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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의 효력
Ⅰ. 사안의 개요 1. 사실관계 A는 인접하고 있는 1, 2, 3 토지의 소유자였는데 1998년 10월15일 피고 1 주식회사에게 3 토지를 매도하고 같은 해 11월11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A는 같은 해 12월14일 원고로부터 돈을 대출받으면서, 위 대출원리금에 대한 담보를 위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제1, 2토지에 관하여 채권최고액을 금 1억 5,000만원으로 하는 근저당권과, 목적을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의 소유로, 존속기간을 1998년 12월12일부터 30년간으로 하는 지상권을 설정해 주었다. 그 후 A는 1999년 1월11일 피고 2(김해시)에게 1 토지를 기부채납하여 같은 해 2월24일 위 토지에 관하여 위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피고 1은 3 토지상에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2000년 10월경 제1토지상에 폭 8m, 연장 89.50m의 아스팔트포장도로를 개설하고 위 토지와 이 사건 제2토지의 경계선상에 길이 89.50m, 높이 2~6m의 콘크리트옹벽을 설치하여 같은 해 11월3일 피고 김해시에게 포장부분과 옹벽을 기부채납하였다. 원고는 2001년 3월경 1, 2 토지에 대한 저당권을 실행하기 위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하였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을 거듭한 끝에 같은 해 8월30일 원고가 위 임의경매신청을 취하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 1, 2를 상대로 하여 저당권 침해 및 지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저당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은 인정하였으나 지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고,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대한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이유의 요지 가. 금융기관이 대출금 채무의 담보를 위하여 채무자 또는 물상보증인 소유의 토지에 저당권을 취득함과 아울러 그 토지에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지상권을 취득하면서 채무자 등으로 하여금 그 토지를 계속하여 점유, 사용토록 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지상권은 저당권이 실행될 때까지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그 경우 지상권의 목적 토지를 점유·사용함으로써 임료 상당의 이익이나 기타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목적 토지의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권 및 지상권의 목적 토지를 점유, 사용한다는 사정만으로는 금융기관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저당부동산에 대한 소유자 또는 제3자의 점유가 저당부동산의 본래의 용법에 따른 사용·수익의 범위를 초과하여 그 교환가치를 감소시키거나, 점유자에게 저당권의 실현을 방해하기 위하여 점유를 개시하였다는 점이 인정되는 등, 그 점유로 인하여 정상적인 점유가 있는 경우의 경락가격과 비교하여 그 가격이 하락하거나 경매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등 저당권의 실현이 곤란하게 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저당권의 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 Ⅱ. 評釋 1.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저당권과 그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이 성립한 후에 저당목적물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저당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은 인정하면서 지상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다. 종래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저당권 실현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주장되기도 하였으나 대상판결은 大判 2005. 4.29, 2005다3243과 마찬가지로 그러한 목적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저당부동산의 본래의 용법에 따른 사용·수익의 범위를 초과하여 그 교환가치를 감소시킨 경우에도 저당권의 침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大判 2006. 1.27, 2003다58454도 같은 취지로 보인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에게 저당권 실현 방해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대상 판결은 이를 명백히 재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우선 의미를 가진다. 그렇지만 이 글에서는 지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부정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하고자 한다. 2. 판례의 동향 大決 2004. 3.29, 2003마1753은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을 취득함과 아울러 그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취득하는 경우, 지상권자로서는 제3자에 대하여 목적 토지 위에 건물을 축조하는 것을 중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하였고 이 판결 이후에 선고된 大判 2008. 2.15, 2005다47205도 같은 취지이다. 이는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설정된 지상권도 유효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3. 판례에 대한 의문 그런데 과연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지상권을 설정하는 것(이를 병존지상권 또는 담보지상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이 가능한가? 지상권은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물권이다(민법 279조). 따라서 이처럼 지상권의 대상인 토지 위에 지상물을 소유한다는 것은 지상권의 본질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에서도 건축물(Bauwerk)을 소유한다는 것은 지상권(世襲建築權, Erbaurecht)의 본질적이고 강행법적인 내용이므로 건축물이 아닌 것을 위한 지상권은 성립할 수 없고, 건축물의 건축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지상권의 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은 불능으로 된다고 한다(MunchKomm/von Oefele, 5. Aufl., ErbbauVO §1 Rdnr. 8; Staudinger/Ring, Bearbeitung 1994, §1 ErbbauVO Rdnr. 2). 그러므로 지상물을 소유하기 위하여서가 아니라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상권은 민법이 예정하고 있는 지상권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인정될 수 없다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말로 한다면 위와 같은 내용의 지상권은 物權法定主義(민법 제185조)에 어긋난다. 법률이 인정하는 물권이라도 법률과는 다른 내용의 물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도 물권법정주의의 한 내용인 것이다. 大判 2009. 3.26, 2009다228, 235는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사용·수익의 권능이 소유자에 의하여 대세적으로 유효하게 포기될 수 있다고 하면, 이는 결국 처분권능만이 남는 민법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유형의 소유권을 창출하는 것으로서, 물권법의 체계를 현저히 교란하게 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저당권의 담보가치만을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을 인정한다면 이는 사용권은 없고 다만 방해배제만을 청구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지상권으로서 우리 민법이 알지 못하는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이처럼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지상권 설정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는 저당권의 담보가치 확보인데 반하여 겉으로 드러난 계약 내용이나 그에 따른 지상권의 등기는 지상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 현실로 토지사용이 예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경솔히 허위표시라고 볼 것은 아니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지상권설정등기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신청서에 지상권 설정의 목적을 기재해야 하는데(부동산등기법 제136조), 이 때에는 소유의 대상인 공작물 또는 수목을 기재해야 하고 등기부에도 그러한 목적이 기재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 확보를 목적으로 하면서 신청서에는 공작물 또는 수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기재하는 것이 허위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종래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설정하였던 것은 저당권 자체에 기하여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위 大判 2005. 4.29, 2005다3243이나 2006. 1.27, 2003다58454는 저당권 그 자체에 기하여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으므로 실제로도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을 인정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4. 일본의 倂用賃借權 논의 이 문제에 관하여는 일본의 병용임차권에 관한 논의가 참고가 될 수 있다. 2003년 개정 전의 일본 민법 395조는 단기임대차는 저당권의 등기 후에 등기되었더라도 저당권에 대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규정을 악용하여 저당권의 실행을 방해하기 위하여 단기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많았으므로, 저당권자는 저당권의 설정과 함께 저당권자를 예약권리자로 하여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예약완결권을 행사하거나 또는 이를 정지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기한 임차권설정청구권 가등기를 한 다음 나중에 임차권의 본등기를 함으로써 사후에 설정된 단기임차권을 배제하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日最判 1989(平元) 6.5.(民集 43-6-355)는 이러한 경우 예약완결권을 행사하여 임차권의 본등기를 마치더라도, 임차권으로서의 실체를 가지지 않는 이상 대항요건을 구비한 후순위의 단기임차권을 배제하는 효력을 인정할 여지가 없다고 하였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었는데 비판하는 견해에서는 저당권 자체에 기하여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병용임차권에 의한 단기임차권의 배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이를 긍정하는 견해에서는 위와 같은 병용임차권의 설정은 탈법행위이거나 허위표시로서 무효라고 하면서, 저당권의 보호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하는 방법에 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후 最判(大) 1999(平成 11). 11.24.(民集 53-8-1899) 및 그 후의 판례가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여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를 인정함으로써 병용임차권에 관한 논의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2003년 개정 일본 민법은 위와 같은 단기임대차 제도 자체를 폐지하여 버렸다. 5.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당해 지상권은 저당권이 실행될 때까지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지상권의 목적 토지를 점유, 사용함으로써 임료 상당의 이익이나 기타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상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하였다. 이는 이 사건 지상권의 내용에는 토지를 점유·사용하는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고 방해배제청구권만을 가진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상권은 지상물의 소유를 위하여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이는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지상권과는 다른 내용의 지상권을 창설하는 결과가 된다. 大判 1974. 11.12, 74다1150 판결은 지상권이 설정된 대지의 소유자는 그 소유권 행사에 제한을 받아 그 대지를 사용·수익할 수 없으므로 불법점유자에 대하여 차임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와 지상권자 모두 불법점유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될 것이다. 위 판결에서도 지상권자가 은행이었던 점에 비추어 마찬가지로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사견으로서도 이 사건에서 원고가 지상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지만, 그 이유는 대법원과는 달리 원고의 지상권 취득 자체가 무효라고 하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6. 결론 종래 판례는 법이 인정하는 것과는 다른 형태의 물권을 쉽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컨대 판례는 당사자가 주로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전세권을 설정하였고, 그 설정과 동시에 목적물을 인도하지 아니한 경우라 하더라도 장차 전세권자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것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전세권의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하고(大判 1995. 2.10, 94다18508), 등기부상 채권자는 원래의 채권자 아닌 제3자로, 채무자는 실제의 채권자로 한 근저당권 설정등기도 유효하다고 한다(大判(全) 2001. 3.15, 99다48948). 그러나 물권은 제3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효력을 가지고 있고, 등기에 의한 공시도 이 때문에 요구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편의에 따라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목적으로 물권을 변칙적으로 설정하는 것을 만연히 허용하여서는 안 된다. 이것이 물권법정주의의 정신이기도 하다.
2010-05-17
‘송유관이설협약’의 법적 성질에 관한 소고
Ⅰ. 사안의 개요 피고(주식회사 대한송유관공사)는 고속국도법과 도로법에서 정하고 있는 도로부지와 접도구역에 송유관을 매설하기 위하여 1991년 10월8일 원고(한국도로공사)와 그 매설에 관한 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협약 중 송유관 시설의 이설 및 그 비용부담에 관한 내용은 ‘고속국도의 유지관리 및 도로확장 등의 사유로 도로부지 및 접도구역에 매설한 송유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설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원고는 피고에게 송유관시설의 이전을 요구할 수 있고 그로 인하여 발생되는 이설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로 돼 있었다. 원고는 1992년 5월18일 피고에게 ‘도로점용 및 접도구역 내 공작물 설치허가’를 하였는데(이하 위 허가를 ‘이 사건 허가’라 한다), 그 허가조건 중의 하나로 피고가 이 사건 협약을 위반하였을 때에는 원고가 임의로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을 부가하였다. 피고는 위 허가에 따라 송유관매설에 착수하여(경부고속도로 영남권 제3공구는 1992년 10월경 착공하였다), 1995년 3월31일 매설을 완료하였는데(접도구역의 토지소유자들과는 따로 토지사용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였음), 위 매설완료 전인 1994년 2월1일 도로법시행규칙이 개정되어 접도구역에는 관리청의 허가 없이 송유관을 매설할 수 있게 되었다. 1997년 초순경 경부고속도로 청원~증약 사이 구간의 도로확장공사계획에 따라 그 구간에 매설되어 있던 송유관의 이설이 불가피하게 되자, 원고는 1997년 4월14일 피고에게 ‘송유시설 이설비용 부담주체 등에 관한 업무협의 요청’을 보내면서 위 구간의 도로부지 및 접도구역 내에 매설되어 있는 송유관을 이 사건 협약에 따라 피고의 비용으로 이설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피고는 1997년 4월29일 원고에게 ‘송유시설 이설비용 부담 주체 등에 관한 의견 회신’을 보내면서 “이 사건 협약에 따라 도로부지 및 접도구역 내의 송유관 이설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고, 도시계획구간 등 기타지역 내의 송유관 이설비용은 원고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답신하였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고속국도 접도구역에 건축허가 또는 형질변경허가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허가신청서에 ‘보상비청구포기서’를 첨부하도록 하는 ‘접도구역관리지침’을 시행하여 오다가 1998년 8월1일 재산권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위 지침에서 보상비청구포기서 징구에 관한 부분을 삭제하였는데, 피고는 이를 이유로 하여 종전의 입장을 바꾸어 1999년 2월24일 원고에게 “위 지침이 개정되어 이 사건 협약 중 접도구역 내 송유관 이설비용을 피고가 부담키로 한 조항의 근거규정이 소멸되었으므로 이 사건 협약도 변경되어야 한다”는 뜻을 통보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이 사건 협약은 그 성질상 허가에 붙일 부관안(附款案)에 대한 협약이라 보아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허가가 실효되면 그 부관이 실효되는 것과 같이 이 사건 협약 역시 허가가 실효되면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당연히 실효되는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 허가는 도로부지에 관한 부분과 접도구역에 관한 부분으로 나뉘어서 효력을 달리 할 수 있는 허가가 아니라 그 전체가 효력을 같이 하는 일체불가분의 허가라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허가에 붙은 부관안에 관한 협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 사건 협약 역시 도로부지에 관한 부분과 접도구역에 관한 부분으로 나뉘어져 효력을 달리 할 수 없는 일체불가분의 것이라 할 것이다. 이 사건 송유관 매설사업의 특성상 그로 인하여 이 사건 허가 및 그에 부가된 이 사건 협약의 전부 또는 일부의 효력이 상실되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어서, 이 사건 협약은 위 시행규칙 개정 이후에도 그 효력을 유지하게 되었다 할 것이다. 이 사건 협약에서 이 사건 허가에 따라 매설된 송유관의 이설비용을 전부 피고가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공사구간에 관한 송유관 이설비용은 피고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Ⅲ. 대상판결의 문제점 송유관이설과 관련해선, 대상판결의 원심인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03.3.21. 선고 2002가합2382판결이외에,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06.1.11. 선고 2003가합6145판결이 있다. 지면관계상, 논의의 출발점인 1991.10.8.에 체결한 협약의 법적 성질만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1. 당해 협약의 법적 성질의 문제 당해 협약의 법적 성질에 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원심과는 달리, 대상판결은 그 협약을 ‘허가에 붙일 부관안에 대한 협약’으로 보되, 구체적인 부관의 종류는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2003가합6145판결은 그 협약을 대상판결과 동일하게 ‘허가에 붙일 부관안에 대한 협약’으로 보면서, 동시에 그 내용에 있어서는 피고에게 송유관 이설비용의무를 명하는 점에서 부담에 해당한다고 구체적인 부관의 종류를 적시한다. 허가이전엔 당해 협약을 ‘부관안에 대한 협약’으로 보고, 허가이후엔 부관 그 자체로 보는 것은 나름의 설득력을 갖는다(부관적 접근의 문제점은 후술함). 그러나 시간적 흐름과 사안의 경과에 비추어, 여기서의 협약이 부관 가운데 부담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스럽다. 왜냐하면 비록 허가에 협약위반에 따른 허가취소를 규정하고 있긴 하나, 이는 일종의 철회권유보 또는 철회사유의 확인일 뿐이고, 당해 협약은 실질적으로 당해 허가발급의 기초(전제조건)가 되었기 때문이다. 본체인 행정행위의 효과를 보충·보조하는 부담의 본래적 기능을 여기선 발견하기 어렵다. 2. 실효논증의 문제 2003가합6145판결처럼 당해 협약을 부관 특히 부담으로 볼 때, 그 자체를 직접적인 소송대상으로 삼아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문제도 검토될 수 있지만, 당해 협약의 부관적 접근은 결국 그것의 유효성여부를 본체인 행정행위의 존부에 의존시킨다(부관의 부종성에 따른 실효논증). 원심이 “송유관 이설공사의 비용부담에 관한 문제는 허가의 요부나 허가신청시 보상비청구포기서 제출의무의 유무와는 무관한 별개의 문제라 할 것이며, … 위 규칙 및 지침의 개정은 이 사건 협약의 효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시한 반면, 대상판결은 실효논증을 전개하였다. 즉 대상판결은 당해 허가 및 협약의 가분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도, 송유관매설사업의 특징을 들어 당해 허가 및 협약의 가분성을 부정하고, 이를 근거로 법령개정에도 불구하고 당해 허가 및 협약의 효력을 인정한다. 반면 2003가합6145판결은 당해 허가를 도로구역상의 점용허가(송유관매설허가)와 접도구역상의 점용허가(송유관매설허가)로 나누어, 관련 법규정의 개정을 근거로 후자의 실효를 논증한 다음, 당해 협약의 접도구역과 관련된 부분이 실효됨을 논증하였다. 행정행위의 실효사유로, 대상의 소멸, 해제조건의 성취, 목적의 달성을 들지만, 이 밖에 발해진 규율의 대상상실을 초래하는 중대한 사실·법상황의 변경에 의해서도 행정행위는 실효될 수 있다(Kopp/Ramsauer, VwVfG Kom. 2003, § 43 Rn. 41, 42). 이 점에서 대상판결이 취한 실효논증은 나름의 타당성을 지니는 반면, 행정행위의 기초가 되는 법률적 근거의 소멸을, 곧바로 그 행정행위의 실효로 연계시킨 2003가합6145판결의 논증은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실효적 접근의 경우, 당해 허가의 가분성 여부가 관건이다. Ⅳ. 관 견 1. 당해 협약에 관한 행정계약적 접근 당해 협약에 대한 부담적 접근이 의문스러울 경우, 조건에 의한 부관적 접근도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조건적 부관은 본체인 행정행위의 성립여부의 차원에서만 의미를 가질 뿐이다. 부관의 본질적 징표인 부종성으로 말미암아, 부관론의 궁극적 지향점은 부관이 아니라, 본체인 행정행위의 성립과 존속 그 자체이다. 일종의 계약서와 같은 당해 협약서의 내용 및 새로운 변경합의의 성립 등의 일련의 사정을 고려할 때, 부관적 접근은 협상을 기조로 한, 사안의 실체와 어울리지 않는다. 부관적 기능의 수행을, 곧바로 부관으로서의 법적 성질로 환치시킬 순 없다. 기왕의 도로점용 등의 허가와의 관련성은 견지하되, 논증의 무게중심은 당해 협약 그 자체에 두어야 한다. 여기선 법적 규율의 합의적 생성의 측면을 앞세우면서, 아울러 허가에 대한 준비행위로서의 의미와 독립적인 존재의미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법제도가 관건이다. 행정행위의 발급과 관련이 있는, ‘종속적 행정계약’이 해결책이다(여기서의 행정계약은 공법적 계약으로서의 그것을 의미한다. 참고: 김남진, 행정계약·공법상계약·행정법상계약, 고시계 2007.7.) 그런데 당해 협약의 주된 내용은 피고의 일방적인 급부의무에 초점이 모아져 있을 뿐, 원고의 급부는 명시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궁극적으로 원고의 급부에 해당하는 이 사건 허가의 발급이, 묵시적으로 예정되어 있다 하겠다(급부의무와 행정활동의 기대간의 의존관계). 요컨대 일방의 주된 급부만을 규율하고 타방의 반대급부는 명시하지 않은, 독일에서의 행정계약의 일종인 ‘불완전 교환계약’(Hinkende Austauschvertrage)이 이에 해당한다. 결국 당해 협약은 ‘불완전 교환계약’이자, ‘종속적 계약’으로서의 행정계약에 해당한다. 체약강제의 경우가 아니라면, 자유와 재산권에 계약을 통해 영향을 미치는 것에 법률유보원칙은 원칙적으로 통용되지 않는다. 독일처럼 행정계약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이상의 계약을 인정하는 데 이론적 문제는 없다. 그저 낯설음과 외면의 문제이다. 2. 당해 협약에 대한 사정변경의 원칙의 적용 행정계약적 접근에 따른 이점은, 협약의 수정(변경)가능성을 허가의 가분성 여부가 아닌 사정변경의 원칙에서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행정절차법 제60조 제1항은 “계약내용을 확정함에 있어 결정적이었던 관계가, 계약체결 이후 당사자 일방으로부터 그 계약의 원래 규율을 고수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본질적으로 바뀐 경우”에 타방에게 계약내용변경요구권과 해지권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서 변경되는 ‘관계’에는 당연히 법적 변경 역시 고려되며, 이에는 법규정은 물론 판례의 변경까지도 포함된다고 한다. 반면 행정규칙상의 변경은 제외되고 있다(Kopp/Ramsauer, VwVfG, § 60 Rn. 9a). 우리의 경우 이상과 같은 명시적인 규정이 없어서 사정변경의 원칙의 통용이 문제된다. 동 원칙에 관한 일반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판례의 기조와는 달리) 국내 민법학계의 통설은 그것을 신의칙에 근거하여 계약법의 일반원칙으로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불예견론’이 민법에선 부정되는 데 대해서, 행정계약에선 1916년의 ‘Bordeux 가스사건’이래로 인정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1976년 행정절차법제정당시부터 동법 제60조 제1항을 통해 ‘행위기초론’(일종의 독일식 사정변경의 원칙)을 성문화한 반면, 민법에선 2001년의 채권법현대화법에 의한 민법개정에서 비로소 그것이 명문화되었다. 우리 역시 2004년 민법개정안 제544조의4를 통해서 동원칙에 관한 일반규정을 마련하였다. 그런데 행정법의 경우 행정의 탄력성과 현실조응성을 기조로 한 행정행위의 철회제도를 통해서, 사정변경의 원칙에 대해서 더 호의적이다. 따라서 사정변경의 원칙을 일반원칙으로 설정하면, (국회 통과 전이라도) 민법개정안의 내용을 당해 협약에 투영시켜 논증하는 데 어려움도, 문제도 없다(交互的 포용질서로서의 공법과 사법). 이를 통해서 행정계약에 관한 행정절차법상의 입법공백을 메울 수 있으며, 나아가 행정계약의 법리의 일단을 형성할 수 있다(참조: 김대인, 행정계약법의 이해, 2007). 요컨대 당해사안에선 계약 구속력의 원칙과 사정변경의 원칙의 조화를 도모하기 위하여, 협약의 수정(변경)의 능부가 관건이 되어야 한다.
2007-12-24
건물공사 중 건축주가 변경된 경우 건물 소유권의 원시취득 시기
Ⅰ. 사실관계 대상 판결에서 문제가 된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18층의 아파트 및 판매시설인 소위 주상복합건물로서, 피고 주식회사 동신주택이 1992. 2.경 6층 골조공사까지 마친 후 부도가 나서 공사가 중단되었다. 1992. 9.경 소외 주식회사 백상주택건설이 매매대금을 건물 완공 후 아파트 일부에 대한 소유권을 피고 동산주택에게 이전해 주는 것으로 갈음하기로 하고 신축 중인 이 사건 건물을 인도받아 공사를 진행하다가 다시 부도가 나 위 약정기한까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1994. 4. 피고 동신주택은 이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다. 백상주택건설은 매매계약 해제에도 불구하고 계속 공사를 진행하다 1994. 10.경 공사를 중단하였다. 백상주택건설의 공사 중단 당시 이 사건 건물 중 18층 구조의 좌측 부분은 18층까지 골조공사, 17층 일부 벽면까지 조적공사, 16층 일부까지 미장공사가 되어 있었고, 7층 구조의 우측 부분은 7층까지의 골조 및 조적공사, 지붕 및 옥상공사가 되어 있었으나, 18층 구조의 좌측 부분의 옥상 지붕공사, 17층 일부 및 18층 전체의 조적공사는 되어 있지 않았고, 건물 전체적으로 일부 배선설비 외에는 전기설비공사가 대부분 시공되지 않았고, 외장 및 실내공사, 난방, 상·하수도 배관설비공사 등은 전혀 시공되지 아니한 상태였다. 원고 주식회사 삼원주택은 1998. 8. 28. 피고 동신주택으로부터 위와 같은 상태에 있던 이 사건 건물을 양수받아 이 사건 건물 공사를 재개하여 18층 지붕공사 및 17층까지를 포함한 조적공사 및 전체 건물의 외장공사 및 실내공사 등 전체적인 잔여 공사를 시행해 이 사건 건물을 완공했다. Ⅱ. 대상 판결의 요지 건물이 설계도상 처음부터 여러 층으로 건축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고 그 내용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건축공사를 진행하던 중에 건축주의 사정으로 공사가 중단되었고 그와 같이 중단될 당시까지 이미 일부 층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둘레 벽이 완성되어 그 구조물을 토지의 부합물로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제3자가 이러한 상태의 미완성 건물을 종전 건축주로부터 양수해 나머지 공사를 계속 진행한 결과 건물의 구조와 형태 등이 건축허가의 내용과 사회통념상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건물을 축조한 경우에는, 그 구조와 형태가 원래의 설계 및 건축허가의 내용과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건물 전체를 하나의 소유권의 객체로 보아 그 제3자가 그 건물 전체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고 보는 것이 옳고, 건축허가를 받은 구조와 형태대로 축조된 전체 건물 중에서 건축공사가 중단될 당시까지 기둥과 지붕 그리고 둘레 벽이 완성되어 있던 층만을 분리해 내어 이 부분만의 소유권을 종전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고 볼 것이 아니다. 또한, 구분소유가 성립하는 시점은 원칙적으로 건물 전체가 완성되어 당해 건물에 관한 건축물대장에 구분건물로 등록된 시점이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다1345 판결 등 참조), 건축공사가 중단될 당시까지 종전 건축주에 의하여 축조된 미완성 건물의 구조와 형태가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Ⅲ. 미완성 건물의 완성과 소유권 귀속에 관한 종전 판례 1. 종전 판례의 일반적인 법리 건축주의 사정으로 건축공사가 중단되었던 미완성의 건물을 양도받아 나머지 공사를 마치고 완공한 경우, 공사가 중단된 시점에서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와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면 원래의 건축주가 그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대법원 1993. 4. 23. 선고 93다1527·1534 판결, 대법원 1997. 5. 9. 선고 96다54867 판결,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다26194 판결,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0다16350 판결 등 다수). 이때 사회 통념상 독립된 건물이라 하기 위하여는 최소한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주벽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1986. 11. 11. 선고 86누173 판결, 대법원 1996. 6. 14. 선고 94다53006 판결, 대법원 2001. 1. 16. 선고 2000다51872 판결,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판결 등 다수). 2. 건축허가상 계획된 건물 일부의 기둥·주벽·슬라브 등이 완성된 구체적 사례 종전에 대법원은 건축허가상 계획된 건물의 일부만이 기둥·주벽·지붕이 건축되었을 때 그 건물이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그 건물의 일부도 원래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며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이 사건 공작물은 위 경락 당시 지하 1, 2층 및 지상 1층까지의 콘크리트 골조 및 기둥, 천장(슬라브)공사가 완료되어 있고, 지상 1층의 전면(남쪽)에서 보아 좌측(서쪽) 벽과 뒷면(북쪽) 벽 그리고 내부 엘리베이터 벽체가 완성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공작물은 최소한의 지붕과 기둥 그리고 주벽(主壁)이 이루어졌다고 할 것이어서 미완성 상태의 독립된 건물(원래 지상 7층 건물로 설계되어 있으나, 지상 1층만으로도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임이 분명하다)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1. 16. 선고 2000다51872 판결) 「지하 3층 지상 12층의 주상복합건물을 신축 중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후 신축 건물이 경락된 경우 신축 건물이 경락대금 납부 당시 이미 지하 1층부터 지하 3층까지 기둥, 주벽 및 천장 슬라브 공사가 완료된 상태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하 1층의 일부 점포가 일반에 분양되기까지 하였다면, 비록 토지가 경락될 당시 신축 건물의 지상층 부분이 골조공사만 이루어진 채 벽이나 지붕 등이 설치된 바가 없다 하더라도, 지하층 부분만으로도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신축 건물은 경락 당시 미완성 상태이기는 하지만 독립된 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21608 판결) Ⅳ. 대상 판결의 검토 대상 판결은 건물이 건축허가 및 설계도상 여러 층으로 건축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을 경우에는 제3자가 미완성 건물을 양수하여 건축허가의 내용과 사회통념상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건물을 축조하였을 때 그 구조와 형태가 원래의 설계 및 건축허가의 내용과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건물 전체를 하나의 소유권의 객체로 보아 그 제3자가 그 건물 전체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시하여, 건물의 일부만이 기둥·주벽·지붕이 건축되었을 때 그 건물이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그 건물의 일부도 원래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는 위의 종전 판례들과는 배치되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21608 판결은 주상복합건물에 대한 것으로 건축주가 1회 변경된 사안으로 대상 판결의 경우 건축주가 2회 변경된 것을 제외하면 그 사실관계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한편 대상 판결의 원심 판결은 일반적인 독립건물과 각 구분소유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집합건물의 경우를 나누어서 일반적인 독립건물의 경우에는 종전의 판례와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으나, 각 구분소유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집합건물의 경우에는, 집합건물에서의 ‘독립한 건물’의 개념은 1동의 건물 전체가 독립한 부동산으로서의 건물의 요건을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구분소유권의 목적인 각 세대별 구분건물 부분도 독립한 건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구조상·이용상의 독립성이나 개별성을 갖춘 후에야, 비로소 집합건물로서 ‘독립한 건물’의 물리적 완성도를 갖추었다고 보아야 한다며 집합건물의 경우에 있어서는 결론적으로는 대상 판결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일반적인 독립건물과 집합건물의 경우를 나누지 않고 여러개의 층으로 건축될 예정인 모든 건물에 적용되는 일반론을 펼친 것이다. 또한 대상 판결은 구분소유가 성립하는 시점은 원칙적으로 건물 전체가 완성되어 당해 건물에 관한 건축물대장에 구분건물로 등록된 시점이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다1345 판결 등 참조), 건축공사가 중단될 당시까지 종전 건축주에 의하여 축조된 미완성 건물의 구조와 형태가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상 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다1345 판결)은 집합건물의 어느 부분이 전유부분인지 공용부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에 관한 것으로 건물의 소유권의 귀속시기에 기준이 되는 판결이라 할 수 없다.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건물이 건축물대장에 구분건물로 등록되려면 건물이 완공되어 사용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대상 판결의 논리에 의하면 건물을 완벽하게 완성하여 사용승인을 받은 시점의 건축주가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되어 건물의 기둥, 벽, 보, 지붕 등이 완성되어 그 구조물을 토지의 부합물로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에는 독립한 부동산으로 보아 그 당시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는 종전의 판례 이론이 성립할 여지가 없게 된다. Ⅴ. 결론 대상 판결은 여러 개의 층으로 건축될 예정이었던 건물의 건축주가 변경되었을 경우에 원시취득자에 대한 종례의 대법원 판례들과는 배치되며, 집합건물의 경우에 관한 것으로 대상 판결과 유사한 사안에 관한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21608 판결을 폐지하지 않았다. 건축허가의 내용과 동일한 정도의 건물을 완성한 건축주가 건물 전체를 원시취득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지, 아니면 공사가 중단된 시점에서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을 그 당시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지는 변경된 여러 건축주들 중 누구의 보호가 아니라, 제3자, 즉 건축주의 채권자 보호에 관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대상 판결과 같이 건축허가의 내용과 사회통념상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건물을 축조한 경우 건물 전체를 원시취득한다고 본다면 건물의 상당 부분을 완성하였던 당시의 건축주의 채권자가 민사집행법 제81조 제1항 제2호, 제291조에 의하여 미완성인 미등기 건물을 압류 또는 가압류하여 부동산등기법 제134조에 의하여 소유권의 처분제한의 등기촉탁에 의하여 처분제한의 등기를 명하는 재판에 의한 소유권의 등기가 경료되었다 하더라도, 원래의 건축주가 미완성인 건물을 제3자에게 양도하여 제3자가 건물을 완성하였을 때 건물을 양도받아 완성한 제3자가 원시취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원래의 건축주는 미완성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처분제한의 뜻이 기재된 소유권의 등기는 말소되어야 한다. 이런 결과는 원래의 건축주의 채권자에게 뜻하지 않은 피해를 주게 될 뿐만 아니라, 원래의 건축주가 이러한 결과를 노리고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건물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방법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대상 판결의 경우에 건물의 원시취득의 시기를 종전 판례와 마찬가지로 건물 공사가 중단된 때 이미 일부 층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둘레 벽이 완성되어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와 구조를 갖추고 있었던 부분은 그 당시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 것이나, 건물 완성 당시의 건축주에게 양도된 것으로 이론 구성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부 완성된 건물이 소유권의 처분제한의 등기를 명하는 재판에 의한 소유권의 등기가 경료된 후 그 원시취득자인 피고가 이를 원고에게 양도한 후 위 소유권보존등기에 터잡아 소유권을 양도받은 다른 피고들에 대하여는 원심에서의 원고의 예비적 청구원인과 같이 원래의 건축주와 피고들의 배임행위에 기한 등기로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이거나,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 계약에 기한 등기로 민법 제108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라고 이론 구성을 하면 대상 판결과 그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이론 구성을 한다면 종전의 판례의 이론과도 배치되지 않고 원래의 건축주의 일부 완성된 건물의 압류·가압류 채권자도 보호될 것이다. 또한 원래의 건축주의 채권자가 일부 완성된 건물을 압류·가압류하였다 하더라도 미완성건물을 양수받는 자는 부동산등기부에서 처분제한의 등기를 명하는 재판에 의한 소유권의 등기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건물의 매매과정에서 매매대금의 정산시 불이익을 입지 않을 것이다. 대상 판결은 사실상 종례의 판례를 변경한 것이나, 종례의 판례를 폐지하지 않았으므로 앞으로 여러 개의 층으로 건축될 예정이던 건물의 건축주가 변경되는 사안의 경우 어느 대법원 판례를 따라야 할지 혼란을 가져오게 되었다. 따라서, 향후 유사 사례에 있어서 대법원이 명확하게 이론을 정리하기를 기대한다.
2007-02-22
공동주택의 하자담보책임기간
Ⅰ. 판결의 요지 구 주택건설촉진법(1997. 12. 13. 법률 제54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구 공동주택관리령(1997. 7. 10. 대통령령 제154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구 공동주택관리규칙(1999. 12. 7. 건설교통부령 제2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관련 규정에 의하면, 공동주택의 입주자?입주자대표회의 또는 관리주체는 공사의 내용과 하자의 종류 등에 따라 1년 내지 3년(다만, 내력구조부의 결함으로 인하여 공동주택이 무너지거나 무너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5년 또는 10년)의 범위에서 정하여진 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 사업주체에게 하자의 보수를 요구할 수 있는바, 이는 행정적인 차원에서 공동주택의 하자보수 절차?방법 및 기간 등을 정하고 하자보수보증금으로 신속하게 하자를 보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정한 것으로서 위 법령에서 정하여진 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 입주자 뿐만 아니라 사업주체와 별다른 법률관계를 맺지 않은 공동주택의 관리주체나 입주자대표회의도 보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아울러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부칙 제6조가 집합건물의 관리방법과 기준에 관한 구 주택건설촉진법의 특별한 규정은 그것이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에 저촉하여 구분소유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해하지 않는 한도에서만 효력이 있다고 규정한 점까지 고려할 때 구 주택건설촉진법 등의 관련 규정은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제9조에 의한 분양자의 구분소유자에 대한 하자보수의무의 제척기간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 Ⅱ. 하자보수기간에 대한 각종 법률의 규정 1. 민법 토지, 건물 기타 공작물의 수급인은 목적물 또는 지반공사의 하자에 대하여는 인도 후 5년간의 담보책임이 있고, 그 목적물이 석조, 석회조, 연와조, 금속 기타 이와 유사한 재료로 조성된 것인 때에는 10년간의 담보책임이 있다.(제671조) 2.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집합건물 분양자의 담보책임에 관하여는 민법 제671조를 준용하되, 민법의 규정보다 매수인을 불리하게 한 특약은 효력이 없다.(제9조) 3. 건설산업기본법 수급인은 발주자에 대하여 건설공사의 목적물이 벽돌쌓기식구조?철근콘크리트구조?철골구조?철골철근콘크리트구조 기타 이와 유사한 구조로 된 것인 경우에는 건설공사의 완공일부터 10년의 범위내에서, 기타 구조로 된 것인 경우에는 건설공사의 완공일부터 5년의 범위내에서 공사의 종류별로 대통령령(건설산업기본법시행령 제30조 및 별표4)이 정하는 기간 이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 담보책임이 있으며, 건설공사에 관한 하자담보책임기간에 관하여 다른 법령(민법 제670조, 제671조 제외)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도급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는 그 법령이나 도급계약이 정한 바에 따른다.(제28조) 4. 주택법시행령 내력구조부의 하자보수책임기간은 기둥?내력벽(힘을 받지 않는 조적벽 등은 제외한다)은 10년, 보?바닥 및 지붕은 5년으로 규정되어 있고(주택법시행령 제62조제1항, 별표7) 그 이외에는 주택법시행령 제59조 제1항에 의한 별표 6에 의하여 시설구분에 따라 1년, 2년, 3년의 하자보수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Ⅲ. 주택법시행령(구 공동주택관리령)상의 하자보수책임기간의 효력에 대한 논의 1. 무효설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부칙 제6조에 “집합주택의 관리방법과 기준에 관한 주택건설촉진법(현 주택법)의 특별한 규정은 그것이 이 법에 저촉하여 구분소유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해하지 않는 한 효력이 있다”고 규정되어 있고, 주택법시행령(구 공동주택관리령)상의 각종 하자보수기간은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이 준용하는 민법 제671조의 5년 또는 10년 보다 단기간이므로 입주자에게 불리하여 무효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의하면 주택법시행령상의 하자보수기간에 관한 규정은 무효이며, 민법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적용되어야 한다. 하급심판결 중 부산고등법원 2002나2157 손해배상(기) 사건에서 재판부는 무효설을 따랐다. 2. 유효설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부칙 제6조에 ‘집합주택의 관리방법과 기준’에는 하자보수청구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주택법과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을 비교할 수 없으므로 주택법시행령상의 하자보수책임기간은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하급심판결 중 서울지방법원 2002가합21931 하자보수금 사건에서 재판부는 유효설을 따랐다. 3. 절충설 민법 제671조 제1항의 ‘건물 기타 공작물의 하자’는 건물 중 물리적인 분리나 교체, 개별적인 보수가 불가능한 부분의 하자를 뜻하고 이는 결국 건물의 ‘주요 부분에 발생한 하자’를 뜻하며, 그 이외에 분리나 교체, 개별적인 보수가 가능한 부분, 즉 건물의 주요부분 이외에서 발생한 하자는 도급계약상 일반적인 물건의 하자로 보아 제670조 제1항의 1년의 담보기간에 해당된다고 보아 민법상 제척기간은 부위별로 달리 보아야 하고 주택법시행령상의 하자보수 기간은 대부분 유효하고 이를 발생기간 및 제척기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4. 사견 민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건축물을 주요 구조부분인 기둥, 벽, 지붕 등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주요 구조부분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으나, 현대의 건축물에 있어서의 각종 설비와 인테리어 등에 대하여는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대의 건축물과 관련지어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먼저 구 공동주택관리령(현 주택법시행령)상의 하자보수기간에 관한 규정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고, 민법상의 10년 또는 5년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본다. 주택법시행령 별표6에서 분류된 시설공사의 구분에는 민법상의 건물 기타 공작물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다수 존재하므로(예: 도배공사, 식재공사 등의 조경공사, TV공청설비공사) 주택법시행령상의 시설공사의 하자보수기간 전부가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보며 각 시설공사의 성질에 따라 건축물을 주요 구조부분일 경우에는 민법상의 규정에 따른 10년 또는 5년의 하자보수기간을 적용하고, 주요 구조부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670조에 의하여 1년간의 하자보수기간을 적용하여야 하나, 구 공동주택관리령(현 주택법시행령상)의 하자보수기간이 위 민법 제670조의 규정 보다 불리하지 않으므로 구 공동주택관리령(현 주택법시행령상)의 하자보수기간을 적용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Ⅳ. 종전 대법원판례 종전의 대법원판례 중에는 구 공동주택관리령상의 하자보수기간이 유효한지에 대하여 정면으로 다룬 것은 없었으나, 구 공동주택관리령에서 규정한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유효인 것을 전제로 한 판례는 다수 있었다. 대법원 2002. 2. 8. 선고 99다69662 판결에서는 “보증대상이 되는 하자는 위 공동주택관리령 제16조 및 구 공동주택관리규칙(1999. 12. 7. 건설교통부령 제2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1항 [별표 3]에서 규정하고 있는 하자이어야 하는바, 위 공동주택관리령 및 공동주택관리규칙에서는 하자보수대상인 시설공사의 구분 및 하자의 범위와 그 하자보수책임기간을 규정하면서, 하자보수대상 시설공사를 대지조성공사, 옥외급수위생관련공사, 지정 및 기초공사, 철근콘크리트공사 등 17개 항목으로 구분한 후, 하자보수책임기간을 1년에서 3년까지로 정하면서 기둥, 내력벽의 하자보수기간을 10년으로, 보, 바닥, 지붕의 하자보수기간을 5년으로 따로 규정하였고, ……… (중략) ……… 그 보증대상이 되는 하자는 위 공동주택관리령 및 공동주택관리규칙 소정의 하자보수의무기간을 도과하기 전에 발생한 것이어야 하고”라고 판시하여 공동주택관리령상의 하자보수기간이 유효인 것을 전제로 판결하였다. 또한 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2다4290 판결도 공동주택관리령상의 하자보수기간이 유효한 것을 전제로 하였다. 다만, 이와 같은 대법원 판결들에서는 당사자들이 공동주택관리령상의 하자보수기간에 관하여 유?무효를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았기 때문에 공동주택관리령상의 하자보수기간의 유?무효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Ⅴ. 본 판결의 의의 본 대법원 판례는 구 공동주택관리령(현 주택법시행령)의 하자보수기간은 행정적인 차원에서 입주자뿐만 아니라 사업주체와 별다른 법률관계를 맺지 않은 공동주택의 관리주체나 입주자대표회의도 하자보수기간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는 사업주체가 예치한 하자보수보증금으로 신속하게 하자를 보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이라는 것을 명확히 밝힌 데 의의가 있다. 또한 구 주택건설촉진법 등의 관련 규정은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제9조에 의한 분양자의 구분소유자에 대한 하자보수의무의 제척기간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제9조에 의한 분양자의 구분소유자에 대한 하자보수의무에 관하여는 구 공동주택관리령(현 주택법시행령)의 규정이 민법의 규정에 우선하는 제척기간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을 밝힌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부칙 제6조에는 집합건물의 관리방법과 기준에 관한 구 주택건설촉진법(현 주택법)의 특별한 규정은 그것이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에 저촉되어 구분소유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해하지 않는 한도에서만 효력이 있다고 규정되어 있고, 구 공동주택관리령(현 주택법시행령)상의 시설공사 중 도배공사, 식재공사 등의 조경공사와 같이 민법 제671조에서 규정한 석조, 석회조, 연와조, 금속 기타 이와 유사한 재료로 조성된 목적물이라 볼 수 없어 이에 관하여는 구 공동주택관리령(현 주택법시행령)의 규정이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에 저촉되어 구분소유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구 공동주택관리령(현 주택법시행령)상의 각 시설공사에 대한 하자보수기간은 모두 무효이고 이에 대하여 전부 10년 또는 5년의 제척기간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는 볼 수는 없고, 그 시설공사에 따라 성질상 민법의 규정 보다 구분소유자에게 불리한 경우에만 무효라는 취지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 주택법시행령상의 각 시설공사에 따른 하자보수기간이 유효인지, 아니면 민법의 규정에 저촉되어 무효인지를 가려줄 판결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
2004-11-25
조례제정권과 위임명령제정권의 구별
Ⅰ. 사건의 개요 (1)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라 한다)는 1990. 4. 20. 서울랜드 2차시설물(각종 건축물, 공작물 등)에 대한 도시계획사업시행허가를 하면서 “본 사업에 투자한 모든 시설물은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고 일정기간 무상사용키로 하되 사용기간과 조건은 투자비 회수가능의 범위에서 사업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서울시가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것을 허가조건으로 하였다. (2) 원고(○○개발주식회사)는 이 사건 2차시설물을 준공하고 서울시에 기부하면서 무상사용승인을 신청하였는데, 피고(서울대공원관리사업소장)는 1996. 12. 12. 기부채납된 2차시설물만을 무상사용으로 하고, 주차장시설부지는 유상사용으로 하여 원고에게 가관리위탁하면서 대부요율을 재산평정가격의 1,000분의 50으로 결정하며, 무상사용기간을 20년으로 정하여 통보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당사자의 주장 (1) 피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은 관계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2) 원고의 주장 서울특별시공유재산관리조례 제23조 제1항, 제7항 및 서울특별시공원조례 제7조는 공공용 재산의 연간 대부요율과 공원시설의 연간 위탁료 징수요율을 모두 당해 재산평정가격의 1,000분의 25로 규정하면서,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이를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피고는 이 조례 규정에 의한 시장의 재량권을 근거로 이 사건 2차시설물의 연간 대부요율을 1,000분의 50으로 정하고, 그 무상사용기간을 20년으로 계산하였는바, 기부채납재산의 무상사용기간 산정을 위한 대부요율은 법률에 직접 정하거나 명시적 수권이 있어야 하는데, 위 조례규정은 서울특별시장에게 무제한의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어 무효이므로, 무효인 위 조례 규정에 근거한 피고의 무상사용기간 산정은 위법하다. Ⅲ. 원심판결(서울고법 2002. 7. 11, 2001누11627)의 요지 이 사건 2차시설물에 대한 무상사용기간 결정의 기준이 되는 대부요율의 결정근거가 된 서을시공유재산관리조례 제23조 제7항의 규정은 지방재정법 제75조, 같은 법시행령 제92조 제3항의 순차 위임에 따라 규정된 것이고, 법문상 ‘서울특별시장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재산’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결여하고 있으나, 이는 다른 조문과의 대비에 의하여 공유재산의 특성 내지 그 사용허가의 내용, 사용방법 등에 의하여 다른 조항에서 정하고 있는 대부요율을 적용함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쉽게 이해될 수 있어 그 규정취지가 모법인 지방재정법 제75조, 같은 법시행령 제92조 제3항의 위임한계를 벗어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Ⅳ. 대법원판결(2002두7135)의 요지 (1) 지방자치단체는 자치사무에 관하여 이른바 자치조례를 제정할 수 있고, 이러한 자치조례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법 제15조가 정하는 ‘법령의 범위안’이라는 사항적 한계가 적용될 뿐, 일반적인 위임입법의 한계가 적용될 여지가 없으며, 여기서 말하는 ‘법령의 범위안’이라는 의미는 ‘법령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범위안’으로 풀이된다. (2) 공유재산의 사용허가에 관한 사용요율을 정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인 공유재산의 관리에 속하므로, 서울특별시공유재산관리조례(1991. 3. 29. 조례 제2745호로 개정된 것) 제23조가 제1항 내지 제6항에서 사용허가의 대상이 되는 공유재산의 특성을 감안하여 그 사용요율을 공유재산의 종류별로 규정하면서 따로 제7항에서 “시장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재산에 대하여는 제1항 내지 제6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연간 대부요율 또는 사용요율을 당해 재산평정가격의 1,000분의 50 이상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지방자치법 제15조가 정하는 ‘법령의 범위안’에서 공유재산의 적절한 관리를 위하여 공유재산의 관리청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그 지방의 실정 및 공유재산의 특성을 감안하여 필요한 경우에 별도로 공유재산의 사용요율을 정하도록 한 것이고, 지방재정법이나 지방재정법시행령 등의 관련 규정도 이를 용인하고 있다고 할 것이며, 위 조례 제7항이 지방자치법 제15조가 정하는 ‘법령의 범위안’이라는 자치조례의 사항적 한계 내의 규정이어서 무효라고 할 수 없다. (3) 원심이 이 사건 조항에 대하여 위임입법의 한계에 관한 법리가 적용됨을 전제로 하여 판단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나, 위 규정이 무효가 아니라고 한 결론은 옳고, 거기에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Ⅴ. 評 釋 1. 上告審判決의 적극적 지지 원심의 판결문에는 [‘서울특별시장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재산’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결여하고 있으나…]하는 대목이 들어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대법원(상고심)이 [원심이 이 사건 조항에 대하여 위임입법의 한계에 관한 법리가 적용됨을 전제로 하여 판단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고 판시하였다고 새겨진다. 상고심판결문 서두에 밝혀져 있는 대로 [자치조례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법 제15조가 정하는 ‘법령의 범위안’이라는 사항적 한계가 적용될 뿐 일반적인 위임입법의 한계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하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대판 2000. 11. 24, 2000추29 등 참조)이라고 하겠으며, 그와 같은 대법원의 견해에 적극 찬동하는 바이다. 2. 條例制定權과 命令制定權의 차이 ‘조례‘는 지방주민의 대표기관인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되는 자치입법으로서,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제정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규칙’과 구별된다. 이는 마치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되는 ‘법률’과 국회의 의결을 거침이 없이 행정기관이 정하는 ‘명령(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이 구분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바꾸어 말하면, ‘조례’는 -적어도 이념적으로는-주민대표기관인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되는, 그리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지니는 ‘자치입법작용’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데 대하여 명령과 규칙은 ‘행정작용’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점에 큰 차이가 있다. 헌법이 위임명령의 제정에는 ‘법률에 의한 구체적 위임’을 받도록 규정하면서(제75조), 조례(자치에 관한 규정)에 대해서는 ‘법령의 범위안에서’ 제정할 수 있는 넓은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헌법 제117조 제1항 참조). 아울러, 대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追加條例, 超過條例(대법원 1997. 4. 25.선고 96추244 판결)도 그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음을 적어두는 바이다(상세는 졸고, 법률신문 1999. 5. 3. 및 졸저, 行政法Ⅱ, 제7판 , 106면 이하 참조). 3. 異見에 대한 疑問 최근 李光潤교수는 法律新聞(2003. 9. 18)에서의 寄稿(의회유보와 조례에 대한 위임의 정도)를 통해 ‘조례제정권 역시 국가행정권의 일부인 행정입법권의 분권’임을 강조하며, 조례제정권의 범위에 관한 판례 및 그와 견해를 같이 하는 학설에 대해 ‘비판적 검토’를 행하고 있는바, 필자는 그와 같은 異見에 대해 오히려 疑問을 가지는 바이다.
2003-12-18
조례제정권과 위임명령제정권의 구별
Ⅰ. 사건의 개요 (1)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라 한다)는 1990. 4. 20. 서울랜드 2차시설물(각종 건축물, 공작물 등)에 대한 도시계획사업시행허가를 하면서 “본 사업에 투자한 모든 시설물은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고 일정기간 무상사용키로 하되 사용기간과 조건은 투자비 회수가능의 범위에서 사업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서울시가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것을 허가조건으로 하였다. (2) 원고(○○개발주식회사)는 이 사건 2차시설물을 준공하고 서울시에 기부하면서 무상사용승인을 신청하였는데, 피고(서울대공원관리사업소장)는 1996. 12. 12. 기부채납된 2차시설물만을 무상사용으로 하고, 주차장시설부지는 유상사용으로 하여 원고에게 가관리위탁하면서 대부요율을 재산평정가격의 1,000분의 50으로 결정하며, 무상사용기간을 20년으로 정하여 통보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당사자의 주장 (1) 피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은 관계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2) 원고의 주장 서울특별시공유재산관리조례 제23조 제1항, 제7항 및 서울특별시공원조례 제7조는 공공용 재산의 연간 대부요율과 공원시설의 연간 위탁료 징수요율을 모두 당해 재산평정가격의 1,000분의 25로 규정하면서,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이를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피고는 이 조례 규정에 의한 시장의 재량권을 근거로 이 사건 2차시설물의 연간 대부요율을 1,000분의 50으로 정하고, 그 무상사용기간을 20년으로 계산하였는바, 기부채납재산의 무상사용기간 산정을 위한 대부요율은 법률에 직접 정하거나 명시적 수권이 있어야 하는데, 위 조례규정은 서울특별시장에게 무제한의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어 무효이므로, 무효인 위 조례 규정에 근거한 피고의 무상사용기간 산정은 위법하다. Ⅲ. 원심판결(서울고법 2002. 7. 11, 2001누11627)의 요지 이 사건 2차시설물에 대한 무상사용기간 결정의 기준이 되는 대부요율의 결정근거가 된 서을시공유재산관리조례 제23조 제7항의 규정은 지방재정법 제75조, 같은 법시행령 제92조 제3항의 순차 위임에 따라 규정된 것이고, 법문상 ‘서울특별시장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재산’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결여하고 있으나, 이는 다른 조문과의 대비에 의하여 공유재산의 특성 내지 그 사용허가의 내용, 사용방법 등에 의하여 다른 조항에서 정하고 있는 대부요율을 적용함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쉽게 이해될 수 있어 그 규정취지가 모법인 지방재정법 제75조, 같은 법시행령 제92조 제3항의 위임한계를 벗어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Ⅳ. 대법원판결(2002두7135)의 요지 (1) 지방자치단체는 자치사무에 관하여 이른바 자치조례를 제정할 수 있고, 이러한 자치조례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법 제15조가 정하는 ‘법령의 범위안’이라는 사항적 한계가 적용될 뿐, 일반적인 위임입법의 한계가 적용될 여지가 없으며, 여기서 말하는 ‘법령의 범위안’이라는 의미는 ‘법령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범위안’으로 풀이된다. (2) 공유재산의 사용허가에 관한 사용요율을 정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인 공유재산의 관리에 속하므로, 서울특별시공유재산관리조례(1991. 3. 29. 조례 제2745호로 개정된 것) 제23조가 제1항 내지 제6항에서 사용허가의 대상이 되는 공유재산의 특성을 감안하여 그 사용요율을 공유재산의 종류별로 규정하면서 따로 제7항에서 “시장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재산에 대하여는 제1항 내지 제6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연간 대부요율 또는 사용요율을 당해 재산평정가격의 1,000분의 50 이상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지방자치법 제15조가 정하는 ‘법령의 범위안’에서 공유재산의 적절한 관리를 위하여 공유재산의 관리청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그 지방의 실정 및 공유재산의 특성을 감안하여 필요한 경우에 별도로 공유재산의 사용요율을 정하도록 한 것이고, 지방재정법이나 지방재정법시행령 등의 관련 규정도 이를 용인하고 있다고 할 것이며, 위 조례 제7항이 지방자치법 제15조가 정하는 ‘법령의 범위안’이라는 자치조례의 사항적 한계 내의 규정이어서 무효라고 할 수 없다. (3) 원심이 이 사건 조항에 대하여 위임입법의 한계에 관한 법리가 적용됨을 전제로 하여 판단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나, 위 규정이 무효가 아니라고 한 결론은 옳고, 거기에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Ⅴ. 評 釋 1. 上告審判決의 적극적 지지 원심의 판결문에는 [‘서울특별시장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재산’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결여하고 있으나…]하는 대목이 들어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대법원(상고심)이 [원심이 이 사건 조항에 대하여 위임입법의 한계에 관한 법리가 적용됨을 전제로 하여 판단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고 판시하였다고 새겨진다. 상고심판결문 서두에 밝혀져 있는 대로 [자치조례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법 제15조가 정하는 ‘법령의 범위안’이라는 사항적 한계가 적용될 뿐 일반적인 위임입법의 한계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하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대판 2000. 11. 24, 2000추29 등 참조)이라고 하겠으며, 그와 같은 대법원의 견해에 적극 찬동하는 바이다. 2. 條例制定權과 命令制定權의 차이 ‘조례‘는 지방주민의 대표기관인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되는 자치입법으로서,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제정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규칙’과 구별된다. 이는 마치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되는 ‘법률’과 국회의 의결을 거침이 없이 행정기관이 정하는 ‘명령(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이 구분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바꾸어 말하면, ‘조례’는 -적어도 이념적으로는-주민대표기관인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되는, 그리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지니는 ‘자치입법작용’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데 대하여 명령과 규칙은 ‘행정작용’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점에 큰 차이가 있다. 헌법이 위임명령의 제정에는 ‘법률에 의한 구체적 위임’을 받도록 규정하면서(제75조), 조례(자치에 관한 규정)에 대해서는 ‘법령의 범위안에서’ 제정할 수 있는 넓은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헌법 제117조 제1항 참조). 아울러, 대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追加條例, 超過條例(대법원 1997. 4. 25.선고 96추244 판결)도 그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음을 적어두는 바이다(상세는 졸고, 법률신문 1999. 5. 3. 및 졸저, 行政法Ⅱ, 제7판 , 106면 이하 참조). 3. 異見에 대한 疑問 최근 李光潤교수는 法律新聞(2003. 9. 18)에서의 寄稿(의회유보와 조례에 대한 위임의 정도)를 통해 ‘조례제정권 역시 국가행정권의 일부인 행정입법권의 분권’임을 강조하며, 조례제정권의 범위에 관한 판례 및 그와 견해를 같이 하는 학설에 대해 ‘비판적 검토’를 행하고 있는바, 필자는 그와 같은 異見에 대해 오히려 疑問을 가지는 바이다.
2003-12-15
설명의무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
[사 안] 피고 제삼특장 주식회사(이하 제삼특장이라 한다)의 피용인인 소외 박현○는 1993. 1. 13. 19:30경 미금시 도농동 소재 주차장에서 제삼특장 소유의 유류수송용 12톤 카고트럭을 주차시키기 위하여 후진을 하던 중 위 주차장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순차로 설치되어 있던 피고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이라 한다) 소유의 전봇대 1개를 충격하여 넘어뜨리는 바람에 위 전봇대와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던 전봇대 2개를 연쇄적으로 넘어뜨려 파손케 하는 사고가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일반수용가로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었다. 원고는 미금시 지금동 소재 답 2,000㎡에서 비닐하우스 2동을 설치하여 서양란, 벤자민 등을 재배하고 있었고, 위 화초들은 모두 최저온도 영상 7도 내지 8도, 최고온도 영상 30도의 기온을 유지하여야 하는 바, 원고는 한전으로부터 공급받는 전기를 이용하여 겨울철이던 이 사건 사고 당시 전기온풍기를 가동하여 위 비닐하우스 내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사고로 위와 같이 정전됨으로써 원고가 약 12시간 30분 가량 전기온풍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 복구가 완료되어 다시 전기가 공급될 무렵에는 위 비닐하우스 내의 온도가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외부 온도인 영하 1.4도 내지 4.4도와 비슷하게 되어 위 화초의 적정 최하온도 이하로 떨어짐으로써 위 화초들이 동해를 입게 되었다. 이에 원고는 제삼특장 및 한전을 상대로 위 동해로 인한 손해배상(약 3천만원)을 청구하였다(이 평석에서는 제삼특장에 대한 부분은 생략하고 한전에 대한 부분 중 약관법 관련 사항만을 다루기로 한다). [판례요지] (1) 원고는 한전과 이 사건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한전의 전기공급규정을 준수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위 전기공급규정 제51조 제3호, 제49조 제3호에는 한전의 전기 공작물에 고장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 한전은 부득이 전기의 공급을 중지하거나 그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한전은 수용가가 받은 손해에 대하여 그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러한 규정은 면책약관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한전의 고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까지 적용된다고 보는 경우에는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이하 약관법이라 한다) 제7조 제1호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나, 그 외의 경우에 한하여 한전의 면책을 정한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한도내에서는 유효하다. (2) 위 면책규정을 한전의 고의·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보는 한 객관적으로 보아 원고가 이 사건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 면책규정의 내용에 관하여 한전으로부터 설명을 들어 이를 알았더라면 위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서 위 면책규정의 이러한 사항은 약관법 제3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평석]1. 약관의 설명의무 약관이라 함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를 불문하고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이 되는 것을 말하며(약관법 제2조 제1항), 사업자는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동법 제3조 제2항). 사업자에게 이러한 약관의 설명의무를 부여한 것은 상대방인 고객이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에 정하여진 중요한 사항이 계약내용으로 되어 고객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대판 1998. 11. 27. 98다32564, 대판 1999. 2. 21. 98다51374·51381, 대판 1999. 9. 7. 98다19240 등 참조). 2. 중요한 내용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만 설명의무가 있고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면 설명의무가 없기 때문에 어떤 사항이 중요한 내용인지가 고객의 입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데, 대법원판례는 고객이 당해 약관내용에 관하여 설명을 들어 알았더라면 당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고 인정되는 사실을 중요한 내용으로 보고 있다(대판 1994. 10. 25. 93다39942, 본건 대법원판결도 이 내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은영 교수도 당해 고객의 이해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계약체결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사항으로서 사회통념상 당해 사항의 知·不知가 계약체결의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설명의무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으로 보고있다(이은영, 약관규제법, 박영사, 1994, 118면). 3. 중요한 내용에 해당되는 사항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을 판례를 중심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1) 보험상품의 내용·보험료율의 체계·보험청약서상 기재사항의 변동사항·보험계약자 또는 그 대리인의 고지의무(대판 1995. 8. 11. 94다52492). (2) 보험자의 면책사유(대판 1999. 3. 9. 98다43342·43359) (3) 보험계약의 승계절차(대판 1994. 10. 14. 94다17970) (4) 안전설계보험약관 소정의 자동차 소유자에 자동차의 등록명의자만이 포함된다는 사실((대판 1996. 6. 25. 96다12009). 4. 중요한 내용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사항 중요한 내용에 해당되지 않아 설명의무가 없다고 본 것을 대법원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대인배상보험)상 면책조항의 배우자에 사실혼관계의 배우자가 포함된다는 사실(대판 1994. 10. 25. 93다39942). (2) 한국수출보험공사의 수출어음보험계약 약관에 규정된 수출계약의 의미(대판 1999. 9. 7. 98다19240). 5. 설명의 방법 설명은 현실적으로 하여야 하며, 보험약관의 내용이 추상적·개괄적으로 소개되어 있는, 보험계약의 청약을 유인하는 안내문의 송부만으로는 약관에 대한 사업자의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이와 같은 보험약관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는 보험료율이 낮다거나(납입보험료가 소액) 보험계약의 체결방식이 통상의 경우와 다르다(통신판매 방식)고 하여 달라지지 아니한다(대판 1999. 3. 9. 98다43342, 43359). 권오승 교수는 「대법원은, 납입보험료가 소액이라거나 보험계약 체결의 방법이 통신판매의 방식을 취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보험자에게 요구되는 설명의무를 다른 통상의 경우와 달리 볼 수 없다고 하였다」고 하면서 98다43342·43359 판례를 인용하지 않고 다른 판례(대판 1999. 2. 23. 97다53588)를 인용하고 있는데(권오승, 경제법, 법문사, 1999, 482면), 의문이다. 왜냐하면 97다53588 판결의 내용은 약관의 설명의무에 관한 것이 아니고 아파트분양계약에 있어서 지체상금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6. 설명의무의 예외 약관의 중요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계약의 성질상 설명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에는 설명의무가 없다(동법 제3조 제2항 단서). 즉, 이 경우에는 설명하지 아니하여도 된다. 어떤 경우가 「계약의 성질상 설명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에 해당되는지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계약관계별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설명의무의 예외는 명시·교부의무와는 달리 계약체결당시는 물론 그 후의 설명의무도 면제된다는 점에서(동법시행령 제2조 제2항 참조) 예외인정에는 신중한 판단을 요한다. 7. 설명의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고, 계약의 성질상 설명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가 아니라도 사업자에게 약관의 설명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 (1)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대판 1999. 2. 21. 98다51374·51381, 대판 1999. 3. 9. 98다43352, 43359) (2) 별도의 설명이 없이도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사항(대판 1999. 2. 21. 98다51374·51381). (3) 약관내용이 당해 보험계약에 있어서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조항(대판 1999. 3. 9. 98다43342, 43359) (4)보험약관에 정하여진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이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대판 1998. 11. 27. 98다32564) (5)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조항(대판 1999. 3. 9. 98다43342, 43359, 대판 1998. 11. 27. 98다32564) (6)당해 거래계약에 당연히 적용되는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사항은 그것이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자가 이를 따로 명시·설명할 의무는 없다(대판 1999. 9. 7. 98다19240). (7) 어느 약관 조항이 당사자 사이의 약정의 취지를 명백히 하기 위한 확인적 규정에 불과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별도로 설명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약관법 제3조 제2항에 위반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대판 1998. 2. 27. 96다8277). 8. 설명의무위반의 효과 사업자가 설명의무에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당해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동법 제3조 제3항). 따라서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에 관하여 설명하지 않았으면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그 약관에 규정된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대판 1995. 8. 11. 94다52492). 또한, 약관의 설명의무에 위반한 사업자에 대하여는 500만원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동법 제34조 제2항). 9. 결 론 본건 대법원판례는 전기수용가가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 면책규정의 내용에 관하여 한전으로부터 설명을 들어 이를 알았더라면 그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엿보이지 않으므로 한전의 전기공급규정상의 면책규정은 약관법 제3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설명의무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이 판시내용은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 판례의 경우 전기수용가가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 면책규정의 내용에 관하여 한전으로부터 설명을 들어 알았다 하더라도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할 수 없는 것은 면책규정의 내용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한전이 전기의 독점 공급자이기 때문이다. 만일 전기공급자가 한전 외에 또 있었다면 전기수용가는 위와 같은 면책조항에 관하여 설명을 듣고도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법원은 약관의 불공정성 또는 설명의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약관을 작성·사용하는 사업자가 독점 공급자인지 여부를 가려서 사업자가 독점공급자인 경우에는 그 점을 판단에 참고하여야 할 것이다. 즉, 본건에서 전기수용가는 한전의 전기공급규정상 면책조항의 내용이 부당하다 하더라도 전기공급에 관한 한 한전 외에 다른 공급자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며, 법원은 위 면책조항의 내용을 설명의무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으로 보고 한국전력공사가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위 면책조항이 전기공급계약의 내용이 되지 않았다고 판시하는 것이 타당했다고 본다. 만일 전기공급자가 한전 외에 또 있고(예컨대, A, B, C) 이들의 전기공급계약서 또는 전기공급규정에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면책조항과 같은 조항이 있다면 이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상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될 수 있으며(동법 제19조 제1항), 부당한 공동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한 시정조치(동법 제21조)와 과징금납부명령(동법 제22조)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사법상으로도 무효가 된다(동법 제19조 제4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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