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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표시 전환사채를 현물출자 한 경우 사채상환 손실의 손금산입 여부
- 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5두46239 판결 - 1. 사실관계 원고는 2006년 9월 26일 및 2007년 3월 30일 전환가액을 ‘1주당 13만 원’, 전환청구기간을 ‘사채발행일에서 35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사채의 상환일 전날까지’로 정하여 2, 3차 외화표시 전환사채(이하 ’이 사건 전환사채’)를 발행하였고, 원고의 특수관계자가 아닌 일본법인 A홀딩스(이하 ’소외 회사’)가 이를 모두 인수하였다. 원고는 2008년 8월 29일 현물출자에 관한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특별결의 및 이 사건 전환사채의 가액 등에 대한 감정인의 감정을 거친 후 소외 회사와 사이에, 소외 회사가 이 사건 전환사채를 당시 기준환율에 따른 188억2900만원으로 평가하여 현물출자하고, 원고의 주식 14만4838주(1주당 액면가액 5000원, 1주당 발행가액 13만원)를 교부받기로 하는 현물출자 계약(이하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2008년 9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이에 대한 인가를 받고, 2008년 9월 23일 증자등기를 마쳤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과 관련하여 부채로 계상된 전환사채가 소멸하고 자본항목인 자본금 및 주식발행초과금이 증가하는 것으로 회계처리하였다.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전환사채의 현물출자가액 188억2900만원과 장부가액 135억2600만2338원(= 액면가액 152억3040만원 - 전환권조정잔액 9억3427만7983원 - 사채할인발행차금 7억7011만9679원)의 차액인 53억299만7662원(이하 ’쟁점 금원’)을 2008 사업연도 법인세와 관련된 손금에 산입하여야 한다고 경정청구하였다. 피고는 이를 받아들여 쟁점 금원을 손금산입하고, 2010년 8월 10일 원고에게 2008 사업연도 법인세 약 13억원 및 환급가산금 약 4860만원의 지급을 통지하였다. 그런데 감사원은 2011년 6월경 쟁점 금원을 세무상 손금으로 인정하여 법인세를 환급한 것은 잘못이라면서 피고에게 환급결정된 법인세를 징수하도록 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2011년 7월 1일 원고에게 위 2008 사업연도 법인세 및 환급가산금을 다시 부과하였다. 2. 제1심 및 원심판결의 요지 원고가 현물출자 계약과 관련하여 전환사채의 전환과 같이 회계처리를 한 점, 당초 전환조건에서 정한 행사가격을 기준으로 주식 수를 산정하였고 전환권의 행사시기만 앞당겼을 뿐 전환사채의 전환권 행사 내용과 차이가 없다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은 그 실질이 사채권자의 전환권 행사와 동일하여 세무조정을 통하여 손익을 인식할 수 없다. 3. 대상판결의 요지 위 사실관계와 더불어 기록상 알 수 있는 거래의 내용이나 형식, 당사자의 의사, 현물출자의 목적과 경위 등 거래의 전체 과정을 법령 규정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이 사건 전환사채를 현물출자받은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쟁점 금원은 전부가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다. 4. 평석 가. 관련규정 구 법인세법 시행령(2009. 2. 4. 대통령령 제213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6조 제5항은 ‘내국법인이 상환받거나 상환하는 외환채권·채무의 원화금액과 원화기장액의 차익 또는 차손은 당해 사업연도의 익금 또는 손금에 이를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72조 제1항 제3호는 ‘현물출자에 의하여 취득한 자산은 장부에 계상한 출자가액 또는 승계가액’을 ‘자산의 취득가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 실질과세원칙의 취지 및 적용요건 구 국세기본법(2010. 1. 1. 법률 제9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2항이 규정한 실질과세원칙은 헌법상의 기본이념인 평등의 원칙을 조세법률관계에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로서, 조세의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과세요건사실에 관하여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는 경우에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담세력이 있는 곳에 과세함으로써 부당한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고 과세의 형평을 제고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등). 다만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0두963 판결 등). 다. 이 사건 전환사채를 전환권 행사기간 전에 현물출자한 경우 전환권행사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 여부 이 사건 전환사채는 외화표시 전환사채로서 원/엔 환율변동에 따라 전환으로 인하여 발행될 주식 수나 전환사채의 원화상환액이 변동되는 특징이 있는데, 전환사채 발행 당시 환율은 약 800원 정도였지만 현물출자 당시 약 990원에 달했다. 현물출자는 금전 이외의 재산으로 하는 출자로서 전환사채도 그 목적물이 될 수 있어, 원고와 소외 회사로서는 아직 전환권 행사기간이 도래하지 않아 전환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이 사건 전환사채를 원고에게 현물출자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은 특수관계 없는 원고와 소외 회사 간에 체결된 것으로서, 특히 원고로서는 당시 엔화의 환율이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향후 이 사건 전환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하거나 전환권이 행사될 경우 그로 인한 손실이 확대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위 전환사채를 조기에 현물출자받은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이 사건 전환사채의 현물출자에 관한 이사회 결의 등을 거치고, 그 가액 등에 관하여 감정인의 감정결과에 대하여 법원의 심사를 받는 등 상법에서 정한 절차를 모두 갖추었다. 이 사건 전환사채에 앞서 원고가 소외 회사에게 발행한 1차 외화표시 전환사채는 현금으로 조기 상환되는 등 전환권 행사없이 변제되었고, 이 사건 전환사채 역시 당시의 경영상황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거래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일 뿐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 비록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에서 정한 주식의 발행가액이 당초 전환가액과 동일하다거나 원고가 현물출자 당시 회계처리를 제대로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전환사채의 전환권 행사시기만을 앞당긴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라. 이 사건 전환사채의 현물출자가액과 장부가액의 차액을 전부 손금산입할 수 있는지 여부 현물출자 방식의 채무의 출자전환은 주식의 발행으로 자본이 증가한다는 측면에서 자본거래이나 기존채무가 상환된다는 측면에서 손익거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법인세법 기본통칙 19-19… 38 제2항은 매입소각할 목적으로 자기사채를 취득하는 경우 발행가액과 취득가액의 차액(사채할인발행차금 미상각액 포함)은 취득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손금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71조 제3항은 사채할인발행차금은 손금항목에 해당된다. 원고가 소외 회사로부터 이 사건 전환사채를 현물출자받음으로써 위 전환사채를 취득하고 그 대가로 신주를 발행한 이상 위 전환사채의 현물출자가액(취득가액)과 장부가액(발행가액)의 차액인 쟁점 금원은 전부가 순자산 감소액으로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다. 쟁점 금원(53억299만7662원) 중 이미 세무조정을 통해 손금산입이 이루어진 전환권조정잔액(9억3427만7983원)을 제외한 나머지 43억6871만9679원과 관련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엔 환율상승으로 소멸한 부채에 비해 더 많은 자본이 증가하여 원고의 순자산은 그 차액 상당액이 감소함으로써 사채상환손실이 발생하였다. 즉, 위 43억6871만9679원은 발행일과 현물출자일의 환율변동에 따른 외환차손(△35억9860만원), 사채할인발행차금(7억7011만9679원)이고, 이는 모두 손금항목으로서 회계상 이를 손금으로 인식하였는지에 상관없이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5. 결론 대상판결은 외화표시 전환사채를 환율상승에 따른 손해방지를 위해 전환권 행사기간 전에 현물출자 받은 경우 그 거래의 내용이나 형식, 당사자의 의사, 현물출자의 목적과 경위 등 거래의 전체 과정에 비추어 이를 전환권 행사가 아니라 현물출자로 인정함으로써 단체법 관계에 있어서 실질과세원칙의 적용을 쉽게 허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고, 또한 외화표시 전환사채를 현물출자 받은 경우 사채상환손실은 손금인정이 가능하다고 처음으로 밝혔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전환사채
법인세
현물출자
손금산입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18-11-19
금융·보험
조세·부담금
보험업에서 발생한 신계약비의 균등상각이 공정·타당한 회계관행에 해당하는지
-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4두647693 판결- 1. 신계약비의 개념 및 다툼의 배경 가. 신계약비의 개념 보험업에서 ‘신계약비’란 신규 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요된 비용으로 보험모집인의 제 경비, 영업소의 인건비, 물건비, 진단비, 계약조달비 등으로 지출한 금액을 말하며, 신규 계약을 체결할 때에 확정적으로 지급된다. 그런데 보험료수입은 보험료 기간에 나누어 실현되므로, 신계약비를 일시에 비용으로 처리하면 수익·비용 대응원칙에 어긋나는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보험업회계처리준칙(1998. 12. 10. 제정) 제31조(이하 ‘신계약비 준칙’)는 신계약비를 기타 자산으로 보아 해당 계약의 유지기간(7년을 초과할 경우에는 7년)에 걸쳐 균등하게 상각하여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하였고, 1999. 3. 12. 개정된 보험업감독규정(금융감독위원회 고시) 제68조 또한 유사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신계약비가 발생한 시점에 전액 손금산입하는 것을 전제로 과세하였다. 보험업을 영위하는 법인들은 초기에 막대한 신계약비를 지출하는데, 위와 같이 과세하는 경우 신계약비를 지출한 연도에 거액의 손금이 발생함에도 이월결손금공제기간(5년)이 경과하면 손금산입이 불가능하게 되는 불이익이 발생하게 된다는 이유로 다수의 민원을 제기하였다. 이를 받아들여 법인세법 기본통칙(2003. 5. 10. 개정된 것) 40-71…23은 ‘보험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 각 사업연도에 지출한 사업비 중 장기보험계약으로 인하여 발생한 신계약비(모집수당, 점포운영비 등)는 그 보험계약에 의한 보험료 납입기간(그 기간이 7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7년)에 안분하여 손금에 산입한다’라고 규정하게 되었다(이하 ‘신계약비 통칙’). 나. 다투어진 사실관계 및 처분의 내용 L 보험회사는 신계약비 통칙에 따라 2003 사업연도 ~ 2004 사업연도의 법인세를 (수정)신고하였으며, 다른 보험회사들도 2003년 5월 이후에는 신계약비를 보험료 납입기간에 안분하여 손금에 산입하여 왔다. 이 사건 원고들은2005년 3월 L 보험회사의 주식을 1주당 10원에 양수하였는데, 과세관청은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양수하였다는 이유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3조의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신계약비를 보험료 납입기간에 안분하여 계산한 순손익액 등을 기초로 위 주식의 가액을 1주당 2898원으로 산정하여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원고들은 신계약비는 그 지급이 실현되는 사업연도에 일시에 지출되므로 법인세법 제40조 제1항에 따라 그 사업연도에 전액 손금에 산입되어야 하고, 그에 따르면 주식의 가치는 0원이라고 주장하면서 위 처분을 다투었고, 과세관청은 법인세법은 신계약비의 손금산입시기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으므로 법인세법 제43조에 따라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기업회계의 기준 또는 관행(이하 ‘공정한 회계관행’)에 따라야 하는데, 신계약비 준칙 등은 그러한 회계관행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2. 대법원 판결 가. 원심의 판단 신계약비는 그 귀속시기가 명확하므로 법인세법 제40조 제1항의 손익확정주의에 따라 지출된 사업연도에 전액 손금에 산입되어야 하며, 그 예외를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없고, 이를 이연하도록 규정한 보험업회계처리준칙은 공정한 회계관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대법원의 판단 신계약비 준칙 및 같은 취지의 통칙조항의 경위 등을 종합하면, 법인세법 제43조에 따라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 소득금액계산에 적용될 수 있는 공정한 회계관행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평석 가. 법인세법상 손익확정과 기업회계존중의 원칙 법인세법 제40조 제1항은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 손익의 귀속은 그 손익이 확정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로 하도록 선언하고, 같은 조 제2항의 위임에 따른 법인세법 시행령(제68조 ~ 제71조)은 거래의 유형 또는 대금의 지급방법 등에 따라 손익의귀속시기를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취지는 과세소득을 획일적으로 파악하여 과세의 공평을 기함과 동시에 납세자의 자의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법인세법 제43조는 당해 법인이 손익의 귀속에 관하여 공정한 회계관행을 계속적으로 적용하여 온 경우에는 ‘이 법 및 조세특례제한법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해 기업회계의 기준 또는 관행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손익의 귀속에 관하여 세법이 달리 정하고 있지 않는 한 공정성과 객관성이 보장되는 기업회계의 결과를 존중하라는 것이다. 대상판결 또한 법인세법 제40조의 거래유형에 따른 세법상 손익귀속에 관한 규정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모든 거래유형을 예측하여 그 자체로서 완결적으로 손익의 귀속을 정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 규정만으로는 손익의 귀속을 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권리의무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한 회계관행으로 받아들여지는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손익의 귀속을 정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나. 신계약비와 기업회계존중의 원칙 신계약비의 귀속시기에 관하여 세법은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신계약비 준칙은 신계약비를 보험료 납입기간에 안분하여 손금에 산입하도록 하였고, 그러한 관행을 존중하여 신계약비 통칙 또한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었으며, 그에 따른 처리가 권리의무확정주의에 반한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권리의무확정주의는 과세소득을 획일적으로 파악하여 과세공평을 도모하고 납세자의 자의적인 회계처리를 방지하기 위함인데, 신계약비를 보험료납입기간에 안분하여 산입하여도 과세공평이 저해되거나 납세자의 자의적인 회계처리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계약비의 회계관행을 부정한 견해(원심판결)는 법인세법 제40조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손익의 귀속시기가 불명확하여 이를 보충할 필요가 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전제한 다음, 신계약비는 그 지출된 당시에 확정·실현된다는 점이 명백하고, 그 귀속시기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없으며, 신계약비 통칙은 과세관청 내부에서 세법의 해석 및 집행기준을 시달한 행정규칙에 불과할 뿐, 손익의 귀속시기가 불명확하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므로 신계약비가 지출된 사업연도에 전액을 손금으로 산입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적절하게 밝혔듯이, 보험업은 보험계약자의 이익 등 공공성이 요구되는 업종으로 회계처리준칙을 준수할 필요성이 큰데, 보험업감독규정은 신계약비 준칙과 유사한 조항을 두어 보험회사들의 회계처리를 규율하고 있는 점, 보험업계의 요청에 따라 신계약비 통칙이 신설되어 신계약비의 균등상각은 과세실무상 확고한 관행으로 자리잡아 운용되고 있는 점, 보험료는 실제로 수입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에 귀속되므로 그에 대응하여 손금을 안분하는 회계준칙이 수익비용대응 원칙에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신계약비 준칙은 공정한 회계관행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4. 결론 신계약비의 균등상각 처리가 회계관행으로 인정된 2003 사업연도 이후 모든 보험회사를 이를 전제로 과세소득을 신고하였고, 과세관청은 이를 그대로 인정하였으므로 새삼스럽게 다투어질 쟁점은 아니었다. 이 사건에서도 회계관행 여부를 다툰 당사자는 이를 지출한 해당 보험회사가 아니라 그 주주들이고, 이를 굳이 다툰 이유는 이들이 취득한 주식의 가치를 평가할 당시 신계약비를 일시 상각처리하면 보험회사의 순손익가치가 줄어들어 주식가치가 0원이 되기 때문이다.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은 부당하거나 잘못된 세법의 적용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주들의 개인적인 이해관계에서 비롯되었으며, 주주들의 주장에 따라 신계약비를 일시 상각하여야 한다면 오히려 해당 보험회사를 포함하여 모든 보험회사는 그동안의 신계약비 균등상각을 일시상각으로 수정하여야 하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잘못된 신고에 따른 세금을 추징당할 수도 있었다. 나아가 신계약비와 유사한 회계처리 사안에서도 개별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회계관행을 부인할 수 있는데 이는 기업회계에 기초한 법인세 행정에 극심한 혼란을 야기할 뿐 아니라, 모든 사안에서 법인세법의 권리·의무확정주의에 부합하는지를 따져야 하므로 불필요한 분쟁만을 양산할 우려 또한 컸다. 이러한 점에서 신계약비 준칙 및 관련 통칙을 공정한 회계관행으로 인정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그와 같은 혼란을 방지하고 법인세법상 손익확정주의와 기업회계존중원칙에 관한 법리를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향후 유사한 분쟁에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손호철 변호사 (정무법무공단)
신계약비
보험
회계관행
법인세
손호철 변호사 (정무법무공단)
2018-03-19
조세·부담금
연구원에 지급한 퇴직연금보험료가 세액 공제 대상 인가
-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6두63200 판결 - 119153.jpg 1. 대상판결의 쟁점 구 조세특례제한법(2010. 12. 27. 법률 제10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1항에서 연구 및 인력개발을 위한 비용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용이 있는 경우에는 법인세에서 공제(이하 ‘연구개발비 세액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을 받은 구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2012. 2. 2. 대통령령 제235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 별표6에서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 비용 중 하나로 기술개발을 위한 전담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인건비’를 들고 있다.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 인건비에 원고가 그 소속 기업부설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에게 지급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의 보험료(이하 ‘이 사건 퇴직연금보험료’)’가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2. 판결요지 대법원은 원고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에 기초하여 과세연도 및 대상 근로자별로 연구소 근속 여부에 따라 실제로 지출한 이 사건 퇴직연금보험료는 그 지출 사업연도의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위 보험료 상당의 금원은 각 연구원들에게 확정적으로 귀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이 사건 퇴직연금보험료는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여 연구원별로 실제 지출된 비용이므로 적정한 기간손익의 계산을 위하여 합리적으로 그 비용액을 추산한 것에 불과한 퇴직급여충당금과는 그 성격을 달리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퇴직연금보험료는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10조 제1항이 정한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인 인건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3. 평석 가. 과세관청의 주장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인 ‘인건비’에 대하여 조세특례제한법 기본통칙에서 명칭여하에 불구하고 근로의 제공으로 인하여 지급하는 비용이라 정의하면서 소득세법상 퇴직소득과 퇴직급여충당금 전입액은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대법원은 “퇴직금은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때에야 비로소 그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후불적 임금으로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비용이라고 볼 수 없고, 퇴직급여충당금은 법인세법상 해당 사업연도의 손금에 산입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적정한 기간손익의 계산을 위하여 합리적으로 그 비용액을 추산한 것에 불과하여 이를 반드시 정책적 목적의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인 인건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두22147 판결). 따라서 이 사건 퇴직연금보험료는 퇴직급여충당금과 마찬가지로 후불적 임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금액을 배분하여 미리 부담하는 비용이므로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인건비로 볼 수 없다. 나.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으로서 ‘인건비’의 범위에 관한 체계적 해석 우선 ‘인건비’에 대한 관련 법령 및 문언적 의미 등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조세특례제한법령은 ‘인건비’에 대하여 별도의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리고 조세특례제한법 제2조는 조세특례제한법에서 정의하고 있지 않은 용어에 대하여는 특별히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인세법, 소득세법 등 관련 법률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예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와 관련된 법령인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에서도 ‘인건비’에 대하여 별도의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인건비’의 사전적인 의미는 종업원에게 노무에 대한 대가 또는 노무와 관련하여 지급되는 일체의 경비로서 임금, 상여, 제수당, 퇴직금 등과 종업원의 관리 및 복리후생을 목적으로 하여 기업이 부담하는 사회보험료, 후생비 등으로 회계학상 노무비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법인세법 제26조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43조, 제44조, 제44조의2의 규정에 의하면, 위 사전적 의미와 동일하게 퇴직급여 및 퇴직보험료 등까지도 포함하는 의미로 ‘인건비’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법인세법 제43조는 손익 귀속사업연도와 자산?부채의 취득 및 평가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법인세법 및 조세특례제한법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기업회계기준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및 일반기업회계기준도 위 사전적 의미와 다르지 않다. 나아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의 입법자도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에서 ‘인건비’라는 용어를 사용함에 있어 ‘인건비’의 내용 안에는 퇴직소득과 퇴직급여충당금까지 당연히 포함됨을 전제로 예외적으로 이를 제외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제외 규정을 두는 방식으로 입법을 하고 있다(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26조의2 제1항, 제26조의3 제1항, 별표6). 이상의 관련 법령, 문언의 사전적 의미, 입법 형식 등에 비추어 보면,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인건비는 일응 사전적 의미와 동일하게 종업원에게 노무에 대한 대가 또는 노무와 관련하여 지급되는 일체의 경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이를 제한하여 해석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조세특례제한법상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는 기업이 연구 개발 전담부서에서 연구개발을 위하여 지출한 비용이 있는 경우 기업의 연구개발을 장려하려는 목적에서 그 지출한 비용의 일정 금액을 해당 과세연도의 법인세에서 공제하도록 하는데 그 입법취지가 있다. 인건비 측면에서 보면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는 연구개발을 위하여 종업원을 전담부서의 연구원으로 투입함으로써 현실적으로 지출되는 금액에 대하여 일정 금액을 세액 공제 형식으로 보조해 줌으로써 연구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회사가 지출하는 금액을 연구원이 언제 수령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회사에서 해당 과세연도에 확정적으로 실제 지출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전담부서에 투입되는 연구원에게 해당 과세연도에 직접 지급되는 임금 등의 비용뿐만 아니라 그 연구원의 복리후생을 목적으로 해당 과세연도에 그 연구원을 위하여 확정적으로 실제 지출되는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료 등도 당연히 포함된다. 다만, 연구개발 전담부서에 근무하지 않은 기간까지 포함하여 계산된 퇴직금이라든가, 연구원이 해당 과세연도에 전담부서에서 근무함으로써 발생하는 지출이라 보기 어려운 중간정산퇴직금, 해당 과세연도에 회사의 실제 지출이 일어나지 않는 퇴직급여충당금은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개발에 투자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1993년 4월 1일 이래로 조세특례제한법 기본통칙에서 퇴직소득과 퇴직급여충당금 부분을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입법취지에 다소 부합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 점, 이 부분을 제한하더라도 오래 전부터 기본통칙에 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크게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위 대법원 2013두22147 판결은 합목적적 해석을 통하여 퇴직금이나 퇴직급여충당금을 세액공제 대상 ‘인건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입법취지 등을 고려한 합목적적 해석을 통하여 그 범위를 제한하더라도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인건비’는 ①해당 과세연도의 기술연구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되는 연구원에게 ②노무에 대한 대가 또는 노무와 관련하여 지급되는 경비로서 ③해당 과세연도에 확정적으로 실제 지출되는 비용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료에 적용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료는 외부의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해당 과세연도에 기술인력개발 전담부서에 근무하는 연구원을 위하여 그 과세연도에 확정적으로 지출되고, 회사는 더 이상 그 금원을 운용할 수 없으며, 그 금원 운용으로 인한 수익도 확정적으로 연구원에게 귀속된다. 그에 따라 그 지출 과세연도에 회사의 비용으로 인정된다. 이는 연구원의 복리후생을 위하여 해당 과세연도에 확정적으로 지출되는 국민연금 등과 그 성질이 다르지 않다. 단순히 적정한 기간손익 계산을 위하여 추산된 금액이 적립될 뿐 실제적인 지출이 없는 퇴직급여충당금이나 해당 과세연도의 기술인력개발을 위해서 지출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중간정산퇴직금과는 그 성질이 전혀 다르다. 따라서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료는 회사가 연구개발 전담부서에 근무하는 연구원에게 해당 과세연도의 노무의 대가 또는 노무와 관련하여 실제 지출되는 비용이고, 그 금원이 해당 과세연도에 연구원에게 확정적으로 귀속되므로, 퇴직급여충당금과는 달리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인건비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4. 대상판결의 의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도 퇴직급여제도의 하나이지만, 대법원이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의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여 퇴직금이나 퇴직급여충당금과는 달리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료를 세액공제 대상 ‘인건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이번 판결은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인건비’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그 기준을 분명히 하면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료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최초의 판결이란 점에서 그 이의가 있다. 이는 조세특례제한법상 인건비가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영상콘텐츠 제작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등에도 원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연구원
인건비
2017-07-03
전문직직무
법무법인에 대한 세무조정반지정거부처분의 위법성
- 대상판결: 대법원 2015.8.20. 선고 2012두23808 전원합의체판결 - Ⅰ. 처음에-대법원 2016.4.28. 2015두3911판결에 따른 문제제기 최근 대법원은 법무법인 소속 세무사 자격보유 변호사의 세무사등록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6.4.28. 선고 2015두3911 판결). 이유인 즉, 법무법인 소속의 사유가 세무사법상의 세무사 등록의 거부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법원은 세무사법에 따라 등록을 할 수 있는 변호사는 세무사로서 세무대리업무를 할 수 있고, 변호사법 제49조 제1항, 제2항에 의하면 법무법인은 그 구성원이나 소속 변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세무대리 업무를 법인의 업무로 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판시하였다. 세무대리가 세무조정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이를 계기로 법무법인에 대한 조정반지정의 문제가 새롭게 제기될 수 있는데, 이 글에서는 대법원 2015.8.20. 선고 2012두23808 전원합의체판결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Ⅱ. 판결요지 갑 법무법인이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2014.3.14. 기획재정부령 제4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이라고 한다) 제50조의3 및 구 소득세법 시행규칙(2013.2. 23. 기획재정부령 제3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소득세법 시행규칙'이라고 한다) 제65조의3에 근거한 세무조정반 지정신청을 하였으나 관할 지방국세청장이 법무법인은 조정반 지정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정반지정 거부처분을 한 사안에서, 법인세법 시행령 제97조 제9항, 제10항과 소득세법 시행령 제131조 제2항, 제4항(이하 '시행령 조항'이라고 한다) 및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50조의2,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50조의3과 구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65조의2, 제65조의3(이하 '시행규칙 조항'이라고 한다)이 정하는 것과 같은 내용의 납세의무자가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을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도록 강제하는 제도(이하 '외부세무조정제도'라고 한다)는 국민의 기본권 및 기본적 의무와 관련된 것으로서 법률에서 정해야 할 본질적 사항에 해당하므로, 법률에서 적어도 적용대상 및 세무조정업무를 맡게 될 '외부'의 범위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어야 하는데, 법인세법 제60조 제1항 및 제2항 제2호와 소득세법 제70조 제1항 및 제4항 제3호 중 조정계산서 관련 부분(이하 '모법조항'이라고 한다)에서는 단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작성한' 세무조정계산서 등을 첨부해야 한다고만 정할 뿐, 외부세무조정제도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모법조항이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모법조항의 형식과 내용, 체계 및 취지에 비추어 보면 모법조항의 수권을 받은 시행령에 정해질 내용은 세무조정계산서의 형식 및 실질적 내용 등에 관한 것이라고 예상될 뿐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 주체를 제한하는 내용까지 규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아니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시행령 조항은 모법조항의 위임 없이 규정된 것이거나 모법조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이고, 시행령 조항의 위임에 따른 시행규칙 조항 역시 무효이므로, 위 처분은 무효인 시행령 조항 및 시행규칙 조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한 사례. Ⅲ. 사안 세무사 등록을 한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甲이 2000년경부터 매년 11월경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50조의3 제3항,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65조의3 제3항에 따라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조정반으로 지정할 것을 신청하여 乙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조정반 지정처분을 받아왔다. 乙지방국세청장이 2010.7.14. 기획재정부장관으로부터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50조의3 제2항 및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65조의3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조정반에는 법무법인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은 후, 기왕의 조정반 지정취소 통보를 하였고, 법무법인 甲이 2011.11.28.에 한 조정반지정신청에 대해서 거부처분을 하였다. Ⅳ. 당시의 입법상황 세법은 납세의무자가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을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도록 강제하는 제도('외부세무조정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대상판결 당시 강제적 외부세무조정제도의 법적 근거가 모법률인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고, 동법의 시행령(법인세법시행령 제97조 제9항, 소득세법시행령 제131조 제2항)에 규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외부세무조정제도는 동법시행규칙상의 조정반지정제도를 통해 운용되고 있는데,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2014.3.14. 기획재정부령 제4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0조의3 및 구 소득세법 시행규칙(2013.2.23. 기획재정부령 제3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법무법인을 조정반지정의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Ⅴ. 대상판결에 따른 후속입법상황 대상판결은 강제적인 외부세무조정제도가 국민의 기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본질적 사항임을 들어 의회유보(법률유보)의 대상임을 확인하면서 모법률에 근거가 없는 입법상황에 의거하여 제정된 시행령조항이 무효임을 전제로 거부처분취소판결을 내렸다(참고문헌: 임지영, 법률유보와 위임입법의 한계, 한국행정판례연구회 제315차 월례발표회 발표문). 대상판결 이후 모법률의 차원에서(법인세법 제60조 제9항 등) 의무적인 외부세무조정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세무사등록부에 등록된 세무사, 공인회계사 및 변호사만이 세무조정을 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2015.12.15.). 아울러 조정반지정제도와 관련해서는 지정대상은 종전과 동일하되(2명 이상의 세무사·(세무사등록)공인회계사·(세무사등록)변호사, 세무법인, 회계법인), 그 규율수준이 종래의 시행규칙의 차원에서 시행령의 차원으로 격상되었다(2016.2.12.). 이런 법률개정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2월 18일에 '세무사법에 따른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한 변호사'만 외부세무조정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대한변협신문 2016.3.14.). Ⅵ. 검토 1. 대상판결의 논증방법상의 문제점 대상판결은 위임입법법리의 차원에서 사안을 접근했는데, 이런 논증에 의문이 든다. 세무사로 등록을 한 변호사는 조정반지정을 받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세무자자격을 가진 법무법인 소속변호사의 경우 변호사법 제50조 제1항에 의해 항상 법인 명의로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하위 법령(시행규칙)에서 법무법인이 조정반지정의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기에, 처음부터 조정반지정을 받을 수가 없다. 즉, 법무법인을 지정대상에서 제외한 - 지금과 동일한 - 당시의 조정반지정제도가 문제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의무적인 외부세무조정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국민 일반을 대상으로 한 기본권관련성의 차원에서 논증하여 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강제적인 외부세무조정제도에 따른 조정반지정제도가 변호사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논증했어야 한다. 이 점에서 대상판결의 원심(대구고등법원 2012.9.28. 선고 2012누1342 판결)이 오로지 위임입법의 차원에서 접근한 대상판결과는 달리 세무사 등록을 한 변호사를 세무사와 공인회계사에 대비시켜 헌법상의 평등 원칙의 차원에서 그리고 직업수행의 자유의 차원에서 접근한 것은 바람직하다. 2. 법령우위의 원칙에서의 접근 비록 현행 모법률(법인세법 등)이 의무적인 외부세무조정제도 자체와 아울러 조정반지정제도의 근거를 규율하고 있지만, 법무법인을 조정반지정의 대상에서 배제한 것의 문제는 여전히 상존한다. 대상판결처럼 위임(수권)의 견지에서 모법률의 차원에서 이에 관한 구체적인 직접적 근거를 두지 않은 점을 문제 삼을 수도 있지만, 현행법이 제도의 근거를 규정하고 있는 이상, 이런 접근은 용이하지 않다. 그렇다면 법무법인을 조정반지정의 대상에서 배제한 것의 문제는 법령우위의 원칙에 따라 헌법과 법률에 저촉되는지 여부에서 접근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기본권인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이 헌법에 저촉되지 아니하기 위해서는 그 기본권의 침해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공익상의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헌재 2002.9.19. 200헌바84). 결국 이런 합헌성기준을 참고하여 - 광범한 입법형성의 여지를 전제하면서- 현재의 입법상황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공익에 의한 정당화요청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세무조정
변호사
세무사
2016-07-25
자산유동화 전문회사에게 지급한 수수료가 이자소득인가
1. 서론 자산유동화거래(asset-backed securitization, ABS)와 관련한 조세판결이 최근 선고되었다. 자산유동화거래는 대출채권, 리스채권, 외상매출채권 등 동질성을 가진 다수의 자산을 보유한 회사가 이런 자산을 집합(pooling)하여 자산보유자(originator)로부터 특수목적법인(SPC, 유동화전문회사)에게 양도함으로써 자산보유자의 일반재산으로부터 이를 법적으로 구분하고, 이러한 집합자산을 기초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이런 거래를 하는 이유는 양도자산을 자산보유자의 일반재산으로부터 분리함으로써 유동화증권의 신용등급을 자산보유자 자신의 신용등급보다 높일 수 있어 자금조달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거래의 핵심은 자산보유자의 도산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진정한 매매(true sale)"로 인정받는 것이다. 자산보유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보유한 자산을 그냥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고 차입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으나, 이런 방식은 보유자산이 부동산이나 공장기계, 예금 등과 같은 경우에 주로 적용된다. 그런데 다수의 채무자를 상대로 한 매출채권의 경우에는 매각이나 담보제공이 어렵기 때문에 자산유동화라는 방식을 이용하여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대상판결에서는 자산보유자가 자산유동화거래를 한 이후 자산관리회사에게 지급한 수수료 등이 이자소득의 과세대상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와 관련한 판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대상 판결을 통해 자산유동화거래에서 발생하는 조세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아래와 같은 제반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채권매매의 실질을 양도담보로 볼 수 없고, 원고가 이 사건 채권을 해외 회사에게 매각한 다음 그 회사와 자산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채권의 관리·회수 등의 자산관리업무를 하면서 그 회수대금에서 지급한 펀드비용(CP rate)과 마진(usage fee) 등의 지급액은 법인세법 제93조 제1호가 규정한 국내원천 이자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고가 신탁약정에 따라 특정한 조건하에서 금융수익자 이익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은 이 사건 거래를 계속 유지함에 따른 이익보다는 그 유지에 따른 비용이 더 크게 되는 경우에 이 사건 거래를 청산하기 위한 수단이므로 이를 이유로 이 사건 채권매매의 실질을 양도담보와 유사하다고 볼 수 없는 점, 원고가 자산관리수수료와 주선수수료 등 이 사건 거래에 관하여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이 사건 거래에 참여하는 다수 당사자 사이에서 경제적 이득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방법의 하나이며 그 비용도 매각대금 중 매우 적은 부분에 불과한 점, 원고가 채권매매이후의 위험을 일부 부담하는 구조이지만 이 사건 채권매매계약이 이 사건 채권의 반환을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이러한 위험을 부담하는 것은 채권매각대금결정 방식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하였다. 3. 평석 (1) 자산유동화거래의 필요성과 구조 유동화증권의 기본발행구조는 자산보유자가 SPC에 유동화자산을 양도하고, SPC는 유동화증권을 발행하여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형식이다. 유동화자산의 추심 및 회수업무는 자산보유자가 관리업무위탁계약을 통해 SPC를 대리하여 수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자산유동화거래는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국내거래와 국외거래가 혼재하여 복잡한 형태를 띠게 되지만 통상 유동화자산의 관리는 자산보유자가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투자자에게 발행된 채권에 대한 이자는 유동화자산으로부터 회수되는 금전으로 지급하게 되며, 이자지급업무는 자산보유자가 자산관리자의 지위에서 채권발행회사를 대행하여 수행하게 된다. 대상판결에서 처분청은 이 사건 거래를 차입거래로 보았다. 즉 자산보유자로부터 SPC 등이 지급받은 수수료를 이자소득으로 보아 15%의 세율로 원천징수하는 처분을 한 것이다. (2) 채권의 진정한 매매 판단기준 이 사건 소송의 쟁점은 법인세법 제93조에 따라 자산보유자인 원고에게 원천징수의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쟁점 수수료가 이자소득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반면에 원고가 운임채권인 이 사건 매출채권을 자산유동화방식으로 매각한 것이라면 차입거래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게 되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자산유동화거래의 핵심이라고 할 '진정한 매각'인지 여부가 심리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자산유동화거래는 자산보유자의 도산위험으로부터 절연하는 것이 본연의 목적이므로 거래구조를 짤 때 해당 거래가 '금전대차를 위한 담보목적의 양도'가 아니라 '진정한 매매 또는 양도'가 되도록 법률구성을 한다. 통상 해당거래가 매각거래에 해당한다는 법무법인의 법률의견서와 기업회계기준에 의하더라도 매각거래이며 회계처리상으로도 매각으로 인한 채권처분손실이 발생한다는 취지의 회계법인의 검토의견서가 첨부된다. 대상판결에서도 자산유동화거래와 관련된 계약서의 문구를 대상으로 진정한 매매인지 혹은 담보목적의 양도인지가 다투어졌다. 한편 미국에서도 진정한 매매와 관련한 논의가 있다. 미국 통일상법 제9조는 금전채권(account receivable)의 양도에는 완전한 지배권이전을 수반하는 매매와 담보목적의 이전 두 가지가 있다고 구분하고 있고, 미국도산법원의 실무에서도 미국 도산법 제541조에 규정된 도산재단(bankruptcy estate)에 속하는 자산의 범위를 해석함에 있어, 비록 매매의 형식으로 양도된 금전채권이라 하더라도 그 실질적인 법률관계를 매매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금전채권은 여전히 도산재단에 속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판례에 따르면, 자산이전의 성격규명은 당해 거래 당시의 사실 및 상황에 비추어 당사자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는 작업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5가지의 요소를 기준으로 당사자의 진의가 진정한 매매를 의도한 것인지 여부를 결정한다. 자산에 대한 손실부담위험, 소유권의 효익(benefit of ownership) 이전여부, 거래후 자산의 지배 및 관리에 관한 권한의 귀속, 당사자의 진정한 의도, 각 당사자의 회계처리를 기준으로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3) 진정한 매매와 담보부 차입거래의 구별방법 해당 거래가 진정한 매매인지 담보부 차입거래인지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는 어려운 문제다. 대상 판결에서 쟁점이 된 이슈를 보면, 채권양도통지나 채무자의 승낙이 없었으므로 매각거래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그런데 채권양도는 당사자 합의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며 민법 450조의 통지나 승낙은 대항요건에 불과함), 양도인, 양수인이 계약상의 권리 및 의무를 상대방의 동의없이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으니 매각채권의 권리는 원고에게 있다는 주장(거래 상대방이 계약상의 권리 의무를 양도하지 못하도록 구속하는 것은 일반적인 계약조건임), 양도처리된 미수채권에 대해 상계하는 것은 양도자에게 실질적인 권리가 남아있는 것이라는 주장(담보책임으로 구성하는 대신 상계로 소멸된 금액은 회수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담보책임이행의 효과가 발생함), 매각채권의 회수를 원고가 하는 것은 매각 후에도 원고가 통제권을 행사한다는 주장(양도인의 지위가 아니라 자산관리위탁계약에 의한 자산관리자의 지위에서 회수업무를 수행하는 것임), 재매입옵션을 가지고 있으므로 진정한 매매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90%이상이 상환 완료되어 자산유동화 거래가 소기의 목적을 거의 달성하면 유동화거래를 조기에 종결하기 위한 것임, 소위 'clean up call' 규정을 오해한 것임) 등의 쟁점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미국 판례가 정한 기준과 유사한 방법으로 주장되었고, 쟁점별로 심리가 진행되었다. 4. 결론 대상 판결은 자산유동화거래와 관련된 조세소송으로 선례적 가치가 있다. 자산유동화거래는 특수한 금융조달기법으로 국내거래와 국외거래가 혼재하고, 법률문제와 회계문제가 중첩되고 있어 관련한 조세소송에서도 이런 점이 모두 검토되었다. 이 사건 소송의 진행과정에서는 조세소송 변호사를 주축으로 자산유동화거래 전문가와 기업회계에 밝은 회계사 등이 팀을 이루어 쟁점별로 거래구조와 그러한 거래를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였다. 또한 관련된 거래계약서들이 영문으로 되어 있어 해당 조항을 정확히 해석하는 것도 쟁점을 해명하는데 중요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자산유동화거래를 통하여 자신의 신용등급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금융을 조달할 수 있었다. 원고가 법률 및 회계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적법한 자산유동화거래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대상 채권에 대해 '진정한 매매' 거래가 있었음에도 이러한 사법상 유효한 매각거래를 차입거래로 재구성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는 판단을 한 점에서 대상 판결은 자산유동화거래과정의 조세문제에 대해 판단기준을 제시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 처분청은 이 사건 자산유동화의 실체가 원고의 매출채권을 이용하여 자금을 조달하고 그 자금을 빌려 쓰는 동안 발생하는 사용대가를 지급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이는 거래의 경제적 효과만을 가지고 그 거래의 법적 성격을 규정하는 것으로 법리상으로 허용될 수 없음이 밝혀졌다. 판결의 취지에 찬동한다.
2013-11-07
이월결손금을 감액하는 과세표준 경정결정은 처분인가
1. 사실관계 ㄱ은행은 2000년 6월 한 보험회사의 주식을 무상으로 받았는데 이 주식의 처분대금이 1주당 70만원에 미달하는 경우 차액을 국내 최고의 부자인 증여자가 보상하기로 하였다. ㄱ은행은 증여계약의 수익을 수증주식 1주당 29만원으로 계산하였다. 세무서는 2004년 12월 수증수익을 주식 1주당 70만원으로 산정하여 ㄱ은행의 2000사업연도 이월결손금을 감액경정하고 이를 통지하였다. ㄱ은행은 2005년 3월 국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하였고 국세심판원은 동년 7월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ㄱ은행은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한편 ㄱ은행은 2004사업연도 법인세는 세무서가 경정한 이월결손금을 토대로 신고하였다. ㄱ은행은 2006년 1월, 수증수익이 주식 1주당 29만원으로 계산되었어야 함을 이유로 기 신고된 2004사업연도 법인세가 534억원 감액경정되어야 한다고 세무서에 주장하였고, 세무서는 2004년 12월의 이월결손금 감액경정처분이 불가쟁력을 획득하였기 때문에 ㄱ은행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2006년 3월 회신하였다. ㄱ은행은 2006년 3월의 세무서 회신을 경정청구에 대한 거부처분으로 보고 소송을 제기하였다. 2. 대상판결(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8두1795 판결)의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세무공무원이 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익금과 손금을 산정하여 소득금액을 계산하고 이에 따라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것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그 결정에 잘못이 있는 경우 그에 따라 이루어진 과세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절차에서 이를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두2652 판결 등 참조). 세무서의 2004년 12월 이월결손금 감액경정은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원고로서는 세무서의 2006년 3월 거부통지의 효력을 다투는 이 사건 소송에서 그 기초가 된 이월결손금 감액경정의 잘못을 주장할 수 있다. 3. 대상판결 평석 1) 과세표준 경정결정은 납세의무에 영향이 없는가? 대상판결은 구체적 이유 설시 없이 이월결손금 경정결정은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그냥 단언한다. 대상판결이 인용한 선례에도 명확한 이유는 기술되어 있지 않으나, 문맥상 과세표준 경정결정으로 당장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급부의무의 발생만이 세법상의 처분인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6.4.20. 선고 2002두1878 전원합의체 판결은 소득금액변동통지의 처분성을 인정하여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법원 2011.3.10. 선고 2009두23617, 23624 판결도 세무조사 사전통지를 처분으로 보고 있다. 대상판결은 실질적으로 폐기된 선례를 변명도 없이 인용하고 있다. 법인은 법인세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과세표준을 신고할 의무가 있다(법인세법 제60조). 과세관청은 법인의 과세표준 신고에 오류가 있으면 경정하고(동법 제66조) 통지한다(동법 제70조). 과세관청이 이월결손금을 경정하면 추후 사업연도의 과세표준 신고(동법 제13조), 평가차익 등의 익금불산입(동법 제18조), 기부금의 손금불산입(동법 제24조), 합병·분할시의 승계, 소득처분(동법 제67조), 결손금 소급공제에 따른 환급(동법 제72조), 해산에 의한 청산소득 금액의 계산(동법 제79조) 등이 영향을 받으며, 이월결손금 경정사유가 부당한 신고에 기인한 경우에는 가산세도 영향을 받는다. 납세자가 과세관청이 경정한 이월결손금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면 법인세 체계는 심각한 혼란에 놓이게 될 것이고, 과세표준을 신고하게 하고 엄격한 절차를 거쳐 경정하고 그 결과를 통지하도록 한 법인세법과 국세기본법의 관련조항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2) 처분성은 우연히 결정되는가? 대상판결에 의하면 처분성 여부는 우연적 사정으로 결정된다. 어떤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매출누락액 4억원이 나타나 이를 익금산입하였다. 만약 신고한 이월결손금이 5억원이었다면 신고하지 않은 매출거래에 대한 익금산입이라는 과세관청의 행위는 처분이 아니고 신고한 이월결손금이 2억원이었다면 동일한 행위가 세액의 부과로 연결되므로 처분이다. 어떤 법인이 신고한 이월결손금이 6억원이라고 하자. 세무조사에서 4억원의 매출누락이 발견되어 이를 통지하면 처분이 아니고 매출누락액이 7억원이면 세액이 부과되므로 처분이 된다. 이 사건에서도 2000사업연도의 이월결손금이 적어 2000사업연도에 세액이 부과되었다면 처분이 된다. 이러한 결론이 타당한가? 처분은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다. 세법상의 처분은 세법상의 요건사실에 세법을 적용하여 세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위이다. 이 사건에서 요건사실은 증여계약이다. 과세관청은 이 증여계약의 수익을 1주당 70만원으로 계산하는 것이 세법에 부합하다고 판단(이 판단이 처분의 본질이다)하여 과세표준을 경정하였고 납세자는 경정된 과세표준을 따라야 한다. 세액은 신고한 원래의 이월결손금과 과세관청이 증액한 익금의 크기에 따라 부과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월결손금이 없었더라도 ㄱ은행이 착오로 손금을 과소하게 계상한 것이 세무조사에서 발견되었고 이 금액이 익금산입액보다 많았다면 세액은 부과되지 않는다. 세액의 부과 여부로 처분성을 판단하는 것은 점을 쳐서 처분 여부를 판단하는 것과 같다. 3) 대상판결에 의하면 경정청구기간과 부과제척기간이 무력화된다. 국세기본법은 법정신고기한 경과 후 3년 이내에 경정청구할 수 있다고(제45조의 2) 규정하고, 국세 부과의 제척기간을 부과할 수 있는 날(국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에 대한 신고기한의 다음 날)부터 5년이라 규정한다(제26조의2). 그런데 대상판결은 과세표준 경정결정은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그 결정에 잘못이 있는 경우 그에 따라 이루어진 과세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절차에서 이를 주장할 수 있다고 하며, 대상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두2652 판결은 이월결손금이 공제되지 아니하고 과세표준이 결정된 뒤 이를 전제로 이루어진 어느 사업연도의 법인세 부과처분이 확정되어 더 이상 그 과세표준이나 세액을 다툴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납세의무자인 법인은 확정된 과세처분과는 독립한 별개의 처분인 그 뒤 사업연도의 법인세 부과처분의 효력을 다툼에 있어서는 종전의 과세표준 결정이 잘못되었다거나 법인세법의 관계 규정에 따라 소득에서 공제될 수 있는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등의 주장을 다시 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대상판결에 의하면 이월결손금이 발생한 사업연도의 거래사실에는 경정청구기간이 적용되지 않게 된다. 같은 논리를 과세관청에도 적용하면 이월결손금이 발생한 사업연도의 거래사실에는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법적 안정성이 무너진다. 이월결손금이 발생한 사업연도의 거래사실과 이월결손금이 발생하지 않은 사업연도의 거래사실에 어떤 차이가 있어 이런 결론이 도출되는가? 더 황당한 것은 이월결손금이 발생한 사업연도의 거래사실이더라도 누락액이 커서 이월결손금을 모두 상쇄하게 되어 그 사업연도에 세액이 부과된다면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이 타당할 수 있는가? 경정청구기간과 부과제척기간은 법적 안정성을 위한 제도이다. 이월결손금이 있어 세액의 부과가 다른 시기에 발생한다고 이들 기간이 달라질 수는 없다. 어떤 사업연도에 발생한 세무회계상 거래사실은 이월결손금 여부와 상관없이 시간이 흐르면 모호해지고 기존의 사실로서 안정화되기 때문이다. 몇 십 년이나 몇 백 년이 지난 후에 뭐가 어떻게 되었다고 다툰다면 법원은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가? 4. 결 이월결손금 경정결정은 처분이다. 과세관청이 과세요건사실인 거래사실에 대해 세법을 적용하여 익금이나 손금을 조정하고 그 결과 변경되는 이월결손금을 납세자에게 통지하며, 납세자는 경정된 내용에 따라 세무회계를 처리하여야 하고 이후의 세무신고에서도 경정된 이월결손금을 반영하여야 하는 세법적 의무를 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세무서의 2004년 12월 이월결손금 감액경정은 행정처분이므로, 세무서의 2006년 3월 거부통지는 법적 효력이 없는 단순한 안내로서 이를 다투는 원고의 소는 각하되었어야 한다. 대상판결은 세액의 부과가 아니라 납세의무에 영향이 있는지 여부로 처분성 유무를 판단한 대법원 2006.4.20. 선고 2002두1878 전원합의체 판결을 철저히 무시하면서, 이월결손금 감액경정결정이 납세자의 법적 의무에 영향이 있는지를 전혀 살피지 않고 있다. 대상판결의 본안판단도 근거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과세관청은 증여계약의 수익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대상판결은 증여계약의 일부 내용에 불과한 주식의 시가로 논점을 변경시키면서, 증여계약에서 더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는 국내 최고 부자의, 처분가와 70만원의 차액에 대한 보증의 가치(70만원에 주식을 팔 수 있는 풋옵션의 가치와 유사하다)는 언급조차 않고 있다. 형사재판은 법보다는 대리용역의 시장가격에 좌우된다는 속설이 있다. 필자의 본지 2011. 11. 3. 판례평석에서 언급된 과점주주의 제2차납세의무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5두8498, 대법원 2008.1.10. 선고 2006두19105,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6두18386)과 대상판결을 비교하면 조세재판도 형사재판 못지않다고 할 수 있다. 대리용역의 시가에 상관없이 공정하게 법과 사실을 판단하는 사법부를 기대하는 것은 허황된 생각일까?
2012-10-18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공사대금채권 귀속문제
Ⅰ. 서설 공동계약운용요령(기획재정부 회계예규)제11조는 도급인으로 하여금 공동수급체 대표자가 신청한 공사대금채권을 구성원 각자에게 개별적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공동수급표준협정서에도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위 공동계약운용요령 제11조 및 공동수급협정서의 내용은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법적 성질 및 공동도급계약상의 채권채무관계와 관련된 논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Ⅱ.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K사 등 4개 건설사는 2006. 11.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를 결성하여 환경관리공단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공동수급체 구성원인 B사가 국세와 산재·고용보험료 등을 체납하자 대한민국과 근로복지공단이 각각 B사의 공사대금 채권 일부를 압류하였다.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B사가 다른 구성원들에 대한 공사비 구상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동수급체를 탈퇴하자, 나머지 3개사는 위 각 압류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유보된 공사대금 전액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대상판결) 대법원은 1)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는 민법상 조합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나, 2)공동수급체와 도급인이 개별 구성원으로 하여금 공사도급계약에서 발생한 채권을 그 지분비율에 따라 직접 도급인에 대하여 권리를 귀속시키는 약정도 가능하고 이와 같은 약정은 명시적으로는 물론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으며, 3)공동도급계약운용요령 제11조 및 공동수급표준협정서와 같은 약정내용이 담긴 공동수급협정서가 수수된 후 공동도급계약이 체결되었다면, 공동수급체의 개별 구성원으로 하여금 공사대금채권에 관하여 그 출자지분의 비율에 따라 직접 도급인에 대하여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묵시적인 약정이 이루어졌다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공동수급체 구성원들은 각 지분비율로 구분하여 공사대금채권을 가진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Ⅲ. 평석 1.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법적 성질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법적 성질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민법상 조합으로 보아야 한다는 민법상 조합설, 조합원이 조합재산에 관하여 지분소유권을 보유하기로 합의한 지분적 조합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지분적 조합설, 비법인 사단으로 보아야 한다는 비법인 사단설 등이 대립하여 왔으나 통설과 판례는 민법상 조합설을 지지하고 있었다. 대상 판결 역시 민법상 조합설을 따르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2.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공사대금채권 귀속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공사대금채권은 조합재산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별도의 정함이 없는 한 조합원 전원에게 합유적으로 귀속하는 것이므로 그 공사대금채권은 민법 제272조에 의하여 구성원 전원의 합의에 따라 공동으로 청구하거나 대표자가 공동수급체를 대표하여 청구함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에 충실하게 선금·대가 등을 지급함에 있어서 공동수급체 대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던 공동도급계약운용요령 제11조는 1996. 1. 8. 회계예규 2200.04-136-2로 다음과 같이 개정되었다. 즉 제11조 제1항 본문은 "계약담당공무원은 선금·대가 등을 지급함에 있어서는 공동수급체 구성원별로 구분 기재된 신청서를 공동수급체 대표자가 제출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하면서도, 제2항에서 "계약담당공무원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청이 있을 경우 신청된 금액을 공동수급체 대표자에게 지급하되, 기성대가 또는 준공대가의 경우는 공동수급체 구성원 각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선금을 제외한 기성대가 또는 준공대가의 경우에는 반드시 공동수급체 구성원 각자에게 구분하여 직접 지급하도록 개정된 것이다. 이렇게 개정된 내용은 현재의 기획재정부 회계예규인 공동계약운용요령 제11조에도 동일하게 그 취지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면 이처럼 개정된 공동도급계약운용요령 제11조가 적용되는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경우에도 공사대금채권이 합유적으로 귀속하는 것이라는 원칙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하여 종래 대법원은 2000. 11. 24. 선고 2000다32482 판결에서 "도급인이 공동도급계약운영요령에 따라 공사대금채권을 공동수급체 구성원 각자에게 지급하고 공동수급체가 그와 같은 지급방식에 의하여 그 대금을 수령한 사정만으로 조합 구성원 사이에 민법규정을 배제하려는 의사가 표시되어 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공사대금채권은 조합원에게 합유적으로 귀속되는 조합채권으로서 조합원 중 1인이 조합의 채무자에 대하여 출자비율에 따른 급부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대금지급이 구성원 개인에게 직접 이루어진다고 하여 공사대금채권이 구성원의 개별적 채권으로 바뀐 것으로 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입장은 그 동안 판례가 취한 주류적 입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주류적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2001. 7. 13. 선고 99다68584 판결에서 공동수급체 구성원의 개별적 청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한 바 있었고 2002. 1. 11. 선고 2001다75332 판결에서는 계약내용에 따라서 공사대금채권은 공동수급체 구성원에게 합유적 귀속이 아니라 각 지분비율에 따라 구분하여 귀속될 수도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로써 관련 업계와 실무에서는 그 해석상 혼란이 발생하였다. 3. 대상판결의 의의와 그에 대한 검토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공사대금채권은 원칙적으로 그 공동수급체 구성원 전원에게 합유적으로 귀속하는 것이지만, 공동수급체와 도급인이 공사도급계약에서 공동수급체가 아닌 개별 구성원으로 하여금 그 지분비율에 따라 직접 도급인에 대하여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약정을 하는 경우에는 공동수급체 구성원 각자에게 그 지분비율에 따라 구분하여 귀속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가능하다. 대상판결은 이를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묵시적 약정과 관련한 판시 부분은 의문이다. 대상 판결은 공동계약운용요령이 적용되는 도급계약에서 공동수급협정서가 수수되었다면 개별적 공사대금채권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당사자간 묵시적 약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고 하였으나, 과연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공동계약운용요령 제11조는 대표자가 도급인으로부터 기성금을 수령하고도 구성원에게 그 지급을 지체하거나 유용하는 일이 많아 분쟁이 잦아지자 이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개정된 것이지 이를 계약조항으로 편입시킨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는 공사대금채권의 귀속에 관한 정함이라기 보다는 대금지급 업무처리 방식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면이 더 많다. 더욱이 공동수급체의 입장에서 본다면 공사대금채권을 공동수급체의 합유로 하지 않고 개별 구성원에게 귀속시킬 경우 그 위험부담이 더 크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므로 이를 의욕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공동수급협정서가 수수되었음을 근거로 개개 구성원의 개별 채권화시키는 묵시적 약정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한 것에는 당사자간 법률행위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공동수급체 구성원간에 협정내용에 대한 자율성이 부여되고 있지 않은 현재의 실정하에서는 대상판결과 같이 공사대금청구권이 개별 구성원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일률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각 구성원의 연대책임 및 출자비율에 따른 공동수급체 구성원간 손익분배와 직접적으로 모순·충돌되고, 건실한 구성원이 불측의 손해를 입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즉 건실한 구성원이 출자비율을 초과하여 공사를 이행하더라도 그 출자비율을 초과한 대가지급은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되어 공동수급체 구성원의 지위가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또한 공사도중 구성원 일부가 탈퇴하더라도 잔존 구성원이 연대하여 당해 계약을 이행하여야 하고, 공동수급체가 해산한 이후에도 당해 공사의 하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책임을 지게 되는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특성상, 잔존 구성원들의 공사대금채권에 관한 권리는 공동수급체 구성원과 거래한 제3자의 권리 못지않게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이며, 공동수급체 구성원의 공사대금채권은 공동사업을 위한 필수적 재원으로서의 성격도 가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상 판결과 같이 공사대금채권을 개별 구성원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해석하여 제3자에 의한 강제집행을 용인하는 것은 잔존 공동수급체 구성원을 희생시켜 공동사업 목적 달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우려가 없지 않다. 4. 결론 대상판결은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에 있어서 대가의 개별지급에 관한 법률관계의 불명확성을 상당 부분 해소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공동계약운영요령 제11조의 내용이 명시적 계약내용으로 편입된 것임을 확인할 자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수급협정서의 수수에 따른 묵시적 약정이라는 불분명한 개념을 끌어들여 공동수급체 구성원의 직접적인 공사대금채권을 인정한 것이 과연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공동이행방식 공동도급계약에 있어서 개개 구성원의 지분권리를 전면적으로 인정할 경우에는 공동수급체 구성원들에게 제한된 권리만을 부여하면서도 반대로 그 의무에 대해서는 무제한으로 부담지우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되어 오히려 제도의 효용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2012-07-02
자본거래에 대한 과세방식
1. 사실관계와 과세처분 甲법인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여 어떤 보험회사에 전액인수시켰다. 甲법인의 주주 중 한 사람인 A는 원고인 乙법인의 일인주주이다. 甲법인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한 보험회사는 신주인수권을 분리하여 乙법인에게 양도하였다. 乙법인은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행사가격을 납입하고 甲법인의 주식을 취득하였다. 즉 A는 甲법인에 대한 자신의 실질적 지분비율을 높이기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와 乙법인을 이용한 것이다. A 외 甲법인의 다른 주주들과 乙법인 사이에 법인세법상 특수관계는 없다. 처분청은 乙법인이 보험회사에 신주인수권 대가로 지급한 금액은 중개수수료에 불과하므로 甲법인 보험회사 乙법인으로 이어지는 거래의 실질은 甲법인이 乙법인에게 무상으로 신주인수권을 부여한 것이며, 신주인수권 가액은 신주인수권 취득당시 甲법인 주식의 객관적 교환가격에서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을 차감한 것이라고 하여 이렇게 계산된 신주인수권 가액을 乙법인이 甲법인으로부터 무상으로 증여받았다고 보아 乙법인에게 법인세를 과세하였다. 2. 법원의 원고패소 판결 요지 1) 제1심과 제2심 (서울행정법원 2004. 1. 30. 선고 2003구합11643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5. 10. 12. 선고 2004누4583 판결) 신주인수권을 양수한 자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고,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주주에게만 발행하여야 하거나 그 신주인수권을 주주에게만 양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주주의 신주인수권은 문제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타인에게서 신주인수권을 양수하는 것은 자본의 납입이 아니라 유가증권의 취득에 해당하므로 수익금이 발생할 수 있다. 2) 대법원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두14257 판결) 甲법인이 이 사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목적과 경위, 보험회사가 甲법인 사이의 사전약정에 따라 그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였다가 곧바로 신주인수권만 분리하여 원고에게 양도한 경위, 원고가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사용한 자금의 조달방법, 사채인수에 관한 거래관행과 이 사건 신주인수권의 평가액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甲법인은 보험회사를 통해 원고에게 이 사건 신주인수권의 가액 중 원고가 보험회사에 지급한 금액을 뺀 나머지 가액부분을 무상으로 증여한 것이고 이 수증익은 세법상 과세대상이다. 3. 처분청과 법원의 오류 법원과 처분청은 甲법인, 보험회사, 원고로 이어지는 거래의 형식과 무관하게 신주인수권의 발행회사인 甲법인이 원고에게 신주인수권을 무상으로 주었으며, 타인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양수하는 것은 자본의 납입이 아니라 유가증권의 취득이고 신주인수권 가액도 주식의 객관적 교환가격에서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을 차감하여 계산될 수 있으므로 원고에게 법인세법시행령(1998.5.16. 대통령령 제157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1항 제6호 '무상으로 받은 자산의 가액'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자본거래에 대한 심각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혀 타당성이 없다. 1) 신주인수권의 이전은 자본거래이다. 처분청과 법원은 신주인수권이 이전된 것을 자본거래가 아니라 주장하나, 가법인과 원고의 신주인수권 거래는 자본거래이다. 신주인수권 관련 회계처리를 보면 이는 분명해진다. 먼저 신주인수권을 발행한 가법인에 대해서 살펴보자. 신주인수권은 행사가격에 발행회사의 신주를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 즉 출자할 수 있는 권리이다. 신주인수권을 무상으로 부여하는 경우 발행자는 신주인수권 발행시점에서는 회계처리를 할 필요가 없고 신주인수권 행사시 신주발행과 동일하게 회계처리하면 된다. 신주인수권이 유상인 경우에 발행자는 신주인수권대가를 기타자본잉여금으로 구분한 후 신주인수권이 행사되어 주식을 발행할 때 행사된 부분만큼 주식발행초과금으로 대체한다. 신주인수권 관련 모든 거래는 자본거래의 계정과목만으로 기술된다. 다음으로 신수인수권을 취득한 乙법인에 대해서 살펴보자. 취득자가 신주를 인수할 목적인 경우 신주인수권을 무상으로 취득하였다면 신주인수권 취득시에는 회계처리가 없고 신주인수권 행사로 신주가 발행되는 날에 신주취득으로 회계처리한다. 취득자가 신주를 인수할 목적인데 신주인수권을 유상취득한 경우엔 신주인수권에 대한 대가는 주식취득의 부대비용으로서 신주의 취득가액에 합산된다. 사안에서 乙법인은 신주를 인수하였으므로 신주를 인수할 목적으로 신주인수권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乙법인에 대해서도 신주인수권의 취득을 자본거래가 아니라 볼 어떤 근거도 없다. 신주인수권이라는 유가증권이 만들어졌다고 하여 신주인수권 거래의 실질이 변화하는 것은 아닌데 처분청과 법원은 유가증권이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관련 거래를 자본거래가 아니라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2) 신주인수권을 주는 것이 어떤 자산의 이전을 수반하는가? 법원과 처분청은 유가증권인 신주인수권이 무상으로 이전되었으므로 피출자자인 발행법인으로부터 (잠재적) 출자자인 신수인수권의 취득자에게 어떤 자산이 이전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원과 처분청의 주장이 타당하다면, 신주인수권이라는 유가증권이 발행되지 않는 경우에도 신주인수권이라는 권리에 근거하여 출자자가 출자를 하는데 그 경우에도 어떤 자산이 피출자법인으로부터 출자자에게 이전된다고 해야 한다. 더 나아가 모든 출자 즉 모든 자본거래에서 피출자법인으로부터 출자자에게 이전되는 자산이 있는지를 국세청은 검토해야 하게 된다. 그러나 자본의 납입과 관련하여 피출자법인이 출자자에게 자산을 이전하여 줄 수는 없다. 출자는 말 그대로 출자자가 피출자법인에게 어떤 자산을 이전하여 주는 것이다. 도대체 출자라는 개념 자체로부터 피출자법인이 출자자에게 어떤 자산을 이전하여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피출자법인이 출자자에게 자산을 이전한다면 그것은 배당일 것이다. 문제된 사건은 배당과는 전혀 무관하다. 배당과 출자가 결합된 주식배당의 경우도 배당 측면에서는 피출자법인으로부터 출자자에게 자산이 관념적으로 이전하나, 출자 측면에서는 관념적으로 배당된 자산이 출자자로부터 피출자법인에게 이전된다. 신주인수권이라는 유가증권의 발행 여부와 무관하게 신주발행을 통해서는 피출자법인으로부터 출자자에게 자산이 이전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피출자법인은 신주인수권이라는 권리를 부여하여 자본이라는 실질적 자산을 출자자로부터 받게 될 뿐이다. 4. 처분청과 법원의 의문에 대한 답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처분청과 법원의 과세근거는 전혀 타당하지 않다. 그렇다면 사안과 같은 경우 어떻게 과세되어야 하는가? 처분청과 법원은 이 물음에 대해 스스로 답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위법한 과세를 유지하고 있다.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이 주식의 시가보다 낮다면 신주인수권이 양의 시장가치를 갖게 되고 발행법인은 유상으로 신주인수권을 발행할 수 있다. 그런데 사안에서 가법인은 유상으로 발행할 수 있었던 신주인수권을 무상으로 乙법인에게 주었다. 이 경우 세법은 어떤 과세장치를 마련하고 있는가? 1) 출자에는 가격이 없다. 출자자가 피출자법인에 자본을 납입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무상이다. 출자의 시가라는 개념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추후 배당을 기대하고 출자를 하지만 배당은 기대할 수 있는 것일 뿐이고 출자의 대가는 아니다. 자본의 납입으로 피출자법인은 일방적으로 수혜를 입게 된다. 자본의 납입시 피출자법인과 출자자 사이 이해의 대립은 본질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신주인수권이 유상이든 무상이든, 그 행사가격이 시가보다 낮든 높든, 신주발행시 신주의 가격이 시가보다 낮든 높든, 피출자법인과 출자자 사이에서는 과세문제가 발생하지도 않고 부당행위가 성립할 수도 없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이 주식의 시가보다 낮아 발행회사가 신주인수권의 취득자에게 자산을 증여하였다고 보았다. 그러나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과 주식의 시가가 차이나더라도 신주발행법인으로부터 증자참여자로의 가치 이전은 도대체 발생할 수 없다. 출자는 자신의 현금 등으로 기업의 지배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발행가를 액면가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상법상의 제한만 충족하면 주식의 시가와 무관하게 발행가를 정할 수 있다. 발행가는 단순히 주식의 수를 결정하는 의미밖에 없다. 발행가를 낮추면 같은 금액의 출자에 대한 주식수가 늘어난다. 망할 회사도 내회사이면 주식시가와 무관하게 고가로 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회사와 주주 사이에서 문제될 것은 없다. 2) 乙법인이 얻은 이익은 누구의 손해를 원천으로 하는가? 乙법인은 행사가격이 시가보다 낮아 양의 시장가치가 있는 신주인수권을 무상으로 취득하였다. 즉 乙법인은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를 취득하였다. 출자는 본질적으로 무상이므로 피출자법인인 가법인은 손해가 있을 수 없다. 더 높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손해보는 이는 증자에 참여하지 못하여 그들의 주식가치가 희석되는 가법인의 다른 주주이다. 처분청과 법원은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해서 엉뚱한 과세처분을 유지하고 있다. 자본거래에서 주식 등의 지분비율이 변동해야 특정주주가 다른 주주에게 일정한 이익을 무상으로 이전시킬 수 있다. 따라서 세법도 자본거래시 주주평등의 원칙에 대한 예외가 있을 때만 과세하고 있다. 주주간 가치의 이전에 대해서는 수혜자가 개인인 경우는 상속세및증여세법 제39조와 제40조에 의해 증여로 의제되어 증여세가 과세되고 수혜자가 법인인 경우에는 법인세법 제52조 및 법인세법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와 제8의2호에 의해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으로 법인세가 과세된다. 세법이 수혜자가 개인인 경우 증여로 의제하여 과세하는 이유는 수혜자와 수손자간 직접적인 증여계약이 없기 때문이며, 수혜자가 법인인 경우 법인세법에 이러한 증여의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부당행위계산의 부인규정에 의해 특수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과세할 수 있다. 현행법은 유상증자의 결과 수혜자가 개인인 경우는 수혜자와 수손자 사이 특수관계가 없어도 증여로 의제하여 과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과잉입법이라 볼 여지도 있다. 5. 사건의 올바른 해결 신주인수권 행사가격과 주식의 시가에 차이가 있는 경우 증자시 지분비율이 달라지면 주주간 가치의 이전이 발생한다. 법인인 주주가 수혜자인 경우 타주주로부터의 실질적 가치이전은 법인세법 제52조에 의해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으로서만 과세될 수 있다. 사안에서 원고인 乙법인과, 甲법인의 A 외 다른 주주들 사이엔 특수관계가 없었다. 따라서 사안의 경우 원고의 특수관계자인 A가 원고에게 이전한 가치에 대해서만 과세되었어야 한다.
2011-09-01
이익잉여금의 자본 전입 따라 무상주 배정에 따른 신주 인수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
I.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들은 소외 회사의 주식 일부를 그 실제 주주들로부터 명의신탁 받아 보유하였는데, 소외 회사가 이익잉여금을 자본전입하여 주식배당을 함에 따라 그 보유주식에 비례하여 무상주를 배정받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무상주 배정은 새로운 명의신탁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위 무상주에 대하여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07.12.31.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조의 2 제1항(이하 "이 사건 조문")을 적용하여 증여세 부과처분을 하였다. 2. 소송경과 원고들은 부과처분에 불복하여 제1, 2심에서 모두 승소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조문의 법적 성격 및 이익잉여금의 자본전입에 따른 무상주 배정의 실질적 측면을 고려하여, 위 무상주 배정을 별도의 명의신탁으로 볼 수 없고, 그에 따른 추가적인 조세회피목적도 인정되지도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조문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고, 이에 피고는 상고하였으나 대상판례는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3. 판결요지 대법원은 이 사건 조문은 국세기본법 제14조 소정의 실질과세원칙에 대한 예외의 하나로서 명의신탁이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한도 내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인 점, 주식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상태에서 당해 주식의 발행법인이 이익잉여금을 자본에 전입함에 따라 그 명의인에게 무상주가 배정되더라도 그 발행법인의 순자산이나 이익 및 실제 주주의 그에 대한 지분비율에는 변화가 없으므로 실제 주주가 그 무상주에 대하여 자신의 명의로 명의개서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기존 주식의 명의신탁에 의한 조세회피의 목적 외에 추가적인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의 명의신탁 주식 외에 이익잉여금의 자본전입에 따라 기존의 명의수탁자에게 그 보유주식에 비례하여 배정된 무상주는 이 사건 조문의 증여의제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원심이 이 사건 무상주에 대하여 이 사건 조문에 의한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보아 증여세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한 것은 정당하다고 수긍하였다. II. 대상 판례의 평석 1. 쟁점의 정리 이 사건 조문은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을 두어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 등이 필요한 재산(토지와 건물은 제외)'을 명의신탁한 경우에 일정한 요건 하에 명의신탁 재산을 그 명의자가 실제 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하여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주식을 장기간에 걸쳐 명의신탁하는 경우, 무상증자나 주식배당을 거쳐 기존 주주들에게 지분 비율대로 신주를 배정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바, 이는 실질적으로는 기존의 명의신탁 주식이 분할된 것에 불과하여 별도의 명의신탁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형식적으로 신주가 발행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조문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 사건에서는 그 중 주식배당, 즉 배당가능이익인 이익잉여금을 자본전입하여 무상주를 배정한 경우에 이 사건 조문이 적용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2. 자본잉여금의 자본전입에 대한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자본잉여금의 일종인 '자산재평가적립금'이나 '주식발행초과금'을 자본전입하여 기존의 명의수탁자에게 그 보유주식에 비례하여 무상주를 배정한 사안에서 종전의 명의신탁주식이 실질적으로 분할된 것에 불과하여 별도의 명의신탁이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조문이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6.9.22.선고 2004두11220 판결, 대법원 2009.3.12. 선고 2007두1361 판결 등). 이러한 상황에서,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한 무상주의 배정에 대한 판례의 입장이 주목되었다. 3. 평석: 이익잉여금의 자본전입에 따른 무상주 배정의 성격 및 이 사건 조문의 적용 대상 여부 회사가 기존 주주에게 무상으로 신주를 배정하는 경우는 크게 (1) 준비금(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 중 이익준비금)의 자본전입을 통한 무상신주의 배정(상법 제461조. 재평가적립금의 경우에는 재평가적립법 제30조)과, (2) 이익잉여금 중 배당가능이익의 자본전입에 따른 주식배당(상법 제462조의 2)으로 구분된다. 본래 회사의 '자본'은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공제한 '순자산'으로서, '자본금'과 '잉여금'으로 구분된다. (1) 그 중 '자본금'은 발행주식의 액면총액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회계상 자본금 계정에 계상되며, (2) '잉여금'이란 자본(순자산) 중 위 '자본금'을 초과한 부분을 가리킨다. 그리고 위 '잉여금'은 (i) 기업의 경영활동에 의하여 얻어진 당기순이익 중 배당, 상여 등 사외유출액을 공제하고 순수히 그 기업에 유보되고 있는, 이익준비금, 임의적립금 및 별도적립금과 같은 '이익잉여금'과, (ii) 주식발행, 합병, 감자, 자산재평가 등 자본거래에 의하여 발생하는 '자본잉여금'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익잉여금이든 자본잉여금이든, '잉여금'은 '자본금'과 함께 회사의 자본(순자산)을 구성하는 항목이기 때문에, '잉여금'을 '자본금'에 전입함에 따라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회사의 자본(순자산) 내의 계정의 재분류에 불과하게 되고, 따라서 이를 통한 무상주 배정을 전후하여 회사의 순자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고, 증가된 자본금을 액면으로 나눈 주식 수만이 증가하게 되며, 주주의 입장에서도 회사에 대한 지분을 표창하는 주식가치의 합계나 지분율은 동일하게 된다. 즉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하든, '자본잉여금'을 재원으로 하든, 지분비율에 따른 무상주 배정으로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주식가치가 그에 반비례하여 하락하는 것은 동일하므로 이는 기존 주식의 실질적 분할에 불과한 성격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실질적 성격을 고려하면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의 자본전입을 통하여 신주를 배정하는 경우는 모두, 기존 주식의 명의수탁자에게 신주가 배정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종전의 명의신탁주식의 실질적 분할에 불과하여, 이를 별도의 새로운 주식의 명의신탁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조문에 의한 증여세 과세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부적절하게 된다. 또한 이 사건 조문이 적용되려면 '명의신탁' 이외에 '조세회피목적'이 인정되어야 한다(이 사건 조문 단서 제1호). 위 조세회피목적에 대하여 대법원은, 명의신탁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ⅰ) 명의신탁이 조세회피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이루어졌음이 인정되고 ⅱ) 조세회피(경감)가 현실화되지 않고 단지 장래 조세회피(경감)의 가능성이 잠재적으로 존재하거나, 조세경감의 결과가 초래되더라도 그 경감의 정도가 사소하거나 경미한 정도라면, 조세회피목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6.5.12.선고 2004두7733 판결). 그런데 기존 주주의 지분비율에 따른 무상신주 배정이나 주식배당의 경우에는, 본래 주주명부상 명의자인 주주에게 배정되도록 되어 있고, 경제적으로도 종전 명의신탁주식의 실질적인 분할에 불과하여, 그로 인하여 기존 명의수탁자에게 명의신탁된 주식의 전체 지분비율이나 총 주식가치에 변동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며, 명의신탁 주식에 대한 전체 배당금액에 변동이 초래되는 것도 아니므로, 조세회피목적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점에서도 이 사건 조문은 적용되기 어렵다. 본래 명의신탁은 증여의 실질이 없으므로 증여세가 과세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조문은 실질과세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증여세를 과세하고 있는바, 이는 명의신탁이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한도 내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규정이므로,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무상주를 배정한 것과 같이, 실질적으로 새로운 재산의 명의신탁을 인정하기 어렵고, 조세회피목적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이 사건 조문이 적용될 수 없을 것이다. 4. 결어 대상판례는, 이익잉여금의 자본전입으로 기존의 명의수탁자에게 그 보유주식에 비례하여 배정된 무상주에는 원칙적으로 이 사건 조문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함으로써, 실질과세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이 사건 조문의 적용범위를 무상주 배정의 실질에 부합하게 제한하는 중요하고도 의미있는 판시를 하였다. 대상판례의 논거와 결론에 찬동한다. 아울러 대상판례에 비추어 보면, 유상증자에 대한 이 사건 조문의 적용 범위도 합리적인 범위로 제한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상증자로 배정된 신주의 경우, 그 신주의 가치는 (1) 신주 인수대금의 납입분과, (2) 실질적인 기존 주식의 분할분(희석가치)으로 구분될 수 있는바, 후자의 부분에 대하여도 이 사건 조문을 아무런 제한 없이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대상판례는 '조세회피목적'의 판단에 있어 '기존 주식의 명의신탁에 의한 조세회피의 목적' 외에 '추가적인 조세회피의 목적'을 요구하고 있는바, 이 점은 유상증자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향후 판례가 유상증자에 있어서도 그 경제적 실질과 신주 배정의 형식적 측면을 조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2011-08-15
납세자에 대한 신의칙 적용에 관해
I. 일반론 - 세법상 신의성실의 원칙 국세기본법(이하 '국기법') 제15조는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에 관한 규정으로, 일반적으로 이른바 '금반언 원칙'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즉 과세관청이나 납세자가 일정한 언동(이하 '선행언동')을 한 후 이를 뒤집고 다른 언동(이하 '후행언동')을 한 경우 실체적 진실 또는 '실질'에 부합하는 후행언동과, 부합하지 않는 선행언동 중 어느 것에 따라 세법상의 법률효과를 부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원칙으로 운용되어 왔다. 이러한 신의칙을 과세관청에 대하여 적용하는 것은 행정법학에서 흔히 '신뢰보호 원칙' 또는 '확약의 법리'로 불리는 경우의 한 예에 불과하다. 반면 '납세자에 대한 신의칙 적용'(이하 '납세자 신의칙 적용')이란, 납세자의 후행언동이 '실질'에 부합함에도 불구하고, 세법의 적용에 있어서는 납세자의 신의칙 위반을 이유로 하여 후행언동의 존재를 무시하고 선행언동을 근거로 과세하는 것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이는 국기법 제15조를 하나의 일반적 과세근거로 보는 것과 같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 종래 논란이 되어 왔던, 실질과세 원칙에 근거하여 민사법상 유효한 법률행위의 존재를 무시하고 세금을 물릴 수 있는가의 문제와, 신의칙에 근거하여 '실질'에 부합하는 후행언동의 존재를 무시하고 세금을 물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같은 차원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II.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 1. 사실관계 (1) '실질': 갑은 강제집행면탈 목적으로 자신이 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을 회사 소유의 부동산을 2001.11. 처남인 원고에게 명의신탁하였으나, 그 후에도 을 회사는 위 부동산을 종전과 같이 사용하였으며 이를 위해 갑과의 임대차 계약 체결을 가장하였다. (2) 원고의 선행언동: 명의수탁자 원고는 자신이 위 부동산을 임대업에 공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과세관청 피고에게 부동산임대업 등의 사업자등록을 신청한 후, 위 부동산을 을 회사로부터 매입한 것으로 가장하고 그 매입세액 상당액을 2001년 제2기 부가가치세 표준에서 공제하여, 결국 2억 3천만 원이 넘는 세액을 환급 받았다. 대신 원고는 을 회사로부터의 임대료 상당액에 대하여 2003년 제2기까지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였다(다만 원심 대전고판 2006.8.24. 96누314에 따르면 실제 세금을 부담한 것은 을 회사였다). (3) 원고의 후행언동: 2004년 제1기 부가가치세로 신고한 금액 중 일부를 납부하지 않은 원고에게 피고가 미납세액의 징수고지를 하자 원고는 2004년 제2기에 와서 아예 폐업 신고를 하였다. 다시 피고는 이른바 '폐업시 잔존재화 자가공급 의제규정'(부가가치세법 제6조 제4항 전문)에 근거, 위 부동산을 원고가 시가로 '공급'한 것으로 보아 관련된 부가가치세 1억 1천만 원을 원고에게 부과하는 내용의 처분을 하였다(이하 '본건 과세처분'). 이에 대하여 원고는, 위 부동산은 명의신탁된 것이고 을 회사와의 임대차 계약도 가장행위에 불과하여 원고 스스로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한 바 없기 때문에, 결국 원고에게 위 공급의제 규정이 적용될 수 없어 본건 과세처분은 위법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본건 과세처분에 불복하였다. 2. 원심 판결의 내용 원심 법원은 납세자 신의칙 적용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아래 3.항 참조)를 전제한 후 위 1.항의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 원고의 선행언동이 '피고의 실지조사권을 방해하여 조세과징권의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은 아니고 따라서 원고의 후행언동이 '심한 배신행위'에 해당하지는 않으며, 특히 실지조사권이 있는 피고는 본디 해당 사안의 '실질을 조사하여 과세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피고가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본건 과세처분을 한 이상 선행언동에 대한 피고의 신뢰에 보호가치가 있다고도 할 수 없다고 보았다. 결국 원심 법원은 원고의 후행언동이 신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아 본건 과세처분을 취소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일반론으로서, 납세자 신의칙 적용은 '조세법률주의에 의하여 합법성의 원칙이 강하게 작용하는 조세실체법과 관련한 신의성실의 원칙의 적용은 합법성을 희생해서라도 구체적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적용된다고 할 것인바, 납세의무자에게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모순되는 행태가 존재하고, 그 행태가 납세의무자의 심한 배신행위에 기인하였으며, 그에 기하여 야기된 과세관청의 신뢰가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였다(확립된 판례이다). 이어 대법원은 원심 법원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더라도 이러한 '사실에 나타난 원고의 모순된 언동과 그에 이르게 된 경위 및 비난가능성의 정도, 이 사건 2004년 제2기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의 성격과 피고의 신뢰에 대한 보호가치의 정도, 부가가치세 등과 같이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정하여 신고하는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 과세관청의 조사권은 2차적·보충적인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본건 과세처분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부동산임대업 영위는 가장된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 위반이라고 보아, 본건 과세처분이 적법하다는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III. 평석 1. 쟁점의 정리 원고가 부동산임대업을 실제로 영위하지 않아 부가가치세법상 납세의무자가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에 대한 본건 과세처분이 국기법 제15조의 적용요건을 충족한다는 이유로 결국 적법한 것으로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이 사건의 쟁점이다. 2. 신의칙 적용 제한에 관한 검토의 필요성 이 쟁점에 관한 대법원 판례는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나타나지만, 실제로 과세처분을 유지하는 결과가 나온 경우로서 공간된 것은, 대상판결 전에는 1990년의 어느 한 사건이 유일하다(대판 1990.8.24. 89누8224). 대법원이 분식회계에 대하여 납세자에게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는 등(대판 2006.1.26. 2005두6300) 비교적 최근까지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가 계속되어 왔으나, 2009년 대상판결 선고에 이어 심지어 조세심판원이 대상판결의 취지를 다른 세목에도 확장하는 재결을 하는 등(조세심판원 2010.6.7.자 2009전2367 결정은 신의칙을 근거로, 과세관청이 위 원고에게 임대 수입에 관한 종합소득세를 부과한 처분까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최근 이 쟁점에 관한 실무의 태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납세자 신의칙 적용이란 결국, 본질적으로 불확정개념인 '신의칙'의 적용에 따라 세금의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조세법률주의를 최고의 지도원리로 삼고 있는 현재의 이론 체계 하에서는, 이에 대한 일정한 제한 원리를 세울 필요가 있다(조세법률주의 개념에 대한 최근의 이론적 비판은 여기서는 이 글의 목적상 논외로 한다). 3. 금반언 원칙으로서의 신의칙 적용에 관한 제한 가능성 (1) 이론적 문제점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금반언 원칙으로서의 신의칙을 납세자에 적용하는 것은 신의칙 적용이 없었더라면 납세의무가 없을 사람에게 세금을 물리는 결과를 낳는다. 그 논리적인 근거는 아마도 상법 제24조가 정하는 명의대여자의 연대납세의무나, 보다 일반적으로 민상법에서 인정하는 표현책임 -민법 제125조 이하의 표현대리나 상법 제395조의 표현대표이사의 책임 등- 과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다른 납세의무자가 존재하는 경우에 신의칙의 적용은 마치 국기법의 연대납세의무나 제2차 납세의무와 같은, 납세의무의 인적 확장에 유사한 결과를 낳는다. 이와 같이 납세자에 대한 신의칙 적용이 개념적·논리적으로 전혀 불가능하다고 할 것은 없다. 그러나 위의 연대납세의무나 표현책임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납세의무의 확장에 관하여는 분명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며, 특히 이러한 필요성은 세법의 영역에서 더 현저하다. 조세법률주의의 핵심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과세요건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 반드시 법률에 명확한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국기법 제15조만으로는 도저히 그러한 요구가 충족되었다고 하기 어려우며, 그렇다고 그 하위 법령에 어떤 구체화된 세부적 적용 기준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국기법 제14조 실질과세 원칙에 관한 대법원 판례(종래 자주 인용되어 오던 것으로서 대판 1991.5.14. 90누3027과 이를 재확인한 최근의 대판 2009.4.9. 2007두26629 등)와 비교하여 보면 이러한 문제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즉 대법원은 실질과세 원칙과 관련하여서는 이 법원칙이 구체적 과세의 근거가 될 수는 없으며, 조세회피 행위를 부인하고 과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별적·구체적 과세근거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왔다. 그렇다면 유독 신의칙과 관련하여 국기법 제15조만에 의하여 과세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일관성이 없다. 따라서 기존의 판례나 이론체계와의 조화를 고려하는 이상 그 동안 대법원이 취하여온 소극적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나, 반면 1990년 이후 최초로 이러한 과세를 긍정한 대상판결의 입장에는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이론적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2) 신의칙 적용의 기준 어쨌든 현실적으로 신의칙 적용에 따른 과세를 긍정하는 대법원 판례가 변경될 가능성은 당분간은 없는 듯하다. 따라서 이 원칙이 다시 논란이 되기 시작한 현재로서는, 그 적용의 범위나 요건을 분명히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특히 문제되는 것은 이 원칙의 적용요건으로서 대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심한 배신행위'라든지 '보호가치'와 같은 개념이 너무나 불명확하고 자의적 해석의 여지를 낳는다는 점이다. 이 요건들이 지금까지와 같이 단순히 이 원칙의 적용을 사실상 배제하는 방향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신의칙 적용을 가능하게도, 불가능하게도 하는 의미를 갖는다면 이러한 점은 문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조금 다른 기준들을 생각하여 보고자 한다. 1) 선행언동으로 인한 결과의 원상회복 문제 납세자 신의칙 적용에 관한 현재의 판례를 확립한 대판(전) 1997.3.20. 95누18383의 소수의견은, 납세자가 적어도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 종결시까지는 선행언동의 결과를 스스로 제거(즉 '원상회복')을 하거나 아니면 선행언동에 따른 과세를 당하거나를 양자택일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 결과이며, 따라서 원상회복이 없으면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견해는 무엇보다 그 적용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며, 세금과 관련된 분쟁의 공평한 해결이라는 측면에서도 일단 수긍할 수 있는, 비교적 균형 잡힌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은 사실심 변론종결 후의 원상회복을 고려할 수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였으나, 이른바 후발적 경정청구(국기법 제45조의2 제2항)가 인정되고 있는 현행 법제 하에서는 이러한 지적이 문제될 여지도 작아졌다. 2) 선행언동이 세금과 관련된 것인지 여부 다음으로 선행언동의 동기를 따지는 방법이다. 즉 선행언동이 세금과 전혀 무관한 혜택을 얻을 의도에서 행하여진 것이라면, 세금을 동원하기보다는 그 다른 혜택과 관련된 법령에서 정하여진 제재에 의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반대로 선행언동으로 세금 관련 혜택을 얻은 것이라면, 이때는 세금을 신의칙 위반 행위에 대한 하나의 '제재'로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물론 세금에 관한 종래의 혜택을 박탈하고 가산세를 부과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처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부과제척기간 적용 등의 이유로 이러한 대처가 불가능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신의칙에 따른 과세가 가능하다는 생각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이는 상증법 제45조의2 증여의제 규정의 해석론에 유사하다). 3) 대상판결과의 관련 이들 중 어느 쪽으로 보나 대상판결의 결론 자체는 정당화된다. 즉 이들 기준들은 현재 대법원의 입장과 크게 다른 결과를 낳지 않는 반면, 그러한 결과에 도달함에 있어 현재의 판례보다 훨씬 더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공한다. 물론 해석론으로 이와 같은 구체적인 적용기준을 도출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이는 무엇보다 신의칙에 따라 과세 여부를 결정하는 대법원의 입장 자체에 근본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드러낼 따름이다. 4. 금반언 원칙을 넘어선 신의칙 적용의 가능성에 대한 제한 금반언 원칙에서 더 나아가, 신의칙이 납세자의 사회통념상 용납되지 않는 행위 일반에 적용되어, 국기법 제15조에 따라 납세자에게 세금과 관련된 불이익 -예컨대 소득 없는 사람에게 소득세를 부과하거나 세액계산 과정에서 특정 조문의 적용을 배제하는 등 세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세법을 해석- 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제시될 여지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러한 과세 역시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우선 국기법 제15조가 독립된 과세근거가 될 수 없다는 앞에서의 논의는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다음으로, 이러한 의미에서 물리는 세금은, 표현책임 등과 같은 기존의 다른 개념으로도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고, 순수하게 신의칙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로 밖에는 볼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법치행정의 원리상 이러한 제재의 부과에 대하여는 역시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세가 혹시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법적용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보충적으로만 가능하다는 생각이 항상 우선되어야 한다. 즉 신의칙에 위반된 납세자의 행위에 대하여 법령에 형벌이나 행정벌, 가산세 등 별도의 제재에 관한 규정들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는 입법자가 그러한 유형의 행위를 미리 예견하고 그에 대하여 법질서 보호를 위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의 제재를 사전에 마련하여 둔 경우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 입법자가 정한 바를 넘어 과세관청이나 법원이 구체적 근거 규정 없이 납세자에게 세금과 관련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조세법률주의는 물론) 입법자의 의도에도 어긋나는 것이 된다(이태로·안경봉, 조세법강의(제4판), 2001, 37쪽 역시 납세자가 신의칙 위반 행위로 조세법상 각종 불이익한 처분을 받게 된다는 점을 들어, 이러한 신의칙 적용은 '사실상 극히 제한'된다고 설명한다). 요컨대 금반언과 무관한 신의칙의 납세자에 대한 적용은 (혹시 가능하다 고 보더라도) 어디까지나 보충적인 것으로서, 납세자의 행동이 국고의 일실을 결과하고 이러한 일실의 결과가 정의에 현저히 어긋날 뿐 아니라, 특히 입법자가 미리 마련하여 놓은 제재가 전혀 적용될 수 없어 신의칙 적용이 이에 대응할 유일한 수단인 경우에 한하여 가능하다고 하여야 한다(물론 비례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과 같은 공법상의 일반 원칙들의 적용도 받는다). IV. 대상 판결에 대한 평가 및 결론 기존의 판례나 이를 전제로 한 논의 하에서 대상판결의 결론은 대체로 타당한 것이라고 하겠지만, 혹시 이 판결의 취지가 신의칙 위반에 대한 과세의 범위를, 우리 세법 체계에 조화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넓히는 방향으로까지 작용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이 점에서 최근의 조세심판원 결정에는 우려되는 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행정부의 과세권 행사에 입법부의 구체적 권한 부여(즉 법률의 근거 규정)가 필요하다고 보는 체계를 갖고 있는 경우, 납세자의 행위가 신의칙에 위반되었다는 막연하고 불확정한 이유만으로 행정부나 법원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무제한 허용하는 것이 곤란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의칙의 구체적 적용범위 제약을 위한 논의는 앞으로도 활발하게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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