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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금환급보증의 독립성과 권리남용의 관계
(대법원 2015.7.9.선고 2014다 6442 판결) I. 사실관계 갑은 을 조선소와 선박건조계약을 체결하였다(준거법은 한국법). 선박건조를 위한 선수금을 갑은 을에게 여러 차례 제공하고, 선박건조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그 선수금을 환급받아야 한다. 갑(수익자)은 2007년 9월 취소가 불가하고 무조건적이라는 문구가 기재된 선수금환급보증서를 은행 병으로부터 수령하였다(준거법은 한국법). 선수금지급의 조건으로, (i) 매수인(갑)이 건조자(을)에게 계약에 따른 환급청구를 하였다는 점 및 건조자가 환급하지 못하였다는 점을 내용으로 하는 매수인의 단순한 서면진술서에 기하여 지급하고 (ii) 다만, 건조자와 매수인 사이의 계약의 해제 혹은 선수금 반환 청구의 분쟁이 중재절차에 회부된 경우는 예외로 하였다. 을은 갑이 약정된 선수금을 제때에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09년 10월 계약을 해제하였다. 갑(원고)은 2011년 8월 을의 채무불이행을 근거로 계약을 해제하고 선수금반환을 구하였으나 을이 반환을 거부하자, 병(피고)에게 2011년 11월 선수금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병은 갑이 선수금을 제때에 주지 않은 이유로 계약이 이미 해제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원고들이 병에 대하여 선수금반환을 요구할 권리가 없음이 명백함에도 이 사건 보증서에 기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갑은 을이 건조할 의사나 능력도 없이 선수금을 유용할 목적으로 선수금청구를 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선수금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이유로 한 을의 계약해제는 부적법하고, 자신들이 정당한 계약해제를 한 것이고 이는 보증서에 기재된 선수금반환 사유라고 주장하였다. II. 서울고등법원의 판단 1. 병이 갑을 위하여 발급한 본 보증서는 독립적 은행보증에 해당하고, 갑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병이 갑에게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 할 수 있다. 2. 을이 건조선박에 관한 용골거치를 시행하였음에도, 갑은 3차 선수금을 지급하지 아니함에 따라 을이 건조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고 기왕에 지급받은 1, 2차 선수금을 손해의 전보에 충당한 이상 갑은 을에 대하여 선수금 환급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 3. 을의 선수금지급청구의 요건, 갑이 어떠한 분쟁이나 불일치를 이유로도 선수금지급을 지체할 수 없음은 을과의 사이의 계약서에 명문으로 기재되어있는 점, (중략) 갑은 을이 먼저 해제통지를 한 사실을 알면서도 계약상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면서 그 해제통지의 효력을 부인하고 선박건조대금의 감액만을 요구해 온 점, (중략) 분쟁해결을 위해 중재를 신청하지도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갑이 을에 대하여 선수금환급을 청구할 아무런 권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갑은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 사건 보증서의 추상성 및 무인성을 악용하여 이 사건 청구를 한 것이므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III. 대법원 1. 은행이 보증을 하면서 보증금 지급조건과 일치하는 청구서 및 요된 서류가 제시되는 경우에는 그 보증이 기초하고 있는 계약이나 이행제공의 조건과 상관없이 그에 의하여 어떠한 구속도 받지 않고 즉시 수익자가 청구하는 보증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였다면, 이는 주 채무자인 보증의뢰인과 채권자인 수익자 사이의 원인관계와는 독립되어 원인관계에 기한 사유로는 수익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수익자의 청구가 있기만 하면 은행의 무조건적인 지급의무가 발생하게 되는 독립적 은행보증이다. 독립적 은행보증의 보증인으로서는 수익자의 청구가 있기만 하면 보증의뢰인이 수익자에 대한 관계에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게 되는지를 불문하고 보증서에 기재된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이 점에서 독립적 은행보증에서는 수익자와 보증의뢰인 사이의 원인관계는 단절되는 추상성 및 무인성이 있다. 2. 다만 독립적 은행보증의 경우에도 신의성실 원칙이나 권리남용원칙의 적용까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수익자가 실제로는 보증의뢰인에게 아무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은행보증의 추상성과 무인성을 악용하여 보증인에게 청구를 하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보증인으로서도 수익자의 청구에 따른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으나, 원인관계와 단절된 추상성 및 무인성이라는 독립적 은행보증의 본질적 특성을 고려하면, 수익자가 보증금을 청구할 당시 보증의뢰인에게 아무런 권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수익자의 형식적인 법적 지위의 남용이 별다른 의심 없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권리남용을 쉽게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중략) 독립적 은행보증인 이 사건 보증서에 기한 원고들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원고들이 이 사건 소제기를 통하여 보증금을 청구할 당시 을에 대하여 아무런 선수금환급 청구권이 없음에도 독립적 은행보증의 수익자라는 법적 지위를 남용하여 청구하는 것임이 독립적 은행보증인인 피고에게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인정되어야 하는데, (중략) 이 사건 보증금 청구당시의 사정, 즉 이 사건 소제기 전에 이루어진 원고와 을 사이의 회생채권조사확정재판에서도 을의 계약해제가 적법한지 여부가 1년에 걸친 심문절차에도 결론 없이 회생절차폐지로 종결된 점 등을 고려하면, 소제기 당시 원고들이 을에 대하여 선수금 환급청구권이 없음에도 보증금을 청구하는 것임이 피고에게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을의 위 계약해제가 적법하여 갑의 선수금환급청구권이 존재하지 않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밝혀졌다는 심리 결과에 기초하여 갑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한다. IV. 의견 선박건조대금은 거액이므로 몇 개의 공정단계를 정하고 그 사유가 발생하면 발주자가 건조자에게 선수금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선박건조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발주자는 기 지급한 선수금을 반환받아야 한다.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건조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선수금을 반환하겠다는 보증서를 발급받아 발주자에게 건네주게 된다. 대부분의 보증서는 '보증금 지급조건과 일치하는 청구서 및 보증서에서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서류가 제시되는 경우에는 무조건적으로 선수금을 반환함을 보증한다'는 문구를 가지고 있다. 대법원은 이런 문구가 있는 보증은 주 채무자인 보증의뢰인과 채권자인 수익자 사이의 원인관계와는 독립되어 원인관계에 기한 사유로는 수익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수익자의 청구가 있기만 하면 은행의 무조건적인 지급의무가 발생하게 되는 이른바 독립적 은행보증이라는 것이다. 선수금환급보증이 비록 독립적 은행보증이라고 하더라도, 수익자인 발주자의 청구자체가 권리남용에까지 이른다면 그 청구를 인정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우리 민법은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2항). 권리남용에 해당하게 되면 그 법률효과를 주장하지 못한다. 갑은 을의 재정상태와 건조능력을 의심하게 되어 선수금을 더 이상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자 을은 건조계약을 해제하였다. 이어 갑도 건조계약을 해제하였고 갑은 을에게 그 환급을 구하였지만 거절당하자, 갑은 병 보증인에게 선수금환급을 요구하였다. 병은 갑의 이유로 을이 건조계약을 해제한 상태이므로 갑이 선수금반환지급을 요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갑은 을이 선수금을 유용할 목적으로 형식적으로 건조가 진행 중인 흉내를 낸 것이므로 자신의 선수금지급의무는 발생하지 않았고 따라서 이러한 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을이 계약을 해제한 것은 부적법하므로 무효가 된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본 보증을 독립적 은행보증으로 인정하면서도, 을의 계약해제시의 사유 등 제반 사항을 살펴본 다음 갑의 선수금보증금 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원심은 건조계약에 따르면 발주자는 어떠한 분쟁에도 불구하고 지체 없이 선수금지급사유가 발생하여 청구가 되면 선수금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갑이 선수금을 지급하지 않아서 계약이 해제되었음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본 보증은 독립적 은행보증이므로, 권리남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가 아니면 수익자의 청구가 권리남용이라는 판단을 쉽게 내려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 을의 기업회생절차에서도 갑과의 계약해제의 정당성이 다투어지고 있었다면 권리남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아가 대법원은 수익자가 소를 제기할 당시를 기준으로 수익자의 권리남용의 존재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시하고 있다. 원심은 을이 계약을 해제할 때인 2009년 10월은 물론 그 후의 여러 사정을 살핀 결과 권리남용이 있었다고 판단하였지만, 대법원은 그 판단의 기준시점은 소를 제기할 당시인 2011년 11월이라고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본 판결은 선박건조계약에서 선수금환급보증의 법적 성질이 독립적 은행보증이라는 점을 강조하여 권리남용의 적용을 제한적으로 해석한 첫 대법원판결로서 의미를 갖는다.
2015-09-17
피상속인의 자녀가 모두 상속포기를 한 경우 손자녀가 상속인이 되어 상속채무를 승계하는가
I. 들어가는 말 대상판결은 피상속인의 자녀가 전부 상속포기를 한 경우에 손자녀가 상속인이 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피상속인의 손자녀(미성년자)에 대한 상속채권자의 채무이행청구를 인용하였다. 다만 피상속인의 자녀(상속인의 친권자)는 자신이 상속포기를 함으로써 자신의 자녀들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상속의 승인, 포기를 위한 기간이 도과하지 않아서 이 판결의 선고 이후 상속포기를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아래에서는 평석에 필요한 범위에서 사실관계와 판결이유를 소개한 후 대상판결의 법리를 검토해 본다. II. 사실관계 피상속인 갑은 2010. 8. 6. 사망하였는데, X(원고)에 대하여 6억 원의 차용금 채무가 있었다. 갑의 유족으로는 배우자인 을(남편)과 자녀 병, 정이 있었는데, 병과 정은 상속포기신고를 하여 수리되었다(2010. 11. 19.). 배우자 을은 상속포기신고를 하지 않았다(을은 갑의 X에 대한 채무의 연대보증인이다). 그러자 X는 병의 자녀 A, B와 정의 자녀 C(A, B, C는 모두 미성년자임)를 상대로 대여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각각 2011. 8. 18. 과 2011. 9. 26. 소장 부본이 송달되었다. 제1심과 원심, 대법원은 모두 피상속인 갑의 차용금 채무가 손자녀인 A, B, C에게 상속되었다고 보고, X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III. 판결이유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되므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피상속인 갑의 자녀 병, 정이 상속을 포기한 이상, 갑의 손자녀인 피고들(A, B, C)은 배우자 을과 공동으로 갑의 재산(채무)을 상속하게 된다. 다만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상속포기를 할 수 있고(민법 제1019조 제1항),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이란 상속개시의 원인이 되는 사실의 발생을 알고 이로써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을 의미하지만, 종국적으로 상속인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과정에서 법률상 어려운 문제가 있어 상속개시의 원인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바로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까지 알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까지 알아야 상속이 개시되었음을 알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때에는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배우자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는 것은 상속의 순위에 관한 민법 제1000조, 배우자의 상속순위에 관한 민법 제1003조, 상속포기의 효과에 관한 민법 제1042조 등의 규정을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비로소 도출되는 것이지 이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므로, 일반인의 입장에서 피상속인의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 자신들의 자녀인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까지 안다는 것은 오히려 이례에 속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은 피상속인의 손자녀로서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상속인이 되었으므로, 피고들의 친권자인 병, 정으로서는 자신들의 상속포기사실 등 피고들에 대한 상속개시의 원인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피고들이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까지 알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상속포기로써 채무상속을 면하고자 하는 사람이 그 채무가 고스란히 그들의 자녀에게 상속될 것임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지는 않았으리라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하는 점, 실제로 병, 정은 피고들이 상속인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다투면서 이 사건 항소 및 상고에 이른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들의 친권자는 적어도 이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는 피고들이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고, 그 경우 피고들에 대하여는 아직 민법 제1019조 제1항에서 정한 기간이 도과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들이 이를 이유로 상속포기를 한 다음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함은 별론으로 하고,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배척할 사유가 되지 아니한다. IV. 평석 1. 피상속인의 자녀들이 모두 상속포기를 하는 경우 손자녀가 상속인이 되는가의 여부 민법상 제1순위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이고, 직계비속 중에서는 촌수가 가까운 사람이 선순위로 상속인이 되므로, 피상속인에게 자녀와 손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자녀가 상속인이 된다. 그러나 자녀들이 전부 상속포기를 하는 경우에는 상속포기의 소급효에 따라서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되므로, 손자녀가 제1순위 상속인 된다. 그러므로 피상속인 갑의 자녀인 병과 정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 갑의 손자녀인 A, B, C가 상속인이 된다는 해석은 현행법상 불가피하다. 2. 상속의 승인, 포기 기간의 도과 여부 자녀의 상속포기에 의해서 상속인이 된 손자녀도 역시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상속포기를 하여 상속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손자녀 A, B, C는 모두 미성년자이므로, 상속의 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는 3개월의 기간은 친권자인 병과 정이 A, B, C를 위하여 상속이 개시된 것을 안 날로부터 기산한다(민법 제1020조). 따라서 친권자인 병과 정은 상속개시의 사실(피상속인 갑의 사망)과 그로 인하여 A, B, C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상속포기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친권자인 병과 정을 기준으로 "A, B, C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때"가 언제인지를 확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대상판결에서는 이 판결이 선고된 때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즉 대법원에서 상속채무가 손자녀에게 승계되었음을 전제로 상속채권자의 청구를 인용하면, 그 때 비로소 친권자인 병과 정은 A, B, C가 피상속인 갑의 상속인이 되었음을 알게 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친권자인 병과 정은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날부터 3개월 내에 A, B, C를 위하여 상속포기신고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해석론은 미성년자인 A, B, C를 상속채무에서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사안을 다룬 이전의 판결(대판 2005.7.22, 2003다43681)과 비교해 보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에 대한 대상판결의 태도는 종전의 법리를 다소 벗어난 것으로 생각된다. 위의 2003다43681 판결에서는 상속채권자가 피상속인의 처와 자녀들을 상대로 구상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이들이 상속포기를 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피고를 피상속인의 손자녀로 정정하는 당사자표시정정신청을 하였는데, 대법원은 당사자표시정정에 의하여 자신들이 피고가 되었음을 알게 된 때에 피상속인의 손자녀들은 자신들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였다(따라서 이날부터 3개월 내에 상속포기를 할 수 있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본다면 대상판결에서 있어서도 친권자인 병과 정은 A, B, C를 상대로 채무이행을 청구하는 소장 부본이 송달된 때에 이들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알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이와 달리 친권자인 병과 정은 A, B, C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알지 못한 것으로 인정하면서, 그 이유로 병과 정이 A, B, C는 상속인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다투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시는 상속인(또는 그의 친권자)의 주관적인 인식에 따라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의 기산일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피상속인의 자녀가 전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 손자녀가 상속인이 된다는 해석론이 이미 판례로 확립되어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A, B, C를 피고로 한 소장 부본이 송달된 때에 친권자로서는 이들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알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본다면 이 날로부터 3개월이 경과한 후에는 이미 단순승인으로 의제되어 더 이상 상속포기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미성년자의 복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므로, 대법원의 입장에서는 판결의 선고일부터 승인, 포기의 기간이 기산된다고 보아서 상속포기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판결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종전의 법리를 벗어나는 다소 무리한 해석론을 전개하였다는 지적을 받을 여지는 있다고 생각된다. 3. 다른 해석론의 가능성 친권자가 자신의 상속포기로 인하여 자녀들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녀들을 위하여 상속포기를 하지 않아서 단순승인으로 의제되었다면, 이는 친권의 소극적 남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상속채권자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미성년자인 손자녀를 상대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쪽으로 이론구성을 할 수 있는 여지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2015-06-29
민사집행에 있어서 사법보좌관의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에 대한 보정기간 허여의 문제점
1. 들어가면서 최근 대법원은 부동산 경매 절차에 있어서 사법보좌관의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경우 보정 기간을 부여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고지하면서 민사집행법 제130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중대한 판례를 남겼다. 2. 사안의 개요 이와 관련하여 판례에 나타난 사안을 살펴본다. 가. 사법보좌관이 2010.10.18.매각허가결정을 하자, 재항고인은 2010.10.25.항고장이라는 서면으로 위 매각허가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하였다. 나. 위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을 송부받은 제1심 법원 판사는 이의신청인에게 아무런 보정을 명하지 아니한 채 2010.11.1.민사집행법 제130조 제3항 소정의 항고보증금을 공탁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재항고인의 이의신청을 각하하는 취지로 재항고인의 2010.10.25.자 항고장을 각하하는 결정을 하였다. 다. 원심(대전지방법원 본원합의부)은 위 매가가허가결정이의신청 각하에 대한 항고를 기각하였다. 3. 대상 결정의 취지 가.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2011.4.14.자 2011마38 결정(이하, '대상 결정'이라고 함)을 통하여 "…사법보좌관의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을 송부 받은 단독판사 등은 이의 신청시 민사집행법 제130조 제3항 소정의 보증으로 매각대금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현금 또는 법원이 인정한 유가증권을 담보로 공탁하였음을 증명하는 서류가 붙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의신청인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공탁을 명하거나 그 서류를 제출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보정을 명하여야 하고 그럼에도 이의신청인이 이를 보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민사집행법 제130조 제3항 소정의 보증을 제공하였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붙이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이의신청을 각하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나. 대법원이 이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 이유는 사법보좌관 규칙에 따른 것이다. 즉, "사법보좌관의 처분 중 단독판사 등이 처리하는 경우 항고·즉시항고 또는 특별항고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대하여 사법보좌관 규칙 제4조 제2항 내지 제10항에서 규정하는 절차에 따라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사법보좌관 규칙 제4조 제1항), 사법보좌관규칙 제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이의신청을 하는 때에는 민사소송 등 인지법 또는 해당법률에서 정하는 인지, 보증제공서류 등을 붙일 필요가 없으며 (사법보좌관 규칙 제4조 제4항), 사법보좌관 규칙 제4조 제5항의 규정에 따라 이의신청사건을 송부받은 단독판사 등은 사법보좌관의 처분 중 판사가 처리하는 경우 항고 또는 즉시항고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이 이유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사법보좌관의 처분을 인가하고 이의신청사건을 항고법원에 송부하며, 이 경우 이의신청은 해당법률에 의한 항고 또는 즉시항고로 보고(사법보좌관 규칙 제4조 제6항 제5호), 사법보좌관 규칙 제4조 제6항 제5호의 경우 이의신청에 민사소송 등 인지법 또는 해당 법률에서 정하는 인지, 보증제공서류 등이 붙어 있지 아니한 때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의신청인에게 보정을 명하고 이의신청인이 보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해당법률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이의신청을 각하여야 한다(사법보좌관 규칙 제4조 제6항 제6호)"고 한다. 4. 위 결정의 문제점 그런데, 대법원의 위와 같은 결정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지적된다. 가. 하위규칙이 상위법률의 입법취지를 몰각함 1) 대상결정의 논리는 사법보좌관 규칙에 의존하고 있는 바, 위 사법보좌관규칙은 법원조직법에 근거하고 있다. 즉, 법원조직법 제54조 제1항에서는 "대법원과 각급법원에 사법보좌관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동조 제2항에서 사법보좌관이 행할 수 잇는 업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를 터잡아 사법보좌관규칙에서는 법원조직법 제54조 제2항 각호의 업무 가운데 일부를 처리하도록 하는 한편, 이중 즉시항고 등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에 대하여 단독판사 또는 합의부(단독판사 등)가 처리하는 경우 항고, 즉시항고 또는 특별항고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대하여 단독판사 등이 처리하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이때 이의신청사건을 송부받은 단독판사 등은 "이의신청이 이의신청방식을 정한 규정에 위배되는 경우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기간 내에 흠을 보정하도록 명하고 이의신청인이 흠을 보정하지 아니한 때와 이의신청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결정으로 이의신청을 각하하도록 하고, 이의신청이 이의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사법보좌관의 처분을 경정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사법보좌관규칙 제4조 제4항 1항 내지 3항). 2) 사법보좌관법의 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보장한 기본취지는 무엇인가? 사법보좌관은 보좌관일 따름이지 헌법이 인정하는 법관이 아니다. 사법보좌관은 단순히 법관을 보좌하는 행정기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사법보좌관규칙은 "업무를 독립적으로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사법보좌관법 제2조 2항 참조)고 하더라도, 사법보좌관은 법관의 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며 사법보좌관의 처분에 대하여는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법관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법원조직법 제54조 제3항). 사법보좌관의 처분이 외형적으로 사법부의 결정 내지는 판단의 형식을 띠고 있다고 하더라도 법관의 결정이나 판단이 아닌 행정기관적 처분인 까닭에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법보좌관의 처분에 대하여 사법심사와 동일 또는 유사한 통제를 하여야 하고 이를 보장하겠다는 것이 사법보좌관법의 입법 취지인 동시에 대법원 판례의 태도가 아닌가 짐작된다. 3) 이는 헌법에서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법관에 의한 재판을 보장하자는 것이므로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반드시 사법보좌관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에 있어서 보정기간을 보장하여야 할 필요는 없다. 사법보좌관도 법관을 보좌하는 자이고 그 이의신청 대상이 되는 결정이 민사집행법의 규정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이상 그 민사집행법의 규정에 따라 처리하여야 하고 민사집행법의 입법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한도에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나. 민사집행법 제130조의 무력화 1) 주지하다시피,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항고에 관하여 그 항고장에 민사집행법 제130조 제3항 소정의 보증을 제공하였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붙이지 아니한 경우 법원이 항고장을 각하함에 있어 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공탁을 명하거나 그 서류를 제출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보정명령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민사집행법으로 개정되기 전부터 내려온 확립된 대법원의 태도였고 민사집행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변함 없이 지속되어 온 것이었다(대법원 1991.2.13.자 90그71 결정; 대법원 1992.3.6.자. 92마58 결정; 대법원 1995.1.20.자 94마1961 전원합의체 결정; 대법원 2006.11.23.자 2006마513 결정 등). 이는 민사집행법 제130조의 입법취지가 매각허가결정에 불복하는 모든 항고인에 대하여 보증금을 공탁할 의무를 지움으로써 무익한 남항고를 제기하여 절차를 지연시키는 것을 방지하고자 함에 있는 점 및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항고는 이해관계인이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신청사유가 있는 경우 등에만 할 수 있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다. 2) 그런데, 대상 결정으로 민사집행법 제130조의 규정은 거의 사문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즉, 경매사건의 거의 대부분을 사법보좌관이 담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상판결의 결정으로 이의신청인은 아무런 담보를 제공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사법보좌관이 행한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함으로써 상당한 보정 기간까지 말미를 얻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 매각허가결정 이후의 경매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남항고를 방지하려는 민사집행법 제130조의 규정은 대상 결정으로 인하여 입법취지가 흔들리게 되었다. 3) 더 나아가 사법보좌관 제도의 입법취지에도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법관이 직접 매각허가결정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결정에 항고하는 절차를 밟아도 보증을 제공하였음을 증명하는 서류가 제공하지 않으면 1주일 이내에 항고를 각하하면 충분하다. 그런데, 사법보좌관이 매각허가결정을 내린 경우 보증의 제공과는 상관 없이 상당한 보정 기간을 허여하여야 하는데 이로써 경매절차가 더 더디게 된다. 이는 법관의 업무를 보좌함으로써 업무의 신속을 기하려는 사법보좌관 제도의 기본취지와 목적과도 부합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5. 결어 가. 대상 결정이 선고된 이후 일선 법원에서 다소간의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듯 하다. 채무자나 소유자 물상보증인 등은 매각허가결정이후에도 보증의 제공 없이도 경매절차를 지연시킬 수 있는 방안이 생긴 것이다. 이는 불필요한 시간의 낭비이다. 나. 민사집행법 제130조의 입법취지와 사법보좌관제도의 목적을 거슬려 가면서까지 사법보좌관이 내린 매각허가 결정 대한 이의신청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보정 명령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대상 결정은 재고를 요한다.
2011-07-28
회생채권의 출자전환과 채무의 소멸범위
Ⅰ. 사실의 개요 원고는 1997. 12.8. 소외 D주식회사(이하 'D보증인회사'라 한다)의 연대보증 하에 피고회사와 어음거래약정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피고회사가 발행한 약속어음 3장을 취득하였다. 피고회사는 2007. 1.9.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회합16호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고, 2007. 10.16. 같은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은 후 2008. 3.28. 회생절차종결결정을 받았다. 한편 D보증인회사는 2000. 11.24.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고, 2001. 6.12. 같은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았으며, 그 후 2008. 3.28. 회생절차종결결정을 받았다. 원고는 D보증인회사에 대한 정리절차에서 회생계획에 따라 2006. 6.1. 채권 25,000주 당 액면 5,000원인 보통주 1주를 배정받는 출자전환 방식으로 D보증인회사의 주식 610,000주를 받았다. 원고는 2007. 2.21. 피고회사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채권신고를 하면서 D보증인회사의 정리절차에서 출자전환 받은 D보증인회사 주식 610,000주를 1주당 25,000원으로 평가한 15,250,000,000원(= 25,000원×610,000주)을 변제충당하는 등 채권액을 산출하여 합계 141,575,146,693원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회사의 관리인은 D보증인회사의 정리절차에서 출자전환 받은 D보증인회사 주식 610,000주를 1주당 그 신주효력발생일인 2006. 6.1. 시가 72,000원으로 평가한 43,920,000,000원(= 72,000원×610,000주)을 채권소멸액으로 보는 등 원고의 회생채권액을 94,478,131,615원으로 산정하여, 그 중 65,683,348원을 회생담보권으로 나머지 94,412,448,267원을 회생채권으로 각 시인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회사의 관리인을 상대로 이 법원 2007회확55호로 회생채권조사확정재판을 신청하여, 'D보증인회사'의 회생계획에서 원고가 출자전환을 받음으로 인하여 출자전환 주식 1주당 25,000원의 채권이 그 효력발생일에 소멸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원고가 출자전환을 받음으로 인하여 소멸하는 회생채권액은 15,250,000,000원(= 25,000원×610,000주)에 불과하다며 관리인이 평가한 43,920,000,000원(= 72,000원×610,000주)과의 차액 상당액인 28,670,000,000원의 회생채권의 확정을 구하였으나, 담당 재판부는 2007. 8.10. "보증인에 대한 회생계획에서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전부 또는 일부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를 기준으로 한 신주의 시가 상당액만큼 그 채무가 실질적으로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그 주채무도 그만큼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피고회사에 대한 회생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정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하였다. II. 대상판결의 요지 회사정리법(2005. 3.31. 법률 7428호 채무자회생법의 제정으로 폐지된 것) 제240조 제2항은 정리계획은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가 회사의 보증인 기타 회사와 함께 채무를 부담하는 자에 대하여 가진 권리와 회사 이외의 자가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정리계획에서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정리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경우 주채무자가 정리회사인 때에는 그 보증한 보증인이, 보증인이 정리회사인 때에는 주채무자가 정리채권자에 대하여 위 변제된 금액의 공제를 주장할 수 있다. 또한 신주발행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기존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출자전환으로 인하여 소멸되는 기존채권의 가액에 관한 약정 내지 합의가 없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을 기준으로 신주의 가액을 평가하여 그 평가액 상당의 기존채권이 변제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III. 대상판결의 분석 회생계획에서 주채무에 관하여 아무런 권리를 변경하지 아니한 경우는 물론이고, 주채무에 관한 권리를 변경하였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그 권리변경의 효력은 채무자회사의 보증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그러나, 변경된 회생채권에 대하여 실제로 돈이 지급되는 변제와 같이 회생채권자가 실질적인 만족을 얻은 경우에는 그만큼 보증채무가 소멸될 것이다. 그렇다면, 회생채권자가 채권의 변제에 갈음하여 채무자회사 발행의 신주를 인수한 경우, i) 회생채권자가 실질적인 만족을 얻지 못한 주채무의 감면으로 보아야 하는지, ii) 아니면 회생채권자가 돈으로 변제를 받은 것과 같이 실질적인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의 관점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 여부 및 소멸된다면 그 소멸되는 범위에 관한 논의의 결론이 달라질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기존의 대법원 판결들은 "회생계획에서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경우 주채무자인 정리회사의 채무를 보증한 보증인들로서는 회생채권자에 대하여 위 변제된 금액의 공제를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4다27143 판결, 2003. 8. 22. 선고 2001다64073 판결, 2003. 1.10. 선고 2002다12703·12710 판결 등)"라고 판시함으로써, 회생채권의 변제에 갈음하여 교부된 신주에 의하여 회생채권자가 변제와 같은 실질적인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는가 여부 및 그 만족의 정도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범위가 판단되어야 한다는 법리가 확립되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기존의 대법원 판결들은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출자전환 주식의 가치가 정리계획에서 1주당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금액에 미치지 못할 때에 관한 것으로서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출자전환 주식의 가치가 정리계획에서의 1주당 변제액을 초과하는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한다.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회생계획안에서 정한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는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대상판결의 법리를 정리하면 ① 보증채무자의 회생절차에서 출자전환으로 인하여 소멸되는 보증채무의 범위는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 즉 '신주의 발행가액'(= 1주당 발행가액×발행주식수)로 보아야 하고, ② 이로 인하여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는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i) 위 시가가 신주의 발행가액에 미달할 경우에는 위 시가 상당액을, ii) 위 시가가 신주의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에는 신주의 발행가액 상당액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법리는 주채무자의 회생절차에서 출자전환으로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와 그로 인하여 소멸되는 보증채무의 범위에 관한 논의에서도 그 결론을 같이 할 것으로 판단된다. IV. 대상판결의 평석 (1)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에 비추어보면, D보증인회사가 2001. 6.12.에 회생계획 인가결정을 받았음에도 출자전환이 2006. 6.1.에 이루어진 점으로 보아, 아마도 회생계획안에서 출자전환의 시기를 2006년으로 미루어둔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로 인하여 회생계획안 인가시의 발행가액과 출자전환시의 시가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위와 같은 주식가액의 상승 또는 하락에 따른 위험을 회생채권자와 보증채무자(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주채무자) 중 누가 부담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것인데, 원칙적으로 위와 같은 위험은 회생계획안의 의결에 직접 참여한 회생채권자가 부담함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회생채권자가 신주발행에 의한 출자전환을 정한 회생계획을 의결할 당시 이미 채무자회사의 회생과 신주발행에 의한 득실을 고려하였을 것이므로, 회생채권자가 그 의결에 따른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 정당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대물변제 약정을 하면서 이행기를 위 약정시기 이후의 특정 시점으로 정할 경우, 채권자로 하여금 그 대물의 가액이 상승 또는 하락함에 따라 발생되는 위험을 부담케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생각된다. 결국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회생계획에서 정한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 회생채권자가 주식가액의 상승에 따른 이익을 가지는 것이 타당하고, 그렇다면 회생채권자(원고)의 주채무자(피고회사)에 대한 채권액은 원래의 채권액에서 D보증인회사 발행의 신주 1주당 25,000원으로 평가한 금액을 차감한 금액이 될 것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정리계획에서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정리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것에 찬성한다. (2) 그런데, 대상판결의 사안과 달리,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10,000원으로 하락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회생채권자가 주식가액의 상승 또는 하락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면(즉, 회생채권자가 주식가액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는 것으로 본다면), 회생채권자(원고)의 주채무자(피고)에 대한 채권액은 원래의 채권액에서 D보증인회사 발행의 신주 1주당 25,000원으로 평가한 금액을 차감한 금액이 된다고 보아야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대법원 판결 뿐만이 아니라 대상판결의 설시에 따르면, 원고의 피고회사에 대한 채권의 소멸액은 D보증인회사 발행의 신주 1주당 10,000원으로 평가한 금액이 된다. (3) 그렇다면 결국 회생채권자는,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와 회생계획에서 정한 발행가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경우, 주식가액의 상승에 따른 이익을 취하면서도, 주식가액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에서는 그 이유에 대하여 자세한 설시를 하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때 필자의 견해로는 대상판결의 입장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위와 같은 문제는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자와 보증채무자(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주채무자) 중 누구를 더욱 보호해야 하는가의 논의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근본적으로 변제자력의 궁핍으로 인한 파산이나 회생 등의 절차야말로 보증의 본래 목적이 기능해야 할 전형적 상황이라 할 수 있고, 회생계획에 의한 권리의 감축 변경으로 인한 채권자의 희생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기 때문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50조 제2항에서는 채무의 일부 감면 또는 책임의 감면이 행해지는 경우에도 보증인이나 물상보증인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어 부종성 원칙을 수정·완화하고 있다. 생각건대 위 조항은 '채무자회사의 갱생을 위해서는 회생채권자의 희생이 동반될 수 밖에 없지만 가급적 그 희생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것이 정당하므로, 회생계획에 따른 채무감면의 효력이 보증인에 대하여는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입법적으로 타당하다'는 정책적인 고려의 산물인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대상판결 역시 이와 같은 고려에 따라 회생채권자를 보증인(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주채무자)보다 더 보호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판시를 한 것으로 추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실무상 관리인이 발행가액을 산정함에 있어 그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즉, 이론적으로 신주의 발행가액은 그 실질가치에 따라 산정되어야 할 것이지만, 신주의 발행가액이 그 실질가치에 따라 정하여지는지는 의문이고, 오히려 신주의 발행가액은 그 실질가치보다 훨씬 고가의 금액으로 정하여 발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보여진다. 결국 (발행가액 산정의 객관성이 담보되는 상황이라면 회생채권자가 출자전환의 효력이 발생하기까지의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보여지지만) 현실적으로 발행가액 산정의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선의의 회생채권자에게 일방적으로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시킬 경우, 이는 회생계획안을 결의할 당시의 회생채권자의 의사에도 반하는 것으로서 회생채권자의 희생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V. 결 어 대상판결은 보증인의 회생계획에서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회생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하였는데,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회생계획안에서 정한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는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법리를 명시적으로 선언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2010-08-09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의 효력
Ⅰ. 사안의 개요 1. 사실관계 A는 인접하고 있는 1, 2, 3 토지의 소유자였는데 1998년 10월15일 피고 1 주식회사에게 3 토지를 매도하고 같은 해 11월11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A는 같은 해 12월14일 원고로부터 돈을 대출받으면서, 위 대출원리금에 대한 담보를 위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제1, 2토지에 관하여 채권최고액을 금 1억 5,000만원으로 하는 근저당권과, 목적을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의 소유로, 존속기간을 1998년 12월12일부터 30년간으로 하는 지상권을 설정해 주었다. 그 후 A는 1999년 1월11일 피고 2(김해시)에게 1 토지를 기부채납하여 같은 해 2월24일 위 토지에 관하여 위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피고 1은 3 토지상에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2000년 10월경 제1토지상에 폭 8m, 연장 89.50m의 아스팔트포장도로를 개설하고 위 토지와 이 사건 제2토지의 경계선상에 길이 89.50m, 높이 2~6m의 콘크리트옹벽을 설치하여 같은 해 11월3일 피고 김해시에게 포장부분과 옹벽을 기부채납하였다. 원고는 2001년 3월경 1, 2 토지에 대한 저당권을 실행하기 위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하였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을 거듭한 끝에 같은 해 8월30일 원고가 위 임의경매신청을 취하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 1, 2를 상대로 하여 저당권 침해 및 지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저당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은 인정하였으나 지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고,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대한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이유의 요지 가. 금융기관이 대출금 채무의 담보를 위하여 채무자 또는 물상보증인 소유의 토지에 저당권을 취득함과 아울러 그 토지에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지상권을 취득하면서 채무자 등으로 하여금 그 토지를 계속하여 점유, 사용토록 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지상권은 저당권이 실행될 때까지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그 경우 지상권의 목적 토지를 점유·사용함으로써 임료 상당의 이익이나 기타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목적 토지의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권 및 지상권의 목적 토지를 점유, 사용한다는 사정만으로는 금융기관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저당부동산에 대한 소유자 또는 제3자의 점유가 저당부동산의 본래의 용법에 따른 사용·수익의 범위를 초과하여 그 교환가치를 감소시키거나, 점유자에게 저당권의 실현을 방해하기 위하여 점유를 개시하였다는 점이 인정되는 등, 그 점유로 인하여 정상적인 점유가 있는 경우의 경락가격과 비교하여 그 가격이 하락하거나 경매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등 저당권의 실현이 곤란하게 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저당권의 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 Ⅱ. 評釋 1.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저당권과 그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이 성립한 후에 저당목적물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저당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은 인정하면서 지상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다. 종래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저당권 실현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주장되기도 하였으나 대상판결은 大判 2005. 4.29, 2005다3243과 마찬가지로 그러한 목적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저당부동산의 본래의 용법에 따른 사용·수익의 범위를 초과하여 그 교환가치를 감소시킨 경우에도 저당권의 침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大判 2006. 1.27, 2003다58454도 같은 취지로 보인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에게 저당권 실현 방해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대상 판결은 이를 명백히 재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우선 의미를 가진다. 그렇지만 이 글에서는 지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부정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하고자 한다. 2. 판례의 동향 大決 2004. 3.29, 2003마1753은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을 취득함과 아울러 그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취득하는 경우, 지상권자로서는 제3자에 대하여 목적 토지 위에 건물을 축조하는 것을 중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하였고 이 판결 이후에 선고된 大判 2008. 2.15, 2005다47205도 같은 취지이다. 이는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설정된 지상권도 유효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3. 판례에 대한 의문 그런데 과연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지상권을 설정하는 것(이를 병존지상권 또는 담보지상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이 가능한가? 지상권은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물권이다(민법 279조). 따라서 이처럼 지상권의 대상인 토지 위에 지상물을 소유한다는 것은 지상권의 본질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에서도 건축물(Bauwerk)을 소유한다는 것은 지상권(世襲建築權, Erbaurecht)의 본질적이고 강행법적인 내용이므로 건축물이 아닌 것을 위한 지상권은 성립할 수 없고, 건축물의 건축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지상권의 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은 불능으로 된다고 한다(MunchKomm/von Oefele, 5. Aufl., ErbbauVO §1 Rdnr. 8; Staudinger/Ring, Bearbeitung 1994, §1 ErbbauVO Rdnr. 2). 그러므로 지상물을 소유하기 위하여서가 아니라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상권은 민법이 예정하고 있는 지상권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인정될 수 없다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말로 한다면 위와 같은 내용의 지상권은 物權法定主義(민법 제185조)에 어긋난다. 법률이 인정하는 물권이라도 법률과는 다른 내용의 물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도 물권법정주의의 한 내용인 것이다. 大判 2009. 3.26, 2009다228, 235는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사용·수익의 권능이 소유자에 의하여 대세적으로 유효하게 포기될 수 있다고 하면, 이는 결국 처분권능만이 남는 민법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유형의 소유권을 창출하는 것으로서, 물권법의 체계를 현저히 교란하게 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저당권의 담보가치만을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을 인정한다면 이는 사용권은 없고 다만 방해배제만을 청구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지상권으로서 우리 민법이 알지 못하는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이처럼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지상권 설정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는 저당권의 담보가치 확보인데 반하여 겉으로 드러난 계약 내용이나 그에 따른 지상권의 등기는 지상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 현실로 토지사용이 예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경솔히 허위표시라고 볼 것은 아니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지상권설정등기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신청서에 지상권 설정의 목적을 기재해야 하는데(부동산등기법 제136조), 이 때에는 소유의 대상인 공작물 또는 수목을 기재해야 하고 등기부에도 그러한 목적이 기재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 확보를 목적으로 하면서 신청서에는 공작물 또는 수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기재하는 것이 허위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종래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설정하였던 것은 저당권 자체에 기하여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위 大判 2005. 4.29, 2005다3243이나 2006. 1.27, 2003다58454는 저당권 그 자체에 기하여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으므로 실제로도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을 인정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4. 일본의 倂用賃借權 논의 이 문제에 관하여는 일본의 병용임차권에 관한 논의가 참고가 될 수 있다. 2003년 개정 전의 일본 민법 395조는 단기임대차는 저당권의 등기 후에 등기되었더라도 저당권에 대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규정을 악용하여 저당권의 실행을 방해하기 위하여 단기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많았으므로, 저당권자는 저당권의 설정과 함께 저당권자를 예약권리자로 하여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예약완결권을 행사하거나 또는 이를 정지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기한 임차권설정청구권 가등기를 한 다음 나중에 임차권의 본등기를 함으로써 사후에 설정된 단기임차권을 배제하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日最判 1989(平元) 6.5.(民集 43-6-355)는 이러한 경우 예약완결권을 행사하여 임차권의 본등기를 마치더라도, 임차권으로서의 실체를 가지지 않는 이상 대항요건을 구비한 후순위의 단기임차권을 배제하는 효력을 인정할 여지가 없다고 하였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었는데 비판하는 견해에서는 저당권 자체에 기하여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병용임차권에 의한 단기임차권의 배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이를 긍정하는 견해에서는 위와 같은 병용임차권의 설정은 탈법행위이거나 허위표시로서 무효라고 하면서, 저당권의 보호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하는 방법에 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후 最判(大) 1999(平成 11). 11.24.(民集 53-8-1899) 및 그 후의 판례가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여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를 인정함으로써 병용임차권에 관한 논의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2003년 개정 일본 민법은 위와 같은 단기임대차 제도 자체를 폐지하여 버렸다. 5.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당해 지상권은 저당권이 실행될 때까지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지상권의 목적 토지를 점유, 사용함으로써 임료 상당의 이익이나 기타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상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하였다. 이는 이 사건 지상권의 내용에는 토지를 점유·사용하는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고 방해배제청구권만을 가진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상권은 지상물의 소유를 위하여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이는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지상권과는 다른 내용의 지상권을 창설하는 결과가 된다. 大判 1974. 11.12, 74다1150 판결은 지상권이 설정된 대지의 소유자는 그 소유권 행사에 제한을 받아 그 대지를 사용·수익할 수 없으므로 불법점유자에 대하여 차임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와 지상권자 모두 불법점유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될 것이다. 위 판결에서도 지상권자가 은행이었던 점에 비추어 마찬가지로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사견으로서도 이 사건에서 원고가 지상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지만, 그 이유는 대법원과는 달리 원고의 지상권 취득 자체가 무효라고 하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6. 결론 종래 판례는 법이 인정하는 것과는 다른 형태의 물권을 쉽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컨대 판례는 당사자가 주로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전세권을 설정하였고, 그 설정과 동시에 목적물을 인도하지 아니한 경우라 하더라도 장차 전세권자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것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전세권의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하고(大判 1995. 2.10, 94다18508), 등기부상 채권자는 원래의 채권자 아닌 제3자로, 채무자는 실제의 채권자로 한 근저당권 설정등기도 유효하다고 한다(大判(全) 2001. 3.15, 99다48948). 그러나 물권은 제3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효력을 가지고 있고, 등기에 의한 공시도 이 때문에 요구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편의에 따라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목적으로 물권을 변칙적으로 설정하는 것을 만연히 허용하여서는 안 된다. 이것이 물권법정주의의 정신이기도 하다.
2010-05-17
정리절차와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 재진행
Ⅰ. 사실관계 나라종금은 1992년 10월15일 피고의 연대보증하에 대한유화와 사이에 어음거래 한도액 199억 원, 변제기 1993년 10월14일로 된 어음거래약정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대한유화에 대하여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어 1995년 3월20일 나라종금에 대한 어음채무에 관하여 변제기를 1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으로 연기하고 이율을 감경하는 내용의 정리계획인가결정이 확정되었고, 1998년 7월30일 정리절차의 종결결정이 확정되었다. 대한유화는 정리계획이 정한 바에 따라 2005년 7월10일까지 분할상환에 의하여 주채무의 원금 및 감액된 이자를 모두 상환하였다. 원고가 보증인인 피고를 상대로 감경 전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자, 피고가 보증채무는 정리계획 인가결정의 확정일인 1995년 3월20일 또는 정리절차 종결결정의 확정일인 1998년 7월30일부터 주채무와는 별도로 소멸시효가 진행되어 그 때로부터 5년이 경과함으로써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즉 정리계획에 의해 주채무의 변제기 유예 또는 이율 감경이 있더라도 보증채무는 그와는 관계없이 전액을 즉시 지급할 의무가 있고, 소멸시효는 채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부터 가산해야 하는 것이므로,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는 주채무와는 별도로 정리계획인가결정이 확정된 날로부터 기산해야 한다. Ⅱ. 원심판결의 요지 1. 회사정리절차 참가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정리절차 참가라는 권리행사가 계속되는 한 보증채무에 대해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정리절차 종결결정이 내려진 때부터 중단되어 있던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을 개시한다. 2. 정리계획에서 주채무의 변제기가 연장된 경우에는 민법 제440조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도 중단되었다가 주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한 때로부터 진행한다. 가사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정리절차 종결결정이 확정된 때로부터 따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주채무자가 정기적으로 채무를 일부씩 변제함으로써 주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중단된 경우에는 그 중단의 효과가 보증채무에도 미친다. Ⅲ.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정리계획에 의하여 주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면제되거나 이율이 경감된 경우 그 면제 또는 경감된 부분의 주채무는 정리계획의 인가결정이 확정된 때에 소멸하게 됨에 따라 그 시점에서 채권자의 정리절차에서의 권리행사가 종료되어 그 부분에 대응하는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는 위 인가결정 확정시부터 다시 진행한다(대법원 1995년 5월26일 선고 94다13893 판결, 1995년 11월21일 선고 94다55941 판결 등 참조). 정리계획에 의해서도 주채무가 잔존하고 있는 경우에는 정리절차 참가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어 그 정리절차의 폐지결정 또는 종결결정이 확정되어 정리절차에 있어서의 권리행사가 종료되면 그 시점부터 중단되어 있던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된다(대법원 1988년 2월23일 선고 87다카2055 판결, 1994년 1월14일 선고 93다47431 판결, 1998년 11월10일 선고 98다42141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정리계획에서 주채무의 변제기가 연장된 이 사건의 경우에는 민법 제440조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도 중단되었다가 주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판시하고 있는 바, 이러한 해석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회사정리법 제240조 제2항에 의해 정리채권자는 정리계획과 관계없이 보증인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본래의 채권을 청구하고 집행을 할 수 있으므로 정리계획에 의하여 정리채권의 수액이나 변제기가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보증인의 보증책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효력을 미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 있어서는 채권자의 정리절차 참가 및 정리절차 종결결정 이후의 주채무자의 변제 등으로 인하여 생긴 주채무에 대한 시효중단의 효과는 모두 보증채무에 대해서도 효력이 있어, 분할상환에 의해 이 사건 주채무의 원본채무가 완제될 때까지 그에 상응하는 피고의 보증채무도 시효소멸함이 없이 존속하고 있었으므로 원심의 가정적 판단은 옳다(상고기각). Ⅳ. 평석 1. 주채무자에 대하여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어 채권자가 채권신고를 통하여 정리절차에 참가하면 구 회사정리법(‘구법’) 제5조에 의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보증인에 대해서는 구법 제240조 제2항에 관계 없이 민법 제440조에 의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민법 제440조는 보증채무의 부종성에서 비롯된 당연한 규정이 아니라 채권자의 보호를 위하여 보증채무만이 따로 시효소멸하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 규정이므로 구법 제240조 제2항이 있다 하여 민법 제440조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중단된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언제 재진행하는 것인가에 있다. 이하에서는 정리계획에 주채무의 변제기가 정리절차 종결 후로 연장된 경우에 한하여 논의한다. 2. 대상판결은 유형을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① 주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면제된 경우 : 면제된 주채무에 대한 보증채무에 대해서는 정리계획의 인가결정의 확정에 의하여 주채무가 면제되어 더 이상 권리행사를 할 수 없게 되므로 그때부터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한다. 대법원은 주채무를 면제하거나(대법원 94다13893 판결) 지연손해금에 대한 연체이율을 감경하는(대법원 94다55941 판결) 내용의 정리계획안이 확정된 사안에서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는 인가결정확정시부터 다시 진행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일본 최고재판소 1978년 11월20일 판결과 국내 학설도 일치한다. ② 주채무를 면제하지 아니하고 변제기를 연장한 후 분할하여 변제하기로 한 경우 : 정리절차 폐지 또는 종결결정 확정시에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 선례인 대법원 87다카2055 판결의 사안은 정리계획안에서 원금은 1981년부터 1990년까지 분할변제하고, 이자는 1990년 이후부터 변제하기로 하였으나 1982년 8월16일 정리절차폐지결정을 하고 원고가 보증인에 대하여 1986년 5월22일 원리금의 청구를 한 것이다. 원심은 중단된 소멸시효는 정리절차폐지결정시가 아니라 인가된 정리계획에 따라 유예된 주채무의 변제기 도래시로 보아 원리금 전부에 대하여 시효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하였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리절차 폐지결정 확정시에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고 판시하였다. 대상 판결은 사실관계가 ②의 유형, 즉 주채무의 변제기 분할 연장형에 해당하므로 역시 87다카2055 판결의 법리에 따라 정리절차 종결결정 확정시에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나아가 원심이 정리계획에서 변제기가 연장된 경우에는 민법 제440조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도 중단되었다가 주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판시한 점을 꼬집어 이 점이 잘못되었다고 설시하였다. 그 근거로 구법 제240조 제2항을 들고 있다. 대법원의 견해는 일본의 소수설을 따른 것이다. 3. 필자는 원심의 판결 이유에 찬동하고 대법원의 판결 이유에 반대한다. 첫째, 보증채무의 부종성 배제와 소멸시효의 중단은 무관하다. 구법 제240조 제2항은 정리채권자는 정리계획과 관계없이 보증인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본래의 채권을 청구하고 집행을 할 수 있으므로 정리계획에 의하여 정리채권의 수액이나 변제기가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보증인의 보증책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효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법리를 선언한 것이다. “제240조 제2항이 회사정리계획의 효력범위에 관하여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배제하고 있다 하더라도 민법 제440조의 규정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한다”라는 점은 판례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98년 11월10일 선고 98다42141 판결; 1994년 1월14일 선고 93다47431 판결). 서울민사지방법원 1986년 11월12일 선고 86가합2589 판결은 정리절차개시결정의 효력은 보증인에게 미치지 아니하고 따라서 채권자는 즉시 보증인에 대하여 개별적인 권리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보증인에 대하여 시효중단을 시키려면 민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증인에 대하여 청구 등의 권리행사를 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잘못되었다. 회사정리절차에의 참가는 구법 제5조에 의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는 것인 바, 정리절차참가로 인정되는 시효중단의 효력은 민법 제440조에 의하여 정리회사의 채무를 주채무로 하는 보증채무에도 미치는 것이고, 그 효력은 참가라는 권리행사가 계속되는 한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구법 제240조 제2항을 근거로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를 논하는 것은 보증채무의 부종성 완화와 민법 제440조의 법리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대법원이 구법 제240조 제2항을 근거로 삼는다면 애초부터 민법 제440조를 거론할 필요 없이 하급심판결의 논리대로 보증인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므로 소멸시효의 재진행을 논의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둘째, 대상 판결의 논리는 민법 제440조의 입법취지에 반한다. 민법 제440조는 소멸시효의 중단을 당사자 및 승계인에게만 규정한 민법 제169조의 예외규정으로서 그 정책적 취지는 주채무자에 대한 소멸시효의 중단효력이 보증인에도 미치고 그렇게 함으로써 주채무와 보증채무의 소멸시효 기산을 동일하게 함으로써 보증인을 세운 목적을 관철하기 위하여 채권자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이 사건처럼 정리계획 소정의 변제기가 정리절차종결 후에 도래하는 경우에는 정리계획의 수행과 회사정리법의 규정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정리계획에 의하여 정해진 변제기부터 주채무의 소멸시효가 진행함은 견해의 다툼이 없다. 따라서 민법 제440조가 회사정리절차에도 적용된다면 주채무와 보증채무 역시 정리계획에서 정하여진 변제기가 도래해야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고 해석함이 옳다. 만일 대상 판결을 따르면 주채무는 정리계획에 의하여 연기된 변제기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지만 보증채무는 정리절차 종결결정이 확정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기산된다. 이는 보증채무만이 따로 시효소멸하는 결과를 방치하게 되는 것으로 대상판결이 적확하게 지적하는 민법 제440조의 입법취지에 명백히 어긋난다. 민법 제440조가 적용되는 한 정리절차참가로 인한 소멸시효의 중단이 재진행하는 시기도 주채무와 보증채무를 일치시키는 것이 일본의 통설이다. 4. 그 동안 학설이 주채무 면제형과 변제기 유예형을 구별하지 않고 논의하였으나 대법원이 유형을 나눈 점과 전자의 경우에는 정리계획 인가결정 확정시에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데에는 필자도 찬동한다. 그러나 변제기 유예형에 관하여 주채무와 보증채무의 소멸시효 재진행시기를 달리 취급하여 주채무에 대해서는 정리계획에서 정한 정리절차 종결결정 후에 도래하는 변제기에 소멸시효가 진행하지만 보증채무에 대해서는 정리절차 종결결정 확정시에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시한 것에 반대한다. 일본의 통설 역시 인가 후에 정리절차가 폐지된 때에는 정리계획에 정하여진 변제기와 폐지결정시 중 늦은 시점부터 보증인에 대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본의 회생갱생법이 임의적 파산선고를 규정한 것과 달리 구법 제23조는 계획인가 후 정리절차가 폐지되는 경우에는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해야 하고 기한부채권이라도 파산선고시에 변제기에 이른 것으로 취급하기 때문에(구 파산법 제16조) 주채무와 보증채무 모두 정리계획에서 정하여진 변제기가 아니라 파산 선고시부터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 대상판결의 논리는 민법 제440조와 구법 제240조 제2항의 입법취지를 오해한 것이다. 앞으로 대상판결과 선례들이 폐기되기를 바란다.
2009-04-06
‘키코(KIKO)’ 가처분결정의 문제점
I. 문제의 제기 서울 중앙지법이 최근 키코계약에 대하여 내린 가처분 결정이 사회·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기업들은 본안소송과 결부하여 키코계약의 효력을 정지하여 달라는 보전소송을 봇물처럼 제기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 현재 키코관련 가처분 신청이 약 100여건이 접수, 진행 중이라 한다. 그 중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08년 12월30일에 내린 가처분 결정(2008카합3816)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즉, 서울중앙지법은 (주)모나미 등의 2개 기업이 (주)SC제일은행을 상대로 하여 제기한 ‘키코(KIKO)’계약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한 반면(같은 취지 서울중앙지법 2008. 2.12, 2009카합57, 2009카합77 등), 이와는 달리 2009. 1.8. 진양해운(주)이 (주)신한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키코(KIKO) 계약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은 키코(KIKO) 계약의 잔여기간이 3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고 진양해운(주)의 당기순이익에 비하여 키코(KIKO) 계약으로 인한 거래손실이 현저히 적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는 결정을 하였다(2008카합4262). 법원은 위 사건에서 비록 상반되는 결론을 내리기는 하였으나 결정이유에서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당사자 공통의 근본적인 관념이 사후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경우에도 사정변경의 원칙이 인정된다고 판시하면서 특히 원/달러 환율의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을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당사자 공통의 근본적인 관념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으로써, 계약의 기초에 대한 정의에서 주관적 사정도 고려하는 독일의 ‘행위기초론’과 유사하게 판단하고 있다. 하급심의 가처분결정이고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하는 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번 가처분 결정이 몰고 오는 경제적 파장을 고려하여 그 결정이유가 비교적 상세한 서울 중앙지법 2008카합3816 가처분 결정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II. ‘키코’ 가처분 결정의 문제점 1. ‘키코’ 가처분 결정의 요지(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 2008. 12.30, 2008카합3816 옵션계약효력정지가처분결정). 이 사건 계약은 1년 내지 3년의 계약기간 동안 1개월 단위로 만기가 도래하는 각 구간마다 해당 만기시점의 시장환율을 기준으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으므로 계속적 계약에 해당한다.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원/달러 환율의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은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객관적 사정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또한 신청인들과 피신청인 은행은 모두 환율이 계약기간 동안 일정한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변동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는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당사자 공통의 근본적인 관념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사건 계약 체결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여, 원/달러 환율의 내재변동성 또한 급격하게 커졌는 바, 이러한 현저한 사정의 변경은 신청인들이나 피신청인 은행이 이를 예견할 수 없었다고 볼 것이다. 위와 같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신청인들은 피신청인 은행과의 관계에서 엄청난 거래 손실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지 않는 한 남은 계약기간 동안 상당한 거래손실이 예상되어 신청인들과 피신청인 은행의 거래손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이에따라 계약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하여 신청인들로 하여금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의무를 계속해서 이행하게 하는 것은 신의칙에 현저히 반한다고 할 것이므로 적법하게 해지되었다. 2. 평석 (1) 쟁점의 소재 이 사건에서 핵심쟁점은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이유로 사정변경의 원칙을 근거하여 키코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가이다. 그 밖에 법원은 계약이 불공정하여 무효라는 주장과 사기 또는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는 배척하였다. 키코상품을 판매하면서 적절한 설명의무 및 적합성 의무를 위반하였는가는 계약해지 법리와 직접 관련이 없으므로 여기서는 사정변경의 원칙을 근거한 한 계약의 해지의 타당성에 집중하여 검토하기로 한다. (2) ‘키코’계약의 구조 및 내용 이른바 키코 통화옵션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수출대금의 환율변동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기업의 은행에 대한 넉아웃(Knock-Out) 풋옵션(Put-Option)과 은행의 기업에 대한 넉인(Knock-In) 콜옵션(Call-Option)을 주로 1:2 비율로 결합한 통화옵션’을 의미한다(물론 변형 키코 옵션도 거래에서 많이 이용된다). 바꾸어 말하면, 기업이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풋옵션(장래의 일정시기에 계약금액을 행사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을 매입하되, 은행에 그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대신 콜옵션(장래의 일정시기에 주로 계약금액의 2배를 행사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하여, 결국 제로코스트(Zero-Cost)를 실현한 통화옵션이다. 다만, 기업의 풋옵션에는 넉아웃(Knock out) 조건(일종의 해제조건)이, 은행의 콜옵션에는 넉인(Knock In) 조건(정지조건)이 각각 붙어 있어 시장환율이 하단환율 이하로 떨어지면 해당 구간에 관한 계약은 실효되고(넉아웃, KO), 반대로 시장환율이 상당환율 이상으로 오르면 은행의 콜옵션이 실제로 발생하게 되는데(넉인, KI) 이와 같이 옵션에 넉아웃, 넉인 조건을 붙인 이유는 그러한 옵션이 그러한 조건이 붙지 않은 표준적인 옵션에 비해 프리미엄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는 경우에는 옵션에 위와 같은 조건을 붙임으로써 기업은 저렴한 비용으로 단순 선물환계약보다 유리한 환위험 회피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은행이 갖는 콜옵션의 계약금액은 기업이 갖는 풋옵션의 계약금액의 2배로 약정되어 있는데(이를 Leverage: 레버리지 조건이라 한다), 이는 레버리지를 높일수록 다른 계약조건, 즉 행사환율, 넉아웃 환율(하단환율), 넉인 환율(상단환율) 등을 기업에 유리하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기간은 1년 내지 3년의 기간으로서, 주로 1개월 단위로 만기가 도래하는 수 개의 옵션의 묶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결제는 각 구간(트렌치, tranche)마다 해당 만기시점의 시장환율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3) 사정변경원칙을 근거로 키코계약 해지가 가능한가 사정변경의 원칙은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이론으로 인정되며 최근에는 유럽계약법, 독일민법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명문으로 규정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 사정변경의 원칙에서 그 적용요건은 대체로 危險分配觀點과 期待不可能性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전자가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첫번째 척도라면 후자는 그 마지막 한계를 결정하는 작용을 할 것이다. 요컨대, 사정변경의 원칙은 계약에 나타난 당사자의 위험분배를 파괴하는 역할을 하여서는 아니될 뿐만 아니라, 또한 사정변경에도 불구하고 당초에 정하였던 계약내용을 그대로 유지·강제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도저히 기대할 수 없을 때에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계약목적에 비추어 어느 일방 당사자가 인수한 위험범주에 속하는 경우에는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투기성 또는 위험성이 있는 거래가 그 전형적인 예가 될 것이다. 따라서 누가 계약에서 특정한 위험을 인수하여 이를 부담하는가를 판단하는 계약의 해석작업은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하기에 앞서 당연히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이와 관련하여 당사자가 사정변경을 예견하였거나 또는 예견할 수 있었을 경우와 그 사정변경이 당사자의 귀책사유에 기인한 경우에는 사정변경의 원칙의 적용을 배제하는 중요한 危險限界標準으로 작용한다. 우리 법원도 원자재 매매에서 환율상승이나 원자재 가격급등이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할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판 2003. 8.22, 2003318; 서울지법 2009. 2.9, 2008카합4529 가처분결정). 한편 대법원은 일부 원심과는 달리 물가변동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사정변경의 원칙의 적용을 부정한다(大判 1956. 3.10. 1955민상234,235; 1963. 9.12, 63다452: 1991. 2.26, 90다19664 등 참조). 그러나 계속적 보증과 같은 계속적 채권관계에 있어서 채무자의 자산상태가 현저히 악화되거나 채무자의 지위 또는 신분에 현저한 변화가 생긴 경우에는 보증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정변경을 이유로 보증인에게 해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점에 비추어 보면 우선 키코계약이 계약기간 중 월단위로 반복적으로 결제된다고 하여 이를 계속적 계약으로 봐야할 것인지도 의문일 뿐 아니라 이 상품에서 구간 이상의 환율 등귀의 위험은 가입자 즉, 기업체가 부담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KIKO 계약도 일종의 선물환 계약으로서 본질적으로 선물환 거래를 바탕으로 계약당사자들 사이에서 위험을 분배하는 방식의 계약형태이다. 그 계약효력이 사라지는(Knock out) 구간에서의 환위험을 기업이 감수하는 대신, 콜(call)과 풋(put)옵션과의 조합과 행사가격의 조정을 통하여 기업이 비용을 따로 지불하지 않고 환위험 헤지효과와 이익을 일정부분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선물환 매도와 비교하였을 경우 한쪽 계약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상품이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는 환율변동에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한부분의 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다른 구간에서 이익을 보상받는 형태로 만들어진 계약인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키코(KIKO) 계약은 원래 환율의 급격한 변동도 예정하고 있으므로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들어 계약의 기초 사정이 변경된 경우라고는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파생상품은 그 자체가 시장에서의 예상할 수 없는 가격변동 등의 사정변경 내지 위험을 전제로 만들어진 상품이기 때문이다. 동 가처분 결정에서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당사자 공통의 근본적인 관념이 사후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경우에도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동 결정에서 설시하는 원/달러 환율의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은 계약의 기초가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다만 환율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변동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당사자가 계약을 체결하였을 뿐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현재의 환율변동 이상의 급격한 환율변동 내지 금리변경이 있었음에도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를 인정한 판례가 없었다는 점(대판 2004. 8.20, 2004다11193; 2006.7.28, 2006다5505 등 참조)에 주목하였어야 할 것이다. III. 결론 결론적으로 이 가처분 결정에서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하여 해지를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다만 은행이 상품을 권유함에 있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상품의 내용이나 위험에 대하여 명확하고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면 이는 신의칙에 기한 해지 사유가 아니라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사유가 될 뿐이다. 이미 종래의 판례는 증권회사의 유가증권거래, 투자신탁 수익증권 판매시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대판 1996. 8.23, 94다38199 등).
2009-03-16
상업(商業)어음할인(割引)의 법률관계
1. 서언 상업어음은 상거래가 원인이 되어 거래상 대금결제를 위하여 발행 또는 교부된 어음을 말한다. 그래서 상업어음을 상거래에 수반하여 발행된 어음이라는 의미에서 진정어음 또는 진성어음이라고 한다. 반면에 실제 상거래 없이 오직 자금융통의 목적을 위하여 발행된 어음을 융통어음이라고 한다. 융통어음은 상거래 없이 발행된 어음이므로 남발되기 쉽고 따라서 부도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은행이 상업어음의 할인을 통하여 기업에게 단기금융을 제공하는 것은 은행의 중요한 업무이고, 또 은행은 한국은행에서 이 할인어음에 대하여 재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은행은 상업어음할인 과정에서 할인의뢰인 또는 어음발행인의 신용이 부족할 경우 물적 담보의 제공이나 연대보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대보증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공적 기관이 바로 신용보증기금이다. 다만 신용보증기금은 은행의 상업어음할인의 경우에 한하여 유효한 보증을 제공하고 융통어음의 경우에는 보증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할인은행과의 보증계약서에서 특약을 맺고 있다. 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특약과 관련한 할인은행의 주의의무에 대하여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2. 사실관계 가. 사실관계 (1) 피고 1 주식회사(어음할인 의뢰인겸 신용보증 의뢰인)는 2002년 5월15일 보증원금 1억 6,000만원, 보증기한 2003년 5월14일까지로 정하여 원고(신용보증기금)와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하고(이 사건 신용보증약정) 피고 2, 4는 위 신용보증약정에 기하여 피고 1이 원고에게 부담하는 구상금채무에 연대보증하였다. (2) 이 사건 신용보증약정의 내용은, 원고가 이 사건 신용보증약정에 따라 보증채무를 이행한 때에는 피고 1은 원고에게 그 대위변제 금액과 이에 대하여 원고가 정한 지연손해금, 위약금, 구상채권의 행사 또는 보전에 지출된 법적절차 비용을 지급하는 것 등이다. (3) 피고 1은 이 사건 신용보증약정에 의한 신용보증서를 보조참가인(할인은행)에게 제출하고 보조참가인과 2억원을 한도로 한 어음할인 대출약정을 체결한 후, 피고 5 주식회사가 발행한 액면금 9,850만원, 지급기일 2003년 3월5일로 된 약속어음(이 사건 약속어음)에 배서하여 이를 보조참가인에게 교부하고 대출금(어음할인금)을 지급받았다. (4) 보조참가인은 그 후 이 사건 약속어음의 지급기일에 그 지급을 위한 제시를 하였으나 어음금의 지급이 거절되자, 원고에게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하였고, 이에 원고는 2003년 10월23일 대출원금 78,800,000원과 이자 금 3,756,493원을 합한 금 82,556,493원을 보조참가인에게 대위변제하고 보조참가인으로부터 이 사건 약속어음을 교부받았다. (5) 원고가 이 사건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하고 보조참가인 앞으로 발행한 신용보증서에 특약 제2항으로 “본 보증서는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은 업체 간에 당해 업체의 사업목적에 부합되고 경상적 영업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재화 및 용역거래에 수반하여 발행된 상업어음(세금계산서가 첨부된) 할인에 대하여 보증책임을 부담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6) 피고 2는 2002년 12월5일 그 소유인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같은 일자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하여 피고 3 앞으로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해 주었다. 나.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피고 2, 4는 이 사건 신용보증약정의 연대보증인들로서, 원고가 보조참가인에게 대위변제한 금 82,556,493원과 위약금 260,570원, 법적절차비용 금 970,940원을 합한 금 83,788,003원 및 그 중 위 대위변제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연대하여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 2, 4는, 원고는 상업어음의 할인에 대하여서만 보조참가인에 대하여 보증책임을 부담하기로 하였는데, 이 사건 약속어음은 융통어음이므로 원고는 위 어음에 관한 어음할인 대출금에 대하여 보증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이고, 따라서 원고가 보조참가인에게 그 대출금을 임의로 대위변제하였더라도 피고 2, 4에 대하여 이 사건 신용보증약정에 따른 구상청구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3. 쟁점과 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경우 신용보증기금이 상업어음 할인대출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보증을 하였는데, 금융기관이 할인한 어음이 사후에 상업어음이 아니라 융통어음인 것으로 판명된 경우 그래도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 주된 쟁점이다. 가. 항소심의 판단 위 신용보증서 특약 제2항은 그 문언상 보증책임을 부담하는 주채무의 내용을 한정하는 취지로 되어 있고, 달리 대출 금융기관인 보조참가인이 보증채무의 성립 후에 취하여야 할 조치나 의무에 관한 것이 아니며, 보조참가인의 입장에서 이 사건 특약을 준수하기 위하여 상업어음인지를 확인할 필요성은 주채무인 대출채무의 성립 단계에서 요구되는 것일 뿐이지 그 성립 후에 어떠한 조치나 의무의 이행이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특약은 보조참가인이 이 사건 신용보증에 기하여 어음할인 대출을 한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니라면 그 대출채무는 이 사건 신용보증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그 대출채무에 관하여는 신용보증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어음할인 대출을 한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닌 이상 원고는 위 특약에 기하여 보증책임을 부담하지 않게 되는 것이고, 대출 금융기관인 보조참가인이 신용보증에 기하여 어음할인 대출을 할 당시 어음이 상업어음인지 여부에 관한 조사에 있어서 주의의무 위반이 없었다고 하여 원고가 보증책임을 부담하게 된다고 볼 수 없다. 나. 대법원의 판단 신용보증기금이 발급한 신용보증서에 신용보증 대상이 되는 ‘대출과목’이 ‘할인어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한편, “본 보증서는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은 업체 간에 당해 업체의 사업목적에 부합되고 경상적 영업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재화 및 용역거래에 수반하여 발행된 상업어음(세금계산서가 첨부된)의 할인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는 내용의 특약사항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 신용보증서에 기재된 대출과목과 특약사항의 내용, 신용보증기금의 설립 취지, 신용보증이 이루어지는 동기와 경위, 신용보증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신용보증에 의하여 인수되는 위험 및 상업어음 할인대출 절차의 엄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신용보증서의 상업어음할인 특약에 의해 신용보증을 한 당사자의 의사는 금융기관이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여 정상적인 업무처리절차에 의해 상업어음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상업어음할인의 방식으로 실시한 대출에 대하여 신용보증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합리적이고, 따라서 금융기관이 상업어음으로서 할인한 어음이 사후에 상업어음이 아님이 드러났다 하여도 그 할인에 의한 대출과정에서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그에 대하여는 신용보증기금이 신용보증책임을 부담한다. 금융기관이 이 사건과 같은 상업어음할인 특약이 있는 신용보증서에 기하여 할인을 한 어음이 사후에 상업어음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경우 그 어음할인 대출채무에 대하여는 신용보증관계가 성립되지 아니하고, 금융기관이 어음할인대출을 할 당시 할인 대상 어음이 상업어음인지 여부에 관하여 조사하는 과정에서 주의의무 위반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신용보증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2001년 11월9일 선고 2000다23952 판결, 대법원 2002년 1월22일 선고 2001다57983 판결, 대법원 2003년 2월11일 선고 2002다55953 판결, 대법원 2003년 10월10일 선고 2003다38108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4. 결어 기존 대법원 판례 위 2003다38108 판결 등은 “이 사건 신용보증조건에 관한 특약은 그 문언상 보증책임을 부담하는 주채무의 내용을 한정하는 취지로 되어 있고 달리 대출 금융기관이 보증채무의 성립 후에 취하여야 할 조치나 의무에 관한 것은 아니며, 대출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이 사건 특약을 준수하기 위하여 상업어음인지를 확인할 필요성은 주채무인 대출채무의 성립 단계에서 요구되는 것일 뿐이지 그 성립 후에 어떠한 조치나 의무의 이행이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특약은 대출 금융기관이 이 사건 신용보증에 기하여 어음할인대출을 한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니라면 그 대출채무는 이 사건 신용보증의 대상이 아니고, 따라서 그 대출채무에 관하여는 신용보증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 사실심 판결은 이러한 기존 판례의 취지에 맞춰 할인은행이 상업어음이 아닌 융통어음을 할인한 경우에는 그 은행이 할인해 준 어음이 상업어음인지 여부에 대하여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신용보증기금은 신용보증서 특약 제2항에 의하여 신용보증책임은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할인은행이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여 정상적인 업무처리절차에 의하여 상업어음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상업어음할인의 방식으로 실행한 대출에 대하여는 신용보증책임을 부담하여야 하고, 가령 할인은행이 상업어음으로 할인한 어음이 사후에 상업어음이 아니라 융통어음임이 드러났다고 해도 그 할인과정에서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였다면 그에 대하여 신용보증기금이 신용보증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위 특약은 할인은행에 대하여 사실상 무과실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채무자의 책임은 과실책임이 원칙이고, 이 사건의 경우 신용보증기금이 할인은행에 대하여 무과실책임을 부담시킬 하등의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다. 특히 신용보증기금이나 할인은행 모두 금융기관으로 신용보증기금 역시 신용보증기금법에 의하여 할인 의뢰인의 신용상태·경영상태·사업전망 등을 공정·성실하게 조사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모든 책임을 할인은행에 일방적으로 전가시키는 점에서 위 특약은 그 타당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것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일종의 공공기관으로서 우월적 지위에서 부당한 특약을 할인은행에 강요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소수의견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의 타당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2009-01-01
손익상계,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 인정여부
1. 사건의 개요 및 쟁점 가. 사건의 개요 (1) A증권회사는 B보증보험회사와 A증권회사의 직원인 甲을 피보증인으로, A증권회사를 피보험자로 하는 신원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甲이 고객 乙로부터 주식거래에 관한 포괄적 위임을 받아 계좌를 관리하던 중 과당매매행위를 하여 乙에게 과당매매수수료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 (2) 이에 乙이 A증권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요구함에 따라 A증권회사는 乙에게 합의로 그 손해를 배상하고 B보증보험회사에 그 합의금 전부를 보험금으로 청구하였으나, B보증보험회사가 수수료 수익 상당의 손익상계 및 신의칙에 의한 보험금감액을 주장하며 거절하자 이 건 소송을 제기했다. 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신원보증보험의 지급할 보험금을 산정함에 있어 손익상계나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한 보험금감액을 인정할 것인가에 관한 것으로서, 신원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손해가 손익상계나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해 책임이 제한되는 피용자의 사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 내지 구상채무인지(이하 변상책임이라 함) 아니면 사용자가 입은 손해 전부인지의 문제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신원보증보험의 성질을 파악함에 있어 신원보증보험의 ‘보증성’과 ‘보험성’ 중 어디에 중점을 두고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에 귀착된다. 2. 대상판결의 요지(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5다15949 판결) 가. 거래수수료의 손익상계 주장에 대하여, 신원보증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Ⅰ) 중 피보험자가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에 대하여 보험자가 보상하기로 약정한 부분은 피보험자의 피용인인 피보증인의 행위로 인하여 제3자가 손해를 입게 된 결과 피보험자가 그 제3자에 대하여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손해보험 중에서도 일종의 영업책임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영업책임보험은 영업주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각종의 위험에 대비하여 영업주의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으로 인한 위험을 보험자에게 전가함으로써 기업유지의 안전을 꾀하는 데 그 효용이 있으므로 직원의 과당매매행위로 인하여 증권회사가 예상치 않게 과당수수료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 경우에 그로 인하여 잃게 된 손해에 대하여 보험자로부터 보상받는 것은 영업책임보험의 본질과 보험의 공공성에 부합되고 한편 증권회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거래 수수료를 증권거래소에 대한 수수료, 직원에 대한 인건비 및 성과급, 증권회사의 물적 설비 유지·관리비용 등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를 증권회사의 이윤으로 취득함으로 과당매매로 인한 수수료 상당의 수익을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에서 공제할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나. 영업책임보험의 성격을 가지는 신원보증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인 회사에게 피보증인인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상의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보험자의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의 성격에 비추어 신원보증법 제6조 제3항 또는 신의칙에 따라 보험금을 감액할 수 없다. 3. 대상판결의 검토 가. 신원보증보험약관에는 피용자가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절도,강도,사기,횡령,배임행위를 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손해를 입힌 경우를 담보하는 보통약관과 피용자가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손해를 입힌 경우를 담보하는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Ⅰ)이 있는바, 대상판결은 피보증인인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과의 주식거래에 관한 포괄적 일임매매 약정에 따라 계좌를 관리하던 중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과당매매행위를 함으로써 고객에게 손해를 입혀 증권회사가 사용자로서 고객에게 손해배상을 한 경우이므로 이는 신원보증보험 약관 중 피보증인이 피보험자에게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상의 간접손해를 입힌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2다30206 판결 참조). 나. 손익상계 및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한 보험금감액 인정여부 (1) 영업책임보험성 여부 대법원 판결(대상판결 및 위 2002다30206판결 참조)은 신원보증보험의 간접손해를 담보하는 부분은 영업책임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영업책임보험은 보통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자가 되어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과 관련하여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담보하기 위하여 체결하는 ‘자기를 위한 보험’임에 반하여, 신원보증보험은 보통 피용자가 자신의 위법행위로 사용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손해를 입힌 경우에 사용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변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하여 피용자가 보험계약자가 되고 사용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하는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이어서 영업책임보험과는 그 목적 및 구조에 있어 상이하다 할 것이므로 영업책임보험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은 단체계약특별약관이 적용되어 사용자가 보험계약자가 된 경우이므로 자기를 위한 보험계약으로서 영업책임보험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이 경우 역시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은 신원보증보험의 ‘보증성’ 및 사용자가 신원보증보증보험을 체결하는 목적은 피용자의 행위로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자신이 입은 손해의 전보가 아니라 그 손해에 대한 피용자의 사용자에 대한 변상책임을 담보 받고자 체결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영업책임보험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2) 신원보증보험의 ‘보증성’ 보증보험은 ‘보험성’과 ‘보증성’을 겸유하고 있으므로 개별적 법률문제에 있어서 구체적 타당성과 합리성을 고려해서 보험의 법리로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보증의 법리로 해결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신원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손해부분은 보증의 법리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보증보험은 민법상의 보증처럼 ‘주채무를 전제’로 하여 ‘주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경제적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증보험은 주채무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 이를 전제로 하지 않는 통상의 손해보험이나 책임보험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라 할 것이다. 대법원도 ‘보증보험은 실질적으로는 보증의 성격을 가지고 보증계약과 같은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보증보험계약은 주계약 등의 법률관계를 전제로 하고 보험계약자가 주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게 되는 손해를 보상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함으로써 보증보험은 주채무를 전제로 하여 주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고(대법원 99다53483판결 참조) 또한, 보증보험이 주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점의 당연한 귀결로 “보험자의 보상책임은 본질적으로 보증책임과 같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97다1013판결 참조). 신원보증보험도 ‘보증보험의 일종’으로서 다른 보증보험과 달리 보아야 할 이유는 없다 할 것이므로 담보하는 손해는 보증성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3) 변상책임의 범위와 구상권의 조화 대법원은 “민법 제441조 이하에서 정한 보증인의 구상권에 관한 규정이 보증보험계약에도 적용된다”고 판시하고 있고(대법원 95다46265판결 참조), 신원보증보험 보통약관 제13조에서 “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때에는 피보증인에 대하여 구상권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한 때에는 피용자에 대하여 구상권이 있다. 다만 보험자가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Ⅰ)에 의하여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대위권(구상권)제한특별약관이 당연적용되어 구상권이 없다. 따라서 보험자는 보통약관상의 손해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에 지급보험금 전부에 대하여 피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게 되는바, 보통약관상의 손해에 대하여 피용자는 사용자에 대하여 손익상계나 신의칙에 의하여 책임이 제한되는 손해에 대하여 변상책임을 부담하지만(대법원 95다52611판결,대법원 69다887판결 참조) 만약 대상판결처럼 신원보증보험의 보험성 또는 책임보험적 성격을 강조하여 보험자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에 대해서는 손익상계나 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피용자는 사용자에 대하여 본래 자신이 부담해야 할 변상책임을 넘어서서 변상책임을 이행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할 것이다. (4) 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29023 판결과의 통일적 해석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Ⅰ)에 의하면 보험자는 피보증인이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은 재산상의 직접손해 또는 피보험자가 위의 사유로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간접손해에 대하여, 법원의 판결·감사원의 판정·기관장의 변상명령에 의해 피보증인에게 변상책임이 있다고 확정된 경우에 보험금지급책임이 있는 바, 여기에서 ‘법원의 판결’의 의미에 대해 대법원 2005다29023판결은 “피보증인의 사용자에 대한 변상책임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판결로서 그 변상책임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는 것을 말하며, 피해자가 사용자에 대해 사용자책임을 주장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받은 확정판결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은 신원보증보험의 보증성에 입각한 것으로서 신원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손해가 피용자의 사용자에 대한 변상책임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해석되는바, 만약 대상판결처럼 신원보증보험의 보험성 또는 책임보험적 성격에서 담보하는 손해를 해석한다면 여기에서 ‘법원의 판결’은 피해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소의 확정판결로 보아야 할 것이다. (5) 결 론 신원보증보험은 보증보험으로서 주채무를 담보하는 것이고, 신원보증보험의 주채무는 피용자가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사용자에게 직·간접의 손해를 입힌 경우에 부담하는 변상책임이라 할 것이므로 주채무인 변상책임의 범위를 산정함에 있어서 인정되는 손익상계나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은 보증인의 지위에 있는 보험자의 보험금산정에 있어서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이 과당매매 수수료 상당의 이익에 대한 손익상계 주장을 배척하는 이유로 제시한 것 중, 신원보증보험을 영업책임보험적 성격으로 설시한 것은 부당하지만, 다른 한편 과당매매수수료는 직원의 과당매매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이득의 취득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설시한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수수료에 대한 손익상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타당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보통 증권회사의 직원이 과당매매행위를 한 경우에는 증권회사에게도 관리·감독상의 과실이 있다 할 것이므로 대상판결에서도 보험금을 산정함에 있어서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008-01-14
회사정리계획과 어음소지인의 사고신고담보금청구권
[판결요지] 사고신고담보금예치계약은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서 그 계약상 요약자와 낙약자 사이에서 원인관계가 변경되더라도 낙약자의 제3자에 대한 급부의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회사정리계획으로 어음채권의 내용이 변경되더라도 어음소지인의 지급은행에 대한 사고신고담보금청구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1. 사건의 개요 1) H회사(발행인, 이하 甲이라 칭함)가 발행한 어음을 P(소지인, 이하 乙이라 칭함)가 취득하여 지급은행(이하 은행이라 칭함)에 제시하였다. 그런데 그 제시에 앞서 甲이 은행에 사고신고를 하여, 은행이 사고신고 접수를 이유로 乙에게 지급을 거절하였다. 甲은 신고 당시 은행에 사고신고담보금(이하 담보금이라 칭함)을 예치하였다. 그 뒤 甲이 회사정리절차(이하 정리절차라 칭함)에 들어가 乙이 어음채권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하였고, 이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정리채권으로 확정되었다. 한편 정리계획으로 어음채권의 내용이 일부 변경되었다. 어음채권이 정리채권으로 확정된 것에 기하여 乙(원고)이 은행을 상대로 담보금 전액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자, 은행(피고)은 정리계획으로 어음채권의 내용이 일부 변경되어 담보금청구권도 변경된 내용에 따라 행사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항변하였다. 2) 원판결은 乙의 지위를 정리회사의 보증인과 유사하다고 보아 회사정리법(이하 정리법이라 칭함, 이 법은 2005.3.31. 채무자 회생 등에 관한 법률에 흡수됨) 제240조 제2항을 내세워 은행의 항변을 배척하고 乙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즉 담보금 전액을 은행은 乙에게 지급하라고 명하였다. 이에 은행이 불복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원판결이 내세운 이유는 적절하지 아니하지만 결론을 같이 한다면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위 판결요지가 대법원이 내세운 이유이다. 2. 사고신고의 성질 乙이 어음을 정당하게 취득할 경우도 있고(이하 正일 경우라 칭함), 부당하게 취득할 경우(이하 不일 경우라 칭함)도 있다. 사고신고제도는 乙이 不일 경우를 대비하여 은행들이 자치법규인 어음교환규약(이하 위 규약이라 칭함)을 통하여 마련하여 놓은 제도이다. 乙이 不일 경우 乙은 어음채권을 행사할 수 없다. 사고신고란 乙이 不일 경우 중 분실, 도난 등의 사유로 甲이 항변권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 甲이 은행에 항변권을 신고하는 것이다(졸고. ㉮ “어음항변과 어음교환규약상의 사고신고” 저스티스 통권 제86호 5면이하). 사고신고는 지급사무위탁의 철회나 지급권한수여의 철회가 아니라 항변권의 신고이다. 은행은 사고신고를 접수하면 甲을 대신하여 乙에게 항변권을 행사하여 乙에게 어음금의 지급을 거절한다. 이 제도는 乙이 不일 경우를 대비한 제도인데, 실제로는 乙이 正일 경우에도 甲이 은행에 사고신고를 하는 예가 적지 않다. 이런 허위신고는 무효화하여 乙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乙을 보호하여야 한다. 허위신고가 없었다면 乙이 당시 어음금을 지급받았을 것이므로 당시 지급받는 것과 같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乙을 보호하는 길이다. 3. 담보금예치계약의 성질 1) 담보금예치제도는 正인 乙을 보호하기 위하여 은행들이 역시 위 규약을 통하여 마련한 제도이다. 은행은 甲과 체결한 당좌계약상 어음과 상환으로 甲의 당좌예금 중에서 어음금을 지급하여 주기로 한 어음금의 지급사무담당자이다. 이 예치계약(이하 이 계약이라 칭함)은 위 지급사무의 일환으로 지급사무의 내용에 세 가지 사항을 추가한 것이다. 첫째는 어음과의 상환에 더하여 乙로부터 正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받는 것이고, 둘째는 위 예금 대신에 이 담보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며, 셋째는 은행에 대하여 乙이 직접 어음금청구권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였는데, 직접 담보금청구권을 가지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이 계약은 지급사무의 일환이지 별개의 사무를 위임하는 계약이 아니다. 이제까지 살핀대로 이 계약의 성질은 은행으로 하여금 乙에게 직접 담보금을 지급하여 줄 것을 갑이 은행에 의뢰하는 변제공탁계약이다(졸고 ㉮, ㉯ “사고신고담보금과 회사정리개시결정”, 서울변회 판례연구 18집 ⑴ 82면이하). 2) 대법원은 일찍부터 이 계약의 성질을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해석하여 왔고, 대상판결도 그 해석을 따르고 있다. 논자들도 필자 이외에는 이런 대법원의 해석에 동조하고 있다(임채웅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된 경우 어음소지인의 지위…” 상사판례연구 [Ⅵ] 203면이하, 최상열 “정리채권신고를 하지 아니하여 실권된 약속어음소지인…” 법원행정처 판례해설 2001년 하반기 538면이하). 그 해석은 잘못된 것이다. 이 계약에는 甲과 은행 사이에 보상관계가 따로 없다. 그리고 제3자의 수익의사표시(이하 수익표시라 칭함)도 필요없다. 乙은 바로 담보금청구권을 취득한다. 乙은 어음의 제시로서 이미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하였다. 거기에 더하여 따로 수익표시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위 규약상 乙에게 正임을 증명하는 소제기증명을 6개월 내에 은행에 제출할 것이 요구되고 있으나, 이는 수익표시가 아니라 은행업부상 담보금의 권리관계를 빨리 확정짓기 위한 조치로서 마련된 것일 뿐이다. 제3자를 위한 계약에 있어서는 수익표시 이전까지 요약자와 낙약자가 제3자의 권리를 변경 또는 소멸시킬 수 있으나(민법 제541조), 이 계약에 있어서는 乙의 위 증명 제출 이전에도 甲과 은행이 을의 권리를 변경 또는 소멸시킬 수 없다. 뿐만 아니라 乙에게 위 증명의 제출을 요구하는 것 자체도 부당한 일이다(졸고, ㉮). 이 계약의 성질을 필자와 같이 변제공탁계약으로 해석하면 정리절차에서 어음채권의 내용에 어떤 변경이 생겨도 乙의 담보금청구권에는 아무런 영향이 미치지 아니한다. 대법원이 이 계약의 성질을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잘못 해석하였으나, 乙의 담보금청구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4. 정당한 소지인의 담보금청구권 1) 담보금은 甲이 출재하여 은행에 예치하지만, 乙이 正일 경우 예치 즉시 확정적으로 乙에게 귀속된다. 乙의 담보금청구권은 조건부 권리가 아니라, 확정된 권리라는 말이다. 조건이란 어떤 법률관계의 발생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걸리게 하는 것인데, 乙이 正인 여부는 과거(乙이 어음을 취득할 때)의 확실한 사실이지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乙은 단지 그가 正이라는 증명(승소확정판결 또는 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것)을 갖추기만 하면 된다. 그 증명을 갖추는 일은 물론 조건이 아니다(졸고 ㉮, ㉯). 정리절차에서 乙의 어음채권이 정리채권으로 그대로 확정되거나(정리법 제145조), 정리채권확정의 소에서 판결로 확정된 것은 위의 증명에 해당된다. 乙이 正일 경우, 甲이 출재하였지만 담보금은 이미 甲의 재산이 아니라 을의 재산이다. 乙이 不일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甲은 그 증명을 갖추어 담보금을 은행으로부터 반환받을 수 있다. 그 경우에 한하여만 甲의 재산이다. 그런데 대법원(참고판결)과 위의 논자들은 乙이 正이면 乙이 지급청구권을 가지고, 乙이 不이면 甲이 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된다는 사정을 마치 조건의 성취 여부로 권리관계가 가려지는 것으로 착각하여 乙의 담보금청구권의 성질을 조건부 권리라고 오해하고 있다. 그런 오해는 乙이 正인 여부가 가려지기까지 甲에게도 절반의 권리가 남아있다는 오해로 이어졌다. 5. 어음채권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하지 아니한 어음所持人의 지위 1) 甲이 정리절차에 들어간 때에 乙이 어음채권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하는 것을 잊기 쉽다(참고판결의 사안). 그러면 乙의 담보권청구권에 어떤 영향이 미칠까? 법원이 정리절차개시결정(이하 개시결정이라 칭함)을 내리면 어음채권은 정리채권으로 된다(정리법 제102조). 乙은 어음채권으로 소구하거나 집행할 수 없고, 기간 내에 어음채권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그 변제를 받을 수 있다(동 125조). 신고를 안 하면 정리절차에서 변제받을 수 없고, 정리계획에서 제외된 권리에 대하여는 정리회사가 책임을 면하므로(동 제241조), 어음채권에 대하여 당연히 책임을 면한다. 乙이 정리절차에서 변제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정리회사를 상대로 어음채권으로 소구하거나 집행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2) 이를 두고 대법원은 참고판결에서 乙이 어음채권을 잃고(실권하고), 甲의 어음채무가 자연채무와 유사하게 변경되어 乙이 담보금청구권을 행사할 正인 지위도 잃는다고 판시하였다. 필자가 기왕에 이 판시에 반대하는 평석을 내놓은 바 있다(졸고 ㉯). 개시결정 이후에 신청인이 취하하거나 법원이 취소결정을 내릴 경우, 법원이 정리절차 폐지결정을 내릴 경우에 乙의 어음채권은 마치 동면에서 깨어나듯, 그동안 행사할 수 없던 상태에서 행사할 수 있는 상태로 되돌아온다. 그렇다면 실제로 乙이 권리를 잃지도 아니하고 甲의 채무가 자연채무로 변경되지도 아니한 것이다. 그리고 실권하고 변경되더라도 乙이 正인 지위마저 잃는다는 판시는 잘못된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대상판결의 판결요지와 대비하면서 뒤에 설명한다. 3) 실권하고 변경된다는 법원의 해석에 의문을 제기한 논자가 필자 이외에도 있다(임채웅 전게). 그러면서도 그 논자는 乙이 담보금청구권을 잃는다는 참고판결의 결론에는 찬성하고 있다. 그가 찬성하면서 내세운 두 가지 논거를 들어 살펴본다. 정리절차는 제정법에 의한 것이고 乙의 담보금청구권은 위 규약에 의한 것인데, 규약에 의하여 乙로 하여금 100% 변제받도록 하는 것은 규약을 제정법에 우선하게 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는 것이다. 규약은 자치법규이다. 사적자치의 영역에서는 자치법규가 최우선의 법원이다. 그리고 자치법규에 의한 것이라도 개시결정 이전에 확정된 권리를 뒤에 개시결정으로 변경되게 하는 것이 오히려 부당하다. 둘째로 담보금을 甲의 재산이라고 전제하면서 정리회사의 모든 채권자를 위한 재산으로 삼아야지 乙을 특별히 대우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 견해는 담보금에 관하여 甲에게도 절반의 권리가 남아있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위에서 필자가 이미 그 오해를 지적하였다. 6. 두 판결요지 사이의 충돌 대상판결의 판결요지(X)에 의하면 정리절차에서 乙의 어음채권이 그대로 확정되거나 정리채권확정의 소에서 판결로 확정된 이후에 정리계획으로 어음채권의 내용이 변경되더라도 乙의 담보금청구권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그리고 위 확정의 소 계속 중에 어음채권의 내용이 변경되더라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미치지 아니할 것이다. 그 까닭은 정리계획이 乙의 지위를 正에서 不로 변경하는 효력마저 지니고 있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참고판결의 판결요지(Y)에 의하면 乙이 신고를 안하면 乙의 지위가 正에서 不로 변경되어 담보금청구권도 잃는다. Y에 의하면 정리계획이 乙의 지위를 正에서 不로 변경하는 효력마저 지니고 있는 셈이 된다. X와 충돌된다. 乙이 설사 어음채권을 잃고 甲의 채무가 자연채무로 되더라도, 어떻게 그런 사정이 乙의 지위를 正에서 不로 변경되게 할 수 있는가? 과거의 확실한 사실인 乙이 正인 여부를 그런 사정이 변경되게 할 수 없다. Y는 논리의 비약이다. 그리고 乙이 어음채권 일부를 행사하지 못하게 된 것과 전부를 행사지 못하게 된 것과의 차이는 양적 차이에 그친다. 그런데 일부 행사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그에 불구하고 담보금을 전액 받는데, 전부 행사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담보금을 전액 못 받게 된다. 양적 차이가 질적 차이로 둔갑한 셈이다. 이 점에서도 X와 Y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대법원은 X를 내놓을 때에 Y는 잘못된 것이라고 밝히고 Y를 변경하였어야 옳았다.
2007-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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