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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사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한 검토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11일 재판관 7대2의 결정으로 형법상 자기낙태죄 조항(제269조 제1항)과 업무상승낙낙태죄 조항(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2017헌바127, 이하 '대상결정'). 다만, 위헌의견 7인 중 4인이 ‘헌법불합치 및 계속적용’을 주장하여 결국 주문(主文)은 '헌법불합치 및 2020년 12월 31일까지 계속적용'이 선택되었다. 낙태죄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7년 전에 합헌으로 판단한 바 있었고(2012. 8. 23. 2010헌바402, 이하 '종전결정'), 당시에는 합헌의견과 위헌의견이 4대4로 나누어졌었다. 대상결정에 대해서는 앞으로 여러 관점에서 상세한 분석과 검토가 이루어지겠지만, 여기서는 우선,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몇 가지 쟁점들에 대해 그 의미와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1. '기본권의 충돌'에 대한 이해의 변화(?)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심사에서 종종 '기본권의 충돌'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법률의 위헌심사에서 기본권충돌을 언급하는 것은 기본권충돌이 문제되는 상황과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기본권충돌은 충돌하는 기본권의 조정을 위한 입법단계에서 혹은 입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일반법원의 재판이나 재판소원) 충돌하는 두 기본권을 조정하는 원리이고, 일단 입법이 이루어진 후 그 법률의 위헌성을 심사하는 단계에서는 대립하는 기본권이 이미 공익(입법목적)으로 전환되어 과잉금지원칙(또는 과소보호금지원칙)의 적용만이 문제될 뿐 기본권충돌 논의는 불필요하고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한수웅, 헌법학, 법문사(제5판), 516-517면).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심사에서 기본권충돌을 언급하면서도 사안을 과잉금지원칙에 의해 심사하였고, 기본권충돌의 해결방안으로 제시되는 ‘실제적 조화의 원리’도 결국 과잉금지원칙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고 함으로써(2013. 6. 27. 2012헌바37, 판례집 25-1, 506, 512), 법률의 위헌심사에서 기본권충돌 논의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결정의 다수의견(헌법불합치의견)은 '심사기준' 항목에서 '이 사안은 국가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확정적으로 만들어 놓은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자기낙태죄 조항의 존재와 역할을 간과한 채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직접적인 충돌을 해결해야 하는 사안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여 앞에서 본 학설의 비판을 수용하는 듯한 설시를 하였다. 다만, 법률의 위헌심사에서도 기본권충돌 논의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견해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바(과잉금지원칙은 자유권 행사가 공익침해라는 중간단계를 거쳐 간접적으로 대립당사자의 자유를 훼손하는 경우 적용되는 것이어서, 자유권 행사가 직접적으로 대립당사자의 자유를 훼손하는 기본권충돌의 경우에는 문제되는 충돌 상황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므로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에서도 기본권충돌은 의미가 있다는 견해가 그것이다. 김하열, '자유권 제한입법에 대한 위헌심사', 동아법학 제56호, 1-35면), 기본권충돌 논의가 부적절한 이유에 대해 다수의견이 보다 분명하고 상세하게 설시할 필요는 있었다. 이 부분은 기본권충돌에 관한 종래 헌법재판소 입장과 명백히 구별되는 것으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2. '자기결정권'인가, '자기운명결정권'인가? 헌법재판소는 간통죄(2011헌가31등), 성매매(2013헌가2), 혼인빙자간음죄(2008헌바58등), 연명치료중단(2008헌마385) 등의 사건에서 '자기운명결정권'이란 표현을 사용한 바 있고, 낙태죄에 대한 종전결정에서도 '자기운명결정권'이란 표현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대상결정에서는 청구인이 '자기운명결정권'을 주장했음에도 위헌의견과 합헌의견 모두 '자기결정권'이라는 표현을 썼다. 자기결정권과 자기운명결정권은 완전히 호환가능한 개념인가? 두 표현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는 것인가? 자기결정권과 자기운명결정권은 의미도 다르고 보호영역도 달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은 자기운명결정권보다 훨씬 넓다. 자기결정권에는 일상의 사소한 선택들이 모두 포함될 수 있어서, 그 자유박탈의 의미가 매우 추상적이다. 반면, 자기운명결정권의 경우 그 제한의 의미는 무겁고 심각하게 느껴진다. 헌법재판소가 성적자기결정권이 문제된 사건들을 자기운명결정권으로 표현하고 낙태가 문제된 사건에서 자기결정권으로 표현한 것은 어딘지 기이하다. 하나의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것, 그의 부모가 되는 것, 그와 함께 한평생을 살아가는 것, 아니면 그 모든 가능성들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결정만큼 운명적인 결정이 또 있겠는가? 자기운명결정권이란 표현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 바로 이러한 경우가 아닐까? 3. 위헌의견에 대하여 다수의견(헌법불합치의견)은 낙태죄 조항이 입법목적 정당성과 수단적합성은 인정되지만 침해최소성과 법익균형성을 위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였는데, 그 주요 논거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자기결정권에는 여성이 출산 여부를 결정할 권리도 포함된다. (2)인간생명의 발달 단계에 따라 보호를 달리하는 것은 가능하다. (3)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임신 22주)가 보호의 정도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4)태아의 착상시부터 독자적 생존가능시기까지는('결정가능기간') 사회적, 경제적 사유로 인해 낙태갈등상황에 처해 있는 여성에게 낙태를 허용하여야 한다. (5)낙태죄 조항이 모든 낙태에 대해 예외없이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태아는 생존을 위해 모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독자적 생존가능시기를 기준으로 태아의 생명권 제한에 규범적 판단을 달리하는 것은 가능한 입론으로 보인다. 다만, 낙태죄 조항이 위헌인 이유 또는 그 범위가 불명확하다. 특히 '사회적, 경제적 사유'에 대해 예시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일정한 규율영역으로 확정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입법자에게 명확한 입법지침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 단순위헌의견은 위에서 본 다수의견 논거들에 동의하면서, 더 나아가 임신 전체 기간을 3분기(trimester)로 나누어 제1분기(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14주) 동안에는 아무런 제한없이 낙태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 기간에 자유로운 낙태가 허용되어야 하는 이유는 '태아가 덜 발달하고, 안전한 낙태 수술이 가능한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임신기간을 3분기로 나누는 것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며, 낙태가 허용되어야 하는 사유로 안전한 낙태를 드는 것은 '1분기에는 왜 태아의 생명침해가 정당화되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임신여성에게 안전하기 때문이다'고 대답하는 것과 같은 것이어서 부당하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4. 합헌의견에 대하여 합헌의견은 태아는 그 시기를 불문하고 생명보호 필요성에 있어 출생한 사람과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므로 위헌의견에서 말하는 결정가능기간이나 3분기에 의한 구분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리고 임신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은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에 의해 정당화된다고 본다. 다만, 합헌의견은 대상결정의 사안을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충돌'이라고 하였으나, '낙태의 자유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통해 보호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면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근본적으로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함으로써, 명시적인 표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본권의 충돌 상황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5. 주문의 문제점 대상결정이 자기낙태죄가 위헌으로 판단되면 논리적으로 위헌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는 형법 제270조 제1항을 굳이 '의사' 부분으로만 심판대상을 한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입법개선이 필요한 헌법불합치 주문을 내면서 형법 제270조 제1항 전부가 아닌 '의사' 부분만 헌법불합치를 선언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대상결정은 형벌조항에 대해 계속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는데, 위헌으로 판단된 형벌조항의 계속적용을 명하는 것은 법치주의원리에 위반되고, 형벌조항은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이 상실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의 명문규정에도 반한다(제47조 제3항). 위헌인 형벌조항을 계속적용하는 도중에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경우 그 개선입법이 당연히 소급하는지, 소급한다면 그 시기는 어디까지인지도 문제되는데,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제시하지 않는다. 개선입법이 헌법재판소의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 경우 그 개선입법의 위헌 여부가 다시 문제될 수 있고 개선입법이 재차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그 소급효의 범위 또한 다시 문제된다. 헌법재판소는 법적공백의 방지를 명분으로 헌법불합치 주문을 선택하지만 헌법불합치결정과 개선입법 사이에, 혹은 그 이후까지 법적 규율의 불확정으로 인해 법적안정성이 위협받는다. 무엇보다도 대상결정의 헌법불합치의견은 스스로 낙태죄 조항의 실효성을 부인하고 그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되었다고 하였음에도, 단순위헌결정으로는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되어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긴다고 한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이는 헌법불합치결정이 위헌결정의 효력에 관한 명시적인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으로, 이른바 법률의 흠결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허용되는 예외적인 주문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구체적 검토 없이 헌법불합치 주문을 남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상결정에서는 위헌의 영역을 특정하여(예컨대, 독자적 생존가능시기) 한정위헌을 선고하거나, 위헌 영역을 특정하기가 불가능하다면 단순위헌을 선고했어야 할 것이다. 전상현 교수 (서울대 로스쿨)
형법
의사낙태죄
낙태
전상현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19-06-17
노동·근로
사회변화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 연장
Ⅰ. 사안의 개요와 소송 경과 망아(亡兒, 4세)는 2015. 8. 9. 인천 소재 워터파크 수영장에 어머니와 함께 방문하여 물놀이를 하였다. 워터파크 수영장에는 수심 1m인 이 사건 풀장이 있었다. 신장이 1m에 불과한 망인은 위 풀장 출입구에 설치된 철제 사다리로 올라가 이 사건 풀장으로 떨어져 익사하였다. 이에 망아의 가족인 원고들은 워터파크를 운영하는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제1심은, 이 사건 풀장 출입이 제한되는 망아가 사다리를 이용하여 이 사건 풀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방지할 의무가 있는 피고들이 이를 게을리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여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망아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하였다. 원고들은 항소를 하면서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주장하였는데, 원심도 마찬가지로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망아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제한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망아의 일실수입을 산정함에 있어 망아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인정하지 않은 원심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Ⅱ. 판결요지 대법원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본 종전 대법원의 견해를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여 원심을 전원일치로 파기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언제까지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다수의견, 별개의견 1, 별개의견 2로 나뉘었다. 다수의견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평균여명이 2017년에 남자 79.7세, 여자 85.7세에 이르고, 실질적인 평균 은퇴연령이 남성 72.0세, 여성 72.2세에 이른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은 만 65세로 보아야 한다고 본 것이다. 별개의견 1은 60~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 연령대별 사망확률, 일반적인 법정 정년 등을 근거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은 만 63세까지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별개의견 2는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경험칙상 ‘만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하나, 구체적으로 만 60세를 넘어 몇 세까지 일할 수 있는지는 사실심 법원이 판단하여야 하며 대법원이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았다. Ⅲ. 육체노동의 가동연한 1. 가동연한에 관한 판단기준으로서 경험칙 도시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 통상 몇 세까지 일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이다. 이를 인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할 수 있지만, 사안과 같이 아동이 사망한 경우에는 경험칙에 기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경험칙은 경험을 통해 귀납적으로 얻어지는 사실판단의 법칙이므로 사회구성원의 공통인식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사회구성원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현실이 중요하며 그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동연한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의미한 통계, 각종 규범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다만, 가동연한의 인정은 기본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이므로 이를 반영한 정확한 통계가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우선적으로 그에 따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각종 규범과 관련하여서는 그 규범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고려에 의하여 마련된 것인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2.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의 사정변경 대법원은 1989. 12. 26. 선고 88다카16867 전합 판결을 통해 육체노동종사자는 만 55세를 넘어서 일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후 1991. 3. 27. 선고 90다11400 판결을 통해 도시일용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하는 실무가 확립되었다. 종전 전합 판결의 주된 논거는 ① 국민의 평균여명이 남자 63세, 여자 69세로 늘어난 점, ② 기능직공무원 중 육체노동을 주된 업무내용으로 하는 공무원의 정년이 만 58세로 연장된 점이다. 그러나 위 전합 판결 이후에 많은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 평균여명이 2017년에는 남자 79.7세, 여자 85.7세에 이르고 있어 그 사이에 평균여명이 남녀 모두 16.7세나 증가하였다. 둘째, 기능직공무원을 포함한 공무원 대부분의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었다. 관련하여 이러한 법정 정년의 증가를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지, 특히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문제가 된다. 만약 가동연한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보면 만 60세 무렵을 가동연한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독일의 경우 실제 소득활동 연령에 대한 통계를 고려하지 않고 법정 정년인 67세를 가동연한으로 보고 있다(독일 연방대법원 1989. 5. 30. 판결, BGH NZV 1989, 345). 그러나 2017년 12월을 기준으로 60~64세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이 61.5%에 이른다. 고령자가 법정 정년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비교적 활발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현재의 법정 정년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셋째, 우리나라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종전 전합 판결 당시 6,516달러에 불과하였는데, 2018년에 30,000달러에 이르렀다. 이러한 1인당 GDP 수치는 연령별 인구비율에 비추어 만 60세를 넘은 고령자층이 일하지 않고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액수이다. 실제로 만 60세를 넘어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인구는 종전 전합 판결 당시 120만 명이었으나 2017년 12월 기준 417만 명으로 급속히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저한 사정 변화를 감안하여 대상판결은 타당하게도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를 넘어 인정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다만, 구체적으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어떻게 정할지 견해가 대립되었다. 3. 육체노동의 가동연한 65세? 63세? 불특정?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만 65세로, 별개의견 1은 만 63세로 보았다. 별개의견 2는 대법원이 이를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다. 별개의견 2의 경우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특정 연령으로 단정하면 가동연한에 대한 유연한 판단에 장애가 되어 구체적 타당성 있는 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매우 경청할 만한 견해이다. 그러나 위 견해에 따를 경우 하급심 법원으로서는 개별 사건마다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일일이 심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하급심의 혼란으로 인한 법정 안정성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 대법원이 하급심에 가동연한에 관한 일응의 판단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필요하다. 대법원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특정하더라도 하급심 법원이 반드시 대법원이 제시한 가동연한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경험칙을 배제할 다른 증거가 제시되는 경우, 하급심 법원은 대법원이 제시한 결론과는 다른 판단을 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다(대법원 1999. 9. 21. 선고 99다31667 판결 참조). 별개의견 1의 경우 가동연한 관련 통계적 사실과 법령을 가장 보수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① 60~64세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이 61.5%이나 65세 이상의 경제활동은 29.5%로 그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② 사망확률이 60세는 0.00520, 65세는 0.00791로 증가폭이 0.00271로 커지며, ③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이 2018년 현재 62세라는 점에 부합한다. 그러나 대법원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는 경우에 되도록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요청되고, 가동연한은 피해자가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장래에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지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가까운 장래에 예측되는 변화’를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현 시점에서의 통계적 사실과 법령에 국한하여 판단하면 대법원이 제시한 가동연한에 관한 판단은 얼마 안 있어 다시 그 기초가 흔들릴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향후에 가족에 의한 노인 부양이 급감될 것이 예측되어 고령인구의 경제활동 증가가 충분히 예상되고, 2033년이 되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의 수급개시연령이 65세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점에서 다수의견이 설득력이 있다. 4. 대상판결의 파장 다수의견에 따르면 도시에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은 경험칙상 만 65세에 이르는 날까지 일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대상판결이 향후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다. 우선 종전에 대법원은 개인택시 운전사, 형틀목공 등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한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았는데, 이제는 그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농촌일용노동의 가동연한도 만 65세로 보아야 하며, 현재 자동차보험의 표준약관도 그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정 정년을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인 65세에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으며,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이 65세로 늘어남에 따라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현재 경로우대 등 노인복지서비스는 가동연한이 60세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65세부터 적용되고 있는데, 향후 노인복지서비스를 65세보다 고령인 노인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정부로서는 법정 정년 이후에도 적어도 65세까지 계속 일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고령인구에 적합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대상판결 이후 하급심에서 대상판결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일률적으로 만 65세로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점이다. 가동연한은 기본적으로 하급심의 권한인 사실인정의 문제로 경험칙상 인정되는 가동연한을 배제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심리하여 판결의 요체인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Ⅳ. 결론 법원 판결이 사회구성원이 느끼는 현실과 괴리되어 내려진다면 법원에 대한 신뢰는 요원하다. 대상판결은 사회 현실을 법적 판단에 반영하려는 치열한 노력의 산물로 급속한 인구의 고령화, 그에 따른 노동인구의 변화를 적절하게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이계정 교수 (서울대 로스쿨)
육체노동
가동연한
전원합의체
이계정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19-03-25
가사·상속
대리모가 출산한 자녀의 친모는 누구인가?
- 서울가정법원 2018. 5. 9. 자 2018브15 결정 - 1. 사실관계 A와 B는 부부로 그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자 대리모의 방법으로 출산을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A와 B 사이의 수정란을 대리모인 C의 자궁에 착상시켰고, C는 미국에서 D를 출산하였다. 미국의 병원에서 발행한 출생증명서에는 D의 모(母)가 C로 기재되었다. 한편, 유전자검사에 의하면 D는 A와 B 사이에 친자관계가 성립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A는 구청에 D의 출생신고를 하면서 부(父)란에 A, 모(母)란에 B를 기재하였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은 출생신고서에 기재된 모의 성명이 출생증명서의 성명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생신고에 대한 불수리처분을 하였다. 이에 A는 서울가정법원에 가족관계등록사무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을 제기하였다. 2. 판결 요지 가. 모자관계의 결정기준 모자관계를 결정하는 기준은 ‘모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에 의한다(대법원 1976. 10. 4. 선고 67다1791 판결 등 참조). 인공수정 등 과학기술의 발전에 비추어 법률상 부모를 유전적인 공통성 또는 수정체의 제공자와 출산모의 의사를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은 다른 기준에 비해 그 판단이 분명하고 쉬운 점, 모자관계는 단순히 법률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정, 약 40주의 임신기간, 출산의 고통과 수유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정서적인 부분이 포함되어 있고, 그러한 정서적인 유대관계 역시 ‘모성’으로서 법률상 보호받는 것이 타당한 점, 유전적 공통성 또는 관계인들의 의사를 기준으로 부모를 결정할 경우 이러한 모성이 보호받지 못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출생자의 복리에도 반할 수 있는 점, 정자나 난자를 제공한 사람은 민법상 ‘입양’, 특히 친양자 입양을 통하여 출생자의 친생부모와 같은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우리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나. 대리모가 법률상 허용되는지 여부 남편이 배우자 아닌 여성과의 성관계를 통하여 자녀를 낳게 하는 고전적인 대리모의 경우뿐만 아니라, 부부의 정자와 난자로 만든 수정체를 다른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킨 후 출산케 하는 이른바 ‘자궁(출산)대리모’도 우리 법령의 해석상 허용되지 않고, 대리모를 통한 출산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것으로써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이다. 3. 평석 가. 대리모계약에 대한 각국의 동향 (1) 대리모계약의 허용여부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점차적으로 대리모계약을 허용하는 추세에 있다. 영국은 1990년의 인간수정 및 발생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 각주마다 대리모계약의 허용여부가 다르지만, 2002년 개정된 통일친자법 모델법안은 이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의뢰인 부모가 제공하는 보수에 대해서도 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대리모계약 자체를 사회상규에 반하는 행위로서 무효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리모계약을 인정하는 영미법계의 주요 근거로는 사적 자치 또는 생식의 자유에 대한 헌법상 보호로서 프라이버시권의 일종으로 이해된다. 자연적으로 임신, 출산을 할 수 없는 불임부부에게도 대체적 방법을 허용할 권리가 주어져야 하며, 아기를 낳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요구하는 것에 대하여 위탁부모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에 서더라도 대리모계약에는 공적인 요소(public elements)가 포함되어 있고, 상업적 대리모를 통한 출산은 인간을 상품화한다는 측면에서 제한되어야 하기 때문에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입장이 많다. 독일의 경우 대리모 계약은 원칙적으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행위로서 무효라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대리모를 중개하거나 인공수정을 시설하는 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타인을 위한 출산 또는 임신에 관한 약정은 무효’라고 민법에 규정하고 있다(16조의7). (2) 대리모가 출산한 자녀의 부모를 누구로 할 것인가? 대리모에 의해 출산한 자녀의 법적 모가 누구인지에 대하여, 대리모를 허용하는 법제에서는 출산한 대리모를 법적 모로 보되 위탁부모에게 인도청구권을 인정하는 방법과, 위탁한 부모를 아이의 법적인 부모로 하는 것으로 나뉜다.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대리모계약을 무효로 보기 때문에 대리모가 아이의 법적 모가 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독일은 1998년 친자관계법에서 조항을 신설하여 출산한 여성이 모가 되는 것으로 확정하였고(독일민법 제1591조), 일본 또한 최고재판소 판결을 통해서 대리모가 출산한 자녀의 법적 모는 대리모로 하되 위탁모가 입양하는 것으로 이를 해결하도록 하였다. 나. 판결의 의미 우리나라는 대리모계약을 사회상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로 보는 견해가 다수의 견해인 것으로 보이나, 대리모 계약을 입법을 통해 적절히 통제하도록 하자는 견해 또한 만만치 않다. 이전에도 몇 건의 하급심 판결에서 대리모 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무효라는 판결이 있었으므로 대상 판결은 이러한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대상판결은 대리모가 낳은 아기의 법적인 친모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하였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다. 대리모의 허용여부와 자녀의 부모결정에 대한 의견 (1) 대리모계약의 허부 모든 대리모계약을 일률적으로 민법 103조 위반으로 무효로 하는 것이 타당한 입장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대리모는 계속 증가할 것이 분명한데, 이를 무효로 하는 것이 대리모를 근절시킬 수 있는 방법도 아니고, 오히려 아무런 법적 규율이 없는 상태로 방치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국에서는 대리모계약 후 다운증후군 아이가 출생하자 위탁부모가 아이의 인수를 거부하여 문제가 된 사례가 있었다. 적절한 입법을 통한 규율 아래 위탁부모와 대리모의 권익, 특히 자녀의 권익을 보호하도록 통제하는 것이 오히려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2) 대리모의 법적 부모를 결정하는 조건 대상판결은 대리모를 아이의 친모로 보면서, ‘출산’이라는 사실행위와, 대리모의 모성보호를 주요 근거로 들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친양자입양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입양을 통해 이를 해결하라는 것인데,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되기는 하나 결국 한 단계의 절차를 더 거치게 할 뿐 위탁부모를 모로 인정하는 결론과 다름이 없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든다. 또 친양자입양과정에서 다시 금품수수가 오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에 상업적 대리모의 금지라는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그리고 위탁부모가 아이의 인수를 거부할 경우 대리모가 의뢰자에게 아이를 인도해갈 것을 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지는 문제가 있다. 4. 결어 대리모계약에 대해서는 결국 입법을 통해 허용범위와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불임부부의 권리에 대해서도 일정한 요건아래 제한적인 보장이 필요하다고 보이고, 대리모계약의 무효가 대리모를 보호하지도 않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대리모계약에 의해 태어난 자녀의 복리라는 관점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리모계약과 모의 지위를 정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요소는 자녀의 복리가 되어야 한다(Johnson v. Calvert 사건 참조). 대상판결이 ‘자녀의 복리’라는 요소에 대하여 구체적인 이유를 설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쉽다. 이현곤 변호사(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대리모
모자관계
대리모계약
이현곤 변호사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2018-08-20
민법 시행 이전의 구 관습법이 위헌법률심판 대상이 되는가
- 헌재 2016. 4. 28. 선고 2013헌바396, 2014헌바394(병합) 결정 - 1. 사건개요 甲은 乙과 사이에 딸 丙을 두었는데, 丙은 1940년 2월경 혼인하여 甲의 호적에서 제적되었다. 甲이 1948년 3월경 사망하자 乙이 같은 달 호주상속 신고를 하였다. 그 후 乙이 1954. 3.경 사망하여 호적부에서 제적되었고, 당시 호적부에는 甲의 이복 남동생 A와 처 B, 자녀들이 가족으로 남아 있었다. 乙 사망 후 사후양자가 선정되지 않자, A는 1963년 6월경 일가창립 신고를 하였고, 甲의 가(家)는 1969. 7.경 무후(無後, 대를 이어갈 자손이 없음을 의미)로 호적이 말소되었다. 丙은 2011년 7월경 사망하였고, 丙의 상속인인 X는 丙이 甲의 재산을 단독으로 상속하였는데, Y가 허위 서류를 이용하여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주장하면서 Y를 상대로 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였고, 이와는 별개로 甲의 재산이 丙에게 귀속되었음을 전제로 국가를 상대로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각 제1심 법원은 민법 시행 이전의 구 관습법에 의하여, 여호주 乙 사망 이후 상당한 기간 내에 사후양자가 선정되지 아니함으로써 甲의 가(家)는 절가(絶家)되었고, 그 유산은 가족인 A에게 귀속되었다는 이유로 X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X는 각 항소심에서 '여호주가 사망하고 호주상속인이 없어 절가되는 경우 그 유산은 절가된 가의 가족이 출가녀에 우선하여 승계한다는 구 관습법'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관습법은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되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헌법재판소의 결정 요지 헌법재판관 6인의 다수의견은,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제5호 및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제68조 제2항에 따르면 위헌심판의 대상을 '법률'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법률'이라고 함은 국회의 의결을 거친 형식적 의미의 법률뿐만 아니라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 조약 등도 포함된다고 보아 관습법의 위헌법률심판 대상성을 인정하였으나, 이 사건 관습법은 헌법에 위반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이에 반해 헌법재판관 3인의 소수의견은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률'이 국회의 의결을 거친 이른바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의미하는 것에는 아무런 의문이 있을 수 없고, 그 밖에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아니나 국회의 동의를 얻어 체결되고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조약 등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규범들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보았으나, 관습법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없으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3. 해설 가. 문제의 제기 관습법이란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한 사회생활규범이 국민의 법적 확신과 인식에 의하여 법적 규범으로 승인·강행되기에 이른 것을 말하고, 그 성립 시기는 법원이 판례에 의하여 그러한 관습법의 존재를 확인·인정하는 때이다. 관습법은 법원(法源)으로서 법령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효력이 있으므로(민법 제1조), 법령이 잘 정비되어 있는 오늘날의 현실에서는 관습법이 적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1960년 1월 1일 민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조선민사령 제11조의 규정에 의하여 '조선민사령에 규정이 없는 친족·상속 문제'에 관하여는 관습에 의하도록 되어 있었으므로, 이 경우 법원의 판례에 의하여 확인되고 인정된 관습법이 사실상 유일한 법원(法源)으로 기능하게 된다. 적용법률이 부재인 상태에서 관습법이 실질적으로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 사건 결정의 다수의견과 같은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우리 헌법·헌법재판소법의 명문 규정에 어긋나고, 헌법 제정의 연혁을 살펴보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고, 무엇보다도 사법 수요자인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혼란만 야기할 우려가 있으며, 비교법적으로 살펴보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헌법 등 문언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는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 여부의 심판을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법도 위헌심판의 대상이 '법률'임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법률'은 소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국회의 의결을 거친 이른바 형식적 의미의 법률임이 분명하다. 헌법은 국가권력의 조직과 구성에 관한 법이고, 국가권력이 국민을 위하여 적절히 행사되기 위해서는, 국가권력의 배분에 관한 조항은 엄격히 해석되어야 하며 확장해석은 곤란할 것이므로 소수의견에 찬성한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이미 폐지되어 1960년 1월 1일 이후 적용되지 아니하는 구 관습법을 위헌으로 선언하는 것은, 이를 적용한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것이 된다. 다. 헌법 제정의 연혁 헌법기초위원회에 참여하여 우리 제헌헌법을 기초한 유진오 박사는 법원이 법률을 해석하여 위헌의 의심이 드는 경우 헌법위원회에 위헌법률심사제청을 하면, 헌법위원회가 그 위헌 여부를 결정하는 '새로운 제도'를 창안했으며, 이는 현행 헌법상으로도 그대로 유지되어오고 있다. 다만 헌법위원회가 헌법재판소로 명칭만 바뀌었을 뿐이다. 유진오 박사는 1948년 6월 23일 국회에 출석하여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느냐 하는 이 문제에 관해서는 우리는 헌법위원회라는 새로운 제도를 생각해냈습니다"라고 밝혔다. 헌법 기초자가 생각했던 헌법위원회의 본래의 역할은 국회의 입법을 견제하는 것이었다. 법원의 확인·인정에 의하여 성립하는 관습법까지 위헌법률심판제청 및 위헌심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우리 헌법의 제정 연혁과 어긋난다. 라. 사법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 관습법의 승인·소멸은 법원의 사실인정에서 출발하는데, 사실인정 부분은 당사자주의 소송구조에 의하여 증거조사가 이루어지고 3심제가 보장되는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비하여 우위에 있고, 법원이 그러한 사실인정 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적합하다 할 수 있다. 직권주의 소송구조를 취하는 헌법재판소는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헌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법원은 관습법의 변화·발전을 파악하고,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기존의 관습법이 변화된 상황에 부합하지 않게 되면 이를 소멸시킬 수 있고 새로운 관습법을 승인할 수도 있음에 비해, 헌법재판소는 단순히 그 위헌 여부만을 판단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만으로 제한하는 종래의 관습법이 더 이상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보았고, 그 이유는 ①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반한다는 점, ② 여성에게 종원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종래 관습에 대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던 법적 확신이 상당 부분 흔들리거나 약화되어 있고 이러한 현상은 시일의 경과에 따라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그래서 소수의견도, 관습법의 승인·소멸은 그것에 관한 사실인정이 전제되어야 하고, 법원이 관습법을 발견하고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었는지 여부를 결정할 뿐 아니라 이미 승인된 관습법의 위헌, 위법 여부는 물론 그 소멸 여부에 대하여도 판단하고 있으므로 관습법에 대한 위헌심사는 법원이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관습법이 주로 문제되는 민사소송은 이른바 제로섬게임으로서 이득을 얻는 국민이 있으면 반대로 손해를 보는 국민도 있게 마련인데, 그 효력에 관하여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 국민들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마. 비교법적 검토 재판소원이 인정되는 독일에서조차도 구체적 규범통제의 제청 대상이 되는 것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한정되고, 법원이 관습법의 위헌 여부 판단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에 결정을 구할 수 없다. 헌법재판제도의 발상지라 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에서도 관습법은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아니다. 바. 결어 관습법의 위헌법률심판 대상성이 문제된 헌재 2013. 2. 28. 선고 2009헌바129 결정에서는 재판관 8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관습법도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으나, 이번 결정에서는 이진성, 김창종 재판관이 종전의 견해를 변경하여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다수의견도 합헌의견과 위헌의견으로 갈라졌고, 소수의견에도 별개의견이 붙었음에 비추어 재판관들 사이에 치열한 고민과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관습법의 위헌법률심판 대상성은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되겠지만, 소수의견과 같이 우리 헌법 문언과 연혁에 충실한 해석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고, 특히 사법 수요자인 국민의 이익을 위해 어느 기관에서 관습법에 대한 규범통제를 담당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관한 깊은 고찰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2016-05-19
절도범인에 대한 중상해와 과잉방위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4. 8. 13 선고 2014고단444 판결 1. 눈에 띄는 논문 한국형사법학회(韓國刑事法學會)의 회지인 형사법연구(刑事法硏究) 2015년 가을호 (통권 제64호)에 실린 '도둑뇌사사건은 과잉방위이다'라는 논문이 눈에 띄었다. 그 논문의 필자는 부산대학교 법학연구소 선임연구원 김병수 박사이며 논문의 형식은 판례평석이다. 밤에 주거에 침입하여 절취할 물건을 물색 중인 도둑을 그 집 주인이 때려 식물인간으로 만든 행위가 형법 제21조 제3항의 과잉방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그 논문의 내용이다. 주목을 끌만한 학문적 주장이므로 그 학문적 주장의 당부를 검토하고자 한다. 2. 사건의 내용 피고인은 2014년 3월 8일 새벽 3시 15분경 귀가하여 거실로 들어서자 전등불을 켠 상태에서 서랍을 열고 훔칠 물건을 물색 중인 피해자를 발견하고 "당신 누구야"라고 소리치면서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여러 번 때린 후 거실바닥에 넘어뜨리고 피해자가 도망하려하자 피해자가 팔로 감싸고 있던 뒤통수(후두부)를 발로 여러 번 찬 후 거실에 놓여있던 빨래건조대로 피해자의 등부분을 여러 번 때리고 피고인의 벨트를 풀어 그 벨트로 피해자의 등 부분을 여러 번 때리는 등 폭행을 하였다. 피해자가 의식을 잃고 위급한 상태에 놓이자 피고인은 피해자를 병원 응급실로 후송하였으며 피해자는 식물인간상태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검사는 피고인을 상해죄로 공소제기하였으며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방위 내지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으나 1심법원인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은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1심 판결 선고 후 피해자는 식물인간상태에서 사망하였다. 3. 김병수 박사의 견해(주장) 김병수 박사는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21조 제2항, 제3항의 과잉방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김병수 박사는 피고인이 피고인의 집 거실에서 절도범인인 피해자를 발견하고 피해자를 주먹으로 때리고 거실바닥에 쓰러뜨린 행위를 제1반격행위에 해당시키고 거실바닥에 쓰러진 피해자가 도망을 하려하자 피해자의 뒤통수를 수회 발로 차고 거실에 놓여 있던 빨래건조대를 집어 들고 피해자의 등 부분을 수회 때린 후 피고인이 차고 있던 벨트를 풀어 피해자의 등 부분을 수회 때린 행위를 제2반격행위로 분류한 다음 제1반격행위는 정당방위가 성립하며 제2반격행위는 형법 제21조 제3항의 과잉방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병수 박사의 논문을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그러면 도둑뇌사사건은 감면할 수 있는 과잉방위인지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없어 처벌되는 과잉방위행위인지를 검토하여야 한다. 그 정도를 초과한 방위행위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어 처벌되는 과잉방위행위인지를 판단하려면 상당성의 판단기준을 사용하여야 한다. 즉 수단 적합성의 원칙과 최소 침해성의 원칙을 검토하여야 한다. 먼저 수단 적합성의 원칙을 살펴보면 피해자를 제압하기 위하여 발로 차고 허리띠나 빨래건조대를 사용하여 때렸다고 하는데 부엌에 있었던 식칼이나 쇠파이프나 각목에 비하면 발이나 허리띠 그리고 알루미늄으로 된 빨래건조대는 경미한 수단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수단적합성의 원칙을 과도하게 초과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피해자인 도둑을 때려서 뇌사상태로 만든 것이 상대적 최소 침해성의 원칙을 과도하게 초과하느냐이다. 이를 위해서는 침해되는 법익과 보호되는 법익의 균형관계를 고려해 보아야한다. 피해자인 도둑이 침해한 법익은 피고인의 주거의 안전과 재산권이고 피해자인 도둑이 침해된 법익은 생명권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게 본다면 피해자의 침해된 법익이 피고인의 침해된 법익보다 상대적 최소 침해성의 원칙을 과도하게 초과하였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피해자가 저항이 완전히 불능한 상태라 하더라도 행위당시의 상황이 야간이고 방위행위자의 주거이며 방위행위자가 술을 마셨다는 사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방위행위자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황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의 상태에서 이를 간과하고 방위의사를 가지고 행한 반격행위라면 책임감소를 이유로 한 과잉방위(제21조 3항)를 인정하여야 한다." 김병수 박사는 논문의 결론 부분에서 야간에 그 도둑이 어떤 흉기를 가지고 어떠한 위해를 끼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타난 결과만 가지고 정당방위와 과잉방위의 성립을 부정한 법원의 판결을 상당수의 국민들은 수긍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또한 내 집에 침입한 도둑과 싸워도 정당방위나 과잉방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증가하는 범죄의 위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며 전체 가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싱글 홈' 즉 홀로 거주하는 1인 가구들과 특히 여성 단독가구, 독거노인, 맞벌이부부의 자녀 등은 집에 있어도 겁이 난다는 막연한 두려움까지 표출하고 있다. 1953년 형법이 제정된 후 지금까지 60여년의 역사 속에서 과잉방위를 인정한 사례는 고작 4건에 불과하여 국민들로부터 과잉방위의 인정에 인색하다는 비판과 함께 법원이 그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여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법원이 앞으로도 새벽에 자기 집 거실에서 도둑과 맞닥뜨려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행위를 하여야만 했던 젊은이의 고립무원함 보다 제발로 범죄행위를 하려고 남의 집에 침입한 도둑의 목숨을 애도한다면 다음번 피해자는 우리자신이나 우리 가족 등 어느 무고한 시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 과잉방위의 법리 과잉방위라 함은 정당방위의 요건중 상당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남자가 여자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면서 혀를 여자의 입안으로 밀어 넣자 여자가 남자의 혀를 물어서 절단시킨 경우, 또는 남자가 여자를 강간하려 하자 그곳에 놓여 있던 식도로 남자의 배를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는 과잉방위에 해당한다. 과잉방위의 경우에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 과잉방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경악·흥분 또는 당항으로 인하여 행하여진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형법 제21조 제3항) 예컨대 야간에 주택에 침입한 강도가 주택에 거주하는 자에게 흉기를 들이 대면서 금품을 요구하자 겁에 질린 피해자가 소지하고 있던 권총으로 강도 범인을 사살한 경우에는 형법 제21조 제3항의 과잉방위에 해당하여 책임이 조각된다. 5. 판례평석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공격행위(법익침해행위) 는 주거침입 및 절취행위(절취할 물건의 물색행위)이다. 그 당시 피해자(절도범인)는 집주인(피고인)에게 폭행행위를 하지 아니하였고 흉기도 소지하지 아니하였으며 피해자는 집주인인 피고인에게 발각된 후 오로지 도망가려고만 노력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집주인)이 피해자(도둑)을 때리고 발로 찬 행위는 피해자의 법익침해행위(주거침입 및 절취해위)에 대한 방위행위가 아니다. 더구나 피해자(도둑)는 피고인으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하여 거실 바닥에 쓰러지고 피고인으로부터 머리를 발로 폭행을 당한 후에는 팔로 머리를 감싸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공격행위가 없었으며 공격행위를 할 상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그러한 피해자에 대해서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찼으며 빨래건조대로 피해자의 등부분을 여러 번 때렸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여 식물인간으로 만든 행위는 피해자의 공격행위에 대한 방위행위가 아니고 일방적 공격행위이므로 피고인과 변호인의 과잉방위 주장을 배척한 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본다. 6. 김병수 박사의 견해에 대한 평가 피고인(집주인)이 피해자(도둑)에게 폭행을 하여 피해자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행위가 형법 제21조 제3항의 과잉방위에 해당한다는 김병수 박사의 견해는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2015-11-23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불허되는가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및 전개과정 원고(남편) 피고(아내)는 1976. 결혼하여 3명의 성년 자녀를 두고 있다. 한편 갑은 1998.경부터 소외 갑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오다가 갑과의 사이에 딸 을을 낳았다. 을은 현재 미성년 상태이고 원고는 2000. 1.경 피고와 살던 집에서 나와 갑과 15년 동안 동거하고 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는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법원과 원심(2심) 법원은 원고가 혼인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원고의 이혼청구를 기각하였고, 원고가 상고를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2015. 6. 26. 공개변론 등을 거치면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한 후 2015. 9. 14.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대법원 판례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대법원 판결의 주된 이유와 반대의견 우리 이혼법제는 유책배우자도 협의이혼이 가능하고,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취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널리 인정하는 경우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될 위험이 크며, 중혼에 대한 형사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곧바로 파탄주의를 도입할 경우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위험이 있고, 우리 사회가 사회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하여 종래의 대법원 판례의 원칙을 유지하면서, 다만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된다.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은, 실질적인 이혼상태에 있는 부부공동생활관계에 대해 이혼을 인정함으로써 법률관계를 확인?정리하여주는 것이 합리적이고, 혼인생활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파탄상태에 이르러 혼인의 실체가 소멸한 이상, 귀책사유는 혼인해소를 결정짓는 판단기준이 되지 못하며, 귀책사유에 대해서는 이혼에 따른 배상책임 및 재산분할 등에 충분히 반영함으로써 상응한 책임을 물어 상대방 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음을 이유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허용된다. 3.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1) 우선 우리 민법 제840조에서는 재판상 이혼사유로 6가지를 규정하면서 1호부터 5호까지는 유책성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6호의 경우에는'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고만 규정한다. 따라서 법률의 규정 태도로 봐서 1호부터 5호는 부부일방에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있더라도 유책성이 있는 경우에는 재판을 통해서 이혼을 허용하려는 것이다. 반면에 6호의 경우에는 유책성이 없더라도 혼인의 계속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혼을 허용하려는 취지로 봐야 한다. 혼인은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남녀의 결합으로 동거의무, 부양의무, 협조의무, 정조의무를 부담하는 관계이다. 그러나 부부가 오랫동안 별거 등으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객관적으로 파탄된 경우에는 혼인의 기본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경우에까지 강제적으로 혼인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려는 것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제36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는 취지에도 반하게 된다. (2) 대상판결은 스스로 혼인의 파탄을 야기한 사람이 이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에 반한다는 이유를 든다. 아마도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의성실이나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은 재산법에서 주로 문제되는 것이고 고도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는 가족법 분야에 있어서도 제한 없이 허용될 수는 없다.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을 이유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까지 박탈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실질적으로는 혼인이 파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만 혼인상태를 유지토록 하는 것이 과연 신의성실의 원칙에 맞는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3)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이 현실인 만큼 유책인 남성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불허함으로써 여성 배우자를 보호하고자 한다는 대법원의 취지도 유책은 대부분 남자에게 있다는 과거의 도식을 그대로 전제하는 것은 물론, 상대배우자를 강제적으로 혼인관계에 묶어두어 형식만 혼인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여성보호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스럽다. 오히려 위자료 청구 등에 있어서 금액을 현실화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4) 우리 법제가 협의이혼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유책배우자에게도 이혼을 허용하는 길이 열려 있다는 판결이유는 경제력이 충분한 유책배우자의 경우에는 상대배우자의 모든 요구조건을 들어주어 이혼하는 것이 허용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이혼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경제력 유무에 따라 유책배우자의 이혼여부가 달라지는 불평등을 가져오게 된다. 또한 유책배우자는 상대배우자의 어떤 요구라도 들어줘야 한다는 가혹한 희생을 전제로 한다. (5) 파탄주의를 취하고 있는 외국의 입법례는 가혹조항을 두어 파탄주의의 한계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규정하며, 이혼 후 부양제도라든지 보상급부제도 등으로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을 지우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임에 비하여 우리는 그러한 제도를 두지 않아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이나 자녀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그러나 우리 법제의 경우에도 유책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재산분할, 자녀에 대한 양육비 청구 등을 현실화함으로써 상대배우자 및 자녀의 장래에 대한 보장이 어느 정도 가능하고, 파탄주의를 취하더라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미성년 자녀의 이익을 위하거나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꼭 필요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까지 무조건적으로 이혼청구를 허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행법의 해석으로도 얼마든지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6) 대법원은 파탄주의를 허용할 수 없는 이유로 중혼에 대한 형사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곧바로 파탄주의를 도입할 경우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중혼상태에 있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계속적으로 중혼상태를 사실상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중혼상태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혼상태를 제거함으로써 중혼을 금지하고 있는 법률의 실효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문제와 유책배우자에 대한 이혼 허용여부는 사실상 관련성이 없다. (7) 우리 사회가 사회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하기 때문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대법원의 태도는 유책배우자는 대부분 남성이고 여성 배우자는 상대방으로 보호받아야 할 지위에 있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주장이다. 우리 사회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하여 여성의 사회진출이 뚜렷이 늘어나는 추세이고, 거꾸로 유책배우자가 여성인 경우도 증가추세임은 분명하다. 더욱이 여성이 유책배우자이고 경제적인 능력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에는 상대배우자로부터 이혼을 거부당하면서 형식상 혼인상태를 강요당하는 인격 파탄의 상태가 계속될 수도 있다. 4. 결 론 혼인관계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를 바탕으로 한다. 개인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에 기해서 누구와 혼인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미 혼인관계가 사실상 해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에 의해서 혼인관계를 강제할 수는 없다. 또한 해소된 혼인관계가 이혼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정상화되는 것도 아니다.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이혼을 허용하지 않아서 지나치게 가혹하다. 또 유책배우자는 대부분 남성이라는 전제에서 여성보호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여성이 유책배우자인 경우를 상정하지 못한 잘못이 있으며, 현행법의 해석으로도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비 등의 현실화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능을 도외시했다. 사회·경제적으로 여성은 약자, 남성은 상대방이라는 구조적 틀 안에서 법률을 해석하는 것은 양성평등의 원칙에도 반한다. 그렇기 때문에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사실상의 이혼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된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에게도 이혼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다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더라도 상대배우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까지 이혼청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 법이 가혹조항을 두고 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2015-10-05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원칙적으로 '불가'… 예외사유는 '확대'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 568 전원합의체 판결- 1. 들어가면서 대법원은 1965년 혼인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한 이후 엄격한 유책주의를 유지해 왔다. 대법원은 유책배우자가 청구한 이혼사건을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에 회부하여 판례변경 여부를 검토하기 위하여 지난 6월 공개변론까지 열었다. 이번 대법원 선고에 나타난 대법관들의 입장은 팽팽하게 나뉘었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6명의 대법관 등 7명은 유책주의 입장에서 종전 판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다수의견)이었고, 주심 대법관을 포함한 6명은 파탄주의 입장에서 종전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반대의견)이었다. 2.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실관계 원고와 피고는 1976년 3월 9일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서 그 사이에 성년인 자녀 3명을 두고 있는데, 원고는 2000년 1월경 집을 나와 원고의 딸을 출산한 여자와 동거하고 있고, 피고는 원고가 집을 나간 후 혼자서 세 자녀를 양육하였다. 피고는 직업이 없고 원고로부터 생활비로 지급받은 월 100만 원 정도로 생계를 유지하였는데 그나마 2012년 1월경부터는 원고로부터 생활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피고는 원심 변론종결 당시 만 63세가 넘는 고령으로서 위암 수술을 받고 갑상선 약을 복용하고 있는 등 건강이 좋지 아니하며 원고와의 혼인관계에 애착을 가지고 혼인을 계속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3. 유책주의의 예외 대법원은 "상대배우자도 이혼의 반소를 제기하고 있는 경우 혹은 오로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는 이혼에 불응하고 있기는 하나 실제에 있어서는 혼인의 계속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등 그 이혼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비록 혼인의 파탄에 관하여 전적인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라 할지라도 이를 인용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1987.4.14. 선고 86므28 판결 등). 4. 이른바 '유책성 풍화론'을 적용한 판결 대법원은 가출한 처(A녀)가 기형인 혼외자를 출산한 후 이혼청구를 한 사례에서 'A녀와 남편의 혼인관계는 11년이 넘는 장기간의 별거 등 A녀로 하여금 현 상황에까지 이르게 한 남편의 책임이 경합하였다고 할 것인 점, A녀와 남편 사이의 부부공동생활 관계의 해소 상태가 장기화 되면서, A녀의 유책성도 세월의 경과에 따라 상당 정도 약화되고, A녀가 처한 상황에 비추어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법적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현 상황에 이르러 A녀와 남편의 이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파탄에 이르게 된 데 대한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의 법적·사회적 의의는 현저히 감쇄되고, 쌍방의 책임의 경중에 관하여 단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 역시 곤란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이는 점, A녀와의 이혼을 거절하는 남편의 혼인계속의사는 일반적으로 이혼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반드시 참작하여야 하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A녀와 남편이 처한 현 상황에 비추어 이는 혼인의 실체를 상실한 외형상의 법률혼관계만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보이고, 남편의 혼인계속의사에 따라 현재와 같은 파탄 상황을 유지하게 되면, 특히 A녀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계속 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참작하여 보면, A녀와와 남편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할 것이며,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A녀의 유책성이 반드시 A녀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아니 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A녀와 남편의 혼인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정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고 판결함으로써(대법원 2009.12.24. 선고 2009므2130 판결) 유책주의의 완화하였다. 5.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내용 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유책배우자라도 재판상 이혼이 불가능할 경우 상대방에게 진솔한 마음과 충분한 보상을 통하여 협의상 이혼(2014년 기준 이혼 중 77.7%가 협의상 이혼)을 할 수 있는 점, 이혼당사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과 면접교섭권이 부여되고 여성의 법적 지위가 개선되었지만 파탄주의 입법례에서 두고 있는 가혹조항이 없고 이혼 후 부양 등 입법적조치가 부족한 점, 간통죄가 폐지된 상황에서 중혼에 대한 형사제재가 없는 점, 우리사회에 여전히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거나 생계유지가 곤란한 경우가 엄연히 존재하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민법 제840조 6호 이혼사유에 관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아니하는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변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 그런데,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①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②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③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 전원합의체의 반대의견도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제6호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지만, ㉠ 이혼으로 인하여 파탄에 책임 없는 상대방 배우자가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심히 가혹한 상태에 놓이는 경우, ㉡ 부모의 이혼이 자녀의 양육, 교육, 복지를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 혼인기간 중에 고의로 장기간 부양의무 및 양육의무를 저버린 경우, ㉣ 이혼에 대비하여 책임재산을 은닉하는 등 재산분할, 위자료의 이행을 의도적으로 회피하여 상대방 배우자를 곤궁에 빠뜨리는 경우 등과 같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한다면 상대방 배우자나 자녀의 이익을 심각하게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 정의·공평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과 가족 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와 같은 객관적인 사정이 부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제6호 이혼사유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혼인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라. 전원합의체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차이는 크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다수의견은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되, 예외 사유(위 ① 내지 ③)가 있는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반대의견은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제6호 이혼사유에 해당하고, 예외 사유(위 ㉠ 내지 ㉣)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혼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6.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 가.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기본적으로 유책주의를 유지함으로써 간통죄 위헌판결 후 혼인과 가족제도에 관한 사회적 수용능력을 고려하면서도 경직된 유책주의의 예외를 사실상 확대함으로써 유책주의적 수요와 파탄주의적 수요를 절충한 제한적 유책주의라고 평가할 수 있다. 나. 또한, 파탄주의를 지지한 반대의견도 이른바 가혹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 사유(위 ㉠ 내지 ㉣)를 제시함으로써 파탄주의로 전환되더라도 종전 혼인과 가족제도에 주는 영향이 크지 않음을 시사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예외사유에 해석과 적용 단계에서 반대의견도 상당부분 녹아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7. 사견(이혼 후 부양)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모두 현행 민법상 이혼 후 상대방 배우자에 대한 부양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보았다. 그런데, 사견으로는 현행 민법 하에서도 민법 제826조 1항과 제977조의 합리적인 해석을 통하여 이혼 후 부양문제를 해결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다수의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혼인은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여 부부의 실체를 이루는 신분상 계약'이기 때문에 혼인해소 전에 부부사이의 협의(협정)나 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부부간 부양의 정도와 방법을 정할 때 '이혼 후 부양'에 관하여 정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협의이혼을 하면서 이혼 후 자녀의 양육비 명목 또는 배우자의 생활비 명목으로 일정한 재산을 이전해 주거나 일정 기간 금전을 지급하거나 두 가지가 병행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재판상 이혼절차에서도 위와 같은 취지로 조정이 성립되는 경우도 많다.
2015-09-21
성폭력범의 치료감호처분과 화학적 거세
1. 사건의 개요 및 원심 판단 피고인은 1992. 6.경 12세의 여아를 강간하고 상해를 가하여 강간치상죄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2003. 4.경부터 2003. 8.경까지 4개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11세의 여아 3명, 12세의 여아 1명, 18세의 여자 청소년 1명을 상대로 반복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강간 등 치상)죄 등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04. 5.경 판결이 확정되어 교도소에서 형 집행 중으로 2013. 11.경 출소를 앞두고 있는 상태였는데, 2003. 7.경 14세 여자 어린이를 넥타이로 양손을 묶고 강간한 사실, 2003. 9.경 11세 여자 어린이를 비슷한 수법으로 강간한 사실이 뒤늦게 증명되어 검찰은 피고인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주거침입강간 등)으로 기소하면서 전자발찌 부착명령, 치료감호, 치료명령을 함께 청구하였다. 이에 1심, 2심 법원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7년을 선고(2심은 징역 5년으로 감형)하면서 동시에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치료감호처분과 함께 5년간 성충동 약물치료명령을 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성충동 약물치료명령은 피청구자의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므로 피청구자의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되는 점, 치료감호는 법에 따른 수용기간을 한도로 피치료감호자가 치유되어 치료감호를 받을 필요가 없을 때 종료되는 것이 원칙인 점, 치료감호와 치료명령이 함께 선고된 경우에는 치료감호의 종료·가종료 또는 치료위탁으로 석방되기 전 2개월 이내에 치료명령이 집행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치료감호와 치료명령이 함께 청구된 경우에는, 치료감호를 통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명령의 집행시점에도 여전히 약물치료가 필요할 만큼 피청구자에게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고 피청구자의 동의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상당한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치료감호와 함께 치료명령을 선고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원심으로서는 치료감호의 요건으로서의 재범의 위험성과는 별도로 치료감호를 통한 치료의 경과에도 불구하고 치료명령의 집행시점에도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필요한 객관적인 자료를 추가로 확보하고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에 신중하게 치료명령청구를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이러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치료명령 판결을 한 위법이 있다"고 하여 치료명령부분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3. 성충동 약물치료 및 논란 가. 성충동 약물치료제도 성충동 약물치료는 재범위험성이 있는 성도착증 환자에게 약물투여 및 심리치료 등의 방법으로 도착적인 성기능을 일정기간 동안 약화 또는 정상화하는 치료를 말하는데, 검사가 공소제기시 또는 치료감호가 독립청구 된 성폭력범죄사건의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법원에 치료명령을 청구하여[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하 성충동약물치료법이라고 함) 제4조] 법원이 피고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치료명령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15년의 범위에서 치료기간을 정하여 판결로 치료명령을 선고한다(제8조). 치료명령의 집행은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이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가석방 또는 치료감호의 집행이 종료·가종료 또는 치료위탁으로 석방되는 경우 보호관찰관이 석방되기 전 2개월 이내에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에게 치료명령을 집행한다(제14조 제3항). 나. 성충동 억제 약물 성충동 약물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법무부장관이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현재 '성호르몬 생성을 억제·감소시키는 약물'로서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 Medroxyprogesterone acetate), 류프롤리드 아세테이트(Leuprolide acetate), 고세렐린 아세테이트(Goserelin acetate), 트립토렐린 아세테이트(Triptorelin acetate), '성호르몬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는 약물'로서 사이프로테론 아세테이트(Cyproteron acetate) 등의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법무부고시 제2014-393호). 이러한 약물들은 피치료자의 성충동이나 성기능을 영구적으로 소멸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약물을 투여 받는 기간 동안 성적 욕구 내지 성충동을 약화 또는 정상화 시키는 작용을 하고 약물투여를 중단하면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약물투여 전 상태로 회복되므로 이른바 '화학적 거세'라는 용어보다는 '성충동 억제약물 투여'라는 용어가 더 정확하다. 위 약물 중에 실제로 사용된 류프롤리드 아세테이트, 고세렐린 아세테이트 두 가지 약물은 현재 전립선암, 유방암 등에 호르몬요법 치료제로 현재 병원에서도 환자 치료에 사용되고 있으며 지각착오, 척수압박, 심부전, 혈압변동, 다한증, 발진, 여성형유방, 골밀도 감소 등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 찬반 논란과 위헌법률심판 제청 성충동 약물치료를 도입할 초반에는 '화학적 거세'라는 용어에 따른 오해 내지 거부감으로 제도의 정확한 취지가 왜곡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이 제도에 대한 찬반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바,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성범죄의 재발을 방지하여 성폭력피해자가 발생되지 않도록 할 필요성이 높은 실정이고, 실제로 성충동 약물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약물은 전립선암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비교적 안전한 약물이며 영구적인 성기능 장해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중단하면 성기능이 회복되고 성충동 약물치료가 재범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여러 통계결과가 있다는 등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한편 대전지방법원은 2013. 2.경, 피고인이 5세, 6세 여아를 강제추행 한 범죄사실로 기소되면서 치료감호, 성충동 약물치료명령이 함께 청구된 사건에서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성충동 약물치료법 제4조 제1항, 제8조 제1항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는데, 성충동 약물치료가 본인의 동의하에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국가에서의 통계를 판결에 의해 약물치료가 강제되는 우리나라에 그대로 대입하기 어렵고 강제 약물치료로 피치료자의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자유, 자기결정권, 인격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성충동 약물치료를 중단할 경우 피치료자의 성기능이 회복되므로 재범방지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 증명이 없는 점, 사용되는 약물도 전립선암 치료제로 임상에서 사용되고는 있지만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져 있는 점, 약물치료명령의 선고와 실제 집행에는 시차 간극이 크므로 장기간의 수형, 치료감호 후 약물치료 집행시에도 약물치료의 필요성이나 재범의 위험성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불필요한 약물치료를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을 위헌의 근거로 제시하였다. 4. 대법원 판결의 의의 성충동 약물치료의 실효성이나 인권침해에 대한 논란 속에 현재 성충동 약물치료가 본인의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피청구자의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되므로 약물치료명령을 하더라도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성폭력범죄를 반복적으로 범하고 재범위험성이 있다면 비교적 장기간의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고 치료감호, 약물치료명령이 함께 선고되면 그 선고시기와 약물치료명령의 집행시기와는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 대법원의 지적은 타당하고 현재 검찰은 치료감호와 약물치료명령을 함께 청구하는 경우에는 변론종결당시를 기준으로 가장 최근의 재범가능성, 치료감호로 예상되는 효과 등 여러 평가자료를 제출하여 판결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검사의 약물치료명령 청구는 공소제기 되거나 치료감호가 독립청구 된 사건의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만 가능하므로 이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미래의 약물치료명령 집행시기에 있어서까지 재범위험성이 계속되고 있는지, 치료감호를 통해 약물치료의 필요성이나 기간이 얼마나 감소될 것인지 등에 관하여 변론종결 이전에 미리 예측하여 평가함에는 오류가 발생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성충동 약물치료의 효과나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지만 질병 치료에 사용되는 이 세상 어떤 약물도 부작용이 없는 약물은 단 하나도 없으므로 성충동 약물치료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작용 부분에 대해 지나친 우려는 곤란하다고 생각하나(성충동약물치료법 시행령 제11조에 일정한 약물부작용 발생시 치료를 일시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치료자의 기본권침해를 줄이기 위해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음에 본인의 동의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판결 선고 후 일정 기간 이상 경과하여 약물치료명령을 집행할 때에는 집행 전에 다시 성도착 증상의 유무, 정도, 재범위험성 등에 대한 판단을 거치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5-02-16
'전자장치 부착법' 부칙 제2조1항 합헌결정에 대한 비판
Ⅰ. 사건개요 및 심판대상 조항 1. 피부착명령청구자는 2006. 10. 20.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13세미만 미성년자강간등)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어 2010. 8. 6. 형의 집행을 종료하였다. 검사는 2010. 7. 26. 당시 징역형의 집행 종료일까지 6개월 미만이 남은 사람인 피부착명령청구자에 대하여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2호) 부칙 제2조 제1항(2010. 4. 15. 법률 제10257호로 개정된 것)에 따라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하였고 법원은 직권으로 적용법조인 위 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2. 전자장치부착법 부칙 제2조 제1항 "검사는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2008년 9월 1일 이전에 제1심 판결을 선고받아 이 법(법률 제10257호 2010. 4. 15. 개정된 것) 시행 당시 징역형 이상의 형집행 종료일까지 6개월 이상이 남은 사람(출소예정자), 6개월 미만이 남은 사람(출소임박자) 및 징역형 등의 집행이 종료 된 후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출소자)으로서 종전 법(법률 제9112호 2008. 6. 13) 제5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고 성폭력범죄를 다시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하여는 법원에 부착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 Ⅱ결정요지 1. 이 사건 부칙조항에 따라 전자장치부착을 통한 위치추적 감시제도가 처음 도입되어 시행될 때 부착명령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던 사람들이 법 시행 이후 약 1년 7개월이 경과한 시점에 법 개정을 통해 새로이 부착명령 대상에 포함되게 되었으므로, 위 조항이 헌법상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그러나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전통적 의미의 형벌이 아닐 뿐 아니라, 성폭력범죄자의 성행교정과 재범방지를 도모하고 국민을 성폭력범죄로부터 보호한다고 하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며, 전자장치부착을 통해서 피부착자의 행동 자체를 통제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자유를 박탈하는 구금 형식과는 구별되고 이 사건 부칙조항이 적용되었을 때 처벌적인 효과를 나타낸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 부착명령은 범죄행위를 한 사람에 대한 응보를 주된 목적으로 그 책임을 추궁하는 형벌과 구별되는 비형벌적 보안처분으로서 소급효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2. 이 사건 부칙조항이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소급적으로 피부착대상자가 된 사람들의 침해받은 신뢰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및 방법, 위 조항을 통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할 때 과도한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 사건 부칙조항은 개정 전 법률로는 전자장치 부착명령의 대상자에 포함되지 아니한 성폭력범죄자의 재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만한 수단이 없는 우려 아래 대상자의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서, 성폭력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고 성폭력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적절한 수단이다. 또한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장래의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처분이라는 점에서, 그 본질상 피부착대상자는 부착여부를 판단하는 당시의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이 사건 부칙조항이 신설되기 전 형 집행 종료자 등이 자신이 부착명령 대상자가 아니라는 기대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 신뢰의 보호가치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입법자는 비교적 엄격했던 구법의 요건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고, 부착명령의 청구기간도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부칙조항이 전자장치 부착명령의 대상자 범위를 소급하여 확대하였다고 하여 대상자들의 신뢰이익의 침해정도가 과중하다고 볼 수 없다. 반면, 성폭력범죄로부터 국민, 특히 여성과 아동을 보호한다는 공익은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개정 전 법률은 형 집행 종료자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음으로써 가장 재범률이 높은 사람들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었음을 고려하면 법익균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Ⅲ 평석 1. '이 사건 부칙조항'의 입법과정 및 문제점 전자장치법은 2007. 4. 27. 제정되고 2008. 6. 13(법률 제9112호) 개정으로 2008. 9. 1.부터 시행되었다. 이 사건 조항은 2010. 4. 15(법률 제10257호) 법 개정 시에 법률 제9112호 부칙 조항에 삽입된 것인데 2010. 2. 발생한 김길태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 김길태는 성폭력 등으로 8년을 복역하고 2009. 6. 출소한 후 다시 여중생을 강간 살해하였다. 김길태의 출소 전 범죄는 전자장치법이 2007. 4. 27. 제정되기 전에 범한 것이어서 김길태에게 전자장치가 부착되지 않았다. 이 사건 조항은 이러한 2010. 4. 15. 개정 전 법률의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2007. 4. 27. 법 제정 전에 범죄를 범하고 2010. 4. 15. 법 개정 당시 형 집행 중이거나 형 집행 종료 후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하에서는 먼저 형벌과 보안처분의 헌법적 의미와 한계를 살펴본 후 전자장치 부착명령이 형벌로서 형벌불소급원칙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와 특히 전례 없이 소급대상을 확대한 이 사건 조항이 헌법상 허용될 수 있는 소급효의 한계를 일탈하여 당사자의 신뢰 더 나아가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이념으로 하는 법치국가원리를 파괴하는 과잉처벌은 아닌지 여부에 대해 살펴본다. 2. 헌법 제12조 제1항 처벌과 보안처분의 의미와 한계 헌법 제12조 제1항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처벌과 보안처분을 구별하고, 제13조 제1항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며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라고 하여 처벌 즉, 형벌(92헌바38)에 있어서 소급적용을 금지한다. 형벌불소급의 원칙은 범죄 후에 제·개정된 형법을 과거 범죄에 소급해서 적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형법규범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담보하고 법적 안정성과 국민의 신뢰보호와 행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보안처분은 재범위험이 있는 범죄자에 대하여 형벌만으로는 형사제재로서의 목적달성, 즉 범죄자의 개선교화 및 재범방지가 부적합한 경우에 사회방위를 위해 부과하는 합목적적 조치로 응보나 위하를 목적으로 하는 형벌과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하지만 보안처분 역시 법적 안정성을 이념으로 하는 법치국가적 형법에 근거하고 기본권 제한을 가져오는 불리한 제재인 이상 비례성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소급효는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해야 한다. 3. 형벌불소급원칙의 적용여부 전자장치 부착명령의 성격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보안처분으로 본다. 대법원도 같은 입장이다(2010도11996). 형벌설은 '전자장치부착이라는 제재를 부과하는 목적과 의도, 부착대상자에게 미치는 효과 등에 비추어 강한 형벌적 성격을 가진다'고 본다. 하지만 전자장치는 발목에 부착되어 일반적으로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피부착자의 행동 자체가 통제되는 것도 아니어서 적극적인 법익 박탈을 초래하지 않으며, 피부착자에게 자신의 위치 노출로 범죄가 발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주어 범죄충동을 억제하고 성행을 교정할 것이라는 공익에 목적이 있고 응보나 위하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으로 생각되고 형벌불소급의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4. 비례성원칙위반여부: 보안처분의 소급효의 허용한계 보안처분도 법치국가원리에 근거하는 이상 비례성원칙이 지켜져야 하고, 당사자의 신뢰보호이익 등을 침해하는 소급효는 금지된다. 대표적 보안처분인 보호관찰이나 치료감호는 물론 신상정보등록겙彭퀋고지, 성충동 약물치료 법률도 '법 시행 후 최초로 범죄를 범한 사람'부터 적용한다(아동·청소년성보호법 부칙 제2조, 법률 제10260호 2010.4.15. 개정된 것 등). 다만, 보안처분은 범죄자의 재범위험을 평가하여 장래의 위험을 방지하는 합목적적 조치이므로 중대한 공익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판결(또는 확정)시 또는 형 집행시의 신법을 '법 공포 후 시행 전'에 범한 범죄에 소급할 수 있다(성폭력처벌특례법 부칙 제2조 제1항, 대법원 2011도 9253 판결). 그런데 이 사건 조항에 의하면, 성폭력범죄를 범하고 전자장치법이 처음 시행된 2008 9. 1. 이전에 제1심판결 선고를 받아 2010. 4. 15. 법 개정 당시 형 집행 중이기만 하면 이 법이 제정된 2007. 4. 27. 이전의 범죄에 대해 제한 없이 소급이 가능하고 또한 2010. 4. 15. 개정법 시행 당시 형 집행 종료자 즉, 이미 과거 범죄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와 형 집행이 모두 끝나고 가정 또는 직장으로 사회복귀를 정상적으로 마친 사람에게도 3년까지는 소급효가 미치게 된다. 이는 아무리 성폭력범죄의 재범방지와 사회방위라는 중대한 공익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개정 전 법률로는 피부착대상자에 포함되지 아니한 성폭력범죄자의 재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만한 수단이 없다."는 우려만을 내세워 소급대상을 전례 없이 확대한 것으로 법치국가에서 허용될 수 있는 소급효의 한계를 일탈한 과잉금지원칙위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보안처분도 특별예방이라는 법치국가적 형벌의 이념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한 제도인 이상 소급효는 예외적으로 엄격하게 인정해야한다. 보안처분이라는 이유로 소급효를 넓게 인정하게 되면 "보안처분의 법치국가적 위험"이 초래되고 또한 형벌불소급의 원칙마저 보안처분의 옷을 입은 형벌에 의해 잠탈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됨을 유념해야 한다.
2013-01-14
불심검문의 실효성 확보와 경찰관의 물리력 행사
사실관계 경찰관 갑은 순찰 중, 자전거를 이용한 날치기사건발생에 관한 무전지령을 받고, 부근 예상도주로에서 검문을 실시 중, 용의자와 유사한 인상착의로, 자전거를 타고 있던 피고인을 발견, 검문을 실시하기 위해 정지 및 신분증제시를 요구하였다. 피고인이 경찰관 갑의 정지요구를 무시하고 계속 진행하려 하자, 갑은 경찰봉으로 피고인을 제지, 재차 검문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였다. 평소 검문이 없던 장소로, 자신을 범인 취급하는 것에 화가 난 피고인은 경찰관 갑과 다투게 되고, 실랑이 과정에서 함께 넘어지고, 이후 갑의 멱살을 잡아 흔들어 바닥에 넘어뜨리는 등 폭행을 가하였다. 아울러 피고인을 제지하던 경찰관 을, 병에게도 욕설을 가하였다. 피고인은 공무집행방해, 모욕혐의로 기소되었고, 원심은 유죄를 인정하였다. 피고인은 불심검문의 적법성을 다투어 항소하고, 항소심은 원심파기, 무죄판결을 하였다. 판결요지 불심검문 제도의 취지상, 정지 여부를 명백하게 결정하지 못한 자에 대하여 경찰관이 일정한 거리를 따라가면서 말로써 직무질문에 협조하여 줄 것을 설득하는 것은 그 신체이동의 자유에 제약을 가하지 않는 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정지의 목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상대방의 임의에 맡겨져 있는 이상, 경찰관이 질문을 거부할 의사를 밝힌 상대방에 대하여 수갑을 채우거나, 신체를 잡거나, 자동차·오토바이·자전거 등이 진행할 수 없도록 강제력을 사용하여 막거나, 소지품을 돌려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상대방이 그 장소를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중략)…피고인이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으려는 의사를 분명히 하였음에도, 경찰관 갑이 그 앞을 가로막는 등의 행위를 하여 피고인이 가지 못하게 하면서 계속 검문에 응할 것을 요구한 행위는 언어적 설득을 넘어선 유형력의 행사로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불심검문의 방법적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1. 들어가는 말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 상, 불심검문은 경찰관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을 전제로, 피검문자를 정지시켜 질문함으로써, 불심점을 해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통상 불심검문은 임의처분으로 이해되는데, 검문을 위한 경찰관의 정지요청에 피검문자가 응하지 않는 경우, 불심검문의 실효성을 고려하여, 경찰관이 유형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2. 기존 견해의 검토 불심검문의 목적을 위해서, 피검문자의 정지는 필수적이다. 만일 피검문자가 경찰관의 정지요청에 불응한다면 경찰관은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까? 관련한 견해를 살펴보면(佐木史朗, 田宮裕, 河上和雄, 加藤晶 編, 警察關係基本判例解說100, 別冊 判例タイムズ No.9, 1985, 23頁), 불심검문은 임의처분으로 어떤 형태로든 유형력 행사는 사실상 인신구금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엄격임의설). 그러나 불심검문의 실효성을 고려할 때, 체포, 구속의 강제처분에 이르지 않는 한계 내에서 유형력이 허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제한적 허용설, 제약설) 지배적이다(신동운, 형사소송법 제3판(서울 : 법문사, 2005), 76면; 실력행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중범죄에 국한, 긴급체포도 가능한 상황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로(예외적 허용설), 이재상, 신형사소송법(서울 : 박영사, 2010), 196면). 제한적 허용설도 여러 변형이 있는데, 임의, 강제처분 외에'실력'의 중단단계를 설정하고, 정지요구에 불응하거나 도주하려는 피검문자를 추적, 제한된 시간 내에 어깨, 팔 등을 잡는 예처럼, 본질적으로 설득적 범위를 넘지 않는 한,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실력설), 실력설은 임의, 강제처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형사소송법의 사법적 통제를 무력화시킬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불심검문을 순수한 임의처분으로 본다면, 경직법에 별도의 규정을 둘 필요도 없음에서, 피검문자의 용의정도와 구체적 사실관계 하의 급박성을 고려, 상응하는 강제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와 단순히 임의의사에 따라 정지를 구할 수 있는 경우를 동시에 규정한 것이라는 견해(光藤景皎, 口述 刑事訴訟法 上(第2版)(東京 : 成文堂, 2000), 6頁), 불심검문과 본격적 범죄수사활동의 단계적 구분의 모호성과 가변적 성격에서, 범죄수사와 동일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일정한 한계 내의 강제력 사용은 불가피하여,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사법적 통제를 가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라는 견해(강제설, 田宮裕, 刑事訴訟法 新版(東京 : 有斐閣, 2001), 58-59頁) 등 있다. 한편, 임의설 입장에서도, 규범적 관점에서 상대방에게 재고, 협력을 촉구하기 위한 설득은 허용된다는 견해(규범적 임의설, 설득설), 임의처분으로, 피검문자에게 거부의 자유가 유보되어 있으나, 실효성을 고려, 신체구속에 이르지 않는 정도의 유형력 행사는 충분히 긍정될 수 있다는 등 다양한 변형이 있다. 3. 일본, 미국의 관례사례 검토 (1) 일본 경직법 제2조와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 일본 경직법 제2조는 불심검문에 해당하는'직무질문'을 규정하고, 동조 3항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규정에 의하지 않는 한, 신병구속이나 경찰관서에의 연행, 답변의 강요를 금지하여, 임의처분성을 명시한다. 반면, 판례는 제한적 허용설에 가깝다. 최고재판소는(最判平成6·9·16刑集48卷6420頁) 각성제사용이 의심되는 피검문자가 정지요구에 불응, 차량을 운전, 검문현장을 이탈하려하자, 경찰관이 차창을 통해 손을 넣어, 자동차키를 제거, 이후 약물검사를 위한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까지 약 6시간 반을 검문현장에 유치시킨 예에서, 설득행위의 한도를 넘어, 이동의 자유를 장시간에 걸쳐 박탈한 점에서, 임의수사로서 허용범위를 일탈한 위법이 있지만, 경찰관에게 피검문자의 유치의도가 없고, 제지행위의 강도가 높지 않은 반면, 제지행위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높고, 불가피한 면을 지적, 영장주의정신을 몰각시킬 정도의 중대한 위법은 없다하여,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를 적법하다 판시하였다. 이외에, 불심검문을 위한 임의동행 중, 도주한 피검문자를 경찰관이 약 300미터 정도 추적, 손으로 어깨를 잡아 제지한 경우(最決昭和29·7·15刑集8卷71137頁), 소지품 내용제시를 요구받은 피검문자가 도주하자, 정지요구를 위한 추적행위(最決昭和29·12·27刑集8卷132425頁; 最決昭和30·7·19刑集9卷91908頁)를 적법하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유사한 사례를 하급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정지요구에 불응한 피검문자의 진로를 방해한 상태에서 질문한 경우를 적법하다고 하거나(東京地決昭和47·12·8刑裁月報4卷122035頁; 島高判昭和51·4·1高刑集29卷2240頁), 차량검문 중, 정지신호에 응하지 않은 운전자에 대해, 운전석 손잡이를 경찰관이 양손으로 잡아 저지한 경우(東京高判昭和34·6·29高刑集12卷6653頁), 무면허운전이 의심되는 피검문자가 검문에 불응하자, 창문으로 팔을 넣어, 핸들을 잡아 정지시키거나(東京高判昭和45·11·12判タ261352頁), 검문에 불응하는 운전자를 제지 하기 위하여, 제시한 면허증을 반환하지 않고, 진행을 저지한 예(東京高判昭和57·4·21刑裁月報14卷3·4245頁) 등이 있다. (2) 미연방대법원의 Terry stop 및 free to leave test 불심검문(police stop)에 관한 대표사례로 Terry v. Ohio, 392 U.S. 1(1968)사건을 들 수 있다. 상점 밖에서 내부를 주시하며 서성대는 피검문자들에 대하여 강도혐의를 의심한 경찰관이 이들을 정지시켜, 신원확인 등 질문을 하고, 답변을 주저하는 사이에, 의복을 외부에서 가볍게 접촉, 총기휴대를 확인하여 체포하고, 불법무기소지혐의로 기소한 사안이다. 미연방헌법 수정 제4조가 금지한 불법한 구금, 압수수색임을 주장하는 피고인들에 대해, 미연방대법원은 경찰관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을 전제로 구금(arrest)과 압수수색(search & seizure)에 이르지 않는 제한된 범위에서 피검문자를 정지시키고(short stop or briefly detain), 흉기소지여부 조사(frisk)하는 것은 수정 제4조에 위배되지 않아 허용될 수 있다 하여, 주 법률 등 근거한 경찰의 기존 불심검문의 적법성을 확인하고, 아울러, 경찰관의 질문에 피검문자의 답변의무가 없다고 하였다. 다만 체포와 정지의 구별에 대하여, 경찰관이 물리력을 사용하거나 경찰관으로서의 권한을 이용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피검문자의 자유를 제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불심검문을 위한 정지가 아닌 체포로 볼 수 있는데, 사안의 경우, 흉기조사(frisk) 전 단계까지는 아직 체포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판시, '정지'개념 및 경찰관의 유형력와 관련해서는 다소 불분명한 태도를 취하였다. 불심검문 과정의'정지'개념과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문제는 이후 United States v. Mendenhall, 446 U.S. 544(1980)에서 구체화된다. 공항광장을 보행 중인 여성 피검문자에게 사복차림의 연방 마약수사관이 접근, 수사관 신분을 밝히며, 신원확인 및 탑승권 제시를 요구한 경우로, 미연방대법원은 다수 경찰관이 위협적인 행동을 취하거나(threatening presence of several officers), 휴대한 무기를 보여주는 경우(display of weapon by officer), 피검문자의 신체에 대하여 물리적 접촉이 이루어거나(some physical touching of the person), 강요적 언어 또는 억양이 사용된 때(use of language or tone of voice indicating that compliance with the officer's request)와 같이, 합리적 일반인의 시각에서 모든 사정을 고려할 때,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현장을 이탈할 수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때에는(in view of all of the circumstances surrounding the incident, a reasonable person would have believed that he was not free to leave), 사실상 체포에 해당하고, 사안에서 검문장소가 대중인 운집한 광장이고 수사관들이 제복을 입거나 무기를 보여주지 않았으며, 단순히 보행 중인 피검문자에게 접근하여, 연방수사관의 신분을 밝힌 상태에서 질문한 것에 불과하고, 신원확인과 탑승권 제시를 요구(request)하지 않고, 요청(demand)한 경우로, 수정 제4조의 체포에 해당한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free to leave test; 동일한 취지의 판례로, Florida v. Royer, 460 U.S. 491, 103 S.Ct. 1319, 75 L.Ed.2d 229(1983); 반면, 피검문자가 탑승 중인 버스 내에서 검문이 이루어져,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장소를 이탈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으로, free to leave test의 적용이 적절치 않음에 착안, 검문장소에서의 자유로운 이탈이 아니라, 경찰관의 요청을 자유롭게 거부하거나 검문상황을 종결할 수 있는지에 의해 판단하여야 한다는 예로, Florida v. Bostik, 501 U.S. 429 111 S.Ct. 2382, 115 L.Ed.2d 389(1991)). Terry stop에서 말하는 '정지'개념에 의하면, 경미한 신체적 접촉 또는 무형력이라도, 합리적 일반인으로서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상황에서 이탈할 수 없었다고 느낄 수 있는 경우는 강제적 구금에 해당하여, 엄격임의설에 가까운 결론에 도달한다. 4. 대상판례의 검토 기존에 임의동행 관련 판례에서 불심검문의 임의적 성격을 명시한 예도 있지만(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도1240 판결 등), 대상판례는 불심검문의 정지요구와 관련, 임의처분성을 확인하고, 피검문자의 거부의사에도 불구, 언어적 설득을 넘어, 유형력 행사가 있는 때는 강제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시, 엄격임의설 내지 설득설에 근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문의 실효성, 범죄예방적 효과를 고려 못한 경직된 판단기준임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심검문이 과거 악용된 사례(불심검문의 역사적 기원은 2차대전 이전, 일본 행정경찰규칙에서 찾을 수 있다. 동 규칙은 경찰관이'의심스러운 자를 발견한 때는 취규(取りし)하고, 상황에 따라 지구내 출장소로 연행(連行)할 수 있다'고 규정, 강제적 색채가 강하였다)가 있고, 이후 반성적 태도에서 경직법 제정 시부터 지금까지 임의처분성을 명시하고 있으며, 통계 상 수사단서 가운데, 불심검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점 등을(2008년 통계에 의하면 총 2,020,209건의 범죄사건 중, 175,555건(8.7%)에서 불심검문이 수사단서가 되었다. 2009년 경찰통계연보, 156-157면) 고려하면, 이러한 문제제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불심검문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유형력 행사 보다는, 피검문자가 느끼는 불쾌감을 최소화하고, 임의적 협력을 유도하는 세련된 검문기법을 모색함이 보다 바람직한 접근으로 생각된다. 상고 중인 대상판례는 다소 제한적 의미를 갖지만, 경직법 문언에 충실한 해석으로, 한국판 Terry stop의 기준을 제시한 리딩케이스로 평가된다. 상고심 판단을 흥미롭게 기다본다.
201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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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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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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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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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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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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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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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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