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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협약상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의 의미 및 한계
Ⅰ. 문제의 제기 대상판결은 단체협약에 '쟁의기간 중에는 징계나 전출 등의 인사 조치를 아니 한다'는 이른바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을 두는 경우 이 규정의 해석에 관한 것이다. 즉 당해 규정이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이 쟁의행위와 무관한 근로자의 개인적 일탈행위에 불과하고 이 징계로 인해 단체행동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도 사용자는 징계 등 일체의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는가 하는 것이 쟁점이 된 사안이다. II. 대상판결의 판단요지 이 사건 단체협약의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은 "회사는 정당한 노동쟁의 행위에 대하여 간섭방해, 이간행위 및 쟁의기간 중 여하한 징계나 전출 등 인사조치를 할 수 없으며 쟁의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 처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문언 자체로 징계사유의 발생시기나 그 내용에 관하여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음이 분명하므로 위 규정은 그 문언과 같이 정당한 쟁의행위 기간 중에는 사유를 불문하고 피고가 조합원에 대하여 징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만일 이와 달리 비위사실이 쟁의행위와 관련이 없는 개인적 일탈에 해당하거나 노동조합의 활동이 저해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정당한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피고가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식으로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여 해석하게 되면 위 규정의 문언 및 그 객관적인 의미보다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되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해석은 쟁의기간 중에 쟁의행위에 참가한 조합원에 대한 징계 등 인사 조치에 의하여 노동조합의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위 규정의 도입 취지에 반한다.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이 앞서 본 취지에 따라 도입된 것임에도 쟁의행위와 무관하다거나 개인적 일탈이라 하여 징계가 허용된다고 새기게 되면 사용자인 피고가 개인적 일탈에 해당한다는 명목으로 정당한 쟁의행위 기간 중에 임의로 징계권을 행사함으로써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요컨대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정당하게 개시된 쟁의행위의 기간 중에는 일체의 징계를 금지한다는 의미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쟁의행위 기간 중에 원고를 징계해고한 것은 위 규정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III. 평석 - 단체협약상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의 의미 및 한계 '쟁의 중 신분보장'규정에 대한 대상판결의 판단(해석)에 대해 크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협약자치의 한계와 단체협약의 해석 단체협약이란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자주적으로 노사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협약자치의 산물로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쳐 체결되는 협정 즉 계약을 말한다. 따라서 단체협약의 내용에 관하여 계약 당사자 사이에 해석상 견해의 차이 내지 다툼이 생긴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을 명백히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논리와 경험칙에 따른 합리적 해석과 단체교섭의 실질적 의미를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할 수 없다는 두 가지 해석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102452 판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86287 판결 등). 이에 따르면 단체협약은 문언에 따라 합리적이고 합목적적으로 해석되어야 하며 해당 규정의 적용을 받는 조합원과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내용의 명료성과 법적 안정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석되어야 한다. 또한 협약자치는 헌법 제33조 제1항에 의해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적자치의 한 영역이므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이라는 단체협약의 목적도 헌법과 노조법 이외에 사법상의 일반원칙 예컨대 민법 제2조, 제103조 등에 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허용된다. 그렇다면 대상판결이 쟁의행위와 무관한 개인의 비위사실을 이유로 그리고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까지 쟁의행위 기간 중 일체의 징계를 금지한다고 해석한 것은 위 단체협약 해석 기준 중 후자 즉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할 수 없다는 기준은 준수하였지만 합리적이고 합목적적인 해석이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단체협약의 해석에 있어서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한다는 것은 헌법에 부합하도록 해야 하며 아울러 단체협약에서 당사자의 의도, 단체협약 체결 경위, 단체협약이 규율되어 온 노사관계 등에 맞게 강행법규나 사회적 타당성을 결여하지 않도록 해석하여야 함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특히 판례는 협약 당사자인 사용자의 징계권의 근거를 사용자의 고유권 내지 경영권에서 구하고 있으며 사용자의 경영권은 전속적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 헌법 제119조 1항, 제23조 1항 및 제15조를 그 법적 기초로 하고 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두10902 판결 등). 이러한 경영권은 근본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 사항이 아니며 인사권의 본질적인 내용은 협약으로 제한 또는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우리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는 사회생활의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일반국민이 반드시 지켜야 할 일반규범이면서 사적자치·계약자치에 대한 부당한 개입금지 또는 개입의 정당화에 대한 법적 근거로 이해할 수 있다. 정의 관념에 반하는 행위, 인륜에 반하는 행위,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행위 등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된다. 신분보장 규정에 대한 합리적 해석을 위한 제반 상황이 이와 같다면 신분보장 규정의 도입 취지인 단체행동권의 실질적 보장 영역을 벗어난 범위에까지 사용자의 헌법상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민법 제103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일체의 징계를 금지한다는 해석은 적어도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대상판결은 신분보장 규정을 해석할 때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으면서 사용자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도록 한계를 보다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2. 기본권 충돌의 해결- 과잉금지의 방법 적용 이처럼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이 일체의 징계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사용자의 경영권의 본질적 내용을 제한·침해할 여지가 있다. 즉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근로3권(구체적으로 단체행동권)과 사용자의 경영권(구체적으로 징계권)이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기본권의 충돌에 관한 헌법상의 해결방법이 논의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서 기본권 사이의 충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른바 실제적 조화(Praktische Konkordanz)론이 원용되어야 한다. 문제는 조화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인데 실제적 조화론은 '과잉금지의 방법'을 구체적 해석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과잉금지의 방법'이란 충돌하는 기본권 모두에게 일정한 제약을 가함으로써 모든 기본권을 양립시키되 기본권에 대한 제약을 필요한 최소한에 그치도록 하는 방법이다. 말하자면 제한은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고(필요성), 제한의 방법은 적합하여야 하며(적합성), 제한된 기본권 간에는 비례관계(비례성)가 성립되어야 한다{허영, 헌법이론과 헌법, 457면; 계희열, 헌법학(中), 128면}. 그러므로 이 해석기준에 따라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을 둘러싼 사용자의 징계권과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이 모두 최대한으로 그 기능과 효력을 나타낼 수 있도록 적정한 조화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검토 결과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에 대해 문제는 단체행동권의 실질적 보장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 예컨대 쟁의행위와 무관한 개인적 비위 내지 일탈행위까지 일체의 징계를 금지함으로써 단체행동권의 보장을 극대화한 결과 사용자의 징계권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최소한도에 그치는지(필요성), 즉 제한의 정도가 비례성을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필요성 및 비례성의 의미는 달리 표현하면 충돌하는 두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두 기본권의 원심영역(Randzonen)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그 결과 어느 한 기본권이 절대적인 효력을 나타내거나 반대로 완전히 배제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이 '정당한 노동쟁의에 대해 쟁의기간 중' 사용자의 징계권을 제한함으로써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사용자의 기본권의 침해는 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의 해석처럼 단체행동권의 실질적 보장과 관계없는 개인의 비위행위에 대해서까지 일체의 징계를 금지하는 것은 사용자의 징계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필요성 및 비례성에 반한다고 할 수 있다. 김희성 교수 (강원대 로스쿨)
노동조합
신분보장
쟁의행위
김희성 교수 (강원대 로스쿨)
2020-11-23
민사일반
금전채권자의 공유물분할청구권 대위행사와 보전의 필요성
I. 사실관계 원고는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A에 대한 양수금채권을 양수한 채권자이다. 이 사건 아파트는 원래 B의 소유였는데 B가 사망함에 따라 2013년 5월 23일 피고 앞으로 '2011년 12월 7일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었다. 이후 위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사해행위로서 취소되어 '2016년 11월 15일 사해행위 취소'를 원인으로 이 사건 아파트의 7분의1 지분(이하 '이 사건 공유지분')은 A의, 7분의6 지분은 피고의 공유로 경정하는 내용의 등기가 이루어졌다. 이 사건 아파트에는 위 소유권이전등기가 되기 전부터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앞으로 채무자 C, 채권최고액 2억4000만 원인 근저당권과 채무자 C, 채권최고액 합계 1억800만 원인 근저당권이 각 설정되어 있었다. 한편 A의 채권자인 신용보증기금이 이 사건 공유지분에 대한 강제경매를 신청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되었으나 경매법원은 2017년 2월 8일 신용보증기금에 '이 사건 공유지분의 최저매각가격이 압류채권자의 채권에 우선하는 부동산의 부담에 미치지 못한다'고 통지한 다음 2017년 2월 17일 경매신청을 기각하였다. 원고는 A를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공유물분할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II. 대상판결의 내용 1. 다수의견의 요지 금전채권자가 공유물분할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것은 책임재산의 보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고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되므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금전채권자는 부동산에 관한 공유물분할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채무자의 공유지분이 다른 공유자들의 공유지분과 함께 근저당권을 공동으로 담보하고 있고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채무자의 공유지분 가치를 초과하여 채무자의 공유지분만을 경매하면 남을 가망이 없어 민사집행법 제102조에 따라 경매절차가 취소될 수밖에 없는 반면 공유물분할의 방법으로 공유부동산 전부를 경매하면 민법 제368조 제1항에 따라 각 공유지분의 경매대가에 비례해서 공동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을 분담하게 되어 채무자의 공유지분 경매대가에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 분담액을 변제하고 남을 가망이 있는 경우(이하 '이 사건 유형'이라고 한다)에도 마찬가지이다. 2. 반대의견의 요지 이 사건 유형에서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권에 속하는 공유물분할청구권을 대위행사하여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서는 부동산의 각 공유지분 위에 존재하는 공동근저당권으로 인하여 책임재산인 '채무자의 공유지분'에 대한 강제집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사건 아파트의 경우 현물분할이 불가능하거나 현물분할로 인하여 현저히 가격이 감손될 염려가 있으므로 공유물 전부의 경매를 명하여 대금을 분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분할 방법이다. 이러한 경우에 채권자가 공유자인 채무자를 대위하여 공유물분할청구권을 행사하면 채무자의 공유지분 경매대가에서 공동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 분담액을 변제하고도 공유자인 채무자에게 배분될 몫이 남을 수 있고 채권자는 이를 통해 비로소 금전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게 된다. III. 검토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3다56297 판결(이하 '2015년 판결')을 변경하면서 금전채권자가 공유물분할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이와 달리 반대의견은 2015년 판결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이 사건 유형의 경우에는 공유물분할청구권의 대위행사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결론의 차이는 채권자대위권 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공유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1. 채권자대위권 제도에 관한 시각 차이-보전의 필요성 다수의견은 공유물분할청구권 대위행사가 '일반적으로' 금전채권의 현실적 이행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또한 채권자대위권 행사로 인하여 채무자의 책임재산 감소가 방지되거나 책임재산이 증가되는지를 '법률적인' 관점에서 평가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반면 반대의견은 논의의 범위를 이 사건 유형으로 한정하여 적어도 '이 사건 유형에서는' 공유물분할청구권 대위행사가 금전채권의 현실적 이행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또한 채권자대위권 행사로 인하여 금전채권의 현실적 이행이 확보되는지를 '현실적인' 관점에서 평가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필자는 다수의견보다 반대의견이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다수의견은 (i) 채권자가 공유물분할청구권을 대위행사한다고 하여 채무자의 책임재산 감소가 방지된다거나 책임재산이 증가한다고 일반적으로 말할 수 없고 (ii) 공유부동산 전체를 매각하면 공유지분만을 매각할 때보다 공유지분의 매각대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사실상의 가능성만으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늘어난다고 법률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보전의 필요성을 부정하였다. 그런데 (i)의 서술 중 '책임재산 감소 방지', '책임재산 증가' 부분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오늘날 우리 법에서 채권자대위권 제도는 책임재산 보전을 위한 제도라기보다 채권의 현실적 이행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ii)의 서술에 대해서는 공유지분의 매각대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사실상의 가능성'을 쉽게 무시해버릴 것은 아니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더구나 다수의견이 일반론 차원에서는 채권의 '현실적' 이행이 유효·적절하게 확보되는지를 기준으로 하여 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공유물분할청구권의 대위행사에 관한 맥락에서는 '법률적'인 잣대로 판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 사건 유형의 구체적인 사안에는 위 (i) 및 (ii)의 서술이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이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공유물은 아파트의 한 호실로서 이를 현물분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에 따라 공유물분할이 대금분할 또는 가액보상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면 금전채권의 현실적 이행 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유형에서는 공유지분에 대한 경매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공유지분의 매각과 공유부동산 전체의 매각을 비교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구제수단과 실현 가능한 구제수단을 비교하는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다. 2. 공유관계에 관한 시각 차이-부당한 간섭 다수의견은 공유자의 의사에 초점을 맞추었다. 공유자들이 공유관계를 현 상태 그대로 유지하기를 희망한다면 그러한 공유자들의 의사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반면 반대의견은 공유관계에 수반되는 법적인 제약에 초점을 맞추었다. 공유자가 원하지 않는 시기에 공유물분할이 이루어져 공유물 전부를 지분에 따라 사용할 수 있었던 기존의 사용관계가 소멸하더라도 이는 공유관계에 따른 제약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공유관계에 관한 시각 차이는 금전채권자의 공유물분할청구권 대위행사가 부당한 간섭인지에 관한 입장 차이로 이어졌다. 필자는 이 논점에 관해서도 다수의견보다 반대의견이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채권자대위권 제도는 채권자의 이익(채권의 현실적 이행 확보)을 채무자의 이익(자유로운 재산관리)보다 우선시키는 제도이고 채권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한 채무자의 재산관리에 대한 간섭을 허락하는 제도이다. 채무자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쉽게 인정하는 것은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부당한 간섭'을 매우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만 인정하였던 판례의 경향에 비추어보면 더욱 그러하다. IV. 나가며 필자는 ① 공유지분에 대한 강제집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② 공유물분할이 대금분할 및 가액보상 방법으로 이루어질 것이 비교적 확실한 경우에는 금전채권자의 공유물분할청구권 대위행사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공유물분할청구권 대위행사가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확보하는 데 유효·적절한 수단이고 공유물분할청구권 대위행사에 수반되는 법적 문제들이 채권자의 권리 보호를 외면할 정도로 중대한 문제라고는 볼 수 없으며 채무자 및 공유자의 이익이 채권자의 이익보다 반드시 더 보호 필요성이 높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필자가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이 새롭게 제시한 법리가 앞으로 제기될 수 있는 사건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상판결이 다수의견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의 의미를 공백 상태로 남겨두는 한편 공유물분할청구권의 대위행사 사건에서 발견되는 문제점들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는 과연 해결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다수의견의 입장은 재고될 필요가 있지만 앞으로 법원이 이러한 법리를 어떻게 적용하고 발전시켜 나갈지가 오히려 더 중요한 문제라고 하겠다. 이소은 임상교수(서울대 로스쿨)
공유물분할청구
강제집행
부동산
공동소유
이소은 임상교수(서울대 로스쿨)
2020-10-22
노동·근로
민사일반
사무장병원의 임금 지급의무의 주체에 관한 고찰
1. 들어가며 우리나라 의료법은 의료기관은 의료인 외에 법률상 인정되는 의료법인·비영리법인 등에 의하여서만 개설이 가능하고 이들을 제외한 비의료인은 개설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사무장병원은 우리나라 의료시장에서 인적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하고 비의료인의 경제력에 의존한 기형적인 영리 목적 의료기관을 창출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의료가 지향하는 비영리성과 공공성에 배치되고 의료시장질서에 교란을 가져올 수 있다. 무엇보다 사무장병원의 외관을 빌미로 정부로부터 요양급여와 각종 보조금의 혜택을 부정수급하고 허위로 의료보험을 청구하고 있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에 누수를 가져오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립된 사무장병원에서 근무하는 고용의사를 비롯한 직원들에 대한 임금이 제때에 지급되지 못하는 경우 그와 같은 임금지급채무를 위반한 자가 사무장병원의 실질적 운영자인 비의료인인 사무장인지 아니면 사무장병원의 명의자인 의료인인지가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쟁점이 된 바 있다. 비록 사무장병원이 법가치에 반하는 유형이라고 하더라도 임금지급채무의 지급은 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영역이며 동시에 이는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의 효력과 사무장병원의 채권·채무관계의 귀속 등과 연계되는 문제이다. 2.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63519 판결의 태도 대법원은 2020. 4. 29. 선고 2018다263519 판결에서 "X병원은 의료인이 아닌 피고가 의사인 甲의 명의를 빌려 개설한 이른바 사무장 병원에 해당하고 원고 등은 형식적으로는 甲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지만 피고가 X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원고 등을 직접 채용하고 업무와 관련하여 원고 등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지휘·감독하면서 직접 급여를 지급한 사정을 감안하면 원고 등과 피고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 등에 대하여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한다. 이와 같이 원고 등과의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의무는 처음부터 피고에게 귀속되는 것이지 X병원의 운영과 손익을 피고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甲과 피고 사이의 약정에 따른 것은 아니므로 위 약정이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되어 무효가 된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 등에 대하여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데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3.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의 효력과 사무장병원의 채권·채무관계의 귀속 대상판결과 같이 비의료인이 사무장병원을 설립하기 위하여 의료인과 체결한 동업계약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사법상 무효가 된다. 즉 대법원은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이 무효이므로 의료기관 운영과 관련하여 얻은 이익이나 취득한 재산, 부담하게 된 채무 등은 모두 의료인 개인에게 귀속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3두1493판결, 대법원 2014. 9. 26. 선고 2014다30568 판결, 대법원 2016. 12. 27. 선고 2013다48241 판결). 대체로 사무장병원의 개설·운영 약정 형태가 의료인과 비의료인의 동업관계인 경우에는 조합계약의 형태로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하는 경우에는 고용과 손익귀속에 관한 혼합계약 형태로 체결된다. 그렇다면 사무장병원의 개설 및 운영과 관련하여 취득한 재산과 법률행위로 인한 채권·채무 전부가 면허를 가졌다고 하여 명의자인 의료인에게 일률적으로 귀속된다고 보아서는 안 되고 구체적 법률관계에 따라 실제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해석을 통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의 형태가 조합계약이거나 이와 유사하여 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운영과 손익에 관여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의료인이 계약당사자로서 채권·채무관계의 귀속 주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비의료인이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의료인이 병원 운영이나 손익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급여만을 받는 경우에는 의료인 명의로 대외적인 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개개 법률관계마다 실제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무효인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에 따라 당사자가 이미 급부를 이행하였다면 이는 부당이득이 되어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데(민법 제741조) 강행법규에 해당하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하여 급부한 경우에 불법원인급여(민법 제746조)가 되어 그 반환청구가 제한되는지 여부가 문제이다. 대법원은 기본적으로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하는 행위라 할지라도 당사자간 상호 급부한 것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3두1493판결, 대법원 2011. 1. 3. 선고 2010다67890 판결). 그러나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한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은 제103조의 반사회적 행위로서 무효가 되고 이에 따라 이행한 급부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허용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제746조 단서(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경우)에 해당하거나 수익자의 불법성이 급부자의 불법성에 비해 현저히 큰 경우에는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 4. 사무장병원 내 근로계약의 효력 근로기준법은 민법의 특별법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계약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에 의거하여 판단하게 된다. 따라서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에 의하여 설립된 사무장병원이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요건을 갖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사무장병원에 근무하면서 근로를 제공하는 직원과 고용의사, 임상병리사, 간호사, 방사선사 등의 보건의료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게 된다. 이 때 사무장병원에서 누가 사용자인지 즉 사무장병원의 명의를 빌려준 의사인지 아니면 비의료인인지가 문제된다. 대법원 2011. 10. 27. 2009도2629 판결에서도 비의료인과 의료인 간 동업 형태의 사무장병원에 해당하기 위한 비의료인의 개입 정도는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정도를 요구한 바 있는데 이와 같이 비의료인이 근로계약의 체결에 있어서도 주도적 입장에서 관리하고 개입한 사정이 보인다면 근로계약의 실질적 당사자에 해당하므로 사용자로 파악하여야 할 것이다. 즉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무장병원의 대외적 법률관계에 있어 사무장병원의 명의자인 의료인에게 일률적으로 귀속된다고 보아서는 안 되고 개별적인 법률관계에 따라 실제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해석이 필요하다. 이는 근로계약의 사용자가 누구인지에 관하여 대법원이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인다. 5.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의료인과 비의료인이 체결한 사무장병원 개설 약정이 무효이므로 병원 운영과 관련하여 얻은 이익이나 취득한 재산, 부담하게 된 채무 등은 모두 일률적으로 의사 개인에게 귀속된다고 본 일부 대법원 판결들과 달리 대외적으로 비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로 체결한 고용계약의 귀속 주체를 개별적 법률관계에서 실제 당사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타당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즉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의 내용과 효력 여하는 비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로 체결한 임대차, 소비대차, 리스계약, 고용계약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이들 개별적 법률관계에서 발생하는 채권·채무관계는 당해 계약의 해석에 따라 정하여지는 실질적 당사자에게 귀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다투어진 임금지급의무의 주체에 관하여 보면 원고 등이 甲을 사용자로 하여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으나 실제 비의료인이 원고 등을 비롯한 X병원의 직원들을 채용한 점, 업무수행 과정에서 직원들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지휘·감독한 점,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였고 의료인에게도 매월 약정된 급여를 지급하였던 사정을 종합하면 명의자인 의료인이 아니라 행위자인 비의료인이 당사자로서 고용계약상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바 대법원이 사무장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자가 누구인지, 직원들의 채용 및 근로계약서 작성 주체가 누구인지, 직원들의 업무를 지휘·감독하고 급여를 지급한 주체가 누구인지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근로계약상 임금지급의무의 귀속 주체를 결정한 것은 해당 근로계약의 실체와 부합하는 판단이라 하겠다. 백경희 교수(인하대 로스쿨)
임금
사무장
퇴직금
병원
백경희 교수(인하대 로스쿨)
2020-10-12
노동·근로
행정사건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의 법적 성질과 문제
Ⅰ. 사실관계 2013년 9월 23일 당시 노동부장관(현재는 고용노동부장관)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라 한다)에 대하여 "두 차례에 걸쳐 해직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는 규약을 시정하도록 명하였으나 이행하지 않았고 실제로 해직자가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이 사건 부칙 조항을 2013년 10월 23일까지 교원노조법 제2조에 맞게 시정하고 조합원이 될 수 없는 해직자가 가입·활동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전교조는 시정요구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았고 이에 피고는 2013년 10월 24일 교원노조법 제14조 제1항, 노동조합법 제12조 제3항 제1호, 제2조 제4호 라.목 및 교원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에 의하여 원고를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였다('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라 한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1. 법외노조통보는 이미 법률에 의하여 법외노조가 된 것을 사후적으로 고지하거나 확인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 통보로써 비로소 법외노조가 되도록 하는 형성적 행정처분이다. 이러한 법외노조 통보는 단순히 노동조합에 대한 법률상 보호만을 제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한다. 그런데 노동조합법은 법상 설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체의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반려하도록 규정하면서도 그보다 더 침익적인 설립 후 활동 중인 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통보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명문의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더욱이 법외노조통보제도는 입법자가 반성적 고려에서 폐지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와 실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결국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 2. 피고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유효함을 전제로 이에 근거하여 이 사건 법외노조통보를 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기초한 이 사건 법외노조통보는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 Ⅲ. 문제의 제기 하급심(서울고법 2016. 1. 21 선고 2014누54228판결; 서울행정법원 2014. 6. 19 선고 2013구합26309 판결)에서의 판단과는 달리 대상판결은 법외노조통보의 위법성을 확인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12인의 대법관이 참여하여 10인의 대법관은 이 사건 법외노조통보가 위법한 것으로 본 반면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그것이 적법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고용노동부가 법외노조통보를 취소하였고 전교조가 교원노조법에 따른 노동조합의 지위를 회복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근 7년의 소송 끝에 국가 전체를 달구었던 오랜 숙제가 해소되었다. 대상판결의 판시와 관련해서 특기할 만한 점은 다수의견 및 별개의견, 반대의견이 각기 법학방법론, 해석론 및 입법론에 바탕을 두고서 매우 상반된 입장을 개진하였는데 특히 상호 간에 매우 비판적이고 직설적인 언급을 하고 있다. 가령 반대의견이 "다수의견의 입장은 이 사건 법률 규정이 그 자체로 완결적인 규정임을 간과한 것이거나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무효라는 결론을 위하여 법규정의 의미를 임의로 축소하는 편의적 해석일 뿐"이라고 지적하였는데 종래 대법원 판례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개개의 행정법, 공법적 쟁점에 관한 상론은 다른 곳에서 하고 여기선 법외노조통보의 처분성 여부 및 그 법적 성질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하고자 한다. Ⅳ. 법외노조통보의 처분성 여부 다수의견 8인의 대법관은 법외노조통보의 직접적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및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위헌성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여 법률유보의 차원에서 법외노조통보의 위법성을 접근하였는데 반면 김재형·안철상 대법관은 별개의견으로 법외노조통보 그 자체의 위법성을 논증하였다. 다만 기본적 시간에서 헌법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입장(김재형 대법관 별개의견)과 수익적 행정처분의 취소철회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입장(안철상 대법관 별개의견)으로 나뉜다. 법외노조통보의 처분성 여부는 하급심에서 피고측이 본안전 항변으로 "교원노조법 제1조, 제2조, 제14조 제1항,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단서에 의하여 원고를 교원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하는 효과가 곧바로 발생한다. 따라서 이 사건 통보는 원고에 대하여 교원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하는 효과가 발생하였음을 단순히 확인해 주는 사실 또는 관념의 통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주효하지 않았다. Ⅴ. 법외노조통보의 법적 성질 법외노조통보의 법적 성질과 관련해서 다수의견은 그것을 형성적 행정처분으로 보는 반면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은 확인적 행정처분으로 보는데 이는 사안을 법률유보의 원칙 및 위임입법의 법리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에 대한 입장의 차이를 낳는다. 반대의견 역시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과 마찬가지로 확인적 성질을 인정하기에 다수의견의 입장에 대해 매우 강한 비판을 하였다. 결국 이 문제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의 성격의 문제이다. 여기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그것의 타당성은 차치하고서- 노동조합법상의 노동조합이 될 수 없다는 입법자의 의사를 표방한 것이다. 즉 노동조합의 적격성(허용성)의 물음이다. 이 점에서 논증의 출발점을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둔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과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의 반대의견은 바람직하다. 확인적 행정행위의 기능은 개별사건과 관련하여 법적으로 중요한 특성을 구속적으로 확인하거나 부인하는 데 있는데 그것은 행정청과 수범자를 위해 법효과를 증명하는 의사(意思)로써 행해진다(김중권, 행정법, 235면).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한다는 자체는 이미 법효과가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법외노조통보에 의해 비로소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된 것이 아니다. 다수의견의 지적처럼 현재의 법외노조 통보제도가 설령 사실상 폐지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와 그 주체, 대상, 절차 및 효과 등이 모두 동일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법률상의 노동조합의 적격성 규정에서 비롯된 이상 법률 자체의 문제이지 결코 시행령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법외노조통보를 하기 전에 시정명령을 통해 노동조합의 부적격 상황을 해소할 기회를 제공하는 점과 설령 마치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양 취급되나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의 설립이 신고제에 해당하는 점에서 법외노조 통보를 창설적인 설권적 처분으로 보는 것은 체계에 반한다. 이처럼 법외노조통보를 확인적 처분으로 접근하는 이상 법외노조통보의 법적 성질을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처분의 철회로 보고서 이익형량과 비례원칙의 차원에서 검토하는 안철상 대법관의 별개의견 역시 수긍하기 힘들다. 특히 법외노조통보가 기속행위인 점에 더욱 그러하다. Ⅵ. 관견(管見): 어떻게 접근하여야 하는가? 법원은 과거사를 다루지만 과거분석과 과거평가로부터 현재는 물론 미래를 결정하는 권력이다. 판례(Rechtsprechung)는 법(Recht)을 말하는 것(Sprechen)이다. 실현되고 있는 법의 타당근거(妥當根據)는 과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있다(김형배, 법학방법론, 1981, 41면). 따라서 법을 말한다는 것은 민주적 법치국가에서는 개별사례를 위해 법률의 언명을 현재에 맞게 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판례는 사전에 규정된 것(입법)을 사후에 말하는 것 이상(以上)이며 항상 불완전한 규정을 숙고하여야 한다. 결국 법원은 법률에 의한 미래선취의 범주에서 법치국가의 미래개방성을 보장한다. 다만 법률흠결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인 법형성을 통해 '창조적 법발견'이 강구되더라도 그것이 입법이 되어선 곤란하다. 일찍이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두6998 판결을 평석하면서 필자는 "사안에서 쟁점대상은 신고제에서 실질적 심사의 문제가 아니라 법규정{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을 중심으로 해직자가 완전히 배제된 현재의 근로자만이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본 해석의 문제이다. 처음부터 근로자가 아닌 경우에는 그 비근로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조합의 설립을 불허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지만 해직자의 경우에는 그리고 사안처럼 기왕의 조합을 합병하여 조합을 설립하는 경우에는 나름의 (판례의) 법형성적 접근도 강구할 만하다. 나아가 사안에 대한 노동조합법 차원의 문제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김중권, 안암법학 제47호, 2015.5., 9면). 시대와 호흡하지 못하고 현실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현재의 법상황이 문제인데 이런 문제인식을 어떻게 구현하는지가 관건이다. 비록 서울고법 2016. 1. 21 선고 2014누54228 판결의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한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단이 내려졌지만(헌법재판소 2015. 5. 28. 선고 2013헌마671 결정 등) "만일 법에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본다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거나 국회에 법개정을 청원하여야 할 것"이라고 반대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위헌법률심판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정도이다. 일찍이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도6294 판결은 별다른 추가적 요건을 설정하지 않고서 집회미신고를 집회해산명령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상황에 즈음하여 추가적 요건을 더해서 집회해산명령을 정당화시켰다. 이처럼 현행법의 해석의 차원(de lege lata)에서 기본권과 노동조합의 본질 등에 의거하여 새로운 해석의 방법으로 현안의 문제점을 타개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전교조
법외노조
해직교사
노동조합법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2020-09-21
행정사건
행정법규위반에 대한 행정제재의 법리
Ⅰ. 사안의 개요 A법인은 주식회사로서 용인시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공중위생영업자(숙박업자)이다. 위 모텔 508호에서 2018. 11. 25.경 여자 청소년 2명과 남자 청소년 1명이 혼숙하였다. 용인동부경찰서장은 이를 적발하여 2018. 12. 20. 용인시장에게 통보하였다. 위 사건 당시 현장근무자이던 종업원 B와 현장에 있지 않았던 A법인의 대표자 C는 2018. 12. 26. 위 청소년 남녀혼숙을 이유로 한 청소년보호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각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용인시장은 2019. 2. 8. A법인에 대하여 「청소년 보호법」 제30조 제8호에서 금지하는 ‘청소년을 남녀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 1항 제8호, 제11조의 2 제1항에 따라 영업정지 1개월에 갈음하여 과징금 189만 원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쟁점 이 사건 위반행위를 이유로 A법인에 대하여 위 법조항을 적용하여 제재처분을 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청소년을 남녀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위해서는 숙박업자나 그 종업원이 투숙객이 청소년임을 알면서도 혼숙하게 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는지 여부이다. Ⅲ.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처분은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하여 가하는 제재이므로, 반드시 현실적인 행위자가 아니라도 법령상 책임자로 규정된 자에게 부과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부과할 수 있다(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4두877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8호, 제11조의2 제1항에 따라 공중위생영업자에 대하여 ‘청소년 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영업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 처분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3두1226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숙박업소에서 청소년인 이 사건 투숙객들이 남녀 혼숙한 이상 공중위생영업자인 원고가 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8호에서 금지하는 ‘청소년을 남녀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의 대표자나 그 종업원 등이 이 사건 투숙객들이 청소년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라고 판시하였다. Ⅳ. 대상판결의 법리오해 대상판결이 원용한, 기존 대법원판례의 판시취지 즉, 「행정법규 위반에 대하여 가하는 제재조치는 -중략- 반드시 “현실적인 행위자”가 아니라도 법령상 책임자로 규정된 자에게 부과되고 원칙적으로 “위반자”의 고의ㆍ과실을 요하지 아니하나」 라고 한 판시에서 “위반자”는 행정처분의 대상자인 법령상 책임자를 말하는 것이지 현장에 있던 종업원 즉, 현실적인 행위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님에도, 대상판결은 “위반자”를 현실적인 행위자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오해하였다. 대상판결이, 「이 사건 숙박업소에서 -중략- ‘청소년을 남녀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A법인의 대표자나 그 종업원 B 등이 이 사건 투숙객들이 청소년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라고 설시한 점에서 이는 명백하다. 기존 대법원판례의 판시취지는, 현실적인 행위자 즉, 종업원이 청소년 남녀혼숙을 (적어도 미필적 고의로) 시킨 경우에, 현장에는 없어서 그 사실을 몰랐던 사업자 즉, 법령상 책임자에게 고의, 과실이 없더라도 행정상 제재 즉 행정처분을 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대상판결은, 사업자와 종업원이 청소년 남녀혼숙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경우에도 즉, 청소년 남녀혼숙 사실에 대한 인식이 없었더라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려면 최소한 인식을 전제로 함), 청소년 남녀혼숙 사실 자체만 존재하면 사업자에게 행정처분을 가할 수 있다고 크게 오해하였다. 대상판결은, 청소년보호법 제30조 제8호의 범죄행위의 주체는 “누구든지”이고, 청소년 남녀혼숙에 대하여 행정제재를 가할 때의 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8호의 적용 대상은 “공중위생영업자”인 점에 유의하지 않았다. 위 청소년보호법위반의 범죄행위가 성립하려면 법령상 책임자(공중위생영업자)이든 종업원이든 누구든지 고의가 있어야 성립하고(고의, 과실 등 주관적 불법요소가 없는 행위로 형사처벌받지 않는 것은 췌언을 요하지 않음), 위 범죄행위가 성립하면 “공중위생영업자”는 본인의 고의, 과실이 없더라도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행정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법 규정의 형식,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누군가의 청소년보호법위반(형사책임)이 있음이 전제되어야 공중위생영업자에 대한 행정제재가 가능함은 명백하다. 이것이 기존의 확립된 대법원판례이다. 실질적으로 사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행정제재(영업정지처분, 과징금 부과처분)보다 훨씬 약한 행정질서벌(과태료) 부과에 대하여까지 고의, 과실을 요구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7조). Ⅴ. 기존 대법원판결들의 분석 (1) 대법원 1994. 1. 11. 선고 93누22173 판결 이 사안은 사업자와 현실적인 행위자가 동일인인 사안으로 보인다. 고의 내지는 인식이 있어야 함을 명백하게 설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의 판시취지대로라면, 이 판결 사안에서, 숙박업자가 공중위생법을 위반한 것으로 되어 행정처분을 받거나, 공중위생영업자의 의무 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제재처분을 할 수 없다고 판시했어야 할 것이다. (2)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5두2223 판결 식품위생법 제31조 제2항 제4호에 규정된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위반으로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사업자에 대하여 고의가 인정되어야 함을 명백하게 설시하고 있다. 이 사안도 사업자와 현실적인 행위자가 동일인인 사안으로 보인다. (3)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도4069 판결, 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도6032 판결은, 고의(인식)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음식점 운영자가 식품위생법 제31조 제2항 제4호에 규정된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의 형사판결이다. (4) 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3두5005 판결의 사안은, 현실적인 행위자는 근로자들(버스기사들)이나 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2012. 2. 1. 법률 제112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위반(임의결행)의 주체로 사업자만 규정되어 있으므로 현실적인 행위자들에게 고의가 인정되는 것은 명백하나 행정법규위반은 되지 아니하고, 사업자는 고의 과실이 없더라도 위 법 제10조 위반이 된다는 취지이다. 어쨌든 현실적인 행위자의 고의에 의한 행위가 존재한다. (5)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0두6700 판결의 사안도, 현실적인 행위자는 갑 주식회사의 임직원이고 입찰참가시 임직원이 고의로 허위서류를 제출한 사실이 인정되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1항,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6조 제1항 위반의 주체를 사업자(부정당업자)로 한정하였고, 현실적인 행위자를 위반의 주체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러한 점에서 대법원 2013두5005 판결의 사안과 구조가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 (6) 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4두8773 판결은, 대부업등록을 한 법인인 당해 사건의 원고회사의 직원이 현실적인 행위자로서 고의가 인정되는 사안이다. (7)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6두46175 판결은, 현실적인 행위자인 소외인이, 할부거래법이 필수적인 등록취소사유로 규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요건에 관하여 사전에 고의 내지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되는 사안이다. (8)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두63515판결은, 현실적인 행위자인 농심원 영농조합법인의 임직원의 고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파기환송판결을 하고 있는 사안이다. (9) 대상판결이 원용한 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3두12264 판결이 유일하게 대상판결과 유사한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 대법원판결은 대법원이 제공하는 대법원종합법률정보에도 게시하지 아니한 판결이고, 그 이전·이후의 확립된 대법원판례의 판시취지와 상반된 판결로서 전원합의체판결도 아니므로 판례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할 것이다. Ⅵ. 결어 대상판결이, 논란의 여지가 전무한 기본적인 법리를 오해하여, 제대로 적법하게 판시한 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환송한 것은, 법률신문 2020. 4. 2.자 사설에서 지적한 사례 즉, 군형법 제60조의 6의 '군인등에 대한 폭행죄의 특례'를 간과하여 적법하게 판결한 군사법원의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것과 마찬가지로 대법원이 적극적인 오류를 범한 것이다. 불과 석달만에 대법원의 이러한 잘못이 반복되는 것은 대단히 걱정스러운 현상이다. 임호영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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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영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경원)
2020-07-23
민사일반
협동조합원총회의 결의무효
[판결요지] 피고의 이 사건 결의(관리·운영비의 9% 인상안) 및 추인결의는 피고가 협동조합기본법상의 협동조합으로서 정관에 정해진 바에 따라 조합원들이 부담할 운영관리비의 책정기준을 결의한 것에 불과할 뿐이고 노인복지법, 집합건물관리법, 공동주택관리법 등 관계법령상의 관리주체로서 운영관리비의 책정기준을 결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사건개요] 1. 피고 조합은 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하는 K회사의 부정 비리를 이유로 시행사를 몰아내고 일부 입주자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조직하고 노인복지주택을 관리운영하면서 K의 사업을 폐지시켰으나 조합은 신고도 하지 못한 위법한 상태에서 시설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2. 조합은 2018년 2월 24일 조합원총회에서 그 소집공고에 안건으로 밝히지 않은 '관리·운영비 9% 인상안'을 상정하여 Y는 불공정한 운영비를 바로잡지 않고 인상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대하였고 몇분이 이에 동조하였으나 아무런 토론도 없이 P가 박수로 찬성하자고 하여 10여명이 박수를 친 것을 결의가 성립된 것으로 꾸며 그 집행을 강행하였다. 3. 이에 원고 J는 운영비의 인상결의는 절차상의 하자로 무효일 뿐아니라 이 사건 건물은 구분소유권을 가진 182세대의 주거시설과 상가 59개 및 제1종 근린시설 2개로 구성된 집합건물로서 피고조합이 이 건물의 노인복지시설의 운영권도 없이 관리비·운영비를 인상할 권한이 없으므로 그 결의는 당연히 무효라는 이유를 들어 총회결의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4. 이에 원심(서울남부지법 2019. 4. 12. 선고 2018가합108187 판결)은 이 사건 총회결의의 하자를 들어 원고의 주장이 이유있어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는 이상 나머지 원고의 주장에 관하여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관리·운영비 등 9% 인상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시했다. 5. 이에 피고 조합은 원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고 2019년 5월 17일 '2018년 2월 24일자 정기총회관리규약변경에 대한 추인(관리·운영비 등 9% 인상)을 안건으로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그 총회에서 추인을 받았으므로 9% 인상 결의는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6. 이에 원고는 2019년 5월의 총회에서 이를 추인하였다고 하나 '무효인 법률행위는 추인하여도 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하고(민법 제139조) 그 추인하는 총회 자체도 이에 반대하는 일부 조합원의 주장을 강압적으로 차단하고 적법한 표결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당연 무효'라고 항변하였다. [평석]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는 서울고법 민사20부(김상우·송석봉·김유경 판사) 판결은 법리 또는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 까닭을 살핀다. 1. 원심판결 취소의 부당성 원심판결은 피고 조합원총회에서 2018년 2월 24일 관리·운영비 등 9% 인상결의를 다투는 원인과 결의절차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그 사유를 밝히고 무효를 확인하고 있다. 항소심에서 이를 취소하려면 적어도 그 하자가 치유되었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여기서는 절차의 흠결도 문제지만 그 결의내용에 담긴 9% 인상안이 위법부당하다는 데 있다. 조합에서 징수하고 있는 시설운영에 소요되는 운영비는 입주자 모두에게 균등하게 배분되어야 한다. 그러나 시행사인 K회사로부터 다음 표(1인 기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차등지급하도록 한 불합리한 운영비체계를 시정하지 않고 그대로 징수하다가 이를 일률적으로 인상하는 안에 반대하여 다툼이 생긴 것이고 그것을 심화시킨 결의를 유효하다고 인정하는 것은 차등금지의 원칙에 위배되고 불공정 거래를 용인하는 것으로 법리위반이라 할 수 있다. 무효인 법률행위는 추인하여도 그 효력이 생기지 않는데(민법 제139조) 이 판결에서 원심이 무효라고 판단한 결의가 추인의 대상인지도 따지지 않은 것은 법리위배라 할 수 있다. 2. 관리비와 운영비를 왜곡한 법리위배 이 사건 집합건물은 지하 3층, 지상 15층 연면적 8048평 규모의 건물로서 242명의 구분소유자의 사유재산이고 182세대의 주택과 상가 및 근린시설로 구성되어 공동주택관리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 의한 의무관리대상건물이므로 전문주택관리사가 관리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건물의 시행사 K의 사업권이 폐지된 후에도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조합이 정관규정에 의하여 노인복지시설을 관리·운영한다는 것은 위법이다. 그리고 100명 내외의 구분소유자와 세입자로 구성된 조합원총회에서 그 집합건물의 관리·운영비를 책정하여 결의할 권한도 없다(집합건물관리법 제14조 참조). 이에 원고는 이 사건 피고 조합원총회에서 관리·운영비의 9% 인상안을 결의 또는 추인하는 것은 그 결의 자체의 하자 뿐아니라 무권한자에 의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법원이 이에 대한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심리미진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이 사건 항소심은 '피고의 이 사건 결의(관리·운영비의 9% 인상안) 및 추인결의는 피고가 협동조합기본법상의 협동조합으로서 정관에 정해진 바에 따라 조합원들이 부담할 운영관리비의 책정기준을 결의한 것에 불과할 뿐'이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관리비와 운영비의 개념도 파악하지 못한 졸속 판결이라 할 수 있다. 노인복지시설의 사업운영권을 가진 K회사는 노인복지시설의 운영과 집합건물의 관리를 위하여 입주자로부터 운영비와 관리비를 징수하여 왔고 운영비의 차등부과에 대하여는 꾸준히 이의가 제기되어 왔다. 피고조합은 시행사인 K 회사가 철수하고 그 사업권이 폐지된 후에도 '모범적인 노인복지시설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심신이 약한 노인들을 꾀어서 K사가 징수하여 오던 관리·운영비를 그대로 징수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총회에서 2018년 2월 24일 관리·운영비 등 9% 인상안을 제시하여 반대에 부딪치고 결의가 성립되지 않아 무효인 결의를 추인하였다는 이유로 항소한 사건에서 서울고법이 노인복지법 등의 규정에 따른 조합의 권한 유무는 따지지 않고 '조합원들이 부담할 운영관리비의 책정기준을 결의한 것에 불과할 뿐'이라고 판시했다. 이는 법리는 물론이고 건전한 상식에도 어긋난다. 왜냐하면 조합원이 부담할 운영관리비라 하더라도 조합원에 따라 차등부과하는 것은 형평의 관념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노인복지시설의 운영비와 집합건물의 관리비는 관리규약 등에 의하여 책정되고 사업비로 징수하는 것이지 조합의 운영관리비로 둔갑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판결에서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고 한 것은 원고 J가 조합원으로서 소를 제기할 권한이 없다는 뜻인지 이해할 수 없으나 조합원은 조합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소를 제기할 권한이 없다는 법리는 있을 수 없다. 요컨대 이 사건 서울고법 판결은 노인복지시설의 운영실태는 물론 노인복지법, 공동주택관리법 등을 들어 무권한자에 의한 관리·운영비의 인상결의는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무시하고 게다가 총회결의의 하자를 들어 원심에서 승소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강압적으로 이루어진 총회의 추인을 인정하여 이 사건 소를 각하한 것은 사회부패의 구조 속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억지를 부리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법원의 신뢰에 금 가게 한 잘못된 판례라고 생각한다. 대법원의 공정한 판단을 기다려 본다. 양승규 명예교수 (서울대 로스쿨)
협동조합
노인복지시설
협동조합원총회
양승규 명예교수 (서울대 로스쿨)
2020-06-15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교환으로 취득한 부동산의 취득세 과세표준
1. 사실관계 ① 학교법인 ○○학원은 그 소유의 서울 강북구 소재 이 사건 부동산에 위치한 대학교를 원고 소유의 파주시 소재 이 사건 교환대상 부동산으로 이전하기로 하였다. 한국감정원의 감정평가결과 이 사건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30억9755만6000원, 이 사건 교환대상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57억4340만7000원이었다. ② ○○학원은 2016년 8월 30일 교육부장관에게 위 대학교의 위치변경계획승인을 신청하였는데, 교육부장관은 2017년 1월 20일 ○○학원에게 '○○학원과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과 이 사건 교환대상 부동산을 상호 교환하되, 그 차액 26억4585만1000원을 원고가 ○○학원에 무상 출연하여야 한다'는 조건을 붙여 승인하였다. ③ 이에 따라 원고와 ○○학원은 2017년 2월 2일 이 사건 부동산과 이 사건 교환대상 부동산을 교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원고는 위 승인조건에 따라 감정평가 차액을 ○○학원에 무상 출연하였다. ④ 원고는 이 사건 교환대상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인 57억4340만7000원을 취득세 과세표준으로 하여 취득세 등을 신고하면서 취득세 등을 면제받았으나, 면제유예기간 내인 2017년 9월 14일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하게 되어 2017년 10월 10일 피고에게 취득세 과세표준을 57억4340만7000원으로 하여 취득세 등 합계금 2억6419만6710원을 신고·납부하였다. ⑤ 그 후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세 과세표준이 무상 출연액을 제외한 감정평가액인 30억9755만6000원이라는 이유로, 2017년 10월 31일 피고에게 신고·납부 세액과의 차액을 감액하여 달라는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거부하였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가. 지방세법 제10조 제1항 본문은 '취득세의 과세표준은 취득 당시의 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에서 취득세의 과세표준으로 규정한 '취득 당시의 가액'은 원칙적으로 부동산 등 과세물건을 취득하는 데 든 사실상의 취득가액을 의미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두240 판결). 나.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규정과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감정평가 차액 26억4585만1000원 상당액은 원고가 ○○학원에 증여한 것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는 데 들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세 과세표준은 그 감정평가액 상당인 30억9755만6000원이라고 보아야 한다. 원고가 ○○학원에 증여한 위 감정평가 차액 상당액이 취득가격에 포함되는 간접비용인 구 지방세법 시행령(2017. 7. 26. 대통령령 제282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1항의 '취득대금 외에 당사자의 약정에 따른 취득자 조건 부담액(제5호)'이나 '이에 준하는 비용(제7호)'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평석 가. 취득세 과세표준인 '취득가격'의 법리 구 지방세법의 위임에 따라 구 지방세법 시행령(2010. 9. 20. 대통령령 제22395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82조의2 제1항 본문은 '취득가격은 취득의 시기를 기준으로 그 이전에 해당 물건을 취득하기 위하여 거래 상대방 또는 제3자에게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직접비용과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간접비용의 합계액으로 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각호에서 건설자금에 충당한 차입금의 이자 또는 이와 유사한 금융비용(제1호), 할부 또는 연불조건부 계약에 따른 이자 상당액 및 연체료(제2호), 농지법에 따른 농지보전부담금, 산지관리법에 따른 대체산림자원조성비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제3호), 취득에 필요한 용역을 제공받은 대가로 지급하는 용역비·수수료(제4호), 취득대금 외에 당사자 약정에 의한 취득자 조건 부담액과 채무인수액(제5호), 제1호부터 제5호까지의 비용에 준하는 비용(제6호)을 들고 있다. 이러한 '취득가격'에는 과세대상물건의 취득시기 이전에 거래상대방 또는 제3자에게 지급원인이 발생 또는 확정된 것으로서 직접비용인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은 물론 그 이외에 실제로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으로 지급되었다고 볼 수 있거나(취득자금이자, 설계비 등) 그에 준하는 취득절차비용(소개수수료, 준공검사비용 등)도 간접비용으로서 이에 포함된다 할 것이나, 그것이 취득의 대상이 아닌 물건이나 권리에 관한 것이어서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라면 과세대상물건을 취득하기 위하여 해당 물건의 취득시기 이전에 그 지급원인이 발생 또는 확정된 것이라도 이를 해당 물건의 취득가격에 포함된다고 보아 취득세 과세표준으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9두12150 판결, 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6두61907 판결 등). 나. 취득세 과세표준인 간접비용 관련 사례 대법원은 사업자가 수용에 따라 토지소유자에게 지급하는 지장물보상금 및 이주비 등 보상금(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누4155 판결), 주택분양보증수수료(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9두12150 판결), 아파트의 신축·분양사업과 관련된 차입금 및 분양대금 등의 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하여 자금관리를 신탁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지급한 신탁수수료(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두23075 판결), 취득일 이후 공사비(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3두7681 판결)는 취득세 과세표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분양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건축물의 신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제로서의 사업성 검토 등을 포함한 컨설팅 용역비(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두22034 판결), 환지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도시개발사업 시행자인 조합이 지급한 토지의 지목변경 또는 그 지상의 건축물 신축 등에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비용(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7두35844 판결)은 취득세 과세표준에 포함된다고 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간접비용인 '건설자금에 충당한 차입금의 이자 또는 이와 유사한 금융비용'과 관련하여, '어떠한 자산을 취득하는 데에 사용할 목적으로 직접 차입한 자금의 경우 그 지급이자는 취득에 소요되는 비용으로서 취득세 과세표준에 포함되지만, 그 밖의 목적으로 차입한 자금의 지급이자는 납세의무자가 자본화하여 취득가격에 적정하게 반영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차입한 자금이 과세물건의 취득을 위하여 간접적으로 소요되어 실질적으로 투자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취득세 과세표준에 합산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4두46935 판결). 다. 대상 판결의 의의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과 취득세 과세표준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세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에 따라 취득세 과세표준이 되는 '취득가격'에는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인 직접비용 외에 그 물건을 취득하기 위하여 지급된 비용인 간접비용도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다만, 그 비용이 취득 대상이 아닌 물건이나 권리에 관한 것이어서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라면 해당 물건의 취득시기 이전에 그 지급원인이 발생 또는 확정된 것이라도 이를 해당 물건의 취득세 과세표준으로 볼 수 없다. 대상 판결의 사안에서 ○○학원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30억9755만6000원이고, 원고 소유의 이 사건 교환대상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57억4340만7000원으로 원고 소유의 부동산이 고가였다. 부동산 교환거래는 등가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일반적인 부동산 교환거래라면 원고가 ○○학원으로부터 그 차액을 지급받아 정산했을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장관은 오히려 원고가 ○○학원에게 위 감정평가액의 차액 상당액을 무상 출연하는 것을 조건으로 승인하였고, 그 조건에 따라 원고는 ○○학원에 감정평가 차액 26억4585만1000원을 무상 출연하고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였다. 이 사건 부동산 자체의 가격은 감정평가액인 30억9755만6000원이지만,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세 과세표준에는 지방세법령의 규정에 따라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인 위 감정평가액에 간접비용인 중개수수료, 취득자 조건 부담액 등이 포함된다. 원고가 ○○학원과 부동산을 교환하면서 ○○학원에게 무상 출연한 감정평가 차액 26억4585만1000원은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대금 외에 교육부장관의 승인조건에 따라 지급된 비용이다. 즉, 원고가 위 차액을 ○○학원에게 무상 출연하지 않았다면,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었다. 따라서 위 차액은 취득 대상이 아닌 물건이나 권리에 관한 비용이라고 보기 어렵고, 문언상 구 지방세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의 '취득대금 외에 당사자의 약정에 따른 취득자 조건 부담액(제5호)'이나 '이에 준하는 비용(제7호)'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아무런 근거도 밝히지 않고 위 차액을 위 각 호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취득세 과세표준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한 것은 의문이다. 오히려 원심 판결이 타당하다.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취득세
부동산
과세표준
부동산교환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2020-02-10
부동산·건축
행정사건
사업시행기간이 도과한 경우 사업시행계획 실효여부
1. 대법원 판결 요지 및 문제의 소재 가. 대법원 판결 요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설립된 정비사업조합에 의해 수립된 사업시행계획에서 정한 사업시행기간이 도과했더라도, 유효하게 수립된 사업시행계획 및 그에 기초해 사업시행기간 내에 이뤄진 토지의 매수·수용을 비롯한 사업시행의 법적 효과가 소급해 효력을 상실해 무효로 된다고 할 수 없다. 나. 문제의 소재 위 판결 사안에 기초해서 사업시행계획의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된 경우 사업시행인가의 실효 여부 및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된 이후 사업시행기간을 연장하는 사업시행변경인가 신청서가 접수된 경우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처리해야 하는지 여부 등이 실무적으로 문제되는데, 이에 대해서 다소 상반되는 판례의 경향을 확인해보고, 이에 대한 법리적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2. 사업시행계획의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된 경우 사업시행인가가 실효된 것인지 여부 가. 정비사업 시행기간의 제규정 도시정비법은 제52조 제1항 각 호에서 사업시행계획서 작성 시 기재해야 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고, 본 항 제5호는 ‘사업시행기간 동안 정비구역 내 가로등 설치,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 등 범죄예방대책’을, 제13호는 ‘그 밖에 사업시행을 위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조례로 정하는 사항’을 각 규정하고 있는데,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47조 제2항 제1호는 ‘사업시행기간’을 다시 시·도 조례로 정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관련 시·도 조례인 충청남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는 제8조에서는 '사업시행기간'이 아닌 '사업시행 예정시기'를 규정하고 있다. 나. 사업시행기간에 대한 판례의 동향 1)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된 경우 사업시행인가가 실효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2014년 7월 3일 "정비사업의 사업시행인가는 사업시행기간 경과로 실효되며, 그 후에 실효된 사업시행인가를 변경 인가해 그 시행기간을 연장했다고 하여 실효된 사업시행계획의 인가가 효력을 회복해 소급적으로 유효하게 될 수는 없고, 다만 사업시행변경인가도 시행자에게 정비사업을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을 설정해 주는 처분인 점에서는 당초의 인가와 다를 바 없으므로 사업시행인가고시에 정해진 사업시행기간 경과 후에 이뤄진 변경인가고시도 그것이 새로운 인가로서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그에 따른 효과가 있다 할 것"이라고 했다(2013구합18018). 이 판결에 대한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도 "사업시행기간은 제1차 사업시행계획에서 정한 사업시행기간(2007년 9월 3일부터 48개월)의 경과로 종전 사업시행계획(제1차 내지 제5차 사업시행계획)의 인가처분은 실효됐다고 판단된다"고 해 사업시행계획은 사업시행기간의 경과로 실효된다는 제1심과 동일한 입장을 취했다(2014누58558). 이 사건에 대한 상고심인 대법원은 2015년 8월 27일 심리불속행 기각결정을 했다(2015두41920). 2) 반면, 2015년 8월 21일 선고된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사업시행계획은 추후 수립될 관리처분계획과는 달리 조합원의 재산권과 관련된 사항을 직접 규정하는 것이 아니고, 추후 장기간에 걸친 정비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변경될 것이 어느 정도 예정돼 있다. (중략) 도시정비법 제30조에서 '사업시행기간'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직접 규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점, 또한 '사업시행기간'은 시·도 조례가 정하는 사항이므로 지역에 따라서는 사업시행계획서에 포함시키지 않을 수도 있는 점,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41조 제2항 제1호에서 '사업시행기간'을 '정비사업의 종류·명칭'과 병렬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정비사업의 종류·명칭'은 사업시행계획에서 중요한 요소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춰볼 때, 도시정비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은 '사업시행기간'을 사업시행계획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요소로 예정하고 있지 않다. (중략) 사업시행계획에서 정한 사업시행기간이 도과하는 경우 당해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되고 그 이후에는 사업시행기간을 연장하는 사업시행변경계획을 수립할 수도 없다고 한다면 사업시행계획이 유효함을 전제로 이뤄진 후속행위들까지 모두 무효가 됨으로써 정비사업의 계속 추진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수 이해관계인들의 권리관계에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 명백하다. 그리고 사업의 시행을 원하는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할 뿐만 아니라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로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친 후 관할관청의 인가가 있어야 비로소 사업을 폐지할 수 있도록 한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9호의2, 제6항 본문, 제28조 제1항, 제5항의 규정에도 반한다. 따라서 사업시행계획에 있어서 사업시행기간은 사업시행자가 당해 사업시행계획에 따라 장차 정비사업을 시행할 예정기간을 의미할 뿐이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사업시행계획 자체의 유효기간까지 의미한다고 볼 법령상·해석상 근거는 없다"고 판시했다(2015구합52845).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1심의 사유에 더해 "사업시행계획에서 정해진 사업시행기간은 향후 시행될 사업에 관한 일응의 예정기간을 의미하고, 사업시행계획 자체의 유효기간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2015누57118). 또한 상고심인 대법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설립된 정비사업조합에 의해 수립된 사업시행계획에서 정한 사업시행기간이 도과했다 하더라도, 유효하게 수립된 사업시행계획 및 그에 기초해 사업시행기간 내에 이뤄진 토지의 매수·수용을 비롯한 사업시행의 법적 효과가 소급해 그 효력을 상실해 무효로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해 사업시행기간이 도과했다 하더라도 사업시행기간의 만료로 인해 사업시행계획 자체가 실효된다고 볼 수 없고, 유효하게 수립된 사업시행기간 내에 이뤄진 토지의 매수·수용을 비롯한 사업시행의 법적 효과가 소급해 그 효력을 상실해 무효로 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2016두34905 판결). 이후 대법원은 2017. 6. 19. 선고 2015다70679 판결에서도 "사업시행기간이 사업시행계획의 효력기간을 정한 것이 아니므로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됐다는 것만으로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됐다고 볼 수 없고, 2차 분양신청과 제2차 관리처분계획이 무효라고 볼 수도 없다"고 해 이를 다시 확인했다. 다. 소결 1) 위 나. 1)항의 판례와 2)항의 판례는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2)항의 판례의 입장에 아래와 같은 추가적인 이유로서 사업시행계획의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된 경우라도 사업시행인가가 실효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2) 도시정비법은 '사업시행기간'에 대해 구체적인 규정을 두지 않고, 동법 시행령에서 사업시행기간을 대해 시·도 조례에 위임하는 규정을 뒀는데, 관련 시·도 조례인 충청남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를 보더라도 제8조에서 '사업시행 예정시기'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사업시행기간'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즉, 도시정비법은 ‘사업시행기간’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직접 규정하지 않고 대통령령 및 시·도 조례에 위임하고 있는 바, 지역에 따라서는 사업시행계획서에 사업시행기간을 포함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업시행기간은 정비사업에 있어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또한, 정비사업 표준정관은 제6조에서 '사업기간'을 규정하면서 사업기간을 '조합설립인가일부터 법 제57조에서 규정한 청산업무가 종료되는 날까지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도시정비사업은 조합설립인가부터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존재하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도 모두 사업시행과정이라고 볼 수 있음에도,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사업시행계획 작성 시 사업시행자가 명시해 둔 사업시행기간만을 유독 유효기간이 있는 독자적 사업시행기간이라고 보고 이 기간이 지나면 기존의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정비사업의 성질과도 맞지 않다 할 것이다. 4) 위 나.항에서는 판례가 대립하고 있으나, 나. 1)항의 대법원 2015두41920 결정은 심리불속행 결정으로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되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아니했는 바, 도시정비법상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되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되는 경우라도 기존의 사업시행계획은 실효되지 않는다는 나. 2)항의 '대법원 2016두34905 판결' 및 '대법원 2016두34905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3.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되지 않고 법적 효력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처리해야 하는지 여부 위 다.항에 따라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되지 않고 법적 효력을 유지한다면 유효한 직전 사업시행변경계획에 기초해 수립된 차후의 사업시행변경계획에는 어떠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사업시행기간 연장만을 위한 사업시행계획 변경신청’이라고 하더라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처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4. 마무리 사견으로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된 경우 사업시행계획 자체의 효력이 소멸한다고 가정할 때 정비사업조합이 사업을 진행하던 중 임직원의 실수로 사업시행기간을 연장하지 않아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지금까지의 사업시행계획을 폐지해야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이러한 결과는 정비사업시행의 구성원인 정비사업 구역의 조합원들조차 원치 않는 결과라고 할 것이며, 오히려 도시정비법상 필수적·의무적으로 요구되지 않는 사업시행기간을 정해 사업시행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 새로운 사업시행계획을 다시 작성해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것은 기존의 사업시행 계획의 재작성 및 사업시행기간 연장 등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만을 가중시킬 뿐, 시의성이 중요한 정비사업에 있어 사회·경제적인 비용을 낭비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김래현 변호사 (법무법인 현)
사업시행기간
도시정비사업
김래현 변호사 (법무법인 현)
2020-01-30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주택재건축정비사업에 있어서 이주지연 조합원의 손해배상 범위
1. 사실관계 A조합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고, B는 사업시행구역 내에 있는 일부 토지와 건물(이하 '종전 부동산')의 소유자로서 A조합의 조합원이었다. A조합은 2012년 1월경 조합설립인가를, 2014년 3월경 사업시행인가를, 2015년 6월경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고, 관할 행정청은 2015년 6월 18일 위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을 고시하였다. 이후, B는 2015년 7월경 A조합을 상대로 위 관리처분계획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법원은 2016년 6월경 B의 위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이에 대해 B가 항소하였으나 2016년 12월경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그 무렵 확정되었다. 한편 조합원이었던 B의 이주기한은 2015년 10월경까지였으나, B는 2016월 7월경에야 A조합에게 종전 부동산을 인도하였으며, A조합은 B의 종전 부동산 인도지연으로 재건축정비사업 시행이 지연되었고, 이로 인하여 사업비용이 증가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B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2.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피고 B의 무변론으로 원고 A조합의 승소판결을 선고하였으나,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어 그 판결을 취소하고, A조합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A조합의 청구를 기각한 주된 이유는 주로 이 사건 사실관계의 특수성에 근거하였는데, 구체적으로 B가 제기한 행정소송의 결과에 따라 종전 부동산 인도의무 부담 여부가 달라질 수 있었던 점, 통상인인 B가 위 행정소송의 결과를 쉽게 알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B의 인도지연에 위법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고, 또한 B의 종전 부동산은 사업지구 내 공원부지로 될 것이 예정되어 있었고, B가 종전 부동산을 인도하기 전에 철거공사가 진행되었으며, 이주기한이 도과하고 나서도 철거되지 않은 건물이 많았던 사실 등을 고려하여, A조합의 손해와 B의 인도지연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도 그 판결이유로 고려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환송판결에서는 B가 다툰 처분이 당연무효이거나 취소된 바가 없으므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나 A조합 정관에 의거하여 B의 인도지연 행위 자체로 위법성이 인정되고, B의 인도지연과 A조합의 사업지연 사이 인과관계를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보면서, B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으며, 특히 '손해액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 이를 밝히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을 판단하였어야 한다'라는 취지로 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에서는 환송판결의 취지대로, B의 인도지연으로 인하여 A조합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였는데, 특기할 만한 점은 B 외에 다른 부동산 소유자들이 인도를 거부하였던 사정이나 A조합이 예정된 사업기간 내에 정비사업을 마친 사정 등을 손해배상액에 대한 '책임제한 사유'로 고려하였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총계 5억 2000여만 원의 사업비용 증가분을 모두 B의 인도지연에 의한 A조합의 손해액으로 보면서도, B의 책임을 10%로 제한하였으며, 이러한 파기환송심 판결(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5. 10. 선고 2018나56334 판결, 이하 '대상판결')에 대하여 B는 재상고하였으나, 대상판결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의 송달로 확정되었다. 3. 평석 가. 환송판결은 B의 인도지연에 의한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은 얼마가 되어야 하는지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요지의 법리를 설시하였다. 하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A조합에게 법원이 손해액에 관하여 석명하도록 명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증명을 촉구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증명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적어도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의 최대한도인 액수가 드러날 정도의 증명은 이루어지도록 한 후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법원이 손해액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취지에 따라 대상판결은 제반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판단하였는데, 특별히 B의 인도지연 외에도 A조합 사업지연에의 공동 원인이 있었다고 보이는 여러 사정 등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의 제한 법리'로 B의 책임범위를 10%로 제한하였다. 그리고 이는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수긍할 만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판결의 결론은 구체적인 입증 없이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 판단을 법원의 재량 사항에 도맡겨 버리는 문제를 가져올 수도 있어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나. 특히, 사안에 따라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와 다른 요인에 의한 손해를 구분할 수 있는 경우도 가능할 것인데, 바로 이 사건의 경우가 위와 같이 손해의 구분이 능히 가능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사건에서는 B의 인도 이전에 이미 사업구역 내에서 공사가 진행된 사실이 확인되었고, 예정 사업시행기간 내에 준공, 사용허가, 조합원 입주까지 사업이 모두 완료되었으며, B의 인도지연 외에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 4000여 명의 교통영향평가 재심의 요청이 있는 등 다양한 사정이 개입되기도 하여, A조합이 주장하는 사업비용 증가의 손해액이 모두 B의 인도지연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에 상당한 의문이 제기되는 사정들이 있었고, 여기에 더하여 시공사는 종전 부동산 철거지연 등에 따른 추가비용을 특정하여 A조합에 청구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하였으므로, 시공사가 언급한 위 추가비용에 대한 석명이 이루어졌다면 B의 인도지연에 따른 특정 손해액이 밝혀질 여지도 없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그러한 입증과정을 확인하는 것보다 손쉬운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 결론을 내렸다. 다. 대상판결이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여 결론을 내리고자 하였더라도, 위와 같이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에 대한 증명이 가능해 보이는 이 사건에서마저 구체적 손해액에 대한 석명 없이 판단한 결론이 확정되었는바, 이후 정비사업과 관련된 사안에 있어서는 언제나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이 있기만 하면 (인과관계에 대한 구체적 심리 없이) 조합이 주장하는 손해 및 그 손해액은 존재하는 것이 되고, 다만 법원의 재량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는 방식으로 후행 판결례들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러한 결론이 반드시 불합리한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고 하겠으나, 법원이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손해 발생 경위, 손해의 성격 등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는 때는,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에 대하여 심리 노력을 다 하였음에도 손해액 입증이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하지 아니하고 그 때 그 때 법원의 재량으로 손해액을 적절히 제한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면, 이러한 판단은 임의성을 떠나서 사회정의와 형평에 기초하는 자유심증주의에 위반될 여지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법원이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고 재량에 기초하여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제한하고자 한다면, 손해배상을 구하는 조합의 입장에서는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액의 입증부담을 상당히 더는 반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려는 피고에게 입증 부담이 전도되는 결과에 이르게 될 우려가 있을 수 있고, 조합측은 우선 손해를 과장하여 청구하고자 할 유인도 가지게 되므로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정비사업에서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이 발생하는 모든 사건에 대상판결이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사료되며, 법원이 손해배상책임 법리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에는 입증 노력을 다하여도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임을 심리하고 이를 판결에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그러하지 아니한다면, 손해배상액 제한 법리의 재량성을 축소하기 위하여 손해배상 제한의 기준을 구체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은 될 수 있겠으나, 정비사업에 개입되는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할 때 이러한 방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4. 결론 대상판결은 정비사업이 시행될 때에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으로 인한 손해액을 판단함에 있어서, 사업 진행 과정의 제반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체 손해액을 산정하고,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 인도지연한 소유자의 책임범위를 정하였다. 이러한 판결 내용은, 정비사업에서 사업의 지연을 가져오는 요소에는 수없이 다양한 것들이 있어 일부 소유자의 인도지연과 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를 가려내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수긍할 수 있고, 구체적 타당성 있는 판단을 도모하였다는 데에도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손해액에 대한 입증이 가능한 경우에까지 손해배상책임 제한의 법리로 해결하고자 하는 결과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고, 이 경우 자유심증주의에 반하거나, 주장하는 자의 입증책임을 부당히 경감시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정비사업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 있어서 손해배상책임 제한의 법리는 손해액 입증이 노력을 분명하게 다 하였음에도 이러한 손해액 산정이 어렵다고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오경빈 변호사 (법무법인 KCL)
재건축정비사업
이주지연
오경빈 변호사 (법무법인 KCL)
2019-10-24
선거·정치
형사일반
위탁선거법상 금품제공 ‘지시’죄에서 지시의 개념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선거법') 제58조는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선거인(선거인명부를 작성하기 전에는 그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자를 포함한다)이나 그 가족 또는 선거인이나 그 가족이 설립·운영하고 있는 기관·단체·시설에 대하여 금전·물품·향응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한 자(제1호), 위와 같은 행위에 관하여 지시·권유·알선하거나 요구한 자(제4호) 등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상사건은, 축산업협동조합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피고인이 조합원 A에게 다른 특정의 조합원 11명에게 각 10만원씩 합계 110만원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하면서 현금 110만원을 교부한 사안에서,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의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금전 제공을 ‘지시’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이다. 중간전달자 A가 실제로 조합원 11명에게 전달·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수하여 선거인들에게 금전이 제공되지는 않았다. 검사는 위탁선거법 제58조 제1호의 금전 제공죄로 기소하였다가, 공직선거법 제257조 제1항의 기부행위제한위반죄의 공모자 사이의 금전 교부가 기부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2002. 2. 21. 선고 2001도2819 전원합의체판결의 취지에 따라 항소심에서 금전제공지시죄로 공소장을 변경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은 선거인 매수행위를 실행하기 위한 준비·예비 내지 미수행위에 그친 사건으로서,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의 금전제공지시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하관계가 분명한 단체나 조직·직장 내에서의 지휘·감독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쟁점은,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 소정의 금품제공‘지시’죄에서 지시란 상하관계나 지휘감독관계를 전제로 하는지 여부이다. 2. 판시사항 금전 등을 ‘제공’하는 행위는 통상적으로 금전 등을 상대방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의미하고, 이에 비하여 금전 등의 제공을 ‘지시’하는 행위는 상대방에 대하여 금전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하도록 일방적으로 일러서 시키는 것으로서, 반드시 지시를 하는 사람과 그 상대방 사이에 단체나 직장 등에서의 상하관계나 엄격한 지휘·감독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3. 평석 대상판결은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의 금전제공지시죄에서 ‘지시’의 개념에 대한 법리를 최초로 선언한 판결로서, 공직선거법 제230조 제3항의 해석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판시사항을 담고 있다. 조합장 후보자가 ‘상하관계에 있지 않은 조합원에게 다른 조합원들에게 금전을 제공하라고 금전을 교부한 경우에 해당 후보자를 처벌하지 않으면 위탁선거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것’이라는 일종의 정의관념이나 처벌의 필요성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에 대해서는 입법정책적인 필요에 따라 ‘선거인 매수행위를 실행하기 위한 준비·예비 내지 미수행위’도 처벌하는 등으로 법률을 개정·보완함으로써 해결해야 할 것이다. 피고인이 조합원 A에게 무슨 ‘지시’를 할 만한, 상하관계가 분명한 단체나 조직·직장 내에서의 지휘·감독관계에 있지도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처벌의 필요성 등에 경도되어 형사재판에게 금기시해야 할 유추 내지 확장 해석을 통해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의 금전제공지시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지시’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을 하라고 특정행위를 시키는 것’이다. 지시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지시를 하는 사람과 지시를 받는 사람 사이에 상하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2014. 3. 27. 선고 2011헌바126 결정도 공직선거법 제230조 제3항이 규정하고 있는 ‘지시’란 매수행위를 하도록 일방적으로 시키는 것이며 이는 지휘·감독관계를 전제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대검찰청에서 발간한 '공직선거법벌칙해설'도, "지시하는 자와 지시 받는 자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지휘·감독관계에 있어야 하지만, 그것이 지시받는 자의 의사를 완전히 억압할 정도까지 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 소정의 ‘지시’란 상하관계가 분명한 단체나 직장 내에서의 지휘·감독관계에 터잡아 선거인에게 금전의 제공을 하도록 시키는 것을 말하고, 그와 같은 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 사이에서 선거인에게 금전의 제공을 하도록 부탁·의뢰·위탁하는 것은 여기서 말하는 지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의 판시에 반대한다. 황정근 변호사(법무법인 소백)
위탁선거
금전제공지시
선거인매수
황정근 변호사(법무법인 소백)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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