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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사건
개성공단 투자기업, 개성공단 전면중단조치 심판청구
1. 들어가며 헌법재판소는 2022년 1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통령의 개성공단 운영 전면중단 결정과 통일부장관의 개성공단 철수계획 마련, 관련 기업인들에 대한 통보, 개성공단 전면중단 성명 발표 및 집행 등 일련의 행위로 이루어진 개성공단 운영 전면중단 조치에 대한 개성공단 투자기업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결정(2016헌마364 개성공단 전면중단조치 위헌확인)을 하였다. 2. 사건개요 2016년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같은 해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대통령은 2016년 2월 8일 피청구인 통일부장관에게 개성공단 철수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2016년 2월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개성공단의 운영을 즉시 전면중단하기로 결정하였다. 통일부장관은 개성공단에서의 철수를 위한 세부계획을 마련하고, 2016년 2월 10일 14:00 개최된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 소속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운영 중단 결정과 배경 등을 설명하면서, 그 세부조치로서 ① 2016년 2월 11일부터 개성공단 내 공장 가동, 영업소 운영 전면중단, ② 2016년 2월 11일부터 사흘간 개성공단 출입 최소화 및 현지 체류 남한 주민 전원 복귀를 각각 지시하였고, ③ 이후 개성공단 방문승인을 불허할 방침임을 통보하였다. 그리고 2016년 2월 10일 17:00 개성공단 전면중단 성명을 발표하였다. 북한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16월 2월 11일 17:00경 개성공단 내 남한 주민 전원 추방 및 자산 전면동결조치를 발표하였으며, 당시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우리 기업인, 근로자 등 인원 280여 명은 같은 날 23:00경까지 전원 남한으로 복귀하였고, 이후 개성공단에서의 공장가동 등 협력사업은 모두 중단되었다. 3. 결정의 요지 이 사건 중단조치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조치로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남북교류협력법 제18조(조정명령) 제1항 제2호, 제9조 제1항(남북한 방문),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관한 헌법 제10조, 대통령의 권한에 관한 헌법 제66조, 정부조직법 제11조, 개성공업지구지원법 제15조의3(신변안전정보의 통지)등이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적법절차원칙,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배척하였다. 4. 평석 (1) 이 사건 중단조치는 긴급재정경제처분으로 보아야 함 헌법 제76조 제1항은 긴급재정경제처분권을 두고 있는바, 긴급재정경제처분은 상위의 근거법률이 없어서 일반적인 행정처분으로 대처할 수 없는 경우이거나 국회의 의결을 거쳐 집행해야 할 재정적인 조치를 국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긴급하게 조치하여야 할 경우에 발하는 긴급행정처분이다. 긴급재정경제처분을 발하려면 실질적 요건으로 중대성, 필요성, 긴급성, 보충성이 있어야 한다. 절차적 요건으로는 국무회의 심의, 국무총리와 관계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 지체없이 국회 보고하여 승인을 얻을 것, 지체없는 공포 등이 있다. 이에 대하여는 사전(국무회의 심의)과 사후(국회, 헌법재판소, 법원) 통제가 가능하다. 이 사건 중단조치는 남북교류협력법이나 개성공업지구지원법이 예정하지 않은 전면중단조치이므로, 긴급재정경제처분의 형식으로 행해지는 것이 법리에 맞는 것으로 보인다. 긴급재정경제처분이 아니라고 본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다. 한편 남북교류협력법 제18조는 "통일부장관은…협력사업을 하는 자에게 협력사업의 내용·조건 또는 승인의 유효기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조정을 명할 수 있다."고 하고, 시행령 제30조는 "조정을 명할 때에는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당시의 상황이 조정명령 발령사유인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를 위한 국제적 합의에 이바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이 사건 중단조치가 조정명령이라고 본 판단과 조정명령이라 할 경우에 그 명령을 발령할 때 취해야 할 절차를 준수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동의할 수 없다. 통상의 행정처분은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주는 처분일 경우에 청문절차를 거치게 되며, 행정처분이 행해진 경우에도 상대방이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하거나 집행정지신청을 할 기회가 부여된다. 그런데 이 사건 중단조치는 행정절차법상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처분 후 불복절차를 허용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서 통상의 행정처분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문서로 된 처분서도 없었다. 또한 법률 문언을 보더라도 이 사건 중단조치를 조정명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조정명령은 승인을 받은 개별 협력사업에 대해, 그 내용, 조건, 유효기간 등 세부사항에 관하여, 필요한 '조정'을 '명령'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조치는 공장가동을 즉시 전면중단하는 것으로서 동법이 예정한 '조정명령'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결국 이 사건 조치는 조정명령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다른 법률에도 근거가 없는 바, 이건 처분은 긴급재정경제처분이라 할 것이다. (2) 정상화 합의서는 신뢰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으로 볼 수 있음 2013년 8월 14일 채택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에는 "남과 북은 통행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행정청의 행위에 대하여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여야 한다. 신뢰보호원칙은 행정처분이 적법한 경우에도 그 사건에서 예외를 인정하기 위한 주장이다. 이때 공적인 견해표명은 법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신뢰보호원칙은 청구인의 마지막 주장이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정상화합의서가 국회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근거로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으로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때의 공적인 견해표명은 반드시 국회동의를 거친 법적 구속력 있는 의견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며, 남북관계에서 남북한 당국의 합의가 가장 강력한 공적인 견해표명인데 이를 존중하지 않은 채 사적 위험부담의 영역이라고 내쳐버린다면 국가의 역할은 도대체 무엇인지, 개성공단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개성공업지구지원법까지 제정한 남한 정부의 의도는 또 무엇인지 의문스럽다. 위 정상화합의서에 이른 경위를 보면, 어떤 도발이 있더라도 그로 인하여 공단운영의 일시적 부분적 제한을 넘어 이 사건과 같이 전면적 중단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개성공단을 설립하여 운영하기 위하여 남북한이 각자 법률을 제정하였고, 남한은 기반시설 조성을 위하여 재정을 투입하였던 사정을 종합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런 제반사정을 살펴보면 현지기업의 개성공단진출은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신뢰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것이다. 또한 남북한 정부 당국이 합의한 합의서의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면 도대체 남북경협에서 신뢰할 수 있는 견해표명은 무엇일지 상상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의 이 판단은 장래 남북경협 재개시 투자유치에도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향후 남북경협재개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신뢰를 쌓아나가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 당면하였다. 5. 나가며 헌법재판소는 북한과 관련된 정부 조치는 목적의 정당성이 있으면 절차적인 부분은 행정청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의견은 기왕에 헌법재판소가 선례로 구축한 적법절차 준수 원칙에서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전원일치로 결론이 났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헌법재판관의 구성이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장래에도 유사한 판단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향후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 재추진 과정에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입법적 조치로 사업중단 및 보상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기상황 발생에 대해 단계별로 통지하고 대응조치 수준을 달리하는 등의 세분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남북경협의 역사를 살펴볼 때 기본법인 남북교류협력법은 개별적인 협력사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특정지역이나 경제특구 단위를 전체적으로 중단하는 포괄적인 조치에 대한 제도나 법률 규정은 미비하다. 개성공단 중단, 금강산 관광 중단, 5·24조치 등 개별기업이나 특정 사건의 범위를 넘어서는 포괄적인 조치가 다수 행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조치를 할 요건과 효과를 명확히 법률로 규정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현행법에는 특정 공단이나 특정 지역에 대한 사업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의 법률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중단조치시의 투자자 보호조치도 미흡하다. 나아가 중단된 사업의 재개조치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 사건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법률로 중단조치의 요건과 절차, 보상규정, 재개절차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논의하자. 권은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개성공단
박근혜
권은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2022-04-04
자기관련성 요건 충족 여부 판단에서의 반사적 이익
Ⅰ. 들어가며 필자는 그동안 세계헌법대회(2018년 서울) 조직위원장 활동, 교과서('신헌법입문', '헌법학', '헌법재판요론'), 학술서적('기본권총론', '국가권력규범론', '헌법재판론') 출간 등으로 평석발표활동이 부득이 미루어지다가 법률신문을 통해 본격 재개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저술활동 등에 쏟은 지난 시간이 소중하고 값진 것이지만 판례평석작업이 법리발달에 기여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법학자로서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평석의 다양한 패러다임을 시도해 보는, 예를 들어 한 결정에서 많은 쟁점들 중 하나의 법리적 쟁점을 두고 집중하여 다루는 평석도 의미있다고 본다. 이는 실무에서 판단논증을 보다 더 정교히 하게 하는 발전을 도모하는 집약적 평석 효과를 거두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하 평석도 그러한 방향성을 띤 것이다. Ⅱ. 평석의 대상과 취지 분석대상의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2021년 6월 24일 선고한 2020헌마651결정인데, 여기서는 이 결정에 대해 본안판단에 대한 평가는 접어두고 청구요건인 자기관련성이 청구인 이용자들에게 없다고 본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대해서만 집중해서 살펴본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라고도 함)는 자기관련성 요건 충족 여부 판단에서 반사적 이익이라서 부정된다는 판시를 하곤 하여 의아스럽게 하였는데 바로 이 결정에서도 그러하였다. 그래서 판례가 혼란을 보여주는 반사적 이익의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살펴보고자 한다. Ⅲ. 사건개요와 심판대상 사건은 논란이 많았던 사안으로, 승합자동차의 모빌리티 서비스(운전자의 알선 포함 승합자동차 대여 서비스)사업을 제한(운전자 알선이, 관광목적으로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경우로 대여시간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 또는 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인 경우로 한정하여 인정되고 그 외 경우에는 금지)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2020. 4. 7. 법률 제17234호로 개정된 것) 제34조 제2항 단서 제1호 '바'목 해당 규정에 대하여 그 사업을 수행하는 회사, 그 회사 직원들, 그 서비스 운전자들, 그 서비스 이용자들이 2020년 5월 1일 청구한 헌법소원사건이다. Ⅳ. 결정요지, 해당 각하결정 이유 헌재는 먼저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으로 위 이용자들(이하 '청구인 이용자들')의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부적법하다고 하여 각하하였다. 헌재는 그 이유로 그들이 이전에 위 제한 없이 운전자 알선 포함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자동차 대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영업 방식을 규율하는 법적 여건에 따른 반사적 이익 내지 사실상 혜택에 따른 것이므로 법적 여건의 변화로 그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반사적 이익의 축소 내지 사실적인 불편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청구인…이용자들의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라고 판시하였다. 바로 이 부분이 필자가 평석할 주대상이다. 이어 회사의 청구 부분에 대해 본안으로, 1.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2.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였는지 여부, 3.신뢰보호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였는데 모두 그 준수를 인정하여 합헌성인정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결정을 하였다. Ⅴ. 평석 - 청구인 이용자에 대한 판단 부분 1. 반사적 이익과 자기관련성 헌재는 청구인 이용자들의 위 불이익은 '반사적 이익의 축소 내지 사실적인 불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자기관련성을 부정하였다. 따라서 이에 관해서는 다음의 두 법리를 살피는 것이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1) 첫째, 반사적 이익의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흔히 반사적 이익이란 개인적 공권이 아닌, 권리성을 가지지 않는 이익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반사적 이익이라고 한다면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권(이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헌법이 보호하는'이란 말없이 그냥 '기본권'이라고도 함)의 문제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2) 둘째, 자기관련성의 개념이다. 기본권침해(제한)의 자기관련성이란 어떤 특정의 기본권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본인 자신에게 침해되는 것을 말한다. 기본권의 제한을 가져오는 공권력행사나 불행사가 향해지고 영향을 미치는 대상, 객체가(기본권제한의 효과가 귀속되는 주체가) 청구인 본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2. 모순성 반사적 이익인지 여부는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권이 존재하는지 여부의 문제이고 기본권침해(제한)의 자기관련성은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권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침해(제한)되면 그 침해가 청구인 자신에게 그 효과가 발생하는 것인지 하는 문제이므로 양자는 별개의 것이다. 따라서 반사적 이익이라고 보면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권이 아니라서 기본권침해가능성이 아예 없어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부정되는 이유로 반사적 이익임을 내세우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결국 반사적 이익이라고 하면서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반사적 이익 문제는 기본권침해의 관련성요건과 별개로 요구되는 청구요건인 '기본권침해의 존재(가능성)' 문제이다. 반면 자기관련성이란 제한이 가해지는 바로 그 사람 자신에게 제한효과가 오고 귀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필자는 그리하여 자기성(자기귀속성)이 자기관련성의 핵심이라고 한다. 필자는 반사적 불이익이라고 헌재가 판단한다면 그것은 기본권의 침해가 아니어서 침해가능성 요건의 결여로 보아야 하고 자기관련성 요건의 결여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정재황, 헌법재판론, 제2판, 박영사, 2021, 925면, 951-952면; 정재황, 헌법재판요론, 박영사, 2021, 244면). 헌재가 반사적 이익이라고 보아 기본권침해가능성이 없다고 제대로 구분한 결정례들(예를 들어 헌재 1999. 11. 25. 99헌마163; 2000. 1. 27. 99헌마660; 2008. 2. 28. 2006헌마582)이 있으나 반사적 이익, 사실적 이해관계라고 본 뒤 자기관련성이 없다고 각하한 모순적인 결정들을 보여주었다(예를 들어, ① 헌재 2017. 12. 28. 2015헌마997. [판시] LPG 연료 사용가능 자동차 범위를 제한하는 시행규칙조항에 대하여 LPG자동차로 개조하는 사업체 직원, LPG충전소 사업자가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에서 따라 간접적, 사실적, 경제적 이해관계만을 가질 뿐이므로 자기관련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② 헌재 2006. 10. 26. 2004헌마13. [판시] 국가의 유아에 대한 사립유치원 교육비지원은 사립유치원 경영자가 얻게 되는 반사적이고 간접적인 이익에 불과하므로, 그 상한 이상 지원하지 않은 행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3. 검토사항 반사적 이익이라고 본 헌재의 판단을 일단 그대로 두고 논증의 정연성을 보기로 했지만 사실 반사적 이익인지 여부의 판단기준이 문제된다. 전통적 설명에 따르면 반사적 이익인지 여부의 구분기준이 법이 그 이익을 개인의 이익으로서 법적으로 보호해주려는 의도를 가진 것인지 여부에 두고 그런 의도가 없는 이익이 반사적 이익이라는 것이다. 본 사안에서 청구인 이용자들이 입은 불이익을 반사적인 것으로 보는 논증을 청구인 회사에도 그대로 적용하면 위 서비스 사업을 제한하는 것이 청구인 회사에게도 반사적 이익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이제까지 그러한 규제가 없어서 그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 그 이익은 규제가 없다는, 법적 여건에 따른, 반사적 이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용자의 경우에도 서비스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한다면 쉽사리 반사적 이익이라고만 할 것인지 의문이다. 앞으로 연구과제이다. 4. 논증의 치밀성의 필요성 사실 위 3.에서 지적한 문제는 별도로 따져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번 평석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어떠한 구분기준에 따를 것인지, 또 반사적 이익으로 볼 것인지 하는 판단 자체에 대한 평가는 일단 접어둔다(위 판시에서 이에 대한 설시도 그리 많지 않다). 그리하여 헌재가 반사적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침해되는 기본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아예 기본권의 제한이라는 문제가 나온다고 볼 수 없고 기본권 제한의 자기관련성이라는 별개의 문제에 연결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는 논증상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Ⅵ. 결어 본고에서는 평석을 위와 같이 한정하긴 했지만 본 사안은 근본적으로 공권, 기본권이 무엇인가 하는 기초적인 질문을 하게 하고(기본권의 공권성에 대한 근본적 검토 등에 대해서는 정재황, 헌법학, 2021, 428면 이하 참조) 반사적 이익의 개념, 판단기준 등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헌법재판법리가 절차법적인 것이나 기본권보장의 보루이므로 그 법리의 적용에 있어서 논증이 보다 더 정확하고 치밀하게 이루어짐으로써 국민의 기본권보장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 법리의 정교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재황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정재황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2022-03-28
형사일반
‘원격의료’ 규정은 원격의료를 금지하는가
1. 시작하며 원격의료는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온 문제이고, 최근에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그에 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원격의료에 관련해서는 의료법 제17조 및 제17조의2와 의료법 제34조가 주로 문제 된다. 의료법 제17조와 제17조의2는 의료인이 환자를 '직접 진찰'한 후 진단서, 처방전 등을 작성해야 한다는 규정(이하 '직접진찰 규정'이라고 함)이고, 의료법 제34조는 '원격의료'에 관한 규정(이하 '원격의료 규정'이라고 함)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원격의료와 관련하여 의사가 전화로 환자를 진찰한 후 처방전 등을 발행한 사례가 주로 문제 되었다. 수사기관은 이러한 비대면진찰에 대해서 직접진찰 규정 위반으로 기소하였고, 헌법재판소 역시 2012. 3. 29. 선고 2010헌바83 결정에서 '직접 진찰'은 '대면 진찰'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이 2013. 4. 11. 선고 2010도1388 판결에서 '직접 진찰'이 '대면 진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자, 이후 검찰은 유사 사례에서 적용 법조를 변경하여 원격의료 규정 위반으로 기소하였고, 대법원은 2020. 11. 5. 선고 2015도13830 판결에서 의료인이 전화를 이용하여 원격지 환자를 상대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판시하였다. 이하에서는 위 2020년 대법원 판결 내용을 중심으로 원격의료 규정의 해석과 관련한 쟁점을 짚어 보기로 한다. 2. 원격의료 규정에 대한 해석상의 논란 원격의료 규정은 2002년 개정 의료법에서 처음 도입되었다. 현행 의료법 제34조에 따르면, 의료인은 제33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를 할 수 있고(제1항), 원격의료를 행하거나 받으려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시설과 장비를 갖추어야 하며(제2항), 원격의료를 하는 자는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료하는 경우와 같은 책임을 진다(제3항). 그리고, 의료법 제33조 제1항은 의료인으로 하여금 각호의 예외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한 개설된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해석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의료법 제34조에 의해서 의료인과 환자 간의 원격의료가 전면 금지되는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형벌법규는 죄형법정주의원칙에 따라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고,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의료법 제34조의 제목은 '원격의료'로 되어 있으나, 실제 그 내용은 의료인 간의 원격자문에 관한 것이다. 또한, 의료법 제34조 제1항은 제33조 제1항에 대한 예외로 되어 있는데, 의료법 제33조 제1항은 의료업 수행에 관한 장소적 제한 규정이지 의료인의 진료방식에 관한 것은 아니다. 그에 따라, 이러한 규정만으로는 의료인과 환자 간의 원격의료가 금지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둘째, 의료인이 개설된 의료기관 내에서 원격지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하였을 경우에도 처벌대상이 되는지에 관해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 특히, 대형 의료기관의 경우와 같이 의료인이 의료기관 내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원격검사 또는 원격모니터링)를 수행할 경우에는 더욱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의료법 제33조 제1항은 "의료인은…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의료인으로 하여금 개설된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수행하라는 의미이지, 진료의 방식을 '대면 진료'로 제한하는 규정은 아니다. 또한, 위 규정만으로 환자에게 의료기관 방문의무를 부담시킬 수는 없고, 의료법 어디에도 의료인으로 하여금 환자를 의료기관에 방문하도록 권유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셋째,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서는 의료기관 내 진료원칙에 대한 예외를 두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제1호('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제2호('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 제3호('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요청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진료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가?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의료의 대부분은 환자측의 요청이나 공익적 필요에 의해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은 앞으로도 상당한 논쟁이 될 수 있다. 3. 대법원의 판단 한의사가 전화를 통해 원격지 환자를 진찰하고 한약을 처방한 사안에서, 대법원 2020. 11. 5. 선고 2015도13830 판결은, "의료인이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행하는 의료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위반되는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그 이유로, 1) 의료법 제34조 제1항이 의료인이 원격지에서 행하는 의료행위를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예외로 보면서, 이를 의료인 대 의료인의 행위로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는 점, 2) 현재의 의료기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의료인이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행할 경우, 일반적인 의료행위와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부적정한 의료행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국민의 보건위생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고 있다. 또한, 위 사건에서 원심(의정부지방법원 2015. 8. 28. 선고 2014노2790 판결)은, 피고인이 환자의 요청으로 전화로 환자를 진료하였더라도, 이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도 정당하다고 하였다. 위 대법원 판결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의료법 제34조 제1항 및 제33조 제1항의 해석상 의료인과 환자 간 전화를 통한 원격의료는 의료법에 위반된다. 2) 의료인이 개설된 의료기관 내에서 원격지 환자를 진료하더라도 처벌대상에 해당된다. 3) 환자 측의 요청에 따라 원격진료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의료법 제33조 제1항 위반에 해당된다. 4.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위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 대법원이 원격의료의 허용 여부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였다고 하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견해도 있다(백경희, '전화를 활용한 진료의 허용 가능성에 관한 고찰', 2021. 8. 9.자 법률신문).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언급한 해석상의 논란은 쉽게 정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석상 상당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문제임에도 구체적인 논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결론을 도출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판결 내용에 있어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 첫째, 원격의료 규정의 입법취지와 그 배경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였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2002년 입법 당시의 법률안 심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당시 입법자는 구 의료법 제18조(현재의 직접진찰 규정) 해석상 원격의료가 금지된다고 보고(이러한 해석은 당시 대법원의 입장과는 배치된다), 이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기 위하여 원격의료 규정을 도입한 것이지, 원격의료를 전면 금지하기 위하여 규정을 신설한 것이 아니었다. 둘째,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의료는 의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환자측의 요청에 따라 원격진료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는데, 이러한 판단은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문언에 반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또한, 제33조 제1항 각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예외사유가 '특별한 사정'에 해당되지 아니한다면 과연 어떤 사유가 그에 해당할지 분명하지 않다. 셋째, 원격의료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일관되지 아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직접진찰 규정의 해석에 관한 2013. 4. 11. 선고 2010도1388 판결에서 대법원은 원격의료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더니, 위 사건에서는 그와 반대되는 평가를 하고 있다. 다만, 위 대법원 판결의 법리가 전화를 이용한 원격의료의 경우에만 적용되는지, 아니면 그 외에 다른 정보통신수단을 통한 원격의료 전반에 그대로 통용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추가 연구와 활발한 토론을 기대해 본다. 현두륜 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전화진료
원격의료
의료법
현두륜 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2022-02-28
가사·상속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처분권주의
1. 사실관계 및 대법원의 판단 사건본인의 장남인 청구인은 사건본인이 1997년경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사건본인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었고, 참가인은 2002년경부터 사건본인을 간병하며 동거해오다가 2018년 혼인신고를 하였다. 사건본인은 2018년 11월경 혈관성 치매 등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였고, 참가인은 사건본인과의 혼인신고와 2019년경 사건본인 소유의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시도하는 등의 문제로 사건본인의 자녀들과 갈등이 있었다. 청구인은 사건본인에 대한 성년후견의 개시와 자녀들을 성년후견인으로 선임할 것을 청구하였으나 제1심 법원은 한정후견을 개시하고 법무사를 한정후견인으로 선임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사건본인의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어 한정후견이 아닌 성년후견이 개시되어야 한다며 항고하였고, 사건본인은 후견개시가 불필요하고 후견이 개시되더라도 참가인이 후견인으로 선임되어야 한다며 항고하였다. 원심은 사건본인에 대한 정신감정 없이, 조사 결과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사건본인의 사무처리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청구인과 사건본인의 각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민법이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을 구별하여 개시 요건과 청구권자 등을 개별적으로 정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의 요건 중 '사무처리 능력의 지속적 결여'와 '사무처리 능력의 부족'은 정도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에 관한 심판 절차는 가사비송사건이므로 가정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후견적 입장에서 합목적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개시의 청구가 있는 경우 가정법원은 청구취지와 원인, 본인의 의사, 성년후견제도의 목적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절차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청구인이 성년후견의 개시를 청구하고 있더라도 필요하다면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 있고, 한정후견의 개시를 청구한 사건에서도 감정 결과 등에 비추어 성년후견 개시의 요건을 충족하고 본인도 성년후견의 개시를 희망한다면 법원이 성년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 가사비송사건과 처분권주의 소송물에 대한 당사자의 결정권을 보장하는 처분권주의는 절차의 개시, 심판의 대상과 범위, 절차의 종결을 당사자의 의사에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변론주의는 변론에서 재판의 기초가 되는 내용을 당사자가 제출하도록 하는 소송자료 수집에 관한 것으로, 소송물 결정에 관한 처분권주의와 개념을 구별해야 한다. 변론주의와 대비되는 원칙인 직권탐지주의와 처분권주의는 양립 가능한 것이므로,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된다고 해서 처분권주의가 바로 제한된다고 볼 수는 없다.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법원이 청구권자의 청구와 무관하게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는 결정은 당사자가 청구한 대상과 다른 대상에 관하여 판단하는 것으로 법원의 판단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고, 가사비송사건에도 적용되는 처분권주의의 제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 성년후견개시심판을 비롯한 성년후견제도 관련 사건은 라류 가사비송 사건이지만 법원의 후견개시 심판의 경우 실무상 청구권자 사이의 대립과 청구권자와 사건본인과의 대립양상이 많이 있어 청구인과 관계인 사이의 다툼이 존재하기 때문에 처분권주의를 보장하여 당사자와 이해관계인이 불측의 판결을 받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3.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한정후견 개시 성년후견개시심판과 한정후견개시심판은 실체법상 별개의 청구에 해당하여 소송물이 다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 소송물의 동일성에 관한 판단기준에는 구실체법설(구소송물이론), 소송법설(신소송물이론), 신실체법설 등 여러 견해가 있으나, 판례는 실체법상의 적용법조가 달라지면 그 권리관계를 소송물로 보아 청구를 달리 보고 있다. 성년후견개시심판(민법 제9조)과 한정후견개시심판(민법 제12조)은 실체법상 별개의 청구에 해당하고, 성년후견개시심판은 가사소송법 제2조 제2호 가목 1)에, 한정후견개시심판은 동법 제2조 제2호 가목 1)의3에 규정된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 실체법이나 소송법상으로 각각 소송물이 다른 별개의 청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성년후견의 개시를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직권으로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개정 전 민법의 행위무능력 제도에서는 재산관리와 거래 안전에만 목적을 두고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들을 일률적으로 행위능력을 박탈하거나 제한하였지만, 성년후견제도는 이러한 획일적인 행위무능력 제도를 개선하기 위하여 여러 후견유형을 인정하여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게 입법하였다. 잔존능력의 활용, 본인 의사의 존중, 정상화의 원칙, 필요성과 보충성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여 성년후견제도를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으로 나누어서 피성년후견인에게 적절한 후견을 개시하도록 한 것이다. 대상판결과 같이 청구인이 성년후견 개시를 청구하였으나 법원이 직권탐지주의에 의한 사실조사 등의 심리 결과 성년후견개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거나 법원이 후견적 입장에서 한정후견을 개시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심리에서 석명 등을 통하여 청구인이 청구취지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해서 한정후견의 개시가 필요함에도 청구인이 청구취지 변경에 응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법원은 직권으로 한정후견개시 결정을 하기보다는 청구를 기각해야 할 것이다. 4. 한정후견개시심판에서 성년후견 개시 대상판결에서는 한정후견의 개시를 청구한 사건에서도 성년후견 개시의 요건을 충족하고 본인도 성년후견의 개시를 희망한다면 법원이 성년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한정후견의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과 성년후견의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은 대상판결의 판시와 같이 정도의 차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사무처리 능력을 가진 본인을 상정한 것이다. 후견이 개시될 경우 피성년후견인은 행위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반면 피한정후견인은 원칙적으로 행위능력이 인정되고, 성년후견인은 포괄적인 법정대리권을 가지게 되지만 한정후견인은 동의권을 행사하며 지정된 범위에서 대리권을 행사한다. 이처럼 한정후견제도는 단순히 성년후견제도와 사무처리 능력 정도의 양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을 가진 별개의 제도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에서 한정후견개시의 심판을 하는 경우보다 한정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성년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은 특히 경계하여야 한다.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된 취지가 본인의 잔존 의사능력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을 때, 사건본인의 의사결정능력을 대체하는 성년후견의 개시는 당사자의 청구가 있는 경우에도 직권 탐지를 통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청구권자가 한정후견개시의 심판을 청구하였는데 성년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을 하는 것은 당사자가 청구한 대상과 다른 대상에 대하여 판단하는 것으로 판단 범위를 넘어서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건본인이 필요 이상으로 행위능력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잔존능력을 활용하도록 하는 성년후견제도의 이념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특히 사건본인이 청구인일 경우에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5. 맺음말 성년후견제도의 목적은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평등하게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성년후견제도는 성년후견인이 본인의 의사결정을 대체하여 결정하는 것이 아닌, 본인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본인의 의사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이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완전하고 동등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법적 능력을 인정하고, 장애인이 법적 능력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한국의 성년후견제도가 피성년후견인의 신상과 재산에 관하여 성년후견인이 결정하도록 허용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그러한 성년후견제도는 협약 제12조의 규정에 반하는 것이므로 우리의 성년후견제도와 같은 의사결정대행 제도에서 의사결정지원 제도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기도 하였다. 성년후견개시심판은 사건본인의 행위능력을 대체하여 성년후견인이 재산 관계 뿐만 아니라 신상에 관한 결정까지 하게 되는 것으로 피성년후견인의 기본적 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재판이고, 청구인에게도 신분 관계 및 상속 등 재산 관계에 대하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절차의 개시와 법원의 판단 범위는 소를 제기한 당사자의 처분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법원의 직권조사에도 당사자의 의견진술권을 보장하는 가사소송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직권조사에 관하여도 당사자에 대한 절차보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상판결의 내용이 앞으로 법원이 당사자가 신청한 후견제도의 종류 및 실체법상 청구권자와 무관하게 직권으로 성년후견을 개시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진숙 변호사(서울대 공익법률센터)
성년후견
한정후견
자기결정권
오진숙 변호사(서울대 공익법률센터)
2022-01-10
금융·보험
형사일반
수표배서위조의 처벌에 관한 적용법조
Ⅰ. 사실관계 피고인 A는 경기 수원 등지에 사무실을 마련하여 어음수표할인 방식의 사채업을 영위하던 중, 영업부진으로 인하여 의뢰인들에게 할인금을 제대로 지급해 주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자신이 거래하던 상호저축은행에 할인 의뢰한 어음수표의 지급일이 일부 도래하거나 순차 도래할 무렵, B로부터 견질용으로 받은 당좌수표 1장의 배서인란에 2002년 8월 27일경 임의로 '수원시(주소), 2002년 5월 16일 B'라고 기재하여 수표를 위조한 후 이를 C에게 제시하여 행사하였다. Ⅱ. 소송의 경과 1. 제1심과 제2심 제1심(의정부지법 고양지원 2019. 1. 3. 선고 2018고단870 판결)은 부정수표단속법(이하 '동법') 제5조와 제1조 그리고 유가증권의 발행에 관련한 위조와 발행된 유가증권에 대한 배서 등 유가증권의 권리·의무에 관한 기재의 위조를 구별하고 있는 형법 제214조 제1항과 제2항의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보면 동법 제5조에서 정한 수표의 '위조'는 타인명의를 모용한 수표발행만을 의미할 뿐, 수표배서위조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검사는 이 판결에 대하여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항소하였다. 제2심(의정부지법 2019. 7. 25. 선고 2019노119 판결)은 수표배서도 수표의 지급가능성과 관련하여 중요한 증권행위로 진정성을 보호받아야 하는 행위이고, 동법 제2조에서도 부정수표를 발행하거나 작성한 자를 죄의 주체로 하고 있어 반드시 발행한 자만을 처벌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되며, 동법 5조에서 기본적·부수적 증권행위를 나누어 규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위조'의 문언상 권한 없는 자가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이면 위조라고 할 수 있으므로, 형법 제214조가 유가증권의 발행행위와 부수적 증권행위의 위조를 구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이유로 해서 타인의 자격을 모용한 수표배서위조를 동법 제5조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피고인은 이 판결에 대하여 동법 제5조의 수표위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상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동법 제1조, 제5조의 규정내용에 관하여 제1심과 같은 취지로 해석을 하면서, 덧붙여 제2심의 판시내용과 관련하여 "동법 제2조에서 처벌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부정수표를 작성한 자는 수표용지에 수표의 기본요건을 작성한 자라고 보아야 하므로(대법원 1988. 8. 9. 선고 87도2555 판결), 동법 제2조도 부정수표 발행을 규율하는 조항이라고 해석된다. 동법 제5조는 수표의 위조·변조행위에 관하여 범죄성립요건을 완화하여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인 '행사할 목적'을 요구하지 않는 한편, 형법 제214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하는 다른 유가증권위조·변조행위보다 그 형을 가중하여 처벌하는 규정이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10100 판결). 형법 제214조에서 발행에 관한 위조·변조는 대상을 '유가증권'으로, 배서 등에 관한 위조·변조는 대상을 '유가증권의 권리의무에 관한 기재'로 구분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동법 제5조는 위조·변조 대상을 '수표'라고만 표현하고 있다. 동법 제5조는 유가증권에 관한 형법 제214조 제1항 위반행위를 가중처벌하려는 규정이므로, 그 처벌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동법 제5조에서 처벌하는 행위는 수표의 발행에 관한 위조·변조를 말하고, 수표의 배서를 위조·변조한 경우에는 수표의 권리의무에 관한 기재를 위조·변조한 것으로서, 형법 제214조 제2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동법 제5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Ⅲ. 평석 1. 수표발행의 의미 동법의 규정체계가 형법상 '유가증권에 관한 죄'와 상이하여 수표배서위조의 처벌에 관한 적용법조를 정함에 있어서 각심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에서는 동법 제5조를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에 토대하여 결론을 도출하면서, 동법 제1조, 제2조도 수표의 '발행'에 관한 규정이라는 점에 법리적 논거를 두고 있다. 대법원의 입장은 가명으로 수표에 배서한 경우에 관하여 동법 제5조가 아닌 형법상 유가증권위조죄의 성부를 문제 삼은 종전의 예(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도527 판결)와 본고의 논점과 관련해서는 같은 취지라고 볼 수 있다. 대법원에서는 특히 동법 제2조의 성격을 제2심과 달리 파악하고 있는데, 이는 동법 제1, 2, 5조를 모두 일관되게 '발행'에 관한 것으로 보아 제1조의 '목적'에 부합되게 파악하려는 취지인 듯하다. 제1조는 수표의 유통증권으로서의 기능을 해하는 가장 대표적인 범죄유형인 '부정수표발행' 일반을 염두에 둔 '목적'규정이고, 그 취지에 따라 제2조에서 그에 관한 처벌규정을 둔 것이며, 제5조는 그보다 형이 훨씬 무거운 '수표위조'를 처벌하는 특별규정이다. 즉 개별 형사특별법의 입법구조상 제1조 '목적'규정을 다른 조문과 대등한 차원에서 개별적·구체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파악함은 부적절한 해석이다. 동법상 '수표발행'은 수표용지에 수표의 기본요건을 작성하여 상대방에 교부하는 행위를 가리킬 뿐이지(대법원 2000. 9. 5. 선고 2000도2840 판결; 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7도727 판결), 그것을 기본적 증권행위로서의 '발행'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보기는 어렵다. 형법에서도 유가증권의 '발행', '배서'의 위조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동법 제5조가 수표의 '발행', '배서'의 위조를 동일한 죄명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보는 데 무리는 없다. 2. 수표위조죄의 해석에 있어서 체계정합성 동법 제2조 제1항과 제5조, 형법 제214조 제1항과 제2항은 각 행위유형의 '불법'의 경중에 근거하여 법정형을 차등 규정하고 있다. 동법 제2조 제1항, 형법 제214조 제1항과 제2항, 동법 제5조의 순서로 차츰 더 중한 형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태도에 비추어 보면, 동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가공인물명의 발행'은 행위의 외형상으로는 '위조'와 유사하나 양자는 구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발행인이 가명 등 가공인물명의를 거래상 자기를 표시하는 명칭으로 사용하였더라도, 그 명칭이 발행인을 지칭하는 것으로 상대방에게 인식되어온 경우에는 거래 관련자가 수표발행인의 동일성을 오신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동법이나 형법의) '위조'는 성립하지 않지만(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도527 판결), 동법상 '부정수표 발행'에는 해당된다. 즉 가공인물명의가 거래상 발행인을 지칭하는 것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경우의 발행은 '위조'에 해당하고, 그렇게 인식되는 경우에 있어서 가공인물명의 발행은 동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부정(수표)발행'으로 보아야 한다. 동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가공인물명의 발행'을 포함하여 동조항의 '부정수표발행'의 세 유형은 수표의 무형위조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법정형도 형법상 허위공문서작성죄(제227조)와 (허위사문서작성인) 허위진단서 등 작성죄(제233조)의 중간 수준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동법 제2조 제1항에서는 발행인이 수표의 기본요건을 기재-작성함으로써 부정수표를 만들어 상대방에게 교부한 '발행'과 상대방에게 교부되지 않은 단계의 '작성'을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고 있다. 동법 제5조에서는 '행사할 목적' 유무를 불문하고 수표의 위조를 처벌하고, 형법 제214조 제1항과 제2항은 '행사할 목적'으로 행한 유가증권 일반에 관한 발행-배서 등 위조를 처벌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따르면, '행사할 목적' 없는 수표의 '발행'위조는 동법 제5조의 적용을 받게 되지만, '행사할 목적' 없는 수표의 '배서'위조는 ('발행'이 아니므로) 동법 제5조의 적용대상이 되지 못할뿐더러 ('행사할 목적'이 없으므로) 형법 제214조 제2항의 적용대상도 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행사할 목적' 없는 수표의 '배서'위조는 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지 못한다. 동법 제5조는 위조행위 당시에는 '행사할 목적'이 없었던 수표위조라도 위조행위 후에 얼마든지 행위자가 그 수표를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므로 '행사할 목적'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행사할 목적' 없는 수표의 '발행'위조와 '배서'위조가 처벌에 있어서 지나치게 형평을 잃게 된다. 대법원 판결은 중한 형을 규정하고 있는 동법 제5조의 처벌범위는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긍정적 의미를 갖고는 있으나, 그 입장에 치우친 나머지 형벌규정상 체계정합(整合)성을 간과하고 있다. 본 사안에서 A가 당좌수표 배서인란에 B명의를 사용하여 배서한 행위는 부정수표단속법상 수표위조죄(동법 제5조)에 해당되는 것으로 봄이 바람직하다. 형벌조항은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시 취지는 개정 입법을 통하여 구현되어야 한다. 정영일 명예교수 (경희대 로스쿨)
수표배서위조
부정수표단속법
수표
정영일 명예교수 (경희대 로스쿨)
2021-09-06
민사소송·집행
부속부분의 존재로 인한 목적건물 중 일부에 대한 인도집행
1. 사안의 개요 ㉮ 甲은 제소전 화해조서를 근거로 A가 점유하는 지상 2층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인도집행을 집행관에게 위임하였다. ㉯ 1층(97.11㎡)은 필로티구조로서 휴게공간(2층과 연결된 계단 포함)과 식품저장고로 구성되고 있고, 2층(332㎡)은 음식점으로 이용되고 있다. ㉰ 1층의 휴게공간과 식품저장고는 서로 벽면으로 구별되어 있고, 식품저장고의 출입구 앞에는 독립적인 조립식 주방과 창고(이하 '부속부분')가 서로 연결된 채 설치되어 있다. ㉱ 집행관은 이 사건 건물의 현황과 집행권원의 부동산 표시가 상이하다(즉, 이 사건 건물에 독립적인 조립식 주방과 창고가 설치, 부속되어 있다)는 이유로 인도집행을 실시하지 않았다. ㉲ 甲은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을 하였다. 2. 원심결정의 요지 : 전부불능 그동안 실무는 목적물 중 일부에 대하여만 집행이 가능한 경우(즉, 집행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목적물의 현황이 집행권원의 부동산 표시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그 전부에 대하여 집행불능으로 처리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원심(수원지법 2020타기100108)도 이러한 실무가 정당하다고 보고, "이 사건에서와 같이 증축부분 내지 부속부분이 독립적인 효용이 있고 목적건물에 부합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집행의 목적물이 집행권원의 표시와 불일치하므로 집행불능사유에 해당하고, 집행채권자로서는 집행권원에 대한 경정결정을 받거나 별도의 집행권원을 취득하는 방법 등으로 다시 집행신청을 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甲 특별항고). 3. 대상결정의 요지 : 일부집행 대상결정은 "집행관이 집행권원에 따라 집행행위를 하는 경우, 집행권원에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된 목적물을 조사하여 현황이 동일하고 집행하는 데 특별한 장애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집행에 나아가야 한다. ① 집행의 목적물인 건물에 집행권원에는 표시되지 않은 증축 또는 부속부분이 있는 경우 목적물에 부합되어 있거나 또는 주물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종물로 인정되는 때에는 집행권원에 표시된 당해 건물과 함께 집행의 대상이 된다. ② 반면 증축부분이나 부속부분이 당해건물의 부합물이나 종물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건물만이 집행의 대상이 된다. ③ 한편 목적물 중 일부에 대하여만 집행이 가능한 경우에는, 채권자가 그 일부 목적물에 대하여만 집행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행이 가능한 목적물에 대하여 집행하여야 하고 전체 목적물에 대하여 집행위임을 거부할 수 없다(대법원 2020. 4. 17.자 2018그692 결정 참조)"고 판시하였다(파기환송). 4. 평석 가. 내용 (1) 목적 외 물건이 있는 경우 집행의 범위 위 '①, ②'는 목적물에 목적 외 물건(독립성이 없어 민법상의 물건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 포함)이 있는 경우, 그것이 목적물의 부합물 또는 종물인 때에는 목적물과 함께 집행의 대상이 되고, 부합물·종물이 아닌 때에는 목적물만 집행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민법의 부합·종물이론을 설시한 것이다. (2) 목적물 중 일부만 집행 가능한 경우 집행의 범위 위 '③'은 목적물 중 일부에 대하여만 집행이 가능한 경우 그 가능한 일부에 대하여는 집행을 실시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법리(이하 '일부집행의 법리')를 선언한 것이다. 일부집행의 법리에 관한 선구적 판례를 살펴본다. 첫째, 대법원 1977. 6. 30.자 77마59 결정은 시설물철거 및 토지인도를 명한 판결에 근거하여 토지의 인도집행만을 위임한 사안에서 "위 시설물을 사용하는 데 일반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의 (중략) 대지부분에 대하여서까지 그 집행을 하여 버렸음은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집행으로서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목적물(토지)에 독립적인 시설물이 존재하는 경우 집행이 가능한 일부에 대하여는 집행을 실시해야 한다는 법리를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다.둘째, 위 2018그692 결정은 시설물철거 및 건물인도를 명한 판결에 근거하여 그 집행을 위임한 사안에서 일부집행의 법리를 최초로 선언하면서, 철거목적물(총 13개 층의 건물 중 4개 층에 존재하는 시설물) 중 3개 층의 시설물에 대하여는 그 현황이 수권결정의 표시와 불일치하므로 집행을 실시할 수 없으나, 그러한 사정이 없는 1개 층의 시설물에 대하여는 집행이 가능하므로 집행을 실시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일부 파기환송). 나. 일부집행을 위한 집행관의 판단과 한계 대상결정은 목적물에 그 부합물·종물이 아닌 독립한 물건이 있고 그로 인하여 목적물 중 일부만 인도집행이 가능한 경우 그 일부에 대하여는 집행을 실시해야 한다는 법리를 직접적으로 선언한 최초의 대법원 판례이다. 목적 외 물건이 있는 경우 집행관은 ㉠ 목적 외 물건이 독립한 물건인지(부합 여부), 누구의 소유인지(특히 철거집행의 경우), 종물에 해당하는지, ㉡ 목적물 중 집행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는 경우 어느 부분이 물리적으로 다른 부분과 구별할 수 있고 독립된 효용을 갖추어 집행할 수 있는지{실무제요[Ⅳ], 사법연수원(2020), 699 참조} 등을 조사·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위 판단에 기하여 ⓐ 목적물 및 목적 외 물건 전부, ⓑ 목적물 전부 또는 ⓒ 목적물 중 일부에 대하여 집행하거나, ⓓ 목적물 전부에 대하여 집행불능으로 처리하는 결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집행의 가부 또는 범위(위 'ⓐ,ⓑ,ⓒ,ⓓ')를 결정하기 위하여 집행관이 실체관계, 즉 부합·종물관계(위 '㉠')나 일부집행의 대상적격(위 '㉡') 등을 조사하고 판단하는 데에는 시간이나 방법 또는 절차 등에서 한계가 있다. 집행관은 실체관계에 관하여 확신이 없는 경우 목적 외 동산을 독립한 물건으로 보고 집행의 가부·범위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우 당사자는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을 하고 실체관계를 증명함으로써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집행을 도모할 수 있다. 다. 집행의 범위 甲이 부동산의 인도만을 명한 집행권원 또는 부동산의 인도와 목적 외 물건의 철거를 함께 명한 집행권원에 기하여 부동산의 인도집행만을 위임한 경우, 집행관은 그 집행을 실시할 수 있는가? 실시할 수 있다면 어느 범위에서 실시할 수 있는가? (1) 부합물·종물인 경우 목적 외 물건이 목적물의 부합물·종물인 경우에는 목적물과 함께 목적 외 물건도 집행의 대상이 된다(위 '①'). (2) 부합물·종물이 아닌 경우 목적 외 물건이 부합물·종물이 아닌 경우(부합물·종물임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 포함) 그동안 실무는 대체로 甲의 의사와 상관없이 목적물 전부에 대하여 집행불능으로 처리하여 왔다(다만, 부합물·종물이 아닌 일반적인 동산이라면 목적물을 甲에게 인도하고 목적 외 동산은 민사집행법 제258조에 따라 A에게 인도하거나 보관해야 함). 그러나 대상결정은 이러한 실무의 경향이 정당하지 않다고 선언하였다. 즉, 부속건물이 부합물·종물이 아닌 경우(A 소유의 독립한 건물 또는 공작물인 경우)에는 이 사건 건물만 집행의 대상이 되는데(위 '②'), 이 사건 건물 중 식품저장고와 부속부분의 연결 정도 등을 살펴 부속부분과 이 사건 건물 중 집행이 가능한 부분(식품저장고 등을 제외한 부분)에 대하여는 집행을 실시해야 한다는 법리를 설시하였다(위 '③'). 라. 일부집행 법리의 적용범위 첫째, 대상결정의 일부집행의 법리는 인도집행(대상결정)은 물론 철거집행(2018그692)의 경우에도 적용되며, 인도·철거단행가처분이나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일부에 대하여만 집행이 가능하게 된 사유는 목적물의 물리적 상태(대상결정, 2018그692)에 관한 것은 물론 그 점유자 또는 소유자(철거집행의 경우)의 동일성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셋째, 목적물이 수개의 물건인 경우 일부의 물건에 대하여만 집행이 가능한 때에도 적용된다(2018그692). 마. 바람직한 소제기와 집행위임 목적물(토지)에 정착한 지상물에 관하여 위 '㉠,㉡'과 같은 실체관계가 명백하지 않다면, 甲은 ① 주위적으로 토지·지상물 인도를, ② 예비적으로 지상물 철거, 토지 인도를 각 청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 '①'의 청구가 인용된다면 토지·지상물 인도집행을, 위 '②'의 청구가 인용된다면 지상물 철거와 토지 인도의 집행을 각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집행관이 목적 외 물건의 실체관계가 명백하지 않다는 이유로 집행의 가부 또는 범위를 결정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경우에 대비하여, 甲은 집행신청서에 실체관계를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하여도 좋을 것이다. 바. 전망 전부 집행불능으로 처리하는 경향을 보여 온 실무는 향후 일부 집행실시로 전환·통일되고, 강제집행은 보다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실시될 수 있을 것이다. 실체관계의 조사·판단에 관한 집행관의 한계는 적절한 집행신청 또는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 등을 통하여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이재석 집행관 (수원지법 안양지원)
일부집행
강제집행
집행목적물
이재석 집행관 (안양지원·한국민사집행법학회 부회장)
2021-09-02
공정거래
행정사건
이윤압착(Margin Squeeze)에 대한 공정거래법의 규율
Ⅰ. 사실관계와 원심판결 1. 원고는 자체 무선통신망을 보유하고 기업메세징서비스의 필수 원재료라고 할 수 있는 이동통신사업자와 기업메세징 사업자 간 기업메세지 전송서비스(이하 '전송서비스')를 다른 기업메세징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동시에, 자신도 고객에게 직접 기업메세징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직적으로 통합된 이동통신사업자이다. 원고는 기업메세징서비스의 가격을 전송서비스 건당 평균 최저 이용요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판매하였다(이하 '이 사건 행위'). 기업메세징서비스란 은행 등이 이동통신사업자의 무선통신망을 이용하여 이용자의 휴대폰으로 입출금 내역 등을 문자메세지로 전송해주는 것이다. 2.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전단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경쟁사업자 배제)가 규정하는 '통상거래가격 미만의 공급'으로서 '이윤압착'에 해당한다고 보아 시정명령 등을 부과하였다. 3. 원심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통상거래가격 산정방식이 정당하지 않으므로 통상거래가격 미만의 공급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우려와 독점을 유지·강화할 의도나 목적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이하 '대상판결')의 요지 1.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상판결은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는 약탈적 가격설정뿐만 아니라 이윤압착도 규율할 수 있다고 하면서, 원고의 이 사건 행위는 '상품 또는 용역을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경쟁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 즉 부당성도 인정된다고 판결하였다. 2. 대상판결은 우선 이윤압착의 규제 필요성과 개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공급망의 연쇄에 따라 두 개의 다른 생산단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수직 통합된 사업자로서 상류시장에서 하류시장 사업자의 생산 활동에 필수적인 원재료 등을 공급함과 동시에 하류시장에서 원재료 등을 기초로 완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경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한 유형으로서 이윤압착이 문제될 수 있다. 이윤압착이란 위와 같이 수직 통합된 상류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상류시장 원재료 등의 도매가격과 하류시장의 완제품 소매가격의 차이를 줄임으로써 하류시장의 경쟁사업자가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어려워 경쟁에서 배제되도록 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3. 그리고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의 '통상거래가격'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과 관련된 배제남용행위를 판단하기 위한 도구 개념이라고 하면서, "통상거래가격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의 경우 일반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가격, 좀 더 구체적으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함으로써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형성되었을 가격을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4. 나아가 대상판결은 부당성에 관하여 대법원 2007. 11. 22. 선고 2002두8626 전원합의체 판결(소위 '포스코 판결')을 따르면서도 개별 남용행위의 유형과 특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① 원고의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점유율은 상승한 반면, 무선통신망을 보유하지 않은 경쟁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 점, ② 원고는 전송서비스 시장과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 모두에서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점, ③ 이 사건 행위 자체에 경쟁을 제한하려는 의도나 목적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점, ④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에서 원고의 경쟁사업들이 직면하게 되는 비용상의 열위는 무선통신망을 보유한 원고와 같이 수직 통합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는 관련시장의 구조와 특징에 기인한 것일 뿐이며, 무선통신망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메세징 사업자가 '비효율적 경쟁자'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행위를 규율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경쟁자에 대한 가격보호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는 점, ⑤ 중·장기적으로 경쟁사업자가 배제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가격인상이나 서비스 품질 저하 우려, 다양성이 감소되어 혁신이 저해될 우려와 이로 인하여 거래상대방의 선택의 기회가 제한될 우려를 비교하면, 이 사건 행위로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후생 증대효과가 이 사건 행위의 경쟁제한적 효과를 상쇄할 정도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행위의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Ⅲ. 평석 1. 이윤압착의 유형적 독자성과 적용 법조 가. 종래 이윤압착의 개념과 위법성 판단기준에 관하여는 미국과 EU 등에서 논의가 이루어져왔고, 우리의 경우에는 위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을 계기로 하여 비로소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각 호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유형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명시적으로 이윤압착을 염두에 둔 남용행위의 유형은 규정되어 있지 않아 현행 공정거래법 해석상 다른 남용행위 유형과의 관계와 적용 법조가 무엇인지가 주로 문제된다. 대상판결은 이윤압착의 유형적 독자성을 인정하면서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전단으로 규율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나.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EU와 미국은 이윤압착 인정 여부에 관하여 대체로 입장이 다르다. 유럽 법원은 도이치텔레콤(Deutsche Telekom) 사건에서 일반전화가입자에게 부과하는 소매요금보다 신규로 진입한 경쟁사업자의 가입자회선에 대한 접속요금(도매요금)을 높게 부과한 행위가 이윤압착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또한 텔리아소네라(TeliaSonera) 사건에서 유럽 법원은 하류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 보유와 손실회복 가능성은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한편, 미국 연방대법원의 다수의견은 링크라인(LinkLine) 사건에서 상류시장에서 경쟁사업자와 거래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하류시장에서 약탈적 가격책정에 해당하지 않는 한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하였다. 다. 이윤압착은 다른 남용행위 유형들의 성격을 복합적으로 내포하고 있어서 그 차이점이 문제된다. 우선 거래거절은 수직적으로 통합된 사업자뿐만 아니라 상류시장에서만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의 경우에도 행해질 수 있는 데 반하여 이윤압착은 반드시 수직적으로 통합된 사업자의 경우에만 문제로 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약탈적 가격책정은 낮은 가격책정으로 인한 이윤의 희생단계와 경쟁자를 배제한 이후 이윤의 회수 단계가 존재하지만, 이윤압착은 반드시 하류시장에서 비용 이하의 낮은 가격을 책정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하류시장에서 낮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손실을 보더라도 그와 동시에 상류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이를 회수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2. '통상거래가격'의 의미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가 규정하는 '통상거래가격'의 구체적인 의미가 문제된다. 원심은 "통상거래가격을 '효율적인 경쟁자가 거래 당시의 경제·경영상황, 해당 시장의 구조, 장래 예측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선택하였을 때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통상거래가격의 의미는 법률 조항의 의미와 내용, 그리고 입법목적에 합치되도록 해석해야 한다고 하면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형성되었을 가격'을 뜻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이는 부당지원 위법성 판단기준으로서의 '정상가격'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원심은 '통상거래가격'을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가격으로 파악한 반면, 대상판결은 사실적 관점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외국에서 논의되어온 이윤압착을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에 따라 규율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통상거래가격의 의미를 합목적적으로 유연하게 해석하여 규범적 관점에서 유효경쟁이 있는 시장의 가격으로 파악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지며 실무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 행위가 전형적인 이윤압착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윤압착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는 상류시장에 존재하여야 한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원고가 하류시장인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에서도 시장지배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또한 원고가 하류시장에서 책정한 가격 수준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보다 중요한 것은 원고가 상류시장에서 책정한 도매가격과 하류시장에서 책정한 소매가격 간 격차에 비추어 볼 때 하류시장의 동등하게 효율적인 경쟁사업자가 생존하는 데 충분한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일 것이다. 손계준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공정거래
시장지배
독점
기업메시징서비스
손계준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2021-08-09
민사일반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빛반사 시각장애에 관한 손해배상청구 및 방지청구
1. 사실관계 원고는 2003년 9월부터 신축된 A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피고는 2010년 2월경 A아파트의 서쪽에 외벽 전체를 통유리로 만든 B건물을 신축하였다. 원고가 거주하는 A아파트의 일부에는 오전 시간에 일부에는 오후 시간에 B건물의 태양반사광이 아파트에 유입되어 빛반사 시각장애를 일으켰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빛반사 시각장애에 관한 손해배상 및 방지를 청구하였다. 2. 하급심 경과 1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2013. 4. 2. 선고 2011가합4847,19016 판결)은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가 참을 한도를 넘었다고 하여 위자료 및 재산상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피해방지시설 설치도 인정하였다. 2심 서울고등법원(2016. 6. 17. 선고 2013나28270, 2013나28287 판결)은 참을 한도를 초과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을 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빛반사 시각장애에 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생활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어야 하고, 그 참을 한도 초과여부에 대해서는 앞선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3다59142 판결에서 설시한 법리를 그대로 다시 언급하였다. 또한 태양반사광의 예방 또는 배제방지청구는 당사자가 받게 될 이익과 상대방 및 제3자가 받게 될 불이익을 비교 교량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아울러 대법원은 태양직사광과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를 그 발생원인에 따라 자연에 의한 생활방해와 인공적인 생활방해로 구별하고, 태양직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는 자연에 의한 생활방해로 어떠한 법적 책임도 발생시키지 않지만, 태양반사광은 자연적인 태양광이 인위적으로 축조된 건물에 의한 반사효과와 결합하여 생활방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이에 태양반사광은 아파트 거주자들에게 눈부심과 빛반사 시각장애를 일으켜 주거의 본질적인 이용을 방해하고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참을 한도를 넘을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일조방해와 태양반사광 침해로 인한 생활방해는 피해 성질과 내용에서는 큰 차이가 있고, 일조 침해로는 곧바로 건강상의 장애를 일으킨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태양반사광은 적극적인 침습의 형태로 주거의 본질적인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태양반사광 생활방해에서의 참을 한도는 빛반사 밝기가 빛반사 시각 장애를 초래하는 정도를 얼마나 초과하는지 여부와 그 지속시간이 중요한 고려요소라고 하였다. 4. 참고 사건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피해에 관한 소송은 이미 유럽 등에서도 있었지만, 손해배상인정에서는 유럽 법원은 매우 인색하였다. 우리와 유사한 법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웃 일본에서도 태양광발전 패널로 인한 반사광피해에 대해서 소송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통유리 건물의 반사광으로 인한 손해배상 사례가 있었다. 1) 일본 태양광 패널 사건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빛반사 시각장애에 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일본에서도 이미 문제된 적이 있다. 사안은 앞집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함으로써 뒷집 2층 집안에 반사광이 유입되어 생활방해를 받게 된 뒷집 소유자인 원고가 앞집 소유자인 피고에게 방해배제청구로서 패널의 철거와 손해배상을, 또다른 피고인 건축업자에게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이다. 1심(일본 후쿠오카지방재판소 2012. 4. 18.)은 원고가 청구한 앞집 소유자의 패널의 철거와 앞집 소유자 및 건축업자의 손해배상을 인용하였다. 그런데 항소심 도중 문제가 된 태양광 패널은 철거되었고, 항소심(일본 도쿄고등재판소 2013. 3. 13.)에서는 수인한도가 넘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고, 이후 원고가 상고하지 아니하여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 사건에서는 법원이 원고에게 증거를 제출하라고 하였지만 원고가 거부하여 제출하지 않았고, 제1심판결 이후 북쪽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피고가 스스로 완전히 철거한 점 등이 항소심 판단에 영향을 끼쳐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하는 견해도 있다. 2) 부산아파트 사건 대법원은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빛반사 시각장애에 관한 2016다33202, 33219 판결에 앞서 이미 관련 법리를 부산 아파트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동일하게 선고한 바 있다.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다. 피고는 아파트 인근의 주상복합 건물의 시행자와 시공자이다. 위 주상복합건물은 지상 46층, 66층, 72층으로 외장재로 로이 복층유리를 사용하여 신축되어 일반적인 복층유리의 반사율보다 높아서, 원고 아파트는 피고 건물 외벽의 강한 태양반사광으로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1심 부산지법 동부지원(2010.11.26. 선고 2009가합3899 판결)은 수인한도를 넘는다는 증거가 없다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인 부산고등법원(2013. 6. 25. 선고 2011나474 판결)은 피고 건물의 외벽 유리에 반사되어 위 원고들 아파트로 유입되는 강한 햇빛으로 인하여 원고가 수인한도를 넘는 침해를 입고 있다고 보아, 손해배상으로 건물의 가치하락액과 위자료를 인정하였지만, 냉방비증가액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2021. 3. 11. 선고 2013다59142 판결에서 "건축된 건물 등에서 발생한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지는 태양반사광이 피해 건물에 유입되는 강도와 각도, 유입되는 시기와 시간, 피해 건물의 창과 거실 등의 위치 등에 따른 피해의 성질과 정도, 피해이익의 내용, 가해 건물 건축의 경위 및 공공성, 피해 건물과 가해 건물 사이의 이격거리, 건축법령상의 제한 규정 등 공법상 규제의 위반 여부, 건물이 위치한 지역의 용도와 이용현황,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지조치와 손해회피의 가능성, 토지 이용의 선후관계, 교섭 경과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종래 일조, 소음 등 환경침해에서의 법리를 그대로 설시하면서,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의 참을 한도 초과여부는 가해 건물로 인하여 발생하는 태양반사광의 강도와 유입시간이 중요한 요소하고 하면서 원·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주민에게 위자료 100~3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하였다(법률신문, 2021. 3. 25.자 5면 참고) 5. 검토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에 대해서는 그동안 2013년의 부산고등법원과 2016년의 서울고등법원에서 상고된 2건이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었다. 2013년의 부산고등법원 사건은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3다59142 판결에서 선고되었지만, 그 사안에서는 아파트 주민인 원고가 원심에서 승소한 사안으로, 대법원은 태양반사광의 강도와 유입시간이 참을 한도의 판단기준에 중요한 고려요소라는 것만을 설시하고 태양반사광의 개념이나 일조와의 차이점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아파트 건설회사인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동안 태양반사광 생활방해에 관한 손해배상 및 금지청구 등에 대해서는 논란은 있었지만, 그에 관한 학술적인 연구가 많지 않았다. 필자도 이에 관해서 사족을 붙인 적이 있다(배병일, 광해로 인한 민사적구제에서의 문제점, 저스티스 178호, 2020. 6.). 2013다59142 판결은 태양반사광 피해에 관한 최초의 사안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번 2016다33202,33219 판결에서는 태양반사광의 개념에 대해서 상세하게 구체적으로 설시하고, 태양반사광 침해와 일조방해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시하면서 태양반사광 침해가 태양직사광에 관한 일조 침해와는 달리 적극적인 침습의 형태라고 구체적으로 밝힌 점에서 이 판결의 의미는 더욱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판결에서도 빛반사 밝기가 빛반사 사각장애를 초래하는 정도를 얼마나 초과하는지 여부와 그 지속시간이 중요한 고려요소라고 보았다. 빛밝기가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강도는 부산아파트사건에서는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최소기준인 2만5000cd/㎡의 2800배, 이 판결에서는 440배 내지 2만9200배, 유입기간은 부산아파트사건에서는 연간 31~187일간 1시간 21분에서 73시간, 하지기준으로 7분~1시간 15분, 이 판결에서는 7개월간 1일 약 1~2시간, 9개월간 1일 1~3시간을 상당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최소기준 2만5000cd/㎡의 400~500배, 유입기간은 2~3개월에 1일 1시간 정도라도 적극적 침습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A아파트가 B건물보다 먼저 건축되어 있었던 점, 통유리로 건축된 B건물의 건축기법이 회사의 홍보효과를 높이려는 사업상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해당 지역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예외적인 기법이라는 점, 피고가 거주자 침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점 등도 추가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 판결은 태양반사광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과 방지청구에 관한 선도적인 판결로서 향후 판례 형성과 우리나라 법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사료된다. 배병일 교수(영남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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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방해
태양반사광
일조권침해
배병일 교수(영남대 로스쿨)
2021-07-19
국가배상
민사일반
일본군 위안부 판결과 국가면제이론
Ⅰ. 사건 경과 원고들은, 일본제국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침략전쟁 수행을 위하여 조직적·계획적으로 ‘위안소’를 설치·운영하였고, 의사에 반하여 유괴·납치하여 모집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안소에 감금한 채 상시적 폭력, 고문, 성폭행을 일삼았다면서, 국제법 위반 및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재판부는 일본국이 소장 등 서면 송달을 거부하였기 때문에 공시송달절차를 통해 2021.1.8. 원고 승소판결(이하 이사건 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고, 피고가 항소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한편, 다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2016.12.28. 제소한 사건(2016가합580239)은 1.13. 선고 예정이었으나, 재판부가 추가 심리를 이유로 변론을 재개하여 현재 계류중이다. Ⅱ. 이사건 쟁점 재판부는 국가면제론을 배척하는 한편 1965 청구권 협정 및 2015 한일합의로 소멸하지 않았다면서 일본국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다만 본 고에서는 지면 관계상 국가면제이론 적용에 따른 재판권 유무에 대해서만 검토한다. Ⅲ. 국가면제 적용 여부에 따른 재판권 유무 1. 국가면제 이론의 개요 국제법 이론에서 국내 법원은 원칙적으로 외국 국가가 스스로 외교상 특권을 포기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외국 국가에 대한 소송에서 민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절대적 국가면제이론이 대세였고, 대법원 역시 그러한 태도를 보였으나(대법원 1975. 5. 23.자 74마281 결정), 20세기에 들어서 다수 국가가 사법적·상업적 행위와 같은 비주권적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면제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상대적 면제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대법원 역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상대적 면제를 인정하는 태도로 변경하였다(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 2. 이탈리아 페리니 강제노역 사건 진행 경과 가. 대표적인 국가면제관련 사건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체포되어 군수공장에서 강제노역 당한 이탈리아인 Ferrini가 1998.9.23. 독일국을 상대로 Arezzo 지방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 {Ferrini v Germany, Appeal decision, no 5044/4; ILDC 19 (IT 2004)} 이다. 나. Arezzo 지방법원은 2000.11.3. 독일의 행위는 국가면제를 원용할수 있는 권력적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소를 각하하였고, 2002.1.14. Firenze 항소심 또한 항소를 기각하였다. 그런데 이탈리아 대법원은 2004.3.11. 독일의 행위는 주권적 행위이고 인권보호는 불가침성이며 강행규범을 위반하는 국제범죄국가의 행위에는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원심 파기하였다(Decision of Italian Court of Cassation, Ferrini v. Federal Republic of Germany, Judgment No. 5044, 11 March 2004.). 이에 독일은 2008.12.23. 이탈리아 국내법원의 판결은 국가면제 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였다. 다. ICJ는 2012.2.3. 15인 재판관중 12인 다수의견은 이탈리아 법원이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민사소송을 허용한 것은 국가면제권을 존중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면서, 각국의 입법례 및 판결을 검토해보더라도 국가 간 무력 충돌 과정에서 다른 국가의 영토 내에서 자신의 무장병력과 국가 기관들에 의해 저질러진 군사행위에 대하여도 국가면제를 부여하는 국제관습법은 여전히 유효하고, 국가면제는 절차와 관련된 문제이고, 강행규범 준수는 실체법적인 문제이므로 국가면제 적용을 고려함에 있어 실체법적으로 강행규범을 준수하였는지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판시(GERMANY v ITALY:GREECE intervening. JUDGMENT OF3 FEBRUARY 2012)하였다.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밝힌 3인 중 Cancado Trindade 재판관은 국제범죄, 인권의 중대한 위반, 국제인도법의 중대한 위반에 대해서는 국가면제가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으며, Adbulqawi Ahmed Yusuf 재판관은 다른 구제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 면제가 피해자 보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장벽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아울러 Giorgio Gaja 재판관은 불법행위가 이탈리아 영역 내에서 행해진 사건에 관해서는 그와 같은 국제관습법의 존재가 부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라. 결국 이탈리아 국회는 2013.1.1.4 UN헌장 및 ICJ 제59조, 제60조에 따라 ICJ 판결을 국내법으로 수용하기 위해 동종 사건이 계류하는 법원에 직권으로 관할권 배제를 선언할 것을 의무화하고 확정 판결의 재심사유에 관할권 배제를 추가하는 법률(2013. 1. 14. 법률 제5호)을 제정하였는데, 이탈리아 Firenze 지방법원은 2014.1.21.위 법률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하였다. 마.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2014.10.22. 관할권 면제 법률에 대하여 재판관 12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반인륜적 범죄로 인정되는 추방, 노예 노동, 대량 학살과 같은 행위들은 그 범죄의 희생자들의 불가침적 권리에 대한 사법적 보호라는 국내법적 질서의 절대적인 희생을 정당화할 수 없다. 이탈리아 법원에 대하여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전쟁범죄와 반인륜적 범죄를 구성하는 외국국가의 행위에 관한 사안에서 재판권을 부인하도록 한 ICJ 판결을 따르도록 의무화하는 범위에서 위헌’이라고 결정(JUDGMENT NO. 238?YEAR 2014. THE CONSTITUTIONAL COURT)하였다. 3. 이사건 재판부 판결 요지 이사건 재판부는 국가면제를 배척하면서 아래와 같이 판결하였다. [이 사건 행위는 일본제국에 의하여 계획적,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며, 당시 일본제국에 의하여 불법점령 중이었던 한반도 내에서 우리 국민인 원고들에 대하여 자행된 것으로서, 비록 이 사건 행위가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고 할지라도 국가면제를 적용 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에 대한 재판권이 있다고 본다. 국가면제 이론은 항구적이고 고정적인 가치가 아니고, 국제질서의 변동에 따라서 계속하여 수정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미국 등의 법원에 여러 차례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모두 기각되거나 각하되었다. 청구권협정과 2015년‘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 또한 피해를 입은 개인에 대한 배상을 포괄하지 못하였다.] Ⅳ. 이사건 판결에 대한 평가 1. 외국 사례 가. 그리스 대법원은 2000.5.4. 나찌에 의한 그리스의 디스토모 218명 집단 학살사건 관련 독일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국제법상 강행규범에 위반한 불법행위는 주권적 행위로 볼 수 없고, 독일은 강행규범에 위반함으로써 묵시적으로 국가면제를 포기하였다고 하면서 독일의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고 약 3,0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한바 있다. 나. 한편, 법정지 내에서 발생한 사망, 상해. 훼손에 따른 보상절차시 국가면제를 주장할수 없다는「국가면제에 관한 유럽협약」 제11조나 「유엔국가면제협약」 제12조 또한 상대적 면제이론에 입각하여 법정지국 내 외국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국가면제를 배척하고 있다. 다. 1996년 개정된 미국 「외국국가면제법」에 따르면 미국정부가 테러지원국가라고 인정한 국가에 대해서는 고문이나 초법규적 살해 등의 행위에 관해서는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있으며, 실제 미국 연방지방법원은 2018.12 위 법을 근거로 미국인 오토 윔비어의 유족들이 북한을 피고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면제를 배척하고 배상판결을 선고하였다. 라. 일본 최고재판소 또한 2006.7.21 판례를 변경하여 명시적으로 상대적 면제이론을 채택하였고, 이에 일본국은 2007년 유엔국가면제협약에 서명한 후 2009. 4. 17. 예외적으로 사람의 사망이나 상해 등에 따른 손해배상에 관하여 국가면제를 배제하는「외국 등에 대한 우리나라의 민사재판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영국, 싱가포르, 파키스탄,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도 상대적 국가면제 법리를 채택하여 입법화하였다. 2. 국가면제론에 대한 의견 중대한 반인권적 범죄 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재판 관할권을 인정한 2000년 그리스 및 2004년 이탈리아 대법원 판결, 그리고 2014년 이탈리아 헌법재판소 결정, 그리고 상대적 국가면제를 확장하고 있는 입법례 등에 비추어, 2012년 ICJ가 인정한‘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면제의 국가관습법’이 현재에도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어느 국가가 타국 국민에 대하여 1921년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금지 조약 및 1926년 노예협약 등 국제협약에 반한 반인권적 범죄를 범하였음에도 이를 제재하고 피해배상을 명할 수 없다면, 결국 피해자들은 국제협약 및 당해국가 헌법에서 보장한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당하여 자신의 권리구제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이는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자국 법질서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대한 인권침해를 한 국가가 국가면제 이론 뒤에 숨어 이를 회피하도록 허용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국제협약과 헌법상 권리가 하얀 종이위의 검은 글씨여야 하는가. 3. 이사건 판결에 대한 평가 이사건 판결은 이러한 ICJ판결 등 국가면제의 불가변적인 논의를 배제하고 사법부가 인권보호의 최후 보루임을 자임하였을 뿐만 아니라 나찌 침해국가가 아닌 일본국 피해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아시아 최초로 판결하였다는 점에서, 나아가 향후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시론적 판결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물론 국가면제의 배제·예외로 인정할수 있는 실체적 요건으로 국가기관의 관여, 침해기간, 방법, 피해 내용과 정도 등‘국제법 내지 강행법규에 위반한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가 무엇인지, 나아가 절차적 요건으로‘다른 구제수단이 없는 최후수단성’에 대한 보다 정교한 논의가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법적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도 백척간두 진일보한 판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는 여전히 이탈리아 Abdulqawi Yusuf 재판관이 말한“국가면제는 결코 국제법상 불변(immutable)의 가치가 아니다”라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조영선 변호사 (법무법인 동화)
일본
위안부
국가배상
조영선 변호사 (법무법인 동화)
2021-03-22
기업법무
형사일반
채용비리와 업무방해
I. 대상판례 회사의 직원을 채용함에 있어 피고인(상무이사 D) 외 3인의 면접위원(A·B·C)이 면접을 실시하였는데 A가 채점표를 제출하고 먼저 면접장소를 떠난 후 D가 면접점수와 무관하게 자신이 임의로 순위를 정한 명단을 B·C에 제시하여 이들의 동의를 받고 그에 따라 최종합격자를 결정하였으며 대표이사인 E도 이러한 채용을 양해한 사안에서 검사가 A 또는 E에 대한 업무방해죄로 기소하였는데, 대법원은 (i) 직원채용업무는 대표이사에 귀속되고 A의 업무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직원채용에 관한 업무'가 아니라 직원채용을 위한 '면접업무'이며 (ii) 채점표를 제출하고 면접장소를 이탈함으로써 A의 면접업무는 종료되었으므로 그 후 D가 합격자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였더라도 A에게 오인·착각·부지(이하 '오인')를 일으켰다고 할 수 없고 (iii) 대표이사 E도 위와 같은 채용방식을 양해하였으므로 E에게 오인을 일으켰다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무죄 취지로 판단하였다. II. 검토 1. 판례의 유죄법리 채용비리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었다. 종래 판례는 이를 업무방해죄로 의율하여 왔다. 그리하여 점수조작으로 필기시험에 합격시켜 면접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면접위원으로 하여금 응시자의 정당한 자격 유무에 관하여 오인을 일으키게 하는 위계로 면접업무의 적정성 또는 공정성을 저해하여 면접위원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고(2009도8506) 특정인이 부정하게 포함된 사정안에 대해 심의·의결을 하게 하는 것은 교무위원들의 입학사정업무의 적정성이나 공정성을 방해한 것이라고 한다(2017도19499). 요컨대 심사(면접이나 사정)의 대상자나 심사자료의 내용에 조작이 있으면 이를 토대로 하는 심사위원에 대한 업무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비록 채용권한은 대표자에게 있고(2005도6404) 심사위원의 업무는 그로부터 위임된 업무이지만 이는 독립된 업무로서 대표자와의 관계에서도 타인의 업무에 해당하여 대표자의 지시에 의한 경우도 마찬가지라 한다(2017도19499, 2009도8506, 92도255). 2. 채용비리는 업무방해 문제인가 가. 엄격해석의 요청 이와 같이 우리 판례는 채용비리를 업무방해죄로 의율하고 있지만, 업무방해죄를 형법상 구성요건으로 규정한 입법례는 일본형법 정도가 발견되고 독일형법도 프랑스형법도 그러한 규정이 없다. 일본형법의 업무방해죄는 원래 노동쟁의를 대상으로 만들어졌었다. 우리 형법은 법문상 그러한 제한이 없지만 노동쟁의와 관련하여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사례가 많았는데 근자에 이르러 실무상 채용비리로 그 적용범위가 확대되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채용비리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업 및 경제활동의 자유가 헌법상 보장되기 때문에 법률에 특별한 제한이 없는 한 기업은 누구를 고용할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고 가령 특정한 사상이나 신조를 이유로 고용하지 않더라도 당연히 위법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판례이다. 미국법에서도 업무방해죄 규정이 발견되지 아니하고 나아가 사기업이 부정한 고용을 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처벌되는 사례 역시 발견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 자체가 흔치 않을 뿐만 아니라 사기업에서의 채용비리를 형사처벌하는 것 또한 매우 이례적이다. 그렇다면 우리 업무방해죄를 운용함에 있어 가급적 그 적용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며 이를 채용비리에 적용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나. 공정성과 불법의 주소 우리 판례는 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에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법리가 확고하다(2006도1721 등). 그러나 업무방해죄의 연혁과 입법례들을 살펴볼 때 이러한 법리가 반드시 타당한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대체로 업무수행 자체가 방해된 경우들이 실무상 문제되고 있으며 학설도 업무의 내용적 적정이나 공정이 방해된 경우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채용비리가 사회적 비난을 받는 이유는 그것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박탈당한 다른 지원자들 나아가 공정함이 저해된 사회가 피해자이다. 채용비리에 대한 사회적 분노는 채용비리를 행한 회사나 면접위원들의 이익이 침해되었다는 데 있지 않다. 판례가 이들을 피해자로 한 업무방해죄로 의율하는 사이 정작 채용비리의 트리거가 된 청탁자(대체로 유력자)들은 처벌의 그물에서 벗어나고 있다. 공정성이라는 명분이 착시현상을 일으켜 공정의 피해자라기보다 오히려 가해자라 할 수 있는 회사 등을 보호하는 업무방해죄로 달려간 것이다. 사회적 분노는 불법을 구성할 수 있지만 그 불법을 담는 구성요건이 아닌 엉뚱한 구성요건을 끌어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만일 채용비리의 불법이 회사나 면접위원들에 대한 것이라면 이들은 자신들의 업무가 방해되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민법상 이러한 청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매우 의문이다. 채용비리의 불법은 업무방해에 있지 않다. 3. 판례 유죄법리의 이론적 난점 나아가 판례에 따라 채용비리를 업무방해로 의율한다 하더라도 그 법리(이하 '유죄법리')에는 여러 난점이 있다. 가. 업무의 타인성 채용절차는 다양하지만 필터링-서류전형-1차 면접-2차 면접의 단계를 거치고 각 단계마다 평가자(이하 '면접위원')의 평가를 토대로 인사팀이 사정표를 작성하고 이 표를 토대로 결정권자가 단계별 합격자를 결정하는 구조가 전형적이다. 유죄법리는 면접위원의 업무는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독립된 타인의 업무이므로 대표이사나 인사팀의 점수조작은 면접위원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한다. 위 법리는 결국 위임인(대표이사)의 방해로 수임인(면접위원)이 수임업무를 적정하게 행하지 못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임인의 방해로 수임인의 업무가 적정하지 못한 결과로 되었더라도 선관의무(민법 제681조) 위배가 있다고는 할 수 없어 위임계약상 책임질 일이 없는 수임인이 어떠한 손해를 보았다고 할 수도 없다. 면접업무는 적어도 공정성에 관한 한 타인의 업무라고 하기 어렵다. 나. 업무의 내용범위 면접위원의 업무는 공정한 채용업무가 아니라 면접업무 자체이다. 대상판례는 이를 인정하고 면접업무가 종료된 이후에는 그 단계 채용절차가 끝나지 않았더라도 당해 면접업무에 대한 방해는 있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면접종료 후 사정표를 조작하여 결국 불공정한 채용업무가 되더라도 면접위원에 대한 업무방해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에 유죄법리는 다음 단계의 면접위원에 대한 위계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논리는 최종면접에 부정이 있는 경우나 특별채용 또는 서류전형만 있는 경우에는 적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앞서 본 바와 같이 채용업무의 공정성은 면접업무가 아니라면 면접업무는 주어진 대상자에 대한 면접평가 자체에 그치지 나아가 전단계에서의 대상자 선정이 정당했는지 여부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유죄법리가 말하는 응시자 자격에 관한 위계는 업무범위 밖의 사항에 대한 것이고 이로써 면접업무의 공정성이 저해된다고도 할 수 없다. 유죄법리를 관철한다면 전단계의 조작은 이후의 모든 업무에 대한 방해가 된다고 하게 된다. 회사의 업무는 대체로 많은 사람이 협동하여 수행되는데 누군가 자신의 업무를 부정하게 행하였다면 이후에 관여하는 수많은 직원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게 되며 회사에 대하여 범죄(가령 배임)를 저지른 사람은 언제나 업무방해죄를 동시에 범한 것이 된다. 이러한 결론은 타당하지 않다. 다. 위계의 상대방 대표자의 의사는 법인의 의사로 평가된다. 대표자가 기망행위자와 동일인이거나 공모하는 등 기망행위를 안 경우에는 착오가 있다고 할 수 없어 법인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2016도18986). 마찬가지로 대표자가 채용비리에 관여한 경우에 회사에 대한 업무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면접위원에 대한 죄가 독립적으로 성립할 수 있다고 보는 유죄법리에 의하더라도 면접위원이 공모·양해한 경우는 그에 대한 업무방해도 성립하지 않는다(2009도8506). 사장과 직원이 공모하여 점수를 조작하여 면접시험을 보게 한 사안에서 위계의 상대방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 판례(2005도6404)도 같은 궤에 있다. 이 판례는 면접위원들은 공모한 정황이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이들에 대한 위계도 부인한 것으로 보이는데 회사(인사팀)의 부정이 면접업무에 대한 방해는 아니라는 것으로 위계인데 양해했다기보다 위계 자체가 아니라는 생각이 저변에서 발견된다. III. 결론 채용비리는 비난받을 행위이다. 그러나 이를 회사나 면접위원에 대한 업무방해로 구성하는 것은 엉뚱한 곳에서 책임을 묻는 것이다. 대상판례가 업무방해죄의 적용을 엄격하게 한 점에서는 진일보한 것이지만 면접위원에 대한 업무방해죄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모든 관여자가 똘똘 뭉쳐 비리를 저지른 경우에는 오히려 무죄가 되고 관여자가 적을수록 많은 죄가 성립하는 역전현상은 해결하지 못하였다. 채용비리는 업무방해로 의율할 것이 아니다. 이상원 교수(서울대 로스쿨)
채용비리
업무방해
채용
이상원 교수(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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