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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성이 부정되는 특허권에 기초한 금지청구의 가부
1. 판결의 요지 특허발명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어 그 특허가 특허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 특허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의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하고, 특허권침해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으로서도 특허권자의 그러한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항변이 있는 경우 그 당부를 살피기 위한 전제로서 특허발명의 진보성 여부에 대하여 심리·판단할 수 있고, 이와 달리 신규성은 있으나 진보성이 없는 경우까지 법원이 특허권 또는 실용신안권침해소송에서 당연히 권리범위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92. 6. 2.자 91마540 결정 및 대법원 2001. 3. 23. 선고 98다7209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2. 해설 가. 문제의 소재 특허법에 있어서도 여타의 법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법적 안정성'과 '정의'의 법이념은 늘 긴장관계에 있다. 즉, 특허청의 심사를 거쳐 설정등록된 특허권 및 그에 따른 법률관계의 안정성과 공공의 영역에 속하는 기술은 공중에게 돌려주어 특허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무효심판제도는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특허법의 입법자는 무효심판제도를 도입함은 물론 특허권이 소멸한 후에도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하고, 특허무효의 원칙적 소급효를 인정하는 결단을 하였는 바, 이는 법적 안정성보다는 정의를 더 우선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허권자 입장에서는 특허청이 심사절차를 거쳐 특허권을 부여해놓고 다시 다른 절차에서 그 특허를 무효로 하는 것을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특허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출원이었음에도 심사상의 한계나 착오로 인하여 특허를 받았다는 이유로 그 특허권을 행사하여 공중의 자유실시를 제한하는 것 또한 산업발전의 이바지라는 특허법의 목적에 비추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보이고, 이러한 경우 법적 안정성은 특허정의에 한 발 양보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특허제도가 존재하는 한 특허무효심판 내지 소송이라는 후속적 장치는 논리필연적인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특허무효심판제도는 특허요건을 완벽하게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실적인 이유와 특허청은 심사단계에서 특허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발명을 일차적으로 걸러내고, 특허가 부여된 후에 구체적이고 세밀한 영역에서는 이해관계인과 공중이 담당하여야 한다는 일종의 역할 분담이라는 법경제학적 효율성의 측면에서 어느 정도 정당화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된다. 문제는 이러한 맥락에서 엄연히 별도의 특허무효심판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침해소송에서 해당 특허에 무효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권리자의 청구를 배척할 수 있는지, 배척할 수 있다면 그 무효사유에 제한은 없는지 등에 관한 것이고, 이에 대하여는 과거로부터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나. 견해의 대립 침해소송에서의 '무효의 항변 허용 여부'에 대하여, 특허무효의 심결이 확정되지 않는 한 침해소송에서 특허가 무효이므로 침해로 되지 아니한다는 무효의 항변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는 부정설과, 침해소송에서 특허가 무효이므로 침해로 되지 아니한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긍정설이 대립하였고, 원칙적으로 부정설을 취하면서 신규성 또는 진보성을 결한 특허발명의 경우 권리범위해석론을 통하여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다. 기존 판례 (1) 대법원 1983. 7. 26. 선고 81후56 전원합의체 판결 "등록된 특허의 일부에 그 발명의 기술적 효과발생에 유기적으로 결합된 것이 아닌 공지사유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 그 공지부분에까지 권리범위가 확장되는 것이 아닌 이상 그 등록된 특허발명의 전부가 출원 당시 공지공용의 것인 경우에도 특허무효의 심결의 유무에 관계없이 그 권리범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전부 공지인 경우 권리범위를 부정하였다. (2) 신규성 또는 진보성이 부정되는 경우의 주류적인 판례 대법원은 "특허법은 특허가 일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별도로 마련한 특허의 무효심판절차를 거쳐 무효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허는 일단 등록이 된 이상 이와 같은 심판에 의하여 특허를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되지 않는 한 유효한 것이며, 법원은 위와 같은 특허를 무효로 할 수 있는 사유가 있더라도 다른 소송절차에서 그 전제로서 특허가 당연무효라고 판단할 수 없는 것이고, 등록된 특허발명의 일부 또는 전부가 출원 당시 공지공용의 것인 경우에는 특허무효의 심결 유무에 관계없이 그 권리범위를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나, 이는 등록된 특허발명의 일부 또는 전부가 출원 당시 공지공용의 기술에 비추어 새로운 것이 아니어서 소위 신규성이 없는 경우 그렇다는 것이지, 신규성은 있으나 그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선행기술에 의하여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는 것이어서 소위 진보성이 없는 경우까지 법원이 다른 소송에서 당연히 권리범위를 부정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여 신규성이 없는 경우 그 권리범위를 인정할 수 없으나, 진보성이 없는 특허발명의 경우 침해소송에서 권리범위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예외적으로, "이 사건 등록고안을 물품의 형에 대한 기술적 고안 뿐만 아니라 그 고안의 용도, 사용가치나 이용목적 등 작용효과의 점까지 종합하여 고찰한다면 그 기술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인용고안으로부터 극히 용이하게 고안해 낼 수 있는 것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등록고안은 실용신안법 제32조 제1항 제1호, 제4조 제2항에 의하여 그 등록이 무효라고 할 것이며, 그렇다면 (가)호 고안은 설사 이 사건 등록고안과 동일하다고 할지라도 그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고 하여 진보성이 없는 경우에도 권리범위를 부정한 판시를 한 적도 있었다. (3)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0다69194 판결 대법원은 "특허의 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이전이라고 하더라도 특허권침해소송을 심리하는 법원은 특허에 무효사유가 있는 것이 명백한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할 수 있고, 심리한 결과 당해 특허에 무효사유가 있는 것이 분명한 때에는 그 특허권에 기초한 금지와 손해배상 등의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본 판결은 특허권침해소송에서 권리남용의 법리를 적용한 최초의 판결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위 판결은 과거의 판례와 달리 권리범위를 부정하는 단계를 거치지 아니하고 곧바로 권리남용이라고 판시하였고, 그 무효사유에 진보성이 없는 경우까지 포함하는지는 다소 불명확하였다. 그러나, 특허침해소송을 심리한 지방법원 및 고등법원은 대체로 위 판결에 따라 진보성이 없는 경우에까지 권리남용의 법리를 적용하여 판시하여 왔다. 라.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우선, 특허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이전이라 하더라도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어 그 특허가 특허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 특허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등의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권리남용의 법리를 진보성의 영역에까지 명시적으로 확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 할 수 있다. 대상 판결에 따라 앞으로는 침해소송 본안 및 가처분 법원은 물론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도 진보성 결여로 특허무효사유가 존재한다는 항변이 있는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심리·판단할 것으로 예상되고 진보성이 없는 경우 별도로 특허무효심판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도 덜 수 있게 되어 소송경제의 관점에서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다음으로, 대상 판결은 소위 무효의 항변을 받아들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된다. 대상 판결이 "특허는 일단 등록된 이상 비록 진보성이 없어 무효사유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특허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되지 않는 한 대세적으로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한 점에 비추어 보건대, 특허가 무효이므로 침해가 아니라는 무효의 항변을 채택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한편, 대상 판결이 공지기술제외설에 입각하고 있는지는 다소 불명확하지만, 기존의 판결들이 신규성의 영역에서 "특허무효의 심결 유무에 관계없이 그 권리범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반면, 대상 판결에서는 이러한 설시 없이 곧바로 권리남용의 법리로 나아갔음을 알 수 있는바, 이는 공지기술제외설 등의 권리범위해석론으로 해결하려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마. 대상 판결의 문제점 대상 판결은 위와 같이 중요한 의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첫째, 신규성 및 진보성의 영역은 공지기술의 영역이라 할 수 있고, 이러한 영역의 특허발명은 특허청구범위의 해석상 공지기술참작의 원칙을 적용하여 그 권리범위를 부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생소하고 불명확한 권리남용의 법리를 도입하여 이를 해결할 당위나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비록 실제 운용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범위를 부정하든 권리남용의 법리를 적용하든 소송 결과에 있어서는 모두 원고 청구 기각이라는 결과가 도출된다 할지라도 특허법이론상 분명히 이를 구별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 있어 "특허발명과 대비되는 발명이 공지의 기술만으로 이루어지거나 그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공지기술로부터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는 경우에는 특허발명과 대비할 필요 없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자유기술의 항변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자유실시기술의 항변에 대한 판시가 특허법이론상으로도 훨씬 논리적이고 간결하다고 판단된다. 둘째, 차선으로 권리남용의 법리를 적용한다 할지라도 대상 판결에는 '특허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라든가, '특별한 사정' 등의 불명확한 적용요건이 등장하는바, 과연 이러한 요건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떠한 경우 또는 무엇을 말하는지 등 권리남용의 법리의 적용 요건을 좀 더 명확하게 설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대상 판결의 효시격인 대법원 2000다69194 판결은 일본 최고재판소의 소위 "킬비 사건"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여 판시한 것으로 보이고, 일본의 경우 위 "킬비 사건"이후 발생한 문제점을 일본 특허법 제104조의3을 신설하여 입법적으로 해결하였는바, 침해소송을 담당하는 법원과 한국 특허법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3. 결어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특허침해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에서 진보성 여부에 대하여 심리·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한 점은 소송경제의 측면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아직 특허를 비롯한 지적재산권침해소송 경험이 다소 부족한 침해담당법원이 동일성 여부에 대한 판단으로서의 신규성 판단에 비하여 비교적 판단이 어려운 진보성 판단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그리고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는 다소 염려스러우나, 대법원 판례의 축적과 법원의 노력으로 충분히 해결해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편, 대법원이 무효심판제도의 형해화를 방지하고, 구체적 타당성을 꾀하기 위하여 권리남용의 법리를 도입하고, 이를 진보성의 영역에까지 확대한 점은 분명 과거 판례보다 진일보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나, 권리남용의 법리보다는 특허청구범위해석의 대원칙인 공지기술참작의 원칙을 적용하여 권리범위를 부정하는 형식을 취하지 아니한 점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결론적으로 신규성 또는 진보성이 없는 특허발명의 경우 공지기술참작의 원칙을 적용하여 권리범위를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이것이 자유기술의 항변과도 균형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2012-03-08
수입한 호밀 종자가 관세감면 대상인지 여부
1. 서론 무역회사인 원고는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식물 종자를 수입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정부는 1998년부터 '푸른들가꾸기 운동'을 추진하였는데, 이 운동은 친환경농업육성정책 중의 하나로, 겨울철 벌판에 호밀, 귀리 등의 사료작물이나 자운영 등의 녹비작물을 재배하여 푸른들을 가꾸는 사업이다. 원고는 '푸른들가꾸기 운동'에 사용될 호밀종자를 수입하면서, 관세법에서 정한 관세면제물품인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에 해당한다는 확인을 농림부장관으로부터 권한을 받은 농협으로부터 받아 관세면제신청을 하였고, 세관은 이를 받아들였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호밀은 사료작물 재배용으로 수입적응성 시험을 받은 품종만 있고, 식용 등 다른 용도로 수입적응성 시험을 받은 품종은 없다. 호밀은 유기질 비료로서의 효과와 토양미생물의 서식처 및 토양 물리성 개선효과가 있고, 작물중에서 이른 봄에 저온생장성이 가장 빠르기 때문에 푸른들의 경관은 물론 분진, 대기오염, 산소공급, 탄산가스 제거 등의 환경정화기능을 가지고 있다. 2006년경부터 정부는 '푸른들가꾸기 사업'의 중점을 녹비작물 재배에 두면서, 기존에는 사료작물로만 분류했던 호밀을 녹비작물에도 추가하였다. 또한 사료작물 재배와 관련하여 '조사료생산기반 확충사업'을 별도로 추진하였다. 그런데 '푸른들가꾸기 사업'에 참여하는 농민들은 1998년이나 2006년 이후 모두 호밀 활용방식이 동일하였다. 가을에 호밀을 파종하여, 겨울철 들판을 푸르게 보이게 한 후, 봄에 호밀이 적당히 자라면 줄기를 잘라 윗 부분은 사료용으로 사용하고, 아랫 부분은 갈아 엎어서 녹비용으로 사용하였다. 세관은 2006년 이후 '푸른들가꾸기 사업'과 '조사료확충기반사업'의 담당부서와 자금조달원, 예산근거가 서로 다르며 '녹비용(綠肥用) 종자'는 관세법이 정한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가 아니므로 관세면제물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입가격의 108%의 관세율을 적용하여 이 사건 추가관세 및 가산세 부과 처분을 하였다. 2. 판결요지와 쟁점 대법원은, 이 사건 호밀종자가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사실심인 원심판단을 존중하여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라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호밀종자는 작물적 특성과 활용도를 고려할 때 사료용과 녹비용에 혼용되어 사용되었는데, 이를 '녹비용 종자'에만 해당하고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관세법상 관세면제신청기관의 확인은 면제신청의 절차적 요건일 뿐이고, 그로써 관세가 면제되는 물품인지를 확정하는 효과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3가지이다. 첫째, 관세면제확인의 효력인데, 법령에 의해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으로부터 관세면제대상물품이라는 확인을 받은 경우에는 관세면제대상이 되는지 여부이다. 둘째, 정부정책변경과 관세면제물품의 변경여부인데, 정부정책이 변경되는 경우에 동일한 물품의 관세면제여부가 달라지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셋째, 관세면제대상물품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데, 수입신고를 하는 때의 물품의 성질과 수량에 따르는 것인지 혹은 수입이후에 실제 사용된 것을 고려하는지 여부이다. 3. 평석 (1) 관세감면제도 관세법은 물품의 수입시에 관세를 부과하는데, 특정한 물품은 관세면제대상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 경우 당해 관세면제대상물품이 정부의 특정 정책 수행 목적으로 수입되다가 정부의 정책이 변경된 경우에 관세면제대상에서 제외될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관세부과의 목적은 국가의 재정수입확보와 국내산업보호를 위하여 해당 물품의 수입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한편 국내사정상 고관세율 적용이 부당한 경우에는 관세율을 조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관세법상 감면제도이다. 호밀의 경우를 예를 들어 살펴보면, 식용으로 사용될 경우에는 국내 타 농산물과 경쟁관계에 있으므로 고관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 하지만 사료용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국내 곡물산업을 보호하는 것과는 무관하고, 고관세부과가 가축사육비의 높은 원가부담이 되어 축산업이 위축되므로 관세를 감면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식물 종자는 호밀인데, 호밀이 식용으로 수입된 적이 없다는 점은 당사자간에 다툼이 없었으나, 당초에는 조사료(粗飼料) 생산확대 등을 목적으로 한 사료용으로 수입되다가 정부정책의 변화로 호밀이 녹비용 작물에 추가됨으로써 녹비용으로 수입되었다. 그런데 관세법에는 녹비용에 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즉 호밀이 식용으로 수입되지는 않았으나, 관세법이 정한 사료작물 재배용으로 수입된 것도 아니라는 것이 처분청의 주장이고, 원고는 호밀은 일관되게 사료와 녹비로 혼용되어 사용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2) 관련 법령 관세법 제93조는 특정물품의 면세라는 제목 아래 1호로 "동식물의 번식·양식 및 종자개량을 위한 물품중 재정경제부령이 정하는 물품"를 규정하고 있고, 시행규칙 제43조는 위 법에 따라 관세를 면제하는 물품은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호밀·귀리 및 수수에 한한다)로 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46조는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에 대한 관세감면대상물품의 확인업무를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에게 위탁한다. 한편 종자산업법 제141조는 수입적응성시험에 대한 규정인데, 국내에 처음으로 수임되는 품종의 종자를 판매하기 위하여 수입하고자 하는 자는 수입적응성시험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3) 쟁점별 검토 1) 관세면제확인의 효력 관세법 시행규칙 제44조에 따라, 주무부처의 장 또는 그 위임을 받은 기관장의 확인은 어떤 효력을 가지는가? 원심은 원고가 농림부장관의 위임을 받은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으로부터 이 사건 호밀종자가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에 해당한다는 확인을 받은 이상 관세법이 정한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확인은 면제신청의 절차적 요건일 뿐이고, 그로써 관세가 면제되는 물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정하는 효과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권한있는 기관이 한 확인의 효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는 어려운 문제이나, 실무적으로 확인기관이 심사하는 방법이 형식적이라는 점, 확인에 의해 사실관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닌 점과 실질과세원칙을 고려하면 대법원 판례의 견해를 수긍할 수 있다. 2) 정부정책변경과 관세면제물품의 변경여부 정부정책이 변경되는 경우에 동일한 물품의 관세면제여부가 달라지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처분청은, 당초에는 푸른들가꾸기 사업으로 호밀이 수입되어 사료작물 재배용으로 주로 사용되었으나, 그 이후 담당부서가 변경되었고 '조사료확충기반사업'이 별도로 생겼고, 호밀은 녹비작물에도 추가되었으므로 호밀은 더 이상 '사료재배용 작물'이 아니라 '녹비용 작물'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관세법에서 관세면제물품을 정하고 있는 입법취지, 수입된 호밀이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실태는 사료와 녹비에 혼용되고 있는 점, 정부 정책이 변화된 이후에도 실제 농민이 호밀종자를 사용하는 방식에는 변경이 없는 점, 정부가 추진하는 '푸른들가꾸기 사업'과 '조사료확충기반사업'은 서로 배제적인 성격이 아니라 보완적 관계에 있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정부의 정책변화가 바로 호밀종자에 대한 법적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하여는 대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 3) 셋째, 관세면제대상물품인지 판단시점 수입신고를 하는 때의 물품의 성질과 수량에 따르는 것인지 혹은 수입이후에 실제 사용된 것을 고려하는지 여부이다. 처분청은 관세법 제16조는 "관세는 수입신고를 하는 때의 물품의 성질과 수량에 의하여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93조도 특정물품이 수입되는 때에는 그 관세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정물품의 관세가 면제되는지 여부도 수입신고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인지 여부도 수입신고 당시의 수입목적, 경위, 실질적인 용도등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호밀은 수입목적이 '푸른들가꾸기(녹비)용'이었으므로 감면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관세면제대상물품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시점이 수입신고시라는 처분청의 주장은 타당하다. 다만 특정물품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그 물품의 용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입법취지, 수입목적, 객관적인 용도, 품종, 형질, 특성, 수입후 실제 사용내역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이런 다양한 판단기준을 검토한 결과 이 사건 호밀의 경우에는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심 심리과정에서 당사자간에 서로 다른 주장이 있었으나, 법원은 증거에 의하여 사실인정을 한 것이고, 대법원도 원심의 사실인정에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 4.결론 이 사건은 수입된 호밀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당초 하나에서 2개로 나뉜 이후 동일한 호밀 종자를 일부는 녹비용으로 무상으로 공급하고, 일부는 조사료용으로 유상으로 공급하는 과정에서 유상으로 공급받은 농민이 민원을 제기되자, 세관이 개입함으로써 발생한 사건이다. 수입신고 당시를 기준으로 하면 호밀종자가 사료재배용 종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타당하다. 취급하는 정부부서가 나뉘어지고 정책목적이 달라졌다고 하여 관세면제물품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달리 할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은 관세면제대상 판단기준에 대한 판례로 선례적 가치가 있는바, 대법원의 견해에 찬동한다.
2011-12-22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요건에 대한 고찰
Ⅰ. 서설 우리는 요즘 언론 매체를 통하여 성전환자를 쉽게 접하고 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성문화 내지 성별질서에 대한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성전환에 대하여 아무런 법·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과학문명 이기와 왜곡된 가치관의 결합으로 무분별한 성전환이 이루어져 성별질서의 혼란을 가져오고 성전환증 환자로서 최종적 치료개입 수단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은 자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하여 심각한 인권침해가 초래되고 있다. 대법원은 근자에 해석론에 의한 법관의 법형성작용을 통하여 일정한 요건하에서 해부학적 성과 다른 반대의 성을 인정하고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성별정정을 허가함으로써 성전환자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제도권으로 포섭시켜 왔다. 그런데 이번 대상판결은 기존의 입장과 달리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함에 있어서 성전환자가 현재 혼인 중에 있는 경우나 미성년인 자를 둔 경우를 각각 성별정정의 독자적 소극적 요소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소수 의견이 주장하는 것처럼 성별정정 허가를 결정함에 있어서 이러한 요소들을 소극적·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것은 성전환자의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가족공동체 형성의 자유 측면에서 볼 때, 법적 안정성 또는 자의 복리에 치우친 해석으로 문제가 있다 할 것이다. Ⅱ. 사실관계 학창시절부터 여성복을 즐겨 입고, 여성을 동성처럼 여기는 등 여성적 성향을 보이며 심한 성정체성 장애를 겪으면서 수차례 정신과 치료를 받아오다가 2006. 8. 8. 태국에서 성전환수술과 유방성형수술을 받아 여성의 외부 성기와 신체 외관을 갖추고 그 때부터 현재까지 여성 호르몬제를 투약해 온 성전환자가 가족관계등록부상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 정정을 신청하였으나, 1심과 원심은 과거의 혼인경력 및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정정 신청을 기각하였고 대법원은 과거의 혼인경력은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의 독자적 소극적 요소가 되지 않으나,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다는 점은 이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원심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Ⅲ. 대상판결의 요지 1. 구체적 요소 사람의 성을 결정함에 있어 과거 생물학적 요소뿐 아니라 성 귀속감, 성 역할 등의 정신적·사회적 요소들 역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성장과정에서 생물학적 성에 대한 불일치감 및 위화감·혐오감을 갖고 반대의 성에 귀속감을 느끼면서 반대의 성 역할을 수행하며 성기를 포함한 신체 외관 역시 반대의 성으로 형성된 사람에 대해서는 일정한 경우 법률적인 성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 요소들로 ①의학적으로 성전환증 진단을 받고 상당기간 정신과적 치료나 호르몬 치료 등을 받고도 위 증세가 치유되지 않고, ②반대의 성에 대한 정신적·사회적 적응이 이루어졌고, ③일반적 의학적 기준에 의하여 성전환수술을 받아 외부 성기를 비롯한 신체적 성징이 변경되었으며, ④전환된 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만족감을 느끼고 공고한 성정체성의 인식 아래 그 성에 맞춘 의복, 두발 등의 외관을 하고 성관계 등 개인적 영역 및 직업 등 사회적 영역에서 모두 전환된 성 역할을 수행하고, ⑤주위 사람들로부터 그 성으로 인식되는 정도에 이르러 사회통념으로 볼 때 전환된 성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되고, ⑥다른 사람들과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지 아니하는 등 사회규범적으로도 허용될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 2. 독자적 소극적 요소 가. 혼인 중에 있는 경우 헌법 제36조 제1항의 혼인제도는 무릇 남녀 간의 육체적·정신적 결합으로 성립하는 것으로서, 민법은 이성 간의 혼인만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현재 혼인 중에 있는 성전환자에 대하여 성별정정을 허용할 경우 법이 허용하지 않는 동성혼의 외관을 현출시켜 결과적으로 동성혼을 인정하는 셈이 되고 이는 상대방 배우자의 신분관계 등 법적·사회적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가족관계등록부의 성별정정이 허용되지 아니한다. 나. 미성년자인 자가 있는 경우 민법 제909조 제1항, 제912조, 제913조에 의하여 부모는 미성년자인 자의 친권자가 되고 친권자는 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으며 친권을 행사함에 있어 자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친권자와 미성년인 자 사이의 특별한 신분관계가 발생하고, 동성혼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현실 적응능력이 성숙되지 아니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미성년자인 자의 복리에 미치는 현저한 부정적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미성년자인 자의 복리를 위하여 친권자의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은 현재의 우리 사회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하여 이성과 혼인하고 자녀를 출생시켜 가족을 이룬 사람에게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요청이다. Ⅳ. 성전환자 법적 지위 1. 개념 정리 성전환증 : 의학적으로 성전환증은 성정체성장애의 가장 심한 형태로 사춘기 이후에도 자신의 선천적 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편감과 부적절함을 느끼며 2년 이상 1차 및 2차적 성징(性徵)을 제거하고 반대 성징을 획득하려는 집착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를 말한다. 국제보건기구(WHO)는 제10차 국제질환분류(ICD-10, 1994년)에서 성전환증을 성정체성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의 하나로 분류하여 '자신의 해부학적 성에 대한 불편함이나 부적절감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과 반대되는 성으로 살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 그리고 그가 선호하는 성의 신체에 가능한 일치되도록 호르몬 치료와 수술을 받고자 하는 욕구'라고 정의하면서, 성전환증으로 진단되려면 반대 성에 대한 귀속감정이 최소한 2년 이상 지속되고 다른 정신장애증상 또는 성 염색체 이상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였다. 대한의사협회는 성전환증(transsexualism)이란 해부학적인 성과 정신적 성에서 성적 주체성의 불일치를 주 증상으로 하는 성정체성장애라고 한다. 성전환자 : 트렌스젠더(transgender) 또는 트렌스섹슈얼(transsexual)이라고 불리는데 수술이나 다른 치료를 통해 자신의 성이 아닌 반대의 성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뜻한다. 이에는 육체적으로 남성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성의 성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Male to Female Transsexual(MTF)', 육체적으로는 여성이지만 남성의 성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Female to Male Transsexual(FTM)' 두 가지가 있다. 2. 외국의 입법례 비교법적으로 독일은 1980년 성전환자에 대하여 '특별한경우에서의이름변경및성확인에대한법률'을 제정하여 당사자가 신청할 경우 성별 재전환이 가능하고 신청인의 동의 없이 변경 이전의 이름을 개시하거나 조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네덜란드는 1985년부터 성전환을 법제화하고 성전환 수술시 의료보험 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미국 대부분의 주는 2002년부터 성전환자에게 수술 후의 성에 따른 법적 지위를 승인하고 있다. 영국은 2004년 '인지법'을 제정하여 성전환자의 현재의 성에 맞는 새로운 출생증명서 발급을 가능하게 하였다. 유엔인권이사회는 2011. 6. 16. 제17차 회의에서 '성적 지향 및 성정체성에 대한 결의안'을 통과시켜 각국의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에 대한 차별적 법률과 관행 등을 조사,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3. 우리의 현실 최근 우리 사회는 젠더(gender)의 문제, 양성 평등, 성적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성전환증의 원인 분석 및 성전환자에 대한 인권보장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성전환에 대한 사회인식 역시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2002년 김홍신 의원이 '성전환자 성별변경에 관한 특례법안'을, 2006년 노회찬 의원이 '성전환자의성별변경및개명에관한특례법안'을 대표 발의하였으나 모두 회기만료로 자동폐기된 바 있다. 2005년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성적 소수자의 인권 기초현황조사가 이루어졌고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성별변경의 비밀보장 및 성전환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고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권고안'을 마련하는 등 사회 각계 각층에서 법·제도적 정비를 위한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성전환에 대한 입법적 불비로 말미암아 성전환자는 여전히 법·제도적 보호영역의 사각지대(死角地帶)에 놓여 있다. 이로 인하여 성전환 수술요건에 대하여 의학계마저도 통일적인 기준이 없고 법·제도적 성과 변경된 성 및 성 역할의 불일치는 여전히 사회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법질서 경직성으로 사회적 소수자의 권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300 내지는 400명 정도가 성전환 수술을 받았으며, 2009년 기준으로 4,500명 가량의 성전환증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성별정정 허가는 2002년 7월부터 2003년 8월까지 21건이 허가 되었고, 2004년에는 10건, 2005년에는 17건에 불과하여 성전환의 현실과 법·제도적 갭(gap)은 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법원도 담당판사의 성향에 따라 허가율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성별정정을 위해 소위 '법정 쇼핑'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2006. 6. 22. 2004스42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에 관한 일정한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Ⅴ. 평석 1. 그동안 우리의 현실은 성 이분법적 사고에 입각하여 법·제도권 밖이라는 이유로 성전환에 관하여 아무런 해답도 주지 아니한 채 그를 자신의 성에 반대되는 성으로 구속시키고 비정상인으로 취급 하였다. 문화는 그 시대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살아있는 유기체이다. 따라서 과거 문화의 잣대로 현재 문화를 구속하는 것은 항상 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물론 인류애, 사랑, 자유, 진리와 같은 불변의 가치들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가치의 핵'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한 그 외연(外延)과 관련된 법·질서·제도 등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여야 된다. 변화된 성문화에 속에서 관심과 애정으로 성전환자들을 바라보는 것은 양성 패러다임 문화에서 벗어나 차이(差異)를 가치있게 여기고 존중하는 다문화 사회의 성숙된 모습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수십년 동안 성적 소수자로서 사회의 음지에서 살아 온 그들에게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인간답게 살 권리 등을 보장하기 위한 '총체적 기획'을 제시하여야 할 때이다. 2. 지속적인 반대성의 귀속감이 형성되고 장기간의 심리적, 정신적 상담 및 호르몬 투여의 치료과정을 거쳐 전환된 성에 부합하는 성기 및 외관을 갖추고 사회적 성 역할을 수행하는 그들을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전환된 성에 따른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기본권 보장의 최고이념으로 삼는 헌법 제10조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등록부의 성별 정정에 대한 사법부 변화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고 이번 대상 판결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성전환자가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자인 자를 둔 경우를 성별 정정의 독자적 소극적 요소로서 절대적 기준으로 파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3. 성전환자에게 해부학적 성역할을 강요하기 보다는 그의 선택에 따라 성을 결정하고 그에 따른 가족공동체 형성의 자유를 인정해 줌으로써 가족공동체 생활을 통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어야 한다. 성전환자에게 그 자녀가 성년에 이르는 오랜 기간동안 법·제도적으로 반대의 성 으로 살 것을 강요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할 뿐 아니라 변화된 성문화 속에서 미성년자인 자가 부모의 성전환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고 이미 부모의 전환된 성에 따라 자연스런 가족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성년자인 자를 둔 경우를 성별정정의 독자적 소극적 요소로 포섭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미성년자인 자가 부모의 성전환으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받게 되는 상황이 우려되는 경우 법원이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하나의 중요한 고려요소로 삼으면 충분하다. 나아가 혼인 중에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별거를 하거나 이혼 소송 중에 있는 등 성별정정을 허용하더라도 배우자의 신분관계에 실질적인 변동을 초래할 우려가 크지 않은 경우를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고 가족관계등록부상 동성혼의 외관이 현출되는 문제점은 제도적 보완을 통해 해결할 일이지 굳이 혼인 중에 있다는 것을 성별정정의 독자적 소극적 요소로 포섭하는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4. 결론적으로 성전환자에 대한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성별정정의 허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자인 자를 두고 있다는 사실은 당해 법관의 법형성작용 과정에서 성전환에 대한 법적 승인으로 인한 성전환자의 이익과 배우자·자의 신분변동이나 자의 복리 사이의 구체적 형량의 문제로 파악하면 충분하고 이를 굳이 독자적 소극적 요소로 포섭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2011-12-01
공동피고인의 번복진술은 새로운 증거로 봐야
1. 사실관계의 요약(서울고등법원 2011. 6. 30 자 2010재노75 결정) A와 B는 역전에서 노숙을 하던 지적장애인이다. 2007. 5. 14. 역전에서 30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학교에서 노숙인으로 보이는 변사체가 발견되었고, A와 B는 역전에서 살인혐의로 긴급체포되었다. 이들은 체포당시 혐의를 부인하다가, 자백을 하였는데, 자백의 취지는 'A와 B는 꼬맹이들과 함께 변사자를 데리고 고등학교까지 갔는데, 그곳에서 B는 변사자의 뺨을 2대 때린 후 꼬맹이들과 함께 역전으로 돌아왔고, A는 이들이 돌아간 뒤 현장에 남아 변사자를 수십 분 동안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이었다. A와 B는 1심법정에서 자백을 하였고, 1심은 A에게 징역 7년(상해치사혐의), B에게 벌금 200만 원(폭행혐의)을 선고하며, 'A와 B의 법정진술, 사체검안서 등'을 증거로 설시하였다. A는 허위자백을 하였던 것이라며 1심판결에 불복하며 항소를 하였고, B는 항소를 하지 않았다. A에 대한 항소심재판과정에서 B가 증인으로 출석하였고, B는 이전 자백내용과 동일한 증언을 하였다. 물적 증거가 전혀 없는 사안임에도 항소심은 B의 진술을 신뢰하였고, A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며, 증거는 '1심판결의 기재'를 원용하였다. A는 상고를 포기하였고, 판결은 확정되었다. 그런데, 6개월 후 위 꼬맹이들이 잡혔고, 꼬맹이들은 'A, B와 공동으로 범행을 하였다'는 상해치사혐의로 기소되었다. 꼬맹이들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B가 증인으로 출석하여, '자신과 A, 꼬맹이들 모두 사건현장에 간 적 없다. 무서워서 거짓말을 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증언하였고, 재판부는 'B의 번복 진술의 태도나 내용에 정신지체나 장애로 인한 문제가 있다고 전혀 느낄 수 없었다'는 표현을 쓰며, 번복진술을 신뢰한 후 꼬맹이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이 무죄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대법원이 'B의 번복진술을 신뢰한 원심의 증거취사선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최종판단을 하였는데도, 여전히 A는 4년 반가량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한 여타의 문제점은 차치하고, '공동피고인의 진술번복과 재심사유'라는 쟁점만을 놓고 이 사건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의 재심사유는 주장하기 힘든 상황 위에서 B는 A에 대한 항소심법정에서 증인의 지위로 증언을 하였으므로, '원판결의 증거 된 증언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상의 '원판결의 증거 된 증언'이라 함은, 원판결의 증거로 채택되어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데 사용된 증언('증거의 요지'란에 설시된 증거)을 뜻하는 것이고, 단순히 증거조사의 대상이 되었을 뿐,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되지 않은 증언은 위 '증거 된 증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2003도1080 판결, 95모38 결정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재심대상판결인 항소심판결은, 'B의 항소심에서의 증언'을 증거로 설시한 것이 아니라, '1심판결의 해당란 기재'를 원용하였는데, 1심판결에서는, '피고인들(A, B)의 각 법정진술'이 증거로 채택·인용되었다. 그렇다면,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를 때, B를 위증혐의로 고소하고 유죄확정판결을 받아낸다 한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의 재심사유상의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할 것이다. 3. 공동피고인의 번복진술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새로운 증거로 보아야 가. 대법원의 입장으로 원용되고 있는 판례(93모33결정) 공동피고인의 번복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자주 원용되고 있는 대법원의 결정은 18년 전의 결정인 93모33결정으로 그 요지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말하는 '무죄로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때'란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발견되었어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로서 증거가치에 있어 다른 증거에 비하여 객관적으로 우위성이 인정되는 증거를 말하는 것이므로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증거로 조사채택된 공동피고인이 확정판결 후 앞서의 진술내용을 번복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학계의 동향 학계는, 피고인이나 공동피고인은 좁은 의미의 증거방법이 아니므로 증인의 경우와는 달리 진술을 번복함으로써 증거자료의 내용이 달라진다면 새로운 증거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는 입장도 있으나, 재심대상판결에서 실질적 판단을 거친 증거와 동질의 증거는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진술번복은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입장도 있다. 재심사유에 대한 학계의 논의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집중되어 있긴 하나, 세부적인 쟁점인 '공동피고인의 진술번복과 신규성'의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나 논의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다. 소결 진술번복의 신규성을 부인하는 견해는, 동일인의 상반된 진술에 대한 평가는, 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법관의 자유심증주의의 문제라는 점, 실질적인 판단을 거친 증거와 동질의 증거는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점, 허위임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판명되지 아니한 번복·변경된 진술에 대하여 단지 법원에 새롭다고 하여 그 신규성을 인정하여 재심을 허용하는 것은 증거의 신규성 요건을 형식적으로만 파악하여 형해화함으로써 형사소송법의 취지와는 달리 재심사유를 부당하게 확대한다는 점 등을 논거로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위 논거들은, 확정판결 전후로 달라진 증인의 진술이나 이를 내용으로 하는 진술서 등을 새로이 증거로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형식적인 면에서 새로 발견된 증거라고 보아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게 되면, 이는 확정판결에 의하여 종전 증거들이 허위임이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재심을 허용하려고 한 형사소송법 제420조 및 그 제1, 2호의 취지의 기본 정신에 반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동피고인의 번복진술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1(서류 또는 증거물), 2호(증인, 감정인, 통역인, 번역인)의 적용을 받을 수 없으므로, 진술번복의 신규성을 부인하는 견해에 따르면, 이 사건 사안에서 공동피고인 B의 번복진술을 재심사유로 주장할 수 있는 길은 전혀 없다. 공동피고인 B는 '자신도 A처럼 사람을 죽였다는 혐의를 뒤집어쓸까봐 무서워서 거짓진술을 하였다'고 실토하였다. B의 거짓진술의 경위와 관련하여, A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할 것이고, A가 자신의 재판 확정 후에 있었던 B의 번복진술을 근거로 재심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형사사법의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일본 형사소송법도 우리나라와 같은 재심사유를 두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공동피고인이 유죄판결확정 후 진술을 번복한 경우나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던 증인이 새롭게 진술한 경우, 이를 새로운 증거로 보는 견해'가 유력한 학설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신규성 인정을 제한하는 사례도 보임, 일본형사소송법 주석서 참고). 필자의 사견도 위와 같이 번복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보되 명백성 문제에 대한 검토를 통하여 재심사유를 제한하면 된다고 본다. 한편,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대법원 2009. 7. 16.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위 쟁점과 관련하여 대법관들의 의미 있는 입장표명을 확인할 수 있는바, 번복진술 또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하에 이루어진 번복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보는 판례변경을 기대하게끔 한다. 대법원은 위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하여,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한다'(종합평가설)면서, 이전의 '새로 발견된 증거의 증거가치만을 기준으로 하여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단독평가설)는 판례를 변경하였다. 위와 같이 '명백성의 판단 기준'과 관련한 판례를 변경하면서, 9인의 대법관이 '새로운 증거'의 판단 기준에 대한 의견도 아울러 밝혔는바, 당시 6인의 대법관(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전수안)은, '새로 발견된' 증거인지 여부는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법원이 유죄의 사실인정을 하면서 그 기초로 삼은 증거자료에 의하여 인식하였던 내용과 다른 것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의견은, 종전 소송절차에서 인식한 진술(번복 전 진술)과 다른 진술(번복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보되, 명백성 인정 여부에 대한 심사도 별도로 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리고 3인의 대법관(대법관 양승태,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안대희)은 '진술서 등이 이전과 비교하여 실질적인 차이 없이 단지 증거의 형식만을 달리하여 반대되는 내용이나 태도로 바뀐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확정판결 당시 이미 발견되어 실질적인 판단을 거친 기존의 진술 등과 동질의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새로운 증거라고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는 의견을 밝혔으나, 위 3인의 대법관의 의견을 반대해석하면, '실질적인 차이 있는 진술변경의 경우'에는, 신규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 할 것이다(위 3인의 대법관이 언급한 '실질적인 차이'가 개개 사안에서 어떻게 이해될 것인지 궁금한바, 필자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 하에 이루어진 진술'로 이해하고 싶다). 이 사건에서 B는 공범사건의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재심대상 소송절차에서의 진술을 번복하였고, 번복진술을 신뢰한 판결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의하여 지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위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새로운 증거의 판단기준'과 관련하여 의견을 개진한 대법관 9인은 이 사건에서 B의 진술번복을 새로운 증거로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4. 맺음말 형사소송법상의 재심은 피고인에게 한줄기 빛을 제공하는 창의 역할을 하도록 운영되고 해석되어야 한다. 헤르만 헤쎄의 데미안에는 '껍질을 깨고 나오는 새'라는 구절이 있다. 껍질을 깨는 과정을 겪지 않고서는 새로운 탄생이 불가능하다 할 것이다. 확정판결에 기초한 법적 안정성이라는 껍질을 깨트리는 고통 없이는 실체적 진실에 바탕을 둔 실질적 정의를 확보하는 것은 하나의 신기루에 불과하다(권오걸 교수의 논문 인용). '공동피고인의 진술번복만으로는 재심사유로 볼 수 없다'는 단편적이고 형식적인 논의를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18년 전의 93모33결정은 이 사건을 계기로 변경되어야 하고, 진술번복과 관련한 재심사유에 대한 논의가 깊이 있게 진행되었으면 한다.
2011-10-24
다단계판매의 개념에 대한 평가
1. 사건의 요지 피고인들은 행정당국에 다단계판매업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2004. 1. 중순경부터 같은 해 7. 14.까지 피고인들이 운영하는 H회사 사무실에서 H회사가 판매하는 ‘황삼’류 상품을 소비자들이 35만원에 구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H회사의 판매원으로 가입시키고, 그 판매원이 각자 2명의 하위판매원을 모집하여 그들로 하여금 같은 금액 상당의 위 제품을 구입하면 다시 그들을 하위판매원으로 가입시키는 등 순차적ㆍ단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각 단계별로 하위판매원을 모집하기 위하여 물품판매에 따른 수당지급체계를 갖추는 등의 다단계물품판매조직을 개설ㆍ운영하였다는 것이다. 2. 대법원 판례의 요지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위 행위에 대하여 하급심이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이하 ‘방문판매법’이라 함) 제2조 제5호 소정의 다단계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을 파기하고, 아래와 같이 다단계판매의 개념을 판시하였다. 법 제2조 제5호가 상정하고 있는 다단계의 개념적 구성요소는 ①판매원의 가입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져 가입한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에 이른다는 점 및 ②위와 같이 판매원을 단계적으로 가입하도록 권유하는데 있어서 판매 및 가입유치 활동에 대한 경제적 이익(소매이익과 후원수당)의 부여가 유인으로 활용된다는 점의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뿐, 후원수당의 지급이 당해 판매원의 직근 하위판매원의 판매실적 뿐만 아니라, 그 하위판매원의 판매실적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보았다. 3.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가. 판결의 영향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의 구별은 다단계판매업자, 방문판매업자 및 이들을 감독하는 감독관청인 공정거래위원회 사이에서 과거부터 논란이 되어 왔다. 위 대법원 판결은 방문판매법과 그 하위법령의 구조적인 해석을 통하여 다단계판매에 대한 개념을 비교적 자세하게 정립하였으나, 그 동안 업계 및 감독관청이 일관되게 유지하였던 해석기준과는 다르거나 방문판매법의 해석에 있어 오해를 불러 일으킬 판단을 내림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키는 면도 있다. 나. 판결의 평가 방문판매법 제2조 제5호는 다단계판매에 대하여 정의하고 있다. ‘다단계판매’는 판매업자가 공급한 재화 등을 특정인으로 하여금 소비자에게 판매토록 하고, 그 소비자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하위판매원으로 가입시켜 당해 특정인의 활동과 같은 활동을 하면 일정이익(다단계판매에 있어서 다단계판매원이 소비자에게 재화 등을 판매하여 얻는 소매이익과 다단계판매업자가 그 다단계판매원에게 지급하는 후원수당을 말한다)을 얻을 수 있다고 권유하여 판매원의 가입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고,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으로 이루어지는 판매조직을 통하여 재화 등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다단계판매의 개념과 관련하여 쟁점이 되는 것들은 아래와 같다. (1) 판매업자, 판매원과 소비자의 관계 상위판매원과 그 하위판매원은 재화 등의 판매자와 구매자 관계에 있어야 함은 방문판매법상 의문의 여지가 없다. 판매원이 판매업자로부터 공급받은 재화를 자신의 이름과 계산으로 판매하면 그에 따른 소매이익을 남길 수 있고 아울러 그로부터 재화를 구매한 하위판매원이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한 것에 대하여는 판매업자로부터 후원수당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판매원이 판매업자를 대행하여 판매계약을 알선하거나 중개하는 역할에 그치는 위탁판매의 경우이다. 판매원이 판매에 직접 관여(알선 내지 중개)하였다 하더라도 판매계약의 당사자는 판매업자와 소비자이기 때문에 소매이익은 존재할 수 없고, 단지 판매업자로부터 후원수당만을 지급받을 수 있을 뿐이다. 또한 자신이 모집한 하위 판매원이 다른 소비자에게로의 판매에 관여한 부분에 대하여도 후원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이 소매이익 없이 오로지 후원수당으로만 이어진 위탁판매조직은 방문판매법이 소매이익을 요구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다단계판매에 해당할 수 없다고 본다(2006. 2. 24. 선고 2003도4966판결 및 방문판매법 제17조 참조). 소매이익의 문제는 다단계판매를 이해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부가가치세법에서도 다단계판매원을 도소매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정하고 있다. 소매이익이 남는다는 것은 자신의 이름과 계산으로 상위판매원이 소비자에게 재화를 판매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단계를 형성하기 위하여 구매한 소비자를 하위판매원으로 삼게 된다. 따라서 다단계판매원으로 활동하려는 자는 상위 판매원으로부터 재화를 구매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례는 판매업자, 판매원, 소비자의 관계를 명확하게 명시하지 아니하여 후원수당만으로 연결된 여러 단계의 위탁판매조직이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H회사의 경우에는 35만원 상당의 재화의 구입이 판매원의 가입조건으로 되어 있어 소비자의 재화 구매요건을 충족시키고 있으나, 그것이 판매업자로부터 구매한 것인지 아니면 상위 판매원으로부터 구매한 것인지에 대한 명시적인 설명이 없어 다단계판매를 둘러싼 논쟁을 해결하지 못하였다(만일 소비자들이 H회사로부터 위탁판매되는 재화를 구매한 것이라면 소매이익이 없기 때문에 다단계판매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2) 후원수당의 지급에 대하여 다단계판매에 있어 경제적인 이익은 소매이익과 후원수당으로 볼 수 있는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소매이익은 다단계판매의 본질적인 요소이다. 방문판매법은 후원수당을 하위판매원들에 대한 조직관리 및 교육훈련실적, 다단계판매원의 자신의 판매실적 또는 하위 다단계판매원의 판매실적이라고 규정하고, 이 역시 다단계판매의 본질적 요소로 보았다(방문판매법 제2조 제7호 참조). 소매이익만 존재하고 후원수당이 없다면 이는 일반 유통체계와 다를 바 없고, 하위판매원의 판매활동 등에 의한 인센티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다단계판매조직이 유지될 수도 없어 이를 다단계판매라 보기도 어렵다. (3) 판매원의 단계와 다단계판매조직에 대하여 다단계판매에 있어서의 단계는 판매원들간의 유기적 상하 계층구조라 볼 수 있다. 상하 계층구조가 형성되려면 하위판매원은 상위판매원에 대한 종속성이 있어야 하고, 하위판매원의 활동에 대한 보상이 상위판매원에게 영향을 주어야 한다. 방문판매법이 정한 바와 같이 판매원의 단계가 명확한 경우라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재화 등의 구매를 수반하지 않고 단지 하위판매원만을 유치하거나 하위판매원의 활동이 다단계판매와 무관하게(즉, 재판매방식이 아닌 위탁판매의 경우) 실적이 발생한 경우 그것에 대한 대가로서 판매업자로부터 후원수당을 받을 때, 이러한 하위판매원을 유치한 자와 유치 당한 자가 판매원의 단계에 해당할 수 있냐는 문제점이 있다. 다단계판매에 해당하려면 상위판매원과 그에 종속되는 하위판매원의 활동은 동일하여야 하므로, 재화 등의 판매와 구매로 서로 연결되어야 하고, 이러한 연결과정 없이 하위판매원만을 유치한 대가를 받거나 유치된 판매원의 실적에 상응하여 대가를 받는다 하더라도 이들 사이의 관계를 판매원의 단계로 볼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 사이에는 다단계판매의 본질적인 요소인 소매이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2년 방문판매법의 개정으로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인 경우(이하 ‘전형적인 다단계판매조직’이라 함)뿐만 아니라 시행령 제2조 제1호 및 시행규칙 제5조 제1항에서의 판매원의 단계가 2단계 이하이지만 사실상 3단계 이상인 경우(이하 ‘유사다단계판매조직’이라 함)까지도 포함하여 다단계판매조직으로 보고 있다. 전형적인 다단계판매조직은 판매원의 가입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 확장되어야 하는데, 방문판매법상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없어 해석상 논란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방문판매법이 다단계판매를 확대한 것은 무한히 확대될 수 있는 하위 판매조직으로 인하여 상위판매원은 후원수당이라는 이득을 얻는 반면 소비자였던 하위판매원은 그 만큼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따라서 단계를 이해함에 있어서도 시행령상의 유사다단계판매조직의 판단기준(후원수당의 지급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입법취지에 맞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결은 단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아니하면서도 직직근 하위판매원의 실적 등이 상위 판매원이 받게 되는 후원수당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단지 가입만이 순차적으로 되었다는 것을 근거로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이라고 판단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대법원은 하위 판매원들의 단순한 가입구조나 단계적 가입구조에 대한 가능성을 가지고 판매원의 단계로 고착시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방문판매법과 그 시행령의 관계를 하위 법령에 의한 상위 법령의 해석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지적할 것이 아니라 상위 법령에서 정한 전형적인 다단계판매의 개념적 요건을 하위 법령에서 확장해 놓은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법논리에 부합한다고 판단된다. H회사의 경우 후원수당이 직직근 하위 판매원의 실적이 당해 판매원의 후원수당에 영향을 주지 않는데도 순차적 가입의 가능성을 가지고 판매원의 단계로 인식하여 다단계판매로 판단한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고,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우려가 있다 4. 결 론 다단계판매조직의 개념과 관련한 대법원의 위 판결은 기왕 및 그 이후의 대법원의 입장, 헌법재판소의 입장과 다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전원합의체에 의하지 않고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였다는 비판이 있었다. 위 대법원 판결이 H회사를 다단계판매조직으로 본 주된 이유는 판매활동에 따른 피해가 존재하고 있었던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는 현행 방문판매법에서 다단계판매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지 하지 않은 탓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최근 다행히도 방문판매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개정될 방문판매법은 판매원의 단계는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판단되는지의 여부 등 해석에 맡겼던 부분을 구체적으로 정의하여 다단계판매의 개념 및 그 범위를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2007-06-25
체육시설에 관한 영업양도의 개념
Ⅰ. 事實關係 D레저라는 회사가 골프장의 사업계획승인을 받아 골프장을 건설하면서 회원권을 발행하였으나, 완공 이전에 골프장 부지의 99%에 해당하는 토지에 대해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다. 한편 D레저의 공사대금채권자인 K건설이 D레저의 골프장을 인수하기 위해 C개발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C개발은 D레저의 토지의 경매에 참가하여 낙찰허가를 받았다. 이어 C는 D로부터 이 경매토지를 제외한 나머지 재산과 골프장사업승인을 일괄 양수하였고, D레저의 종업원 일부도 고용승계하였다. 하지만 C는 D로부터 회원권에 관한 권리·의무를 승계하기로 약정한 바는 없다. 그러나 D의 회원으로부터 회원권을 入質받았던 W은행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체육시설법') 제30조 제3항에 근거하여 C가 D의 회원을 승계하였다는 확인을 청구하였다. Ⅱ. 原審判決(서울고등법원 2004. 12. 3. 선고 2002나71810판결) 이 사건에서는 후술과 같이 C와 D간에 영업양도가 있은 것으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었던 바, 원심은 D의 영업재산이 해체되었음을 이유로 영업양도가 없었다고 보고 W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Ⅲ. 大法院의 判旨 "사회통념상 전체적으로 보아 종전의 영업이 그 동일성을 유지한 채 일체로서 이전한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영업양도에 해당한다"라는 일반론을 제시하고, 이 사건의 경우, i) C가 경매토지를 제외한 D의 영업을 대부분 일괄 양수하기로 약정한 점, ii) C가 D의 일부직원의 고용도 승계한 점, iii) C는 D의 골프클럽을 인수할 목적으로 설립된 점, iv) C가 경매에 참가하고 체육시설업을 양수하는 등 일련의 절차가 모두 골프클럽의 영업을 인수하려는 단일한 의도 하에서 이루어진 점, v) C의 경매절차 참가와 사업계획승인의 승계는 별도의 절차로 진행되었지만, 사업계획승인의 승계는 골프장 부지의 대부분의 취득이 전제로 되었던 점을 볼 때, C는 D의 영업을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어 체육시설법 제30조 제3항에 의해 준용되는 동조 제1항의 영업양도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Ⅳ. 평석 1. 關聯規定과 爭點 골프장은 체육시설법이 규율하는 체육시설의 일종이고, 이 판결은 체육시설법 제30조 제1항이 규정하는 「영업양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를 다룬 것이다. 영업양도는 상법(제41조)에서 借用한 용어이지만, 同法은 상법상의 영업양도에 대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특칙을 두고 있다. 1) 讓受人의 責任 상법상의 영업양도는 양도당사자간에 특약이 없는 한 채무의 승계를 포함하지 아니한다. 다만 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를 續用하거나, 사실과 달리 채무를 인수하였다는 광고를 할 경우 外觀主義 法理에 따라 양도인의 채무에 관해 책임을 지게 할 뿐이다(상법 제42조, 제44조). 그러나 체육시설법 제30조 제1항은 체육시설에 관한 영업의 양도(상속, 합병포함)가 있을 경우에는 그 체육시설의 등록 또는 신고에 따른 권리·의무 및 양도인과 그 會員간의 권리·의무를 양수인이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업의 인허가와 관련하여 형성된 양도인에 대한 공법상의 관리체계를 영업주체의 변동에 불구하고 유지시키려는 취지와 함께 양도인과 이용관계를 맺은 다수 회원들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둔 특칙이다. 2) 營業讓渡의 範圍 상법상의 영업양도는 완성된 영업조직을 갖추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상태의 영업을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체육시설법 제30조 제3항은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은 제12조의 규정에 의한 사업계획승인의 승계에 관하여 이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은 이 사건이후에 신설된 것이므로 논외로 하고, 제1항의 準用에 국한하여 제3항을 文理解釋하면, 영업재산의 이전이 없이 사업계획승인만 승계한 경우에도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를 승계한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판례는 이 규정을 이같이 읽지 않고, 제3항에 의해 제1항이 준용되는 경우란 완성전의 체육시설에 관한 영업의 양도(상속·합병 포함)에 수반하여 사업계획승인을 승계한 때를 가리킨다고 보고 있다(이건 판결 및 대법원2004다10213). 실은 체육시설의 영업양도가 있으면 강행적으로 회원을 승계한다는 제1항도 이례적인 제도로서 타당근거의 마련이 쉽지 않은 터에, 사업계획승인만 승계되어도 회원이 승계된다는 것은 違憲이 명백하기에 영업양도를 전제로 삼음으로써 위헌성을 완화하려는 해석적 노력으로 보인다. 2. 營業讓渡의 判斷基準 이 판결의 사안을 포함하여 체육시설의 무엇인가 이전될 경우 그 이전이 영업양도이냐 아니냐는 것은 회원의 승계 여부를 결정하는 법적 요인이 되므로 당사자들에게는 매우 중대한 이해가 걸린 문제이다. 영업양도의 개념 및 그 요건에 관한 확립된 판례이론은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해 조직화된 유기적 일체로서의 영업재산이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되는 것이다(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10128판결). 체육시설법 제30조 제1항의 체육시설에 관한 영업양도 역시 판례는 같은 뜻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제3항이 적용되기 위한 미완공된 체육시설의 영업양도 역시 이 개념에 기초하여, "장차 체육시설의 설치공사를 완성하여 체육시설업을 등록할 것을 목적으로 하여 조직화된 인적·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이 건 판례 및 대법원 2004. 10. 28. 선고2004다10213판결). 판례가 말하는 영업양도의 핵심적인 요건은, i) 이전되는 재산이 영업목적을 위해 有機的 一體性을 이루는 것, ii) 양도를 전후하여 영업재산이 同一性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판례는 영업재산이 解體되어 낱낱의 재산으로 처분되는 경우에는 물론, 재산이 포괄적으로 이전되더라도 유기적 일체성을 상실하여 同一한 영업이 유지된다는 징표를 상실한 경우에는 예외 없이 영업양도가 아니라는 입장을 일관해 왔다(예: 대법원 2001. 7. 27.선고 99두2680판결). 이 사건과 거의 동일한 사안을 다룬 두건의 판례가 있다. 양수인이 골프장부지의 대부분을 경락을 통해 취득하고 이어 원사업자로부터 잔여재산 및 사업계획승인을 승계하였는데, 제3항을 적용하여 회원권의 승계를 인정할 것이냐가 다투어진 사건이다. 이 두 개의 사건에서 대법원은 골프장 부지의 경매에 의해 양도인의 영업은 이미 물적 기반을 대부분 상실하여 해체되었다는 점을 들어 영업양도가 아니라고 보았다(대법원2004다10213;同2004다31807). 그러나 이 건 판례에서는 '사회통념상 전체적으로 보아' 종전의 영업이 그 동일성을 유지한 채 일체로서 이전된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는 논리로 영업양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사회통념상 전체적으로 보아'라는 기준은 사실인정과 법적용에 있어 항상 통용되는 視覺을 지칭한 말로써, 특히 새로운 판단기준은 아니다. 판례가 제시하는 '一體性'과 '同一性'이라는 기준 자체가 사회통념에 입각하여 전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함으로써 영업양도여부를 판단하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건 판결이 이 일반론을 적용하기 위해 제시한 사실관계 중에는 「C가 골프장영업의 인수를 위해 설립되었으며 일련의 진행과정이 모두 골프클럽에 대한 영업을 인수하려는 단일한 의도 하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는 양수인의 主觀的 目的이 실현되었다는 사실을 말한데 불과하고, 양도된 영업의 客觀的 性狀을 표현하는 一體性과 同一性을 판단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3. 營業讓渡의 本質과 判例의 妥當性 그간 판례가 영업양도의 요건으로서 왜 一體性과 同一性을 요구해 왔는지는 영업양도에 대해 법이 부여하는 효과를 생각하면 자명하다. 영업양도가 있을 경우 상법은 양도인에게 競業避止義務를 과하고 일정한 요건 하에서 양도인에게 영업채무를 전가한다. 체육시설법에서는 회원의 승계라는 부담을 추가하고 있다. 法이 營業讓渡에 대해 이 같은 특수한 효과를 부여하는 것은 무엇으로 正當化할 수 있는가? 상인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 모든 설비와 인력을 새롭게 구성하여 창업을 하는 대신에 타인의 영업을 양수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까닭은, 양도인이 개척한 시장을 활용할 수 있고, 축적된 영업기술을 이용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양도인이 형성한 신용을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업을 양도할 때에는 영업설비의 시장가액에 더하여 (+α)라는 추가의 대가가 치러지는 것이 보통이다. 양수한 영업이 이 같은 추가의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영업재산이 일체적으로 이전되고 영업의 同一性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 同一性으로 인해 비로소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영업채무를 양수인에게 전가할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골프장의 거의 전 재산이라 할 토지는 양도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전되고, 잔여의 재산만이 양수도의 대상이 되었다면, 양수인이 누릴 수 있는 (+α)의 가치가 무엇이며, 양도인의 채무를 승계시킬 근거가 무엇이냐를 설명할 길이 없다. 영업양도라 하기 위해서는 양도인이 누렸던 영업이익을 양수인이 대등하게 누리게 되고 그것이 양도인과 양수인의 합의의 목적이고 결과이어야 한다. 99%의 토지가 경매로 이전되어 양수인의 단계에서 골프장이 완성되었다면 이는 양수인의 창업이지 결코 영업양도가 될 수는 없다. '사회통념상 전체적으로 보아'라는 기준은 어디까지나 양수인과 양도인의 합의의 효과로서 사실이 시인된 위에, 영업양도의 법적 요건인 '同一性의 유무'에 관한 판단을 위해 원용할 수 있는 기준이다. 이 건 판결은 法解釋學에서 금기하는 '解釋可能한 의미를 넘어선 擴張解釋'으로서, 그간 판례에 의해 형성된 영업양도의 안정적인 법질서가 이로 인해 기반을 잃을 것이 염려된다. '사회통념…'이라는 모호한 개념에 의해 영업양도여부의 司法的 判斷에 무한한 재량을 부여한 것은 사실상 판례변경에 해당하는데, 변경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이 건 판례의 중요성에 비추어 좀 더 면밀한 이론적 검증이 필요하나, 지면관계로 우선 문제점의 제기에 그치고, 후일 상세히 논증할 기회를 모색하기로 한다.
2007-05-21
일본판례 여행
일반소비재 상품을 구입할 때 사람마다 구매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흔히 그 상품의 생산자를 구체적으로 살피기보다는 그 상품의 브랜드가 무엇인지 또는 상품의 전체적인 디자인과 기능성을 살펴보고 구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일반소비재 생산자는 소비자의 그러한 구매성향을 반영하여 상품의 미감을 일으키는 요소와 함께 그 출처표시 기능을 일으키는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형태의 상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브랜드는 상표법에 의해, 디자인은 의장법에 의해 등록해야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우리 상표법 2조에서는 상표라 함은 상품을 생산·가공·증명 또는 판매하는 것을 업으로 영위하는 자가 자기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되도록 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기호·문자·도형·입체적 형상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 또는 각각에 색채를 결합한 것을 뜻하는 것으로 하고 있고, 우리 의장법 2조에서는 의장이라 함은 물품의 형상·모양·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으로서 시각을 통하여 미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여 그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고, 일본의 법도 거의 동일하다. 사용표장이 의장적인기능을 다하고 있다고 해서 표장으로서의 자타 식별력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동시에 상표에도 해당된다 우리 대법원 판결도 의장에 대해 상표사용으로 보는 일본판례와 같아 한편, 위 두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표장상품의 생산, 판매가 과연 상표적 또는 의장적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왜냐하면, 일본상표법 50조에서는 상표를 3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불사용 상표에 대해 취소심판을 청구하여 그 상표의 효력을 상실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우리 상표법 73조 또한 그와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표장의 상표적 사용과 관련한 일본의 판례가 있어 소개한다. 사안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1996. 11. 6. 도형 1과 같이 ‘머리에 2개의 새털 장식을 붙인 인디언이 왼쪽을 바라보는 옆얼굴을 원형의 배경에 표시한 형태의 도형상표’를 지정상품류 구분 25류의 양복, 코트, 쉐터류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상표출원하여 1998. 5. 15. 등록 제4145016호로 설정등록하였다. 피고는 2002. 4. 17. 특허청에 원고를 상대로 하여 3년간 불사용을 이유로 등록상표에 관하여 등록취소심판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는 티셔츠 또는 스웨터 등의 배부 또는 흉부의 거의 전체면 또는 상반부에 걸쳐, 도형 2와 같이 「SIOUX VALLEY」「DAYTONA」「INDIAN MOTORCYCLE」등의 영문자 문자와 각종의 도형을 다수 조합하여, 디자인(모양)화 하고, 그 중앙좌측부에 등록상표와 거의 동일한 도형(사용표장이라 함)을 위치하게 한 티셔츠, 츄리닝 또는 스웨터를 판매하거나 광고하였으므로 등록상표를 사용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특허청은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3년간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등록상표의 등록을 취소하는 심결을 하였고, 이에 대해 원고가 동경고등재판소에 위 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동경고등재판소는 표장의 동일성과 관련하여 ‘사용표장 중 머리에 2개의 새털의 장식을 붙인 인디언이 왼쪽을 바라보는 옆얼굴을 나타내고 있는 구성부분은 등록상표와 거의 동일한 도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등록상표의 구성 중 식별성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원형의 배경 테두리 구성 부분에 관하여 약간의 변경 내지 부가 (三角弧, 이중선의 원형, 「INDIAN MOTORCYCLE」등의 영문자의 부가)가 있을 뿐이므로 등록상표와 사용표장은 사회통념상 동일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하고, 나아가 상표적 사용과 관련하여, ‘티셔츠, 츄리닝 등의 배부 또는 흉부의 거의 전체면 또는 상반부에 걸쳐 「SIOUX VALLEY」「DAYTONA」「INDIAN MOTORCYCLE」등의 영문자와 각종 도형을 다수 조합하여 디자인(모양)화함으로써 전체로서 의장적인 기능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사용표장은 그 구성요소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가령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상표법 50조 소정의 사용의 의의를 한정적으로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도형이 특정한 업무를 행하는 자의 상품 또는 서비스에 사용하는 표장으로서 상표법 2조 1항 소정의 상표에 해당되는지의 여부와 이것이 물품의 외형에 있어서 시각을 통하여 미감을 일으키게 하는 창작으로서 의장법 2조 소정의 의장에 해당되는지의 여부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전혀 모순 배반하는 것이 아니고, 물품에 의한 어떤 도형이 시각을 통하여 미감을 일으킬 경우에 이것을 접한 거래자 또는 수요자가 당해 표장을 사용하는 자의 업무에 관한 상품 또는 서비스임을 인식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상표와 의장의 쌍방에 해당되는 도형이라고 말하는 것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렇다면 사용표장이 그 자체로서 혹은 다른 문자나 도형과의 조합에 의한 의장적인 기 다하고 있다고 해서 표장으로서의 자타식별력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동시에 상표에도 해당된다 할 것이다. 사용표장의 위 사용양태에 비추어 보면, 사용표장은 위와 같은 영문자와 각종 도형을 조합한 전체의 안에 있고, 다른 문자나 도형과 분리 관찰하는 것이 불가능 또는 어렵다고 말할 정도로 일체불가분으로 결합되어 있다거나, 사용표장 부분만을 꺼내어 식별 인식할 수 없을 정도의 각별한 사정은 인정되지 않고, 거래자 또는 수요자는 사용표장에 착목하고 이를 독립된 도형상표로서 인식하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등록상표의 사용사실을 인정하여 특허청의 심결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한편, 우리 대법원 2000. 12. 26. 선고 98도2743 판결에서도 의장과 상표는 배타적, 선택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의장이 될 수 있는 형상이나 모양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상표의 본질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자타상품의 출처표시를 위하여 사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위 사용은 상표로서의 사용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일본의 판례와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2003-07-24
난파물제거채권과 책임제한
【사안】 원고 파르텐리데라이 엠에스 알렉산드리아 소유의 컨테이너선 알렉산드리아호와 피고 차이나 쉬핑 디벨롭먼트 컴퍼니 리미티드 소유의 화물선 신화 7호가 쌍방과실로(원고와 피고의 과실비율은 3:7) 충돌하여 알렉산드리아호가 침몰하였다. 이로 인하여 알렉산드리아호 안에 있던 기름이 유출되어 부산 앞바다를 오염시키고 알렉산드리아호에 적재되어 있던 컨테이너들이 바다를 떠다니면서 타 선박의 항해에 지장을 초래하였다. 이에 부산해경은 원고에게 기름을 제거하고 컨테이너를 수거하라는 방제명령을 하였고, 원고의 책임보험자인 영국의 스팀쉽 뮤추얼 피앤아이 클럽은 한국해양산업에게 기름오염 방제비용 약 10억원, 협성검정에게 컨테이너 인양비로 약 6억5천만원을 지출하였다. 원고는 자신이 지출한 방제비용과 인양비용 총 16억 5천만원을 가해선박인 피고에게 구상청구하였으나 피고는 선주책임제한 절차를 신청하였다. 그런데 원심 부산고판 1999.1.8 98나8066은 원고의 이같은 구상채권은 책임제한의 적용을 받는다고 판시하여, 원고는 자신의 손해액의 일부만을 피고로부터 배상받게 되었다. 원고는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례요지】 1. 상법 제748조 제4호에 의하면 ‘침몰, 난파, 좌초, 유기 기타의 해양사고를 당한 선박 및 그 선박 안에 있거나 있었던 적하 기타의 물건의 인양, 제거, 파괴 또는 무해조치에 관한 채권’(‘난파물 제거채권’)에 대하여 선박소유자는 책임을 제한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조항의 문언상 책임제한을 주장하지 못하는 선박소유자는 침몰 등 해양사고를 당한 당해 선박의 소유자로 한정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2. 제748조(책임제한을 할 수 없는 채권) 제4호는 단지 ‘…에 관한 채권’이라고 규정할 뿐, 상법 제746조(책임제한을 할 수 있는 채권) 각 호의 규정과 같이 ‘…로 인하여 생긴 손해에 관한 채권’이라 규정하지 아니하였다. 3. 상법이 1976년 런던에서 체결된 해사채권에 관한 책임제한조약(‘1976년조약’)의 제2조 1항 (d)호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유보조항에 따라 난파물 제거채권에 대하여 책임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이를 제한채권으로 하면 난파선의 대집행비용도 제한채권이 되어 선주가 자발적으로 난파선을 제거하지 않는 것이 유리해 지기 때문에 의무이행을 강제하기 위함이다. 4. 1976년조약은 1957년 항해선박 소유자의 책임제한에 관한 국제조약(‘1957년 조약’)에 연원을 두고 있다. 5. 입법취지 및 연혁상 제748조 제4호는 선박소유자에게 해상안전, 환경보전 등 공익적 목적으로 법령상 제거의무가 부과된 경우에 한하여 난파물 제거채권에 대하여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 같은 의무를 부담하는 선박소유자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입은 손해에 대하여 가해선박에게 구상하는 채권은 난파물 제거채권으로 볼 수 없고 제한채권으로 보아야 한다. 【평석】1. 상법 제748조 제4호의 입법취지와 1976년 조약 1976년 런던회의에서 국제해운회의소, 리베리아 등 해운국들은 난파선 제거비용에 대하여 무한책임을 부과한다면 선주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보험료가 지나치게 높아지게 된다는 이유로 난파선 제거채권에 대하여 책임제한을 허용하자고 주장하였다. 이들에 의하면 선박이 항구에 입항하던 중 충돌하는 등 도선사의 과실로 선박이 훼손되더라도 항만당국이 선박의 손해를 전부 전보하여 주는 경우는 드물고 선박소유자가 선박보험금을 지급받음으로써 해결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반면에 항구 입구의 난파선을 제거하면 1차적인 수혜자는 항만당국이므로, 항만당국이 선주에 대하여 난파선 제거비용을 전부 청구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1976년 조약 의사록, 113, 233쪽). 반면에 미국, 캐나다, 프랑스, 싱가포르, 인도 등은 항해의 안전이나 공중보건을 위하여 난파선 제거채권에 대하여 선박소유자에게 무한책임을 지울 것을 주장하였다(1976년조약 의사록, 232쪽). 나아가 프랑스 대표는 설사 난파선 제거채권이 비제한채권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난파선 제거채권에 일반 물적손해채권보다 우선적 지위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같은 대립의 절충안으로서 1976년 조약은 제2조 제1항 (d)호에서 원칙적으로 이를 제한채권으로 하되, 개별국가가 국내법으로써 난파선 제거채권을 제한채권으로 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하였다. 이에 따라 일본과 우리나라는 난파선 제거채권을 비제한채권으로 한 것이다. 아르헨티나, 벨기에, 폴란드 등이 난파선 제거채권에 대하여 유보조항을 두는 것은 조약의 통일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반대하였는데도 1976년 조약이 굳이 유보조항을 둔 것은 난파선 제거채권을 제한채권으로 하는데 대하여 국제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알제리아, 노르웨이 대표는 난파물 제거채권에 대하여는 1976년 조약이 아닌 별도의 국제조약을 체결하여야 한다고까지 주장하였다. 따라서 1976년 조약 제2조 1항 (d)호가 난파선제거채권을 제한채권으로 규정하였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으며, 우리법의 해석상 어디까지나 제748조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2. 비판 제748조 제4호는 ‘침몰 등 해양사고를 당한 선박 및 그 선박 안의 물건의 인양 등에 관한 채권’은 비제한채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해양사고를 당한 선박이나 적하 등이 해상에 그대로 방치될 경우 다른 선박이 통행을 방해받고 제2의 충돌사고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조항의 1차적인 적용을 받을 채권자는 항만을 관할하는 국가이겠지만, 난파선 제거채권에 대하여 책임제한을 허용하면 민간제거업자가 자신의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염려 때문에 난파선 제거작업을 꺼려 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난파선 제거채권에 대하여 무한책임을 지운 것은 타당한 입법이다. 참고로 1976년 조약 하에서도 선박소유자와 침몰선 제거계약을 체결한 자의 보수청구권에 대하여는 선박소유자가 책임을 제한할 수 없다(제2조 2항). 상법은 1976년 조약에서 제한채권으로 되어 있는 난파선 제거채권이 비제한채권임을 명확히 하였다. 그렇다면 제748조 4호는 난파선 소유자가 국가뿐 아니라 민간제거업체의 제거비용에 대하여도 무한책임을 진다는 내용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나아가 난파선 소유자가 이같은 제거비용을 국가나 민간업체에 대하여 지급한 후 이를 상대선에 대하여 구상할 경우에 이같은 구상채권을 구태여 제한채권으로 할 근거는 박약해 보인다. 이같은 구상채권도 역시 비제한채권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제748조 4호의 문언상 자연스런 해석이 아닐까 생각한다. 통상 난파선 소유자가 직접 난파선이나 바다에 떠다니는 기름이나 화물을 제거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난파선 제거 전문업체에 위탁하여 이를 수행하게 된다. 그런데 이 같은 채권이 책임제한을 받게 된다면, 민간업체는 장래 채권회수를 염려하여 난파선 제거작업에 쉽게 응하지 않게 될 것이다. 예컨대 이 사건과 같이 부산 태종대 앞 바다나 주요 항로에 대형화물선이 절반쯤 좌초되어 방치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그 불편이나 위험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물론 난파선 제거업체는 난파선 소유자에게 소요비용을 청구할 것이지만, 추후의 가해선에 대한 구상청구에서 제한채권으로 판명될 것이 예상되는 제거작업에 대하여 난파선 소유자가 해양경찰의 제거명령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를 이행할지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문제점이 있다.
2001-01-15
학교환경 정화구역안에서 금지된 행위
1.서론 학교보건법은 학교의 보건관리와 환경위생 정화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학생 및 교직원의 건강을 보호·증진함으로써 학교 교육의 능률화를 기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제1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이 설정되며 그 정화구역 안에서는 법에 정한 일정한 행위가 금지되고 금지행위에 제공되는 시설의 설치도 금지된다(제5조, 제6조). 정화구역 안에서의 금지행위로 규정된 내용을 보면 극장, 여관, 당구장, 사행행위등 여러 6가지를 13개 항목으로 묶어 열거하고 14번째로(제6조 제1항 제14호)「기타 제1호 내지 제13호와 유사한 행위 및 시설과 미풍양속을 해하는 행위 및 시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 및 시설」이라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금지행위 위반에 대한 처벌내용을 규정한 벌칙규정이 있다(제19조). 따라서 대통령령으로 새로운 종류의 행위 및 시설을 정화구역안에서의 금지행위 및 시설로 정하면 이를 위반해도 처벌대상이 되는 것임은 자명한 이치이다. 2.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1988년부터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안에서 「컴퓨터게임장」시설을 하고 영업을 계속하여 왔는데 당시는 그것이 정화구역안에서의 금지행위로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1990. 12. 31. 대통령령이 개정되면서 「컴퓨터 게임장」도 금지행위로 추가되었다(학교보건법 시행령 제4조의 2 제1호). 그러면서 동시행령 개정때(1990. 12. 31)부칙에서 이미 설치한 시설은 1995. 12. 31.까지 이전 또는 폐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즉 피고인의 경우는 1988년부터 정화구역안에서 「컴퓨터 게임장」을 설치 운영하던 사람으로서 지금까지는 금지된 행위가 아니었으나 시행령 개정으로 금지행위로 추가되었으니 앞으로는 그 행위가 금지되는 것이고 위반하면 처벌 받게 된 것이다. 다만 시행령 부칙에 5년간 즉 1995. 12. 31.까지의 유예기간이 정해져서 한숨놓이게 된 상태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위 유예기간이 경과한 이후에도 계속「컴퓨터 게임장」을 운영했다 해서 기소된 사건이다. 3.원심의 판단 원심은 제1심 판결이 정당하다하였는데 제1심은 정화구역안에서는 「컴퓨터 게임장」시설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음에도 피고인은 1996. 11. 1.부터 정화구역내에서 전자오락기 55대를 설치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유기장업의 시설을 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의 행위는 학교보건법 제19조, 제6조 제1항 제14호에 해당하여 유죄라고 판단하였다. 4.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문제의 「컴퓨터 게임장」에 관한 금지규정이 대통령령의 개정으로 새로 추가된 이후 신규로 시설을 설치하는 행위「만」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그 이전에 설치한 시설을 계속 운영하는 행위는 금지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부칙규정 즉「컴퓨터 게임장」을 정화구역안에서의 새로운 금지행위로 규정하면서 5년간의 유예기간을 정한 규정은 「기존시설을 계속 운영하는 행위를 한정적으로 제한」한 것에 불과하며 이전·폐쇄 의무 위반에 대한 벌칙규정은 없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원심은 법 제6조 제1항, 제19조 및 시행령부칙 제2항의 적용범위를 오해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5.필자의 견해 그러나 필자는 위 대법원의 판단에 찬성하기 어렵다.「컴퓨터 게임장」에 관하여 새로 마련된 금지규정이 어떠한 논거로 신규로 시설을 설치하는 행위 「만」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5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었으며 그 유예기간 경과후에는 기존에 설치하고 운영하던 행위도 전면금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5년간의 유예기간을 정한 부칙에 관하여 「기존 시설을 계속 운영하는 행위는 금지된 것으로 볼 수 없고 다만 시설을 이전·폐쇄할 의무를 부과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설시 부분 역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사건 공소사실은 금지행위 위반이지 시설의 이전·페쇄의무 위반은 아니라고 본다. 「컴퓨터 게임장」의 설치 운영을 금지행위로 추가함으로써 벌써 시설의 이전·폐쇄의무가 생긴 것이고 다만 부칙으로 5년간의 그 유예기간을 둔 것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은 부칙위반사건이 아니고 금지규정위반사건이라고 본다. 즉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제14호 동 시행령 제4조의 2 제1호 위반행위를 기소한 것이다. 따라서 「법 제19조는 시행령 개정시행일 이전에 이미 제한구역안에서 컴퓨터 게임장의 시설을 설치한 자가 부칙 제2항에 정한 기한까지 이를 이전·폐쇄하지 아니하고 시설을 유지하면서 운영하는 행위에 대한 벌칙규정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에 찬성할 수 없는 것이다.
1998-12-28
유료직업소개사업 허가제의 위헌성
Ⅰ, 들어가는 말 1996년 10월31일, 헌법재판소는 (구) 職業安定및雇用促進에관한法律(1967.3.30. 법률 제1952호로 제정되고 1989.6.16. 법률 제4135호로 최종 개정된 것) 제10조제1항 등 違憲訴願에 관한 93헌바14의 결정에서, 「유료직업소개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위 법의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상의 「職業紹介」라 함은 「구인자와 구직자간」에 「雇傭契約」의 「성립을 斡旋」하는 것이다(법 시행령 2조1항). 그러한 점에서, 1998년 2월24일 제정되어 7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派遣勞動者保護등에관한法律」에 따른 근로자파견 즉 「자기가 고용하는」근로자를 「타인의 지휘·명령을 받아」「타인을 위하여」「근로에 종사케 하는」파견의 개념과 똑같지는 아니하지만, 「有料」직업소개사업은 일정 대가성을 전제로 하면서 그 대상이 근로자의 노동력이며 이를 알선하는 계약이라는 점에서, 供給契約에 의하여 근로자를 타인에게 사용시키는 사업인 「勤勞者供給事業」(법 3조1항)과 성격이 유사하기에, 유료직업소개-근로자공급-근로자파견 간의 比較에 따른 評釋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Ⅱ, 事件의 槪要·經過 및 憲裁의 決定1, 事件의 槪要 이 사건은, 청구인들이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유료직업소개사업을 하였다는 공소사실과 구 직업안정및고용촉진에관한법률(이 법률은 1994년1월7일 법률제4733호의 「職業安定法」으로 대치되었다. 직업안정법에서도 (구)법에서와 같이 「有料」직업소개사업의 경우 「國內」유료직업소개사업이라면 시·도지사의 허가를, 「國外」인 경우에는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한다, 법 19조) 제30조, 제10조제1항을 적용 법조로 각 기소되어 그 사건(92고단2411)이 서울형사지방법원에 계속중 위 법률 제10조제1항(유료직업소개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2항(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허가의 종류·요건·대상 기타 허가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92초5384), 1993. 4. 26. 기각되자, 같은해 5. 6. 헌법재판소법 제68조제2항에 의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다(헌법재판소 판례집 제8권 2집(1996), 426면 참조). 2, 請求人들의 主張과 關係機關의 意見 請求人들의 주장은, 「직업안정법 제10조제1항에서 유료직업소개사업에 대한 허가제를 실시하여 국민의 기본권적인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가하면서도 허가여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한계의 설정을 예측할 수 있는 어떠한 기준도 법률에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법 제10조 제2항에서 허가의 종류, 요건, 대상 기타 일체사항을 대통령령에 포괄위임한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 난 위헌법률이고 또한 헌법 제15조가 보호하고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다.」는 것이다. 法院의 違憲提請棄却理由는, 「직업소개사업은… 공익적 목적을 위한 것이긴 하나… 인권침해 등의 부작용 또한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직업소개사업에 대한 일정한 제한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므로… 헌법상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것만으로도 명확하고…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 난 것이 아니다.」(헌판집 8-2, 427-428면). 勞動部長官의 意見도 대체로 법원의 이유와 같다(헌판집 8-2, 428-429면). 3, 憲法裁判所의 判斷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쟁점 내지 판시사항은, 직업안정법 제10조제1항 유료직업소개사업의 허가 규정이 직업선택의 자유 및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 난 것인지의 여부에 대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유료직업소개업도 헌법 제15조에서 보장하는 직업에 해당」하며 (헌법판례집 8-2, 430면), 직업소개업무는 성질상 사인이 영리목적으로 운영할 경우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상의 위험, 근로조건의 저하, 공중도덕상 해로운 직종에의 유입, 미성년자에 대한 착취, 근로자의 피해, 인권침해 등의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위 법률 제10조제1항에서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만 유료직업소개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은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정당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에 비치어 볼 때 합리적인 제한이고 직업선택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하였다(헌판집 8-2, 432면). 또한 「유료직업소개사업의 허가는 금지된 영업의 자유를 회복하여 주는 것이고, 그 허가기준을 미리 법률로 상세하게 정하기는 입법기술상 매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위 법 제10조제2항에서 더욱더 구체적으로 허가기준을 정하지 아니하였다고하여 포괄위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헌판집 8-2, 433-434면). 裁判官 김진우, 황도연, 이재화, 조승형은 反對意見에서, 「위 법률 제10조제2항은 기본권침해영역을 규율하면서 간접적으로 형사처벌을 위한 구성요건을 정하는 규정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므로, 그에 관한 입법의 위임은 명확성·구체성의 요건이 엄격히 갖춰진 경우에 한하여 헌법적으로 허용된다고 할 것인데, 그 法文… 관련 법률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살펴보아도 국민이 직업소개업의 허가에 관한 요건의 기본적 윤곽을 이끌어 낼 수 없으므로 입법위임에 있어서 필요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Ⅱ, 憲裁決定의 評釋 헌법재판소가 내린, 「유료직업소개사업」에 대한 「허가」를 정한 법 규정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며 포괄적인 위임입법도 아니어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논점은 모두 「유료직업소개업」의 「의의」가 법 규정상 명확하게 되어 있느냐에 따라서 가려지는 사항이므로, 이에 주목해서 평석을 행하고자 한다. 1, 有料職業紹介事業의 法制的 意味 유료직업소개사업은 노동부장관이 결정한 요금을 받고 행하는 직업소개사업이다(구 직업안정법 시행령 2조6항). 즉 일정한 對價를 받고 행하는 직업소개이다. 이때 「직업소개」라 함은 「구인자와 구직자간에 雇傭契約의 성립을 斡旋하는 것」이다(법 시행령 2조1항). 그렇다면 「유료」직업소개사업은, 供給契約에 의하여 근로자를 타인에게 사용시키는 사업인 「勤勞者供給事業」(법 3조1항)과 그 성격이 유사 내지 같다고 하겠다. 고용계약이나 공급계약 모두 「사람의 노동력」을 대상으로 하며, 「공급계약」이란 구인자와 구직자간의 「노동력」의 성립을 알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공급이나 알선은 계약이기에 유료직업소개업은 민법상의 법률행위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받아, 직업안정법상 자체의 제한을 論外로 하는 한, 유료직업소개업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지 않는 한 무효로 되지 아니하고(민법 제103조 참조), 민법상 雇傭(제655-663조)과 都給(제664-674조) 계약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어 누구라도 당연히 이를 행할 수 있다. 나아가 상법(제46조제5호)에서는 「勞務의 都給의 引受」를 「營業」으로 하는 것을 상행위로 보므로 누구라도 자기명의로 그러한 행위를 영업으로 행하면 상인으로서 자유로이 행할 수 있다. 다만 유료직업소개업의 목적물은 물질적 객체가 아니라 사람의 노무 즉 勞動力이다. 때문에 그 노동력의 주체인 근로자의 권익보호라는 입장에서 이에 관하여 정한 최고의 규범인 憲法에서 인정하는 근로기본권(헌법 32조 및 33조)에 합치되는 범위 내에서의 직업소개업이 인정된다. 기본권은 그 객관적 가치질서로부터 나오는 파급효과에 의하여 사인간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때 유료직업소개업의 許·否 判斷의 기준이 되는 規範이 노동력을 제공하는 근로자의 입장에서 볼 때,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에 노력하여야…」한다는 조항이며(헌 32조1항1문, 2문전단), 공급자 즉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직업의 자유이다(헌 15조). 따라서 그와 같은 양 基本權的 價値간의 調和關係의 적절한 판단이 중요 부분이다. 노무의 도급의 인수에 관한 계약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며(헌법 10조2문), 다만 질서유지나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내에서 제한될 수 있을 뿐이고 그러한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은 보호된다(헌 37조2항 참조). 구체적으로 유료직업소개업 계약은 민법 제103조에 따라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을 위한 사회적·경제적 방법에 해당되어야 하고 나아가 근로의 권리의 보호 관점에서도 제한된다. 물론 그것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내의 제한이어야 한다. 그리하여 勤勞基準法 제8조는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타인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노동력의 중간착취의 원칙적 금지 즉 유료직업소개업 내지 근로자파견 또는 근로자공급「業」의 원칙적 금지를 정한 것이다. 이때 「타인의 就業에 介入하여」라 함은 근로관계의 당사자간에 제3자가 개재해서 근로관계의 개시 및 존속 등에 관하여 알선 또는 주선을 하는 등 그 근로관계에 관하여 어떠한 인과관계를 가지는 관여를 하는 것으로 넓게 해석되므로(日本最高裁 1956. 3. 29.), 명칭이 유료직업소개업이든지 노무의 도급의 인수이든지 근로자 공급사업이든지 또는 근로자의 파견이든지 금지된다. 다만 예외적으로 특정의 직업에 한하여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할 수 있는 바, 그것이 (구) 職業安定法이므로 제10조제1항의 법 규정이 직업의 자유(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은자만 사업이 가능하므로)와 포괄적 위임입법금지(기본적 사항이 법률아닌 시행령에 위임되어 있으므로), 과잉금지(명백·현존의 위험이 없음에도 노조외의 자에게는 사업을 금지하므로), 그리고 신체의 자유(그 자체의 위헌·무효인 조항에 근거한 처벌이므로)를 침해하는 위헌규정인가의 여부가 논의된다. 2, 有料職業紹介業의 槪念과 範疇設定 不明確性에 기한 違憲性 유료직업소개업은 공급사업주와 근로자간에 고용관계가 있는 근로자파견사업과 그러한 관계가 없는 근로자공급사업 등과 구별하면서 그 합법성 여부를 따져야 하는데, 이때 유료직업소개업에 대한 허가제나 신고제는 알선자와 근로자간에 고용관계가 없는 경우에만 적용되며, 일반적으로 고용관계에 있다면 누구나 그러한 소개업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공급사업주와 근로자간에 ① 고용계약 관계가 없음, ② 사실상 지배관계가 있음, ③ 고용계약 관계가 있음 등의 어느 경우에 속하느냐에 따라,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행하는 유료직업소개업은 불법이 되든지 아니면 노동력 공급사업까지 포함해서 누구나가 상행위로서 행할 수 있는 서비스업이 되든지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료직업소개업」에 대한 개념이 법에는 규정되지 아니하고 법 시행령에서, 「노동부장관이 결정한 요금을 받고 행하는 구인자와 구직자간의 고용계약의 성립을 알선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법 시행령 2조1항, 6항). 그런데 이 조항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근로자에 대한 알선자와 사용자 사이의 공급계약에 대해서만 언급할 뿐, 그 알선자와 노동력을 제공하는 근로자간의 법률적 관계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는 등, 槪念設定이 不明確하게 되어 있다. 이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어떠한 범주의 설정도 동 조항이나 시행령에서는 정하지 않고 있다. 자기의 지배관계(사실상 지배관계나 고용계약관계 모두를 포함)하에 있는 근로자를 타인의 요구에 따라 사용하게 하는 것이 유료직업소개업인지, 알선자와 근로자간에 고용관계가 없을 때에도 그에 속하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개념 설정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유료직업소개업에 관하여 정한 직업안정법과 동 법 시행령의 해당 조항은 불명확성을 지닌다. 결국 유료직업소개업이 지니는 근로자공급사업이나 근로자파견사업과의 한계를 확실하게 가리지 아니 하는 한, 위 법은 包括的 委任立法의 禁止라는 헌법 제75조에 위반되는 위헌규정이다. 유료직업소개업의 개념을 「사실상의」 지배관계나 계약관계가 있는 경우로 볼 경우에도, 위 법과 동 시행령에 따르면 반드시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를 받지 아니 했을 때에는 형사벌을 받는 만큼, 허가를 받아야 할 사업의 의의와 범주에 대한 정의와 기본되는 사항은 중요사항으로서 최소한 법률에 규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두 시행령에 규정함은 헌법 제75조의 包括的 委任立法禁止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불명확한 구성요건 규정에 의하여 형사처벌을 함으로써 형벌법규의 明確成을 요구하는 罪刑法定主義(헌 12조, 13조)에 위배되며, 법률이 아닌 명령에 의한 처벌이라는 점에서도 法律없으면 범죄없다는 원리에 어긋난다. 3, 職業自由와 勤勞基本權의 規範的 不調和性에 기한 違憲性 직업안정법이 유료직업소개업을 특히 제한함은 알선된 근로자의 근로권의 보호를 위해서이며, 그러한 취지는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알선 사업주의 직업 내지 영업의 자유에 대한 피할 수 없는 제한이 된다. 따라서 직업안정법상 유료직업소개업에 대한 노동부장관의 허가는 알선 사업주의 직업의 자유와 알선된 근로자의 근로기본권이 規範的으로 調和되어야지, 알선 근로자의 근로권만이나 알선사업주의 영업의 자유만을 무한으로 보장하는, 양자택일의 利益衡量에 의한 법 규정 형식은 어느 한 기본권을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잉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직업안정법에는 최소한의 본질적인 중요사항만을 정해야 함에도, 그 개념과 범주가 불명확한 유료직업소개업이라는 용어, 노동부장관의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는 허가제 등 국가영역에서의 권위적인 裁斷만 있을 뿐, 社會領域에서 어떻게 어느 범위까지 허용할 것이냐에 관한 헌법규범적 고려는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유료직업소개업을 하고자 하는 자의 직업의 자유가 합리적인 이유없이 제한되어 법앞의 평등(헌 11조)에도 위배된다.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가 1933년(제34호) 유료직업소개협약(Free-Charging Employment Agencies Convention)을 개정한 1949년의 제96호 협약에서 영리목적의 유료직업소개소의 폐지 및 기타 직업소개소의 규제를 하든지 아니면 유료직업소개소의 전반적 규제를 하는 것중의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을 규정했음을, 우리는 참작해야 한다. 이러한 국제조약은 「일반적으로 승인한 국제법규」(헌법 6조1항)로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인정되어 위 위헌소원 사건에서의 판단에 참조될 수 있다. 결국 규범적 가치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보거나 국제적 태도에서 보거나 구 직업안정법상의 유료직업소개업의 규정내용은 헌법 제37조제2항의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한계범주를 넘었다. 즉 알선 사업자의 직업의 자유에 대한 제한 目的의 正當性은 인정될 수 있으나 제한방법에 있어서 합리적 근거없이 일절 허가를 받은 자 외에는 근로자의 노무의 도급의 인수로서의 성격이 있는 유료직업소개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 適切性을 지니지 못한다. 그리하여 일반 국민이 받게 되는 경제적·사회적 피해가 직업의 자유의 본질뿐만 아니라 평등권을 침해할 정도의 過剩이고, 나아가 단순한 행정 질서벌인 과태료에 그치지 아니하고 형사상 처벌도 과하는 점에서 그 制限의 最小性도 지키지 못한 것이다. 결국 알선된 근로자의 근로의 권리보호와의 법익 형량에서도, 규범조화적 해석에 의한 實質的 調和의 考廬에 따른 입법이 되지 못함으로써, 균형성 역시 지키지 못하였다. 현실적으로도 유료직업소개업의 범주설정이 명확히 되어 있지 아니 하여, 필요한 단속은 하지 못하고 오히려 선량한 사업자가 사회적 방법에 의하여 행하는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도 막게 되는 등, 사실상 취업하고자 하는 근로자의 권익만 보호하지 못하는 결과를 오히려 가져 올 수 있다. Ⅲ, 결 론 유료직업소개사업-근로자공급사업-근로자파견사업 등 각 제도의 한계를 「법률상」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은 (구) 직업안정법상의 유료직업소개사업의 허가에 대한 제10조1항과 제2항은, 직업선택의 자유, 근로 3권, 그리고 행복추구권 등에 합치하지 않는 違憲 條項으로 評價된다. 1998년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법률」이 제정되었음은 헌법재판소의 위 합헌결정이 「立法論上으로도」타당성이 부족함을 반증하는 예이다.
199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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