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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청구소송에서 매매가격 산정시 개발이익 포함여부
Ⅰ. 사실관계 및 쟁점 원고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3가 182 외 34필지를 사업시행구역으로 시행면적을 2,109.33㎡으로 하여, 시행구역 내에 위치한 노후·불량한 기존의 단독주택 및 상가를 철거하고, 아파트 및 부대시설을 재건축할 것을 목적으로, 2000. 5. 15. 구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설립되어 2003. 7. 31. 그 설립등기를 마친 재건축조합이고, 피고들은 위 사업시행구역 내에 위치한 대지만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로 위 재건축조합의 조합원이 될 자격이 없는 자들에 해당한다(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 제2호, 이하, 도시정비법이고 한다). 원고들은 위 피고들을 상대로 도시정비법 제39조 소정의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위 소송에서 피고들은, 감정인이 이 사건 매도청구 대상 토지에 관하여 산정한 시가에는 개발이익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여 지나치게 적은 금액이 산정되어 부당하다고 주장하여 매도청구 가격 산정시 개발이익 포함여부가 위 소송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되었다. Ⅱ. 판결 요지 위 대법원 판결은, "사업시행자가 주택재건축사업에 참가하지 않은 자에 대하여 도시정비법 제39조에 의한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면, 그 매도청구권 행사의 의사표시가 도달함과 동시에 주택재건축사업에 참가하지 않은 자의 토지나 건축물에 관하여 시가에 의한 매매계약이 성립되는 것인바, 이때의 시가란 매도청구권이 행사된 당시의 토지나 건물의 객관적 거래가격으로서, 노후되어 철거될 상태를 전제로 하거나 주택재건축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현재의 현황을 전제로 한 거래가격이 아니라 그 토지나 건물에 관하여 주택재건축사업이 시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토지나 건축물을 평가한 가격, 즉 재건축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발이익이 포함된 가격을 말한다."고 설시하였다. Ⅲ. 매도청구 가격 산정시 개발이익 포함여부에 관한 논의 1. 문제의 제기 개발이익(開發利益)이란 도로·철도, 주택재개발, 재건축 등 (공공)시설의 건설로 해당 지역의 개발이 이루어질 경우에 그 주변의 지가(地價)가 종전까지에 비하여 급격히 상승하게 되는데 그 상승 부문을 말한다. 즉 개발에 의하여 얻어진 토지의 상승으로 인한 이익이다. 이러한 개발 이익이 기존 토지소유자의 불로소득이 아닌가라는 점에서 각종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 한편, 매도 청구시 대상 토지 등 물건에 대한 시가 산정기준 및 결정방법에 관하여 집합건물법과 도시정비법 등은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그런 까닭에 시가 산정과 관련하여 매도청구권이 행사된 당시의 토지등 소유권의 객관적 거래가격 속에, 단순히 노후되어 철거될 상태를 전제로 한 거래가격 뿐만 아니라 그 건물에 관하여 재건축 결의가 있음을 전제로 그로 인해 발생이 예상되는 개발이익을 포함한 거래가격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는 것이다. 2. 견해 대립 먼저, 위 대법원 판례가 취하고 있는 포함설에 의하면, ①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아 조합원이 되지 않은 '건축물 및 그 부속토지의 소유자'와 '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한 자' 사이에는 모두 조합원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고 단순히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느냐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고, 또한 개발이익을 포함한 가격과 이를 포함하지 않은 가격의 차이가 상당히 큰 점을 고려할 때, 전자에 대하여는 개발이익을 포함한 가격으로, 후자에 대하여는 개발이익을 배제한 가격으로 매수할 합리적인 차별사유가 없는 점, ② 나아가, 만약 '토지만을 소유한 자'에 대하여 개발이익을 인정하여 주지 않으면 결국 이들의 토지로 인한 개발이익은 조합원들과 인근의 토지등 소유자들만이 누리게 되어 조합원들과 위 인근 주민들에게만 지나친 이익을 보장해 주게 되어 형평성에도 반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한다. 다음으로, 부정설 중 (1) 전면적 부정설은 토지로부터 발생하는 불로소득이 아무런 제한장치 없이 토지소유자에게 귀속됨으로써 부동산투기를 유발하는 폐단이 발생하는 등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문제들이 파생되므로 사회정의 차원에서 개발이익은 전면적으로 환수되어야 한다는 논지이다. 위 논지는 각종 개발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얻게 되는 지가상승분(개발이익)은 국가 또는 일반국민의 몫이 되어야 하지, 우연하게도 토지가 거기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토지소유자가 그 개발이익을 향유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헌법재판소가 1990. 6. 25. 선고 89헌마107 결정 등에서 재개발의 경우 보상금 지급시 개발이익을 배제하고 있는 것을 합헌으로 판시한 것과 동일한 취지이다. (2) 제한적 부정설은 일반적으로 조합원 자격이 있는 소유자가 재건축에 미동의한 경우 발생하는 매도청구의 경우에는 개발이익을 포함하여야 하나, 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하고 있어 조합원 자격이 없는 자에 대한 매도청구의 경우에는 개발이익이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는 견해이다. 수원지방법원 2006. 12. 22. 선고 2004가합12304 판결에서 취한 견해이다. 그 이유로는 이러한 경우에는 현행 도시정비법상 조합원이 될 자격이 처음부터 없고 따라서 이들은 처음부터 조합이 추진하는 주택재건축 사업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얻을 수 없었을 것임을 근거로 한다. Ⅳ. 정리 및 사견 매도청구권 행사에 따른 매도청구가격의 산정에 있어 재건축이 진행된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재건축으로 인하여 발생한 개발이익을 포함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주택재개발에서의 수용재결과 마찬가지로 공익사업법을 준용하여 당해 사업의 시행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공제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견해가 나누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최근의 지배적 견해는 대법원 판례를 적극 지지하면서, 주택재건축사업의 매도청구권 행사에 따른 매도청구가격의 산정에 있어서는 수용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지 아니하고 매도청구권은 일반적인 매매와 동일한 성격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재건축사업의 시행을 전제로 하여 매도청구권의 행사시점에 형성된 시가로서 개발이익을 포함한 가격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현행 도시정비법 규정 하에서는 위 대법원 판례나 통설의 견해는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 왜냐하면,'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하고 있어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처음부터 없는 자'에게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자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다른 것을 같게 다루는 것으로서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한 자에 대한 매도청구권 행사의 경우 산정되는 매매대금의 시가는 개발이익을 반영하지 않은 시가에 의하여 결정함이 상당하다고 하겠다. 다만, 이로 인해 토지 또는 건물만을 소유하고 있어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자들이 받게 되는 불이익과 관련하여서는 하루 속히 이들에 대하여 도시정비법에 명시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여 당해 재건축 결의 여부에 관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2012-08-20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의 매도청구권행사
1. 사건의 개요 서울시는 2008. 3. 6. 서울특별시 고시 2008-58호로 단독주택 밀집지역인 서울 노원구 ○○동 633-31일대 4만3303㎡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조의 규정에 따라 주택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하였고, '인덕마을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이 사건 정비구역에서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서울특별시 노원구청장으로부터 2008. 8. 8. 설립인가를 받아 2008. 8. 27. 설립등기를 마친 정비사업조합이다. 청구인들은 정비구역 내에 아래와 같이 토지 및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자들로서 이 사건 재건축조합 설립에 동의하지 않았다. 청구인들은, 이 사건 재건축조합이 재건축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청구인들을 상대로 매도청구를 하게 되면 청구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토지 및 건축물을 시가로 매도하여야 하는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청구인들의 재산권, 행복추구권, 거주이전의 자유 및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2008. 9. 12.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8조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문제의 소재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과 보상은 법률로서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바, 법률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과 보상은 헌법이 요구하는 공공필요가 있어야 하고 정당한 보상을 하여야 하는데, 여기서 공공필요, 재산권 수용, 정당한 보상 등은 공익사업법이 준용되는 재개발과정에서의 토지수용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개념적 징표인지, 아니면 이를 확대하여 주택법상 주택건설사업 및 도시정비법상 주택 재건축사업에서의 토지 취득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 매도청구의 경우에도 적용되어 위 매도청구제도가 헌법상 근거있는 제도로 볼 수 있는지 문제된다. 즉, 현행 도시정비법 등은 주택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시행구역내에 소재하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방법으로는 각 강제수용방식과 매도청구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위 토지취득방식 중 매도청구방식은 법률의 규정에 의한 사업시행자의 권리로서 강제성을 수반하는 점에서는 사실상 강제수용과 유사한 것임에도 민사소송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위와 같이 민사소송을 취하면서도 매도청구로 말미암아 강제로 소유권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에서 매도청구 행사의 상대방은 행복추구권, 재산권, 거주이전의 자유, 주거의 자유 등에 중대한 제한을 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 헌법 제37조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매도청구제도가 헌법이 정한 위와 같은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헌이 아닌지 문제될 수 있다. 3. 헌재 결정례 요지 과거 헌법재판소는 과거 집합건물법 규정 매도청구권제도와 관련하여 '건물의 노후화로 인하여 그 건물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게 되는 경우에는 재건축을 찬성하는 구분소유자와 반대하는 구분소유자들 간의 권리관계를 적절히 조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 건물 전체를 철거하고 다시 건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재건축을 원하는 다수의 구분소유자들의 권리보호와 사회·경제적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며 재건축 제도가 재건축을 원하지 않는 구분소유자들의 기본권을 제한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이 기본권 제한의 원리로서 제한하고 있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어서 이를 위헌이라고 볼 여지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9.9.16. 선고 97헌바73 결정) 그 후 헌법재판소 대상 결정인인 2008헌마571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 위헌확인】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주택재건축사업시행자에게 매도청구권을 인정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가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은, 노후·불량주택을 재건축하여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인다는 공공복리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그 수단도 적절하다. 그리고 매도청구권은 통상의 재개발절차에서의 수용제도보다는 조금 완화된 제도라고 볼 수 있고, 그 매도청구권 행사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제한을 가함으로써 상대방의 이익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으며, 재산권을 보다 덜 침해하는 다른 수단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이지도 아니하며, 침해받는 재건축 불참자의 사익은 위와 같은 공익에 비하여 결코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본질적인 내용까지 침해하거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라고 판시하였다. 참고로, 헌재는 2009.11.26. 선고 2008헌바133 결정 【주택법 제18조의2 위헌소원】 사건에서도 민간 건설업자에게 매도청구권을 부여한 주택법 제18조의2 조항이 개인의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하여 위 판시 내용과 거의 동일한 취지로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한 바 있다. 4. 위 헌재 결정에 대한 검토 도시정비법상의 매도청구권의 경우, 토지 또는 건물만을 소유하여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자들의 반대가 있는 경우 이들을 제외하고 재건축을 하는 것도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까지 모두 매도청구를 인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경우는 침해되는 사익이 이에 의하여 보호되는 공익보다 크다고 보아 그 위헌성 시비가 꾸준히 있어 왔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매도청구제도가 합헌이라고 판단하여 왔는데 과거 헌법재판소의 판례는 합헌 판단을 함에 있어 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른 구체적인 논증을 하지 아니하였으나, 최근에는 대상 결정과 같이 합헌성 판단을 함에 있어 과잉금지 원칙을 준수하였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매도청구제도는 해당 토지소유자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재산권을 강제적으로 변동, 박탈시킬 수 있는 수용적 성질이 있다. 이 경우 토지의 매도대금에 대해서는 헌법상 정당보상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위와 같이 민간사업주체가 보유하는 매도청구권이 헌법 제23조 제3항에 근거한다고 의제하려면 민간사업자가 시행하는 '주택건설사업' 등이 공공필요의 범위에 해당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즉, 주택건설사업은 헌법상 공공필요에 해당되어 이는 민간사업주체에 대한 매도청구권의 허용근거가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위헌의견에 의하면, 비록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소위 알박기라 불리는 투기세력과 관계없는 사람들에게도 매도청구권의 행사를 필요이상으로 인정할 우려가 크므로 이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한다. 즉 민간사업주체의 주택건설(재건축)사업은 헌법상 공공필요의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보아 매도청구권의 헌법적 허용근거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생각건대, 민간사업주체가 시행하는 주택건설사업은 비록 사기업체의 이익 독식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법과 도시정비법이 추구하는 국민의 쾌적한 주거안정 확보라는 입법목적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고, 이는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처럼 헌법상 공공필요의 범위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매도청구권 제도가 형성권의 성질을 가지면서 미동의 토지소유자의 토지를 사실상 강제 수용하는 등으로 인하여 그들의 토지 재산권에 침해를 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주택법상 주택건설사업과 도시정비법상의 주택재건축 사업은 공익성이 보다 강화되어 있는 점, 사실상 재건축사업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재개발사업에서는 공용수용 등에 의한 강제적 토지소유권 취득방법이 인정되고 있는 점, 도시정비법이 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하고 있는 자에 대하여도 매도청구권의 행사를 인정한 취지는 토지등 소유자의 반대에 따른 (재)건축이 지연되는 것(이른바 알박기)을 방지하고, 조속한 사업시행을 통해 국민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고자 함에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매도청구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으므로 위헌의 소지는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동 헌재의 결정은 타당하다고 하겠다. 다만, 도시정비법과 주택법 등에서 인정되고 있는 매도청구는 사인의 재산권을 본인 의사에 반하여 박탈한 채 환가보상만 한다는 점에서 헌법상 재산권보장의 근본취지인 존속보장에 위배될 여지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만큼 이러한 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매도청구제도를 재개발사업에서의 공용수용제도로 동일하게 통일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겠다.
2012-06-04
법정지상권에서 법원에 의한 지료결정이 제3자에게 효력이 미칠 수 있는가
1. 문제의 제기 1) 법정지상권은 토지와 건물을 별개의 부동산으로 구성하고 있는 우리 부동산 물권법 체제에서 타인 소유의 토지에 지상 건물 등을 소유하기 위해서 법률상 인정되는 법정 물권관계이다. 본래 타인 소유의 토지에 건물 등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간 약정에 의하여 미리 용익관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나, 우리 민법은 경매 등의 원인으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이 분리되는 경우 건물의 존립을 위한 법정 용익물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민법 제366조 외에도, 민법 제305조, 가등기 담보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참조). 2)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물권변동의 경우, 그 물권변동이 등기부에 즉시 반영될 수 없어 부득이 실체적 법률관계와 등기부의 기재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 등기부 기재만을 믿고 거래에 관여하는 자는 불측의 손해를 입을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물권변동에 형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민법이 일정한 경우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물권변동을 인정하고 있는 까닭은 등기부 기재에 앞선 실체적 권리관계의 변동을 인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률상 당연히 성립, 이전 또는 소멸하는 권리관계에서는 그 외부적 공시방법인 등기부 기재 등은 시간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고, 그러한 범위 내에서 거래의 불안요소가 됨은 불가피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은 법정지상권에 관한 종래 대법원의 입장을 재정리하는 한편, 법원에 의한 지료결정은 형식적 형성소송이 지료결정판결로 이루어져야 제3자에게도 효력이 있다고 판시하는바, 이 부분은 종래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판시로서 이 문제는 지료지급판결의 변론종결 후 승계인 논의와 함께 법정지상권의 소멸을 구하는 토지소유권의 승계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2. 사실관계 1) 본래 강민석 소유의 이 사건 대지와 건물에 대하여 1990. 11. 23. 주식회사 민국상호신용금고는 채권최고액 6억 원의 근저당권을 취득하였다. 강민석은 1991. 9.경 구건물을 철거하고, 새로이 건물을 건축하기 시작하였는데 1992년 경 피고 이규웅, 박학년에게 건축 중이던 건물에 대한 권리를 양도하였고, 1994. 2. 5.경 이규웅이 자신의 권리를 박학년에게 양도함으로써 결국 박학년이 단독으로 건축주가 되어 그 무렵 건물을 완공하였으며, 박학년은 그 때부터 현재까지 신건물을 소유하면서 이 사건 대지를 그 부지로 사용하고 있다. 2) 민국상호신용금고는 1992. 12. 14.경 서울민사지방법원에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1995. 3. 14. 그 절차에서 자신이 이 사건 대지를 낙찰받았으며, 1995. 4. 19. 낙찰대금을 납부하였다. 민국상호신용금고는 1995. 7. 15. 피고 이규웅, 박학년을 상대로 건물철거 및 지료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소송 도중 건물철거부분은 취하하였고, 위 소송에서 피고 이규웅, 박학년은 민국상호신용금고에게 원고가 구하는 1995. 4. 20.부터 1996. 5. 19.까지의 지료 29,742,710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 확정되었다. 3) 원고들은 1996. 12. 16. 민국상호신용금고로부터 이 사건 대지를 매수하고, 1997. 6. 25. 지분이전등기를 마쳤다. 민국상호신용금고는 1997. 7. 2. 원고들에게 위 이규웅, 박학년에 대한 위 판결금 29,742,710원 및 지분이전등기를 마치기까지의 지료상당 손해배상채권을 양도하고 그 뜻을 피고들에게 통지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지료를 전혀 지급한 바 없다. 4) 원심판결은, 피고가 원고들에게 전혀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은 피고가 자인하고 있고, 법정지상권 성립일인 1995. 4. 19.부터 2년 이상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한 원고들의 지상권 소멸청구에 따라 이 사건 지상권은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5) 피고는, 민국상호신용금고(=종전 토지소유자)가 피고들을 상대로 한 지료청구소송의 판결은 위 당사자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고, 원고들(=토지의 승계취득자)과 피고 사이에는 효력이 미치지 않으며,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지료가 결정된 바 없으므로 지료연체를 이유로 한 지상권 소멸청구도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상고를 제기하였고,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위 상고를 받아들였다(최상열, "법정지상권의 지료결정과 지료연체로 인한 소멸청구", 대법원판례해설 36호(2001년 상반기)). 3. 판결요지 법정지상권의 경우 당사자 사이에 지료에 관한 협의가 있었다거나 법원에 의하여 지료가 결정되었다는 아무런 입증이 없다면, 법정지상권자가 지료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료 지급을 지체한 것으로는 볼 수 없으므로 법정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하는 토지소유자의 지상권소멸청구는 이유가 없고, 지료액 또는 그 지급시기 등 지료에 관한 약정은 이를 등기하여야만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이고, 법원에 의한 지료의 결정은 당사자의 지료결정청구에 의하여 형식적 형성소송인 지료결정판결로 이루어져야 제3자에게도 그 효력이 미친다. 4. 검토의견 1) 법정지상권이 성립된 경우 지료는 법률상 당연히 발생한다(민법 제366조 단서, 민법 제305조 제1항 단서). 당사자간에 그 구체적인 액수와 지급방법에 관하여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법원의 결정에 의하여 정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소송에서는 법원은 당사자 주장의 범위에 구속되지 않으므로 처분권주의,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식으로라도 법률관계를 정해야 하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할 수 없다(이시윤, 신민사소송법(제5판), 박영사(2009), 180면). 이처럼 지료액수를 정함에 있어 준거할 법칙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법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이는 이론상 형식적 형성의 소에 해당한다. 2) 종래 대법원 1964. 9. 30. 선고 64다528 판결이 '토지소유자는 법원이 상당한 지료를 결정할 것을 전제로 하여 바로 그 지급을 구하는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지료관계소송은 반드시 형성의 소에 의할 필요가 없고 직접 이행의 소인 지료지급청구의 형태로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되고 있었고,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2다61934 판결은 "법정지상권 또는 관습에 의한 지상권이 발생하였을 경우에 토지의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함에 있어서 지료를 확정하는 재판이 있기 전에는 지료의 지급을 소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니고, 법원에서 상당한 지료를 결정할 것을 전제로 하여 바로 그 급부를 구하는 청구를 할 수 있다 할 것이며, 법원도 이 경우에 판결의 이유에서 지료를 얼마로 정한다는 판단을 하면 족하다."고 하여, 이러한 법리를 재확인하고 있다. 대법원의 태도는 지료지급만을 구할 때에는 곧바로 이행청구를 제기하는 것이 가하나, 지료결정을 제3자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형식적 형성소송인 지료결정판결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3) 형성의 소라 함은 법률관계의 변동을 소송을 통하여 실현하는 것으로, 형성의 소는 명문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되고(형성의 소 법정주의), 대세적 효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제소권자, 제소기간을 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은 회사관계소송, 가사소송이다. 예컨대 이사를 선임한 주주총회 결의에 하자가 있다고 하여 일부 주주만이 결의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승소 확정되었다고 할 때, 그 판결의 효력이 그 일부 주주에게만 미친다고 하게 되면 단체 법률관계가 단편화되기 때문에 법률관계의 안정을 기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일부 주주가 원고로서 소송을 수행하였다 하더라도 그 판결의 효력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주주, 나아가 회사 법률관계 일반에 대하여도 미치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결의취소소송 등에서 피고적격자는 회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대법원 1982. 9. 14. 선고 80다2425 전원합의체 판결 - 주주총회결의 취소와 결의무효확인판결은 대세적 효력이 있으므로 그와 같은 소송의 피고가 될 수 있는 자는 그 성질상 회사로 한정된다). 이러한 이치는 가사소송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혈연과 혼인으로 구성되는 친인척관계는 단지 당사자간의 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헌법이 제도로서 보장하고 있는 양성의 평등에 바탕을 둔 가족관계 및 이를 기초로 형성되는 사회활동에서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관계이며, 따라서 형법상 친족상도례, 각종 연금법상의 수급권자, 조세법률관계에서의 특수관계인 판단 등 여러 법률관계에서 이러한 신분관계는 획일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실체적 원인이 있기 때문에 입법자는 이러한 법률관계를 대세적 효력이 미치는 형성적 법률관계로 규정한 것이라 할 것이다. 4) 이처럼 형성판결에 대세적 효력을 부여하는 취지는 형성의 소의 판결의 효력을 제3자에게 미치게 함으로써 다수인의 이해관계를 획일적으로 처리하게 함으로써 법률관계의 안정을 기하기 위한 데 있다. 이러한 실질을 갖지 못하는 '소송법상 형성의 소'에는 실체법상 형성의 소와 달리 대세효가 인정되지 않는다(주석 민사소송법(제5판) (Ⅲ), 이시윤 집필부분, 한국사법행정학회(1997), 332면 ; 이시윤, 신민사소송법(제5판), 180면 ; 정동윤·유병현, 민사소송법(제3보정판), 66면). 마찬가지 이유로 형식적 형성소송의 경우에도 대세효를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 5. 결 론 1) 형식적 형성판결인 지료결정판결은 그 실질은 당사자간 이해조정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지료결정의 효력이 당사자 이외의 일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획일적으로 정해져야 할 실체적인 아무런 이유가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그 판결에 대세효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된다. 2) 만일 대법원과 같이 지료결정판결에 제3자에 대한 효력이 있다고 하게 되면, 일단 지료결정판결이 확정된 경우 그 형성력과 기판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만일 이렇게 보면 지료결정 이후 토지소유권 또는 법정지상권을 취득한 자로서는, 지가변동 등 사정변경이 있더라도 이미 확정된 지료결정판결이 재심 등에 의하여 취소되지 않는 한 민법 제286조의 지료증감청구는 불가능한 것이 된다. 그러나 이는 지료증감청구권의 행사를 부당하게 제약하는 것으로서 적절하지 아니하다.
2012-01-05
공무수탁사인의 행정주체적 지위의 문제점에 관한 小考
Ⅰ. 事案과 經過 피고 토지공사는 2003. 3. 14.경부터 2004. 1. 29.경까지 원고 1, 2 주식회사에게 6차례에 걸쳐 관련 보상절차가 완료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토지상의 각 건물에 대한 철거와 지장물을 이전할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계고를 하였다. 위 원고들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토지 및 그 지상 공장건물 등을 계속 사용·수익하자, 피고 토지공사는 2004. 1. 30. 피고 3 주식회사와 행정대집행 철거도급계약을 체결한 다음 2004. 2. 5.부터 2004. 2. 9.까지 사이에 피고 2를 행정대집행 책임자로 삼아 피고 토지공사의 직원들과 피고 3 주식회사에서 고용한 인부들을 지휘·감독하여 이 사건 토지상의 공장건물 내부에 있던 영업시설물 등을 반출함과 아울러 공장건물을 철거하는 한편 반출물건 중 일부와 철거잔존물을 파주시 교하읍 ○○리에 있는 적치장으로 이전하는 방법으로 행정대집행을 실시하였다. 원고는 여기서의 행정대집행의 위법을 내세워 토지공사와 그의 직원 및 토지공사와 철거도급계약을 맺은 주식회사를 상대로 국가배상책임을 구하였다. Ⅱ. 判決要旨 한국토지공사는 구 한국토지공사법(2007. 4. 6. 법률 제83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4조에 의하여 정부가 자본금의 전액을 출자하여 설립한 법인이고, 같은 법 제9조 제4호에 규정된 한국토지공사의 사업에 관하여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제89조 제1항, 위 한국토지공사법 제22조 제6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0조의3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본래 시·도지사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업무에 속하는 대집행권한을 한국토지공사에게 위탁하도록 되어 있는 바, 한국토지공사는 이러한 법령의 위탁에 의하여 대집행을 수권받은 자로서 공무인 대집행을 실시함에 따르는 권리·의무 및 책임이 귀속되는 행정주체의 지위에 있다고 볼 것이지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으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Ⅲ. 問題의 提起 여기서 문제는 공무수탁사인인 격인 토지공사에 대해 통상의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마냥 고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만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아니면 이런 제한 없이 즉, 경과실의 경우에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이다. 원심(서울고등법원 2007. 10. 4. 선고 2006나37894(본소), 2006나37900(반소)판결)은 한국토지공사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 의하면, 피고 토지공사가 토지개발사업을 행하는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공익사업법 제89조의 규정에 의한 대집행 권한을 피고 토지공사에 위탁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에 따라 대집행 권한을 위탁받은 피고 토지공사는 그 위탁범위 내에서는 공무원으로 볼 수 있다고 하여, 토지공사는 물론 기타의 피고(토지공사의 대집행실무책임자, 위탁받은 민간업체 및 그 대표자) 역시 고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만 직접적 배상책임을 진다고 보았다. 반면 대상판결은 공무수탁사인격인 토지공사를 국가배상법상의 단순한 공무원이 아닌 행정주체로 봄으로써, 고의나 중과실과 같은 귀책사유의 제한을 고려할 필요 없이 곧바로 즉, 경과실만으로도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는 공무수탁사인의 법적 지위와 관련하여 간단치 않는 문제가 있다(공무수탁사인을 포함한 공무수행상의 민간전문가의 문제는 졸고, 행정법집행에서의 민간전문가의 참여, 공법연구 제40집 제1호(2011.10.) 참조). Ⅳ. 公務受託私人의 法的 地位 1. 行政主體說의 問題點 종래 독일의 'Verwaltungstrager'를 행정주체로 옮겼다. 독일의 문헌이 공무수탁사인 역시 'Verwaltungstrager'의 일종으로 들기에 자연 공무수탁사인에 대해서도 행정주체적 지위를 부여하여 왔다. 법에서 권리(법)주체는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를 의미한다. 그런데 행정주체설을 단순 대입하면 공무수탁사인의 경우 귀속주체인 이상 그의 위법한 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은 국가배상차원에선 그 스스로 가져야 한다는 논증이 성립한다. 행정주체로서의 공무수탁사인과 관련한 이런 인식(행정주체=배상책임주체)은 별다른 의문 없이 보편적으로 문헌에서(최근의 예로 정하중,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의미, 법률신문 제3965호(2011.9.5.); 박균성, 공무수탁자의 법적 지위와 손해배상책임, 행정판례연구 제15집 제1호, 2010.6, 151면 이하; 정남철, 행정대집행과 국가배상책임, 행정판례연구 제15집 제1호, 2010.6, 189면 이하) 받아들여지고 있다(이에 대한 문제제기로 김중권, 2010년도 주요 행정법(행정)판결의 분석과 비판에 관한 소고, 안암법학 제35호, 2011.5.31., 96면 이하. 홍준형 교수 역시 행정주체설에 대해 강한 의문을 피력한다. 동인, 사인에 의한 행정임무의 수행 : 공무수탁사인을 둘러싼 법적 쟁점을 중심으로, 공법연구 제39집 제2호(2010), 639면). 그런데 기왕의 논의는 조직법상의 의미, 작용법상의 의미 그리고 책임법상의 의미를 구분하지 않았다. 공무수탁사인이 행정주체가 되어 -지방자치단체, 공공조합, 영조물법인, 공재단처럼- 간접적인 국가행정의 일환이 되나, 이는 조직법상의 의미이다(Klement, Hochstrichterliche Rechtsprechung zum Verwaltungsrecht: Ungereimtes in der Beleihungsdogmatik des BGH, VerwArch 2010, 112(119); Maurer, Allg. VerwR, 2009, §21 Rn.11). 작용법의 차원에선 그것은 고유한 직무담당자(Amtstrager)이다. 즉, 공무수탁사인은 헌법 제29조와 국가배상법 제2조상의 직무를 집행한다. 직무담당자로서 공무수탁사인을 설정하면, 그의 행위에 따른 법적 효과는 당연히 위탁자(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게 귀속하며, 이는 국가책임법의 차원에서도 그대로 통용된다. 즉, 공무수탁사인에게 공임무를 위탁한 자가 공무수탁사인의 위법한 직무행위에 대해 배상책임을 진다. 사실 행정절차법은 물론 행정소송법상으로 공무수탁사인이 행정청마냥 동일하게 피고가 되기에 행정주체설이 결정적으로 한계가 가질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주체설에 사로잡힌 나머지 행정소송상의 이런 취급을 소송수행상의 편의상의 것으로 오해하였다. 2. 獨逸에서의 論議 독일의 경우 통설(Maurer, Allg. VerwR, §23 Rn.59, §26 Rn.43; Ossenbuhl, Staatshaftungsrecht, 5.Aufl., 1998, 16f.; Freitag, Das Beleihungsverhaltnis, 2004, S.25)과 판례(BGHZ 49, 108(115); BGHZ 122, 85(87))는, 그들 판례에서 전개된 위탁이론(Anvertrauenstheorie)과 그들 기본법상 배상책임주체로 국가와 공공단체만이 규정되어 있는 점에 의거하여, 공무수탁사인에게 위탁한 행정주체('Verwaltungstrager')가 배상책임을 진다고 본다. 그 결과 공무수탁사인은 국법적 의미에서의 공무원이나 행정보조인과 동일하게 설정되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독일에선 일부문헌에서 반대주장이 제기되었다. Frenz는 기본법 제34조의 책임이 사법의 권리주체에게도 이전될 수 있음을 들어, 고권적 권능을 독립되게 행사하는 공무수탁사인이 스스로 책임을 진다고 주장하였다(Ders., Die Staatshaftung in den Beleihungstat bestanden, 1992, S.148ff.). 즉, 공무수탁사인에로의 책임의 원칙적인 이전이 독립된 행정주체로서의 공무수탁사인의 법적 지위의 논리적 결과라고 본다(Frenz의 반론에 공감하여, Schmidt am Busch는 민간의 자원을 가능한 효과적으로 투입하기 위하여, 그리고 -바뀐 국가임무에 상응하여- 필연적인 행정단위의 독자성을 감안하여 책임을 공무수탁사인에게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Ders., Die Beleihung: Ein Rechtsinstitut im Wandel, DOV 2007, 533(542)). 반대론에 의하면 임무수행과 관련하여 제1차적 권리보호(행정소송)이든 제2차적 권리보호(국가책임)이든 동일인을 피고로 삼을 수 있다. Ⅴ. 公務受託私人이 賠償責任主體가 될 수 있는가? 배상책임주체와 관련해서, 우리의 경우 -독일과는 마찬가지로- 헌법이 국가와 공공단체만을 규정하고, 우리의 국가배상법제에 해당하는 독일 민법 제839조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지만 국가배상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만을 규정하고 있다. 설령 행정주체로서의 공무수탁사인을 인정하더라도, 그는 처음부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와 다른 위상을 갖는다. 요컨대 배상책임은 신분법적 의미상의 공무위탁적 고권주체와 관련이 있다. 나아가 배상책임주체가 이처럼 명문화된 이상, 독일에서의 반대주장이 우리에게 통용되는 데는 극복될 수 없는 장애가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이 점은 동일하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공무수탁사인을 배상책임주체차원에서 전개한 것은 깊이 재고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물론 원심은 토지공사(피고1)를 비롯한 피고(피고2-피고 토지공사의 업무 담당자, 피고3-피고 토지공사와 사이에 용역계약을 체결한 법인, 피고4-그 법인 대표자)를 국가배상법의 차원에서 -판례가 인정하는-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가능성에 의률하여 접근한다. 특히 대법원은 토지공사를 행정주체이자 원(1차)공무수탁사인으로 설정하기에, 그 토지공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자 및 그의 대표자를 마치 복(2차)공무수탁사인이자 그 집행공무원으로 보는 셈이다. 그런데 전적으로 사인인 이들을 국가배상책임에 의률하여 접근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문제가 있을뿐더러,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과 비교하여 요구되는 과실정도가 높다. 사실 판례는 법인이 공무수탁사인인 경우 해당 법인과 그 업무담당자를 구분하여 고찰하고 있다. 그런데 법인이 공무수탁사인에 해당하면 직무행위의 기준이 되는 직무담당자는 그 수탁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자(그 법인의 직원)이지 결코 해당 법인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직무담당자는 반드시 자연인만 될 수 있기 때문이다(BGH, Urt. v.22.2.2006, NVwZ 2006, 966; BGHZ 170, 260(266 Rn.18)). Ⅵ. 맺으면서-誤解의 軸 직무담당자의 공무원적 지위인정은 공권력주체(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책임귀속 즉, 국가책임을 성립시키기 위함이다. 결코 그의 개인적 책임을 국가배상법차원에서 묻기 위함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사안을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의 능부차원에서 접근하였고, 그 결과 -대상판결이- 공무수탁사인을 국가배상법에 위배되게 배상책임주체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2009.10.21.의 국가배상법개정에서 공무수탁사인을 명시적으로 공무원과 병렬적으로 규정하였다. 개정전의 사안이지만, 그에 관한 행정주체적 접근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사실 이 모든 요령부득의 논증은 국가배상법의 본지에서 벗어나 가해공무원의 직접적 배상책임을 인정하여 국가배상책임의 본질마저 오해하게 한 대법원 1996.2.15. 선고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에서 비롯되었다. 이 판결을 극복하지 않고선 우리 네 국가책임법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고 하겠다(이런 사정에 관해선 김중권, 행정법기본연구Ⅱ, 2009, 159면 이하 참조).
2011-12-05
국가배상법 제2조1항의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의미
Ⅰ. 事實關係 피고 한국토지공사(이하 '토지공사'라 한다)는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X지구 일대의 택지개발사업에 편입되는 토지의 취득 및 그 지장물의 이전을 위하여 원고들과 협의하였으나 협의가 성립되지 않아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하였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2002. 4. 16. 이 사건 토지를 수용하고, 그 지상 건물 등 지장물을 이전하게 하는 재결을 하였으며, 2002. 6. 11. 원고들의 영업의 손실 등에 대한 영업권보상으로 영업설비 등 물건을 이전하도록 재결하고 수용시기를 2002. 7. 30.로 정하였다. 피고 토지공사는 2003. 3. 14. 경부터 2004. 1. 29.경까지 원고들에게 6차례에 걸쳐 관련보상절차가 완료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토지상의 각 건물에 대한 철거와 지장물을 이전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계고를 하였다. 원고들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토지 및 공장건물 등을 계속 사용·수익하자, 피고 토지공사는 2004. 1. 30. 피고 S개발과 행정대집행철거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2004. 2. 5.부터 같은 해 2. 9. 까지 사이에 피고 乙(토지공사직원)을 행정대집행 책임자로 하여 토지공사의 직원들과 S개발에서 고용한 인부들을 지휘·감독하여 행정대집행을 실시하였다. 원고는 일심 법원에 위 대집행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기각판결을 받았다(의정부지방법원 2006. 2. 3, 2004가합2007). 이에 원고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은 토지공사가 국가배상법 2조의 공무원에 해당하지만, 공무원 개인의 배상책임의 요건인 고의·과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서울고법 2007. 10. 4, 2006나37894) Ⅱ. 對象判決의 要旨 토지공사는 구 한국토지공사법 제2조, 제4조에 의하여 정부가 자본금의 전액을 출자하여 설립한 법인이고, 같은 법 제9조 제4호에 규정된 토지공사의 사업에 관하여는 공익사업법 제89조 제1항, 위 한국토지공사법 제22조 제6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0조의3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본래 시·도지사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업무에 속하는 대집행권한을 토지공사에게 위탁하도록 되어 있는바, 토지공사는 이러한 법령의 위탁에 의하여 대집행을 수권받은 자로서 공무인 대집행을 실시함에 따르는 권리·의무 및 책임이 귀속되는 행정주체의 지위에 있다고 볼 것이지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으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Ⅲ. 評釋 위 판결은 국가배상법 2조의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개념과 범위와 관련하여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박균성, 공무수탁자의 지위와 손해배상책임; 정남철, 행정대집행과 국가배상책임, 행정판례연구, ⅩⅤ-1, 2010, 151면 및 189면 이하). 2009. 10. 21. 법개정을 통하여 동 개념이 추가되기 전에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공무원"의 개념은 이른바 기능적 의미의 공무원의 개념으로서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등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가진 자뿐만 아니라 널리 공무를 위탁받아 실질적으로 공무에 종사하는 모든 자를 포함한다는 것이 학설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판례 역시 이와 같은 견해에 따라 통장(大判 1991. 7. 9. 91다5570), 소집중인 향토예비군(大判 1970. 5, 26. 70다471), 교통할아버지(大判 2001. 1. 5. 98다39060) 등을 공무원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다. 개정법률은 이와 같은 학설과 판례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여기서 "公務를 委託받은 私人"은 강학상 의미의 "公務受託私人"을 포함하여 널리 공행정을 수행하는 사인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실무상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범위를 어떻게 한계설정할 것인가는 국가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하여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다. 1. 公務受託私人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범주에는 우선적으로 행정권한을 부여받아 대외적으로 행사하는 강학상의 公務受託私人이 포함될 것이다. 이러한 公務受託私人은 자연인 뿐만 아니라 법인을 포함한 사법상의 단체를 의미한다. 公務受託私人은 이론상으로 행정법관계의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로서 행정주체의 지위를 갖으나, 실정법은 公務受託私人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항고소송의 피고로서 행정청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하며(행소법 2조 2항), 행정절차법상의 행정청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하고(행정절차법 2조 1호), 국가배상법상의 공무원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한다. 향후 公務受託私人에 해당하는 공증인, 민영교도소, 토지수용권을 행사하는 사인 등이 행하는 공행정작용에 의하여 발생되는 손해는 국가배상책임의 대상이 될 것이다. 2. 行政補助人 행정보조인은 행정임무를 자기책임하에 수행함이 없이 순수한 기술적인 집행만을 떠맡는 私人이라는 점에서 행정권한을 직접 대외적으로 행사하는 公務受託私人과 구별된다. 이러한 행정보조인은 행정주체와의 사법상 계약에 근거하여 행정청의 지시에 따라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다. 행정보조인의 대표적인 예로서는 견인업무를 대행하는 자동차견인업자, 생활폐기물의 수집·운반 및 처리업자 등이다. 이러한 행정보조인이 어떤 경우에(특히 이들이 私企業의 조직을 갖는 경우에) 공무를 위탁받은 私人으로 볼 수 있는지는 다툼이 되고 있다. 독일의 판례는 私企業이 행정주체의 지시나 영향력에 예속되어 임무수행상 행정주체의 도구로 나타나는지에 여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 행정주체의 임무의 성격, 이러한 임무와 사기업에 위탁된 활동과의 연관성의 밀접도, 공법상 의무에 대한 사기업의 기속정도에 따라 상이하게 판단된다. 임무의 권력적 성격이 강하게 나타날수록, 행정주체의 임무와 사기업에 위탁된 업무의 연관성이 밀접할수록 사기업주체를 행정주체의 도구로 간주하여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이른바 '도구이론'에 대하여 상세히는: 鄭夏重, 民間에 의한 公行政遂行, 公法硏究, 30집 제1호, 2001. 12. 463면). 이러한 관점에서 독일연방민사법원은 견인업체에 의한 차량견인과정에서 발생된 손해(BGH NJW 1978, 2502)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3. 行政權限의 代行人 실정법상으로 행정청의 권한의 대행이라는 표현이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관리법 44조는 "자동차검사대행자의 지정", 고속도로법 제6조는 한국도로공사의 "권한대행", 도로교통법 제36조는 "차의 견인 및 보관업무 등의 대행"을 규정하고 있다. 일설은 이러한 행정권한의 대행인을 독자적인 公行政을 수행하는 私人의 형태로 파악하여 대행인은 피대행기관 대신에 권한을 행사하고 법적으로는 그 행위의 효과는 피대행기관에게 귀속된다는 점에서 대리와 동일하나, 통상 대리권이 법령에 규정되어 있고, 대행을 함에 있어서 피대행기관과의 관계를 명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리와 구별된다고 한다(박균성, 앞의 글, 160면). 그러나 실정법상 이러한 대행인은 구체적인 법률관계의 내용에 따라 "공무수탁사인" 또는 "행정보조인"으로 구분될 수 있으며, 단지 실정법은 양자를 구별함이 없이 권한 또는 업무의 대행이라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검사대행인은 국토해양부장관의 자동차검사의 권한을 행사하는 "公務受託私人"으로 보아야 하며, 차량견인 및 보관대행인은 "행정보조인"으로 보아야 하고, 한국도로공사의 국토해양부장관의 권한대행은 강학상의 "행정청의 권한의 위탁"에 해당된다고 볼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정법상의 권한 또는 업무의 대행인은 독자적인 고찰의 범주에서 벗어날 것이다. 4. 公法人 공법인도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지 특히 대상판결과 관련하여 문제가 된다. 原審은 행정대집행의 권한을 위탁받은 토지공사를 국가배상법상의 공무원으로 보고 고의·중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토지공사는 행정주체의 성격을 갖고, 토지공사의 직원, S개발 및 그의 소속직원은 공무원의 지위를 갖는다고 보고 이들에게 고의·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 및 토지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인하였다. 이러한 대상판결은 대법원의 이른바 "뱀장어판결"(大判 2003. 11. 14. 2002다55304)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 사건은 실뱀장어를 수출하려던 원고들이 수출추천업무를 거절한 피고 수산업협동조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관계법령에 의하면 수출제한품목인 뱀장어는 수산청장의 이식승인을 받아야 수출할 수 있었고, 수산청장은 일정한 범위내에서 수산업협동조합에 이식승인권한을 위탁하고 있었다. 여기서 대법원은 피고 수산업협동조합을 민간위탁을 받은 '수탁기관'으로서 공무원에 해당된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양자가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토지공사는 광의의 영조물법인으로서, 그리고 수산업협동조합은 공공조합으로서 모두 행정주체의 성격을 갖고 법령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행정권을 행사한다. 토지공사는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업무에 속한 행정대집행의 권한을 관련법령에 근거하여 수탁받은 반면 수산업협동조합은 수산청장의 이식승인의 권한의 일부를 관련법령에 근거하여 수탁받은바, 이는 전형적인 행정청의 권한의 위탁에 해당하는 것으로 양자는 동일한 사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전체 국가행정조직 내에서의 행정권한의 위탁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私人에 대한 公務委託과 명확하게 구별된다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에서 토지공사의 공무원의 성격을 부인하고 "행정주체"의 성격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과 같이 토지공사의 행정주체성을 인정하고, 토지공사의 소속직원 및 S개발 및 그 고용원을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으로 본다면,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 밖에 없다. 만일 이들의 공무수행에 있어서 고의·과실이 인정된다면 토지공사는 배상주체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가? 판례는 이점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지 않으나, 판례의 논리대로라면 당연히 토지공사의 배상주체성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가배상법 2조 및 5조는 배상주체로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만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단체소속 직원 등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개인에게 손해가 발생된 경우에는 공공단체는 국가배상법 8조에 따라 민법 750조 및 756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 지배적인 학설이다. 판례 역시 국가배상법 제5조와 관련하여 고속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민법 758조에 의한 도로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大判 2008. 3. 13. 2007다29287 : 다만 2조와 관련하여 예외적으로 대한민국과 농업기반공사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 헌법 29조에서 배상주체를 "국가" 또는 "공공단체"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배상법은 1967년 3. 3. 개정이래로 배상주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한정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급부행정이 공공단체에 의하여 수행되고 이들이 실질적으로 공행정에 해당됨을 고려할 때, 공공단체의 활동에 국가배상법을 적용하지 않고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을 부담지우는 것은 체계정당성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민법 758조에 의한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일반국도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5조를 적용하는 판례에 태도에 대하여 오늘날 고속도로가 국가교통행정에서 갖고 있는 절대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어느 누구도 쉽게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학설에서는 공공단체의 공행정작용에 대하여는 국가배상법 2조와 5조를 유추적용하여 국가배상을 인정하자는 견해(박균성, 앞의 글 178면) 또는 2조와 5조에 국가·지방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기타 공공단체도 포함되는 예시적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생각건대 비록 문언상으로 배상주체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제한되고 있으나, 영조물법인이나 공공조합 등 공공단체도 넓은 의미의 국가행정조직의 일부에 해당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들 또한 2조와 5조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이러한 헌법합치적 해석만이 토지공사에 행정주체성을 인정하고, 그의 소속직원, S개발 및 그의 고용원을 2조의 공무원으로 판단한 대상판례를 설득력 있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원심과 같이 토지공사를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으로 보아 그의 위법한 직무행위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바, 이는 公法人을 私人으로 보아야만 하는 법리상의 愚를 범하게 될 것이다.
2011-09-05
법정지상권이 성립된 건물의 이전과 연체지료의 승계 여부
Ⅰ. 문제의 제기 1. 지상권 제도는 건물과 토지를 별개의 부동산으로 구성하고 있는 우리 민법에 있어서, 타인 소유의 토지 위에 건물 등을 소유하고자 하는 자의 입장에서는 불가결한 것이다. 민법은 약정지상권 외에도 민법 제366조 등에서 토지와 건물 중 그 어느 하나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소유자와 건물소유자가 분리되는 경우에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2. 법정지상권은 법률상 성립하는 물권이므로 당사자간 약정에 의하여 그 존속기간과 범위, 지료 등이 정하여지는 약정지상권과 구별되는 점이 있다.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경우, 우리 민법은 제366조, 제305조 단서에서 "지료"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지료를 2년 이상 연체한 때에는 지상권소멸사유가 된다는 점에서 지료연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법정지상권이 이전된 경우, 법정지상권의 양수인이 어떠한 요건 하에서 종전 법정지상권자의 연체지료를 승계한다고 볼 것인지의 문제는 법정지상권과 법정지상권의 제한을 받는 토지소유권의 합리적 조화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Ⅱ. 사실관계 1. 본래 이 사건 대지와 지상건물은 이현숙의 소유였는데, 다만 건물 중 2층 부분은 준공검사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현숙은 위 대지와 지상건물 1층에만 저당권을 설정하였고, 그 실행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원고가 1981. 3. 27. 경락받아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그 후 위 2층 부분에 관하여 준공검사가 나왔고, 이현숙은 1984. 9. 7. 2층 부분에 관하여 보존등기를 마치고, 1986. 5. 17. 저당권을 설정하였으며, 그 실행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오운환이 1987. 2. 28. 2층 부분을 경락받아 같은 해 4. 20.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가, 1990. 2. 1. 피고에게 매도하였다. 2. 원고는 이현숙을 상대로 위 2층 부분에 대한 명도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나 1층에 부합되지 아니한 독립된 부동산이라는 이유로 패소하였고, 한편 원고의 이현숙에 대한 지료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 그러나 지료에 관한 등기에는 이르지 못하였고, 이현숙, 오운환, 피고 그 누구도 원고에게 지료를 지급한 바 없으며, 오운환 자신의 지료연체기간만 하더라도 2년이 넘는다. 3. 이에 원고가 현재 소유자인 피고를 상대로 법정지상권소멸청구 및 2층 부분의 철거를 구한 것이다(조관행, "법정지상권의 취득, 양도, 소멸에 관한 몇가지 문제", 대법원판례해설 25호(1996년 상반기), 43면). Ⅲ. 판결요지 1. 지료액 또는 그 지급시기 등 지료에 관한 약정은 이를 등기하여야만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이므로(부동산등기법 제136조), 지료의 등기를 하지 아니한 이상 토지소유자는 구 지상권자의 지료연체 사실을 들어 지상권을 이전받은 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할 것이다. 2. 다만 위 오운환은 이 사건 법정지상권자로서 이를 승계취득한 이후의 지료를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나 민법 제366조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법정지상권의 경우 그 지료는 당사자의 협의나 법원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원고와 위 오운환 사이에 지료에 관한 협의가 있었다거나 법원에 의하여 지료가 결정되었다는 아무런 입증이 없음은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바이고, 법정지상권에 관한 지료가 결정된 바 없다면 법정지상권자가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지료 지급을 지체한 것으로는 볼 수 없으므로 법정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하는 토지소유자의 지상권 소멸청구는 이유가 없다는 것이 당원의 견해이다. Ⅳ. 검토의견 1. 대상판결의 사안은 이를테면 건물 2층 부분을 소유하기 위한 법정 구분지상권이 성립한 경우라 할 수 있는바, 그 요지는 지료 등기를 하지 않은 이상 종전 지상권자의 지료연체사실을 들어 지상권을 이전받은 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다. 2. 우리의 학설 역시 대체로 대법원과 같이 이를 대항요건으로 해석하여, 지료에 관한 등기가 있는 경우에만 지상권 이전에 따라 지료지급의무도 이전되고, 지료에 관한 등기를 하여야 그 연체효과를 지상권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곽윤직, 물권법[민법강의 Ⅱ], 363면 ; 이영준, 새로운 體系에 의한 한국민법론[物權編], 626면). 3. 본래 지료는 지상권의 요소가 아니므로, 지료는 임의적 기재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지상권의 존속기간, 지료 등은 그야말로 임의적 기재사항에 불과할 뿐이고, 지료 등에 관한 등기를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실체관계가 등기부 기재대로 변경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예컨대, 지상권자가 토지소유자와의 사이에 건물소유를 위한 지상권 설정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서에 그 존속기간을 10년으로 기재하고 다만 등기부에는 지상권 설정의 목적과 범위만을 등기한 경우에, 지상권자가 석조건물을 건축하였다고 하여 그 지상권의 존속기간이 30년으로 늘어난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이치는 지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4. 특히 지료의 경우, 당사자간 다른 사항은 등기하면서도, 지료에 대해서만은 지료가 경기변동에 따라 증감변동할 수 있는 사정을 고려하여 매년 정하기로 하고 일부러 이를 등기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료의 연체사실은 이를 등기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지료의 등기를 한 경우에도 실제로 지료가 연체되어 있는지 여부는 개별적으로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종전 지상권자의 지료연체를 지상권 양수인에게 주장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판단함에 있어, 지료의 등기여부와 연관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한 것으로 생각된다. 5. 채권의 경우, 그 지위의 이전이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그 권리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당사자 사이의 개별적 약정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것이고, 그들 사이에서 발생한 채권 채무는 그 사람에 대하여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물권은 물건에 대하여 직접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당사자의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 이러한 이치는 대물적 행정처분의 경우, 종전 영업자의 위법사유가 승계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1. 6. 29. 선고 2001두1611 판결). 다시 말해, 물권은 직접 물건에 대한 권리행사가 가능한 것이므로, 물권의 귀속자가 변동되었다는 사정은 물권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따라서 물권적 지위의 승계가 이루어진 경우 승계인은 종전 당사자 지위를 그대로 승계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민법 307조 참조). 이와 혼동하여서는 아니되는 것은 기판력의 주관적 범위에 관한 변론종결 후의 승계인 논의이다. 이때는 원고가 소송상 구하는 청구권의 성질에 따라 승계인의 범위가 달라진다(구실체법설). 6. 토지소유자와 법정지상권자는 상호 물권자 지위에 있다. 법정지상권자는 법정지상권의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타인의 토지를 이용할 수 있고, 따라서 그 토지이용권을 처분함에 있어서도 토지소유자의 승낙이나 양해를 얻어야 할 필요가 없다. 토지소유자 역시 물권자 지위에서 지상건물을 소유함으로써 토지를 사용하고 있는 자를 상대로 지료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권이 변동될 때마다 변동된 건물소유자를 일일이 확인해 가면서 그의 소유권 취득일에 맞추어 지료를 청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의무자별로 연체기간을 별도로 계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물권의 처분자유의 관점에서 볼 때, 물권자는 그 물권의 범위 내에서 물권을 직접 지배하고 처분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당연한 결과로서 더욱 강화된 지위승계가 이루어진다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7. 뿐만 아니라, 법정지상권 승계인이 지료를 승계하는 것은 우리 민법 제288조의 해석상 불가피하다. 동조는 "지상권이 저당권의 목적인 때 또는 그 토지에 있는 건물, 수목이 저당권의 목적이 된 때에는 전조의 청구는 저당권자에게 통지한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조의 취지는 지상권자가 지료를 연체하여 지상권이 소멸될 처지에 처하게 된 경우, 지상물의 저당권자에게 그 사실을 알림으로써 저당권자가 연체 지료를 대신 변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 지상권이 소멸되지 않도록 하려 함에 있다고 해석되고 있다(민법주해[Ⅵ] 물권(3), 80면). 본래 지상물을 목적으로 하는 저당권자는 토지를 직접 지배하는 자가 아닐 뿐더러 법률상 지상권자를 대신하여 지료를 지급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자이나, 그 저당권이 지상권(또는 지상물)의 존속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상권(또는 지상물)의 소멸을 면하기 위해서는 저당권자라도 대신 지료를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정지상권의 양수인이 바로 그 지상권의 존속을 위해 종전 법정지상권자의 연체 지료를 지급하여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8. 지료지급의무가 2년 이상 연체된 경우 그 결국은 지상권소멸 또는 지상물철거에 이른다는 의미에서, 건물철거의 경우 피고적격자에 관한 법리(대법원 1986. 12. 23. 선고 86다카1751 판결)가 적용되어야 한다. 건물철거소송에서 철거의무는 그 건물에 대한 종국적인 처분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등기부상 소유자 뿐 아니라 건물에 대한 사실상 처분권을 가지는 자도 피고 적격을 갖는다. 이러한 이치는 법정지상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서, 법정지상권이 양도된 경우 토지소유자는 현재 건물을 소유함으로써 토지를 사용 수익하고 있는 자를 상대로 지료를 청구할 수 있고, 이 때 건물의 승계취득자는 종전 건물의 소유자가 보유하고 있던 건물 소유를 위한 법정지상권자의 지위도 그대로 승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일단 지료연체를 이유로 건물소유를 위한 토지사용권이 소멸한 경우에는, 토지소유권에 방해상태를 야기하는 자는 그가 누구이든 토지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 제거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이다. 이처럼 지료지급의무 또는 철거의무는 방해배제를 구하는 토지소유자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9. 이와 관련, 대법원 2001. 3. 13. 선고 99다17142 판결은 "지상권자의 지료 지급 연체가 토지소유권의 양도 전후에 걸쳐 이루어진 경우 토지양수인에 대한 연체기간이 2년이 되지 않는다면 양수인은 지상권소멸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토지소유권의 변동은 법정지상권자의 지료연체 여부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토지소유권이 변동되었다 하여 종전 법정지상권자의 지료연체효과가 소멸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Ⅴ. 결론 1. 법정지상권의 지료지급의무는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므로, 종전 법정지상권자와 법정지상권 양수인의 연체기간이 통산 2년을 넘게 되면 법정지상권은 소멸청구의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판례이론에 따르면, 법정지상권의 지료가 등기되지 않으면 지료연체를 대항할 수 없고 법정지상권이 양도된 경우 연체효과도 승계되지 아니하므로, 법정지상권자는 지료결정을 회피하면서 지료연체가 2년에 달하기 전 법정지상권을 양도함으로써 지상권소멸청구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본 사안에서 이현숙, 오운환, 피고 그 누구도 원고에게 지료를 지급한 바 없음에도 철거의무를 면했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하는 간교함을 잉태할 뿐이고, 토지소유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심히 부당한 것이다.
2011-08-29
건축신고반려행위의 법적 성질
Ⅰ. 사실의 개요 1. 원고는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 임야 8,752㎡ 중 500㎡(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의 지상에 건축면적과 연면적을 각 95.13㎡로 하는 1층 단독주택을 신축할 계획으로, 2006.5.19. 경 피고(청주시 상당구청장)에게 이 사건 토지를 대지로 형질변경하여 위 건축을 하겠다는 내용의 개발행위허가신청 및 건축신고를 하였다. 2. 피고는 2006.6.23. '이 사건 토지에 접하는 진입도로가 녹지를 가로지르는 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38조 제1항,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43조, 도시공원 및 녹지의 점용허가에 관한 지침 규정에 의거 건축법상 진입로를 위한 완충녹지점용이 불가하므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8조 및 건축법 제33조의 규정에 의거 진입도로가 미확보되어 개발행위허가 및 건축신고가 불가하다'는 이유로 위 신청 등을 불허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이 사건 토지로 연결되는 진입로가 이미 개설되어 있으므로 진입로 미확보를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 관련법령 및 도시공원·녹지의 점용허가에 관한 지침에 의하면 녹지점용허가기준에 관하여 건축법상 도로로 사용하기 위하여 점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녹지점용을 허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원고로서는 이 사건 진입도로를 이용하기 위한 녹지점용허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Ⅲ. 제1심판결(청주지법 2007.7.11, 2006구합1611) 요지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주된 근거로 삼은 도시공원·녹지의 점용허가에 대한 지침 제4조를 보더라도, 녹지를 가로지르는 진입도로에 대하여는 '건축법상 도로'로 사용하기 위한 경우나 이면도로가 개설된 경우 등을 제외하고 일정한 요건 하에 그 점용을 허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원고는 이 사건 진입도로를 이 사건 토지에 이르는 진입로로 이용하고자 하는 것에 불과하고 도로를 개설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이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진입도로에 관하여 녹지점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Ⅳ. 원심판결(대전고법 2007.12.6, 2007누1536) 요지 제1심 판결은 정당하고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Ⅴ. 상고심판결(2008두167) 요지 1. 직권으로 본다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2. 건축주 등은 신고제하에서도 건축신고가 반려될 경우 당해 건축물의 건축을 개시하면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벌금의 대상이 되거나 당해 건축물을 사용하여 행할 행위의 허가가 거부될 우려가 있어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건축신고 반려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Ⅵ. 평 석 1. 판결의 긍정적 측면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건축신고반려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으로서의 처분"으로 인정하였다. 만시지탄이 있으나, 올바른 판단이다(상세는 김남진, "건축신고반려조치의 법적 성질", 법률신문 2000.12.28. 등 참조). 다른 학자가 본 판례에 대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으로 평한 것에 동조하는 바이다(김중권, 법률신문 2010. 12. 6. 참조). 대법원은 종래에 [건축신고의 반려행위 또는 수리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아니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소는 부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대법원 1967.9.19. 선고 67누71 판결, 대법원 1995.3.14. 선고 94누9962 판결, 대법원 1997.4.25. 선고 97누3187 판결, 대법원 1998.9.22. 선고 98두10189 판결, 대법원 1999.10.22. 선고 98두18435 판결, 대법원 2000.9.5. 선고 99두8800 판결 등)을 하였던 것인데, 본 판결(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의 견해와 저촉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되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2. 판결의 부정적 측면 본 사건에서 문제된 "건축신고반려행위"는 신고를 통해 초래된 건축금지해제의 효과를 배제하는, 혹은 거부하는 "행정청의 개별 구체적 규율"로서의 행정행위 또는 처분에 해당함이 분명하다(이에 관한 상세는 김남진/김연태, 행정법Ⅰ, 제14판, 186면이하 참조). 다른 학자가 이 사건에서의 신고반려행위를 禁止下命으로 보고 있음도 같은 취지이다(김중권, 전게 판례평석 참조). 행정소송법(및 행정심판법)은 "처분"에 대하여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제2조 제1항 2호)으로 정의해 놓고 있다. 본 사건에서의 "건축신고반려행위"가 "처분"에 해당함은 위 실정법규정 및 그에 대한 설명(김남진/김연태, 전게서, 746면이하 참조)에 비추어 볼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도, 대법원이 "건축신고반려행위의 처분성"을 설명하는데 불필요한 長廣舌을 늘어놓고 있음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아울러, 김남진, "대법원의 처분개념에 대한 의문", 법률신문 1999.12.13. 참조) 3. 확인적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활용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그 "신고반려행위의 처분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라고도 부연 설명해 놓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설명은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처분성)"을 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확인소송에 있어서의 확인의 이익 내지 원고적격"에 관하여 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이 기회에 "확인소송으로서의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활용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행정소송과 관련하여 항고소송(특히 취소소송)에만 메달리지 말고, - 특히 처분성이 명확하지 않은 행정작용에 대하여도 - "공법상의 당사자소송(특히 확인소송)을 활용함으로써 국민의 구제의 길을 넓히자고 하는 것이다(이에 관한 상세는 김남진, "처분성확대론과 당사자소송활용론", 고시연구, 2005.3; 同人, "행정상 확인소송의 가능성과 활용범위", 고시연구, 2005.5. 참조) 아울러 이 문제에 대한 다른 학자의 보다 깊은 연구(김현준, "처분성없는 행정작용에 대한 행정소송으로서의 확인소송", 공법연구 제37집 제3호, 2009. 2)를 참조할 것을 적극 권하는 바이다.
2011-02-10
申告制와 관련한 코페르니쿠스적 轉換에 관한 小考
Ⅰ.대상판결의 요지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연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구 건축법(2008.3.21. 법률 제897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관련 규정의 내용 및 취지에 의하면, 건축주 등으로서는 신고제 하에서도 건축신고가 반려될 경우 당해 건축물의 건축을 개시하면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벌금의 대상이 되거나 당해 건축물을 사용하여 행할 행위의 허가가 거부될 우려가 있어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건축신고 반려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Ⅱ. 기존의 스테레오타입의 終焉의 始作 이상의 전원합의체판결은 그와 다른 취지의 기왕의 판례(대법원 1967.9.19. 선고 67누71 판결, 대법원 1995.3.14. 선고 94누9962 판결, 대법원 1997.4.25. 선고 97누3187 판결, 대법원 1998.9.22. 선고 98두10189 판결, 대법원 1999.10.22. 선고 98두18435 판결, 대법원 2000.9.5. 선고 99두8800 판결 등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판결)를 모두 변경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로써 이제까지 스테레오타입일 정도로 견지하여 온 건축신고반려(수리거부)의 비처분성 및 무의미성은 마침내 終焉을 고하게 되었다. 평소 현하의 申告制를 행정법도그마틱으로선 새로운 어려움인 新苦制로 여겨 기왕을 틀(자기완결적 신고, 수리를 요하는 신고)을 타개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여 온 필자로선(졸저, 행정법기본연구Ⅰ, 2008, 109면 이하; 졸고, 행정법상의 신고와 통보, 조해현(편집대표) 행정소송(I), 2008, 683면 이하), -대상판결의 전체 맥락에 대한 매우 한정된 이해를 전제하긴 해도- 법원의 이 같은 태도변화를 적극 환영하고, 신고에 관한 행정법도그마틱에서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으로 판단한다. 이하에선 대상판결의 의의 및 앞으로의 바람을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Ⅲ.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의 인정근거의 상실 이제까지 대표적인 '자기완결적 신고'로 여겨왔던 건축신고의 경우 행정청의 수리는 물론 수리거부 역시 처분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적법한 신고를 한 이상 수리여하에 상관없이 신고대상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이런 논증을 취하여 온 기왕의 판례(변경대상인 판례)와는 달리, 신고반려의 처분성을 인정하였다. 이제 대상판결로 인해 건축신고인으로선 건축신고반려가 내려지면 금지하명으로서의 그것을 먼저 다투어야지 그것을 무시하고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이로써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는 그 인정근거를 상실하게 되었다. 신고의 의제효과를 집중효로 이해하여 건축신고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설정하여 그 신고수리거부를 거부처분으로 본 하급심(서울고법 2009.12.30. 선고 2009누11975 판결; 서울행정법원 2009.4.9. 선고 2009구합1693 판결: 이들의 문제점에 관해선 졸고, 建築申告의 許可擬制效果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837호(2010.5.3.))과 비교하면, 대상판결이 반려에 따른 즉, 반려를 무시하고 신고대상행위를 행한 경우에 예상된 법효과를 논증하면서 그것의 처분성을 인정한 점은 호평할 만하다. 나아가 대상판결이 반려에 대해 거부처분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점은 매우 돋보이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만약 거부처분이란 표현을 하였으면 신고수리 자체가 의당 처분에 해당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반려의 본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에, 자칫 이를 기화로 건축신고를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오해할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반려위반에 따른 법효과의 결부는, 여기서의 반려가 다름 아닌 신고대상행위에 대한 禁止下命에 해당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여기서의 반려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를 전제로 한- 거부처분으로 인식하여선 아니 된다(다만 여기서 건축신고가 수리된 경우는 건축법상의 허가의제효과로 인해 의제된 건축허가가 다툼의 대상이 됨을 유의하여야 한다. 졸고, 건축허가의제적 건축신고와 일반적인 건축신고의 차이점에 관한 소고, 판례월보 2001.5., 13면 이하 참조). Ⅳ. 신고제에서의 행정청의 심사문제 종래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선 -적법한 신고를 한 이상- 반려(수리거부)는 아무런 법적 의미를 갖지 않으며, 반려에 상관없이 신고대상행위를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선 행정청의 심사자체를 상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런데 신고의 적법성은 신고에 대한 행정청의 대응 그 자체에 대한 판단근거이지 그것의 요부에 대한 판단근거는 아니다. 그리고 신고의 적법성은 신고자가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전적으로 행정청과 (궁극적으론) 법원이 확인할 문제이다. 비록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라 하더라도, 그것을 공법관계의 형성을 개인에게 전적으로 맡긴다는 의미에서 이해하여선 아니 된다. 그렇게 신고제를 이해하면, 행정이 자기임무를 방기하는 것을 조장할 수 있다. 행정이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신고제·민간화란 이름으로 슬그머니 포기함으로써, 그에 따른 법·행정의 공백은 고스란히 민간상호간의 다툼에 내맡겨진다. 그리하여 필자는 신고제를 행정청의 심사배제로 이해하여선 아니 된다고 주장하였다. 대상판결은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이란 측면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건축신고에서의 행정청의 심사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사실 반려의 처분성인정은 신고에 대한 행정청의 심사가능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한편 현행 건축법은 건축허가에 대해 다른 허가나 신고의 효과가 의제되도록 하고 있는 동법 제11조 제5항이 건축신고에 대해서도 준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의제되는 사항의 소관 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를 규정한 동법 제11조 제6항 역시 당연히 건축신고의 경우에도 준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건축신고자는 동법 제11조제5항 각 호에 따라 의제되는 허가 등을 받거나 신고를 하기 위하여 해당법령에서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신청서 및 구비서류를 제출하여야 한다(동법 시행규칙 제12조 제1항). 사정이 이럴진대, 건축신고의 경우에 행정청의 심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든지 그 심사가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는다든지 하는 것은 법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다. 건축신고에서 행정청의 심사를 긍정하지 않고선, 건축법제의 이런 매커니즘을 제대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Ⅴ. 맺으면서-申告制에 관한 拔本的 改革 건축신고가 기본적으로 허가대상건축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증명하듯이, 건축신고는 물론 신고제 자체는 기본적으로 허가제를 代替한 개시통제의 수단이다. 사실 기왕의 신고제의 틀-자기완결적 신고와 수리를 요하는 신고-은 신고제가 허가제의 대체적 의의를 지님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사인의 공법행위에 관한 논의와 -이제는 그 존재이유가 의심스러운- 이른바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로 일컫는 '수리'에 관한 논의를 도식적으로 대입한 것에 불과하다. 요컨대 허가제에 대비된 -절차적 민간화에 해당하는- 신고제의 본질은, 행정법관계의 형성에서 행정은 일단 뒤로 빠지고 私人에게 먼저 이니셔티브(私人主導)를 인정한 것이다. 만약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처럼- 수리 그 자체가 관련 법관계의 형성을 좌우한다면, 그것은 본연의 신고제가 아니라, 변형된 허가제이다. 물론 수리거부에 해당하는 반려만은 금지하명으로서의 의의를 갖는다. 이제까지 신고제에서 수리와 반려(수리거부)를 연계시켜 접근한 패캐이지 논증이 신고제 誤導의 초기조건이었다. 요컨대 신고제의 유형을 (예방적) 금지해제적 신고와 정보제공적 신고로 나누는 것이 그것의 본연의 모습에 부합한다. 건축신고가 신고제의 대표인 점에서 대상판결은 신고제에 관한 패러다임의 교체를 시사한다. 대상판결은 신고제에 관한 拔本的 改革의 시발이다. 다른 영역에서의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 대해서도 대상판결과 같이 향상된 인식이 반영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제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가 설 자리를 상실한 이상, 다음 수순은 典據가 의심스러운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를 하루바삐 修理하는 것이다. 申告制改革의 바람이 서래골에서 불어오길 仰望한다.
2010-12-06
국가보안법상 북한의 반국가단체성과 이적성 판단의 새로운 기준
I. 들어가는 말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북한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대남적화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고 파악한다. 한편 대법원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표현물의 내용이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대한민국의 존립·안정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여야 하고, 표현물에 이와 같은 이적성이 있는지 여부는 "표현물의 전체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그 작성의 동기는 물론 표현행위 자체의 태양 및 외부와의 관련사항, 표현행위 당시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그리고 대법원은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단체가 지향하는 노선이나 목적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학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2008년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이하 '범민련 남측본부') 판결(대법원 2008.4.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과 2010년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이하 '실천연대) 판결(대법원 2010.7.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이라는 두 번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북한의 반국가단체성과 이적 판단에 대하여 소수 대법관에 의하여 새로운 기준이 제시되었기에 주목을 요한다. II.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에 대한 새로운 판단기준 - 2010년 '실천연대' 판결에서의 반대의견 북한의 이중적 성격에 대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입장은 현실을 반영하는 성격 규정처럼 보인다. 그러나 판례는 이 모순되는 두 성격이 형사소송에서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주지 않은 채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은 여하튼 또는 당연히 인정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 결과 북한과 접촉한 사람은 일단 국가보안법의 수사대상이 되고, 수사기관은 그러한 사람의 정치적 성향을 고려하며 수사개시 여부를 판단한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적용의 편파성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2010년 '실천연대' 판결에서 박시환 대법관은 새로운 해석방법을 제시한다. 즉,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을 규명할 때에도… 북한과 관련된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를 전제로 한 규정이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반국가단체적 측면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사항에 한하여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취급하여야 할 것이다. 북한과 관련된 모든 행위에 대하여 북한의 반국가단체적 측면과 연관되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반국가단체와 관련된 행위로 보아 그 행위를 국가보안법의 적용대상으로 삼은 뒤, 남북의 교류·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등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에 위해가 없는 행위임이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면제해 주는 식의 법 적용은 국가보안법의 제정 목적, 국가보안법 제1조 제2항의 엄격적용 원칙, 헌법 제37조의 기본권 보장규정 등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이는 어떤 행위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그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는 형사소송절차의 기본 원칙에도 어긋나는 해석이다."(강조는 인용자) 박 대법관의 해석론에 따르면 북한은 자동적으로 반국가단체성을 갖지 않는다. 북한이 반국가단체인지 아니면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인지는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특정 사건에서 북한이 반국가단체인지는 검사가 증명을 해야 하는 사안이 된다. 이러한 해석은 향후 남한 내의 통일운동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뒷받침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III. '이적성' 판단에 대한 새로운 기준 - 2008년 '범민련 남측본부' 판결에서의 별개의견과 2010년 '실천연대' 판결에서의 반대의견 1.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 기준의 의의와 한계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 기준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 기준에 의해 '이적'의 범위가 확장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였다. 예컨대, 2004년 7월9일 대법원 제2부는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족통일애국청년회(민애청)' 전 회장 한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민애청을 이적단체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다(대법원 2004.7.9. 선고 2000도987 판결). 재판부는 이 조직이 이적단체로 규정되어 있는 '범민련' 등의 활동과 연계되어 있고, '범민족대회'에 조직적으로 참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은 부족하다고 보았다. 마찬가지로 2007년 4월9일 대법원 제2부는 자본주의 철폐와 노동자계급의 국가권력 수립을 지향하며 활동한 '진보와 연대를 위한 보건의료운동연합(진보의련)'을 이적단체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였다(대법원 2007.3.30. 선고 2003도8165 판결). 그리고 2008년 11월 검찰과 경찰은 '사회주의노동자연합'(이하 '사노련')의 운영위원장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와 동 단체 운영위원 5명 등이 혁명적 사회주의 노동자당 건설 등을 강령으로 하면서 국가체제를 부정하는 문건 등을 제작, 배포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2회 청구했으나 그 때마다 영장전담판사들은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없음을 지적하며 모두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나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 기준에 의한 관용은 북한 정치노선에 일정하게 동조하는 '친북' 성향의 조직에게는 베풀어지지 않는다. '범민련 남측본부'가 채택하고 있었던 범민련의 강령은 외국군 철수, 핵무기 철거, 군비 상호감축 등을 포함하고 있었고, 동 단체는 연방제 통일, 조국통일 3대 헌장 지지, 미국반대, 한미군사동맹 분쇄 등을 계속 주장하였으며, 10차례에 걸쳐 범민족대회를 개최하면서 이 행사의 해산을 요청하는 정부에 맞서 물리적 충돌을 일으켰고, 북한 조선로동당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고 있는 범민련 북측본부 및 해외본부와 상시 연락체계를 유지하면서 공동의장단회의 등을 통해 자신들의 사업 활동 방향을 결정하였음이 재판에서 확인되었다. 이에 1997년 대법원 판결(대법원 1997.5.16. 선고 96도2696 판결)과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범민련 남측본부가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이적단체라고 판시하였다. 2.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법리의 전면 등장 그런데 2008년 '범민련 남측본부' 판결에서 박시환, 김지형, 전수안 세 명의 대법관은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있는 경우라 함은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구체적인 위험을 발생시키는 경우에 한정한다"고 해석하면서 별개의견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는 그 단체가 규약·강령·조직과 임원구성·내부결의·외부에 표명된 단체의 의사·대외활동 등으로 추단되는 그 단체의 목적, 목표, 활동방향 등 집단의사 자체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양립할 수 없는 내용이라 하여 그 사실만으로 그 단체를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판단해서는 아니 되고, 그와 같이 추단되는 단체의 집단의사를 실현하는 수단·방법으로 그 단체가 정한 것이 오로지 무장봉기 등 자유민주질서가 용인할 수 없는 방법일 때에 한하여 그 단체를 이적단체로 인정하여야 한다."(강조는 인용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법리가 온전한 형태로 한국 대법원의 판결문에 등장한 순간이었다. 이 세 대법관은 이 기준의 따라 범민련 남측본부의 이적성을 부정한다. 이러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법리는 2010년 '실천연대' 판결에서 재현된다. 실천연대는 자신의 강령, 규약, 출범식 보도문 등에서 반미자주화, 미국의 한반도 지배양식 제거 등을 주장하고 있으며, 북한의 주체사상, 선군정치, 강성대국론, 핵실험 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표시해왔다. 이상의 점을 기초로 다수의견은 동 단체를 이적단체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전수안 네 명의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제출한다. 이 네 명의 대법관은 반미자주, 미군철수, 연합·연방제 통일 등의 주장은 사상의 자유와 참정권이 보장된 대한민국 내에서 자유로운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 중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직접 위해가 된다고 볼 만한 것은 없으며, 북한자료를 인용한 강의교재에 북한의 주체사상과 선군정치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도 있으나 이는 통일운동과 북한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자료를 사용하여 북한의 사상과 체제 운용방식을 소개하는 정도이고, 물리력 행사와 민중 폭력의 당위성을 언급한 부분도 그 빈도수와 전체 문맥에서 차지하는 의미·비중 등을 종합해 보면 이론적 타당성을 원론 수준에서 언급한 정도에 불과하며, 실천연대는 통일부에 비영리민간단체로 공식등록을 하여 약 10년간 적법 영역내의 단체로 활동해왔다는 점 등의 이유에서 실천연대를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현존하는 위험을 가진 이적단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네 명의 대법관은 이적표현물이 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이라는 요건 외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보고, 실천연대가 제작한 각종 표현물의 이적성을 부정하였다. '친북' 성향의 조직에 대해서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법리를 적용하여 이적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이 대법관들의 의견은 향후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금기 없이 인정되도록 만드는 발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IV. 맺음말 사노련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혁명적 사회주의 단체라고 하더라도 북한과 전혀 연관이 없거나 또는 주체사상, 북한 체제와 노선 등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 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점이 법조계 내에서 다수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범민련 남측본부나 실천연대처럼 주체사상과 북한의 정치노선에 부분적·전체적으로 공감하거나 동조하는 단체는 용인할 수 없는 것이 법조계의 다수의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수 시민의 의식도 이 정도의 상태일 것으로 추측한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문제는 북한 정치노선에 동조하는 '친북' 성향의 표현물, 활동, 조직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예민한 문제를 직면하게 되었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법리는 우리가 가장 혐오하고 반대하는 사상과 그에 기초한 실천에 대해서도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의 경쟁 기회를 줄 것을 요구하는 바, 상술한 대법관들의 반대의견 또는 별개의견은 이 문제를 푸는 데 중요한 잣대를 제공할 것이다.
2010-11-11
토지임차인이 지출한 토지조성공사비용의 매입세액 공제여부
1. 사실관계 원고는 전주시 소유의 토지를 임차하여 골프장으로 조성한 후 20년간 사용 후 전주시에 기부채납하는 내용의 공유재산대부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골프장을 조성하면서 토지조성공사비용(토목공사, 정지작업, 토사매입, 폐기물처리, 교통영향평가, 코스설계, 도시계획변경 등)을 지출하였다. 원고는 조성공사비용에 대한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되는 매입세액으로 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해당 세무서는 위 조성공사비용은 토지관련 조성비용으로 매입세액 불공제대상이라는 이유로 위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원고가 1심에서 승소하였으나, 2심에서 패소하였고 대법원에서 원심판결이 파기되었다. 2. 판결요지 부가가치세법의 규정과 입법 연혁, 토지관련 매입세액을 불공제하는 취지는 토지가 부가가치세법상 면세재화이어서 그 자체의 공급에 대해서는 매출세액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그에 관련된 매입세액도 공제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있고, 일반적으로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당해 토지의 양도시 양도차익을 산정함에 있어 그 취득가액에 가산하는 방법으로 회수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토지 소유자인 사업자가 당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하여 한 자본적 지출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당해 토지의 소유자 아닌 자가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의 성격을 갖는 비용을 지출한 경우 그에 관련된 매입세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입세액 불공제대상인 토지관련 매입세액에 해당하지 않는다. 3. 쟁점과 관련 법령 이 사건의 쟁점은 부가가치세법령상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의 의미와 해당 지출자가 토지소유자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지 여부이다. 부가가치세법 제17조(납부세액) 제1항은 '사업자가 납부해야 할 부가가치세액은 자기가 공급한 재화 또는 용역에 대한 세액(매출세액)에서 자기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되었거나 사용될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또는 수입에 대한 세액(매입세액)을 공제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 제4호는 위 제1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아니하는 매입세액의 하나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토지관련 매입세액을 규정한다. 동법시행령 제60조 제6항은 '법 제17조 제2항 제4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토지관련 매입세액"이라 함은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으로서, 토지의 취득 및 형질변경, 공장부지 및 택지의 조성 등에 관한 관련된 매입세액(제1호), 건축물이 있는 토지를 취득하여 그 건축물을 철거하고 토지만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철거한 건축물의 취득 및 철거비용에 관련된 매입세액(제2호), 토지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증가시켜 토지의 취득원가를 구성하는 비용에 관련된 매입세액(제3호)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4. 평석 가. 부가가치세 제도와 매입세액 공제 부가가치세 과세방법으로 전단계 세액공제법을 채택하여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하여 납부세액을 계산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매출세액에서 공제가 부인되는 매입세액은 1) 의무를 태만하였거나 불이행함으로 인하여 공제하지 아니하는 매입세액(법 제17조 제1항 제1호, 제1호의 2), 2)거래의 성질에 따라 공제하지 아니하는 매입세액(제2호; 사업과 직접 관련 없는 지출에 대한 매입세액, 제3호 : 비영업용 소형승용차의 구입과 유지에 관한 매입세액, 제3호의 2 : 접대비 등의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 제4호 : 면세사업에 관련된 매입세액 및 토지관련매입세액)으로 구분된다. 그 중 이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토지관련 매입세액이다. 나. 법령 및 판례의 변천 토지조성비용에 대한 매입세액 공제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이 다수 있다. 주로 대규모 조성사업이 행해지는 골프장 부지와 관련하여 발생하였다. 당초 법(1993. 12.31. 개정 전)에서는 면세되는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에 관련된 매입세액만 불공제 대상으로 규정하였는데, 실무상 임대에 공하는 매입인지 토지원가에 공하는 매입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함에 따라 시행령만 개정(1993. 12.31.)하여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을 불공제한다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신설된 조항의 취지에 대하여 대법원(94누1449 전원합의체 판결)은 토지의 조성 등에 따른 거래행위가 부가가치세 납부의무가 면제되는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그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이치를 규정한 것으로 보았다. 위 판결의 다수의견은 사업관련성이 인정되는 매입세액은 위 규정에서 열거하고 있는 것 외에는 법 제17조 제1항에 따라 모두 공제되어야 하며, 지금까지 매입세액을 공제해 주던 과세관청이 갑자기 시행령만을 개정하여 이를 공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용인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하면서 골프장 부지조성을 위한 용역의 대가를 매입세액으로 사업자의 매출세액에서 공제하는 것을 인정하였다. 그 이후 정부는 법령의 개정을 통해 토지에 대한 자본적 지출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과세관청과 납세자간 마찰 소지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한편 국세심판원은 과세관청이 토지관련 매입세액으로 불공제한 과세처분에 대해 건물 또는 구축물 등 감가상각자산으로 분류되는 비용에 관련된 매입세액은 토지관련 매입세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복하여 결정하였다. 결국 구체화된 법령을 반대해석하면 토지와 관련된 매입세액이라 할지라도 그 지출에 의하여 조성된 것이 감가상각의 대상이 되는 건물, 구축물 등일 경우에는 매입세액 공제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현행법 하에서도 골프장 부지 조성을 위한 토지관련 매입세액의 공제가 가능한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자신 소유의 토지에 조성된 골프코스 관련 비용은 매입세액불공제라는 판례(2004두13844)가 있으나 이는 소유토지에 대한 것이다. 입법개정경위를 보면, 불공제되는 매입세액의 범위를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2001 간추린 개정세법 참조). 다. 관련 법령의 검토 세법에서 자본적 지출을 언급하는 있는 경우로는 국세기본법(제43조의 2 제3항), 법인세법(시행령 제31조 제2항), 소득세법(제97조 제1항 제2호), 상속세및증여세법(시행령 제31조의 9 제7항 4호) 등이 있는데, 모두 "소유한 자산"을 전제로 자본적 지출이라는 용어 정의를 하고 있다. 위 법인세법 시행령은 "자본적 지출이라 함은 법인이 소유하는 감가상각자산의 내용연수를 연장시키거나 당해 자산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하여 지출한 수선비"라 한다. 세법이외의 법령도 소유자의 자산을 전제로 한다. 예컨대 지방공기업법시행령 제22조 등이다. 기업회계기준(제45조, 기업회계기준서 제5호 유형자산)도 원칙적으로 자신의 소유재산을 전제로 자본적 지출을 정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세법해석의 관점에서 위 법령상 '자본적 지출'은 당해 토지의 소유자 내지 취득자를 전제로 해야 하고, 비용을 지출한 자가 임차인인 경우에는 애당초 자본적 지출에 해당할 수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박민, 세법해석의 한계, 조세법연구 2009). 라. 대립되는 견해 (1) 토지소유자의 매입세액만 불공제된다는 견해 토지관련 매입세액을 공제하지 않는 입법취지는 토지는 부가세가 면제되는 재화이고, 토지의 조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세무회계상 토지의 취득원가에 산입되어야 하는 것으로 당해 토지의 취득원가에 산입되었다가 당해 토지의 양도시 양도차익을 산정함에 있어서 취득가액에 산입하는 방법으로 회수되고 있으므로 토지에 대한 면세제도의 기본법리상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은 마땅히 이를 매입세액으로 공제하여서는 아니된다. 따라서 이 규정은 토지의 양도차익을 수익하는 당해 토지 소유자에만 적용된다는 견해로 이 사건의 1심 법원의 입장이다. 따라서 자기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된 어떠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 타인 소유 토지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증가시키게 된다 하더라도 그 토지의 소유자가 아닌 자에게는 매입세액으로 공제하지 아니하는 토지관련 매입세액이라 할 수 없고 매입세액으로 공제되어야 한다. 기업회계나 법인세법에서 타인의 토지에 대한 자본적 지출에 대하여 이를 토지원가를 구성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있으므로 소유 여부에 따라 구분되어야 한다는 견해(강인 외, 부가가치세 실무, 삼일인포마인)가 있다. (2) 소유자와 임차인의 구분없이 모두 불공제된다는 견해 토지관련 매입세액이 불공제 매입세액으로 처리되는 이유는 토지가 면세재화이기 때문이어서 토지의 거래에 매출세액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출세액이 발생하지 아니함에도 매입세액을 공제한다면 매입거래와 관련한 부가가치세의 부과가 무의미해진다는 이유로, 매입세액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사업자가 토지소유자인지를 불문하고 면세제도의 기본원리상 매출세액에서 공제해서는 아니된다는 견해이며, 이 사건 항소심의 입장이다. (3) 부가가치가 동일하면 동일한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어야 한다는 견해 최근 이 판결에 대한 평석자(조성훈, 법률신문 2010. 3.1.자)의 견해인데,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토지소유자가 사업을 하는 경우와 그 토지를 임차하여 사업을 하는 경우에 부가가치세 납부액이 달라지는 것은 잘못이라는 견해이다. 즉 부가가치가 동일하면 동일한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위 견해는 부가가치세 원리에 비추어 받아들이기 어렵다. 부가가치세법은 과세대상, 납세의무자 등을 정한 다음에 과세거래에 대한 규정을 둠과 동시에 영세율과 면세에 대한 규정도 두고 있다. 영세율과 면세는 정책적인 이유에서 대상을 정하는 것이며, 부가가치가 없거나 다르기 때문은 아니다. 한편 납부세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전단계 세액공제방법에 따라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하는 방법을 택하되 정책적인 이유에서 일정한 매입세액은 공제하지 아니한다. 이건에서 문제된 토지관련 매입세액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법원리에 의하면, 부가가치세의 산정은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산정되는 것이며, 그 결과 최종적으로 동일한 부가가치가 생산되는 경우라도 거래 당사자, 거래 시기, 거래 방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위 평석자는 대법원 판결이 양도차익이라는 개념을 등장시켜 잘못 판단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는 판결을 오해한 것이다. 대법원은 토지관련 매입세액이 불공제되는 취지는 토지가 면세재화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매입세액은 불공제라는 설명을 하면서, 시행령을 해석함에 있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이라는 개념은 문언상 토지소유자에게만 적용된다고 판단하였을 뿐이다. 설명과정에서 양도차익이 언급된 것은 이렇게 해석하더라도 토지소유자는 토지를 양도할 때 양도차익을 계산함에 있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취득가액에 가산하는 방법으로 회수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도 부당하지 않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만일 소유자에 대한 구분이 없다면, 오히려 부가가치세가 중복과세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즉, 임차인의 조성공사비 매입세액불공제로서 한번 과세되고, 반환시 토지소유자의 (토지조성분만큼의 증가분에 대한 )매입세액불공제로서 실질상 과세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부가가치세제와 무관한 양도차익을 이유로 매입세액 공제여부를 판단한 것은 아님에도 평석자는 이 점을 오해함으로써 부가가치세 면세의 취지에 따른 토지소유자와 임차인의 부가가치세법상 지위를 혼동하였다. (4) 필자의 견해 면세재화로서 토지의 공급을 둘러싼 거래는 원칙적으로 공급하는 자나 공급받는 자 모두 부가가치세 부담이 없어야 한다. 토지의 매출거래가 면세거래로 매출세액이 부과되지 아니하므로 그와 관련된 매입세액도 공제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토지라도 형질의 변경이나 구조물의 설치로 이용도를 높일 수 있다. 한편 부가가치세법은 토지를 매매한 경우와 임대한 경우를 달리 취급하는 경우가 있는바, 법 제12조 제1항 제12호에서 정하는 주택과 이에 부수되는 토지의 임대용역을 제외한 토지의 임대용역은 과세대상이 된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법의 변천과정을 살펴보면, 토지가 면세거래(토지의 양도) 또는 과세거래(토지의 임대등 과세사업에 활용)로 이용되는 경우가 있음을 전제로 토지관련 매입세액의 불공제여부에 혼선이 있었다. 부가가치세법령을 합리적으로 해석해 보면, 시행령 제60조 제6항의 취지는 토지관련 비용을 지출하였는데, 그 비용이 면세공급의 대상인 토지의 원가를 구성하는 경우(취득원가 및 자본적 지출)에는 그 토지관련 비용은 면세공급 관련 매입세액으로 공제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소유토지와 임차토지간에는 법률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구분하여 볼 근거와 필요가 있다. 결국 토지를 소유한 자가 골프장을 건설하는 경우에는 그 지출이 '자본적 지출'에 해당하여 불공제가 타당하지만, 토지를 임차하고 골프장을 건설하여 과세사업을 영위하는 자의 경우에는 토지 자체가 보유자산이 아니므로 자본적 지출이 아니고, 따라서 단순히 토지에 대한 지출이라는 사유만으로 이를 자본적 지출로 보아 매입세액을 불공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토지의 보유여부에 따라 경제효과가 달라진다는 비판이 있으나, 세법에서 최종 결과가 동일하더라도 당사자가 선택한 법률행위의 형태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지는 경우는 허용되고 있으며 현행 소득세법상으로도 토지를 소유한 경우와 임차한 경우에 부동산임대소득 인정에 차이가 있는 등 세법상 소유와 임차는 구분되고 있는 점을 보면, 항상 소유와 임차가 경제적으로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우리 헌법상으로도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상대적 평등을 인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비판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5. 결론 대상 판결의 결론에 찬동한다. 토지를 부가가치세법상 면세재화로 하는 취지, 토지 관련 매입세액을 불공제하는 취지, 소유토지와 임차토지는 법률적 성질이 다른 점, 문언의 의미상 '자본적 지출'의 의미가 소유를 전제로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토지 소유자인지 여부에 따라 결론을 달리하는 것이 타당하다.
2010-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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