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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의 기부행위에 찬성한 이사들의 손해배상책임
Ⅰ. 서론 대법원은 주식회사의 기부행위를 결의한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6다260455 판결, 이하 '대상판결'). 대상판결에서는 강원랜드가 그 1.25% 지분을 보유한 태백시가 출자·운영하는 리조트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150억원을 기부하기로 결의한 이사회에서 찬성 또는 기권한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 유무가 다투어졌다. Ⅱ. 사실관계 및 법원의 판단 1. 사실관계 원고는 주식회사 강원랜드이다. 이 사건 피고 B는 이 사건 기부결의를 한 이사회 당시 원고의 대표이사였고 피고 C는 상임이사였다. 당시 피고 D·G는 원고의 비상임이사로, 피고 E·F·H ·I·J 는 강원지역 기초자치단체가 합작투자계약에 따라 지명한 원고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태백시는 오투리조트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하여 원고에게 운영자금을 대여 또는 기부해 주도록 요청하였다. 태백시가 지명한 사외이사인 피고 J는 2012월 3월 29일 개최된 원고의 제109차 이사회에 원고가 태백시에게 150억원을 기부하는 안(이하 '이 사건 기부안')을 발의하였으나 해당 이사회에서는 업무상 배임의 우려로 결의가 보류되었다. 피고 J는 2012년 6월 27일 개최된 원고의 제110차 이사회에 다시 이 사건 기부안을 발의하였으나 결의는 재차 보류되었다. 2012년 7월 12일 개최된 원고의 제111차 이사회에서 피고 J는 다시 이 사건 기부안을 발의하였고 다음과 같이 가결되었다. 당시 재적이사 15명 가운데 12명이 출석하였는데 출석이사 중 피고 D·E·F·G·H·I·J가 이 사건 기부안에 찬성하였고 피고 B·C는 기권하였으며 다른 세 명의 이사들은 반대하였다. 즉, 이 사건 기부안에 대하여 출석이사 12명 중 찬성 7표, 반대 2표, 기권 3표로 결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원고는 이 사건 결의에 따라 태백시에 합계 150억원을 기부하였고 위 기부금은 오투리조트의 운용자금으로 투입되었다. 오투리조트는 2014년 8월 27일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다(2014회합100057). 원고는 이 사건 기부가 법령 또는 정관 위반 또는 이사의 임무해태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고에게 발생한 150억원의 손해에 대하여 피고들이 공동으로 배상 책임을 지도록 청구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1심과 원심 1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7. 16. 선고 2014가합37507 판결).첫째, 태백시가 원고의 주요주주기 때문에 이 사건 기부는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상법 제398조의 자기거래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정을 간과하고 이 사건 기부를 실행한 피고들은 상법 제399조에 따른 법령·정관 위반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둘째, 이 사건 기부는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결의에 찬성하거나 기권한 피고들은 상법 제399조에 따른 임무해태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6. 9. 23. 선고 2015나2046254 판결). 첫째, 원고의 1.25% 주식을 보유하고 비상임이사 1인의 지명권을 보유하는 태백시는 상법 제398조상의 자기거래의 주체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결의는 상법 제398조 적용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 둘째, 이 사건 결의에 찬성한 피고들과 기권한 피고들은 모두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따라서 상법 제399조 제1항의 이사의 임무해태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나. 대법원 판결 대법원에서는 (ⅰ) 이 사건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은 회사의 기부행위에 관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ⅱ) 기권한 이사들인 피고 B·C 또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대상판결은 첫번째 쟁점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은 기권한 피고 B·C의 책임에 관해서는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대상판결은 기권사실이 이사회 의사록에 기재된 피고 B·C는 상법 제399조 제3항의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가 아니고 따라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는 찬성 이사로 추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Ⅲ. 회사의 기부행위와 이사의 임무해태 1. 기부행위와 선관주의의무 위반 대상판결은 "기부금의 성격, 기부행위가 그 회사의 설립 목적과 공익에 미치는 영향, 그 회사 재정상황에 비추어 본 기부금 액수의 상당성, 그 회사와 기부상대방의 관계 등에 관해 합리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했는지 여부"에 따라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구체적 판단기준으로는 ① 기부행위가 공익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는지 ② 기부행위가 공익에 기여하기 위한 상당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는지 ③ 기부행위를 통하여 회사의 이미지 제고 등 간접적·장기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 ④ 기부금이 회사의 재무상태에 비추어 상당한 범위 내의 금액인지 ⑤ 기부행위로 달성하려는 공익을 회사의 이익과 비교할 때 기부금액 상당의 비용지출이 합리적인 범위 내의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⑥ 기부행위에 대한 의사결정 당시 충분한 고려와 검토를 거쳤는지를 제시하였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이 사건 기부행위는 그 액수 자체로는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기부행위가 원고의 이익 및 공익에 기여하는 정도가 크지 않고 기부의 대상 및 사용처에 비추어 방법의 상당성도 인정되지 않으며 이사들에 의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원고의 이사들은 이 사건 기부안을 상정한 원고의 이사회를 두 차례나 연기하고 법무법인들로부터 이 사건 결의가 이루어질 경우 원고의 이사들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법률의견서를 징구하였다. 즉 이사들이 단순히 시간을 들여 사안에 관한 검토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면책을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검토 결과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경우에는 결의에 찬성하면 안 된다는 점을 대상판결이 확인시켜 주고 있다. 2. 기부행위와 충실의무 위반 이 사건 기부행위가 상법 제398조의 자기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사실관계를 이사와 회사간의 이익충돌의 문제, 즉 충실의무 위반의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피고 J가 이 사건 기부안을 여러 차례 제안한 것은 회사에 손해가 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자기를 지명한 제3자의 이익을 위하는 행위로서 충실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 이익충돌이 존재하는 경우 경영판단의 원칙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데 대해 별다른 이론이 없는 미국에서도 이익충돌이 문제되는 기부행위의 판단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되지는 않았다. 이사의 이익충돌이 문제된 기부행위에 대해서까지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한 Kahn v. Sullivan 판결(Kahn v. Sullivan, 594 A.2d (Del. 1991))이 선고된 데 대해서 학계의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Ⅳ. 기부를 결의한 이사회에서 기권한 이사들의 책임 대상판결에서는 기권한 이사 피고 B·C는 이사록에 이의를 한 기재가 없는 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상법 제399조 제3항은 문제가 되는 행위를 직접 수행한 이사뿐만 아니라 이를 결의한 이사회에서 찬성한 이사도 책임을 진다는 제399조 제2항을 전제로 하는 조문으로서 찬성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할 책임을 이사에게 전가시키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기권으로 이사회 의사록에 기재된 이사는 찬성하지 않았다는 입증을 다 하였다는 취지이다. 기권한 이사에 대해서는 찬성을 추정해야 한다는 견해와 기권한 이사는 "이사록에 이의를 한 기재가 없는 이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대립한다. 결의안에 반대표결을 해야만 제393조 제3항에 따른 이의를 한 것에 해당한다는 판단은 합리적인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대상판결의 해석론에 동의할 수 있다. 단 대상판결처럼 해석할 경우 출석하여 기권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적극적인 감시의무의 이행에 나서려는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는 감시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별도의 주장과 입증을 통해서 극복되는 것이고 현행 상법 조문 하에서는 출석하여 기권한 이사를 찬성한 이사와 같이 취급하기는 어렵다. 미국과 일본의 판례에서는 각 이사가 이사회에서 어떠한 의사를 표시하였는지라는 쟁점과 해당 이사가 감시의무를 이행하였는지라는 쟁점을 별개로 다룬다. 즉 이사회에서 기권한 이사라고 하더라도 이사로서 요구되는 감시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사안에서 피고 B·C는 상시적으로 회사의 업무집행을 감시·감독하면서 이 사건 기부안이 회사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고 안건이 상정되는 것을 제지할 정보와 권한을 가지는 것으로 기대되는 자들이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감시의무를 이행했는지에 관한 심사 없이 제399조 제3항을 근거로 면책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김정연 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기부행위
상법
이사회
김정연 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2021-03-08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카지노 국외모객용역과 고정사업장 판단
Ⅰ. 들어가며 고정사업장은 외국법인의 사업소득에 대한 과세권 행사 여부와 직결되는 중요한 개념이다. 대부분의 조세조약은 원천지국에 외국법인의 고정사업장이 없다면 그 사업소득을 과세할 수 없도록 정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대법원 2020. 6. 28. 선고 2017두72935 판결은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이윤에 관하여 과세실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법리를 제시하였으므로 그 내용을 간략히 살펴본다. 자세한 논증은 졸고 '카지노 국외모객용역과 고정사업장 판단', 국제조세연구 제1집(2020. 11. 20.)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Ⅱ.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요지 필리핀 법인인 원고는 외국인 카지노를 운영하는 원고 보조참가인(이하 'A 카지노'라고 한다)과의 사이에서 원고가 A 카지노에 방문할 외국인 고객을 모집하여 주고 해당 고객이 A 카지노에서 잃은 돈의 일부를 수수료로 지급받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위 계약에 따라 국외에서 외국인 고객들을 모집해 A 카지노로 유치하였으며 고객들의 게임자금을 A 카지노의 계좌로 송금하였고 고객들이 자금대여를 요청할 경우에 대비하여 담보 등을 설정하거나 정산업무와 고객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한편 원고는 국내에서 A 카지노의 영업장 내 사무실(이하 '쟁점 사무실'이라 한다)에 직원들을 두고 원고가 모집한 고객들에게 칩을 제공하거나 롤링게임에서 발생한 매출액을 확인하기도 하였고 고객들의 항공권 예약 및 안내 업무, 호텔과 식당의 예약 및 안내 업무 등(이하 '편의제공 업무')을 수행하였다. 쟁점 사무실에는 책상, 컴퓨터, 금고, 캐비넷, 출근카드 체크기 등이 있었고 원고의 직원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었다. 한편 원고는 A 카지노로부터 수취한 대가에 관한 세금을 국내에서 신고·납부하지 않았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쟁점 사무실을 원고의 국내 고정사업장으로 판단하여 원고가 A 카지노로부터 지급받은 금원에서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금액을 국내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수입금액으로 보았고 이에 피고 세무서장은 원고에게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를 결정·고지하였다. 2. 고정사업장 관련 원고 측의 쟁점별 주장 원고는 쟁점 사무실 공간이 임시 제공된 것으로서 원고는 그에 대한 처분권한이 없었던 점, 원고가 국내에서 수행한 업무의 내용 또한 예비적·보조적 활동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쟁점 사무실은 고정사업장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원고는 설령 고정사업장이 존재하더라도 A 카지노에 제공하는 용역의 주된 내용은 원고가 외국에서 카지노 고객을 모집하는 것이므로 방문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정도의 역할을 수행한 고정사업장에 귀속될 소득은 미미하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A 카지노와 원고 사이의 약정에 따른 모객용역 자체는 원고의 본점에서 제공한 것이므로 원고가 A 카지노로부터 수수한 수수료 전액에 부가가치세를 과세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3. 법원의 판단 1) 파기환송 전 2심의 판단 파기환송 전 2심은 원고의 고정사업장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에 대한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전부 취소하였다. 즉 쟁점 사무실은 원고가 처분권한을 가지는 사업상 고정된 장소이지만 원고의 거의 모든 핵심 업무가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그 비용도 대부분 해외에서 지출되고 있으며 편의제공 업무도 반드시 원고의 직원 또는 그 지시를 받는 자가 이행하여야 하는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2) 상고심의 판단 상고심은 원고의 편의제공 업무가 원고가 수행한 모객사업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활동이라고 보아 원고 고정사업장의 존재를 인정하였고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3) 파기환송 후 2심 및 재상고심의 판단 파기환송 후 2심 및 재상고심은 원고 본사와 별도로 원고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수입금액을 특정하여 법인세를 과세해야 하고 마찬가지로 원고 고정사업장이 원고의 국내 수입금액 전부에 대한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후 정당세액을 산출할 수 없음을 들어 피고의 부과처분 전부를 취소하였다. Ⅲ. 평석 1. 고정사업장 성립 쟁점 기본 고정사업장 성립 요건으로는 물적 시설의 고정적 존재(객관적 요건), 물적 시설 사용권한의 보유 또는 지배(주관적 요건), 물적 시설을 통한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의 수행(기능적 요건)이 요구된다. 이 사건에서는 기능적 요건이 주로 문제되었는데 편의제공 업무가 중단될 경우 고객들이 A 카지노에 방문할 유인이 감소하여 모객사업에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어 A 카지노의 도박수입 및 그에 연동되는 원고의 모객수수료 수입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평가는 카지노 산업의 특수성, 원고와 A 카지노간 계약 내용에 터잡은 것이므로 곧바로 다른 사례들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2. 고정사업장 귀속 쟁점 1) 원고 고정사업장 귀속 소득의 구분 대부분의 조세조약은 국내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사업소득에 한하여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는 독립기업의 원칙에 따라 정상가격으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OECD 모델조약 제7조에 대한 주석 문단 15 내지 17은 외국법인 전체의 수행기능, 귀속되는 자산 및 위험 등을 고려하여 고정사업장이 수행하는 비중을 구분한 후 그에 상응하는 소득을 귀속시키도록 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 고정사업장에 부과될 정당한 법인세 금액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첫째 단계로서 원고의 국내원천소득 중 원고 본사에 귀속될 소득과 원고 고정사업장에 귀속될 소득을 구분하여 산정하고 둘째 단계로서 원고 고정사업장에서 지출된 비용(필요경비 등)을 산정하여 이를 원고 고정사업장의 과세표준에서 공제하게 된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가 국외 비용의 증빙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기준경비율을 적용하여 추계로 법인세를 과세하였는데 그렇기 때문에 재상고심은 "원고의 필리핀 본점에 귀속되어야 할 수입금액이 있음이 명백하고 그 액수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것이다. 2) 용역의 공급자 및 공급장소의 검토 부가가치세법은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소를 사업장으로 정의하면서 그 사업장 소재지별로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사업장별 과세원칙을 채택하고 있다(부가가치세법 제6조 제1항, 제2항). 하나의 법인이 복수의 사업장을 가진 경우라면 어떤 사업장이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자 또는 공급받는 자인지 검토하여야 하는 것처럼 원고 고정사업장이 성립되더라도 외국법인 본점과 해당 사업장 중 어느 사업장이 용역의 공급자인지는 따져보아야 한다. 공급장소 측면에서 보면 단일한 역무는 그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이 물리적으로 어디에서 수행되었는지를 기준으로 그 공급장소가 결정되는데 재상고심은 원고가 국외에서 수행한 부분이 '보다 본질적이고 핵심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원고가 A 카지노에 제공한 전체 용역의 공급장소를 국내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즉 원고의 편의제공 업무는 고정사업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업무이기는 하나 원고가 해외에서 수행하는 고객과의 계약체결, 자금대여 및 정산 업무 등에 비하면 모객사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재상고심은 원고가 A 카지노에 제공한 용역이 하나의 단일한 것이고 그 중 본질적이고 중요한 부분이 국외에서 수행된 것이어서 국내에서 부가가치세를 아예 과세할 수 없다고 본 것인지 아니면 국내 고정사업장 수행 역무와 국외 본점 수행 역무를 단일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전자만 구분해내야 한다고 본 것인지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3) 고정사업장 귀속 소득의 증명책임 통설 및 판례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과세요건 사실의 존재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 이 사건에서 재상고심은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주장·증명해야 하는 것임을 최초로 밝혔다. 실제로 과세관청은 세법상 질문·조사권에 기하여 거래상대방들로부터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거나 그 직원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는 점, OECD 모델조세조약 제7조에 대한 주석 문단 25 및 26은 고정사업장 조사라는 이유만으로 특수관계거래 적용 기준과 비교할 때 추가로 서류제출 부담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점, 과세관청은 정당한 자료제출요구에 불응하는 납세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최근 관련 규정을 더 강화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재상고심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본다. Ⅳ. 결어 재상고심은 외국법인 고정사업장의 과세표준에 관한 증명책임이 과세관청에게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고정사업장이 인정되더라도 그것만으로 국내에서 수취한 대가 전체에 대한 법인세 또는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현행 과세실무에 중요한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총 변호사 (김·장 법률사무소)
고정사업장
카지노
법인세
사업소득
이은총 변호사 (김·장 법률사무소)
2021-01-18
조세·부담금
명의를 빌린 공급 상대방에 발급한 세금계산서와 매입세액 공제
I. 도입 부가가치세법 제39조 제1항 제2호는 공급의 상대방이‘발급 받은 세금계산서에 필요적 기재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가 사실과 다르게 적힌 경우의 매입세액'을 공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 때문에 실제 발생한 매입세액이 세금계산서 기재 미비로 불공제되는 일이 종종 생긴다. 결과는 매출 자체에 대한 과세이고 납세자에 큰 불이익이 된다. 여기에는 다양한 논의가 있다. 이 평석의 목적은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16두62726 판결을 대상으로 이러한 논의를 확장해 보는 것이다. 상세한 논증은 졸고, 타인의 명의를 빌린 공급 상대방에 발급한 세금계산서와 매입세액 공제, 조세법연구 제26권 제2호(2020. 8), 91면 이하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II. 대상판결 1. 사실관계 광고대행업을 하는 원고회사는 직원의 이름을 빌려 사업자등록을 하고 세금계산서 발급이나 부가가치세 신고도 하였다. 2. 쟁점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는 거래가 실질 귀속하는 원고회사에 생긴다. 과세관청은 원고회사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면서 세금계산서에 직원 이름이 적혔다는 이유로 매입세액을 불공제하였다. 기재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에서는 거래 상대방의 성명·명칭과 사업자등록번호로 쟁점이 또 나뉜다. 3. 판결 요지 (1) 대법원은 공급 상대방의 성명 등이 임의적 기재사항에 불과하여 사실과 다르더라도 매입세액은 공제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공급하는 사업자의 성명 등이 필요적 기재사항인 것과 구별하는 입장이다. (2) 사업자등록번호의 쟁점에서는 사업의 실질적 주체가 원고회사이므로 등록번호를 누구 이름으로 받든 달리 혼동의 우려가 없는 한 이는 원고회사의 것이라고 한다. 결국 사업자등록번호는 사실과 다르지 않고 성명 등이 잘못 적힌 것은 불공제 사유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파기환송, 원고승소 취지). III. 평석 1. 논의의 배경 매입세액이 불공제되면 부가가치세는 이제 '부가가치'가 아니라 매출에 대한 세금이다. 그만큼 이는 예사롭지 않은 조치이다. 하지만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가 이러한 결과를 가져오는 일은 우리나라에서 흔하고 또 이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많다. 대상판결도 그러한 논의의 연장이다. 2. 첫 번째 쟁점 (1) 도입 대상판결은 세금계산서 기재사항 특히 공급하고 받는 사업자에 관한 법의 문구에서 결론을 끌어낸다. 그러나 문언의 차이가 반드시 결론의 다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이상의 제도적 논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2) 세금계산서 제도의 의의 '실체적' 측면에서 볼 때 부가가치세의 핵심은 각 사업자 단계의 '부가가치'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다. 이는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함으로써 달성된다. 그런데 현실의 법은 나아가 납세의무를 지는 사업자들에게 일정한 협력의무를 지운다. 사업자등록과 세금계산서 수수가 그것이다. 과세행정을 위한 것이지만 법은 위반이 있으면 매입세액 불공제의 불이익으로써 아예 '핵심'을 건드린다. 현실의 세제는 세금계산서를 그만큼 중요히 여긴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과세관청의 '납세자 간 상호검증'과 '소득세 등 세원포착'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이 제도의 의의라고 하고(대법원 2002두5771 전합 판결) 대상판결도 같다. 곧 매입세액 공제의 판단에도 이러한 '상호검증'과 '세원포착'의 고려가 필요하다. (3) '비례의 원칙' 필요적 기재사항 중 하나라도 사실과 다르면 기재된 매입세액을 전혀 공제할 수 없다 함이 과세실무의 기본태도이다. 그러나 필요적 기재사항도 다양하므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적혔다 해도 세금계산서의 기능을 해치고 과세행정에 어려움을 야기하는 정도는 같지 않다. 기재된 작성일이 실제와 다르더라도 일정한 경우 매입세액을 공제하는 시행령 규정(제75조 제3호)은 이를 감안한 사례이다. 또 공급하는 사업자가 '사실과 다르게' 적혔다는 사실에 상대방이 선의·무과실이면 공제가 가능하다는 오랜 판례(대법원 83누281 판결)는 당사자들의 관여 정도를 감안한다. 즉 '사실과 다르다'고 늘 공제를 일절 불허하지는 않는다. 이때의 매입세액 불공제가 담세력과 무관한 일종의 제재이므로 '비례 원칙'의 고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가 '상호검증'이나 '세원 포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개별적 검토의 필요가 있다. 또 그러한 정도에 따라 판단을 달리하는 입법이나 해석에 타당성이 있음도 물론이다. 반대로 공제를 허용하는 몇몇 경우가 법에 존재하므로 그밖에는 늘 공제를 불허해도 비례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여전히 많다. 또 예외조항의 경우 말고도 고려할 만한 사정이 다양하므로 비례 원칙에 따른 추가적 입법이나 해석론이 필요한 공간이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 대상판결도 그러한 인식과 관련을 맺는다. (4) 구체적 검토 1) '상호검증' 측면 이쪽에서 매입세액으로 공제 받은 금액과 저쪽에서 매출세액으로 신고한 금액이 같은지 맞추어 보는 일이 '상호검증'이다. 이때 공급하는 사업자와 상대방을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2) '세원포착' 측면 '세원포착'이란 숨어 있는 납세의무자를 찾아낸다는 의미일 터이다. 매입세액 공제를 미끼로 공급 상대방이 공급자로부터 제대로 된 세금계산서를 수수하게 함으로써 공급자의 납세의무가 드러나도록 유도한다. 여기서는 공급 상대방보다 공급자의 정보가 충실하게 세금계산서에 담기는 것이 중요하다. (5) 소결론 세원포착의 측면에서 공급자에 관한 정보와 공급 상대방의 정보가 제대로 적히지 않은 세금계산서 중 전자가 세금계산서 제도에 더 큰 해를 끼친다. 즉 둘을 달리 취급하는 대상 판결의 결과는 정당화될 수 있다. 3. 두 번째 쟁점 (1) 도입 대상판결은 사업자등록번호의 문제에서 판단의 주요기준으로 세금계산서에 적힌 공급 상대방의 '사업'이 누구의 것을 가리키는지 따진다. '사업'이 실질 사업자의 것이라면 직원에 부여된 등록번호도 경우에 따라 실질 사업자의 것이라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2) 관련 판결 이러한 명의차용에 관하여는 먼저 나온 대법원 2014도14990 판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세범처벌법 적용이 쟁점인 이 형사판결은 이때 부가가치세와 관련된 모든 행위는 명의 차용인에 귀속된다고 본다. 즉 비록 다른 사람의 명의로 할지언정 사업자등록번호를 부여 받거나 세금계산서를 수수하는 등의 행위는 모두 이러한 차용인의 것이다. (3) 판례 입장의 분석 이러한 입장은 대상판결에 이어진다. 명의대여인 고유의 사업과 혼동될 우려가 없다면 원고회사는 본래의 사업자등록번호와 명의를 빌려서 받은 번호를 모두 자기 것으로서 갖고 있다는 결론이다. 물론 그러한 혼동 가능성의 유무는 법원이 개별 사건에서 판단할 일이다. (4) 검토 이 문제를 세금계산서의 기능과 연관시켜 살펴 보자. 직원에 부여된 사업자등록번호라 해도 공제된 매입세액과 신고된 매출세액의 상호검증에 별 문제가 생길 이유가 없다. 또 공급자는 제대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세원포착에도 어려움이 생기지 않는다. 여기서도 대상판결의 결론은 정당화된다. 다만 이때 원고회사가 직원 이름으로 매출 세금계산서를 발급한다면 이는 '사실과 다른' 것이고 판례(대법원 2016두43077 판결)에 따를 때 공급 상대방의 매입세액 공제로 이어질 수 없다. 이 비대칭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사실 법의 문구만으로 이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추가적 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IV. 맺음말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 문제에서 현재의 법이나 실무가 너무 경직되어 있다는 비판은 흔하다. 부가가치세 도입 초라면 몰라도 모든 면에서 그때와 비교할 수 없는 현재에도 그러한 태도가 계속되고 있음은 의문이다. 게다가 가산세와 형사처벌까지 있어서 종종 가혹한 결과가 생기고 탄력적 운용도 쉽지 않다. 공제의 범위를 넓힌 대상판결은 이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나아가 비례 원칙을 현실에서 더 잘 구현할 수 있는 일반론의 정립이 필요하다. 특히 더 넓은 시각에서 관련된 정황에 따라 결론을 달리할 수 있는 입법·해석론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 사실 그러한 논의의 가능성을 처음부터 닫아 버린다는 점에서도 현재의 '경직'된 법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다. 대상판결이 그러한 이론 정립을 향한 작은 발걸음이라 평가한다면 그 의미와 영향은 앞으로도 계속 논의할 가치가 있다. 윤지현 교수(서울대 로스쿨)
세금계산서
부가가치세법
국세기본법
윤지현 교수(서울대 로스쿨)
2020-11-30
민사일반
소수지분권자에 대한 다른 소수지분권자의 방해배제·인도청구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① A와 B가 각 2분의 1 지분으로 공유하는 토지 중 A의 지분은 甲이 단독으로 상속하고 B의 지분은 乙이 형제들과 함께 공동으로 각 상속하였다. ② 그 후 乙은 토지의 일부(7732㎡ 중 6432㎡)에 소나무를 심어 그 부분 토지를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다. ③ 甲(2분의 1 지분권자)은 乙(14분의 1 또는 17분의 1 지분권자)을 상대로 소나무 등 지상물의 수거, 토지의 인도,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위 사안과 같이 공유 토지의 소수지분권자(乙)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 없이 지상물을 설치하는 등 그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경우 다른 소수지분권자(甲)는 지상물 제거와 토지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가? 또 그 근거는 무엇인가? 2. 기존판례와 대상판결의 요지 기존판례(대상판결 전의 판례)는 공유물을 점유하는 소수지분권자(乙)에 대하여 다른 소수지분권자(甲)가 부동산 인도(또는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를 청구한 사안에서 甲은 '보존행위로서' 위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여 왔다. 대상판결(다수의견)은 위 사안에서 乙의 독점적 점유는 위법하고(기존판례도 같음), 甲은 乙의 위법한 점유를 배제하기 위하여 방해배제청구를 할 수 있을 뿐이며(기존판례와 결론은 같으나 논거는 다름), 인도청구를 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기존판례와 결론·논거 모두 다름). 즉 원심은 기존판례에 따라 甲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였으나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①甲에게 독점적으로 점유할 권원이 없는 점, 乙에 대한 인도청구를 보존행위로 볼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인도청구 부분에 대한 판단을 파기·환송하였고 ②지상물 수거청구는 보존행위가 아니라고 보면서도(지분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라고 보았음) 그 청구를 인용한 결론은 정당하다는 이유로 그 부분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였다. 또한 대법원 2020. 6. 12.자 2020마5186 결정은 부부가 각 2분의 1 지분으로 공유하는 아파트 중 남편의 지분에 대한 강제경매절차의 매수인이 아파트를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부인을 상대로 부동산인도명령을 신청한 사안에서 대상판결의 법리를 원용하면서 위 신청을 인용한 원심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3. 평석 가. 공유물 인도청구 배척의 근거 (1) 독점적 점유 권원의 부존재 대상판결은 공유물의 인도청구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1)甲은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 권원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2)甲은 독점적으로 점유할 권원이 있고 乙은 점유할 권원이 전혀 없어야 한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지분 비율에 따른 사용·수익권(민법 제263조)을 침해하는 위법상태(乙의 독점적 점유) 해소의 결과 또 다른 위법상태(甲의 독점적 점유)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2)의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甲은 소유자로서 소유물반환청구권(민법 제213조)이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의 요건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지분 과반수의 결정(민법 제265조)이 없는 한 甲과 乙은 지분의 비율로 공유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으므로 2)의 요건을 갖출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공유물을 무단 점유하는 제3자에 대한 인도청구는 2)의 요건을 갖추어 인용될 수 있지만 공유자인 乙에 대한 인도청구는 2)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배척되는 것이다. (2) 공유자 간 인도청구의 '보존행위' 불포함 기존판례와 같이 甲의 인도청구가 공유물의 보존행위(민법 제265조)에 해당한다고 보면 甲은 보존행위로서 인도청구를 할 수 있고 乙은 이를 수인하여야 한다. 인도청구의 보존행위성을 인정한다면 2)의 요건을 요구하더라도 그 요건을 갖추게 되므로 甲의 인도청구는 인용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공유자 사이의 인도청구는 보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으로써 이러한 가능성도 차단하였다. 즉 모든 공유자가 보존행위를 단독으로 할 수 있도록 한 취지는 그것이 긴급을 요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다른 공유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경우가 보통이기 때문인데(93다54736), 甲의 인도청구는 乙의 이해와 충돌하게 되므로 보존행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3) 또 다른 위법상태의 초래 인도청구가 허용된다면 甲은 승소판결을 받아 인도집행을 신청함으로써 공유물을 인도받을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258조 제1항). 그러나 인도집행으로 甲이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또 다른 위법상태가 초래될 뿐 '공유자 전원이 공동으로 공유물을 점유하여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공동점유 상태)'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현행법상 공동점유 상태를 실현할 소송이나 집행방법도 없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점도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김재형·안철상 대법관 보충의견). (4) 순환소송의 기판력 저촉 인도청구가 허용된다면 인도판결·인도집행으로 점유를 상실한 乙은 다시 甲에 대한 동일한 소송·집행으로 점유를 회복할 수 있게 되고 甲에 의하여 또 다시 이러한 소송·집행이 반복될 수 있다(순환소송·순환집행). 대상판결은 기판력 제도의 본질상 순환소송이 허용될 수 없다는 점도 그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이기택 대법관 보충의견). 나. 공유물 방해배제청구 인정의 근거 (1) 지분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 대상판결은 甲은 乙에 대하여 지상물 수거청구를 단독으로 할 수 있으며 이는 보존행위(민법 제265조)가 아니라 방해배제청구(민법 제214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즉 공유지분권의 본질은 소유권이고 사용·수익권은 소유권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권능에 속하는데(민법 제211조) 乙의 독점적 점유는 甲 등의 사용·수익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甲은 지분권에 기하여 공유물에 대한 방해상태 제거나 행위 금지 등을 단독으로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공유자 간 방해배제청구의 '보존행위' 불포함 대상판결은 지상물 제거와 같은 공유물 방해배제청구는 보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그 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 경우에도 인도청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甲과 乙의 이해가 충돌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3) 공동점유 상태의 직접 실현 대상판결은 인도청구를 허용하지 않고 방해배제청구를 인정하면 甲이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중간과정 내지 위법상태를 거치지 않고 적법한 공동점유 상태를 곧바로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 적용범위 첫째 대상판결의 법리는 乙이 공유물을 대여하여 제3자가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甲은 그 제3자를 상대로 인도를 청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김재형·안철상 대법관 보충의견). 둘째 대상판결의 법리는 지상물제거(건물철거 등)·토지인도 청구의 경우뿐만 아니라 건물퇴거·건물철거·토지인도 청구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甲·乙이 각 2분의1 지분으로 공유하는 토지에 乙이 무단 건축한 건물을 丙이 乙로부터 임차하여 점유하는 경우 甲의 토지인도 청구는 허용되지 않지만 丙에 대한 퇴거청구 및 乙에 대한 철거청구는 방해배제청구로서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라. 관리·보존행위 해당 여부에 관한 판례이론 (1) 과반수 지분의 결정으로 점유하는 경우 과반수 지분의 결정으로 일부 공유자(특히 그 과반수지분권자) 또는 대여받은 제3자가 공유물을 점유하는 경우 그 결정 내지 점유는 적법한 관리행위 내지 관리방법(민법 제265조)으로서 모든 공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유효하므로 소수지분권자는 인도('방해배제 및 인도' 포함, 이하 같음)를 청구할 수 없다. (2) 소수 지분의 결정으로 점유하는 경우 소수 지분의 결정으로 일부 공유자(특히 그 소수지분권자) 또는 대여받은 제3자가 공유물을 점유하는 경우 그 결정 내지 점유는 적법한 관리행위 내지 관리방법이 아니며 적어도 다른 공유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무효이다. 따라서 '과반수지분권자'는 관리행위로서 그 점유자에 대하여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81다653). 그러나 '다른 소수지분권자'는 앞서 살펴본 바대로 보존행위나 관리행위로서가 아니라 지분권에 기하여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을 뿐이며 인도를 청구할 수는 없다. (3) 제3자가 무단 점유하는 경우 제3자가 무단 점유하는 경우 그 점유는 모든 공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부적법·무효이다. 이 경우 각 공유자가 공유물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 근거에 관하여 기존판례는 보존행위로 보았으나(66다800) 대상판결의 취지를 고려하면 甲은 지분권에 기하여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마. 전망 대상판결에 의하면 향후 소수지분권자 사이의 순환소송·순환집행의 폐해나 소수지분권 매수인의 횡포는 현저하게 감소될 것이다. 또한 소수지분권자들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공유물의 관리방법에 관한 협의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재석 집행관 (안양지원·민사집행법학회 부회장)
무단독점
방해배제청구
토지인도
토지공유
이재석 집행관 (안양지원·민사집행법학회 부회장)
2020-09-03
선거·정치
형사일반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의 범위 및 선거 관련 정치자금의 허용 여부
1. 사건 개요 및 쟁점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① 2018년 1∼4월경 기초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 A 등 5명은 공모하여, ○○사무실에서 A의 SNS 작업, 유권자 DB 작업, 문자메시지 문안 작성, 선거운동 관련 회의 등을 하여 ○○사무실을 선거운동을 위한 선거사무소와 유사한 시설로 이용하고, ② SNS 홍보팀장인 B는 후보자 A에게 월 임료 198만원의 ○○사무실을 무상제공하여 588만원 상당의 재산상이익을 기부하고 A는 이를 제공받아 정치자금을 부정수수하였다는 것이다. 하급심에서는 이 사건 압수수색에서의 적법절차를 비롯하여 여러 쟁점이 다루어졌으나, 실체와 관련한 쟁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피고인들이 ○○사무실을 사용한 행위가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선거사무소와 유사한 기관을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공직선거법위반 여부), 둘째, B가 A에게 ○○사무실을 무상 제공하였고 이는 A가 선거준비, 정책개발을 하는데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A의 '정치활동'을 위한 것인지(정치자금법위반 여부) 등이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1심과 원심의 판단은 동일하였는데, 공직선거법위반에 대하여는 ○○사무실을 이용하여 한 행위가 '선거운동'의 목적이 아닌 순수한 '선거 준비행위' 차원에서 선거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내부적 행위이거나 '경선운동'을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사무실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이용된 것으로서 선거사무소·선거연락소와 유사한 활동이나 기능을 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정치자금법위반에 대하여는 B가 A에게 ○○사무실을 사용하도록 하였고 그 목적은 A를 위한 선거준비 및 정치인으로서 인지도, 지지도 향상 등 정치활동을 지원하는데 있었다며 A, B 모두를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90만원씩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피고인 A, B가 모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원심에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피고인들의 상고를 전부 기각함으로써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3. 대상판결의 검토 가. 이 사건 판결의 의의 이 사건은 후보자가 선거를 준비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제반 행위유형이 포함되어 있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이 모두 적용된 사건이다. 2016년 대법원 2015도11812호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선거운동'을 전제로 성립하는 사전선거운동죄·유사기관이용죄에 대하여는 이 사건 행위가 후보자의 긍정적 이미지 및 인지도 제고를 넘어서 '선거운동'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며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A가 B로부터 사무실을 무상 대여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임대료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받았으므로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보아 유죄를 선고했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규제 대상인 '선거운동'의 의미와 범위를 축소해석함으로써 선거의 자유를 확대하면서도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정치활동'에 대하여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여 처벌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나. 선거의 자유와 공정성 선거운동의 자유는 국민주권 원리, 의회민주주의 원리 및 참정권에 관한 규정에 근거를 둔 자유선거 원칙으로부터 도출되고, 헌법상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보장 규정에 의해 보호되는 표현의 자유의 한 모습으로 선거권 행사의 전제 내지 선거권의 중요한 내용을 이룬다. 선거의 공정성이란 선거의 자유와 선거운동 등에 있어서의 기회 균등이 담보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선거의 공정성 없이는 진정한 의미의 선거 자유도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선거의 공정성은 선거의 자유와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라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선거의 자유를 위한 필요조건이다. 공직선거법에서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선거운동의 주체·기간·방법 등에 대하여 상세한 금지·제한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선거운동의 '원칙적 제한, 예외적 보장'으로 체감된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법원은 규제되는 선거운동의 범위를 점차 제한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는 판례를 지속적으로 형성해왔다. 즉, 문제된 행위가 '선거운동'이 아니라 그 전 단계인 '경선운동' 또는 '선거준비행위'에 불과하므로 선거운동을 전제로 한 금지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해오다가 2016년에 이르러서는 선거운동의 개념과 범위 자체를 축소해석하며 판례를 변경하였다. 다.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의 의미와 범위 2016년 변경된 판례에 따르면 '선거운동'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로서, 목적의사가 있었다고 추단하려면 단순히 선거와의 관련성을 추측할 수 있거나 선거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시의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선거인'의 관점에서 특정 선거에서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의사를 쉽게 추단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른 경우에 인정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지도와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하는 정치활동은 종래의 선거운동 범위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후보자들의 주된 목적이 선거인을 상대로 인지도를 높이고 긍정적 이미지를 향상시키려는데 있음에도 이를 제재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결과적으로 선거 자유의 보장 범위가 대폭 확대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의 관계가 문제될 수밖에 없다. 정치활동이란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둘러싼 투쟁이나 권력을 행사하는 활동으로서 선거운동은 대표적인 정치활동에 해당한다.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의 구분 실익은 선거사건에서 금전과 관련하여 문제된 행위가 비록 선거운동 범위에는 포섭되지 않더라도 정치활동에는 해당할 경우 정치자금법의 적용을 받는데 있다. 이 사건에서도 문제된 행위가 판례상 '선거운동'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정치활동'에는 해당하고 이와 관련하여 재산상 이익을 제공·수수하였다면 정치자금법위반죄가 성립함을 명확히 하였다. 라. 이론 및 실무상 문제점 판례상 '선거운동'의 의미와 범위에 대하여는 법이론상 몇몇 문제점이 제기된다. 헌법적 관점에서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면 위헌법률심판이나 법률개정을 통해 선거운동의 기간·방법 등에 대한 제한을 완화해야 함에도 법률에 규정된 선거운동의 개념 자체를 제한해석하는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통상적인 법률해석의 범위를 넘어 입법을 통해 해결할 문제를 법원이 우회적으로 판단한 셈이 되었다. 형사법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대법원이 선거운동의 목적성 여부를 '선거인'의 관점에서 외부 행위를 대상으로 판단한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은 초과주관적 위법요소인 목적범의 목적성 존부에 대한 종래 판단기준과도 어긋난다. 즉 목적범의 목적은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 아닌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족하고 이는 주관적 의사가 객관적 직접 증거나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확인될 수 있으면 충족된다는 일반적 기준을 특별한 이유 없이 일탈함으로써 법체계정합성을 갖추지 못한 해석이 되었다. 실무상으로도 여러 애로사항이 발생한다. 선거운동의 목적성 판단을 피고인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인의 관점을 기준으로 함으로써 오히려 선거운동 개념이 불명확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규제 대상 선거운동 범위가 더 확대될 수 있는 의도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게 되었다. 선거인마다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도나 정치적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선거법에서 사전선거운동이나 유사기관설치·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정치자금이 소요되는 소위 '조직선거'를 차단하기 위한 취지이나, 본 판결 사례와 같이 인적·물적 조직을 이용한 인지도 제고 등 정치활동을 허용하면서도 외부 자금 유입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원천적으로 막을 경우, 재력을 갖춘 정치인만 선거운동 개시일보다 훨씬 이전부터 정치적 기반 조성을 위한 정치활동이 가능하게 되고 사전에 조직을 구성·운영할 만한 경제력이 없는 정치신인에게는 오히려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 4. 결론 선거의 핵심가치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조화시키기 위해 법원은 선거운동의 개념과 범위를 축소해석하여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는 한편, 선거 관련 금전적 유입에 관해서는 정치자금법을 철저하게 적용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이러한 최근 판례의 경향은 규제 일변도의 선거법체계 하에서 '입은 풀고, 돈은 묶는다'는 선거관리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선해할 수 있다. 그러나 후보자의 인지도 제고를 위한 활동은 규제대상인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이를 위한 인적·물적 조직까지 허용하면서 정치자금의 외부 유입은 차단할 경우, 법이론상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조직을 꾸릴 여력이 없는 정치신인에게는 오히려 불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이렇듯 해석을 통해 선거법과 선거현장과의 현격한 괴리를 메우려는 시도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의 혼란을 줄이고 '깜깜이 선거'를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결국 시민의식의 성숙도와 새로운 선거홍보방식의 발달 등 사회변화를 반영하여 선거운동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이를 위한 투명한 정치자금의 유입은 허용하되, 수입·지출에 대한 사후적 감독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치관계법률을 개정하는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 송강 제2차장검사 (대구지검)
정치활동
정치자금
선거운동
송강 제2차장검사 (대구지검)
2020-04-20
전문직직무
형사일반
영장재판에서의 공무상비밀누설
Ⅰ 판결의 내용 1. 사안의 개요 피고인 A는 법원의 형사수석부장판사이고, 피고인 B와 C는 그 법원의 영장전담판사이다. 2016.4.경부터 소위 정운호 게이트(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정운호와 전·현직 부장판사의 유착 의혹 등)가 불거져 검찰수사가 진행되었다. B, C와 또 다른 영장전담 한모 판사는 2016.5.~8.경 각자의 영장재판기일에 정운호, 전직 부장판사인 최모 변호사, 현직 김모 부장판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청구서 등과 그 수사기록을 검토하였다. 그 검토를 토대로 다음 내용을 포함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수사기록의 해당부분을 직접 복사하여 A에게 보고하였다. 즉, ①"수사기록에 의하면, 수원 사건 관련 최모 변호사가 항소부 배당 전에 보석으로 빼낼 수 있는 재판부 등을 언급하였고...(생략)...보석 확답도 받았으며 보석청구서 접수 당일 담당재판부와 식사한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정운호 중앙 사건 관련해서도 자신은 작업할 줄 아는 변호사라면서 50억원을 요구하였고, 배당 담당직원에게 작업하여 원하는 재판부로 배당한 다음 인사권자를 통해 재판부에 얘기하겠다거나, 관련 부장판사나 주심판사도 잘 알고 지내면서 자주 식사하는 사이라는 말도 하였다고 한다", ②"수사기록에는 최모 변호사와 법원 관계자 사이의 통화내역이 붙어있지 않고, 이모 부장판사와의 문자메시지만 첨부되어 있다...(생략)...", ③"수사기록에 의하면, 최모 변호사의 남편은 대여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다액의 현금, 수표, 3만달러, 메모지, USB(9개)를 검찰에 임의로 제출하였고...(생략)...", ④"수사기록에 의하면, 관련자는 차량대금 5,000만원을 포함하여 모두 2억원을 김모 부장판사에게 전달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현재 혐의내용은 합계 2억 1,500만원을 수수한 것인데 계좌추적 결과 현금 2억 5,400만원이 김모 부장 측 계좌에 입금된 사실이 확인된다. 또한 정운호 측의 민사소송 관련하여 정운호 측 담당자는 정운호로부터 담당 재판부에 작업을 다 해놓고 골프접대를 했다는 말을 수회 들었다고 한다" A는 위와 같의 4차례의 보고를 토대로 각 그 다음날 보고서를 작성하여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송부하였다. (위 개요는 공소사실 중 제1심 재판부가 사실로 인정한 부분만을 요약하였음) 2. 판결요지 A, B, C가 공모하여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함으로써 공무상비밀을 누설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1심 재판부는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 A와 B, C간 공모를 인정하지 않았고, 또한 그 보고내용이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공무상비밀에 해당하지 않거나, 사법행정상의 필요에 따른 정당한 직무행위로서의 보고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Ⅱ 검토 1. 이 사건의 쟁점 2016년 부장판·검사 출신 변호사의 고액수임 및 현직 법관에 대한 뇌물수수나 로비의혹 등이 보도되면서 소위 정운호 게이트에 관한 수사가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현직 법관의 연루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에 법원행정처와 영장전담판사가 부정한 목적으로 수사기록 상의 수사기밀을 공유하는 등 누설했는지 여부가 극렬하게 다투어졌다. 이하에서는, 재판부가 무죄이유로 삼은 부분, 즉 ①피고인들이 보고한 내용이 공무상비밀인가, ②그러한 보고가 직무행위로서 정당한가, ③피고인들간 공모가 인정되는가에 관하여 살펴본다. 재판과정에서 다루어졌던 기타 쟁점들에 대하여는 논외로 한다. 2. 공무상비밀누설 여부 가. 법의 규정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당시 A가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수사정보는, 언론에서 이미 보도되었거나 보도예정인 기사와 유사했고, 검찰의 언론브리핑이나 수사담당검사를 통해 파악한 내용과도 유사했으므로,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유지·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보았다. 나아가 A는 법원행정처 차장에게만 보고하였고 그 자료가 법관징계나 언론대응 등의 사법행정 용도로만 이용되었으므로, 그 누설로 수사기능이 위협받는 결과를 초래하지도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나. 비밀의 보호필요성 유무 영장재판은 심리가 비공개로 이루어지고 밀행적으로 처리될 뿐만 아니라 그 발부·기각에 대한 이유도 상세하게 기재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영장재판을 위해 제출된 수사기록상의 정보들은 수사담당자 및 영장전담판사와 그 필수조력자 사이에서만 공유되고 외부에 누설되어서는 아니된다. 일부 녹취자료나 수사상황이 언론에 보도되었거나 보도예정이었더라도, 사적인 취재·추측에 의한 언론보도는 수사기록에서 확인된 공적정보와 그 신뢰가치 면에서 차이가 크다. 또한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등이 친분을 이용해 수사담당검사로부터 얻어낸 상세한 수사상황 정보는 또다른 공무상비밀누설 행위로 얻어낸 비밀자료일 뿐으로서, 그렇게 사적으로 확보한 정보와 수사기록상 공적정보가 유사하다고 하여 실질적 보호가 불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수사기록상의 정보는 객관적·일반적으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으로서,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보고서에 담은 수사기밀은 비밀로서의 보호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다. 국가기능의 위협 초래 여부 재판부가 인정했듯이, 이 사건 수사가 진행될 즈음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몇몇 보고서에는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과 검찰총장을 압박하는 방안이나 언론의 관심을 법원에서 검찰로 돌리는 방안 및 그 실행을 위한 일부 과격한 표현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수사대상이던 김모 부장판사는 그 즈음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실 조사를 통해 수사상황 중 일부를 알게 되어 선제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엿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위 보고서들의 내용대로 수사가 방해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보고서들이 사법행정권의 최고 정점인 법원행정처에서 다수 판사들의 관여하에 작성된 사정 등을 더해보면, 수사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추상적 위험범). 3. 직무상 정당행위 여부 재판부는, B·C의 보고와 A의 보고는 그 목적과 단계를 달리하는 별개의 직무행위로서 각기 정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즉,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A는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 사건의 경위와 실체를 신속·정확히 파악하여 법원행정처에 보고할 필요가 있었고, B와 C는 A의 요구에 응하거나 통상적인 예에 따라 사법행정사무의 일환으로 주요내용을 보고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각종 법원예규와 지침은 법관 비위 등과 관련한 중요사항을 상급 사법행정기관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중요사건의 접수와 종국보고에 관한 예규(2018년 폐지)’는 법관 등 관련사건에서 구속영장이나 압수수색영장이 ‘처리되어 종국된 경우’ 그 사건의 요지 등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었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보고의 범위와 내용이라고 할 것이다. 수사의 밀행성이나 영장재판의 비공개 및 재판의 독립 등의 견지에서 그 보고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더구나 법원행정처 차장 등도 모두 현직 법관 신분인 점을 고려하면, 법관비위에 대한 수사상황은 그 비밀보장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 이 사건 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보고한 내용은 사법행정사무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들의 보고에는 관련자의 자세한 진술내용이나 증거의 내용, 그 확보상황 등까지 포함되어 있고 수사기록의 해당부분이 복사첨부까지 되어있다. 이러한 내용은 사법행정상의 보고와는 무관한 내용임이 명백하다. 나아가 위 예규의 ‘처리되어 종국된 경우’ 규정과 관련하여, 피고인들의 보고시점이 적절했는지에 관하여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보고행위는 사법행정상의 직무행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4. 공범 성립 여부 재판부는, 공소장의 ①법원행정처의 의도(수사기밀을 빼내어 수사 무마 및 검찰 압박 등), ②A의 의도(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수사기밀을 수집하여 보고), ③A의 지시에 따른 B와 C의 승낙이라는 각각의 사실과 그 연결고리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즉 법관비위에 관한 사항은 사법행정담당자가 관련내용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해야 하므로, 수석부장인 A는 그 의무를 이행했을 뿐이고, B와 C도 통상적인 예에 따라 해당법원의 공보업무 등의 책임자인 A에게 주요사항을 보고했을 뿐이라고 강조하였다. B와 C는 자신들의 보고를 토대로 A가 법원행정처에 순차 보고하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위 인정사실에 따르면, B와 C로서는 A에게 보고된 내용이 법원행정처에 순차 보고되는 것을 사전에 전제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의 각종 예규와 지침에 따라 수석부장은 사법행정상 중요사건에 관하여 대법원장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고, 피고인들은 그러한 사법행정상의 보고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B, C는 자신들이 A에게 먼저 보고하고, 이를 토대로 A가 법원행정처에 순차보고하는 것에 대한 공모에 가담했다고 볼 수도 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이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한 A, B, C 3인의 공모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무상비밀누설죄가 목적범이 아닌 이상, 검찰수사의 무마·압박 등의 ‘의도’와는 별론, 수사기록 상의 비밀을 순차 보고하는 방식으로 그 누설자체를 공모했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이 필요하다. 또한 3인의 공모 대신에 A와 B, A와 C간의 2인 공모 여부도 검토되어야 한다. Ⅲ 결론 제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보고가 통상적인 예에 따른 사법행정상의 정당한 직무보고라고 보았지만, 쉽사리 동의할 수 없다. 재판내용에 관한 사법행정상의 보고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수사의 밀행성이 요구되는 영장재판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기 때문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심리를 통해 정의와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결론이 도출되기를 희망한다. 최창석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신광렬
공무상비밀누설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
최창석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04-02
민사소송·집행
민사일반
피참가인이 승계참가를 다투지도 않고 소송에서 탈퇴하지도 않는 경우 승계참가인과 피참가인의 소송관계
1. 사실 공사수급인 원고는 도급인 피고를 상대로 공사계약에 따른 정산금의 지급을 구하였다. 원고 승계참가인(이하 '승계참가인')은 원고의 피고에 대한 정산금채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은 뒤, 제1심 소송 계속 중 제3채무자인 피고에 대하여 전부금의 지급을 구하면서 승계참가신청을 하였다. 원고는 승계참가인의 승계 여부에 대해 다투지 않았으나 승계참가한 부분의 소를 취하하지 않았다. 제1심은 인정된 정산금채권 전부가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으로 인하여 모두 승계참가인에게 이전되었음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승계참가인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인용하였다. 승계참가인과 피고는 제1심판결 중 패소부분에 대해 항소하였고, 원고는 항소하지 않았다. 원심 계속 중 원고는 부대항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승계참가인의 전부명령이 무효라고 판단하고, 원고의 부대항소를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승계참가인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유의 요지 승계참가에 관한 민사소송법 규정과 2002년 민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다른 다수당사자 소송제도와의 정합성, 승계참가인과 피참가인인 원고의 중첩된 청구를 모순 없이 합일적으로 확정할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소송이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동안에 제3자가 소송목적인 권리의 전부나 일부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하며 소송에 참가한 경우, 원고가 승계참가인의 승계 여부에 대해 다투지 않으면서도 소송탈퇴, 소 취하 등을 하지 않거나 이에 대하여 피고가 부동의하여 원고가 소송에 남아 있다면 승계로 인해 중첩된 원고와 승계참가인의 청구 사이에는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67조가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2002년 민사소송법 개정 후 피참가인인 원고가 승계참가인의 승계 여부에 대하여 다투지 않고 그 소송절차에서 탈퇴하지도 않은 채 남아있는 경우 원고의 청구와 승계참가인의 청구가 통상공동소송 관계에 있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2다16729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65850 판결, 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1다113455, 113462 판결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3. 연구 (1) 승계참가라 함은 소송계속 중에 계쟁물이 양도되었을 때 그 양수인이 그 때까지 형성된 유리한 소송상태를 이용하기 위하여 스스로 소송절차에 참가하는 것을 말한다. 권리와 의무는 표리관계이므로 권리의 양수인은 물론이고 실체법상 채무의 승계인도 종전 소송수행과정에서의 유리한 소송상태를 이용하기 위하여 이 참가 방식으로 참가할 수 있다(제81조). 판례는 채권의 경우에도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경우에는 독립당사자참가가 가능하다고 하였다(대법원 1996.6.28. 선고 94다50595 판결). 그러므로 채무의 승계는 별론으로 하고라도 채권양도의 경우 양도된 채권의 귀속에 관하여는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으므로 양도인과 양수인의 지위는 동일채권자의 지위를 동시에 유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동관계에 있다할 수 없고 대립·견제의 관계에 있다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전 판례는 양도인과 양수인의 사이에서 대립·견제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공동관계에 있으므로, 만약 피승계인 원고에 대한 승계참가가 이루어졌으나 피고의 부동의로 원고가 탈퇴하지 못한 경우에는 원고의 청구와 승계참가인의 청구는 서로 대립·항쟁하는 관계가 아니므로 통상의 공동소송관계에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2004.7.9. 선고 2002다16729 판결). 그러나 피승계인 원고가 승계참가인의 승계사실 자체를 다투는 경우에는 전형적인 3면소송이 성립함은 물론이지만 그렇지 않고 승계를 다투지 아니하더라도 채권의 귀속에 관하여서 양도인과 양수인의 지위는 동일채권자의 지위를 같이 유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서로 대립·항쟁하는 관계에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2)(가) 2002년 민소법 개정 이전에는 채권의 귀속 자체가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채권양도인인 원고가 채권양수인인 참가인이 소송에 참가할 때 참가를 다투었느냐는 형식에 따라 통상의 공동소송과 독립당사자참가 소송으로 구분하였다. 그 이유는, 2002년 개정 민소법 이전에 독립당사자 참가인은 원·피고 양쪽에 대하여 필수적으로 다 참가를 하여야 독립당사자참가가 가능한데 원고가 참가인의 채권양수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참가인이 원고에 대한 확인할 이익이 없게 된다면 원고에 대하여 참가를 할 수 없어 양 쪽 참가가 불가능하므로 그 경우에는 참가인은 피고에 대한 개별적 소송 밖에 할 수 없게 되고, 이것을 피고의 입장에서 볼 때 참가인과 원고의 공동소송으로 보았는데 당시에는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 규정이 없었던 이유에서 이를 통상의 공동소송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채권에 관한 양도인과 양수인의 대립·견제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나) 2002년 개정 민소법 이후에는 독립당사자 참가에서 한 쪽 참가(제79조 제1항)가 가능하고, 예비적·선택적 형식으로 공동소송(제70조 제1항)을 제기할 수 있게 됨으로써 채권의 귀속에 관한 대립·견제의 실체법적 관계는 그대로 소송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고가 다투지 아니하는 승계참가를 한 참가인과 원고의 관계를 구태여 실체법적 법률관계에 맞지 않는 통상의 공동소송관계로 볼 필요가 없게 되었다. 예컨대 채권양수인은 독립당사자소송의 한 쪽 참가에 의하여 채무자에게 양수금을 청구할 수도 있고, 채무자인 피고에 대하여 채권양도인인 원고와 선택적 원고로서 양수금을 청구할 수도 있는데 어느 경우에나 제79조 제2항이나 제70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필수적 공동소송에 대한 특별규정인 제67조가 준용됨으로써 채권양수인과 채무자인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물론 채권양도인인 원고와의 사이에서도 채권의 귀속에 관한 합일·확정의 소송관계를 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현행 민사소송법 하에서 '승계참가 이후 피참가인이 승계참가를 다투지 않고 소송에서 탈퇴하지도 않는 경우'의 소송관계 (가) 예를 들어 소송 계속 중에 원고는 채권양도인, 참가인은 채권양수인, 피고는 채무자로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대여금청구사건에 참가인이 승계참가를 하였는데 원고가 채권양도계약의 무효를 이유로 소송에 탈퇴하지 않은 경우를 가정한다. 제1심에서 심리한 결과 채권양도 계약이 무효이어서 양도채권은 원고에게 귀속된다는 이유로 원고 전부 승소, 참가인 전부 패소의 판결이 선고되었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항소를 제기하지 않고 참가인만 항소를 제기한 경우에 통상의 공동소송설에 의하면 공동소송인 독립의 원칙이 적용되어 원고승소판결은 제1심에서 확정되고 항소심에서는 참가인과 피고의 소송만 계속하게 된다. 그러므로 항소심의 심리에서 채권양도계약이 유효로 판명되더라도 참가인 승소판결만 가능하고 제1심에서의 원고 승소판결은 취소할 수 없다. (나) 그 결과 피고는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채무에 관하여 양립할 수 없는 채권자인 원고와 참가인에게 중복채무를 부담한다는 도저히 승복할 수 없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승복할 수 없는 결론은 어떤 법적 방법에 의해서도 시정할 수 없다. 즉, 이것은 재심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함은 물론 그 채권양도계약이 변론 종결 이후의 사유도 아니어서 청구 이의의 사유(민사집행법 제44조)에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 이 사건에서도 통상공동소송설에 의하면 원고의 부대항소는 부적법하여 원고의 청구는 제1심에서 청구기각 판결은 확정되었고, 참가인의 청구는 원심에서 청구기각 판결로 확정됨으로써 양도채권의 귀속자는 누구인지 불분명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라) 합일확정설(독립당사자참가의 경우나 선택적공동소송은 모두 제67조를 준용하므로 이를 통합하여 '합일확정설'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다)에 의하면 원고의 부대항소는 적법하지만 그렇지 않고 부대항소가 없더라도 피고의 항소 유무를 떠나 사건 전부가 항소심에 이심되어 합일·확정 판결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아니한다. (마) 승계참가에서 통상공동소송설을 따르는 경우의 이와 같은 모순은 채권양도에서 채권자체의 귀속의 성질이 무엇인가에 관한 오해가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승계참가는 채권의 귀속에 관한 대립 ·견제의 실체법적 본질이 반영되어야할 것이므로 합일확정설에 따라 '승계참가 이후 피참가인이 승계참가를 다투지 않고 소송에서 탈퇴하지도 않는 경우'의 소송구조는 필수적 공동소송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하여 강현중, 민사소송법(7판) 900면은 일찍이 이를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종전 통상의 공동소송설을 변경한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타당하다. 강현중 변호사 (前 사법정책연구원장, 법무법인 에이펙스 고문)
승계참가
통상공동소송
필수적공동소송
강현중 변호사 (前 사법정책연구원장, 법무법인 에이펙스 고문)
2020-02-17
형사일반
대출의 기회를 대가로 볼 수 있는가?
Ⅰ. 사실관계 피고인은 수입이 없어 생활비가 필요하여 인터넷으로 여러 군데 대출상담을 받았지만 대부분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팀장이라는 사람에게서 대출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전화를 받았다. 팀장은 "대출을 받으려면 심사를 받아야 하고, 대출심사를 통해 대출을 받으려면 가공으로라도 입출금내역 거래실적을 만들어서 신용한도를 높여야 하며, 대출이자를 자동이체할 수 있는 계좌도 필요하므로 주민등록 등본, 통장 사본, 신분증 사본, 체크카드를 퀵서비스를 통해 보내라"고 요구하였고, 피고인은 바로 그날 피고인 명의의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 등을 송부하였다. 피고인은 다음날 인터넷 뱅킹을 통해 자신 명의 은행 계좌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입출금 거래내역이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이는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송금한 금원으로, 범죄조직이 입금 즉시 출금한 것이었다. 그러나 피고인은 팀장에게서 거래실적을 늘리는 것이라는 설명을 듣자 별다른 이의 없이 대출이 되기를 기다렸다. 이후 팀장에게서 더 이상 연락을 받지 못한 채 피해자의 신고로 해당 계좌가 거래 정지되었고, 피고인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① 피고인이 대출과정에서 체크카드가 필요하다는 팀장이라는 사람의 거짓말에 속아 체크카드를 교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이 팀장이라는 사람에게서 "피고인의 계좌 거래실적을 늘리기 위해 가공의 입출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대출받을 기회를 얻을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피고인의 계좌에 대한 자유로운 사용권한을 넘겨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제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Ⅱ. 판결이유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제1조)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제6조 제3항 제2호), 이를 위반하여 접근매체를 대여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제49조 제4항 제2호).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대여’란 대가를 수수·요구또는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를 말하고(대법원 2017. 8. 18. 선고 2016도8957 판결 참조), ‘대가’란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 피고인은 대출받을 기회를 얻기로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었고, 피고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대출받을 기회를 얻은 것은 접근매체의 대여와 대응하는 관계, 즉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Ⅲ. 평석 1.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성 보이스피싱범죄는 철저히 고도화된 분업으로 완성되는 범죄다. 국내총책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할 대포통장의 계좌와 체크카드를 모집하여, 계좌가 준비되면 중국 등에 본거지를 둔 해외총책이 피해자들을 전화로 기망, 협박하여 대포통장 계좌로 금원을 이체하도록 한다. 이들은 계좌의 돈을 체크카드, 비밀번호 등 인출 수단을 이용해 ATM기에서 인출하여 현금으로 만든 후 허공으로 사라진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는 줄도 모른 채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여 처벌받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범죄 조직들은 보이스피싱으로 편취, 탈취한 금원을 수중에 넣기 위한 계좌를 확보하기 위해 구직자나 대출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마치 정상적인 대출회수 업무나 대출과정의 일부인 것처럼 교묘하게 기망하면서 계좌와 인출수단을 받아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들이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있고 흔적을 남기지 않아 총책의 검거에 실패하면, 체크카드와 계좌를 넘긴 사람들만 검거되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중하게 처벌된다. 대상판결 역시 범죄조직에 기망 당해 대출을 받기 위해 체크카드를 교부한 피고인에 대해 ‘피고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대출받을 기회를 얻은 것’이 접근매체의 대여와 대응하는 관계, 즉 대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반박 전자거래금융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는 대가를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하고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전자거래금융법 위반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범죄의 구성요건의 일부를 이루는 ‘대가관계의 존재’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대상판결은 ‘대가’를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출의 기회’를 재산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지, 그리고 ‘대출의 기회’가 양의 재산적 가치를 갖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것을 어떻게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남는다. 여기서 대상판결의 사안에 난점이 있다. 어떤 행위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든지, 아니면 그 반대급부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판례 상으로는 부녀가 금품 등을 받을 것을 전제로 성행위를 하였는데 상대방이 그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사건에서 사기죄를 인정하면서, 일반적으로 부녀와의 성행위 자체는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없으나 그 행위의 대가가 사기죄의 객체인 경제적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도2991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의 사안의 경우, 반대급부로 주장되는 ‘체크카드 교부행위’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결국 사안에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대출의 기회’의 가치 자체를 평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대출의 기회에 대한 가치 평가와 관련하여, 현행 법률은 직접적인 해결의 단초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법인세법에서는 특수관계자에게 법인이 무상 또는 낮은 이율 등으로 금전을 대여하여 손해를 부담한 경우 시가와 대가와의 차이를 법인세법상 인정되는 익금에 산입하는데, 적정 시가를 법인부담차입금의 가중평균차입이자율로 하고 있다.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을 기업의 시장이자율의 대체적 평가방법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이자율로 대출의 가치를 평가하는 경제학적 해결방법을 법률에서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대출의 가치는 얼마인가? 경제학은 대출의 가치를 0으로 정의한다. 경제학에서는 금전소비대차 역시 재화,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본다. 대출은 미래 현금 유출을 대가로 현재의 소비를 하려는 자(자금 수요)와, 미래 현금 유입을 위해 현재의 소비를 포기하는 자(자금 공급) 간의 거래이다. 수없이 많은 자금의 수요자, 공급자들의 수요와 공급이 모여 시장이자율이 결정된다. 이들이 공정한 거래를 한다면, 자금 공급자는 미래 유입될 현금을 공정하게 결정된 시장이자율로 할인한 값만큼만 대출하여 주므로 미래 유입될 현금의 가치와 현재 유출되는 현금의 가치가 동일하다. 즉, 대출을 받는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므로, 대출의 가치는 0이며, 이러한 대출의 기회를 얻기 위해 자금의 수요자가 지불할 가치도 0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은 우리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감사함을 느끼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체크카드를 교부하고 대출의 기회를 얻었다면, 이를 재산적 가치 있는 어떠한 대가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대상 판결 역시 이러한 견지 하에 위와 같은 결론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는 아담 스미스의 통찰로 반박을 갈음하고자 한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업자, 빵 굽는 사람들의 호의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설사 자금의 수요자가 급전이 필요하여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었더라도, 이는 더 높은 이자율에 합의하는 대출 조건에 고려될 것이므로 여전히 대출의 가치와, 그러한 대출을 얻기 위한 기회의 가치는 0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대출자는 공정한 계약에 수반되는 체크카드 교부행위를 절차로서 인식하게 된다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할 때에도 신분증과 관련 서류를 교부하지만, 대출자는 이를 대가가 아닌 절차로서 인식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대출의 기회를 얻은 것을 ‘대가’로 보는 판례의 결론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대출의 기회가 양의 재산적 가치를 갖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점에 대한 합리적 의심 없는 정도의 엄격한 증명은 검사들의 난제로 남을 것이다. 전두영 변호사 (법무법인 창과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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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영 변호사 (법무법인 창과방패)
2019-08-19
지식재산권
방법발명 특허에 대한 권리소진
Ⅰ. 판결의 요지 甲(원고)는 ‘마찰이동 용접방법’이라는 방법발명(A)의 특허권자이다. 해당 발명의 특징은, 접합할 부재들의 결합선 위에서 프로브에 강한 압력을 주면서 회전, 이동시킴으로써 마찰열로 부재를 녹였다가 굳혀 용접을 수행하는 데 있다. 甲은 乙(보조참가인)에게 A 발명을 실시하는데 적합한 장비 (마찰교반 용접기)를 제조·판매해도 좋다는 실시허락을 하였고, 그 뒤 丙(피고)은 乙로부터 乙이 제조한 마찰교반 용접기를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甲은 丙을 상대로 자신의 방법발명(A)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손해배상청구)을 제기하였다. 대상판결은, ① 방법발명에 대한 특허권자 등이 그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한 경우에는 권리소진으로 인해 양수인이나 전득자가 그 물건을 이용하여 방법발명을 실시하는 행위에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② 사안에서, ㉠ 丙이 사용한 용접기는 방법발명(A)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전용품이고 그 기술사상의 핵심 구성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A를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이며, ㉡ 乙이 丙에게 마찰교반 용접기를 판매한 것은 특허권자인 甲의 허락 아래 이루어진 적법한 양도이다. ㉢ 이처럼 丙이 적법하게 용접기의 소유권을 취득한 이상 甲의 A 특허는 소진되어 丙의 용접기 사용행위는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평 석 대상판결은 특허권의 소진에 관한 것이다. 종래 특허권 소진 문제가 간접적으로 관련되거나 언급된 판례들은 있었으나, 소진의 근거와 성립요건, 방법발명에의 적용 가능성 등을 정면으로 설시한 대법원 판례는 대상판결이 처음이다. 아울러 대상판결은 방법발명을 구현한 물건이 적법하게 유통된 경우, 그 물건의 사용행위는 권리소진으로 인해 적법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1. 방법 특허권의 소진 법리 특허된 방법발명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물건이 적법하게 유통된 경우, 그 물건을 통해 해당 방법에 대해서도 특허권의 소진이 일어나고, 특허권자가 이후의 거래 당사자에게 특허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물건과 방법 간 발명의 실질에 차이가 없는 예가 많고, 방법발명이라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소진을 부정하면 특허권자는 청구항에 방법을 삽입하는 것만으로 권리소진을 손쉽게 회피할 수 있어 부당하기 때문이다. 대상판결과 같은 법리는 이미 미국{Quanta Computer, Inc. v. LG Electronics, Inc., 553 U.S. 617 (2008)}, 일본{知財高判 平成18年 1月31日 平成17年(ネ) 第10021號 判決}, 독일(BGH GRUR 2007, 773, 776-Rohrschweißverfahren) 등에서도 판례를 통해 확인되어 있다. 문제는 소진을 인정하는 근거와 그 범위이다. 이에 대해서는 크게 다음과 같은 3가지 입장이 있다. ① 소유권설: 대상 물건에 대한 소유권이 특허권에 우선한다는 점에서 권리소진의 근거를 찾으며, 적법한 소유물의 사용·수익·처분에 저촉되는 특허권 행사는 저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넘어 특허 물건의 ‘생산’에 이르게 되면 권리소진은 작동할 여지가 없다. ② 묵시적 계약설: 특허권자가 특허물건을 양도하거나 방법의 실시를 허락하는 행위에는 그 이후에 적법한 경로로 이루어지는 물건이나 방법에 대한 제3자의 실시행위에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묵시적 허락이 있는 것으로 본다. 영미(英美)에서 권리소진은 특허권자의 최초판매 행위에 포함된 묵시적 허락에서 근거를 찾는 것이 보통이다. ③ 신의칙 위반 내지 권리남용설: 특허물건이나 방법을 둘러싼 거래안전, 특허권자가 최초의 거래과정에서 이익을 회수할 기회를 가진 점 등을 감안하여, 특허권 행사와 관련된 신의칙 위반 혹은 권리남용을 정형화한 것이 권리소진 개념이라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에서의 통설·판례로 평가되고 있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와 문제점 (1) 대상판결은 소유권설을 기본 입장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권리소진의 주장 주체를 “양수인이나 전득자”라고 전제하는 점, 사안에서 丙이 방법발명 A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전용품의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으므로 권리소진이 성립한다고 하는 점 등에 비추어 그러하다(실제로 원심판결은 특허권 소진의 주된 근거가 양수인 등의 소유권 취득 때문이라거나, 권리소진은 특허권과 소유권의 접촉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 설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이 특허권 소진의 근거로 ‘물건의 자유로운 유통 및 거래안전’과 ‘특허권자가 특허발명의 실시대가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음’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위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제(機制)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권리소진의 근거를 소유권에서 찾으면 권리소진의 성립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되어 부당하다. 예컨대 사안에서 乙이 방법 A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용접기를 생산하여 丙에게 ‘대여’한 경우라도 丙은 이를 양수한 경우와 똑같이 甲에게 권리소진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방법발명의 실시에 사용되는 물건 가운데 규모가 큰 설비(플랜트)처럼 생산·판매 대신 ‘대여’의 대상이 되는 것도 많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특허권의 소진은 소유권 취득보다는 ‘신의칙 위반’ 또는 ‘묵시적 계약’에서 근거를 찾는 편이 합당하다. (2) 다음으로, 방법발명에 권리소진을 일으키는 물건의 범위가 문제 된다. 대상판결은 이를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이라고 표현한다.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특허권은 그 방법으로 생산된 물건의 양도·대여에도 미친다(특허법 제2조 제3호 다목, 제94조). 따라서 그 물건의 유통이 특허권자의 의사에 기해 이루어진 이상, 방법특허에 권리소진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며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이라는 표현이 여기에는 꼭 들어맞는다. 한편, 해당 방법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물건이 유통에 놓인 경우는 검토를 요한다. 그 방법특허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물건이 간접침해를 야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특허법 제127조 제2호), 전용물이 방법특허 전체의 실시에 기여하는 정도는 다를 수 있으므로 특허권자가 전용물의 유통을 양해했다는 것이 곧 해당 방법 전체에 대한 권리소진을 낳는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상판례는 '㉠ 해당 물건이 방법발명의 전용품인지, ㉡ 그 물건에 방법발명의 핵심적 기술요소가 모두 들어 있는지, ㉢ 그 물건을 사용하는 공정이 전체 공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준은 너무 모호하고 우회적이다. 차라리 방법발명과 물건의 상관관계를 분명히 반영하여, '① 해당 물건의 사용이 곧 해당 발명의 실시를 의미할 정도로 완전한 전용품 관계인 경우, ② 해당 물건에 다른 용도도 있지만 그 물건의 사용은 언제나 해당 발명의 실시를 수반하는 경우, ③ 해당 물건의 사용만으로는 방법의 실시가 완성되지 않지만 여전히 그에 불가결한 요소인 경우'라고 설시하는 편이 합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상판결의 설시 중 ㉠은 ①상황을, ㉡은 ②상황을, ㉢은 ③상황을 의미하거나 전제로 한다. 그 결과, ①, ②의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의사에 기해 물건이 유통에 놓인 이상 방법발명에 권리소진을 인정해도 무리가 없고, ③의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파악되는 특허권자의 의사와 신의칙을 감안하여 개별적으로 권리소진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전자의 물건에는 방법발명의 내용이 100% 구현되어 있는 반면, 후자의 물건에는 그렇지 않아서 물건의 유통을 승낙한 특허권자의 의사를 단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Ⅲ. 결 어 대상판결은 특허권 소진의 인정근거, 성립요건 및 범위, 방법발명에의 적용 등을 정면으로 판단한 최초의 대법원 판례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권리소진의 근거를 소유권에서 찾은 점은 ‘양도’ 이외에 ‘대여’라는 형태의 유통을 제외시킨다는 점에서 부적절해 보인다. 특허권 소진은 거래안전이나 특허권자의 이중이득 방지를 위해 침해의 위법성이 조각되는 모습(신의칙의 구체화)으로 파악하는 한편, 사안에 따라 특허권자의 묵시적 이용허락 등 의사해석을 가미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상판결은 방법발명의 권리소진을 성립시키는 물건을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물건의 생산방법 특허를 실시하여 생산된 물건’에는 적합한 표현이지만 그 밖의 경우에 대한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모호하다. 따라서 ⅰ) 해당 물건의 사용이 곧 해당 발명의 실시를 의미할 정도로 완전한 전용품 관계이거나, 다른 용도도 존재하지만 그 물건의 사용은 언제나 해당발명의 실시를 수반하는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의사에 기해 물건이 유통에 놓인 이상 방법발명에 권리소진을 인정하고, ⅱ) 해당 물건의 사용만으로는 방법발명의 실시가 완성되지 않지만 여전히 그에 불가결한 요소인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객관적 의사와 신의칙을 감안하여 개별적으로 권리소진 여부를 판가름해야 할 것이다. 조영선 교수 (고려대 로스쿨)
특허권
권리소진
조영선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19-07-15
민사일반
‘재판상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1. 사실 및 논점 (1) 원고는 수원지방법원 2003가합15269호로 피고를 상대로 원고가 피고에게 1997년 2월 말경 6,000만 원, 1997년 4월 초경 1억 원을 각 대여하였다고 주장하며 대여금 1억 6,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를 하여, 2004년 11월 11일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선고받고 2004년 12월 7일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원고는 2014년 11월 4일 위 대여금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로서 피고를 상대로 1억 6,000만 원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이행의 소를 제기하여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직권으로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 소의 형태에 관하여 살펴보았는데 이것이 논점이다. 2. 대법원판결이유의 요지 (1) 다수의견의 요지 채권자가 전소로 이행청구를 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후 그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를 제기하는 경우, 후 소의 형태로서 항상 전소와 동일한 이행청구만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의 청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시효중단을 위해서 오로지 전소와 소송목적이 동일한 이행소송만 제기되어야 한다면 채권자가 실제로 의도하지도 않은 청구권의 존부에 관한 실체 심리가 진행됨으로써 채무자는 전소 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사유를 조기에 제출하지 아니할 수 없어 법원은 이에 관하여 불필요한 심리를 하여야 하며, 채무자는 중복된 이행판결로 말미암은 이중집행의 위험에 노출되고, 실질적인 채권의 관리·보전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채권자 또한 자신이 제기한 후 소의 적법성이 10년의 경과가 임박하였는지 여부라는 불명확한 기준에 의해 좌우되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 즉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채권자는 위 두 가지 형태의 소송 중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보다 적합한 것을 선택하여 제기할 수 있는 편익이 생긴다. (2) 소수의견의 요지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再訴)로서 이행소송과 함께 해석을 통하여 다른 형태의 소송을 허용하고자 한다면, ‘청구권 확인소송’으로 충분하다. 입법을 통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도입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이를 법률의 해석을 통하여 받아들일 수는 없다. 청구권 확인소송은 전소 판결의 소송목적이자 전소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그 자체를 대상으로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다. 청구권 확인소송과 비교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큰 이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리적 측면에서도 청구권 확인소송을 허용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는 반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는 확인의 이익을 비롯하여 법리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적지 않다. 3. 논점의 전개 (1) 상고심의 심리범위 대법원이 판단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상고이유에 대한 것이 아니고 직권으로 판단한 것이므로 상고심의 심리범위에 속하는지 문제된다. 그러나 상고심에서도 직권심리사항에 관해서 사실심리가 가능한 이상(제434조)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가 중복된 소제기의 금지원칙(제259조)의 적용범위 문제라고 한다면 직권심리가 가능하다할 것이다. 따라서 위 대전판은 상고기각의 결론을 달리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2)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재판상의 청구 민법 제170조 제1항은 재판상의 청구는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에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할 뿐 청구인용판결의 경우에는 그 종류를 물어서 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정하지 아니하므로 이행소송 이외에도 확인소송이 청구인용판결로 되었다면 당연히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문제는 재판상 청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할 수 있느냐이다. (3)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확인의 이익 재판상청구가 있으면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점은 민법 제168조 제1호와 민법 제170조 제1항의 사유이므로 재판상 청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것은 위 민법규정의 확인을 구하는 것에 다름이 없으므로 원칙적으로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할 것이다. 판례는 민법 제211조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원고가 소유자인 피고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면서도 어떤 물건에 관하여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배타적 사용·수익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소극적 확인주장은, 법적 3단 논법의 대전제인 물권법정주의(민 제185조)의 적용을 받는 민법 제211조라는 법규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이므로 그 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대판 2012. 6. 28. 2010다81049 참조)고 하였다. (4) 청구권확인소송의 문제점 채권자가 전소로 이행청구를 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후 재차의 이행청구소송이나 확인소송이 허용되는 이유는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해서이다. 따라서 시효중단 목적이 없는 중복된 이행청구소송이나 청구권확인소송은 2중 제소 금지원칙에 위반되어 부적법한 것이다. 따라서 청구권확인소송은 시효중단을 위한 범위에서만 확인의 이익이 있으므로 그렇지 않은 청구권확인소송은 허용되기 어렵다. (5)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 원고가 이미 확정력 있는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집행권원의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새로운 소를 제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부적법하다. 또한 소제기를 반복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이 있을 경우, 예컨대 임의경매신청 등으로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경우(대판 1991.12.10. 선고 91다17092 참조) 등에는 동일한 소송목적에 대한 소의 반복 제기를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소멸시효의 완성이 임박하고, 소제기보다 간편한 민사집행의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을 허용하여야 하며, 그 경우의 확인소송은 확인의 이익이 부존재하는 부적법한 확인소송도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 독일 연방통상대법원(BGH) 판례에 따르면, 부적법한 확인하는 소라고 하더라도 실질적 권리자에 의해서 제기되는 한(BGH NJW 2010, 2270 Rn. 38;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중단된다(BGH NJW-RR 2013, 992 Rn. 28; NJW 2004, 3772;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고 하였다. 다만 채권이 단지 도산절차에서의 신청에 의해서만 회수될 수 있을 때에는, 확인하는 소로 소멸시효를 중단할 수 없다고 한다( BGH NJW-RR 2013, 992 Rn. 28;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 4. 결론 (1) 결국 우리 대법원 판결의‘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독일 판례상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과 같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입법사항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확인소송의 기능은 분쟁의 예방에 있는데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이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소멸시효에 관한 분쟁해결 기능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법률관계의 분쟁에 관한 확인소송이 아니어서 부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시효중단을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허용할 필요가 있다. (2) 다만 법률상 확인소송으로서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소멸시효완성의 임박성이나 소제기보다 간단한 민사집행 방법이 부존재하다는 보충성의 원칙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하여 영구적으로 소멸하지 않는 채권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 대전판 2018.7.1., 2018다22008의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각종 채권추심기관의 난립과 횡행을 부추겨 충분한 변제능력이 없는 경제적 약자가 견뎌야 할 채무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지는 사회적 문제가 따르게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시효완성의 임박성이 있는 시점에 시효중단을 위해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당하지만 소제기를 반복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이 있는 지 등 민사집행 방법의 부존재 요건을 살피도록 설시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강현중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대여금
지연손해금
소멸시효
강현중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201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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