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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손해전가 항변
Ⅰ. 서설 대상판결은 군납유류 입찰담합사건의 판결(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18850 판결)에 비하면 담합의 내용이나 손해액 산정방식이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다양한 쟁점을 망라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손해전가항변에 한정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Ⅱ.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판결의 요지 1. 사건의 내용 원고는 피고 A와 피고 B로부터 밀가루를 매입하여 제빵·제과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인바, 공정거래위원회는 피고들을 포함한 8개 국내 제분회사들이 밀가루의 국내 생산량을 제한하고 가격을 인상하며 밀가루의 실수요업체에 대한 장려금을 공동으로 폐지 또는 축소하기로 하는 거래조건을 합의하는 등 부당한 공동행위(이하 '담합'이라 약칭한다)를 하였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내린 바 있다. 원고는, 피고들의 생산량제한 및 가격의 담합으로 인하여 원고를 비롯한 밀가루 수요업체들이 부당하게 높게 형성된 공급가격에 밀가루를 매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이유로, 피고들에 대한 각 기간별·항목별 밀가루가격 중 피고들의 담합행위로 인하여 인상된 금액 부분에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매입한 각 기간별·항목별 밀가루수량을 곱한 금액을 피고들에게 각 손해액으로 지급할 것을 청구하였다. 2.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은 감정인의 감정결과를 채용하여, 담합에 의한 밀가루 가격상승으로 인하여 담합기간 동안 원고가 피고들에게 경쟁가격을 초과한 가격을 지급함으로써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액을 산정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하여 인상된 가격으로 밀가루를 구매한 원고가 밀가루를 원료로 생산하여 판매하는 제품에 관한 가격 인상을 통하여 인상된 밀가루 가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하였다는 이유로 피고들이 배상할 손해액에서 위와 같이 전가된 손해액 부분을 공제할 것을 주장한 피고들의 이른바 '손해전가의 항변'을 배척하면서도, 제품 가격 인상에 의한 손해 전가에 관한 사정을 참작하여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먼저, "담합에 의하여 가격이 인상된 재화 등을 매수한 매수인이 다시 이를 제3자인 수요자에게 판매하거나 그 재화 등을 원료 등으로 사용·가공하여 생산된 제품을 수요자에게 판매한 경우에, 재화 등의 가격 인상 후 수요자에게 판매하는 재화 등 또는 위 제품(이하 이를 모두 포함하여 '제품 등'이라 한다)의 가격이 인상되었다고 하더라도, 재화 등의 가격 인상을 자동적으로 제품 등의 가격에 반영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는 경우 등과 같이 재화 등의 가격 인상이 제품 등의 판매 가격 상승으로 바로 이어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품 등의 가격은 매수인이 당시의 제품 등에 관한 시장 상황, 다른 원료나 인건비 등의 변화, 가격 인상으로 인한 판매 감소 가능성, 매수인의 영업상황 및 고객 보호 관련 영업상의 신인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할 것이므로, 재화 등의 가격 인상과 제품 등의 가격 인상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거나 제품 등의 인상된 가격 폭이 재화 등의 가격 인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뿐 아니라 제품 등의 가격 인상은 제품 등의 수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여 전체적으로 매출액 또는 영업이익의 감소가 초래될 수 있고, 이 역시 위법한 담합으로 인한 매수인의 손해라 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아니하고 제품 등의 가격 인상에 의하여 매수인의 손해가 바로 감소되거나 회복되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쉽게 추정하거나 단정하기도 부족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와 같이 제품 등의 가격 인상을 통하여 부분적으로 손해가 감소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직접적인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을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에 참작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상 타당할 것"이라고 하고 같은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Ⅲ. 평석 1. 손해전가항변의 의미 손해전가의 항변(passing on defense)이란, 직접구매자가 담합으로 인하여 초과가격(overcharge)을 지불함으로써 자신이 입게 된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자신의 하위단계 구매자인 간접구매자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구매자의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항변을 말한다. 손해전가의 항변이 받아들여지면 원고로서는 초과가격지불로 인한 손해를 주장함에 제한을 받게 되고 결국 피고는 원고가 간접구매자에게 전가한 부분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원고로부터 손해를 전가 받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간접구매자가 다시 법 위반행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대법원의 Hanover Shoe, Inc. v. United Shoe Machinery Corp., 392 U.S. 481(1968) 판결로 위와 같은 손해전가항변을 배척하였다. 그리고 간접구매자가 제기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하여는 Illinois Brick v. State of Illinois, 431 U.S. 720(1977) 판결 이래 원고적격을 결한다는 이유로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Hanover Shoe 판결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예를 들어 초과가격을 지불한 구매자가 이미 cost plus 계약을 가지고 있는 경우와 같이 그가 손해를 입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것이 쉬워서 전가항변을 허용하여야 할 경우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Illinois Brick 판결에서도 위 원칙에 대한 예외가 존재할 수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손해전가의 항변 및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간접구매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하급심 판결이 있으나 대법원이 판시를 낸 것은 이 사건이 최초이다. 미국과 같은 특수한 원고적격이론을 가지지 않은 우리나라나 독일의 경우에 위와 같은 손해전가의 항변을 소송법적으로 분석하면 1)손해발생에 대한 부인과 2)손해액 산정에 있어서 공제 또는 책임제한의 항변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2. 손해의 전가와 손해발생의 부인 독일에서는 제품이나 용역에 대하여 전매가 이루어져 손해가 전가된 경우에 손해발생자체가 부인되는지 여부가 논의된 바 있다. 구 경쟁제한금지법이 적용된 비타민 국제카르텔 사건에서 만하임 지방법원은 이 경우에 직접구매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결과가 된다는 견해를 취하였다. 이에 반하여, 직접 구매자의 손해는 손해를 근거지우는 행위(인상된 카르텔 가격으로 판매한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카르텔 판매가격과 가정적 경쟁판매가격의 차이를 말하고, 사후적으로 직접 구매자가 전매한 사정은 위 손해발생과 무관하다는 견해(Kohler 교수의 견해)가 유력하게 제기되었다. 결국 2005년에 개정된 경쟁제한금지법은 직접구매자가 손해를 전가한 경우에도 직접 구매자의 손해가 배제되지 않는다고 규정함으로써 후자의 견해를 취하여 이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하였다. 이 사건 대상 판결에서 우리 대법원은 이 점을 명시적으로 판시하지는 않았지만 아래 손익상계에 대한 판단은 위 개정된 경쟁제한금지법과 같은 태도를 전제로 한 것으로 평가되고,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 손해의 전가와 책임제한 독일에서는 이 논점에 대하여 i) 이론적으로 손해와 공제될 이익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손익상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견해와 ii) 이론적으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나, 법정책적 고려로서 손익상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로 나뉘지만, 어느 견해에 의하든 손익상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있기 전에는, 손해전가항변을 민법상 손익상계의 항변과 같은 것으로 파악하여 전가한 금액을 공제하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으나, 필자는 이를 손익상계항변과 같은 것으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손해의 공평부담의 견지에서 손해액 산정의 참작사유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이선희, '공정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권 - 부당한 공동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중심으로-', 민사판례연구 31권, 박영사, 2009, 936-937면 등). 손익상계는 불법행위에 의하여 채권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것과 동시에 이익이 생긴 경우에 그 이익을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공제하는 원칙을 말하며, 공제대상이 되는 이익은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이득이라고 하는 통설 및 판례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직접구매자가 판매가격의 인상을 통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전가한 것이 손익상계에서 말하는 당해 행위로 인한 '이익'이라고 볼 수 없고, 위 손해의 전가는 위반행위와 동시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와는 별도로 직접구매자가 제3자와 체결한 매매계약에 의하여 취득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발생과 동시에 채권자에게 발생하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하기도 어려우므로 이를 민법상 손익상계의 항변과 같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와 같은 점에서 손해전가항변을 손익상계와 같은 것으로 보지 않고 책임제한의 참작사유로 파악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태도는 타당하다. Ⅳ. 결어 이번 대법원 판결은 손해전가항변에 대하여 최초로 판시하면서, 이를 손해의 발생이나 손익상계에 대한 문제로 보지 않고 책임제한사유로서 참작함을 밝혔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2013-01-31
하도급법상 경제적 이익 부당요구금지 규정의 규율대상
1. 사실관계 건설업체인 A는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을 주면서 미분양 상태에 있던 자신의 아파트 분양권을 배정하거나, A 대표자의 아들이 운영하는 외제차 차량을 구입하도록 강제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A의 행위에 대하여 이를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제12조 제2항의 경제적 이익의 부당요구 금지행위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처분(이하'이 사건 처분')을 하였고, A는 이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09. 4. 1. 법률 제96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하도급법'이라고만 합니다) 제12조의2의 입법 취지는 원사업자가 하도급거래를 하면서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수급사업자에게 법률상 의무 없는 부담을 강요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는 데에 있는바,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의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내세워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도 위 조항의 규제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하고, '경제적 이익의 제공'에는 반드시 반대급부가 없는 일방적인 경제적 이익만이 아니라,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하거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 등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형태로 수급사업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것도 포함된다. 3. 하도급법 제12조의2 신설 경위 및 입법취지 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2조의2는 2004. 11. 25. 정부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되어 2005. 3. 31. 법률 제7488호로 신설된 것으로"원사업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수급사업자에게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하여 금전, 물품, 용역 그밖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도록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위 조항의 입법취지를, ① 원사업자가 하도급거래를 함에 있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협찬금 등 수급사업자에게 법률상의 의무가 없는 부담을 강요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려는 것임, ② 원사업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수급사업자에게 자신 또는 제3자를 위하여 금전, 물품, 용역 그밖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게 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함이라고 하며, 이로써 원사업자의 수급사업자에 대한 불공정 하도급거래행위를 예방하게 되어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위 심사보고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연구용역 및 서비스업종에 대한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위탁사업자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수탁자에게 협찬금 등의 제공을 강요하는 등 원사업자의 수급사업자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요구행위가 빈번히 발생하는 실정이라고 하였다. 이후 하도급법 제12조의2는 2009. 4. 1. 법률9616호로 개정되었으나, 위 조항의"그 밖에"라는 부분이"그 밖의"로 바뀌었을 뿐 규정 내용은 동일하여 판례의 위 조항에 관한 논의는 현재에도 그대로 유효하다. 4. 하도급법 제12조의2 규제대상 입법자는 하도급법 제12조의2의 입법취지를, 원사업자가 하도급거래를 함에 있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협찬금 등 수급사업자에게'법률상의 의무가 없는 부담을 강요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 사건과 같이 아파트 및 외제차 구입을 하도급거래의 조건으로 한 경우, 이를'법률상 의무 없는 부담'으로 볼 수 없어, 위 조항을 통하여 규율할 수 없는 것이 아닌지 문제된다. 참고로 이 사건에서 A는 계약에 근거를 두고 있으므로 이를'법률상 의무 없는 부담'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함과 아울러, 위 조항에서 말하는'경제적 이익'이란'개별적 거래를 통하여 얻게 되는 이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 거래 이외의 양 회사의 일반적인 관계에서 구체적인 계약과는 상관없이 별도의 강요에 의하여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을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 행위로 인하여 A가 수급사업자들과의 개별적인 거래과정(하도급계약)에서 일정한 이익을 거두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하도급법 제4조(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 금지)가 적용되어야 하지, 하도급법 제12조의2가 적용될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하도급법 제12조의2는 하도급거래에서 대가의 균형성이 문제되는 규정이 아니다. 하도급법 제4조 제1항은 원사업자가 자신의 거래상 지위를 이용하여 수급사업자에게 통상 지급되는 대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경우, 즉 하도급 거래 자체에서 발생하는 쌍방 대가의 불균형을 문제 삼는 반면, 제12조의2는 이와 별개로 원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하여 하도급계약에서 발생하는 의무 외에 수급사업자에게 금전, 물품 등의 추가적인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게 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다. 입찰에 참가하여 낙찰될 경우 미분양 아파트를 구매하게 한 A의 행위는 하도급대금의 부당 결정과는 무관하다. 하도급법 제12조의2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원사업자가 당해 하도급계약에 일반적·통상적으로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범위를 초과하여 수급자에게 어떠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경우는 위 규정의 경제적 이익의 부당요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경제적 부담이 하도급계약에 일반적·통상적으로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범위에 속하는 것인지 여부는 당해 하도급계약 및 경제적 부담의 실질적인 내용 내지 의미를 따져 결정되어야 할 것이지, 그러한 경제적 부담이 하도급거래의 조건 또는 내용 중에 형식적으로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좌우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만약 이와 반대로 해석한다면 협찬금, 장려금, 지원금 등 전형적으로 위 규율대상이 되는 경제적 부담이라도 하도급계약 체결 단계에서 이를 하도급거래의 조건 또는 내용 중에 포함시키기만 하면 위 규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도급법 제20조는 원사업자가 하도급거래와 관련하여 우회적인 방법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이 법의 적용을 피하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하도급계약 자체에서 일반적·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의무 외에, 원사업자와 하도급거래관계가 없었다면 수급사업자가 제공하지 않았을 경제적 이익은, 그것이 형식적으로 하도급계약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킨 경제적 이익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는"정당한 사유 없이 … 법률상 의무 없는 부담을 …"이라고 되어 있지 않고, "정당한 사유 없이 … 경제적 이익을 …"이라고 되어 있는 하도급법 제12조의2의 규정 내용과도 부합하는 해석이다. A의 주장은 형식상 하도급거래 내용에 포함되기만 하면 "법률상 의무 없는 부담"이 아니기 때문에 제12조의2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나, 문제는 "법률상 의무의 유무"가 아니라"정당한 사유의 유무"이다. 이 사건에서 A는 39개 수급사업자에게 건축공사를 하도급하면서 그 거래조건으로 자신의 미분양아파트를 분양받도록 하거나 자신과 특수한 관계가 있는 회사의 수입차량을 구매하도록 하였는데, 이러한 '아파트 분양'과 '자동차 구매'는 건축공사 하도급계약에 일반적·통상적으로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범위를 초과하는 것임이 명백하다. 5. 경제적 이익제공의 의미 이 사건에서 A는 입찰에 참여한 수급사업자들은 구매조건을 수용함으로써 자신들이 입게 될 손해상당액만큼을 입찰금액에 포함시켰고, 따라서 구매조건이 없는 경우에 비하여 입찰금액이 상승하게 되었으므로 수급사업자들이 A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참고로 A는 아파트 분양대금 또는 차량대금만큼 하도급공사대금을 공제하고 지급하는 형식이 아니라, 하도급공사대금은 현금으로 전액 지급받는 대신 그와 별도로 아파트분양금액 또는 차량대금을 납부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그러나 A는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여 건설한 아파트가 분양되지 않음으로 인하여 자금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에서 미분양 아파트를 수급사업자들에게 분양함으로써 매출을 늘리고 자금운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경제적인 이익을 제공받았다. 자동차 구입의 경우에도 A 대표의 아들이 운영하는 업체의 매출을 증가시켜, 제3자를 위하여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수급사업자들은 불필요한 자금수요가 발생함에 따라 그만큼 자금운용에 부담을 지게 되고, 당초 분양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전매하거나 제3자가 분양받도록 함으로써 그 차액을 부담하지 않을 수 없는 등 경제적 부담을 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하도급법 제12조의2에서 말하는'경제적 이익의 제공'에는 반드시 반대급부가 없는 일방적인 경제적 이익만이 아니라, 원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하거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 등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형태로 수급사업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것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또한'경제적 이익'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미분양 아파트와 외제자동차가 수급사업자에게 시장가격으로 판매되었다면, 원사업자의 총 자산가치에 증가가 없어'경제적 이익의 증가'가 없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아무 필요도 없는 또 아무리 많은 분량의 아파트와 자동차라 하더라도 시장가격으로 매매되기만 하면, 어떠한 경제적 이익도 제공된 바 없고, 어떠한 경제적 부담도 진 바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부당하다. 6. 맺으면서 이 사건 판결은 2005. 3. 31. 하도급법 제12조의2가 신설된 이후 위 조항이 적용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 원사업자가 정상적인 계약형태로 가장하여 탈법적으로 하도급업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는 행위에 관하여도 하도급법을 적용하여 규율할 수 있음을 명확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의 부당한 이익제공 요구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이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최근에 신설된 위 조항을, 만연한 하도급거래의 탈법적 행태 속에서 그 입법취지에 따라 빛을 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해석한 위 대법원 판결을 지지한다.
2011-10-17
집합건물 경매와 대지권 성립 전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 소멸여부
1. 문제의 제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제20조(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일체성)는 "①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른다. ② 구분소유자는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다. 다만, 규약으로써 달리 정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취지는 집합건물의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이 분리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여 대지사용권 없는 구분소유권의 발생을 방지함으로써 집합건물에 관한 법률관계의 안정과 합리적 규율을 도모하려는 데 있다(대법원 2006. 3.10. 선고 2004다742 판결). 다만, 위와 같은 일체불가분성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구분건물의 대지사용권을 전유부분과 분리처분이 가능케 한 규약이나 공정증서가 있는 때에는 종속적 일체불가분성이 배제되어 전유부분에 대한 경매개시결정과 압류의 효력이 대지사용권에는 미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7. 6.10. 자 97마814 결정). 이러한 경우, 대지사용권을 가지지 못하는 구분소유자가 발생하게 되고, 그 전유부분의 철거를 구할 권리를 가진 자는 그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구분소유권을 시가로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집합건물법 제7조). 요컨대, 집합건물법상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분리처분은 강행법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집합건물법상 대지권 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대지만에 관하여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이 일체로서 경락되었다면,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은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함이 없는 한 소멸한다고 판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나대지상의 근저당권을 합리적 근거 없이 소멸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2.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상호신용금고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지번생략 대 287.5㎡(이하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서울지방법원 강남등기소 1991. 6.19. 접수 제61762호로 채권최고액이 750,000,000원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그 후 이 사건 토지 지상에는 철근콘크리트조 스라브 위 아스팔트 슁글 4층 다세대주택 1 내지 4층(지하 101호, 102호, 1층 101호, 2층 201호, 202호, 3층 301호, 302호, 4층 401호, 402호 9세대) 각 129.84㎡, 지하층 139.84㎡인 건물 1동(이하 '이 사건 다세대주택')이 건축되어, 서울지방법원 강남등기소 1992. 1.13. 접수 제2555호로 소외 1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졌고, 같은 날 이 사건 토지에 관해서는 이 사건 다세대주택의 대지권의 목적인 취지의 등기가 마쳐졌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① 지하 102호는 피고 1이 1994. 7.19. 서울민사지방법원 93타경3420 강제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4. 10.27.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② 4층 401호는 피고 2가 1993. 5.24. 서울민사지방법원 92타경22443 임의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3. 6. 28.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③ 4층 402호는 피고 3이 1993. 9.14. 서울민사지방법원 92타경40564 임의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8. 6.20.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지하 102호, 4층 402호의 낙찰허가결정문에는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이 포함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4층 401호의 낙찰허가결정문에는 그러한 기재가 없는 대신 "이 사건 등기부 표시란(대지권의 목적인 토지의 표시)에 기재된 토지에 대한 별도 등기(근저당권 1991. 6.19. 제61762호 7억5,000만원)는 존속시켜 이를 경락인이 인수하도록 한다"는 특별매각조건이 부가되어 있다. 대한상호신용금고는 1998. 10.15. 서울지방법원에 위 근저당권에 기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임의경매를 신청하였고, 서울지방법원은 1998. 11.9. 임의경매개시결정을 하였다(98타경84146). 2002. 6.20. 위 서울지방법원 98타경84146 임의경매절차에서 원고는 피고 1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과 피고 2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을, 선정자 2는 피고 3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을 각 낙찰받아 2002. 7.29. 각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한편, 위 임의경매절차에서 지하 101호 소외 2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 2층 201호 소외 3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 3층 302호 소외 4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은 소외 5가 각 낙찰받아 2002. 7.22.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대지권 등기는 2002. 7.22.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1층 101호(287.5분의 57.5), 2층 202호(287.5분의 27.37), 3층 301호(287.5분의 30.13)만에 관한 대지권이라는 취지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사실관계 하에서 원고는 피고 1, 2에 대하여, 선정자 2는 피고 3에 대하여 각 토지사용료를 청구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구 민사소송법(2002. 1.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608조 제2항 및 현행 민사집행법 제91조 제2항에 의하면 매각부동산 위의 모든 저당권은 경락으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집합건물의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사용권인 토지공유지분이 일체로서 경락되고 그 대금이 완납되면, 설사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별도등기로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이라 할지라도 경매과정에서 이를 존속시켜 경락인이 인수하게 한다는 취지의 특별매각조건이 정하여져 있지 않았던 이상 위 토지공유지분에 대한 범위에서는 매각부동산 위의 저당권에 해당하여 소멸한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지하 102호, 402호의 경매절차에서 피고 1, 피고 3이 각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권도 경락받았고, 이때 이 사건 토지 중 위 각 피고가 취득한 대지권 지분에 관한 대한상호신용금고의 근저당권도 이미 소멸한 것이다(=원고, 선정자 2의 피고 1, 3에 대한 청구기각). 한편, 401호의 경우 피고 2는 대한상호신용금고의 근저당권을 경락인이 인수한다는 특별매각조건하에 위 401호를 그 대지권과 함께 경락받은 것이므로, 피고 2는 그 후 401호의 대지권에 해당하는 토지공유지분을 경락받은 원고에게 토지사용이익의 부당이득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의 피고 2에 대한 청구인용). 4. 검토의견 생각건대, 이 문제를 오로지 특별매각조건의 문제로 풀어내는 것은 지나치게 도식적인 해결책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집행법원이 낙찰허가결정서에 특별매각조건으로 일정한 사항을 기재하는 것과 무관하게 경락인이 인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집행법원이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하는지 여부에 따라 실체적 권리관계가 변동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본건과 같이 토지만에 관하여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집합건물이 건축되고 각 세대별 소유권보존등기 및 대지권 등기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집합건물등기부등본 표제부 '대지권의 표시'란에는 "별도등기 있음"으로 공시되어 있고, 누구든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에 설정되어 있는 권리관계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401호의 경우에 비추어 보건대, 집합건물등기부상 "별도등기"로써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존재를 알 수 있었음이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경매법원의 낙찰허가결정에 이 사건 근저당권의 인수여부에 관한 기재가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들이 근저당권의 제한 없이 각 세대의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권까지 낙찰받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대법원 2007. 4.13. 선고 2005다8682 판결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바,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이미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가압류결정이 집행되어 있는 경우 그 이후 집합건물이 신축되고 각 세대별 소유권보존등기 및 대지권등기가 경료되고, 이후 이중 일부 세대에 관한 경매절차에서 낙찰받은 자는 위 가압류의 부담을 인수한다고 판시하고 있고, 이러한 법리는 이 사건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 2005다8682 판결에 대한 해설(이규진, 부동산 신소유자의 채권자가 경매신청을 한 경우 선순위가압류등기가 말소촉탁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대법원 판례해설 제67호, 740면)이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낙찰허가결정에서 선행가압류등기의 존부 및 인수여부에 관한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경락인이 가압류의 부담이 없는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또한 굳이 그 조건을 분류하자면 특별매각조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일 뿐 실무에서 특별매각조건으로서 운용되었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이 사건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지하 102호 및 402호의 경우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이 포함된 점이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르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보이나, 이는 근저당권의 존속여부와는 무관하다 할 것이다. 구분건물에 대한 경매에 있어서 비록 경매신청서에 대지사용권에 대한 아무런 표시가 없는 경우에도 집행법원으로서는 대지사용권이 있는지 조사해야 하고, 그 결과 전유부분과 불가분적인 일체로서 경매의 대상이 되어야 할 대지사용권의 존재가 밝혀진 때에는 이를 경매 목적물의 일부로서 경매 평가에 포함시켜 최저입찰가격을 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입찰기일의 공고와 입찰물건명세서의 작성에 있어서도 그 존재를 표시해야 할 것인 바(대법원 1997. 6.10.자 97마814 결정), 대지사용권은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르는 것이므로 일괄경매를 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전유부분과 대지지분이 일체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전유부분에 대한 경매개시결정과 압류의 효력이 당연히 종된 권리인 대지사용권에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구분건물의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을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반면 경락인이 구분건물을 취득하면서 대지권의 가치까지 지불하였다고 하여 이로써 대지권 성립 이전에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저당권을 소멸시킬 수는 없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매각부동산 위의 모든 근저당권은 경락으로 소멸한다는 민사집행법 제91조 제2항을 들어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된 근저당권이라도 토지공유지분에 대한 범위에서는 매각부동산 위의 부담에 해당하여 소멸하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본래 나대지상에 설정된 근저당권자는 근저당권의 교환가치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경우, 대지상의 건물 축조의 중지까지 구할 수 있는 방해배제권능을 갖는 권리(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3다58454 판결)라는 점과도 일치할 수 없는 결론이 아닐 수 없다 할 것이다. 5. 결론 집합건물의 등기부에 대지권을 표시하면서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각종 부담을 공시하는 이유는 집합건물을 취득하는 자를 보호함에 있는 것이고, 집합건물의 표제부에 "별도등기 있음"으로 기재하여 이러한 제한물권 또는 가압류 가처분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은 그 이후 이루어진 개개의 집합건물에 대한 경매와는 상관없이 별도등기로써 공시된 물권으로 존속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결과는 구분건물의 경매절차에서 그 인수여부가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하여져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고, 각 집합건물의 경매절차에서 경락인이 대지권의 가치까지 지불하였는지 여부와도 무관하다 할 것이다. 대상판결에 의하면 대지권 성립 전에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던 근저당권이 그 후에 건축된 집합건물의 대지권 등기 및 집합건물에 대한 한 차례 경매로 인하여 소멸한다는 기이한 결과가 되는 바, 이는 합리적 근거 없이 근저당권이 소멸시키는 것이므로 그 결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010-03-15
입찰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 기준
1. 들어가며 2001년부터 약 9년간 계속되었던 군용 유류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얼마 전 선고되었다.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실제 손해와 가장 가까운 금액을 산정하기 위한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많은 자료와 공방이 오고갔다. 필자는 국가측의 항소심 소송수행자로서 위 판결의 내용과 의미를 정리하여 향후 유사사례 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본 판례평석을 기고하게 되었다. 2. 사실관계 피고들인 주식회사 A,B,C,D,E는 국가인 원고에게 군용유류를 납품하는 정유 업체이다. 군용유류 구매절차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계법'이라 한다), 같은 법 시행령(이하 '국계령'이라 한다)의 적용을 받는데, 원칙적으로 경쟁입찰에 의한다. 원고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피고들과 입찰을 통하여 75건 금액 합계 약 712,845,810,000원(1998년 약 320,303,582,000원, 1999년 약200,132,950,000원, 2000년 약 192,409,278,000원)의 군용유류 구매계약을 체결하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피고들이 위 기간 동안 입찰물량을 나누어 낙찰받기로 한 후, 유종별 낙찰예정업체, 낙찰단가, 들러리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하고, 그 합의된 내용대로 응찰하여 원고와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 규제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 제1호에 정한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고 보아 피고들 합계 약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이후 피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결과적으로 납부한 과징금은 총 936억 1000만원이다.) 이와 더불어 피고들 및 피고들의 경영이사들은 독점규제법위반죄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이 판결은 확정되었다. 원고는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피고들에게 165,967,357,805원(그 중 82,857,611,115원은 98년분, 66,596,222,979원은 99년분, 8,965,745,626원은 2000년분) 및 지연손해금을 청구하였다. 3. 사건의 쟁점 및 손해액 산정의 방법론 가. 사건의 쟁점 피고들의 담합행위 여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 및 관련 판결에 의해 확정된 이상 피고들의 위법한 담합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그 책임 범위는 '피고들의 담합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가격'(낙찰가격)과 '피고들이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으리라고 인정되는 가격'(경쟁가격)과의 차액이 될 것인데, 이 사건에서는 피고들의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을 추정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었다. 나. 손해액 산정의 방법론 1) 표준시장 비교 방법(원고측 제시) 표준시장 비교 방법(yarkstick method)은 입찰 담합이 없었던 시장을 표준으로 삼아서 그 시장에서의 가격과 입찰 담합이 있었던 시장에서의 가격을 비교함으로써 담합으로 인한 가격 인상분을 파악하여 손해액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원고는 피고들에 의하여 과점되고 있는 국내 유류시장의 특성상 유류 시장 전체에 걸친 가격 담합이 존재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국내 유류 시장을 기준으로 경쟁 시장 가격을 산정할 수는 없고, 아시아 최대의 유류 완제품 국제 시장인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유류를 구입하여 국내에서 원고에게 공급할 때까지 드는 비용을 산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형성된 거래가인 MOPS 가격에 운임보험료, 신용장 개설료, 통관료, 국내운반비, 저유비, 품관비, 첨가제가격, 일반관리비, 이윤, 석유기금, 관세 등의 부대비용을 더하여 가상의 경쟁시장 가격을 추정하였다.(이하 'MOPS 가격 비교 방법'이라 한다) 2) 중회귀분석을 통한 이중차분법(감정인단 및 피고들 제시) 감정인단 및 피고들은 통계학적 추론방법을 적용한 계량경제학적 분석방법, 즉,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변수로 설정하고 중회귀분석(multiple regression analysis)이라는 통계학적 추론방법을 사용함으로써 담합이 가격에 미친 영향과 담합 이외의 경제적 요인들이 가격에 미친 영향을 분리하여,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but for price)을 추정해 내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4. 1심 및 대상 판결의 요지 가. 1심 판결의 요지(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1. 23. 선고 2001가합10682 판결) 1심은 ① 완전경쟁시장(싱가포르 현물시장)을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하게 되면 결국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과의 차액'이 아닌 '완전경쟁시장에서 형성되었을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과의 차액 전체'를 피고들에게 부담시키는 결과가 되며, ②군납 유류시장과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특수성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변수들의 효과를 적절히 감안하지 아니한 채 두 시장을 단순히 비교하는 표준 시장 비교 방법은 타당하지 않다고 하면서, 이 사건에서는 낙찰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을 도입한 중회귀분석 모형을 설정한 다음 이중차분법에 따라 담합의 효과를 추정해내는 방법, 즉 '중회귀분석을 통한 이중차분법'에 의하여 손해액을 계산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라 1심 법원은 감정인단의 결과를 원용하되, ①추정모형으로는 통상 최소자승법(ordinary least squares method)을 채택하고, ②담합효과는 1998년과 1999년은 동일하게, 2000년은 이와 다르게 설정하는 모형을 채택하며, ③유찰수의계약 자료는 모두 모형에서 제외하는 변형을 가하여 최종적인 손해액을 80,997,385,398원으로 계산하여 판결하였다. 나. 대상 판결의 요지 항소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변경하였다. 즉, 계량경제학상의 중회귀 분석을 통한 손해액 산정 방법이 그 자체로서 매우 합리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①경제적 논증에 대한 규범적 통제의 어려움, ②이 사건 각 모형에 의하여 추정된 각 손해액의 편차가 5.5배를 초과할 정도로 매우 큰 점, ③우리의 손해배상제도가 3배 배상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계량경제학적 손해액 산정 방법을 도입할 경우 위와 같은 불확실성의 혜택(benefit of doubt)이 피고들에게 돌아가 과소 배상의 위험이 있어 이 사건 손해액의 산정 방법으로 위 방법을 채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이 있다고 하였다. 한편,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에 대하여는 ①원고의 산정 방식의 현실 적합성에 대하여 9년에 걸친 비교자료를 활용할 수 있었는바, 담합이 없었던 2001년 내지 2009년까지의 유종별 실제 낙찰 평균가는 MOPS 가격 비교 방법에 따른 경쟁가격 평균가의 94.39% 내지 103.72%사이에서 결정되어 그 정확도가 매우 높고, ②국내의 대량수요처 및 원고도 예정 가격 결정시 MOPS 가격 비교 방법을 기초 자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③분석자의 가치관과 무관하게 객관적 현실에서의 적합성을 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을 담합 기간의 가상 경쟁 가격을 추정하는 일응의 기준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판시를 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이에 따라 원고의 산식을 기준으로 통계적 편차를 반영하여 최종적인 손해액을 130,992,430,066원(1998년은 73,994,790,469원, 1999년은 60,657,670,018원, 2000년은 6,657,089,641원)으로 확정하였다. 5. 평석 가. 판결 이유 분석 불법행위 손해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한다(차액설). 이러한 대전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원·피고들은 담합행위(이 사건에서의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가상 경쟁가격을 각자 다른 방식에 의해 추정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가상 경쟁가격을 정확하게 산출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법원은 손해액 산정에 다소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위 손해액 산정은 이론적 근거와 자료의 뒷받침 아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여 정당하게 추정되었다고 평가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법리의 이면(裏面)에는 피고들의 잘못된 행동이 정확한 손해액을 산정하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원고의 손해액 입증책임(burden of proving)은 그만큼 경감되어야 하고, 그만큼의 부정확성은 잘못한 행동을 한 자가 감수하여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참고로 이러한 측면은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추정 법리가 발달한 미국법원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고전적인 원칙(ancient principle)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법원은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이 위에서 보았던 이유에 따라 현실을 개연성 있게 반영할 수 있고, 그 결과 또한 신뢰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한편, 법원은 계량경제학적 방법이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을 추정하는 방법으로서의 훌륭함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량경제학적 방법은 그 자체로 방법적·현실적 한계가 있다. 즉, 이 사건에서 유류가격 형성에 미치는 변수는 연구진 마다 15개에서 20개가 제시되었으며, 분석자의 가치관에 따른 변수선택으로 모델 구성이 달라져 그 결과는 5.5배가량의 차이를 낳았다.(18,841,570,000원에서 112,008,785,163원의 스펙트럼이 존재하였다) 여기서 법원은 어느 모델이 정답이라고 평가하기 곤란하며, 모델을 선택한 후 그 변수를 변경하는 것(1심 법원)은 합리적인 규범 판단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본 것이다. [변론 과정에서 미국의 유사 사례로서, 법원은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서 다양한 변수의 통제가 어렵다면 계량 경제학적 방식을 채택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시가 제시된 바 있다.(Miller v. Holzmann, 563 F.Supp.2d 54,109)] 나. 평가 본 판례는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 방법에 관하여 일종의 표준시장 비교 방법을 채택한 선진적인 사례이다. 법원은 계량 경제학적 방식의 그 자체의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의 현실적 적용의 어려움을 지적하면서, 표준시장 비교 방법의 합리성과 현실적합성을 실증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하였다. 또한 본 사건은 전문 감정에 대해서 법원의 규범적 평가의 범위가 어디까지여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판시하였는바, 전문·기술적 소송이 점차 증가하는 요즘의 추세에서 전문·기술적 감정을 어떻게 통제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2010-02-01
신용보증기금의 상업어음할인대출 신용보증
Ⅰ. 사실 원고 신용보증기금(X)은 이 사건 신용보증서에 의하여 소외 A주식회사가 금융기관인 원고보조참가인(X’)에게 부담하는 채무에 대하여 신용보증을 하였고, 피고 Y1, Y2는 원고가 원고보조참가인에게 신용보증채무를 이행할 경우 소외 A주식회사가 원고에게 지게 되는 구상금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하였는 바, 원고가 발급한 이 사건 신용보증서에는 신용보증 대상이 되는 ‘대출과목’이 ‘할인어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한편, ‘본 보증서는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은 업체간에 당해 업체의 사업목적에 부합되고 경상적 영업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재화 및 용역거래에 수반하여 발행된 상업어음(세금계산서가 첨부된)의 할인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는 내용의 특약사항이 기재되어 있었다. A의 채무불이행으로 X가 X’에게 보증채무를 이행하고 Y1과 Y2에게 구상하자, Y1과 Y2는 A가 X’로부터 할인받은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니었으므로 X는 X’에게 보증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없었고 따라서 Y1과 Y2에게 구상할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Ⅱ. 판지 1.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의 내용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객관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아니하거나 당사자의 일치하는 의사가 없어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대법원 1993. 8.24. 선고 92다47236 판결, 대법원 2007. 7.12. 선고 2007다1364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신용보증서에 의한 신용보증은… 상업어음할인대출을 그 보증 대상으로 하는 것임은 명백하다. 어음의 발행 경위 자체를 따짐이 없이 금융기관이 소정의 조사·확인절차에 의해 상업어음으로 판단하여 실시하는 이른바 ‘상업어음할인대출’이라는 과목의 대출을 가리키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고, 이는 종국적으로 진정한 상업어음이 아닌 어음을 상업어음할인의 절차에 의해 할인받아 대출이 이루어진 경우의 위험을 금융기관 또는 원고 중 어느 쪽에 귀속시킬 것인가의 중대한 문제로서 신용보증서의 위 기재 내용이 이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처분문서의 해석에 관하여 앞서 설시한 법리에 따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이 사건 신용보증서를 합리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이를 가려야 할 것이다. 2. 원래 원고는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의 채무를 보증함으로써 기업의 자금융통을 원활히 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하는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서(신용보증기금법 제1조) 그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대해 일정한 심사를 거쳐 신용보증서를 발급하여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이 대출을 신청한 경우에도 별도의 담보를 요구함이 없이 신용보증서에만 의존하여 그 기업에게 대출을 시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의 원활한 자금융통을 지원하는 신용보증을 그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같은 법 제23조). 금융기관이 상당한 주의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님을 가려내지 못하는 때가 있을 것이고, 만일 금융기관이 필요한 조사·확인조치를 모두 취하였는데도 나중에 그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이유로 신용보증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면, 결국 금융기관은 그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신용보증제도를 기피하거나 신용보증서에 부가하여 별도의 담보제공을 요구하게 되어 신용보증제도는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의 자금융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게 될 것이니 이러한 결과는 원고의 설립 취지나 신용보증제도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원고는 그 스스로 신용보증을 하고자 하는 기업의 경영상태·사업전망·신용상태 등을 공정·성실하게 조사할 의무가 있고(같은 법 제27조), 기업의 신용도와 보증종류 등을 감안하여 보증금액에 따라 소정의 보증료를 징수하고 있으므로(같은 법 제33조, 같은 법 시행령 제24조의2), 원고가 이러한 절차를 거쳐 신용보증을 한 이상 당해 기업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에 의해 보증금액의 범위 안에서 위험을 인수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당사자의 의사는 금융기관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정상적인 업무처리절차에 의해 상업어음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상업어음할인의 방식으로 실시한 대출에 대하여 신용보증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합리적이다. 대법원은 최근, 이 사건 상업어음대출에 대한 신용보증과 취지, 내용 및 형식이 거의 동일한 기업구매자금대출에 대한 신용보증의 해석에 관한 일련의 사안에서 금융기관이 기업구매자금대출을 한 후 그 대출한 자금이 기업구매자금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경우에도 그 대출과정에서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원고가 보증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판시를 계속함으로써(대법원 2006. 3.9. 선고 2004다67899 판결, 2006. 3.10. 선고 2005다24349 판결, 2006. 4.27. 선고 2006다8597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판단과 궤를 같이 하는 견해를 이미 표명한 바도 있다. Ⅲ. 해설 본 판결 이유에는 논리상의 문제점과 신용보증의 취지에 관한 실질적인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1. 논리상의 문제점 본 판결은 신용보증서의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아니하거나 당사자의 일치하는 의사가 없어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하는데 “이 사건 신용보증서에 의한 신용보증은… 상업어음할인대출을 그 보증 대상으로 하는 것임은 명백하다”고 하면서도 “어음의 발행 경위 자체를 따짐이 없이 금융기관이 소정의 조사·확인절차에 의해 상업어음으로 판단하여 실시하는 이른바 ‘상업어음할인대출’이라는 과목의 대출을 가리키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고,… 신용보증서의 위 기재 내용이 이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해석이 필요하다고 전제하였다. 보증 대상이 “명백”하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아니하거나 당사자의 일치하는 의사가 없다고 모순된 전제하에 명백한 보증서 문언과 반대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대출금융기관이 내부적으로 과실 없이 보증서의 명백한 문언과 다른 업무취급을 하였다는 이유로 보증서를 이 업무취급에 따라 해석한다면, 본 사안의 원고나 피고들처럼 다른 관계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손해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김능환·전수안 대법관의 반대의견, 나). 다만, 김능환·전수안 대법관이 위와 같은 법률행위 해석론은 처분문서에는 적용되지 않는 듯이 표현한 것(위의 반대의견, 가)은 의문이다. 이기택 부장판사(서울고법)도 신용보증기금의 특약에 관한 대부분의 판례(대법원 2001. 6.12. 선고 2001다16678 판결 ; 대법원 2001. 5.15. 선고 2000다30035 판결 ; 대법원 2001. 1.19. 선고 99다55489 판결 ; 대법원 1998. 8.21. 선고 97다37821 판결 등)처럼 보증채무 성립 후에 발생하는 대출금융기관의 담보확보의무 위반에서는 귀책사유가 있어야 하지만, 본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변경된 그의 해설 대상판결(대법원 2001. 11.9. 선고 2000다23952 판결)처럼 “신용보증기금이 어음할인대출에 관한 신용보증을 함에 있어서 상업어음의 할인에 대하여 보증책임을 부담한다는 특약”은 주채무의 성립 시에 보증의 대상이 되는지 논하여지고 “따라서 그 범위 밖의 대출채무는 금융기관이 대출 시에 그 범위 안에 속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였는가에 관계없이 보증계약에서 약정한 주채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금의 보증책임이 부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한다(대법원판례해설 제38호 (2002년), 법원도서관, 193~195면). 2. 실질적인 문제점 본 판결이 “금융기관이 상당한 주의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님을 가려내지 못하는 때가 있을 것이고, 만일 금융기관이 필요한 조사·확인조치를 모두 취하였는데도 나중에 그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이유로 신용보증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면, 결국 금융기관은 그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신용보증제도를 기피하거나 신용보증서에 부가하여 별도의 담보제공을 요구하게 되어 신용보증제도는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의 자금융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게 될 것이니, 이러한 결과는 원고의 설립 취지나 신용보증제도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 것은 경청할 만하다. 유중원 교수는 본 판결에 대한 찬성평석에서 위 특약은 신용보증기금이 공공기관으로서 우월한 지위에서 대출금융기관에게 합리적 근거 없이 무과실책임을 부담시키는 부당한 특약이라고 한다(법률신문 제3710호, 2009. 1.1.). 그러나 금융기관이 대출에 있어서 부담하는 위험 중에서 상업어음할인에 대해서만 보증을 하는 것도 전혀 무익하지 않다. 원고가 보증하는 주채무자의 영업상 위험에 비하여 상업어음인지 아닌지 판별의 위험은 적으며, 판결이유도 설시한 바와 같이 “이는 종국적으로 진정한 상업어음이 아닌 어음을 상업어음할인의 절차에 의해 할인받아 대출이 이루어진 경우의 위험을 금융기관 또는 원고 중 어느 쪽에 귀속시킬 것인가의 중대한 문제”인데, 이 판별은 신용보증기금보다는 당해 어음을 할인하는 주채무자의 거래은행에게 더 수월할 것이다. 본 판결은 기업구매자금대출에 대한 신용보증에 관한 판례를 원용하는데 이 경우에도 법이론상은 용도가 기업구매자금인지 아닌지 판별은 주채무자인 구매자의 거래은행이 담당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제도일 것이다. 신용보증기금이 이러한 판별의 위험에 대해서까지 보증을 한다면 보증사고발생의 증가에 대비하여 기본재산 충실화를 위해서 보증료를 높여야 할 것이다. 이 기업구매자금대출에 대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연쇄도산이 상업어음할인제도에 한 원인이 있다고 판단하여 중소기업의 금융부담도 완화하기 위하여 한국은행이 2000.4.20.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 도입하기로 하고 2000.5.22.부터 시행한 제도이다(한국은행 보도자료 공보2000-4-13호 참조). 정부의 기업구매자금대출 활성화 조치로서 ① 신용보증 지원 이외에도 ② 세제 및 세정상 지원 ③ 정부물품 구매입찰 시 우대 ④ 불공정 하도급행위에 대한 제재 완화 등이 예정된 반면 상업어음할인은 점차 억제하게 되었다(위 보도자료의 참고2). 그러므로 기업구매자금대출에 대한 신용보증에 있어서는 순수한 법이론에 대하여 정책적 예외를 인정하는 판례는 이해하더라도, 억제의 대상인 상업어음할인에 대한 신용보증에 관하여 전원합의체 판결로 동일한 결과를 초래하려는 본 판결은 정부정책에도 어긋난다.
2009-02-19
공정위의 과징금감액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대상적격
Ⅰ. 서 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감액처분 자체에 대해 무효확인 내지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부적법하다고 본 대법원의 판단이 있었는바, 본 판결의 시사점, 특히 판시 중 ‘별도로 감액처분 자체의 무효확인 내지 취소를 구하는 소를 인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관해 논의의 초점을 두고자 한다. Ⅱ.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사실관계 (1) 원고 등 5개 정유사의 군납유류 구매입찰 담합건에 대해 피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 등 5개 정유사의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2000년 10월17일 시정명령, 수명사실 공표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내림. (2) 그 중 과징금납부명령에 대해 원고 등 5개 정유사가 이의신청을 하자 피고는 2001년 2월28일 원고에 대해 과징금부과율 2.5%를 적용해 17,820,000,000원을 부과하는 등으로 과징금을 재산정함. 이에 원고는 서울고등법원 2001누4803호로 위 이의신청결과 재산정된 과징금납부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판결을 받았고, 대법원 2002두5627호로 상고했음. 대법원은 2004년 11월12일 선고로 ‘원고가 입찰담합에 참여자로서 가담한 부분에 관한 과징금을 산정함에 있어, 원고가 입찰계약을 체결한 부분보다 낮은 부과기준율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 재량권 일탈, 남용의 처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함. (3) 피고는 위 파기, 환송사건인 2005누489호 소송이 계속 중인 2004년 12월29일 원고가 단순 참가한 부분에 대해 1.9%의 과징금부과율을 적용해 당초 과징금 중 일부를 취소함으로써 14,369,000,000원의 과징금액이 남게 되었음. (4) 이에 원고는 2004년 12월29일자 감액처분 자체를 항고소송의 대상으로 삼아, 위 과징금부과율 1.9%도 과다하다는 이유로 주위적으로는 위 감액처분 자체의 무효확인을, 예비적으로는 위 감액처분 자체의 취소를 구함.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 판결은 “과징금 감액처분으로도 아직 취소되지 않고 남아있는 부분이 위법하다 하여 다투는 경우 항고소송의 대상은 당초 부과처분 중 감액처분에 의하여 취소되지 않고 남은 부분이고, 감액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법리는 감액처분 자체에 위법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그에 대한 별도의 쟁송수단을 인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당초 과징금 부과처분 중 취소되지 않고 남은 부분인 14,369,000,000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이 서울고등법원 2005누489호로 계속 중인 사정 등을 감안하면, 이와 별도로 감액처분 자체의 무효확인 내지 취소를 구하는 취지의 이 사건 주위적겳뭔炷?청구에 관한 소를 인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겳뭔炷?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하여 같은 취지로 소각하 판결을 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함 Ⅲ. 평 석 1. 과징금 부과처분의 직권취소 및 변경 종래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 부과처분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되면 비로소 과징금을 재산정하는 방식을 취해 왔으나, 최근에는 대법원에서 과징금 부과처분을 파기, 환송하는 판결이 선고되면 파기환송심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기존 부과금액 중 대법원 판결 취지에 비추어 위법하다고 판단되는 일부 금액을 취소하는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공정위 2004. 12. 29.자 제2004-385호 의결 3개 정유사업자의 과징금 재산정의 건, 2007. 4. 10. 제2007-228호 의결 A㈜에 대한 과징금 납부명령 직권취소에 대한 건 등). 이는 장기간 행정소송에 따른 처분의 불확정한 상태를 조기에 확정하고, 고등법원 확정판결 선고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됨에 따라 발생하게 될 과징금 환급가산금 증가로 인한 국고 손실을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2. 과징금 감액처분의 대상적격 행정처분, 특히 조세 감액경정처분과 관련해 종래 판례는 일관되게 “감액경정처분은 당초처분의 일부 효력을 취소하는 처분으로, 소송의 대상이 되는 것은 경정처분으로 인하여 감액되고 남아있는 당초의 처분”이라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2007. 10. 26. 2005두3585 판결 외 다수). 이에 대해 학설은 판례가 역흡수설 또는 일부취소설을 따른 것이라는 등의 논의를 해 왔고, 2002년 12월18일 개정 국세기본법 제22조의 2에 “세법의 규정에 의하여 당초 확정된 세액을 감소시키는 경정은 그 경정에 의하여 감소되는 세액 외의 세액에 관한 이 법 또는 세법에서 규정하는 권리겴퓜グ喚瓦?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명문규정을 두었다. 한편 공정거래법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으로 과징금을 재산정겙㉭輪求?처분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초의 과징금 부과처분과 변경된 감액처분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조문은 없고, 이에 관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과징금 감액처분은 당초 부과된 과징금의 일부를 취소함으로써 피심인에게 이익이 되는 처분이라는 점에서, 원칙적으로는 그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봄이 타당함은 조세소송의 경우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징금 부과처분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폭넓은 재량이 인정된다는 특성을 고려할 때, 과징금 감액처분 자체에 대한 소제기를 인정해야 할 필요성은 조세소송의 그것과는 다를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하에서 “감액처분 자체의 무효확인 내지 취소를 구하는 소를 인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의미하는 바에 관해 살펴보고자 함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3. 감액처분 자체에 대한 대상적격을 인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 (1) ‘특별한 사정’에 관한 종래 논의 종래 조세소송에 관한 판례들은 감액경정처분 자체에 대해 별도의 소송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감액경정처분 자체에 위법사유가 존재하여 그에 대하여 별도의 쟁송수단을 인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유보를 하고 있다(대법원 1996. 7. 30. 95누6328 판결 등). 판례 중에는 감액경정처분이 국세심판소의 결정취지에 어긋나거나 혹은 그 결정 자체에 위법사유가 존재한다는 사유가 있으면 감액경정처분도 독립하여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듯한 판시를 한 것도 있으나(대법원 1982. 3. 9. 80누253 판결 등), 위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는 경우에 관해 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밝히고 있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2) 과징금 감액처분에 대해 ‘특별한 사정’을 인정해야 하는 경우 조세의 감액경정처분에 대하여 판례가 ‘특별한 사정’을 비교적 좁게 파악하는 태도를 취할 수 있었던 이유는, 조세부과처분은 법령의 적용에 의해 과세표준이 정해지면 이에 따라 부과액이 기계적으로 계산된다는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징금 부과처분의 경우에는 위반행위에 의해 취득한 이득의 규모,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회수 등을 의무적으로 참작하도록 하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량이 폭넓게 개입된다는 점이 과세처분의 그것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당초 관련매출액 200억원, 기본 과징금부과율 5%, 조사단계 협조를 이유로 한 임의적 감경율 20% 기준으로 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고등법원에서 관련매출액을 200억 원으로 삼은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선고된 이후 관련매출액은 50억원으로 줄였지만 기본 과징금부과율을 10%로 올리고 임의적 감경은 없는 것으로 하여 과징금을 5억원으로 감액하는 처분을 한 경우를 살펴보자. 이 경우 고등법원의 판결에서 과징금부과율에 대한 아무런 판단이 없었다면 감액처분은 판결의 취지에 저촉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나 과징금이 5억원으로 감액됐음에도 불구하고 감액처분 시 적용된 기본부과율 및 임의적 감경율 산정이 재량의 일탈겞꼬?등으로 위법한 경우가 있을 것이고, 이 경우에는 감액처분을 다시 소송으로 다툴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물론 이 경우에도 그 대상이 되는 과징금은 감액처분 후 잔존하는 5억 원이 된다). 실제로 최근 군납유류 입찰담합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재산정, 감액한 과징금납부명령이 여전히 파기환송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액수 또한 과다해 위법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05. 11. 30. 선고 2004누24457 판결, 현재 대법원 2006두675호로 계속 중). 당초 처분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전부승소의 판결이 선고된 경우에 원고로서는 상고이익이 없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상고하지 않는 한 소송이 종료되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는데, 그 후에 과징금 감액처분이 내려지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과징금부과처분에 관한 취소소송이 확정되기 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감액경정처분을 하는 경우는 오히려 예외적이라고 할 것이므로 감액처분을 하는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이 경우에 물론 공정거래위원회가 확정판결의 취지에 따라 재량권을 정당하게 행사해서 당초의 과징금을 감액한 적정한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것으로 기대되기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감액된 과징금부과처분도 다시 재량의 일탈겞꼬?등의 사유로 위법한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감액처분이 종전 처분에 대한 일부 취소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감액처분 자체에 재량의 일탈겞꼬育繭遮?위법사유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별도의 소송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으로는 감액처분에 대한 불복의 기회는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에게 액수 산정의 재량이 부여되고 있는 과징금부과처분에 있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당초 과징금액의 일부를 취소하는 감액처분을 한 경우에, 그 감액처분 자체에 재량의 일탈, 남용과 같은 위법사유가 존재한다면 원칙적으로 ‘감액처분 자체에 대하여 별도의 쟁송수단의 인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본 판결의 사안과 같이 당초 처분 중 잔존하는 과징금 부과처분을 다투는 별도의 소송이 제기돼 있다는 등의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감액처분 자체에 대해서는 무효확인 내지 취소를 구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보다 현실에 부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Ⅳ. 결 어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감액처분의 영역에서도 조세부과처분 등과의 통일적 이해를 바탕으로 당초처분과 변경처분의 관계를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비록 판결문에서 감액처분 자체에 대한 불복을 인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를 계기로 향후 과징금 부과처분의 광범위한 재량성을 고려해서 보다 합리적인 불복 기회를 보장해 주는 사례가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08-06-02
회사 경영권 분쟁과 업무방해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1998년 9월경 피해자로부터 2,000만원을 투자받아 피해자 및 공소외 7 등과 동업해 공소외 5 회사를 운영하면서 1999년 1월1일부터 2001년 12월31일까지 철원군의 폐기물 수집, 운반사업을 대행해 왔는데, 철원군과의 위 사업대행기간이 만료되어 자동으로 재계약이 되면 피해자를 공소외 5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시켜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그 후 위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 몰래 자신이 설립한 공소외 1 회사 명의로 철원군의 입찰에 참여해서 낙찰을 받는 등 배신적 행위를 했고, 약속 위반이 드러날 때마다 권리양도 계약서, 포기각서 등을 작성해 주었으나 새로운 약속도 전혀 이행하지 않자 피해자는 2004년 3일경 피고인을 사기죄로 고소했고 그 무렵 공소외 1 회사의 명목상 대표이사인 공소외 6, 이사인 공소외 10 및 피고인이 피해자를 만나 공소외 1 회사에 대한 모든 권한을 피해자에게 양도하기로 구두로 합의한 다음, 이에 따라 2004년 4월8일 위와 같은 내용의 이행합의서를 작성해서 공소외 6, 공소외 10이 이에 날인했고 이에 비로소 피해자가 위 고소를 취소했다. 피고인은 2004년 7월15일경 여전히 피고인을 공소외 1 회사의 사실상 대표이사로 알고 있는 회계책임자 공소외 3에게 요구하여 공소외 1 회사 법인통장 5개와 법인인감을 받은 후 같은 달 19일 및 23일 그 중 3개의 통장에서 합계 3,347만원을 인출해 피고인 혼자만 알고 있는 공소외 1 회사의 다른 법인계좌에 입금했고, 같은 해 8. 2. 위 회사 사무실 출입문을 오토바이 자물쇠로 잠가 공소외 2 등 직원들의 출입을 막았다. 검사는 피고인에 의한 위 자금 이체 행위를 위계에 의한 업무집행방해죄로, 직원들의 회사 출입을 방해한 행위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행위로 각 기소했다. 검사의 기소에 대해 1심 법원인 의정부지방법원은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했고, 항소심인 동 법원 항소부는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불복해 피고인이 대법원에 상고했다. 2. 대법원의 판단의 요지 대법원은 먼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 함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으로서 일정기간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는 것을 말하며, 그 업무의 기초가 된 계약 또는 행정행위 등이 반드시 적법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한 후, “따라서 어떠한 업무의 양도양수 여부를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 양수인의 업무에 대한 양도인의 업무방해죄가 인정되려면, 당해 업무에 관한 양도·양수합의가 존재해야 함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그 합의에 따라 당해 업무가 실제로 양수인에게 양도된 후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양수인의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됨으로써 타인, 특히 양도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회사 운영권의 양도·양수 합의의 존부 및 효력에 관한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양수인이 비정상적으로 회사의 임원변경등기를 마친 것만으로는 회사 대표이사로서 정상적인 업무에 종사하기 시작했다거나 그 업무가 양도인에 대한 관계에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워, 양도인의 침해행위가 양수인의 ‘업무’에 대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이와 결론을 달리한 원심 판결을 업무방해죄의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을 이유로 파기, 환송했다. 3. 쟁 점 이 사건 판결은 회사 운영권 양도가 중도에서 좌절되고 양수인이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양도인을 형사고소한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회사 운영권 양도시 보호되는 양수인의 업무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판시하고 있다. 이하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보호되는 업무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그 요소별로 검토한 후 이 사건 판례의 타당성 유무를 살펴보기로 한다. 4. 검 토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업무’는 행위의 객체인 동시에 보호의 대상이 된다. 여기서 업무라 함은, 사람이 사회적 지위에 기해 계속 행하는 사무의 일체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다. 대법원은 종래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 함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하는 것으로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면 되고, 그 업무의 기초가 된 계약 또는 행정행위 등이 반드시 적법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어떤 사무나 활동 자체가 위법의 정도가 중해서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는 경우에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1996. 11. 12. 선고 96도2214 판결, 2001. 11. 30. 선고 2001도2015 판결, 2002. 8. 23. 선고 2001도5592 판결 등 참조). 업무방해죄의 ‘업무’는 어느 정도 계속성을 갖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1회성의 업무는 여기의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1회 한정 업무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어느 정도 계속 행해질 것이라면 업무로서 보호된다. 같은 취지에서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업무란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해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의 일체를 의미하고, 그 업무가 주된 것이든 부수적인 것이든 가리지 아니하며, 일회적인 사무라 하더라도 그 자체가 어느 정도 계속하여 행해지는 것이거나 혹은 그것이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서 계속적으로 행해 온 본래의 업무수행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도 이에 해당한다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도8701 판결). 업무방해죄의 ‘업무’는 직업 등과 같이 사회적 활동의 기반으로서의 업무일 것이 요구되므로 개인생활상의 행위는 설사 그것이 계속 반복적으로 행해진다고 하더라도 여기의 업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법인이나 단체는 원래 특정한 사회활동을 할 것을 목적으로 조직된 것이고 그 목적 수행을 위한 활동은 대체로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초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개인의 경우에는 사회생활과 개인생활의 구분이 그다지 명확하지 않고 그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일반적으로 가정에서의 일상생활 활동, 취미오락으로서의 활동은 반복적으로 행해지더라도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업무방해죄는 사실상 평온하게 행해지는 타인의 사회적 활동의 자유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그 업무의 적법성에 관해서는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의 공무의 적법성만큼의 엄격함이 요구되지 아니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업무개시의 원인이 된 계약의 민법상의 유·무효, 업무에 관해 필요한 행정상의 허가의 유무 등은 반드시 업무의 보호 가치성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6도382 판결). 따라서 현재의 권리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원이 없다 하여도 업무방해죄의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정당한 업무가 될 수 있다. 5. 이 사건 판례의 검토 이 사건에 있어서 대법원은 회사 운영권 양도·양수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한 상황에서 양수인의 업무가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 업무가 되기 위하여는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될 것이 필요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첫째, 양도·양수 합의의 존재가 인정돼야 할 것, 둘째, 양도·양수 합의에 따라 당해 업무가 실제로 양수인에게 양도된 후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양수인의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됨으로써 타인, 특히 양도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를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대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 간에 공소외 1 회사의 운영권 양도·양수에 관한 합의가 존재함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달리 판단한 점을 지적하면서, 설사 양도·양수에 관한 합의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인이 2004. 6.경부터 이미 공소외 1 회사 사무실 출입문에 ‘소송관계로 인하여 본 사무실을 무단침입하는 자는 형사고발됨’이라는 경고문을 붙이고 이중잠금장치를 한 바 있으며, 피고인으로부터 법인인감 등을 건네받지 못한 피해자는 공소외 1 회사의 명목상 대표이사였던 공소외 6의 협조를 얻어 인감분실신고를 한 후 새로 만든 법인인감을 이용해 법무사 사무실에서 주주명부, 임시주주총회 의사록 및 이사회 회의록 등 각종 서류를 작성한 다음 주식양도신고 및 임원변경등기신청 등을 했고, 이와 같은 사실을 2004. 7. 말경에게 피고인에게 통보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사정이 그러하다면, 공소외 1 회사의 운영권 양도 양수 합의의 존부 및 그 효력을 둘러싸고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적법한 양수인이라고 주장하는 피해자에 의하여 비정상적으로 임원변경등기가 이루어진 것만으로는 피해자가 공소외 1 회사 대표이사로서의 정상적인 업무에 종사하기 시작했다거나 그 업무가 공소외 1 회사의 기존 운영자인 피고인과의 관계에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우며, 또 그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 등의 공소외 1 회사 사무실 출입을 막은 것이 공소외 1 회사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6. 결 론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종래 판례, 학설상 인정되어 온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인 업무의 개념을 기초로 회사 운영권 분쟁의 상황에 있어서 업무의 사회적 활동 기반성, 보호 가치성 유무를 판단하고 있는바, 그 결론에 있어서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회사의 운영권이 이전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고 이를 둘러싼 분쟁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분쟁이 발생한 경우 회사 운영권 양도를 실현하려고 하는 측과 이를 저지하려고 하는 측은 충돌할 수 밖에 없고 이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민·형사상 가능한 법적 조치를 취하기 마련이다. 특히 경영진의 진퇴와 관련하여 전, 현 경영진이 상대방을 업무방해죄로 형사고소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 사건 판결은 종래 통설, 판례에 의해 인정되어온 업무방해죄의 업무의 개념을 회사 운영권 관련 분쟁에 적용한 것으로서 향후 회사 운영권의 양도나 M&A와 관련된 분쟁에 있어서 참고가 될 사례라고 생각된다.
2008-05-12
정부투자기관의 입찰참가제한행위의 법적 성질에 관한 소고
Ⅰ. 對象判決의 要旨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1999. 10. 21. 재정경제부령 제107호) 제23조 제1항 제6호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과의 계약체결의무를 위반한 자, 즉 입찰의 방법을 통하여 계약상대방으로 선정되어 정부투자기관과 사이에 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지고 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를 뜻하는 것이며, 이러한 행위로 말미암아 계약의 적정한 이행이 저해되어 그 제재로서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조치가 정당화되는 것이므로,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한 건설공사의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었을 뿐 낙찰자의 지위에 있지 않은 자에 대하여는 위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의 규정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 … 피고(대한주택공사)가 2002. 8. 6. 원고에 대하여 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취소한다. Ⅱ. 問題의 提起 판례는「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國家契約法’이라 한다) 제27조에 따른 입찰참가제한조치, 즉, 행정청이 행한 것은 행정처분으로 보는 반면에(대법원 1999.3.9. 선고 98두18565결정 등), 정부투자기관이 행한 입찰참가제한은 사법적 효력만을 갖는 통지에 불과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부3결정 등) 그런데 1999.2.5.자 政府投資機關管理基本法(이하 ‘政投法’이라 한다)의 개정에서 입찰참가제한행위에 관한 규정(동법 제20조 제2항, 제3항)을 둔 이후엔 그것의 처분성이 주장되고 있으며, 나아가 개정법상황에선 판례가 당연히 처분으로 볼 것이라 전망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물론 최근 행정심판사건(2006. 4. 10. 의결 행정심판재결례 200601311. 여기서의 피청구인이 한국전력공사인데, 대법원 99부3결정의 피고 역시 한국전력공사이다)에서도 그것의 처분성이 인정되었다. 근거규정의 마련만으로 법적 성질의 180 ?변화가 초래되는지 의구심이 드는데, 관건은 처분성인정이 과연 현행 행정절차법 등에서의 처분개념정의에 터 잡은 행정법도그마틱에 합당한지 여부가 문제된다. 한편 앞의 행점심판사건에서 기각재결이 내려졌는데, 이에 청구인이 불복하여 입찰참가제한을 소송대상으로 삼아 취소소송을 제기할 때 쟁송법적 물음이 제기된다. 여기선 공론화를 도모하는 정도에서 간략히 검토하고자 한다. Ⅲ. 處分性 여부의 물음 1. 處分性認定의 論據 한정된 지면에서 주장의 논거를 나름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개정 政投法에 근거규정이 마련되었다’, ‘정부투자기관이 본래적 의미의 행정청의 지위에 있진 않지만, 고권적 규율을 예정한 개정 政投法 규정에 의해서 그 한도내에선 행정권한의 대리 또는 공무수탁사인의 법리에 의하여 일종의 행정청(준행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의 다른 국가기관 등에 대한 영향을 고려한 즉, 법개정과 관련없이 준처분(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에 해당할 수 있다’, ‘정부투자기관과 같은 공법인은 기능적 자치행정주체로서 행정조직법상 행정주체이어서, 이들의 공권력행사는 그 법적 근거의 유무와 무관하게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홍준형,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의 법적 성질, 법제, 1997.7., 13면 이하; 이광윤, 공기업의 입찰참가자격제한행위의 법적 성질, 법제, 2001.6., 3면 이하; 김남진, 공사 등의 입찰참가자격정지의 성질, 고시연구 2001.10., 133면 이하; 이원우,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의 개념요소로서 행정청, 저스티스 제68호, 2002.8., 160면 이하; 박정훈,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제한의 법적 제문제, 서울대 법학, 제46권 제1호, 2004.12., 282면 이하 참조). 2. 管見 1) 공공계약의 법적 성질에 따른 問題點 입찰에 따른 후속 법률관계의 성질은 관련 논의에서 결정적이다. 그것이 사법관계에 해당하면, 관련한 논의는 원칙적으로 사법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판례(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다33604 판결)는「지방재정법에 의하여 준용되는 國家契約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가 되는 이른바 공공계약은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으로서 그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그에 관한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할 것이다.」고 판시하였다(이 판례에 대한 공법적 관점에서의 비판으로 박정훈, 행정법의 체계와 방법론, 2005, 163면 이하 참조). 따라서 입찰에 따른 후속 법률관계는 사법관계이고, 이런 기조는 정부투자기관이 당사자가 되는 계약의 경우에도 정부투자기관의 법적 성질을 떠나서 당연히 통용된다. 법률관계의 법적 성질과 무관하게, 그것의 성립여부결정의 법적 성질을 논하는 것이 문제된다. 특히 해당 법률관계가 사법관계일 때, 그것의 성립여부결정을 따로 공법행위(행정행위)로 구성하는 것이 주장된다(이른바 二段階理論). 二段階理論은 과거 독일에서 50년대 초에 ‘이브닝드레스의 에바’란 제명의 영화제작지원(채무보증)거부사건의 감정의견에서 H.P. Ipsen이 주장한 것이다. 이는 권리구제확대를 위해 사법관계에 어떤 식으로 든 공법적 통제를 개재시키기 위한 고심의 소산이었다. 한편으론 법치국가적 구속을, 다른 한편으론 형성된 사법관계의 유지를 견인한다 점에서 二段階理論은 이상적 해결방안인 양 여겨져 급속히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의제적인 이원적 구성에 따른, 법리상의 태생적 취약점(구분곤란함 등)이 지적되면서, 그것은 급속히 지지기반을 상실하여 지금엔 일원적 구성이 지배적으로 선호되고 있다. 공법계약에 관한 인식이 고조되었고, 더불어 行政私法理論의 등장으로 사법적 행위방식에 굳이 공법적 성립행위(행정행위)를 삽입시킬 필요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공계약을 사법상 계약을 볼 때, 명문으로 취소소송의 대상이 됨을 규정하는 식으로 구태여 二段階理論의 성립을 규정하지 않는 한, 낙찰자결정(國家契約法 제10조)은 물론 입찰의 참가배제(제한) 역시 공공계약의 사법적 준비행위에 불과하다(이 점에서 國家契約法상의 행정청에 의한 참가제한행위를 처분으로 보는 판례의 태도는 再考되어야 하며((同旨: 이상규, 입찰참가자격제한행위의 법적 성질, 행정판례연구Ⅰ, 1992, 127면 이하)), 특별사법적 효과를 지닌 國家契約法을 行政私法的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우리의 공공계약 및 입찰참가제한에 해당하는 공공발주 및 발주제한을 비롯한 전체 과정을, 유럽공동체법에 따라 관련 법규정에 공법적 요소가 가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배적으론 여전히 사법적 견지에서 바라본다). 여기서의 논증은 政投法상의 입찰참가제한의 경우에도 전적으로 통용된다. 2) 처분의 개념적 징표에 따른 問題點 처분의 개념적 징표 가운데, 행정청, 공법행위, 직접적 법효과의 발생과 관련하여 논증상의 아킬레스건이 존재한다. 여기선 행정청과 관련해서만 보고자 한다. 행정소송법 제2조 제2항과 행정절차법 제2조 제1호에서의 행정청 개념은 실질에 맞춰지기에, 권력분립하의 행정조직에 속한 것(조직법적 의미)만이 아니라 입법부나 사법부에 속한 것(기능적 의미)까지도 포함한다. 그것의 실질적, 기능적 의미는 간접적 국가조직인 공공단체나 공무수탁사인까지도 행정청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극명히 발휘된다. 그런데 법인체형공기업인 정부투자기관은 정부가 출자하며, 국가의 감독을 받으며, 근거법률에 의해 성립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공적인 성격을 지니지만, 행정청형공기업과는 달리 국가의 행정조직밖에 위치하며 그 존재형식은 사법인(사법주체)이다(이런 사법인을 독일에선 ‘사법적으로 조직된 행정주체(Verwaltumgstrager)'로 표기하기도 하지만, 이런 사법적 조직을 행정주체에 귀속하여야 하는지의 물음은 행정주체개념의 廣狹에 따른 개념형성의 문제라고 한다. Vgl. Maurer, Allg.VerwR, 15.Aufl. 2004, §21 Rn.15ff.). 공법의 작용형식을 사용할 권능이 결여되기에, 이런 기관은 사법적으로만 활동할 수 있다(Ehlers, in: Erichsen/Ehlers, Allg.VerwR, 12.Aufl., 2002, §2 Rn.47). 즉, 조직형식과 작용형식의 구분에 따른 작용형식선택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요컨대 정부투자기관의 경우는 일종의 형식적 또는 조직적 私的化(민간화, 민영화)에 해당하는 셈이어서, 임무 그 자체는 여전히 공적이지만-그러나 고권적이진 않다-, 임무의 조직이 사적화되었다. 이런 기관을 다시금 기능적, 실질적 의미의 행정청개념으로 포섭하면, 자칫 私的化를 무색케 하는 公的化(Publifizierung)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법률에 의해) 고권적 권능이 이들 사법주체인 기관에게 위탁된 경우에는 법상황이 다르다. 이런 경우엔 공무수탁사인의 지위를 갖는다. 3) 政投法의 성격에 따른 問題點 본래의 행정청이 아닌 기관(사인)이 행정청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데 있어서, 관건은 법령에 의한 행정권한의 귀속이나 위임(위탁)이 존재하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개정 政投法에서의 근거규정의 마련이 처분성인정론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과연 政投法 제20조 제2항을 통해서 행정권한이 정부투자기관에게 성립하였는가? 國家契約法상의 당해 행위의 처분성에 대한 의구심은 여기에도 그대로 통용된다. 이런 기조와는 무관하게 政投法상의 당해 행위 역시 처분성을 갖지 못한다. 처분개념정의상의 공권력행사의 의미는 행정행위가 고권적 조치이어야 함을 나타낸다. 여기서의 “고권적”이란 것이 공법적인 것을 뜻하는지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우리 판례는 독일에서의 지배적 입장과 비슷하게 바로 공법행위를 대입시킨다(한편 현대민주국가에선 官憲國家의 殘痕인 ‘고권적’이란 표현은 ‘공권력행사’, ‘행정적’, ‘공법적’이란 표현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된다. Vgl. Emmerich-Fritsche, Kritische Thesen zur Legaldefinition des Verwaltungsakts, NVwZ 2006, 762ff.). 그런데 政投法 자체는 일종의 정부투자기관까지도 널리 포함시킨 간접적 국가조직을 규율하기 위한 內部法일 따름이다. 따라서 內部法에 불과한 政投法상의 입찰참가제한규정만으론 국민에 대한 직접적 개입 즉, 공법적 효과를 성립케 하는 근거로 삼을 순 없다. 설령 한국전력공사법 등과 같은 개별법률에 규정을 두었더라도, 입찰참가제한 그 자체가 공권력행사가 아니기에 변함이 없다. 결국 당해 행위로 비롯된 법효과는 결코 공법적 차원의 것이 되지 못한다. 판례는 國家契約法 및 그 시행령상의 입찰절차나 낙찰자 결정기준에 관한 규정의 성질을 ‘국가의 내부규정’으로 정당하게 판시하였다(대법원 2006.4.28. 선고 2004다50129 판결 등). 이에 동법상의 입찰참가제한을 행정처분으로 보는 것은 당연히 再考되어야 한다. 한편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위임입법의 법리를 國家契約法 제27조 제1항과 政投法 제20조 제2항에 그대로 투영한, 헌법재판소 2005.6.30. 2005헌가1 전원재판부결정과 2005. 4. 28. 2003헌바40 전원재판부결정은 문제가 있다. Ⅳ. 行政審判裁決의 拘束의 물음 처분인 행정심판재결은 실질적으로 당초의 행정행위(원처분)와 더불어 통일체를 형성한다. 그런데 수소법원으로선 행정심판재결과는 달리 당해 입찰참가제한행위의 처분성을 인정하지 않을 땐, 다루기 쉽지 않은 문제가 생긴다. 즉, 재결을 통해서 비처분적 행위에 대해 처분의 옷을 입힐 수 있는지 여부이다(vgl. Stelkens/Bonk/Sachs, VwVfG Kommentar, 6. Aufl., 2001, §35 Rn. 272). 행정심판법상 행정심판의 대상은 처분이다. 따라서 재결청으로선 비처분적 대상을 실수에 의하더라도 실질적 행정행위로 변환시킬 순 없다. 즉, 당해 비처분적 행위에 대해 대상적격성을 인정하여 내린 재결은 권한하자로 위법하게 된다. 事項的 無權限에 해당하여 무효로 볼 법하다. 그런데 재결의 위법성과 그로 인해 빚어진 결과(비처분적 행위의 처분성)는 분리해서 고찰하여야 한다. 후자는 재결청에 의해 조성된 법적 외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더욱이 행정심판재결이 준사법적 작용인 점에서 그것의 법효과는 고양된 존속력을 누린다. 피청구인이 재결 자체의 위법을 문제 삼아 그것을 취소소송의 대상으로 삼을 땐, 행정소송의 차원에서 별 문제가 없다. 반면 처분성이 부인되진 않았지만 자신의 만족을 얻지 못한 청구인이 당초 행위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을 땐, 사정이 다르다. 수소법원으로선 재결이 취소 등을 통해 消效되지 않는 한, (설령 위법할지 언정) 조성된 법상황을 부인할 수 없다(일종의 행정행위의 구성요건적 효력). 이는 원처분주의에 따른 예상치 못한 딜레마이다. 하지만, 이상에서 본 것처럼 여기서 재결을 무효로 보면 요령부득의 상황은 손쉽게 정리되고, 이런 식의 대처는 후일 유사사안에서도 주효할 것이다. 한편 재결이 취소 등을 통해 消效되면, 당초 행위의 처분적 외양은 제거되고 본래의 법적 성질(비처분성)이 부활한다.
2006-08-31
물적분할에 있어서의 연대 책임의 배제
I. 사안의 개요 피고 한국전력공사는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에관한법률에 따라 그 발전사업부문을 상법 제530조의12의 규정에 의하여 권역별로 6개의 별도 회사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분할하기로 하고, 분할계획서를 작성하여 2001. 3. 16. 정기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에 의한 승인을 얻은 다음 2001. 3. 30. 산업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피고의 발전사업부문을 6개의 신설회사로 분할한 사실, 피고는 상법 제530조의9 제2항의 규정에 기하여 위 각 신설회사가 피고의 채무 중에서 출자 받은 재산에 관한 채무만을 승계하여 부담한다는 원칙에 따라 피고의 분할계획서 제6.1.조(총칙)에서 "피고가 도서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국내의 지역에서 영위하고 있는 기존의 발전사업부문에 속하거나 주로 관련되는 일체의 적극재산(재산적 가치 있는 사실관계를 포함한다.)과 소극재산, 본 분할계획이 별도로 명시하는 소극재산 그리고 동 사업에 주로 관련되는 피고의 권리와 의무 일체는 각 신설회사에 이전되며, 이전되는 적극 및 소극재산 기타의 권리의무와 사실관계 일체에 대한 계산은 설립등기일로부터 신설회사가 한 것으로 간주한다."라고 규정하고, 제6.2.1.조(계약의 승계)에서 "종전의 본부, 처, 발전소, 건설소 등 사업소의 장 명의로 체결된 모든 계약, 약속, 합의, 양해각서, 의향서 또는 입찰, 입찰참가제안, 오퍼 등에 관한 피고의 권리?의무는 당해 신설회사가 승계한다."고 규정하였으며, 이에 따라 피고 산하 하동화력본부에 속하는 재산과 권리?의무는 제4신설회사인 소외 한○남부발전 주식회사(이하 '남부발전'이라 한다)가 이를 승계하기로 정하였고, 남부발전은 같은 해 4. 2. 그 설립등기를 마쳤다. II. 판결의 요지 1. 원심 판결 요지 원심 법원은 피고가 하동화력본부에 속하는 모든 재산을 출자하여 남부발전을 신설하였고, "설립되는 회사가 분할되는 회사의 채무 중에서 출자한 재산에 관한 채무만을 부담할 것을 정할 수 있다."라는 상법 제530조의9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그 분할계획서에서 하동화력본부에 속하는 모든 권리?의무는 남부발전이 승계하는 것으로 정하여 상법 제530조의3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쳐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에관한법률에서 정한 산업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그 분할절차를 완료한 이상, 피고의 원고 하동군 수산업협동조합에 대한 이 사건 발전소 가동으로 인한 손실보상채무는 분할로 인하여 설립된 신설회사인 남부발전에 이전되었고, 분할되는 회사인 피고는 이제 그 채무를 면하였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 요지 분할되는 회사와 신설회사가 분할 전 회사의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에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변동이 생기게 되어 채권자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채권자의 보호를 위하여 분할되는 회사가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 개별적으로 이를 최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고, 따라서 분할되는 회사와 신설회사의 채무관계가 분할채무관계로 바뀌는 것은 분할되는 회사가 자신이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 개별적인 최고절차를 제대로 거쳤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며, 만약 그러한 개별적인 최고를 누락한 경우에는 그 채권자에 대하여 분할채무관계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고 원칙으로 돌아가 신설회사와 분할되는 회사가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하면서,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피고가 회사를 분할함에 있어 원고에 대한 개별적인 최고절차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가려본 다음에 피고의 회사분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피고가 원고에 대한 변제책임을 지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인데,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단순히 피고가 회사분할을 하면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써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손실보상채무를 피고로부터 남부발전으로 이전하기로 정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피고가 이제 그 채무를 면하였다고 단정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회사분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III. 물적 분할과 연대책임 1. 물적 분할시의 존속 회사와 신설회사의 책임 상법 제530조의 9 제1항은 “분할 또는 분할합병으로 인하여 설립되는 회사 또는 존속하는 회사는 분할 또는 분할합병 전의 회사채무에 관하여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대법원이 대상 판결에서 적절히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상법은 회사가 분할되고 분할되는 회사가 분할 후에도 존속하는 경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의 책임재산은 분할되는 회사와 신설회사의 소유로 분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분할 전 회사의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분할되는 회사와 신설회사가 분할 전의 회사채무에 관하여 連帶責任을 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있는 바]’, 만일 이러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분할채무를 부담하도록 하면, 회사의 분할이라는 사정으로 인하여 회사의 채권자는 자신이 결정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하여 자신의 이익이 손상되게 되므로, 분할로 인하여 분할회사의 채권자의 이익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이와 같이 규정한 것으로 이러한 태도는 독일의 기업재편법 제133조의 규정에 근접한 것이라고 한다.(권기범, 기업구조조정법 [제3판] 삼지원, 395면) 이와 같이 분할당사회사들이 연대책임을 지는 경우에는 회사가 분할되더라도 채권자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없으므로 알고 있는 채권자에 대하여 따로 이를 최고할 필요가 없도록 하고 있다. ‘반면에, 다만 만약 이러한 연대책임의 원칙을 엄격하게 고수한다면 회사분할제도의 활용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연대책임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신설회사가 분할되는 회사의 채무 중에서 출자 받은 재산에 관한 채무만을 부담할 것을 분할되는 회사의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써 정할 수 있게 하면서, 그 경우에는 신설회사가 분할되는 회사의 채무 중에서 그 부분의 채무만을 부담하고, 분할되는 회사는 신설회사가 부담하지 아니하는 채무만을 부담하게 하여 채무관계가 분할채무관계로 바뀌도록 규정하였다고 해석[된다.]’고 할 것이다. 2. 분할당사회사들의 연대책임의 배제를 위한 요건 상법 제530조의 9 제2항에서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분할되는 회사가 제530조의3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결의로 분할에 의하여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에는 설립되는 회사가 분할되는 회사의 채무 중에서 출자한 재산에 관한 채무만을 부담할 것을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분할되는 회사가 분할 후에 존속하는 때에는 분할로 인하여 설립되는 회사가 부담하지 아니하는 채무만을 부담한다.’고 하고 있고, 제3항에서는 ‘분할합병의 경우에 분할되는 회사는 제530조의3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결의로 분할합병에 따른 출자를 받는 존립중의 회사가 분할되는 회사의 채무 중에서 출자한 재산에 관한 채무만을 부담할 것을 정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제2항 후단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여, 위와 같은 분할당사회사들의 연대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규정에 대하여, 예외를 두고 있다. 이러한 예외는 회사의 분할이라는 방법을 통하여, 신설되는 회사가 종전 분할 전 회사와의 관계에서 채무를 계속 연대책임을 지게 된다면, 분할을 통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선택하여야 할 동기를 현저히 떨어뜨리게 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정한 규정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3. 상법 제530조의 9 상의 연대 책임 배제 규정의 문제점 앞에서 본 상법 제530조의 9 제2항 및 제3항에 의한 연대책임의 배제는 분할합병계약서나 분할계획서에 분할회사로부터 승계한 채무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는 뜻을 기재하여 분할승인주주총회의의 결의를 거친 때에는 연대책임이 배제된다는 것으로 만일 본 대상 판결의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상법 제530조의3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쳐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에관한법률에서 정한 산업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그 분할절차를 완료하기만 하면, 피분할회사는 연대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새기면, 일견 이러한 해석이 법문의 문리해석에는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분할회사의 채권자로서는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주주들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어서 이러한 결론은 채권자의 재산권이 타인에 의하여 처분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결론이며, 입법자의 의도로 본 연대책임의 배제 규정을 통하여 이와 같은 결론은 도모하려고 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만일의 상법 제530조의 9 제4항 내지 530조의 11 제2항에서 상법이 분할합병이나 물적분할의 경우 허용하고 있는 채권자 이의제출권의 적절한 보장을 위한 최고절차 등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외의 또 하나의 요건으로 요구되지 않는다면, 이를 채권자의 이익을 절차보장 없이 박탈하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일부 견해는 이러한 제도가 프랑스 상사회사법 제386조 제1항을 본받은 것이라고 하면서, 법리적으로 볼 때 정작 이해당사자인 회사채권자를 배척하고 주주들이 이를 결정한다는 모순은 있으나 어쨌든 실무상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제도라고 하면서, 입법론으로 이때 채권자이의제출의 공고와 개별최고시에 연대책임이 배제된다는 뜻을 기재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상법 제530조의 7의 규정에 의한 분할계획서와 분할합병계약서의 비치 열람제공만으로는 연대책임배제의 공시방법으로서 불충분하므로, 영업양수인의 면책등기처럼 이를 등기에 의하여 공시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하는 견해도 있다.(권기범, 앞의 책, 401면) IV. 본 판결의 의의 이러한 관점에서 본 대상 판결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이루어 졌으므로, 분할채무를 부담하는 것이라고 하는 원심판결에 대하여, 해석론으로 분할되는 회사와 신설회사의 채무관계가 분할채무관계로 바뀌는 것은 분할되는 회사가 자신이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 개별적인 최고절차를 제대로 거쳤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며, 만약 그러한 개별적인 최고를 누락한 경우에는 그 채권자에 대하여 분할채무관계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고 원칙으로 돌아가 신설회사와 분할되는 회사가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라고 하여, 법문의 흠결을 보완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의하면, 연대책임 원칙에 대한 예외가 인정되어 연대책임을 배제하기 위하여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외에 분할되는 회사가 자신이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 개별적인 최고절차를 거칠 것이 요구되므로, 이를 통하여 채권자들이 자신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적절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여 주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지는 판결이다. 아울러, 향후 상법 개정 과정에서 입법적으로 좀더 명확한 채권자보호절차를 강구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2004-12-02
집합건물 양수인이 청구하는 대지권변경등기
**판결연구** - 집합건물 양수인이 청구하는 대지권변경등기 - 성남지원2002년10월10일 선고 2002가단 3425 판결 **판결요지** 집합건물의 분양대금을 모두 지급하여 대지권을 취득하고도 등기가 늦어지던 중 건물부분에만 근저당이 설정되었다가 그에 기해 낙찰을 받은경우 낙찰자는 대지권도 함께 낙찰 받았다고 할 것이므로 낙찰자는 수분양자를 대위, 최초 분양자에게 직접 대지권에 대한 경정등기절차이행을 청구할 수있다 **연구요지** 낙찰자가 집합건물의 건축자를 상대로 직접 대지권을 설정하는 뜻에서 대지권변경등기를 바로 청구하는 이 방법은 부동산등기법시행규칙 제60조의2가 그 근거조문으로 이는 그동안 해오던 소유권이전등기 경료후 대지권변경등기를 신청하던 번거로움을 해결한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 Ⅰ. 判決要旨 분양대금을 모두 지급하는 등 대지권 취득의 실질적인 요건을 모두 갖추고도 등기절차상의 사유 등으로 대지(지분)권 등기가 늦어지던 중, 우선 건물부분에 대하여만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가 그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 집합건물을 낙찰받은 경우에, 낙찰자는 그 경매절차에서 대지권 지분도 함께 낙찰을 받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런 경우 낙찰자는 수분양자(전 소유자)를 대위하여 최초 분양자에게 직접 누락된 대지권 지분에 대한 경정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Ⅱ. 事件의 槪要 1. 피고(대한주택공사)는 1993년에 아파트 내 복합상가를 신축하였다. 피고는 위 상가 중 1층 105호(이하 이 사건 상가라 함)를 1995년에 A에게 분양하였다. 이 사건 상가에 대한 A 앞으로의 이전등기는 1996년에 경료되었는데, 이 당시까지도 대지에 대한 지적공부정리가 완료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상가의 해당 대지권 지분(889.1분의49.7709)을 제외한 전유부분 건물에 관한 이전등기만 이루어졌다. 2. A는 1996년에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축협을 근저당권자로 한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위 근저당권 설정 당시 A는 향후 대지권에 관한 등기가 이루어지면 즉시 대지권에 대하여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하여 축협에 교부하였다. 3. 그 후 지적공부정리가 완료되어 1997년부터 대지권의 등기가 가능하게 되었고 다른 수분양자들은 개별적으로 대지권등기를 하기도 하였으나, A는 대지권에 대한 등기를 신청하지 아니하여 대지권이 계속하여 미등기인 채로 남아 있게 되었다. 4. 그러다가 1999년에 축협은 위 근저당권을 실행하여 임의경매절차가 진행되었다. 위 경매절차에서 집행법원은 집행채권자인 축협으로 하여금 A의 분양대금 완납 사실, A가 작성한 위의 각서,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대지권의 분리처분을 가능하게 하는 규약이 없는 점 등을 확인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입찰가격은 대지권 부분이 반영되지 아니한 건물 부분(84,000,000원)만으로 정하여졌다. 5. 위 경매절차에서 원고가 낙찰을 받았고,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Ⅲ. 評 釋 1. 머리말 대지권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낙찰자가 그 집합건물의 최초분양자를 상대로 직접(대위의 방법으로 함) 대지권의 설정을 목적으로 한 등기를 청구할 수 있는가? 이것이 이 사건 사안의 핵심이다. 2. 대지권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낙찰자가 해당 대지권을 취득하는가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는 누구나 대지 전체에 관하여 이를 이용할 권리(토지소유권의 공유 또는 지상권·임차권의 준공유)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이를 대지사용권이라 한다. 집합건물과 대지는 위와 같은 관계에 있기 때문에,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함)은 구분소유권과 대지권을 나누어 처분하는 것을 금지하여, 그 일체를 꾀하고 있다. 즉, 구분소유자의 대지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르게 하고, 원칙적으로 전유부분과 분리해서 대지권만을 처분할 수 없게 하였다. 그런데 가령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아파트 부지를 매입한 건설회사가 아파트를 분양하였을 경우에 아파트가 준공되었음에도 아직 아파트 부지에 관한 지적공부가 정리되지 않은 관계로 대지권의 등기가 없이 구분소유권의 등기만 경료된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또 아파트를 매매한다든가 이 사안처럼 경매에 붙여지는 경우에 그 매수인 또는 낙찰자가 과연 대지권을 취득하게 되는가가 문제된다. 또 대지권을 취득한다고 한다면 그 대지권에 관한 등기를 어떻게 경료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하여는 다음 항목에서 다루게 된다. 구분소유권과 대지권의 관계에 관하여 대법원에서는 1995년에 주목할 만한 판결을 하였다. 대법원 1995. 8. 22. 선고 94다12722 판결이 그것이다. 그 사안을 보면, 구분소유자가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 대하여서만 저당권을 설정하였는데, 그 설정 당시 저당권설정자는 나중에 대지권등기를 하게 되면 대지권에 관하여도 추가로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런데 이 저당권설정자는 나중에 대지권등기를 하게 되었음에도 대지권에 저당권설정등기를 하지 않던 중, 위 구분건물이 경매에 들어가게 되었다. 배당절차에서 위 저당권자는 대지부분에 관하여도 우선변제를 요구하였으나, 배당법원은 이를 거부하였다. 그래서 배당이의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대법원은 저당권자의 대지부분에 대한 우선변제를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은 저당권의 효력이 종물에도 미친다는 규정이 저당부동산에 종된 권리에도 유추적용됨을 전제로 하면서,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만 설정된 저당권의 효력은 대지사용권의 분리처분이 가능하도록 규약을 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전유부분의 소유자가 사후에라도 대지사용권을 취득함으로써 전유부분과 대지권이 동일 소유자의 소유에 속하게 되었다면, 그 대지사용권에까지 미치고 여기의 대지사용권에는 지상권 등 용익권 이외에 대지소유권도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저당권자는 대지부분에 대하여서도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한편, 대법원은 1996년에는 위 1995년 판결의 취지에 다소 배치되는 판결(96다14661)을 선고하였으니, 그 판지를 요약하면, 최초 수분양자로부터 전유부분의 소유권이전등기만을 경료한 X가 저당권을 설정하였다가 저당권이 실행되고(최초 수분양자는 X에게 전유부분의 이전등기를 경료한 후, 경매 전에 대지권의 대상이 되는 소유지분의 이전등기를 받았음), Y가 낙찰을 받은 후에 비로소 X는 위 대지지분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았던 바, 이런 경우에도 X는 Y에게 집합건물법 제7조에 의하여 구분소유권매도청구권을 가진다는 결론이다. 즉, 위와 같은 경우에 Y는 대지지분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만을 가질 뿐이고 대지사용권 자체는 없다는 것이다. 이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는 매우 많은 비판이 뒤따랐는데, 이 판결은 결국 뒤에서 보는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폐기되었다. 또, 대법원은 1997년에 이 문제와 관련된 주목할 만한 결정(97마814)을 하였는데, 그 취지를 요약하면, 앞서 본 1995년의 판례를 전제로 하여,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 대한 경매신청이 있을 경우에 집행법원은 대지사용권이 있는지에 관하여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하고, 그 결과 전유부분과 불가분적인 일체로서 경매의 대상이 되어야 할 대지사용권의 존재가 밝혀진 때에는 이를 경매 목적물의 일부로서 경매평가에 포함시켜 최저입찰가격을 정하여야 함을 천명하였다. 그러다가 대법원은 2000년에 전원합의체 판결(98다45652)을 통하여 앞서 본 96다14661 판결을 폐기하면서 ‘집합건물의 건축자로부터 전유부분과 대지지분을 함께 분양의 형식으로 매수하여 그 대금을 모두 지급함으로써 소유권취득의 실질적 요건은 갖추었지만 전유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만 경료받고 대지지분에 대하여는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지 못한 자는 매매계약의 효력으로써 전유부분의 소유를 위하여 건물의 대지를 점유·사용할 권리가 있는바, 매수인의 지위에서 가지는 이러한 점유·사용권은 단순한 점유권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본권으로서 집합건물법 제2조 제6호 소정의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건물의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인 대지사용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수분양자로부터 전유부분과 대지지분을 다시 매수하거나 증여 등의 방법으로 양수받거나 전전 양수받은 자 역시 당초 수분양자가 가졌던 이러한 대지사용권을 취득한다’고 판단하여, 오늘 주제 중 전전양수인의 대지권 취득 여부에 관한 쟁점을 모두 해결하여 주었다. 그래서 본건 사안을 중심으로 위의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저당권의 효력은 저당부동산에 부합된 물건과 종물에 미치고(민법 제358조 본문), 집합건물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으므로(집합건물법 제20조),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만 경료되고 대지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전유부분만에 관하여 설정된 근저당권에 터잡아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고, 집행법원이 구분건물에 대한 입찰명령을 함에 있어 대지지분에 관한 감정평가액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매절차를 진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전유부분에 대한 대지사용권을 분리처분할 수 있도록 정한 규약이 존재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낙찰인은 경매목적물인 전유부분을 낙찰받음에 따라 종물 내지 종된 권리인 대지지분도 함께 취득하였다고 해석된다. 한편 대법원 2001. 9. 4. 선고 2001다22604 판결은 위와 같은 경우에 더 나아가 ‘비록 집행법원이 구분건물에 대한 입찰명령을 함에 있어 대지지분에 관한 감정평가액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매절차를 진행하였다고 하더라도, 구분건물의 대지지분 등기가 경료된 후 집행법원 촉탁에 의하여 낙찰인이 대지지분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것을 두고 법률상 원인이 없이 이득을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부당이득의 성립도 부정하고 있다. 3. 대지권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낙찰자가 해당 대지권에 관한 등기를 경료하는 방법 대지권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낙찰자가 대지사용권을 취득한다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이런 낙찰자가 어떤 방법으로 대지권에 관하여 등기를 경료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먼저, 낙찰자가 대지지분에 관하여 수분양자 또는 그 전전 양수인을 대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고(이 때 등기부에 기재하는 등기원인은 ‘아무 날 어떤 건물 몇 호 전유부분 취득’이라고 함), 그래서 대지지분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한 후에 스스로 대지권을 설정하는 뜻에서 대지권변경등기를 신청할 수 있음은 아무 의문이 없다. 그 동안 이와 같은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여 왔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방법을 취할 경우에 많은 등기를 동시에 하여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점이 있었다. 그래서 보다 간편한 방법을 찾다가 착안을 한 것이 낙찰자가 집합건물의 건축자를 상대로 직접 대지권을 설정하는 뜻에서 대지권변경등기를 바로 청구하는 방법이었고(1997. 1. 30.자 등기 3402-77 질의회답, 1999. 3. 18.자 등기 3402-296 질의회답 및 2002. 1. 25.자 등기 3402-65 질의회답 등의 등기선례를 보면 분명하지는 않지만 같은 취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등기법시행규칙 제60조의2가 그 근거조문이다. 그에 따른 대지권변경등기청구 사건이 바로 이 사건이고, 그에 대하여 인용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위 인용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고, 이에 근거하여 대지권설정등기를 경료하였다.
200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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