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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건축
행정사건
수탁자의 부동산 취득과 지방세법상 위탁자의 사실상 취득 해당 여부
- 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7두64897 판결 - I.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의 요지와 이 사건 처분의 경위 원고 A는 2009년 3월 31일 주택공사와 아파트신축 분양사업의 수행을 위해 이 사건 토지를 약 3272억원에 매입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주택공사에게 계약금 약 327억원을 지급하였다. 그 후 원고 A는 위 사업의 공동 수행을 위하여 원고 B에게 이 사건 토지 지분 50%를 양도하는 매매계약 및 권리의무승계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들은 2009년 6월 30일 위 매매계약에 따라 주택공사에 중도금 약 1309억원을 지급하였다. 원고들은 2009년 7월 30일 이 사건 토지 및 그 지상건물을 신탁회사에게 신탁하는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였고, 동시에 주택공사 및 신탁회사와 매매계약상 양수인의 지위를 신탁회사가 승계하는 권리의무승계계약을 체결하였다. 신탁회사는 2009년 10월 15일 주택공사에게 잔금 약 1636억을 지급하고 취득세를 납부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2013년 9월 12일 원고들이 잔금 지급일에 이 사건 토지를 사실상 취득하였다고 보아 원고들에게 취득세 등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구 지방세법(2010. 3. 31. 법률 제10221호로 전부 개정 전의 것, 이하 ‘지방세법’) 제105조 제2항의 사실상 취득이란 소유권취득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나 대금의 지급과 같은 실질적 요건을 갖춘 경우를 말하는데 원고들이 이 사건 토지의 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매계약에서 탈퇴하여 위 잔금 지급일 당시 매수인의 지위를 유지하지 않았고, 신탁계약이 정한 내부약정에 따라 원고들이 잔금을 부담하였더라도 사실상 취득자가 되는 것이 아니며, 원고들이 매수인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이 사건 토지의 등기명의만을 신탁회사 앞으로 한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이 이 사건 토지를 사실상 취득하지 않았다고 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II. 대상판결의 평석 1. 문제의 소재 이 사건의 쟁점은 신탁회사의 잔금지급일에 그 잔금을 실질적으로 부담한 원고들이 이 사건 토지를 사실상 취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지방세법상 취득에는 사실상 취득이라는 포괄적 개념이 포함되고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 있어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 명의신탁자의 사실상 취득을 인정한다. 한편 신탁법에 따른 신탁으로써 신탁등기가 병행되는 경우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신탁재산의 이전 등에 대해 취득세를 비과세하고 있다. 이 사건은 신탁등기가 병행되지 않아 취득세 비과세 규정의 적용대상이 아니고 수탁자가 매수인의 지위를 승계하여 신탁재산을 취득하여 구조상 3자간 등기명의신탁과 유사한 측면이 있어 위탁자인 원고들이 이 사건 토지를 사실상 취득하였는지가 문제되었다. 2. 지방세법상 취득의 개념과 사실상 취득의 의미 가. 취득의 개념 취득의 개념에 관하여 지방세법 제104조 제8호는 취득이란 매매, 교환, 상속, 증여 기타 이와 유사한 취득으로서 원시취득, 승계취득 또는 유상무상을 불문한 일체의 취득을 말한다고 하고, 제105조 제2항은 민법 등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한 등기 등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라도 사실상 취득한 때에는 이를 취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취득의 개념에 대하여 형식설은 지방세법에 별도 규정이 없어 민법상의 개념을 차용해야 하는데, 실질적 취득이든 형식적 취득이든 묻지 않고 사법상의 소유권 취득은 지방세법상 취득에 해당한다는 견해이다. 이에 대해 실질설은 소유권이란 사용·수익·처분권을 의미하므로 이를 전유하는 실질적 소유권의 취득만이 취득이라는 견해이다. 판례는 취득세는 재화의 이전이라는 사실 자체를 포착하여 거기에 담세력을 인정하고 부과하는 유통세의 일종으로 부동산 취득자가 그 부동산을 사용·수익·처분함으로써 얻어질 이익을 포착하여 부과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여(대법원 2000두7896 판결) 형식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나. 사실상 취득의 의미 형식설에 따를 경우 사실상 취득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사실상 취득은 지방세법상 취득의 개념을 확대한 것으로 형식적 소유권과 실질적 소유권이 분리된 경우에 실질적 소유권자에게 추가 과세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형식적 소유권자와 실질적 소유권자가 다른 경우 하나의 취득행위에 대해 이중과세가 발생한다는 점, 지방세법이 등기 등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사실상 취득으로 본다고 하여 등기 등을 주요 과세계기로 삼고 있어 등기 등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까지 사실상 취득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 등에 비추어, 잔금 지급 후에도 등기 등을 하지 않아 취득세를 과세할 수 없는 경우에 취득시기를 잔금 지급일로 앞당겨 과세할 수 있는 규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판례도 지방세법상 사실상 취득이란 등기와 같은 소유권취득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는 못했으나 대금 지급과 같은 소유권취득의 실질적 요건을 갖춘 경우를 말한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12두28414 판결 등) 등기 전에 사실상 취득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3. 신탁의 취득세 과세 문제 가. 신탁법상의 신탁 신탁이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 재산의 이전 등의 행위를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 등을 위하여 그 재산의 관리·처분 등의 필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이다. 신탁에 대해 지방세법 제110조 제1호는 신탁법에 의한 신탁으로써 신탁등기가 병행되는 경우에 위탁자로부터 수탁자에게로의 재산이전 및 수탁자로부터 위탁자에게로의 재산이전 등을 비과세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취득세 비과세 규정은 지방세법상 취득에 해당하지만 취득세를 면제하는 조항으로 해석된다. 나. 명의신탁 명의신탁이란 타인과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부동산 소유권을 보유하기로 하고 등기는 타인의 명의로 하는 것을 말한다. 명의신탁은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명의신탁의 유형 중 신탁자가 제3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도인으로부터 수탁자에게로 이전등기를 하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 대해서는 수탁자가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여 부동산을 사실상 취득하므로 취득세 납세의무가 있다고 한다(대법원 2005두13360 판결). 명의신탁자와 매도인 사이의 매매계약이 유효하므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말소하고 자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신탁자가 수탁자로 하여금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등기도 수탁자 명의로 경료하게 하는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신탁자는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매도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없고 수탁자와의 명의신탁약정도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무효이기 때문에 신탁자의 취득세 납세의무가 부정된다(대법원 2012두28414 판결). 4. 이 사건의 경우 수탁자의 부동산 취득과 지방세법상 위탁자의 사실상 취득 해당 여부 가. 긍정설 긍정설은 위탁자인 원고들의 사실상 취득을 구성한다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논거가 제시된다. 첫째, 신탁재산에 대해서는 별도의 비과세 규정이 있는데 이 사건은 신탁등기를 경료하지 않은 것으로 비과세 규정의 적용이 없는 이상 취득세 과세대상으로 보아야 한다. 둘째,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에는 그 매매대금을 부담하고 사실상 사용·수익권을 가지는 명의신탁자에게 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하는데, 이 사건은 3자간 등기명의신탁과 유사하다. 나. 부정설 부정설은 위탁자인 원고들에 대해서 사실상 취득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로서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신탁재산의 비과세 규정은 지방세법상 취득에 해당하는 거래에 대해 면세를 해 주는 것인데 원고들이 매매계약에서 탈퇴하여 취득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위 비과세 규정은 과세근거가 될 수 없다. 둘째, 이 사건의 경우 위탁자인 원고들은 매수인의 지위에서 완전히 벗어나 위탁자가 매수인 지위를 가지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과는 다르다. 5. 대상판결의 검토 및 평가 종래 과세실무상 취득물건의 매매대금을 실질적으로 부담하고 그 취득물건을 실질적으로 사용·수익한 자가 지방세법상 사실상 취득자로서 취득세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고, 이 사건도 그러한 연장선에서 신탁회사가 취득세를 납부하였음에도 위탁자에게 재차 취득세를 부과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매매대금의 실질적 부담 여부와 관계없이 잔금 지급일 당시 매매계약상의 권리를 가지는 양수인만이 취득세 납세의무자이고 잔금 지급 전에 매매계약에서 탈퇴한 위탁자는 취득세 납세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판시함으로써 지방세법상 사실상 취득의 범위를 제한적으로 파악하고 신탁을 이용한 부동산 개발사업의 거래구조에서 취득세 납세의무의 판단기준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과는 달리 매매대금을 내부적으로 부담했더라도 매도인이나 수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권이 없다는 이유로 명의신탁자의 취득세 납세의무를 부정하는 계약명의신탁에 관한 앞서 본 판례와 같은 맥락에 있다. 백제흠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명의신탁
취득세
토지
등기명의신탁
백제흠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18-12-06
민사소송·집행
주택·상가임대차
무상거주확인서를 작성·교부한 임차인의 대항력 행사의 신의칙 위반 여부
- 대법원 2016. 12. 1. 선고 2016다228215 판결 - 1. 사안개요 甲 소유의 상가건물에 관하여, ㉠ 乙의 임대차계약 체결 및 대항요건·확정일자 구비, ㉡ 甲의 요청에 따라 乙이 丙에게 무상거주확인서(무상임대차확인서) 작성·교부, ㉢ 丙 명의의 담보권설정등기, 丙의 임의경매신청 및 그에 따른 경매절차 개시, ㉣ 丙이 경매법원에 무상거주확인서를 첨부하여 임차인배당배제신청서 제출(제1회 매각기일 전), ㉤ 사업자등록신청일, 확정일자를 받은 날, 보증금·차임 등을 기재한 부동산현황조사보고서(임대차관계조사서)·매각물건명세서 비치, ㉥ 丁의 제1회 매각기일 최고가매수신고(매각가격 75,200,000원, 감정가평가액 69,300,000원) 및 대금납부 등이 순차로 이루어진 후에, ㉦ 丁이 乙을 상대로 건물인도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乙은 대항력을 행사하여 임차보증금반환과의 동시이행의 항변을 하였다. 한편, 등록사항 등의 현황서에 사업자등록신청일, 확정일자를 받은 날, 보증금·차임 등이 기재되어 있고, 부동산현황조사보고서에 “현장 방문시 아무도 만나지 못하였고 등록사항 등 현황서에 송△△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점유관계 등은 별도의 확인 요망”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또한 부동산현황조사보고서·매각물건명세서에 무상거주확인서의 존재·내용 등은 기재되어 있지 않고, 乙은 경매절차에서 집행관에게 임대차관계의 존부에 관한 진술 등을 하지 않았으며 경매법원에 권리신고·배당요구 등도 하지 않았다. 2. 소송경과 제1심은 “… 비록 피고가 위와 같이 무상거주확인서를 작성해 주었다 하더라도 경매절차에서 임대차관계를 분명히 한 이상 원고들로 하여금 경매가격을 결정하게끔 신뢰를 준 것이라 할 수 없으므로, 피고가 대항력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고 판시하였다(원고 항소). 제2심은 “… 원고 회사는 위 임대차관계조사서를 보고 이 사건 임의경매절차에서 대항력 있는 피고의 임차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 사건 상가를 낙찰 받아 그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고, 피고가 이 사건 임의경매 이전에 무상거주 취지의 임대차계약확인서를 작성하여 준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 경매절차에서 위 임대차관계를 분명히 한 이상 원고 회사로 하여금 경매가격을 결정하는 데 어떠한 신뢰를 준 것이라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다카1852 판결 참조).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고 판시하였다(쌍방 상고).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 임차인이 작성한 무상임대차 확인서에서 비롯된 매수인의 신뢰가 매각절차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비록 매각물건명세서 등에 위 건물에 대항력 있는 임대차 관계가 존재한다는 취지로 기재되었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제3자인 매수인의 건물인도청구에 대하여 대항력 있는 임대차를 주장하여 임차보증금반환과의 동시이행의 항변을 하는 것은 금반언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 이 사건 상가에 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집행관이 작성하여 경매법원에 제출한 현황조사서에는 피고가 이 사건 상가의 임차인이라는 사정이 현출되어 있으나, 한편으로 근저당권자인 인성저축은행이 경매법원에 피고가 작성한 무상거주확인서를 첨부하여 권리(임차인)배제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하였으므로, 만일 원고 회사가 위 무상거주확인서의 존재를 알고 그 내용을 신뢰하여 매수신청금액을 결정하였다면, 임차인인 피고가 매수인이나 매수인으로부터 이 사건 상가를 승계 취득한 원고들의 인도청구에 대하여 대항력 있는 임대차를 주장하여 임차보증금반환과의 동시이행의 항변을 하는 것은 금반언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라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4. 평석 가. 금반언·신의칙의 적용요건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매수인이 무상거주확인서를 작성·교부하지 않은 경우(위 ㉡ 및 ㉣의 사실이 없는 일반적인 경우)에는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5 단서에 의하여 대항력을 행사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1987년 이후 (A)임차인의 선행행위에 의하여 매수인이 대항력 있는 임차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신뢰하고, (B)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5 단서를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후행행위(대항력 행사)에 본래의 효력을 인정하고 매수인의 신뢰와 다른 결과를 인정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른 경우에는 임차인의 매수인에 대한 대항력 행사가 금반언 또는 신의칙에 위반된다는 입장을 취하여 왔다. 위 (A)는 매도인이 임차인의 1차적 선행행위(대출단계에서 무상거주확인서의 작성·교부)에 의하여 대항력 있는 임차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신뢰 내지 확신을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형성하고, 임차인의 2차적 선행행위(경매절차에서 임대차관계를 밝히지 않은 행위)에 의하여 그 신뢰·확신이 강화된 경우를 말한다. 즉 ① 매수인이 대출절차에서 무상거주확인서를 교부받았거나(1차적·직접적 신뢰형성 ; 무상거주확인서를 교부받은 사람이 매수인이 된 경우), 매각기일 전에 경매법원에 제출되거나 이를 교부받은 담보권자로부터 제시받아 그 존재·내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고(1차적·간접적 신뢰형성 ; 무상거주확인서를 교부받지 않은 제3자가 매수인이 된 경우), ② 임차인이 경매절차에서 집행관에게 임대차관계의 존재에 관한 진술 등을 하지 않고(㉮) 또 경매법원에 권리신고·배당요구 등을 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2차적 신뢰형성). 나. 무상거주확인서를 교부받은 담보권자가 매수인이 된 경우 이 경우 위 ① 중 ‘무상거주확인서의 존재·내용에 관한 매수인의 간접적 신뢰형성’은 금반언·신의칙의 적용요건이 아니다. 왜냐하면 매수인은 이미 대출단계에서 무상거주확인서를 교부받아 대항력 있는 임차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형성하였기 때문이다. 주택에 관하여 무상거주확인서를 교부받은 담보권자가 매수인이 된 경우에 관하여, 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다카1852 판결은 임차인이 집행관에게 임대차관계의 존재에 관한 진술 등을 한 사안에서(위 ㉮의 요건의 결여) 임차인의 인도거부가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 1987. 5. 12. 선고 86다카2788 판결과 대법원 1987. 11. 24. 선고 87다카1708 판결은 위 (A) 및 (B)의 사유가 모두 있는 사안에서 임차인의 인도거부가 금반언·신의칙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였다. 다. 무상거주확인서를 교부받지 않은 제3자가 매수인이 된 경우 이 경우 매수인은 무상거주확인서를 교부받은 바 없기 때문에 위 ① 중 ‘무상거주확인서의 존재·내용에 관한 매수인의 간접적 신뢰형성’이 있어야 금반언·신의칙이 적용될 수 있다. 주택에 관하여 무상거주확인서를 교부받은 담보권자가 아닌 제3자가 매수인이고, 매수인이 무상거주확인서를 교부받은 담보권자로부터 매각기일 전에 이를 제시받아 그 존재·내용에 관하여 신뢰를 형성하는 등 위 (A)및 (B)의 사유가 모두 있는 사안에서, 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다카1738 판결은 임차인의 인도거부가 금반언?신의칙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였다. 상가건물에 관하여 무상거주확인서를 교부받지 않은 제3자가 매수인이고, 무상거주확인서를 교부받은 담보권자가 매각기일 전에 이를 경매법원에 제출함으로써 매수인이 그 존재·내용에 관하여 신뢰를 형성하는 등 위 (A) 및 (B)의 사유가 모두 있는 사안에서, 대상판결은 앞의 ‘3’과 같이 임차인의 대항력 행사가 금반언·신의칙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였다. 라. 대상판결의 의의 등 대상판결은 무상거주확인서를 교부받은 담보권자가 아닌 제3자가 임차건물을 매수한 경우, 그 담보권자가 매각기일 전에 이를 경매법원에 제출함으로써 매수인이 그 존재·내용을 알고 매수하는 등 위 (A)및 (B)의 사유가 모두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매수인의 인도청구에 대한 임차인의 대항력 행사가 금반언·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다. 따라서 매수희망자는 경매대상 건물에 소유자 아닌 사람의 주민등록 또는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는 경우에는 무상거주확인서가 경매법원에 제출되어 있는지 잘 살펴 매수신청금액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수원지방법원 2016. 8. 25. 선고 2015나27191 판결은 주택에 관하여 무상거주확인서를 교부받은 은행이 아닌 제3자가 매수인이고 임차인이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신청서를 제출한 사안에서(위 ㉯의 요건의 결여) 乙의 대항력 행사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하였다(2016. 9. 2. 피고 상고, 2016다248431). 판결상 위 은행이 매각기일 전에 무상거주확인서를 경매법원에 제출하거나 매수인에게 제시해 주었는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으나, 위 ㉯의 요건을 결여한 이상 위 ① 중 ‘무상거주확인서의 존재·내용에 관한 매수인의 간접적 신뢰형성’ 여부를 불문하고 임차인의 대항력 행사는 금반언·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무상거주확인서
임차보증금
경매
2017-01-02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체결 후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 임차인의 보호
1. 사안의 개요 논의와 관계되는 범위에서 대상판결의 사안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甲이 주택(이하 '이 사건 주택')에 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최고가매수신고인의 지위에 있던 乙로부터 이 사건 주택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기존 임차인으로부터 주택을 인도받아 전입신고를 마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는데, 다음날 乙이 매각대금을 완납하고 丙 주식회사에 이 사건 주택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2. 대상판결의 요지 (1)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임대차가 임차인과 주택의 소유자인 임대인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그 주택에 관하여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것이 요구된다(이하 '판시①'). (2) 甲이 최고가매수신고인에 불과한 乙로부터 이 사건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를 갖추었다는 것만으로 그 다음날 우선변제권을 취득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므로 파기한다(이하 '판시②'). 3. 검토 가. 판시①에 대한 검토 (1) 판시①은 이미 여러 판결에서 설시가 되어 왔기 때문에 판례의 위치를 차지했다고 보이지만, 그 문언 자체에서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이하 '적법한 임대권한')의 범위에 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실제 사례들을 통하여 적법한 임대권한의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전세권자가 전세권의 범위 내에서 임대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므로 소유권 외에도 전세권 등 주택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포함하는 물권(이하 '소유권 등'이라 하고 소유권 등을 가지는 자를 '소유자 등'이라 한다)이 여기의 적법한 임대권한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그런데 대상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38908 등 판결은 매매목적물을 인도받은 미등기 매수인으로부터 임차한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소유자 등에 대한 채권을 가지는 데 불과한 임대인으로부터 임차한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보호될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대상판결은 위 판결의 연장선상에서, 주택에 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최고가매수신고인이라는 것만으로는 적법한 임대권한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대상판결의 결론에 대하여는 이의가 없으나, 주택에 관한 채권적 권리만을 가지고 있는 자로부터 임차한 자가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전제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2) 먼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 등기가 있는 경우에만 대항력이 생기는 민법의 기본 원칙(제621조)의 예외로 인도와 주민등록이라는 요건을 갖추면 채권인 임차권에 대항력을 부여한 것이다{민일영, 주택경매에 있어서 임차인보호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2004년) 23면 참조}. 그렇다면 임대인은 임차권 등기를 해줄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이 전제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소유자 등이 아닌 임대인으로부터 주택을 임차한 자에게 대항력을 인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대항력을 인정하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3) 보다 근본적으로 소유자 등이 아닌 자로부터 해당 주택을 임차한 자가 대세적인 권리를 취득한다는 것은 임대인이 자기 권리 이상을 처분하는 결과가 되는데, 이처럼 권리의 이전에 관한 일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소유자 등이 아닌 자로부터 임차한 자에게 대항력을 인정하는 것은, 소유자 등으로 하여금 타인(임대인)이 자기 권리를 처분하는 것을 용인하도록 강요하는 것으로서, 기본권 제한의 헌법적 한계가 지켜져야 하나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임차인의 입장에서도 임차인은 어디까지나 임대인의 권리를 전제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임대인의 권리 범위 내에서 보호되면 충분하고, 임대인의 권리와 관계없이 임차인에게 대항력을 인정하는 것은 임차인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4) 따라서 판시①은 "주택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주택의 사용수익에 관한 물권을 가지는 임대인과 사이에, 그 임대인의 권리 범위 내에서 체결된 임대차계약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임대차에 포함된다"라고 제한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 2007다38908 등 판결이 미등기 매수인으로부터 임차한 자에게 대항력을 인정한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나. 판시②에 대한 검토 임차인의 보호에 기울어 있다고 생각되는 판시①과 달리 판시②는 오히려 임차인의 보호에 너무 소홀하다는 느낌을 준다. (1) 판시②를 이해함에 있어서는 다소 주의할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은 甲이 인도 및 주민등록과 확정일자를 마친 다음날부터 우선변제권을 취득하였다고 본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을 뿐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甲이 丙보다 앞서 우선변제권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았다면 원심 판결을 파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판시②는 ㉠ 甲은 乙이 추후 소유권을 취득해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전혀 취득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거나, ㉡ 甲은 乙이 추후 소유권을 취득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할 수는 있지만, 정당한 임대권한이 없는 자로부터 임차한 경우에는 이미 인도 및 주민등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이 정당한 임대권한을 취득한 날을 기준으로 그 다음날 대항력이 발생한다는 전제에서, 丙이 乙의 소유권 취득 당일 근저당권을 취득한 이상 甲은 丙보다 선순위 우선변제권을 취득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2) ㉠과 같이 보는 것은 가령 丙이 없는 경우를 가정해 보면 타당하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고, 기존의 판결례들과도 배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시②는 ㉡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나아가 ㉡의 입장을 취할 때에도 甲이 丙보다 후순위라도 우선변제권을 갖기는 하는지 여부가 추가로 문제될 수 있는데, 긍정하는 것이 옳다고 보이나 대상판결에 대한 필자의 결론에 달라지는 것이 없으므로 상세는 생략한다). ㉡과 같이 이해하는 것은, 가령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59306 판결 등이, 소유권자가 타인에게 주택을 매도함과 동시에 이를 다시 임차하여 계속 거주하기로 약정한 후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 된 사안에서, '주민등록은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 된 날로부터 임대차를 공시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매도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으로서 대항력을 갖는 것은 소유권이전등기의 익일부터'라고 본 것과 일관되는 면이 있다. 입법론적인 측면에서는, 대항요건을 갖추는 시점과 대항력 발생 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격을 둠으로써 임차인의 보호에 의도적인 공백을 두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에서, 인도 및 주민등록 시에 대항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유사한 취지로 민일영, 전게 논문 97면 등 참조). 이렇게 개정이 되면 甲이 丙보다 선순위 우선변제권을 취득한다고 보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상으로도 甲은 乙의 소유권이전등기 시점에 대항력을 취득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인도 및 주민등록이 그 다음날부터 효력을 가지는 것은 이들 요건과 제3자 명의의 등기가 같은 날 행하여질 경우 그 선후 결정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을 대비한 것이다(민일영, 전게논문 96면 및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2239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취지를 고려하면, 대항력 발생 시기에 관한 규정은 인도 및 주민등록 시점의 불명확성이 문제될 수 있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적용되면 충분하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에 따른 인도 및 주민등록이 있은 후 임대인이 소유권 등을 취득한 경우 대항력 발생 시기는 인도 및 주민등록이 있은 날의 다음날 0시와 임대인의 소유권 등 취득 시점 중 나중에 오는 시점으로 보면 되지, 더 나아가 '임대인이 소유권 등을 취득한 날에 새로이 인도와 주민등록이 있는 것처럼 보아 그 다음날을 기준으로 다른 등기와의 선후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입법 취지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38361 등 판결 및 대법원 2001. 1. 30. 선고 2000다58026 등 판결은 임차인이 인도 및 주민등록을 갖춘 후 임대인이 소유권을 취득한 사안에서 임대인이 소유권을 취득한 '즉시' 대항력을 취득한다고 보았는데, 이들 판결도 이러한 관점에서 통일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위 99다59306 판결 등에서도 기존의 소유자였던 임차인은 소유권이전등기 시점에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취득한다고 보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甲은 인도 및 주민등록을 마치고 임대차계약상 확정일자를 받은 날의 다음날 0시 이후로서, 乙이 이 사건 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한 시점에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취득하므로, 그 후에 근저당권을 취득한 丙보다 선순위 우선변제권을 가진다고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2015-08-10
대물변제예약과 배임죄
<판결요지>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하여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경우 채무자가 부동산의 소유권을 채권자에게 이전등기하는 사무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이므로 대물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채무자가 제3자에게 매각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다수의견). <평석요지> 부동산에 관하여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하다는 다수의견은 타당하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대물변제예약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각처분한 경우 채무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 아니하였고 채권자는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으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판시가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1. 사실관계 채무자인 피고인은 채권자 A에 대한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각처분함으로써 피고인은 그 부동산의 실제 재산상 가치인 1억 8500만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채권자 A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공소사실(죄명: 배임)로 공소제기 되었다. 제2심 법원은 제1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배임죄의 공소사실에 대해서 유죄판결(항소기각판결)을 선고하였고 피고인은 항소심판결에 대해서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후 상고이유서에서 피고인은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무죄판결을 선고하여 달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여 무죄의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였다. 다만 대법관 4인은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반대의견(소수의견)을 내놓고 있다. 2. 대법원판례 (가) 다수의견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부동산의 소유권을 장래에 이전하기로 하는 내용의 대물변제예약을 한 경우 채무자가 부동산의 소유권을 채권자에게 이전등기하는 사무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이므로 대물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채무자가 제3자에게 매각처분하였다 할지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즉, 다수의견은 판결이유로서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예약 당시에 확정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가 차용금을 제때에 반환하지 못하여 채권자가 예약완결권을 행사한 후에야 비로소 문제가 되고 채무자는 예약완결권 행사 이후라도 얼마든지 금전채무를 변제하여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소멸시키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 한편 채권자는 당해 부동산을 특정물 자체보다는 담보물로써 가치를 평가하고 이로써 기존의 금전채권을 변제받는데 주된 관심이 있으므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대물변제예약에 따른 소유권등기를 이전받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는 상황이 초래되어도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음으로써 대물변제예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이룰 수 있다는 점, 이러한 점에서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물반환채무의 이행확보에 있고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 내용이어서 이를 가지고 배임죄에서 말하는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여야 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이 대법원판례(다수의견)에 의해서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한 종전의 대법원판례(대법원판결 2000. 12. 8. 선고 2000도4293)는 변경되었다. (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1) 동산2중매매의 경우는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부동산 2중매매의 경우는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2)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다수의견은 부동산 2중매매, 부동산 2중저당의 경우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3) 부동산 2중매매의 경우 소유권이전등기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매도인의 지위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시키는 것은 확대해석금지의 원칙, 즉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다) 반대의견(소수의견) 대법관 4인은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는 소유권이전등기의 측면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되므로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을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각처분한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즉, "결론적으로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신임관계를 위반하여 당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그 부동산의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대물변제예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써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것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이중근저당권설정, 이중전세권설정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온 판례의 확립된 태도이며 논리적으로 부합된다"는 것이 소수의견(반대의견)의 주장이다. 3. 판례평석 (1) 배임죄의 구성요건?기수시기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범죄이다(형법 제355조 제2항). 예컨대 부동산의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의 매도를 위임받은 자가 부동산의 매수인과 짜고 부동산의 시가보다 훨씬 싼 매매대금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준 경우 부동산의 매수인은 재산상 이익(시가와의 차액)을 취득하고 부동산의 소유자(본인)는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으므로 배임죄(형법 제355조 제2항)가 성립하며 회사의 물품구매업무담당사원이 납품업자와 짜고 시가보다 훨씬 비싸게 물품을 구입하고 납품업자에게 물품대금을 지불한 경우 납품업자는 재산상 이익(시가와의 차액)을 취득하고 회사(본인)는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으므로 업무상 배임죄(형법 제356조)가 성립한다. 배임죄의 기수시기는 배임죄를 침해범으로 보느냐, 위험범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대법원판례는 위험범설을 취하고 있으나 형법 제355조 제2항은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방향으로 확대해석을 한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침해범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때가 배임죄의 기수시기이다. (2) 반대의견에 대한 비판 채무자와 채권자가 부동산에 관하여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경우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부동산을 소유권이전등기하기 위한 사무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이다.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사무이기 때문이다. 종전의 대법원판례는 부동산 2중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에 협력하여야 할 사무는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타인의 사무라는 이론구성을 취하고 있으나 부동산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사무이므로 자기의 사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3) 보충의견에 대한 평석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대물변제예약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각처분한 경우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 다수의견은 부동산2중매매의 경우에도 적용하여야 한다는 보충의견은 타당하다고 본다. 부동산2중매매의 경우 부동산매도인의 제1차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위한 사무는 자기의 사무이지 타인의 사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4) 다수의견에 대한 평석 부동산에 관하여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판시부분은 타당하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대물변제예약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각처분한 경우 채무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 아니하였고 채권자가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으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판시가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대물변제하기로 예약한 부동산을 채무자가 제3자에게 매각처분한 경우에도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채권에는 영향이 없으므로 채무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 아니하였고, 채권자가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채무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없고 채권자가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다수의견의 논거로 설시하여 한다. 이 점은 부동산2중매매의 경우에 더욱 명백하다. 부동산2중매매의 경우 부동산매도인이 제1차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은 후 그 부동산을 제2차 매수인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준 경우 부동산의 제1차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매매대금반환청구권이 있으며 부동산매도인은 부동산의 제2차 매수인으로부터 부동산매매대금을 수령하였을 뿐이므로 부동산2중매매로 인해서 부동산매도인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 아니하였고 부동산의 제1차 매수인이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채무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 아니하였고 채권자가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다수의견의 논거로 설시하여야 한다.
2015-01-22
신용장개설의무와 CISG상 본질적인 계약위반의 의미
I. 대법원 2013.11.28. 선고 2011다103977 판결의 요지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에 의하면, 매수인은 계약과 협약에 따라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제53조),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에는 그 지급을 위하여 계약 또는 법령에서 정한 조치를 취하고 절차를 따르는 것이 포함된다(제54조). 그리고 당사자 일방의 계약위반이 그 계약에서 상대방이 기대할 수 있는 바를 실질적으로 박탈할 정도의 손실을 상대방에게 주는 경우 이는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되며(제25조), 매도인은 계약 또는 협약상 매수인의 의무 불이행이 본질적인 계약위반으로 되는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제64조 제1항 제(가)호]. 따라서 협약이 준거법으로 적용되는 국제물품매매계약에서 당사자가 대금의 지급을 신용장에 의하기로 한 경우 매수인은 계약에서 합의된 조건에 따라 신용장을 개설할 의무가 있고, 매수인이 단순히 신용장의 개설을 지체한 것이 아니라 계약에서 합의된 조건에 따른 신용장의 개설을 거절한 경우 이는 계약에서 매도인이 기대할 수 있는 바를 실질적으로 박탈하는 것으로서 협약 제25조가 규정한 본질적인 계약위반에 해당하므로, 매도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II. 판결의 의미와 쟁점사항 1. 판결의 의미 체약국의 숫자로부터 알 수 있듯이(2014년 4월 1일 현재 80개국) 국제상사에 관한 국제통일법으로서 가장 성공적인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이하 '국제물품매매협약'이라고 한다)이 우리나라에서 2005년 3월 1일 발효되었다. 이 협약의 적용대상이 되는 국제물품거래에 대하여는 특정 국가의 법이 아니라 위 협약이 우선 적용된다. 대상판결은 위 협약에 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 쟁점사항 국제물품매매협약에서는 계약위반에 따른 구제방법을 매도인이 계약위반한 경우의 구제방법(제45조 내지 제52조)과 매수인이 계약위반한 경우의 구제방법(제61조 내지 제65조)으로 나누고, 매도인과 매수인에게 모두 공통되는 구제방법(제5장)을 규정하고 있다. 구제방법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손해배상청구, 이행청구, 대체물지급청구, 계약해제가 있다. 이 중 대상판결에서는 계약해제가 쟁점이었는데, 매수인이 합의된 조건에 따라서 신용장을 개설하지 아니한 것이 '본질적인 계약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아래에서는 대상판결의 이유 및 결론이 정당한지 검토해 보도록 한다. III. 본질적인 계약위반(fundamental breach)의 의미 1. 규정내용 국제물품매매협약 제64조에서는 매수인에게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있는 경우에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제25조에서는 본질적인 계약위반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당사자 일방의 계약위반은, 그 계약에서 상대방이 기대할 수 있는 바를 실질적으로 박탈할 정도의 손실을 상대방에게 주는 경우에 본질적인 것으로 한다. 다만, 위반 당사자가 그러한 결과를 예견하지 못하였고, 동일한 부류의 합리적인 사람도 동일한 상황에서 그러한 결과를 예견하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우리 민법에서는 계약해제사유로 이행지체와 이행불능을 규정하고, 판례(대법원 1994.4.12. 선고 93다45480,45497 판결 등)는 불완전이행을 계약해제사유로 인정하고 있어서 우리에게 본질적인 계약위반이라는 요건은 생소하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해석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 규정내용의 기초적 해석 (1) 국제물품매매계약에서 계약해제의 엄격성 국제물품매매협약 제74조에서는 사소한 계약위반이더라도 손해배상청구를 허용하고 있지만, 제49조 및 제64조에서는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계약해제를 허용한다. 국제물품매매거래에서 매수인과 매도인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결과, 일반적으로 매수인은 샘플만 보고서 구매를 결정하고 실제로 인도받을 물품에 대한 검사는 물품이 목적지에 도착하고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만일 물품에 사소한 하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물품의 반송을 위하여 불필요한 운송을 다시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매수인이나 매도인은 매매계약 후 가격이 변동하면 사소한 하자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자 하는 유혹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국제물품매매협약에서는 손해배상을 통하여 손쉽게 구제될 수 있는 사소한 하자에 대하여는 계약해제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본질적인 계약위반'이라는 엄격한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계약해제를 허용하고 있다. (2) 본질적인 계약위반의 의미 국제물품매매계약에서 계약해제의 엄격성을 고려하면 원칙적으로 계약의 해제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독일연방법원(clout 171)도 이러한 점을 확인하면서 매수인이 하자있는 물건을 사용할 수 있거나 재판매를 할 수 있다면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제25조의 규정으로부터 좀 더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도출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가) 당사자의 합의: 계약에서 해제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위반은 본질적인 계약위반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당사자의 합의는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고, 계약의 전반적 내용과 문구 및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 등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나) 계약위반의 결과: 계약위반의 결과 상대방에게 발생하는 금전적 손해가 중대하거나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면 본질적인 계약위반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부수적 의무의 위반이라도 당사자에게 중대하다면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될 수 있다. (다) 이행불능: 이행불능이 객관적으로 확실하다면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될 것이다. (라) 이행의사의 부재: 채무자가 이행을 명시적으로 거절하고 있거나 이행지체에 따라 이행통지를 하였지만 이행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채무자에게 이행의사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된다. (마) 하자치유의 제공가능성: 협약 제48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이 하자의 치유가 가능하고, 이러한 하자치유가 합리적 기간 내에 가능하며, 상대방에게 불합리한 불편을 끼치지 아니한다면 본질적인 계약위반이라고 보기 힘들다. IV. 신용장의 개설과 본질적인 계약위반 1. 매수인의 신용장 개설의 지연 환율이 극심하게 변동하는 경우와 같이 대금지급 시기가 예외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 경우가 아니라면, 매수인이 대금지급을 지연하더라도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되지 아니할 것이다. 그러나 신용장 개설의 지연은 다른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신용장은 대금지급의 수단이기 때문에 매도인으로서는 신용장을 개설받기 전에 물건을 제작하거나 선적준비를 하지 아니할 것이다. 그리고 매도인과 매수인이 신용장 개설시기에 관하여 합의한 것은 매도인에게 선적준비기간을 수여하기 위한 것이므로 신용장 개설이 지연된다는 것은 매도인에게 수여된 선적준비기간을 단축시키는 결과도 가져온다. 이러한 점에서 대금지급수단으로서의 신용장개설이 지연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질적인 계약위반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에서 매수인이 신용장 개설을 지체하는 것은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시한 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 2. 합의된 조건에 따르지 아니한 신용장 개설 매도인과 매수인이 각 다른 국가에 존재하여 동시이행을 확보하기 힘든 국제물품매매계약에서 신용장은 동시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매수인이 거래은행을 통하여 매도인에게 신용장을 개설하면 매도인은 선적 후 개설은행에 신용장에 기재된 선적서류 등을 제시하여 신용장대금을 지급받고, 매수인은 매도인이 제시한 선적서류 등을 통하여 물품을 수령 및 통관할 수 있으므로 국제물품거래에서의 동시이행이 확보된다. 신용장에 대금지급의 조건으로 기재된 서류들은 매수인과 매도인이 합의하여 결정하는데, 기본적으로 매수인이 물품을 수령하고 통관하는데 필요한 서류라는 점에서 매수인의 이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매수인이 합의된 조건을 변경한다면 매도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매수인이 임의로 신용장 조건을 변경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대상판결에서 피고는 당사자의 합의에 부합하는 신용장을 개설하지 아니하고 40피트 컨테이너 포장, 환적(transshipment) 불허, 피고에 의하여 지정된 자가 발행한 검사증명서, 비유전자변형생물체 증명서 등으로 조건을 변경하였다. 컨테이너가 커지면 운송료가 증가하고 포장방법에 변화가 발생하므로 매도인에게 불리하고, 직항선이 없거나 컨테이너와 같은 복합운송의 경우에 환적이 필요하므로 환적을 불허하는 것은 매도인에게 불리하다. 무엇보다 피고에 의하여 지정된 자가 발행한 검사증명서를 조건으로 하면 피고의 의사에 따라서 검사증명서가 발급되지 아니할 수 있으므로, 매도인은 신용장대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즉, 피고가 대금지급의무를 불이행할 가능성이 있다. 위와 같은 중대한 계약위반에 대하여 원고가 합리적인 부가기간을 정하여 그 수정을 요구하였음에도 피고가 이를 거절한 이상 피고에게 의무이행의 의사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피고에게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인정되고 대상판결의 결론에 찬성한다. V. 끝내기 원고의 계약해제를 인정한 대상판결의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본질적인 계약위반'의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아니한 점, 신용장 개설지연이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아니란 취지의 판시를 한 점 및 신용장 조건인 서류가 당사자에게 어느 정도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지 설시하지 아니하고 본질적인 계약위반을 인정한 점에 대하여는 아쉬움이 남는다.
2014-06-16
실명법 이전의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반환의무와 소멸시효 중단사유
1. 문제의 제기 대상판결은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다23313 판결의 후속판결로써, 위 판결에서 다루어진 쟁점이 동일하게 다투어진 것이다. 쟁점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즉 과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체결된 명의신탁 약정의 경우에 명의수탁자는 어떠한 내용의 반환의무를 부담 하는가 또한 그러한 반환의무는 소멸시효에 걸리는 것인가이다. 이러한 논의는 명의수탁자의 반환의무의 성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대법원은 위 2009다23313 판결에서 이 경우 명의수탁자가 부담하는 반환의무는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 민법 제162조의 10년의 소멸시효기간에 걸린다고 판시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논의의 근간은 본건 대상판결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하여 위 사안에서의 원고 피고는 소멸시효의 중단을 둘러싸고 항변과 재항변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만 특이한 점은 대상판결은 원고 피고 사이에 명의신탁관계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어느 유형의 명의신탁인지 밝히고 있지 않았고, 원심이 인용하고 있는 2009다23313 판결을 참조판례로 적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본고는 기본적으로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의 명의신탁에 대해 유형론을 적용하는 것에 반대하고, 따라서 실명법 시행 전의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반환의무의 내용은 언제나 부동산 자체(=등기명의의 회복)이 되어야 한다고 이해하고 있으나(박재혁, '부동산명의신탁의 3대 과제', 진원사(2012. 11.) 참조), 이하에서는 명의수탁자의 반환의무를 소멸시효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 대법원의 시각에서 본건 대상판결을 위 2009다23313 판결에 비추어 재음미해 보기로 한다. 2. 사실관계 1) 원고는 피고의 처삼촌이고, 피고는 1977년경 원고가 경영하는 회사에 입사하여 상무이사의 직에 오르기까지 승진하였고 1997. 5.경 퇴사하였다. 2)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는 매매계약서상 1989. 4. 24. 매도인 ○○○로부터 위 부동산을 매수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피고는 1989. 6. 12.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원고는 위 토지에 대한 등기필증을 보관해 오고 있다(이 사건 부동산 일부에 관하여 원고의 신청으로 2004. 7. 1.경 토지가 분할되고, 분할된 토지의 등기필증은 피고가 보관함). 3) 피고는 2004년까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재산세(토지분) 납부고지서를 송달받으면 이를 원고 회사 직원에게 건네주어 원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재산세를 납부해 왔고, 피고가 대외적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보유함으로 인하여(=소유자별 토지분 과세표준 합산과 누진세율 적용으로) 종합토지세를 추가로 납부하게 되자 그 증가분 상당액에 관하여 원고로부터 정산을 받아 왔으며(같은 사유로 증액된 의료보험료에 관하여도 정산을 받음), 반면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 일부에 관하여 원고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토지분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소 제기 후인 2009. 9. 28. 처음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재산세를 납부하였다. 3. 원심판결 및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원심판결의 요지 이 사건 부동산은 원고가 피고에게 명의신탁한 부동산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의 명의신탁의 경우 유예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원고는 언제든지 위 약정을 해지하고 위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었던 것이므로 피고는 위 법 시행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 자체를 부당이득 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소는 유예기간이 경과한 날인 1996. 7. 1.부터 10년이 경과한 후에 제기된 사실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원고는,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으므로 위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소멸시효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고, 명의신탁계약 및 그에 기한 등기를 무효로 하고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까지 규정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취지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을 점유 사용하여 온 경우 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본다면 이는 위 법률을 위반한 경우임에도 그 권리를 보호하여 주는 결과로 되어 위 법률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원고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종합토지세 등 정산금을 지급받아 왔으므로 이는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일부 증언은 믿기 어렵고, 다른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대법원의 판단 앞서 본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피고는 2004년까지 이 사건 부동산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원고의 소유임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서만 취하였을 행태로서 정산금의 요청에 나아갔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의 반환요구를 거부하기 시작한 2004년경까지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하였다고 볼 것이다(파기환송). 4. 검토의견 1) 위 판결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소유권 이론이라 할 명의신탁 이론이 때아닌 소멸시효 논쟁으로 변질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유권은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권리일 뿐 아니라, 목적물에 대한 사용 수익권능을 그 핵심으로 하는 것이어서 그 사용 수익이 뒷받침되는 한 소유권이 소멸시효에 걸려 소멸할 수 없고, 이러한 의미에서 소유권의 귀속 여부를 소멸시효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2)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동산 자체에 대한 반환청구권의 법적성질이 법률의 규정에 의한 청구권이라고 보아 그 소멸시효기간이 10년이라고 판시하고 있고, 이러한 의미에서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의 반환청구권을 물권적 청구권이 아닌 채권적 청구권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실명법 이전의 명의신탁에서 대법원은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신탁해지를 하고 신탁관계의 종료 그것만을 이유로 하여 소유 명의의 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 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하고 소유권에 기해서도 그와 같은 청구를 할 수 있고, 이 경우 양 청구는 청구원인을 달리하는 별개의 소송이라 할 것이다."라고 해석하여 왔다(대법원 1980. 12. 9. 선고 79다634 전원합의체판결 ; 동지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5171 판결 등). 3) 그렇다면 부동산실명법의 금지가 종전의 명의신탁자에 의한 소유권 보유 내지 회복 그 자체에까지 미친다고 보지 않는 이상, 물권자로서의 회복권능은 여전히 명의신탁자에게 있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점은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현저하다(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다35157 판결 참조). 뿐만 아니라, 부동산실명법이 정한 유예기간 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입는 불이익은 과징금과 이행강제금을 부과받는 것에 지나지 않고(법 제12조), 유예기간이 지남으로써 명의신탁자의 물권자체가 소멸하거나, 그 유예기간 경과 후에는 명의신탁자의 회복권능에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며,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이 명의신탁자 아닌 제3자에게 귀속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 할 것이다. 4) 앞서 대법원은 2009다23313 판결에서, 명의신탁자의 소멸시효 중단 주장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법 위반자에게 권리를 보호하여 주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고 판시하면서,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을 사용 수익한 사정만으로는 소멸시효 중단을 인정할 수 없다는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명의수탁자가 종합토지세와 의료보험료에 관하여 명의신탁자에게 정산을 요구하면서 정산금 상당액을 받아왔다면, 이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명의신탁자의 소유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서만 취하였을 행태(이하 자인행태)"로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5) 그러나 이러한 자인행태는 모든 명의신탁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고, 특히 사용 수익관계는 소유권자가 누구인지를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대상판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대외적 소유자로 취급됨에 따른 불이익의 금전적 보상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점유 사용에 대한 차임 상당액을 요구하는 경우란 존재할 수 없다. 소유권과 용익권능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가사 신탁부동산을 명의수탁자가 점유 사용하고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는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부동산의 사용을 허여해 준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뿐이다. 6) 대상판결의 문제점은 명의신탁자의 반환청구권이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하면서도 그 중단 내지 승인의 사유로써 명의신탁에 특유한 사정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대상판결의 이론에 의하면, 명의수탁자는 소멸시효 항변을 할 수는 있으나 그 항변은 언제나 배척될 수밖에 없고, 결국 표면적으로는 소멸시효 문제로 접근하나 실제에 있어 명의신탁자의 반환청구권은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과 사실상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5. 결론 2009다23313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실명법 이전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그 부동산 자체의 회복은 법률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본건 대상판결로써 위와 같은 입장은 급선회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재산세를 누가 냈느냐 하는 문제보다는 누가 용익권을 행사했느냐 하는 문제가 더욱 소유권의 본질에 가까운 문제이고, 이러한 의미에서 대상판결은 그 결론에 있어 정당하다 할 것이나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소유권을 소멸시효의 중단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 점은 추후 재검토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2013-11-25
소유권 이전을 위하여 등기나 등록을 요하는 물건에 대한 소유권유보부매매의 인정 여부
1. 서설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해 부동산 등 소유권 이전을 위하여 등기나 등록을 요하는 물건(이하에서는 편의상 "부동산"이라 하고, 그 외의 물건을 "동산"이라 한다)의 경우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 합의의 하나인 소유권유보부매매가 허용되지 아니함을 명확히 하였다. 그러나 우리 법은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이에 비하여 독일 민법은 토지 소유권이전의 합의에 조건을 붙일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하여 쉽사리 부정적인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특히 판례나 통설은 해제조건부 법률행위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해 왔는데(그에 따라 부동산등기법에서도 해제조건부 물권변동을 허용하고 있다),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을 달리 볼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의 당부에 대한 논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대상판결의 타당성에 대하여 간략하게나마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부동산과 같이 등기에 의하여 소유권이 이전되는 경우에는 등기를 대금완납시까지 미룸으로써 담보의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소유권유보부매매의 개념을 원용할 필요성이 없고, 일단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준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에게 소유권이 귀속된다. 자동차, 중기, 건설기계 등은 비록 동산이기는 하나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등록에 의하여 소유권이 이전되므로, 역시 소유권유보부매매의 개념을 원용할 필요성이 없다. 3. 검토 가. 조건과 물권변동에 대한 판례의 태도 개관 (1) 정지조건과 물권변동 먼저,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 부동산의 경우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의 하나인 소유권유보부매매를 허용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비하여 판례는 동산의 경우 소유권유보부매매가 허용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9. 9. 7. 선고 99다30534 판결,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93671 판결 등 참조. 참고로 2009다93671 판결의 판시사항을 부동산에 대한 것으로 적절히 바꾸면, 가령 동산을 부동산으로, 인도를 등기로, 선의취득을 허위표시의 선의의 제3자 보호 등으로 적절히 변경하면 부동산의 경우 소유권유보부매매가 인정된다는 무척 그럴듯한 문장이 만들어지는데, 직접 해보시길 권한다). (2) 해제조건과 물권변동 해제조건부 법률행위의 경우 해제조건 성취 시 이미 발생한 물권변동의 효력이 어떻게 되는지 문제되는데, 판례는 해제조건 성취 시 동산과 부동산의 소유권이 원래의 소유자에게 곧바로 복귀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대법원 1976. 12. 28. 선고 76므41, 76므42 판결, 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다5584 판결 등 참조). 참고로 학설도 해제조건부 처분행위의 해제조건이 성취된 경우, 독일이나 일본과 같이, 그 처분행위는 효력을 잃고, 물권은 곧바로 처분행위자에게 돌아간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다만, 독일에서는 민법에서 토지 소유권이전의 합의인 Auflassung에 조건이나 기한을 붙일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해제조건부매매도 인정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변동열, 실권약관부 매매계약-해제조건부 법률행위의 효력, 민사판례연구XX, 167면 및 173면 이하 참조). 나. 대상판결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 (1) 대상판결의 논리 전개에 대한 의문 대상판결의 근본적인 문제는 단지 '인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부동산의 경우 소유권유보부매매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는 데 있다고 생각된다. 대상판결이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소유권유보부매매라는 측면에서 동산과 부동산을 달리 취급할, 양자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에 대한 설시가 있었어야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상판결로 인하여 소유권유보부매매가 허용되지 않게 된 자동차는 종래에 소유권유보부매매의 설명에 단골로 등장하였는데, 이는 자동차에 대한 소유권유보부매매의 필요성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소유권유보부매매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논리는 실제적인 측면에서도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2) 부동산의 소유권유보부매매의 허용 여부 부동산의 소유권유보부매매가 허용될 수 있는지 여부는 쉽게 결론을 내기에 조심스러운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결론적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유보부매매(보다 일반적으로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 합의)가 허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가) 우리 민법상 법률행위에 의한 부동산 소유권이전의 효력이 (a) 법률행위(물권행위)와 (b) 그에 합치하는 등기에 의하여 발생하는 이상,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 합의의 경우 정지조건이 성취될 때까지는 등기가 행해졌다고 하더라도 소유권이 이전되었다고 볼 수가 없고, 따라서 정지조건 성취 시에 해당 이전등기는 비로소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등기가 되어 이때에 소유권이 이전된다고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허위표시에 따른 등기가 있는 경우 소유권이전은 효력이 없더라도 그 후 허위표시의 당사자들이 새로이 소유권이전에 대한 합의를 하면 그때부터 유효하게 소유권이 이전된다는 점을 부인할 이유가 없을 것인데, 그렇다면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하나로 합하여 정지조건부로 소유권이 이전된다는 합의를 하는 것을 불허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고 생각된다(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 합의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서 더 세밀한 법률관계를 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수 있다). 오히려 '등기에도 불구하고 매매대금이 완납된 때에 소유권이 이전되는 것'으로 하는 합의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무조건의 소유권이전을 인정하는 것은,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기대한 것과 달리 소유권을 상실하는 결과를, 매수인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기대한 것과 달리 소유권을 취득하는 결과를 인정하는 것인데, 당사자 쌍방이 합치하여 의도한 바를 무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다. (나) 더욱이 이러한 정지조건을 두는 것을 허용한다고 하여 누가 부당하게 불리하게 되는 것도 아니라고 보인다. 즉, 정지조건이 성취되기 전에 해당 부동산을 매수하는 등 부동산의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 합의에 따라 외관상 형성된 법률관계를 토대로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진 선의의 제3자는, 당사자의 의사에 의한 법률행위 무효의 경우에 외관을 보호하는 기본 제도인 허위표시에서의 제3자 보호 규정(민법 제108조 제2항)의 적용(또는 유추적용)을 받을 수 있을 것이어서,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 합의의 효력을 인정한다고 하여 제3자가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되는 문제도 발생하지 아니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 또한 가령 매매대금의 지급을 담보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매매대금을 납입하지 않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여 부동산을 매매하고 등기를 이전하는 방식'을 허용하면서, '매매대금 완납을 정지조건으로 하여 그 성취 시 그 소유권이전의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는 합의를 하고 미리 등기를 이전하여 주는 방식'을 허용하지 아니할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이다. (라) 결국 법령에 명시적인 금지 규정이 없는 이상, 부동산의 경우에도 동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소유권유보부매매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다. 대상판결을 위한 논리 제공의 시도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의 합의가 허용되어서는 아니 될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보이지만, 부동산의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을 인정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우려(물론 이러한 우려가 정말로 있는지, 그 우려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를 고려하면, 대법원의 태도가 변경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대상판결의 태도를 변호할 수 있는 논리 구성을 생각해 보는 것도 무용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일단 대상판결에서 전제된 것으로 보이는, '물권변동은 그 성립요건인 등기나 인도가 갖추어진 시점에 발생하여야 하므로, 물권변동의 성립요건인 등기나 인도가 갖추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조건이 성취된 때로부터 비로소 소유권이 이전된다고 약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규범'으로 설정하자(그 타당성은 논외로 한다). 이제 기존의 동산의 소유권유보부매매를 "매매대금이 완납될 때까지, 담보를 위하여, 매도인이 매매대금의 완납 전에 매수인으로 하여금 해당 동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현실인도(간접점유의 설정으로서, 소유권이전을 위한 인도가 아니다)하여 주되,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완납하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하여 '간이인도' 방식으로 소유권이전을 위한 인도가 이루어지는 매매계약"으로 해석하여 보자(당사자의 의도를 고려하면, 이러한 구성은 법률행위 해석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보면, 대금이 완납된 때에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물권적인 합의가 있고, 동산 소유권이전의 성립요건인 '인도' 또한 대금 완납 시에 이루어지며, 그 소유권이전은 인도 시에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대금 완납 시에 소유권이 이전된다는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의 목적도 그대로 달성할 수 있으면서도, 위 규범에 따라 물권변동 시점을 인도 시점과 동일하게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구성이 가능한 것은, 근본적으로 인도가 그 목적에 따라 달리 표현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의사표시에 의한 인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여 등기의 경우에는 '이미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음에도 매매대금의 완납 시에 비로소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는 것'으로 구성할 수가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대법원이 동산과 부동산을 구분하여 규율한 것은 어느 정도 합리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2012-12-24
계약금만 지급한 상태 토지양도가 미등기자산에 중과세 대상인가
1. 대상판결의 개요(법률신문 10월 8일자 보도) 가. 사실관계 원고는 2001. 6. 25. D공사로부터 부천시 소재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금 35억여원에 분양받은 다음, 같은 날 제3자인 매수인들에게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다른 재산을 대금 50억 원에 매도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매매'라 한다), 피고는 2007. 6. 4. 이 사건 토지의 양도가 미등기전매에 해당함을 전제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매매대금 50억원을 이 사건 토지와 다른 재산의 기준시가 등으로 안분하여 위 매매대금 중 47억 8000여만원을 이 사건 토지의 양도가액으로 보고, 이를 기초로 양도차액을 산정한 다음, 그 양도차액에 미등기양도자산에 관한 세율을 적용하여 산출한 금액을 양도소득세로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나.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D공사에게 분양계약에 따른 계약금만 지급한 상태에 있었으므로 이 사건 토지와 관련하여 원고가 양도한 자산은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 아니라 이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 내지 분양계약상의 지위에서 가지는 권리에 지나지 않아 원고가 양도한 자산이 이 사건 토지 자체라고 할 수 없고, 원고가 이 사건 분양계약에 의하여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한 것은 등기의 대상에도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구 소득세법(2001. 12. 31. 법률 제65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4조 제3항이 규정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 대상인 '미등기양도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대상판결의 평석 가. 본 사안의 쟁점 소득세법(논의의 편의상 현행법의 규정을 기준으로 설명한다) 제104조 제1항, 제3항은 "소득세법 제94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에서 규정하는 자산을 취득한 자가 그 자산 취득에 관한 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양도하는 경우, 즉 미등기양도자산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하기 위해서는 소득세법 제94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토지'이나, 제2호 소정의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 중 어느 하나에 취득한 후, 그 자산의 취득에 관한 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양도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이는 양도대상 자산의 취득에 관한 등기를 할 수 있음에도 등기하지 않고 이전하는 양도행위에 대하여 중과세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당초 등기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중과세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으므로 그 자산의 취득에 관한 등기가 가능함을 전제로 한다. 결국 본 사안과 같이 D공사와 사이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분양계약(이하 '1차 매매계약')을 체결한 원고가 계약금만 지급한 상태에서 그 토지에 대하여 다시 제3자와 소유권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하 '전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를 미등기양도자산의 양도로 보아 원고에게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한 지 여부는 원고의 양도행위가 위 요건을 충족하는 지 여부에 달려 있다 할 것이다. 나. 양도대상 자산으로서, '토지'와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의 구분 소득세법 제94조 제1항 제1호에서 '토지'의 양도라고 함은 그 등기를 마친 소유권 뿐만 아니라 매수 후 그 대금의 거의 전부를 지급한 사실상의 소유권의 양도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대법원 1992. 9. 14. 선고 91도243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양도대상 자산으로서의 '토지'는 반드시 등기와 같은 소유권 취득의 형식적 요건을 갖출 필요는 없고, 취득세 과세객체로서의 '취득'의 개념과 마찬가지로 대금의 완납과 같은 소유권 취득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어 사실상 취득을 한 경우에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본 사안과 같이 토지의 매수인이 계약금만을 지급하거나, 계약금과 중도금의 일부를 지급한 정도로는 그 토지에 대한 사실상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할 수 없고. 그 시점에 매수인이 가지는 권리는 매매계약에 따라 부동산을 취득할 권리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가 다시 제3자와 1차 매매계약상 목적물을 양도하기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이 사건 '토지' 자체를 양도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가 이 사건 분양계약에 의하여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양도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와 결론을 같이 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타당하다. 다. 양도대상 자산이 등기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지 여부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는 대상판결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그 권리 자체가 등기의 대상에 해당하지는 아니하므로 그 권리의 취득에 관한 등기가 가능함을 전제로, 등기하지 아니한 채 그 권리를 양도하는 경우에 해당할 여지는 없다. 그러나 토지에 대한 계약금만을 지급하여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 경우라도 매매 당사자 간에 대금 완납 전이라도 소유권이전등기를 먼저 넘겨주기로 특약을 하는 등 제3자인 매수인들과 사이에 전매계약을 할 당시 최초 매도인으로부터 토지의 소유권등기를 이전받을 수 있는 상태에 있다면, 그 경우에는 미등기양도자산에 해당된다고 볼 여지가 있는바, 대상판결도 동일한 견해를 취하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어 미등기양도자산을 양도한 경우라도 양도대상 자산이 소득세법 제94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토지인지, 아니면 같은 항 제2호 소정의 권리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대상판결은 이 점에 관하여 명백히 판단하고 있지는 않으나,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한 것은 등기의 대상이 아니므로 이 경우 미등기양도자산에 해당되는 대상은 소득세법 제94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토지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본 사안의 경우에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분양계약의 당사자들 사이에 대금 완납 전이라도 소유권이전등기를 먼저 넘겨주기로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엿보이지 아니하므로 소득세법 제104조 제3항 소정의 그 취득에 관한 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양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 라.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미등기양도자산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지 여부 소득세법 제104조 제1항, 제3항에서 미등기양도자산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중과한다고 한 취지는 자산을 취득한 자가 양도 당시 그 취득에 관한 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이를 양도함으로써, 양도소득세 등의 각종 조세를 포탈하거나 양도차익만을 노려 잔대금 등의 지급 없이 전매하는 따위의 부동산투기 등을 억제, 방지하려는 데 있다 할 것인바, 미등기양도자산을 양도한 경우에 해당되는 지 여부를 판단하는 고려요소로 이러한 입법취지를 반영할 수 있는 지에 관하여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대상판결 역시 "애당초 그 자산의 취득에 있어서 양도자에게 자산의 미등기양도를 통한 조세회피목적이나 전매이득취득 등 투기목적이 없다고 인정되고, 양도 당시 그 자산의 취득에 관한 등기를 하지 아니한 책임을 양도자에게 추궁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즉 부득이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소득세법 제104조 제3항 단서, 같은 법 시행령 제168조 제1항 각 호의 경우에 준하여 양도소득세가 중과되는 미등기양도자산에서 제외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두9494판결도 같은 취지임)"라고 판시함으로써, 입법취지를 미등기양도자산의 양도에 해당되는 지 여부의 판단 기준의 하나로 고려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판시내용을 근거로, 이를 반대해석하여 토지에 대한 계약금만을 지급하여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단순히 그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만을 보유한 상태에서 제3자와 전매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도, 중과세 규정의 입법취지에 반하여 조세회피목적이나 전매이득취득 등 투기목적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중과세 대상이 되는 미등기양도자산에서 포함된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또한, 조세법규의 엄격해석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실질적인 소유권이나 처분권을 취득하여 부동산의 양도와 동일시 할 수 있는 사정이 있거나, 매매 당사자 간에 대금 완납 전이라도 소유권이전등기를 먼저 넘겨주기로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단지 조세회피목적이나 전매이득취득 등 투기목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양도하는 경우를 미등기양도자산의 양도에 포함된다고 확장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인다. 3. 결론 본 사안의 경우처럼 계약금과 중도금 일부를 지급한 상태에서 1차 매매계약 목적물을 제3자에게 전매하는 경우 미등기양도자산의 양도에 해당되지 않아 소득세를 중과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결(대법원 1992. 9. 14. 선고 91도2439 판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판결에 의하면, 미등기양도자산에 대한 소득세 중과세 규정의 입법취지에 반하고, 관련 규정을 사문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반론이 있어 왔으나, 대상판결은 기존 판례의 견해가 타당하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부동산 거래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의 결론을 일반화하면, 부동산의 미등기전매를 규제하는데 한계가 있어 위 규정을 둔 입법취지를 몰각시킬 소지가 있으므로 일정한 범위 내에서 미등기양도자산의 범위를 확대해석할 정책적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수긍이 가나, 다른 한편으로 조세법규의 엄격해석을 통해 거래안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점까지 함께 고려하면,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2012-11-05
소유물 반환의무 위반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
1. 사실관계 X의 선대가 사정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건 미등기 토지에 관하여 1974년 6월 26일 Y(대한민국)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되었다가 1988년 1월 22일 B, C 앞으로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X는 Y를 상대로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를, B, C를 상대로 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였는데, 법원은 2009년 4월 2일에 Y에 대한 청구는 인용하고, B, C에 대한 청구는 2008년 1월 22일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하였다. 그러자 X는 다시 Y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심은 Y의 말소등기절차 이행의무는 이행불능이 되었으므로 그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Y는 X의 B, C에 대한 소송에서 X의 패소판결이 최종 확정된 때인 2009년 4월 30일 당시의 이 사건 토지의 시가 상당액을 지급할 것을 명하였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2. 대법원의 판결 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함으로써 물권적 청구권으로서의 방해배청구권의 성질을 가지는 등기말소 등을 청구할 수 없게 되었다면, 위와 같은 청구권의 실현이 객관적으로 불능이 되었다고 파악하여 등기말소 등 의무자에 대하여 그 권리의 이행불능을 이유로 민법 제390조상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고 말할 수 없으며, 원고가 불법행위를 이유로 소유권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애초 피고의 등기말소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논할 여지는 없다. 대법원 2008년 8월 21일 선고 2007다17161 판결, 대법원 2009년 6월 11일 선고 2008다53638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와 저촉되는 한도에서 변경한다. 이 판결에는 종전 판례를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별개의견 및 양창수 대법관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었다. 3. 검토 대상판결에 대하여는 이미 지원림 교수가 법률신문에 다수의견을 지지하는 평석을 발표한 바 있다(법률신문 2012년 6월 11일자). 이 글도 기본적으로는 지원림 교수와 의견을 같이하지만, 다소 방향을 달리하여 위 판결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대상판결에서는 처분권주의 위반이 직접적인 파기사유가 되었지만, 이하에서는 이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가. 종래의 판례 여기서 문제되고 있는 "말소등기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청구"에 관하여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의 판례가 있었다. 그 하나는 증여계약의 취소에 관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 사건과 같이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계약관계가 없었는데 법률상 무효인 등기가 경료된 경우였다. 앞의 판결들(대법원 2005년 9월 15일 선고 2005다29474 판결 등)의 사실관계는 대체로 유사하다. 원고가 1980년 무렵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의 강박으로 인하여 국가에 부동산을 증여하였다가 나중에 그 증여계약을 취소하였는데, 증여된 부동산이 이미 제3자에게 이전되었고, 원고의 제3자에 대한 등기말소청구는 제3자의 등기부취득시효 완성 또는 제3자가 선의의 제3자라는 이유로 기각되자, 원고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것이다. 대법원은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말소등기의무가 이행불능 상태에 돌아간 때로부터 진행되고, 그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그 이행불능이 될 당시의 목적물의 시가 상당액이며, 그 이행불능의 시기는 원고의 제3자에 대한 청구의 패소판결 확정시라고 보았다. 뒤의 판결들은 무권리자가 아무런 근거 없이 원고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자신 명의로 등기를 마치고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하였으며, 원고의 제3자에 대한 등기말소청구는 제3자의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을 이유로 기각된 경우였다. 대법원은 앞의 판례들을 인용하면서 같은 취지로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뒤의 판결들은 변경하였으나, 앞의 판결들은 변경하지 않았다. 나. 학설상의 논의 종래 이 문제는 학설상 그다지 많이 논의되지는 않았다. 교과서 가운데에는 물권적 청구권에는 채무불이행 등에 관한 채권법규정이 유추적용된다고 설명하는 것이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의 주심이었던 양창수 대법관은 이행지체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부인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民法注解 Ⅴ, 188~189면). 그리고 金濟完 교수는 2005다29474 판결에 대한 판례평석에서, 소유권에 기한 등기말소청구권이 불능으로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채무불이행으로서의 이행불능과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한다(民事裁判의 諸問題 15, 2006, 102면 이하). 다. 방해제거와 소유물반환 우선 종래의 판례가 인정하고 있는 "말소등기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청구"라는 개념은 문제가 있다. 이 사건에서 X의 손해는 소유권 상실로 인한 것인데, X의 소유권 상실은 제3자가 등기부취득시효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반사적 효과이고, 말소등기의무가 이행불능된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말소등기의무의 이행불능이 X의 소유권 상실 때문이라고 하여야 한다. 즉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하여 X가 소유권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X로서는 제3자뿐만 아니라 Y에 대하여도 말소등기를 청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한 X의 말소등기청구는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인데, 방해배제를 갈음하는 전보배상이라는 것도 이상하다. 방해배제로서의 등기말소가 이루어진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소유자가 바로 소유권 상당의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문제의 핵심은 제3자의 소유권 취득으로 인하여 Y의 소유물 반환의무가 불능으로 된 경우에 이를 법률적으로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별개의견은 소유물반환의무와 방해제거의무에 대하여 다같이 언급하고 있으나, 양자를 명확히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라. 소유물반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성질 다수의견은 이 사건에서 X가 Y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이유로 소유권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겠지만, Y의 등기말소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별개의견은 소유권 상실이라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외에도 물권적 청구권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도 인정될 수 있다고 한다. 독일 민법은 소송계속 후의 점유자나 악의의 점유자는 자신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물건이 손상되거나 멸실하거나 다른 이유로 물권을 반환할 수 없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에 관하여 책임을 지며, 악의의 점유자의 경우에는 지체로 인한 책임도 물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989조, 제990조). 이러한 점유자의 책임에 관하여 입법자의 의도나 대다수의 학설은 이를 일종의 법정채권관계(gesetzliches Schuldverha˙˙ltnis)로 파악하고 있다. 즉 소송계속 후 또는 악의의 점유자는 소유자에 대하여 보호와 가치유지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경우에는 면책가능성이 없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법정대리인 및 이행보조자의 행위에 대한 책임 규정(제278조)이 적용된다는 것이다(Staudinger/Gursky, 2006, Vorbem zu §§ 987~993 Rdnr. 37). 그러나 우리 민법의 해석으로서는 역시 이러한 채무불이행 내지 채무불이행에 준하는 관계는 인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특별한 관계가 없는 타인의 소유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타인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이 아닌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할 필요는 없고, 불법점유로 소유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를 다른 불법행위의 피해자보다 더 우대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 이러한 책임을 인정한다면, 예컨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고 그 반환을 거부하는 자의 차임 상당 지급의무는 불법행위책임이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넘어서 반환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이 될 것이지만, 이와 같이 주장하는 견해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민법 제202조가 규정하는 점유자의 소유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도 종래 불법행위책임으로 해석되고 있었다(金炯錫, 註釋民法 物權 1, 제4판, 380면 등). 참고로 제202조 제1항은 선의 점유자에 대하여 현존이익의 배상책임만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에서 Y가 선의라면 손해 전부의 배상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유력한 학설은 위 규정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점유자는 선의일 뿐만 아니라 과실도 없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梁昌洙, 民法注解 Ⅳ, 404면 등). 마. 소유물반환의무의 이행불능에 따르는 법적 효과 대상판결과 같은 사안에서 손해배상책임의 성질을 불법행위책임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채무불이행 유사의 책임으로 볼 것인가는 결과적으로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 별개의견은 소유권의 상실과 소유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을 달리 볼 경우에는 소유권 상실 시점과 그 이행불능 시점이 달라질 수 있어 소멸시효의 기산점 내지는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이 달라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소유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이라는 개념을 인정한다고 하여도, 그것만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제3자에 대한 패소 확정시로 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다. 이 점에 관하여는 대상판결이 변경하고 있지 않은, 증여계약이 취소된 경우에 관한 일련의 판례를 살펴본다. 보충의견은 위 판례들을 변경하지 않는 이유로서, 계약 등이 강박 등으로 취소된 경우에는 법률상 원인의 소멸로 인하여 그 '반환'을 구하는 채권적 성질의 원상회복청구권도 인정되고, 위 판례가 물권적 등기말소청구권에 관한 것인지 단정할 수 없다고 한다. 별개의견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러한 경우에는 당사자는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뿐만 아니라 소유물 반환과 같은 원상회복을 위한 급부부당이득의 반환청구권이라는 채권적 청구권을 아울러 가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尹眞秀, 民事裁判의 諸問題 17, 2008, 76~77면 등 참조).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소유물반환의무 위반으로 인한 전보배상이라는 채무불이행책임도 인정될 수 있다. 그렇지만 위 변경되지 않은 판례들도 "말소등기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청구"라는 법적 구성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는 변경된 판례들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수증자가 부담하는 소유물반환의무가 채권적인 의무라고 하더라도, 그 이행불능 시점 내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시점이지 제3자에 대한 패소판결 확정시로 볼 수는 없다. 위 2005다29474 판결은 대법원 2001. 1. 30. 선고 2000다18196 판결을 인용하고 있고, 위 판결은 타인의 권리매매에 관한 대법원 1973. 3. 13. 선고 72다2207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 그런데 타인의 권리매매의 경우에는 민법 제570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발생시점인 "매도인이 그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때"를 일의적으로 확정할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매도인의 진정한 소유자에 대한 패소판결 확정시를 기산점으로 삼는 것도 합리성이 있다. 그러나 계약 취소와 같은 경우에는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하는 때에 소유물 반환의무가 불능인 것으로 확정되는 것이고,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하여 그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3자의 소유권 취득 후 계약이 취소된 때에는 金濟完 교수의 주장과 같이 계약취소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金濟完, 위 논문, 116 ~117면). 4. 나가면서 대상판결은 종래 판례가 인정하고 있던, 물권적 청구권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으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판시만으로는 그러한 법률구성의 차이가 실제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에서 어떠한 차이를 가져오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대상판결이 계약 취소의 사례들을 포함하여 이 점을 명백히 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2012-08-13
조세조약상 외국법인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
I.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의 요지 미국법인 A는 세계각국의 정보수집요원들이 각국의 금융정보 등을 수집하여 미국본사에 송부하면 그 정보의 정확성을 검증한 후 이를 가공·분석하여 데이터베이스로 미국본사의 서버에 저장한 다음, 전세계 고객에게 그 금융정보를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 등을 통해서 전자적인 방식으로 제공, 판매하는 서비스업('쟁점 서비스')을 영위하였다. 원고는 A의 한국 자회사로서 A에게 한국의 금융정보 등을 수집하여 전달하고,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 등의 설치 및 유지관리용역('쟁점 장비관리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았는데, 그 중 쟁점 장비관리용역은 내국법인 갑에게 하도급을 주어 갑이 자신의 사업장에 설치된 노드장비 및 한국고객들의 사무실 등에 소재한 고객수신장비를 유지관리하였다. 한편, A의 해외지점 직원들은 한국을 방문하여 고객의 사무실 등에서 쟁점 서비스의 판촉활동을 수행하면서 정보이용료 등의 계약조건을 안내해 주고('쟁점 홍보활동'), 원고의 사무실에서 한국고객에게 고객수신장비의 사용법 등에 대한 교육활동을 실시하였다('쟁점 교육활동'). A는 한미조세조약상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한미조세조약 제8조에 따라 한국고객의 쟁점 서비스 대가에 대하여 별도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았고, 부가가치세는 한국고객들이 부가가치세법 제34조에 따라 대리납부 방식으로 납부하였다. 원고는 A로부터 지급받은 용역대가에 대하여 법인세를 신고, 납부하였으나, 부가가치세는 부가가치세법 제11조 소정의 외국법인 본사에 대한 외화획득용역으로서 영세율 적용대상으로 보아 이를 납부하지 않았다, 한편, 갑은 원고로부터 수취한 용역대가에 대하여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를 신고, 납부하였다. 이에 대하여 과세관청은 A가 원고, 갑, 해외지점의 직원 등을 통하여 국내에서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을 수행하였으므로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 소재지나 원고의 사무실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고 쟁점 서비스를 그 고정사업장을 통해서 제공하였다고 판단하고 이를 전제로 위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국내 소득의 상당 부분에 대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신고, 납부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를 과세하였고 또한 원고 및 갑 등에 대하여도 쟁점 장비관련용역 등을 실질적으로 A의 본사가 아니라 위 고정사업장에 제공하였다고 하면서 위 영세율 적용을 배제하는 등으로 부가가치세를 과세하였다. 2. 판결요지 대법원은 한미조세조약상 국내에 미국법인의 고정사업장이 존재한다고 하기 위하여는, 미국법인이 '처분권한 또는 사용권한'을 가지는 국내의 건물, 시설 또는 장치 등의 '사업상 고정된 장소'를 통하여 미국법인의 직원 또는 그 지시를 받는 자가 예비적이거나 보조적인 사업활동이 아닌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을 수행하여야 하고,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인지 여부는 그 사업활동의 성격과 규모, 전체 사업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데, 원심판결은 A의 사업활동에서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가공·분석하여 그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부분과 이를 판매하는 부분이라고 전제하고, 국내에 설치되어 있는 노드장비는 미국의 주컴퓨터로부터 가공·분석된 정보를 수신하여 고객에게 전달하는 장치에 불과한 점, 고객수신장비의 주된 기능은 A로부터 송부된 정보를 수신하는 장비인 점 등에 비추어 A가 위 각 장비를 통하여 국내에서 수행하는 활동은 A의 전체 사업활동 중 본질적이고 중요한 부분을 구성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 소재지에 A의 고정사업장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A의 해외지점의 쟁점 홍보활동 및 교육활동 역시 A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으로 볼 수 없으므로 그곳에도 A의 고정사업장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한미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의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II. 대상판례의 평석 1.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의 쟁점은 한미조세조약상 A의 고정사업장에 국내에 존재하는지 여부로서 구체적으로는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 또는 원고의 교육장이 A가 '처분권한 또는 사용권한'을 가지는 국내의 건물, 시설 또는 장치 등의 '사업상 고정된 장소'에 해당하는지,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를 통하여 수행되는 정보의 전달, A의 해외지점 직원들에 의하여 원고의 사무실 등에서 이루어지는 홍보 및 교육활동 등이 A의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사업활동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2. 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의 의의 및 구성요건 국제거래에 있어서 고정사업장 내지 국내사업장의 존재 여부에 따라 세법상 과세방식의 중요한 차이가 발생한다. 조세조약 미체약 국가의 외국법인이 국내에서 사업소득을 얻는 경우에 그 국내원천 사업소득에 대해서는 두 가지 방식으로 과세된다. 외국법인이 국내사업장을 두고 있으면 그 국내사업장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하여 법인세를 신고 납부하여야 하고, 국내사업장이 없는 경우에는 국내원천 사업소득의 지급자가 원천징수하는 방식으로 과세된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조세조약에서는 법인세법상의 국내사업장과 유사한 고정사업장 개념을 두어 국내원천 사업소득을 얻은 체약국의 외국법인이 우리나라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지 않거나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더라도 해당 사업소득이 그 고정사업장에 귀속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반면 고정사업장이 있고 해당 사업소득이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경우에는 내국법인의 소득과 동일한 방식으로 과세한다. 또한, 고정사업장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통상 부가가치세법상의 사업장에도 해당하기 때문에 외국법인은 부가가치세도 신고,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으로 통상 세 가지가 제시된다. 첫째, 물적 시설의 고정적 존재로서 객관적 요건으로 불린다. 기계나 장비 등도 물적 시설에 포함되고 물적 시설이 고정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항구적으로 특정장소에 위치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 물적 시설을 사용할 권한을 갖거나 지배하고 있어야 한다는 요건으로 주관적 요건이라 한다. 이는 고정된 장소와 사업의 수행간의 관계로서 사업이 그 장소를 통하여 수행되어야 하는 요건이다. 기업이 어떤 장소를 통하여 사업을 수행한다는 것은 그 장소에 대하여 처분권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자신의 의사에 따라 그 장소를 사용하거나 사용 중단 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그 물적 시설을 통하여 기업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이 수행되어야 한다는 요건으로서 기능적 요건이라고 한다. 외국법인의 사업활동이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인지 아니면 예비적이고 보조적인 사업활동인지는 상대적 가치에 의하여 판단된다. 예컨대, 파이프라인을 통한 석유수송의 경우 석유판매업자에게는 보조적 기능을 수행하므로 고정사업장을 구성하지 않으나, 석유운송업자에게는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므로 고정사업장을 구성하는 것이다. 통상 어떤 기업이 여러 물리적 장소에서 예비적, 보조적 성격의 개별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 개별 활동을 모두 결합하여 한 사업장에서 수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 결합된 사업활동이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해당기업은 사업활동의 기능적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고 있다. 한미조세조약도 다른 조세조약과 같이 제9조 제1항에서 "이 협약의 목적상 고정사업장"이라 함은 어느 체약국의 거주자가 산업상 또는 상업상 활동에 종사하는 사업상의 고정된 장소를 의미한다"고 하고 제2항에서 지점, 사무소, 공장 등 다수 유형의 고정사업장을 예시적으로 열거하고 있고 제3항에서는 고정사업장에는 다음의 어느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목적만을 위하여 사용되는 사업상의 고정된 장소가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면서 (a)목에서 '거주자에 속하는 재화 또는 상품의 보관, 전시 또는 인도를 위한 시설의 사용'을, (e)목에서 '거주자를 위한 광고, 정보의 제공, 과학적 조사 또는 예비적 또는 보조적 성격을 가지는 유사한 활동을 위한 사업상의 고정된 장소의 보유'를 들고 있다. 즉, 한미조세조약도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으로 객관적 요건과 주관적 요건 및 기능적 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나 다만, 예비적, 보조적 행위의 어느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목적만을 위하여 사용되는 사업상의 고정된 장소가 고정사업장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개별 행위가 예비적, 보조적 성격을 지니는 이상 그 개별행위를 결합하여 본질적이고 중요한 행위를 구성하는지를 판단하지 않는 점이 특색이다. 3. 평석: 한미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과 전자상거래 대상판례는 외국법인의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으로 객관적 요건, 주관적 요건 및 기능적 요건을 제시하면서 전자적 방법으로 금융정보를 판매하는 외국법인의 경우 정보전달활동과 홍보 및 교육활동은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기능적 요건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전자상거래란 당사자가 물리적으로 동일한 장소에 소재하지 않고 전자적 수단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재화와 용역에 관한 사업상의 거래로 정의되는데, 이는 일반 상거래와는 달리 컴퓨터 이외의 물적 시설의 존재 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반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을 기준으로 고정사업장의 존재여부를 판단할 것인지, 본질적이고 중요한 활동을 무엇으로 볼 것인지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우선, 전자상거래에 있어서의 고정사업장의 객관적 요건은 컴퓨터 서버의 존재 여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정장소에 고정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컴퓨터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컴퓨터 하드웨어 즉 컴퓨터 서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OECD 모델조세조약도 같은 입장이다. 둘째, 외국법인이 컴퓨터 서버를 자신의 사업에 사용하거나 그 사용을 중지할 수 있는 권능을 가져야 주관적 요건을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단지 타인이 설치, 운용하는 통신시설을 이용하여 거래하는 경우에는 그 통신시설에 대한 처분권을 가지지 않으므로 주관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로 기능적 요건의 충족을 위해서는 전자상거래의 전자적 수단의 운용이 소득의 획득에서 본질적이고 중요한 행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본질적이고 중요한 활동으로는 상품의 매도인이 매수인과의 매매계약의 체결을 컴퓨터 서버에 게재된 웹사이트를 통해서 수행하거나 판매대금을 서버에 게재된 웹사이트를 통해서 결제받는 행위를 들 수 있다. 전자적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상품을 가공, 제조하는 일이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이 될 것이다. 원심판결도 같은 논거에서 A의 사업활동에서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가공·분석하여 그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부분과 이를 판매하는 부분이라고 전제하였던 것이다. 일반 상거래에서 상품의 인도, 광고 및 홍보활동 등이 예비적, 보조적 행위로 인정되는 것과 같이, 전자상거래에 있어서도 서버에 게재된 전자상품을 인도하는 행위는 상품의 인도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예비적, 보조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OECD 모델조세조약도 보안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미러서버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를 예비적, 보조적 행위로 열거하고 있다. 대상판례는 노드장비나 고객수신장비는 미러서버와 마찬가지로 고유의 기능이 정보전달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장비를 통하여 전자상품을 인도하는 행위는 여전히 예비적, 보조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전자상거래의 경우에도 일반 고정사업장의 기능적 요건의 법리가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또한, A의 해외지점 직원의 쟁점 홍보활동과 교육활동은 한미조세조약 제9조 소정의 예비적, 보조적 행위로 판단하였는바, 전자상거래에 수반되는 홍보와 교육활동은 여전히 예비적, 보조적 행위로 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4. 결어 대상판례는 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을 정면으로 다룬 최초판결로서 고정사업장을 구성하는 객관적 요건, 주관적 요건 및 기능적 요건을 명확히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금융정보를 판매하는 전자상거래에 종사하는 외국법인의 경우 노드장비 등을 통한 정보의 전달, 해외지점의 직원들에 의한 홍보 및 교육활동은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사업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는 점에서 전자상거래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일반 고정사업장의 기능적 요건이 유효함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그 선례적 가치가 있다. 다만, 대상판례가 한미조세조약상의 고정사업장의 객관적 요건과 주관적 요건 및 기능적 요건 중 예비적, 보조적 행위의 결합 금지 부분에 대하여 구체적인 판시를 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대상판례의 판시 논거와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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