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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부담금
법인의 재산 수증 시 주주에 대한 증여세 부과의 타당성
-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두13297 판결 - 1. 사실관계 원고의 조부는 원고가 주주로 있는 법인에게 부동산을 증여하였고, 법인은 부동산을 증여받은 데 대하여 자산수증이익을 익금에 산입하여 법인세를 납부하였다. 피고는 법인의 부동산 수증에 따른 원고의 주식가치 증가분에 대하여 원고가 이를 조부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원고에게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2. 판결요지 대법원은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07. 12. 31. 법률 제88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상증세법') 제41조(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제1항이 자산수증이익에 대하여 법인세를 부담하는 법인과의 거래로 인하여 주주가 얻은 이익을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자 하는 입법의도에 기한 것임이 분명하므로, 동 조항은 결손법인과의 거래로 인한 이익 중 결손금을 초과하는 부분이나 결손금이 없는 법인과의 거래로 인한 이익에 대해서는 주주에게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도록 하는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이와 같은 이익에 대하여는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주주에게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검토 대상 판결 사안에서 (i) 법인의 재산 수증 시 주주에 대한 증여세를 법인세와의 관계에서 이중과세라고 볼 수 있는지, (ii) 상증세법 제2조(증여세 과세대상) 제3항 및 제42조(그 밖의 이익의 증여 등) 제1항 제3호가 증여세 부과의 근거조문이 되는지가 소송의 주된 쟁점이 되었다. 가. 이중과세의 문제 법인의 수증 사안에서 법인세 과세대상이 되는 소득(자산수증이익)과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는 증여재산(주식가치 증가분)은 그 경제적 원천이 법인의 수증재산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동일하므로, 법인의 수증 시 주주에 대한 증여세는 법인세와의 관계에서 이중과세라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법인이라는 개념이 소득의 계산단위로서 주주의 집합을 의미한다는 점{이창희, 세법강의(2014년판), 495면}을 감안하면, 법인의 재산 수증 시 그 순자산 증가의 효과가 귀속되는 주체가 법인과 주주로 구별되기 때문에 증여세가 법인세와의 관계에서 이중과세가 아니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나아가 소득의 개념을 순자산증가설의 입장에서 파악하면 재산의 무상이전으로서의 증여도 그 본질을 소득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증여세는 소득세 및 법인세와 마찬가지로 소득에 대한 과세로서의 성격을 가지고(이동식, 소득세와 증여세의 이중과세조정 문제, 특별법연구 제8권, 529면), 따라서 증여세의 과세취지가 법인세의 그것과 구별된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양 조세의 과세취지가 다르기 때문에 증여세 부과가 허용된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상증세법 제41조는 동일한 과세물건에 대한 법인세와 증여세의 중복 부과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인식에 기초하여 법인이 수증재산에 대하여 법인세 부담을 지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주주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과세범위를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취지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도입으로 인하여 변경되었다고 보기 어려운바, 결손금이 없는 법인의 재산 수증 시 주주에 대한 증여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본 대상 판결의 태도는 정당하다고 생각된다. 나. 상증세법 제2조 제3항 상증세법상 개별예시규정에서 정한 개별과세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거래에 대해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을 적용하여 과세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선행연구들{박요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완전포괄증여규정과 개별예시규정을 중심으로 한 해석론, 조세법연구 [17-1], 415면; 임승순, 조세법(2013년도판), 847면}은 부정적인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은 개별 가액산정규정에서 규율하고 있는 거래 중 증여세 과세범위에서 제외된 거래가 상증세법상 증여의 개념에 들어맞더라도 그에 대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러한 판단은 선행연구들의 결론을 받아들인 결과로 이해된다. 한편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은 '기여에 의한 타인의 재산가치 증가'를 증여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위 증여의 개념에 따른 과세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된다. 상증세법상 재산가치 증가분에 대한 증여세 과세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인 제41조의3(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상장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 등을 살펴보면, 이들 조문에는 부의 무상이전이라는 실질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부분도 있고, 증여 이후의 가치증가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부분도 있다(이창희, 앞의 책, 1110면). 그런데 사후적 가치변동 부분은 수증자가 증여를 받은 시점 이후의 가치변동이므로 증여의 포괄적 개념으로 보더라도 이를 증여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실제로는 증여 당시의 가치가 불확실한 까닭에 부의 무상이전 부분과 사후적 가치변동 부분을 구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따라서 둘을 합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낫다는 정책적 판단 하에 사후적 가치변동 부분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이창희, 앞의 책, 1110면). 결국 상증세법의 일부 조항들이 증여 이후 재산가치 증가분에 대한 증여세 과세를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위 재산가치 증가분에 대한 과세는 사실상 소득세의 성질을 가진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는 당초 증여로 과세되어야 할 부분을 법원이 조세법률주의에 근거한 엄격해석의 원칙에 입각하여 그에 대한 과세를 인정하지 않았던 까닭에 이에 대한 반성으로 도입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도입을 통하여 증여세 과세범위를 넓힐 경우 이는 마땅히 증여로 취급되어야 했으나 조세법률주의에 기하여 증여세 과세가 허용되지 않던 부분을 그 대상으로 하여야 할 것이지 애당초 소득세로서의 성질을 가지나 정책적인 판단 하에 증여세를 부과하였던 부분까지 그 대상에 포함시켜 과세범위를 확장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도입 취지가 소득세로서의 실질을 가지는 부분에 대한 과세대상의 확대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상증세법 중 소득세로서의 실질을 지니는 증여세 과세조항에 대해서는 완전포괄주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법 문언에 충실하게 과세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다.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 제3호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 제3호는 자본거래로 인한 주주의 이익에 대해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봄이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동 조항의 개정 전 조문인 2000. 12. 29. 개정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은 자본거래를 이용한 신종 변칙증여에 대비하기 위하여 마련되었다. 이후 2004년 법 개정 시 기존 거래유형인 합병, 분할 등에 "사업양수도ㆍ사업교환 및 법인의 조직변경"이 더해졌는데, 현행 상증세법 시행령은 조직변경을 법인이 그 인격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다른 종류의 법인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하는 협의의 조직변경이 아닌, 광의의 조직변경 즉 합병ㆍ분할 등을 포함하는 일반적인 조직재편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현행 상증세법 시행령 제15조 제6항 제3호 가.목). 조직재편, 즉 기업구조개편은 크게 기업결합과 기업분할로 나눠지는데, 기업결합은 합병뿐만 아니라 자산의 포괄적 양도 및 주식의 포괄적 교환ㆍ이전 등을 통해, 기업분할은 인적ㆍ물적 분할뿐만 아니라 영업양도에 의한 현물출자를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즉 조직재편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바, 상증세법이 제42조 제1항 제3호에 '합병', '분할'만을 규정할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 행해지는 조직재편 및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의 무상이전에 대처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입법자는 합병, 분할을 포함하여 일반적인 조직재편의 의미를 가지는 '조직변경' 및 그 하위유형으로서 자산의 포괄적 양도 내지 영업양도에 의한 현물출자를 포섭할 수 있는 '사업양수도'를 규정함으로써 기업구조개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변칙증여에 대처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고, 이를 위해 동 호 후단에 '사업양수도' 및 '법인의 조직변경'을 추가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만약 이와 달리 동 호의 '사업양수도'를 손익거래로서의 상법상 영업양수도로 이해하는 경우, 법인이 영업양수도 거래를 통해 얻은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납부하였음에도 주주는 동 호에 따라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현행 상증세법 하에서 제45조의3(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 등 증여의제 규정에서 예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법인의 손익거래가 있을 때 주주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 실제 수많은 손익거래 중 유독 사업양수도만 다른 손익거래와 구분하여 법인세 납부의무에도 불구하고 주주에게 증여세를 부과할 이유가 없는바, 동 호의 '사업양수도'를 상법상 영업양수도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결국 법인의 재산 수증은 자본거래가 아니므로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 제3호 후단의 '사업양수도 등'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동 호는 주주에 대한 증여세 부과의 근거조문이 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법인
수증
법인세
증여세
2016-05-23
흑자법인에 재산 증여한 경우 그 주주에 대한 증여세 과세의 적법 여부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두14283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들의 조부인 A가 2007. 10. 흑자법인인 주식회사 甲에게 자신이 보유하던 주식회사 乙 발행주식 488만5110주(이하 '이 사건 주식')를 증여하였다(이하 '이 사건 증여'). 증여 당시 원고 B는 甲 발행주식 1만250주, 원고 C는 甲 발행주식 1만500주를 각 보유하고 있었다. 甲은 이 사건 주식을 증여받은 데 대하여 자산수증이익을 익금에 산입하여 2007 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A의 甲에 대한 이 사건 증여로 원고들이 그 소유 주식 가치증가분 상당의 이익을 증여받은 것이어서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07. 12. 31. 법률 제88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 제42조 제1항 제3호의'사업양수도 등에 의하여 가액이 변동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들에게 증여세를 각 부과하였다. 2. 판결 요지 원칙적으로 어떤 거래가 법 제2조 제3항에서 규정한 증여의 개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의하여 증여세의 과세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일정한 거래만을 과세대상으로 한정하여 규정함으로써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 거래가 법 제2조 제3항의 증여의 개념에 들어맞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는 없다. 법 제41조 제1항이 결손법인의 경우 결손금을 한도로 증여이익을 산정하도록 한 것은 흑자법인과의 거래로 인한 이익에 대해서는 과세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흑자법인과의 거래로 주주가 얻는 이익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는 이상, 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주주에게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고, 이 사건 주식의 증여는 단순한 주식의 증여에 해당할 뿐 법 제42조 제1항 제3호 후단의 사업양수도 등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3. 평석 가. 과세의 배경 2003. 12. 30. 법을 개정하면서 제2조 제3항에서'재산의 직접·간접적인 무상이전'과 '타인의 기여에 의한 재산가치의 증가'를 포함하는 포괄적 증여 개념을 규정하고 증여의제규정을 가액산정규정으로 전환하게 되자, 과세관청은 개별 가액산정규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흑자법인의 주주 등에 대해서도 법 제2조 제3항이 독립적 과세요건규정이 된다는 이유로 과세하기 시작함으로써 법 제2조 제3항의 법적 성격과 법 제41조 등과의 상호 관계가 문제되었다. 나. 법 제41조의 요건을 흠결한 증여를 법 제2조 제3항에 의하여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법 제41조의 거래 유형에는 해당하지만 그 요건을 흠결한 거래에 대해서는 법 제2조 제3항에 의하여 과세가 가능하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⑴ 종전의 증여의제규정을 증여재산가액의 계산 규정으로 바꾸기는 하였지만 개별 가액산정규정에서 일정한 유형의 거래를 대상으로 하여 거래 당사자 간에 특수관계를 요구하기도 하고, 또한 과세대상 등에 관한 사항이 개정되기도 하였는바, 이는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도모하고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과세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자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고,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두11559 판결도 법 제41조의3 제1항의 '최대주주 등'을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개별 가액산정규정을 단순한 예시적 규정으로는 보지 않았다. ⑵ 법 제4조 제4항 단서는 증여자의 증여세 연대납부의무 면제 대상으로 법 제41조와 달리 법 제2조 제3항은 열거하지 않고 있는바, 만약 법 제41조의 요건을 일부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도 법 제2조 제3항에 의하여 과세 가능하다면 법 제41조보다 법 제2조 제3항에 의한 과세의 경우 증여자의 연대납부의무 면제 필요성이 더 클 것임에도 그와 달리 규정하고 있다. ⑶ 2014. 1. 1.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가 개정되면서 흑자법인에 증여하는 경우도 과세대상으로 추가되었지만 그 부칙 제2조에 의하여 위 법 시행 후 증여받는 분부터 적용하게 되는데, 법 제2조 제3항에 의하여 흑자법인의 주주에 대해서도 과세가 가능하다고 본다면 2014. 1. 1. 개정된 규정이 소급 적용되는 결과에 이르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개별 가액산정규정에서 증여세 과세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 거래는 법 제2조 제3항의 증여의 개념에 들어맞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본 것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다. 법 제33조 내지 법 제42조가 규정하지 않은 변칙적 증여에 대해 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원칙적으로 어떤 거래가 법 제2조 제3항에서 규정한 증여의 개념에 해당하는 경우 제1항에 의하여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는바, 이 판시에 근거하여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하지 않은 변칙적 증여에 대해서도 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다고 볼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하지 않은 변칙적 증여에 대해서는 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과세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⑴ 법 제2조 제3항의 입법 취지는 세법 고유의 증여 개념을 마련하는 데 있었고, 조문 또한 제1장 총칙 편에 위치하고 있으며, 규정 형식 역시 "이 법에서 '증여'란 -말한다"고 증여 개념을 정의하는 식으로 되어 있을 뿐이다. ⑵ 증여의제규정을 가액산정규정으로 전환하면서도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과세대상 등의 제한내용을 그대로 남겨둔 것인데,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하지 않은 변칙적 증여를 법 제2조 제3항으로 과세하게 되면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침해하게 되고,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한 유형이라도 요건을 흠결하면 과세를 못하게 되는데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하지도 않은 변칙적 증여에 대해서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은 모순이다. ⑶ 법 제33조 이하의 증여재산가액 계산에 관한 규정은 각각의 규정이 정한 증여 그 자체에 대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 제2조 제3항의 증여에 대하여 법 제33조 이하의 규정을 준용하여 계산하기는 어렵다. ⑷ 2013. 1. 1.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개정 법') 제32조 제3호는 증여재산가액 계산방법으로 나목에서 '타인의 기여에 의하여 재산가치가 증가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 법 제32조 제3호 나목과 법 제42조 제1항 제3호 후단에 대한 증여가액 계산방법이 동일하여 법 제42조가 예정하지 않은 변칙적 증여에도 법 제2조 제3항에 의한 과세가 가능함을 전제로 개정 법 제32조 제3호 나목에 따라 증여재산가액을 계산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법 제42조의 요건을 흠결한 증여에도 과세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라. 법 제41조가 규정한 유형에 속하는 거래를 법 제42조 제1항 제3호의 '사업 양수도 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대상판결이 이 사건 주식의 증여는 단순한 주식의 증여에 불과하여 법 제42조 제1항 제3호의 '사업 양수도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지극히 타당하다고 보인다. ⑴ 법 제43조는 법 제41조와 법 제42조가 동시에 적용되는 것을 예정하고 않지 않고, 법 제42조 제1항은'제41조에 따른 증여 외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 제42조보다 먼저 법 제41조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⑵ 주식 증여의 경우 발행주식 총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사업주체가 변경되는 등의 사정도 없으므로, '사업 양수도 등'이 있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⑶ 법 제41조가 규정한 거래 유형에는 해당하지만 과세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어서 과세대상이 아닌 것을 함부로 법 제42조의 유형에 해당한다고 보아 과세하는 것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심히 침해하게 된다. 4. 결론 대상판결은 법 제41조가 정한 과세대상과 한계를 벗어난 증여에 대해서 법 제2조 제3항 또는 법 제42조 제1항 제3호를 적용하여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최초의 판결 중의 하나로서 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 할 것이나, 대상판결에 근거하여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변칙적 증여에 대해서도 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다고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리라 본다.
2015-11-19
지방세법상 부동산 재산세 과세표준에 대한 비판적 검토
Ⅰ. 대상 사건 1. 사실관계 청구인은 2010년 7월 15일 고양시 ○○구청장으로부터, 청구인이 소유하고 있는 고양시 소재 상가 건물의 시가표준액 2억676만1086원에 공정시장가액 비율 70%를 적용하여 산출한 과세표준액을 기준으로 하여, 일반건축물분 재산세 36만1830원, 도시계획세20만2620원 등 합계 80만2560원의 부과처분을 받았다. 또한 위 건축물 부속토지 469.89㎡의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 시가표준액 12억9219만7500원에 공정시장가액비율 70%를 적용하여 산출한 과세표준액을 기준으로, 토지분 재산세 251만3610원 등 합계 428만2680원의 부과처분을 받았다. 청구인은 위 각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12년 4월 17일 기각되었다(의정부지방법원 2011구합3420). 이에 청구인은 항소심 계속 중(서울고등법원 2012누13179) 구 지방세법 제187조, 제111조, 구 지방세법 시행령 제80조, 제138조 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2012년 11월 15일 그 신청이 기각되자, 2012년 12월 13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감정평가, 인근 유사 부동산의 평가선례, 거래사례 등을 통하여 과세대상의 시가표준액이 현 시가를 현저히 초과한다고 객관적으로 검증된 경우에는 그 보다 낮은 시가를 기준으로 과세표준을 산정하여 현실적인 재산가액을 계측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장치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획일적으로 시가표준액을 기준으로 재산세의 과세표준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청구인의 재산권은 물론 국세와 비교할 때 평등권을 침해한다. 3. 헌법재판소 결정요지 재산세는 매년 일정한 과세기준일이 되면 전국의 모든 부동산에 대하여 일제히 과세해야 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개별 부동산의 실제 가액을 일일이 조사하기보다 획일적인 시가표준액에 의해서 과세표준을 산정함으로써 안정된 세수를 확보하며 실질적인 조세부담의 공평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관련 법률에서는 객관적인 평가가치인 시가표준액이 시가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며, 납세의무자는 개별공시지가결정 자체를 다투거나 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개별공시지가결정의 위법을 독립된 위법사유로 다툴 수 있는 등 시가표준액을 다툴 수 있는 방법이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불이익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크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Ⅱ. 평석 1. 문제의 제기 일반적으로 개별공시지가는 실거래가(시가)보다는 낮게 형성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 과세처분에 대하여 대다수 국민들은 큰 불만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본 사안과 같이 거꾸로 개별공시지가가 실거래가 보다 높게 측정된 경우는 문제가 달라진다. 실제 시가보다 훨씬 높게 책정된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조세를 부담해야 하는 국민입장에서는 무척 억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이웃 일본의 경우 일본 상속세법의 경우 재산의 가액은 그 '취득시의 시가'라고 규정하여, 시가주의를 취하고 있다. 취득당시라는 것은 상속세의 경우는 피상속인 또는 유증자의 사망 시, 증여세의 경우는 증여에 의해 재산권을 취득한 날로 본다. 또한 시가라는 것은 객관적인 교환가치로, 불특정 다수 당사사자 간의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통상적으로 성립되는 가액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별공시지가를 토지의 시가로 간주하는 것은 개별공시지가에 토지의 실거래 시가를 국민이 용인 가능한 범위에서 충분히 반영하고 있거나 시가를 파악할 방법이 따로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개별공시지가 외에는 달리 방안이 없는 경우 정당화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연유로 대상 사건처럼 시가를 파악할 수 있는 다른 방법과 수단이 존재한다면 그 시가에 따라야 할 것이지 과세당국의 편의를 위해 개별공시지가를 무조건 적용하는 것은 일본에서 용납되기 어렵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3. 비판적 검토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개별 부동산의 실제 거래가액을 일일이 매년 조사한다는 것은 조세행정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한계 때문에, 재산세 과세의 경우 시가표준액을 원칙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나아가 헌재는 대상판결에서 시가표준액이 시가를 현저히 초과하는 경우 납세의무자는 개별공시지가 결정 자체를 따로 다툴 수 있기 때문에 위헌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일본 판례가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방세법의 하나인 고정자산세의 시가가 문제된 사건 (最判平成15年6月26日民集57卷6723頁)에서 "토지에 대한 고정자산세는 토지의 자산가격에 주목하여, 그 소유라는 사실에 담세력을 인정하여 부과하는 일종의 재산세이며, 개개의 토지의 수익성의 유무에 관계없이 그 소유자에 대해 부과하는 것이므로, 상기의 적정한 시가라는 것은 정상적인 조건 하에 성립하는 당해 토지의 거래가격, 즉,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말한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토지과세대장 등에 등록된 가격이 부과기일에 있어 당해 토지의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상회하면, 당해 가격의 결정은 위법하게 된다"라고 판시하였다. 결국, 일본도 우리나라와 같이 모든 과세대상에 대해 개별적인 조사를 하여 부과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정 기준일에 조사한 가격을 부과기일의 산정자료로 사용하는 것 자체는 금지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보면서도, 시가를 산정한 결과 개별공시지가가 그 시가를 초과하는 한도 내에서는 위법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는 법인세와 상증세법과 같은 국세의 경우 과세표준으로 시가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바, 국세와 별개로 지방세의 경우 시가표준액을 과세표준의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명확한 논거도 찾아보기 어렵다. 시가표준액을 기준으로 하는 취지가 시가의 파악이 힘들다는 측면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가표준액이 실제 시가보다 낮은 금액이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과세함으로써 국민경제에 조금이나마 안정을 줄려는 의도가 당초 입법자에게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는 경우에 국민의 재산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대상판결과 같은 경우가 많아진다면, 국민들의 조세저항은 불가피한 것이다. 4. 결론 지방세 과세기준으로서 표준지공시지가 제도가 일응 운영상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사안과 같은 경우 실거래 시가에 따라 과세를 부과할 수 있는 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헌법상 조세평등주의 내지 실질과세 원칙에 보다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단지 높은 공시지가를 개별적으로 다툴 수 있고, 현재의 시가표준액이 불합리한 정도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과잉금지 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한 대상 결정은 합리적 이유 없이 과세 당국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결국 조세행정의 한계문제로 보충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시가표준제도가 원칙적으로 적용되고 그 부작용을 해결할 보완제도가 없는 현행 지방세법으로 인해 본 사안과 같은 피해를 보는 국민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이상 하루 속히 이웃 일본의 예를 참고하여 법제를 수정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하겠다.
2014-11-13
자본거래에 대한 과세방식
1. 사실관계와 과세처분 甲법인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여 어떤 보험회사에 전액인수시켰다. 甲법인의 주주 중 한 사람인 A는 원고인 乙법인의 일인주주이다. 甲법인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한 보험회사는 신주인수권을 분리하여 乙법인에게 양도하였다. 乙법인은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행사가격을 납입하고 甲법인의 주식을 취득하였다. 즉 A는 甲법인에 대한 자신의 실질적 지분비율을 높이기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와 乙법인을 이용한 것이다. A 외 甲법인의 다른 주주들과 乙법인 사이에 법인세법상 특수관계는 없다. 처분청은 乙법인이 보험회사에 신주인수권 대가로 지급한 금액은 중개수수료에 불과하므로 甲법인 보험회사 乙법인으로 이어지는 거래의 실질은 甲법인이 乙법인에게 무상으로 신주인수권을 부여한 것이며, 신주인수권 가액은 신주인수권 취득당시 甲법인 주식의 객관적 교환가격에서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을 차감한 것이라고 하여 이렇게 계산된 신주인수권 가액을 乙법인이 甲법인으로부터 무상으로 증여받았다고 보아 乙법인에게 법인세를 과세하였다. 2. 법원의 원고패소 판결 요지 1) 제1심과 제2심 (서울행정법원 2004. 1. 30. 선고 2003구합11643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5. 10. 12. 선고 2004누4583 판결) 신주인수권을 양수한 자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고,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주주에게만 발행하여야 하거나 그 신주인수권을 주주에게만 양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주주의 신주인수권은 문제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타인에게서 신주인수권을 양수하는 것은 자본의 납입이 아니라 유가증권의 취득에 해당하므로 수익금이 발생할 수 있다. 2) 대법원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두14257 판결) 甲법인이 이 사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목적과 경위, 보험회사가 甲법인 사이의 사전약정에 따라 그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였다가 곧바로 신주인수권만 분리하여 원고에게 양도한 경위, 원고가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사용한 자금의 조달방법, 사채인수에 관한 거래관행과 이 사건 신주인수권의 평가액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甲법인은 보험회사를 통해 원고에게 이 사건 신주인수권의 가액 중 원고가 보험회사에 지급한 금액을 뺀 나머지 가액부분을 무상으로 증여한 것이고 이 수증익은 세법상 과세대상이다. 3. 처분청과 법원의 오류 법원과 처분청은 甲법인, 보험회사, 원고로 이어지는 거래의 형식과 무관하게 신주인수권의 발행회사인 甲법인이 원고에게 신주인수권을 무상으로 주었으며, 타인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양수하는 것은 자본의 납입이 아니라 유가증권의 취득이고 신주인수권 가액도 주식의 객관적 교환가격에서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을 차감하여 계산될 수 있으므로 원고에게 법인세법시행령(1998.5.16. 대통령령 제157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1항 제6호 '무상으로 받은 자산의 가액'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자본거래에 대한 심각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혀 타당성이 없다. 1) 신주인수권의 이전은 자본거래이다. 처분청과 법원은 신주인수권이 이전된 것을 자본거래가 아니라 주장하나, 가법인과 원고의 신주인수권 거래는 자본거래이다. 신주인수권 관련 회계처리를 보면 이는 분명해진다. 먼저 신주인수권을 발행한 가법인에 대해서 살펴보자. 신주인수권은 행사가격에 발행회사의 신주를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 즉 출자할 수 있는 권리이다. 신주인수권을 무상으로 부여하는 경우 발행자는 신주인수권 발행시점에서는 회계처리를 할 필요가 없고 신주인수권 행사시 신주발행과 동일하게 회계처리하면 된다. 신주인수권이 유상인 경우에 발행자는 신주인수권대가를 기타자본잉여금으로 구분한 후 신주인수권이 행사되어 주식을 발행할 때 행사된 부분만큼 주식발행초과금으로 대체한다. 신주인수권 관련 모든 거래는 자본거래의 계정과목만으로 기술된다. 다음으로 신수인수권을 취득한 乙법인에 대해서 살펴보자. 취득자가 신주를 인수할 목적인 경우 신주인수권을 무상으로 취득하였다면 신주인수권 취득시에는 회계처리가 없고 신주인수권 행사로 신주가 발행되는 날에 신주취득으로 회계처리한다. 취득자가 신주를 인수할 목적인데 신주인수권을 유상취득한 경우엔 신주인수권에 대한 대가는 주식취득의 부대비용으로서 신주의 취득가액에 합산된다. 사안에서 乙법인은 신주를 인수하였으므로 신주를 인수할 목적으로 신주인수권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乙법인에 대해서도 신주인수권의 취득을 자본거래가 아니라 볼 어떤 근거도 없다. 신주인수권이라는 유가증권이 만들어졌다고 하여 신주인수권 거래의 실질이 변화하는 것은 아닌데 처분청과 법원은 유가증권이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관련 거래를 자본거래가 아니라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2) 신주인수권을 주는 것이 어떤 자산의 이전을 수반하는가? 법원과 처분청은 유가증권인 신주인수권이 무상으로 이전되었으므로 피출자자인 발행법인으로부터 (잠재적) 출자자인 신수인수권의 취득자에게 어떤 자산이 이전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원과 처분청의 주장이 타당하다면, 신주인수권이라는 유가증권이 발행되지 않는 경우에도 신주인수권이라는 권리에 근거하여 출자자가 출자를 하는데 그 경우에도 어떤 자산이 피출자법인으로부터 출자자에게 이전된다고 해야 한다. 더 나아가 모든 출자 즉 모든 자본거래에서 피출자법인으로부터 출자자에게 이전되는 자산이 있는지를 국세청은 검토해야 하게 된다. 그러나 자본의 납입과 관련하여 피출자법인이 출자자에게 자산을 이전하여 줄 수는 없다. 출자는 말 그대로 출자자가 피출자법인에게 어떤 자산을 이전하여 주는 것이다. 도대체 출자라는 개념 자체로부터 피출자법인이 출자자에게 어떤 자산을 이전하여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피출자법인이 출자자에게 자산을 이전한다면 그것은 배당일 것이다. 문제된 사건은 배당과는 전혀 무관하다. 배당과 출자가 결합된 주식배당의 경우도 배당 측면에서는 피출자법인으로부터 출자자에게 자산이 관념적으로 이전하나, 출자 측면에서는 관념적으로 배당된 자산이 출자자로부터 피출자법인에게 이전된다. 신주인수권이라는 유가증권의 발행 여부와 무관하게 신주발행을 통해서는 피출자법인으로부터 출자자에게 자산이 이전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피출자법인은 신주인수권이라는 권리를 부여하여 자본이라는 실질적 자산을 출자자로부터 받게 될 뿐이다. 4. 처분청과 법원의 의문에 대한 답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처분청과 법원의 과세근거는 전혀 타당하지 않다. 그렇다면 사안과 같은 경우 어떻게 과세되어야 하는가? 처분청과 법원은 이 물음에 대해 스스로 답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위법한 과세를 유지하고 있다.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이 주식의 시가보다 낮다면 신주인수권이 양의 시장가치를 갖게 되고 발행법인은 유상으로 신주인수권을 발행할 수 있다. 그런데 사안에서 가법인은 유상으로 발행할 수 있었던 신주인수권을 무상으로 乙법인에게 주었다. 이 경우 세법은 어떤 과세장치를 마련하고 있는가? 1) 출자에는 가격이 없다. 출자자가 피출자법인에 자본을 납입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무상이다. 출자의 시가라는 개념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추후 배당을 기대하고 출자를 하지만 배당은 기대할 수 있는 것일 뿐이고 출자의 대가는 아니다. 자본의 납입으로 피출자법인은 일방적으로 수혜를 입게 된다. 자본의 납입시 피출자법인과 출자자 사이 이해의 대립은 본질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신주인수권이 유상이든 무상이든, 그 행사가격이 시가보다 낮든 높든, 신주발행시 신주의 가격이 시가보다 낮든 높든, 피출자법인과 출자자 사이에서는 과세문제가 발생하지도 않고 부당행위가 성립할 수도 없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이 주식의 시가보다 낮아 발행회사가 신주인수권의 취득자에게 자산을 증여하였다고 보았다. 그러나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과 주식의 시가가 차이나더라도 신주발행법인으로부터 증자참여자로의 가치 이전은 도대체 발생할 수 없다. 출자는 자신의 현금 등으로 기업의 지배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발행가를 액면가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상법상의 제한만 충족하면 주식의 시가와 무관하게 발행가를 정할 수 있다. 발행가는 단순히 주식의 수를 결정하는 의미밖에 없다. 발행가를 낮추면 같은 금액의 출자에 대한 주식수가 늘어난다. 망할 회사도 내회사이면 주식시가와 무관하게 고가로 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회사와 주주 사이에서 문제될 것은 없다. 2) 乙법인이 얻은 이익은 누구의 손해를 원천으로 하는가? 乙법인은 행사가격이 시가보다 낮아 양의 시장가치가 있는 신주인수권을 무상으로 취득하였다. 즉 乙법인은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를 취득하였다. 출자는 본질적으로 무상이므로 피출자법인인 가법인은 손해가 있을 수 없다. 더 높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손해보는 이는 증자에 참여하지 못하여 그들의 주식가치가 희석되는 가법인의 다른 주주이다. 처분청과 법원은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해서 엉뚱한 과세처분을 유지하고 있다. 자본거래에서 주식 등의 지분비율이 변동해야 특정주주가 다른 주주에게 일정한 이익을 무상으로 이전시킬 수 있다. 따라서 세법도 자본거래시 주주평등의 원칙에 대한 예외가 있을 때만 과세하고 있다. 주주간 가치의 이전에 대해서는 수혜자가 개인인 경우는 상속세및증여세법 제39조와 제40조에 의해 증여로 의제되어 증여세가 과세되고 수혜자가 법인인 경우에는 법인세법 제52조 및 법인세법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와 제8의2호에 의해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으로 법인세가 과세된다. 세법이 수혜자가 개인인 경우 증여로 의제하여 과세하는 이유는 수혜자와 수손자간 직접적인 증여계약이 없기 때문이며, 수혜자가 법인인 경우 법인세법에 이러한 증여의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부당행위계산의 부인규정에 의해 특수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과세할 수 있다. 현행법은 유상증자의 결과 수혜자가 개인인 경우는 수혜자와 수손자 사이 특수관계가 없어도 증여로 의제하여 과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과잉입법이라 볼 여지도 있다. 5. 사건의 올바른 해결 신주인수권 행사가격과 주식의 시가에 차이가 있는 경우 증자시 지분비율이 달라지면 주주간 가치의 이전이 발생한다. 법인인 주주가 수혜자인 경우 타주주로부터의 실질적 가치이전은 법인세법 제52조에 의해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으로서만 과세될 수 있다. 사안에서 원고인 乙법인과, 甲법인의 A 외 다른 주주들 사이엔 특수관계가 없었다. 따라서 사안의 경우 원고의 특수관계자인 A가 원고에게 이전한 가치에 대해서만 과세되었어야 한다.
2011-09-01
이익잉여금의 자본 전입 따라 무상주 배정에 따른 신주 인수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
I.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들은 소외 회사의 주식 일부를 그 실제 주주들로부터 명의신탁 받아 보유하였는데, 소외 회사가 이익잉여금을 자본전입하여 주식배당을 함에 따라 그 보유주식에 비례하여 무상주를 배정받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무상주 배정은 새로운 명의신탁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위 무상주에 대하여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07.12.31.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조의 2 제1항(이하 "이 사건 조문")을 적용하여 증여세 부과처분을 하였다. 2. 소송경과 원고들은 부과처분에 불복하여 제1, 2심에서 모두 승소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조문의 법적 성격 및 이익잉여금의 자본전입에 따른 무상주 배정의 실질적 측면을 고려하여, 위 무상주 배정을 별도의 명의신탁으로 볼 수 없고, 그에 따른 추가적인 조세회피목적도 인정되지도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조문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고, 이에 피고는 상고하였으나 대상판례는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3. 판결요지 대법원은 이 사건 조문은 국세기본법 제14조 소정의 실질과세원칙에 대한 예외의 하나로서 명의신탁이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한도 내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인 점, 주식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상태에서 당해 주식의 발행법인이 이익잉여금을 자본에 전입함에 따라 그 명의인에게 무상주가 배정되더라도 그 발행법인의 순자산이나 이익 및 실제 주주의 그에 대한 지분비율에는 변화가 없으므로 실제 주주가 그 무상주에 대하여 자신의 명의로 명의개서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기존 주식의 명의신탁에 의한 조세회피의 목적 외에 추가적인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의 명의신탁 주식 외에 이익잉여금의 자본전입에 따라 기존의 명의수탁자에게 그 보유주식에 비례하여 배정된 무상주는 이 사건 조문의 증여의제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원심이 이 사건 무상주에 대하여 이 사건 조문에 의한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보아 증여세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한 것은 정당하다고 수긍하였다. II. 대상 판례의 평석 1. 쟁점의 정리 이 사건 조문은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을 두어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 등이 필요한 재산(토지와 건물은 제외)'을 명의신탁한 경우에 일정한 요건 하에 명의신탁 재산을 그 명의자가 실제 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하여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주식을 장기간에 걸쳐 명의신탁하는 경우, 무상증자나 주식배당을 거쳐 기존 주주들에게 지분 비율대로 신주를 배정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바, 이는 실질적으로는 기존의 명의신탁 주식이 분할된 것에 불과하여 별도의 명의신탁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형식적으로 신주가 발행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조문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 사건에서는 그 중 주식배당, 즉 배당가능이익인 이익잉여금을 자본전입하여 무상주를 배정한 경우에 이 사건 조문이 적용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2. 자본잉여금의 자본전입에 대한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자본잉여금의 일종인 '자산재평가적립금'이나 '주식발행초과금'을 자본전입하여 기존의 명의수탁자에게 그 보유주식에 비례하여 무상주를 배정한 사안에서 종전의 명의신탁주식이 실질적으로 분할된 것에 불과하여 별도의 명의신탁이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조문이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6.9.22.선고 2004두11220 판결, 대법원 2009.3.12. 선고 2007두1361 판결 등). 이러한 상황에서,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한 무상주의 배정에 대한 판례의 입장이 주목되었다. 3. 평석: 이익잉여금의 자본전입에 따른 무상주 배정의 성격 및 이 사건 조문의 적용 대상 여부 회사가 기존 주주에게 무상으로 신주를 배정하는 경우는 크게 (1) 준비금(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 중 이익준비금)의 자본전입을 통한 무상신주의 배정(상법 제461조. 재평가적립금의 경우에는 재평가적립법 제30조)과, (2) 이익잉여금 중 배당가능이익의 자본전입에 따른 주식배당(상법 제462조의 2)으로 구분된다. 본래 회사의 '자본'은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공제한 '순자산'으로서, '자본금'과 '잉여금'으로 구분된다. (1) 그 중 '자본금'은 발행주식의 액면총액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회계상 자본금 계정에 계상되며, (2) '잉여금'이란 자본(순자산) 중 위 '자본금'을 초과한 부분을 가리킨다. 그리고 위 '잉여금'은 (i) 기업의 경영활동에 의하여 얻어진 당기순이익 중 배당, 상여 등 사외유출액을 공제하고 순수히 그 기업에 유보되고 있는, 이익준비금, 임의적립금 및 별도적립금과 같은 '이익잉여금'과, (ii) 주식발행, 합병, 감자, 자산재평가 등 자본거래에 의하여 발생하는 '자본잉여금'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익잉여금이든 자본잉여금이든, '잉여금'은 '자본금'과 함께 회사의 자본(순자산)을 구성하는 항목이기 때문에, '잉여금'을 '자본금'에 전입함에 따라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회사의 자본(순자산) 내의 계정의 재분류에 불과하게 되고, 따라서 이를 통한 무상주 배정을 전후하여 회사의 순자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고, 증가된 자본금을 액면으로 나눈 주식 수만이 증가하게 되며, 주주의 입장에서도 회사에 대한 지분을 표창하는 주식가치의 합계나 지분율은 동일하게 된다. 즉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하든, '자본잉여금'을 재원으로 하든, 지분비율에 따른 무상주 배정으로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주식가치가 그에 반비례하여 하락하는 것은 동일하므로 이는 기존 주식의 실질적 분할에 불과한 성격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실질적 성격을 고려하면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의 자본전입을 통하여 신주를 배정하는 경우는 모두, 기존 주식의 명의수탁자에게 신주가 배정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종전의 명의신탁주식의 실질적 분할에 불과하여, 이를 별도의 새로운 주식의 명의신탁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조문에 의한 증여세 과세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부적절하게 된다. 또한 이 사건 조문이 적용되려면 '명의신탁' 이외에 '조세회피목적'이 인정되어야 한다(이 사건 조문 단서 제1호). 위 조세회피목적에 대하여 대법원은, 명의신탁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ⅰ) 명의신탁이 조세회피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이루어졌음이 인정되고 ⅱ) 조세회피(경감)가 현실화되지 않고 단지 장래 조세회피(경감)의 가능성이 잠재적으로 존재하거나, 조세경감의 결과가 초래되더라도 그 경감의 정도가 사소하거나 경미한 정도라면, 조세회피목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6.5.12.선고 2004두7733 판결). 그런데 기존 주주의 지분비율에 따른 무상신주 배정이나 주식배당의 경우에는, 본래 주주명부상 명의자인 주주에게 배정되도록 되어 있고, 경제적으로도 종전 명의신탁주식의 실질적인 분할에 불과하여, 그로 인하여 기존 명의수탁자에게 명의신탁된 주식의 전체 지분비율이나 총 주식가치에 변동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며, 명의신탁 주식에 대한 전체 배당금액에 변동이 초래되는 것도 아니므로, 조세회피목적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점에서도 이 사건 조문은 적용되기 어렵다. 본래 명의신탁은 증여의 실질이 없으므로 증여세가 과세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조문은 실질과세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증여세를 과세하고 있는바, 이는 명의신탁이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한도 내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규정이므로,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무상주를 배정한 것과 같이, 실질적으로 새로운 재산의 명의신탁을 인정하기 어렵고, 조세회피목적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이 사건 조문이 적용될 수 없을 것이다. 4. 결어 대상판례는, 이익잉여금의 자본전입으로 기존의 명의수탁자에게 그 보유주식에 비례하여 배정된 무상주에는 원칙적으로 이 사건 조문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함으로써, 실질과세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이 사건 조문의 적용범위를 무상주 배정의 실질에 부합하게 제한하는 중요하고도 의미있는 판시를 하였다. 대상판례의 논거와 결론에 찬동한다. 아울러 대상판례에 비추어 보면, 유상증자에 대한 이 사건 조문의 적용 범위도 합리적인 범위로 제한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상증자로 배정된 신주의 경우, 그 신주의 가치는 (1) 신주 인수대금의 납입분과, (2) 실질적인 기존 주식의 분할분(희석가치)으로 구분될 수 있는바, 후자의 부분에 대하여도 이 사건 조문을 아무런 제한 없이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대상판례는 '조세회피목적'의 판단에 있어 '기존 주식의 명의신탁에 의한 조세회피의 목적' 외에 '추가적인 조세회피의 목적'을 요구하고 있는바, 이 점은 유상증자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향후 판례가 유상증자에 있어서도 그 경제적 실질과 신주 배정의 형식적 측면을 조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2011-08-15
위헌적 과세처분에 대한 사법구제의 논리구조
Ⅰ.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 공익법인은 이 사건 설립자 등의 현금출연으로 설립된 재단법인 장학재단으로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법인과 동일인 관련자와의 관계에 있지 아니한 성실공익법인이다. 이 사건 출연자와 그의 특수관계인은 2003. 2. (주)수원교차로 주식의 90%지분(시가 약 180억원 상당; 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을 원고 공익법인에게 기부하였다. 이에 피고는 공익법인이 내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5%를 초과하여 출연받은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아,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8조 제1항 단서(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에 근거하여 그 초과부분에 대해 약 14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2. 소송경과 원고 공익법인은 감사원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기각 결정을 받고, 이어 수원지방법원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3. 판결 요지 위 수원지방법원 판결은 이 사건 출연자의 주식 출연이 원고 공익법인을 출연주식 발행법인의 지주회사로 만듦으로써 경제력을 집중시키거나 경제력을 세습하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부과처분이 과세요건의 형식적 요건을 만족시켰다고 하더라도 합헌적 법률해석의 요청에 따른 예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다. Ⅱ. 평석 1. 쟁점 정리 이 사건은 과세단계에서부터 널리 알려졌던 사건이다. 대학에 대한 거액의 재산기부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데다가 증여세의 과세처분으로 기부재산의 약 75%를 조세로 징수 당하게 되리라는 것은 기부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고, 이렇게 되는 경우 당초 목적달성이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공익법인에 대한 이 사건 주식의 출연은 발행주식 총수의 5%를 넘어 선 것이므로 그 초과분에 대하여서는 과세요건을 명백히 충족하고 있었다.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입법의 당부를 떠나 과세를 하여야 할 책무가 있었다. 과세경위와 과세금액에 비추어 보면 명백히 부당한 과세라는 것이 상식적인 인식인데, 법령해석적용권을 가진 법원 과연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할 수 있을 것인지, 취소하는 경우 과연 어떠한 법리를 어떻게 적용하여 할 것인지가 이 사건의 흥미로운 쟁점이었다. 2. 관련 판결의 입론 (1) 입법취지 및 규정성격에서 접근 이 사건 판결은 공익법인에 대한 재산출연 시 증여세를 면제하는 법령은 민간단체 또는 개인이 공익사업에 적극적 참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국가에게 맡겨진 공적 과제를 적절하게 수행하기 위한 헌법적 요청에 근거한 것인데, 내국법인의 발행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하는 주식을 공익법인에게 출연할 경우, 위와 같이 증여세를 면제하는 세제를 악용하여 공익법인에게 내국법인 주식을 출연함으로써 공익법인을 통하여 경제력을 집중시키거나 부를 세습시키는 폐단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 이 사건 규정의 입법취지라고 하였다. (2) 합헌적 해석방법에 의하여 예외를 인정 이 사건 판결은 이 사건 규정의 형식적 과세요건에 해당하면 기계적으로 증여세가 과세되는 것으로 보고 그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헌법규정의 취지나 관련 법령의 입법목적에 심히 반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공익법인에게 내국법인의 주식을 출연하는 것이 경제력 집중이나 경제력 세습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를 아울러 고려하여 그 예외를 인정함이 합헌적 법률해석의 방법으로서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리하여 이 사건 출연자는 애초에 이 사건 주식을 장학재단에 기부하여 장학사업에 사용하게 하려는 의사가 있었을 뿐이고, 내국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어려우므로 이 사건 규정의 예외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위헌처분에 대한 사법구제(헌법 제107조 제2항의 법리) (1) 종래의 접근법 종래 대법원은 법률의 형식적인 적용에 따른 불합리한 결과를 시정하기 위하여 문제된 법령의 문언에 따른 적용범위를 축소하여 해석함으로써 당해 사건에 대한 적용을 배제함은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를 법률의 합헌적 해석론이라고 한다. 예컨대, 구 국세기본법상 공시송달사유로서 수취인 부재의 의미를 구 국세기본법시행령은 등기우편 송달 및 세무공무원의 2회 이상 방문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수취인의 부재'라 함은 납세의무자가 기존의 송달할 장소로부터 장기간 이탈한 경우로서 과세권 행사에 장애가 있는 경우로 한정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0. 10. 6. 선고 98두18916 판결). 이러한 종래의 접근법은 문제된 법령의 형식적 적용범위를 변경시키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원이 법령에 존재하지 않는 과세요건 또는 면제요건을 창설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게 하였다. (2) 헌법 제107조 제2항의 처분에 대한 위헌심사 적용하면 돼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법원에 대하여 명령, 규칙에 대한 위헌심사 이외에 처분 자체의 위헌적 결과를 시정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여 두고 있다. 그럼에도 그 동안 이 조항은 전혀 적용되지 않고 법조의 관심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국내에서도 독일의 사례와 우리 헌법의 규정 체제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서 처분에 대한 위헌판단법리가 체계화되고 있다(서보국, '합헌적 조세법률을 적용한 과세처분의 위헌적 결과에 대한 납세자의 권리보호 근거로서 헌법 제107조 제2항', 조세법연구 제16권 제1집, 한국세법학회, p.212~255.) 우리나라에서 사법작용에 의한 위헌심사의 유형은 위헌법률 및 위헌적 공권력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은 헌법재판소(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가, 위헌명령, 규칙 및 위헌처분에 대한 위헌심사는 법원(헌법 제107조 제2항)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위헌적 처분에 대한 사법구제는 그 처분의 근거가 된 법령에 대한 위헌심사에 의하여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처분근거 법령 자체는 위헌이라고 보이지 않지만 그 적용의 결과가 위헌적인 상태가 초래된다면 현대법치국가의 기본원리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따라 어느 행정처분에 대한 근거법령이 위헌이라고 보여지지는 아니하지만 그 적용결과가 헌법에 반하는 위헌적인 것이라면 처분의 효력이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이 경우를 규정한 것이 바로 헌법 제107조 제2항의 처분에 대한 위헌판단조항이다. 그런데 여태까지 처분의 위헌성은 그 근거법령의 위헌성에서만 구하였고, 그것이 당연한 수순으로만 학계나 실무계에서 인식되어 왔던 것이 현실이다. 이제 이 사건은 이러한 처분 자체의 위헌성 판단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판결법원은 이 사건 증여처분의 효력을 부인하면서 합헌적 해석이론을 내세워 문언상 과세요건을 충족하고 있고 어떠한 예외규정도 없는 사안에 대하여 법률해석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석상의 예외를 인정하였다. 사법기관에 의한 사실상의 입법형성을 시도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합헌적 해석이론에 대하여 異論은 있으나 대체적으로 승인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합헌적 해석방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권, 국회의 입법권과의 충돌 내지 저촉의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함부로 적용할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서라도 이 사건 부과처분에 대한 효력부인의 근거를 헌법 제107조 제2항에서 규정한 처분 자체에 대한 위헌판단권에 두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즉 이 사건 증여세 과세조항의 위헌성이 인정된다면 위헌판단의 절차로 가야 되겠으나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경우에는 과세조항의 위헌성을 따지지 아니하고서도 처분 자체가 헌법질서에 반하는 위헌처분이므로 취소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부과처분은 그 결과가 공익재단에 기부한 재산의 가액의 75% 이상(가산세 포함)을 조세로 부과 당하게 되어, 헌법이 규정한 재산권보장, 비례와 평등의 제원칙에 위배된 것이다. 이러한 조세부과는 이른 바 교살적 혹은 몰수적 효과(Erdrosselungswirkung od. Konsfiskation)를 가져오는 것으로서 위헌으로 보아야 한다. 실무상 처분 자체가 위헌성을 띠고 있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예컨대,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에 있어 종업원 등 타인명의로 대출을 받아 주식투자를 한 사건에 있어 100억 원이 훨씬 넘는 증여세가 부과된 사건을 들 수 있다. 명의신탁 규제의 사회적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증여도 아닌 행위에 대하여 세금의 이름으로 부과된 금액은 상식을 초월한다. 어느 형사범죄에 대하여서도 이러한 과중한 금전적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 위 명의신탁 증여의제 조항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4차례의 합헌결정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위헌소원이 제기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밖에 부동산실권리자등기명의에관한법률에서의 과징금 부과도 사례에 따라 너무 과중하여 위헌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사건이 나타나고 있다. Ⅲ. 결어 조세(행정)법령에 있어서의 법률적 규율의 정당성(gesetzliche Regelungswurdigkeit)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그에 근거한 처분결과의 정당성까지 담보하여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 헌법 제107조 제2항은 이러한 경우 처분 자체에 대하여 사법적 심사를 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아직 그 적용을 시도한 적이 없다. 이 사건 판결도 결국 처분결과를 재산권보장, 제도의 취지에서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그 처분취소의 근거로 적용 예외를 인정하는 합헌적 해석론에서 찾았다. 향후 이러한 사례에 관하여서는 확실한 헌법적 근거를 바탕에 두고 위헌적 행정처분을 사법적 수단에 의하여 바로 차단할 수 있는 "처분 자체의 위헌판단"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상급심의 이 점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정광진 변호사 공동집필)
2010-08-16
토지임차인이 지출한 토지조성공사비용의 매입세액 공제여부
1. 사실관계 원고는 전주시 소유의 토지를 임차하여 골프장으로 조성한 후 20년간 사용 후 전주시에 기부채납하는 내용의 공유재산대부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골프장을 조성하면서 토지조성공사비용(토목공사, 정지작업, 토사매입, 폐기물처리, 교통영향평가, 코스설계, 도시계획변경 등)을 지출하였다. 원고는 조성공사비용에 대한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되는 매입세액으로 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해당 세무서는 위 조성공사비용은 토지관련 조성비용으로 매입세액 불공제대상이라는 이유로 위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원고가 1심에서 승소하였으나, 2심에서 패소하였고 대법원에서 원심판결이 파기되었다. 2. 판결요지 부가가치세법의 규정과 입법 연혁, 토지관련 매입세액을 불공제하는 취지는 토지가 부가가치세법상 면세재화이어서 그 자체의 공급에 대해서는 매출세액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그에 관련된 매입세액도 공제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있고, 일반적으로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당해 토지의 양도시 양도차익을 산정함에 있어 그 취득가액에 가산하는 방법으로 회수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토지 소유자인 사업자가 당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하여 한 자본적 지출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당해 토지의 소유자 아닌 자가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의 성격을 갖는 비용을 지출한 경우 그에 관련된 매입세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입세액 불공제대상인 토지관련 매입세액에 해당하지 않는다. 3. 쟁점과 관련 법령 이 사건의 쟁점은 부가가치세법령상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의 의미와 해당 지출자가 토지소유자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지 여부이다. 부가가치세법 제17조(납부세액) 제1항은 '사업자가 납부해야 할 부가가치세액은 자기가 공급한 재화 또는 용역에 대한 세액(매출세액)에서 자기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되었거나 사용될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또는 수입에 대한 세액(매입세액)을 공제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 제4호는 위 제1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아니하는 매입세액의 하나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토지관련 매입세액을 규정한다. 동법시행령 제60조 제6항은 '법 제17조 제2항 제4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토지관련 매입세액"이라 함은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으로서, 토지의 취득 및 형질변경, 공장부지 및 택지의 조성 등에 관한 관련된 매입세액(제1호), 건축물이 있는 토지를 취득하여 그 건축물을 철거하고 토지만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철거한 건축물의 취득 및 철거비용에 관련된 매입세액(제2호), 토지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증가시켜 토지의 취득원가를 구성하는 비용에 관련된 매입세액(제3호)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4. 평석 가. 부가가치세 제도와 매입세액 공제 부가가치세 과세방법으로 전단계 세액공제법을 채택하여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하여 납부세액을 계산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매출세액에서 공제가 부인되는 매입세액은 1) 의무를 태만하였거나 불이행함으로 인하여 공제하지 아니하는 매입세액(법 제17조 제1항 제1호, 제1호의 2), 2)거래의 성질에 따라 공제하지 아니하는 매입세액(제2호; 사업과 직접 관련 없는 지출에 대한 매입세액, 제3호 : 비영업용 소형승용차의 구입과 유지에 관한 매입세액, 제3호의 2 : 접대비 등의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 제4호 : 면세사업에 관련된 매입세액 및 토지관련매입세액)으로 구분된다. 그 중 이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토지관련 매입세액이다. 나. 법령 및 판례의 변천 토지조성비용에 대한 매입세액 공제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이 다수 있다. 주로 대규모 조성사업이 행해지는 골프장 부지와 관련하여 발생하였다. 당초 법(1993. 12.31. 개정 전)에서는 면세되는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에 관련된 매입세액만 불공제 대상으로 규정하였는데, 실무상 임대에 공하는 매입인지 토지원가에 공하는 매입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함에 따라 시행령만 개정(1993. 12.31.)하여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을 불공제한다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신설된 조항의 취지에 대하여 대법원(94누1449 전원합의체 판결)은 토지의 조성 등에 따른 거래행위가 부가가치세 납부의무가 면제되는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그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이치를 규정한 것으로 보았다. 위 판결의 다수의견은 사업관련성이 인정되는 매입세액은 위 규정에서 열거하고 있는 것 외에는 법 제17조 제1항에 따라 모두 공제되어야 하며, 지금까지 매입세액을 공제해 주던 과세관청이 갑자기 시행령만을 개정하여 이를 공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용인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하면서 골프장 부지조성을 위한 용역의 대가를 매입세액으로 사업자의 매출세액에서 공제하는 것을 인정하였다. 그 이후 정부는 법령의 개정을 통해 토지에 대한 자본적 지출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과세관청과 납세자간 마찰 소지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한편 국세심판원은 과세관청이 토지관련 매입세액으로 불공제한 과세처분에 대해 건물 또는 구축물 등 감가상각자산으로 분류되는 비용에 관련된 매입세액은 토지관련 매입세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복하여 결정하였다. 결국 구체화된 법령을 반대해석하면 토지와 관련된 매입세액이라 할지라도 그 지출에 의하여 조성된 것이 감가상각의 대상이 되는 건물, 구축물 등일 경우에는 매입세액 공제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현행법 하에서도 골프장 부지 조성을 위한 토지관련 매입세액의 공제가 가능한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자신 소유의 토지에 조성된 골프코스 관련 비용은 매입세액불공제라는 판례(2004두13844)가 있으나 이는 소유토지에 대한 것이다. 입법개정경위를 보면, 불공제되는 매입세액의 범위를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2001 간추린 개정세법 참조). 다. 관련 법령의 검토 세법에서 자본적 지출을 언급하는 있는 경우로는 국세기본법(제43조의 2 제3항), 법인세법(시행령 제31조 제2항), 소득세법(제97조 제1항 제2호), 상속세및증여세법(시행령 제31조의 9 제7항 4호) 등이 있는데, 모두 "소유한 자산"을 전제로 자본적 지출이라는 용어 정의를 하고 있다. 위 법인세법 시행령은 "자본적 지출이라 함은 법인이 소유하는 감가상각자산의 내용연수를 연장시키거나 당해 자산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하여 지출한 수선비"라 한다. 세법이외의 법령도 소유자의 자산을 전제로 한다. 예컨대 지방공기업법시행령 제22조 등이다. 기업회계기준(제45조, 기업회계기준서 제5호 유형자산)도 원칙적으로 자신의 소유재산을 전제로 자본적 지출을 정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세법해석의 관점에서 위 법령상 '자본적 지출'은 당해 토지의 소유자 내지 취득자를 전제로 해야 하고, 비용을 지출한 자가 임차인인 경우에는 애당초 자본적 지출에 해당할 수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박민, 세법해석의 한계, 조세법연구 2009). 라. 대립되는 견해 (1) 토지소유자의 매입세액만 불공제된다는 견해 토지관련 매입세액을 공제하지 않는 입법취지는 토지는 부가세가 면제되는 재화이고, 토지의 조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세무회계상 토지의 취득원가에 산입되어야 하는 것으로 당해 토지의 취득원가에 산입되었다가 당해 토지의 양도시 양도차익을 산정함에 있어서 취득가액에 산입하는 방법으로 회수되고 있으므로 토지에 대한 면세제도의 기본법리상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은 마땅히 이를 매입세액으로 공제하여서는 아니된다. 따라서 이 규정은 토지의 양도차익을 수익하는 당해 토지 소유자에만 적용된다는 견해로 이 사건의 1심 법원의 입장이다. 따라서 자기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된 어떠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 타인 소유 토지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증가시키게 된다 하더라도 그 토지의 소유자가 아닌 자에게는 매입세액으로 공제하지 아니하는 토지관련 매입세액이라 할 수 없고 매입세액으로 공제되어야 한다. 기업회계나 법인세법에서 타인의 토지에 대한 자본적 지출에 대하여 이를 토지원가를 구성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있으므로 소유 여부에 따라 구분되어야 한다는 견해(강인 외, 부가가치세 실무, 삼일인포마인)가 있다. (2) 소유자와 임차인의 구분없이 모두 불공제된다는 견해 토지관련 매입세액이 불공제 매입세액으로 처리되는 이유는 토지가 면세재화이기 때문이어서 토지의 거래에 매출세액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출세액이 발생하지 아니함에도 매입세액을 공제한다면 매입거래와 관련한 부가가치세의 부과가 무의미해진다는 이유로, 매입세액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사업자가 토지소유자인지를 불문하고 면세제도의 기본원리상 매출세액에서 공제해서는 아니된다는 견해이며, 이 사건 항소심의 입장이다. (3) 부가가치가 동일하면 동일한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어야 한다는 견해 최근 이 판결에 대한 평석자(조성훈, 법률신문 2010. 3.1.자)의 견해인데,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토지소유자가 사업을 하는 경우와 그 토지를 임차하여 사업을 하는 경우에 부가가치세 납부액이 달라지는 것은 잘못이라는 견해이다. 즉 부가가치가 동일하면 동일한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위 견해는 부가가치세 원리에 비추어 받아들이기 어렵다. 부가가치세법은 과세대상, 납세의무자 등을 정한 다음에 과세거래에 대한 규정을 둠과 동시에 영세율과 면세에 대한 규정도 두고 있다. 영세율과 면세는 정책적인 이유에서 대상을 정하는 것이며, 부가가치가 없거나 다르기 때문은 아니다. 한편 납부세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전단계 세액공제방법에 따라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하는 방법을 택하되 정책적인 이유에서 일정한 매입세액은 공제하지 아니한다. 이건에서 문제된 토지관련 매입세액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법원리에 의하면, 부가가치세의 산정은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산정되는 것이며, 그 결과 최종적으로 동일한 부가가치가 생산되는 경우라도 거래 당사자, 거래 시기, 거래 방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위 평석자는 대법원 판결이 양도차익이라는 개념을 등장시켜 잘못 판단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는 판결을 오해한 것이다. 대법원은 토지관련 매입세액이 불공제되는 취지는 토지가 면세재화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매입세액은 불공제라는 설명을 하면서, 시행령을 해석함에 있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이라는 개념은 문언상 토지소유자에게만 적용된다고 판단하였을 뿐이다. 설명과정에서 양도차익이 언급된 것은 이렇게 해석하더라도 토지소유자는 토지를 양도할 때 양도차익을 계산함에 있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취득가액에 가산하는 방법으로 회수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도 부당하지 않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만일 소유자에 대한 구분이 없다면, 오히려 부가가치세가 중복과세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즉, 임차인의 조성공사비 매입세액불공제로서 한번 과세되고, 반환시 토지소유자의 (토지조성분만큼의 증가분에 대한 )매입세액불공제로서 실질상 과세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부가가치세제와 무관한 양도차익을 이유로 매입세액 공제여부를 판단한 것은 아님에도 평석자는 이 점을 오해함으로써 부가가치세 면세의 취지에 따른 토지소유자와 임차인의 부가가치세법상 지위를 혼동하였다. (4) 필자의 견해 면세재화로서 토지의 공급을 둘러싼 거래는 원칙적으로 공급하는 자나 공급받는 자 모두 부가가치세 부담이 없어야 한다. 토지의 매출거래가 면세거래로 매출세액이 부과되지 아니하므로 그와 관련된 매입세액도 공제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토지라도 형질의 변경이나 구조물의 설치로 이용도를 높일 수 있다. 한편 부가가치세법은 토지를 매매한 경우와 임대한 경우를 달리 취급하는 경우가 있는바, 법 제12조 제1항 제12호에서 정하는 주택과 이에 부수되는 토지의 임대용역을 제외한 토지의 임대용역은 과세대상이 된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법의 변천과정을 살펴보면, 토지가 면세거래(토지의 양도) 또는 과세거래(토지의 임대등 과세사업에 활용)로 이용되는 경우가 있음을 전제로 토지관련 매입세액의 불공제여부에 혼선이 있었다. 부가가치세법령을 합리적으로 해석해 보면, 시행령 제60조 제6항의 취지는 토지관련 비용을 지출하였는데, 그 비용이 면세공급의 대상인 토지의 원가를 구성하는 경우(취득원가 및 자본적 지출)에는 그 토지관련 비용은 면세공급 관련 매입세액으로 공제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소유토지와 임차토지간에는 법률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구분하여 볼 근거와 필요가 있다. 결국 토지를 소유한 자가 골프장을 건설하는 경우에는 그 지출이 '자본적 지출'에 해당하여 불공제가 타당하지만, 토지를 임차하고 골프장을 건설하여 과세사업을 영위하는 자의 경우에는 토지 자체가 보유자산이 아니므로 자본적 지출이 아니고, 따라서 단순히 토지에 대한 지출이라는 사유만으로 이를 자본적 지출로 보아 매입세액을 불공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토지의 보유여부에 따라 경제효과가 달라진다는 비판이 있으나, 세법에서 최종 결과가 동일하더라도 당사자가 선택한 법률행위의 형태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지는 경우는 허용되고 있으며 현행 소득세법상으로도 토지를 소유한 경우와 임차한 경우에 부동산임대소득 인정에 차이가 있는 등 세법상 소유와 임차는 구분되고 있는 점을 보면, 항상 소유와 임차가 경제적으로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우리 헌법상으로도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상대적 평등을 인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비판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5. 결론 대상 판결의 결론에 찬동한다. 토지를 부가가치세법상 면세재화로 하는 취지, 토지 관련 매입세액을 불공제하는 취지, 소유토지와 임차토지는 법률적 성질이 다른 점, 문언의 의미상 '자본적 지출'의 의미가 소유를 전제로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토지 소유자인지 여부에 따라 결론을 달리하는 것이 타당하다.
2010-03-22
영업권 양도와 부당행위계산부인 적용문제
1. 서론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 간에 영업권을 양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영업권의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당사자 간에 합의한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 그 가격이 적정한지 여부를 조사할 것이다. 조사 결과 그 가격이 과세관청이 계산한 것과 비교하여 차이가 있으면 “자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매입하거나,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양도한 경우”(법인세법시행령 제88조 제1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과세관청은 거래가격을 부인하고 법인세를 추징한다. 한편 영업권 양도거래는 시가로 인정할 만한 “해당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해당 법인이 특수관계자 외의 불특정다수인과 계속적으로 거래한 가격 또는 특수관계자가 아닌 제3자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법인세법시행령 제89조 제1항)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과세관청과 사이에 마찰이 자주 발생하는 분야이다. 대상판결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고, 거래 당시에도 순손실이 나는 기업의 영업권 평가에 관한 문제를 다룬 것으로서 선례적 가치가 있다. 2.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언론사가 계열사로부터 잡지사의 영업권을 9억원에 양수한 계약이 문제되었다. 대법원이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① 이 잡지는 10여년 전에 창간된 이래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고 유효 독자비율이 80%에 이르러 다른 주간지에 비해 우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② 원고가 영업권을 인수한 이후 계속하여 당기순이익을 달성하고 있다, ③ 영업권 평가를 내부손익자료에 기초한 관리회계방식에 따랐다고 하여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④ 만일 장부상의 순자산가치만을 기준으로 청산대금을 산정했더라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관계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지적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 ⑤ 법원이 시행한 감정결과상 감정가액도 이 사건 거래가액을 상회한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상표권이 포함된 이 사건 영업권의 가치를 9억원으로 산정하여 인수한 것은 고가매입이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은 상속세및증여세법상의 영업권 평가액이 0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거래대상이 경제주간지로서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는 경쟁력 있는 영업권이라는 특수성, 거래시 회사내부손익자료를 바탕으로 영업권 가액을 산정한 경위, 영업권 인수 이후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실제 영업실적, 재판과정에서 의뢰한 영업권에 대한 감정결과가 거래가액보다 높게 평가되는 점을 종합하여 영업권을 9억원으로 한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가. 영업권의 의미와 평가방법 영업권은 “그 기업의 전통, 사회적 신용, 그 입지조건, 특수한 제조기술 또는 특수거래관계의 존재 등을 비롯하여 제조판매의 독점성 등으로 동종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말한다”(대법원 1985. 4.23. 선고 84누281 판결 등). 따라서 영업권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실제 거래도 빈번하다. 통상 영업권의 평가는 회계법인이 한다. 이 사건에서도 1심 법원의 감정촉탁에 따라 회계법인이 잡지사에 대한 영업권을 평가하였고, 그 결과 영업권 가액은 12억원이었다. 영업권 평가방법은 일반적으로 초과이익환원법과 현금흐름할인법이 많이 이용된다. 초과이익환원법은 장래의 초과이익을 자본화한 현재가치로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고, 현금흐름할인법은 기업의 장래 영업활동에 의한 추정현금흐름을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현재가치로 전체 기업가치를 산정한 다음 여기에서 당해 기업 순자산의 공정가치를 차감하여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다. 이 사건에서는 초과이익환원법이 적용되었다. 즉 영업권의 가치=[예상평균순이익-(순자산×정상이익률)]÷초과이익환원율의 공식이다. 판례도 초과이익환원법 적용이 적법하다는 전제하에,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합병하여 그 영업상 기능 내지 특성을 흡수함으로써 합병 전의 통상수익보다 높은 초과수익을 갖게 된다면 합병 후 높은 수익률을 가져올 수 있는 피흡수회사의 무형적 가치는 영업권이라 보아 무방하다”(대법원 1986. 2.11. 선고 85누592 판결)고 함으로써 영업권 평가시점 이후에 발생할 수익을 초과수익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나.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법리와 실무 부당행위계산부인이란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의 거래에 있어 정상적인 경제인의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인세법시행령에서 정한 여러 거래형태를 빙자하여 남용함으로써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경감시켰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과세권자가 이를 부인하고 법령에 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객관적이고 타당하다고 보이는 소득이 있는 것으로 의제하는 제도”이다. 이는 경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거래형식을 취함으로 인하여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하였다고 인정될 때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경제적 합리성 유무에 대한 판단인데, 판례는 “거래행위의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과연 그 거래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한 비정상적인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되 비특수관계자 간의 거래가격, 거래 당시의 특별한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7. 12.13. 선고 2005두14257 판결 등). 이러한 법리는 확립된 판례의 입장이고, 실제 소송에서는 구체적 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해명과 그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합리성이 없다는 과세관청의 주장이 교차된다. 다.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의 처리 특수관계자 간에 거래가 발생하였으나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법인세법령상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감정평가법인이 감정한 가액에 의하고, 그마저도 없는 경우에는 상증세법에 의한 평가가액에 의한다. 과세관청은 거래가액을 감정가액이나 평가가액과 비교하여 차이가 발생하면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령에서 시가를 산정하는 방법을 규정한다고 하여 이를 부당행위계산부인과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부당행위계산부인은 경제적 합리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바, 이에 대한 판단 없이 평가가액과 거래가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만으로 문제 삼는 것은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둔 취지와 맞지 않고 확립된 판례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과세관청의 이러한 논리는 시가는 어떤 특정한 절대수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오해한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과세관청은 과세처분 당시에는 감정가액이 존재하지 않았고 상증세법으로 영업권을 평가하면 0원으로 평가되는데 당사자들이 영업권을 9억원으로 평가하여 거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과세관청은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당기 순손실이 수년간 발생하고 있었고,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는 점을 근거로 하였으나 이러한 판단은 영업권의 특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즉 과세관청으로서는 이 사건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영업권 인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종합적인 검토를 했어야 했음에도 평가시점을 기준으로 한 검토에 그친 잘못이 있다. 라. 당기순손실 발생과 영업권 가치 영업권의 본질이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면 점을 고려하면 수년간 당기순손실을 본다고 하여 곧바로 영업권 가치가 없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회사는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화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특정기간에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장래 그 회사의 전망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나타난 결과만으로 영업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영업권의 특성에도 맞지 않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영업권을 평가해야 할 것이고 거래 이후 실제로 발생한 영업실적도 고려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를 할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외부 감정기관을 활용해야 할 것이지 상증법상의 평가가액과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바로 과세할 것은 아니다. 마. 다른 법령에 대한 종합적 고려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조세법적인 측면 이외에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령의 측면에서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특정한 거래를 하면 그 거래효과는 특정한 법률이나 특정한 정부기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과세관청이 고가매입이라고 보는 경우에도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기관은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국가기관간에 특정 기관의 평가가액을 다른 기관이 존중해 준다는 법령상 근거가 없는 이상 거래가액 산정에 대한 위험을 회사에 부담시키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대상판결도 과세관청 주장대로 거래하였더라면 오히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특수관계자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잡지사를 영업권 0원으로 양수하는 경우에 거래의 공정성이 의심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은 당해 거래를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지 못하고 과세처분이라는 일면에서 본 잘못이 있다. 바. 소송시 유의점 처분 당시에는 시가로 볼 만한 거래가액이나 감정가액이 없는 경우라도 소송과정에서 이러한 가격을 찾을 수 있다. 판례는 소송 중에 소급 감정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감정신청을 통하여 새로운 가액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감정신청을 할 경우에는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주장하여 이를 감정결과에 반영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최근 판례를 소개한다. 조세를 부과함에 있어 과세관청이 시가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하여 평가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시가가 입증된 때에는, 그 시가에 의한 정당한 세액을 산출한 다음 과세처분의 세액이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지 여부에 따라 과세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여기에서 시가라 함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한 가액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격도 시가로 볼 수 있고, 그 가액이 소급감정에 의한 것이라 하여도 달라지지 않는다(대법원 2008. 2.1. 선고 2004두1834 판결). 4. 결론 대상판결은 영업권이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는 성질을 고려하여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과 이 경우 부당행위계산부인에서는 거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경제적 합리성이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판결의 이유와 결론에 모두 찬성한다. 법치주의 확립 및 납세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타당한 판결이라 생각한다.
2009-11-02
부가가치세 포탈에 있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I. 사실관계 및 사건경과 1.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1999. 4.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외화획득용 원료구매승인서를 발급받고 이를 기화로 영세율로 금지금(순도가 1000분의 995이상 금괴)을 매입하고 이를 가공?수출하지 아니한 채 매입 즉시 전량 구입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국내 업체에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라 함)를 부과, 판매하여 부가세 63억원을 징수하자마자 그 즉시 법인계좌에서 전액 인출하여 사용한 후 이중 15억원에 대하여는 부가세 신고조차 하지 않고, 나머지 48억원에 대하여는 신고만 한 채 제1기분 63억원 상당을 납부하지 아니하고, 이어 1999. 7. 동일한 수법으로 징수한 부가세 5억원 역시 임의 소비하고서도 신고는 하고 곧바로 폐업신고를 하는 등으로 제2기분 부가세 5억원을 납부하지 아니하였다. 2. 사건경과 가. 공소 제기(신고?미신고 불문 미납부 전액 조세포탈로 의율, 기소) 검찰은 2004. 9. 7. 피고인들이 위와 같이 미납부한 부가세 68억원 전액에 대하여 조세범처벌법 제9조제1항의 조세포탈행위로 의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죄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나. 1심 판단(신고부분 무죄, 무죄이유는 조세포탈이 아닌 조세체납 문제라는 취지) 1심 법원은 2004. 11. 18. 미신고분인 제1기분 15억원에 대하여는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나머지 신고분 53억원에 대하여는 부가세의 조세채권 확정에 관하여 신고납부방식을 취하고 있는 현행 조세법체계하에서 부가세는 납세의무자의 신고로 일응 그 조세채권이 확정되는 것이므로 피고인들이 부가세액을 신고한 이상 이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즉 신고한 이상 부가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조세체납의 문제일 뿐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다. 원심 판단(원심파기, 신고부분도 조세포탈에 해당한다고 전부 유죄 선고) 검찰은 2004. 11. 20. 무죄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고, 원심(서울고등법원)은 2005. 11. 23. 정상적으로 신고한 부분에 대해서도 피고인들은 처음부터 영업활동을 통하여 이득을 얻을 목적이 없고 부가세를 납부할 의사 없이 사위적인 방법으로 영세율의 적용을 받아 금괴를 구입한 다음 이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여 부가세액이 포함된 판매대금에서 구입가격(부가세가 포함되지 않는 가격)을 제한 나머지 금액을 이득으로 취하려 한 것이므로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조세범처벌법규가 예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고, 비록 피고인들이 신고절차를 마쳤다 하더라도 조세포탈행위 성립에 장애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1심 일부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신고한 53억원을 포함, 68억원 전액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II. 법적 쟁점 이건의 주요 쟁점은 위와 같이 수출계약서를 위조, 영세율인양 가장하여 영세율로 금지금을 매입하고, 부가세의 거래징수 제도를 악용, 구입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국내업체에 부가세를 부과, 판매하여 마치 징수한 부가세액을 납부할 것처럼 가장, 공급을 받는 자를 기망, 징수한 부가세액 전액을 그 즉시 임의사용한 다음 세무관서를 기망, 신고한 경우 조세포탈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임 즉 이건처럼 기망징수하여 기망신고한 경우 설령 신고는 하였더라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임 Ⅲ. 대법원 판결요지(전원합의체 판결) 1. 다수의견 (8인의 대법관, 원심판단 정당) 대법원은 2007. 2. 15. 전원합의체 판결로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이 규정하는 조세포탈죄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인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의 확정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경우뿐만 아니라 비록 과세표준을 제대로 신고하는 등으로 조세의 확정에는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지만 조세범처벌법 제9조의3이 규정하는 조세포탈죄의 기수시기에 그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고 그것이 조세의 징수를 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인하여 생긴 결과인 경우에도 조세포탈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시하면서, 다만, 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조세의 징수를 회피할 목적으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그 재산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은닉 또는 탈루시킨 채 과세표준만을 신고하여 조세의 정상적인 확정은 가능하게 하면서도 그 전부나 거의 대부분을 징수불가능하게 하는 등으로 과세표준의 신고가 조세를 납부할 의사는 전혀 없이 오로지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의도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실질에 있어서는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아니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위와 같은 거래방식은 처음부터 정당한 세액의 납부를 전제로 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서, 거래상대방으로부터 거래징수하는 한편 과세관청에 대하여는 책임재산의 의도적인 산일과 그에 이은 폐업신고에 의하여 그 지급을 면하는 부가세 상당액이 위 거래의 유일한 이윤의 원천이자 거래의 동기이었음을 알 수 있는바, 본 사안은 전체적으로 고찰할 때 피고인들은 처음부터 부가세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의도로 거래상대방으로부터 징수한 부가세액 상당 전부를 유보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으로만 부가세를 신고한 것에 불과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 부가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할 것이어서 조세포탈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신고한 부분까지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2. 소수의견 (5인의 대법관) 이에 대하여 5인의 대법관은 별개의견을 제시하였는데, 별개의견은 부가세와 같은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는 납세의무자의 신고에 의하여 조세채무가 확정되므로 과세표준 및 세액을 실제 그대로 신고하여 조세채권 확정에 어떤 방해나 지장도 초래하지 않았다면 설사 납세의무자가 조세체납의 의도로 과세표준 신고 이전에 재산을 은닉?처분하였다 하더라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의하여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한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수의견과 같이 본다면 조세징수만을 불가능 또는 곤란하게 한 행위가 있는 경우에도 조세포탈죄가 성립한다는 결론에 이르는데 이럴 경우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 조세포탈범의 구성요건에 책임재산 은닉행위와 무납부 또는 과소납부행위를 포함시키고 징수권의 침해 여부에 따라 구성요건해당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되어 신고납세방식 조세의 본질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둘째, 대법원은 그동안 사전소득은닉행위를 과세표준 자체를 은닉하는 행위로 보아왔는데 다수의견에 의하면 책임재산 일반을 감소시키는 부정행위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게 되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 셋째, 다수의견과 같이 납세의무자의 책임재산을 은닉?탈루시키는 행위가 있으면 신고여부와 상관없이 조세포탈죄가 성립하는 것이라면 조세범처벌법 제9조의3에서 신고?납부기한이라는 기수시기를 따로 두고 있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넷째, 다수 의견에 따를 때 과연 어떠한 경우가 납세의무자의 과세표준 및 세액의 신고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여 실질적으로는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아니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인지 알기 어렵다. 다섯째, 다수의견에 의하면 부과과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도 확정과는 상관없이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는 적극적인 부정행위와 징수불능이 있으면 조세포탈범이 성립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바, 종래에는 납세의무자가 기망행위를 하였으나 과세관청이 이에 속지 않고 정당한 상속세액을 부과한 경우 조세포탈범이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으나 앞으로는 납세의무자가 부과된 세액을 납부하지 아니한 경우 조세포탈범이 성립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조세포탈범의 구성요건적 행위를 종전보다 확장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여섯째, 우리 세법은 조세채무의 확정과 징수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고 일단 조세채권이 확정되면 그 조세채권에 대하여는 일반채권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바, 조세포탈죄는 정당한 조세채권의 확정을 방해하거나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이해하여야 하고, 다수의견과 같이 정당한 조세채권의 확정에는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더라도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 경우까지 처벌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Ⅳ. 판례 평석(이건은 기망징수에 기한 기망신고이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전형임에도 다수의견 이유란에 이에 대한 판시가 누락된 점) 1. 다수의견 의의 조세범처벌법 제9조제1항의 조세포탈범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함으로써 성립한다. 대법원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대하여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케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고 일관되게 판시하여 왔다. 또한 적극적 행위가 수반되지 아니한 단순한 미신고 또는 과소신고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여 왔다. 그리하여 이번 판례는 기한 내에 신고하되 납부만 하지 아니하면 포탈이 아니고 체납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1심 판단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고, 또한 단순 무신고나 허위 신고만으로 조세포탈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종전 판례(대법원 1998. 6. 23. 선고 98도869, 2000. 4. 21. 선고 99도5355 판결)가 있음에도 부가세 포탈에 관한 한 비록 확정 신고를 하였다 하더라도 거래 실질에 있어 징수불능 의도로 거래징수한 부가세를 유보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으로 신고하여 조세채권이 정당하게 확정되는 경우 이는 실질에 있어 부가세를 신고하지 아니한 것과 다름이 없으므로 조세포탈에 해당한다는 판시로 부가세 포탈에 있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새로운 전기를 만들었다. 신고납세방식에서 신고는 조세채권을 확정시키는 준법률행위이고, 부과과세방식에서 신고는 단순한 세액결정자료 제출에 불과하므로 신고납세방식 세목(법인세, 소득세, 부가세 등)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가 부과과세방식 세목(상속세, 증여세 등)보다 넓고, 일본 역시 우리의 부가세법에 해당하는 소비세법 제64조에서 조세포탈행위를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로 규정하고 판례도 부정행위를 “포탈의 의도로써 세금의 부과?징수를 불능 혹은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것 같은 어떤 위계 그 밖의 공작을 행한 것”(최고재판소 1968. 11. 8. 선고)이라고 우리 대법원과 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있는바, 이 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례는 향후 자기부과조세제도의 확립 등과 괘를 같이하여 신고납세방식 세목의 경우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에 대해 종전보다 넓게 해석하겠다는 경향을 밝힌 획기적인 판례다. 여하튼 위 다수의견에 의해 2003. 7. 1. 이전에는 영세율제도, 그 이후에는 면세금제도를 악용하여 금지금 변칙거래를 통해 2조원 이상의 부가세를 포탈하여 국고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조직적, 지능적 조세포탈사범에 대한 법리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이들을 하나같이 조세포탈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구축되었다. 2. 다수의견 평석 다만 다수의견 유죄이유 판시내용과 관련, 아쉬운 점은 크게 네 가지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다수의견 판시 미흡에 기인하여 소수의견이 있었기에 이하 내용을 다수의견에 추가하여 판단하였으면 소수의견도 불식하고 세법엄격해석 원칙에 맞는 판시였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하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법해석 판시와 관련하여 일부 간과한 부분이 있다. 대법원 판례는 하나같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고 판시하는데 그치고 있는 바, 사기는 부정한 행위의 주요 태양으로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고, 여기서 기망이라 함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행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해석함에 있어 이건처럼 세무행정당국이나 공급을 받는 자를 기망하여 납세의 의무(헌법 제38조)를 감면받거나 공제받고, 징수한 부가세액마저 위 거래의 유일한 이윤의 원천이기에 징수불능케 하여 납세의무 이행을 면탈하여 세무행정의 적정성을 침해할 직접적인 위험이 있는 단계에 이르는 행위 즉 기망신고, 기망징수 행위는 당연히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에 포함하여 판시해야 함에도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조차 이러한 기망신고, 기망징수 행위를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대표사례로 포함시켜 판시하지 아니하고 만연히 종전 판시에만 그친 아쉬움이 있다. 참고로 헌법상 납세의무를 침해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와 유사한 병역법 제86조에 정한 ’사해행위‘의 의미 및 그 실행의 착수시기와 관련되어 대법원 판례(2005. 9. 28. 선고 2005도3065판결)는 ’사위행위‘라 함은 “병역의무를 감면받을 조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그러한 신체적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병무행정당국을 기망하여 병역의무를 감면받으려고 시도하는 행위를 가리키고 다른 행위 태양과 상응할 정도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면탈하고 병무행정의 적정성을 침해할 직접적인 위험이 있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에 비로소 사위행위의 실행을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는 점에서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과 관련하여 기망신고, 기망징수 부분까지 포함하여 판시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둘은 이건에서 피고인들은 조세부과측면에서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영세율인양 기망신고하여 조세부과를 불가능하게 하였기에 전형적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사전소득은닉행위)임에도 이에 대한 판단이 누락되었다는 점이다. 기망신고인 이유는 첫째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영세율로 지금을 양수한 사실이다. 둘째 영세율제도를 악용하여 영세율로 양수받은 지금을 하나같이 국내에 과세판매하여 거래를 위장한 사실이다. 셋째 그럼에도 마치 적법하게 영세율로 지금을 양수받은 양 매입세액을 영세율로 기망신고하여 공제받은 사실이다. 넷째 일부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고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다. 그리하여 위 네 가지 측면에서 피고인들은 영세율 적용대상이 아님에도 영세율로 매입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 영세율인양 기망신고하여 매입세액을 부당하게 공제받아 조세 부과를 불가능하게 한 것에 해당하므로 이건 신고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태양인 기망신고에 해당함에도 위 다수의견에서 이에 대한 판시가 누락되었다. 사단법인 한국세무학회의 원심법원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에 따르면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수출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출할 것처럼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영세율로 부가세 신고를 함으로써 납부세액을 축소시키거나 환급받았다면 그와 같은 행위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조세포탈범으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참고로 일본의 통설이나 판례(최고재판소 1973. 3. 20. 선고)에 의하면 기망신고 일종인 허위신고 자체만으로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셋은 피고인들은 조세징수측면에서 마치 부가세를 지급할 것처럼 공급을 받는 자를 기망, 징수하고 이를 전액 임의사용하여 조세징수를 불가능하게 하였기에 전형적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징수불능)임에도 이에 대한 판시내용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기망징수하여 징수불능인 이유는 첫째 현금과 같고, 당일 매입하여 바로 매출하므로 시세변동이 없는 영세율 지금을 하나같이 매입가보다 저가로 과세매출하여 마치 징수한 부가세를 납부할 듯한 태도로 기망징수하는 등 구조적으로 부가세를 납부할 수 없는 거래를 한 사실이다. 둘째 징수한 부가세 전액을 사적으로 임의로 사용, 횡령하여 징수를 불가능하게 한 사실이다. 셋째 궁극적으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수출업체의 부정한 환급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기 위해 수입가격보다 저가수출을 하여야 하고 저가수출을 위해 반드시 저가 과세매출할 수밖에 없는 거래를 통해 징수를 불가능하게 한 사실이다. 넷째 납부능력이 없는 자를 대표이사로 내세우고, 주범은 해외로 도주하고 사무실을 폐업하여 영업을 중단한 사실이다. 그리하여 설령 견해를 달리하여 신고를 하였기에 조세부과측면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없다 하더라도 종전 대법원 판례 즉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케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는 판시에 의하더라도 이건에서 피고인들은 거래징수제도를 악용하여 처음부터 조세징수가 불가능한 거래를 하였기에 그 행위 자체만으로 신고여부와 무관하게 조세징수 측면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즉 기망징수에 해당함에도 위 다수의견에서 이에 대한 이유 설시가 분명하지 않은 점이다. 넷은 기망신고, 기망징수인 경우 부가세 신고가 본건 조세포탈범 성립을 배제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누락된 점이다. ‘사기 기타 부정행위’는 단순한 하나의 행위일 수도 있지만 일련의 행위가 복합적으로 해당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행위만으로는 적극적인 침해의사를 인정할 수 없더라도 여러 개의 행위를 종합하여 조세포탈의사에 의한 적극적인 행위인 부정행위를 인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1심 판결과 같이 부가세 신고를 한 부분과 신고를 하지 않은 부분을 나누어 피고인들이 부가세 신고를 한 부분은 조세채무가 확정되었으므로 단지 조세 확정 이후의 체납의 문제라고 보는 것은 범행의 전체적 기망과정을 도외시한 것이다. 본건에서 피고인들의 신고는 조세의 확정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당국의 즉각적인 세무조사를 피하여 제1기분 부가세 포탈에 그치지 아니하고 제2기분까지 이어가기 위해 시간을 확보하거나 조세포탈 의도를 은폐하기 위한 기망신고로 대표적인 위계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서 살핀대로 기망신고, 기망징수 의도하에서 행해진 신고는 본건 부가세 포탈 성립을 방해하는데 하등의 지장이 없음에도 다수의견에서 이에 대한 판단이 누락되었다. 그리하여 이건 신고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조세체납 문제로 판단한 1심은 어떠한 적극적 부정행위, 즉 기망신고, 기망징수가 없는 단순 체납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3. 소수의견 비판 소수의견은 여러 가지 논거를 들어 다수의견을 비판하고 있는데, 결국 그 핵심은 다수의견과 같이 볼 경우에 조세포탈범의 구성요건에 책임재산은닉 후 무납부 또는 과소납부한 행위까지 포함시키게 되는데 이는 구성요건이 확장되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고, 신고납세방식 조세의 본질에도 어긋나며, 조세가 확정된 이상 조세포탈범으로 처벌할 수는 없고 조세채권 징수의 문제만 남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수의견은 정상적인 영업활동 후 체납을 위해 책임재산을 은닉하고 무납부한 경우를 상정하여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정상적으로 신고까지 마친 후 단지 세금을 면하기 위하여 책임재산을 은닉하고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경우까지 조세포탈범으로 보겠다는 것은 아니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있었던 경우와는 다르고 처음부터 끝까지 영업활동이 아닌 조세포탈 일련의 과정이었을 뿐이다. 다수의견은 애초부터 세금을 낼 의도없는 형식적인 부가세 신고는 비록 금액에 있어서 허위, 과소신고가 아니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보아 허위, 과소신고와 마찬가지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책임재산은닉행위를 구성요건의 하나로 추가한 것이 아니라 이 역시 형식적 신고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단서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일 뿐이다. 부가세 신고가 있었다 하더라도 사실상 신고가 없는 경우나 다를 바 없는 경우에 신고가 있었음을 이유로 조세포탈범의 성립을 부정한다면 무신고를 통해 1회성 거래를 통하여 단기간에 걸쳐 조세를 포탈하려고 기도하는 자보다 이건처럼 계획적?지능적 범의 하에 신고를 하면서 마치 징수한 부가세를 납부할 듯한 태도로 세무관서를 기망, 현실적으로 세무조사를 받지 아니한 채 최대한 시간을 확보하여 더 많은 조세를 포탈하려고 하는 자가 더 유리하게 되는 결과가 되는바 이를 막기 위하여 실질적으로 신고가 없는 경우와 같이 보겠다는 것이고 소수의견이 말하는 것처럼 조세포탈범의 행위 정형성이 무너질 만큼 구성요건을 확장한 것은 아니다. 이는 추상적인 법률을 해석하여 구체화된 기준을 제시하는 법관의 법률 해석의 권한 내에 있는 것이지 명문의 규정을 넘어서 가벌성을 확장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다수의견 평석에서 밝힌 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기망신고, 기망징수를 포함하여 해석, 판시하였다면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소수의견 없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여 신고납세방식 세목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을 보다 넓고 명확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향후 이에 대한 해석의 엄격성을 유지하는 등 헌법상 원칙인 조세법률주의도 한 차원 더 구현하는 기념비적인 판례가 되었으리라고 확신한다. Ⅴ. 결 론 대상판결은 피고인들과 같이 부가세의 영세율제도, 거래징수제도를 악용하여 징수한 부가세를 횡령하고 저가매출로 구조적으로 조세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고 기망신고한 경우에는 과세표준 신고여부와 무관하게 조세포탈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검찰측 주장을 전면 수용한 것으로서 부가세 포탈에 있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범위를 확대한 획기적인 판례라 할 것이다. 다만 오랜만에 조세포탈행위 해석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인 만큼 이번 다수의견에서 종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에 기망신고, 기망징수까지 추가하여 포함됨을 명확하게 판시하였다면 세법 엄격해석에도 부합되면서 부가세 포탈에 관한 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와 관련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시금석과 같은 판례가 되었을 것이 확실함에도 이를 포함하여 판시하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건은 검찰에서 종로일대 금시장 부가세포탈 수법을 포착, 서울고검 주재로 특별대책본부를 편성하고 국세청과 공조수사를 착수하고, 공판까지 직관하여 사단법인 한국세무학회 의견조회, 국세청 유권해석(각 조세포탈에 해당한다는 취지), 의견서를 통한 적극적인 의견개진 등을 통해, ① 포탈규모 2조원 이상의 사상최대 탈세범죄를 적발하고, 연간 5천억원대 부가세 부정환급, 금지금 수출입 과정에서 수입가보다 저가 수출을 통해 590억원 상당에 이르는 국부해외유출을 차단하게 되었고, ② 이건 수사 이전 금 수입물량이 정상보다 6배나 상회하는 등 금시장이 조세포탈의 온상이었으나 수사착수이후 금 수입물량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등 금시장내 조세포탈사범을 발본색원하여 금 수출입질서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③ 단순한 수사에만 그치지 아니하고 공판에 이르기까지 검찰, 국세청 등 유관기관간에 실질적인 공조체제가 이루어낸 대표적인 수사, 공판성공사례로 새로운 판례를 개척하여 탈세사범에 대한 수사를 보다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조세포탈범은 국가의 조세행정을 부정하게 저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건의 경우 국고의 해외유출을 야기하는 등 반사회적인 범죄로 지탄을 받고 있으며 그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 국제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더욱이 경제의 발전, 정책 및 세제변화 등에 따라 불확정개념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에 대한 판례 축적 등을 통해 이러한 범죄의 추세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법률이 제 역할을 못하도록 방치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향후 조세사범 수사실무에 있어서 갖는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2007-08-06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의 위헌성
I. 문제의 제기 명의신탁재산을 증여로 의제하는 규정은 1974.12.21.에 최초로 신설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다만,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이 1995. 7. 1.부터 시행됨에 따라 부동산(토지, 건물)은 증여의제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지금은 주식을 타인명의로 주주명부에 등재한 경우에 이를 증여의제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동안에 명의신탁재산을 증여로 의제하는 규정이 위헌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계속 제기되어 4차례에 걸쳐서 헌법재판이 이루어졌으나 위헌 결정은 나지 아니하였다(헌법재판소 1989.7.21. 선고 89헌마38 결정; 헌법재판소 1998.4.30. 선고 96헌바87, 97헌바5·29(병합) 결정; 헌법재판소 2004.11.25. 선고 2002헌바66 결정; 헌법재판소 2005.6.30. 선고 2004헌바40, 2005헌바24(병합) 결정). 과세당국은 위헌논란이 일 때마다 법률규정을 강화 내지 보완하였고, 대법원 또한 거의 모든 경우에 증여세 과세가 정당하다고 해석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지금에 이르러서는 주식 등에 대하여 명의신탁이 이루어지면 증여세 과세를 피할 길이 없는 쪽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에 대한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고, 명의신탁이 있게 되면 무차별적으로 조세회피목적이 있다고 보아서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계속되었다. 연구대상결정도 구 상속세및증여세법(1998. 12. 28. 법률 제5582호로 개정된 후 2002. 12. 18. 법률 제67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의2 제1항 본문과 단서 제1호, 제2항, 제5항은 비례의 원칙, 평등원칙 및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체계정당성에도 반하지 아니하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선고하였다.(반대의견 있음) 아래에서는 연구대상결정을 소재로 하여 명의신탁증여의제 규정의 위헌성을 검토하여 본다. II.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의 위헌성 1. 실질과세원칙의 위배 여부 연구대상 결정은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실질과세 원칙의 예외로서 헌법상 허용된다고 하나 수긍할 수 없다.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본질적으로 증여가 아닌 경제적 거래를 세법상으로는 증여로 보아서 증여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그 핵심이므로, 이것은 조세의 이름을 빌려서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과세소득 내지 담세력이 있는 경제적 거래 자체는 존재하지만 그것이 누구에게 귀속되는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하여 원칙적 귀속자인 실질소유자가 아니라 명의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아 과세하기 위하여 실질과세원칙의 예외가 허용된 경우는 있지만(예컨대 1994.12.21. 개정전의 구소득세법 제7조), 과세소득 내지 담세력이 일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세소득 내지 담세력을 법률규정으로 발생시켜서 조세를 부과하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과세소득 내지 담세력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의 규정으로 담세력을 창출시켜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을 가리켜 실질과세원칙의 예외라는 논리를 내세워 합리화할 수는 없고,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2. 조세평등주의의 위배 여부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 내지 이익이 아니라 단순히 권리의 외양만을 취득하여 담세능력이 없는 명의수탁자를 재산을 실질적으로 증여받은 자와 일률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하여 고율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명의수탁자를 자의적으로 불리하게 취급하는 것으로서 조세가 담세능력 내지 경제적 급부능력에 따라 배분되어야 한다는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된다고 보아야 한다.(반대의견 참조) 한편,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의 본질은 조세가 아니라 형벌 내지 행정벌이다. 그렇다면 명의신탁을 주도하여 위법성의 정도가 심한 명의신탁자에게 제재로서의 증여세를 부과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가벌성의 정도가 훨씬 약한 종범 내지 방조범에 불과한 명의수탁자에게 고율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행위의 위법성에 상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를 근거없이 차별하는 것으로서 이런 점에서도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아야 한다. 3. 비례원칙 위반 여부 가. 수단의 적합성 내지 피해의 최소성 여부에 대하여 (1) 연구대상결정은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명의신탁은 물론이고 증여세 이외의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명의신탁에 대하여서까지 증여세를 부과하더라도 입법목적의 달성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이나 과징금에 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으나 수긍할 수 없다. (2) 조세는 주기능 내지 본래적 기능인 재정수입의 확보 이외에도 경기조절, 특정 경제활동의 조장 또는 억제, 소득재분배를 통한 사회적 형평의 추구 등 여러 가지 부차적 기능을 가지고 있으나 어느 경우이든 간에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인 형벌·벌금·과료·과태료 등과는 본질을 달리한다. 그런데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실질적 담세력이 전혀 없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본질은 형사벌 내지 행정적 제재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형사처벌 내지 행정적 제재의 조세화」인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조세의 본질에 위반되는 것이고 그 입법목적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적합한 수단이 아니다. (3) 증여세가 형사처벌 내지 과징금에 비하여 납세자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수단인지도 의문이다. 부동산의 명의신탁이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처벌되는 경우는 드물 뿐만 아니라 가령 처벌이 된다고 하더라도 대개는 벌금형을 받는 데에 그친다. 한편,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을 한 자에 대하여는 당해 부동산가액의 100분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의 범위 안에서 부동산가액, 위반 기간, 조세를 포탈하거나 법령에 의한 제한을 회피할 목적으로 하였는지 여부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과징금이 유연하게 부과된다. 이에 비하여 세무조사 과정에서 주식의 명의신탁 사실이 밝혀져서 세금을 부과받는 경우가 부동산의 명의신탁으로 인한 형사처벌 또는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는 예보다 현실적으로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증여세는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서 최고 50%의 세율로 중과세되게 된다. 이와 같은 현실을 생각한다면, 증여세 부담이 형사처벌 또는 과징금보다 수증자의 피해를 최소화시켜 주는 수단이라는 견해는 피상적 고찰이라고 할 것이다. 나. 법익의 비례성에 대하여 명의신탁을 이용하여 증여세가 아닌 다른 조세를 회피하는 경우에 대하여서까지 지나치게 고율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조세정의와 납세의 공평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공익을 감안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담세능력이 전혀 없는 명의수탁자에게 막중한 금전적인 부담을 지우게 되는 과중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법익간의 균형성을 잃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이 건 결정의 반대의견) 4. 체계정당성의 위반 문제 가령 어느 주주가 그 소유의 주식 중 일부를 타인(명의수탁자) 명의로 등재하여 둠으로써 배당소득세를 수십만원 회피하였다고 하여, 아무런 재산상 이득도 얻은 바 없는 명의수탁자에게 증여세를 수천만원 내지 때에 따라서 수억원을 과세하는 것을 가리켜 입법재량의 범위 내이고 체계정합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회피하려는 조세와는 그 세목이 전혀 다르고 세율도 가장 높은 증여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입법재량의 한계를 훨씬 넘은 것이고 체계정당성에도 위배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III. 증여의제 규정의 문제점의 해결방안 1. 근본적 해결방안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현행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5조의 2)은 실질과세의 원칙 및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되고, 법체계의 정당성에도 어긋나며 최소침해 및 비례의 원칙 등에 어긋나는 위헌적인 규정이므로 폐지하여야 한다. 2. 입법적 해결방안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규정을 전체적으로 폐지하기가 어렵다면 우선 “조세회피의 목적”을 “증여세회피의 목적”으로 고쳐서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하여 명의신탁을 이용한 경우에만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아울러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의 본질이 조세의 외형을 빌린 제재 내지 처벌이라고 본다면, 수증자를 제2차납세의무자로 함은 모르되 주된 납세의무자로 하는 것은 부당하고 반사회성이 두드러진 증여자를 납세의무자로 하도록 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3. 합리적 해석방안 (1) 종전까지의 대법원의 주류적 태도는, 현실적으로 조세회피가 이루어지지 아니 하였더라도 추상적인 조세회피 가능성이 있는 이상 명의신탁된 주식에 대하여 조세회피목적이 있다고 보아서 증여로 의제할 수 있다고 해석함으로써 조세회피목적이 없는 명의신탁은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1999. 7. 23. 선고 99두2192 판결; 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3두13649 판결;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3두4300 판결 등). (2) 대법원의 경직된 태도와 달리 학설 및 일부 하급심판례는, 조세회피와 관련 없는 명의신탁행위의 중요한 의도가 따로 있고 부수적으로 조세부담의 경감이 있는데 불과한 경우에는 조세회피의 목적을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든가, 조세회피의 의도가 현실화되지 않고 나아가 조만간 그러한 결과가 분명하게 예상되지도 않는 상황이라면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등과 같이, 조세회피목적의 범위를 축소해석함으로써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문제점을 줄여 보려는 노력을 하였다. (3) 그런데, 최근에 선고된 대법원 2006.5.12. 선고 2004두7733판결은, 주식의 명의신탁이 상법상 요구되는 발기인 수의 충족 등을 위한 것으로서 단지 장래 조세경감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막연한 사정만이 있는 경우에는 위 명의신탁에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 취지에 따른다면, 명의신탁을 하게 된 주된 이유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그 명의신탁에 부수하여 사소한 조세경감이 생기거나 장래의 조세경감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증여의제 과세요건인 조세회피목적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매우 타당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위 대법원 판결은, 현실적으로 조세회피가 이루어지지 아니 하였더라도 잠재적인 조세회피 가능성이 있는 이상 명의신탁된 주식에 대하여 조세회피목적이 있다고 보아서 증여로 의제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 온 종전 판례의 주류적 흐름과 모순된다고 여겨지는데 이 부분에 대하여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요컨대, 위 판결은 그 사건에 나타난 유별난 사실관계 하에서만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아니면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의 광범위한 적용에 대한 그간의 비판을 받아들여서, 명의신탁을 하게 되는 주된 이유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장래의 조세경감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증여의제 과세요건인 조세회피목적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일반적인 설시인지가 분명하지 아니하다. 이 점에 대하여 대법원은 하루빨리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IV. 결론 상속세 또는 증여세가 다른 세목에 비하여 조세정책적인 성격을 강하게 가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전혀 담세력이 없는 명의수탁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조세의 내재적 한계를 넘어선 것이고, 증여세가 아닌 다른 종류의 조세를 사소하게 회피하였거나 심지어 잠재적 회피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그 수십배 내지 수백배에 달하는 과도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도 잘못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는 조세가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보복 내지 제재수단으로 쓰이거나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처벌 내지 경고 수단으로 오·남용된 경우가 많았다. 오늘날에는 그와 같은 예는 드물다고 보이나 그 대신에 조세를 정책수단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나 정치적 또는 정책적 목적으로 조세의 기능을 남용하게 되면 국민들의 조세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키고 저항을 불러 일으킴으로써 입법자가 원래 의도하였던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조세 본연의 모습만 잃어버리게 될 우려가 크다. 하루라도 빨리 조세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게 입법되고 운영되기 바란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에 현행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5조의 2의 규정은 조만간에 폐지되거나 개정되어야 한다. 만약 위 규정이 그대로 존속된다면 해석론을 통하여 불합리를 제거할 수밖에 없는바, 대법원은 하루빨리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보다 분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바란다.
200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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