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8일(일)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이혼
검색한 결과
60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가사·상속
민사일반
[202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7. 가족법
1. 가족관계등록부 성명란의 성(姓)의 등기기록 정정 기준[대법원 2020. 1. 9.자 2018스40 결정] 가. 대상결정의 요지 가족관계등록제도는 국민의 출생·혼인·사망 등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사항을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이 정한 절차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하여 공시·공증하는 제도이다(제1조, 제9조). 따라서 가족관계등록부는 그 기재가 적법하게 되었고 기재사항이 진실에 부합한다는 추정을 받는다. 그러나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에 반하는 증거가 있거나 그 기재가 진실이 아니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추정은 번복될 수 있다. 따라서 어떠한 신분에 관한 내용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었더라도 기재된 사항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음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기재내용을 수정함으로써 가족관계등록부가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도록 하여야 한다. 나. 검토 신청인은 어린 시절부터 '금**'라는 이름으로 생활해 왔고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 외에 신분증명을 위하여 사용되는 다른 주민등록표, 여권 등에는 '금'이라는 한글 성이 기재되어 있으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신청인의 성명이 '김**(金**)'로 표기되어 있어 성명에 관하여 공적 장부들의 기재가 불일치하고 이로 인하여 상속등기 등 권리실현에 장애가 발생하자 가족관계등록부상 성의 표기를 '금'으로 정정해 달라는 신청을 하였다. 원심은 이와 같은 사유가 등록부의 기록이 법률상 허가될 수 없거나 그 기재에 착오나 누락이 있는 경우이거나 제105조 제1항의 창설적 신고가 무효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신청인의 정정신청을 기각하였으나 대상결정은 성명을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여 이기하도록 한 구 호적법 시행규칙의 개정 경과, 가족관계등록부 성명란의 작성경위, 신청인이 출생 시 또는 유년시절부터 한자 성 '金'을 한글 성 '금'으로 사용하여 오랜 기간 자신의 공·사적 생활영역을 형성하여 온 사정, 신청인이 등록부정정을 신청하게 된 이유, 가족관계등록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고려하여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상 한글 성을 '금'으로 정정하도록 허용하였다. 대상결정은 가족관계등록부 기재의 추정력과 함께 이를 번복할 수 있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2. 재판상 이혼 시 자녀의 양육에 관하여 공동양육을 명할 수 있는 기준[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8므15534 판결] 가. 대상판결의 요지 자녀의 양육은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로서 미성년인 자녀의 복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에 미성년인 자녀의 양육자를 정할 때에는 미성년인 자녀의 성별과 연령, 그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양육의사의 유무는 물론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의 유무, 부와 모가 제공하려는 양육방식의 내용과 합리성·적합성 및 상호 간의 조화 가능성, 부 또는 모와 미성년인 자녀 사이의 친밀도, 미성년인 자녀의 의사 등의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성년인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민법 제837조, 제909조 제4항 및 제5항,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의 3) 및 5) 등에 따르면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법원이 친권자를 정하거나 양육자를 정할 때 반드시 단독의 친권자나 양육자를 정하도록 한 것은 아니므로 이혼하는 부모 모두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재판상 이혼의 경우 부모 모두를 자녀의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은 부모가 공동양육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양육에 대한 가치관에서 현저한 차이가 없는지, 부모가 서로 가까운 곳에 살고 있고 양육환경이 비슷하여 자녀에게 경제적·시간적 손실이 적고 환경 적응에 문제가 없는지, 자녀가 공동양육의 상황을 받아들일 이성적·정서적 대응능력을 갖추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양육을 위한 여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나. 검토 대상판결은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미성년자인 자녀의 양육자를 정하는 기준을 다시 한 번 확인함과 동시에 부모 모두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에서 부모가 가까운 장래에 공동양육과 방법에 대하여 서로 원만하게 협력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며 향후 자녀를 공동양육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을 충분히 협의할 수 있게 되더라도 공동양육을 통하여 부모 각자의 거주지를 오갈 자녀의 경제적·시간적 손실과 정서적 불안정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오히려 일방에 대한 양육자 지정과 상대방에 대한 면접교섭을 통해서도 공동양육자 지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대부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부모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고 공동양육의 방법을 정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현재의 유책주의 이혼법제에서는 당사자가 부정행위, 유기, 부당한 대우 등 첨예한 갈등이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사유로 이혼하게 되는 사정을 주장 입증하여야 하고 부모와 자녀가 공동양육의 상황을 받아들일 이성적·정서적 대응능력을 갖추기 어려워 실제로 공동양육이 허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3.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대법원 2020. 6. 7.자 2020스575 결정] 가. 사실관계 대한민국 국민인 신청인은 2013년 8월경부터 사실혼 관계에 있던 중국 국적 여성 Y와 사이에서 딸인 사건본인이 출생하자 사건본인의 출생증명서를 첨부하여 관할 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하였다. 사건본인의 출생증명서에는 Y의 성명, 생년월일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Y는 이미 중국 당국으로부터 여권 갱신이 불허되어 Y의 혼인관계증명서나 Y가 자녀의 출생 당시 유부녀가 아님을 공증하는 서면, 2명 이상의 인우보증서 등 서류 등 혼인 외 자녀의 父가 출생신고할 때 첨부해야 할 서류를 제출할 수 없었다. 이에 신청인은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에 규정된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이 사건 신청을 하였으나 제1심법원과 항고심법원은 모두 기각하였다. 나. 대상결정의 요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에 대하여 국가가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거나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아동으로부터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다(헌법 제10조).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국가가 운영하는 제도를 이용하려면 주민등록과 같은 사회적 신분을 갖추어야 하고 사회적 신분의 취득은 개인에 대한 출생신고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취지, 입법연혁, 관련 법령의 체계 및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의 중요성을 함께 살펴보면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은 같은 법 제57조 제1항에서 생부가 단독으로 출생자신고를 할 수 있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44조 제2항에 규정된 신고서의 기재내용인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신고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문언에 기재된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는 예시적인 것이므로 외국인인 모의 인적사항은 알지만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또는 모의 소재불명이나 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발급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등과 같이 그에 준하는 사정이 있는 때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다.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친부의 출생신고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의무는 모에게 있지만(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부(父)도 혼인 외 자녀에 대하여 출생신고를 할 수 있고 이때 그 신고는 인지의 효력이 있다(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1항). 비혼모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부를 불상으로 기재할 수 있지만 부가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때에는 모의 혼인관계증명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가 있는 경우에 그 모가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되어 있는지가 분명하지 아니하거나 등록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부는 모에게 배우자가 없음을 증명하는 공증서면 또는 2명 이상의 인우인의 보증서를 제출하여야 하므로[출생신고에 관한 사무처리지침(2015. 1. 8. 제정 가족관계등록예규 제412호) 제8조] 모를 불상으로 기재할 수는 없다. 이는 민법상 친생추정 제도와 관련이 있는데 모가 부(夫)가 아닌 생부를 자녀의 부(父)로 기재하는 출생신고를 수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생부가 출생신고를 하여야 하나 모의 인적사항을 모를 때에는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고 먼저 자녀의 미성년후견인 또는 특별대리인으로 선임된 후 관할 가정법원으로부터 자녀의 가족관계등록창설 및 성본 창설 심판을 받고 가족관계등록창설신고 및 인지신고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생부가 자녀의 부로 기재될 수 있었다. 이처럼 생부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어도 모의 인적사항을 모르면 비록 유전자검사를 통하여 친자관계가 과학적으로 증명되더라도 출생신고를 할 수 없고 여러 절차를 거쳐야 부자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이런 어려움으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의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 2015년에 가족관계등록법이 일부 개정되었다(법률 제13285호, 일명 '사랑이법'). 이 법은 친부가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모가 혼인 중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자녀를 출산한 후 생부를 아버지로 출생신고 하기 위해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을 악용하는 것을 막고자 일선 법원에서는 모의 인적 사항을 전부 알지 못하는 경우에 한해 생부의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해주었다. 그리하여 개정법률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출생신고에 있어 비혼부의 어려움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라. 검토 대상결정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천명한 최초의 판례이다.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사랑이법의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민법상 친생추정제도와의 관계에서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적용범위를 좁게 해석하였으나 대상결정은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와 위 법률 조항의 입법 취지 등을 명확하게 밝히면서 비혼부가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자녀의 출생신고를 간소한 방법으로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4.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5므8351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쟁점 A(1909년 8월 10일 사망)는 2010년 8월 15일 건국훈장 4등급 애국장 포상대상자로 결정되었다. A는 1남 2녀를 두었고 장녀 망 B의 자녀인 b가 행정소송을 통해 구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12년 2월 17일 법률 제113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독립유공자예우법'이라 한다)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인정되자 A의 장남 망 C의 손자인 원고(A의 증손자)가 검사를 상대로 A와 B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원고가 위와 같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판결을 받더라도 A에게 다른 손자녀(차녀의 자녀들)가 있어 독립유공자예우법이 정한 기준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고 달리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할 이해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적격을 부정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독립유공자 A와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즉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은 그와 같은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가 여전히 유지될 수 있는지 나아가 민법 제865조에 의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기권자(원고적격)의 구체적 기준이 문제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구 인사소송법 등의 폐지와 가사소송법의 제정·시행, 호주제 폐지 등 가족제도의 변화, 신분관계 소송의 특수성, 가족관계 구성의 다양화와 그에 대한 당사자 의사의 존중, 법적 친생자관계의 성립이나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소송절차와의 균형 등을 고려할 때 이해관계인은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등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이다. 민법 제777조의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이러한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민법 제865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다른 조항의 제소권자로 명기되어 있거나 별도의 이해관계가 인정되어야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 적격이 인정된다. 이에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라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한편 위와 같은 다수의견에 대해 판례 변경에는 찬성하지만 원고가 제소권자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대법관 2인의 별개의견이 있다. 다. 검토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민법 제865조에 따라 친생자관계의 당사자인 부, 모, 자녀는 물론 자녀의 직계비속과 그 법정대리인은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성년후견인, 유언집행자, 부(夫) 또는 처(妻)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제865조에 열거된 각 규정(제848조, 제850조, 제851조)이 정하는 제소권자에 관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제865조 및 제862조에 따른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존부가 판결로 확정됨에 따라 상속이나 부양 등에 관한 자신의 권리나 의무, 법적 지위에 구체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이는 원고의 주장내용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토대로 개별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별개의견은 부(夫) 또는 처(妻)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위와 같은 제소권자에 관한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이해관계인의 범위를 정하는 1차적 기준은 현재 가족관계등록부에 진실한 혈연과 다른 친생자관계가 등록됨으로 인해 자신의 신분관계를 기초로 한 법적 지위에 불이익을 받는지 여부가 되어야 하며 친생자관계존부확인 판결을 통해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을 바로잡아야 할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다수의견이 제시한 기준인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지 여부'는 신분관계에는 영향이 없으면서 재산적 이해관계만을 갖는 경우(가령 보험금 수익자나 상속인의 채권자 등)까지 확장될 우려가 있다면서 그로 인한 실무적 부작용 등을 우려하였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모두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과 관련하여 약 40년 동안 유지되어 오던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함과 동시에 민법 제865조에 의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 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였다. 친생자관계는 인간의 혈연적·정서적 뿌리와 연결된 기초적 신분관계이다. 따라서 친자관계의 법적 안정성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친자가 문제삼지 않는 친생자관계에 대해 제3자가 확인의 소를 제기하도록 허용하려면 그럴만한 정당성이 충실하게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민법 제856조에 의해 준용되는 민법 제851조의 보충적 제소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이해관계인의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 원고적격을 인정하지 않은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5. 특별한정승인의 제척기간과 법정대리인[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19다232918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와 쟁점 피고는 채무자인 A의 상속인들(배우자 B, 자녀 C와 원고)을 상대로 약속어음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1993년 12월 20일 승소판결을 받았고 이후 2003년 11월경 시효 연장을 위하여 소를 제기하여 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되었는데 B는 위 두 번의 소송에서 당시 미성년자인 원고를 대리하였다. 피고는 2013년 11월경 재차 시효 연장을 위하여 B, C, 원고(성년)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피고는 2017년 8월 31일 위 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원고의 은행 예금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2017년 9월 25일 상속 한정승인 신고를 하여 이를 수리하는 심판을 받고 곧바로 이 사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의 한정승인 신고 및 그 수리가 유효한지 여부이다. 이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에 따른 특별한정승인에서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에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는지 여부'와 '이를 알게 된 날'을 미성년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지와 관련된다. 나아가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뒤에 본인이 직접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3월의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민법 제1019조 제1항, 제3항의 각 기간은 상속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기에 안정시켜 법적 불안 상태를 막기 위한 제척기간인 점,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정대리인 제도와 민법 제1020조의 내용 및 취지 등을 종합하면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민법 제1019조 제3항이나 그 소급 적용에 관한 민법 부칙 제3항, 제4항에서 정한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였는지'와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2다440 판결,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2다15268 판결 참조). 따라서 미성년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이 1998년 5월 27일 전에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모두 알았다면 위 민법 부칙 규정에 따라 그 상속인에게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상속인은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다. 또한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1998년 5월 27일 이후여서 상속인에게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되더라도 법정대리인이 위와 같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에 관한 3월의 제척기간이 지나게 되면 그 상속인에 대해서는 기존의 단순승인의 법률관계가 그대로 확정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더라도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에 관하여 상속인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규정이 적용되고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되어야 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서는 상속인이 미성년인 동안 그의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고도 3월 동안 상속인을 대리하여 특별한정승인을 하지 않은 경우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러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3월 내에 스스로 특별한정승인을 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있다. 다. 검토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구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가부를 가려야 하는가 하는 쟁점에 관해서는 기존 판례에 따라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그런데 미성년 상속인이 성년이 된 후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수의견은 허용할 수 없다고 보았고 반대의견은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미성년 상속인을 상속채무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생각이 모두 일치하였다. 다만 다수의견은 입법으로 미성년자를 보호할 수 있는 특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았고 반대의견은 입법이 아닌 해석을 통해 미성년자를 구제하는 것을 도모하였다.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한다는 이유로 법률해석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다수의견에 동의하면서 미성년 상속인을 보호할 제도적 방안이 하루 빨리 마련되길 기대한다. 6. 그 밖에 부모에게 양육비를 분담하고 공동명의계좌를 개설하도록 명한 원심을 파기한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므15302 판결도 중요하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21-03-04
민사일반
상당한 기간 피상속인을 동거·간호한 배우자의 기여분
[대상 결정] 1. 사실관계 가. 피상속인(1918년생 남자)은 1940년 10월 1일 청구외인(1916년생 여자)과 혼인하여 그 사이에 청구인들 9명을 자녀로 두었다. 피상속인은 1971년 초 상대방 A(1944년생 여자)를 만나 중혼적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 사이에 상대방 B, C를 자녀로 두었다. 피상속인은 청구외인이 1984년 7월 26일 사망하자 1987년 5월 16일 상대방 A와 혼인신고를 하고 2008년 3월 1일 사망할 때까지 피상속인 소유의 주택에서 함께 살았다. 나. 상속재산으로는 부동산 13건 시가 합계 약 32억원, 상속채무로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 등 5억원이 있다. 특별수익액은 청구인들 중 3명이 각 1억5900만원, 1억6300만원, 9500만원이고 상대방 A는 5억1200만원, 상대방 B와 C는 각 3억8100만원 상당이다. 다. 피상속인은 2003년 3월부터 사망할 때까지 약 5년 동안 여러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아 왔고 10여회에 걸쳐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상대방 A는 그 대부분의 기간 피상속인을 간호하였다. 라. 상대방 A는 2002년 10월경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받은 적이 있고 2007년 12월경 담도암 판정을 받았으며 이 사건이 대법원에 계속 중이던 2014년 8월 8일 사망하였다. 2. 제1, 2심의 경과 피상속인 상속재산의 적정한 분할을 구하는 청구인들의 본심판청구에 대하여 상대방들은 상당한 기간 투병 중인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간호하였음을 주장하면서 30%의 기여분을 반심판으로 구하였다(다만 피상속인의 자녀들인 상대방 B, C의 기여분 청구는 여기서의 논의에서는 제외한다). 제1, 2심은 피상속인이 병환에 있을 때 상대방 A가 피상속인을 간호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상대방 A는 피상속인의 배우자로서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어 법정상속분을 수정함으로써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인 공평을 기하여야 할 정도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대방 A의 기여분 청구를 배척하였다. 3. 대상 결정의 판단 가. 다수의견의 요지 배우자의 기여분 인정 여부와 그 정도는 민법 제1008조의2의 문언상 가정법원이 배우자의 동거·간호가 부부 사이의 제1차 부양의무 이행을 넘어서 '특별한 부양'에 이르는지 여부와 더불어 동거·간호의 시기와 방법 및 정도뿐 아니라 동거·간호에 따른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 상속재산의 규모와 배우자에 대한 특별수익액, 다른 공동상속인의 숫자와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등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하여 배우자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따져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에서 든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A에게 기여분 청구를 배척한 원심결정에는 잘못이 없다. 나. 소수의견(조희대 대법관)의 요지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상당한 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간호하는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부양한 경우 배우자의 이러한 부양행위는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에서 정한 기여분 인정 요건 중 하나인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우자에게 기여분을 인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심결정은 기여분 인정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으므로 파기되어야 한다. [연구] 1. 배우자의 부양행위와 기여분 대상 결정의 소수의견은 ① 다수의견이 배우자의 기여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려는 2005년 3월 31일 개정 민법의 입법 취지나 기여분의 인정 여부와 그 정도를 구별해서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1008조의2의 문리적·체계적 해석에 맞지 않고 ② 부부가 동거하고 부양할 의무가 있다는 것과 동거하고 부양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배우자에 대하여 기여분을 인정하는 것은 양립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③ 배우자의 기여분은 부부공동형성재산의 청산이라는 의미가 있으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인정함으로써 배우자와 다른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상속분을 공평하게 배분할 필요가 있고 ④ 배우자의 기여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인구 고령화, 핵가족화, 노인 돌봄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의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는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는 부양행위의 여러 태양 중 하나이고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가 1차적 부양의무로서 성년의 자식들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보다 더 높은 정도를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그러한 행위가 신분관계로부터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는 '특별한' 부양으로 평가되는 경우에 한하여 기여분을 인정하는 것이 문리적으로나 법률의 일반적인 규정 형식이나 다른 상속 규정들과의 체계적 해석의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또한 기여분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을 위하여 법정상속분을 수정하는 요소라면 동거나 간호의 시기와 방법 및 정도뿐 아니라 그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 상속재산의 규모와 배우자에 대한 특별수익액, 다른 공동상속인의 숫자와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여분 인정 여부를 법원이 후견적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사회 현실의 변화에 따라 배우자 기여분을 보다 적극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기여분 인정보다는 '부양의 특별성'에 대한 해석과 구체적인 판단을 담당하는 법원의 실무에 의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고려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러한 점에서 다수 의견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2. 배우자의 상속분 가. 기여분과 특별수익 인정에 관한 실무 경향 종래 상속재산분할을 담당하는 하급심에서는 기여분 인정에 매우 엄격한 경향이 있었고 기여자가 배우자인지 혹은 자녀인지 등 신분상의 지위에 따라 기여분 인정 여부를 달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근래 하급심에서는 기여분 인정에 관하여 엄격성이 다소 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재산적인 기여뿐 아니라 피상속인을 간호하고 부양하는 것과 같은 무형의 비재산적 기여행위에 대하여도 기여분을 인정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서울가정법원 2018. 4. 16.자 2014느합30039 심판, 서울가정법원 2018. 9. 10.자 2016느합93 심판, 부산가정법원 2018. 11. 22.자 2016느합200041 심판 외 다수). 나아가 배우자의 기여분이 직계비속 등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기여분보다 인정되는 빈도와 비율이 대체로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한편 배우자가 피상속인으로부터 생전 증여를 받았더라도 그것이 기여의 대가로 평가될 수 있다면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는 실무례도 보인다. 이는 배우자에 대한 피상속인의 생전 증여가 배우자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내지 평가,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배우자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등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는 이유로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더라도 자녀인 공동상속인들과의 관계에서 공평을 해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본 대법원 판결(2011. 12. 8. 선고 2010다66644 판결 참조, 다만 위 판결은 기여분을 고려할 수 없는 유류분반환청구에 관한 것이다) 등을 근거로 한다. 나. 상속에 있어서 배우자 보호에 대한 논의 이러한 실무례는 이혼의 경우와 비교하여 상속의 경우 현재의 법정상속분만으로는 배우자 보호에 미흡하므로 생존 배우자의 상속분을 강화하자는 입법론과도 어느 정도 생각이 맞닿아 있다. 2014년 법무부 민법 개정 시안에서는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의 2분의 1을 배우자 몫으로 우선 공제하는 규정(배우자의 선취분)의 도입이 논의된 바 있다. 한편 2018년 7월 13일 공포된 일본의 개정 상속법에서는 배우자의 상속분 인상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혼인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의 일방 배우자가 타방 배우자에게 거주용 부동산을 유증·증여한 경우 그 부동산은 배우자의 특별수익 계산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다(일본 개정 민법 제903조 제4항 참조). 다. 대상 결정의 기여분 판단 대상 결정은 상대방 A의 특별수익액이 전체 특별수익액의 30%에 해당하는 정도이고 부양 비용을 피상속인의 수입으로 충당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기여분 청구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상대방 A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피상속인과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 동거하였고 자신 역시 고령임에도 오랜 기간 80대가 넘는 피상속인의 병시중을 한 점, 상대방 A도 피상속인의 간호 중 암에 걸려 결국 사망하게 된 점, 상대방 A의 특별수익액은 간주상속재산 가액의 11% 정도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기여분을 인정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더구나 대상 결정의 다수 의견이 무형의 비재산적 기여행위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하급심 실무를 비판하면서도, 정작 해당 사안에서는 상대방 A의 기여분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3. 결론 배우자가 장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간호한 경우 그 자체로 기여분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부양의 '특별성'을 인정할 만한 여러 요소를 종합해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대상 결정의 다수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대상 결정이 부양행위와 같은 무형적 기여행위에 관한 기여분 청구를 배척하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사용되는 것은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결국 기여행위의 '특별성'을 판단하는 법원의 실무가 중요할 것인데 급변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긴밀해진 부부관계에서 생존 배우자를 보호하는 측면에서 동거·간호와 같은 부양행위를 기여분으로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실무가 필요하다. 김성우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상속
간병
유산
부양의무
김성우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2020-01-02
민사일반
분할연금수급권을 둘러싼 사회보장수급권과 재산권의 줄다리기
1. 사건의 개요 원고 갑은 을과 혼인하고 그 사이에 자녀를 두었다. 갑은 2016년 을을 상대로 이혼,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소송 진행 중 이혼 및 재산분할에 관한 조정이 성립되었다. 이 조정조서에는 재산분할로 갑이 아파트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받음과 동시에 을에게 1억7000만 원을 지급하고 미성년자녀의 양육비를 부담하기로 하였고, "갑과 을은 향후 상대방에 대하여 위 조정조서에서 정한 사항 이외에는 이 사건 이혼과 관련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아니한다(이하 '이 사건 청산조항')"는 내용이 기재되었다. 그 후 을은 위 조정이 성립된 후 피고 국민연금공단에 국민연금법 제64조의3에 따른 분할연금 선청구를 하자 갑은 피고에게 위 조정조서와 함께 국민연금법상 연금에 대한 원고의 분할 비율이 100%, 갑의 분할 비율이 0%로 된 '연금분할 비율 별도결정 신고서'를 제출하였다. 이에 피고는 갑에게 위 조정조서에 연금의 분할 비율이 별도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국민연금법 제64조의2(이하 '특례조항')에 의한 분할 비율 별도결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거부처분을 하였고, 갑은 이 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법원의 판단 특례조항 신설로 분할연금수급권이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포섭되어 당사자가 그 분할비율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된 이상, 이혼 시 재산분할 과정에서 분할연금수급권을 다른 부부공동재산과 달리 취급하여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하여 1, 2심은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1] 국민연금법 제64조에 규정된 이혼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은 민법상 재산분할청구권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국민연금법에 따라 이혼배우자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직접 수령할 수 있는 이혼배우자의 고유한 권리이다. [2] 국민연금법 제64조의2 제1항에서 정한 '연금의 분할에 관하여 별도로 결정된 경우'라고 보기 위해서는 협의상 또는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절차에서 이혼당사자 사이에 연금의 분할 비율 등을 달리 정하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거나 법원이 이를 달리 결정하였음이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이와 달리 이혼당사자 사이의 협의서나 조정조서 등을 포함한 재판서에 연금의 분할 비율 등이 명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재산분할절차에서 이혼배우자가 자신의 분할연금 수급권을 포기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분할 비율 설정에 동의하는 합의가 있었다거나 그러한 내용의 법원 심판이 있었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 3. 평석 가. 분할연금의 의의 국민연금 수급권자인 배우자와의 실질적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인 자가 (ⅰ) 배우자와 이혼하였을 것 (ⅱ) 배우자였던 사람이 노령연금 수급권자일 것 (ⅲ) 60세가 되었을 것의 요건을 모두 갖추면 그때부터 그가 생존하는 동안 배우자였던 자의 노령연금을 분할한 일정 금액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 이러한 연금을 노령연금에서 분할된 연금이라는 의미에서 '분할연금'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부부관계에 있던 갑과 을 중 갑이 노령연금수급권자인 경우 을이 갑과 이혼하여 위 세 가지 요건을 갖추어 국민연금공단에 분할연금을 신청하면 갑이 지급받던 노령연금 중 일부를 떼어내 을에게 분할연금으로 지급된다. 분할연금제도는 1998년 국민연금에 도입된 후 2015년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에도 규정되었다. 분할연금의 분할비율은 당초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으로만 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국민연금법 제64조 제2항). 이후 민법 제839조의2 또는 제843조에 따라 연금의 분할에 관하여 별도로 결정된 경우에는 그에 따르도록 하는 취지의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신설되었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바로 이 특례조항의 해석에 대한 것이다. 나. 분할연금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줄다리기 사회보험인 공적 연금제도는 헌법 제34조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근거하고 있다. 이에 연금수급권의 법적 성격을 논함에 있어서는 '사회보장수급권'이라는 특성이 무엇보다 중요시되어야 한다. 이에 반해 연금수급권의 '재산권'적 성격은 연금제도의 재원조달이라는 측면과 사회보장수급권이 이행되는 결과적 측면에 착목한 것으로서 이 두 측면은 사회보장수급권에 기초하여 공적연금제도가 설계된 이후에야 비로소 논의가 될 수 있는 성격이라는 점에서 연금제도의 부수적 성격에 불과하다. 따라서 부수적 성격인 재산권성이 본래적·근원적 성격의 사회보장수급권을 제치고 전면에 나타나면 공적 연금제도의 취지에 대한 왜곡이 발생한다. 이 사건 하급심의 판단이 그러한 예이다. 즉 하급심의 판단에 따르면 연금수급권은 여느 재산권과 아무런 차별성을 가지지 못하며 심지어 재산분할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언급되지 않더라도 주목받지 못한다. 마치 만기가 되면 인출가능한 은행에 넣어둔 예금채권과 다를바 없다. 그러나 공적 연금수급권은 여느 재산권과 달리 '노령으로 인한 소득상실'에 대비한다는 명확한 사회보장적 목표가 존재한다. 하급심의 판단은 연금수급권과 예금채권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차이점을 간과했고 결과적으로 헌법 제34조의 규범력을 약화시켰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연금수급권이 '이혼배우자의 고유한 권리'라는 점을 논거삼아 재산분할 과정에서 별도의 명시적 의사표시가 있어야 함을 지적함으로써 연금수급권의 특수한 성격을 되새겨보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분할연금의 입법 변천사를 보면 그동안 사회보장수급권으로서의 성격과 재산권적 성격 사이의 좌충우돌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 먼저 전업주부와 같이 납부예외가 인정되어 연금가입 자체가 면제되는 국민에 대한 보호필요성에서 분할연금제도가 도입되었다. 사회보장수급권 강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2) 그 후 이른바 '놈팽이 배우자'와 같이 연금형성에 실질적 기여가 없음에도 분할연금을 수급받는 자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법원은 이 경우에도 연금을 균분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왔다(대구지법 2014. 4. 4. 선고 2013구합2411 판결 등). 이 판결은 자신의 노령연금을 분할해 주는 당사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아래 헌법재판소 판결의 단초가 되었다. (3) 이에 2015년 특례조항의 신설을 통해 당사자의 의사를 고려하거나 법원이 사정을 참작해 분할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당사자의 처분가능성, 즉 재산권성을 존중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당사자가 합의하기만 하면 혹은 법원이 결정하기만 하면 사회보장수급권을 포기 내지 박탈하는 것까지도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재산권성이 지나치게 강조되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공적 연금수급권의 사회보장수급권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는 입장은 당사자의 처분가능성보다는 노후생계보장에 방점을 두며 재산권성을 강조하는 입장은 그 반대이다. 분할연금을 둘러싼 논란은 이 두 성격 사이의 줄다리기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분할연금제도는 이혼한 배우자가 혼인기간 중 재산 형성에 기여한 부분을 청산·분배하는 재산권적 성격과 이혼배우자의 노후를 보장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을 함께 가지므로 입법자는 이 두 요소를 고려하여 분할연금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할 수 있고 두 요소 중 어느 요소를 더 중시할지는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입법형성권의 재량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입법자는 분할연금제도를 형성함에 있어 위 두 요소 중 어느 하나를 완전히 무시하여서는 아니 된다. 만약 어느 한 요소를 간과한다면 이는 분할연금제도의 도입취지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2016. 12. 29. 선고 2015헌바182 결정). 다. 대상판결 평가 이 사건의 하급심 판결은 이 사건 청산조항의 문구 해석에만 착목한 나머지 분할연금의 법적 성격을 경시하였다. 이는 하급심 재판부가 재산권을 중심으로 사고하는데 익숙해져 있어 사회권적 시각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분할연금이 가지고 있는 사회보장수급권적 성격을 파악하고 이를 '이혼배우자의 고유한 권리'라고 명명하면서, 국민연금법 제64조의2 제1항의 '연금의 분할에 관하여 별도로 결정된 경우'를 해석하였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은 분할연금제도가 가진 이중적 성격을 잘 살린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라. 입법적 개선의 필요성 끝으로 특례조항은 사회보장수급권의 완전포기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가 있다. 연금수급권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최소한이라도 보장하기 위해서는 향후 최소한도의 노후소득 보장에 필요한 일정 금액 내지 일정 비율을 초과하는 연금분할은 인정하지 않도록 하는 취지의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 김린 교수 (인하대 로스쿨)
이혼
재산분할
조정조서
김린 교수 (인하대 로스쿨)
2019-12-23
가사·상속
민사일반
친생추정의 적용과 예외
I. 사건의 개요 1. 사실관계 무정자증인 원고(남편)와 A(아내)는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다. 원고와 A는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AID방식)을 통해 자녀를 갖기로 하여 1993년 피고 1이 출생하였다. 이후 A는 혼외관계를 통해 피고 2를 출산하였다. 원고는 자신과 A의 자녀로 피고 1, 2의 출생신고를 마쳤다. 원고와 A는 2013년 이혼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고들은 자신들이 원고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정을 알게 되었다. 원고는 2013년 피고들을 상대로 친생자관계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소송의 경과 제1심과 항소심은 그 근거는 다르지만 모두 원고가 제기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는 부적법하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원고가 상고를 하였다. 3. 대법원의 판결 요지 가. 다수의견(상고기각) 1)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에 따라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어 출생한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 남편의 동의는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주요한 근거가 되므로, 남편이 나중에 자신의 동의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2)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하여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고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친다.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전제사실로 보는 것은 원고적격과 제소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는 친생부인의 소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으로 민법 해석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권순일·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의 별개의견 1) 인공수정 자녀의 친자관계는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이 아니라 남편과 아내의 합치된 의사와 시술에 대한 동의를 근거로 인정되어야 한다. 혼인 중인 남편과 아내가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에 관하여 의사가 합치되어 제3자의 정자를 통한 인공수정에 동의함으로써 자녀가 출생하였다면 그 자녀는 부부의 친생자로 보아야 한다(상고기각). 2) 친자법의 이념과 친생추정 및 친생부인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남편과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그들 사이에 사회적 친자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거나 파탄된 경우에는 친생추정의 예외가 인정되어야 한다(상고기각). 다. 민유숙 대법관의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 1) 모든 인공수정이 아니라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를 받아 '제3자 제공 정자'로 인공수정을 한 경우에 한정하여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피고 1. 부분 별개의견, 상고기각). 2) 가족제도를 둘러싼 분쟁 현실과 변화된 제도에 비추어 볼 때 친생추정의 예외를 종래 대법원이 채택한 '동거의 결여'뿐 아니라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었던 것이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수 있는 '다른 사정'도 포함하여 인정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해야 한다(피고 2. 부분 반대의견, 파기환송). II. 친생추정과 그 범위 제한의 필요성 친생추정의 입법취지는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고 자녀의 법적 지위를 신속히 안정시켜 법적 지위의 공백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비록 최근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과학적 친자감정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출생과 동시에 자에게 안정된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특히 친자관계에 대하여 다툼이 없는 대다수의 경우 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하여 특별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친생추정제도는 자의 복리를 위하여 계속 유지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친생추정을 받는 자에 대해서는 친생부인의 소에서 정한 원고적격을 갖는 자가 제소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녀의 신분관계를 더 이상 다툴 수 없다. 이미 혼인과 가족 공동생활의 실질이 소멸하고 당사자들도 친생자관계의 법률적 규율에서 벗어나고자 하여 친생추정 규정을 통해서 보호하고자 하였던 법적 이익이 거의 없는 경우까지도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로써만 이를 번복하도록 하면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대법원은 종래 외관설을 채택하여 친생추정의 범위를 제한하였고, 입법자도 친생부인의 소 제소기간을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2년으로 확대하였으며, 제소권자에 남편뿐만 아니라 아내도 추가하였다. 이에 친생추정으로 인한 불합리함이 제거되었으므로, 친생추정 범위를 제한하는 논거로 사용한 외관설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개진되었다. 하지만 가족제도를 둘러싼 분쟁의 현실에 비추어 개선입법만으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영역이 존재한다. 생모와 그 남편이 자녀의 양육을 포기하고 행방이 불명인데, 생부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상황, 친생부인의 소 제소기간이 도과된 후에 생모와 남편이 이혼을 하게 되었는데 남편과 자녀가 친생자관계에서 해방될 것을 원하거나 자녀가 학대받을 때가 대표적이다. 전자의 경우 생부가 자녀를 인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을 대부분 수긍할 것이다. 다수의견도 비록 인공수정 자녀의 경우이지만, 자녀의 복리를 지속적으로 책임지는 부모에게 자녀와의 신분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후자의 경우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제소기간이 주어졌음에도 본인이 제소기간을 도과하였다는 이유로 생모나 그 남편이 다시 친생자관계를 부인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는 명쾌하지만 이런 결과가 가정의 평화와 자녀의 복리라는 친생추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친생부인의 소 원고 적격에 생부나 자녀 본인이 포함되어 있는 다수의 입법례가 있고, 민유숙 대법관의 반대의견처럼 하급심은 친생추정 규정이 외형상 적용되는 다수의 사안에서 자녀나 생부에 의해서 제기되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청구를 인용하고, 이런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고 있다. 나아가 권순일·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의 별개의견처럼 가족관계가 반드시 혈연관계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지만(이 점에서 남편의 생식불능이나 혈액형 배치와 같이 객관적·과학적으로 증명된 경우 등에는 언제나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혈연설에 반대한다) 이혼 및 재혼의 급격한 증가, 이혼 및 재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과학적 친자감정이 어렵지 않게 된 점과 함께 오늘날 국민의 고양된 권리의식 및 양성평등의 관념, 가족의 형태도 매우 다양해진 사회 현실을 고려할 때 자녀에 대한 신분법적 규율은 무엇보다 자의 복리향상에 그 목적을 두어야 하고, 친자관계 당사자의 자율적 결정을 가능한 한 존중하여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대법원 2019. 1. 31.자 2018스566 결정, 헌법재판소 2015. 3. 26. 선고 2012헌바357 결정 등 참조). 친생추정 규정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결과를 줄일 수 있도록, 변화된 사회 상황을 수용하여 자녀의 복리를 우선하는 친생추정의 예외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III.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의 친생자 추정 1.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 여부 민법 제정 당시 인공수정으로 자녀가 태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수 없었고, 외국처럼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자녀의 친자관계를 규율하는 법률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김재형 대법관이 보충의견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법률 제정 당시 입법자가 예상하지 못한 사안이고 현재 그 상황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법률이 없다고 하여 모두 법형성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은 문언상 임신하게 된 구체적 경위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는다. 인공수정과 친자관계를 규율하는 입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친생추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혼인 중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도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2. 인공수정 동의와 친생부인의 소 허부 대상 판결은 일치하여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하였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남편이 동의하여 인공수정으로 출생하였고, 나아가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실질적인 친자관계를 유지해 오는 것은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를 자신의 자녀로 승인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그 후 남편이 친생부인을 주장하는 것은 민법 제852조의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제소기간 2년과 무관하게 친생부인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IV.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의 다수의견은 아내가 남편의 동의하에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자녀를 출산한 경우 그 자녀에 대해서도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여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는 점을 최초로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한편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라면 설령 혈연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친생추정은 여전히 미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종래 외관설을 폐기하지는 않았다. 종전의 외관설보다 외연이 확대된 친생추정의 제한 법리가 채택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결국 입법으로 친생부인의 소의 원고적격이 확대되기 전까지는 자녀의 복리를 위해 현재와 같은 하급심 실무례가 운영될 수밖에 없다. 사실심 재판부가 지혜롭게 구체적 정의를 구현하길 기대한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친생추정
인공수정
친생부인의소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19-11-14
가사·상속
친권 일부 제한,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1. 들어가면서 이혼 소송은 이혼 자체도 문제지만 재산분할과 함께 미성년자의 양육이 최대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사소송법은 이혼, 위자료,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재산분할 등에 대하여 가정법원에 소를 제기하거나 심판을 청구하려는 사람은 먼저 조정을 신청하여야 한다고 조정전치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미성년자의 친권자와 양육자를 부모 일방으로 정할 수 있고, 친권자를 부모 공동으로 정할 수 있으며, 양육자를 부모 공동으로 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양육자는 부모 일방으로, 친권자는 부모 공동으로 정하면서 비양육자의 친권을 일부 제한하여 양육자의 친권 행사에 불편이 없도록 하는 것이 조정으로 가능한 것인지가 문제된다. 2. 사건의 경과 가. 부부가 서로 미성년자의 친권자와 양육자가 되겠다고 본소 및 반소 제기 A(남)와 B(여)는 2013년 혼인신고를 하였고, 2016년 자녀 X가 태어났는데, 혼인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워 A가 2018년 이혼(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포함)소송을 제기하자 B도 이혼과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등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여 서로 자신이 미성년자 X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나. 양육자를 모로 정하면서 친권자는 부모 공동으로 하되, 비양육자인 부의 친권을 일부 제한 A와 B는 갈등 정도는 크지 않았지만 서로 X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되기를 원하는 상황에서 미성년자와 함께 생활하는 B(모)는 X와 A(부)의 면접교섭에 매우 소극적이었고, B는 가정법원의 면접교섭센터를 통해서만 X와 A의 면접교섭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면접교섭이 원활하지 않았다. 재산분할에 대하여도 입장 차이가 커서 좀처럼 합의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A가 재산분할과 양육비에 대하여 양보를 하면서 X의 양육자를 B 단독으로 하되, 친권자는 A와 B 공동으로 하자고 하면서 A의 친권 중 양육자인 B의 친권 행사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권한을 일부 제한해도 무방하다고 하여 합의가 이루어져 이혼 및 재산분할과 함께 "① X의 양육자를 B로 지정한다. ② X의 친권자를 A와 B 공동으로 지정하되, A의 친권 중 거소지정권, 여권발급·재발급 및 출입국에 관한 권한, 의료·전학 및 이사에 관한 권한, 법률행위대리권과 재산관리권(다만, A가 X에게 증여한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을 제외한다)을 제한한다"고 조정조서가 작성되었다. 다. 이혼 및 친권자지정신고 조정이 성립된 후 A는 조정조서에 의하여 S구청에 이혼 및 친권자지정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친권자를 A와 B 공동으로, A의 친권 중 일부 제한하는 취지가 기재된 신고를 마쳤다. 라. 친권 일부 제한 기입 거부 이와 같은 이혼 및 친권자지정 신고에 대하여 S구청 가족관계등록팀은 친권 상실이 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친권 일부 제한도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조정조서에 X의 친권자를 A와 B 공동으로 지정한 부분만 기재하고, A의 친권 중 일부 제한한 부분은 X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될 수 없다고 거부하였다. 이에 A는 S구청의 감독법원인 서울가정법원에 가족관계등록공무원 처분에 대한 불복(가족관계등록비송)을 신청하였다. 3. 대상 결정의 판단 가. 서울가정법원은 아래 주문과 같이 친권 일부 제한 취지를 기재하지 않은 S구청장의 처분을 취소하고, 친권 일부 제한 취지를 기재하는 것을 허가하였다. 가족관계등록비송 사건이라 구체적인 이유는 없고 '이 신청은 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고 간략히 기재되어 있다. 나. 주문 (1) 등록기준지(생략) 사건본인 X의 공동친권자 부 A에 대한 서울가정법원 2018너*** 사건의 조정조서 제3항에 따른 친권 일부 제한 취지를 기입하지 않은 S구청장의 처분을 취소하고, (2) 위 주문 가항 기재 사건본인 X의 가족관계등록부 중 일반등록사항란의 친권란에 '[친권제한사항] 부 A의 친권 중 거소지정권, 여권발급·재발급 및 출입국에 관한 권한, 의료·전학 및 이사에 관한 권한, 법률행위대리권과 재산관리권(다만, A가 X에게 증여한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을 제외한다)을 제한'을 기록하는 것을 허가한다. 4. 결정의 해설 가. 혼인취소나 혼인무효는 당사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실무상 확립되어 있다. 나. 종래 친권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권리라는 견해, 권리이자 의무라는 견해, 의무적 성격을 강조하는 견해 등 다양한 견해가 있었지만, 친권은 임의로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실무와 학계의 견해가 수렴하고 있다. 사견은, 친권은 부모가 친권자로서 갖는 권리와 의무 그리고 책임과 임무가 포함된 '권한'이라고 함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혼시 친권자 지정은 조정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 실무상 다툼이 없다. 한편, 친권 상실은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야 하고,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실무의 지배적인 견해이고, 종래 법원실무제요에서도 그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친권 일부 제한'과 '친권 일시 정지'는 2014년 10월 15일 민법 일부 개정으로 새로 도입되었고, 2015년 10월 15일부터 시행되었다. 친권 일부 제한 등이 새로 도입된 이후 법원실무제요는 아직 개정되지 않아 이에 대하여는 실무례가 형성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친권의 일부 제한은 (친권 상실과는 달리) 반드시 친권자인 부모의 비행에 대한 제재만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의 비행 등이 없더라도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친권을 일부 제한할 수 있다. 다. 이혼시 비양육자도 친권자로 지정하면서 친권을 일부 제한하는 것이 친권을 포기하는 것으로서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을까? A가 비양육자이지만 양육자와 함께 친권자로 지정되면서 양육자의 불편을 제거하고 미성년자의 복리를 고려하여 친권 일부 제한에 동의한 것은 친권자의 지위를 전부 또는 일부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A는 이혼 후에도 친권자 지위를 유지하면서 친권자로서 권리와 의무 그리고 책임과 임무를 하다겠다고 주장을 하는 것이다. 양육자인 B가 친권자로 A와 B 공동으로 지정될 경우 불편할 뿐만 아니라 X의 복리에 반할 여지도 있어서 그와 같은 범위 내에서 A의 친권 중 일부를 제한하기로 한 것으로서 적극적으로 친권자의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라. 미성년자를 둔 부모가 이혼시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는 것으로 합의를 할 수 있다.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는 것도 조정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부모 일방이 이혼 후에도 적극적으로 친권자로 지정되면서도 양육자인 다른 부모 일방의 친권 행사 및 미성년자의 복리에 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친권을 일부 제한하는 취지로 합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즉 이혼 후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는 것이 조정의 대상이 된다면, 이혼 후 부모 쌍방을 친권자로 지정하되 비양육자인 부모 일방의 친권을 일부 제한하는 것도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마. 근래 가정법원에서는 이른바 객관식 소장 모델을 제시하고, 조정전치주의를 실질화하는 등 이혼소송을 순화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해 왔다. 이혼소송에서는 이혼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주된 쟁점은 미성년자의 양육에 관한 것(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과 재산분할에 관한 것이다. 부모 일방이 친권상실 사유에 해당될 정도로 비행의 정도가 크거나 친권자를 부모 공동으로 할 경우 미성년자의 복리에 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혼시 양육자는 부모 일방으로 지정하더라도 친권자를 부모 쌍방으로 지정하되, 비양육자의 친권을 일부 제한하면 적어도 미성년자와 관련된 분쟁은 순화될 여지가 많다. 그런데, 이혼시 부모 쌍방을 친권자로 지정하되, 비양육자인 부모 일방의 친권을 제한하는 것이 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고, 반드시 별도로 심판을 거쳐야 한다면 양육자는 비양육자의 친권이 일부 제한되더라도 친권자를 공동으로 하는데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바. 법리적인 측면에서나 현실적인 측면에서나 이혼시 친권자를 부모 공동으로 지정하면서 비양육자의 친권을 일부 제한하는 것은 조정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5. 대상 결정의 의의 가. 대상 결정은 친권 일부 제한이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조정에 의한 친권 일부 제한이 미성년자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어 미성년자의 기본증명서를 통하여 공시될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선언한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 나. 친권 일부 제한 제도가 도입된 후 법원실무제요의 개정작업이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친권 일부 제한이 민법에서 친권 상실과 관련하여 규정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친권 일부 제한이 반드시 판결이나 심판에 의하여야 한다는 일부 해석론을 배척하고, 조정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친권 일부 제한이 이혼시 친권자 지정을 포함하여 매우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는 여지를 두었다. 향후 법원실무제요 개정작업에도 반영되고, 가족관계등록 예규나 선례 등으로도 반영되어 규범적 효력이 강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엄경천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가족)
양육권
친권
친권일부제한
엄경천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가족)
2019-10-10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재산분할재판 확정 후 추가로 재산이 발견된 경우 재산분할청구의 시적 한계
Ⅰ. 사실관계 1. 청구인과 청구외 A는 1981년 최초 혼인신고를 하였다가 1987년 5월경 협의이혼하였으며, 1987년 12월 다시 혼인신고를 하였으나 A는 2008년 1월 청구인을 상대로 이혼 등을 구하는 본소를, 청구인은 2009년 12월 A를 상대로 이혼 등을 구하는 반소를 각 제기하였고, 제1심은 2011년 5월 이혼과 함께 재산분할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종전 소송), 쌍방이 항소하였으나 모두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아 2012년 9월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2. 청구인은 A가 종전 소송에서 부동산 및 금융자산을 은닉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4년 8월 A를 상대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다. A는 이 사건 심판청구가 계속 중이던 2014년 12월 사망하였고, 배우자인 상대방이 A의 재산을 상속하였다. Ⅱ. 재판절차의 경과 1. 청구인은 2014년 8월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는데, 종전 소송에서 A가 분할대상 재산을 은닉하였다면서 누락된 재산을 특정하여 추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였다가, 2016년 2월 청구취지 변경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분할대상 재산을 추가하고 청구취지를 확장하였다. 위 변경신청서는 종전 소송의 판결이 확정된 2012년 9월부터 2년이 지난 후 제출되었다. 2. 원심은 청구인은 2014년 8월 A가 종전 소송에서 부동산 및 금융자산을 은닉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별지 목록 기재 각 재산에 관하여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다가, 이후 종전 소송이 확정된 날인 2012년 9월로부터 2년이 경과한 2016년 2월 청구취지 변경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분할대상 재산을 추가하는 취지로 청구취지를 1,219,300,000원에서 6,516,211,015원으로 확장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위 청구취지 변경신청은 종전 소송이 확정된 때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것으로서 그 부분에 대하여는 이미 제척기간이 경과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 청구 중 별지 목록 기재 각 재산에 관한 부분 이외의 나머지 재산에 관한 부분은 부적법하다고 하면서 제1심을 취소하고 이혼한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청구취지 변경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분할대상 재산으로 추가한 부분에 대한 청구를 각하하였다. Ⅲ. 대상 결정의 요지 1. 재산분할청구권은 협의상 또는 재판상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2년 제척기간 내에 재산의 일부에 대해서만 재산분할을 청구한 경우 청구 목적물로 하지 않은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는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재산분할청구 후 제척기간이 지나면 그때까지 청구 목적물로 하지 않은 재산에 대해서는 청구권이 소멸한다. 2. 재산분할재판에서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전혀 심리된 바 없는 재산이 재판확정 후 추가로 발견된 경우에는 이에 대하여 추가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다(2000므582 판결 참조). 다만 추가 재산분할청구 역시 이혼한 날부터 2년 이내라는 제척기간을 준수하여야 한다. 3. 종전 소송에서 A가 분할대상 재산을 은닉하였다면서 누락된 재산을 특정하여 추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였는데, 이혼의 효력이 발생한 종전 판결이 확정된 후 제척기간 2년이 지난 후에 청구취지 변경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분할대상 재산을 추가한 경우 추가한 재산에 대한 부분은 이미 제척기간이 지났으므로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Ⅳ. 해설 1.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 및 방법 가.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을 해야 비로소 발생하는 권리이고, 재산분할은 협의상 이혼을 하거나 재판상 이혼을 한 후 2년 내에 청구해야 한다. 2년은 제척기간으로 그 기간 안에 가정법원에 소를 제기해야 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한다. 제척기간에는 소멸시효와는 달리 중단이라는 것이 없고, 당사자의 주장 여부와 관계없이 법원에서 직권으로 조사해야 한다. 나. 재산분할을 재판상 이혼과 병합하여 청구할 수도 있지만, 협의상 이혼 또는 재판상 이혼 후 재산분할만 별도로 청구하는 경우에는 이혼의 효력 발생 후 2년 내에 심판청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2. 재산분할 청구의 대상 가.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에 부부 쌍방이 협력하여 이룩한 재산을 이혼시에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므로, 그 재산이 누구 명의로 되어 있는지 또는 그 관리를 누가 하고 있는지를 묻지 않고 분할의 대상이 된다(96므1397 판결 등). 나. 부부 일방이 혼인 중 제3자에게 부담한 채무는 일상가사에 관한 것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개인 채무로서 청산 대상이 되지 않으나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한 채무인 경우에는 청산 대상이 된다(92므501 판결, 94므598 판결 등). 다. 이와 같이 재산분할 대상은 개별 재산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부부 공동 재산이라면 포괄적으로 분할 대상이 된다. 3. 재산분할 대상 재산을 개별적으로 분할비율을 달리 정할 수 있는지 가. 재산분할비율은 개별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기여도 기타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로서의 형성된 재산에 대하여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분할 받을 수 있는 비율을 일컫는 것이므로, 법원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분할대상 재산들을 개별적으로 구분하여 분할비율을 달리 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2001므718 판결 등). 나. 다만,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은 연금수급권자인 배우자의 여명을 알 수 없어 가액을 특정할 수 없는 등의 특성이 있으므로 공무원 퇴직연금의 분할비율은 전체 재직기간 중 실질적 혼인기간이 차지하는 비율, 당사자의 직업 및 업무내용, 가사 내지 육아 부담의 분배 등 상대방 배우자가 실제로 협력 내지 기여한 정도 기타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과 다른 일반재산을 구분하여 개별적으로 분할비율을 정할 수 있다(2012므2888 전원합의체 판결). 4. 이혼 후 2년 내 특정할 대상 : 재산분할 청구 금액 또는 분할 대상 가. 재판상 이혼과 병합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제척기간이 문제되지 않기 때문에 재산분할 청구 금액을 확장하는 시기나 분할대상 재산을 특정하는 시점이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협의상 이혼이든 재판상 이혼이든 이혼의 효력이 발생한 후 2년 내에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2년의 제척기간 내에 재산분할 청구 금액을 확장해야 한다. 나. 재산분할 대상이 개별 재산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재산이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심판청구서 등을 제척기간 2년 내에 제출하였으면 제척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 청구취지를 확장한 금액의 범위 내라면 비록 제척기간 경과 후에 분할대상을 추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배척할 이유가 없다. 5. 재산분할 재판이 확정된 후 다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는지 가. 재산분할재판은 비송사건이므로 재판의 형식이 판결이든 심판이든 관계없이 비록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기판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나. 재산분할재판이 확정된 후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전혀 심리된 바 없는 재산이 재판확정 후 추가로 발견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재산분할청구의 제척기간을 준수해야 한다. 6. 재산분할 재판 확정 후 추가 청구시 분할대상 특정의 시적 한계 가. 재산분할재판이 확정된 후 그 확정된 재판에서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전혀 심리된 바 없는 재산이 재판확정 후 추가로 발견된 경우 제척기간 내에 청구금액을 특정했다면, 구체적인 재산분할 대상은 제척기간 도과 후에 특정해도 가능한가? 나. 제척기간은 권리관계를 조기에 확정하기 위하여 둔 것이라는 점, 재판 확정 후 예외적으로 다시 재판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 점, 앞선 재산분할 재판에서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심리되었는지를 확정하는 것이 반드시 명확하지는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재산분할 재판이 확정된 후 새로 발견된 재산에 대하여 추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제척기간 내에 청구금액 뿐만 아니라 재산분할 대상까지 특정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엄경천 변호사 (법무법인 가족)
이혼
재산분할
재산은닉
엄경천 변호사 (법무법인 가족)
2019-08-22
가사·상속
민사일반
공동상속인 중 1인의 상속재산처분과 민법 제1014조
- 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8다1049 판결 - 1. 사실관계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사안을 다루고 있다. 소외 1(母)은 소외 2와 혼인하여 피고 1을 출산한 다음, 소외 2와 이혼하고 소외 3과 사실혼관계를 유지하며 원고 등을 출산하였다. 소외 1이 2015년 1월 27일 사망하자, 피고 1은 가족관계등록부에 자신만 자녀로 등록되어 있음을 기화로 단독 상속등기를 마치고 2015년 6월 25일 소외 1의 상속재산인 부동산을 피고 2에게 매도하고 피고 2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이후 원고 등이 2016년 2월 12일 친생자관계존재확인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16년 7월 1일 인용판결이 확정되었다. 원고 등은 피고 1 명의의 상속등기 및 피고 2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중 원고 등 법정상속분 상당의 말소등기를 구하였다. 2. 소송의 경과 (1) 이에 대하여 원심(창원지방법원 2017. 2. 17. 선고 2017나2155 판결)은 ① 상속개시 후 친자관계존재확인판결에 의하여 상속인으로 판명된 자가 발생한 경우 민법 제860조 단서를 적용하여야 하는바 위 처분이 이에 해당하므로 ② 원고 등은 민법 제1014조의 ‘상속개시 후의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에 해당한다면서, 피고 1을 상대로 매매대금 상당의 가액지급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피고 2에게 소유권이 확정적으로 귀속된 부동산의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지는 못한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 등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그러나 대법원은 “혼인 외의 출생자와 생모 사이에는 생모의 인지나 출생신고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자의 출생으로 당연히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생긴다”면서, “인지를 요하지 아니하는 모자관계에는 인지의 소급효 제한에 관한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지 아니하며, 상속개시 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의 가액지급청구권을 규정한 민법 제1014조를 근거로 자가 모의 다른 공동상속인이 한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 또는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지 못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에 환송하였다. 3. 검토 (1) 공유자 중 일부만이 한 공유물분할은 무효이고, 일부만이 한 공유물처분도 처분자의 지분을 넘는 범위에서 무효이다. 이는 공동상속으로 인한 공유에서도 타당하고, 원심과 대법원도 전제하는 바이다. 원심과 대법원이 갈린 것은 사안에 민법 제860조 단서와 제1014조가 적용 내지 유추되고, 그 결과 결론이 달라지는지 여부였다.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 내지 유추되었을 때 결론이 달라짐은 분명하다. 이 규정은 인지의 소급효로 제3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없게 하고 있으므로, 누락된 공동상속인의 존재(로 인한 무효)를 다른 공동상속인의 분할·처분으로 권리를 취득한 자에 대하여 주장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자관계는 출산사실만으로 당연히 성립하고, 모(母)의 자(子) 인지에는 확인적 의미밖에 없다. 민법 제860조 단서는 인지에 소급효가 있음을 전제로 그로 인한 법적 불안을 피하기 위하여 일정 범위의 제3자에 대하여 소급효를 제한하는 규정이고, 때문에 제3자의 선·악의도 묻지 아니한다. 모자관계에서 인지에는 소급적 형성력이 없으므로 이 규정을 모자관계에 유추할 수는 없다. 이 점에서는 대법원이 옳다. 그런데 원심과 대법원은 모두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 내지 유추되어야 제1014조가 적용될 수 있음을 전제한 것처럼 보인다. 민법 제1014조를 제860조의 소급효 제한과 관련시켜 이해하는 것은 종래 대법원의 접근이기도 하다(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다83796 판결 등, 이에 대한 비판으로는 윤진수, 친족상속법강의 제2판, 181~182). 그러나 민법 제1014조에는 분할·처분 후 피인지자 외에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도 포함되어 있는데, 위 설명은 적어도 뒤의 경우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사안에서 문제는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에 의하여 모자관계가 ‘확정’된 경우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인지, 만일 그렇다면 아직 그 지위가 ‘확정’되지 아니한 공동상속인을 제외한 협의분할도 유효한 것인지에 있다. (2) 민법 제1014조는 1947년 개정 일본민법 제910조를 따랐다. 그런데 일본민법이 분할·처분 후 피인지자에 한하여 가액지급청구권을 인정하는 것과 달리 민법 제1014조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상속인이 된 자’에 대하여도 가액지급청구권을 인정한다. 이에 대하여 민법안심의록(1957, 603-604)은 일본민법 제910조와 같은 취지라고 할 뿐이다. 공동상속에서는 일반 공유와 달리, 공동상속인이 분명하지 아니한 예가 많다. 이때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에 따라 공동상속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한 분할·처분이 사후 다른 공동상속인이 있었음이 드러나 무효가 된다면 거래안전에 해가 된다. 부자관계에서 인지는 - 인지 전에는 상속권이 없다가 인지의 소급효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 그 특수한 예에 해당한다. 일본민법 제910조는 이 경우 나머지 공동상속인이 한 분할·처분을 유효로 하고{위 규정은 ‘가액만(のみ)에 의한 지급의 청구권을 가진다’고 하여 이를 명확히 한다}, 그 대신 누락된 공동상속인에게 가액지급청구권을 준다. 문제는 이러한 필요가 인지에 한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일본에서는 1950년대 초부터 공동상속인 여부가 불분명한 다른 경우에 제910조를 유추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설이 되었다{新版注釋民法(27), 407-409(川井健)}. 최고재판소는 명문 규정이 없음을 들어 모자관계에 대한 위 규정의 유추를 거부하였으나, 대신 제94조 제2항(대체로 민법 제108조 제2항에 해당한다)의 유추에 의한 구제를 시사하고 있다(日最判 1979. 3. 23, 判時923, 70). 명문 규정이 없는 프랑스에서는 표현상속인론(theorie de l’heritier apparent)이, 독일에서는 선의취득과 등기부의 공신력(MunchKommBGB/Ann, § 2042 Rn. 41)이 활용될 수 있다. 이와 달리 우리 민법에는 특히 부동산에 관하여 일반적인 거래안전보호가 없는 대신 민법 제1014조에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상속인이 된 자’가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母)의 혼인 외의 자가 ‘재판의 확정으로 공동상속인이 된 자’에 해당하는가.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지 아니하였으나 공동상속인의 지위를 가질 수 있는 경우로는 부(父)의 자녀 인지 이외에 친생추정(혼인한 여자가 자녀를 출산하고 그 자녀를 등록부에 남의 자녀로 등록한 경우), 모의 출산, 협의상이혼무효·취소, 협의상파양무효·취소 정도를 생각할 수 있다. 위 상황에서 상속관계를 등록부에 반영시키려면 등록부의 부 또는 모란이 공란이어서 부 또는 모가 인지신고를 할 수 있는 경우 이외에는 대체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 이혼무효·취소, 파양무효·취소판결을 받아야 한다. 그중 친생추정, 출산, 이혼무효 및 파양무효에서 판결은 확인적이므로 엄밀히는 ‘재판의 확정으로’ 공동상속인이 되었다고 할 수 없지만, 이혼취소, 파양취소처럼 현실적으로 잘 문제되지 아니하는 소수의 형성판결만을 포섭하기 위하여 이처럼 포괄적인 문언을 채택하였다고 보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입법자의 의사는 위 모든 경우에 분할·처분은 유효로 하고 가액지급청구권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반대로 이때 판결에 형성판결만 포섭하거나 나아가 인지만 포섭한다면 ‘재판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에는 매우 좁은, 현실적인 의미가 거의 없는, 적용영역만 남게 되는데, 이는 입법의도를 한정할 단서나 입법적 과오라고 볼만한 근거가 없는 한 취할 바라 할 수 없다. 부동산의 경우 등록부상 상속관계가 드러나지 아니하는 한 인지 이외에는 재판을 거치지 아니하고 상속등기를 할 방법이 없어 분할 기타 처분을 하거나 그에 관여할 방법도 없으므로, 사실상 형성/확인 사이의 차이가 크지 아니하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종래 통설도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임이 ‘분명해진’ 사람을 제외한 채 한 분할도 유효라고 보았다(윤진수, 앞의 책, 428, 442). 민법 제1014조는 분할과 처분을 같이 취급한다. 모의 혼외자를 제외하고 한 상속재산 처분도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그의 상속권은 가액지급청구로 보호된다고 봄이 옳다. 누락된 공동상속인의 이의 여부나 처분 당사자의 선·악의 등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무효로 할 수 있는지는 그 다음의 문제이다. (3) 그럼에도 대법원은 이와 반대되는 결론을 채택하였다. 민법 제1014조를 대법원처럼 이해할 때 우리 입법자가 의식적으로 끼워 넣은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 부분에 어떤 의미가 부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유감스러운 것은 이 문제에 대하여 대법원이 어떠한 검토를 행하였고 어떠한 논리로 그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는지가 판결에 전혀 나타나있지 아니하다는 점이다. 이동진 교수(서울대 로스쿨)
부동산
상속
친생자관계
민법제860조
혼외자인지
이부형제
이동진 교수(서울대 로스쿨)
2018-07-25
중혼적 사실혼 관계 존부확인
-인천지방법원 2016. 8. 26. 선고 2016르10054 판결 - 1. 사실관계 A는 1977년경 혼인신고를 한 법률상 배우자가 있고, A와 법률상 배우자 사이에는 자녀 2명이 있다. A는 인천 남동구에서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2013년경 구청의 노점상 실명제 운영규정에 따라 노점상에 관하여 도로점용허가를 받았다. 노점상 실명제 운영규정에 의하면 노점상에 관하여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본인이 사망한 경우 그 직계가족 1인이 노점상에 관한 권리를 승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A는 2014년 7월경 사망하였는데, B(원고)는 A의 사실혼 배우자임을 주장하며 노점상에 관한 권리 승계 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구청은 B와 A 사이의 사실상 혼인관계 존재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노점상에 관한 권리 승계를 유보하였다. 이에 B는 2015년 피고 인천지방검찰청 검사(A의 사망으로 인천지방검찰청 검사가 피고가 됨)를 상대로 A와의 사실혼관계 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제1심(인천지방법원 2015드단107434)은 B와 A 사이의 사실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B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B는 항소를 하였는데, 항소심(인천지방법원 2016르10054)은 2016년 8월 26일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B의 청구를 인용하여 B와 A 사이에 A가 사망할 당시 사실상 혼인관계가 존재하였음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피고가 상고를 하지 않아 확정됐다. 2. 판결요지 가. 제1심 원고가 망인과 사실혼관계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원고에게 노점상 승계청구를 할 권한이 발생하는 등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망인과 혼인의 의사로 함께 동거하며 노점상을 운영하는 등 객관적으로도 혼인관계의 실체를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에 관하여 객관적인 자료가 뒷받침되지 않는 점, 오히려 망인은 사망 시까지 C와 법률상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사실, 주민등록상 원고와 망인이 동거한 것으로 나타난 기간은 불과 2013년 9월 2일부터 망인의 사망 시인 2014년 7월 29일로 단기간인 사실 등을 고려할 때 원고와 망인 사이의 사실혼관계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나. 항소심(대상판결) 원고와 망인은 2013년 9월 2일경부터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일치하는 점, 망인은 신장암 등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는데 원고는 망인이 사망할 때까지 병원, 요양원 등에서 망인을 간호하고, 치료비, 요양비 등을 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은 사망할 때까지 망인의 자녀들과 거의 교류한 적이 없고 원고의 자녀와 교류한 것으로 보이고, 망인은 원고와 동거한 이후로는 망인의 법률상 배우자 C와 함께 생활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노점상에 관하여 노점상 실명제에 따라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명의자는 망인이지만, 원고도 위 노점상 운영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와 망인은 늦어도 2005년경부터 망인이 사망한 시점인 2014년 7월 29일까지 계속하여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갖추고 생활하여 사실혼관계가 존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망인이 C와 법률상 부부관계여서 원고와 망인의 사실혼이 중혼적 사실혼관계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망인이 원고와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갖추고 생활한 이후에는 C와 장기간 별거하면서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와 망인 사이의 사실혼관계에 대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아울러 망인이 이미 사망하였지만, 원고는 위 노점상에 관한 망인의 권리를 승계 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원고가 망인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3. 평석 가. 사실혼관계에 있는 일방이 사망한 경우 사실혼관계존부확인청구가 소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 사실혼관계에 있는 일방이 사망한 이후 제기하는 사실혼관계존부확인청구는 과거의 법률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인데, 과거의 법률관계는 원칙적으로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판례는 일정한 경우 예외적으로 과거의 법률관계라도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 혼인, 입양과 같은 신분관계나 회사의 설립, 주주총회의 결의무효, 취소와 같은 사단적 관계, 행정처분과 같은 행정관계와 같이 그것을 전제로 하여 수많은 법률관계가 발생하고 그에 관하여 일일이 개별적으로 확인을 구하는 번잡한 절차를 반복하는 것보다 과거의 법률관계 그 자체의 확인을 구하는 편이 관련된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일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므144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망인의 사망 당시 망인과 사실혼관계가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어야 노점상에 관한 망인의 권리를 승계할 수 있으므로 사실혼관계존부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며, 제1심 및 항소심 모두 이와 같이 판단하였다. 그러나 사실혼 배우자의 일방이 사망한 이후 생존하는 배우자가 혼인신고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망자와의 과거 사실혼관계의 존재 확인을 구한 청구의 경우에는, 사망자 사이 또는 생존하는 자와 사망한 자 사이에는 혼인이 인정될 수 없고, 혼인신고특례법과 같이 예외적으로 혼인신고의 효력의 소급을 인정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러한 혼인신고가 받아들여질 수도 없으므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5. 11. 14. 선고 95므694 판결). 나. 중혼적 사실혼을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 망인은 사망시까지 C와 법률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바, 원고와 망인의 관계는 중혼적 사실혼에 해당한다. 이러한 중혼적 사실혼이 보호받을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종래 판례는 “법률상 배우자 있는 자는 그 법률혼 관계가 사실상 이혼상태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혼 관계에 있는 상대방에게 그와의 사실혼 해소를 이유로 재산분할을 청구함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95. 7. 3. 자 94스30 결정)고 판시하여 일반 사실혼과는 달리 중혼적 사실혼은 원칙적으로 법률상 보호받을 수 없다고 보았다. 위와 같이 종래 판례는 법률혼 관계가 사실상 이혼상태라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중혼적 사실혼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보기는 하였으나 실제로는 “법률상 혼인을 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다른 한 쪽이 제3자와 혼인의 의사로 실질적인 부부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대법원 1995. 9. 26. 선고 94므1638 판결, 1996. 9. 20. 선고 96므530 판결, 2001. 4. 13. 선고 2000다52943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하는 등 중혼적 사실혼에 법률적 보호를 인정하는데 매우 제한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64161 판결은 “사실혼은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으면 일단 성립하는 것이고, 비록 우리 법제가 일부일처주의를 채택하여 중혼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위반한 때를 혼인 무효의 사유로 규정하지 않고 단지 혼인취소의 사유로만 규정하고 있는 까닭에(민법 제816조) 중혼에 해당하는 혼인이라도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하게 존속하는 것이고, 이는 중혼적 사실혼이라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또한 비록 중혼적 사실혼관계일지라도 법률혼인 전 혼인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판시한 다음 “법률상 부부의 일방이 집을 나가 행방불명됨으로써 그들의 혼인은 사실상 이혼상태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고 중혼적 사실혼에 법률적 보호를 인정하였다. 대상판결은 위 2009다64161 판결의 취지를 인용한 다음, 이 사건의 경우 망인이 원고와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갖추고 생활한 이후에는 C와 장기간 별거하면서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와 망인 사이의 사실혼관계에 대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중혼적 사실혼에 관한 종래 판례의 경향에 비추어 보았을 때 위 2009다64161 판결과 대상판결은 보호받는 중혼적 사실혼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혼의 경우에도 혼인취소 사유에만 해당하여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하게 존속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호받는 중혼적 사실혼의 범위를 극히 제한하는 것은 중혼의 경우와 비교하여 형평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종래 판례는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이르게 된 데 있어 일방 배우자의 귀책사유가 있다면 별거기간이 오래되었더라도 중혼적 사실혼을 보호할 수 없다는 태도였던 것으로 보이나, 대상 판결은 별거기간이 장기간 지속되고 상호 교류도 없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이르게 되는 과정에 일방 배우자의 귀책사유가 있더라도 중혼적 사실혼을 보호하고자 하는 변화된 판례의 경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혼관계존재확인
권리승계긴청
도로점용허가
노점상실명제
법률상배우자
2017-03-20
이혼·남녀문제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의 보호와 배려
- 서울고등법원 2016르20039 이혼 등 - 1. 사실관계 A(원고)는 B(피고)와 혼인하여 세 자녀를 두었다. A는 C와 수년간 내연관계를 유지해오다가 1998년경 집을 나가 C와 동거하면서 그 후부터 지금까지 별거상태에 있다. B는 혼인생활 중 토지와 건물이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를 기초로 재산을 증식하고 자녀들의 교육 및 뒷바라지를 하였다. A는 별거 후 자녀들의 결혼식에 B와 함께 참석한 것 이외에는 연락을 단절한 채 지냈고, 약 1억원 정도를 자녀들에게 학비 또는 혼인비용으로 주었다. A는 2000년경 B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기각판결을 받았고, 항소하였으나 항소 기각되어 판결이 확정되었다. A는 2006년 하객들을 초대하여 C와 결혼식을 치렀다. 그리고 A는 2014년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A는 2015년 B를 상대로 이혼,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서울가정법원 2015드합30060)은 2015년 12월 9일 A의 이혼청구는 인용하고, 위자료와 재산분할청구는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는 A와 B가 모두 항소하였는데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6르20039)은 2016년 6월 14일 원심을 파기하고, A의 이혼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2. 판결 요지 (1) 제1심 원고와 피고가 서로 연락을 단절한 채 별거한 기간이 18년에 이르고 있고, 그 기간 동안 원·피고는 일체의 연락을 단절한 채 자녀의 결혼식과 같은 집안 행사에만 일시적, 형식적으로 참석하였던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면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파탄에 이르렀다. 다만, 원고가 1992년경부터 C와 내연관계를 맺은 후 1998년 집을 나가 동거하는 등 부정행위를 한 잘못이 있으므로, 파탄의 주된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 다만, 원고는 고령으로 최근 대장암이 발병하였음을 확인한 후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점, 원고와 피고는 별거를 시작할 무렵 및 그 이후로 18년간 별다른 간섭 없이 각자 생활하여 온 점, 별거 이후 피고는 부동산에서 발생한 임대소득을 취득하여 생계와 자녀들을 양육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점, 피고의 의사는 혼인관계의 회복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분할의 결과가 C에게 이득이 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이혼에 불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할 때, 이 사건은 원고의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하여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2) 항소심(대상판결) 혼인관계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음이 원칙이다. 피고는 종전 이혼소송에서부터 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혼을 원하지 않고 있고, 자녀들도 이혼을 원하고 있지 않은 점, 피고는 원고가 집을 나간 후 자녀 3명을 양육하고 결혼을 시켰는데, 원고가 자녀들의 유학자금과 결혼자금을 일부 부담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아니한 점, 원고는 피고가 부동산의 임대소득으로 자녀들을 양육하고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가 가출한 후 피고를 상대로 위 부동산 중 2분의 1 지분에 대하여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부동산의 임대소득에 기초하여 자녀들을 양육하고 생활한 것을 두고 원고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피고와 자녀들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고는 만 73세가 넘는 고령으로 원고와의 혼인관계에 애착을 가지고 혼인생활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 등의 사정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을 뿐이거나 원고의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다거나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되어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평석 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기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그 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대법원 2015.9.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이혼]이 선고됨으로서 일단 일응의 기준이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따른 기준은 다음과 같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은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도덕성에 배치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방지하려는 데 있으므로,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책임이 반드시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한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혼인과 가족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없고 사회의 도덕관·윤리관에도 반하지 아니하므로 허용될 수 있다. 그리하여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따른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지 판단할 때에는 유책배우자 책임의 태양·정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 및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인 생활관계, 별거기간, 부부간의 별거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혼인생활의 파탄 후 여러 사정의 변경 여부, 이혼이 인정될 경우의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의 상황, 그 밖의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 위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에 따르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상대방 배우자 또한 혼인 계속 의사가 없거나, 이혼을 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제1심 판결은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가 혼인관계의 회복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닌 점, 별거기간 동안 피고가 부동산의 사용수익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사정을 고려하여 원고의 이혼청구를 인용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피고의 혼인계속 의사에 진정성이 있고, 원고가 그 이전에 피고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지분이전소송을 제기한 점에 비추어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의 배려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이혼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의 보호와 배려 이혼에 있어서 '정의'를 요구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판례의 태도이다. 유책주의는 이러한 정의 관념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유책주의가 도전 받는 것은 혼인을 강제할 수 없다고 하는 판결의 실효성의 문제, 그리고 애정의 문제를 정의로만 규율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기존의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의 보호와 배려'가 있었다면 예외적으로 이혼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 종전의 태도에 비하면 진일보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축출이혼'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는 기준이기도 하다. 그러나 파탄주의 입장에서도 이와 같은 기준은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파탄주의 법제에서 채택하고 있는 이혼 배우자에 대한 사후부양제도 같은 것은 상대방에 대한 보호와 배려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다만, 이혼을 전제로 할 것인가 여부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위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해 이혼과 관련해서 배우자, 그리고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의 문제가 본격적인 논의의 대상으로 부각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현재 기준으로 볼 때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이 허용되기 위해서는 이를 상쇄할 정도의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 때 보호와 배려의 정도는 유책성의 정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서로 상쇄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애정이 남아 있지 않은 배우자에 대하여 정신적인 배려가 기대되지는 않을 것이므로 결국 경제적인 지원과 자녀에 대한 도리와 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대상 판결은 이에 대하여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유책성의 상쇄에 대하여는 향후 정의 관념에 부합하는 보다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혼
재산분할
유책배우자
변호사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2016-10-20
이혼·남녀문제
이혼을 원인으로 재산분할 받은 장래 퇴직급여채권의 직접청구가능성
- 서울남부지방법원 2015. 11. 25. 선고 2015가소109971 판결 - 1. 사실관계 원고와 소외인은 법률상 부부였으나 원고가 소외인을 상대로 이혼청구를 하였다. 소외인은 사립학교 교직원으로서 퇴직을 하면 피고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이하 '피고'라 한다)으로부터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원고와 소외인은 이혼소송 중 임의조정절차에서 소외인이 받게 될 장래의 퇴직급여에 관하여 피고에 대한 청구권 중 25%를 이전하여 주는 방식의 재산분할에 동의하였다. 원고가 피고에게 재산분할로 받은 퇴직급여채권 중 25%의 직접 지급을 구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거부하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재산분할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및 공무원연금법상 퇴직연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 자는 교직원 본인이며, 원고의 청구는 양도, 압류, 담보제공을 금지하는 규정에도 저촉되므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직접 퇴직연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2. 판결의 요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이 원칙적으로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의 청산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 중 일부를 재산분할로써 이전받은 배우자는 퇴직급여 채권자인 교직원과 동일한 지위를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배우자의 청구를 교직원 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하는 것은 혼인생활 중 실제 퇴직급여의 형성에 기여하였던 배우자의 신뢰를 침해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더욱이 이 사건의 경우 교직원 본인도 이혼소송 중 임의조정절차에서 장래의 퇴직급여에 관하여 피고에 대한 청구권을 이전하여 주는 방식의 재산분할에 동의하였는데, 피고가 교직원 본인의 청구만이 허용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교직원 본인의 의사에도 반한다. 퇴직급여는 혼인 중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부부공동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으로 볼 것이므로 교직원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기여를 인정하고 그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하여 재산분할로서 장래 퇴직급여의 분할을 허용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재산분할로서 퇴직급여채권의 일부를 이전받은 배우자의 직접청구를 허용하더라도, 퇴직급여의 현금지급을 확보함으로써 퇴직한 교직원 본인과 그 가족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양도금지규정의 취지에 저촉된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교직원의 직접 청구만을 허용한다면 퇴직연금의 안정적 수급이라는 혜택을 오로지 교직원 본인에게만 누리게 하고, 배우자는 퇴직연금의 수령이 교직원의 자발적인 지급 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결과가 되어 애초의 양도금지규정의 취지로 보호하려고 한 가족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에는 역행하는 결과가 되어 버린다. 따라서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원고 청구 인용). 3. 판결에 대한 평석 가. 장래의 퇴직급여채권에 대한 재산분할가능성 연금은 이혼 당시 그 재산적 가치가 현재화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종래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았고, 장래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은 민법 제839조의2 제2항 소정의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 데 필요한 '기타 사정'으로만 참작되었다(대법원 1995. 5. 23. 선고 94므1713, 1720 판결 등). 그러나 퇴직급여채권을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단지 기타 사정으로만 참작하는 것은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의 청산·분배를 본질로 하는 재산분할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고, 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공평에도 반한다. 또한 당해 퇴직금청구권 외에 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다른 재산이 없는 경우에는 기타 사정으로도 참작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그리하여 대법원은,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에 이미 잠재적으로 존재하여 경제적 가치의 현실적 평가가 가능한 재산인 퇴직급여채권은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으로서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함으로써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였다(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3므2250 전원합의체 판결). 나. 장래의 퇴직급여채권의 분할방법 위와 같이 대법원이 장래의 퇴직급여채권에 대해서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분할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다만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그 시점에서 퇴직할 경우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급여 상당액의 채권이 그 대상이 된다고만 하고 있을 뿐이다. 분할의 방법과 관련하여 이론적으로는 현물분할방식과 대상분할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현물분할방식은 퇴직급여채권의 일부를 분할권리자에게 이전하는 방식이고, 대상분할방식은 장래의 퇴직급여채권을 분할의무자에게 확정적으로 귀속시키는 대신 분할권리자의 기여분에 상당하는 금액만큼 정산하도록 하여 일시금 또는 정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상분할방식은 분할의무자에게 충분한 자력이 없는 경우에는 사용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그리고 일시금은 연금수급권자의 뜻을 거스르더라도 현재의 소비를 장래로 이연시키고자 하는 연금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정기금 방식, 특히 연금수급권 자체를 분할, 이전하는 현물분할에 의한 정기금 지급 방식이 연금제도의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와 관련하여서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의 양도금지규정(제7조 제1항)에 반하지 않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르면, 퇴직연금제도의 급여를 받을 권리는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 이는 퇴직급여의 직접 지급을 보장함으로써 퇴직한 근로자와 그 가족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다. 대법원은 이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해석하여 압류도 금지하고 있다(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3다71180). 그러나 재산분할의 본질은 부부 공동재산의 청산이다. 장래의 퇴직급여채권을 배우자가 분할받는 것은 원래 자기에게 권리가 있는 재산을 청산받아 가는 것이다. 이것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금지하는 퇴직급여채권의 양도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장래의 퇴직급여채권은 근로자 본인뿐만 아니라 퇴직급여의 형성에 기여한 배우자의 생계보장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근로자 본인의 노후생활보장만을 위해 배우자에게 연금의 분할이전을 금지하는 것은 그 배우자의 기대이익 내지 신뢰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 이혼한 배우자의 노령연금액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의 절반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국민연금과의 형평에 비추어 보더라도 장래의 퇴직급여채권을 분할, 이전하는 것은 허용되어야 한다(국민연금법 제64조). 미국의 여러 주와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이미 연금분할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예컨대 독일은 혼인 중에 취득한 연금권을 양 배우자의 공동노력에 의한 것으로 보고 이혼할 때 이것을 청산하도록 하는 연금청산제도가 있으며, 연금청산의무와 청산비율도 법으로 정하고 있고 양도도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2015년 6월 22일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하였다. 개정 공무원연금법은 국민연금법과 유사하게 공무원과의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인 자가 이혼하고 65세가 되면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지급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46조의3). 이 법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연금의 분할, 이전이 허용된다. 그리고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제42조 제1항에서는 공무원연금법 제46조의3을 준용하고 있기 때문에 교직원과의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에도 동일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개정 공무원연금법은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데, 대상 판결은 개정법이 시행되기 전에 내려진 판결로서 개정법과 상관없이 타당한 결론이며, 그 이유 설시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다. 결론 장래의 퇴직급여채권도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는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하급심에서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의 양도금지규정을 이유로 연금의 분할, 이전을 허용하지 않았고, 그 결과 장래의 퇴직급여채권을 분할 받은 배우자의 직접 청구도 허용하지 않았다. 예컨대, 광주지방법원 2015. 9. 4. 선고 2015가합1729 판결에서는 "사립학교직원연금법 제40조 제1항에 의하면 급여를 받을 권리는… 양도 또는 압류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퇴직연금의 양도행위는 위 법률에 따라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분할권리자)는 피고(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에 대하여 김00(분할의무자)의 퇴직연금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지 못한다"라고 판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장래의 퇴직급여채권을 분할 받은 배우자의 직접 청구를 허용함으로써 연금의 분할, 이전을 인정하였다. 모든 하급심 판결을 확인할 수 없어서 단언할 수는 없으나, 필자가 알기로는 이러한 판시를 한 최초의 판결로 파악되며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재산분할
퇴직급여
이혼
2016-03-14
1
2
3
4
5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