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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절차 진행을 위한 주식취득이 과점주주에 해당하는지 여부
[ 대상판결 요지 ] 워크아웃 절차에 따라 무상감자를 위해 주식을 취득한 후 주채권은행에 보유주식 전부에 대한 처분권을 일임하고 경영권포기, 주식포기 등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약정을 체결하는 등 주식취득 경위와 목적, 워크아웃절차의 진행경과를 종합해보면, 주식비율의 증가분만큼 회사운영에 대한 지배권이 실질적으로 증가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 평석요지 ] 대상판결은 주주권행사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상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식취득 전후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업에 대한 지배권의 실질적 증가 없는 주식취득으로 평가될 경우 과점주주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함으로써 지방세법규정을 형식적으로 적용할 때 발생하는 부당하고 불공정한 결과를 시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1. 사실관계 A사는 전자부품제조 및 조립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소외 1은 A사의 대표이사, 원고는 소외 1의 처이다. A사는 회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구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하 ‘구조조정법’)에 따른 기업구조개선작업(이하 ‘워크아웃’)을 신청하였다. 워크아웃 절차에서 A사에 대한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이하 ‘협의회’)는 A사의 기존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 등을 5:1 비율로 무상감자하고, 재무적 투자자이자 대주주들(이하 ‘투자자들’)이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위임장을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특별약정 체결 이전에 제출하지 않을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하기로 하는 내용 등의 의안을 가결하였다. 그런데 투자자들이 위와 같은 협의회의 요구를 거부하자, 원고는 협의회의 요구사항이 이행되지 않음으로써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될 것을 우려하여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A사의 보통주 등(이하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였다. 이로 인해 A사의 과점주주인 원고, 소외 1, 원고의 모친 소외 2의 주식보유비율은 59.96%에서 76.2%로 16.24% 증가하였다. 그 후 원고와 소외 1은 주채권은행에 주식포기각서, 주식처분위임장 및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위임장을 각 작성하여 교부하고, 협의회와 A사, 주채권은행, 소외 1은 주요주주 동의서, 경영권포기각서 등의 내용을 성실히 준수하며 협의회의 결의에 따라 요구되는 사항은 즉시 이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특별약정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A사는 경영정상화에 실패하여 파산에 이르고 말았다. 그런데 피고는 A사의 과점주주인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여 주식보유비율이 증가하였음을 이유로 구 지방세법(2014. 1. 1. 법률 제121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음) 제7조 제5항에 따라 A사가 소유한 부동산 및 차량 등 과세대상 물건의 가액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원고에게 주식증가분(16.24%) 상당의 취득세 등을 부과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한 것은 협의회에서 가결한 워크아웃 절차에 따라 기존 주주의 보유주식을 5:1 비율로 무상감자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한 직후 주채권은행에 보유주식 전부에 대한 처분권을 일임함과 동시에 협의회와 경영권포기, 주식포기 및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위임 등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약정을 체결함으로써 협의회는 A사의 경영을 상시 관리·감독하는 등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고 보이므로,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그 주식 비율의 증가분만큼 A사의 운영에 대한 지배권이 실질적으로 증가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간주취득세 납세의무 제도의 의의와 취지 및 실질과세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배권의 실질적 증가 여부는 해당 주식 취득 전후의 제반 사정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 3. 평석 가. 관련규정 구 지방세법 제7조 제5항 본문은 ‘법인의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지방세기본법 제47조 제2호에 따른 과점주주가 되었을 때에는 그 과점주주는 해당 법인의 부동산 등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과점주주란 구 지방세기본법(2013. 1. 1. 법률 제116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7조 제2호에 정한 바와 같이 주주 1명과 그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친족, 그밖의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소유주식의 합계가 해당 법인의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자를 말한다. 그리고 구 지방세법 시행령(2015. 12. 31. 대통령령 제268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2항은 “이미 과점주주가 된 주주가 해당 법인의 주식을 취득하여 그가 가진 주식의 비율이 증가된 경우에는 그 증가분을 취득으로 보아 법 제7조 제5항에 따라 취득세를 부과한다. 다만 증가된 후의 주식 비율이 그 증가된 날을 기준으로 그 이전 5년 이내에 해당 과점주주가 가지고 있던 주식의 최고비율보다 증가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취득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간주취득세 제도의 취지 부동산의 소유권을 직접 취득한 당해 법인에 부과하는 취득세는 그 법인이 실물부동산을 취득한 데 대한 과세이다. 그런데 간주취득세는 법인의 주식 등을 인수함으로써 우회적인 방법으로 그 법인이 소유한 부동산에 대한 지배권을 실질적으로 취득하는 것을 과세계기로 삼는 것이다. 이처럼 법인의 과점주주에 대해 그 법인의 재산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 취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점주주가 되면 해당 법인의 재산을 사실상 임의처분하거나 관리·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서게 되어 실질적으로 그 재산을 직접 취득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담세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2누11138 판결). 다. 취득세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과점주주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기준 취득세 납세의무가 있는 과점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주주 1명과 그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친족, 그밖의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소유주식의 합계가 해당 법인의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법인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2누11138 판결). 이때 법인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지위라 함은, 실제 법인의 경영지배를 통하여 법인의 부동산 등의 재산을 사용·수익하거나 처분하는 등의 권한을 행사하였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소유하고 있는 주식에 관하여 의결권행사 등을 통하여 주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족하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두19501 판결). 그러나 실질과세의 원칙 중 실질귀속자 과세의 원칙은 소득이나 수익, 재산, 거래 등의 과세대상에 관하여 귀속 명의와 달리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형식이나 외관을 이유로 귀속 명의자를 납세의무자로 삼을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삼겠다는 것이고, 이는 간주취득세의 납세의무자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이와 같은 입장에서 취득세의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과점주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주주명부상의 주주 명의가 아니라 그 주식에 관하여 의결권 등을 통하여 주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여 법인의 운영을 지배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1두26046 판결). 그런데 구 회사정리법에 의한 정리절차개시결정으로 회사사업의 경영과 재산의 관리처분권 등이 관리인에 전속하는 경우에는 과점주주가 되더라도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어 취득세 납부의무가 있는 과점주주에 해당한다할 수 없을 것이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2누11138 판결). 그러나 경영권이 대표이사로부터 비상대책위원회로 사실상 이전되었다는 사정은 법인 내부의 경영권이 이동된 것에 불과할 뿐 지배력 행사에는 영향이 없는 것이고, 또 부도가 발생하여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까지 하는 등 정상적인 회사 경영이 어려웠다는 사정도 지배력을 행사하는 데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될 뿐 법률상의 장애사유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대법원 2003. 7. 8. 선고 2001두5354 판결). 한편, 주식취득과 함께 지배권까지 실질적으로 증가하였다면 주주나 과점주주가 되는 시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법상 주식취득의 효력이 발생한 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1두24842 판결). 그러나 주주권의 실질적 증가 없이 주식취득의 형식이나 외관만 갖추고 있다면 사법상 주식취득의 효력이 발생한 때에 곧바로 과점주주로서 납세의무가 발생한다고 할 수는 없다. 라.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의 원심은 구조조정법에는 부실징후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에 대해 약정체결을 강제하거나 주주권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어 워크아웃절차 진행은 기업에 대한 실질적 지배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과점주주가 주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이 사건 주식취득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주식포기각서의 제출 등 그 후의 사정은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구조조정법에 주주권행사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식취득 전후의 제반사정을 전체적으로 살펴 법률상 절차 내에서 실질적으로 회사지배와 관련 없이 주식을 취득하고 그 후 주식취득의 목적이 실현되었다면 간주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주식비율의 증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간주취득세는 실질과세원칙에 근거하고 있다할 수 있으므로 이에 따라 법률상 주주권 행사제한 여부는 물론 주식취득 전후 제반사정까지 두루 살핀 것은 타당하다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2008두8499 전원합의체판결의 취지에 따라 주식취득 전후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배권의 실질적 증가 없는 주식취득에 대해서는 과점주주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지방세법규정을 형식적으로 적용할 때 발생하는 부당하고 불공정한 결과를 시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대상판결이 지배권의 실질적 증가의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대상판결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간주취득세 납세의무자를 부담하게 될지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용주 변호사(법무법인 조앤김)
워크아웃
취득세부과처분
과점주주
김용주 변호사(법무법인 조앤김)
2018-12-27
형사일반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관한 대법원 판결평석
I. 서론 보건의료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법률가라면 한 명의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는 행위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다양한 법적 그리고 정책적 논쟁이 전혀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한 명의 의료인이 여러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국민의 후생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가 정책적 논쟁이라면,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경영을 금지하는 법률 규정이 과연 헌법합치적일 수 있는지가 주요 법적 논쟁 가운데 하나라고 할 것이다. 이 헌법 차원의 법적 논쟁에 못지 않은 또 다른 중요한 법적 논쟁은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의료법 규정의 적용범위에 관한 법해석론 차원의 논쟁이다.1)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내린 2018도3672 판결(이하 “대상 판결”)이 새로운 법해석론 차원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기에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각주1] 물론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의료법 해당 규정의 헌법합치성 판단은 동 규정의 합리적인 해석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이 두가지 법적 논쟁은 완전히 독립되고 분리된 논쟁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접촉면을 갖고 있는 논쟁이라고 하겠다. II. 복수개설금지 조항의 변천 및 법원의 해석 이 글에서 분석하려는 판결을 살펴보기에 앞서,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 개설 금지를 규정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변천 과정을 가볍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2012년 개정 이전의 복수개설 금지 조항 및 법원의 해석 해당 규정인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 2012년 2월 1일 현재의 내용으로 개정이 되었는데, 개정되기 직전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기술의 편의를 위하여 이하에서는 이를 “구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이라고 부른다.) 제33조 (개설 등) ⑧ 제2항 제1호의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 다만, 2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하여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 1994년 1월 7일 의료법 개정을 통하여 처음 등장한 위 조항은2) 의사가 개설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함으로써, 의사가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 내에서만 의료기관의 개설을 허용하고, 의사 아닌 자에 의하여 의료기관이 관리되는 것을 그 개설단계에서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3) [각주2]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 조항의 위치는 의료법 제30조 및 제33조 제2항을 거쳐 지금의 제33조 제8항에 이르고 있다.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규정의 변천에 관하여는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1–313 [각주3]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위 조항에 담긴 “개설”의 의미에 대하여 대법원은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의 명의로 또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그 소속의 직원들을 직접 채용하여 급료를 지급하고 그 영업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을 취하는 등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의 경영에 직접 관여한 점만으로는 다른 의사의 면허증을 대여받아 실질적으로 별도의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나, 다른 의사의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자신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무자격자를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는 비록 그 개설명의자인 다른 의사가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일부 의료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4) [각주4]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도4652 판결. 대법원의 이러한 입장에 대하여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만 빌리고 자신의 자본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는 경제적 의미에서 의료기관의 중복개설이라고 할 여지가 있을지 모르나, 타인의 명의를 빌린 의료인이 자신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의 의료행위에만 전념하고 있다면 이를 의료기관 이중개설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본 것이라고 분석한 견해가 유력하다.5) [각주5] 장연화,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개설제한에 관한 고찰,” 법학연구, Vol. 12, No. 2 (2009), pp.279–300 2. 2012년 개정 법률 및 법원의 해석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조항은 1994년 제정 이후 실질적인 내용의 변화 없이 조문번호나 문구의 변경과 같은 형식적인 개정만을 거쳐오다가, 제11대 국회에서 변화를 겪게 된다. 당시 양승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의료법에 대한 다른 개정안과 통합 가결되어 2012년 2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기술의 편의를 위하여 이하에서는 이를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이라고 부른다.) 제4조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의 의무) ②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제33조 (개설 등) ⑧ 제2항 제1호의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다만, 2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하여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 가. 2016년 대법원 판결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을 적용한 리딩 케이스로는 2016도11407 판결 (이하 “2016년 대법원 판결”)이 있다. 판결문에 나타난 사실관계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병원을 운영하던 甲과 B병원을 운영하던 乙 2인의 의사가 각자의 병원을 교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개설자 명의 변경을 통하여 甲은 B병원을, 乙은 A병원을 각자 자신의 명의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악화된 乙의 부채사정으로 인하여 A병원의 재산에 대하여 乙의 채권자들이 강제집행을 해오자 A병원의 개설자를 다시 乙에서 미국에 거주하는 丙으로 변경하였다. 그런데 이후 丙은 A병원에 출근하여 진료업무를 전혀 수행한 바 없고, 乙은 甲과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A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하면서 甲으로부터 일정한 급여를 지급받았으며, 甲은 자신의 B병원 직원을 A병원에 출근하도록 하여 자금관리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임금지급, 물품 구매 등 지출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하였으며, 직원을 통하여 A병원의 수익을 취득하였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A) “이미 자신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를 고용하여 그 의사 명의로 새로운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그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 의료기관에서 자신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비의료인을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에는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하고, (B)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가 개설·운영하고 있는 기존 의료기관을 인수하여 의료법 제33조 제5항 등에 따른 개설자 명의변경 신고 또는 허가를 받지 아니한 채 또는 다른 의사의 면허증을 대여받아 그 의사 명의로 개설자 명의변경 신고 또는 허가를 받아 종전 개설자를 배제하고 그 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보다시피 (A) 부분은 앞에서 본 이전 대법원 판례와 차이가 없다.6) 그러나 (B) 부분은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신설된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조항을 적용한 첫 대법원의 판결이므로 선례로서의 의미가 큰데,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새로 추가된 행위 태양인 의료기관 중복 운영이란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는 기준을 제시하였다.7)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사실관계 하에서 대법원은 甲이 A병원을 자신의 B병원과 함께 중복하여 운영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였다.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이와 같은 기준은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대하여 처음 제시된 기준이지만,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금지 규정8) 위반사건에서 이미 제시된 바 있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운영” 기준과 같은 내용이다.9) [각주6] 실제로 이 판결에서도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도4652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 [각주7]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5는 동 판결의 의미를 “추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 등을 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주도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였다면, 이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위반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동 판결이 요구하는 “종전 개설자 배제”라든가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의 요소를 생략하고 있으므로 동의하기 어렵다. [각주8] 의료법 제33조 제2항 [각주9]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2629 판결 (“비의료인이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인수하고 개설자의 명의변경절차 등을 거쳐 그 운영을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개설·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의료법 제30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한다.”) 나. 2018년 대법원 판결 그런데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과 비교하여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의 범위를 확대하여 해석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 사건의 상고심과 하급심 판결문에는 나타난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2년부터 A치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던 甲은 2013년경 乙과 지분투자 및 공동 운영 합의를 맺고 乙이 자금을 투자하여 B치과를 개설하여 진료를 하되 甲은 회계와 마케팅을 담당하기로 하였다. 甲은 또한 2014년경 丙과 동업계약 및 지분 협의 계약을 맺었는데, 그에 따라 丙이 C치과를 개설하여 운영하였고 갑은 C치과에 30% 정도의 지분만 보유하였다. 이러한 사실관계 하에서, 1심은 甲이 乙이나 丙의 명의를 대여하여 B치과 또는 C치과를 개설 및 운영하였다거나, B치과 또는 C치과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비의료인을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하였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甲이 乙의 명의를 빌려 B치과를, 丙의 명의를 빌려 C치과를 각 개설하여 운영하였고, 각 치과를 운영함에 있어 그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사건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가) “의료기관의 중복 개설이란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등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자신의 주관 아래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는 경우’”라고 판시하였고, (나) “그와 구분되는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이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하여 그 존폐·이전, 의료행위 시행 여부, 자금 조달, 인력·시설·장비의 충원과 관리, 운영성과의 귀속·배분 등의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를 뜻한다고 보았다. 특히 (다)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운영자로서의 지위 유무, 즉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 과정, 개설명의자의 역할과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목된 다른 의료인과의 관계, 자금 조달 방식, 경영에 관한 의사 결정 구조, 실무자에 대한 지휘·감독권 행사 주체, 운영성과의 분배 형태, 다른 의료인이 운영하는 경영지원 업체가 있을 경우 그 경영지원 업체에 지출되는 비용 규모 및 거래 내용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이 의사 결정과 운영성과 귀속 등의 측면에서 특정 의료인에게 좌우되지 않고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특정 의료인이 단순히 협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넘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기준 하에 대법원은 甲에 대하여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 금지 원칙 위반을 인정한 항소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다. 다. 2016년 판결과 대상 판결의 비교 의료기관 중복 “개설” 금지에 관한 2016년 대법원 판결의 (A) 부분과 대상 판결의 (가) 부분을 비교하면 아무런 변화가 없다. 반면 양 판결에 나타난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기준은 외견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2016년 대법원 판결은 (위 (B) 부분)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핵심을 이미 자신의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료기관에서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에 둔 반면, 대상 판결은 (위 (나) 부분)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이라는 요소를 명시하지 아니한 채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하여 경영사항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한 경우”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대상 판결은 또한 제반 사정을 바탕으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이 의사 결정과 운영성과 귀속 등의 측면에서 특정 의료인에게 좌우되지 않고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특정 의료인이 단순히 협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넘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위 (다) 부분). 이와 같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은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새로운 운영자로 인하여 종전 개설자가 배제되고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가 단절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반면, 대상 판결은 종전 개설자의 운영이 배제되는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제반사정을 기초로 여전히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대상 판결은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대하여 2016년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완화하고 있는 것인가? 이 글은 결론적으로 그렇게 보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 - 즉, 대상 판결은 여전히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 조항에 관하여 2016년 대법원 판결과 동일한 해석을 한다는 입장 - 을 취한다. 그 논거는 뒷부분에서 더 자세히 제시하기로 하고, 그렇게 보지 않을 경우, 즉 대상 판결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여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고 볼 경우에 생기는 문제점들을 먼저 지적하겠다. III. 대상 판결이 판례 변경이라고 볼 경우의 문제점 1. 판결의 시점 우선 대상 판결이 내려진 시점이 법률 실무가들에게 상당히 의아하게 느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과 관련하여 국내 사법부 최고심급의 결정 또는 심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다른 의사를 병원장으로 고용해 여러 개의 병원을 운영한 의료인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을 이유로 기소된 형사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어 심리를 앞두고 있다.10) 또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서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금지한 것이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에 반하고 수규범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함을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지난 2016년 3월 10일 공개변론이 열린 바 있고 그 결정이 머지않아 내려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태이다.11) [각주10] 법률신문 뉴스 2016.6.14.자 “'월급 병원장 고용' 여러 병원 개설한 의사 유·무죄…대법원 전합 회부” [각주11] 2015헌바34 의료법 제4조 제2항 등 위헌소원 상황이 이러하다면 피고인 구속 사건도 아닌 마당에 머지않아 내려질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지금 시점에서 의료법 제33조 제8항 적용 대상인 판결을 굳이 내릴 필요가 없었다. 잠재적인 재심의 대상을 늘려 오히려 소송경제를 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지어는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취지의 판결이라면 지금 시점에서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릴 필요가 과연 있었는가 의문이 생긴다. 2. 소부(小部)에서의 판례 변경 대상 판결이 합의체를 통하지 않고 소부에서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있다는 점도 커다란 문제이다.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에 의하면 대법원의 심판권은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합의체에서 행하되, 다만 같은 항 각 호의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법관 3인 이상으로 구성된 부에서 사건을 먼저 심리하여 의견이 일치된 경우에 한하여 그 부에서 심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같은 항 제3호는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률 등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이 그 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서 판시한 의견을 변경하는 것임에도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에 미달하는 대법관만으로 구성된 부에서 심판하였다면 이는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위반이고,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호의 ‘법률에 의하여 판결법원을 구성하지 아니한 때'의 재심사유에 해당한다.12) [각주12] 대법원 2011. 7. 21. 선고 2011재다199 전원합의체 판결 즉,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에서 이루어진 대상 판결이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취지라고 본다면 이는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위반을 면하기 어렵다. 3. 피고인에게 불리해진 판례의 소급 적용 만약 대상 판결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변경이라고 볼 경우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결과적으로 확대된 처벌 기준의 소급효이다.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에 비하여 복수개설 금지조항 위반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에는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33조 제8항에 따라 처벌 대상이 대상이 아닌 행위가 대상 판결 이후에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판례의 변경으로 인하여 범죄의 구성요건이 확대되는 경우, 판례 변경 이전에 이루어진 행위가 변경된 판례 하에서 비로소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되는 것은 마치 형벌조항을 소급적으로 입법하는 것과 비교하여 그 효과가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므로 판례 변경의 소급효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판례변경은 헌법 제13조 제1항과 형법 제1조의 소급효 금지가 준용되지 않아 피고인에게 불리한 형사판례 변경도 허용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므로,13) 대법원은 자신의 종전 2016년 판결을 수규범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대상 판결을 충분히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각주13] 대법원 1999.7.15. 선고 95도287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9.9.17. 선고 97도3349 판결. 그러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례 변경이 소급효 금지의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이를 비판하는 형법학자들의 지적이 이어지는 것은14) 변경 이전의 판례를 신뢰하여 행동에 옮긴 수규범자의 신뢰이익이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부당하고 헌법질서와도 배치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사판례 변경이 소급효 금지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한 수규범자의 신뢰이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주14] 예컨대 조기영, “판례변경과 소급효금지의 원칙”, 「동북아법연구」, 제11권 1호 (2017. 5). 물론 종전판례를 근거로 자신의 행위가 불가벌이라고 믿었던 수규범자의 신뢰가 늘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위조한 문서를 복사한 문서는 문서위조 및 동행사죄의 객체가 아니라는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경우에는15) 문서를 위조한 행위 자체의 비난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존 판례를 신뢰한 행위를 보호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고, 준강도죄의 기수 여부를 폭행·협박행위 기준에서 절취행위 기준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도16) 마찬가지로 기존 판례를 신뢰한 행위에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형사판례 변경의 소급효와 관련하여 독일에서의 논의를 촉발시킨 음주운전의 처벌기준 강화 판결17) 역시 수규범자들이 기존 판례의 혈중알콜농도 기준에 맞춰 음주를 한 후 운전하는 상황을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피고인의 신뢰이익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즉, 수규범자가 변경 이전의 판례를 신뢰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신뢰가 늘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18) [각주15] 대법원 1989. 9. 12. 선고 87도506 전원합의체 판결 [각주16] 대법원 2004.11.18. 선고 2004도5074 전원합의체 판결 [각주17] BGHSt 37, 89. 당시 독일 형법 제316조는 음주로 인하여 자동차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한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 이때 혈중알콜농도가 어느 정도 이상일 때 운전불능상태인지에 대하여는 명문 규정 없이 의학적인 연구 등을 기초로 판례가 기준을 정해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1990년 독일연방법원은 1966년 이래로 0.13%로 유지해 온 혈중 알코올 농도의 기준치를 0.11%로 하향 조정하면서 판례 변경 이전에 혈중알콜농도 0.12%인 상태에서 운전하다 적발된 사람들의 처벌 여부가 문제가 되었다. 서보학, “형사판례변경과 신뢰보호”, 「경희법학」, 제34권 (1999), pp.345–346 [각주18] 이동진, “판례변경의 소급효,” 民事判例硏究, No. 36 (2014), pp.1168. 그렇다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관한 2016년 대법원 판결에 대한 신뢰는 어떠한가? 실제로 수규범자인 의료인이 동 판결을 인식하고 이를 신뢰하였다는 전제하에, 그러한 신뢰는 별로 의문의 여지 없이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위반시 형사처벌이 따르는 행정법규는 재판규범이자 행위규범이다. 그러나 수규범자들이 평소 모든 관련 법규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있지는 아니하므로, 개개의 행정법규 및 그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수규범자에게 동등한 정도의 규범력을 갖는 행위규범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어떤 행정법규 및 그에 대한 법원의 해석은 법률가도 아닌 수규범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고 준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반면, 어떤 행정법규는 규제기관에 의하여 적용되기 전까지 수규범자들이 그 존재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 조항은 2012년 의료법 개정 시 처음 삽입되기는 했으나 그 모태가 되는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은 2000년대에 들어와 그 위반을 이유로 많은 의료인들이 기소가 되는 바람에 복수의 의료기관을 경영하고자 하는 다수의 의료인들이 이미 인식하고 신중히 분석하고 있었던 규정이고, 동 조항을 해석한 판례19) 역시 복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려는 의료인들에게 합법적인 경영방식의 준거로 작용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2012년 의료법 개정 이후 신법상의 중복개설 금지조항에 대하여는 마찬가지로 2016년 대법원 판결이 그러한 지위를 차지했을 것임이 당연하다. 즉 2016년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라 일선에서의 다수의 의료인들은 합법적이라는 믿음 하에 진료는 의료기관 개설 명의자에게 맡기고 자본 투자나 컨설팅 등 다양한 형태로 복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신법상의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의 기준을 제시한 2016년 대상판결을 신뢰한 의료인들의 신뢰이익은 마땅히 보호되어야 한다. [각주19] 위 각주 4의 판례. 그런데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위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한 의료인이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은 비단 형사처벌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을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근거하여 환수하는 조치를 기계적으로 취하고 있는데, 그 환수액은 의료기관이 거둔 수익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급여금액 전액이고 심지어는 환자 본인부담금마저 포함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의료인이 파산에 이를 정도로 커다란 금액이 되기도 한다.20) [각주20] 예컨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 취소를 구한 2014구합11526사건에서는 환수급액이 74억원에 달하여 의료인인 원고가 파산에 이를 수 있으므로 환수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수규범자들인 의료인들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하여 동 판결이 허용하는 형태로 복수 의료기관을 운영해 왔다면, 그러한 수규범자들의 신뢰이익은 더더욱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데, 대상 판결은 그러한 신뢰이익을 보호할 아무런 장치 없이 신법상의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위반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 판례를 신뢰한 의료인들을 형사처벌은 물론이거니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에 새로이 노출시키고 있으므로 부당하다. 4. 자기 모순적인 기준 제시 서로 다른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의료인들이 맺을 수 있는 협력의 형태를 개념적으로 분류해보면, 아무런 자본 투자 없이 수수료를 목적으로 자문제공이나 경영지원을 제공하는 형태가 있을 수 있고, 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의료기관에 자본 투입을 통하여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지분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피투자 의료기관의 운영에 관한 투자자의 관여에는 다양한 정도와 형태가 있을 것이다. 투자자와 피투자자가 예컨대 학연이나 혈연으로 이어진 경우에는 피투자자의 병원 운영에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자신의 투하자본이 이윤과 함께 회수되기를 바라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어떤 형태로든 피투자 의료기관의 운영을 모니터하고 너무 모험적인 운영을 방지하고자 하는 유인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기업에 대한 투자의 경우에도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 투자를 하는 투자자는 이사 선임 등을 통하여 피투자 기업이 건실한 경영을 하는지 감독하고자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 않는 이상 - 지금까지 우리 대법원의 판결은 의료기관 이중 개설·운영 금지 조항이 투자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거니와, 대상 판결 자제도 의료법상 허용되는 동업의 형태로서 “단순히 헙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언급하고 있다 -, 자신이 자본을 투자한 의료기관에 대한 일정 수준의 감시 또는 감독권한을 보유하는 것 역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는 위법한 복수 의료기관 운영이라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의료기관 개설명의자를 배제하지 않더라도 예컨대 개설 명의자와 공동으로 경영사항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한 경우조차 의료법에 위배되는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할 여지를 만들었다. 대상 판결 스스로가 합법이라고 인정하고 있는 “경영지원 혹은 투자”에 통상 수반되는 행위를 위법이라고 보는 모순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IV. 대상 판결의 올바른 이해 지금까지 나열한 대상 판결의 문제점들은 대상 판결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취지라고 볼 때 발생하는 문제점들이고, 간단하게 치유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기교적 조치로서가 아니라, 이 사건의 하급심 판결과 대법원 판결을 나란히 놓고 보면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려는 취지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1심과 이를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한 2심의 결론은 상반되지만, 1심과 2심의 판결문을 보면 각 법원이 적용한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법리는 다르지 않다. 즉, 1심과 항소심은 동일하게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이란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이 개설·운영하고 있는 기존 의료기관을 인수하여 … 종전 개설자를 배제하고 그 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고 설시하면서 2016년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21) [각주21] 2016.12.2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고단4214 및 2018.2.6.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노9. 다만 1심은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반면, 항소심은 증언 등을 바탕으로 피고인 甲이 乙의 명의를 빌려 B치과를, 丙의 명의를 빌려 C치과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위 각 치과를 운영함에 있어 그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숙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 사실을 인정하여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즉, 1심과 2심 결론이 상반되는 것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해석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증거에 기반한 사실인정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검사의 항소이유도 법리오해가 아니라 사실오인이었다. 이에 대하여 대상 판결은 1심과 2심 가운데 항소심을 지지하면서 “1의료인 1개설·운영 원칙 위반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시하고 있는데, 상고이유서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어떤 법리 오해를 상고이유로 제시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1심과 2심이 모두 동일하게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따르고 있고 사실 판단만을 달리한 경우라면, 대상판결이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기 위하여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그렇다면 비록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관한 대상 판결의 위 (나) 및 (다) 판시가 기존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어구를 그대로 옮겨오고 있지는 않지만, 대상 판결은 여전히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 취지를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대상 판결이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필요한 개념 요소로서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제거한 듯하나, 이는 판결문에 생략되어 있을 뿐, 여전히 2016년 판결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V. 향후의 바람직한 절차 진행 지금까지 의료인은 1개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 소정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조항의 해석을 살펴보았는데, 동 조항에 대하여는 이미 이야기한대로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공개 변론까지 열렸고, 이러한 공개 변론이나 다양한 논문을 통해 합헌성 논쟁 및 의료 정책론 차원의 논쟁이22)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법원에 계류된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의 형사사건들은 일단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송경제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각주22] 설령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가 위헌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책적으로 정당한 정책인가 하는 논쟁이다. 의료인이 1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너무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라는 의료인의 책무와 상충할 수 있고, 이로 인한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위협이 의료기관 복수개설 규제가 좋은 정책이라고 보는 견해와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1–313), 1명의 경영인이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업무의 효율, 비용 절감 등 규모의 경제를 도모할 수 있으므로 복수개설 규제는 좋은 정책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가 (김선욱 and 정혜승, “의료인의 의료기관 다중운영 금지 조항의 위헌성 -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33조 제8항을 중심으로 -,” 의료법학, Vol. 16, No. 2 (2015), pp.295–326) 충돌한다. 그 결과 헌법재판소가 단순 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법원에 계류된 제33조 제8항 위반 사건에 대하여 법원은 공소기각의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합헌 또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다면,23) 법원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법리를 섬세하게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 과정에서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 기준을 완화할 경우 기존의 대법원 판결을 신뢰하여 합법적이라고 믿고 타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한 의료인이 부당하게 형사상 또는 행정처분을 통한 재산상 불이익을 받는 결과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24) [각주23] 법원은 헌법재판소의 법률 해석에 기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이므로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재두299판결),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의 영향은 법원이 향후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해석함에 있어 합헌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각주24] 형사판례변경의 소급효를 인정하더라도 기존의 판례를 신뢰한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형법 제16조 법률의 착오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태영, “被告人에게 不利한 判例變更과 遡及效禁止의 問題,” 동아법학, No. 38 (2006), pp.39–98 등. 이렇게 하면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에 대하여 무죄가 인정되므로,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도 면하게 될 것이다. 이원복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의료법제33조제8항
복수의료기관
병원
이원복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2018-12-21
상사일반
골프장 부동산 공매에서 회원 계약 승계 인정 여부
-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6다220143 전원합의체 판결 - 1. 사실관계 가. 원고들은 A회사에게 회원보증금을 내고 이 사건 골프장에 회원으로 가입한 자들이다. 나. A회사는 이 사건 골프장을 건설하여 운영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B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B은행과 사이에 이 사건 신탁부동산(골프장 부지 및 건물 5동)에 대한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B은행에게 신탁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다. 그 후 A회사가 대출금채무의 이행을 지체하자 B은행은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 대한 공매절차를 진행하였는데, 위 공매절차에서 낙찰자로 선정된 소외인이 매매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자 B은행은 피고1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피고1에게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라. 피고1은 피고2 등과 피고3을 우선수익자로 하여 이 사건 골프장 부지에 관하여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피고2에게 위 골프장 부지에 관하여 신탁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마. 원고들은 피고1을 상대로는 입회보증금반환채무의 승계를 주장하면서 그 보증금의 반환을, 피고2와 피고3을 상대로는 위 골프장 부지에 관한 담보신탁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그 취소와 원상회복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및 대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체육필수시설에 관한 담보신탁계약이 체결된 다음 그 계약에서 정한 공매나 수의계약에 의해 체육필수시설이 일괄하여 이전되는 경우 이것이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체육시설법’이라고만 한다) 제27조 제2항 제4호의 특정승계 사유에 해당하여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도 승계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대상판결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담보신탁을 근거로 한 공매나 수의계약이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에서 정한 절차에 해당한다고 보아 입회보증금반환채무의 승계를 인정하였다. 3. 평석 체육시설법 제27조는 아래와 같은 규정을 두어 체육필수시설의 소유권이 바뀌는 일정한 경우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7조(체육시설업 등의 승계) ① 체육시설업자가 사망하거나 그 영업을 양도한 때 또는 법인인 체육시설업자가 합병한 때에는 그 상속인, 영업을 양수한 자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나 합병(合倂)에 따라 설립되는 법인은 그 체육시설업의 등록 또는 신고에 따른 권리·의무(제17조에 따라 회원을 모집한 경우에는 그 체육시설업자와 회원 간에 약정한 사항을 포함한다)를 승계한다.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절차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체육시설업의 시설 기준에 따른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에게는 제1항을 준용한다. 1.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2.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의한 환가(換價) 3. 「국세징수법」·「관세법」 또는 「지방세징수법」에 따른 압류 재산의 매각 4.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절차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에서 부동산신탁에 따른 공매나 수의계약의 경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이를 동법 제2항 제4호의 특정승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하여 왔는데, 대상판결은 이에 대한 명시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그 결론 역시 타당하다고 보인다. 첫째, 법률규정을 해석하기 위하여는 입법 목적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체육시설법은 1994년 1월 7일 법률 제4719호로 전부개정되며 제30조 제1항에서 체육시설업의 승계에 대한 규정을 두었고, 2003년 5월 29일 법률 6907호로 일부개정되며 동조 제2항을 신설하여 자연인의 사망, 법인의 합병, 영업의 양도·양수 외에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도 체육시설업의 등록·신고에 따른 권리·의무를 승계하도록 그 범위를 확정하였으며, 위 규정은 2007. 4. 11. 법률 제8349호로 전부개정되며 제27조로 개정되었는데, 그 기본적인 취지는 체육시설의 회원 등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법률 제6907호 일부개정 이유), 거래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부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법제처 역시 2010. 12. 30. 유관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질의에 대하여 ‘부동산담보신탁에 의한 공매절차 역시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 소정의 절차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을 하였으며(안건번호 10-0419), 대법원 역시 이러한 취지를 감안하여 체육시설법 제27조 제1항의 영업양도를 폭넓게 인정하여 왔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다5379 판결,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다50113 판결 등 참조). 둘째, 골프장 등 체육시설법상의 체육시설의 조성 과정에서 자금조달의 일환으로 신탁제도가 많이 활용되고, 이에 따라 신탁법에 의한 공매절차를 통하여 체육시설이 처분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통상 골프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회원을 모집하게 되고(체육시설법 제17조), 회원들이 낸 입회금이 골프장 건축에 사용되고 있는데, 부동산신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회원들이 입회금을 반환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사실상 상실하게 하는 것은 회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며, 이러한 문제는 체육시설업자가 체육시설 조성에 투입하는 자기자본의 비율을 높임으로써 해결할 문제이지 회원들의 권리를 제한하며 해결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셋째, 신탁법상의 담보신탁계약에 따른 공매나 수의계약의 경우를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1 내지 3호의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절차 등과 구분하여야 할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 대상판결의 반대의견은 절차 자체에 대해 법률에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고 법원 등이 그 절차를 주관하는 등의 근거를 갖추었을 때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같은 항에서 명시적으로 이와 같은 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있고,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1 내지 3호까지의 절차에서도 이미 임의매각이나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있으며, 체육시설에 관한 담보신탁은 위탁자가 자신의 소유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채무자인 위탁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채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채권자의 의사에 따라 신탁재산의 공매 등과 같은 강제환가절차를 거치게 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저당권과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다. 넷째, 대상판결에 따라 거래의 안전이 침해될 염려도 없다. 체육필수시설을 부동산담보신탁에 따른 공매나 수의계약에 의해 취득하려는 자는 회원권, 입회금반환채무의 존재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체육시설법 제17조,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 제18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17조의2, 제19조는 회원모집의 시기, 방법, 절차와 모집 총금액, 회원모집계획서의 제출, 회원모집결과의 보고 등에 관하여 정하고 있으므로, 체육필수시설을 인수하려는 자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정보공개청구나 체육시설에 대한 실사 등을 통하여 필요한 정보를 확인한 뒤에 손익을 미리 계산하여 인수가격을 정할 수 있다. 이에 대법원이 체육시설법 제27조 제3항, 제1항에 의하여 보호받는 회원은 체육시설법 제17조 등 관련 법령이 정한 소정의 절차에 따라 유효하게 회원의 자격을 취득한 자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대법원 2004다10213 판결, 대법원 99다20513 판결 참조)까지 감안하면, 체육필수시설의 인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입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체육필수시설에 관한 담보신탁계약이 체결된 다음 그 계약에서 정한 공매나 수의계약으로 체육필수시설이 일괄하여 이전되는 경우에 그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가 승계된다고 본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다만, 입회보증금에 대한 반환을 염두에 두지 않고 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이나 입회보증금반환채무의 승계를 고려하지 않고 체육필수시설을 인수한 자(이 사건의 경우 인수대금은 약 14억원이나 승계되는 입회보증금반환채무는 약 500억원에 달한다), 이미 신탁공매처분된 골프장 회원들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한 후속 분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부동산담보신탁의 경우 대상판결로 정리가 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다른 사례를 놓고 동일한 다툼이 일어날 여지는 여전히 있다. 체육필수시설의 인수자에게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를 승계시키는 것은 인수자, 다른 채권자, 담보권자, 우선수익자 등의 이익을 해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다른 사안에서도 동일한 결론을 유지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입법을 통하여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근원적으로 해결할 것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와 같은 포괄적 규정을 삭제하고, 동항 제1 내지 3호와 같이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를 승계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입법 형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조건주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골프장
공매
체육시설의설치및이용에관한법률
입회보증금반환청구
조건주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2018-11-15
조세·부담금
파산·회생
세법상 가산금의 파산절차 내에서의 지위
- 대법원 2017. 11. 29. 선고 2015다216444 판결 - Ⅰ. 판례의 소개 1. 사실관계의 요지 피고인 대한민국은 A회사가 국세를 체납하자 2010년 9월 10일 A회사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를 하였다. A회사는 2010년 11월 23일 파산선고를 받았다. 같은 날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원고는 2012년 7월 2일 원고보조참가인에게 위 부동산을 매도한 다음 2013년 4월 2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고, 같은 날 피고는 원고에게 체납세액에 관한 교부청구를 하였다. 원고는 2013년 4월 15일 체납세액 중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세금을 모두 변제한 다음 이를 이유로 위 압류를 해제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체납액이 남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가 원고가 2013년 12월 5일 나머지 세금을 모두 납부하자 위 압류를 해제하였다. 원고는 뒤에 납부한 세금 중 일부는 파산선고일 이후에 발생한 가산금으로서 재단채권이 아닌 후순위파산채권이므로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나머지 세금에 대한 주장은 본 평석의 범위에서 제외되므로 생략한다) 피고를 상대로 뒤에 납부한 세금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가 직무상 재단채권에 해당하는 파산 선고일 이전에 발생한 세금을 수시로 변제할 의무를 파산선고 후에 지체하여 생긴 위 세금에 대한 가산금채권 역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4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본문의 입법 취지, 국세징수법상 가산금의 법적 성질,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제4호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국세나 지방세에 기하여 파산선고 후에 발생한 가산금은 후순위파산채권인 채무자회생법 제446조 제1항 제2호의 ’파산선고 후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본문 괄호 안에 있는 규정에 따라 재단채권에서 제외된다고 하면서 원심을 파기하였다(파기 후 환송심은 화해권고결정으로 확정되었다). II. 쟁점 및 논의의 실익 기본적으로 파산선고 후에 파산채권자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파산절차 수행 과정에서 생기는 채권인 재단채권은 파산재단 전체로부터 파산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받고,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다. 그런데 재단채권의 범위에 관한 규정인 채무자회생법 제473조에는 공익적 목적 등 정책적 이유에서 파산선고 전에 발생한 채권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특히 같은 조 제2호는 조세채권의 확보를 위하여 “국세징수법 또는 지방세기본법에 의하여 징수할 수 있는 청구권(국세징수의 예에 의하여 징수할 수 있는 청구권으로서 그 징수우선순위가 일반 파산채권보다 우선하는 것을 포함하며, 제446조의 규정에 의한 후순위파산채권을 제외한다). 다만, 파산선고 후의 원인으로 인한 청구권은 파산재단에 관하여 생긴 것에 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도 재단채권에 포함된다. 파산절차는 청산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적 채권추심절차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회생절차 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조세채권을 원칙적으로 회생채권으로 취급하는 회생절차보다 조세채권의 확보라는 이념이 강하게 관철된다. 이에 반하여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인 파산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여서만 그리고 다른 채권자와 평등하게 배당받아야 한다. 파산채권은 배당순위에 따라 우선권 있는 파산채권, 일반 파산채권,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나뉜다. 채무자회생법 제446조는 파산선고 후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및 위약금 등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우선권 있는 파산채권과 후순위파산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파산채권들은 모두 일반 파산채권이 된다. 이 중 후순위파산채권은 일반 파산채권에 대하여 배당을 통한 변제가 모두 이루어진 후에야 비로소 배당을 받을 수 있으므로, 후순위파산채권까지 배당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리하면 그 성립이 파산선고 전후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원칙적으로 조세채권은 재단채권에 해당한다. 가산금도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에 대한 파산선고 전까지의 가산금은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본문에 따라, 파산선고 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 중 파산재단에 관하여 생긴 것에 대한 가산금은 제2호 단서에 따라, 파산재단에 관하여 생긴 것이 아닌 것에 대한 가산금은 제3호 또는 제4호에 따라 각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에 대한 파산선고 이후의 가산금 역시 재단채권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볼 것인가에 대하여는 논란이 있어왔고, 대상판결은 이에 관하여 판단하였다. III. 그동안의 논의 1. 견해의 대립 이에 관해서는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와 재단채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의 대립이 있었고, 헌법재판소는 구 파산법 제2호 본문 후단에 따른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의 연체료 채권과 관련하여 이를 재단채권으로 보는 범위에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본 반면(2003헌가6 결정), 구 파산법 제2호 본문 전단과 관련하여서는 가산금을 재단채권에 포함하는 것이 합헌이라고 보았다(2006헌가6 결정). 2. 실무의 태도 구 파산법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가산금이 재단채권이라는 입장을 취하였고(2009다95539), 당시 실무례는 엇갈리기도 하였으나, 채무자회생법 시행 이후에는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실무연구회, 법인파산실무, 제4판, 박영사, 제349~350면). IV. 검토 1. 가산금의 성격 가산금은 본세가 납부기한까지 납부되지 않는 경우 미납분에 관한 지연배상금의 의미로 부과되는 부대세의 일종이다(90누2833 판결 등). 2.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제4호의 관계 조문의 괄호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파산선고 이전의 원인으로 생긴 조세채권에 대한 파산선고 이후의 가산금도 일단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해석된다. 그런데 같은 조 제4호의 ‘파산재단에 관하여 파산관재인이 한 행위’에는 파산관재인이 직무와 관련하여 부담하는 채무의 불이행도 포함되므로(2013다64908 전원합의체 판결) 가산금 채권은 여기의 재단채권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구 파산법과 달리 제2호에서는 같은 호의 재단채권에서 후순위파산채권을 제외함을 명문화한 반면, 제4호에는 그러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양자를 구분할 실익이 생긴다. 제2호는 공익적 성격의 채권인 조세채권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청구권이라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재단채권으로 규정한 것이므로,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고 본래적 의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제4호보다는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봄이 옳다. 따라서 가산금은 제2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본문의 분석 채무자회생법 제446조 제1항이 ‘가산금’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고, 가산금이 지연손해금과 완전히 동일한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채무자회생법 입법 당시 가산금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열거하려다가 실패하였고, 후순위파산채권을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의 재단채권의 범위에서 제외하게 된 것이 주로 과태료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구 파산법 조문과 달리 채무자회생법 제473조의 재단채권 중 제2호의 재단채권에 대하여만 후순위파산채권으로서의 성격을 우선시하여 이를 제외한다는 규정을 도입함으로써 양자의 관계를 규율하는 별도의 규정을 삽입한 입법자의 의사는 위 제2호의 재단채권에 대하여는 그것이 후순위파산채권에도 해당할 수 있다면 이를 재단채권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손해배상액의 성질을 띠고 있는 가산금은 위 제2호 본문 괄호에 따라 재단채권이 아닌 채무자회생법 제446조 제1항 제2호의 후순위파산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미국의 경우 가산금의 개념을 따로 인정하지 않고 이자(interest)의 개념 속에 넣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고율인 지연이자에 불과함에도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히 ‘가산금’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다른 지연이자와 분리하여 도산절차 내에서도 별도로 취급하여 우대함은 부당하다(국제적으로는 조세채권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 자체에 대한 비판이 많았고 실제 이를 폐지 내지 축소한 입법례도 상당수 있다). 또한, 본래 후순위파산채권에서 ‘후순위’라 함은 파산채권 간의 우선 관계를 말하는 것일 뿐 재단채권과의 관계를 규율하려는 것이 아닌데 위와 같이 후순위파산채권을 재단채권에서 제외한다는 명문규정을 두었다면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에 비추어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V. 결론 결론적으로 위 가산금 채권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해석한 대법원의 태도는 타당하다. 입법론으로는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가산금’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명시하는 것이 옳다. 이주헌 판사 (서울회생법원)
파산채권
재단채권
회생
세금
이주헌 판사 (서울회생법원)
2018-06-04
주택·상가임대차
파산·회생
개인회생절차에서의 면책결정이 임차보증금채권에 미치는 영향
-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4다32014 판결 - 1. 사실관계 피고는 원고로부터 계쟁 주택 중 2층을 보증금 5500만원에 임차한 후 2002년 7월 31일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았다.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임차보증금반환의 소를 제기하여, 2007년 8월 29일 ‘원고는 피고에게 5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이 그 무렵 확정되었다(원고에 대한 개인회생절차가 진행 중이었으나, 당시 원고가 이를 다투지 않았다). 피고는 2007년 9월 18일 계쟁 주택에 관한 주택임차권등기를 마친 다음 원고에게 위 2층을 인도하였다. 한편 원고에 대한 개인회생절차가 2006년 7월 4일 개시되었는데, 원고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위 임차보증금채무 5500만원을 기재하였고, 그 존재 및 액수는 그대로 확정되었다. 계쟁 주택 및 그 대지에는 위 임차권에 우선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 인가된 변제계획에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과 피고의 임차보증금채권을 ‘별제권부 채권 및 이에 준하는 채권’으로 처리하였으나, 위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가 진행되지 않아 피고는 개인회생절차에서 전혀 변제를 받지 못하였다. 원고에 대한 면책결정이 2012년 7월 10일 확정되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구 개인채무자회생법 제39조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된 개인회생채권에 관하여는 변제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변제하거나 변제받는 등 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면제를 제외한다)를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 법 제71조 제1항은 “변제계획에는 ‘채무변제에 제공되는 재산 및 소득에 관한 사항(제1호)’,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된 개인회생채권의 전부 또는 일부의 변제에 관한 사항(제3호)’을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된 개인회생채권을 변제계획의 변제대상으로 삼고 있다. 나아가 구 법 제83조 제1항은 “법원은 채무자가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완료한 때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거나 직권으로 면책의 결정을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구 법 제84조 제2항 본문은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한 것을 제외하고 개인회생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라고 규정하면서, 그 단서 제1호에서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에 관하여는 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각 규정에 따르면 변제계획의 변제대상이 되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된 개인회생채권 중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한 것을 제외한 부분은 모두 면책되지만,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은 변제계획에 의한 변제대상이 될 수 없어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 및 확정일자를 갖춘 주택임차인은 임차주택이 경매될 경우 그 환가대금에 대하여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와 같은 우선변제권은 이른바 법정담보물권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임대차 성립시의 임차 목적물인 임차주택의 가액을 기초로 주택임차인을 보호하고자 인정되는 것이다. 이에 상응하여 구 법 제46조 제1항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대항력 등)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대항요건을 갖추고 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은 개인회생재단에 속하는 주택의 환가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우선변제권 있는 주택임차인을 개인회생절차에서 별제권자에 준하여 보호하고 있다. 위와 같이 주택임차인은 구 법 제46조 제1항에 의하여 인정된 우선변제권의 한도 내에서는 임대인에 대한 개인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임차보증금채권의 만족을 받을 수 있으므로, 설혹 주택임차인의 임차보증금채권 전액이 개인회생채무자인 임대인이 제출한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었다고 하더라도, 주택임차인의 임차보증금채권 중 위와 같이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액만이 개인회생절차의 구속을 받아 변제계획의 변제대상이 되고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된 개인회생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임대인에 대한 개인회생절차의 진행 중에 임차주택의 환가가 이루어지지 않아 주택임차인이 그 환가대금에서 임차보증금채권을 변제받지 못한 채 임대인에 대한 면책결정이 확정되어 그 개인회생절차가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택임차인의 임차보증금채권 중 구 법 제46조 제1항에 의하여 인정된 우선변제권의 한도 내에서는 구 법 제84조 제2항 단서 제1호에 따라 면책이 되지 않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에 해당하여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3. 평석 담보권 실행 등이 일정기간 중지 또는 금지될 뿐(구 법 제60조 제2항), 개인회생절차의 절차상 제약은 원칙적으로 별제권자(담보권자)에게 미치지 않는다(구 법 제45조, 제84조, 제86조, 제87조). 임차보증금채권은 다른 일반 개인회생채권보다 우월적 지위를 가지기는 하지만, 임차주택의 환가대금의 한도 내에서만 우선권을 가지는 것이어서, 우선권 있는 개인회생채권이 아닌 특정재산에 관하여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별제권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므로, 별제권에 준하여 취급된다. 다만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 그 주택 등에 대하여 경매를 신청할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민법주해[XV] 채권(8), 244면), 임차인이 임차보증금채권에 관하여 판결 등 집행권원을 따로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채권은 여전히 개인회생채권에 속하는 것이므로, 임대인에 대하여 개인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지면 그 집행권원에 기한 강제집행은 구 법 제60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금지된다. 따라서 개인회생절차 진행 중 임차주택이 경매 등으로 처분되면 별 문제가 없으나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임대인에 대한 면책결정이 확정된 경우 그 효력이 문제되는 것이다. 법 해석론상으로는 구 법이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의 임차보증금 우선변제권에 관한 규정만을 두고 있을 뿐(제46조), 면책결정 이후의 법률관계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으로서, “면책은 개인회생채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한 구 법 제84조 제3항이 적용되는지 여부의 문제이지만, 이는 근원적으로 임차보증금채권이, 개인회생채권임을 부인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임차주택 환가 시 우선변제권만을 가질 뿐 담보권과 같은 경매실행권한을 가지지 못한데서 비롯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는 임차보증금채권은 비면책채권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개인회생절차 진행 중에 임차인이 우선변제 받지 못한 이상, 임차보증금채무는 전부 면책된다는 견해,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담보권과 같은 경매실행권한은 없고 임차주택의 환가 시 우선변제권만을 가질 뿐이므로, 임대인은 임차인이 가지는 권한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부담하며, 위 임차인이 임차보증금채권에 관한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면책결정의 효력으로 그 집행력은 소멸한다는 견해, 임대인은 면책결정에도 불구하고 우선변제권의 한도 내에서 임차보증금반환책임을 부담하고,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임차목적물의 환가 시 우선변제권을 가질 뿐만 아니라, 집행권원이 있는 경우 그 한도 내에서 우선변제권 실현을 위한 강제경매신청이 가능하므로, 임차보증금에 관한 집행권원 역시 그 한도 내에서 집행력이 소멸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논의되고 있다. 면책결정이 개인회생채권자를 위하여 제공된 담보에 영향이 없다는 내용의 구 법 제84조 제3항은 제3자 제공의 보증이나 물상보증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있어서, 위 규정이 사안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언하기 어렵고, 일반 담보권의 경우 피담보채권과 준별하여 담보권 자체에 별제권을 인정하는 구 법의 법리상 피담보채권의 면책과 관계없이 담보권 행사를 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임차보증금채권은 그 실질이 어디까지나 면책의 대상이 되는 개인회생채권이되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우선변제권이 부여된 것일 뿐이어서 별제권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실체법상 권리의 성질이 개인회생절차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견지에서, 임차보증금채권의 우선변제권 부분은 면책결정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보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변제기간 내에 경매를 신청하지 않는 경우 임차인이 임차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임차보증금채권이 개인회생절차의 규율을 받는 개인회생채권이라고 하면서,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부분만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모순되어 보이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임차보증금채권 중 우선변제 받을 수 있는 부분에 관하여 개인회생절차 밖에서 우선변제 받는 것을 예정하고 있을 뿐, 채무자의 재산처분에 의한 변제대상으로 삼지 않고 있는 현행 개인회생실무를 용인하는 판단이다. 사안은 구 법이 적용된 경우이나 법문의 내용에 변화가 없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개인회생
임차보증금
면책
2017-06-05
파산·회생
공익채권에 대하여도 채권자보호절차 없이 연대책임을 면제할 수 있는지 여부
-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4다31806 판결 - I. 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원고를 포함한 공동설계단이 2010. 4. 23. A(A가 분할되어 B와 C를 설립하였다. 분할존속회사인 A에 대하여 분할 전후를 구분하지 않고 A라 한다)를 포함한 공동수급체와 빌딩건축공사에 관하여 설계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설계용역을 제공하던 중인 2011. 8. 10. A에 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설계용역에는 기본설계용역과 실시설계용역이 포함되었고, 용역 및 건축공사의 진행 단계에 따라 각 용역의 착수금, 중도금, 잔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원고는 A의 회생절차 개시 전에 기본설계도서와 실시설계도서의 납품을 완료하였으나 A로부터 이에 대한 용역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고, 회생절차 개시 당시 도서변경, 사용승인, 건축물관리대장용 도서 납품, 인증 등의 용역이 남아 있었다. A는 2011. 12. 9. 회생계획 인가결정을 받았다. A는 회생계획(이하 '이 사건 회생계획'이라 한다)에 따른 회사분할을 통하여 B와 C를 설립하였고, A의 건설업 중 일부를 B에게 이전시키고, 자동차판매사업을 C에게 이전시켰다. 이 사건 회생계획은 사업관련성에 따라 공익채권을 이전하면서, 각 회사에게 이전된 채무에 대해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119조의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인데, A의 관리인이 이 사건 계약에 대하여 이행을 선택하였으므로, (A의 회생절차개시 전에 발생한 용역대금을 포함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용역대금 전부가 공익채권이라고 주장하였다(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7호). 원고는 연대책임을 면제한 이 사건 회생계획은 공익채권자인 원고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미지급 용역대금 전부를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용역이 각 중간 공정별로 가분적이지는 않지만, 기본설계용역부분과 실시설계용역부분은 가분적이라고 판단한 후, 회생채권이라고 판단한 기본설계용역대금 지급청구 부분(총계약금액의 40%)은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다만, 실시설계용역대금 지급청구 부분(총계약금액의 60%)은 공익채권이라고 판단한 후, 회생절차 개시 전에 발생한 대금을 포함하여 실시설계용역대금 전부(착수금, 중도금, 잔금)에 대하여 청구를 인용하고, 회생계획의 연대책임 면제조항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이 연대하여 이를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원고와 피고들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16. 2. 18. 원고와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II. 대상판결의 요지 채무자회생법 제272조 제1항, 제4항은 회생계획에 의하여 주식회사인 채무자가 분할되는 경우 상법상 채권자보호절차 없이도 분할되는 회사와 승계회사가 분할 전의 회사 채무에 관하여 연대책임을 지지 않도록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채무자회생법에서 이러한 특례규정을 둔 것은 회생절차에서 채권자는 회사분할을 내용으로 하는 회생계획안에 대한 관계인집회에서의 결의절차를 통하여 회사분할이 채권자에게 유리 또는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고, 법원도 인가요건에 대한 심리를 통하여 채권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심사하게 되므로 별도의 상법상 채권자보호절차는 불필요하다는 사정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회생채권자와 달리 회생계획안에 관한 결의절차에 참여할 수 없는 공익채권자에 대하여는 위 특례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위 특례규정을 이유로 회생계획에 공익채권에 대한 연대책임 면제조항을 둘 수 있다는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III.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쌍방미이행 쌍무계약과 공익채권 관리인이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하여 (i) 이행을 선택하였거나 (ii) 제2회 관계인집회(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 전까지 선택권을 행사하지 않아서 이행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된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은 공익채권이 된다(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7호).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하여 이행이 선택된 경우(이행이 선택된 것으로 간주된 경우 포함, 이하 같다), 이행 선택된 계약에 따라 '개시결정 이후에 발생한 채권'이 공익채권에 해당한다는 점에는 큰 의문이 없다(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7호). 하지만 '개시결정 이전에 발생한 채권'도 공익채권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해당 계약 및 채무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채무자에 대하여 개시결정이 내려질 당시 진행 중이던 미완성 공사나 용역 등이 있고, 그 원인이 되는 도급계약이나 용역계약에 대하여 이행이 선택된 경우, 당해 공사나 용역이 전체적으로 보아 불가분적으로 이행되어야 하는 성격을 갖는다면, 개시결정 전의 기성고에 따른 공사대금이나 용역대금채권까지도 전부 공익채권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01. 9. 18. 선고 2001다9304 판결,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4다3512 3529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3. 27. 선고 2013나31696 판결). 반면에, 기본거래계약, 임대차계약 등과 같이 가분적으로 이행될 수 있는 성격의 계약에 대하여 이행이 선택된 경우에는, 개시결정 이후에 발생한 채권만 공익채권이고, 개시결정 이전에 발생한 채권은 회생채권이 된다. 원심은 이 사건 계약이 용역진행 단계에 따라 각 용역의 착수금, 중도금, 잔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각 중간 공정별로 가분적이지는 않다고 보았지만, 하나의 계약서로 하나의 건축공사에 관하여 체결된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설계용역부분과 실시설계용역부분은 가분적이라고 판단한 후, 실시설계용역대금 지급청구 부분만 공익채권으로 인정한 것이다. 2. 회생절차에 의한 회사분할과 공익채권 회생채권, 회생담보권은 인가된 회생계획에 따라 권리가 변경되므로(채무자회생법 제252조), 회생계획이 정하는 바에 따라 채무가 분할되어 귀속되고, 채권자보호절차 없이 회생계획으로 분할신설회사와 분할존속회사의 연대책임을 면제시킬 수 있다는데 의문이 없다(채무자회생법 제272조 제1항, 제4항, 상법 제530조의9 제4항). 그리고 분할신설회사의 설립등기에 의하여 분할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 새로이 발생한 공익채무는, 분할로 인하여 법인격이 분리되고 의무부담주체가 명확하게 구분된 이후에 발생한 분할 후 채무이므로, 그 채무를 발생시킨 회사가 단독으로 변제책임을 진다는 것에 대하여도 큰 의문이 없을 것이다(상법 제530조의9 제1항). 결국 회생계획에 의한 연대책임의 제한의 효력이 문제되는 것은 분할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발생한 공익채무에 대해서이다. 공익채권자는 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시로 변제 받을 수 있고(채무자회생법 제180조 제1항), 회생계획안 결의를 위한 관계인 집회에서 의결권이 없는데(채무자회생법 제188조), 인가된 회생계획에 의하여 공익채권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회생채권자와 달리 회생계획안에 관한 결의절차에 참여할 수 없는 공익채권자에게는 채무자회생법 제272조 제1항, 제4항의 특례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그 특례규정을 이유로 회생계획에 공익채권에 대하여 연대책임 면제조항을 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3. 대상판결에 대한 의견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시로 변제한다는 채무자회생법 제180조 제1항의 규정이나, 회생계획으로 공익채권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규정을 정할 수는 없고, 공익채권자도 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대해 다툴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6. 1. 20.자 2005그60 결정, 대법원 2006. 3. 29.자 2005그57 결정,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40349판결 등)에 비추어 공익채권에 대하여 회생계획에 연대책임 면제조항을 둘 수 없다는 대상판결의 태도는 지극히 타당하다. 그런데 대상판결의 입장을 관철하게 되면, 공익채권자는 보호되겠지만, 회생절차를 통해 회사분할을 하고, 분할신설회사나 분할존속회사에 대하여 회생절차 M&A를 진행하는 데에는 장애가 될 위험이 있다. 대상판결과 같이 회생계획안 규정에도 불구하고 다른 회사의 공익채권에 대하여 연대채무를 부담한다고 보게 되면, 인수자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고, 이를 이유로 인수를 단념하거나 인수금액을 낮추려고 들 수 있다. 이는 회생절차 M&A의 성패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고, 채무자와 회생채권자들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 공익채권자를 보호하면서도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입법적, 제도적 개선 방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공익채권
회생
용역대금
회생채권
2016-08-22
회생절차 폐지 후 파산절차로 이행된 경우 부인소송에 대한 처리
- 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2다87751 판결 - "대법원은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계획인가가 있은 후 회생절차폐지의 결정이 확정되더라도 직권 파산선고에 의하여 파산절차로 이행된 때에는, 파산관재인은 기존 소송절차를 수계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부인권 행사에 기한 소송은 종료되지 않을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1.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채무자 회사와 원고는 2009년 12월 23일 채무자 회사가 생산한 차량용 블랙박스를 원고에 공급하고 원고는 이를 독점적으로 판매하되, 사업 매출이익을 50%씩 나눈다는 내용의 제품공급계약(이하 '이 사건 공급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채무자 회사의 대표이사 횡령 등으로 인하여 차량용 블랙박스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자, 채무자 회사와 원고는 2010년 4월 12일 원고가 채무자 회사로부터 블랙박스 금형을 2500만원에 인수하고, 원고는 금형의 소유권과 사용권을 가지고 채무자 회사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블랙박스를 생산하며, 원고의 로열티 지급의무는 없어진다는 등의 내용으로 부속합의(이하 '이 사건 부속합의'라고 한다)를 체결하였다. 채무자 회사는 2010년 4월 30일 수원지방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여 2010년 6월 17일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다. 채무자 회사의 관리인은 2010년 8월 2일 이 사건 부속합의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고 한다)에서 정한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라고 주장하면서 수원지방법원 2010회기13호로 부인의 청구를 하였고, 위 법원은 2011년 3월 30일 이 사건 부속합의가 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무상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합의를 부인하는 결정을 하였다. 원고가 2011년 5월 4일 수원지방법원에 위 결정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하였지만 위 법원은 2011년 12월 23일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수원지방법원 2011. 12. 23. 선고 2011가합8808 판결), 원고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2012년 9월 7일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며(서울고등법원 2012. 9. 7. 선고 2012나10678 판결), 원고가 상고하였으나 대상판결은 2015년 5월 29일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한편, 채무자 회사에 대하여 2011년 11월 8일 회생계획인가가 있은 후 상고심 계속 중인 2012년 10월 30일 회생절차폐지의 결정이 확정되었고, 2012년 11월 2일 채무자 회사에 대한 파산선고와 함께 채무자 회사의 파산관재인으로 피고가 선임되었다. 피고는 2012년 11월 6일경 부인의 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에 대한 이의의 소인 이 사건 소송절차를 수계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회생절차 폐지 후 파산절차로 이행된 경우 부인소송에 대한 처리에 관하여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1항과 제6항의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계획인가가 있은 후 회생절차폐지의 결정이 확정되더라도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1항에 의한 직권 파산선고에 의하여 파산절차로 이행된 때에는,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6항에 의하여 파산관재인은 종전의 회생절차에서 관리인이 수행 중이던 부인권 행사에 기한 소송절차를 수계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부인권 행사에 기한 소송은 종료되지 않는다."라고 판단하였다. 이어서 대법원은 채무자 회사가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부속합의를 체결한 것이 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무상행위 또는 이와 동일시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여 부인의 대상이 된다고 본 원심 판단에 대하여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3.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회생절차가 종결된 경우 부인소송에 대한 처리 부인소송 계속 중 회사정리절차가 종결된 경우에 관하여 대법원은 "구 회사정리법 제78조가 정하는 부인권은……관리인만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므로……정리회사에게로 재산이 회복되기 이전에 정리절차가 종료한 때에는……부인의 소 또는 부인권의 행사에 기한 청구의 계속 중에 정리절차종결결정이 확정된 경우에는 관리인의 자격이 소멸함과 동시에 당해 소송에 관계된 권리 또한 절대적으로 소멸하고 어느 누구도 이를 승계할 수 없다"라는 입장이다(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다20429 판결 등). 위 판결은 구 회사정리법 제78조가 정하는 부인권에 관한 판시이지만, 동조에 대응하는 채무자회생법 제100조가 정하는 부인권 행사에 대하여도 위 판결에 따른 법리를 전제로 운용되고 있다. 따라서 회생회사 관리인이 부인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그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에 회생절차가 종결된다면, 그 부인소송은 종료되고 부인권 행사의 효과가 발생할 수 없다. 회생회사 관리인이 채권조사확정재판 또는 조사확정재판에 대한 이의의 소 등에서 항변의 방법으로 부인권을 행사하던 중 회생절차가 종결된 때에는 그 소송절차는 중단되고 채무자에게 수계되지만 부인의 항변은 이유 없는 것이 된다. 회생절차를 조기에 종결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부인소송에 관하여 대상판결과 같은 태도를 관철하는 경우 일탈된 재산을 회복하여 채무자의 회생을 용이하게 하고 채권자 간에 공평을 기하려는 부인권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이와 같은 부당한 결과를 방지하게 위하여 (i) 회생절차종결 전에 회생회사를 분할하여 신설회사가 부인소송과 관련된 권리의무를 승계하는 방안(서울중앙지방법원 2012회합103 사례), (ii) 회생회사 M&A 이후에도 존속회사가 부인소송을 진행하는 방안(서울중앙지방법원 2011회합42 사례), (iii) 채무자의 행위가 대표권남용 등의 법리에 의하여 무효가 될 여지가 있다면 청구원인 또는 항변으로서 부인권뿐만 아니라 대표권남용 등에 따른 무효도 함께 주장하는 방안(서울중앙지방법원 2011회합42 사례) 등이 활용되고 있다. 나.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은 부인의 대상이 되는 행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동조 제1항 제4호의 '무상부인'은 채무자와 수익자의 주관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채무자의 지급의 정지 등으로부터 6개월 내에 한 무상행위 내지 이와 동일시해야 하는 유상행위'라는 것만으로 부인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그 효용이 크다. 대상판결에서 부인의 대상의 된 이 사건 부속합의는 채무자 회사가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한 2010년 4월 30일로부터 6개월 내인 2010년 4월 12일 체결되었다. 이 사건 부속합의에서 상대방의 반대급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고 금형에 대하여 2500만원의 대가가 있었다. 하지만 원심은 제작비용만 7000만원 상당의 금형에 대한 대가로 2500만원을 지급받았을 뿐인 반면, 로열티까지 포기한 것에 대하여 '상대방이 반대급부로서 출연한 대가가 지나치게 근소하여 사실상 무상행위와 다름없는 경우'로서 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4호의 무상부인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고, 대상판결은 원심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원고는 상고심 계속 중 채무자 회사에 대하여 회생절차폐지의 결정이 확정되고, 법원 직권으로 파산이 선고되어 파산관재인인 피고가 상고심 소송절차를 수계한 것에 대하여, 회생절차폐지결정의 확정으로 부인소송이 종료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계획인가가 있은 후 회생절차폐지의 결정이 확정되더라도 직권 파산선고에 의하여 파산절차로 이행된 때에는, 파산관재인은 기존 소송절차를 수계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부인권 행사에 기한 소송은 종료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6항은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1항 또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파산선고가 있는 때에는 관리인 또는 보전관리인이 수행하는 소송절차는 중단된다. 이 경우 파산관재인 또는 그 상대방이 이를 수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1항에 의하면 '회생계획인가 후 회생절차폐지결정'의 경우 법원은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하여야 하고(필요적 파산선고),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2항에 의하면 '회생절차개시신청에 대한 기각결정, 회생계획인가 전 회생절차폐지결정, 회생계획불인가결정'의 경우 법원은 반드시 파산을 선고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할 수 있음에 그친다(임의적 파산선고). 대상판결은 회생계획인가 후 폐지 후 파산절차로 이행된 사안에 관한 것이지만, 대상판결이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6항에 근거하고 이 규정은 동조 제1항에 의한 파산절차뿐만 아니라 동조 제2항에 의한 파산절차에 대한 경우도 포함하므로, 회생절차개시신청에 대한 기각결정, 회생계획인가 전 회생절차폐지결정, 회생계획불인가결정 이후에 채무자 또는 관리인의 신청에 의하거나 법원이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하여 파산절차로 이행된 경우 역시 파산관재인은 종전의 회생절차에서 관리인이 수행 중이던 부인권 행사에 기한 소송절차를 수계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부인권 행사에 기한 소송은 종료되지 않을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015-12-03
기촉법상 신규공여 결의 직접 이행청구권 인정여부
I. 사실관계의 요지 A기업에 관하여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상의 워크아웃절차가 개시되고, 주채권은행 B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협의회')를 소집하여 A기업에 대한 합계 900억원 규모의 집단적 신규 신용공여 안건을 의결하였다. 위 안건에는 보증기관인 C가 A기업에게 100.9억원 상당의 신용보증서를 발급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는바, 이에 대하여 C는 부동의 하였으나, 전체 채권액 중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가결되었다(제18조). 한편 C는 반대채권자의 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아니하여 협의회 의결사항에 찬성한 것으로 간주되었다(제20조). 이후 A기업은 B은행으로부터 100.9억원의 대출을 받기 위한 전제조건이었던 신용보증서 발급을 하여줄 것을 C에 대하여 청구하였으나, C는 발급을 거부하였고, 이에 A기업과 B은행은 공동원고로서 피고 C를 상대로 의결사항에 기해 보증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취지의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II. 대법원 판결 요지(재항고 기각) 기촉법에 따른 신규 신용공여 계획의 수립에 관한 협의회의 의결은 협의회와 부실징후기업 사이의 이행약정에 포함될 경영정상화계획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금융기관 사이의 신용공여계획이행에 관한 청구권을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신용공여계획에 관한 협의회의 의결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채권금융기관이 다른 채권금융기관에 대하여 기촉법 제21조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협의회의 의결 자체로 채권금융기관이 다른 채권금융기관에 대하여 신용공여 계획의 이행을 청구할 권리를 갖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 III.검토 1. 기촉법상 신규 신용공여 규정 개관 기촉법은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절차')가 개시된 후 협의회 구성원 보유 채권액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집단적 신규 신용공여 의결이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제10조, 제18조). 신규 신용공여는 관행상 각 채권금융기관의 보유채권액에 비례하여 이루어진다. 다른 법정도산절차인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에서는 회생기업에 대하여 신규 자금차입(이른바 DIP Financing)에 대한 최우선변제권을 규정하는 등 유도적인 방법을 규정한 데에 비해, 기촉법은 채권금융기관 채권액 4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의결일로부터 7일 내에 채권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반대채권자에 대하여도 신규 신용공여 의무를 강제하는 방법을 규정한 특징이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한국의 독특한 법률규정이며, 기촉법 위헌논란에서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반대채권자의 신규 신용공여 강제에 대한 위헌론은 개인의 재산권,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침해를 근거로, 합헌론은 기업구조조정에 있어 반대채권자들의 프리 라이딩(free-riding) 방지를 근거로 한다. 최근 1~2년 사이에 신규 신용공여와 관련한 법적분쟁이 상당히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반대채권자의 매수청구권 행사가액이 통상 해당채권의 청산가치로 낮게 정해지게 되는바, 반대채권자들이 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손실을 감수하지 않고 그냥 채권을 보유한 채(즉, 매수청구권을 불행사하여 의결찬성이 간주된 채) 곧바로 법적 분쟁으로 진입하게 된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2. 협의회 의결의 구속적 효력 여부 통상 협의회의 신규 신용공여 결의는 채무자인 부실징후기업의 금융기관 채권자들이 모여 각자 보유채권액에 비례한 신규 신용공여 액수를 정하고, 여신기능이 있는 시중은행권 금융기관은 신규대출의 방법으로, 보증기관은 신규 보증서 발급의 방법으로, 여신기능이 없는 증권사 및 각종 비은행 금융기관, NPL(Non Performing Loan,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취급하는 유동화전문회사 등 제2금융권 기관은 이른바 '손실분담확약'(후술)의 방법으로 각각 신규 신용공여를 할 것을 결의한다. 한편 부실징후기업은 신규 신용공여의 혜택을 받는 당사자이지만 결의당사자는 아니며,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수익자 지위와 유사하다. 그런데, 이 사건 1, 2심에서는 결의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A기업의 결의사항 이행청구권 원고적격을 부정하였지만, 대법원에서는 이에 대한 명시적 판단은 하지 않았다. 대상판결의 판시에 따르면, '대출계약이나 지급보증계약의 체결에 의한 신용공여와 같이 향후 별도의 계약체결을 예정한 의결사항'에 대하여는, 의결사항을 미이행한 채권금융기관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결의의 효력에 기한 이행청구를 할 수는 없다. 즉, 대상판결은 협의회의 신규 신용공여 결의를 그 자체로 구속력을 가진 '계약'으로 보지 않고 일종의 '계획'에 불과한 것으로 보았는바(즉, 대상판결은 이를 일종의 채권단 간의 양해각서나 신사협정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보았다), 대출계약이나 지급보증계약의 당사자인 부실징후기업이 의결당사자가 아니고, 위 결의를 구속력을 갖는 계약이나 합동행위로 보게 될 경우 반대채권자의 재산권,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히 제약한다는 점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의결사항을 미이행한 채권금융기관에 대하여는 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라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이 사건 1, 2심에서는 기촉법 제21조에 규정된 위약금을 납부하고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는 점을 의결사항 직접청구권 이행부정의 한 논거로 설시하였는데, 대상판결에서는 이 점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판시를 하지 않았다. 3. 대상판결의 실무적용방안에 대한 소고 그런데 손해배상청구의 방법에 있어 대상판결과 같이 협의회 신규 신용공여 결의를 '계획'으로 볼 경우 과연 '계약'이 아닌 단순한 '계획'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차치하더라도, 실무적으로도 손실분담확약의 미이행에 대한 채권금융기관 간의 소송들에서 이미 현출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즉, 현행 워크아웃 실무에서는 손실분담확약(곧바로 신규 신용공여를 하지 않고, 추후 부실징후기업의 워크아웃절차가 중단되고 회생·파산절차가 개시된 시점에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에게 발생한 손실평가액을 보유채권액에 비례하여 전보해주는 것)을 한 채권금융기관에 대해 부실징후기업의 워크아웃 중단 시점을 기준으로 기투입 된 채권금융기관들의 신규 신용공여액을 손해액으로 보아 해당 채권금융기관들의 채권보유비율에 따라 분담시키고, 그 액수만큼의 채권금융기관 보유 회생파산채권을 해당 기관들에게 양도하는 방법으로 실무진행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실무에 대해 채권금융기관의 손해발생 여부 및 손해액의 입증, 의결사항 미이행과 손해발생 간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치열한 법리다툼이 진행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서울중앙지법 2012가합75432판결 등 참조). 이러한 손실분담확약에서의 법리다툼은 의결사항 미이행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수 있다. 대상판결의 취지를 반영하고 워크아웃 실무에서의 분쟁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협의회 의결사항 내용에 미리 의결사항 미이행 기관에 대한 위약금관련내용을 상세히 정해놓는 것이(현재 워크아웃절차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결의사항 양식에서 위약금 관련 내용을 포함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간명한 해결책일 것이다. 협의회 의결사항에서 반대채권자의 위약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민법 제398조)으로 정해놓을 경우, 대법원 판례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는 채무불이행 사실만 증명하면 손해의 발생 및 그 액을 증명하지 아니하고 예정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기 때문에(대법원 2000다50350판결), 추후 손해발생 부분에 대한 구구한 입증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대상판결에서 명백히 설시하고 있지 않으나, 협의회의 경우 그 독자적 법인격 여부가 불분명하고, 신규 신용공여 의결 미이행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손해를 입는 자는 부실징후기업이며, 주채권은행 등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은 기본적으로 간접적 이해관계자에 불과한바, 소송법상 원고적격을 명백히 하기 위하여 협의회의 신규 신용공여 결의에 부실징후기업을 참가시키는 방법도 검토의 필요가 있다. IV. 결론 기촉법은 IMF당시의 '기업구조조정협약'을 모태로 하는 역사 및 법규범 자체의 성질에 비추어 일응 금융기관들 간의 가이드라인(모범규준)이 그 본질이라고 할 것이나, 한국의 현실상 법적 구속력을 가진 실정법으로 격상되어 한시법으로 존재하고 있다. 현행 기촉법은 2014년 1월 1일 부터 2년간을 유효기간으로 하는 한시법으로서, 2001년부터 4차례 그 유효기간이 연장되어 왔다. 국회에서는 2013년 말 기촉법을 통과시키면서 "금융위원회는 2014년 12월 31일까지 기촉법을 상시법화하기 위해 공청회 개최 등을 거쳐 개정이 필요한 사항을 검토하여 상임위원회에 보고하고 정부입법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한다"는 취지의 부대의견을 조건으로 하였고, 현재 그에 따른 작업이 진행 중이다. 기촉법 상시화 방안이 최종 확정되게 될 경우, 확정안에는 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라 신규 신용공여 결의위반시의 위약금의 산정기준, 법적근거 없이 실무상 이루어지고 있는 손실 분담확약의 세부적 내용, 부실징후기업의 소송당사자성 인정여부 등을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2014-11-20
양립 가능한 여러 개 청구의 객관적 예비적 병합의 가부
Ⅰ. 사안의 개요 및 판단 1. 사안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대여를 주장하며 그 지급을 청구하였다가 제1심 변론 과정에서 이를 주위적 청구로 변경하고, 예비적으로 불법행위(사기)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추가하였다. 이 사건 주위적 청구인 대여금 청구는 '원고가 피고에게 1억 원을 대여하였다'는 취지이고, 이 사건 예비적 청구인 손해배상 청구는 '원고가 피고한테 기망당하여 1억 원을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이 사건 소는 기본적으로 1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이다. 2. 소송의 경과 제1심은 이 사건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는 한편, 이 사건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만이 항소하였다. 항소심은 피고만이 항소한 이상, 심판대상은 이 사건 예비적 청구 부분에 한정된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의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 사건 예비적 청구마저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상고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직권으로, 이 사건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는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선택적 병합 관계에 있다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항소의 대상으로 삼은 이 사건 예비적 청구만을 심판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두 청구 모두를 심판의 대상으로 삼아 판단하였어야 하는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이 이 사건 예비적 청구 부분만을 심판대상으로 삼아 청구를 기각한 것은 항소심의 심판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파기환송). Ⅱ. 여러 개의 청구가 양립하는 경우의 예비적 병합의 가부 대상판결은 논리적으로 양립하여 본래 선택적 병합 관계에 있는 양 청구에 관하여 당사자가 주위적·예비적으로 순위를 붙여 청구한 경우(이른바 不眞正 예비적 병합이라고 한다)에 그 병합 형태의 가부(취급)가 문제된 것이다. 종전 판례의 입장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그 명칭은 필자가 임의로 명명한 것이다). (1) 긍정설(당사자 의사설) 병합청구의 성질과 상관없이 원고의 의사만으로 예비적 병합이 허용된다는 입장이다. 판례 가운데 대법원 1966. 7. 26. 선고 66다933 판결은, 선택적 청구에 속하지만, 원고가 내세운 취지에 따라(즉, 원고의 의사에 따라) 예비적 청구로 취급하여야 한다고 이해할 수 있고, 또한 대법원 2002. 9. 4. 선고 98다17145 판결도, 이른바 부진정 예비적 병합도 허용되어 당사자가 심판의 순서와 범위를 한정하여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한 점에서 원고의 의사를 기준으로 예비적 청구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제한적 긍정설(합리적 필요성설) 청구한 것들이 양립 가능한 경우에도 필요성과 합리성에 비추어 예비적 병합을 긍정하는 입장이다. 판례 가운데, 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다17633 판결은,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를 할 합리적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붙인 순위에 따라서 심리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앞 (1)에서 언급한 원고의 의사를 전제로 하면서도 합리적 필요성을 기준으로 추가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23598 판결도, 원고의 의사를 기준으로 한다는 전제에서, 원고의 의사를 석명하여야 한다는 점까지도 언급하고 있다. (3) 부정설(병합청구 성질설) 청구의 예비적 병합이 인정되는 것은 병합청구의 성질에 의해 엄격하게 양 청구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경우에 한정된다는 입장이다. 대상판결은 종전 판례에서 나타난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를 할 합리적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예비적 병합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Ⅲ. 대상판결의 평석 대상판결과 같이 병합청구의 성질에 의해, 여러 개의 청구가 서로 양립하면, 어떠한 경우라도 청구의 예비적 병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경직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양 청구가 서로 '양립한다' 또는 '양립하지 않는다'는 논리 관계 내지는 병합청구의 성질에 의해 병합 형태가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처분권주의 하에서는 기본적으로 원고의 의사가 병합 형태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처분권주의의 기초가 되는 당사자의 자치(自治)도 무제한인 것은 아니므로 원고가 예비적 병합으로 하고자 하는 목적에 어느 정도의 필요성과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원고에게 실질적으로 이중패소를 회피할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 이외에도 예비적 병합을 인정할 합리성이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 가령, 불법행위채권만이 상계 제한에 걸린다든지, 과실상계의 문제, 피고가 파산하는 경우 우선 비면책채권의 집행권원을 받기를 원한다든지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순위를 정하여 예비적으로 청구하고자 할 때 그 필요성과 합리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제한적으로 예비적 병합을 긍정하고자 할 때, 그 필요성과 합리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양 청구가 법률적 또는 경제적으로 동일한 또는 같은 종류의 목적에 향하고 있는 경우가 그 기준이 된다고 본다(한편, 동일한 급부 또는 형성적 효과를 구하는 청구권 경합의 경우에 한정하는 것은 너무 좁은 기준이라고 본다). 물론 양 청구가 전혀 관계가 없는 경우는 처분권주의의 기초를 이루는 당사자 자치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지만, 위와 같은 필요성과 합리성의 기준에서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제한적으로 예비적 병합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원고가 주위적 청구로 대여를 주장하며 그 지급을 청구하고, 예비적으로 기망 당하였다고 주장하며 불법행위(사기)를 원인으로 손해배상 청구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피고에 대하여 1억 원(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로 양 청구가 법률적 또는 경제적으로 동일한 또는 같은 종류의 목적에 향하고 있어 위 기준에 해당한다고 본다. 따라서 대상판결의 판시와 같이 병합청구의 성질에 의해 엄격하게 예비적 병합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청구의 경우에 한정된다는 입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상판결의 사안은 특이하게 주위적 청구기각, 예비적 청구인용 판결의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만이 항소한 경우로, 항소심이 제1심 판결과 달리 예비적 청구가 이유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경우이다. 이 경우에 항소심의 심판범위가 예비적 청구를 인용한 제1심 판결의 당부에 그치고, 원고의 부대항소(민사소송법 제403조)가 없는 한, (가령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할 수 있는 경우라도) 주위적 청구가 심판대상이 될 수 없고(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31624 판결), 그리하여 원고의 주위적 청구, 예비적 청구 모두 기각되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사안에서 원고의 부대항소마저도 없기 때문에 청구를 병합청구의 성질에 따라 선택적 병합으로 보아 두 청구 모두를 항소심의 심판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것으로 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고자 한 판단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특별한 경우의 타당성 있는 해결을 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에서, 원고가 주위적 청구기각판결에 대하여 형식적인 불복신청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실질적인 불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실질적 불복에 기하여 항소심에서 주위적 청구도 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보고자 하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이는 종래의 판례(위 94다31624 판결)·통설과 다른 반대입장이다). 그렇지만 이 반대입장에서와 같이 원고가 스스로 항소도 부대항소도 하지 않았는데, 항소심에서 주위적 청구에 대한 판결(가령 인용판결)을 하여야 한다고 하면, 피고만의 항소에 있어서 제1심 판결을 피고의 불이익으로 변경하는 것이 되어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어긋나게 되고, 또한 불복 신청을 하지 않은 주위적 청구 부분에 대하여 피고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와 같이 특별한 경우에 생기는 구체적 문제는 결국 항소심이 석명권(釋明權)(민사소송법 제136조)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원고에게 부대항소를 촉구하는 것에 의하여 시정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당사자의 자치를 고려하면서 소통을 중시하고자 하는 법원 실무로서는(대상판결의 사안은 피고는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였지만, 원고에게는 소송대리인이 없는 경우이다), 서로 양립하는 청구라도 당사자의 의사를 바탕으로 그 필요성과 합리성의 기준에 따라 예비적 병합을 인정하면서, 위 항소심에서와 같은 특별한 문제 상황은 당사자와의 소통이라는 점에서 석명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원고로부터 부대항소 등을 이끌어 내어 풀어나가는 것(따라서 예비적 병합에 관한 법리를 전제로 하면서 그에 따른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014-08-18
장외파생상품 투자 펀드 사건에 대한 소고
I. 사건의 개요 우리금융지주그룹 산하의 우리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이하, '판매회사들'이라고 한다.)은 2005년 11월과 12월에 걸쳐 "우리 Power Income 파생상품투자신탁"(이하 '우리파워인컴펀드') 제1호 및 제2호를 판매하였다. 그런데, 판매 당시 안정성이 강조되던 이 펀드는 펀드 설정일 이후부터 점차 기준가가 하락하더니 2008년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을 전후하여 기준가가 급락하면서 손실액이 확대되어 현재 1호 펀드는 -75%, 2호펀드는 -95%의 손실을 기록하였다. 이 사건 펀드는 복수의 해외 특정 주권의 가격에 연계된 CEDO(Collateralized Equity and Debt Obligations)Ⅱ라는 장외파생상품 중 "Tranche K : 원금비보호형 자산담보 고정금리 2011년 만기채권(Non-Principlal Protected Asset-Backed Fixed Rate Notes due 2011, 이하 '이 사건 장외파생상품'이라 한다)"을 주된 투자대상으로 하고 '5년 만기의 국고채 금리 + 연 1.2%'를 예상수익률로 하며 6년 2주(2011. 11. 22.)를 만기로 하는 단위형·공모형 파생상품투자신탁으로서, 아래에서 살펴 볼 이 사건 장외파생상품의 수익구조와 연계되어 '펀드 이벤트'의 발생횟수가 58 미만일 경우에는 원금 전액을 지급하고, 위 이벤트 발생횟수가 58 이상일 경우에는 원금 × {1 -(펀드이벤트 수-원금보존 이벤트 수) / (최대손실이벤트 수-원금보존 이벤트 수)}를 지급하도록 설정되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사건의 경우 원고는 무학문맹으로서 이 사건 펀드 가입 전 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한 경험이 없었던 자였다. 원고는 이 사건 펀드에 가입하면서 투자신탁상품 신규가입·청약신청서를 작성하고, 투자설명서 교부 및 주요내용 설명확인서, 고객상담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하여 이를 피고 은행에 교부하였는데, 고객상담서에는 부동문자로 "이 상품은 실적배당형 상품임을 설명 들었음", "이 상품의 수익구조에 대해 충분히 설명 들었음"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원고는 각 확인란에 "0" 표시를 하였으며, 피고 은행 대송지점 PB 담당 차장은 상품요약서, 상품제안서를 펼쳐 놓고 원고에게 "이 사건 펀드는 장외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파생상품으로 6년간 매 분기마다 고정적인 수익을 지급한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A3 등급을 부여해 원금상환가능성이 국채 수준 정도로 평가된다"는 내용의 설명을 하고 위 상품요약서 및 상품제안서를 원고에게 교부하였다. 그러나 담당직원은 원고에게 이 사건 펀드에 관한 투자설명서나 약관을 실제로 제시하거나 교부하지는 않았다. II. 사건의 경과 1. 서울남부지방법원 2009. 8. 14. 선고 2008가합20578판결의 요지 손해배상책임의 점에 대해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피고 우리자산운용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법원은 이 사건 자산운용회사는 적합성의 원칙,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판매은행으로 하여금 투자자에게 펀드상품의 거래에 수반하는 위험성이나 투자내용에 관하여 정확한 인식을 형성하는 데 장애를 초래할 정도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였음이 인정되므로, 판매은행과 함께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보았다. 또 피고 판매은행도 은행원이 펀드가입을 권유하면서 펀드의 고수익성과 안전성만 강조하면서 운용방법이나 만기시 원금손실 가능성 등을 설명하지 않고 투자설명서의 제시·교부도 하지 않은 채 장외파생상품과 연관된 투자상품에 관하여 문외한인 고객들을 상대로 펀드가입을 적극적으로 권유한 행위는, 고객에게 거래행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거나 고객의 투자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행위로서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은행이 그 담당직원의 사용자로서 고객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2. 서울고등법원 2010. 8. 12. 선고 2009나87852 판결의 요지 서울고등법원은 자산운용회사와 판매은행의 불법행위책임을 1심법원과 같이 인정하였다. 증권투자신탁에 대한 투자는 원칙적으로 자기책임의 원칙에 따라 투자자가 투자에 대한 결과책임을 부담하게 되나, 증권회사와 투자자 사이의 정보의 현저한 비대칭성을 감안하면, 자기책임의 원칙은 위험부담의 중요한 사항인 투자신탁의 구성, 투자대상, 투자비중 등에 관하여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고 이에 따라 투자자의 투자결정이 적정하게 이루어질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보았다. 자산관리회사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신탁재산을 관리할 책임을 지고 간접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므로, 투자자에게 투자종목이나 대상 등에 관하여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가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투자자를 배려하고 보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으므로(대법원 2007. 9. 6. 선고 2004다53197 판결 등), 자산운용회사로서는 판매회사에 신탁재산에 관한 유리성(안정성·수익성 등)에 과도하게 치우친 설명·정보제공을 하거나 위험성에 관하여 과소하게 설명·정보제공을 할 것이 아니라, 제공된 정보의 균형성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한편 판매은행은 담당직원의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하는 바, 판매은행은 고객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자로서, 장외파생상품과 연관된 투자상품에 관하여 문외한인 원고에 대한 피고 은행의 담당직원의 이러한 펀드 가입권유행위는 원고에게 거래행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거나 또는 원고의 투자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행위로서 고객인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았다. III. 검토 1.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76382판결의 요지 이 사건 대법원의 판시에서 유의할 점은 판매회사는 수익증권 판매에 있어 단순히 자산운용사의 투자설명서나 판매보조자료를 신뢰하여 이를 설명한다고 해서 투자자보호의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며, 나아가 투자설명서 등의 의문이 있는 점에 대해서 확인하여 이를 보완하여 판매하는 상품의 위험과 수익에 대하여 균형성을 갖춘 설명을 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하였다. 한편 판매회사의 지위에 대하여도 자산운용회사의 대리인이 아니라 판매의 주체로서 투자자의 거래상대방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는 지위에 있음도 확인하였다. 또한 자산운용회사는 수익증권의 판매업무를 직접 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수익증권의 판매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을 뿐 아니라 투자신탁의 설정자 및 운용자로서 투자신탁에 대하여 제1차적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시켜야 할 지위에 있으므로, 이러한 자산운용회사로서는 판매회사나 투자자에게 투자신탁의 수익구조와 위험요인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가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투자자를 보호하여야 할 주의의무와 이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하였다. 그러므로 자산운용회사가 판매회사에 제공한 투자설명서에 충실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는 점만으로 자산운용회사가 투자자보호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며, 제공되는 투자설명서 등에 담긴 정보가 균형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투자자를 오도할 수 있는 정보를 담아서는 안된다고 보았다. 2.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고객보호의무의 법리에 기초하여 직접 판매를 하는 판매회사와 자산운용회사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 판결은 증권투자신탁에서 위탁회사가 판매회사와 수익증권 판매위탁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수익증권의 판매업무를 직접 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투자신탁의 설정자 및 운용자인 위탁회사는 수익증권의 판매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로서 투자신탁약관을 제정하여 미리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후 그 약관에 따라 수탁회사와 함께 증권투자신탁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수탁회사와 공동으로 증권투자신탁을 설정하고, 투자신탁설명서를 작성하여 수익증권을 취득하고자 하는 자에게 제공하여야 하며, 선량한 관리자로서 신탁재산을 관리할 책임을 지며 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므로, 투자자에게 투자종목이나 대상 등에 관하여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가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투자자를 배려하고 보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리고 판매회사의 경우에도 단순히 투자설명서 등의 내용을 설명함에 그치면 면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투자설명서 및 설명보조자료를 분석하고, 분명히 숙지하여 균형성 있는 설명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판매은행의 주의의무내용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다만 1심은 중과실을 인정하여 착오취소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투자상품 계약체결과정에서 계약체결 동기와 관련하여 그간 대법원이 취한 유발된 동기의 착오와 관련된 중과실 판단기준(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6210 판결 등)을 적용할 여지는 없었는지에 대하여 논의의 실익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1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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