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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피고인의 경찰자백의 증거능력
1. 판례요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당해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당해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당해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채택할 경우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당해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공동피고인에 대하여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공동피고인의 법정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더라도 당해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 2. 판례평석 공동피고인의 경찰자백의 증거능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동피고인의 검찰자백의 증거능력을 이해하여야 하므로 본고에서는 양자를 함께 고찰하고자 한다. 검사의 수사단계에서 검사에 대한 피의자의 자백이 검찰자백(檢察自白)이고, 경찰의 수사단계에서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피의자의 자백이 경찰자백(警察自白)이다(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제8정판 617면). 가. 공동피고인의 검찰자백의 증거능력 이 문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이 신설되기 이전과 그 이후로 나누어 고찰하여야 한다. 2007년6월1일 신설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이 피고인의 원진술자에 대한 반대신문(反對訊問)을 그 진술조서 등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의 신설 이전 공범자인 공동피고인 B가 검찰수사단계에서 공범자인 공동피고인 A와의 공동범행사실을 자백한 내용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가 공동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요건에 관해서는 그 피의자신문조서가 형사소송법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 의해서 증거능력이 인정되면 공동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관하여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견해(서일교, 강구진, 이재상)와 그 피의자신문조서가 형사소송법 제309조, 제312조, 제313조에 의해서 공동피고인 B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공동피고인 A가 공판정에서 공동피고인 B에 대해서 사실상 반대신문(反對訊問)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공동피고인 B의 자백(공동범행의 자백)은 공동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견해(백형구, 배종대·이상돈)가 대립되고 있다. 공동피고인 A의 반대신문을 거쳤느냐 여부에 따라 증거능력의 유무가 좌우되므로 전설을 반대신문불요설(反對訊問不要說), 후설을 반대신문필요설(反對訊問必要說)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제8정판 634면). 전설(반대신문불요설)에 의하면 공동피고인 A가 공동피고인 B의 검찰자백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 증거로 함에 부동의(不同意)하고, 공동피고인 A가 공판정에서 공동피고인 B에 대하여 반대신문을 하지 못한 경우에도 공동범행의 자백이 기재된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조서의 성립의 진정과 그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되면 공동피고인 A의 공동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나, 후설(반대신문필요설)에 의하면 공동피고인 B의 검찰자백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 공동피고인 A가 증거로 함에 부동의(不同意)한 경우에는 그 조서의 성립의 진정과 그 조서에 기재된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되어 공동피고인 B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공동피고인 A가 공판정에서 공동피고인 B에 대해서 사실상 반대신문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공동피고인 B의 검찰자백(공동범행의 자백)은 공동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전설은 공동피고인 B의 검찰자백은 공동피고인 B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점을 주된 논거로 내세우고 있으나 공동피고인 A가 공동피고인 B의 검찰자백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 증거로 함에 부동의(不同意)한다는 것은 공동피고인 B에 대해서 반대신문(反對訊問)을 하겠다는 의사표시라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점, 공동피고인 B의 공판정자백도 공동피고인 A가 공판정에서 공동피고인 B에 대해서 사실상 반대신문을 하거나 공동피고인 A에게 공동피고인 B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가 주어진 경우에 한해서 공동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점, 공동피고인 A가 공판정에서 공동피고인 B와의 공동범행사실을 부인하면서 공동피고인 B의 검찰자백(공동범행의 자백)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 증거로 함에 부동의한 경우에는 공동피고인 A에게 공동피고인 B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 즉 공동피고인 B의 진술(공동범행의 자백)의 증명력을 탄핵(彈劾)할 기회를 주는 것이 적정절차(due process of law)의 법리에 부합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후설, 즉 반대신문필요설(反對訊問必要設)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대법원판례는 전설, 즉 반대신문불요설(反對訊問不要說)을 취하고 있다. 즉 검사 작성의 공동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공동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조서의 성립의 진정과 그 조서에 기재된 자백의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 다른 공동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不同意)한 경우에도 다른 공동피고인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점이 대법원판례의 견해이다. (2)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의 신설 이후 2007년6월1일 형사소송법의 대폭 개정 시에 원진술자에 대한 반대신문(反對訊問)을 진술이 기재된 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요건으로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을 신설되었고, 공동피고인 B에 대한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위 조항의 「검사가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해당하므로 공동피고인 B의 검찰자백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이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이재상, 임동규, 차용석·최용석, 이은모 등). 따라서 공동피고인 A가 공동피고인 B의 검찰자백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고, 공동피고인 A가 공판정에서 공동피고인 B에 대해서 반대신문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공동피고인 B의 검찰자백은 공동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공동피고인의 검찰자백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대법원판례는 아직 발견되지 아니한다. 나. 공동피고인의 경찰자백의 증거능력 (1)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의 신설 이전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는 구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은 피의자였던 피고인에 대해서 뿐 아니라 공동피의자였던 다른 피고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적용된다는 것이 구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의 적용범위에 관한 대법원판례이며, 이 대법원판례를 지지하는 학설이 통설이었다(백형구, 이재상, 신동운, 임동규 등). (2)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의 신설 이후 2007년6월1일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이 신설된 이후에도 공범자인 공동피고인의 경찰자백(警察自白)의 증거능력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이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대법원판례이며, 이 대법원판례를 지지하는 학설이 통설이다(이재상, 신동운, 임동규, 차용석, 이은모 등). 이러한 해석론(통설·판례)에 의하면 공동피고인 A가 공판정에서 공동피고인 B의 경찰자백이 기재된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공동피고인 B가 공판정에서 그 조서의 내용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공동피고인 B의 경찰자백은 공동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론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첫째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의 규정내용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해석론이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은 「…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 그 내용을 인정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공동피고인 A는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의 규정내용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해석론이다. 공동피고인 B의 경찰자백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는 공동피고인 A에 대한 관계에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의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해당한다고 해석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공동피고인 B의 경찰자백의 증거능력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이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이는 새로운 학설(新解釋論)이다. 이러한 해석론에 의하면 공동피고인 A가 공판정에서 공동피고인 B의 경찰자백이 기재된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그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과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의 특신상태가 증명되고 공동피고인 A가 공동피고인 B에 대해서 그 조서의 내용(공동범행의 자백)에 관하여 반대신문을 한 경우에는 그 조서에 기재된 공동피고인 B의 경찰자백은 공동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공동피고인의 경찰자백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대법원판례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이 적용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으나, 그 증거능력에 관해서는 동조 제4항이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2010-10-18
변호사법 제28조의2의 위헌여부
Ⅰ.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의 청구인 등은 각 변호사법 제7조에 의하여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을 마친 자로서, 현재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존의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인 선임서를 법원 등 공공기관에 제출할 때에 사전에 지방변호사회를 경유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2007. 3.29. 법률 제8321호로 개정된 변호사법 제28조의2는 그에 덧붙여 변호사·법무법인·법무법인(유한) 및 법무조합의 경우 매년 1월말까지 전년도에 처리한 수임사건의 건수 및 수임액을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보고하도록 하였고, 만약 이를 준수하지 않을 때에는 변호사법상 징계 처분 및 과태료 처분의 대상이 되도록 규정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변호사의 영업상 비밀과 같은 수임사건의 건수 및 수임액을 소속지방변호사회와 같은 제3자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것은 영업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변론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의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Ⅱ. 심판대상 조항 구 변호사법(2007. 3.29. 법률 제8321호로 개정되고 2008. 3. 8. 법률 제89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8조의2(수임사건의 건수 및 수임액의 보고) 변호사·법무법인·법무법인(유한) 및 법무조합은 매년 1월 말까지 전년도에 처리한 수임사건의 건수 및 수임액을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Ⅲ. 헌법재판소 결정 요지 1. 변호사 지위의 특수성 및 변호사와 지방변호사회와의 관계 변호사법은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여(동법 제1조) 변호사의 사명이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나아가 변호사를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 규정함으로써(동법 제2조) 그 직무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변호사의 자격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의 과정을 마친 자, 판사나 검사의 자격이 있는 자로 엄격히 제한하고(동법 제4조), 나아가 직무수행에 있어서도 품위유지의무(동법 제24조), 회칙준수의무(동법 제25조) 등 각종 의무를 부과함은 물론, 일정한 경우의 수임제한(동법 제31조), 겸직제한(동법 제38조) 등의 통제를 가하는 동시에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징계처분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바(동법 제91조), 우리 사회는 변호사에게 법률가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가로서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성과 직업적 윤리성을 함께 요청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2. 영업의 자유 침해 여부 변호사라는 직업에 내재된 공공성과 윤리성의 실천이라는 맥락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역시 납세와 관련하여 빈번한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변호사 업계의 상황을 감안하여 수임 사건의 건수 및 수임액에 대한 감독, 확인의 절차를 강화함으로써 변호사의 투명한 납세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략)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해 청구인들의 영업의 자유와 같은 헌법상 기본권이 다소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그 제한의 정도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추구되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익과 사익간의 균형성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법익의 균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들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3. 평등권 침해 여부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는 자로서 우리 사회는 변호사들에게 법률가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가로서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성과 직업적 윤리성 또한 강하게 요청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법률조항 위반으로 부과되는 벌칙은 형사벌이 아닌 과태료에 그친다는 점 및 법무사의 경우에도 그러한 의무의 위반시 징계처분의 대상이 되고 징계의 종류에는 과태료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법무사법 제48조, 법무사규칙 제49조) 등을 감안한다면,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무가 부과되고 또한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변호사들에게 다른 유사 전문직보다 다소 무거운 벌칙이 부과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취급에는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두고 자의적인 차별로서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하기는 어렵다. 4.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침해 여부 공적인 영역의 활동은 다른 기본권에 의한 보호는 별론으로 하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보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제적 내지 직업적 활동은 복합적인 사회적 관계를 전제로 하여 다수 주체간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고, 특히 변호사의 업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다른 어느 직업적 활동보다도 강한 공공성을 내포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볼 때, 변호사의 업무와 관련된 수임사건의 건수 및 수임액이 변호사의 내밀한 개인적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Ⅳ. 평석 헌법재판소는 지난 달 29일 변호사에게 전년도에 처리한 수임사건의 건수 및 수임액을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구 변호사법 제28조의2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5:4의 의견으로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재판관 다수의견의 논지는 지방변호사회는 공적 성격을 가지는 점, 변호사는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감독을 받는 점, 여타 전문직의 경우에도 이미 오래 전부터 소속협회의 내부규정을 통하여 자체적으로 이를 해 오고 있었던 점, 이 사건 법률조항이 도입되기 이전에도 지방변호사회에 수임 사건의 건수는 보고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위 법률조항이 영업의 자유 및 평등권,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수의견은 헌법상의 원칙인 과잉금지원칙의 한 요소인 최소침해성 원칙을 도외시한 문제점이 있다. 이 법률조항이 위헌이라는 재판관 4인의 의견에서도 잘 나타나 있듯이 변호사법 제28조의2와 같은 수단을 선택하지 아니하고도 보다 덜 제한적인 방법을 선택하거나 아예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하고도 그 목적을 실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그 의무를 강제하기 위하여 불이행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므로 최소침해성 원칙에 위배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변호사는 이미 과세관청에 매년 부가가치세를 신고하면서 수입금액명세서를 함께 제출하고, 그 명세서에는 수임사건과 수임액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적시하고 있으므로 과세관청은 이를 통하여 변호사의 수임관련 내역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도 과세관청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보고된 수임관련 자료를 지방변호사회로부터 다시 제출받고 있고, 그 내용은 결국 변호사가 부가가치세를 신고할 때 과세관청에 제출하는 수입금액명세서의 내용과 중복된다. 즉 과세관청은 동일한 자료를 두 번 제출받는 셈이 된다. 이 법률 조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을 국가가 확보하였고, 이미 그 수단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동일한 대상에 동일한 의무를 부과하며 그 의무를 강제하기 위하여 불이행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은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반하는 완벽한 예일 것이다. 또한 다수의견은 지방변호사회의 공적인 성격을 강조하며 보고된 수임내역을 토대로 소속 회원들을 감독할 수 있다고 하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지방변호사회는 소속 변호사들로부터 보고받은 수임관련 자료를 단지 과세관청에 전달해주는 사실상의 중개적 역할에 그치는 것을 간과하였다. 국가가 단지 자신의 과세자료를 확보하기 위하여 이미 신고 받은 수임내역과 동일한 내용의 것을 지방변호사회에 보고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지방변호사회를 과세관청의 업무진행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으로서 지나치게 행정편의적인 규율이라고 판단한 반대의견에 동의한다. 한편 세무사·관세사·공인회계사와 같은 유사전문직의 경우 이 사건 법률규정과 같이 구체적 수임건수 및 수임액을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내부규정을 통하여 회원들에게 수임사건의 건수 및 수임액을 보고하도록 하여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고, 과세관청은 자신에게 신고된 수입내역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하여 소속 협회로부터 자료를 제출받는 것에 불과하며 이 과정에서 개인에게는 어떠한 법적인 의무도 부과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방변호사회에 대해서만 변호사법에 명문의 규정을 두어 불이행시 이를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의 기본 이념인 평등의 원칙에도 반한다 할 것이다. 다수의견은 변호사의 공적인 성격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의뢰인과 수임계약을 체결하여 보수를 받는 측면에서 본 변호사의 사경제 주체로서의 특성을 완전히 도외시하였다. 변호사로서의 직업 활동은 공·사적인 성격을 겸유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는 심사기준이나 법익형량의 영역에 차이를 두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사적인 성격의 부분은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기본권으로서의 보호절차를 보장하는 것이 상당하다. 변호사법 제28조의2는 이미 과세관청이 확보한 자료와 중복되고 새로운 정보가치를 지니지 아니하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헌법상 필요한 부분을 넘어 사생활 비밀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이와 달리 사생활의 비밀에 포함되는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한 다수의견의 논지는 수긍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번 결정은 장차 재판관 스스로 이해관계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변호사 직역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법조계 전반에 대한 국민적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법리적으로 다소 무리가 있는 결정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2009-11-16
종업원의 영업비밀 침해와 업무상배임죄
Ⅰ. 사안의 개요 이 사건은 자동차용 알루미늄 휠 생산업체에 근무하던 종업원(갑)이 2005. 11. 퇴직후 타 업체로 전직하면서, 자신이 재직 중에 작성하였던 컴퓨터 파일 등 업무자료를 동료 직원에게 부탁하여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에 복사하여 가지고 나왔다가, 전 소속회사의 사장으로부터 부정경쟁방지법위반 및 특허법위반 등으로 고소를 당한 데서 비롯되었다. 검찰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위반 및 특허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혐의없음 결정을 함과 동시에, 피고인 (갑)과 고소인 회사의 직원으로서 (갑)의 노트북에 파일을 복사해 준 피고인(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법원은 2007. 12.13.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판결을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2008.6.13. 유죄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피고인들이 불복 상고하여 대법원은 2009. 5.28. 관여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항소심 판결은 업무상배임죄의 성립 및 그 고의에 관한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 환송하였다. 결국, 이 사건은 2009. 7.7. 대전지방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고, 그 취지가 일간신문에 공시되었다. Ⅱ.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판결의 의미 이 사건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은 비록 전원합의체 판결은 아니지만, 최근까지 일선 법원에서 종업원의 퇴직시 컴퓨터 파일 등을 복사해 나간 사건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 또는 업무상배임죄로 의율하여 널리 처벌해온 판결 경향을 극복하고, 죄형법정주의 내지 고의책임 원칙에 충실하게 해석하여 무죄취지의 판결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사건이라고 평가된다. 만일 항소심의 결론대로라면 피고인이 퇴직 직후 경쟁업체에 취업한 그 자체가 불법이라는 의미인가, 퇴직한 종업원에게 그러한 경업금지 의무가 과연 있는가, 경업금지의 근거는 형법인가, 민법인가, 아니면 계약상인가? 민사법상으로도 상반된 해석의 소지가 있는 퇴직시 보안각서의 효력 관계를 형법책임까지 연결해서 범죄로 다스리는 것은 ‘형법의 보충성’에 반하는 것 아닌가? 더 나아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가 우선이냐, 영업비밀의 보호가 우선이냐 하는 좀 더 심층적인 법리 쟁점까지 함축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2. 항소심의 판단과 그 문제점 대법원이 지적한 항소심 판단의 문제점은 아래와 같다. 즉, “원심은 그 채용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 을의 이 사건 자료파일 유출행위는 피해자 ‘A 회사’의 종업원으로서의 신의칙상 임무에 위배하여 A 회사에 액수 미상의 영업상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B 회사’에게 같은 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한 배임행위에 해당하고, 위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배임의 고의가 있었으며 업무상배임죄의 신분관계가 없는 피고인 갑도 피고인 을의 배임행위에 공모한 것이라고 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피고인 을이 파일을 복사해주게 된 경위, 당시 피고인들의 처지, A 회사의 업무자료에 대한 관리실태, 이 사건 자료파일 복사 후 피고인의 이용 상황 등 기록에 나타나는 제반 사정을 위 배임의 고의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을이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의 구체적 내용이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만연히 퇴사한 전직 동료의 편의를 봐준다는 차원에서 자료를 복사해 준 것이고 피고인 갑 역시 자신의 개인파일을 찾아가려는 것이 주된 의도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원심이 인정한 위와 같은 일부 간접사실들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그들이 공모하여 회사의 중요자료를 유출하고 A 회사에게 손해를 입게 한다는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는 요지이다. 3. 대법원의 판시 결론-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시 이유를 상세히 검토해보면 항소심에서 인정한 법리뿐만 아니라 사실관계 자체를 전면적으로 배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항소심 판결에 설시한 업무상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인 임무위배행위 뿐만 아니라, 주관적 구성요건인 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만한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시를 한 것이다. 이러한 판시는 법률심이자 최종심인 대법원으로서 극히 이례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대법원이 사실심 파기자판에 가까운 판시를 하게 된 배경과 이유에 관하여 상세히 해설하고자 한다. Ⅲ. 평석 1. 업무상배임죄의 법리 대법원 판결이 설시한 판시이유를 보면, 배임죄에 있어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대법원 2003. 1.10. 선고 2002도758판결 등 참조)는 기존의 판례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의 이득의 의사가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결합되어 성립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 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해야 하며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간접사실에 의하여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임이 판명되면 업무상배임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2. 6.28. 선고 2000도3716 판결, 대법원 2004. 7.22.선고 2002도4229 판결 등 참조)는 기존의 판례도 함께 인용하고 있다. 위 두 판례는 모두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한 사례인데도 이러한 판례를 전제로 하여 이 사건 피고인들에게 업무상배임죄의 성립 및 그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은 결국 이 사건 항소심 판시에 사실오인이 있었음을 대법원이 발견하고 항소심 판결이 사실오인을 바탕으로 기존 판례를 적용한 것은 결국 법리오인으로 인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검사는 1심법원의 무죄판결에 대응한 항소이유서에서 비록 영업비밀이 아니라도 주요영업자산에 해당하면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한다는 기존의 판례(대법원 2005. 7.14. 선고 2004도7962 판결)를 인용하였고 항소심 법원도 이를 근거로 유죄판시를 하였으나 대법원 판결에서는 이 판례에 대한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음으로써 항소심의 판시를 일축하였다. 또 항소심 판시이유에는 배임죄에서 재산상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까지를 포함한다는 판례(대법원 2005. 3.11. 선고 2004도3044 판결)도 들었으나 이 판례 역시 대법원 판시이유에는 언급되지 않은 채 누락되었다. 이는 대법원이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 자체가 그러한 기존의 판례를 적용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볼 것이다. 2. 대법원에서 지적한 항소심의 사실오인 부분 항소심판결에 대한 대법원의 지적의 핵심은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판시부분에 있다. 특히 놀라운 대법원의 판시 태도는 새로운 사실심리의 필요성을 제시하지 아니하고도 무죄의 판단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즉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만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사실관계만으로도 원심의 유죄판결을 번복하기에 넉넉하다고 인정하였다는 점이다. 지면관계상 구체적인 사실인정 판시부분을 모두 인용하기는 어렵지만,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 피고인(을)이 파일을 복사해주게 된 경위, 당시 피고인들의 처지, A 회사의 업무자료에 대한 관리실태, 이 사건 자료파일 복사후 피고인(갑)의 이용 상황 등 기록에 나타나는 제반 사정을 위 배임의 고의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을)이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의 구체적 내용이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만연히 퇴사한 전직 동료의 편의를 봐준다는 차원에서 자료를 복사해 준 것이고 피고인(갑) 역시 자신의 개인파일을 찾아가려는 것이 주된 의도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원심이 인정한 위와 같은 일부 간접사실들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그들이 공모하여 회사의 중요자료를 유출하고 A 회사에게 손해를 입게 한다는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3. 그 밖의 절차적 쟁점 결국 원심이 피고인들의 이 사건 행위가 피해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에게 그 배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데에는 업무상 배임죄의 성립 및 그 고의에 관한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 판시는 지당한 결론일 뿐만 아니라, 뒤늦게나마 피고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되찾아주었다는 점에서 뜻 깊은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사건의 항소심 공판과정에서 여러 가지 절차적 쟁점도 등장하였는데도 그러한 절차적 쟁점에 대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해서는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는 것이다. 변호인이 상고이유서에서 제기한 절차적 쟁점 가운데는 항소심 변론종결 이후에 변론재개를 거쳐 공소장변경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하여 적법하게 요청한 공판절차 정지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유죄판결을 선고한 것은 형사소송법 제298조 4항의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절차라는 주장을 비롯하여, 항소심판결이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을 강조하는 최근의 대법원 판례에도 반한다(대법원2006. 11.24. 선고 2006도4994 판결 등)는 주장이 그 요지였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형사사건의 실체에 대한 유·무죄의 심증 형성은 법정에서의 심리에 의해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의 한 요소로서,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엄격하게 이행할 것을 하급심 법원에 요구함으로써 재판의 신뢰를 증진해 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절차적 쟁점에 대하여는 판단을 생략한 채 침묵을 지켜 아쉬움을 주었다. Ⅳ. 마무리 이 사건은 종업원이 퇴직하면서 자신이 재직중 작성한 컴퓨터 파일을 복사해 나간 혐의로 업무상배임죄로 기소된 피고인(갑)과 이를 복사해준 동료직원인 피고인(을)에 대하여 1심 법원에서 이미 무죄판결이 선고된 사건이다. 공판검사가 1심판결에 불복 항소하기는 하였으나 1심에서 적극적인 입증에 실패하였고, 항소심에서도 짤막한 공소장 변경 이외에는 별다른 공소유지활동을 하지 않은 사건이었다. 그런데도 원심법원은 새로운 사실심리나 증거조사 없이 변론 종결했다가 뒤늦게 검사의 변론재개 및 공소장변경신청을 받아들여 1심의 무죄판결을 번복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결국 위에 소개한 바와 같이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강조한 대법원 판례의 확고한 입장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의 유죄판결은 피고인 인권보장 및 정당한 방어권 보장을 위하여 반드시 지켜야 할 공판중심주의 원칙이나 실질적 직접심리원칙을 존중하지 않는 중대한 위법을 범하였을 뿐만 아니라 형법상 업무상배임죄 구성요건 해석상으로도 범죄성립의 가능성을 과도하게 확장 해석하여 죄형법정주의와 고의책임 원칙을 소홀히 취급한 잘못이 크므로 파기를 면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교훈을 통하여 검찰의 영업비밀 침해사건 수사가 좀 더 치밀하고, 합리적으로 전개되기를 바라며, 법원의 재판절차도 더욱 공판중심주의에 부합하게 진행되어 피고인들의 방어권이 충실하게 보장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피고인들은 기소된 지 2년 넘게 끈질긴 법정투쟁 끝에 무죄를 얻어냈으나, 특히 기술적 이해가 법률판단 못지않게 중요한 영업비밀 분쟁사건에 있어서는 전문 감정인에 의한 기술 감정결과가 보다 존중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바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졸고가 적정한 수사 및 재판절차를 확립하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한다.
2009-09-14
독수과실(毒樹果實)의 원리
I. 들어가는 말 200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이 1968년 이후 약 40년간 고집스럽게 유지해온 ‘성질·형상 불변론’에 따른 위법하게 수집한 비진술증거의 증거능력 인정입장을 변경했다(대법원 2007. 11.15. 선고 2007도3061 판결). 대법원은 증거배제의 기준으로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제시하였다. 동시에 대법원은 ‘독수과실’, 즉 위법수집증거의 파생증거의 증거능력도 부정되어야 함을 밝히며 그 기준으로는 위법수집증거와 파생증거 사이의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제시하였다. 대상판결은 200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독수과실의 원리의 사정(射程)방향과 범위를 가늠케 해주는 중요한 판결이다. II. 사실관계 피고인은 강도신고를 받고 출동한 사법경찰관에 의하여 합법적으로 체포되었다. 그런데 사법경찰관은 피고인의 또 다른 범행을 의심하여 피고인의 주거지로 향하는 차 안에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에게 “이 사건 전의 범행이 있으면 경찰관이 찾기 전에 먼저 이야기하라, 그렇게 해야 너에게 도움이 된다”라고 말하고는 피고인으로부터 피해자에 대한 진술을 획득했다. 사법경찰관은 이러한 피고인의 진술을 바탕으로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피해자 소유의 손가방 등을 임의제출 받아 압수하였고, 이 압수물에 대하여 사후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 이후 피고인에 대하여 최초로 진술거부권이 고지된 후, 피고인은 강취 행위를 자백하였다. 그리고 1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나 피해자들에게 강압적이고 의도적으로 심하게 하면서 가방을 빼앗은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은 2심에 이르기까지 계속 피해자에 대한 범행을 시인하였다. 한편 2심 제3회 공판기일에 출석한 피해자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언을 하였다. III. 쟁점 이 사건에서의 쟁점은 이하의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1) 피고인의 주거지로 향하는 차 안에서 이루어진 피고인의 진술은 진술거부권을 고지 받지 아니한 상태에서 이루어졌으므로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것인지 여부 (2) 피고인의 위 진술을 토대로 수집한 증거인 경찰 압수조서 및 압수목록, 압수품 사진이 위법한 진술을 토대로 획득한 2차적 증거에 해당한다 할지라도 독수과실원리의 예외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것인지 여부 (3)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중 피해자에 대한 부분이 독수과실원리의 예외 중 오염순화의 예외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것인지 여부 (4) 피고인이 1심 법정에서 한 피해자에 관한 자백 진술의 증거능력 여부 (5) 피해자가 원심 법정에서 한 진술의 증거능력 여부 등. IV.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쟁점 (1)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의 ‘신문’에는 ‘진술 청취’도 포함되므로 쟁점 (1)의 피고인의 차 안 진술은 동조 위반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은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배제에 대한 기준을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보다 상세하게 제시한다. 즉,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살피는 것은 물론,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쟁점 (2)에서 사법경찰관이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단지 수사기관의 실수일 뿐 피의자의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적이고 기술적인 증거확보의 방법으로 이용되지 않았고, 그 이후 이루어진 신문에서는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여 잘못이 시정되는 등 수사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되었다는 사정, 최초 자백 이후 구금되었던 피고인이 석방되었다거나 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은 가운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였음에도 다시 자발적으로 계속하여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하였다는 사정, 최초 자백 외에도 다른 독립된 제3자의 행위나 자료 등도 물적 증거나 증인의 증언 등 2차적 증거 수집의 기초가 되었다는 사정, 증인이 그의 독립적인 판단에 의해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소환을 받고 임의로 출석하여 증언하였다는 사정 등은 통상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만한 정황에 속한다라고 판시한다. 대법원은 쟁점 (4)의 경우는 피고인이 1심 법정에서 한 피해자에 관한 자백 진술은, 피고인의 독립된(자발적) 행위가 개입되어 최초의 위법수집증거인 피고인의 차안 진술과의 인과관계를 단절시켰거나 적어도 희석시켰다고 볼 것이어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쟁점 (5)에 대하여 대법원은 피해자가 당심 법정에서 한 진술은 물적 증거와 달리 인격을 지닌 피해자의 자발적인 행위가 개입되어 최초의 위법수집증거인 피고인의 차 안 진술과의 인과관계를 단절시켰거나 적어도 희석시켰으므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V. 평석 쟁점 (1), (4), (5)에 대해서는 필자는 대법원의 견해에 동의한다. 문제는 쟁점 (2)의 압수 증거물과, 쟁점 (3)의 피의자신문조서 중 피해자에 대한 진술부분이다. 이 증거는 위법하게 획득한 자백을 토대로 획득한 2차 증거이다. 필자는 대법원의 논지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첫째, 대법원은 경찰관의 진술거부권 불고지를 ‘실수’라고 평가한다. 대법원의 설시대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판단할 때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를 고려해야 함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건 전의 범행이 있으면 경찰관이 찾기 전에 먼저 이야기하라, 그렇게 해야 너에게 도움이 된다”라는 발언은 애초에 피고인의 진술거부권 포기를 의도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둘째, 대법원은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자백을 획득한 이후 이루어진 신문에서는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여 잘못이 시정되었다, 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은 가운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였음에도 다시 자발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하였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이러한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사정’ 때문에 인과관계가 단절 또는 희석된다고 파악한다. 그러나 위법한 진술획득 이후에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획득한 자백의 증거능력이 부정되지 않는다면 수사기관은 수사 초기에는 진술거부권 고지를 하지 않을 것이다. 대법원의 이러한 평가는 수사기관이 일단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피의자의 자백을 확보한 후에 진술거부권 고지는 사후에 요식적으로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셈이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았다고 지적하나, 기록상 경찰 및 검찰 신문 당시에 변호인이 참여하여 피고인을 조력한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참고적으로, 미국 연방대법원의 2004년 ‘Fellers v. United States 판결’[124 U.S. 1019 (2004)]은 진술거부권, 변호인선임권 등이 고지되지 않은 채 비공식적 신문에서의 자백이 있은 후 미란다 고지가 이루어진 자백을 다시 획득했다 하더라도 이는 ‘독과’로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셋째, 대법원은 최초 자백 외에도 다른 독립된 제3자의 행위나 자료 등도 물적 증거나 증인의 증언 등 2차적 증거 수집의 기초가 되었다고 파악하고 있으나, 이는 기록상 확인되지 않는다. 피고인의 최초 자백이 없는 상황에서 사법경찰관이 물적 증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을 만한 지식 등 ‘상당한 이유’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정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현행 형사절차에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참여권이 인정되고 있지만, 실제 변호인참여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에서 피의자신문절차에서는 여전히 밀행주의가 관철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술거부권은 수사기관의 자백강요에 맞서 시민이 행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어권인 바, 이 권리에 대한 사전고지 없이는 형사절차에서 이 권리는 제대로 행사되기 힘들다. 따라서 진술거부권의 불고지는 헌법상 기본권이 진술거부권을 즉각적으로, 그리고 중대하게 침해하는 위법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상판결에서 경찰관의 진술거부권 불고지는 고의적으로 이루어졌다. 원심판결인 서울고등법원 2008. 11.20. 선고 2008노1954 판결이 지적하였듯이 독수과실원리의 예외인 불가피한 발견의 예외, 선의의 예외, 임의적 진술에 의한 증거물의 획득의 예외 등이 적용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상의 점을 고려할 때 쟁점 (2)와 (3)의 증거의 증거능력은 부정되어야 한다.
2009-05-25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채택
I. 들어가는 말 지난 11월15일 대법원은 1968년 이후 약 40년간 고집스럽게 유지해온 ‘성질·형상 불변론’(대법원 1968년 9월17일 선고 68도932 판결)에 따른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 인정입장을 변경했다. 이러한 입장변경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는 대물적 강제처분의 영역에서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채택해야 한다는 학계의 오랜 요청이다. 둘째는 1997년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 배제를 명문화하였다는 점이다. 필자로서는 학계의 요청을 장기간 무시하다가 법개정이 있은 이후에야 판결을 변경하는 법원의 소극적 태도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향후 수사기관의 불법한 대물적 강제처분을 억지(抑止)하여 헌법상 영장주의의 정신을 강화·심화시킬 것으로 예상할 것이기에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번 판결은 신설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를 위한 해석지침을 미리 제공하였다는 의미도 있다. II. 사실관계와 경과 이 판결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피고인 김태환 제주도 지사는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선거운동을 기획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사는 도지사 정책특별보좌관이 사용하던 사무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그 곳을 방문한 도지사 비서관이 들고 있던 각종 문서를 압수하였고, 이는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물로 제출되었다. 그러나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은 압수과정이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정한 압수수색에 관한 절차 규정을 위반하였고 그 위법 정도가 중대하므로, 위 압수물들은 물론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물들도 모두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 없는 기존의 판례에 기초하여, 이 사건 압수수색 절차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위법사유가 존재하는지에 관하여 판단하지 않고 이 사건 압수물을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하였다. 대법원은 기존의 ‘성질·형상 불변론’을 변경하고 피고인의 유죄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III. 판결 분석 1. 재량적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채택 먼저 다수의견은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인 압수수색은 그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권리나 법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적지 않으므로 엄격히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라고 판단한다. 그렇지만 다수의견은 “형식적으로 보아 정해진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획일적으로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다수의견은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의 배제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다수의견은 “절차 조항에 따르지 않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은 이를 통하여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밝힘으로써 ‘독수과실’, 즉 위법수집증거의 파생증거의 증거능력도 부정되어야 함을 밝힌다. 그리고 다수의견은 ‘독수과실’ 배제의 판단은 위법수집증거와 파생증거 사이의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 이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확립한 독수과실의 원리와 그 예외를 우리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수용했으며, 또한 오랫동안 잊혀져 있었던 과거 대법원 1977년 4월26일 선고 77도210 판결의 정신이 부활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한다. 한편 별개의견은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채택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배제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제출한다. 즉 별개의견은 위법수집증거의 배제는 그 증거수집 절차와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그 증거수집 절차의 위법사유가 영장주의의 정신과 취지를 몰각하는 것으로서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해야 할 만큼 중대한 것이라고 인정될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이 부정되며, 그 위법 사유가 이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압수물의 증거능력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다. 이상에서 다수의견이건 별개의견이건 미국식의 자동적·의무적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채택하지 않고, 영국이나 캐나다식의 재량적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채택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은 자동적 증거배제는 수사기관의 경미한 위법이 발생한 경우도 증거배제를 결과를 낳아 오히려 형사정의에 대한 불신이 조장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다. 그리고 다수의견과 별개의견 공히 증거수집의 위법성 판단시 고려되어야 할 사안으로는,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제시하고 있는 바, 이는 향후 수사기관의 실무와 법원의 해석에서 유의해야 할 지점이 될 것이다(별개의견이 적시하는 고려사항에서는 절차위반과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빠져 있지만, 별개의견이 제출된 이유가 이 점 때문은 아니므로 의식적 누락은 아니라고 보인다). 2. 다수의견과 별개의견 간 차이의 함의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은 증거배제 판단의 기준에서 차이를 보인다. 다수의견은 위법수집증거는 원칙적으로 배제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수사기관의 절차위반이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 때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별개의견은 다수의견이 말하는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내용인지 알기 어렵다고 비판하며, “중대한 위법”을 배제기준으로 제시하였다. 그런데 평석자가 보기에는 다수의견의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 침해”와 소수의견의 “중대한 위법”은 표현상의 차이 일뿐, 실제 내용은 공히 헌법과 법률상 영장주의의 정신과 취지의 몰각을 의미한다는 점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평석자가 주목하는 두 견해의 차이는 다수의견은 배제의 원칙을 강하게 강조하면서 예외적 인정의 조건을 서술하고 있는 반면, 별개의견은 배제 단계에서 중대한 위법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볼 때 별개의견에 따르면 수사기관의 절차위반이 중대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바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지만, 다수의견에 따르면 절차위반이 중대하지 않다는 판단 외에 “그 증거의 증거능력의 배제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판단이 있어야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이 점에서 다수의견이 상정하는 증거배제의 범위는 별개의견이 상정하는 범위 보다 넓으며, 다수의견이 상정하는 증거인정의 요건은 별개의견이 상정하는 요건 보다 까다롭다. 다수의견은 위법수집증거의 파생증거의 증거능력도 원칙적으로 배제되어야 함을 밝히고 있는데 반하여, 별개의견은 이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차이는 확인된다. 장기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채택되지 못하였기에 우리 수사실무에서 대물적 강제처분의 위법성은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지지 못하였다. 새롭게 위법수집증거법칙을 채택하는 상황에서는 수사기관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이 법칙의 실효성 보장을 위하여 중요하다. 이 점에서 이 법칙의 예외가 인정되는 조건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 보다는 이 법칙의 근본정신이 강하게 부각되는 것이 옳으며, 이 점에서 필자는 다수의견에 동의한다. IV. 맺음말 수사절차의 위법 때문에 일단 유죄판결이 파기된 김태환 지사측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고, 수사기관은 이번 판결이 수사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형사사법의 효율성과 범죄인 필벌사상 만이 강조되던 권위주의 체제는 종식되었으며, 수사기관의 역할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범인을 잡아도 좋다는 관념은 점점 설 땅을 잃고 있다. 곧 광주고등법원은 영장의 효력범위를 초과한 압수수색의 위법, 영장의 제시 및 집행에 관한 사전통지와 참여의 위반, 압수목록 작성·교부와 관련된 위법 등을 검토하고, 이러한 수사기관의 위법이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적용될 위법인지, 아니면 그 예외가 적용되어야 할 위법인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이 때 위법한 대물적 강제처분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매우 엄격하게 할 것을 의도한 다수의견의 요청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수사기관은 철저한 내부교육과 규칙제정을 통하여, 압수·수색영장 청구시 그 대상이 보다 구체적으로 명기되도록 하고, 압수·수색 전후의 절차에서 법률이 요구하는 사항을 철저히 준수되도록 해야 한다. 안이하게 영장을 청구하거나, 영장집행시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소중한 증거물이 재판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또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2007-11-26
판결선고 후 원심법원에 의한 피고인 구속 가능성
I. 들어가는 말 현행 형사소송법 제105조는 원심법원의 판결선고 확정 전, 피고인의 신병처리와 관련하여 구속, 보석취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음으로 인하여, 아직 소송기록을 갖고 있는 원심법원이 피고인을 구속 또는 보석취소를 할 수 있는지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반면, 형사소송규칙 제57조는 원심법원의 피고인 구속, 보석취소를 허용함으로써, ‘동 규칙이 법률에 위배된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문제는 ① 법 제70조에서 말하는 피고인 구속권한을 갖는 법원의 개념, ② 이심효과 발생시점, ③ 법 제105조의 성격(판결확정 후, 원심과 상소심 간에 피고인의 신병처리에 관한 기술적 절차를 규정한 것인가. 아니면 실체적 요건을 규정한 것인가), ④ 무죄판결선고 등으로 구속의 효력이 상실된 피고인도 원심법원이 재차 구속할 수 있는지 등 세부논점을 놓고 논의됐다. 이 가운데, 대법원 2007.7.10. 자 2007모460 결정은 규칙 제57조 1항이 법 제105조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며, 판결선고 후, 상소제기 후 소송기록이 상소법원 도달 전이면 원심법원의 피고인 구속이 가능하다 판시하였으나, 논거가 명확하지 않다. 이하에서는 앞서 본지의 판례평석을 통해 소개된 차정인 교수와 이균용 부장판사의 견해 및 일본에서의 논의형태를 참고로, 위 결정례의 의미를 보다 정확히 추론하고자 한다. II. 판결선고 후 원심법원에 의한 피고인 구속의 가능성 1. 일본에서의 논의와 판례 : 일본형사소송법 제97조 및 제92조의 해석론 한국의 법 제105조 및 규칙 제57조에 대비되는 일본 형사소송법 및 형사소송규칙은 제97조 및 제92조로, 일본 법 제97조는 상소제기 전의, 구류기간 갱신, 구류취소, 보석 내지는 구류의 집행정지를 하거나, 이를 취소하는 결정은 원재판소가 하도록 하고, 상소제기 중, 소송기록이 상소재판소에 도달 않은 때는 위 결정을 할 재판소를 재판소규칙으로 정하게 한다. 한편, 일본 규칙 제92조 2항은 상소제기 중, 소송기록이 상소재판소에 도달 않은 때는 위 결정을 원재판소가 하도록 한다. 한국에 비교하여, 법률과 규칙 간의 내용이 일치하고, 보석취소도 규정한 차이가 있을 뿐으로, 불구속재판 중의 피고인을 판결언도(선고) 후, 원재판소가 구속이 가능한지는 일본 형사실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의 제 견해는 4가지 형태로 정리된다(佐 木史朗 外 17人, 增補 令狀基本問題 上, 東京 : 一粒社, 1997, 430-432頁). (1) 상소제기 전후를 불문, 원재판소는 피고인을 구류할 수 없다는 견해. 이는 ① 피고인의 구류는 본안사건이 계속하고 있는 수소재판소의 고유권한으로 이해하고(피고인 구류요건을 규정한 일본 법 제60조-한국 법 제70조-의 법원은 수소재판소로 한정), ② 상소제기 시에 이심효과가 발생됨을 주된 전제로 한다. 이에, ③ 상소제기 후 원재판소가 구류기간 갱신결정 등을 하도록 한 법 제97조 및 규칙 제92조 2항은 수소재판소 외에 피고인 신병에 관한 처분을 허용한 특별규정(구류 등의 실체적 요건규정)으로 이해함으로써, 구류가 제외됨은 이를 불허하는 의미로 파악한다. 다만, 이에 따르면 상소제기 전에는 본안이 원재판소에 계속된 점에서 원재판소가 피고인을 구류할 수 있다고도 하겠으나, ④ 구류 중인 피고인에 대하여는 원재판소가 모든 유형의 신병처리결정을 할 수 있음에도 유독 구류되지 않은 피고인의 신병처리에 관하여 가장 기본적 처분인 구류를 제외함은 의문으로, 판결 전까지 지장없이 구류되지 않고 재판을 받은 피고인을, 판결언도 후 갑자기 구류할 수 있다는 것은 극히 희박한 사례로, 만일 구류 필요성이 인정되면, 판결언도 전, 원재판소가 구류할 수 있음이 실무상 통례임을 고려할 때, 상소제기 전에도 역시 원재판소는 피고인을 구류할 수 없다 봄이 자연스럽다는 논거를 든다. 과거 일본 형사실무의 보편적 견해다. 다음으로, (2) 상소제기 후, 원재판소는 피고인을 구류할 수 없다는 견해(大阪高決昭和·39·2·15高刑集17卷1·152頁). 논거는 (1)과 유사한데, 大阪高等裁判所는 「상소제기전은 별론으로」하여, 명확한 견해를 유보하고 있다. (3) 상소제기 전, 원재판소는 피고인을 구류할 수 있다는 견해(福岡高決昭和39·6·13下刑集6卷5, 6·621頁). 다만 상소제기 후, 원재판소의 구류가능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논거는 (1)과 같은데, 상소제기 전, 수소재판소는 원심으로 법 제60조에 의하여 피고인을 구류할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 (4) 상소제기 전 후를 불문, 원재판소에 의한 피고인 구류가 가능하다는 견해(廣島高決昭和40·10·13判タ181·214頁). 세부적으로 2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데, 먼저 ①은, 피고인 구류는 본 안이 계속되는 원재판소의 고유권한인데, 이심효과발생은 상소제기시가 아닌 상소재판소에 소송기록도달 시로, 따라서 상소제기 전은 물론, 상소제기 후라도 소송기록이 상소재판소에 도달하지 않았다면, 원재판소는 법 제60조에 따라 피고인을 구류할 수 있다고 한다. 다음 ②는 구류권한은 소송계속 중, 수소재판소의 본래적 권한문제는 아니어서, 반드시 소송계속 중 수소재판소가 갖아야 할 필연성은 없다. 법 제97조 및 규칙 제92조는 구류요건을 판단함에, 가장 합리적인 법원으로 하여금 결정하게 하기 위한 정책적 성격의 조문으로, 이심효과가 상소제기 시 발생한더라도, 피고인 구류는 법 제60조에 따라, 원재판소가 할 수 있는 것이다(법 제60조의 재판소는 ‘수소재판소’에 한정하지 않고 ‘피고인에 대한 구류권한을 갖는 재판소’로 파악). 2. 最三小決昭和41·10·19를 통해 제시된 일본 최고재판소의 견해 일본 최고재판소는 昭和41년 이 문제에 대하여, 판단을 제시해 주목받는다. 최고재판소는 먼저 피고인의 구류이유, 필요성 등 실체적 요건 판단문제와 구류권한을 어떤 재판소에서 갖는지 절차적 권한배분문제는 별개임을 지적하면서, 피고인의 구류이유 등 실체적 요건의 판단 시, 법 제60조에는 시간적 제약이 없고, 판결언도 후, 상소제기 전 후를 불문, 피고인의 구류는 가능하다고 한다. 나아가 원·상소재판소 간 피고인 구류권한배분에 대하여, 소송기록이 상소재판소에 도달 않는 한, 구류 이유, 필요성 등은 상소재판소가 판단할 수 없어, 또 구류이유 등이 있어도 이를 할 수 없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여, 법 제92조 및 규칙 제97조가 구류처분을 제외하여도, 원재판소에 구류권한이 없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最三小決昭和41·10·19刑集20卷9·864頁). 위 최고재판소결정례는 상기 (4) 견해 중 ②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동일한 취지로 大阪高決昭和49·6·19判タ311·274頁; 大阪高決昭和55·10·3判時986·132頁). 물론 문제제기가 없지 않다. 먼저 위 논리라면, 무죄판결언도 등에 따라 구류효력이 상실된 피고인도, 판결언도 후 원재판소가 재차 구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를 지지하는 견해는 전무이다. 또 유죄판결언도 후, 피고인의 도주우려 등에 따른 구류를 허용함은 판결확정 전에 사실상 형을 집행하는 효과가 있다. 유죄판결의 언도와 도주우려 등이 예상되면, 판결언도에 앞서 피고인을 구류할 수 있음에도, 굳이 선고시까지 문제없이 재판을 진행에 해온 피고인을 언도 후 구류하는 것은 아무리 구류이유, 필요성 판단이 유동적이라도 넌센스다. 구류기간의 초과 등으로 피고인구류가 제한되는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형사소송법에는 구류이유, 필요성 외에 다양한 제약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법 제60조는 실체적 요건규정으로, 법 제92조는 절차적, 기술적 규정으로 단정함도 적절치 않다. 오히려 법 제92조는 구류권한의 배분이라는 절차적 요건과 실체적 요건을 동시에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일본 형사소송법 입법과정을 보면, 제정 당시는 ‘구류기간의 갱신’도 누락되었으나, 昭和24년 5월 28일 법률제118호 개정으로, 추가되었다. 따라서, 당초 ‘구류’와 ‘구류기간의 갱신’을 조문에서 누락된 것은 입법과정의 착오보다는 일정한 의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할 것인데, 위 최고재판소 결정례는 이러한 입법자의 의도를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III. 대법원 2007.7.10. 자 2007모460 결정의 배경에 대한 추론 사례는 1심에서 소재불명 등을 이유로 궐석재판을 받은 피고인이 징역1년 6월의 형 선고를 받은 후, 항소를 하자, 1심법원이 피고인을 구속하였다. 이후 변호인이 원심인 항소심에 구속취소신청하고, 원심은 판결선고 후 1심 법원에는 피고인 구속권한이 없음으로 이를 인용, 피고인의 구속을 취소하였다. 검사가 재항고한 사안으로, 대법원은 “상소제기 후 소송기록이 상소법원에 도달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기록이 없는 상소법원에서 구속의 요건이나 필요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여 피고인을 구속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 중의 사건에 관한 피고인의 구속을 소송기록이 상소법원에 도달하기까지는 원심법원이 하도록 규정한 형사소송규칙 제57조 제1항의 규정이 형사소송법 제105조의 규정에 저촉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 원심 구속취소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결국, 사안은 상소제기 후의 문제로, 구속이유나 필요성이 부정되어 불구속재판을 받은 예가 아닌, 소재불명 등으로 궐석재판이 진행된 점에 특징이 있다. 원심 논리를 추론하면, 판결선고 후, 법원은 피고인 구속권한을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법 제70조의 법원은 수소법원에 한정되고, 이심효과 발생시점과 무관하게, 판결선고 후 법원은 수소법원의 지위를 상실함을 전제로, 법 제105조는 피고인의 신병처리권한이 없는 원심법원에 예외적 권한부여 규정으로 파악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차정인 교수는 ‘이심효과의 발생시점을 논거로 하지 않고, 판결이 선고되면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원심법원으로서 권한이 종료함이 원칙’이라 하는데, 원심과 동일 맥락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는 의문이다. 만일 판결선고 후 원심법원이 (수소법원으로서)지위를 상실하면, 이심효과가 발생 전까지 수소법원 내지 소송계속은 없게 된다. 이것이 타당할까?가령 이 견해에 의하면 구속 중인 피고인에 대하여 원심과 상소심간 구속기간환산 등 몇 가지 난감한 문제가 발생한다. 한편, 원심의 논리를, 원심법원이 수소법원인지의 여부, 이심효과 발생시점과는 별개로, 법 제105조는 판결선고 후, 원심법원과 상소법원 간, 피고인 신병처리 권한설정규정으로 보고, 구속 및 보석취소규정이 누락된 것은 양 법원 모두 할 수 없는 취지로 이해할 수도 있다. 유죄판결이 예상될 정도로 재판이 진행된 상태라면, 이미 판결선고 전 원심이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고, 따라서 법 제105조에서 구속 등을 누락시킨 것은 절차적 측면에서 법원의 구속을 제한하고자 하는 의미로 충분히 긍정할 수 있다. 반면 대법원은 상소제기에 따라 이심의 효과가 발생하여 상소법원이 수소법원으로서 지위를 획득하여도(대법원 1985. 7. 23. 자 85모12호 결정 참조, 「항소법원은 항소피고사건의 심리 중 또는 판결선고 후 상고제기 또는 판결확정에 이르기까지 수소법원으로서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각호의 사유있는 불구속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이것은 이미 구속되어 있던 피고인에 대하여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중의 사건에 관한 소송기록이 있는 원심법원이 상소법원의 권한을 대행하여 구속기간의 갱신 등을 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105조, 형사소송규칙 제57조의 각 규정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소송기록이 도달 않은 상태에서 구속요건을 현실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사안과 같이 판결선고 후 비로소 피고인의 구속이유와 필요성이 긍정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법 제70조의 법원은 수소법원으로, 상소법원은 상소제기 후, 수소법원으로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으나, 소송기록이 도달 안된 경우, 현실적으로 구속요건판단이 불가능하여 법 제105조는 예외적으로 그 권한을 원심법원이 대행하도록 하는 규정으로, 명문에 구속 등이 누락되어도, 이를 할 수 없다는 해석은 곤란하다는 점을 논거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균용 부장판사는 이심효과발생시점과 굳이 연계시키지 않더라도, 법 제70조에서 피고인 구속이 가능한 시간적 제약을 설정하지 않은 점에서, 법 제105조는 단지 소송기록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점을 기준으로 피고인 구속권한을 갖는 법원을 규정한 것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이렇게 본다면, 법 제105조는 피고인 구속에 관한 단순한 절차적 규정으로, 구속 등이 누락되어도 대법원 결정례와 같은 해석도 불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구속이나 보석취소의 규정을 누락한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 사실 명쾌하지 못하다. 이에 대한 설명은 원심인 항소심결정에서 찾는 편이 수월한 면이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IV. 맺음말 법 제105조 및 이에 근거한 규칙 제57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대법원 결정례의 입장은 이미 상당기간에 걸쳐 정착된 실무적 태도로 평가된다(법원실무제요-형사-, 법원행정처, 1998, 368면 등). 법 제105조에서 피고인에 대한 구속 등의 규정이 누락된 원인을 검토하고 문제제기한 차정인 교수의 견해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소재불명 등으로 불구속재판을 받은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선고된 구체적 사안을 놓고 볼 때, 형사법규의 논리적이고 명확한 해석과 동시에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실무적 고민도 필요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된다.
2007-11-22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 중 원심법원의 피고인 구속
Ⅰ. 사건의 경과 피고인은 사기 등의 죄로 기소되었다. 1심법원은 피고인이 공판에 출석하지 않자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 따라 피고인불출석 상태에서 공판을 진행하여 2007. 4. 5.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였고, 피고인은 항소하였다. 1심법원은 피고인항소 후 소송기록이 아직 1심법원에 그대로 있을 때인 같은 달 17. 피고인을 구속하였다. 2심법원은 변호인의 청구를 받아들여 구속취소 결정을 하였는데, 그 결정 이유는 본안 판결을 선고한 1심법원은 판결 선고 후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었다. Ⅱ. 대법원의 결정 요지 이에 검사는 재항고하였고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파기환송결정을 하였다. “상소제기 후 소송기록이 상소법원에 도달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기록이 없는 상소법원에서 구속의 요건이나 필요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여 피고인을 구속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 중의 사건에 관한 피고인의 구속을 소송기록이 상소법원에 도착하기까지는 원심법원이 하도록 규정한 형사소송규칙 제57조 제1항의 규정이 형사소송법 제105조의 규정에 저촉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2심법원의 결정에는 형사소송법 제105조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Ⅲ. 이 사건의 쟁점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 중 소송기록이 원심법원에 있을 때의 피고인 신병 결정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105조와 형사소송규칙 제57조 제1항의 내용이 다르다. 형사소송법 제105조는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 중의 사건에 관하여 구속기간의 갱신, 구속의 취소, 보석, 구속의 집행정지와 그 정지의 취소에 대한 결정은 소송기록이 원심법원에 있는 때에는 원심법원이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규칙 제57조 제1항은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 중의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의 구속, 구속기간 갱신, 구속취소, 보석, 보석의 취소, 구속집행 정지와 그 정지의 취소의 결정은 소송기록이 상소법원에 도달하기까지는 원심법원이 이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칙은 위 법률과 달리 원심법원의 권한으로 ‘피고인의 구속’과 ‘보석취소’를 인정하고 있는데 위 규칙의 법률저촉 여부가 쟁점이다. Ⅳ. 대법원규칙 제정권 (1) 대법원규칙 제정권의 인정이유 먼저 위 규칙이 위 법률이 정하지 않은 사항인 ‘피고인 구속’과 ‘보석취소’를 원심법원의 권한으로 인정한 것이 법체계상 가능한지에 대하여 살펴보자. 헌법이 대법원에 규칙제정권을 부여한 이유로는 ⅰ)사법권의 자주성확보 목적과 ⅱ)기술적, 합목적적 고려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대법원규칙 제정권의 인정 이유는 사항별로 다르다. 이를 분석해 보면, 법원 내부규율 사항, 재판사무의 분배 등 사무처리 방법에 관한 사항은 국민의 권리 의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법부의 내부사항으로서 입법부, 행정부로부터의 간섭을 배제하고 사법권의 자주성을 확보하여야 하므로 이러한 사항에 대한 규칙 제정권은 사법권의 자주성확보를 목적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소송절차에 관한 사항은 단순히 사법부 내부에 그치지 않고 국민인 소송관계인까지도 구속하는 것이므로 법률 또는 법규명령으로 제정해야 할 사항으로 국회입법의 원칙이 준수되어야 하며 사법권의 자주성, 독자성이 강조될 사항이 아니다. 형사소송규칙 제57조 제1항은 명백히 소송절차에 관한 사항이며 법관뿐 아니라 소송관계인인 국민, 변호사, 검사를 구속하는 것이므로 사법권의 자주성을 강조할 수 없다. 헌법 제12조는 신체구속에 관하여 엄격한 법률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헌법이 “법률에 의하여야 한다”고 한 것은 대법원규칙의 독자성, 자주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2) 위 규칙의 법률저촉여부 특정 형사사건에 대한 법원의 권한은 그것이 본안에 관한 권한이든 구속에 관한 권한이든 그 사건에 관한 판결이 선고되어 상소가 가능한 상태가 되면 소멸되고, 다른 법률규정이 없으면 그 사건에 관하여 어떠한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고 해야 한다.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사건이 완전히 판사의 손을 떠나는(당해 법원의 권한이 종료하는) 것은 심급제도의 원칙적 모습이다. 사법절차는 가급적 이러한 심급제도의 원칙적 모습대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형사소송법 제105조는 이런 의미에서 예외적 특별규정인 셈인데 법률이 예외적 특별규정을 마련하면서도 그 규정에는 ‘피고인 구속’과 ‘보석취소’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이 규정 이외에 원심법원이 ‘피고인 구속’과 ‘보석취소’를 할 수 있다고 하는 어떠한 법 규정도 없다. 그렇다면 원심법원은 이런 경우 ‘피고인 구속’이나 ‘보석취소’를 할 수 없음이 분명하고 하위법규로 그러한 권한을 부여할 수도 없다고 해야 한다. 그런데도 하위법규인 형사소송규칙이 그 권한을 부여한 것은 법률에 정면으로 저촉된다. (3) 위 법률의 규정 취지 이 사건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은 위 법률이 ‘피고인 구속’과 ‘보석취소’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입법권자의 진정한 의사가 아닌 입법적 실수라고 보는 경우에만 가능한 결론이다. 그러나 위 법률의 명문상의 표현은 입법자의 실수로 인한 것이 아니라 입법자의 분명한 의사가 반영된 규정이다. 위 법률은 원심법원이 할 수 있는 피고인 신병에 관한 결정으로 구속기간의 갱신, 구속의 취소, 보석, 구속의 집행정지와 그 정지의 취소에 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상소법원에의 소송기록 도착의 신속 또는 지연이라는 법원 행정사무 상의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피고인이 신병에 관한 유리한 결정을 장기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입법자의 배려이거나(구속의 취소, 보석, 구속의 집행정지의 경우) 법원이 기왕의 결정의 연장선상에서 지체 없이 내려야 할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절차적 기술적 사항을 정한 것(구속기간의 갱신, 구속의 집행정지의 취소)이라고 본다. 피고인에게 가장 불이익한 ‘구속’과 ‘보석취소’는 법률이 원심법원의 권한 중에서 명백히 뺀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명백한 사정이 없는 한 법 문언 자체를 입법자의 의사로 보는 것이 온당하다. Ⅴ. 원심법원의 ‘구속의 필요성’ 여부(이하 설명은 ‘보석취소의 필요성’에 대하여도 대동소이하다) 대법원은 원심법원의 ‘피고인 구속의 필요성’을 이 사건 결정의 주된 이유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하여는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다. 첫째, 재판진행을 위한 出席確保 측면이다. 항소심은 제1심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요건이 대폭 완화되어 있다. 즉 항소법원은 무변론 항소기각할 수 있고, 2회 불출석시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다. 피고인이 항소심 법정에 출석한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소송절차참여권과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나, 피고인이 적법한 소환을 받고 출석하지 않는데도 피고인을 구속하여 출석시켜 이러한 권리를 행사하도록 하는 것은 ‘권리행사의 강제’에 해당한다. 모름지기 권리행사를 강제할 필요는 없다. 권리행사의 강제는 형사소송의 당사자주의적 성격을 완전히 도외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상고심은 소송기록에 의하여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고, 피고인 소환을 요하지 아니하며 피고인은 출석하더라도 변론능력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심 재판을 위한 출석확보는 더더욱 그 필요성이 없다. 둘째, 증거인멸 염려 측면이다. 원심법원이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면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에 의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렀을 것이며 그 증거는 법원의 소송기록과 부속자료로서 확보되어 있는 것이므로 증거인멸이라는 개념을 생각하기 어렵다. 즉 인멸될 수 없는 증거다. 굳이 증거인멸행위를 가상해 본다면 1심법원의 증인을 회유, 강압하여 증언 번복을 약속받고 그를 항소심의 피고인 측 증인으로 신청하여 1심 증언의 번복을 이끌어 내는 행위가 될 것인데, 이러한 방식으로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가 극히 어려울 뿐 아니라 이러한 피고인의 행태에 대하여는 항소법원이 증거신청 기각 등으로 적절히 대응하면 되는 것으로서 항소법원에 맡겨진 문제고, 1심법원이 항소법원의 재판을 앞서 걱정하여 피고인을 구속할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 셋째, 執行確保 측면이다. 원심법원이 피고인을 구속해 두는 것은 집행확보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보더라도 확정된 형은 지체 없이 즉시 집행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원심법원이 집행확보 차원에서 피고인을 구속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비추어 보아야 한다. 물론 무죄추정의 원칙이 재판확정 전의 모든 형태의 구속을 금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존중되어야 할 형사사법 절차의 대원칙이다. 또한 상소법원은 원심법원과 양형의견을 달리하여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선고로 족하다고 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위 형사소송법 105조는 심급제도를 존중하여 피고인에게 결정적으로 불이익한 ‘구속’과 ‘보석취소’의 권한을 원심법원에 부여하지 않았다고 본다. Ⅵ. 결 어 원심법원의 피고인 구속은 그 필요성이 없거나 설령 있더라도 불가결한 것이 아니다. 설령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대법원규칙으로 원심법원의 피고인 구속이 가능한 것으로 운용할 수는 없다. 그것은 명백한 국회 입법사항이다. 결국 형사소송규칙 제57조 제1항은 법률에 명백히 저촉되므로 개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7-09-20
온라인게임에서 게임계정 영구이용정지의 적법성 판단기준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개요는 원고 강모씨와 유모씨는 엔씨소프트사의 MMORPG게임(다중접속역할수행온라인게임)인 리니지게임을 하다가, 소위 쫄쫄이 프로그램이라는 게임보조프로그램을 사용하다가 피고 게임사에게 적발이 되어 이들의 게임계정이 영구이용정지 되었다. 위와 같이 원고들의 게임계정이 모두 영구압류(영구이용정지)가 되어 이에 원고들이 위 계정의 원상회복청구, 이에 대한 위자료청구 및 게임사가 원고들의 계정을 이용정지한 근거가 되는 게임약관 및 게임운영정책의 무효확인을 청구하면서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리니지 이용약관 제14조 (이용자의 의무) ⑦ 이용자는 제3자의 계정을 이용하거나, 자신의 계정을 제3자에게 이용하게 하여서는 안됩니다. ⑩ 이용자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게임 또는 오락 등 서비스 본래의 이용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되며, 회사는 이용자가 아래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회사가 별도로 공지하는 각 게임별 운영정책에 의거하여 서비스의 이용정지, 계정의 삭제 등 서비스 이용 제한, 수사기관에의 고발 조치 등 합당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9. 계정, 캐릭터(경험치), 아이템 등을 제3자에게 양도, 담보제공, 대여하거나 받는 행위 또는 이를 광고하는 행위 10. 자기 또는 제3자가 개발하거나 배포한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로서 서비스와 관련되거나 서비스 내에서 게임의 내용(게임 내 사냥행위 등)에 권한 없이 관여하는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를 사용, 배포하거나 사용을 장려하거나 광고하는 행위 리니지 이용약관 제17조 (서비스 이용의 제한) ② 이용자가 이 약관에서 정한 이용자의 의무 조항을 위반하는 경우 회사는 그 위반 정도에 따라 해당 이용자의 계정이용에 이용 정지, 채팅 제한 등을 포함한 제한을 가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용자는 서비스 홈페이지나 e-mail을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2007. 6. 5. 선고 서울고등법원 2006나20025판결은 리니지게임을 이용하다가 게임내 질서위반이나 약관위반을 하여 계정의 이용이 정지된 사람이 게임사에 그 게임계정영구이용정지를 원상복구하고 그 손해를 배상하라는 청구에 대하여 최초로 게임이용자에게 승소판결(계정원상회복 및 위자료인정)을 하여 게임이용자에 대한 게임사의 자의적이고 무차별적인 계정압류조치에 제동을 건 판결이다. 가. 게임약관에 근거한 게임계정이용정지시 이를 다투는 소송에서 게임약관자체의 무효를 다투는 확인의 소는 원칙적으로 확인의 소는 이행의 소와 같은 직접적인 권리구제수단이 없을 경우에 보충적으로 허용이 되는 것으로, 이 사건 소에서 원고들이 위 게임이용약관이 무효임을 전제로 하여 원고들의 계정에 재한 영구이용정지의 해제 및 손해배상청구를 구하고 있으므로 게임이용약관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서 부적법하다. 나. 원칙적으로 약관은 당사자의 개별동의가 있을 때에만 당사자간에 그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게임약관처럼 소비자들의 개별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게임운영정책 및 기타 이름을 가지고 정한 약관유사의 것은 소비자와 회사사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가지거나 계약내용에 편입이 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게임약관외에 게임운영정책은 피고가 이용자의 동의없이 제정한 것이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계약내용에 직접적으로 편입이 될 수 없고, 다만 운영정책에서 정한 제재사유와 제재정도가 약관에 의한 계정이용제한의 가능성 범위내에 있고 또한 계약 당사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부합하는 한도에서 그 제재가 허용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 이용자가 자신의 계정을 이용하여 이 사건 게임을 함에 있어서 약관위반행위를 한 경우에 그 제재의 대상을 이용자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계정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게임에서 이용자는 계정을 3개까지 보유가 가능하고 각 계정별로 이용요금을 납부하는 점, 이용자가 여러개의 계정을 보유한 경우에 각 계정은 전혀 별개의 것으로 관리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 게임사의 운영정책 및 약관도 원칙적으로 계정별 제재를 원칙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용자가 이 사건 게임을 함에 있어 약관위반행위를 한 경우 그 제재의 대상은 계정을 기준으로 봄이 상당하다. 라. 위자료에 대하여 또한 이번 판결은 게임계정의 부당한 이용정지에 대하여도 게임이용자가 그로 인하여 자신의 게임계정을 이용하지 못하여 정신적인 고통을 입는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고 그러므로 게임사는 원고에게 그러한 손해에 대하여 소정의 위자료(이 사건에서는 금 100만원을 인정함)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3. 대상판결의 의미와 검토 가. 확인의 이익에 대하여 이는 민사소송법상 확인의 이익에 대한 기본법리 및 대법원 판결(대법원1994. 11. 22. 93다40089판결등)을 다시 게임소송에서 재확인한 것으로서 확인의 소의 이행의 소에 대한 보충성을 게임계정이용원상복구소송에서 다시 확인을 한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경우 약관자체의 무효확인이나 기타 게임약관의 부당성 다툼은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심사나 기타 방법으로 해결하거나 해당소송판결문에서 약관의 무효성 및 부당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 당사자가 동의하지 아니한 약관유사조항의 구속력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게임사는 게임이용약관이외에 게임이용자들이 동의하지 아니한 게임운영정책이나 운영원칙이라는 기준이나 조항을 만들어 이를 기준으로 자의적, 독단적으로 게임이용자의 계정을 이용정지하는 등의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게임약관외에 게임운영정책은 피고가 이용자의 동의없이 제정한 것이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계약내용에 직접적으로 편입이 될 수 없고, 다만 운영정책에서 정한 제재사유와 제재정도가 약관에 의한 계정이용제한의 가능성 범위내에 있고 또한 계약 당사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부합하는 한도에서 그 제재가 허용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으며 이는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은 조항에 구속을 받지 아니한다는 사법의 당연한 일반법리를 온라인게임내에서 다시 확인해 준 것이다. 또한 법원의 판시대로 게임운영정책이나 운영약관이 있다고 하여 무조건 위 약관이나 정책을 근거로 하여 게임이용자의 계정에 제재를 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으며 위 약관이나 운영정책 등도 그 제재사유와 제재정도가 약관에 의한 계정이용제한의 가능성 범위내에 있고 또한 계약 당사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부합하는 한도에서 그 제재가 허용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위 판시와 같이 앞으로 게임사의 이용자에 대한 계정제재는 당사자의 정당한 이익 및 비례의 원칙, 정의와 형평의 관념, 약관규제에관한법률등에 의하여 통제를 받아야 할 것이고 그 적법성여부를 다시 판단받아야 할 것이다. 다. 게임내에서 소비자가 약관 등위반행위시 그 제재의 대상 원칙적으로 이에 대하여 게임이용자를 기준으로 하자는 인적기준설과 게임이용자의 각 게임이용계정을 기준으로 하자는 주장(계정기준설)이 대립한다. 참고로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은 이용자가 같은 게임내에서 여러개의 게임계정 및 캐릭터를 생성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위 고등법원 판례는 원칙적으로 계정을 기준으로 하여 게임내 약관위반에 대하여 제재를 해야 한다는 계정기준설을 원칙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게임사측(인적기준설)은 계정압류 및 그 처벌기준 판단근거를 인적단위로 해당유저의 모든 계정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인적기준설에 따르면 게임내 약관위반시 하나의 계정을 가진 사람은 하나의 계정만 압류 및 처벌을 당하지만 여러개의 계정을 가진 사람은 위반행위를 전혀 하지 않는 다른 계정이나 캐릭터도 처벌을 받게 되는데 이는 형평과 정의에 현저히 반하는 부당한 처사인 것이다. 또한 계정수의 여러개 보유라는 우연한 사정에 기하여 같은 위반행위를 하고도 처벌의 강도 및 정도가 적게는 2배 및 많게는 수십배에 달한다는 점에서 부당하고, 인적기준설에 기하여 게임내에서 약관위반행위를 제재하는 것은 결국 차명계좌 및 명의도용의 증가만 가져오게 될 것이며, 게임은 게임의 계정을 단위로 별도로 이루어 진다는 게임내의 게임사용현실에도 현저히 반하는 자의적이고 부당한 주장이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 피고 게임사 및 기타 대부분의 게임사약관도 계정기준설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4. 결 론 이번 판결은 온라인게임내에서 이용자에 대한 게임사의 자의적이고 무차별적이고 예측이 불가능한 게임계정이용정지에 대하여 그 계정상 제재 근거의 적법성 및 정당성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여 게임이용자에 대한 게임사의 자의적인 계정이용제재에 대하여 제한을 가한 최초의 판결이다. 또한 요즘 들어 게임계정 및 게임아이템에 대한 소비자간 분쟁 및 소비자 및 사업자와의 분쟁이 폭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게임계정이용제한 등의 분쟁해결방법 및 해결기준을 제시하는 리딩케이스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대부분의 하급심판결(지방법원)들이 이러한 종류의 소송에서 만연히 게임사의 주장만 듣고 게임사의 이용정책 및 운영약관만을 근거로 하여 이용자에게 패소판결을 하던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그동안 여러 하급심판결(이 사건의 원심을 포함하여)들이 이용자들에게 패소판결을 한 이유는 ① 게임계정이나 아이템관련 소송의 소가가 아직 소액이어서 게임이용자가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하고 본인이 직접 소송을 하는데 비하여 게임사는 로펌이나 변호인을 선임하여 치밀하게 대응을 하였고, ② 법원 및 변호사들이 아직 온라인게임의 현황이나 현실에 대하여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고, ③ 법원이 이러한 사건의 전제조건인 게임사의 운영정책이나 약관의 정당성이나 적법성을 깊이 판단해 보지 아니하고 만연히 게임사의 약관 및 운영정책만을 근거로 판결을 해서 그리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게임이용자들도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인식하게 되었고, 게임업계에서도 게임내 이용자들에 대한 게임내 제재의 적법성 및 정당성 및 게임약관에 대하여 다시 한번 검토를 하여 보아야 할 것이다.
2007-07-02
적법한 임의동행의 요건
I. 사실관계와 경과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절도혐의로 긴급체포할 의사로 피고인의 집 부근에서 약 10시간 동안 잠복근무를 한 끝에 새벽에 집으로 귀가하는 피고인을 발견하고 4명이 한꺼번에 차에서 내려 피고인에게 다가가 피고인을 둘러싼 형태로 경찰관들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이에 피고인이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공소외 타인의 진술 외의 보강증거가 없었기에 경찰관들은 피고인에게 임의동행을 요청하여 경찰서로 데리고 갔는데, 경찰관들은 피고인에게 동행 요구에 대해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사전 고지하지 않았다. 경찰관들은 피고인을 경찰서에 동행한 후 대질신문을 진행하였고 임의동행이 이루어진 6시간 상당이 경과한 후 피고인에게 범죄사실의 요지, 긴급체포의 이유,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고 긴급체포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관리가 소홀한 틈을 이용하여 경찰서를 빠져나가 도주하였다. 원심인 춘천지방법원은 (1) 피고인에 대한 임의동행은 경찰관들의 심리적 압박 하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임의성을 결여하였으므로 그 실질은 체포에 해당하며, 당시 영장을 발부받지도 않은 채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는 등 긴급체포에 필요한 절차적 요건도 준수하지 않은 이상 위 강제연행은 불법체포에 해당한다, (2) 임의동행 이후 경찰서에서 이루어진 긴급체포도 형사소송법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기에 불법이다, (3) 따라서 피고인은 불법체포된 자로서 형법 제145조 제1항 소정의 ‘법률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금된 자’가 아니므로 도주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라고 판시하였다(춘천지방법원 2005.8.26. 선고 2005노429 판결). 그리고 대법원은 평석대상판결에서 이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과정에 아무 잘못이 없음을 확인하면서, 임의동행의 적법성의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였다. II. 형사소송법과 경찰관집무집행법상 임의동행의 요건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임의수사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바,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할 수 있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200조 제1항에 의하여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에 대하여 임의적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 한편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경찰관은 ‘거동불심자’에 대하여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으며(제3조 제1항), 이 ‘거동불심자’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당해인에게 불리하거나 교통의 방해가 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질문하기 위하여” 부근의 경찰관서로 동행을 요청할 수 있다(제3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200조 제1항의 피의자신문의 경우 피의자는 출석의무가 없고 진술거부권이 있다는 점에서 임의수사이며, 경찰관직무집행법상의 임의동행의 경우도 질문상대방이 그 의사에 반하여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으며 동행요구를 언제든지 거절할 수 있으므로 임의수사임은 틀림없다(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7항).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에 의거한 임의동행도 강제수사라는 학계의 소수설이 있지만[신동운, 『형사소송법』 (제3판, 2006), 114면], 학계의 다수설은 이를 임의수사로 파악하고 그 과정을 실질적으로 심사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III. 사안분석 1. 임의동행과 체포의 구별기준와 적법한 임의동행의 요건 제시 대법원은 임의동행에서의 임의성은 동행의 시간과 장소, 동행의 방법과 동행거부의사의 유무, 동행이후의 조사방법과 퇴거의사의 유무 등을 종합하여 객관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3.11.23. 선고 93다35155 판결). 대상판결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즉, 동행을 요구받은 “상대방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되어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는가 여부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경찰관 4명이 한꺼번에 차에서 내려 피고인에게 다가가 피의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을 동행한 점, 경찰관들이 동행을 요구할 당시 피고인에게 그 요구를 거부할 수 있음을 말해주지 않은 점, 피고인이 경찰서에서 화장실에 갈 때도 경찰관 1명이 따라와 감시했다는 점 등을 주목하면서, “비록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을 동행할 당시에 물리력을 행사한 바가 없고,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을 수사관서까지 동행한 것은 위에서 본 적법요건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채 사법경찰관의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행하여진 사실상의 강제연행, 즉 불법 체포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합리적 인간이 생각하여 자신이 그 자리를 떠날 수 없겠구나 라고 믿는 상황이라면 이는 ‘정지’의 정도를 넘어서는 ‘체포’이며[U.S. v. Mendenhall, 446 U.S. 544 (1980)], ‘임의동행’된 시민의 행동의 자유가 “공식적인 체포의 정도로까지 제약되는 순간”[Berkemer v. McCarty, 468 U.S. 420 (1984)] 당해인은 체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과 동일하다. 그리고 대법원은 임의동행이 적법할 수 있는 요건을 제시한다. 즉, “아직 정식의 체포ㆍ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ㆍ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각종의 권리보장 장치가 제공되지 않는 등 형사소송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의 동행이 이루어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그 적법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2. 임의동행시 동행거부의 자유를 고지할 의무의 부활 그런데 여기서 대법원이 임의동행시 경찰관이 대상자에게 동행거부의 자유를 고지할 것을 임의동행의 임의성 판단에 있어 핵심적 기준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태우 정부 아래에서 1990년 10월 13일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이후 1991년 3월8일 경찰관직무집행법이 개정되면서, 임의동행시 동행거부의 자유와 동행 후 퇴거의 자유를 경찰관이 사전에 고지해야 하는 의무규정(제3조 4항 후단)이 삭제되고, 임의동행시의 시간적 제한을 3시간에서 6시간으로 연장된 바 있다(제3조 6항). 그러나 노상에서의 ‘정지’와는 달리 경찰관서로의 ‘동행’은 그것이 형식적으로는 피동행인의 동의에 기초하여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시민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의 가능성이 매우 높고 또한 동행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체포에 못지 않다. 피의자신문 전에 진술거부권이 의무적으로 고지되어야 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임의동행이 진정 임의적이 되려면 피동행자가 자신에게 동행을 거부할 자유가 있음을 알고서도 동행을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1979년 ‘Dunaway v. New York 판결’[442 U.S. 200 (1979)]은 노상에서의 정지와는 달리 경찰관서로의 동행의 경우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가 더욱 심각해지며, 설사 공식적으로 ‘체포’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수정 헌법 제4조의 통제 하에 들어간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하여 임의동행시 동행거부의 자유를 고지할 의무를 부활시켰던 바, 헌법적 권리 보호를 위한 ‘사법적극주의’의 모범을 보였다고 평가한다. 3. 임의동행 이후의 긴급체포의 불법성 한편 대상판결은 사법경찰관이 임의동행 후 6시간 상당이 경과한 이후에 행해진 긴급체포의 경우 동행의 형식 아래 행해진 불법 체포에 기하여 사후적으로 취해진 것에 불과하므로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원심판결이 지적하였듯이, 피고인에 대한 불법한 임의동행 이후 6시간 상당이 경과하여서 비로소 범죄사실의 요지와 긴급체포의 이유 및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면서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은 것은 체포 당시에 준수하였어야 할 절차를 뒤늦게 밟는 형식을 취한 것에 불과하며, 그 임의동행의 위법의 정도는 사소한 절차상의 흠을 넘어 중대한 하자가 있고 그와 같은 위법성은 사후적으로 취해진 긴급체포에도 그대로 승계된다. 임의동행 자체가 불법할 경우 사법경찰관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6항의 요구를 고려하여 6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채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았다고 하여 그 긴급체포가 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긴급체포는 ①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② 통상체포 보다 엄격한 사유,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라는 구속사유가 있어야 하며, ③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을 것 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제200조의 3 제1항). 그런데 이 사안에서 피고인은 임의동행의 형식으로 체포된 후 범행을 부인하고 있었는데 만약 당시의 사정만으로 긴급체포의 요건이 갖추어졌다면 사법경찰관은 바로 적법한 절차를 밟아 검사 또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하지 않았다. 이후 검사는 절도혐의에 대한 보강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지휘를 했고, 피고인은 수사기관의 조사에 순순히 응해왔다는 점 등을 고려하자면 임의동행 이후 이루어진 긴급체포가 형사소송법이 요구하는 적법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IV. 맺음말 민주화 이후에도 임의동행의 형식을 빌려 신병확보 기간을 늘리고 수사를 진행하는 실무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임의동행은 피의자의 동의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주장되지만, 수사기관의 동의 요청은 피의자를 사실상 강제하는 효과를 가진다. 대상판결은 임의동행의 적법성은 피의자의 형식적 동의 여부에 위해서가 아니라,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되었는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정식의 체포ㆍ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ㆍ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권리가 약화되지 않도록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함을 명백히 밝힌 획기적 판결이다.
2007-01-11
자진출석한 참고인에 대한 불법한 긴급체포
I. 사실관계 및 쟁점 위증교사, 위조증거사용죄로 기소된 피고인 변호사 甲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되자 당시 공판검사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한 후 위 무죄가 선고된 공소사실에 대한 보완수사를 한다며 甲의 변호사사무실 사무장이던 피고인 乙에게 검사실로 출석하라고 요구하였다. 乙이 자진출석하자 검사는 참고인 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로 피의자신문조서를 받기 시작하였고, 이에 乙은 인적사항만을 진술한 후 검사의 승낙 하에 甲에게 전화를 하여 자신을 데리고 나가달라고 요청하였다. 더 이상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사이 甲이 찾아와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乙에게 여기서 나가라고 지시하고 이에 乙이 검사실을 나가려 하자 검사는 乙에게 “지금부터 긴급체포하겠다”고 말하면서 乙의 퇴거를 제지하려 하였고, 甲은 乙에게 계속 나가라고 지시하면서 乙을 검사와 검찰계장을 몸으로 밀어 이를 제지하여 수사업무를 방해함과 동시에 검사에게 좌측팔꿈치 좌상 등을 가하였다. 요컨대 이 사건은 자진출석한 참고인에 대하여 피의자신문을 행하려는 수사기관의 기도를 참고인이 거부하고 바로 퇴거하려고 시도하자 수사기관이 이를 실력으로 제지하고, 이에 참고인이 저항한 사건이다. 대상판결은 자진출석한 참고인에 대한 검사의 긴급체포는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라 불법한 긴급체포이며, 따라서 피고인의 상해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참고인에 대한 긴급체포의 남용을 통제하려는 법원의 강한 의지가 드러난 선도적 판결인 바, 학계와 실무계 모두에서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II. 참고인조사의 의미 및 긴급체포의 요건과 판단기준 형사소송법상 참고인조사는 수사기관이 수사에 필요한 때 가능하다(제221조). 그런데 참고인조사는 피의자가 아니며, 참고인조사를 거부하더라도 과태료 부과나 구인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참고인조사가 ‘임의수사’임은 명백하다. 한편 긴급체포는 ①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② 통상체포보다 엄격한 사유,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라는 구속사유가 있어야 하며, ③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을 것 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제200조의 3 제1항).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는 “사후에 밝혀진 사정을 기초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으나, “긴급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서도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는 그 체포는 위법한 체포이다(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III. 사안분석 1. 범죄혐의의 상당성 먼저 긴급체포를 하려면 피의자에 대한 범죄혐의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학계 일부에는 체포는 구속과 구별된다는 이유로 긴급체포의 ‘상당한 이유’ 요건을 완화하려는 입장을 제기하기도 하지만[임동규, 형사소송법(제3판, 2004), 172면; 정웅석, 형사소송법 (제2판, 2005), 192면], 형사소송법상 체포와 구속의 요건 모두 ‘상당한 이유’라는 동일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 특히 긴급체포의 경우 그 요건에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라는 구속사유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긴급체포에서 요구되는 범죄혐의의 ‘상당성’은 구속의 경우와 같은 수준의 상당성, 즉 무죄의 추정을 깨뜨릴 정도의 충분한 객관적·합리적 혐의, 죄를 범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의미한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사무장 乙은 참고인 조사를 받는 줄 알고 검찰청에 자진출석하였는데 예상과는 달리 갑자기 피의자로 조사한다고 하므로 임의수사에 의한 협조를 거부하였고, 자신에 대한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에 대하여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귀가를 요구하였다. 이 경우 검사가 변호사 甲이 위증교사를 범하였고 乙은 甲의 사무장으로서 위증교사의 공범일 것이라는 ‘주관적 혐의’를 가지고 있었음은 사실이겠으나, 위증교사로 기소된 甲에 대하여 이미 무죄가 선고되었고, 긴급체포 당시 乙에 대한 조사 자체가 이루어지지도 아니하였으므로 乙의 범죄혐의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2. 체포의 필요성 다음으로 乙은 수사기관의 소환에 응하여 수사기관에 자진출석하였고,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이라는 안정적 직장에 근무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甲에게 이미 무죄가 선고되었으므로 乙이 자신의 행위가 유죄판결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으로는 보기 힘들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乙이 조사를 거부하면서 퇴거를 요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乙은 이미 甲의 위증교사 사건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을 당시 위증교사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고, 甲은 위증교사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점, 또한 검사가 乙을 긴급체포한 이후에 별다른 조사 없이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의 피의자신문조서만을 받은 채 기소하였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乙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었다고도 보기 힘들다. 3. 체포의 긴급성 마지막으로 설사 검사가 乙을 소환하기 이전에 위 범죄혐의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경우에는 애초에 통상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조사하거나, 乙을 피의자신분으로 소환하고 소환에 불응하면 통상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조사했어야 하므로 참고인조사의 형식을 빌려 영장주의의 요청을 회피하고 피의자신병을 확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긴급체포에서 긴급을 요한다고 함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형소법 200조의3 제1항 후단)를 말하는 바, 당해 사안은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4. 소결 따라서 검사가 피고인 乙의 긴급체포는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며 오히려 불법체포·감금죄(형법 제124조)에 해당하며, 임의출석한 乙과 그의 사용인인 甲이 검사에 대하여 이를 거부하는 방법으로써 폭행을 하였다고 하여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136조가 규정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실력으로 수사기관에 자진출석한 자를 체포하는 것에 대하여 자진출석한 자가 이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검사나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폭행을 하였다고 하여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도2283 판결, 2000. 7. 4. 선고 99도4341 판결 등 참조). IV. 유사사례와의 비교―임의출석한 고소인에 대한 임의조사 후 행한 긴급체포 이상과 같은 대상판결의 사정(射程)범위와 관련하여 유사한 판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1998. 7. 6. 선고 98도785 판결이 그 예인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고소한 피의사건에 대하여 고소인 자격으로 피고소인과 대질조사를 받고 나서 조서에 무인하기를 거부하자 수사검사가 무고혐의가 인정된다면서 무고죄로 인지하여 조사를 하겠다고 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가방을 들고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검사는 범죄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 선임권, 변명할 기회를 준 후에 피고인을 긴급체포하였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검사의 행위는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춘 정당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참고인이 조사를 받기 전에 퇴거를 요구한 평석대상판결의 사실관계와 달리, 98도785 판결에서 피의자는 임의출석의 형식에 의하여 수사기관에 자진 출석한 후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피의자가 장기 3년 이상의 범죄를 범하였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드러나고, 수사기관이 영장을 청구할 경우에는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생긴다고 객관적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자진출석한 피의자에 대해서도 긴급체포가 가능함을 밝힌 것이다. 임의출석한 참고인이나 고소인에 대한 긴급체포의 적법성 판단이 긴급체포가 조사 이전에 행해졌는지 또는 이후에 행해졌는지의 차이에 따라 기계적으로 이루질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전자의 경우 긴급체포가 불법하다는 개연성이 높아진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V. 맺음말―임의조사·수사를 긴급체포의 전(前)단계로 활용하려는 수사실무에 대한 통제 강화 현행법상 검사가 행한 긴급체포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후 승인절차가 없고, 사법경찰관이 행한 긴급체포의 경우는 사후 즉시 검사의 승인만 받게 되어 있는바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48시간 동안은 법원의 어떠한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무영장체포가 수사기관에게 보장되어 있다. 즉, 긴급체포가 피의자의 구속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긴급체포 후 ‘48시간+판사의 구속영장발부의 결정기간’ 동안에는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는 수사기관에게 완전히 맡겨져 버리고 만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긴급체포는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사실무에서는 피의자가 출석요구 등 수사절차에 응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긴급체포를 행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행법상 긴급체포에 대해서는 ‘사후체포영장’을 통하여 그 정당성이 추인될 필요가 없는 바, 현재로는 긴급체포의 범죄의 중대성, 신병확보의 필요성 및 긴급성 등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긴급체포의 남용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긴급체포에서 범죄혐의의 상당성, 체포의 필요성과 긴급성을 엄격하고 세밀하게 해석하고 있는 평석대상판결의 입장은 임의수사를 긴급체포의 전(前)단계로 활용하는 수사실무에 제동을 건 중요한 판결로서 향후 수사실무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 판결을 계기로 체포영장이 발부되지 않는 참고인이나 고소인에게 임의출석을 요청한 후 출석하면 피의자신문을 개시하고 이를 거부하면 바로 긴급체포하는 관행은 사라져갈 것으로 예상한다.
2006-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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