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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일반
비트코인의 법적성질과 몰수가능여부
- 수원지법 2018. 1. 30. 선고 2017노7120 판결 - 1. 문제제기 최근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의 각종 블록체인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가상화폐가 다수 유통되면서 사기, 법적성질, 투기,환치기, 자금세탁 등의 여러 용도로 사용이 되면서 여러 가지 사회적 , 법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의 법적성질과 몰수 가능여부, 비트코인의 법적처리여부에 대한 판결을 최초로 한 수원지방법원 2018. 1. 30. 선고 2017노7120 판결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평석을 하고자 한다. 해당 사건은 음란물 등을 제공한 사건이지만 이 판례 평석에는 주로 비트코인에 초점을 맞추어 사실관계 소개 및 판례 평석을 하고자 한다. 2. 사실관계( 1심인 수원지법 2017고단2884 사건) 이 사건은 피고인은안 모 씨라는 사람이 음란성인사이트를 만들어서 음란한 영상 등을 배포하고, 그 사이트 등에 도박사이트나 불법 스포츠토토사이트를 홍보하는 배너를 만들어서 광고를 하여 그들 사이트를 홍보하여 아동 및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및 국민체육진흥법위반, 도박개장 방조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범행을 전부 인정하여 자백을 하였고 범행자체에 대한 특별한 다툼은 없었습니다. 다만 음란동영상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컬쳐랜드 상품권이나 비트코인을 받았으며, 또한 도박사이트 광고로 받은 비트코인에 대하여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법률에 근거하여 이를 몰수할지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3. 제1심 판결(수원지법 2017고단2884 판결) 이 사건 1심 판결은 위 비트코인이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법률상 몰수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피고인이 보유한 216비트코인이 위 비트코인 중에서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부분을 특정하기 힘들고, 비트코인은 현금과는 달리 물리적인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 있어 몰수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고, 위 범죄 수익을 추징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여 몰수부분에 대하여는 기각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대하여 위 비트코인을 추징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로 받은 재산상이익이나 범죄수익에 해당하고, 위 비트코인이 특정현존하며 재산상 가치를 가지므로 몰수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항소를 한 바 있다. 4. 항소심 판결(수원지법 2017노7120) 항소심 판결은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법률 제2조제1호, 제2호, 제8조제1항 제1호 및 별표를 인용하며, 동 법에서의 몰수대상은 물건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재산’으로 확장이 되었다. 재산이란 사회통념상 경제적 가치를 인정되는 이익일반을 의미한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게임머니와 유사하고 금전으로 거래가 되며, 미국, 독일, 호주, 프랑스에서도 이를 몰수한 사례가 존재한다고 하여 원심을 파기하고 비트코인의 몰수판결을 한바 있습니다. 다음은 재판부에서 인정한 비트코인의 특성이다. ① 가상화폐(비트코인) 는 ‘자연인 또는 법인이 교환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제적인 가치의 디지털 표상으로 그 경제적인 가치가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또는 거래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비트코인은 2009년경 탄생한 비트코인 단위로 거래되는 암호화된 디지털 가상화폐로서, 기존의 가상화폐와 달리 발행이나 거래의 승인 등을 담당하는 일정한 발행기관이나 감독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대신 P2P(Peer-To-Peer) 네트워크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거래 기록의 보관, 승인 등을 네트워크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점에 그 특이성이 있다. ② 비트코인의 거래자는 자신의 비트코인을 디지털 공간에 구현된 전자지갑에 보관할 수 있으며, 보관 중인 비트코인은 일종의 계좌번호에 해당하는 ‘공개주소’와 비밀번호에 해당하는 ‘비밀키’를 통해 거래된다. 거래자가 수취자의 ‘공개주소’와 이체할 비트코인의 액수를 입력하면, 수취자는 ‘비밀키’를 입력함으로써 위 비트코인을 수취하게 되는데, 이러한 모든 비트코인 거래는 약 10분마다 생성되는 ‘블록(block)’에 기록되어 기존 ‘블록’에 덧붙여짐으로써 확정되며(거래가 미확정된 상태에서 수취자는 이체 받은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없다), 이러한 거래기록의 집합을 ‘블록체인’이라 한다. 비트코인의 모든 거래는 일종의 공개 장부인 위 ‘블록체인’을 통해 네트워크상에 기록되어 공유되므로 비트코인의 복제 내지 이중사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③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거래기록들을 이용하여 일종의 수학문제를 푸는 작업이라 할 수 있는 ‘채굴’을 통해 생성된다. 채굴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 채굴과정에서 비트코인 네트워크 시스템의 운영에 기여하게 되며, 채굴에 성공하는 자에게는 새로 발행된 비트코인이 주어진다. 비트코인은 총 2100만 비트코인까지만 생성될 수 있도록 자체 설계되어 있고, 이에 따라 채굴의 성공에 따른 비트코인 보수도 계속하여 감소하고 있다. ④ 비트코인은 앞서 본 개별적인 거래 내지 채굴 작업을 통해 획득하는 것 외에도 거래소를 통해 획득하는 것이 가능하며, 거래소의 중개를 통해 수요와 공급의 상대적인 규모에 의해 정해진 교환비율에 따라 법정통화로 비트코인을 구입할 수 있다. 5.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몰수의 대상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조직범죄·해외재산도피범죄 등 특정범죄에 의하여 발생한 범죄수익을 합법적인 수입으로 가장하거나 이를 은닉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한편, 당해 범죄수익의 몰수·추징에 관하여 형법 등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제정되었는바, 이러한 정책적 고려에서 몰수의 대상을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물건’에 제한하지 않고 ‘재산’으로 확장하였다. 한편,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은닉재산’을 ‘몰수·추징의 판결이 확정된 자가 은닉한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이라고 정의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몰수의 대상이 되는 ‘재산’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는바(위 시행령 제2조 제2항), 이에 따르면 결국 범죄수익을 이루는 ‘재산’이란 사회통념상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이익 일반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6. 판단 이 사건에서 압수된 비트코인의 경우. ① 예정된 발행량이 정해져 있고 P2P 네트워크 및 블록체인 기술에 의하여 그 생성, 보관, 거래가 공인되는 가상화폐로서, 무한정 생성·복제·거래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차별화되는 점, ② 온라인 게임업체가 발급하는 것으로 온라인 게임상에서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는 데 사용하는 ‘게임머니’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모든 유체물과 무체물’을 의미하는 구 부가가치세법상의 ‘재화’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두30281 판결 참조),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진술한 전자지갑의 주소 및 ‘비밀키’를 근거로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특정한 다음, 위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어 있으므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④ 현재 비트코인은 거래소를 통해 일정한 교환비율에 따라 법정화폐로 환전하는 것이 가능하고, 법정화폐 대신 비트코인을 지급수단으로 인정하는 비트코인 가맹점이 존재하는 등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에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⑤ 미국 뉴욕지방법원이 2014년경 마약 밀거래 사이트인 ‘E’의 서버에서 위 사이트의 운영을 통해 취득한 것으로 확인된 14만4000비트코인을 몰수하여 경매를 통해 환가 처분한 다음 국고로 귀속하였던 사례가 있고, 그 밖에 독일, 호주,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비트코인을 몰수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점, ⑥ 피고인도 이 사건 음란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회원들부터 비트코인을 지급받는 대신 회원들에게 해당 비트코인의 가치에 상응하는 포인트를 지급함으로써 이 사건 음란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회원들로부터 취득한 비트코인 중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었던 점, ⑦ 압수된 비트코인을 몰수하지 않은 채 피고인에게 환부하는 것은, 사실상 피고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음란사이트 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을 그대로 보유하게 하는 것인바, 이는 앞서 살펴 본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매우 불합리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에서 압수된 비트코인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에 해당하여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정준모 변호사 (법무법인 다빈치)
비트코인
몰수
가상화폐
범죄수익
정준모 변호사 (법무법인 다빈치)
2018-03-13
민사소송·집행
부동산·건축
격벽이 제거된 오픈상가를 합체등기 전에 매각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
- 대법원 2016. 3. 15.자 2014마343 결정 - 1.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 근저당권자 ㈜옥스피탈투자대부의 신청에 따라 2012년 9월 7일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임의경매개시결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이 사건 각 부동산은 수년 전부터 각 호실이 벽체 등에 의해 구분됨이 없이 일단의 작업장(떡공장) 및 사무실로 사용되어 왔다. 1심은 경매개시결정을 취소하고 경매신청을 기각한 사법보좌관의 결정을 인가하였고(수원지방법원 2014. 1. 22.자 2012타경45589 결정), 원심 역시 이 사건 각 부동산은 경계 구분을 위한 물리적 표식이 없어 그 위치 및 면적의 특정이 불가능하여 구조상·이용상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고, 현재의 이용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경계벽 등이 제거된 것이 사회통념상 복원을 전제로 한 일시적인 것이라거나 그 복원이 용이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인정하고, 이 사건 각 부동산이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각 부동산에 대한 경매는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14. 2. 4.자 2014라167 결정). 한편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경매에 의하여 소멸하지 아니하는 가등기나 가처분등기 등은 마쳐져 있지 아니하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경매대상 건물이 인접한 다른 건물과 합동됨으로 인하여 독립성을 상실하게 되었다면 경매대상 건물만을 독립하여 양도하거나 경매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 이러한 경우 경매대상 건물에 대한 채권자의 저당권은 위 합동으로 인하여 생겨난 새로운 건물 중에서 위 경매대상 건물이 차지하는 합동 당시의 가액 비율에 상응하는 공유지분 위에 존속하게 되므로 저당권자인 채권자는 경매대상 건물 대신 위 공유지분에 대하여 경매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1동의 건물 중 구조상 구분된 여러 개의 부분이 독립한 건물로 사용될 수 있어 그 각 부분이 소유권의 목적이 된 경우로서, 그 구분건물들 사이의 격벽이 제거되는 등의 방법으로 합체하여 각 구분건물이 독립성을 상실하여 일체화되고 이러한 일체화 후의 구획을 전유부분으로 하는 1개의 건물이 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0. 3. 22.자 2009마1385 결정 등 참조). 이에 따라 위의 경우에 종전의 구분건물에 대한 저당권자로서는 그 저당권을 구분건물들의 합체로 생긴 새로운 건물 중에서 위 경매대상 구분건물이 차지하는 합체 당시의 가액 비율에 상응하는 공유지분에 관한 것으로 등기기록의 기재를 고쳐 이에 대하여 경매를 신청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11. 9. 5.자 2011마605 결정 등 참조). 그렇지만 합체되기 전의 구분건물들 전부와 합체로 생긴 새로운 건물 사이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통념상 동일성이 있으므로, 합체되기 전의 구분건물들 전부에 대한 저당권자가 그 전부를 경매의 대상으로 삼아 경매를 신청한 경우라면 이는 합체로 생긴 새로운 건물에 대하여 경매를 신청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합체되기 전의 구분건물들에 관하여 설정된 저당권설정등기 등이 일괄매각 경매절차를 통하여 말소되어 위 구분건물들에 대한 합병제한사유가 해소된다면, 그 경매절차에 의하여 합체로 생긴 새로운 건물 전부를 매수한 매수인은 합병등기 등을 통하여 그 현황과 등기를 일치시킴으로써 완전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에는, 비록 합체되기 전의 각 구분건물에 관한 저당권을 합체로 생긴 새로운 건물의 공유지분에 관한 것으로 등기기록의 기재를 고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합체되기 전의 구분건물들 전부를 경매의 대상으로 삼은 경매신청을 합체로 생긴 새로운 건물에 대한 경매신청으로 보아 일괄매각을 허용하고, 위와 같은 사정을 매각물건명세서에 기재하여 매각절차를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3. 평석 구분건물에 대한 담보대출 이후에 격벽이 제거된 오픈상가 즉, 구조상 구분된 여러 개의 부분이 독립한 건물로서 그 각 부분이 소유권의 목적이 되었다가, 구분건물들 사이의 격벽이 제거되는 등의 방법으로 합체하여 각 구분건물이 독립성을 상실하여 일체화된 경우, 경매대상 건물이 인접한 다른 건물과 합동됨으로 인하여 독립성을 상실하게 되었으므로, 경매대상 건물만을 독립하여 양도하거나 경매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경매대상 건물에 대한 채권자의 저당권은 위 합동으로 인하여 생겨난 새로운 건물 중에서 위 경매대상 건물이 차지하는 합동 당시의 가액 비율에 상응하는 공유지분 위에 존속하게 되므로, 경계벽 등이 제거된 것이 사회통념상 복원을 전제로 한 일시적인 것이라거나 그 복원이 용이한 경우가 아닌 이상, 저당권자인 채권자는 경매대상 건물 대신 위 공유지분에 대하여 경매를 신청하거나 원래대로 격벽을 복원한 다음 경매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유지분 등기를 경료하거나 격벽을 원상으로 회복함에는 큰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채무자의 협력을 얻지 않으면 안 되는데, 채무자의 협력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격벽이 원상으로 회복되지 않는 상태에서 경매를 진행하는 방법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일본과 달리 우리 부동산등기법에는 (구분)건물의 합병등기에 관한 규정만이 있을 뿐, 합동?합체 등기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합동?합체 등기에 관하여 합병등기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거나 준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구분)건물의 합병등기는 합병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다르거나 저당권 등 소유권, 전세권, 임차권 이외의 권리의 등기가 있는 건물에 관하여는 할 수 없고, 다만 합병대상 건물 모두에 대하여 등기원인, 그 연월일, 접수번호가 동일한 저당권등기만 있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가능하다(부동산등기법 제42조, 제37조, 등기선례 제201110-2호). 결국 현행 부동산등기법 아래서는 종전건물의 소유자가 동일하고, 종전건물 모두에 대하여 등기원인, 그 연월일, 접수번호가 동일한 저당권 등기만 있는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합동?합체로 인한 등기(표시변경등기, 공유지분등기, 저당권이전등기 등)가 불가능하다. 구분건물이 합체되면 더 이상 종전 건물은 경매의 목적이 될 수 없고, 합체로 생긴 새로운 (구분)건물이나 그 공유지분을 경매의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합체로 생긴 새로운 (구분)건물이나 그 공유지분에 대한 경매는 종전 구분건물에 대한 저당권을 합체 후 (구분)건물에 관한 것으로 등기부의 기재를 고친 후 실행함이 원칙이나, 합체등기 제도가 없는 현행법 하에서 위와 같은 원칙을 고집한다면, 종전건물에 대한 저당권자는 합체로 저당권을 상실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저당권을 현실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대상판결이 종전 저당권을 합체 후 (구분)건물에 관한 것으로 고친 후 경매를 실행하여야 하는 원칙에 대하여, 하나의 예외를 설정한 것이다. 요컨대 위에서 본 문제가 없는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구분건물 합체로 공유지분이 된 부분 전체에 대한 이른바 ‘통’경매로서의 임의경매를 허용하여 일괄매각하고, 합병등기는 사후에 매수인의 부담으로 실행하는 예외를 설정한 것이다. 대상판결이 그 이유에서 “용인시 기흥구 (주소 생략) ○○상가동의 지하층에는 구분건물로서 이 사건 각 부동산 외에 지하층 제17호 철근콘크리트피씨조 28.14㎡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이 사건 각 부동산뿐 아니라 제17호도 함께 구분건물로서의 독립성을 상실하여 서로 일체화되었다면, 그 지하층 구분건물들 전부에 대한 합체등기 및 그 중 이 사건 각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에 상응하는 공유지분에 관한 근저당권으로 변경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각 부동산만을 경매대상으로 삼아 경매할 수는 없으므로, 환송 후 원심은 이 사건 각 부동산이 제17호와 합체되었는지 여부를 명확히 가려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시한 것은, 그 각 부동산 및 제17호가 함께 합체되어 한성상가동의 지하층이 1개의 구분건물이 된 것인지(①), 그 각 부동산만이 합체되어 한성상가동의 지하층이 2개의 구분건물이 된 것인지(②) 명확하지 않은바, ①의 경우이면 위에서 본 이유 때문에 합체등기가 마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각 부동산(혹은 그에 해당하는 공유지분)에 대한 경매가 허용될 수 없지만, ②의 경우라면 이른바 ‘통’경매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으므로, ①, ② 중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심리한 다음, 경매의 허용여부에 관하여 다시 판단하여 보라는 취지이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구분건물 합체로 공유지분이 된 부분 전체에 대한 이른바 ‘통’경매로서의 임의경매를 허용하여 일괄매각하고, 합병등기는 사후에 매수인의 부담으로 실행하는 예외를 설정함으로써 격벽이 제거된 오픈상가에 대하여 격벽의 원상회복이나 공유지분 등기 없이도 경매가 가능함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손흥수 변호사(법무법인(유) 바른)
경매
공유지분
구분건물
손흥수 변호사(법무법인(유) 바른)
2017-12-12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명의신탁증여의제에서 주주명부의 요건 및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제출과 관련된 증여의제시기
- 대법원 2017. 5. 17. 선고 2016두55049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들은 2003년 12월 소외 회사의 주주로부터 B, C, D(명의수탁자)의 명의로 소외 회사 주식을 매수하고(이하 ‘이 사건 거래’), 소외 회사는 2004년 3월말 2003사업연도 법인세 과세표준을 신고하면서 세무서에 그 부속서류로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를 제출하였다. 피고는 2014년 9월 원고들이 타인 명의로 주식을 취득하였다고 보아 원고들을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하여 각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2. 판결의 요지 가. 1심 및 원심 판결 소외 회사의 주주명부에 따라 명의수탁자들 앞으로 명의개서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고, 개정 상증세법 제45조의2 제3항을 적용하여 소외 회사가 2004년 3월 30일 관할세무서장에게 제출한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에 의하여 명의개서가 이루어졌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각 처분은 모두 위법하다. ① 주주명부란 주주 및 주권에 관한 사항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장부로서 그 형식에 특별한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나, 주주의 인적사항, 보유 주식의 수와 종류 등 상법 제352조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야 하는데, 소외 회사 임원의 컴퓨터에 보관된 ‘주식이동현황(주)○’ 파일(이하 ‘이 사건 문서’)은 소외 회사로부터 증여세 등의 신고ㆍ납부 업무를 위임받은 공인회계사가 업무의 수행을 위한 필요한 범위에서 주식이동현황을 정리한 문서로 보이며, 상법 제352조에 규정된 주주의 주소나 각 주주가 가진 주식의 종류, 각 주식의 취득년월일이 누락되어 있으므로 상법상 주주명부라고 평가할 수 없고, ‘○회사 2004년 현금배당액 및 원천징수세액’이라는 전자문서 역시 그 기재내용이나 형식 등에 비추어 볼 때 상법상 주주명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② 주식의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인한 증여세의 납세의무 성립일은 원칙적으로 명의개서일인데, 이 사건과 같이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에 의하여 명의개서 여부를 판정할 경우 이 사건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는 2003년 1월 1일부터 2003년 12월 31일까지의 주식 취득 상황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그 명의개서일을 2003년 연말로 볼 수 있을지언정 위 명세서가 제출된 2004년 3월 30일로 볼 수는 없다(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의 제출을 명의개서로 본다고 규정하지 않고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에 의하여 명의개서 여부를 판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 주식에 관한 증여세 납세의무 성립일은 2004년 1월 1일 이전이므로 개정 상증세법 제45조의2 제3항을 적용하는 것은 이미 완성된 사실을 규율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원심 판결문). 나.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원심이 소외 회사가 주주명부의 작성ㆍ비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에 어떠한 사정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지 않고 주주명부의 존재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예비적 처분사유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고 보아 다음과 같이 심리미진으로 파기환송하였다. ① 소외 회사는 1990년 설립 후 여러 번 유상증자를 실시하였고 이미 일반 주주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상법상 주식회사가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가 신주인수권을 가진다는 뜻을 공고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자본금변경에 따른 법인등기변경신청을 할 때에는 주주총회의사록과 주주명부를 첨부하여 공증을 받는 것이 통례인데, 일반 주주들이 존재한 소외 회사가 주주명부의 존재를 전제로 규정되어 있는 절차들을 밟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② 소외 회사가 2014년에 유상감자로 인한 자본금 감소의 변경등기를 하면서 유상감자 직후의 주주명부를 제출하였던 사실이 원심의 심리과정에서 확인되기도 하였는데, 원고는 그때에서야 주주명부를 작성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밝히지 못하고 있다. ③ 소외 회사는 이 사건 주식거래 직후인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현금배당을 실시하였고, 현금배당에 따른 소득세 원천징수의무를 수행하면서 각 주주의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기재한 서류를 매번 정확히 작성하였으며, ‘주식이동현황’문서를 작성ㆍ관리하면서 설립 이후부터 이 사건 주식거래에 이르기까지 각 주주의 주식 수, 취득연월일 등을 상세히 기록하여 왔다. 이와 같은 제반 사정들을 보면 소외 회사는 주주명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3. 평석 가. 비상장법인 주식 관련 명의신탁 증여의제 주식에 대한 명의신탁 증여의제는 실제소유자와 명의인이 달리 주주명부에 명의 개서됨으로써 이루어지는데, 비상장회사의 경우 주권을 발행하지 않을 뿐 아니라 주주명부도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위 규정이 적용될 수 없는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2003년 12월 30일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된 구 상증세법 제45조의2 제3항은 납세지 관할세무서장에게 제출된 주주 등에 관한 서류 및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에 실제 소유자가 아닌 자의 명의가 등재되면,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였다. 즉 2003년까지는 ‘주주명부’에 명의개서가 되어야 명의신탁증여의제로 과세되고, 2004년 이후부터는 주주명부가 없더라도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등 제출이 있으면 이에 의하여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한다. 나. 상법상 ‘주주명부’의 요건 대상판결은 실제 주주명부의 존재를 이유로 파기함으로써 주주명부의 요건에 관하여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원심판결에서 논의된 소외 회사가 주주명, 주식수, 각 주식의 취득일, 지분율 등을 파일 형태로 기록한 이 사건 문서를 상법상 주주명부로 볼 수 있는지와 관련해 주주명부의 요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주주명부 여부가 쟁점이 된 1심 판례는 “상법상 주주명부라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주주명부의 내용이 법정사항을 포함함과 동시에 본점에 비치되어 주주와 회사채권자의 자유로운 열람 등사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상태이고 이사가 주주명부의 작성 및 관리를 하여야 한다”고 하였고(서울행정법원 2015. 7. 3. 선고 2012구합3699 판결), 2심법원도 위 내용과 함께 “대내외적으로 회사의 주주 및 주식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일 것임이 요구된다”고 판시하여(서울고등법원 2016. 12. 2. 선고 2015누1573 판결), 주주명부의 내용이 법정사항을 포함하고 대내외적으로 주주 및 주식관련 업무를 목적으로 작성된 것일 것을 요구하였다. 이 사건 원심판결도 위 판결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여 “이 사건 문서는 주주의 주소나 각 주주가 가진 주식의 종류 등이 누락되어 있어 상법상 주주명부라 평가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법정 기재사항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였다. 따라서 위 판례들에 비추어 보면, 주주명부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ⅰ) 상법상 일정한 법정사항을 포함, ⅱ) 주주와 회사채권자의 자유로운 열람등사권의 보장, ⅲ) 이사가 주주명부의 작성 및 관리, ⅳ) 대내외적으로 회사의 주주 및 주식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을 요구하는 등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다.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상 양도일과 명의신탁 증여의제 시기 대상판결의 직접적인 쟁점은 아니나, 이 사건과 같이 주주명부가 존재하지 않음을 주장하여 주식양도에 따른 명의개서일을 특정할 수 없고, 세무서에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등이 제출된 상태일 경우 증여의제일을 언제로 볼 것인지 문제된다. 실무상 과세관청은 주주 등에 관한 서류, 양도세 신고서 등에 의해 확인된 양도일에 명의개서가 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양도일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사업연도 중의 주식등변동명세서상 양도일을 증여시기로 보고 과세하여 왔다(기준 2015 법령해석재산-0042, 2015.5.7.). 한편 대상판결의 원심은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에 의하여 명의개서 여부를 판정할 경우 그 명의개서일을 사업연도 말로 볼 수 있을지언정 그 제출일로 볼 수 없다고 보았으나, 최근 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7두32395 판결은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등에 주식 양도일이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시점에 주주명부에 명의개서가 이루어진 것과 동등한 효력을 부여할 수는 없고,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주식의 변동사실이 외부에 분명하게 표시되었다고 볼 수 있는 위 명세서 제출일을 증여의제일로 보아야 한다고 최초로 판시하여, 대상판결의 원심 및 기존 실무관행과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4. 결어 대상판결은 원심에서 ‘상법상 주주명부’가 갖추어야 할 요건임을 적시하였고, 과세관청이 주주명부가 존재한다는 간접사실을 밝힘으로써 납세자에게로 그 입증책임을 전환시켰다는데 의의가 있다. 한편 종래 주주명부가 없을 경우 실무상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상에 양도일로 기재된 날을 증여의제일로 보았으나, 최근 대법원 판례가 위 명세서 제출일을 증여의제일로 봄에 따라 납세자의 자의에 의해 양도시기가 달라질 수 있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바, 입법으로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제출에 따른 증여의제시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경진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증여세
주식증여
명의신탁
증여의제
이경진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17-11-13
중혼적 사실혼 관계 존부확인
-인천지방법원 2016. 8. 26. 선고 2016르10054 판결 - 1. 사실관계 A는 1977년경 혼인신고를 한 법률상 배우자가 있고, A와 법률상 배우자 사이에는 자녀 2명이 있다. A는 인천 남동구에서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2013년경 구청의 노점상 실명제 운영규정에 따라 노점상에 관하여 도로점용허가를 받았다. 노점상 실명제 운영규정에 의하면 노점상에 관하여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본인이 사망한 경우 그 직계가족 1인이 노점상에 관한 권리를 승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A는 2014년 7월경 사망하였는데, B(원고)는 A의 사실혼 배우자임을 주장하며 노점상에 관한 권리 승계 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구청은 B와 A 사이의 사실상 혼인관계 존재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노점상에 관한 권리 승계를 유보하였다. 이에 B는 2015년 피고 인천지방검찰청 검사(A의 사망으로 인천지방검찰청 검사가 피고가 됨)를 상대로 A와의 사실혼관계 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제1심(인천지방법원 2015드단107434)은 B와 A 사이의 사실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B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B는 항소를 하였는데, 항소심(인천지방법원 2016르10054)은 2016년 8월 26일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B의 청구를 인용하여 B와 A 사이에 A가 사망할 당시 사실상 혼인관계가 존재하였음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피고가 상고를 하지 않아 확정됐다. 2. 판결요지 가. 제1심 원고가 망인과 사실혼관계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원고에게 노점상 승계청구를 할 권한이 발생하는 등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망인과 혼인의 의사로 함께 동거하며 노점상을 운영하는 등 객관적으로도 혼인관계의 실체를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에 관하여 객관적인 자료가 뒷받침되지 않는 점, 오히려 망인은 사망 시까지 C와 법률상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사실, 주민등록상 원고와 망인이 동거한 것으로 나타난 기간은 불과 2013년 9월 2일부터 망인의 사망 시인 2014년 7월 29일로 단기간인 사실 등을 고려할 때 원고와 망인 사이의 사실혼관계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나. 항소심(대상판결) 원고와 망인은 2013년 9월 2일경부터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일치하는 점, 망인은 신장암 등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는데 원고는 망인이 사망할 때까지 병원, 요양원 등에서 망인을 간호하고, 치료비, 요양비 등을 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은 사망할 때까지 망인의 자녀들과 거의 교류한 적이 없고 원고의 자녀와 교류한 것으로 보이고, 망인은 원고와 동거한 이후로는 망인의 법률상 배우자 C와 함께 생활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노점상에 관하여 노점상 실명제에 따라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명의자는 망인이지만, 원고도 위 노점상 운영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와 망인은 늦어도 2005년경부터 망인이 사망한 시점인 2014년 7월 29일까지 계속하여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갖추고 생활하여 사실혼관계가 존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망인이 C와 법률상 부부관계여서 원고와 망인의 사실혼이 중혼적 사실혼관계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망인이 원고와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갖추고 생활한 이후에는 C와 장기간 별거하면서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와 망인 사이의 사실혼관계에 대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아울러 망인이 이미 사망하였지만, 원고는 위 노점상에 관한 망인의 권리를 승계 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원고가 망인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3. 평석 가. 사실혼관계에 있는 일방이 사망한 경우 사실혼관계존부확인청구가 소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 사실혼관계에 있는 일방이 사망한 이후 제기하는 사실혼관계존부확인청구는 과거의 법률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인데, 과거의 법률관계는 원칙적으로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판례는 일정한 경우 예외적으로 과거의 법률관계라도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 혼인, 입양과 같은 신분관계나 회사의 설립, 주주총회의 결의무효, 취소와 같은 사단적 관계, 행정처분과 같은 행정관계와 같이 그것을 전제로 하여 수많은 법률관계가 발생하고 그에 관하여 일일이 개별적으로 확인을 구하는 번잡한 절차를 반복하는 것보다 과거의 법률관계 그 자체의 확인을 구하는 편이 관련된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일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므144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망인의 사망 당시 망인과 사실혼관계가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어야 노점상에 관한 망인의 권리를 승계할 수 있으므로 사실혼관계존부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며, 제1심 및 항소심 모두 이와 같이 판단하였다. 그러나 사실혼 배우자의 일방이 사망한 이후 생존하는 배우자가 혼인신고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망자와의 과거 사실혼관계의 존재 확인을 구한 청구의 경우에는, 사망자 사이 또는 생존하는 자와 사망한 자 사이에는 혼인이 인정될 수 없고, 혼인신고특례법과 같이 예외적으로 혼인신고의 효력의 소급을 인정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러한 혼인신고가 받아들여질 수도 없으므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5. 11. 14. 선고 95므694 판결). 나. 중혼적 사실혼을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 망인은 사망시까지 C와 법률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바, 원고와 망인의 관계는 중혼적 사실혼에 해당한다. 이러한 중혼적 사실혼이 보호받을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종래 판례는 “법률상 배우자 있는 자는 그 법률혼 관계가 사실상 이혼상태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혼 관계에 있는 상대방에게 그와의 사실혼 해소를 이유로 재산분할을 청구함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95. 7. 3. 자 94스30 결정)고 판시하여 일반 사실혼과는 달리 중혼적 사실혼은 원칙적으로 법률상 보호받을 수 없다고 보았다. 위와 같이 종래 판례는 법률혼 관계가 사실상 이혼상태라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중혼적 사실혼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보기는 하였으나 실제로는 “법률상 혼인을 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다른 한 쪽이 제3자와 혼인의 의사로 실질적인 부부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대법원 1995. 9. 26. 선고 94므1638 판결, 1996. 9. 20. 선고 96므530 판결, 2001. 4. 13. 선고 2000다52943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하는 등 중혼적 사실혼에 법률적 보호를 인정하는데 매우 제한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64161 판결은 “사실혼은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으면 일단 성립하는 것이고, 비록 우리 법제가 일부일처주의를 채택하여 중혼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위반한 때를 혼인 무효의 사유로 규정하지 않고 단지 혼인취소의 사유로만 규정하고 있는 까닭에(민법 제816조) 중혼에 해당하는 혼인이라도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하게 존속하는 것이고, 이는 중혼적 사실혼이라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또한 비록 중혼적 사실혼관계일지라도 법률혼인 전 혼인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판시한 다음 “법률상 부부의 일방이 집을 나가 행방불명됨으로써 그들의 혼인은 사실상 이혼상태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고 중혼적 사실혼에 법률적 보호를 인정하였다. 대상판결은 위 2009다64161 판결의 취지를 인용한 다음, 이 사건의 경우 망인이 원고와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갖추고 생활한 이후에는 C와 장기간 별거하면서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와 망인 사이의 사실혼관계에 대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중혼적 사실혼에 관한 종래 판례의 경향에 비추어 보았을 때 위 2009다64161 판결과 대상판결은 보호받는 중혼적 사실혼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혼의 경우에도 혼인취소 사유에만 해당하여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하게 존속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호받는 중혼적 사실혼의 범위를 극히 제한하는 것은 중혼의 경우와 비교하여 형평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종래 판례는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이르게 된 데 있어 일방 배우자의 귀책사유가 있다면 별거기간이 오래되었더라도 중혼적 사실혼을 보호할 수 없다는 태도였던 것으로 보이나, 대상 판결은 별거기간이 장기간 지속되고 상호 교류도 없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이르게 되는 과정에 일방 배우자의 귀책사유가 있더라도 중혼적 사실혼을 보호하고자 하는 변화된 판례의 경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혼관계존재확인
권리승계긴청
도로점용허가
노점상실명제
법률상배우자
2017-03-20
행정사건
수익적 행정처분에서 경원관계에 있는 자의 원고적격 요건
-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두27517 판결 - 1. 사안의 정리 가. 피고는 2012. 4. 3. 부산 강서구 봉림동 봉림지하차도와 김해시 장유면 화목교(시 경계) 사이에 주유소 2개소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개발제한구역안 주유소배치계획을 변경한 후 이를 공고하였고, 같은 날 주유소 운영사업자를 모집하는 모집공고(이하 '이 사건 모집공고')를 하였는데, 이 사건 모집공고의 신청자격은 "1)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1971. 12. 29.) 해당 구역안에 거주하고 있던 자로서 개발제한구역에 주택 또는 토지를 소유하고(지정당시거주자), 2) 생업을 위하여 3년 내의 기간 동안 개발제한구역 밖에 거주하였던 자를 포함하되 세대주 또는 직계비속 등의 취학을 위하여 개발제한구역 밖에서 거주한 기간은 개발제한구역 안에서 거주한 기간으로 본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나. 같은 날 원고, 소외인 등은 피고에게 주유소 운영사업자 선정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2012. 8. 22. 원고에게는 '개발제한구역 밖으로 전출한 사실이 있어 이 사건 모집공고의 신청조건에 적합하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주유소 운영사업자 불선정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는 대신, 경원자인 소외인에게 주유소 운영사업자 선정처분을 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부산광역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하였으나 2012. 12. 11. 청구가 기각되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1심 및 원심의 판단 1심은, 이 사건 소가 소위 '경원자소송'으로 원고의 당사자 적격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었음에도 이를 간과한 채 곧바로 본안판단으로 들어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제18조 제2항 제3호의 '지정당시거주자'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뿐만 아니라, 허가신청일 당시까지도 개발제한구역 안에 계속하여 거주하고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고 해석되는바(대법원 2005. 7. 8. 선고 2005두3165 판결 참조), 위 요건을 구비하였는지 여부는 주민등록표 등 공적인 기록에 의하여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나 주민등록표 기재와 다른 내용의 거주사실 등이 인정된다면 그에 따라 요건구비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원고의 경우는 자녀들이 종전 학교에 개근한 사실, 원고가 종전 주소지 통장으로 재직한 사실 등을 들어 이 사건 첫 번째와 두 번째 전출 기간 동안 실제로는 이 사건 주소지에 거주하면서 주민등록상 주소지만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모집공고의 신청자격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직권으로 이 사건 소의 적법여부에 관하여 살펴본 다음, 인허가 등의 수익적 행정처분을 신청한 여러 사람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어 일방에 대한 허가 등의 처분이 타방에 대한 불허가 등으로 될 수밖에 없는 때에는 허가 등의 처분을 받지 못한 사람은 처분의 상대방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당사자 적격이 있고, 다만 구체적인 경우에 그 처분이 취소된다 하더라도 허가 등의 처분을 받지 못한 불이익이 회복된다고 볼 수 없을 때에는 당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정당한 이익이 없다(대법원 1998. 9. 8. 선고 98두6272판결 등 참조)고 할 것인데,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경원자 관계에 있는 소외인에 대한 주유소 운영사업자 선정처분(2012. 8. 22.자)이 취소되지 아니한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주유소 운영사업자로 선정될 수 없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의 취소를 구할 정당한 이익이 없다 라고 하여 본안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살피지 아니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는 위법한 처분에 의하여 발생한 위법상태를 배제하여 원상으로 회복시키고 그 처분으로 침해되거나 방해받은 권리와 이익을 보호ㆍ구제하고자 하는 소송이므로, 그 취소판결로 인한 권리구제의 가능성이 확실한 경우에만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허가 등 처분을 받지 못한 사람은 그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의 직접 상대방으로서 원칙적으로 자신에 대한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원관계에서 허가 등 처분을 받지 못한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하여, 이 사건을 파기환송 하여 다시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1) 경원자관계에서의 원고적격(소의 이익) 여부 경원자관계란 인허가 등의 수익적 행정처분을 신청한 수인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어서 일방에 대한 허가 등의 처분이 타방에 대한 불허가 등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원관계에 있는 자가 인허가처분에 대하여 제기하는 항고소송을 경원자소송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경원자소송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제기될 수 있다. 즉, 경원자가 자신에게 내려진 거부처분을 곧바로 다투는 형태와 경원자에게 내려진 인허가처분을 다투는 형태이다. 종전 판례는 후자의 경우에 관한 것으로'명백한 법적 장애로 인하여 원고 자신의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이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는 경우만 아니라면, 경원관계에서 탈락한 자는 비록 경원자에 대하여 이루어진 허가 등 처분의 상대방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 적격이 있다'(대판 2009. 12. 10. 2009구8359 판결)고 하여 원칙적으로 원고적격을 인정하는 입장이었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의 사안은 전자에 관한 것으로, 이러한 소송은 비록 동 소송에서 원고의 신청이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곧바로 인허가처분이 내려진다거나 경원자에게 내려진 인허가처분이 취소되는 것도 아니어서 과연 이러한 청구에 소의 이익을 인정할 것인가가 문제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원심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경원자 관계에 있는 소외인에 대한 주유소 운영사업자 선정처분(2012. 8. 22.자)이 취소되지 아니한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주유소 운영사업자로 선정될 수 없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정당한 이익이 없다고 하여 각하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자신에 대한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그 판결의 직접적인 효과로 경원자에 대한 허가 등 처분이 취소되거나 그 효력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행정청은 취소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그 판결에서 확인된 위법사유를 배제한 상태에서 취소판결의 원고와 경원자의 각 신청에 관하여 처분요건의 구비 여부와 우열을 다시 심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한 후, 그 재심사 결과 경원자에 대한 수익적 처분이 직권취소 되고 취소판결의 원고에게 수익적 처분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원관계에서 허가 등 처분을 받지 못한 사람은 자신에 대한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종전 학문적으로 본 사안과 같은 경우 '명백한 법적 장애로 인하여 원고에게 수익적 처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지 않는 한 원고적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대상판결의 태도에 대하여는 원심판단처럼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경원자 관계에 있는 소외인에 대한 주유소 운영사업자 선정처분이 취소되지 아니하는 한 원고가 바로 주유소 운영사업자로 선정될 수 없음을 들어 무의미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가능할 수도 있으나, 소송에 있어서 원고적격이라 함은 구체적 사안에서 계쟁처분의 취소를 구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가지고 따져보아야 할 문제라 할 것인 바, 지나치게 소의 이익을 좁게 해석하여 처음부터 본안판단을 받아볼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입장을 지지한 것이다. 5. 결 어 결국 이러한 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른다면, 앞으로 본 사안과 같은 형태의 경원자소송에서 쟁점은 본안으로 들어가 원고에게 수익적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될 것이고, 원고적격 단계에서는 명백한 법적 장애로 인하여 처음부터 수익적 처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아예 배제되어 있지만 않다면 원고에게 소의 이익은 인정되는 것으로 정리될 것으로 여겨진다.
개발제한구역
경원자소송
원고적격
행정소송
2016-05-30
재외국민의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 배제조항의 위헌여부
I. 서론 및 결정의 주요 내용 헌법재판소는 2014년 7월 24일 재외국민인 청구인들이 공직선거법 제218조의4 제1항,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 등이 자신들의 국회의원선거권 및 국민투표권 등을 박탈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선거권 및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청구한 헌법소원사건에 대하여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에 대해서만 늦어도 2015년 12월 31일까지 개정을 명하고 동시에 잠정적인 계속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고, 나머지 청구에 대하여는 모두 기각하여 국내에 주민등록이나 거소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재외국민들의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을 배제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조항은 여전히 합헌으로 선언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2007년 6월 28일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재외국민선거권과 국민투표권을 제한하고 있던 공직선거법과 국민투표법 조항들에 대하여 내린 종전 헌법불합치결정(2004헌마644, 2005헌마360 병합)의 입장으로부터 상당히 뒷걸음을 쳤을 뿐만 아니라 재외국민선거권을 확대해 온 선진국들의 헌법재판소 판례의 경향과도 부합하지 않는 퇴보적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지면관계상 결정의 주요 내용은 위에서 제시한 결정내용의 요지로 갈음하기로 하고, 이하에서는 주로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배제조항의 위헌여부와 이 사건 헌법재판소 결정의 문제점에 대하여 간단히 살펴 보기로 한다. II. 평석 1.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배제조항의 위헌여부 (1) 관련되는 기본권과 원칙: 보통선거원칙이 아니라 평등선거원칙, 선거권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쟁점에 대하여 정리하면서 선거권 내지 국민투표권 침해 여부 및 보통선거원칙 위배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보통선거원칙이 아니라, 평등선거원칙의 위반여부와 헌법 제24조의 선거권의 침해여부이다. (방승주, 재외국민 선거권 행사의 공정성 확보방안 연구(대검찰청 2010년도 정책연구용역 보고서), 대검찰청, 2011, 17, 43면 이하 참조) (2) 평등선거원칙의 위반 여부 평등선거원칙은 모든 선거권자가 동등한 수의 표를 던질 수 있어야 하고(계산가치의 평등), 그러한 투표가 의석배분에 있어서 동일한 가치와 영향력을 가질 것(결과가치의 평등)을 요구하는 원칙으로 여기에서의 평등은 엄격한 형식적이고도 도식적인 평등을 요구한다. 이러한 기준에 의할 경우 국내거주 국민은 1인 2표, 국내에 주민등록이나 거소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재외국민들의 경우는 1인 1표 밖에 행사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명백하게 헌법 제41조 제1항의 평등선거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며, 엄격한 평등원칙심사기준을 동원할 때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는 없다. (3) 헌법 제24조 선거권의 침해 여부 먼저 선거권침해여부와 관련해서 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선거원칙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헌법적 법익이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나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안된다. (판례집 19-1, 859, 874;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로는 BVerfGE 132, 39)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자신의 종전의 입장과는 달리 별다른 근거제시도 없이 과잉금지원칙에 입각한 엄격한 심사를 포기하고 있는데, 이는 종전 2004헌마644 등 결정과 모순되는 태도라고 생각된다. 이하에서는 엄격한 심사기준에 입각하여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배제조항이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심사해 보기로 한다. 가. 목적의 정당성 헌법재판소는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배제조항의 정당화의 근거로 유권자의 지역적 관련성을 들고 있다. 헌법적으로 볼 때 지역구국회의원은 지역에서 선출되었지만 지역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이다. 국가의 이익과 지역의 이익이 충돌할 경우 국회의원은 헌법 제46조 제2항에 따라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지역구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지 단순히 지역주민의 대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과의 관련성을 강조하면서 "'특정 지역구의 국회의원'이라면 '지역에 이해를 가지는 자'가 지역의 이익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여야 한다"고 하는 헌법재판소의 판시는 헌법 제46조 제2항의 의의를 간과하거나 오해한 흠이 있다고 볼 것이다. 한편 백보 양보하여 국내에 주민등록이나 거소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재외국민들이 지역적 관련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막연한 지역적 관련성의 유지가 재적국회의원 300명 중 246명에 해당하는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을 완전히 박탈할 만큼 중대하고도 불가피한 사유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목적의 정당성이 결여되었다면 더 이상 살필 필요도 없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과잉하게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나 체계상 나머지의 관점에 대해서도 보충적으로 검토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나. 방법의 적정성 백보 양보하여 헌법재판소가 강조하는 지역과의 관련성이 어느 정도 필요하며 그 유지가 정당화될 수 있는 입법목적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재외국민들에게 자신들이 몸 담았던 고향과의 지역적 관련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님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 지구촌화 시대에는 발달된 인터넷과 통신수단을 통하여 거주지와 상관없이 고국의 국민들과 교류하면서 여러 가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생활을 펼쳐 나가는 국민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재외국민들은 여전히 고국에 대한 지역적 관련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배제하는 것은 입법목적 실현에 도움이 안되므로 방법의 적정성 역시 없거나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다. 침해의 최소성 최종주소지나 등록기준지를 기준으로 소속지역구를 정하게 되면 지역적 관련성도 유지하면서 재외국민들의 선거권을 덜 침해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등록기준지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 대량 위장전입에 의한 불공정선거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은 가령 지역구국회의원후보자가 결정되기 훨씬 앞선 시점에 최종주소지나 등록기준지를 기준으로 하여 소속지역구가 확정되도록 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지역관련성을 담보하면서도 소위 위장전입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다. 라. 법익의 균형성 지역과의 관련성 유지라고 하는 목적은 막연하고도 추상적인데 반하여, 제한되고 있는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은 국민주권과 의회민주주의의 실현에 있어서 매우 중대한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배제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마. 소결 따라서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배제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그리고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 배제부분에 대하여 곧바로 효력을 상실시켜도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할 우려는 없으므로 단순 위헌결정을 내려도 좋다고 생각된다. 2. 국민투표권과 재·보궐선거권 배제조항의 위헌여부 이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필자의 견해(방승주, 앞의 보고서, 44, 46면 등 참조)와 같으므로 이에 대한 평석은 생략한다. III. 결론 비교법적으로 고찰해 보면 일본 최고재판소(2005년 9월 14일 일본 최고재판소 대법정 판결, 2001년 제82호 등 재외일본인선거권박탈위법확인등청구사건)의 경우도 이미 2005년 9월 14일 재외일본인들에 대하여 지역구중의원선거권을 배제하고 있던 당시의 공직선거법조항에 대하여 위헌·무효결정을 내렸으며, 또한 최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BVerfGE 132, 39) 역시 2012년 7월 4일 그때까지 재외독일인의 선거권행사의 전제조건으로서 줄곧 유지되어 왔던 독일에서의 최소 3개월 정주(定住)조항에 대하여 보통선거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무효선언을 내린 바 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이와 같은 선진국들의 재외국민선거권 확대인정 추세에 비추어 보거나, 또는 헌재의 2007년 6월 28일 2004헌마644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재외선거제도의 발전에 있어서 상당히 역행적인 결정이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선거권의 제한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가 그간 정립해 왔던 엄격한 심사기준의 법리를 포기하였을 뿐만 아니라, 과연 어떠한 선거원칙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이 없이 만연히 청구인이 주장하는 대로 보통선거원칙을 기준으로 그 위반을 부인한 것은 전체적으로 논증의 진지성이나 설득력 면에서 매우 부실하다고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하고 있다. 앞으로 머지 않아 다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여부를 심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헌법재판소는 반대의견을 낸 이진성, 서기석 재판관의 의견과 같이 재외국민들에게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까지 모두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2014-09-25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에 관련한 국제재판관할
본 판례평석은 2012. 11. 14. 한국국제사법학회 연차학술대회(제1회 ILA/한국국제사법학회 공동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I. 청구원인의 개요 및 판결의 요지 1. 청구원인의 개요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22549 판결은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 후 일본 기업에서 강제노동을 당한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원고가 되어 가해자인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하여 (1)강제연행 및 강제노동, (2)원자폭탄 투하 후 구호조치의 불이행, (3)안전한 귀국조치 의무 위반, (4)임금의 미지급을 이유로 국내 법원에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와 미지급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에 관한 판결이다 2. 국제재판관할과 관련한 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에서는 위와 같은 청구에 대하여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였는데, 그 이유로서 ①피고가 과거에 부산에 연락사무소를 두었던 점, ②피고의 일련의 불법행위 중 일부가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점, ③증거가 대한민국에 있고, 사안의 내용이 대한민국의 역사 및 정치적 변동상황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점, ④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와 미지급임금 지급청구 사이에 객관적 관련성이 있는 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II. 외국법인의 영업소 소재지 보통재판적의 문제 1. 민사소송법 제5조 제2항에 대한 비판 민사소송법 제5조 제2항에서는 외국법인, 그 밖의 사단 또는 재단의 경우에는 대한민국에 있는 이들의 사무소·영업소 또는 업무담당자의 주소에 따라서 보통재판적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하여 판례는 외국법인의 영업소가 한국에 있으면 당해 사건이 그 영업소와 관련이 없더라도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해 왔다. 하지만 외국법인의 영업소 소재지 보통재판적을 과잉관할(exorbitant jurisdiction)로 보는 것이 우리의 다수견해이다. 다수견해에서 영업소 소재지 보통재판적을 과잉관할로 보는 주된 이유는 첫째 피고가 그 국가에 영업소를 갖고 있거나 상업적 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분쟁이 피고의 영업소 또는 상업적 행위와 실질적 관련성이 없는 경우에도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고, 둘째 민사소송법 제5조 제2항은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국내 법원 중 어느 법원이 관할을 갖는가를 규정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고로 헤이그국제사법회의에서 마련한 1999년 「민사 및 상사사건에 관한 외국판결과 관할에 관한 예비초안」제9조 및 「민사 및 상사사건의 판결의 승인과 집행 및 재판관할에 관한 유럽연합 규칙」제5조 제5호에서는 영업소 소재지 관할을 당해 영업소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쟁에 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우리 민사소송법 제12조의 영업소 소재지 특별재판적과 동일하다. 2. 외국법인 영업소 소재지의 중요성 필자도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다수설에 찬성하지만 그렇다고 대상판결에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국제사법 제2조에서 국제재판관할의 배분의 원칙으로 분쟁 또는 당사자와 대한민국 간에 실질적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실질적 관련성은 매우 추상적 규정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어려웠고 이를 보충하기 위하여 동조 제2항에서는 국내법의 관할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의 유무를 결정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국제재판관할규칙 = 토지관할규정」은 아니다(석광현, 국제민사소송법, 박영사, 2012, 76면). 대상판결은 피고의 영업소가 부산에 있었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불법행위지 및 증거와의 관계, 역사적 사실과 분쟁 간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 관련성을 판단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외국법인의 영업소가 소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지만, 대한민국에 영업소가 있다면 분쟁이 그 영업소와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영업소가 없는 경우보다는 손쉽게 소송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피고는 소송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므로 궁극적으로 소송경제에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영업소가 소재한다는 사실은 국제재판관할의 결정을 위한 고려이익 중 피고가 손쉽게 소송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 이익에 해당하고, 동시에 소송경제의 측면에서는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이 된다. 따라서 영업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국제재판관할 결정에 있어서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요소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이 피고의 영업소가 부산에 있었다는 사실을 국제재판관할 결정을 위한 다른 요소들과 결합하여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III. 불법행위청구에 대한 국제재판관할 1. 소송물이론과 국제재판관할 불법행위 특별재판적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18조는 불법행위에 관한 소를 불법행위지 법원에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피해자가 피해를 입은 뒤 바로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증거수집이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별재판적은 국제재판관할의 결정에서도 적용 또는 유추적용 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 원고들이 주장한 피고의 불법행위는 (1)강제연행 및 강제노동, (2)원자폭탄 투하 후 구호조치의 불이행, (3)안전한 귀국조치 의무 위반으로서 행위의 연속성은 있지만 시간과 장소가 구분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는 이러한 불법행위를 '일련이 불법행위'로 파악하여 함께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판례가 일관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소송물에 관한 구실체법설에 따르면 원고의 불법행위 주장은 각 행위마다 시간과 장소를 분리할 수 있으므로 별개의 소송물로 파악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별개의 소송물로 보고서 불법행위 특별재판적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원고의 청구와 대한민국 간에 실질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불법행위는 강제연행에 한정될 것이고, 다른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국제재판관할을 부정해야 한다. 2. 토지관할규정으로부터의 해방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제사법 제2조의 규정에 따르면 토지관할이 인정된다고 하여 당연히 실질적 관련성 인정되는 것이 아니며, 토지관할은 실질적 관련성을 인정하기 위한 여러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이 소송물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피고의 행위를 일련의 불법행위로 파악하여 하나의 불법행위로 통합적으로 판단하고, 불법행위를 강제연행 이외의 불법행위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방법으로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꾀한 점에서 민사소송의 원칙인 소송의 신속 및 경제에 합당한 결론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국내토지관할규정에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사안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그리고 정치적 상황'을 실질적 관련성을 인정하기 위한 요소로 제시한 점은 국제재판관할의 결정에 있어서 토지관할 위주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구체적 타당성을 추구한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바, 향후 올바른 지표를 제시한 것으로 생각한다. IV. 소의 객관적 병합에서의 관련재판적과 국제재판관할 1. 관련 논의 대상판결에서는 병합된 청구 상호 간에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면 그 중 하나의 청구에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되면 다른 청구에 대하여도 국제재판관할을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민사소송법 제25조의 관련재판적을 국제재판관할에서도 인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국내에서 논의가 많지 않지만, 청구 상호간에 기초되는 사실관계가 동일하거나 견련관계를 가질 경우에 법정지 법원이 어느 한 청구에 대하여 관할권을 갖는다면 다른 청구에 대해서도 관할을 인정해도 무방하다는 견해가 있다(한충수, '국제사법의 탄생과 국제재판관할', 법조 536호(2001), 63-64면). 그리고 비록 하급심판결이지만 인천지법 2003. 7. 24. 선고 2003가합1768 판결에서는 청구의 객관적 병합에서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되기 위한 관련재판적의 요건에 대하여 상세히 설시하고 있다. 2. 대상판결의 문제점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객관적 관련성'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사실관계나 쟁점이 동일하거나 증거가 공통되는 경우는 포함된다고 보인다. 하지만 원고가 주장한 불법행위들인 (1)강제연행 및 강제노동, (2)원자폭탄 투하 후 구호조치의 불이행, (3)안전한 귀국조치 의무 위반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련의 연속된 불법행위로 보아서 하나의 소송물로 취급하면서 미지급임금을 이와 별개의 소송물로 본 점은 찬성하기 어렵다. 일련의 연속된 불법행위와 임금미지급은 연속된 행위 중에서 발생하였고, 이러한 행위들이 피고의 연속된 불법행위 속에 매몰되어 역사적 및 정치적으로 상호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미지급임금 지급청구는 비록 근로계약을 근거로 하여 청구권원을 달리하지만 실질적으로 피고의 일련의 불법행위 과정 중에 발생하여 국제재판관할의 결정에 있어서 다른 불법행위와 차별을 둘 이유가 없다. 덧붙여 대상판결에서 밝히고 있다시피 사건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대한민국에 주요 증거가 있으며, 원고들로서는 하나의 소송절차에서 구제받을 이익이 있다는 점 및 판결 상호 간의 모순저촉을 피할 정책적 필요성 등 개인적 이익과 공익적 이익을 비교형량을 할 때에도 대상판결의 청구를 하나의 소송물로 처리하여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V. 끝내며 대상판결이 국제재판관할의 결정에 있어서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규정으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인 결정요소를 제시하였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국제재판관할에서 소송물의 구분에 관하여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과 소송물의 구분에 관하여 일관성이 없는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
2013-01-07
인터넷 실명제 위헌결정의 의의 및 전망
1. 들어가는 말 헌법재판소는 2012. 8. 23. 재판관 8명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함) 제44조의5 제1항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 및 제30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본인확인제'에 대해서 위헌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본인확인제란 인터넷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하여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이용하거나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는 그동안 소위 '인터넷 실명제'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어 왔는데,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로 기능해 왔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이 글에서는 이번에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주요 요지 및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2. 결정이유의 요지 본인확인제의 입법목적과 관련하여, 인터넷게시판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불법정보를 게시하는 것을 억제하고 불법정보 게시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확보함으로써 건전한 인터넷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본인확인제는 아래와 같이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첫째, 불법정보 게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 특정은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등을 통하여, 피해자 구제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의한 당해 정보의 삭제·임시조치(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 제2항),(1) 헌법재판소는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제도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 2012. 5. 31. 2010헌마88,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제2항 위헌확인)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대한 불법정보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2항, 제3항) 등으로 불법정보의 유통 및 확산을 차단하거나 사후적으로 손해배상 또는 형사처벌 등을 통하여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본인확인의 대상인 '게시판 이용자'는 '정보의 게시자'뿐만 아니라 불법행위를 할 가능성이 없는 '정보의 열람자'도 포함하고, 본인확인제 적용 대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선정에 있어서 그 정확성과 기준이 불분명한 이용자수 산정 결과에 따라 적용대상의 범위가 정해지는 등 본인확인제는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그 적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함으로써 법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본인확인제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본인확인정보를 보관하여야 하는 기간은 정보의 게시가 종료된 후 6개월이 경과하는 날까지이므로, 정보를 삭제하여 그 게시를 종료하지 않는 한 본인확인정보는 무기한으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보관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서 본인확인제는 다음과 같이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첫째,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 제한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여야 하는데,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 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고,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해외 사이트로의 도피,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의 차별 내지 자의적 법집행의 시비로 인한 집행 곤란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당초 목적과 같은 공익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둘째, 본인확인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모바일 게시판,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 새로운 의사소통수단의 등장으로 본인확인제는 그 공익을 인터넷 공간의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만 실현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셋째, 본인확인제로 인하여 인터넷 이용자는 자신의 신원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 등을 염려하여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 외국인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재외국민은 인터넷게시판의 이용이 봉쇄되며, 새롭게 등장한 정보통신망상의 의사소통수단과 경쟁하여야 하는 게시판 운영자는 업무상 불리한 제한을 당하고, 본인확인정보 보관으로 인하여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본인확인제를 규율하고 있는 이 사건 법령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3. 해설 이번에 위헌결정이 내려진 본인확인제는 주로 인터넷 실명제라는 명칭으로 많이 불려 왔고,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의 인터넷 규제의 불합리성,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의 상징으로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사회적 레토릭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실 본인확인제는 그 입법목적과 수단간의 논리적 상관성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인터넷이라고 하는 매체의 특성과 사물의 본성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첫째, 본인확인제가 도입된 배경으로서 인터넷의 특성 중의 하나인 소위 '익명성'과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 간에 논리적 상관성이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이다. 이 문제제기는 익명성과 해악적인 의사표현간의 논리적 상관성에 관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익명성은 도덕적으로 중립적이다"는 원칙을 감안한다면, ('미국과학발전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가 1997년 11월 회의에서 향후 인터넷에 대한 규제시스템이나 규제정책들을 설계함에 있어서 온라인에서의 익명커뮤니케이션을 보장하기 위해 제시한 4가지 원칙들 중의 하나이다. "익명성은 도덕적으로 중립적이다"라는 원칙은 익명성을 이용하여 야기될 수 있는 양면성, 즉 순기능적 측면과 역기능적 측면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고, 역기능적 측면이 순기능적 측면을 불필요하게 제한하는 근거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익명성과 해악적인 의사표현간의 논리적 상관성은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익명성에 대한 도덕적 가치판단을 전제로 해서 모든 인터넷상의 일탈행위 내지 역기능의 원인이 익명성에 있고, 그 익명성을 제거하면 이러한 역기능이 해소될 것이라는 본인확인제의 기본철학은 굉장히 단순한 발상이자 논리의 비약이라고 할 것이다. 둘째,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과연 익명성을 제거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이 문제제기는 본인확인과 익명성 제거간의 논리적 상관성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본인인지 여부가 확인되었다고 해서 익명성이 완전히 제거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헌법재판소가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셋째, 본인확인제는 애초부터 그 설계시스템상 개인정보 보호정책 및 개인정보 보호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었다. 개인정보를 가장 잘 보호하는 방법은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가능한 억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용자의 본인 여부 확인을 위해서는 그 근본구조상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활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결국 본인확인제의 채택으로 인해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이 촉진되는 상황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그 근거로 내세운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논리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도출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적용되어 왔던 인터넷 실명제로는 이번에 위헌결정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 이외에,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언론사 게시판·대화방 등의 실명확인제도 존재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등,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 제1항 등 위헌확인,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 제1항 등 위헌소원) 사실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와 이번에 위헌결정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는 그 기본취지라든지 운영메커니즘이 거의 동일하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의 위헌논리가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러면 왜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렸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필자가 추측컨대 선거의 공정성 내지 평온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과도한 집착이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참고로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에 대한 위헌결정을 계기로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의 폐지를 국회에 건의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한편 심판대상과 관련하여, 이번에 위헌이 결정된 법령조항들 중 법률의 경우에는 심판대상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 제1항 제2호에 한정되고 있어서, 동법 제44조의5 제1항 제1호가 규정하고 있는 '공공기관 등의 본인확인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이유의 대부분이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고 있는 본인확인제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운영하고 있는 본인확인제와 그 운영메커니즘이 동일하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는 본인확인제에 대해서도 이번 위헌결정의 기속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2012-09-03
도메인이전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사건에서의 준거법
I. 사실관계 원고는 1999. 11. 23. 도메인이름 "hpweb.com"을 미국의 도메인이름 등록기관인 네트워크솔루션사에 등록하였다. 피고 휴렛트-팩커드 컴퍼니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이하 "아이칸")의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정책(Uniform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Policy, UDRP, 이하 "분쟁해결정책")' 및 절차규정에 따라 2000. 8. 3.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보유자인 원고를 상대로 하여 아이칸이 승인한 분쟁해결기관 중의 하나인 미국의 국가중재위원회(National Arbitration Forum)에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도록 명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신청을 하였고, 미국의 국가중재위원회는 2000. 9. 8.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라는 내용의 판정을 하여 도메인이름이 피고에게 이전되었다. 원고는 이 사건 판정에 불복하여 2000. 9. 18. 서울지방법원에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기하여 도메인이름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II. 대법원 2011.5.26. 선고 2009다15596 판결의 요지 이 사건 사실관계에 대하여는 세 차례의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다59788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5다75071 판결, 대법원 2011.5.26. 선고 2009다15596 판결)이 있었다. 그 중 본 평석은 마지막 대법원 판결에 관한 것이다. [1] 구 섭외사법 제13조에서 정한 '부당이득의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은 이득이 발생한 곳을 의미한다. 도메인이름의 이전등록으로 이득이 발생한 곳은 피고의 본사 소재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이므로, 부당이득 반환채권의 성립 및 효력에 관하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법이 준거법이 된다. [2]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이전등록 당시 피고에게 위 도메인이름의 사용금지를 구할 실체법적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비록 분쟁해결기관의 결정에 따른 이전등록이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위 이전은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으로 피고에게 부당이득이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의 부당이득이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고에게 원고의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사용금지를 구할 실체법적 권리가 있는지 여부를 먼저 살펴야 하는데, 이는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성립 및 효력과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이에 관하여는 구 섭외사법의 규정에 따라 부당이득과는 별도의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 [3] 그런데 피고의 위 도메인이름 사용금지청구권은 원고가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등록·사용하는 것이 미국에 등록된 이 사건 상표에 대한 피고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임을 원인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준거법은 구 섭외사법 제13조에 따라 정해져야 할 것이고, 여기서 그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은 원고의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등록·사용에 의하여 피고의 상표권에 대한 침해행위가 행하여지고 권리침해라는 결과가 발생한 미국이라고 할 것이므로, 미국법이 그 준거법이 된다. III. 평석 1. 들어가기 위 대법원 판결은 구 섭외사법에 따른 판결이다. 만일 현행 국제사법을 적용한다면 위 세 가지 결론이 여전히 유지될 수 있는지 논해보고자 한다. 2.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준거법결정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준거법에 대하여는 부당이득이 발생한 장소의 법을 준거법으로 보는 부당이득지법주의와 부당이득의 원인이 된 기본관계의 준거법을 준거법으로 보는 기본관계의 준거법주의가 있다. 국제사법이 제정되기 전의 구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은 "사무관리, 부당이득 또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생긴 채권의 성립 및 효력은 그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부당이득지법주의를 받아들였다. 현재의 국제사법 제31조도 "부당이득은 그 이득이 발생한 곳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부당이득지법주의에 따르고 있다. 그러나 단서에서 "다만, 부당이득이 당사자간의 법률관계에 기하여 행하여진 이행으로부터 발생한 경우에는 그 법률관계의 준거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계약의 무효·취소·해제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와 같이 당사자간의 법률관계에 기한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하여는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을 따르도록 하는 종속적 연결을 도입하였다. 따라서 현행 국제사법은 부당이득지주의와 기본관계의 준거법주의가 혼합된 형태이다. 한편, 구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과 국제사법 제31조 전문은 표현에 차이가 있지만 실질적 의미의 차이가 없다는 견해가 대체로 통용되고 있다(임채웅, 도메인이름을 둘러싼 분쟁에 관한 연구, 인터넷 법률 47호(2009. 06), 197면). 따라서 기존의 구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국제사법 제31조 전문에도 적용된다. 구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에 대하여 어떤 이득이 부당이득으로 되는지의 문제와 이러한 이득의 기초에 놓여 있는 기본관계의 성립 및 효력의 문제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해석되어 왔다(이호정, 국제사법, 1981, 292면). 이와 같이 부당이득의 준거법과 기본관계의 준거법을 따로 보는 이유는 구 섭외사법이 부당이득지법주의를 채택하였기 때문이다. 기본관계인 매매계약의 준거법이 미국법인 경우에 비록 부당이득이 한국에서 발생하더라도 매매계약의 효력은 여전히 미국법에 따라서 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계약관계의 이행의 결과가 발생하는 부당이득에 대하여는 국제사법 제31조 단서에서 종속적 연결을 도입하였기 때문에 더 이상 기본관계의 성립 및 효력과 부당이득의 성립과 효력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위 대법원판결 사안과 같이 부당이득이 불법행위에 의하여 발생된 경우에 대하여 국제사법에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해석과 같이 기본관계인 불법행위의 성립 및 효력과 부당이득의 성립 및 효력을 구분해야 하는지 아니면 부당이득지에 관계없이 불법행위지법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준거법이 되는지 문제가 제기된다. 이 문제에 대하여 위 대법원판결은 기존의 해석에 충실하게 피고가 불법행위를 근거로 원고에게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사용금지를 구할 실체법적 권리가 있는지 여부는 부당이득과는 별도의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한편, 우리 국제사법 제31조 단서와 달리 유럽연합의 비계약적 채무 준거법에 대한 준거법규칙(Rome II) 제10조 제1항에서는 계약뿐만 아니라 불법행위에 의하여 부당이득이 발생한 경우에도 불법행위지법이 부당이득의 준거법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고, 독일 국제사법 제38조 제2항에서도 법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침해부당이득(Eingriffskondiktion)은 침해지법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례들은 불법행위에 의하여 발생된 부당이득에 대하여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를 불법행위가 발생한 국가로 본 것이다. 우리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에서는 당해 사안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갖는 법이 준거법으로 지정된다는 연결원칙을 간접적으로 선언하고 있고, 국제사법 제31조 단서에서 종속적 연결을 도입한 이유도 급부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급부의 청산에서도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갖는 법이기 때문이다(석광현, 국제사법, 2003, 278면). 위와 같은 입법례에 비추어 볼 때 불법행위에 의하여 발생된 부당이득에 대한 반환청구에 대하여는 부당이득지국가보다 불법행위지국가가 보다 밀접한 국가가 되어 불법행위지국가의 법이 준거법이 된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당이득이 도메인이름의 경우에는 부당이득지가 우연적 사정에 의하여 발생되어 부당이득반환청구와 근소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3. 도메인이름 이전에 따른 이득의 발생지 도메인이전에 따른 이득의 발생지로 볼 수 있는 장소는 이전등록지, 이전받은 자가 도메인이름을 사용하여 주된 영업을 하는 장소, 이전받은 자의 소재지이다. 이중 대법원은 도메인이름을 이전받은 자의 소재지를 부당이득의 발생지로 보았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도메인이름을 이전받은 자가 미국에 소재하지만 주된 영업을 캐나다에서 수행하더라도 이득의 발생지는 미국이 된다. 이러한 결론은 부당이득지주의를 채택한 국제사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며, 심지어 모든 부당이득사건에서 이득의 발생지가 이득자의 소재지라고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결론은 부당이득지를 재화의 이전이 현실로 행해진 장소라고 보고 있는 통설과 기존의 판례에도 반한다. 오히려 도메인이름이 이전된 등록기관의 소재지가 부당이득지라고 보는 것이 좀 더 기존의 해석에 가깝다고 본다. 한편, 아이칸이 지정한 도메인이름 등록기관은 여러 곳이어서 이전받는 자가 임의로 장소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이전등록지는 우연적 사정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도메인이름을 이전받은 자의 주된 영업의 소재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도메인이름이 물리적, 지리적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장소를 기준으로 준거법을 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국경이 없는 인터넷에서 사용되고 있는 도메인이름에 대하여 부당이득지를 특정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심스러우며 이에 대하여는 입법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임채웅, 전게논문, 198-199). 결론적으로 도메인이름 이전에 따른 이득의 발생지를 특정하는 것은 난해하며 위 세 장소 중 어떠한 장소를 부당이득지로 결정하더라도 부당이득반환청구와 근소한 관련이 있을 뿐이다. 4. 결론 만일 위 대법원판례 사안에 대하여 현행 국제사법을 적용한다면 도메인이름의 이전에 따른 부당이득지를 고려할 필요 없이 불법행위지인 미국이 부당이득반환청구와 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로서 미국법이 준거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2012-01-30
국제소송에서 입증의 정도의 성질결정과 준거법
Ⅰ. 사안의 개요 한국보험회사인 피고는 윤OO과 원양통발어업용인 한국선적의 선박에 대해 선체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영국 협회기간약관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위 약관은 영국법준거약관을 두고, "해상 … 또는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의 위험"과, "선장 … 의 과실"을 부보위험 중 하나로 규정한다(제6조 제1항, 제2항 제3호). 당사자는 보험금 중 일정금액을 원고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특약을 체결했다. 위 선박은 파퓨아 뉴기니아에 정박하다가 부산항을 향해 항해하던 중 산호초 지대에서 표류한 결과 인도네시아 부근에서 침몰했다. 원고는 보험금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Ⅱ. 소송의 경과 1. 원심판결(부산고등법원 1999.4.2. 선고 97나13696 판결) 원심법원은 사고원인은 협회기간약관 제6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하고, 선장 등이 선박 출항에 앞서 선저부분에 대한 조사·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데, 이는 선박침몰의 근인 중 하나로서 위 약관 제6조 제2항 제3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했다. 원심법원은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을 전면 긍정하고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고 보고, 그 증명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로 족하다고 했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부보위험인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하고, 그 증명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로 충분하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영국법준거약관의 유효성과, 객관적 입증책임(또는 증명책임)이 보험계약의 준거법에 따른다는 점은 대법원판례에 의해 확립되었다. 여기에서는 첫째, 보험계약의 국제성과 둘째, 입증의 정도(또는 증명도)의 준거법을 다룬다. 미리 밝혀둘 것은, 국제민사소송에서 증거에 관한 다양한 문제는 절차의 문제로서 법정지법에 의한다는 점이다. 즉 증명의 대상(자백의 효력 등), 증거방법(허용되는 증거방법, 증거방법에 대한 제한, 증언거부권의 종류와 범위), 증거조사와 증거의 평가(자유심증주의 여부) 등은 법정지법에 따른다. 2. 이 사건 보험계약은 국제계약인가 국제사법상 당사자는 채권계약의 준거법을 자유로이 지정할 수 있는데 이것이 '당사자자치'의 원칙이다. 문제는 순수한 국내계약에서 당사자자치의 허용 여부인데, 국제사법은 이를 허용하지만 그 경우 국내적 강행규정은 여전히 적용된다(제25조 제4항). 이는 당연히 적용되었을 강행규정을 당사자들이 합의로써 잠탈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준거법합의(또는 그것과 관할합의/중재합의) 외에 외국적 요소가 없다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합의해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석광현, 법률신문 제3920호 참조). 이 사건에서 보험의 목적은 한국선적의 원양어업용 선박이므로 보험계약의 국제성은 애매하다. 필자는 수입중인 적하에 대한 보험계약의 국제성과, 해외 재보험계약의 체결을 위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필요성을 긍정했지만, 한국선적 선박에 대한 보험계약에서 그 소재지를 고려하여 국제성을 판단할지는 불분명하다. 필자처럼 비교적 넓게 사안의 국제성을 인정하면 몰라도, "국제사법 제1조에 비추어 … 거래 당사자의 국적·주소, 물건 소재지, 행위지, 사실발생지 등이 외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곧바로 내국법을 적용하기보다는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그 준거법을 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을 적용하여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함으로써 명문 근거가 없는 '합리성의 기준'에 의해 국제사법의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대법원 2008.1.31. 선고 2004다26454 판결의 취지를 보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건 소재지'는 국제물권법을 상정한 것이므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① 외국적 요소의 존재와 ② 합리성의 기준이라는 양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3.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 가. 입증의 정도에 관한 법계의 차이 민사소송법상 어떤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하려면 법관의 의심에 침묵을 명할 정도의 확신, 즉 '고도의 개연성'의 확신이 필요하다(실제로 법관들이 그에 따르는지는 의문이지만). 반면에 영미 민사소송에서 요구되는 통상의 입증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 또는 '우월한 개연성'이므로 법원은 원·피고 주장의 개연성을 형량하여 어느 것이 50%를 초과하면 이를 증명된 것으로 취급할 수 있다(차이의 유래는 Habscheid/호문혁(역), 서울대 법학 통권 85·86호(1991.8.), 122면 이하 참조). 나.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 문제는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이다. 독일에는 이를 절차로 보아 법정지법(lex fori)을 적용하는 절차법설과 실체로 보아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lex causae)을 적용하는 실체법설이 있다. 절차법설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증의 정도는 소송에서 법관의 지위 및 확신(또는 심증)의 형성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둘째, 독일법에서 입증의 정도는 법관의 인적(또는 내부적) 확신의 형성인데, 실체 준거법인 외국법이 다른 기준을 요구하면 독일 법관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외국법의 내용을 확정할 수 없는 경우 더욱 그렇다. 세째, 입증의 정도는 법정지법에 따르는 증거의 평가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네째, 입증의 정도에 관하여 외국법을 적용하면 외국인 원고에게 입증의 정도를 완화하게 되어 내국인 피고에게 불이익을 주고 내국인차별을 초래한다. 실체법설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증의 정도는 입증책임처럼 실체법과 상호의존적이고 실체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책임법에서 입증의 정도를 낮추면 책임범위가 확대되고 이를 높이면 축소되므로 입증의 정도는 결국 책임을 결정한다. 둘째, 어느 당사자가 부담하나라는 경직된 구조를 취하는 입증책임과 달리 입증의 정도는 여러 단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입증책임보다도 실체법에 더 밀접하다. 독일에서는 과거 절차법설이 우세했으나 근자에는 실체법설도 유력해지고 있다. 모두 일리가 있지만,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법관의 확신의 형성과 그 정도를 다른 법에 종속시키는 것은 부적절하고, 법관에게 입증의 정도를 준거법에 따르게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실제적 이유로 절차법설이 설득력이 있다(우성만, 판례연구 제18집(2007), 459면 동지). 증명의 개념을 법관의 내부적 확신의 형성으로 파악하는 민사소송법 원칙을 법치국가적 관념에 근거한 소송법상 원칙으로 보아 절차법설 취하기도 한다. 소송법에서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규율하는 사항의 범위를 너무 확대하면 국제사법이 매우 복잡하게 되어 실무로부터 외면당할 우려도 있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준거법의 함의(含意)를 모르고 외국법을 지정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외국법이 규율하는 사항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도 있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이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을 밝힌 것은 큰 의의가 있으나 타당성은 의문이고 ① 외국적 요소의 존재와 ② 합리성의 충족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우리 법원은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이 인정되면 입증책임, 사실상의 추정과 입증의 정도가 모두 영국법에 의한다고 보는 듯하다. 대상판결도 입증의 정도의 성질결정에 대한 고민 없이 너무 쉽게 영국법을 적용했다. 더욱이 보험계약의 국제성이 부정되면 영국법이 준거법이더라도 입증의 정도는 한국법에 따라야 한다. 5. 관련문제: CISG와 손해 입증의 정도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UN협약'('CISG' 또는 '협약')상 계약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손해의 발생과 범위 및 손해와 계약위반간의 인과관계 등을 입증함으로써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협약은 손해의 확실성의 정도를 명시하지 않으므로 독일 등의 유력설은 이를 손해의 입증의 정도로서 절차로 보아 법정지법을 적용한다. 그러나 협약의 기초를 이루는 일반원칙인 '합리성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Schwenzer도 동지). CISG AC 의견 No. 6과 UNIDROIT 국제상사계약원칙(제7.4.3조 제1항)도 같다. 아니면 협약의 목표인 규범통일이 위태롭다. 우리 판례는 민법상 기발생 손해와 장래 발생할 손해의 입증의 정도를 구별한다. 대법원 1992.4.28. 선고 91다29972 판결은 "장래의 얻을 수 있었을 이익에 관하여는 증명도를 과거사실에 대한 입증의 경우보다 경감하여 채권자가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을 구체적이고 확실한 이익의 증명이 아니라 합리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이익의 증명으로 족하다"고 함으로써 채권자를 위해 일실이익의 입증의 정도를 완화했다(매매계약의 준거법은 한국법이었던 듯하다). 법원이 협약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도 같은 구별을 할지는 불분명하다. 협약 자체로부터 합리적 확실성의 기준을 도출하지 않는다면 이는 성질결정에 의해 좌우된다. 대상판결처럼 실체법설을 따르면 입증의 정도는 매매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에 의하게 되어 법원에 부담스럽다(우리 법원이 다룬 사건에는 보충적 준거법이 중국법, 캘리포니아주법, 퀸즐랜드주법, 스페인법과 싱가포르법인 사건이 있다). 반면에 절차법설은 매매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에 관계없이 대법원판결의 법리를 따를 수 있으므로 법원의 부담을 덜어 준다.
2011-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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