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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행정사건
하천수 사용료의 부과기준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두33142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자신의 공장을 운영하기 위하여 낙동강홍수통제소로부터 하천수 사용허가를 받고 그 사용료를 실제 사용량에 따라서 납부하여 왔는데, 피고는 하천법 제50조 제5항에 의한 하천수 사용료는 실제 사용량이 아니라 허가량을 기준으로 부과하여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그 차액을 추가로 부과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하천법과 동법 시행령, 하천점용료 및 사용료 징수조례와 한국수자원공사의 댐용수공급규정 등 관련 규정에서는 하천수 사용료의 부과기준을 실제 하천수의 사용량을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으므로, 허가량을 기준으로 하천수 사용료를 추가로 부과한 처분은 위법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소송의 경과 제1심과 원심은 하천수 사용허가와 하천수 사용료의 성격, 관련 조례의 규정 등에 공업용수로 사용되는 하천수 사용료는 한국수자원공사법 제16조 제2항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승인한 댐용수 요금단가에 ‘취수허가 사용량’(허가량)을 곱하여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토교통부장관이 승인한 댐용수공급규정의 내용은 요금단가에 ‘실제 사용량’을 곱하여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는 또한 하천수 사용료 산정의 기준이라 할 수 있으므로 공업용수로 사용되는 하천수 사용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가량이 아닌 ‘실제 사용량’에 요금단가를 곱하여 산정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3. 평석 하천법에 따라서 생활·공업·농업·환경개선·발전·주운(舟運) 등의 용도로 하천수를 사용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제50조 제1항), 시·도지사는 제1항에 따라 하천수 사용허가를 받은 자에게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5항). 하천수는 국가가 자원으로 관리하는 일종의 자연공물이며, 그에 대한 환경부장관의 허가처분은 공물에 대한 특별사용의 일종인 특허처분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하천수 사용료는 자연공물에 대한 사용대가로서 부과하는 것이므로 일종의 사용료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취지에서 볼 때 대법원이 실제 하천수의 사용량에 따라서 사용료를 부과하도록 판시한 것은 법리상 무리 없는 판단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이 이러한 판단에 이르게 된 것은 하천법과 동법 시행령, 관련 조례 및 국토교통부장관(현행법상 환경부장관)이 승인한 한국수자원공사의 댐용수공급규정이라는 일련의 실정법의 충실한 해석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천수 사용료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승인한 댐용수공급규정에 따라서 실제사용량을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대법원이 이와 같은 일련의 실정법에 해석에 치중한 나머지 상호 법적 성격이 상이한 댐용수와 하천수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견해를 제시한 점이다. 대법원은 “‘댐’이란 하천의 흐름을 막아 그 저수를 이용하기 위하여 쌓은 공작물을 말하고 ‘하구둑’은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하천의 하류에 쌓은 공작물을 말하므로, 댐 및 하구둑에서 공급하는 댐용수는 그 본질상 하천수와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댐용수와 하천수의 성격과 이들의 이용관계에 대한 이해는 댐용수를 규율하는 법규와의 체계적인 해석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댐이 하천법상 하천시설이기는 하지만 인공의 구조물을 축조하고 여기에 물을 저수하여 관리한다는 점에서 자연공물인 하천 및 하천수와 구별된다. 그렇기 때문에 댐과 댐용수에 대해서는 하천수와는 별도의 특별한 법적 규율을 가하고 있다. 댐과 댐용수에 대해서는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하 댐건설법이라 한다)이 별도로 제정되어 이 법에 의하면 댐이란 하천의 흐름을 막아 그 저수(貯水)를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환경개선용수, 발전, 홍수 조절, 주운(舟運), 그 밖의 용도로 이용하기 위한 높이 15미터 이상의 공작물을 말하며, 여수로(餘水路)·보조댐과 그 밖에 해당 댐과 일체가 되어 그 효용을 다하게 하는 시설이나 공작물을 포함한다(제2조 제1호). 보다 중요한 것은 하천수와 댐용수라는 수리권의 법적 성격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댐건설법은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한 수리권과는 달리 댐사용권이라는 별도의 수리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댐사용권이란 다목적댐에 의한 일정량의 저수를 일정한 지역에 확보하고 특정용도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제2조 제3호). 댐사용권은 이를 사용하려는 자의 신청을 받아 환경부장관이 설정하며(제24조 제1항), 댐사용권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산출한 금액의 납부금을 국고에 납부하여야 한다(제33조). 또한 댐사용권은 등록하여야 하며(제32조 제1항), 물권으로 취급한다(제29조). 이와 같은 댐건설법상의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댐용수를 사용할 수 있는 수리권으로서 댐사용권은 이를 설정받은 자가 납부금 또는 부담금을 납부함으로서 댐건설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에 대하여 자기기여분을 가지게 되며, 댐용수권자는 댐용수를 필요로 하는 자가 있는 경우 그 자와 용수계약을 체결하여 댐용수를 수익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댐용수에 대한 사적 유용성과 처분권능을 갖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댐용수에 대한 수리권은 헌법상 재산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며, 물권으로서 일정한 범위에서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된다. 반면에 하천수 사용허가는 특허처분이기는 하지만 하천수의 사용에 대한 단순한 수익적 행정처분에 불과하며, 현재 행정 실무상 하천수 사용허가를 받은 상대방은 사용허가에 대하여 행정수수료도 납부하지 않고 다만, 그 사용량에 따라서 하천수 사용료만을 내는 것이 전부이다. 더 나아가 하천수 사용허가를 등록하는 제도도 없으며, 하천법이 이를 물권이나 유사한 권리로 인정하는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하천수 사용허가를 받은 자는 수익적 행정처분의 상대방으로서 법적 지위를 가지는 것으로서, 그 취소나 철회 시에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는데 그칠 뿐 물권에 준하는 권리를 가지거나 더 나아가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으로 보기 어렵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댐용수는 그 본질상 하천수와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자연공물인 하천과는 달리 인공구조물인 댐과 댐에 저수된 물의 이용관계가 서로 상이한 법적 취급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대법원은 필자가 뭔가 오해하고 있다고 재반박할 여지도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용량 부과원칙은 하천수 사용료의 부과에 적용되는 하천법 등 일련의 규범 해석상 필연적인 결과일 뿐 대법원이 하천수와 댐용수의 사용에 대한 수리권이 법적으로 동일하다는 견해를 표명한 것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댐용수는 그 본질상 하천수와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면서 그 근거로서 하천법이 하천수 사용허가를 받아 하천의 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댐용수 사용료를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고, 한국수자원공사법은 하천수 사용자가 한국수자원공사에 사용료를 내는 경우에는 하천수 사용료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규정들이 하천수 사용료라는 비용부담에 대해서만 댐용수 사용과 하천수 사용이 그 본질에 있어 다르지 않다는 전제 하에 둘 사이의 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천수와 댐용수를 동일시하는 대법원의 견해가 비용측면에서만 타당한 것인지 혹은 양자의 수리권이 법적으로 동일하다는 의미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필자가 평석 대상 대법원 판결을 주목하는 이유는 利水, 治水, 水生態界로 구성되는 水法의 3각 체계(Trias des Wasserrechts)는 물의 사용에 대한 체계적인 법리구성이 그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처럼 댐용수와 하천수 사용을 동일한 법률관계로 파악하는 경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재산권 내지 권리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하천수 사용허가의 상대방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은 댐건설법상의 댐사용권 변경처분 취소소송(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7두73761)에서 댐사용권을 재산권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한 바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타당한 것이다. 반면에 하급심에는 하천수 사용허가의 권리성 여부에 대하여는 상이한 판결이 내려지고 있는데(대전고등법원 2017. 7. 17. 선고 2013누1773 보상금증액, 대전지방법원 2013. 10. 16. 선고 2010구합4805 보상금증액), 대법원은 하천수와 댐용수 사용이라는 수리권의 성격이 상이함을 인정하여 우리나라 수리권법의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물의 사용에 대한 체계적인 법리구성은 왜 중요한가? 물은 인간과 동식물의 생존에 필수적인 공유재이므로 “수리권 중 보호할 것은 보호하되, 과도한 보호는 지양한다”는 원칙이 공존과 상생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김성수 교수 (연세대 로스쿨)
하천수
사용료
댐용수
수리권
김성수 교수 (연세대 로스쿨)
2018-10-05
민사일반
준거법의 범위와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 대상판결: 대법원 2016.3.24. 선고 2013다81514 판결 - I. 대상판결의 요지 당사자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계약 당사자는 어느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거나 그중 특정 조항이 당해 계약에 적용된다는 합의를 할 수 있고 그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소송절차에서 비로소 당해 사건에 적용할 규범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가 일치하는 의견을 진술하였다고 해서 이를 준거법 등에 관한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II. 국제협약이 준거법의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의 당사자가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는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상인법(lex mercatoria 또는 law merchant)과 같은 국제적 관습, UNIDROIT 국제상사계약규칙(UNIDROIT Principles of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1980)과 같은 법원칙 또는 국제물품매매협약(UN Convention on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과 같은 국제협약 등 비국가적 규범도 포함되는지 문제된다. 2. 논의의 실효성 비국가적 규범이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있다면 이는 ‘저촉법적 지정’이 되지만, 만일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없다면 당사자의 합의는 그러한 비국적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실질법적 지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저촉법적 지정은 준거법의 지정이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적용은 배제되고 국제적 강행규정만이 적용된다. 그러나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경우에도 적용이 배제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계약이 체결된 후에 법이 개정되었다면 개정된 법이 적용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개정되기 전의 법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된 것으로 봐야 하므로 그 적용이 배제된다. 또한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법원이 규범의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해야 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편입된 법규가 계약의 내용이 되므로 당사자가 편입된 법규의 내용에 대하여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 3.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준거법은 특정국가의 법에 한정된다고 본다. 국제사법의 전반에서 언급하고 있는 ‘법’의 전통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는 특정국가의 법이고, 제5조에서 ‘법원은 이 법에 의하여 지정된 외국법’이라고 규정하고 제7조나 제33조 등에서 ‘대한민국법’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종합하여 보면 준거법은 외국법이거나 대한민국법으로서 특정국가의 법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준거법의 분열의 한계와 관련하여서 문제가 발생한다. ‘준거법의 분열’이란 하나의 법률관계의 실체적 내용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적용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국제사법 제25조 제2항에서는 “당사자는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도 준거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준거법의 분열을 허용하고 있다. 대법원 2016.6.23. 선고 2015다5194 판결에서는 당사자가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만 준거법을 선택한 경우, 선택된 준거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영역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소위 객관적 준거법이 적용된다고 보고 있으므로, 비국가적 규범만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있거나 비국가적 규범과 특정국가의 법을 모두 지정하는 경우 모두 준거법의 분열이 발생한다. 그러나 준거법의 분열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법의 내용에 차이가 있고, 한 국가의 국내법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동시에 적용되면 적용되는 법률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거나, 생소한 다른 국가의 제도를 국내의 제도에 맞춰야 하는 복잡한 적응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지정된 복수의 준거법이 적용되는 부분이 다른 부분과 분리가능하여 상호 모순저촉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계 내에서만 준거법의 분열이 허용된다. 그런데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위와 같은 한계를 완전히 무시하고서 준거법의 분열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부당하다. 대상판결에서 국제협약이 준거법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건대, 위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깊은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저촉법적 지정은 할 수 없다고 본다. 참고로 우리의 국제사법의 바탕이 된 유럽공동체(EC)의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협약’(‘로마협약’) 에서는 당사자가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이라고 해석되어 왔다. 그런데 위 로마협약을 개정한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규칙’을 제정되는 과정에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준거법은 특정 국가의 법으로부터만 도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아니하였다. III.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주요사실에 대하여만 변론주의가 적용되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실이 주요사실이란 점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대상판결과 같이 준거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본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주장 및 증명해야 비로소 법원이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당사자의 주장이 없는 한 법원이 직권으로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1) 주요사실의 의미에 따른 비판 주요사실이라 함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말한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다카1489 전원합의체 판결). 즉 권리와 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이라는 실체법적 효력을 가져오는 요건사실이 주요사실에 해당한다.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분류하는 견해도 있지만 ‘절차법-실체법’과 ‘저촉법-실질법’이 대비되고 있는 바와 같이, 저촉법인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분과 그 영역을 달리한다(석광현, ‘국제사법 해설’, 법문사, 2013, 4쪽). 그런데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보던지 저촉법으로 보던지 상관없이 국제사법이 실체법이 아니란 점은 명백하므로 국제사법 제25조에 따른 준거법의 지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2) 적용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국제적 분쟁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이를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법에 따르면 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은, 1차적으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지정한 국가의 법이 되고(제25조 제1항), 이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2차적으로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된다(제26조). 따라서 법원은 직권으로 계약의 1차적 준거법인 당사자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해야 한다. 게다가 대상판결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적용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이고,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는 적용할 법률을 결정하는 합의이므로, 법원은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하는데 있어서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받지 아니한다. 덧붙여 대상판결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는 계약의 내용이 되고 계약의 내용은 주요사실이라는 이유로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를 주요사실로서 자백의 대상으로 본 듯하다. 그러나 당사자의 합의라고 하더라도 모두 주요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 판례에서는 소송상 합의인 부제소의 합의를 채권계약으로 보고 있으면서도(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2다73821 판결), 이러한 부제소의 합의가 소송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이를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따라서 당사자의 합의라는 이유만으로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까지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IV. 결론 이상으로 대상판결과 달리, 사견에 따르면 국제협약을 포함한 비국가적 규범은 준거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의 존재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서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편 대상판결 중 문제된 판시내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른 아쉬움이 있다. 적지 않은 국제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좀 더 많은 국제사법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국제협약
준거법
국제사법
2017-02-20
흑자법인에 재산 증여한 경우 그 주주에 대한 증여세 과세의 적법 여부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두14283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들의 조부인 A가 2007. 10. 흑자법인인 주식회사 甲에게 자신이 보유하던 주식회사 乙 발행주식 488만5110주(이하 '이 사건 주식')를 증여하였다(이하 '이 사건 증여'). 증여 당시 원고 B는 甲 발행주식 1만250주, 원고 C는 甲 발행주식 1만500주를 각 보유하고 있었다. 甲은 이 사건 주식을 증여받은 데 대하여 자산수증이익을 익금에 산입하여 2007 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A의 甲에 대한 이 사건 증여로 원고들이 그 소유 주식 가치증가분 상당의 이익을 증여받은 것이어서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07. 12. 31. 법률 제88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 제42조 제1항 제3호의'사업양수도 등에 의하여 가액이 변동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들에게 증여세를 각 부과하였다. 2. 판결 요지 원칙적으로 어떤 거래가 법 제2조 제3항에서 규정한 증여의 개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의하여 증여세의 과세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일정한 거래만을 과세대상으로 한정하여 규정함으로써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 거래가 법 제2조 제3항의 증여의 개념에 들어맞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는 없다. 법 제41조 제1항이 결손법인의 경우 결손금을 한도로 증여이익을 산정하도록 한 것은 흑자법인과의 거래로 인한 이익에 대해서는 과세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흑자법인과의 거래로 주주가 얻는 이익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는 이상, 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주주에게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고, 이 사건 주식의 증여는 단순한 주식의 증여에 해당할 뿐 법 제42조 제1항 제3호 후단의 사업양수도 등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3. 평석 가. 과세의 배경 2003. 12. 30. 법을 개정하면서 제2조 제3항에서'재산의 직접·간접적인 무상이전'과 '타인의 기여에 의한 재산가치의 증가'를 포함하는 포괄적 증여 개념을 규정하고 증여의제규정을 가액산정규정으로 전환하게 되자, 과세관청은 개별 가액산정규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흑자법인의 주주 등에 대해서도 법 제2조 제3항이 독립적 과세요건규정이 된다는 이유로 과세하기 시작함으로써 법 제2조 제3항의 법적 성격과 법 제41조 등과의 상호 관계가 문제되었다. 나. 법 제41조의 요건을 흠결한 증여를 법 제2조 제3항에 의하여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법 제41조의 거래 유형에는 해당하지만 그 요건을 흠결한 거래에 대해서는 법 제2조 제3항에 의하여 과세가 가능하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⑴ 종전의 증여의제규정을 증여재산가액의 계산 규정으로 바꾸기는 하였지만 개별 가액산정규정에서 일정한 유형의 거래를 대상으로 하여 거래 당사자 간에 특수관계를 요구하기도 하고, 또한 과세대상 등에 관한 사항이 개정되기도 하였는바, 이는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도모하고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과세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자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고,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두11559 판결도 법 제41조의3 제1항의 '최대주주 등'을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개별 가액산정규정을 단순한 예시적 규정으로는 보지 않았다. ⑵ 법 제4조 제4항 단서는 증여자의 증여세 연대납부의무 면제 대상으로 법 제41조와 달리 법 제2조 제3항은 열거하지 않고 있는바, 만약 법 제41조의 요건을 일부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도 법 제2조 제3항에 의하여 과세 가능하다면 법 제41조보다 법 제2조 제3항에 의한 과세의 경우 증여자의 연대납부의무 면제 필요성이 더 클 것임에도 그와 달리 규정하고 있다. ⑶ 2014. 1. 1.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가 개정되면서 흑자법인에 증여하는 경우도 과세대상으로 추가되었지만 그 부칙 제2조에 의하여 위 법 시행 후 증여받는 분부터 적용하게 되는데, 법 제2조 제3항에 의하여 흑자법인의 주주에 대해서도 과세가 가능하다고 본다면 2014. 1. 1. 개정된 규정이 소급 적용되는 결과에 이르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개별 가액산정규정에서 증여세 과세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 거래는 법 제2조 제3항의 증여의 개념에 들어맞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본 것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다. 법 제33조 내지 법 제42조가 규정하지 않은 변칙적 증여에 대해 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원칙적으로 어떤 거래가 법 제2조 제3항에서 규정한 증여의 개념에 해당하는 경우 제1항에 의하여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는바, 이 판시에 근거하여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하지 않은 변칙적 증여에 대해서도 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다고 볼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하지 않은 변칙적 증여에 대해서는 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과세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⑴ 법 제2조 제3항의 입법 취지는 세법 고유의 증여 개념을 마련하는 데 있었고, 조문 또한 제1장 총칙 편에 위치하고 있으며, 규정 형식 역시 "이 법에서 '증여'란 -말한다"고 증여 개념을 정의하는 식으로 되어 있을 뿐이다. ⑵ 증여의제규정을 가액산정규정으로 전환하면서도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과세대상 등의 제한내용을 그대로 남겨둔 것인데,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하지 않은 변칙적 증여를 법 제2조 제3항으로 과세하게 되면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침해하게 되고,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한 유형이라도 요건을 흠결하면 과세를 못하게 되는데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하지도 않은 변칙적 증여에 대해서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은 모순이다. ⑶ 법 제33조 이하의 증여재산가액 계산에 관한 규정은 각각의 규정이 정한 증여 그 자체에 대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 제2조 제3항의 증여에 대하여 법 제33조 이하의 규정을 준용하여 계산하기는 어렵다. ⑷ 2013. 1. 1.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개정 법') 제32조 제3호는 증여재산가액 계산방법으로 나목에서 '타인의 기여에 의하여 재산가치가 증가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 법 제32조 제3호 나목과 법 제42조 제1항 제3호 후단에 대한 증여가액 계산방법이 동일하여 법 제42조가 예정하지 않은 변칙적 증여에도 법 제2조 제3항에 의한 과세가 가능함을 전제로 개정 법 제32조 제3호 나목에 따라 증여재산가액을 계산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법 제42조의 요건을 흠결한 증여에도 과세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라. 법 제41조가 규정한 유형에 속하는 거래를 법 제42조 제1항 제3호의 '사업 양수도 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대상판결이 이 사건 주식의 증여는 단순한 주식의 증여에 불과하여 법 제42조 제1항 제3호의 '사업 양수도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지극히 타당하다고 보인다. ⑴ 법 제43조는 법 제41조와 법 제42조가 동시에 적용되는 것을 예정하고 않지 않고, 법 제42조 제1항은'제41조에 따른 증여 외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 제42조보다 먼저 법 제41조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⑵ 주식 증여의 경우 발행주식 총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사업주체가 변경되는 등의 사정도 없으므로, '사업 양수도 등'이 있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⑶ 법 제41조가 규정한 거래 유형에는 해당하지만 과세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어서 과세대상이 아닌 것을 함부로 법 제42조의 유형에 해당한다고 보아 과세하는 것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심히 침해하게 된다. 4. 결론 대상판결은 법 제41조가 정한 과세대상과 한계를 벗어난 증여에 대해서 법 제2조 제3항 또는 법 제42조 제1항 제3호를 적용하여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최초의 판결 중의 하나로서 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 할 것이나, 대상판결에 근거하여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변칙적 증여에 대해서도 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다고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리라 본다.
2015-11-19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수당이 압류금지채권인지 여부
1. 사실관계 채권자는 손해배상청구사건의 가집행선고부 판결정본에 기하여 채무자가 국회의원으로서 국회법 제30조 및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규칙에 의하여 제3채무자로부터 매월 지급받는 수당, 입법활동비, 여비, 입법정책개발비의 지급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였다. 채무자의 국회의원임기는 2012년 5월29일 종료하였다. 2. 대법원 결정의 요지 가.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각 비용 지급의 목적과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는 국회의원으로서의 고유한 직무수행을 위하여 별도의 근거조항을 두고 예산을 배정하여 그 직무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국가가 지급해 주는 것으로, 국회의원의 직무활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 또는 수당과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국회의원의 직무수행을 위하여 지급하는 위 비용들에 대하여 압류를 허용할 경우, 위 비용들이 위 법률에서 정한 목적이 아닌 개인적인 채무변제 용도로 사용됨으로써 국회의원으로서의 고유한 직무수행에 사용될 것을 전제로 그 비용을 지원하는 위 법률에 위배된다. 또한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인 입법활동과 정책개발, 공무상 여행 등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해지거나 심각하게 저해될 우려가 있으므로, 위 법률에 따라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는 위 법률에서 정한 고유한 목적에 사용되어야 하며 이러한 성질상 압류가 금지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에서 말하는 급여채권은 계속적인 역무의 제공에 대한 보수를 총칭하는 것으로 공무원의 직무상 수입도 여기에 포함되는 점,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제5조는 "국회의원이 법률이 허용하는 다른 공무원의 직을 겸한 때에는 국회의원의 수당과 겸직의 보수 중 많은 것을 지급받는다"고 정하여, 국회의원이 지급받는 수당과 공무원이 지급받는 보수가 서로 대체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소득세법 제20조 제1항 제1호는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받는 봉급·급료·보수·세비·임금·상여·수당과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를 근로소득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에 따라 국회의원의 세비인 수당을 근로소득으로서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같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급받는 일반수당, 관리업무수당, 정액급식비, 정근수당, 명절휴가비와 같은 수당은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의 '급료·연금·봉급·상여금·퇴직연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에 해당하여 그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 또는 같은 호 단서에 따른 금액에 대하여는 압류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평석 가.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의 경우 (1) 성질상 압류가 금지되는 채권의 의미 판례, 통설에 의하면 민사집행법 소정의 압류금지채권이나 각종 특별법상의 압류금지채권과 별도로 채권이 양도성이 없는 경우에는 현금화(전부명령, 추심명령 등)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없다(주석 민사집행법(김능환·민일영 집필대표) 5권, 593쪽; 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Ⅲ], 296쪽 등).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양도할 수 없고(민법 제449조 제1항 단서), 양도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채권을 피압류채권으로 하는 채권압류명령을 신청할 수 없다.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로 통설은 채권자가 변경되면 급부내용이 전혀 달라지는 채권(계약에 의하여 특정한 사람을 부양하게 하는 채권 등), 채권자가 변경되면 채권의 행사에 커다란 차이가 생기는 채권(위임인의 채권, 종신정기금채권 등), 특정한 채권자와의 사이에 수수·결제되어야 할 특별할 사정이 있는 채권(상호계산에 산입된 채권)을 들고 있다(주석 채권총칙(박준서 집필대표) 2권, 534쪽). (2)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지급된 돈이 압류금지채권인지 여부 위와 같이 특정한 채권자와의 사이에서만 수수·결제되어야만 하는 채권은 당사자 사이의 계약뿐만 아니라 법률규정에 의하여 성립할 수 있다. 법률에서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돈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그 돈도 역시 특정한 채권자 사이에서만 수수·결제되어야 한다고 보아야 한다. 만일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어 특정한 채권자 이외의 사람에게 지급된다면 개인의 채무변제 명목으로 전용되어 결국 지급을 명한 법령의 취지에 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용도 외 사용금지규정이 있는지 여부를 불문한다. 실무상 용도 외 사용금지, 용도 외 사용시 처벌규정이 존재하면 압류금지채권이고 그렇지 않으면 압류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으나 반드시 그렇게 볼 수는 없다. 이러한 견해는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1항을 근거로 들고 있다. 위 제22조 제1항은 보조금의 용도 외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급되는 돈의 성격이 보조금이 아닌데도 함부로 보조금에 관한 규정을 원용할 수는 없다. 보조금은 국가 외의 자가 수행하는 사무 또는 사업에 대하여 국가가 이를 조성하거나 재정상의 원조를 하기 위하여 교부하는 부담금, 그 밖에 상당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고 교부하는 급부금이다(위 법 제2조 제1호). 돈의 성격이 사업 조성, 재정상 원조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보조금이라 할 수 없다. 판례는 중요무형문화재가 지급받는 전승지원금청구채권이 성질상 압류가 금지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금원의 목적 내지 성질상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특정인 사이에서만 수수, 결제되어야 하는 보조금교부채권은 성질상 양도가 금지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러한 법리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중요무형문화재를 보호·육성하기 위하여 그 전수 교육을 실시하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만 전수 교육에 필요한 경비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는 금원으로서 그 목적이나 성질상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사이에서만 수수, 결제되어야 하는 전승지원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다203461 판결)'고 판시하면서 용도 외 사용금지 규정이 없음을 들어 강제집행의 대상이 된다고 본 원심을 파기하였다. 이 사건에서도 입법활동비(국회의원의 수당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특별활동비(제7조 제1항), 입법 및 정책개발비(제7조의2 제1항), 여비(제8조 제1항) 등은 각 법률규정상 국회의원의 고유한 직무수행을 위하여 지급되는 돈임이 명백하다. 나. 다른 수당의 경우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는 "급료·연금·봉급·상여금·퇴직연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은 압류하지 못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급여채권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받는 임금채권을 말하며 급여소득에는 소득세의 대상이 되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위 주석 민사집행법 599쪽). 한편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의원이 받는 비용 등이 압류금지채권이 되는지에 관하여 과거 대법원은 "지방의회의원이 지급받는 비용들은 근로자의 근로의 대가로서의 급여와는 그 성격이 다른 것으로서 지방의회의원은 지방자치법에서 정한 겸직의 제한을 받는 외에는 보수를 수반한 겸직이 금지되고 있지 아니하므로 지방의회의원에게 지급되는 비용들은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에서 정한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4. 6. 18. 자 2004마336 결정)"고 결정한 바 있다. 주석 민사집행법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겸직이 금지되고 있지 않은 국회의원(국회법 29조)의 세비 등 수당청구권과 같은 것은 본 호의 압류제한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다"고 한다(위 주석 민사집행법, 600쪽). 그러나 국세징수법 제33조 제1항은 세비는 그 중 2분의 1을 압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대상 결정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국회의원의 세비인 수당도 과세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세비 중 수당도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3호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참고로 원심결정 당시의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공무원, 정부투자기관의 임직원, 농수협의 임직원,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는 교원'을 제외한 모든 직을 겸할 수 있었지만 {구 국회법(2012. 3. 21. 법률 제114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1항} 2013년 8월13일 법률 제12108호로 국회법이 개정되어 '국무총리, 국무위원, 공익 목적의 명예직, 다른 법률에서 임명위촉되도록 정한 직'을 제외하고는 모든 직을 겸할 수 없게 되었다(제29조 제1항). 한편 지방의회의원은 포괄적으로 겸직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지만(지방자치법 제39조 참조), 2004년 이후 의정활동비가 생계나 품위를 유지할 정도로 많이 인상되었다. 향후 대법원결정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2015-01-26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의 위헌성
Ⅰ. 사실관계 및 대상결정 요지 청구인들은 형법상 강제추행죄로 각 유죄판결을 받아 구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2010. 4. 15. 법률 제10258호로 제정되고, 2012. 12. 18. 법률제1155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성폭력특례법'이라 한다) 제32조 제1항에 의하여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었는데, 신상정보 등록의 근거인 위 규정이 청구인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거나, 신상정보의 제출의무를 부과한 같은 법 제33조가 청구인의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였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청구인들에게 직접 적용되는 부분은 구 성폭력특례법 제32조 제1항 중 '제2조 제1항 제3호 가운데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로 보고 위헌여부에 대해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다수의견(7인)은 해당 규정이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평등권,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고 합헌으로 판단하였으며, 소수의견(2인)은 해당 규정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해당 규정의 적법절차원칙 위배여부에 관해 "성폭력특례법은 법원이 등록대상 성폭력범죄로 유죄판결을 선고할 경우 등록대상자라는 사실과 신상정보 제출의무가 있음을 등록대상자에게 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고(제32조 제2항),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의 범위, 신상정보 제출의무의 내용 및 신상정보의 등록·보존·관리는 모두 법률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으므로 적법절차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상결정에 대한 평석 1.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은 보안처분으로서의 위헌성 대상결정 중 다수의견에 의하면, 신상정보등록제도가 보안처분이라고 보면서도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더라도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기에 적법절차원칙에 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 헌법재판소는 구 사회보호법상 제5조 보호감호처분에 대한 위헌심판사건에서 "구 사회보호법 제5조 제1항은 전과나 감호처분을 선고받을 사실 등 법정의 요건에 해당되면 재범의 위험성 유무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그에 정한 보호감호를 선고하여야 할 의무를 법관에게 부과하고 있으니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제37조 제2항 및 제27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하여 위헌결정을 한 바가 있다(헌법재판소 1989. 7. 14. 88헌가5, 8, 89헌가44(병합)). 또한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행위자에 재범의 위험성은 보안처분의 핵심이며, 헌법 제12조 제1항이 규정한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에서 구현된 죄형법정주의의 보안처분적 요청은 '재범의 위험성이 없으면 보안처분은 없다'는 뜻을 내포한다"고 설시하였다. 즉,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보안처분은 그 부과에 있어서 재판의 형식에 의하든, 법률 자체에서 정하고 있든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의 적법절차원칙에 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일률적인 장기간의 보안처분 및 가종료 규정 부재로 인한 위헌성 보안처분은 장래 재범의 위험성을 전제로 부과될 수 있기에 재판단계에서 미리 재범의 위험성 및 그 소멸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행 성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부과되는 보안처분들은 아래 표와 같이 재범의 위험성을 주요요건으로 부과되며 재판상 부과시점에서 보안처분 기간을 정하도록 하거나 사후 집행과정에서 심사를 통한 종료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구 성폭력특례법상 신상정보등록은 법률 자체에서 10년으로 일률적으로 등록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사후 불복이나 집행과정에서의 심사를 통한 종료가능성 자체가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는 적법절차원리에 반하여 위헌성이 있다. 3. 현행 성폭력특례법의 위헌성 가중 및 개선입법 제언 2012년 12월18일자로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현행 성폭력특례법(법률 제11556호)에서는 신상정보등록대상자를 기존 제외되었던 경미한 성폭력범죄(가령,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카메라등이용촬영, 통신매체이용음란, 공중화장실 등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까지 모두 포함하여 전면 확대하였으며, 기존 10년이던 등록기간도 20년으로 연장하여 위헌성이 더욱 가중되었다. 특히 부칙에서 과거 신상정보공개 ·고지명령 대상자가 아니었던 자들에 대해서도 소급적용을 인정하고 있는데, 사후 공개·고지명령이 부과된 경우 그 시점부터 20년간 신상정보등록대상자로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부칙규정은 법원의 심사를 통한 향후 재범의 위험성을 전제로 한 것이긴 하나 소급적용으로 새로이 20년간이나 신상정보등록대상자가 되도록 한 측면에서 위헌소지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위와 같이 성폭력특례법을 개정하면서 각종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규정도 폐지를 하였기에 초범으로서 경미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처벌 자체를 피하기 힘들며 형벌을 압도할 20년간의 신상정보등록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에서 비롯되었는지 검찰에서는 초범으로서 사안이 경미한 성범죄에 대해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확대 적용하고 있고, 법원에서도 사안에 따라 다르겠으나 선고유예를 선고하면서 신상정보등록에 대해서는 선고유예가 실효되는 경우에 한해 등록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결이유에서 판시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와 같은 선고유예 실효조건부 신상정보등록의무부과 판결에 대해 최근 대법원(대법원 2014. 11. 14. 선고 2014도3564 판결)은 신상정보등록의무가 선고유예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위법하며, 다만 선고유예 후 2년이 경과하여 면소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 그 때부터 신상정보등록의무를 면한다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하지만 이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 자체의 과도한 위헌성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입법적 개선을 통해 해결하여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상결정 중 다수의견도 '입법자에 대한 권고'라는 항을 통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대상자의 연령·직업·재범의 위험성 등 행위자의 특성, 당해 범행의 종류·동기·범행과정·결과 및 죄의 경중 등 범행의 특성, 신상정보 등록으로 인하여 대상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성폭력범죄의 예방 효과 및 성폭력범죄로부터의 피해자 보호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상정보를 반드시 등록할 필요가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이정되는 경우가 예외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입법자로서는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보호하면서도 성폭력범죄의 예방이라는 입법목적에 맞는 구체적 타당성 있는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으로서, 예컨대 법원이 산상정보 등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미 마쳐진 신상정보 등록에 관하여도 당사자가 불복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등의 입법보완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언급하긴 하였으나, 보안처분의 본질인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의 위헌성 자체를 비켜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입법론을 제언하자면, 부과단계에서 신상정보등록의 요건과 기간을 신상공개·고지명령과 동일하게 규정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판단하도록 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긴 하나, 신상정보등록의 독자적인 재범방지 등 효과를 감안한다면 일률적으로 20년의 신상정보등록의무를 부과하더라도 성범죄자에 대한 다른 보안처분과 같이 보호관찰심사위원회와 같은 기관에서 등록의무 가종료심사 규정을 두는 것도 가능하지 않나 싶다.
2015-01-15
조망이익과 조망이익 침해에 대한 수인한도 판단 기준
Ⅰ. 사실관계 대상 판결 중 조망침해에 관한 사실관계만 살펴본다. 이 사건 피해아파트 부지와 이 사건 신축아파트 부지는 모두 용도지역이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서 피고는 위 신축아파트를 건축함에 있어서 인접한 토지의 경계선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건축법령의 관련 규정 등 제반 공법상 규정을 준수하였다. 이 사건 신축아파트와 이 사건 각 피해세대 사이의 이격거리는 최소 33.34m, 최대 46.29m, 위 신축아파트의 높이는 약 40.7m에 이르게 되었는데, 위 각 피해세대가 속한 이 사건 피해아파트 105동과 그 북쪽 방향에 있는 위 피해아파트 103동 사이의 이격거리는 54m이면서 위 105동의 높이는 54.3m이고, 위 103동과 그 북쪽 방향에 있는 이 사건 피해아파트 101동 사이의 이격거리는 58.8m이면서 위 103동의 높이는 54.3m이다. 이 사건 신축아파트 103동과 그 남쪽 방향에 있는 위 신축아파트 104동 사이의 이격거리는 28.43m 또는 30.15m이면서 위 104동의 높이는 27.45m 또는 30.1m이고, 이 사건 신축아파트 105동과 그 남쪽 방향에 있는 위 신축아파트 106동 사이의 이격거리는 40.8m이면서 위 106동의 높이는 40.7m이다. 이 사건 신축아파트로 인하여 일조가 침해된 피해아파트 세대에서의 조망침해율은 55.39% 내지 91.66% 증가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인접 토지에 건물 등이 건축되어 발생하는 시야 차단으로 인한 폐쇄감이나 압박감 등의 생활이익의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소송에서 침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수인할 정도를 넘어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인지 여부는, 피해 건물의 거실이나 창문의 안쪽으로 일정 거리 떨어져서 거실 등의 창문을 통하여 외부를 보았을 때 창문의 전체 면적 중 가해 건물 외에 하늘이 보이는 면적비율을 나타내는 이른바 천공률이나 그 중 가해 건물이 외부 조망을 차단하는 면적비율을 나타내는 이른바 조망침해율 뿐만 아니라, 피해건물과 가해건물 사이의 이격거리와 가해 건물의 높이 및 이격거리와 높이 사이의 비율 등으로 나타나는 침해의 정도와 성질, 창과 거실 등의 위치와 크기 및 방향 등 건물 개구부 현황을 포함한 피해 건물의 전반적인 구조, 건축법령상의 이격거리 제한 규정 등 공법상 규제의 위반 여부, 나아가 피해 건물이 입지하고 있는 지역에 있어서 건조물의 전체적 상황 등의 사정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지역성, 가해건물 건축의 경위 및 공공성, 가해자의 방지조치와 손해회피의 가능성, 가해자 측이 해의를 가졌는지 유무 및 토지 이용의 선후관계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신축아파트와 피해아파트의 피해세대 사이의 이격거리와 신축아파트의 높이 및 이격거리와 높이의 비율 등 가해건물과 피해건물 사이의 배치관계가 그 지역에서 이례적인 것으로 보기 어려운데도, 이른바 조망침해율의 증가만을 이유로 피고의 신축아파트 신축으로 원고에게 수인한도를 초과한 시야차단으로 폐쇄감이나 압박감이 발생하였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시야차단으로 인한 폐쇄감이나 압박감의 수인한도에 관한 법리오해 등 위법이 있다 Ⅲ. 종전 대법원 판결(2004. 9. 13. 선고 2003다64602 등)에서의 조망이익 침해 판단 기준 1. 조망이익의 인정 요건 어느 토지나 건물의 소유자가 종전부터 향유하고 있던 경관이나 조망이 그에게 하나의 생활이익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된다면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인바, 이와 같은 조망이익은 원칙적으로 특정의 장소가 그 장소로부터 외부를 조망함에 있어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그와 같은 조망이익의 향유를 하나의 중요한 목적으로 하여 그 장소에 건물이 건축된 경우와 같이 당해 건물의 소유자나 점유자가 그 건물로부터 향유하는 조망이익이 사회통념상 독자의 이익으로 승인되어야 할 정도로 중요성을 갖는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된다. 그와 같은 정도에 이르지 못하는 조망이익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 조망이익 침해가 위법하기 위한 요건 조망이익이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이를 침해하는 행위가 사법상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조망이익의 침해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수인한도를 넘어야 하고, 그 수인한도를 넘었는지 여부는 조망의 대상이 되는 경관의 내용과 피해건물이 입지하고 있는 지역에 있어서 건조물의 전체적 상황 등의 사정을 포함한 넓은 의미에서의 지역성, 피해건물의 위치 및 구조와 조망상황, 특히 조망과의 관계에서의 건물의 건축?사용목적 등 피해건물의 상황, 주관적 성격이 강한 것인지 여부와 여관?식당 등의 영업과 같이 경제적 이익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는지 여부 등 당해 조망이익의 내용, 가해건물의 위치 및 구조와 조망방해의 상황 및 건축?사용목적 등 가해건물의 상황, 가해건물 건축의 경위, 조망방해를 회피할 수 있는 가능성의 유무, 조망방해에 관하여 가해자측이 해의를 가졌는지의 유무, 조망이익이 피해이익으로서 보호가 필요한 정도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3. 결론 종전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조망이익의 침해가 인정되려면 두 단계를 거쳐야 한다. 즉, 먼저 피해건물의 소유자나 점유자가 그 건물로부터 향유하는 조망이익이 사회통념상 독자의 이익으로 승인되어야 할 정도로 중요성을 갖아야 법적인 보호대상이 되는 조망이익으로 인정되어야 하고, 그 다음으로 조망이익의 침해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수인한도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피해건물 앞에 신축건물의 건축으로 발생하는 시야 차단으로 천공률이나 조망률이 감소하여 폐쇄감이나 압박감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는 조망이익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고, 신축건물이 건축되기 이전에 향유하고 있던 조망이 아름다운 자연적, 역사적 또는 문화적 풍물을 조망하여 미적 만족감이나 정신적 휴식을 향수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조망적 이익 내지 환경적 이익 등의 생활이익의 침해가 있어야 조망이익의 침해가 있다고 인정된다. 즉, 단지 개방감이 상실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한강 조망, 북한산 조망, 역사적?문화적 조형물 등에 대한 조망에 대한 침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조망이익의 침해가 위법하려면 그 침해정도가 수인한도를 초과하여야 한다. 수인한도를 초과하였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은 아래 대상판결의 검토에서 살펴본다. Ⅳ. 대상판결의 검토 1. 대상판결에서 조망이익 인정여부 판단에 대하여 대상판결에서는 종전 대법원 판결에서 제시하고 있는 조망이익이 법적 보호대상이 될 정도인지에 대하여는 판단이 없다. 종전 대법원 판례는 단순히 조망률과 천공률이 적절히 확보된 것만으로는 조망이익이 있다고 보지 않고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 있어서도 피해아파트가 얻고 있었던 조망이익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것이 종전 대법원 판결에서 인정하는 법적으로 보호대상이 될 만한 조망이익이었는지 에 대하여 판단하였을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원심판결(서울고법 2009. 4. 23. 선고 2008나78387), 제1심 판결(수원지방법원 2008. 7. 22. 선고 2006가합14229)이 신축건물의 건축으로 침해되는 조망의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판시한 바가 없다. 신축건물과 피해건물의 용도지역이 모두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종전 대법원 판결에서 조망이익으로 인정하는 조건인 아름다운 자연적, 역사적 또는 문화적 풍물에 대한 조망이 없어 당사자들이 조망률과 천공률만을 쟁점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의 원심 판결은 개방감 자체를 하나의 조망이익으로 보면서 대법원 판결(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다23850)을 근거로 들고 있으나, 그 대법원 판결은 주로 일조권 침해가 있는 경우에 대한 것으로 시야차단으로 인한 압박감으로 인한 생활이익의 침해도 포함되어 있는 경우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방법에 대한 판시이지, 개방감 자체를 조망이익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종전 대법원 판결과 같이 법적인 보호대상이 되는 조망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주류적인 판례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2. 대상판결에서 추가된 수인한도에 대한 판단기준 대상 판결은 종전 대법원 판결에서의 조망침해가 위법하게 되기 위한 수인한도의 판단기준, 즉 ①당해 조망이익의 내용(조망의 대상이 되는 경관의 내용과 지역성, 조망과의 관계에서의 건물의 건축?사용목적 등 피해 건물의 상황, 영상 경제적 이익과의 결부 등), ②가해 건물의 위치 및 구조와 조망방해의 상황 및 건축?사용목적 등 가해 건물의 상황, ③가해 건물 건축의 경위, ④조망방해를 회피할 수 있는 가능성의 유무, ⑤조망방해에 관하여 가해자 측이 해의를 가졌는지의 유무 이외에 추가로 ⑥천공률이나 조망침해율와 피해건물과 가해건물 사이의 이격거리와 가해 건물의 높이 및 이격거리와 높이 사이의 비율 등으로 나타나는 침해의 정도와 성질도 함께 판단하여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 대상판결은 단지 천공률이나 조망률이 침해된 것만이 수인한도 침해의 판단기준이 될 수 없고 가해건물의 높이에 비하여 피해건물과 가해건물 사이가 상당한 정도 떨어졌다면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침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3. 대상판결의 의미 하급심 판결에서는 종종 개방감 즉, '시야가 차단됨으로 인한 시각적인 폐쇄감이나 정신적인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일정한 범위나 거리에 이르는 개방된 공간까지 시야가 미치는 상태'를 조망이익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하급심 판결이 개방감도 조망이익의 하나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수인한도를 침해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한 천공률, 조망침해율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피해건물과 가해건물 사이의 이격거리와 가해 건물의 높이 및 이격거리와 높이 사이의 비율 등으로 나타나는 침해의 정도와 성질, 창과 거실 등의 위치와 크기 및 방향 등 건물 개구부 현황을 포함한 피해 건물의 전반적인 구조" 등을 고려하여 수인한도를 침해하였는지 판단하도록 그 기준을 제시하였다. 이는 종전의 대법원 판결에서 말하는 '피해건물의 위치 및 구조와 조망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개방감 자체를 법적 보호대상이 되는 조망이익으로 본다 하더라도 수인한도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그 의미가 있다. 다만, 대상판결은 개방감 자체도 법적 보호대상이 될 수 있는 조망이익으로 인정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을 유보하고 수인한도에 대하여만 판단을 하여 개방감만을 법적 보호대상인 조망이익으로 볼 것인지에 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Ⅴ. 사견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는 인구의 과밀화로 인하여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이 필요하여 건물의 고층화?과밀화 현상이 수반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에 따라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의 소유자가 공동생활을 하는데 어느 정도의 조망, 일조 등의 침해가 있는 것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천공률, 조망률로 표시되는 개방감만으로는 법적 보호대상이 되는 조망이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하여 대법원이 판시하고 있는 것처럼 법적으로 보호되는 조망이익에 '자연적, 역사적 또는 문화적 풍물을 조망하여 미적 만족감이나 정신적 휴식을 향수 할 수 있는 조망적 이익 내지 환경적 이익'만이 포함된다면 조망이익을 보호하는 범위가 너무 좁아질 것이다. 이에 필자는 주거용 건물의 조망이익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6조에 따라 도시지역은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 등으로 용도가 지정되어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30조에 따라 주거지역은 전용주거지역과 일반주거지역, 준주거지역으로, 녹지지역은 보전녹지지역, 생산녹지지역, 자연녹지지역 등으로 나누어진다. 이와 같이 피해건물 앞 토지에 지정된 용도에 따라 향후 그곳에 어느 정도 높이의 건물이 건축될 것인지 예상할 수 있다. 피해건물 앞 토지의 용도상 법적으로 어느 정도 높이의 건물이 건축될 수 있는지가 조망이익 및 수인한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즉, 피해건물 앞쪽 토지의 용도상 고층건물이 건축될 것을 예상할 수 없었는데, 용도가 변경되어 고층건물이 지어질 경우에는 종전부터 향유하고 있던 경관이나 조망이 자연적, 역사적, 문화적 풍물을 조망하는 것인지 여부를 떠나 개방감 자체를 법적 보호대상이 되는 조망이익으로 보아야 하고, 그 수인한도는 매우 낮아야 한다. 토지의 용도를 변경하여 건물을 건축함으로 인하여 얻는 개발이익의 상당한 정도는 조망이익의 침해를 당한 피해건물의 소유자에게 손해를 보전하는데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토지의 용도를 변경하여 고층건물을 건축함으로 인하여 수인한도 침해가 과다할 경우에는 공사중지가처분이 인용되어야 하는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반대로 토지의 용도상 언제라도 고층 건물이 건축될 것이 예상된다면 종전부터 향유하고 있던 경관이나 조망이 자연적, 역사적, 문화적 풍물을 조망하는 것이어서 법적 보호대상이 되는 조망이익이라 하더라도 그 수인한도는 매우 높아져야 한다. 이와 같은 기준을 조망이익 및 수인한도의 판단기준으로 한다면 대도시에서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과 피해건물의 이익 보호에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4-11-17
퇴직급여 충당금의 조세특례제한법상 ‘인건비’ 포함여부
Ⅰ. 판결요지 및 관련 법령 1. 판결요지 조세특례제한법상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제도는 기업의 연구개발전담부서에서 소요되는 일정 범위의 인건비 등이 있는 경우에는 기업의 기술인력개발을 장려하려는 목적에서 일정 범위의 금액을 해당 과세연도의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도록 하는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비용만을 세액공제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퇴직금과 같이 장기간의 근속기간을 고려하여 일시에 지급하는 성격의 비용으로서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때에야 비로소 그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후불적 임금은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비용이라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퇴직급여충당금은 법인세법상 당해 사업연도의 소득금액계산에 있어서 손금에 산입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적정한 기간손익의 계산을 위하여 합리적으로 그 비용액을 추산한 것에 불과한 것이어서 이를 반드시 정책적 목적의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액공제 대상인 인건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퇴직급여충당금이나 이를 재원으로 하여 지급되는 중간정산퇴직금은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10조 제1항의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의 대상이 되는 인건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관련 법령 구 조세특례제한법(2010. 1. 1. 법률 제99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조특법') 제10조 (연구·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① 내국인[생략]이 각 과세연도에 연구·인력개발비가 있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에 따른 금액을 해당과세연도의 소득세(사업소득에 대한 소득세에 한한다)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한다. 2. 제1호 외의 내국인 : 가목과 나목에 해당하는 금액을 합한 금액. (단서 생략) 가. 해당과세연도에 발생한 대학 또는 중소기업 등에게 위탁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인력개발비(이하 "중소기업 등에의 위탁 연구·인력개발비"라 한다)가 해당과세연도의 개시일부터 소급하여 4년간 발생한 중소기업 등에의 위탁 연구·인력개발비의 연평균발생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하는 금액의 100분의 50에 상당하는 금액 나~다. (생략) 조특법 시행령(2010. 2. 18. 대통령령 제2203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연구 및 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③ 법 제10조 제1항 제2호 가목에서 "대학 또는 중소기업 등에게 위탁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인력개발비"라 함은 별표6 제1호 나목 및 제2호 가목에 따른 연구개발비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대학 등에 기술개발·교육훈련 및 연구개발지원을 위탁함에 따른 비용을 말한다. 1~7. 생략 Ⅱ. 평석 대상판결은 퇴직급여충당금이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의 '인건비'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한 것으로, 과세관청은 그동안 법률의 명시적인 위임이 없음에도 기본통칙으로 위 규정상 인건비에서 퇴직급여충당금을 제외해 왔다(조특법 기본통칙 9-8…1 제1항 제1호). 본 판결은 인건비의 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으나,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정책적 측면을 고려하느라 조세법규해석의 원칙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첫째, 조세법은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함부로 확장하거나 축소해석해서는 안 된다. 본 사안에 관하여 보면, 조특법은 인건비의 정의에 관하여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 정의는 법인세법에 의하여야 하는데, 법인세법상 인건비는 퇴직급여충당금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1) 우선, 법인세법 제19조의 위임을 받은 법인세법 시행령 제19조는 인건비(제3호) 외에 퇴직급여를 별도의 손금항목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는 퇴직급여가 개념상 당연히 인건비에 포함되므로 별도로 규정할 필요가 없음을 전제한 것이다. 한편, 소득세법은 '종업원의 급여'를 필요경비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고(제27조, 같은 법 시행령 제55조 제1항 제6호), '인건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위 규정 외에 퇴직급여를 별도의 필요경비 항목으로 두고 있지 않다. 2) 법인세법 제26조 각 호는 손금불산입되는 과다경비의 항목을 규정하고 있고, 법인세법 시행령 제43조부터 제48조는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법인세법 제26조 각 호가 열거한 항목의 순서대로 각각의 비용 항목에 관해서 상술하고 있는데, 그 규정체계를 보더라도 법인세법상 인건비에는 퇴직급여가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한편, 퇴직급여충당금은 향후 발생할 퇴직급여에 충당하기 위하여 계상하는 부채성 충당금으로, 법인세법은 이를 임원 또는 사용인이 퇴직할 때 지급하는 퇴직금과 상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3조 제1, 2항). 퇴직급여충당금은 각 사업연도마다 불균등하게 발생하는 퇴직급여를 여러 해의 사업연도에 배분하여 비용으로 계상하는 것이므로 그 성격은 퇴직급여와 같다. 따라서 퇴직급여가 인건비에 해당한다면 퇴직급여충당금 역시 인건비로 보아야 하고,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 퇴직급여충당금을 적립할 경우와 적립하지 않을 경우 퇴직급여의 손금 산입 여부가 달라지는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결국 퇴직급여와 퇴직급여충당금을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퇴직급여가 인건비에 포함된다면 퇴직급여충당금을 인건비에서 제외할 이유가 전혀 없는 바, 그렇다면 퇴직급여충당금 역시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의 인건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법규정의 문언해석상 인건비에 퇴직급여충당금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가능함에도, 문언해석을 우선하지 않고 위 규정의 정책적 목적만으로 퇴직급여충당금을 인건비에서 제외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퇴직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 제공에 대한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축적하였다가 이를 기본적 재원으로 하여 근로자가 퇴직할 때 이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이고, 그 성격은 본질적으로는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닌 것이므로(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4다8333 판결), 상여금, 보수 등과 구별하여 인건비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 또한, 강행법규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고 있어서(제4조 제1항 본문) 연구인력 역시 당연히 퇴직금을 지급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처럼 강행법규에 의해 당연히 지급되어야 하는 퇴직금을 단지 매월 지급하는 임금과 지급시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인건비에서 제외하는 것은 부당하다. 마지막으로, 2012. 2. 2.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은 '인건비에서 퇴직소득 및 퇴직급여충당금을 제외'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는데, 그 이유는 '연구개발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비용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서이다(대통령령 제23590호 제·개정이유). 그렇다면 퇴직급여충당금은 위 개정규정에 의해 비로소 인건비에서 제외되었다 할 것이므로, 대통령령 개정 전에는 퇴직급여충당금도 인건비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위 대통령령의 개정취지에 부합한다. 결론적으로,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의 인건비에는 퇴직급여충당금이 포함된다고 판단했어야 할 것이나, 대상판결은 이와 다른 해석으로 납세자의 권리보호에 미흡하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2014-09-15
국유재산 변상금 부과 외 민사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나
Ⅰ. 사실관계와 쟁점 피고는 한국자산관리공사(원고)가 관리하는 국유지를 2005년 7월1일부터 2008년 12월 31일까지 무단으로 점유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2007년 4월20일부터 세 번에 걸쳐 국유재산법에 따라 총 1642만1750원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피고가 변상금을 내지 않자 원고는 2010년 9월14일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에 대한 민사소송에서는 ① 국유재산법의 변상금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지, ② 민법상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지, ③ 국유재산법에 정해진 대부료가 부당이득금이 되는지, ④ 대부료 조정규정이 부당이득금 산정에 적용되는지, ⑤ 변상금부과처분이 부당이득채권의 시효중단사유가 되는지가 문제돼 왔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국유재산법의 변상금 부과·징수권은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법적성질이 다르다. 따라서 국가는 변상금 부과·징수권의 행사와 별도로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수익자가 반환할 이득은 손실자의 손해에 한정되고, 손실자의 손해는 사회통념상 당해 재산으로부터 통상 수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 상당액이다. 국유재산으로부터 통상 수익할 수 있는 이익은 대부료이므로 국유재산 무단점유 부당이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유재산법에서 정한 대부료 상당액이다. 대부료조정은 적법하게 대부계약을 체결한 성실한 자를 위한 제도인데, 무단점유자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대부료조정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 무단점유자에게 대부료조정을 하면 장기 무단점유자가 오히려 대부기간의 제한을 받는 대부계약자나 단기 무단점유자에 비하여 이익을 얻게 되어 형평에 반한다. 따라서 부당이득산정의 기초가 되는 대부료는 조정대부료가 아니라 산출대부료라고 봐야 한다. Ⅲ. 평석 1.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에 대한 민사소송이 제기되는 이유 누군가 내 땅을 법률상 원인 없이 쓰면 인도소송으로 그를 쫓아내거나 부당이득소송으로 그간의 사용이익을 받아 낸다. 그러나 국유재산은 행정기관이 자력으로 무단점유자를 쫓아내고 사용이익을 받아 낼 수 있다. 국유재산법에 명시된 행정대집행과 변상금부과 및 체납처분이 바로 그것이다(72조, 73조2항). 이것은 우리나라에만 특이한 제도로서 우리 국유재산법의 모태가 된 독일이나 일본에도 없는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사소송이 왜 필요할까? 국유재산 관리기관 중에서 민간 수탁기관은 직접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는 점과 변상금채권에 대한 시효중단장치가 미흡하다는 점 때문이다. 그 밖에 '독촉-압류-공매-청산'이라는 일련의 복잡한 행정행위보다는 법원의 처분에 맡겨버리고 싶은 행정 부담이 한 몫 한다고도 볼 수 있다. 2. 국유재산법의 변상금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지 여부 이 문제는 국유재산법의 변상금으로 민법상 부당이득금을 산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와 사실상 동일하다. 다만 대법원은 구 소송물이론에 입각하여 청구원인이 변상금(대부료의 120%)이냐 부당이득(임료 상당)이냐에 따라 구분하여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은 91다42197 판결에서 국가가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경우 국유재산법의 변상금산정조항이 적용되지 않지만 국가가 변상금부과처분을 하고나서 변상금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한다면 변상금산정조항이 적용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다. 이후 대법원은 2000다28568 판결에서 국유재산법의 변상금을 구하는 민사소송이 불가함을 분명히 하였다. 이 문제는 대상판결 전부터 이미 정리됐다고 볼 수 있다. 3. 민법상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은 구 소송물이론에 따라 국유재산의 부당이득금은 임료 상당이라는 전제에서 이를 민사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는지 판단한다. 대법원은 위 91다42197 판결에서 '국가가 민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경우' 라고 하여 부당이득을 구하는 민사소송이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대법원 판결이 없었고, 변상금을 구하는 민사소송이 불가하다는 2000다28568 판결과 맞물려 실무상의 혼란은 여전했다. 대법원의 91다42197 판결과 2000다28568 판결을 참고하여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하면 대부분의 하급심은 본안 판단을 했지만 몇몇 하급심은 각하판결을 하기도 했다. 변상금과 부당이득반환은 법 영역이 다르고, 그 요건이나 산정방법도 다르다. 공법상의 해결방법이 있다고 해서 사법상의 해결방법에 소의 이익이 없는 것은 아니다. 4.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의 부당이득금(임료 상당의 금원) 산정방법 국유재산의 부당이득을 대부료로 산정할 수 있다면 국가는 '소장제출-임료감정-청구취지변경'이라는 복잡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고, 감정평가비용도 절약하게 된다. 대부료는 재산가액에 일정요율을 곱하여 산정하는데(법 32조1항, 영 29조), 임료감정방식과 큰 차이가 없다. 다수의 하급심은 임료감정 없이 대부료를 부당이득으로 봤지만, 명백한 대법원 판례가 없어 몇몇 하급심에서는 임료감정을 거치기도 했다. 문제는 국유재산법의 대부료 조정조항이다. 개별공시지가나 주택공시가격이 급등하더라도 대부료가 일정비율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조정하고 있다(법 33조, 영 31조). 대부료를 부당이득금으로 삼는다면, 대부료 조정조항도 당연히 적용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혼란은 종전 국유재산법에도 있었다. 즉 구 국유재산법은 변상금산정의 기반이 되는 대부료에 조정조항이 적용되도록 했다. 그러나 부당이득이나 변상금의 기반이 되는 대부료는 무단점유자에 대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적법한 점유자를 위한 대부료 조정조항을 무단점유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2009년 1월30일 개정 국유재산법부터는 변상금에 대부료 조정조항을 배제하고 있다.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례가 없는 동안 하급심은 긍정설과 부정설로 나뉘었는데, 대상판결의 원심은 긍정설에 입각하여 조정대부료를 부당이득금으로 판시했다. 5. 대상판결의 의의 위 Ⅰ. 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에 대한 민사소송에서는 5개의 쟁점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변상금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종전 대법원 판례로 해결이 됐다(위 2. 참조). 대상판결은 나머지 4개 쟁점 가운데서 3개에 대하여 일거에 명확한 판시를 하여 국유재산 관리 실무 및 국가재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원이 아직 판단하지 않은 마지막 쟁점의 향배에 따라 향후 국유재산 부당이득반환소송의 존폐가 사실상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즉 변상금부과처분이 부당이득채권의 시효중단사유가 안된다면 대상판결에도 불구하고 국유재산 부당이득반환소송은 유지할 실익이 없게 된다. 6. 결론 행정상 강제집행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민사소송에 의존하는 경향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공익을 위해 행정집행제도를 둔 경우라면 민사소송에 기대지 말고 활용하는 것이 옳다. 근본적으로는 행정집행을 입법할 때부터 그 필요성 및 민사소송으로의 회귀 없이 운영될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민사소송을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불편한 것으로 여겨서 행정집행으로 대체하였지만 다시 민사소송으로 회귀하는 예가 적지 않았다. 일본 국유재산법이 별도의 행정집행제도를 두지 않고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되, 부당이득반환소송이나 인도소송에 필요한 세세한 재무성지침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시사점이 될 수도 있다. 우리 국유재산법은 행정대집행제도와 변상금부과 및 체납처분제도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민사소송으로 회귀하지 않도록 민간수탁기관에 이러한 행정권능을 부여하고, 체납독촉에 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여하는 국유재산법 개정이 필요하다. 법률이 특별히 마련한 행정상의 조치를 외면하고 비정상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을 택하는 행정기관의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을 고치게끔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에 대한 민사소송을 일체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대상판결 소수의견(대법관 5인)은 이점에서 짚어볼만 하다.
2014-08-11
통상임금의 요건과 범위
1.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면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말하고, 그 임금이 '1임금지급기간' 내에 지급되는 것인지 여부는 판단기준이 아니므로 그러한 임금이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더라도 정기성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노사의 합의에 따라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분할 지급되고 있더라도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가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분할 지급되고 있는 것일 뿐이므로 그 임금이 정기성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로 이 판결은 소정근로 내지 통상근로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근로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지 않다. 소정근로가 법정근로시간 이내의 근로를 뜻한다면 소정근로에 대한 통상임금은 법정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행하여진 근로의 대가이고, 법정근로시간의 범위를 넘어 행하여진 근로까지를 포함하여 이에 대응해서 별도로 (추가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로 인한 법정가산임금은 당연히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 뿐만 아니라 정기상여금 중에도 후자에 속하는 임금으로 판단해야 할 경우가 있다. 즉, 소정근로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는 '근로기준법 상의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과 이에 속하지 않는 임금을 구별하기 어려울 것이다. 통상임금은 법정근로시간 내에서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의 근로를 제공하면 마땅히 지급되어야 할 임금이지만,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산입 시켜 지급해야 할 성질의 임금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둘째로 통상임금의 요건 중 하나인 정기성을 1개월을 넘는 기간의 정기성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 판결의 다수의견과 달리 근로기준법 제43조 제2항 및 단서와 본문 동법 시행령 제23조 3호의 규정취지에 반한다고 생각한다(결론에 있어서 같은 뜻: 이 판결의 별개 의견). 셋째로 이 판결은 상여금이 성과급, 공로보상 또는 계속근로 장려 차원에서 지급되는 경우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우에 지급되는 금품은 노사의 협정에 따라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될 수도 있으므로 이런 급여를 통상임금에 속하는 성질을 갖춘 임금이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분할 지급되고 있을 뿐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2.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1임금지급기간'을 넘는 임금을 정기상여금으로 정하고 이를 통상임금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단체협약의 체결권한을 가질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기본적으로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근로자들의 임금액을 포함하여 제반 근로조건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므로 정기상여금의 급여 여부와 그 금액, 지급범위와 방법 및 조건을 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더욱이나 노사의 협정에 의하여 소정근로 이외의 근로를 포함한 대가로서 정기상여금이 지급되는 것이라면, 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노사의 협정은 성질상 근로기준법상의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합의로 볼 수 없으므로 무효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생활보장적 임금인 퇴직금, 휴업수당 등의 지급은 법률이 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보장하는 것이 근로자의 생존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고 타당한 일이지만, 근로자가 재직 중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소정)근로의 대가로서의 임금(통상임금)은 기업체의 지급능력과 경영상의 제반 상황 등 노동시장의 여건을 모두 고려하여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가산임금을 산정할 때 추가적으로 반영할 것인지의 문제도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면 임금결정의 범주에 속하는 사항이므로 이는 노사자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에 관하여 그 기준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은 헌법(제33조 Ι)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제1조, 제29조 Ι, 제33조)에 보장되어 있다(이 판결의 별개의견 참고). 그런데 이 판결은 일정한 유보나 전제 없이 통상임금에서 정기상여금을 제외하기로 하는 단체협약상의 합의는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한다. 왜냐하면 통상임금은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법정도구개념이므로 그 의미나 범위에 대하여 단체협약 등에 의하여 따로 합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견해는 현행 노동관계법이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협약자치의 형성적 기능을 부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3. 이 판결에 의하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에 위반한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 내용은 무효이지만 이 사건의 경우처럼 강행법규의 적용에 앞서 신의칙을 우선 적용시킬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강행규정에 의한 무효주장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이 판결은 근로자 측이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추가법정수당(법정가산임금)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한다. 즉, 「노사 양측이 임금협상 당시 정기상여금이 그 자체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오인'(착오)한 나머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수준을 정한 경우 임금협상 당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유(즉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 근로기준법의 강행법규성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사유)를 들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함으로써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로 말미암아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종국적으로 근로자 측에까지 그 피해가 미치게 되어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추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고 도저히 용납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경우 근로자 측의 추가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다수견해에 대해서는 긍정적 태도를 취하는 보충의견이 있는가 하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을 신의칙으로 배척하는 법리는 논리의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어 당혹감마저 들게 한다는 반대의견이 있다. 4. 정기상여금이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정기상여금이 가지는 성질과 그 지급방법, 상여금에 대한 노사의 합의내용 뿐만 아니라 통상임금에 관한 법령의 해석이 한결같지 않아 여러 가지 견해가 주장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써 그간의 논란을 정돈한 것은 뜻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상여금이 성과급, 공로보상 또는 계속근로 장려 차원에서 지급되는 등 그 성질이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정기상여금이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기본급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임금이라는 방향으로 이해하는 정책적 판단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1임금지급기간을 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임금에 대해서도 정기성을 인정하는 법리를 전개할 수밖에 없고 또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합의를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에 위배되는 것으로 무효라고 하는 법리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대법원은 근로자측이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함으로써 기업에 발생할 심각한 타격을 막기 위하여 신의칙의 법리를 원용하여 노사합의의 무효 주장에 의한 법정가산수당의 추가적 청구를 봉쇄하는 또 한 번의 정책적 판단을 하였다. 그러므로 이 판결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만 2) 근로자 측은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는 정책적 판단을 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ⅰ) 통상임금의 개념요소의 하나인 정기성은 1임금지급기간을 넘는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는 법해석적 법리, ⅱ)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에 관하여 규율할 수 있는 단체협약당사자라 하더라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는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에 위반한다는 법리와, ⅲ)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강행규정에 우선하여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법리가 제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판결이유에 대해서는 전원합의체 내에서도 반대의견과 별개의견이 있어 찬반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판결은 정책적 판단 방향에 있어서나 이를 정당화하는 법리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남기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정책적 판단과 이를 떠받치는 법리가 순리적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성에 관하여 어느 면으로는 과도한 절충적 태도를 취하는 데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통상임금의 요건과 범위,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는 임금인지의 여부 등에 관해서는 궁극적으로는 입법에 의하여 자세한 규정을 마련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2014-01-23
의료법 제17조 제1항 '직접 진찰'의 의미
I. 사실관계 및 하급심의 판단 1. 사실관계 피고인 A는 약사이고, 피고인 B는 산부인과 전문의이다. 2006년 1월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의 기간 중 피고인 B는 자신에게 과거에 1회 이상 진료를 받고 푸링 정제약 등 '살 빼는 약'을 처방받은 환자를 전화로 진료한 다음 처방전을 발행하고 피고인 A에게 전달하면, 피고인 A는 처방전에 따라 조제한 약을 환자들에게 배송하였다. 피고인들은 처방전 알선의 대가로 처방전 발급비용 상당과 수납 업무상의 편익 및 노무를 제공하는 담합행위를 하였고(약사법 제24조 제2항 제2호), 피고인 B는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아니하고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였다(의료법 제17조 제1항)는 이유로 2008년 기소되었다. 2. 하급심의 판단 제1심은 피고인들의 담합행위와 피고인 B가 직접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했다는 부분 모두에 대해서 유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한편, 제2심은 피고인들의 담합행위 부분은 무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전화 진료는 진단방법 중 '문진'만이 가능하고 다른 진단방법을 사용할 수 없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의사의 진료의무'가 소홀해질 우려가 크고, 약물의 오남용의 우려도 커지는 점, 의료법 제34조가 직접 진찰과 유사한 수준의 진찰을 담보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추어진 경우 예외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에 '전화 또는 이와 유사한 정도의 통신매체'만에 의한 진찰은 포함될 수 없어 피고인 B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기 전의 의료법 제18조 제1항이 '자신이 진찰한 의사'만이 처방전 등을 발급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처방전 등의 발급주체를 제한한 규정이지 진찰방식의 한계나 범위를 규정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고, '자신이' 진찰하였다는 문언을 두고 그 중 대면진찰을 한 경우만을 의미한다는 등 진찰의 내용이나 진찰 방법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2007. 4. 11. 법률 제8366호 전부 개정된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한 의사'의 의미 역시 의료법 제17조 제1항 단서, 동조 제2, 3, 4항, 동법 제34조 제3항 및 개정 전 조항과의 법률체계적 연관성에 따라 해석해 볼 때 개정 전 의료법의 경우와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 원심판결은 개정 전후의 이 사건 조항을 구분하지도 않았고, 죄형법정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형벌법규의 해석을 그르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III. 평석 1.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의 의미에 관한 종래의 판례 A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甲이 乙의 B병원에서 진료한 후 乙의 이름으로 원외처방전을 발행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 등이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여야 하고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는 것은 이러한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두8959판결). 또한 의사가 진단서에 상해일로 기재된 날에는 환자를 진찰한 바 없고 진단서 작성일자에 그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환자가 말하는 상해년월일과 그 상해년월일을 기준으로 한 향후치료기간을 기재한 진단서를 교부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구 의료법 제18조 제1항(1994. 1. 7. 법률 제47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현행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진단서 등은 정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직접 진찰한 의사 등만이 이를 교부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고 판시하며 위 사실관계의 경우 구 의료법 제18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배된 의사 자신이 진찰하지 않고 진단서를 교부한 행위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1996. 6. 28. 선고 96도1013판결). 위 판례들은 모두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진단서·처방전 등의 발급 주체를 규정한다는 점은 판시하고 있으나 진찰의 방법 내지 태양을 직접적으로 문제된 사안이 아니어서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직접 진찰'의 의미와 관련하여 그 진찰의 방법 내지 태양에 관해서까지 판단을 내렸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2.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의 의미에 관한 견해 대립 대상판결과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대법원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대상 대법원 판결의 원심, 대상 대법원 판결,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 및 반대의견을 종합해 보면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견해가 있다. 가.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의료인의 대면진료 의무와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 양자를 모두 규율하고 있다는 견해 이는 대상판결의 원심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이 취한 의견으로써 대면진료를 하지 않은 채 전화 진찰만을 한 후 처방전을 발급하면 '직접 진찰'에 해당하지 않아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이 된다는 견해이다. 기존에 보건복지부도 유선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문진을 실시하고 처방하는 것은 법위반에 해당한다는 같은 견해를 취하였다. 이 견해는 ① '직접'의 사전적 의미는 중간에 제3자나 매개물이 없이 바로 연결되는 관계를 의미하므로 '직접 진찰한'은 '대면하여 진료한'을 의미하고, ② 전화 진찰은 문진 이외에는 다른 진단방법을 사용할 수 없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의사의 진료의무가 소홀해질 우려가 크고, ③ 전화 진찰을 할 경우 상대방 확인이 어려워 약물의 오남용의 우려가 커지며, ④ 의료법 제34조는 의료인 상호간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좁은 의미의 원격의료'를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다가 직접 진찰과 유사한 진찰을 담보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추어진 경우 예외적으로만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논거로 하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의료법이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면서 종전의 '자신이 진찰한'을 '직접 진찰한'으로 대체한 것은 대면진료가 아닌 형태의 진료를 명백히 금지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12. 3. 29. 자 2010헌바83결정). 나.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만을 한정한 것이라는 견해 이는 대상 대법원 판결 및 헌법재판소 판결의 반대의견의 입장으로써 전화 진찰 후 처방전을 발급한 것은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이 아니라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① 의료법 제17조 제1항 단서 및, 동조 제2, 3, 4항 규정을 종합적으로 해석해 보면 '직접' 진찰은 '자신이' 진찰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②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직접 진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반하여 동법 제34조 제3항은 '직접 대면 진찰'을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으므로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스스로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이 아니라는 견해이다. 3. 검토의견: 의료법 개정의 필요성 대상판결이 죄형법정주의에 근거하여 법문을 엄격하게 해석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고 첨단 기술의 발전 등으로 세계 각국이 원격의료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설시한 바와 같이 전화 진찰을 제한 없이 허용한다면, 다른 진찰이나 검사 등을 생략한 채 간단한 문진만으로 장기간 전문의약품의 처방이 가능해지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살빼는 약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서 심혈관계나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이므로 처방 및 복용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환자들의 경우 의사들에게 전화 진찰을 통한 처방전 발급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고, 고령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은 만성질환의 특성상 의사들은 환자들의 이러한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의료법이 의료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장소를 제한하면서(제33조 제1항), 원격의료에 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면서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의 원격진료만을 허용하고 있으며(제34조), 나아가 의료법상 의사는 환자에게 요양방법이나 그 밖에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지도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점(제24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대상판결은 의료법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국민건강의 보호 및 증진에 관해서는 충분히 그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물론 대법원이 전화 진찰을 허용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운용을 통해 비대면 진료의 남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최근 대법원은 2013. 4. 26. 선고 2011도 10797 판결에서 '전화 진찰을 요양급여 대상으로 돼 있던 내원 진찰인 것으로 하여 비용을 청구한 것은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결국, 전화 또는 다른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원격의료를 할 수 있는 경우를 명확히 규정하는 의료법의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2013. 5. 1. 대통령의 주재 하에 개최된 제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원격의료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의료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정책의지를 표명하였는바, 대상판결과 관련하여 귀추가 주목되는 사항이 아닐 수 없다.
201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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