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가 진행되지 않아 피고는 개인회생절차에서 전혀 변제를 받지 못하였다. 원고에 대한 면책결정이 2012년 7월 10일 확정되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구 개인채무자회생법 제39조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된 개인회생채권에 관하여는 변제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변제하거나 변제받는 등 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면제를 제외한다)를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 법 제71조 제1항은 “변제계획에는 ‘채무변제에 제공되는 재산 및 소득에 관한 사항(제1호)’,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된 개인회생채권의 전부 또는 일부의 변제에 관한 사항(제3호)’을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된 개인회생채권을 변제계획의 변제대상으로 삼고 있다. 나아가 구 법 제83조 제1항은 “법원은 채무자가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완료한 때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거나 직권으로 면책의 결정을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구 법 제84조 제2항 본문은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한 것을 제외하고 개인회생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라고 규정하면서, 그 단서 제1호에서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에 관하여는 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각 규정에 따르면 변제계획의 변제대상이 되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된 개인회생채권 중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한 것을 제외한 부분은 모두 면책되지만,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은 변제계획에 의한 변제대상이 될 수 없어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 및 확정일자를 갖춘 주택임차인은 임차주택이 경매될 경우 그 환가대금에 대하여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와 같은 우선변제권은 이른바 법정담보물권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임대차 성립시의 임차 목적물인 임차주택의 가액을 기초로 주택임차인을 보호하고자 인정되는 것이다. 이에 상응하여 구 법 제46조 제1항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대항력 등)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대항요건을 갖추고 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은 개인회생재단에 속하는 주택의 환가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우선변제권 있는 주택임차인을 개인회생절차에서 별제권자에 준하여 보호하고 있다. 위와 같이 주택임차인은 구 법 제46조 제1항에 의하여 인정된 우선변제권의 한도 내에서는 임대인에 대한 개인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임차보증금채권의 만족을 받을 수 있으므로, 설혹 주택임차인의 임차보증금채권 전액이 개인회생채무자인 임대인이 제출한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었다고 하더라도, 주택임차인의 임차보증금채권 중 위와 같이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액만이 개인회생절차의 구속을 받아 변제계획의 변제대상이 되고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된 개인회생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임대인에 대한 개인회생절차의 진행 중에 임차주택의 환가가 이루어지지 않아 주택임차인이 그 환가대금에서 임차보증금채권을 변제받지 못한 채 임대인에 대한 면책결정이 확정되어 그 개인회생절차가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택임차인의 임차보증금채권 중 구 법 제46조 제1항에 의하여 인정된 우선변제권의 한도 내에서는 구 법 제84조 제2항 단서 제1호에 따라 면책이 되지 않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에 해당하여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3. 평석 담보권 실행 등이 일정기간 중지 또는 금지될 뿐(구 법 제60조 제2항), 개인회생절차의 절차상 제약은 원칙적으로 별제권자(담보권자)에게 미치지 않는다(구 법 제45조, 제84조, 제86조, 제87조). 임차보증금채권은 다른 일반 개인회생채권보다 우월적 지위를 가지기는 하지만, 임차주택의 환가대금의 한도 내에서만 우선권을 가지는 것이어서, 우선권 있는 개인회생채권이 아닌 특정재산에 관하여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별제권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므로, 별제권에 준하여 취급된다. 다만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 그 주택 등에 대하여 경매를 신청할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민법주해[XV] 채권(8), 244면), 임차인이 임차보증금채권에 관하여 판결 등 집행권원을 따로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채권은 여전히 개인회생채권에 속하는 것이므로, 임대인에 대하여 개인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지면 그 집행권원에 기한 강제집행은 구 법 제60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금지된다. 따라서 개인회생절차 진행 중 임차주택이 경매 등으로 처분되면 별 문제가 없으나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임대인에 대한 면책결정이 확정된 경우 그 효력이 문제되는 것이다. 법 해석론상으로는 구 법이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의 임차보증금 우선변제권에 관한 규정만을 두고 있을 뿐(제46조), 면책결정 이후의 법률관계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으로서, “면책은 개인회생채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한 구 법 제84조 제3항이 적용되는지 여부의 문제이지만, 이는 근원적으로 임차보증금채권이, 개인회생채권임을 부인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임차주택 환가 시 우선변제권만을 가질 뿐 담보권과 같은 경매실행권한을 가지지 못한데서 비롯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는 임차보증금채권은 비면책채권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개인회생절차 진행 중에 임차인이 우선변제 받지 못한 이상, 임차보증금채무는 전부 면책된다는 견해,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담보권과 같은 경매실행권한은 없고 임차주택의 환가 시 우선변제권만을 가질 뿐이므로, 임대인은 임차인이 가지는 권한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부담하며, 위 임차인이 임차보증금채권에 관한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면책결정의 효력으로 그 집행력은 소멸한다는 견해, 임대인은 면책결정에도 불구하고 우선변제권의 한도 내에서 임차보증금반환책임을 부담하고,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임차목적물의 환가 시 우선변제권을 가질 뿐만 아니라, 집행권원이 있는 경우 그 한도 내에서 우선변제권 실현을 위한 강제경매신청이 가능하므로, 임차보증금에 관한 집행권원 역시 그 한도 내에서 집행력이 소멸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논의되고 있다. 면책결정이 개인회생채권자를 위하여 제공된 담보에 영향이 없다는 내용의 구 법 제84조 제3항은 제3자 제공의 보증이나 물상보증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있어서, 위 규정이 사안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언하기 어렵고, 일반 담보권의 경우 피담보채권과 준별하여 담보권 자체에 별제권을 인정하는 구 법의 법리상 피담보채권의 면책과 관계없이 담보권 행사를 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임차보증금채권은 그 실질이 어디까지나 면책의 대상이 되는 개인회생채권이되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우선변제권이 부여된 것일 뿐이어서 별제권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실체법상 권리의 성질이 개인회생절차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견지에서, 임차보증금채권의 우선변제권 부분은 면책결정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보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변제기간 내에 경매를 신청하지 않는 경우 임차인이 임차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임차보증금채권이 개인회생절차의 규율을 받는 개인회생채권이라고 하면서,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부분만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모순되어 보이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임차보증금채권 중 우선변제 받을 수 있는 부분에 관하여 개인회생절차 밖에서 우선변제 받는 것을 예정하고 있을 뿐, 채무자의 재산처분에 의한 변제대상으로 삼지 않고 있는 현행 개인회생실무를 용인하는 판단이다. 사안은 구 법이 적용된 경우이나 법문의 내용에 변화가 없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개인회생
임차보증금
면책
2017-06-05
민사소송·집행
체납처분압류와 민사집행압류가 경합하는 경우의 법률관계
- 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다60982 판결 - 판결요지 제3채무자는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채권자와 민사집행절차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 중 어느 한쪽의 청구에 응하여 그에게 채무를 변제하고 그 변제 부분에 대한 채무의 소멸을 주장할 수 있고, 민사집행법 제248조 제1항에 따른 집행공탁을 하여 면책될 수도 있다. 민사집행절차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압류채권을 추심한 경우에는 민사집행법 제236조 제2항에 따라 추심한 금액을 바로 공탁하고 그 사유를 신고하여야 한다. 평석요지 대상판결이 종전의 해석을 변경하여 체납압류와 민사집행압류가 경합하는 경우 제3채무자의 집행공탁을 허용하고 그 후속절차를 명시함으로써 실무상의 오랜 애로가 해소되었다. 체납처분압류와 가압류가 경합하는 경우에도, 체납압류와 민사집행압류가 경합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선후를 불문하고 공탁이 허용될 것으로 생각된다. 1. 사실관계 채무자인 A회사는 제3채무자인 피고에 대하여 1억원의 임대료 채권(이 사건 채권)을 가지고 있다. 평택세무서가 2010. 11. 24. 국세 11억3000만원 징수를 위하여 이 사건 채권 전부에 대하여 체납압류를 하였다. B가 2012. 8. 7. 최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자로서 이 사건 채권 중 2500여만원에 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원고가 2012. 9. 10.과 10. 23. 두 차례로 나누어 최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자로서 합계 5500여만원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B와 원고가 각각 별소로 위 압류금액의 지급을 구하는 추심의 소를 제기하여, B가 제기한 소가 2013. 10. 24. 먼저 확정되었고, 원고가 2012. 10 5. 피고를 상대로 선행 추심명령에 기한 추심금 지급명령 신청을 하여 그 본안절차 제1차 변론기일에 후행 추심명령에 기한 추심금 지급도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하였다. 2. 소송의 경과 제1심은 피고가 판결선고 시까지 항쟁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보아 소촉법 특례이율 적용시기를 선고기일 다음날로 한 사실상 원고 전부 승소의 판결을 하였다. 원심은 동일 채권에 대하여 체납압류와 민사집행압류가 서로 경합하는 경우에도 민사집행 압류채권자는 압류한 채권을 추심할 수 있고, 체납압류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강제집행에 의한 압류 및 추심절차가 허용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 등의 제1심 판결 이유를 원용하여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피고가 체납압류 후의 추심명령은 체납압류와 경합하는 범위에서는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제3채무자인 피고로서는 A회사에 대한 임대료채무 1억원을 공탁할 수도 없고, 평택세무서의 추심청구를 거절할 수도 없어 체납처분권자인 평택세무서에만 이행할 수 있을 뿐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상고하였다. 3. 대상판결의 요지 체납처분에 의하여 압류된 채권에 대하여도 민사집행법에 따라 압류 및 추심명령을 할 수 있고, 민사집행절차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는 제3채무자를 상대로 추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제3채무자는 압류 및 추심명령에 선행하는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가 있어 서로 경합된다는 사정만을 내세워 민사집행절차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의 추심청구를 거절할 수 없고, 또한 민사집행절차에 의한 압류가 근로기준법에 의해 우선변제권을 가지는 임금 등 채권에 기한 것이라는 등의 사정을 내세워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채권자의 추심청구를 거절할 수도 없다. 다만 제3채무자는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채권자와 민사집행절차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 중 어느 한쪽의 청구에 응하여 그에게 채무를 변제하고 그 변제 부분에 대한 채무의 소멸을 주장할 수 있으며, 또한 민사집행법 제248조 제1항에 따른 집행공탁을 하여 면책될 수도 있다. 그리고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채권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압류채권을 추심하면 국세징수법에 따른 배분절차를 진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민사집행절차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압류채권을 추심한 경우에는 민사집행법 제236조 제2항에 따라 추심한 금액을 바로 공탁하고 그 사유를 신고하여야 한다. 4. 평석 가. 제3채무자의 집행공탁과 배당절차 가능 대상판결의 쟁점은 체납처분압류와 민사집행압류가 경합하는 경우 후행 민사집행압류에 기한 추심의 가부와 제3채무자가 집행공탁을 통하여 면책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이다. 전자에 관하여 학설은 부정설과 긍정설로 입장이 나뉘어 있고, 판례는 그 동안 긍정설을 전제로 판단하여 왔는데, 대상판결이 명시적으로 긍정설의 입장임을 밝혔다. 후자에 관하여, 동일한 채권에 대하여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가 선행하고 강제집행에 의한 압류가 후행하는 경우에 일반 제3채무자는 누구에게 채무이행을 하여야 할지 몰라 심적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채권자들 사이에서도 배당절차를 통한 공정한 배당순위의 결정이 필요하여 공탁을 허용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판례는 “현행법상 국세체납절차와 민사집행절차는 별개의 절차로서 양 절차 상호간의 관계를 조정하는 법률의 규정이 없으므로 한 쪽의 절차가 다른 쪽의 절차에 간섭할 수 없는 반면, 쌍방 절차에서 각 채권자는 서로 다른 절차에 정한 방법으로 그 다른 절차에 참여할 수밖에 없고, 동일 채권에 관하여 양 절차에서 각각 별도로 압류하여 서로 경합하는 경우에도 공탁 후의 배분(배당)절차를 어느 쪽이 행하는가에 관한 법률의 정함이 없어 제3채무자의 공탁(변제공탁이나 집행공탁)을 인정할 여지가 없다”라고 하여 허용하지 않아 왔다(대법원 1999. 5. 14. 선고 99다3686 판결 등). 이 경우 민사집행법 제248조 제1항에 의한 집행공탁을 인정한다면 공탁 이후의 배당절차에 체납압류권자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데, 현행법상 그것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공탁선례[2-287]도 체납처분압류 후에 강제집행압류가 있는 경우 민사집행법 제248조에 의한 공탁을 할 수 없다고 하고 있었다. 다만 대법원 1996. 6. 14. 선고 96다5179 판결의 취지에 따라 제3채무자의 입장에서 볼 때에 압류의 경합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곤란하다고 보이는 객관적 사정이 있는 경우로 보아 민사집행법 제248조에 따른 공탁을 허용하고 배당절차를 진행하여 권리자를 확정하는 일부 실무례가 있었다. 그런데 대상판결이 체납압류와 민사집행압류가 경합하는 경우 제3채무자의 집행공탁을 허용하고 그 후속절차를 명시함으로써 실무상의 오랜 애로가 해소되었다. 우리나라는 체납처분절차와 민사집행절차를 조정하는 법률이 없어 동일한 금전채권에 대하여 양자가 경합하는 경우의 문제를 현재로서는 해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대상판결이 종전의 해석론을 변경함으로써 양자가 경합하는 경우의 법률관계가 대부분 정리된 것이다. 집행공탁이 허용된다는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다29591 판결과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7다33842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88112 판결의 병존에 따른 혼란도 말끔히 정리되었음은 물론이다. 2011. 4. 4. 법률 제10527호로 국세징수법이 개정(2012. 1. 1. 시행)되면서 체납절차에도 배당요구제도와 유사한 배분요구제도가 도입되고(68조의2), 압류채권자 등도 배분대상에 포함된 것(81①ⅸ∼ⅶ)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대상판결은 다른 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발령된 압류·가압류명령이 제3채무자의 집행공탁 후에야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었더라도 일정한 요건 하에서 배당요구로서의 효력이 인정한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87502 판결과 그 맥락이 연결된다. 한편, 제3채무자가 집행공탁을 함으로써 면책될 수 있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집행법원이 배당절차를 집행함으로써 절차를 종료시킬 수 있는지 여부도 문제되는데,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3다203833 판결이 “민사집행절차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뿐만 아니라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채권자의 지위도 민사집행법상의 배당절차에서 배당을 받을 채권자의 지위로 전환된다고 할 것이어서,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채권자가 공탁사유신고 시나 추심신고 시까지 민사집행법 제247조에 의한 배당요구를 따로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배당절차에 참가할 수 있다”고 하여 집행법원이 위의 사유신고에 따라 배당절차를 진행함으로써 절차를 종료시킬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실무상의 후속조치로서 대상판결 등의 내용을 자세히 반영한 ‘금전채권에 대하여 민사집행법에 따른 압류와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가 있는 경우의 공탁절차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행정예규 제1060호]이 제정되어 2016. 1. 1.부터 시행 중이다. 나. 체납처분압류와 가압류가 경합하는 경우 체납처분압류와 가압류가 경합하는 경우도 문제되는데, 가압류의 존재만으로 공탁의 요건을 충족하고(민집 297), 공탁을 통하여 제3채무자를 면책시킬 필요성이나 이후의 배당절차에 체납처분권자가 참여하는 문제도 체납처분압류와 민사집행압류가 경합하는 경우와 마찬가지이므로, 이 경우에도 그 선후를 불문하고 공탁이 허용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관한 종전의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7다33842 판결 등이 폐기되지 않았지만, 이는 구 민소법 사안이어서 인 것으로 보인다.
압류채권
민사집행
집행공탁
체납압류
2016-12-19
금전채권에 관한 처분금지가처분과 가압류가 경합하는 경우 우열관계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다116260판결 1. 사실관계 ① 소외 1이 2007. 3. 21. 자신을 피공탁자로 하여 공탁된 3억5731만5009원 중 3억5706만8360원에 대한 공탁금출급청구권(이하 '이 사건 채권'이라고 한다)을 소외 2에게 양도하고(이하 '이 사건 채권양도'라고 한다) 2007. 3. 27. 채권양도통지를 하였다, ② 피고가 2009. 11. 18. 채무자를 소외 2, 제3채무자를 대한민국으로 하고 '채권자취소권에 기한 채권양도계약의 취소권 및 원상회복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이 사건 채권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2009. 11. 26. 이를 인용하는 가처분결정이 내려지고 2009. 12. 1. 그 가처분결정이 위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었다(이하 '이 사건 가처분'이라고 한다). ③ 피고가 2011. 10. 4. 소외 2를 상대로 이 사건 채권양도는 사해행위로서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여 2011. 12. 14. 피고 승소판결이 선고되고 2012. 1. 3.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④ 소외 2가 2008년 귀속 양도소득세 5억5504만2860원을 체납하자 원고가 2011. 10. 4. 그 양도소득세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소외 2가 양수받은 이 사건 채권을 압류하고(이하 '이 사건 압류'라고 한다) 2011. 10. 5. 압류통지를 하였다. 2. 원심판결의 요지 채권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가처분은 채무자와 제3채무자에게 그 결정을 송달하는 외에 현행법상 이를 공시하는 방법이 없는 것으로서, 당해 채권자와 채무자 및 제3채무자 사이에만 효력이 있을 뿐 가처분과 관계없는 제3자에 대하여는 우선적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채권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가처분이 뒤에 이루어진 압류에 우선하는 효력은 없으므로, 그 압류는 가처분채권자와 사이의 관계에서도 유효하고, 이는 체납처분에 의한 채권 압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3. 대법원판결의 요지 채권자가 채무자의 금전채권에 대하여 가처분결정을 받아 그 가처분결정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고 그 후 본안소송에서 승소하여 확정되었다면, 그 가처분결정의 송달 이후에 실시된 가압류 등의 보전처분 또는 그에 기한 강제집행은 그 가처분의 처분금지 효력에 반하는 범위 내에서는 가처분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가 이 사건 채권에 대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이를 인용하는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고 본안소송에서도 승소하여 그 판결이 확정된 이상, 이 사건 가처분결정 송달 이후에 실시된 이 사건 압류는 가처분의 처분금지 효력에 반하므로 그 압류권자인 원고는 가처분권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문제점 금전채권에 관한 가압류·가처분결정이 내려지면 그 결정을 한 법원은 직권으로 제3채무자와 채무자에게 결정서 정본을 송달하게 되는데, 가압류·가처분은 그 결정 정본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됨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한다(민사집행법 제227조 제3항). 그런데 결정 정본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 될 뿐 가압류나 가처분에 대하여 부동산과 같이 등기부에 그 사실이 공시되지 않아 처분금지가처분결정이 제3채무자에게 먼저 송달된다 하더라도 채무자의 채권자는 이를 알지 못한 채 그 채권을 가압류(또는 압류)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어느 것의 효력이 우선하는지 문제된다. 나. 금전채권에 관한 가처분과 가압류가 경합하는 경우 우열관계 (1) 견해의 대립 (가) 평등설 가압류나 가처분의 집행을 제3자에게 공시할 방법도 없으므로, 그 우열을 결정할 수 없다. 채권의 경우에는 그 공시방법이 부동산의 경우처럼 확실하지 않고, 그 처분금지의 효력이 모순되지 않으므로, 일응 가압류 및 가처분이 그 도달 선후와 상관없이 유지되다가, 먼저 본집행을 실행하면 우선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제3자에 대한 송달은 공시방법으로 일부 기능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부동산등기부처럼 처분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제3자에 대하여 공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인인 제3채무자의 채무자에 대한 임의변제 등의 처분행위만을 금지하는 것이므로, 제3채무자가 이에 반하는 행위를 할 경우 채권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하는 것에 불과하다. (나) 선집행우선설 채권의 양도나 압류·가압류의 경우 이를 제3자에게 공시하는 방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양수인들 사이에서는 확정일자 있는 통지나 승낙의 선후에 의하여 그 우열을 결정하고, 양수인과 압류 가압류권자 사이에서는 확정일자 있는 채권양도 통지와 가압류정본의 제3채무자에 대한 도달의 선후에 의하여 그 우열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가압류와 가처분 어느 쪽도 보전목적을 실현할 수 없는 상태가 방치될 수밖에 없다고 해석하여서는 안 되고 분쟁의 해결기준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인데, 집행의 시점에 의하여 우열을 결정하는 것은 그 기준이 명확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승복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채권에 대한 가처분결정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채권양도의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춘 것으로 되므로, 가처분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본안판결에 승소함으로써 가압류채권자에게 우선한다. 다만, 그 전까지는 위 가처분은 잠정적이므로 제3채무자는 변제의무를 면하기 위하여 피공탁자를 채권자 상대적 불확지로 한 공탁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선행 가처분채권자는 채무자만을 피고로 하여 채권존재확인을 구하거나 또는 채무자를 피고로 하여 제3채무자(소외인)에 대하여 채권양도의 의사표시를 하라는 본안소송을 제기하면 되므로 후행 가압류결정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가압류해제조건부가 아닌 무조건부 본안판결을 얻을 수 있다. (2) 관련판례 대법원은 이전에 골프회원권에 관한 사안에서 "골프회원권의 양수인이 양도인에 대하여 가지는 골프회원권 명의변경청구권 등에 기하여 하는 골프회원권 처분금지가처분결정이 제3채무자에게 먼저 송달되고, 그 후 가처분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하여 확정되었다면, 그 가처분결정의 송달 이후에 실시된 가압류 등의 보전처분 또는 그에 기한 강제집행은 가처분의 처분금지효에 반하는 범위 내에서는 가처분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8다10884판결), 대상판결에서도 위 판결의 법리를 인용하고 있다. 두 판결 모두 원심을 파기한데 공통점이 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전화가입권에 관한 사안에서, '처분금지가처분명령이 있는 경우 그에 위반하여 이루어진 처분은 절대 무효는 아니고, 가처분채권자에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3) 검토 채권에 관한 가처분이나 가압류결정은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민사집행법 제291조, 제227조 제3항). 제3채무자에 대한 송달은 지명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인 채무자에 대한 통지와 유사성을 보인다. 채무자에 대한 양도통지는 권리를 공시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해되고 있고 제3채무자에 대한 송달도 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이나 보전처분의 내용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별다른 차이점을 찾을 수 없다. 이 점에 있어 금전채권에 관한 처분금지가처분과 가압류가 경합하는 경우 그 우열관계를 채권양도와 가압류가 경합하는 경우의 우열관계와 달리 볼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가처분결정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채권양도의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아야 하고, 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본안판결에 승소함으로써 가압류채권자에게 우선한다. 비록 채권의 양도에 관하여 제3채무자의 승인을 받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양도인이 채권양도를 확정일자 있는 증서로써 통지하였다면 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가처분결정 정본이 제3채무자에 송달되었다면 이 역시 확정일자 있는 채권양도의 통지로 보아 가압류채권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관한 판례와의 관계문제 대법원은 종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가압류가 있기 전에 '채무자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양도하거나 기타 일체의 처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제3채무자는 채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가처분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가처분이 뒤에 이루어진 가압류에 우선하는 효력은 없으므로, 그 가압류는 가처분채권자와의 관계에서도 유효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8. 4. 14. 선고 96다47104판결). 그러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성질상 양도가 제한되는 점(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0다51216 판결 참조), 채무자(보관인) 명의로 등기된 후 양도·현금화한다는 점(민사집행법 제244조 제2항)을 고려한다면 위 판례를 일반적인 지명채권의 경우에까지 일반화시키기에는 적절하지 아니하다.
2015-11-16
영국법이 적용되는 채권에 대한 상계의 준거법
I. 사실관계 및 판결의 요지 1. 사실관계 채무자 선우상선 주식회사(이하 '채무자'라고 한다)의 채권자 주식회사 한진해운(이하 '채권자'라고 한다)은 2010. 3. 31. 채무자가 제3채무자 주식회사 삼선로직스(이하 '제3채무자'라고 한다)에 대하여 갖고 있는 금전채권(이하 '피압류채권'이라고 한다)을 가압류하였다. 한편, 제3채무자도 채무자에 대하여 금전채권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채권은 채권자가 위와 같이 가압류하기 전에 이미 변제기가 도래하였고, 이에 따라서 제3채무자는 2011. 12. 15. 채무자에게 이 채권을 가지고 위 피압류채권과 상계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그 후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후에 위 가압류를 본압류로 전이하고 추심명령을 받아서 제3채무자를 상대로 하여 추심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3채무자는 피압류채권이 상계에 의하여 소멸되었으므로 채권자인 원고의 청구가 배척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는 제3채무자의 위 주장이 한국법상 타당하지만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의 준거법인 영국법에 따르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2. 판결의 요지 가. 영국의 보통법상 상계는 소송상 항변권으로만 행사할 수 있어 절차법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영국 보통법상 상계 역시 상계권의 행사에 의하여 양 채권이 대등액에서 소멸한다는 점에서는 실체법적인 성격도 아울러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상계의 요건과 효과에 관하여 준거법으로 적용될 수 있다. 나. 상계의 요건과 효과에 관한 법률관계가 상계의 준거법에 따라 해석·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대한민국의 민사집행법에 의하여 가압류명령 또는 채권압류명령 및 추심명령을 받아 채권집행을 한 경우에, 채권가압류명령 또는 채권압류명령을 받은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 대한 반대채권을 가지고 상계로써 가압류채권자 또는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는 집행절차인 채권가압류나 채권압류의 효력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한민국의 민사집행법이 적용된다. II. 판결의 의미와 쟁점사항 필자는 위 사건의 피고로부터 의뢰를 받아서 위 사실관계에서 피고의 상계가 효력이 있는지에 관하여 대법원에 전문가의견서를 제출하였고, 이 전문가의견서를 바탕으로 하여 '저스티스'(통권 제142호 2014년 6월호)에 '영국법상 상계제도와 영국법이 적용되는 채권의 상계와 관련한 국내법상의 문제'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위 사건에서의 쟁점은 ①영국법상 상계와 ②수동채권이 가압류된 경우에 상계의 가능성의 문제가 절차법인지 실체법인지에 달려 있다. 위 두 쟁점들을 절차법으로 본다면 '절차법은 법정지법에 따른다'(forum regit processum)는 원칙에 의하여 법정지법인 한국법이 적용될 것이고, 대법원 2012.2.16. 선고 2011다45521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수동채권의 압류명령에 따라서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 대한 지급금지명령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수동채권이 압류될 당시 자동채권의 변제기가 수동채권의 그것과 동시에 또는 그보다 먼저 도래하는 경우에는 제3채무자는 자동채권에 의한 상계로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므로, 결국 위 사안에서 제3채무자인 피고의 상계가 유효하기 때문이다. III. 영국법상 상계의 종류와 성격 1. 영국법상 상계의 종류 영국법에는 크게 보통법상 상계(Legal set-off)와 형평법상 상계(Equitable set-off)가 있다. 영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을 이유로 하여 보통법상 상계를 절차법으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 보통법상 상계는 원고가 제기한 금전지급청구소송에서 피고가 소송상 항변권으로만 행사할 수 있다. 둘째, 보통법상 상계는 상계적상이 발생한 때에 소급하여 상계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상계의 항변이 이루어진 소송절차에서 판결이 선고된 때에 발생한다. 그러나 보통법상의 상계에 의하더라도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이 소멸하는 실체법적 효력이 있다는 점에서 보통법상 상계도 실체법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반면에 보통법상 상계와 달리 형평법상 상계는 소송절차와 관계없이 소송 외에서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국에서는 형평법상 상계를 실체법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위 두 가지 상계 중 어느 상계를 행사할 것인지는 당사자의 의사에 달린 것이 아니라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의 관계에 달려 있다. 형평법상의 상계는 자동채권이 수동채권을 발생시킨 거래와 동일한 거래로부터 발생하거나 그러한 거래와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밀한 관련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는데 반하여, 보통법상 상계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관련성이 요구되지 아니한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은 동리한 거래에서 발생된 것도 아니고 긴밀한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제3채무자의 상계가 보통법상의 상계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하여 다툼이 없었다. 2. 보통법상 상계의 법적 성격 앞서 본 바와 같이 보통법상 상계는 절차법적 성격과 실체법적 성격을 중첩적으로 갖고 있다. 이와 같이 절차법과 실체법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민사소송법 제99조의 소송비용에 관한 규정, 민사소송법 제215조의 가집행선고가 실효된 경우의 배상책임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런데 '절차법은 법정지법에 따른다'는 원칙상 준거법이 외국법인 사건에서 위와 같은 규정들의 성격이 절차법과 실체법 중 어느 쪽에 속하는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하여 필자는 '민사소송'(제16권 2호)에 '법정지법의 적용에 있어서 절차와 실체의 구분'이란 제목으로 그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절차법과 실체법의 성격이 중첩된 경우에 이를 절차법으로 처리하게 되면 원래의 준거법인 외국법이 아닌 법정지법인 한국법이 적용되어 이미 발생된 실체적 권리관계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법정지가 달라지더라도 실체적 권리관계에 영향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인정되고 있는 '절차법은 법정지법에 따른다'는 원칙에 반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절차법과 실체법의 성격이 중첩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이를 실체법으로 처리하여 준거법인 외국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1.1.27. 선고 2009다10249 판결에서도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지연손해금이 절차법적 성격과 실체법적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고 보면서도 이를 실체법으로 분류하여 준거법인 일본법인 사건에서 그 적용을 거부한 바 있다. 결국 영국의 보통법상의 상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체법으로 분류되므로 사안에서 제3채무자의 상계에는 영국의 보통법상 상계의 요건과 효과가 적용된다. IV. 수동채권이 가압류된 경우에 상계가능성의 준거법 수동채권이 한국의 '민사집행법'에 따라서 이루어졌다면 수동채권의 압류의 효력은 민사집행법에 따라서 결정되고, 이 법은 절차법이므로 준거법이 외국법인 사건에서도 여전히 적용된다. 만일 제3채무자가 자신의 자동채권을 가지고 상계할 수 있는지에 관한 상계가능성의 문제도 압류의 효력의 문제로 본다면, 상계가능성은 준거법인 외국법이 아니라 한국법인 민사집행법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다. 먼저 결론부터 언급한다면 상계가능성은 압류의 효력에 관한 문제로서 상계의 준거법인 외국법이 아니라 한국법인 민사집행법에 따라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결론에는 다음과 같은 근거가 제시될 수 있다. 첫째, 채권압류는 강제집행의 개시에 해당하므로 강제집행의 대상인 피압류채권이 강제집행 이외의 방법으로 처분될 수 있는지는 압류의 효력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고, 피압류채권의 상계는 강제집행 이외의 방법에 의한 채권의 처분에 해당한다. 결국 압류된 수동채권에 대한 상계가능성도 압류의 효력에 해당하므로 이 문제는 법정지법인 한국법에 따라야 한다. 둘째, 채권이 압류된 후에 제3채무자가 상계를 할 수 있는지에 관한 영국법의 내용은 영국법에 따른 압류의 효력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한국의 민사집행법에 따라서 이루어진 채권압류의 경우에도 위 영국법을 적용하는 것은 법적용의 전제가 잘못된 것이다. 게다가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수동채권을 압류한 채권자인 원고는 그 수동채권의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수동채권의 준거법과 전혀 관련이 없는 제3자이다. 이러한 압류채권자가 한국의 민사집행법에 따라서 채권을 압류한 후에, 느닷없이 자신과 관련이 없는 영국법상의 압류의 효력을 주장하거나 그러한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은 법률적 근거가 없다. V. 결론 대상판결은 상계의 준거법과 수동채권이 가압류된 경우에 상계가능성의 준거법을 구분하여, 사건의 준거법이 영국법인 경우에 상계의 요건과 효과에 대하여는 준거법인 영국법을 적용하되 수동채권의 가압류에 따른 상계가능성은 한국법이자 절차법인 민사집행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이 '절차법은 법정지법에 따른다'는 원칙을 적용하여 위와 같이 준거법을 구분한 점에 대하여 환영하는 바이다.
2015-06-22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수당이 압류금지채권인지 여부
1. 사실관계 채권자는 손해배상청구사건의 가집행선고부 판결정본에 기하여 채무자가 국회의원으로서 국회법 제30조 및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규칙에 의하여 제3채무자로부터 매월 지급받는 수당, 입법활동비, 여비, 입법정책개발비의 지급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였다. 채무자의 국회의원임기는 2012년 5월29일 종료하였다. 2. 대법원 결정의 요지 가.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각 비용 지급의 목적과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는 국회의원으로서의 고유한 직무수행을 위하여 별도의 근거조항을 두고 예산을 배정하여 그 직무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국가가 지급해 주는 것으로, 국회의원의 직무활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 또는 수당과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국회의원의 직무수행을 위하여 지급하는 위 비용들에 대하여 압류를 허용할 경우, 위 비용들이 위 법률에서 정한 목적이 아닌 개인적인 채무변제 용도로 사용됨으로써 국회의원으로서의 고유한 직무수행에 사용될 것을 전제로 그 비용을 지원하는 위 법률에 위배된다. 또한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인 입법활동과 정책개발, 공무상 여행 등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해지거나 심각하게 저해될 우려가 있으므로, 위 법률에 따라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는 위 법률에서 정한 고유한 목적에 사용되어야 하며 이러한 성질상 압류가 금지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에서 말하는 급여채권은 계속적인 역무의 제공에 대한 보수를 총칭하는 것으로 공무원의 직무상 수입도 여기에 포함되는 점,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제5조는 "국회의원이 법률이 허용하는 다른 공무원의 직을 겸한 때에는 국회의원의 수당과 겸직의 보수 중 많은 것을 지급받는다"고 정하여, 국회의원이 지급받는 수당과 공무원이 지급받는 보수가 서로 대체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소득세법 제20조 제1항 제1호는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받는 봉급·급료·보수·세비·임금·상여·수당과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를 근로소득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에 따라 국회의원의 세비인 수당을 근로소득으로서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같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급받는 일반수당, 관리업무수당, 정액급식비, 정근수당, 명절휴가비와 같은 수당은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의 '급료·연금·봉급·상여금·퇴직연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에 해당하여 그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 또는 같은 호 단서에 따른 금액에 대하여는 압류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평석 가.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의 경우 (1) 성질상 압류가 금지되는 채권의 의미 판례, 통설에 의하면 민사집행법 소정의 압류금지채권이나 각종 특별법상의 압류금지채권과 별도로 채권이 양도성이 없는 경우에는 현금화(전부명령, 추심명령 등)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없다(주석 민사집행법(김능환·민일영 집필대표) 5권, 593쪽; 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Ⅲ], 296쪽 등).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양도할 수 없고(민법 제449조 제1항 단서), 양도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채권을 피압류채권으로 하는 채권압류명령을 신청할 수 없다.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로 통설은 채권자가 변경되면 급부내용이 전혀 달라지는 채권(계약에 의하여 특정한 사람을 부양하게 하는 채권 등), 채권자가 변경되면 채권의 행사에 커다란 차이가 생기는 채권(위임인의 채권, 종신정기금채권 등), 특정한 채권자와의 사이에 수수·결제되어야 할 특별할 사정이 있는 채권(상호계산에 산입된 채권)을 들고 있다(주석 채권총칙(박준서 집필대표) 2권, 534쪽). (2)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지급된 돈이 압류금지채권인지 여부 위와 같이 특정한 채권자와의 사이에서만 수수·결제되어야만 하는 채권은 당사자 사이의 계약뿐만 아니라 법률규정에 의하여 성립할 수 있다. 법률에서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돈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그 돈도 역시 특정한 채권자 사이에서만 수수·결제되어야 한다고 보아야 한다. 만일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어 특정한 채권자 이외의 사람에게 지급된다면 개인의 채무변제 명목으로 전용되어 결국 지급을 명한 법령의 취지에 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용도 외 사용금지규정이 있는지 여부를 불문한다. 실무상 용도 외 사용금지, 용도 외 사용시 처벌규정이 존재하면 압류금지채권이고 그렇지 않으면 압류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으나 반드시 그렇게 볼 수는 없다. 이러한 견해는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1항을 근거로 들고 있다. 위 제22조 제1항은 보조금의 용도 외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급되는 돈의 성격이 보조금이 아닌데도 함부로 보조금에 관한 규정을 원용할 수는 없다. 보조금은 국가 외의 자가 수행하는 사무 또는 사업에 대하여 국가가 이를 조성하거나 재정상의 원조를 하기 위하여 교부하는 부담금, 그 밖에 상당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고 교부하는 급부금이다(위 법 제2조 제1호). 돈의 성격이 사업 조성, 재정상 원조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보조금이라 할 수 없다. 판례는 중요무형문화재가 지급받는 전승지원금청구채권이 성질상 압류가 금지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금원의 목적 내지 성질상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특정인 사이에서만 수수, 결제되어야 하는 보조금교부채권은 성질상 양도가 금지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러한 법리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중요무형문화재를 보호·육성하기 위하여 그 전수 교육을 실시하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만 전수 교육에 필요한 경비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는 금원으로서 그 목적이나 성질상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사이에서만 수수, 결제되어야 하는 전승지원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다203461 판결)'고 판시하면서 용도 외 사용금지 규정이 없음을 들어 강제집행의 대상이 된다고 본 원심을 파기하였다. 이 사건에서도 입법활동비(국회의원의 수당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특별활동비(제7조 제1항), 입법 및 정책개발비(제7조의2 제1항), 여비(제8조 제1항) 등은 각 법률규정상 국회의원의 고유한 직무수행을 위하여 지급되는 돈임이 명백하다. 나. 다른 수당의 경우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는 "급료·연금·봉급·상여금·퇴직연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은 압류하지 못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급여채권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받는 임금채권을 말하며 급여소득에는 소득세의 대상이 되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위 주석 민사집행법 599쪽). 한편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의원이 받는 비용 등이 압류금지채권이 되는지에 관하여 과거 대법원은 "지방의회의원이 지급받는 비용들은 근로자의 근로의 대가로서의 급여와는 그 성격이 다른 것으로서 지방의회의원은 지방자치법에서 정한 겸직의 제한을 받는 외에는 보수를 수반한 겸직이 금지되고 있지 아니하므로 지방의회의원에게 지급되는 비용들은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에서 정한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4. 6. 18. 자 2004마336 결정)"고 결정한 바 있다. 주석 민사집행법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겸직이 금지되고 있지 않은 국회의원(국회법 29조)의 세비 등 수당청구권과 같은 것은 본 호의 압류제한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다"고 한다(위 주석 민사집행법, 600쪽). 그러나 국세징수법 제33조 제1항은 세비는 그 중 2분의 1을 압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대상 결정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국회의원의 세비인 수당도 과세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세비 중 수당도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3호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참고로 원심결정 당시의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공무원, 정부투자기관의 임직원, 농수협의 임직원,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는 교원'을 제외한 모든 직을 겸할 수 있었지만 {구 국회법(2012. 3. 21. 법률 제114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1항} 2013년 8월13일 법률 제12108호로 국회법이 개정되어 '국무총리, 국무위원, 공익 목적의 명예직, 다른 법률에서 임명위촉되도록 정한 직'을 제외하고는 모든 직을 겸할 수 없게 되었다(제29조 제1항). 한편 지방의회의원은 포괄적으로 겸직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지만(지방자치법 제39조 참조), 2004년 이후 의정활동비가 생계나 품위를 유지할 정도로 많이 인상되었다. 향후 대법원결정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2015-01-26
국유재산 변상금 부과 외 민사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나
Ⅰ. 사실관계와 쟁점 피고는 한국자산관리공사(원고)가 관리하는 국유지를 2005년 7월1일부터 2008년 12월 31일까지 무단으로 점유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2007년 4월20일부터 세 번에 걸쳐 국유재산법에 따라 총 1642만1750원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피고가 변상금을 내지 않자 원고는 2010년 9월14일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에 대한 민사소송에서는 ① 국유재산법의 변상금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지, ② 민법상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지, ③ 국유재산법에 정해진 대부료가 부당이득금이 되는지, ④ 대부료 조정규정이 부당이득금 산정에 적용되는지, ⑤ 변상금부과처분이 부당이득채권의 시효중단사유가 되는지가 문제돼 왔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국유재산법의 변상금 부과·징수권은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법적성질이 다르다. 따라서 국가는 변상금 부과·징수권의 행사와 별도로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수익자가 반환할 이득은 손실자의 손해에 한정되고, 손실자의 손해는 사회통념상 당해 재산으로부터 통상 수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 상당액이다. 국유재산으로부터 통상 수익할 수 있는 이익은 대부료이므로 국유재산 무단점유 부당이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유재산법에서 정한 대부료 상당액이다. 대부료조정은 적법하게 대부계약을 체결한 성실한 자를 위한 제도인데, 무단점유자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대부료조정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 무단점유자에게 대부료조정을 하면 장기 무단점유자가 오히려 대부기간의 제한을 받는 대부계약자나 단기 무단점유자에 비하여 이익을 얻게 되어 형평에 반한다. 따라서 부당이득산정의 기초가 되는 대부료는 조정대부료가 아니라 산출대부료라고 봐야 한다. Ⅲ. 평석 1.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에 대한 민사소송이 제기되는 이유 누군가 내 땅을 법률상 원인 없이 쓰면 인도소송으로 그를 쫓아내거나 부당이득소송으로 그간의 사용이익을 받아 낸다. 그러나 국유재산은 행정기관이 자력으로 무단점유자를 쫓아내고 사용이익을 받아 낼 수 있다. 국유재산법에 명시된 행정대집행과 변상금부과 및 체납처분이 바로 그것이다(72조, 73조2항). 이것은 우리나라에만 특이한 제도로서 우리 국유재산법의 모태가 된 독일이나 일본에도 없는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사소송이 왜 필요할까? 국유재산 관리기관 중에서 민간 수탁기관은 직접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는 점과 변상금채권에 대한 시효중단장치가 미흡하다는 점 때문이다. 그 밖에 '독촉-압류-공매-청산'이라는 일련의 복잡한 행정행위보다는 법원의 처분에 맡겨버리고 싶은 행정 부담이 한 몫 한다고도 볼 수 있다. 2. 국유재산법의 변상금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지 여부 이 문제는 국유재산법의 변상금으로 민법상 부당이득금을 산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와 사실상 동일하다. 다만 대법원은 구 소송물이론에 입각하여 청구원인이 변상금(대부료의 120%)이냐 부당이득(임료 상당)이냐에 따라 구분하여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은 91다42197 판결에서 국가가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경우 국유재산법의 변상금산정조항이 적용되지 않지만 국가가 변상금부과처분을 하고나서 변상금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한다면 변상금산정조항이 적용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다. 이후 대법원은 2000다28568 판결에서 국유재산법의 변상금을 구하는 민사소송이 불가함을 분명히 하였다. 이 문제는 대상판결 전부터 이미 정리됐다고 볼 수 있다. 3. 민법상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은 구 소송물이론에 따라 국유재산의 부당이득금은 임료 상당이라는 전제에서 이를 민사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는지 판단한다. 대법원은 위 91다42197 판결에서 '국가가 민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경우' 라고 하여 부당이득을 구하는 민사소송이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대법원 판결이 없었고, 변상금을 구하는 민사소송이 불가하다는 2000다28568 판결과 맞물려 실무상의 혼란은 여전했다. 대법원의 91다42197 판결과 2000다28568 판결을 참고하여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하면 대부분의 하급심은 본안 판단을 했지만 몇몇 하급심은 각하판결을 하기도 했다. 변상금과 부당이득반환은 법 영역이 다르고, 그 요건이나 산정방법도 다르다. 공법상의 해결방법이 있다고 해서 사법상의 해결방법에 소의 이익이 없는 것은 아니다. 4.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의 부당이득금(임료 상당의 금원) 산정방법 국유재산의 부당이득을 대부료로 산정할 수 있다면 국가는 '소장제출-임료감정-청구취지변경'이라는 복잡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고, 감정평가비용도 절약하게 된다. 대부료는 재산가액에 일정요율을 곱하여 산정하는데(법 32조1항, 영 29조), 임료감정방식과 큰 차이가 없다. 다수의 하급심은 임료감정 없이 대부료를 부당이득으로 봤지만, 명백한 대법원 판례가 없어 몇몇 하급심에서는 임료감정을 거치기도 했다. 문제는 국유재산법의 대부료 조정조항이다. 개별공시지가나 주택공시가격이 급등하더라도 대부료가 일정비율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조정하고 있다(법 33조, 영 31조). 대부료를 부당이득금으로 삼는다면, 대부료 조정조항도 당연히 적용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혼란은 종전 국유재산법에도 있었다. 즉 구 국유재산법은 변상금산정의 기반이 되는 대부료에 조정조항이 적용되도록 했다. 그러나 부당이득이나 변상금의 기반이 되는 대부료는 무단점유자에 대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적법한 점유자를 위한 대부료 조정조항을 무단점유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2009년 1월30일 개정 국유재산법부터는 변상금에 대부료 조정조항을 배제하고 있다.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례가 없는 동안 하급심은 긍정설과 부정설로 나뉘었는데, 대상판결의 원심은 긍정설에 입각하여 조정대부료를 부당이득금으로 판시했다. 5. 대상판결의 의의 위 Ⅰ. 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에 대한 민사소송에서는 5개의 쟁점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변상금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종전 대법원 판례로 해결이 됐다(위 2. 참조). 대상판결은 나머지 4개 쟁점 가운데서 3개에 대하여 일거에 명확한 판시를 하여 국유재산 관리 실무 및 국가재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원이 아직 판단하지 않은 마지막 쟁점의 향배에 따라 향후 국유재산 부당이득반환소송의 존폐가 사실상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즉 변상금부과처분이 부당이득채권의 시효중단사유가 안된다면 대상판결에도 불구하고 국유재산 부당이득반환소송은 유지할 실익이 없게 된다. 6. 결론 행정상 강제집행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민사소송에 의존하는 경향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공익을 위해 행정집행제도를 둔 경우라면 민사소송에 기대지 말고 활용하는 것이 옳다. 근본적으로는 행정집행을 입법할 때부터 그 필요성 및 민사소송으로의 회귀 없이 운영될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민사소송을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불편한 것으로 여겨서 행정집행으로 대체하였지만 다시 민사소송으로 회귀하는 예가 적지 않았다. 일본 국유재산법이 별도의 행정집행제도를 두지 않고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되, 부당이득반환소송이나 인도소송에 필요한 세세한 재무성지침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시사점이 될 수도 있다. 우리 국유재산법은 행정대집행제도와 변상금부과 및 체납처분제도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민사소송으로 회귀하지 않도록 민간수탁기관에 이러한 행정권능을 부여하고, 체납독촉에 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여하는 국유재산법 개정이 필요하다. 법률이 특별히 마련한 행정상의 조치를 외면하고 비정상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을 택하는 행정기관의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을 고치게끔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에 대한 민사소송을 일체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대상판결 소수의견(대법관 5인)은 이점에서 짚어볼만 하다.
2014-08-11
임차인의 경매신청만으로 우선변제권 선택 의사로 볼 수 있는지 여부
1.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P는 임대인과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으나, 임대차 만료 후 임대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자 임대인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를 하여 승소하였다. 확정판결에 기하여 P가 강제경매신청을 하였으나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의 배당요구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경매절차에서 집행관이 작성한 부동산현황조사보고서와 매각물건명세서에는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라는 내용을 나타내는 전입신고 된 주민등록등본이 첨부되어 있었다. 경매법원은 배당기일에서 매각대금을 경매신청권자인 P와 P의 임대차계약보다 후순위로 주택에 가압류를 한 채권자들인 D1, D2, D3, D4에게 채권액의 비율대로 안분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를 작성하였고 P는 D1, D2, D3, D4의 배당에 대하여 배당이의를 하였다. (2) 대법원 판결 (2013. 11. 14, 2013다27831 배당이의)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하여 보증금반환청구의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을 얻어 임차주택에 대하여 스스로 강제경매를 신청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중 우선변제권을 선택하여 행사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우선변제권을 인정받기 위하여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로 배당요구를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였다. 2. 본 사안의 쟁점 (1) 배당요구권자의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 배당요구는 다른 채권자에 의하여 집행절차에 참가하여 동일한 부동산의 매각대금에서 만족을 얻기 위하여 하는 채권자의 신청을 말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채권자는 집행권원에 근거하여 직접 경매를 신청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채권자의 집행절차에 참가하는 자가 아니라 자신의 집행절차를 진행하는 자이며 배당요구권자가 아니다. 따라서 별도로 배당요구를 할 필요도 없다. 결국 P는 배당요구권자가 아니라 배당권자라고 할 수 있다. (2) 절차선택권 행사 인정 여부 1) 배당절차 참여의 선택권 행사 여부 그런데 채권자가 스스로 경매를 신청하였다는 사실만을 놓고서 채권자가 일반채권자로서의 배당과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으로서의 배당 중 어느 것을 확정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는 앞의 배당요구권자에 속하는 지와는 다른 문제이다. 왜냐하면 이는 민사집행절차에 민사소송절차와 유사하게 변론주의(경우에 따라서는 처분권주의)의 원칙의 적용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2) 변론주의(예외원리 포함)의 적용을 긍정하는 견해 민사소송법의 변론주의가 민사집행절차에서도 통용된다고 입장이라면, 채권자가 경매신청만을 하였고 우선변제권을 행사한다는 명시적인 주장을 하지 않았더라도 부동산현황조사서에 우선변제권이 있음을 나타내는 내용이 포함(간접적 주장)이 되어 있다고 해석하여 채권자가 우선변제권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채권자가 경매신청자로서 별도의 배당요구서라는 서면을 제출하지 않고 배당요구종기까지 확정일자 있는 임대차계약서와 주민등록 등본 등 우선변제권이 있음을 소명하는 서류를 경매법원에 제출해도 우선변제권을 행사한 것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P의 주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이 견해는 집행법 이론의 측면에서 집행절차에 변론주의나 그 예외원리가 적용되는지에 기준으로 수립된 이론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3) 변론주의 원리의 적용을 부정하는 견해 민사집행절차는 형식주의와 신속주의가 강조되며, 절차의 준수에 대하여 민사소송절차보다 더욱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에서는 경매법원이 재판예규 제1151호 '경매절차진행사실의 주책임차인에 대한 통지'(재민 98-6)를 통하여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라고 하더라도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여야만 매각대금으로부터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고 고지(통지서 발송)하고, 채권자가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을 요구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취한다. 제1심과 제2심 법원의 입장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견해에서는 위 고지로 부동산을 경락받고자 하는 자는 매각물건명세서를 보고 우선변제권 있는 임차인이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였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 불측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특히 경매는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절차준수의 여부에 대하여 보다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고 집행법상의 원칙을 지키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차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이에 속한다. 다만 위 재판예규에 의한 고지는 집행법원이 당사자의 편의를 위하여 경매절차에서 배당절차(제도)를 안내해 주는 것에 불과한 것이고 집행법원이 절차진행을 주택임차인에게 통지할 법률상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이 절차에 의존하여 채권자에게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데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법원은 배당요구여부를 알리기 위하여 집행관들이 현황조사를 하고 건물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나 실제 거주하지 않더라도 건물에 주민등록을 해 놓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배당요구 종기와 배당요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통지서를 우편으로 전달하는데, 임차인이 집을 비워 우편물을 받아보지 못한 경우도 많고 법률지식이 부족한 임차인이 통지서를 받고도 자신은 경매신청을 했기 때문에 별도의 배당요구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당연히 우선변제를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일반배당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3) 배당요구의 고지 여부와 석명권의 범위 경매법원이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라고 하더라도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여야만 매각대금으로부터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는 고지를 하거나 고지가 전달되기 않은 상태(위 사안의 경우도 고지가 된 것인지는 불분명하며 고지는 집행법원의 의무사항도 아니므로 고지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에 있는 경매신청 채권자가 일반채권자로서 배당요구를 한 것인지 임차인으로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한 경우에 집행법원에 석명의무가 있다고 볼 것인지가 문제이다. 2심법원은 원고의 강제집행신청은 일반채권자로서 배당요구를 한 것으로 임차인으로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한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가 아니므로 집행법원에 원고의 주장에 대한 석명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하여 보증금반환청구의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을 얻어 임차주택에 대하여 스스로 강제경매를 신청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중 우선변제권을 선택하여 행사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우선변제권을 인정받기 위하여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로 배당요구를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만 판시하여 결국 석명권의 부분은 논외로 하고 있다. 생각건대, 채권자가 단순히 강제경매만을 신청하고 일반채권자로서의 배당을 요구하는지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임차인으로서의 배당을 요구하는지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다면 법원이 임의로 P가 그 둘 중의 하나의 절차를 선택한 것으로 채권자의 의사를 간주할 것이 아니라, 채권자에게 경매절차에 관한 절차선택권이 충분히 보장되었는지를 판단한 후,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석명권을 행사하여 절차선택을 명확히 하도록 한 다음, 그것을 판결의 기초로 삼아야 할 것이다. 3. 결어 결론만을 놓고 보면 대법원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하여 보증금반환청구의 확정판결을 얻어 임차주택에 대하여 직접 강제경매를 신청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우선변제권을 선택하여 행사한 것으로 보고 우선변제권을 인정받기 위하여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로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판단은 충분히 수긍된다. 이러한 판단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도 맞다. 다만, 절차법적 측면에서 보면 P가 명시적으로 어느 절차에 의할 것인지를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법원이 P에게 유리하게 우선변제권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하는 집행절차상의 판단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집행절차 역시 소송절차와 절차원리가 다르지 않아 민사소송법상의 처분권주의, 변론주의 또는 그 예외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전제가 먼저 수립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이러한 민사집행의 기본원칙이 통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며 제도의 발전이나 절차법상의 원칙에 대한 보다 충분한 규명이 우선인 상황이 아닌가 한다. 다음으로 채권자가 이 사건과 같이 경매신청자가 아니라 배당요구권자인 주택임차인의 경우는 인수와 소제를 선택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배당요구 종기 이내에 배당요구를 하면 매수인의 부담이 소멸되지만 반대의 경우는 매수인이 그 부담을 인수하게 되며(민사집행법 제91조 제4항 단서), 배당요구를 한 채권자는 경매절차의 안정성요청 때문에 배당요구의 종기가 지난 뒤 이를 철회하지 못한다(민사집행법 제88조)는 규정의 적용은 무조건 배제하여 하는 지도 문제이다. 법원이 경매신청자라고 하여 배당요구권자에게 요구되는 절차규정의 적용은 배제하면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정신은 존중하여 P가 우선변제권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까지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집행절차의 원칙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이 사건의 경우 집행절차선택의 기회보장, 절차의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만연히 당사자의 절차선택의사를 간주하기보다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는 것이 절차법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실체법의 정신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한다.
2013-12-23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공사대금채권 귀속문제
Ⅰ. 서설 공동계약운용요령(기획재정부 회계예규)제11조는 도급인으로 하여금 공동수급체 대표자가 신청한 공사대금채권을 구성원 각자에게 개별적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공동수급표준협정서에도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위 공동계약운용요령 제11조 및 공동수급협정서의 내용은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법적 성질 및 공동도급계약상의 채권채무관계와 관련된 논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Ⅱ.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K사 등 4개 건설사는 2006. 11.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를 결성하여 환경관리공단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공동수급체 구성원인 B사가 국세와 산재·고용보험료 등을 체납하자 대한민국과 근로복지공단이 각각 B사의 공사대금 채권 일부를 압류하였다.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B사가 다른 구성원들에 대한 공사비 구상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동수급체를 탈퇴하자, 나머지 3개사는 위 각 압류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유보된 공사대금 전액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대상판결) 대법원은 1)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는 민법상 조합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나, 2)공동수급체와 도급인이 개별 구성원으로 하여금 공사도급계약에서 발생한 채권을 그 지분비율에 따라 직접 도급인에 대하여 권리를 귀속시키는 약정도 가능하고 이와 같은 약정은 명시적으로는 물론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으며, 3)공동도급계약운용요령 제11조 및 공동수급표준협정서와 같은 약정내용이 담긴 공동수급협정서가 수수된 후 공동도급계약이 체결되었다면, 공동수급체의 개별 구성원으로 하여금 공사대금채권에 관하여 그 출자지분의 비율에 따라 직접 도급인에 대하여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묵시적인 약정이 이루어졌다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공동수급체 구성원들은 각 지분비율로 구분하여 공사대금채권을 가진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Ⅲ. 평석 1.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법적 성질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법적 성질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민법상 조합으로 보아야 한다는 민법상 조합설, 조합원이 조합재산에 관하여 지분소유권을 보유하기로 합의한 지분적 조합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지분적 조합설, 비법인 사단으로 보아야 한다는 비법인 사단설 등이 대립하여 왔으나 통설과 판례는 민법상 조합설을 지지하고 있었다. 대상 판결 역시 민법상 조합설을 따르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2.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공사대금채권 귀속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공사대금채권은 조합재산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별도의 정함이 없는 한 조합원 전원에게 합유적으로 귀속하는 것이므로 그 공사대금채권은 민법 제272조에 의하여 구성원 전원의 합의에 따라 공동으로 청구하거나 대표자가 공동수급체를 대표하여 청구함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에 충실하게 선금·대가 등을 지급함에 있어서 공동수급체 대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던 공동도급계약운용요령 제11조는 1996. 1. 8. 회계예규 2200.04-136-2로 다음과 같이 개정되었다. 즉 제11조 제1항 본문은 "계약담당공무원은 선금·대가 등을 지급함에 있어서는 공동수급체 구성원별로 구분 기재된 신청서를 공동수급체 대표자가 제출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하면서도, 제2항에서 "계약담당공무원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청이 있을 경우 신청된 금액을 공동수급체 대표자에게 지급하되, 기성대가 또는 준공대가의 경우는 공동수급체 구성원 각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선금을 제외한 기성대가 또는 준공대가의 경우에는 반드시 공동수급체 구성원 각자에게 구분하여 직접 지급하도록 개정된 것이다. 이렇게 개정된 내용은 현재의 기획재정부 회계예규인 공동계약운용요령 제11조에도 동일하게 그 취지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면 이처럼 개정된 공동도급계약운용요령 제11조가 적용되는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경우에도 공사대금채권이 합유적으로 귀속하는 것이라는 원칙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하여 종래 대법원은 2000. 11. 24. 선고 2000다32482 판결에서 "도급인이 공동도급계약운영요령에 따라 공사대금채권을 공동수급체 구성원 각자에게 지급하고 공동수급체가 그와 같은 지급방식에 의하여 그 대금을 수령한 사정만으로 조합 구성원 사이에 민법규정을 배제하려는 의사가 표시되어 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공사대금채권은 조합원에게 합유적으로 귀속되는 조합채권으로서 조합원 중 1인이 조합의 채무자에 대하여 출자비율에 따른 급부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대금지급이 구성원 개인에게 직접 이루어진다고 하여 공사대금채권이 구성원의 개별적 채권으로 바뀐 것으로 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입장은 그 동안 판례가 취한 주류적 입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주류적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2001. 7. 13. 선고 99다68584 판결에서 공동수급체 구성원의 개별적 청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한 바 있었고 2002. 1. 11. 선고 2001다75332 판결에서는 계약내용에 따라서 공사대금채권은 공동수급체 구성원에게 합유적 귀속이 아니라 각 지분비율에 따라 구분하여 귀속될 수도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로써 관련 업계와 실무에서는 그 해석상 혼란이 발생하였다. 3. 대상판결의 의의와 그에 대한 검토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공사대금채권은 원칙적으로 그 공동수급체 구성원 전원에게 합유적으로 귀속하는 것이지만, 공동수급체와 도급인이 공사도급계약에서 공동수급체가 아닌 개별 구성원으로 하여금 그 지분비율에 따라 직접 도급인에 대하여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약정을 하는 경우에는 공동수급체 구성원 각자에게 그 지분비율에 따라 구분하여 귀속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가능하다. 대상판결은 이를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묵시적 약정과 관련한 판시 부분은 의문이다. 대상 판결은 공동계약운용요령이 적용되는 도급계약에서 공동수급협정서가 수수되었다면 개별적 공사대금채권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당사자간 묵시적 약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고 하였으나, 과연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공동계약운용요령 제11조는 대표자가 도급인으로부터 기성금을 수령하고도 구성원에게 그 지급을 지체하거나 유용하는 일이 많아 분쟁이 잦아지자 이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개정된 것이지 이를 계약조항으로 편입시킨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는 공사대금채권의 귀속에 관한 정함이라기 보다는 대금지급 업무처리 방식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면이 더 많다. 더욱이 공동수급체의 입장에서 본다면 공사대금채권을 공동수급체의 합유로 하지 않고 개별 구성원에게 귀속시킬 경우 그 위험부담이 더 크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므로 이를 의욕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공동수급협정서가 수수되었음을 근거로 개개 구성원의 개별 채권화시키는 묵시적 약정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한 것에는 당사자간 법률행위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공동수급체 구성원간에 협정내용에 대한 자율성이 부여되고 있지 않은 현재의 실정하에서는 대상판결과 같이 공사대금청구권이 개별 구성원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일률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각 구성원의 연대책임 및 출자비율에 따른 공동수급체 구성원간 손익분배와 직접적으로 모순·충돌되고, 건실한 구성원이 불측의 손해를 입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즉 건실한 구성원이 출자비율을 초과하여 공사를 이행하더라도 그 출자비율을 초과한 대가지급은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되어 공동수급체 구성원의 지위가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또한 공사도중 구성원 일부가 탈퇴하더라도 잔존 구성원이 연대하여 당해 계약을 이행하여야 하고, 공동수급체가 해산한 이후에도 당해 공사의 하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책임을 지게 되는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특성상, 잔존 구성원들의 공사대금채권에 관한 권리는 공동수급체 구성원과 거래한 제3자의 권리 못지않게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이며, 공동수급체 구성원의 공사대금채권은 공동사업을 위한 필수적 재원으로서의 성격도 가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상 판결과 같이 공사대금채권을 개별 구성원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해석하여 제3자에 의한 강제집행을 용인하는 것은 잔존 공동수급체 구성원을 희생시켜 공동사업 목적 달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우려가 없지 않다. 4. 결론 대상판결은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에 있어서 대가의 개별지급에 관한 법률관계의 불명확성을 상당 부분 해소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공동계약운영요령 제11조의 내용이 명시적 계약내용으로 편입된 것임을 확인할 자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수급협정서의 수수에 따른 묵시적 약정이라는 불분명한 개념을 끌어들여 공동수급체 구성원의 직접적인 공사대금채권을 인정한 것이 과연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공동이행방식 공동도급계약에 있어서 개개 구성원의 지분권리를 전면적으로 인정할 경우에는 공동수급체 구성원들에게 제한된 권리만을 부여하면서도 반대로 그 의무에 대해서는 무제한으로 부담지우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되어 오히려 제도의 효용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201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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