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9일(월)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상표
검색한 결과
31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진정상품의 병행수입과 부정경쟁행위
I. 들어가기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이란 "상표권자가 국내와 국외에서 동일한 상표를 각 국내법에 따라 등록한 경우 제3자가 국내의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의 허락 없이 외국에서 그 국내법에 따라 적법하게 상표를 부착하여 판매된 상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병행수입이 발생하는 이유는 동일한 상표를 부착한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각 국에서의 판매가격이 다르므로 값이 싼 국가에서 수입하여 값이 비싼 국가에서 판매한다면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병행수입이 법률적으로 문제되는 영역은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이다. 본 평석에서 다루고자 하는 부분은 부정경쟁방지법에 관련된 부분이지만 논의의 편의를 위하여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 모두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한 후에 부정경쟁방지법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이 정당한지 논하고자 한다. II.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2.9.24.선고 99다42322, 대법원 2009.1.30. 선고 2008도7462)의 요지 1. 상표법에 관한 판결의 요지 상표는 기본적으로 당해 상표가 부착된 상품의 출처가 특정한 영업주체임을 나타내는 상품출처표시기능과 이에 수반되는 품질보증기능이 주된 기능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병행수입업자가 위와 같이 소극적으로 상표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선전행위를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위와 같은 상표의 기능을 훼손할 우려가 없고 국내 일반 수요자들에게 상품의 출처나 품질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없다면, 이러한 행위는 실질적으로 상표권 침해의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므로, 상표권자는 상표권에 기하여 그 침해의 금지나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의 폐기 등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2. 부정경쟁방지법에 관한 판결의 요지 병행수입업자가 적극적으로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선전행위를 한 것이 실질적으로 상표권 침해의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용태양 등에 비추어 영업표지로써의 기능을 갖는 경우에는 일반 수요자들로 하여금 병행수입업자가 외국 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 등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사용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 소정의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되어 허용될 수 없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2002년도 버버리 제품의 병행수입에 관한 판결에서 매장 내부 간판, 포장지 및 쇼핑백, 선전광고물은 영업표지로 볼 수 없거나 병행수입업자의 매장이 마치 대리점인 것처럼 오인하게 할 염려가 없어 상품의 표장의 사용이 허용되는 반면에, 사무소·영업소·매장의 외부 간판 및 명함은 영업표지로 사용한 것이어서 상품의 표장의 사용이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2009년 나이키 제품의 병행수입사건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는데, 판매점의 외부에 설치된 현수막 등에 국내에 널리 인식된 나이키의 표장을 사용하여 영업한 것은 위 표장의 상표권자로부터 전용사용권을 부여받아 영업을 하는 주식회사 나이키스포츠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III. 판례평석 1. 병행수입된 상품의 광고의 허용범위에 관한 다양한 견해들 가. 일본학설 일본에서는 병행수입한 상품의 광고의 허용범위와 관련하여 세 가지의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첫째, 진정상품에 대하여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진정상품의 출처표시기능을 해하지 않으므로 허용된다는 견해. 둘째, 진정상품과 관계없이 상표를 사용한다든가, 판매점 간판에 표시하는 행위와 같이 상표권자의 대리점 또는 라이선스판매가 있다고 오해가 생기는 경우에는 부정경쟁행위로써 금지되어야 한다는 견해. 셋째, 병행수입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범위에서 상표사용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견해. 나. 유럽연합법원(European Court of Justice)의 입장 유럽연합법원(사건번호 C-63/97)은 '상표와 관련한 회원국가의 법을 수렴시키기 위한 지침(First Directive 89/104/EEC of the Council, of 21 December 1988, to Approximate the Laws of the Member States Relating to Trade Marks)' 제7조 제2항을 근거로 하여 "병행수입한 상품의 판매자와 상표권자 간에 어떤 상업적 관계가 있다는 인상, 특히 판매자의 영업이 상표권자의 공급망의 일부 또는 양자 간에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인상을 준 경우에는 위 지침 제7조 제2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또한, 이러한 방식의 광고는 상표권자의 경쟁자가 상표의 명성을 부당하게 이용하려는 것을 금지하여 상표권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상표의 목적에도 반한다"고 판시하여 우리 대법원의 입장과 유사하다. 참고로 위 지침 제7조 제2항에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표의 권리소진을 부인하고 상표권자가 제3자의 상표사용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사견 가. 상품주체혼동과 영업주체혼동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에서는 영업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영업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는 이유는 타인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쌓은 명성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이익을 얻고 궁극적으로 사업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데 있다. 그런데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 목에서 상품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품주체혼동행위와 영업주체혼동행위는 언어적으로 구별이 가능하지만 구체적 사실에서는 분명한 기준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 예들 들어 나이키라는 이름은 국내에 널리 알려진 결과 나이키상품을 다른 상품과 구별시키는 기능과 함께 나이키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을 표시하는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판매자가 영업의 출처를 표시할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나이키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광고를 하게 되면 상품의 출처와 영업의 출처를 동시에 표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결과를 발생시키는 광고가 모두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하여 금지된다는 것은 병행수입의 적법성을 고려할 때 문제가 있다. 나. 대법원 해법과 그 문제점 위와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대법원은 외부간판이나 현수막과 같이 매장외부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일반 수요자들로 하여금 병행수입업자가 외국 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 등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지하면서도 매장내부 또는 포장지 등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그러한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허용하고 있다. 정리하면 대법원은 영업주체혼동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매장내부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영업주체혼동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품주체의 혼동을 유발하지 않는 병행수입된 상품의 광고에 대하여 기존의 영업주체혼동행위의 기준을 엄격하게 제시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며, 이러한 기준에 따르더라도 매장외부 광고와 매장내부 광고가 영업주체혼동을 유발하는데 있어서 차이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병행수입업자가 매장에서 하나의 브랜드 제품만을 판매한다면 매장외부에 표장을 사용하거나 매장내부에 표장을 사용하거나 관계없이 구매자로서는 영업주체를 오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다. 새로운 해법의 제시 원점으로 돌아서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영업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는 타인의 영업을 자신의 영업인 것처럼 표시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는 것을 방지하는데 있다. 그렇다면 영업주체혼동이 발생하더라도 이러한 혼동으로부터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없었고 실제로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없다면 부정경쟁행위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예를 들어 유명상표의 의류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판매점의 영업주체가 상표권자의 한국 내 지점 또는 지사이든 아니면 상표권자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서 독점수입판매를 하는 한국회사이든 관심이 없다. 구매자의 관심은 유명상표의 의류제품의 품질이 좋다거나 제품의 명성이 높다는 등 상품의 출처에 집중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제품에서 상표권자가 병행수입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영역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 목의 '상품주체혼동'이지 나. 목의 '영업주체혼동'이 아니다. 따라서 사견으로는 대법원이 버버리 제품이나 나이키 제품의 병행수입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의 '영업주체혼동'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반면에 전자제품의 경우에서는 구매자는 상품의 품질이나 명성에도 관심을 갖지만 애프터서비스에도 높은 관심을 갖기 때문에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애프터서비스는 상품과 독립된 무형의 서비스 영역이므로 상품판매와 별도로 독립된 영업에 해당한다. 따라서 병행수입업자가 애프터서비스영업의 주체에 대하여 혼동을 유발하여 자신이 국내에 널리 알려진 애프터서비스의 제공자인 것처럼 구매자를 오인시켰다면 부정경쟁행위가 될 것이다. 이때 외부간판이나 현수막에 의한 광고는 금지되지만 매장내부의 광고는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 구체적인 광고방법이 구매자에게 영업주체혼동을 유발하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병행수입된 제품의 광고의 한계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대법원 판결처럼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병행수입된 상품의 특성을 고려하여 구매자를 기준으로 볼 때 상표권자가 영업주체가 누구인지 여부에 대하여 이익을 갖고 있는지를 살핀 후, 만일 그러한 이익이 존재한다면 구체적인 광고방법이 영업주체혼동을 유발하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2010-09-02
인라인 링크(Inline Link)와 전시권 침해
I. 들어가기 인터넷에서 하이퍼링크(hyperlink) 또는 링크(link)란 연결시키고자 하는 문서의 웹 위치 정보 내지 경로를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링크가 설정된 문구를 하이퍼텍스트(hypertext)라고 하는데, 하이퍼텍스트를 클릭(click)함으로써 사용자는 자동적으로 링크된 문서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링크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데, 그 중에서 '인라인 링크' 방식은 현재의 웹사이트에서 링크를 열면 다른 웹사이트의 정보(주로 이미지)가 현재의 웹사이트의 부분인 것처럼 나타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라인 링크 방식에 의하여 유입되는 정보들이 현재의 웹사이트의 화면 내의 독립된 프레임에 나타나도록 하는 것을 프레이밍(framing)이라고 한다. 인라인 링크를 포함하여 인터넷에서의 링크가 계속하여 문제된 이유는 저작권자가 아닌 제3자가 타인으로 하여금 저작물을 보고, 듣고, 읽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링크는 웹사이트의 서버에 저장된 저작물의 인터넷 주소(URL)를 복사하여 사용자가 이를 자신의 블로그 게시물 등에 붙여두고 여기를 클릭하면 위 웹사이트 서버에 저장된 저작물을 직접 보거나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으로써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저작물의 웹 위치 정보 내지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링크에서는 유형물에 고정되는 '복제'가 일어나지 않으며 전송의 의뢰가 있을 뿐이지 '전송'에 해당하는 행위가 없기 때문에 인터넷상의 저작물에 링크를 하더라도 저작권자의 복제권과 전송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대법원 2009. 11.26. 선고 2008다77405 판결). 그런데 인라인 링크와 관련하여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었다. 인라인 링크를 이용하면 현재의 웹사이트에 링크된 웹사이트가 구현되고,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링크로 구현된 웹사이트가 마치 현재의 웹사이트의 일부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에서 인라인 링크가 '전시'에 해당하지 않는가 논란이 있다. II. 인라인 링크에 관련한 국내외 판례들 1. 국내 판례(대법원 2010. 3.11. 선고 2009다4343) 가. 사건의 개요 피고는 온라인서비스제공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인터넷포털사이트를 운용하는 회사이다. 피고는 피고의 웹사이트가 아닌 다른 일반 인터넷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미지를 검색로봇과 같은 이미지 수집프로그램을 통해 수집하여 이를 가로 약 3cm, 세로 약 2.5cm 크기의 이미지(썸네일)로 변환한 후 그 썸네일 이미지와 원본 이미지가 저장된 인터넷 주소를 서버에 저장해 두었다가 사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하면 피고 웹사이트의 화면 창(window)을 상·하단으로 나눈 다음, 상단에는 검색결과에 해당하는 썸네일 이미지목록과 원래의 이미지가 게시된 웹사이트에 대한 인터넷 주소 등의 정보를, 하단에는 사용자가 선택(click)한 썸네일 이미지의 원래 이미지가 저장된 인터넷 주소에 연결(link)하여 원래의 웹페이지의 모습을 각 보여주며 위 화면의 상단과 하단 사이에 "본 이미지 원본은 하단의 사이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표시하였다. 원고는 사진작가로서 자연풍경을 위주로 작품활동을 하여 오던 중 자신이 창작적으로 촬영한 사진작품을 게시하고 임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웹사이트를 개설하여 자신의 사진작품들을 게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원고의 사진들이 피고의 위 검색서비스를 통해 검색될 수 있는 상태에 놓여져 검색결과의 하단에 원고의 원본사진이 나타났고 이에 원고는 자신의 복제권, 전송권, 전시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여러 가지 논점에 대하여 판시하였지만 본 주제와 관련한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른바 인터넷 링크에 의하여 이미지를 보여 주는 방법에는 웹브라우저에서 인터넷 사용자를 특정 웹페이지로 이동시켜 주는 방식 외에, 동일 서버 또는 다른 서버에 있는 이미지를 링크를 제공하는 웹페이지의 특정한 위치에 특정한 크기로 나타나도록 하는 방식으로도 구현할 수 있으며, 후자의 방식에 의할 경우에는 웹브라우저의 주소창에 표시된 웹사이트의 주소가 변하지 않은 채 링크된 다른 웹사이트의 이미지 등에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바… (중략) 외부이미지 221점의 원래의 이미지 또는 이를 축소, 변환한 상세보기 이미지를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서버 등의 유형물에 저장하였음을 전제로 그 복제권, 전송권 및 전시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미국판례 가. Kelly v. Arriba Soft Corp., 336 F.3d 811 (9th Cir. 2003) 이 사건에서 원고는 자신이 촬영한 사진저작물을 자신의 웹사이트에 게시하고 있었다. 피고의 크롤러(crawler; 인터넷상의 웹문서를 추적하는 수집기)는 위와 같이 게시된 원고의 사진을 수집하여 피고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 후 저해상도의 썸네일(thumbnail) 이미지로 변환한 뒤에 전체크기의 사진을 삭제하였다. 이러한 썸네일에는 인라인 링크가 설정되어서 이를 클릭하면 원고의 웹사이트에 저장된 전체크기의 사진이 피고의 웹사이트의 프레임 안에서 구현되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자신의 저작물을 복제, 전송, 전시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썸네일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원고의 저작물이 복제되기는 하였지만 이러한 복제는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의 정당한 사용(fair use)에 해당하므로 복제권이 침해된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참고로 대법원 2006. 2.9. 선고 2005도7793 판결에서도 검색사이트에서 썸네일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은 검색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미지의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는 것이므로 정당한 사용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 사건의 재판부는 전시(display)의 개념에는 전자적 방법으로 이미지를 전송하는 것도 포함되므로 피고의 인라인 링크는 원고의 전시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덧붙여 재판부는 통상 웹사이트의 게시판에서 발생하는 저작권침해에 대하여 웹사이트의 운영자가 적극적인 관여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이 없지만 이 사건에서의 피고는 적극적으로 이미지를 전시하는 데 참여하였으므로 원고의 전시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보았다. 한편 전체크기의 사진을 전시하게 되면 사용자는 굳이 원고의 웹사이트를 방문할 필요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익이 침해되고 결국 피고의 행위는 정당한 사용(fair use)에 해당할 수 없다고 보았다. 나. Perfect 10, Inc. v. Amazon. com, Inc., 487 F.3d 701 (9th Cir. 2007) 구글의 이미지 검색서비스를 이용하여 검색어를 입력하면 검색결과가 이미지로 나타나는데, 화면의 상단에는 썸네일 이미지가 나타나고 화면의 하단에는 전체크기의 이미지가 나타났다. 화면의 하단에 전체크기의 이미지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구글의 서버에 전체크기의 이미지가 저장된 것은 아니며 인라인 링크를 통하여 작동된 것이다. Pefect 10은 웹사이트를 통하여 누드사진을 서비스하는 회사로서 사진의 일부가 불법으로 복제되어 다른 웹사이트에 게시되었고, 구글의 이미지 검색서비스가 위와 같이 불법복제된 사진을 인라인 링크하여 검색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에 Perfect 10은 구글 그리고 구글과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아마존을 상대로 하여 자신의 전송권과 배포권이 침해되었음을 주장하면서 침해정지가처분신청을 하였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서버기준(server test)'의 접근방식을 취한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는데, 이 사건의 원심은 전자적 정보를 컴퓨터에 저장하여 이를 직접 사용자에게 서비스(즉, 물리적으로 0과 1로 된 정보를 사용자의 브라우저에 전송하는 것)하는 것이 전시에 해당하므로 반대로 전자적 정보를 저장하여 사용자에게 서비스하지 않는다면 전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하여 이 사건의 원심은 구글이 사진의 이미지를 컴퓨터에 저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송할 '유형물에 고정된 사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따라서 전시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는데 이러한 결론은 항소심에서 지지되었다. 덧붙여 인라인 링크는 사용자의 브라우저가 전체크기의 사진이 저장된 웹사이트로 이동하도록 하는 지시에 불과하기 때문에 복제물을 보여주는 행위가 아니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 사건 재판부는 인라인 링크와 프레이밍이 사용자로 하여금 구글의 웹사이트를 보고 있다고 믿게 만들 수 있지만 상표법과 달리 저작권법은 소비자를 혼동시키는 행위를 금지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행위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Ⅲ. 우리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 웹사이트에 링크를 설정하는 행위가 복제 또는 전송이 아니란 점에 대하여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인라인 링크 이외의 링크가 전시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왜 유독 인라인 링크에 대하여만 전시권이 문제가 되고 있을까? 그것은 링크된 웹페이지가 현재의 웹사이트의 프레임 안에 나타나기 때문에 현재의 웹사이트가 링크된 웹사이트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저작권법 제101조에서는 전시를 '저작물의 복제물을 직접 보여주거나 필름, 슬라이드, 텔레비전 이미지 기타 다른 기계 또는 절차에 의하여 저작물의 복제물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조에서는 '저작물을 공중에게 실연 또는 전시한다'는 의미에 '저작물의 실연 또는 전시를 공중에게 송신(transmit)하는 행위'를 포함시키고, 송신을 '이미지 또는 음향이 발송되는 장소 이외의 장소에서 수신되도록 하는 장치 또는 절차에 의하여 저작물의 실연 또는 전시를 전달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디지털 송신'을 '디지털 기타 아날로그 이외의 형태로 전부 또는 일부의 송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 저작권법에 따르면 전자적 방식으로 이미지를 송신하는 것도 전시에 해당하므로 인라인 링크가 전자적 방식으로 이미지를 송신하는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전시권침해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Perfect 10, Inc. v. Amazon.com, Inc., 사건에서는 인라인 링크는 지시에 불과하지 전자적 방식으로 이미지를 송신하는 행위가 아니므로 전시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우리 저작권법 제19조에서는 저작권자의 전시권을 보호하고 있지만 '전시'의 정의를 두고 있지 않다. 저작권법의 전체적인 해석상 전시는 '미술저작물, 건축저작물, 사진저작물의 원작품이나 복제물 등의 유형물을 일반인이 자유로이 관람할 수 있도록 진열하거나 게시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대법원 2010. 3.11. 선고 2009다4343). 그런데 저작권법 제2조 제10호에서는 '전송'을 '공중송신 중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작물등을 이용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하여 미국 저작권법상 송신과 달리 전송의 개념에 전시를 포함시키고 있지 않다. 따라서 미국 저작권법과 달리 우리 저작권법에 따라서 인라인 링크가 전시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서는 인라인 링크가 전자적 방식으로 이미지를 송신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 왜냐면 설령 인라인 링크가 전자적 방식으로 이미지를 송신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저작권법상 전송권의 침해가 될 뿐이지 전시권의 침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대법원이 미국 판례가 인정한 '서버기준'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인라인 링크에 의해서는 서버 등에 유형물이 저장되지 아니하므로 전시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는 바, 이러한 판단은 전송권과 전시권을 혼동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사견으로는 우리 저작권법에서는 전시를 유형물의 '진열'과 '게시'로 보고 있는데 이는 적극적으로 유형물을 보여주는 행위와 이렇게 보여주는 행위가 어느 정도 시간적으로 지속되는 것을 요소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라인 링크를 위 두 가지 요소에 적용하여 보면, 인라인 링크도 다른 링크와 마찬가지로 특정 웹사이트의 위치 정보 내지 경로란 점에서는 원본이나 복제물을 '진열'하거나 '게시'하는 적극적인 행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시간적 지속성도 없으므로 전시라고 볼 수 없다. 만일 인라인 링크를 통하여 나타난 결과 화면을 공중이 볼 수 있도록 '진열' 또는 '게시'한다면 전시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러한 결론은 인라인 링크만이 아니라 다른 링크에서도 동일하다. 그렇다면 대법원으로서는 인라인 링크에 의하여 유형물이 서버 등에 저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전시권이 침해되지 않았다고 판시할 것이 아니라 Perfect 10, Inc. v. Amazon.com, Inc., 사건에서 부차적으로 지적한 바와 같이 인라인 링크는 사용자의 브라우저가 전체크기의 사진이 저장된 웹사이트로 이동하도록 하는 지시에 불과하기 때문에 복제물을 보여주는 행위, 즉 '진열' 또는 '게시'가 없으므로 전시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어야 한다고 본다. 참고로 전시권은 저작권 귀속의 오인 또는 혼동을 방지하기 위한 권리가 아니므로 인라인 링크가 일으키는 저작권 귀속의 혼동에 관한 문제는 성명표시권 또는 기타 관련 법이 해결할 문제라고 본다.
2010-07-08
등록무효심결 확정된 선등록상표도 비교대상 상표로 될 수 있다는 상표법 조항의 위헌성
1. 사안의 개요 청구인은 전기침대 등을 제작하는 회사로서, 1987.경 '장수'를 상표로 출원·등록하였는데, 청구외 박○○이 1998.경 '장수'와 유사한 상표를 출원·등록하였으며, 그 후 청구인은 다시 2001.경 '장수★★★★★'를 상표로 출원·등록하였다. 청구인은 위 박○○의 상표에 대하여 청구인의 등록상표 '장수'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2004. 7.23. 무효심결이 내려져 확정되었다. 한편 이해관계인 이○○은 2006.경 청구인의 등록상표 '장수★★★★★'가 소멸등록된 박○○의 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여 역시 무효심결이 내려졌다. 이에 청구인은 특허법원에 위 무효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서 상표법 제7조 제3항 본문 중 괄호부분{"제1항 제7호 및 제8호의 규정은 상표등록출원시에 이에 해당하는 것(타인의 등록상표가 제71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로 된 경우에도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에 대하여 이를 적용한다"에서 괄호부분 중 제7호에 관한 부분.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헌재는 2009. 4.30. 위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하였다. 2. 결정의 요지 우선, 상표등록출원의 경우 특허청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과 관계없이 후출원상표의 출원시에 이와 동일 또는 유사한 타인의 선등록상표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후출원상표의 등록을 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선등록상표가 무효로 확정되어 소멸한 뒤 곧바로 후출원상표의 등록을 허용한다면 소비자에게 상표에 대한 오인·혼동을 줄 우려가 있으나, 이는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8호 등에 의하여 해소되고 있으므로 상표등록출원시에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적용하여 상표등록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라는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 다음, 등록무효심판의 경우 선등록상표의 무효심결 확정시 이미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가 공존하고 있었으므로 그 확정 이후에 새로이 후등록상표를 무효로 한다고 하여,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한다는 입법목적에 기여할 여지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무효의 소급효'에 배치되어 전체 상표법 체계에 혼란을 야기시킬 뿐만 아니라, 나아가 후출원자는 선등록상표가 무효로 확정된 이후에도 이미 상표등록을 마친 후등록상표가 무효로 됨으로써, 정당한 이유 없이 재산권인 상표권과 당해 상표를 이용하여 직업을 수행할 자유를 침해받게 된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바는 거의 없는 반면, 정당한 후출원상표권자의 재산권과 직업의 자유를 합리적 이유 없이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이에 대해서는 재판관 이공현의 합헌취지의 반대의견이 있다). 3. 평석 가. 문제의 제기 어느 상표의 출원시에는 동일·유사한 선등록상표(비교대상상표, 인용상표)가 존재하고 있었으나 출원 후에 그 비교대상상표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었을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적용할 것인가 여부는 거의 20여년 전부터 대법원과 특허청의 입장이 대립되던 문제이다. 즉, 위와 같은 경우 대법원은 등록이 가능하다고 판시(대법원 1991. 3.22. 선고 90후281 판결)한 이래 판례로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으나, 특허청은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를 경우 심사시점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서 불합리하다는 이유 등으로 계속 등록거절심결을 내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특허청은 1997. 8.22.자 상표법개정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괄호부분을 추가함으로써 입법적으로 그 입장을 관철하였고, 대법원은 개정된 법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되었다(다만, 그 제한적 해석은 특허법원 2005. 8.18. 선고 2004허8787 판결 참조). 그런데 대상결정에 따라 위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었고, 대상결정에서 헌재는 결과적으로는 대법원의 기존입장을 지지한 셈이 되었지만, 표면적인 초점은 다소 상이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 이 사건의 쟁점 (1) 제한되는 기본권 우선 이 사건 결정에서는 상표권이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속한다고 보고 이를 제한되는 기본권으로 제시하고 있는 바 이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다만, 상표권의 헌법적 보호근거에 대하여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속한다고만 할 뿐 헌법 제22조 제2항을 그 근거로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점은 일견 헌재가 특허권 등에 관해서는 제22조 제2항을 그 근거로 명시하고 있는 점(헌재 2002. 4.25. 2001헌마200 결정 등)과 비교할 때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타당한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헌법 특유의 제22조 제2항의 체계적 지위에서 볼 때, 제22조 제2항은 저작권 등 창작법에 속하는 권리보호에 관하여만 적용되는 것으로 보고, 상표권 등 표지법의 영역에 속하는 권리들은 제23조에 의하여만 보장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러하다. 다음 제한되는 기본권으로서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선택된 직업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모든 현실적인 활동을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본다면 제품조달 그리고 영업라인 조직, 마케팅 등이 이러한 범위에 속한다 할 것이고 여기에 상표법상 상표의 정의를 대조하여 보면, 청구인과 같은 상품의 생산·판매자가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원하는 상표로 등록하여 판매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 역시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위헌심사기준 우선 재산권으로서의 상표권 제한에 관한 위헌심사기준을 보면, 어떤 요건을 갖춘 경우에 어떤 절차를 거쳐야 상표권으로 보호하여 줄 것인지에 관해서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형성의 여지가 인정되므로 상표권의 발생에 관하여 등록주의와 사용주의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 부등록 사유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록요건 구비 여부의 판단시점에 관하여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등에 관해서는 각국의 사정에 따라 입법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직업수행의 자유의 제한에 관한 위헌심사기준을 보건대, 헌재는 직업의 자유의 제한에 대한 위헌심사에서도 기본적으로는 비례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경우 인격발현에 대한 침해의 효과가 일반적으로 직업선택 그 자체에 대한 제한에 비하여 작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제한은 보다 폭넓게 허용된다고 보아 다소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 왔다(헌재 2009. 9.24. 2006헌마1264 결정). 그러므로 대상결정에서는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의 제한에 모두에 대해서는 일단 완화된 비례의 원칙에 의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상결정 이유를 보면 그 타당성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후술하는 바와 같이 재산권에 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직업수행의 자유에 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직업수행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거나 과도하게 무거운 제재를 하는 등의 제한이 아니라고도 볼 수 있는 점에서 위헌성의 구체적 논증이 필요하다고 보임에도 이를 생략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3) 재산권 침해 여부 (가) 우선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의 입법목적에 관해서는 비교법적으로 선등록상표권자의 권리를 보호(사익보호) 규정이라는 입장(영미, 독일, 프랑스)이 강하지만, 우리나라 및 일본의 경우 종래의 출처혼동으로 인한 부정경쟁 방지(공익보호) 규정으로 취급하여 왔다. 이러한 점과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입법목적을 보면 사익보호라는 측면은 아예 제외될 것이고, 그 목적은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점은 결국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입법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소급효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면서까지 후출원상표를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대한 합헌설의 근본적 입지를 좁힐 수도 있다고 보인다. (나) 상표등록출원의 경우에는 대상결정 이유에서 밝힌 바와 같이 목적의 정당성 자체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나 등록무효심판의 경우는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즉, 선등록상표의 무효심결이 확정되면 그 상표등록은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므로, 무효심결이 확정될 때까지 선등록상표가 존재하고 있었던 객관적인 사실과 그로 인하여 일반소비자들의 상품출처의 오인·혼동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함에 이론이 없을 것이나,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역할에서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법정의견은 그 확정 이후에 새로이 후등록상표를 무효로 한다고 하여, 이미 발생한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할 수는 없다는 점을, 반대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소급효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선등록상표의 무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또다시 출원하는 일이 빈발할 것이므로 장래 소비자의 오인·혼동이 유발될 상황이 보다 많이 예측된다는 점을 각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법정의견은 선등록상표권자의 보호라는 목적은 물론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라는 목적에조차 전혀 기여가 없으면서 후출원자의 상표권만 제한한다는 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위헌성을 강조하고 있는 바, 이와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 도입 전의 대법원의 입장에 대해서는 상표등록무효의 효과에 있어서 소급효에만 집착한 나머지, 상표등록무효의 소급효가 타인의 상표사용가능성에만 적용되지 상표등록가능성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님에도 이러한 차이점을 간과한, 상표법의 기본원칙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달로, '상표무효의 효과에 있어서 상표의 사용가능성과 등록가능성', 판례월보 329, 330호)이 있었음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이 견해는 상표등록무효는 일반 법률행위의 무효와는 다른 특징을 갖는 것이라는 전제하에 제7호를 굳이 예외적으로 '출원시'로 규정한 취지(참고로 일본은 '등록시'이다)는 어떤 상표의 출원시 인용상표가 존재하면, 사후적으로 인용상표가 소멸되는 등 권리변동이 생겨도 이와 무관하게 최종적으로 심결함으로써 심사의 법적안정성과 심사촉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바 그런 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포함한 제7조 제3항 자체의 입법목적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견해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관한 과거 대법원 판례도 결국은 소급효 자체만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소급효를 통하여 후출원상표권자를 보호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고, 이를 뒤집을 상표법의 기본원칙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논증이 없으며, 종국적으로 등록무효심판의 기준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는 상표법에 관한 입법정책일 뿐인 점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결국 대상결정은 그 입법목적에 관련하여 후출원상표보호를 재산권적 측면에서 검토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제한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한 점에서 논의의 시각이 보다 근본적이라고 할 것이다. (다) 또한, 법정의견은 '상표등록 심사업무의 효율성과 편의성이 제고'만으로는 상표권자의 재산권을 제한할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설시하고 있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소비자의 오인·혼동 방지라는 공익적 목적달성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의문이고, 나아가 특허청의 입장 뿐 아니라 후출원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상표등록관계의 안정성이 제고되는 점 역시 가볍게 배척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위헌성을 인정하다고 하더라도, 향후 남게 될 상표심사업무 내지 상표등록관계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상표법 제85조 등이 정한 재심관련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선등록상표를 무효화시킨 후 1년이 경과하면 다시 당해상표를 등록할 수 있다는 조항과의 관련성은 어떤지 등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4. 대상결정의 의의 헌재가 설립된 이래 지적재산권에 관련된 결정례는 매우 소수인데, 특히 위헌으로 결정된 것은 본건이 사실상 처음이다. 특히 대상결정은 과거부터 이론적·실무적으로 논란이 컸던 부분을 입법적으로 해결한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으로써 과거 대법원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그 의미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상결정은 향후 지적재산권법 관련 입법시에 고려하여야 할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단순히 상표법의 세부적인 특징이나 상표심사실무상의 편의성(반대의견을 통하여 특허청 실무의 입장도 상당부분 현출된바 있다) 등에만 촛점을 둘 것이 아니라 헌법상의 적정한 정보질서, 재산권보장 등의 시각에 서 사전검토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자, 그러한 논의의 필요성이 실무와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례라고 볼 것이다.
2010-01-25
공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독자성
Ⅰ. 사실관계 1. 원고는 멕시코 소재 A회사로부터 '코로나 엑스트라' 및 '네그라 모델로' 상표가 부착된 맥주를 수입하면서 이 사건 상표에 대한 사용권자인 싱가포르 소재 B회사와 상표에 대한 사용계약을 체결하였는 바, 상표사용 로열티를 수입액에 비례하여 B회사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원고는 2001. 8.14.부터 2003. 5.22.까지 이 사건 상표가 부탁된 맥주를 수입하면서 수원세관장에게 총 217건의 수입신고를 하여 수리되었는데, 서울세관장은 2004. 8.20. 원고가 B회사에 지급한 로열티를 누락한 채 수입가격을 신고함으로써 그에 대한 관세를 포탈하였음을 이유로 원고를 형사 고발함과 아울러 수원세관장에게 세액경정의뢰를 하였다. 위 세액경정의뢰에 따라 수원세관장은 2004. 8.27. 원고에게 합계 3,628,838,430원을 경정고지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과세전 통지를 하였으며, 원고는 2004. 8.30.에서 2004. 9.1.에 걸쳐 합계 3,326,439,160원을 수원세관장에게 수정신고하고 납부하였다. 2. 원고에 대한 관세법위반 형사사건과 관련하여 1심 법원은 "원고가 지급한 로열티가 수입물품과 관련되는 것이라거나 그 거래조건으로 지급되는 것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고, 1심법원의 판단은 항소심 및 상고심에도 그대로 유지되었다(大判 2006. 4.28, 2005도7559). 3. 한편 원고는 2005. 2.14. 이 사건 수정신고 중 로열티 지급 관련 부분 1,303,430,440원이 착오로 납부되었음을 이유로 수원세관장에게 세액감액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거부되었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제기한 국세심판에서 국세심판원은 2007. 4.16. ① 원고가 수입신고한 217건 중 19건의 수입신고에 대해서는 위 대법원판결에 따라 로열티가 과세가격에 포함되지 않음을 이유로 경정청구 거부처분을 취소하였으나, ② 경정청구기간이 경과한 나머지 198건의 수입신고에 대해서는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수원세관장은 2007. 5.25. 국세심판원의 위 경정청구 거부처분 일부 취소결정에 따라 원고의 수입신고 중 19건에 대하여 관세 등 합계 175,856,160원을 경정하였고 경정처분에 대한 후속조치로 2007. 6.4. 원고에게 합계 198,900,670원을 환급하였다. 4. 원고는 위 경정청구와는 별도로 2005. 10.27. 로열티 관련 세액을 착오로 납부하였음을 이유로 수원세관장에게 세액환급을 신청하였는데 수원세관장은 2005. 10.28. 원고에게 환급청구권이 없음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원고는 2005. 12.8. 위 과오납금 환급 거부처분에 대하여 국세심판을 청구하였으나 국세심판원은 2007. 4.16. 수입신고 중 198건에 대하여 오납 및 과납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심판청구를 각하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과오납한 1,127,574,280원 및 이에 대한 환급가산금으로서 2004. 8,3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Ⅱ. 소송경과 일심법원은 원고의 이 사건 수정신고는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 당연무효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이 사건 수정신고에 따라 원고가 납부한 3,326,439,160원 중 로열티 관련 납부액인 1,303,430,440원은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위 금원 중 피고가 환급하지 않은 잔액 1,127,574,280원 및 그 중 2004. 8.31.까지 수정신고·납부된 합계 1,116,027,790원에 대해서는 2004. 8.31.부터, 2004. 9.1. 수정·신고납부된 11,546,490원에 대해서는 2004. 9.1.부터, 각 소장송달일인 2007. 7.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원고의 수정신고행위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 무효라는 1심법원의 판결을 유지하였다. 한편 항소심에서 피고는 관세 및 주세 등 내국세의 각 환급기산일은 관세법 및 국세기본법이 정한 바에 따라 과오납한 날의 다음날일 2004. 9.2. 이고, 환급이자의 이자율 역시 관세법과 국세기본법이 정한 이자율에 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항소심은 국세기본법 또는 관세법 소정의 국세환급금 및 국세가산금결정에 관한 규정은 단순한 내부적 사무처리절차에 관한 규정으로(大判 1989. 6.15, 88누6436) 사법상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대법원에 상고하였는 바, 대법원은 이 사건 원고의 수정신고가 당연무효에 해당한다는 원심법원의 판결에 위법이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환급가산금의 기산일 및 환금가삼금의 이자율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Ⅲ. 大法院判決의 要旨 조세환급금은 조세채무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거나 그 후 소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법률상 원인 없이 수령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부당이득에 해당하고 환급가산금은 그 부당이득에 대한 법정이자로서 성질을 가진다. 이 때 환급가산금의 내용에 대한 세법상의 규정은 부당이득에 관한 민법 748조에 대하여 특칙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할 것으므로 환급가산금은 수익자인 국가의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그 가산금에 관한 각 규정에서 정한 기간일과 비율에 의하여 확정된다. 관련 법령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2004. 9.1. 이 사건 환급대상인 국세 및 관세를 납부하고, 2005. 10.27. 그 환급신청을 한 사실, 국세 및 관세의 환급가산금 기산일은 각 납부일 다음날이며, 위 신청일까지의 가산금률은 관세의 경우 2004. 9.2부터 위 2005. 10.27.까지의 기간에 관해서는 1일 0.012%이고, 국세의 경우 2004. 9.2.부터 2004. 10.14.까지는 1일 0.012 %, 2004. 10.15일부터 2005. 10.27.까지는 1일 0. 01 %인 것을 알 수가 있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환급금에 대하여 이 사건 법정 이자기간동안에 대해서는 위 각 가산금률을 적용한 가산금을, 그 다음날 부터는 원고의 선택에 따라 가산금 또는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원고는 법적 성격을 명시하지 않은 채 이 사건 환급금에 대한 부대청구로 2004. 8.31.부터 소장부분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로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전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정이자기간에 대하여 구하는 위 5%의 비율은 위에서 인정된 그 기간 동안의 가산금(1일 0.012% = 연 약 4. 38%, 1일 0. 01% = 연 약 3. 65%)을 초과함이 계산상 명백한 바, 그렇다면 원고의 위 부대청구는 이 사건 법정이자기간에 대해서는 세법상의 환급가산금을 구하는 취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할 것이고, 또한 그 다음날부터는 지연손해금을 구하는 취지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결국 원심인 이 사건 법정이자 기산일전인 2004. 8.31. 또는 2004. 9.1.부터 이 사건 법정이자만료일인 2005. 10.27.일까지 연 5%의 금전지급을 명한 원심은 환급가산금 또는 지연손해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Ⅳ. 評釋 위 사건에서는 첫째, 원고의 수정신고가 무효에 해당하여 원고가 납부한 세액 중 로열티 지급과 관련된 부분 전부가 부당이득이 되어 환급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둘째, 환급가산금의 기산일 및 환급이자율은 민법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같이 원고가 신고·납부한 날 및 민법 379조에 의한 법정이자율을 따라야 할 것인지가 핵심쟁점이 되고 있다. 1. 원고의 수정신고가 무효인지 여부 私人의 공법행위인 신고에 대하여 행정행위의 하자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있으나 신고납부방식의 조세의 경우 원칙적으로 신고행위에 의하여 납세의무가 구체적으로 확정되고, 그 납부행위는 신고에 의하여 확정된 구체적 납세의무의 이행으로 하기 때문에 납세자의 신고행위는 과세부과처분에 유사한 것으로 보아 행정행위의 하자의 법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 일관된 판례의 입장이다(大判 2009. 4.23, 2009다5001 ; 2006. 9.8. 2005두14394).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일심 및 원심법원의 판결과 같이 ① 서울세관장의 형사고발 및 수원세관장의 과세전 통지를 받고 이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행하여진 점, ② 원고가 이 사건 수정신고 후 각종 구제절차에서 수정신고의 하자를 적극적으로 주장한 점, ③ 수정신고의 하자에 관하여 달리 원고를 구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수정신고는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 당연무효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지배적인 중대·명백설에 비추어 볼 때 타당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조세환급가산금의 기산일과 이자율에 있어서 민법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국가가 법률상 원인 없이 수령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부당이득에 해당하고 환급가산금은 그 부당이득에 대한 법정이자로서 성질을 가진다고 판시하고, 이 때 환급가산금의 내용에 관한 세법상의 규정은 부당이득에 관한 민법 748조에 대한 특칙으로서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 환급가산금은 수익자인 국가의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그 가산금에 관한 각 세법규정에서 정한 기간일과 비율에 의하여 확정된다고 판시하였다. 이와 같은 입장은 국세기본법상 국세환급금 및 국세가산금결정에 관한 규정을 단순한 내부적 사무처리절차로 본 종전 입장(大判 1989. 6.15. 88누6436)과는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지금까지 다수설에서 주장하여 온 민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구별되는 공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독자성에 대한 재고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종래 다수설은 공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독자적인 성격을 강조하고 동 청구권은 민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그 성립요건과 반환범위에서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고, 그 소송절차도 당사자소송으로 할 것을 주장하여 왔다.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관한 법규정은 법질서 전체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법원칙의 표현에 해당하며, 이러한 법원칙은 공법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 공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근거가 된다(H. Weber, JuS 1986. S. 29). 그러나 실무에서는 공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독자성을 부인하고, 일관되게 행정법관계에서 발생되는 부당이득을 민법상의 부당이득으로 다루고 그 소송절차도 민사소송으로 처리하여 왔다. 비록 위 판결에서도 환급가산금의 내용에 대하여 민법 748조의 적용을 배제하고 세법상의 규정들을 적용하였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들 규정들이 민법 748조의 특칙이라는 입장에 근거한 것이지 공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고유성에 입각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칙규정이 없는 타의 공과금(예 : 과징금 및 기타 부담금 등)에 있어서 이들이 법적 근거없이 징수된 경우에는 민법 748조가 그대로 적용되어야 하는가? 또한 개인이 국가로부터 부당이득(예 : 연금 및 보조금 등의 과오수령 등)을 취한 경우에도 민법 748조가 적용되어야 하는가? 만일 공법상의 부당이득청구권의 독자성을 인정하는 경우에 그 성립요건은 민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3. 공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독자성 공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독자성이 주장되는 가장 중요한 논거는 행정법관계는 사익상호간의 이익을 조정하는 사법관계와는 달리 공익이 압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있다. 이에 따라 그 성립요건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즉 국가가 위법한 공과금부과처분에 의하여 재산상 이득을 취한 경우에 공과금부과처분이 중대·명백한 하자로 무효가 아닌 한 공정력에 의하여 행정청이나 법원에 의하여 취소되기 전까지는 법률상 원인이 되기 때문에 부당이득이 되지 않는다. 개인이 국가로부터 위법한 보조금지급결정에 의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부당이득의 반환범위에 있어서도 현저한 차이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국가가 개인으로부터 부당이득을 취하는 경우에 민법 748조의 직접적 또는 유추적용은 학설에 의하여 부인되어 왔다(鄭夏重, 行政法槪論, 586면). 국가 등 행정주체는 행정의 법률적합성의 원칙에 따라 엄격한 재정법의 기속에 따라 재정을 관리해야 하며, 잉여금은 채무의 변제 및 여타의 재정수요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에 대하여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재정적 지위를 갖고 있는 행정주체가 제748조를 유추적용하여 善意의 수익자임을 주장한다면 원상회복적 정의를 목적으로 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의미는 전적으로 상실되고 말 것이다. 이에 따라 위 대법원 판결에서 국세징수에 의한 조세환급가산금의 산정에 있어서 국가의 악의·선의를 불문하고 관련법령에서 정한 이자율로 계산하도록 판시한 것은 이러한 공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과징금이나 여타의 공과금에 있어서 부당이득의 반환범위에 관한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악의·선의에 불문하고 민법 379조에 의한 법정이자율에 의하여 가산금을 산정하여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수익자가 개인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민법 제748조가 유추 또는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 학설은 이와 관련하여 행정법의 일반원칙으로서 확고하게 뿌리를 내린 신뢰보호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鄭夏重, 行政法槪論, 586면). 구체적인 경우에 개인이 국가의 수익처분의 적법성과 존속을 신뢰하고 이러한 신뢰에 기초하여 수익처분에 의하여 획득한 이득을 소비한 경우에는 국가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배제된다. 즉 국가의 위법한 보조금지급결정이나 연금결정에 의하여 수익을 얻은 개인이 이들 결정의 적법성과 존속을 신뢰한 경우에는 수익적 행정행위의 직권취소의 제한의 법리에 의하여 행정주체의 결정은 계속 존속하여 개인의 수익에 대한 법률상 원인이 되는 것이다. 비록 개인의 이득이 현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이 이에 대하여 신뢰를 하고 기대가능하지 않은 손실없이는 더 이상 반환할 수 없는 방식으로 처분을 한 경우에는 그러한 이득은 반환대상이 되지 않는다. 반면 수익에 대한 개인의 신뢰가 보호가치가 없는 경우에는 부당이득이 성립되어 법정이자율에 의한 이자를 붙여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무부 행정소송법안에는 명문으로 공법상 부당이득반한청구권을 당사자소송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사법상 부당이득청구권과 구별되는 고유한 제도로서 공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전제로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제 조세환급가산금은 수익자인 국가의 선의·악의에 불문하고 그 가산금에 관한 각 규정에서 정한 기산일과 비율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대법원판례는 이들 규정이 단순히 민법 748조의 특칙으로 보는 것을 넘어서서 고유한 공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인정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2010-01-07
영업권 양도와 부당행위계산부인 적용문제
1. 서론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 간에 영업권을 양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영업권의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당사자 간에 합의한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 그 가격이 적정한지 여부를 조사할 것이다. 조사 결과 그 가격이 과세관청이 계산한 것과 비교하여 차이가 있으면 “자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매입하거나,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양도한 경우”(법인세법시행령 제88조 제1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과세관청은 거래가격을 부인하고 법인세를 추징한다. 한편 영업권 양도거래는 시가로 인정할 만한 “해당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해당 법인이 특수관계자 외의 불특정다수인과 계속적으로 거래한 가격 또는 특수관계자가 아닌 제3자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법인세법시행령 제89조 제1항)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과세관청과 사이에 마찰이 자주 발생하는 분야이다. 대상판결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고, 거래 당시에도 순손실이 나는 기업의 영업권 평가에 관한 문제를 다룬 것으로서 선례적 가치가 있다. 2.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언론사가 계열사로부터 잡지사의 영업권을 9억원에 양수한 계약이 문제되었다. 대법원이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① 이 잡지는 10여년 전에 창간된 이래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고 유효 독자비율이 80%에 이르러 다른 주간지에 비해 우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② 원고가 영업권을 인수한 이후 계속하여 당기순이익을 달성하고 있다, ③ 영업권 평가를 내부손익자료에 기초한 관리회계방식에 따랐다고 하여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④ 만일 장부상의 순자산가치만을 기준으로 청산대금을 산정했더라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관계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지적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 ⑤ 법원이 시행한 감정결과상 감정가액도 이 사건 거래가액을 상회한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상표권이 포함된 이 사건 영업권의 가치를 9억원으로 산정하여 인수한 것은 고가매입이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은 상속세및증여세법상의 영업권 평가액이 0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거래대상이 경제주간지로서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는 경쟁력 있는 영업권이라는 특수성, 거래시 회사내부손익자료를 바탕으로 영업권 가액을 산정한 경위, 영업권 인수 이후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실제 영업실적, 재판과정에서 의뢰한 영업권에 대한 감정결과가 거래가액보다 높게 평가되는 점을 종합하여 영업권을 9억원으로 한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가. 영업권의 의미와 평가방법 영업권은 “그 기업의 전통, 사회적 신용, 그 입지조건, 특수한 제조기술 또는 특수거래관계의 존재 등을 비롯하여 제조판매의 독점성 등으로 동종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말한다”(대법원 1985. 4.23. 선고 84누281 판결 등). 따라서 영업권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실제 거래도 빈번하다. 통상 영업권의 평가는 회계법인이 한다. 이 사건에서도 1심 법원의 감정촉탁에 따라 회계법인이 잡지사에 대한 영업권을 평가하였고, 그 결과 영업권 가액은 12억원이었다. 영업권 평가방법은 일반적으로 초과이익환원법과 현금흐름할인법이 많이 이용된다. 초과이익환원법은 장래의 초과이익을 자본화한 현재가치로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고, 현금흐름할인법은 기업의 장래 영업활동에 의한 추정현금흐름을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현재가치로 전체 기업가치를 산정한 다음 여기에서 당해 기업 순자산의 공정가치를 차감하여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다. 이 사건에서는 초과이익환원법이 적용되었다. 즉 영업권의 가치=[예상평균순이익-(순자산×정상이익률)]÷초과이익환원율의 공식이다. 판례도 초과이익환원법 적용이 적법하다는 전제하에,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합병하여 그 영업상 기능 내지 특성을 흡수함으로써 합병 전의 통상수익보다 높은 초과수익을 갖게 된다면 합병 후 높은 수익률을 가져올 수 있는 피흡수회사의 무형적 가치는 영업권이라 보아 무방하다”(대법원 1986. 2.11. 선고 85누592 판결)고 함으로써 영업권 평가시점 이후에 발생할 수익을 초과수익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나.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법리와 실무 부당행위계산부인이란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의 거래에 있어 정상적인 경제인의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인세법시행령에서 정한 여러 거래형태를 빙자하여 남용함으로써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경감시켰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과세권자가 이를 부인하고 법령에 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객관적이고 타당하다고 보이는 소득이 있는 것으로 의제하는 제도”이다. 이는 경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거래형식을 취함으로 인하여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하였다고 인정될 때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경제적 합리성 유무에 대한 판단인데, 판례는 “거래행위의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과연 그 거래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한 비정상적인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되 비특수관계자 간의 거래가격, 거래 당시의 특별한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7. 12.13. 선고 2005두14257 판결 등). 이러한 법리는 확립된 판례의 입장이고, 실제 소송에서는 구체적 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해명과 그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합리성이 없다는 과세관청의 주장이 교차된다. 다.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의 처리 특수관계자 간에 거래가 발생하였으나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법인세법령상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감정평가법인이 감정한 가액에 의하고, 그마저도 없는 경우에는 상증세법에 의한 평가가액에 의한다. 과세관청은 거래가액을 감정가액이나 평가가액과 비교하여 차이가 발생하면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령에서 시가를 산정하는 방법을 규정한다고 하여 이를 부당행위계산부인과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부당행위계산부인은 경제적 합리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바, 이에 대한 판단 없이 평가가액과 거래가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만으로 문제 삼는 것은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둔 취지와 맞지 않고 확립된 판례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과세관청의 이러한 논리는 시가는 어떤 특정한 절대수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오해한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과세관청은 과세처분 당시에는 감정가액이 존재하지 않았고 상증세법으로 영업권을 평가하면 0원으로 평가되는데 당사자들이 영업권을 9억원으로 평가하여 거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과세관청은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당기 순손실이 수년간 발생하고 있었고,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는 점을 근거로 하였으나 이러한 판단은 영업권의 특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즉 과세관청으로서는 이 사건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영업권 인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종합적인 검토를 했어야 했음에도 평가시점을 기준으로 한 검토에 그친 잘못이 있다. 라. 당기순손실 발생과 영업권 가치 영업권의 본질이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면 점을 고려하면 수년간 당기순손실을 본다고 하여 곧바로 영업권 가치가 없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회사는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화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특정기간에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장래 그 회사의 전망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나타난 결과만으로 영업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영업권의 특성에도 맞지 않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영업권을 평가해야 할 것이고 거래 이후 실제로 발생한 영업실적도 고려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를 할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외부 감정기관을 활용해야 할 것이지 상증법상의 평가가액과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바로 과세할 것은 아니다. 마. 다른 법령에 대한 종합적 고려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조세법적인 측면 이외에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령의 측면에서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특정한 거래를 하면 그 거래효과는 특정한 법률이나 특정한 정부기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과세관청이 고가매입이라고 보는 경우에도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기관은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국가기관간에 특정 기관의 평가가액을 다른 기관이 존중해 준다는 법령상 근거가 없는 이상 거래가액 산정에 대한 위험을 회사에 부담시키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대상판결도 과세관청 주장대로 거래하였더라면 오히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특수관계자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잡지사를 영업권 0원으로 양수하는 경우에 거래의 공정성이 의심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은 당해 거래를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지 못하고 과세처분이라는 일면에서 본 잘못이 있다. 바. 소송시 유의점 처분 당시에는 시가로 볼 만한 거래가액이나 감정가액이 없는 경우라도 소송과정에서 이러한 가격을 찾을 수 있다. 판례는 소송 중에 소급 감정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감정신청을 통하여 새로운 가액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감정신청을 할 경우에는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주장하여 이를 감정결과에 반영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최근 판례를 소개한다. 조세를 부과함에 있어 과세관청이 시가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하여 평가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시가가 입증된 때에는, 그 시가에 의한 정당한 세액을 산출한 다음 과세처분의 세액이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지 여부에 따라 과세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여기에서 시가라 함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한 가액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격도 시가로 볼 수 있고, 그 가액이 소급감정에 의한 것이라 하여도 달라지지 않는다(대법원 2008. 2.1. 선고 2004두1834 판결). 4. 결론 대상판결은 영업권이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는 성질을 고려하여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과 이 경우 부당행위계산부인에서는 거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경제적 합리성이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판결의 이유와 결론에 모두 찬성한다. 법치주의 확립 및 납세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타당한 판결이라 생각한다.
2009-11-02
통일도메인분쟁해결정책의 구속력 인정의 한계
Ⅰ. 사실관계 1. 피고와 에이치에스비씨홀딩스피엘씨의 서비스표 피고는 프랑스에 660여개의 지점을 두고 개인 및 기업금융, 투자은행업, 자산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금융회사인바, 현재 프랑스를 비롯한 전세계 여러 나라에 ‘CCF’와 관련된 상표 내지 서비스표를 다수 등록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1989. 8. 31. ‘CCF’ 표장을 서비스표로 등록하였다. 소외 에이치에스비씨홀딩스피엘씨(HSBC Holdings Plc., 이하 ‘소외 회사’)는 HSBC 금융그룹의 지주회사로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80여 개국에 약 7,000개의 지점을 두고 영업을 하고 있다. ‘HSBC’는 지주회사인 소외 회사와 소외 회사의 계열사를 표창하는 상호 및 영업표지로 널리 알려져 있고, 소외 회사는 ‘HSBC’와 관련된 상표 내지 서비스표를 전 세계 수십여 개 국가에 등록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1998. 12. 4. 서비스표로 등록하였다. 2. 소외 회사의 피고 인수와 원고의 도메인이름 등록 소외 회사가 피고를 인수하기로 하였다는 피고와 소외 회사 사이의 협정이 2000. 4. 1. 발표되었고, 이러한 사실은 그 다음날인 2000. 4. 2. 국내의 주요 일간신문에도 보도되자 원고의 남편인 A는 위 보도당일인 2000. 4. 2. 인터넷 도메인 이름 ‘ccfhsbc.com’과 ‘hsbcccf.com’을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The 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 이하 ‘ICANN’)로부터 ‘.com’등으로 끝나는 일반최상위 도메인(gTLD) 이름의 국내 등록기관으로 인증받은 한강시스템 주식회사에 등록하였고, 이후 A는 원고에게 위 각 도메인이름의 명의를 이전하였다. 피고는 2000. 7.경 소외 회사의 피고 주식 인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피고가 HSBC 그룹의 계열사가 되었다는 발표를 하였고, 2001. 3. 5.에는 소외 회사로부터 ‘HSBC’ 표장의 프랑스 내 사용권을 정식으로 허여받았다. 피고와 소외 회사는 그 통합 이전부터 ‘ccf.com’, ‘hsbc.com’을 비롯하여, ‘ccf’와 ‘hsbc’를 포함하는 다수의 도메인 이름을 각 등록하여 사용하여 왔으며, 앞서 본 2000. 4. 1.자 기업인수 발표 이후로 ccf와 hsbc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ccfhsbc.com.fr’, ‘hsbcccf.com.fr’, ‘ccf-hsbc.com’, ‘hsbc-ccf.com’ 등의 도메인 이름을 등록하여 두고 있다. 3.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방침(UDRP) 가. ICANN은 인터넷 도메인 이름의 등록과 사용에 관한 분쟁의 신속하고 저렴한 해결을 위하여 통일도메인이름분쟁해결방침(Uniform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Policy, 이하 ‘UDRP’) 및 동 규칙(Rules for Uniform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Policy, 이하 ‘UDRP 규칙’)을 마련하고, 등록기관으로 하여금 이를 채택하도록 하였으며, 이에 따라 한강시스템도 도메인이름등록약관 제1조에 위 약관에 동의한 도메인 이름 등록인은 UDRP에도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을 두는 한편 위 UDRP의 한국어 번역문을 한강시스템의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는데, A와 원고는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을 등록 및 이전등록하는 과정에서 한강시스템이 마련한 위 도메인이름등록약관에 각 동의하였다. 나. 이 사건과 관련된 UDRP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 UDRP 제3조(등록취소, 이전 및 변경) 등록기관은 당해 사건에 대하여 적법한 관할권이 있는 법원 또는 중재기관으로부터 명령이 있는 경우(b항), 또는 ICANN이 채택한 UDRP에 따라 진행되고 등록인이 당사자가 된 의무적 행정절차(Mandatory Administrative Proceeding)에서 도메인 이름의 등록취소, 이전 또는 변경 결정이 있는 경우(c항)에는 도메인 이름의 등록을 취소, 이전 또는 변경한다. (2) UDRP 제4조(의무적 행정절차, Mandatory Administrative Proceeding) a항 (적용대상분쟁) : 도메인 이름의 등록인은 제3자(이하 ‘신청인’이라고 한다)가 분쟁조정기관에 대하여 UDRP 규칙에 따라 다음에 열거된 사항을 이유로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에 의무적 행정절차에 따라야 한다. 그 절차에서 신청인은 다음 각 호의 세 가지 요건을 입증하여야 한다. ⅰ) 도메인 이름이 신청인에게 권리가 있는 상표 또는 서비스표와 동일하거나 혼동을 일으킬 정도로 유사하다는 것. ⅱ) 도메인 이름의 등록인이 당해 도메인 이름에 관하여 권리나 정당한 이익이 없다는 것. ⅲ) 도메인 이름이 부정한 목적으로 등록 및 사용되고 있다는 것. 4.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을 둘러싼 분쟁경과 피고와 소외 회사는 2001. 7. 27. 및 8. 14. 원고에게 ‘ccfhsbc. com’과 ‘hsbcccf.com’을 이전하여 달라는 취지의 서신을 보냈으나, 원고는 이에 대하여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피고는 2001. 12. 3. 소외 회사로부터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에 대한 의무적 행정절차 개시신청을 할 권한을 부여받아, 2002. 1. 29. UDRP 및 동 규칙에 따라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의 등록자인 원고를 상대로 하여 WIPO 중재조정센터에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도록 명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의무적인 행정절차 개시신청을 하였고, 중재조정센터는 2002. 2. 27. 원고에게 피고의 신청내용과 행정절차개시의 통지를 발송하였다. 한편, 원고는 위와 같은 중재조정센터의 통보를 받고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자 이에 중재조정센터 담당 행정패널은 2002. 4. 30. 원고는 피고와 소외 회사가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위 각 도메인 이름을 등록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그 등록 및 사용에 부정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할 것을 명하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다. 한강시스템은 위 결정 이후 2002. 5. 27. 원고에게 10일 이내에 관할 법원에 제소하지 않으면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겠다고 통보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2002. 6. 4.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인터넷도메인사용금지 등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1심에서 기각되자 이에 항소하였고, 항소심인 원심은 이 사건의 쟁점을 피고가 UDRP 제4조에 따라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의 등록이전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지 여부로 보고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의 등록 및 사용은 UDRP 제4조 a항 ⅰ) 내지 ⅲ)호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어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의 사용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는 상고를 제기하여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한 것이다. Ⅱ. 대법원의 판결의 요지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의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정책의 법적 성격 및 위 방침이 의무적 행정절차를 벗어나서 도메인이름 등록인과 제3자 사이의 실체적 권리관계를 구속하는 효력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ICANN이 마련한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정책(UDRP)은 도메인이름 등록기관과 도메인이름 등록인 사이에 합의된 등록약관의 내용에 편입되어, 도메인이름 등록인과 상표 또는 서비스표에 관한 권리를 가진 자(제3자) 사이에 도메인이름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한 경우 그 등록의 유지·취소·이전 등에 관한 판단을 신속히 내려 등록행정의 적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등록기관의 행정절차에 관한 규정에 불과하고, 도메인이름 등록인과 제3자 사이에서는 위 분쟁해결방침이 상표 등에 관한 권리와 도메인이름의 등록·사용등에 관한 실체적 권리관계를 규율하는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므로, 제3자는 의무적 행정절차를 벗어나서 위 분쟁해결방침이 정한 요건에 의하여 도메인이름의 사용금지를 도메인이름 등록인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실체적 권리가 없다. 따라서 도메인이름에 관한 소송을 심리·판단 하는 법원은 위 분쟁해결방침에 의할 것이 아니라 당해 사건에 적용 가능한 법률에 의하여 당해 사건을 심리·판단 하여야 한다. Ⅲ.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절차(UDRP)의 법원에 대한 구속력 1. 견해의 대립 먼저 ‘구속력인정설’은 UDRP를 법원의 판단에도 적용하여야 한다는 견해인데, UDRP는 기본적으로 등록기관과 등록인 사이의 약관으로서 제3자와 등록인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절차를 내용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도메인이름을 둘러싼 관계자들의 실체적 권리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등록인은 제3자와의 분쟁에 관한 사법적 판단에 UDRP를 적용할 것을 사전에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제3자는 UDRP를 이용한 분쟁해결을 원하여 신청을 하면 UDRP의 적용을 승낙한 것으로 볼 수 있어, UDRP은 단지 분쟁해결절차 안에서 뿐만 아니라 법원의 심리에도 규범적인 근거가 된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도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반면, ‘구속력배제설’은 UDRP을 법원의 판단기준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견해인데, UDRP는 위 기준을 분쟁해결절차 내에서만 규정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당사자가 따라야 할 분쟁해결준칙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도메인 이름 등록인으로서는 자신의 방어방법이 충분히 마련되지 있지 않아 제도적으로 불리한 UDRP 규정을 강제적 행정절차에 의한 분쟁해결을 넘어서 법원의 재판기준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소송의 상대방인 분쟁해결절차 신청인도 UDRP를 소송에 있어서 사법적 판단의 준거로 수용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만일 법원이 UDRP 규정에 구속된다면 특정국가의 법원심리가 국제적인 절차인 UDRP 판정의 항소심 내지 재심의 형태가 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에 의하여 도메인이름의 등록으로 인해 분쟁해결신청인의 권리가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2. 하급심 판례의 혼란 지금까지 다수의 하급심 판례는 대상판결의 원심처럼 당사자들이 다툼 없이 해당 도메인이름이 UDRP 제4조 a항 각 호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한 사안에서 UDRP의 요건충족여부를 판단하여 결과적으로 UDRP의 구속력을 인정하여 왔다. 반면 일부 하급심판결(startv.co.kr에 관한 서울지방법원 2003.12.26. 선고 2002가합79664 판결, imbc.co.kr에 관한 서울북부지방법원 2004. 11. 11. 선고 2004가합2018, 3363 판결 등)은 비적용설의 입장에서 분쟁조정규정의 적용을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지 아니라고 바로 상표법 내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여부만을 판단하여 하급심의 판단기준에 일치되지 않았다. 3.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분쟁해결정책(UDRP)은 상표권자인 피고와 도메인이름 등록인 원고 사이의 실체적 권리관계를 규율하는 구속력이 없으므로, 법원의 심리·판단의 대상은 위 도메인이름 등록이 위 분쟁해결방침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위 금융회사가 자신의 상표권에 터 잡아 위 도메인이름 등록인의 도메인이름 사용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구속력배제설의 입장을 명확히 하였다. 도메인이름 등록인과 제3자 사이의 도메인이름에 관한 소송을 심리·판단하는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쟁해결정책(UDRP)이 아니라 당해 사건에 적용 가능한 법률에 의하여 심리·판단하여야 한다는 대법원의 입장은 hpweb.com에 관한 서울고등법원 2005. 11. 8. 선고 2005나23049 판결에 대한 파기환송 판결(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5다75071 판결)에서도 거듭 확인되고 있다. Ⅳ.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도메인이름 관련 소송은 통상 ① 상표권자 등이 등록인을 상대로 등록말소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 ② 등록인이 UDRP 판정이나 조정결정과 상관없이 상표권자 등을 상대로 등록말소청구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송, ③ 등록인이 UDRP 판정이나 조정결정에 대응하기 위하여 분쟁해결신청인을 상대로 금지청구권의 부존재확인이나 도메인이름 이전청구를 구하는 소송 등을 상정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①과 ②의 경우 법원은 UDRP를 분쟁해결의 준거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인데, ③의 경우 UDRP에 의한 결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앞의 유형들과 차이가 없으므로 관련 법률에 의거하여 당해 사건을 심리하는 것이 법원의 판단기준을 통일하는 차원에서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도메인이름 관련소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UDRP이 아닌 우리나라의 상표법, 부정경쟁방지법, 인터넷주소자원에관한법률의 적용 결과에 따라 그 당부가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2008-09-01
전자상거래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법적보호
1. 부산지방법원 2007카합1046 결정례(2007. 12. 신청인이 항고하여 심리 중임) 가. 기초사실관계 본 사건의 신청인(채권자)은 2003년경부터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해 온라인디지털콘텐츠중개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이고,피신청인(채무자)도 2006년경부터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해서 신청인과 동일한 온라인디지털콘텐츠중개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이다. 신청인은 피신청인이 신청인의 인터넷 홈페이지 상의 각종 서비스를 동일하게 제공하고 자신의 웹페이지의 메뉴와 구조, 배열 등을 복제했다고 주장하면서 피신청인의 웹사이트에 대해 ‘인터넷사이트사용금지가처분’ 신청을 했다. 나. 결정요지 1) 신청인의 웹사이트의 각종 서비스 등이 저작권법 상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신청인이 주장하는 필로그 서비스 등 대부분의 서비스는 그 사이트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는 기능들로서 그 내용이 체계적·조직적 방법으로 수집된 자료라고 보기도 어렵고 개별적으로 각 소재에 접근하거나 검색하기 위해 배열된 자료로 보이지 않는다. 2)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이하 ‘온디콘법’이라 한다) 보호대상 및 웹페이지의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일정한 메뉴, 기능, 서비스, 아이디어 등이 ‘온라인디지털콘텐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온디콘법의 보호대상인 콘텐츠는 그 보호범위가 다소 불명확하기는 하나, 온디콘법의 정의 조항에서 전자적 형태로 제작된 자료 또는 정보임을 규정하고 있고, (중략) 온디콘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콘텐츠는 적어도 문자, 영상, 부호 등에 의하여 제작된 것으로서 대상 자체만으로 그가 표상하고자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해당 콘텐츠 스스로 정보 및 자료로서의 완결성이 상당한 정도로 갖추어져 있는 자료 및 정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개념상 인터넷 사업자가 제공하는 메뉴, 기능, 서비스 또는 그 서비스를 고안해 낸 아이디어 자체와는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 경우에도 사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일정한 메뉴, 기능, 서비스, 아이디어 등을 콘텐츠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2. 적용법조 사용자환경에 해당하는 웹페이지의 메뉴구조, 각종 기능, 서비스, 특히 소재를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웹사이트 자체가 저작권법 제2조 제19호의 ‘데이터베이스’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온디콘법상 ‘온라인디지털콘텐츠’에 해당하는지 문제되고 부가적인 쟁점으로 최근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에 대해 검토해보기로 한다. 3. 웹페이지의 메뉴구조, 각종 서비스 및 기능 등 사용자환경(user interface)에 대한 법률적 분석 (대상 결정례에 대한 검토) 가. 웹사이트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개념 웹사이트의 사용자와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인터랙션(interaction)이라고 하는데, 사용자와 시스템의 인터랙션을 위해 그 형태가 어떻든 사용자가 시스템에 입력하는 것과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것을 합쳐서 웹사이트의 사용자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대상 결정례의 경우 신청인이 주장하는 각종 서비스, 웹페이지의 메뉴구조 및 배열 등은 모두 신청인의 웹사이트에 접속한 사용자와 전자상거래업자가 마련해 놓은 판매시스템 사이의 상호작용, 즉 상품을 검색하고, 상품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구매의사결정을 하고, 결제하는 과정을 위해 사용자와 판매자의 시스템을 연결해주는 가상적인 매개체의 기능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신청인이 주장하는 웹페이지의 각종 서비스, 기능, 메뉴의 구조 및 배열 등은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 데이터베이스인가 1) 개 념 현행 저작권법은 ‘데이터베이스’는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서 개별적으로 그 소재에 접근하거나 그 소재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정의한다(동법 제2조 제19호). 2) 대상 결정례에 대한 검토 생각건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개념에서 알 수 있는바와 같이 다양한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해서 이용자가 쉽게 접근 또는 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신청인과 같은 온라인디지털콘텐츠의 거래를 중개하는 웹사이트의 경우, 거래 대상인 디지털콘텐츠라는 소재, 예를 들면 영화, TV드라마, 사진, 유틸리티, 문서, 교육, 지식 등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체계적인 방법으로 분류하여, 구매자들이 쉽게 검색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 있다면 그러한 웹사이트 자체는 ‘데이터베이스’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상 결정례에서는 검색기능을 가진 웹사이트 자체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를 따로 구분해서 판단하지 않고, 단순히 ‘신청인 주장하는 대부분의 각종 서비스’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다. 편집저작물인가 이에 대하여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보호에 관한 규정이 시행되기 전의 사안인 서울중앙지법 2003. 8. 19. 선고 2003카합1713호에서 ‘인터넷홈페이지도 그 구성형식, 소재의 선택이나 배열에 있어 창작성이 있는 경우에는 이른바 편집저작물에 해당하여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으나, 대상 결정례에서는 신청인의 웹사이트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창조성있는 데이터베이스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인 ‘편집저작물’에 대한 규정은 따로 판단하지 않은 듯하다(지면 관계상 이에 대한 논의는 생략하기로 한다). 라. 온라인디지털콘텐츠인가 1) 개념 온디콘법 제2조 제1호에서는 디지털콘텐츠란 ‘부호, 문자, 음성, 음향, 이미지, 영상 등의 자료 또는 정보로서 그 보전 및 이용에 효용을 높일 수 있도록 전자적 형태로 제작 또는 처리된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나, 동 규정의 ‘자료 또는 정보’의 범위가 다소 불명확했으나 대상 결정례에서 동법의 보호범위에 대해 명확하게 판시하고 있다. 2) 사안의 경우 신청인 주장하는 각종 서비스와 그 메뉴구조 등의 사용자환경은 디지털콘텐츠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온디콘법 제2조 제1호에서 디지털콘텐츠의 개념요소로 ‘자료 또는 정보’임을 요하고 있고, 콘텐츠의 기본적 의미도 문자, 소리, 화상 등으로 이루어진 ‘정보의 내용물’이라는 개념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나, 이 사건 신청인이 주장하는 각종 서비스 및 그 메뉴구조 등은 모두 이용자가 신청인의 사이트를 좀 더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 또는 방법이고 이를 ‘자료 또는 정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4. 미국의 사례{Lotus Development Corporation v. Borland International Inc. 1995 WL. 946699(1st Cir.) 1995} 미국의 유사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Lotus사가 Borland사를 상대로, 자사가 개발한 스프레드쉬트 프로그램인 ‘Lotus 1-2-3’과 Borland사가 개발한 스프레드쉬트 프로그램 ‘Quattro Pro’의 명령어 선택 및 메뉴의 구조가 거의 동일하여 자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제소한 소송에서 1996. 1. 16. 미연방대법원은 ‘Lotus의 메뉴구조는 일종의 작동방식이나 수단 같은 것이며, 이러한 작동방식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Lotus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와 같이 미국에서는 컴퓨터프로그램의 사용자환경은 작동방식 또는 기능에 불과하므로 저작물로 볼 수 없고 또 그 방법이 제한적이므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5. Trade Dress (이대희, 인터넷과 지적재산권법 2002 참조함) 트레이드 드레스는 주로 ‘상품의 전체적인 이미지로서, 크기, 모양, 색채, 색채의 결합, 구성(texture), 도해(graphics), 심지어 특정한 판매기법(sales techniques) 등과 같은 특징(feature)’ 또는 ‘상품 전체의 이미지와 종합적인 외관’이라고 정의된다. 웹사이트의 트레이드 드레스는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자에게 영향을 주는 색채, 그래픽, 디자인, 레이아웃, 텍스트 및 이들을 결합한 것 등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이미지라고 할 것이다. 전자상거래가 발달하면서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이미지도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법과는 달리 한국의 상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상 트레이드드레스라고 할만 한 것은 입체상표 및 색채상표 그리고 상품의 모양이나 포장·용기에 한정되고 있어서 웹사이트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상표권의 일종으로 보호하는 것은 현행법상 한계가 있고, 전자상거래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준격차가 크고 아직도 발전단계에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웹사이트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인정하여 사실상 영구적인 배타적 권리를 인정한다면 소수의 업체들이 시장을 독점하여 전자상거래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6. 맺음말 대상 결정례는 신청인의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이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 온디콘법상 ‘온라인디지털콘텐츠’에 해당하지 않음을 이유로 신청인의 청구를 기각했다.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법적보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활발한 논의가 없고 대법원판례도 없는 상황이어서 대상 결정례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하겠다. 생각건대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영구적인 배타적 권리를 인정할 경우 반경쟁적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으나,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을 개발한 기성사업자들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성도 역시 있다고 할 것이다. 대상 결정례를 계기로 이 점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함께 신규사업자와 기성사업자의 이익의 균형을 통한 공정한 경쟁을 실현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방안이 제시되길 바란다.
2008-02-04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3항의 성격
I.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원고는 1987년에 설립되어 반도체 LED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이고, 피고 A는 2002년부터 LED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원고의 경쟁회사이다. 피고 B는 1997년부터 원고의 부사장 겸 기술고문으로 재직하면서 LED 제품의 설계ㆍ시험을 비롯하여 관련 기술 연구 및 시장 정보 수집 등의 업무를 담당하다가 2003. 2. 퇴사한 후 같은 해 3. 피고 A에 입사하였다. 피고 C는 2001년부터 원고의 영업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영업 업무를 담당하다가 2002. 4. 퇴사한 후 같은 해 5. 피고 A에 입사하였다. 피고 BㆍC는 피고 A에 입사하면서 원고의 LED 제조 관련 기술이 수록된 자료를 가지고 나와 이를 피고 A에게 교부하였고, 원고는 피고들에 대해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그 침해행위의 중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고의 청구에 대해 제1심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04가합79477 판결)은, 원고의 LED 제조 관련 기술은 영업비밀에 해당하므로 피고들은 그 침해행위를 중지하여야 하지만, 피고 A가 원고의 영업비밀을 이용하여 LED 제품을 개발ㆍ제조ㆍ판매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는 이유없다고 판시하였다. II. 대상 판결의 요지 영업비밀은 그 속성상 공연히 알려지지 아니하여야 그 가치를 가지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것이 실제로 사용되든 또는 사용되지 아니하든 상관없이 영업비밀 보유자 이외의 타인에게 공개되는 것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감소되는 것인바, 부정하게 영업비밀을 취득하고 이를 공개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만으로도 영업비밀 보유자는 침해행위자에게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에 따라 ‘영업비밀의 사용에 대하여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을 손해배상으로서 구할 수 있다. III. 대상 판결의 검토 1. 서언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는 영업비밀의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추정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바, 그 취지는 영업비밀의 침해로 인한 손해액 산정의 곤란을 구제하기 위한 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 취지의 규정으로 특허법 제128조와 상표법 제67조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사실상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영업비밀보호법상 손해배상액 추정 규정의 성격을 검토함에 있어서는 특허법 제128조와 상표법 제67조에 관한 기존의 해석론을 살펴보는 것이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 특허법 제128조 및 상표법 제67조의 해석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1항ㆍ제2항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특허법 제128조 제1항ㆍ제2항 또는 상표법 제67조 제1항ㆍ제2항의 해석에 관하여, 위 규정은 모두 어디까지나 일실이익의 추정에 관한 것으로서 이에 의하여 추정되는 것은 일실이익에 한정될 뿐이고, 따라서 일실이익 발생의 전제가 되는 사실은 여전히 권리자가 입증하여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이다(대법원 96다43119 판결). 따라서, 권리자가 침해행위와 손해발생 및 양자 사이의 인과관계를 모두 입증한 경우에 비로소 위 규정에 따라 손해액이 추정되고, 이러한 추정을 다투고자 하는 침해자로서는 반대사실을 들어 실제 손해액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입증(추정의 효력을 복멸시키기 위한 것이므로 본증이고 반증이 아님)하여야 한다. 한편,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특허법 제128조 제3항의 해석에 관해서는, 특허발명은 그 자체로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권리자의 현실적인 실시 여부를 불문하고 실시료 상당의 손해를 법정최저배상액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즉, 위 특허법 규정에 의해 손해의 발생은 물론이고 나아가 침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및 손해액 모두가 의제된다는 것이다(송영식 외, 지적소유권법 상, 제8판, 469면). 반면, 상표는 특허발명과 달리 단순한 출처표시수단에 불과하고 그 자체로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상표가 전혀 사용되고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권리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까지 실시료 상당의 손해를 법정최저배상액으로 인정해 주어야 할 논리필연적인 이유가 없기 때문에, 상표법 제67조 제3항의 경우에는 손해발생 자체가 의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된다(대법원 2003다62910 판결). 3.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의 성격 특허법 제128조와 상표법 제67조에 관한 논의에 비추어 보면,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1항 및 제2항에 의한 추정의 효력 역시 단지 손해액에 관해서만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영업비밀이 침해된 경우를 특허권이나 상표권이 침해된 경우와 다르게 볼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에 의한 추정의 효력은, 특허법 제128조 제3항에 준하여 해석할 것인지 또는 상표법 제67조에 준하여 해석할 것인지 문제된다. 영업비밀이란 그 개념상 ‘공연히 알려지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영업비밀보호법 제2조 제2호). 따라서, 영업비밀 보유자가 이를 비밀로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고 또한 실제로 영업비밀로 관리되고 있는 이상, 그것이 보유자의 의사에 반하는 방법으로 제3자에게 공개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영업비밀로서의 객관적ㆍ경제적 가치가 감소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특정 기술을 영업비밀로 보호할 것인지 또는 특허로 보호할 것인지는 그 기술 보유자의 전략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업비밀이라는 관념 자체가 단순한 출처표시를 의미하는 상표보다는 기술적 사상을 의미하는 특허에 보다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의 성격은 특허법 제128조 제3항에 준하여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렇게 볼 때,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은 단순히 손해액만을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손해의 발생은 물론 침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까지도 추정함으로써, ‘영업비밀 보유자가 영업비밀의 사용에 대하여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최저배상액으로 의제하는 성격의 규정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영업비밀 보유자로서는 영업비밀이 침해되었다는 사실만 입증하게 되면 위 규정에 따라 손해의 발생과 인과관계 및 손해액까지도 추정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상 판결이 이 사건과 같이 피고 A가 실제로 원고의 영업비밀을 사용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부정하게 영업비밀을 취득하고 이를 공개하였다는 것만으로도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시한 것은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대상 판결은 “달리 이 사건 영업비밀에 대하여 통상사용료를 얻을 가능성조차 전혀 없다는 점에 관한 피고들의 주장ㆍ입증이 없는 이상” 피고들에게 위 영업비밀보호법 규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설시하여, 반대사실의 입증을 통해 위 규정에 의한 추정의 효과를 복멸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영업비밀이란 그 개념상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영업비밀의 사용에 대하여 사용료를 얻을 수 없는 경우란 사실상 생각하기 어렵고, 따라서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은 사실상 최저손해액을 의제한 것에 가까운 규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4.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에 의한 손해배상액의 산정 이상과 같이,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의 성격을 손해의 발생과 인과관계 및 손해액까지 의제하는 규정이라고 해석할 경우, 위 규정에 따라 ‘영업비밀 보유자가 영업비밀의 사용에 대하여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문제된다. 법문은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반드시 그 표현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영업비밀의 내용과 우수성ㆍ영업비밀 보유자의 이용 정도와 그 효과ㆍ영업비밀 보유자와 침해자의 영업적 관계ㆍ침해행위의 태양ㆍ영업비밀의 사용에 따른 경제적 이익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상당한’ 내지 ‘정당한’ 사용료를 손해배상액으로 산정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대상 판결은, 피고 A가 원고의 영업비밀을 사용하여 백색 LED 제품을 제조하였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 A의 매출액에 기술사용료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손해액을 산출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영업비밀의 속상상 이를 타인에게 공개하여 사용료를 받는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 사건은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입증하는 것이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제반 사정을 참작해 금 5,000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영업비밀이라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비밀로 유지ㆍ관리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제3자에게 사용허락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생각해 볼 수 있고, 또한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이 가장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경우가 바로 이 사건과 같이 영업비밀의 침해자가 침해행위로 취득한 영업비밀을 실제로 사용하였다는 점을 입증할 수 없는 경우라는 점에서, 대상 판결이 이 사건을 만연히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입증하는 것이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로 본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영업비밀과 유사한 기술에 관하여 관련 업계에서 체결된 바 있는 라이센스 계약에 관한 자료들이 제출된 이상, 법원으로서는 이러한 자료들을 좀더 적극적으로 검토하였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IV. 결 론 대상 판결은,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이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손해액은 물론이고 손해 발생과 인과관계까지도 추정한 것임을 분명히 밝인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다만, 대상 판결이 ‘영업비밀의 사용에 대하여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 상당의 손해를 산정하지 않고 단순히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명목상의 손해배상액만을 인정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의 입법 취지가 영업비밀의 침해로 인한 손해액 산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데에 있는 것이라면, 법원으로서는 만연히 손해액을 입증하는 것이 성질상 극히 곤란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손해액 산정에 관한 자료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참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07-01-08
사이버몰 운영자의 표시·광고법상 책임
Ⅰ. 사실관계 1.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라고 함)의 심결과 원심판결 공정위는 인터넷 포탈사이트를 통해 통신판매업을 영위하는 X(이하 ‘X’라고 함)에 대하여, 위 쇼핑사이트의 공동구매란을 통하여 제품후면에 ‘Y’라는 상표명이 새겨져 있는 ‘유명아동 후드패딩 2종 세트’의 판매를 위한 광고를 하면서 웹사이트에 사실과 다른 제조원과 제조시기를 표기한 사실에 근거로 하여 X에 대해 시정명령, 법위반사실공표명령을 내렸다(공정위 2002. 9. 16. 의결 제2002-202호). 이에 대해 X는 서울고등법원에 광고의 주체가 소외 입점업체라고 주장하면서 시정명령의 취소를 구하였고, 파기환송전 원심(서울고법 2003. 7. 8. 선고 2002누16872)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 기록과 원심에서 확정한 사실관계는 (1)원고는 오프라인에서 이미 가지고 있던 유통망을 기반으로 인터넷 쇼핑에 진출한 사이버몰과 달리 인터넷 포탈업체에서 출발하여 사이버몰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상품구매, 재고관리, 물류, 판매 등을 하지 않는 임대형 사이버몰로 알려져 있는 사실, (2) 원고는 수호통상이라는 상호로 의류, 잡화 도소매업을 하는 소외인과 사이에 소외인이 원고 운영의 사이버몰을 통하여 그 이용자에게 상품의 관련 정보를 전시 또는 게시하고 상품을 판매하되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는 내용의 거래약정을 맺은 사실, (3) 소외인은 원고가 정한 웹디자인상의 등록절차에 따라 ‘상품공동구매’란에 상품명 ‘유명아동 후드패딩 2종 세트’, 상점 ‘e-패션’, 제조원 ‘e-패션’, 원산지 ‘중국’, 제조시기 ‘2001년 겨울 신상품’, 판매가 ‘19,800원’, 공동구매기간 ‘10월20일∼11월15일’ 등의 내용을 표시 또는 게시함과 아울러 자기를 나타내기 위한 문구로 ‘상품문의’, ‘배송문의’, ‘A/S 및 제품문의’를 표시한 사실 등이다. Ⅱ.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1) 사이버몰 운영자가 입점업체의 광고행위에 대하여 광고행위의 주체로서 행정적 책임을 지는지 여부에 대하여 사이버몰 운영자와 입점업체 사이의 거래약정의 내용, 사이버몰 운영자의 사이버몰 이용약관의 내용, 문제된 광고에 관하여 사이버몰 운영자와 입점업체가 수행한 역할과 관여 정도, 광고의 구체적 내용은 물론 광고행위의 주체에 대한 소비자의 오인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2) 위 법리에 의하여 원고는 이 사건 광고의 주체라고 볼 수 없어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7조 제1항에 의한 행정적 책임을 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Ⅲ. 대상 판결에 대한 검토 1. 사이버몰의 개념과 문제점 사이버몰이란 전자상거래등소비자보호법(이하 ‘전소법’이라 함) 제2조 제4호상 “컴퓨터 등과 정보통신설비를 이용해 재화 등을 거래할 수 있도록 설정된 가상의 영업장”이다. 일반적으로 사이버몰은 사이버 쇼핑몰, 인터넷 쇼핑몰과 같이 통용되고 있다. 이러한 사이버몰은 전소법 제10조(사이버몰의 운영)와 전자상거래 통계자료 등을 종합할 때, 크게 전문몰(단독몰)과 종합몰(입점형 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문몰’이란 사업자가 자신의 상품만을 판매하는 것으로 오프라인에 있어 개별 상점과 유사하고, ‘종합몰’이란 사이버몰의 운영자가 별도로 존재하며 다수의 개별 입점업체가 각자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오프라인상 백화점과 흡사하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운영하는 사이버몰은 입점형 사이버몰에 해당한다. 단독몰 사업자는 전소법상 전형적인 통신판매업자에 해당되나, 종합몰의 운영자는 입점업체와 달리 그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아 문제된다. 즉 사이버몰의 운영자를 입점업체의 통신판매 일부를 수행하는 자로 보아 통신판매업자(전소법 제2조 제3호)로 볼 수도 있고, 타인에게 사이버몰의 이용을 허락한 자로서 통신판매중개자(전소법 제2조 제4호)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소법상 책임 귀속뿐만 아니라 표시·광고법상 사업자 즉, 광고의 주체가 누구인지 확정하는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이 사건은 사이버몰 운영자가 입점업체의 광고행위에 대하여 입점업체와 공동으로 또는 입점업체와 독립하여 광고행위의 주체로서 행정적 책임을 지는지에 대하여 대법원이 최초로 판단한 사례이다. 2. 표시·광고의 개념 표시라 함은 표시·광고의공정화에관한법률(이하 ‘표시·광고법’이라 함) 제2조 제1호상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이하 ‘사업자’로 통칭함)가 상품 또는 용역에 관한 ⅰ)자기 또는 다른 사업자에 관한 사항 ⅱ)자기 또는 다른 사업자의 상품등의 내용·거래조건 기타 그 거래에 관한 사항을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하여 자기 상품 등의 용기·포장(첨부물 및 내용물을 포함) 또는 사업장 등에 설치한 표지판에 쓰거나 붙인 문자나 도형 및 상품의 특성을 나타내는 용기·포장을 말한다. 한편 광고라 함은 사업자가 상품 등에 관한 사항을 신문·방송·잡지, 팜플렛·견본·입장권, 인터넷·PC통신 등을 통하여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거나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동법 제2조 제2호).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공동구매의 대상물건에 대해 사실과 다른 제조원과 제조시기를 표시한 것을 ‘광고’로 설시하고 있으나, 인터넷 쇼핑몰에 게시된 상품의 구체적 사양에 대한 표기는 광고임과 동시에 ‘표시’의 성질도 가진다. 3. 표시·광고의 주체로서 사업자의 범위 표시·광고법 제2조상 사업자란 제조업, 서비스업, 기타 사업을 행하는 자(공정거래법 제2조 준용)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광고는 광고주의 요청에 의하여 광고사가 구체적인 내용을 기안하고 TV, 라디오, 신문, 잡지와 같은 광고매체를 통해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법이 적용되는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광고주’를 의미한다고 보는 견해가 대체적이다. 한편 광고주 외에 광고사나 광고매체운영자와 같이 광고에 관여한 자도 표시광고법상 책임을 지는지 문제된다. 원칙적으로 이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나 해석상 광고사나 광고매체운영자도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이므로 표시·광고법상 사업자로 보아 확대적용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가능해 보인다. 이 사건에서 공정위는 전체적인 포맷만 구성해줄 뿐 상품광고는 개별 입점업체에서 직접 작성·게시하는 종합몰의 경우, 소비자는 당해 쇼핑몰의 신용도 등을 감안하여 상품주문을 하는 것이므로 종합몰 운영사업자를 표시·광고법상 사업자로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광고법상 광고의 주체, 즉 광고주인 사업자만이 행정적 책임을 진다고 분명히 하고 있다. 4. 부당한 표시·광고의 위법성 판단 부당한 표시·광고는 ⅰ)허위·과장광고, ⅱ)기만적인 표시·광고, ⅲ)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광고, ⅳ)비방적인 표시·광고 4가지로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들 표시·광고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부당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그 판단기준으로 ① 소비자의 오인성과 ② 공정경쟁저해성이 있다(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소비자의 오인성(誤認性)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음을 말한다. 실제로 오인에 이를 필요는 없으며 오인의 위험성만 있으면 충분하다. 여기서 소비자는 통상의 주의력을 가진 소비자를 전제로 한다. 대법원도 고름우유 광고사건에서 고름의 의미와 고름우유의 의미에 대하여 소비자의 상식적인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지 전문적·의학적인 관점에서 판단할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였다(대법원 1998. 3. 27. 선고 96누5636 판결). 공정경쟁저해성(公正競爭沮害性)은 부당한 광고에 따른 소비자 오인의 결과 소비자가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빼앗는 등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교란할 우려를 말한다. 이는 부당광고행위를 제한하는 상위개념이면서도 부당광고행위에 의하여 제한을 받아 구체화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경쟁저해성은 소비자의 오인에 의해 합리적인 선택이 방해되는 경우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보이므로 결국 소비자의 오인가능성이 부당성 판단의 핵심이 된다. 5. 표시·광고의 주체에 대한 판단 대상판결은 광고의 주체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① 사이버몰 운영자와 입점업체 사이의 거래약정의 내용, ② 사이버몰 운영자의 사이버몰 이용약관의 내용, ③ 문제된 광고에 관하여 사이버몰 운영자와 입점업체가 수행한 역할과 관여 정도, ④ 광고의 구체적 내용은 물론 광고행위의 주체에 대한 소비자의 오인가능성 등을 종합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표시·광고의 부당성 판단의 핵심이 소비자의 오인성에 있다는 점과 광고주체의 혼동이 사업자가 자신에 관한 표시·광고행위에서 비롯되는 문제임을 감안하면, 광고행위의 주체에 대한 판단 역시 사이버몰을 이용하는 통상적인 주의력을 가진 소비자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사이버몰 운영자와 입점업체 사이의 거래약정의 내용(①)이나 문제된 광고에 관하여 사이버몰 운영자와 입점업체가 수행한 역할과 관여 정도(③)와 같이 일반소비자가 도저히 알 수 없는 거래내부관계까지 고려하여 광고의 주체를 판단하는 것은 법리상 문제가 있다. Ⅳ. 결론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면서 사업자들은 초기비용과 경영위험을 줄이기 위해 단독몰을 개설하기보다 많은 회원을 확보한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인지도가 높은 경매사이트 등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자연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거래상대방의 혼동 내지 표시·광고의 주체에 대한 오인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사이버몰 운영자나 인터넷 경매사업자는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민사적, 행정적 책임도 부담하고 있지 않다. 대상판결은 광고의 주체만이 표시·광고법상 책임을 진다는 것을 명시하였고, 사이버몰의 운영자도 경우에 따라 광고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평가된다. 그러나 광고주체를 판단함에 있어 소비자의 오인가능성을 부수적 고려요소로 삼은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본 판결을 계기로 사이버몰 운영자의 법적 지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전자상거래에 있어 소비자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개선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06-08-28
국제 저작권 분쟁의 국제재판관할
I. 지적재산권에 있어서의 속지주의 원칙 속지주의는 특허권 등 산업재산권 뿐만 아니라 저작권 등 창작행위 만으로 권리가 발생하는 지적재산에도 원칙적으로 적용된다. (저작권보호에 관한 베른협약 제5조 제1항이 내국민대우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속지주의원칙을 전제로 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는 특허권과는 달리 사권인 저작권에 있어서는 준거법이 문제될 수 있고 그 물권적 성격 때문에 소재지법을 적용한다는 의미에서 속지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속지주의 원칙이 바로 타당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있다.) 그런데 최근 저작권침해분쟁의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함에 있어서 속지주의를 배제하여 국내에서의 저작권침해행위 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행위에 대하여도 국내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인정한 획기적인 판결이 내려져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II. 사안의 개요 원고는 한국인 시나리오 작가인데 자신이 창작한 ‘기호를 읽어라’라는 시나리오를 스필버그 감독과 그 감독이 속해 있는 드림웍스(Dreamworks L.L.C.)에 송부하였다. 스필버그 감독은 일본 공포 영화 ‘더링’을 리메이크 하여 제작한 영화 ‘The Ring"을 전세계적으로 배포ㆍ상영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고 한국에서도 씨제이(CJ Entertainment)가 수입, 상영하였다. 원고는 이 영화가 자신이 스필버그 감독에게 보낸 시나리오와 그 구성 및 모티브 등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드림웍스 및 씨제이를 상대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각국에서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금지하고 각국에서의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III. 지적재산권침해의 재판관할에 관한 외국판례의 태도 1. 미국 미연방법원에 저작권침해소송의 재판관할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사물관할과 인적관할의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 외국특허침해에 관하여는 국가행위불간섭의 원칙에 따라 미국에서의 재판관할권 행사를 자제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Timberlane Lumber Co. v. Bank of America, 549 F. 2d 597(9th Cir.1987); Mars v. Conlux 24 F. 3d 13(Fed. Cir 1994); Glaverbel Societe Anonyme v. Northlake Marketing & Supply Inc. 48 USPQ 2d 1344(N.D.Ill 1998) 등.)이나 저작권 침해에 관하여는 국가행위불간섭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례와 이에 반대하는 판례가 병존하고 있고 전자가 힘을 얻고 있다.(Frink Am, Inc. v. Champion Road Mach. Ltd. 961F. Supp. 398(NDNY 1997) 등.) 한편, 인적관할에 관하여는 법정지 주 내에서의 ‘계속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의도적 향유(purposeful availment)’와 ‘피소 예견가능성(foreseeability)’이 재판관할 인정근거로서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2. 유럽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국가는 지적재산권침해사건에는 전속관할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불법행위에 관한 특별관할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브랏셀 규정은 특허, 상표, 디자인 기타 등록이나 기탁을 요하는 지적재산권의 유효성 또는 등록에 관한 사건은 그 등록지의 전속관할로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러한 권리의 침해사건과 저작권 등 등록이나 기탁을 요하지 아니하는 지적재산권의 유효성이나 침해에 관한 사건에 관하여는 규정을 두지 않고 판례에 맡겨두고 있다. 유럽이사회규칙 제44호 2001. 12. 22. 제22조 제4항 참조.) 이점에 관련하여 지적재산권침해사건은 아니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사건에 관한 1995년 Fiona Shevill판결(Case 68/93, Fiona Shevill v. Press Alliance SA. 1995. E.C.R. 415)에서 유럽사법법원(ECJ)은 지적재산침해에 있어서도 자국 내에서의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만 인정하고 외국에서의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은 침해자의 소재지국 법원을 제외하고는 그 관할을 부인하는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다. 3. 일본 일본 최고재판소는 미국특허권을 가진 일본인 원고가 일본인 피고의 일본에서의 미국특허침해제품 제조ㆍ수출행위에 대하여 미국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건에 일본법원의 재판관할을 긍정하면서 다만 특허침해금지청구와 손해배상청구는 기각하였다. (일본최고재판소 평성 14. 9. 26., 평성 12, 580 판결.) 국제소송에 있어서의 객관적 병합과 주관적 병합에 관하여는 대체로 이를 긍정하고 있다. IV. 국제사법상 국제재판관할원칙 1. 실질적 관련의 원칙 개정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대한민국 법원이 국제재판관할을 가지며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국제재판관할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국내법 관할규정 참작의 원칙 나아가 국제사법 제2조 제2항은‘실질적 관련’이라는 제2조 제1항의 기준이 추상적이므로 그 구체적 판단기준을 일응 국내법의 관할규정에서 발견하되 그에 얽매이지 말고 국제적 관점에서 국제재판관할결정원칙을 정립해 나갈 것을 규정한다. 3. 지적재산분쟁의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특칙의 부존재 개정 국제사법은 제27조에 소비자계약에 관한, 제28조에 근로자계약에 관한 각 국제재판관할의 특칙을 규정하고 한편 제24조에서 ‘지적재산권의 보호는 그 침해지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지적재산권의 준거법에 관한 특칙을 두었으나 지적재산분쟁의 국제재판관할에 관하여는 아무런 특칙을 두고 있지 않다. 4. 국제소송에 있어서 객관적 병합과 주관적 병합 현행 민사소송법 제25조 제1항에서는 객관적 병합에 관한 규정을, 제2항에서는 주관적 병합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적어도 민사소송법에서는 객관적 병합과 주관적 병합을 일정한 요건 하에 모두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헤이그협약 및 WIPO협약안에서도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거나 직권으로, 법원은 계속 중인 관련소송을 병합하고 그 소송에 관련된 모든 지적재산청구를 단일한 법정지에서 주장하도록 당사자에게 촉구함으로써 당사자간의 분쟁을 전세계적으로 해결하는 이점에 관하여 검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3조 제1항). 한편, 청구들이 동일한 거래나 일련의 거래 또는 발생으로부터 비롯될 때에는 권리나 요청하고 있는 구제의 속지적 기원에 관계없이 이들을 관련된 청구로 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동조 제2항).) V. 외국인 피고에 대한 국제재판관할 인정여부 1. 본 사건의 쟁점 본 사건으로 돌아와 피고 드림웍스는 외국회사로서 외국인 피고에 대한 대한민국의 재판관할권이 있는지 문제된다.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위 쟁점에 관하여 (1)피고 씨제이, 소외 씨제이, 피고 드림웍스간의 지분관계 (2)피고 씨제이가 피고 드림웍스의 아시아시장 배급처인 점 (3)한국영화시장의 규모 (4)피고 드림웍스와 피고 씨제이의 수익배분관계 (5)피고 드림웍스가 전세계적 기업인 점등을 종합하여 피고 드림웍스가 한국법원에 제소될 수 있다고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으므로 피고 드림웍스와 대한민국 간에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실질적 관련성과 예견가능성간의 관계 그런데 법원은 피고 드림웍스에 관한 위와 같은 제반사실로부터 바로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여부를 판단하지 아니하고 그와 같은 제반사실로부터 피고 드림웍스의 피소 예견가능성을 끌어내고 나아가 그 예견가능성을 실질적 관련여부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는 점에서 특이한 논리전개를 보이고 있다. 이 사건에서 동법원이 예견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판시한 것은 위 두가지 요건을 합리적으로 연결지우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이나 피고의 예견가능성 유무를 판단하고 이를 근거로 실질적 관련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우리 국제사법 제2조의 명문규정에 배치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중첩적 판단과정에서 국제사법이 제시한 ‘실질적 관련’의 요건이 왜곡될 위험까지 있으므로 재고를 요한다고 할 것이다. 오히려 예견가능성의 부존재를 소극적 요건으로 보아 당사자와 법정지국간에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일응 보일지라도 만약 예견가능성이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면 그 실질적 관련성은 부인하도록 이론 구성함이 타당하다고 본다. 4. 주관적 병합의 인정여부 본건에서 법원은 피고 드림웍스와 대한민국 간의 실질적 관련성을 인정하면서도 주관적 병합에 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본건의 경우 한국과 피고 드림웍스 사이에 설사 실질적 관련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 씨제이는 한국에 상거소를 두고 있는 법인이고 피고 씨제이와 피고 드림웍스에 대하여 원고의 저작권 내지 아이디어침해라는 동일한 원인에 기인하여 발생한 권리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를 구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피고 씨제이 뿐만 아니라 피고 드림웍스에 대하여도 국제소송에 있어서의 주관적 병합의 법리에 따라 한국법원에 그 재판관할이 인정된다 할 것이다. VI.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금지등 청구의 국제재판관할 인정여부 1. 본 사건의 쟁점 피고 드림웍스가 원고의 시나리오에 의거하여 제작한 영화를 대한민국 외 외국에서 배급ㆍ상영한 행위, 즉 외국에서의 저작권 침해에 관련한 침해금지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부분도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는지 문제되었다. 2. 법원의 판단 동법원은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에 관한 청구부분은 피고 드림웍스의 피소 예견가능성, 한국영화시장의 규모, 피고가 대한민국에서 응소하더라도 베른협약이 공통적으로 적용되므로 불리한 것이 없는 점, 국내 저작권침해에 관한 청구부분과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에 관한 청구부분은 기초가 된 사실관계 및 쟁점이 동일하여 대한민국에서 위 두 청구부분 모두에 대하여 재판을 함이 바람직하다는 점등을 종합하여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에 관한 청구부분에 대하여도 대한민국에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3. 판결의 문제점 그러나 동 법원이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와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여부의 고려요소로서 들고 있는 사실(예를 들어 한국의 영화시장규모, 한국의 TRIPs협정 및 베른협약 가입사실)들은 외국에서의 저작권 침해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므로 부당하다. 또한 피고 드림웍스가 한국법원에의 피소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드림웍스 자신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지 여부의 판단기준이 될 수 있을지라도 외국에서의 저작권 침해와 한국법원과의 실질적 관련여부를 판단하는 자료로는 될 수 없고 또 국내에서의 저작권침해에 관한 청구 부분과 기초가 된 사실관계 및 쟁점이 동일하다는 점도 소의 객관적 병합의 요건은 충족시킬지언정 그 점이 바로 외국에서의 침해와 대한민국간의 실질적 관련을 인정하는 근거로는 될 수 없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4. 객관적 병합 인정여부 본건 판시에서 법원은‘두 청구부분이 모두 동일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하고 있고 쟁점 또한 동일하므로 대한민국에서 재판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는 직접적으로 객관적 병합 청구를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지 않으나 사실상 피고 드림웍스에 대한 원고의 청구들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 이를 병합하여 한국법원에서 재판할 수 있다는 논리로서 결과적으로 청구들 간의 객관적 병합을 인정하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VII. 저작권 침해의 준거법 1. 법원의 판단 법원은 본건 판시에서 저작권 침해의 요건인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하는 준거법에 관하여 명시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지 않다. 그러나 외국법 적용에 대한 검토가 없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외국에서의 침해행위 청구부분에 관하여도 한국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침해행위에 대하여는 한국법이 적용되고 외국에서의 침해행위에 대하여는 침해지의 외국법이 적용되나 한국법 또는 미국법에 의거ㆍ판단함을 명시적으로 선언하였어야 할 것이다. 2. 주장의 부담이론 준거법 결정에 있어서 속지주의 원칙과 보호국법주의를 관철하면 침해행위가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준거법으로서 침해행위가 일어난 전세계 각국의 법을 모두 적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하더라도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면 침해자의 상거소지법에 의거하여 판단하게 되겠으나 특정 국가의 법을 적용하였을 때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그 다른 결과가 어느 일방 당사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그 당사자가 그 특정국가의 법의 존재와 내용을 주장하여 그 적용을 요구할 수 있도록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지적재산권 침해의 성립여부와 그 정도를 주장하는 자가 당해 침해지법의 존재와 그 내용을 주장ㆍ제시하여야 하는 ‘주장의 부담’을 진다고 해석함으로써 침해가 문제된 각국의 법을 조사, 적용하여야 하는 법원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 것이다. VIII. 결론 이 사건에서 법원이 외국에서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뿐만 아니라 침해금지청구에 대하여도 한국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있다는 판단은 획기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었던 외국인 피고 및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 청구부분과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 인정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동법원이 국제재판관할결정에 관한 일반이론에 의거하여 판단하였을 뿐 저작권을 비롯한 지적재산권 침해에 있어서의 국제재판관할결정의 특수성 특히 지적재산권에 있어서의 속지주의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점은 문제로 지적되어야 한다. 지적재산침해에 있어서도 국제재판관할결정에 관한 일반론이 그대로 타당할 수 있다는 이 사건에서의 판시취지는 저작권침해사건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특허 등 산업재산권 침해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므로 이 점에 관한 향후 판례의 발전에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2005-10-06
1
2
3
4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