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律新聞
2371호
법률신문사
下都給에 대한 責任
일자:1993.5.27
번호:92다48109
李銀榮
外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4면 ============
1. 사실관계
남강토건회사(피고)는 서울시구로구로부터 受給받은 남부순환도로 서부연계도로 개설공사의 일환으로 이 사건 사고장소부근에서 고가차도용 교각설치공사를 하면서 附屬工事인 상수도관 이설공사를 소외 토성공영주식회사에게 하도급을 주었다. 소외 下受給會社의 현장인부들이(소외인) 상수도관 매설작업을 하던중 포크레인으로 굴착하다가 이 사건 가로등용 전선이 나오자 피고회사 현장사무실에 報告만을 한 채 만연히 사용하지 아니하는 廢線으로 알고 그것을 절단하여 포크레인 삽날에 위 전선을 연결시켜 잡아 당기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공사를 진행함으로써 도로상에 전선이 切斷된 채 露出되어 있다가 이 사건의 事故를 야기하였다.
2. 판결요지
(가) 元受給人의 損害賠償責任
都給人은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수급인이 그 일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으나 都給人이 受給人의 일의 진행 및 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인 指揮監督權을 유보한 경우에는 도급인과 수급인의 관계는 실질적으로 使用者 및 被傭者의 관계와 다를 바 없으므로 受給人이 고용한 제3자의 不法行爲로 인한 損害에 대하여 都給人은 민법 제756조에 의한 使用者責任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이치는 下受給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이 판결은 위와 같은 法理에 따라 元受給人(下都給人)은 下都給人의 被傭者의 不法行爲에 대하여 使用者責任을 진다고 판시하였다. 즉 이 사건에서 피고회사는 소외 하수급인에 대하여 하도급계약의 약정에 따라 피고회사의 현장소장이 공사감독원으로서 하수급인의 공사를 구체적으로 지시 감독하였으므로, 하수급인의 피용자들이 행한 전선절단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上告棄却).
(나) 구로구의 損害賠償責任
구로구(피고) 소속 공무원이 사고일 보름전에 사고지점을 통과하는 地下電線이 절단된 채 도로상에 노출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음에도 폐선으로만 생각하고 放置한 것은 被傭者의 業務遂行상의 過失이 인정되며, 구로구는 그의 使用者로서 가로등전선의 保存, 管理상의 瑕疵로 인한 責任을 진다. 이 사건에서 판결은 구로구에 대하여 都給人으로서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工作物所有者의 責任(民法 제758조)을 인정한 것이다.
3. 판례평석
하수급이나 그의 피용자가 제3자에게 불법행위를 가한 경우에 원수급인은 그 책임을 전적으로 하수급인에게 부담시키고 자신은 면책되는 것이 가능한가? 이 때 하도급을 준 건설회사는 민법 제757조의 적용을 받아 免責될 수 있을 것인가? 민법 제757조는 「도급인은 수급인이 그 일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 그러나 都給 또는 指示에 관하여 都給人에게 重大한 過失이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한다.
판례는 원칙적으로는 이를 肯定하는 것으로 解釋된다. 판례는 공사책임자인 元受給人을 「하도급계약의 下都給人으로서 지위」에서 책임을 논한다는 입장을 취하므로, 「都給人은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수급인이 그 일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으나」라는 민법 제757조의 責任輕減을 기본으로 삼으면서 왜 하도급인에도 도급인과 같은 免責의 혜택을 부여해야 하는지에 관하여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단 판례는 이를 보완하는 법리로서 制限的으로 使用者責任을 원용함으로써 실제에 있어서는 免責을 허용하지 않는다. 즉 「都給人이 受給人의 일의 진행 및 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인 指揮監督權을 유보한 경우에는 도급인과 수급인의 관계는 실질적으로 使用者 및 被傭者의 관계와 다를 바 없으므로, 受給人이 고용한 제3자의 不法行爲로 인한 損害에 대하여 都給人은 민법 제756조에 의한 使用者責任을 면할 수 없다」는 法理를 발전시켰다(대판1983년11월22일, 83다카1153; 大判 1991년3월8일, 90다18432; 大判 1992년6월23일, 92다2615).
私見으로는 판례가 발전시킨 이 법리는 元都給契約의 당사자인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서는 타당할지 모르나, 下都給契約의 당사자에게까지 이 법리를 확장해서 적용하는 것은 不當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건설회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은 「도급인의 책임」으로 다루어서는 안되며 企業責任의 法理로 다루어야 한다. 건설공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에 관하여 最初受給人인 건설회사는 그의 무과실이 입증되지 않는 한 책임을 져야 한다. 건설회사는 건설공사의 실질적 總責任을 맡는 자이므로 그로 인한 損害에 대하여 일차적인 책임주체가 된다.
둘째, 下都給에는 민법 제757조의 責任輕減이 인정되어서는 안된다. 민법 제757조는 도급인이 건축공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경우를 상정해서 입법되었으므로, 공사는 수급인의 책임하에 진행시키고 도급인은 공사비만을 부담하는 경우에 한해서 이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하도급의 경우에는 수급인의 설계와 기획아래 작업의 일부만을 하수급인에게 맡기므로 작업에 따른 安全管理의 궁극적 책임은 수급인이 져야 한다. 결국 수급인과 하수급인의 관계는 업무의 수행이라는 內部的分業의 契約關係만이 都給의 성격을 가지며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하나의 工事主體로서 다루어 져야 한다.
이 사건에서도 포크레인에 의한 굴착작업만을 맡은 하수급인은 지하에 매몰된 전선의 안전관리를 할 능력이 없고 그 관리는 건설총책임자인 원수급인이 맡아야 한다.
셋째, 건설회사는 공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에 관하여 그것이 下都給의 工程에서 그의 피용자에 의하여 발생했더라도 使用者責任을 져야 하며, 그 사고야기자가 자기와 雇傭契約을 맺지 않았다는 이유로 免責될 수 없다. 하도급은 「分業의 利益」이란 본래의 목적 이외에 건설회사의 책임을 면책하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되어서는 안된다. 건설 이외에도 淸掃, 警備 기타 단순업무를 勤勞者派遣會社에 도급을 준 경우에도 사용자책임이 면책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넷째, 하도급에는 復委任에 관한 규정이 類推適用되어야 한다. 受任人은 위임인의 승락이나 부득이한 사유없이 제3자로 하여금 자기에 갈음하는 위임사무를 처리하게 하지 못하며(민법 제682조1항) 적법하게 제3자에게 위임사무를 처리케 한 경우에도 그 選任, 監督에 관한 책임이 있는데(동조2항, 제121조), 하도급을 준 자도 도급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이 원칙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 즉 하수급인의 과오에 관하여 수급인은 도급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민법 제121조의 그 선임, 감독에 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하수급인은 수급인의 履行補助者이므로 그의 고의, 과실에 대하여 수급인이 債務不履行責任을 지게 된다(민법 제391조).
4. 결 론
판례는 공사책임자인 건설회사의 책임을 「하도급계약의 下都給人으로서 지위」에서 논함으로써 不法行爲責任에 관하여 도급계약관계와 하도급계약관계를 동일한 성질의 것으로 파악하는 데 이는 옳지 않다. 私見으로는 원수급인인 건설회사는 사고에 관하여 자기의 행위에 대한 책임(企業責任)으로서 배상의무를 지며, 하도급은 復委任, 復代理와 유사한 법률관계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사건의 판결에서 수급인에게 배상책임을 인정한 결론부분은 정당하나, 그간 수 개의 판결을 통하여 확립된 「下都給에 관한 法理」는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立法論으로서는 민법 제757조 조차도 폐지되거나 수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