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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구속영장청구서에 사선변호인의 기재가 누락됨에 따라 국선변호인만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진 피의자심문과 그에 따른 구속은 적법한가? - 서울고등법원 2018. 11. 27. 선고 2018노1617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판결 - 1. 사건의 개요 가. 외국인인 피고인은 국제특급우편을 이용하여 필로폰을 수입하였다는 혐의로 체포영장에 의하여 체포되었다. 체포된 다음날 검사의 피의자신문이 있었는데, 피고인이 선임한 변호사(이하, 사선변호인)가 피의자신문 직전에 변호인선임계를 제출하고 피의자신문 절차에 참여하였다. 나. 검사는 피의자신문을 한 당일 구속영장청구서의 ‘변호인’ 란에 아무런 기재를 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다. 다. 관할 지방법원 판사는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에 따라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다음 그 국선변호인을 참여하게 하여 피의자심문 절차를 진행한 후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피고인이 구속되었다. 2. 관계 법령 및 쟁점 헌법과 형사소송법 및 형사소송규칙에 의하면,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검사로서는 사선변호인이 있는 경우 구속영장청구서의 ‘변호인’란에 사선변호인의 성명을 기재하여야 하며, 구속영장 청구를 받은 관할 지방법원 판사로서는 사선변호인에게 피의자심문의 기일과 장소를 통지함으로써, 사선변호인이 피의자심문 기일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거나 이를 위해 체포된 피의자를 사전에 접견하고 구속영장청구서 등의 서류를 열람할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사선변호인이 존재함에도 구속영장청구서에 그 기재가 누락된 결과, 판사가 직권으로 선정한 국선변호인만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피의자심문 절차에 참여한 경우 체포된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것인지가 쟁점이다. 3. 대상판결의 내용 헌법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피고인 등에게 보장하는 것은, 스스로 변호인을 선임하여 그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피고인 등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변호인을 선정하여 주는 것이므로, 헌법이 정하는 변호인 조력권의 본령은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이다. 구속영장청구서에 사선변호인의 성명이 기재되지 않음으로써 체포된 피의자가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채 피의자심문이 실시되었다면, 그와 같은 피의자심문 절차에는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핵심적·본질적으로 침해한 위법이 있다. 이 과정에서 체포된 피의자에게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어 그 국선변호인이 피의자심문에 참여하였더라도 위와 같은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된다거나 그 절차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위법한 피의자심문 결과 이루어진 구속은 헌법상의 적법한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며, 위법한 구속을 토대로 하여 수집된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정하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므로 증거로 쓸 수 없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체포·구금된 피의자 등이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형사피고인이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의 기본권(헌법 제12조 제4항)이다. 반면에, 형사피의자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체포, 구속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형사소송법상의 권리(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 제214조의2 제10항)일 뿐 헌법에 의하여 당연히 보장·파생되는 헌법상 권리라고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는 국가가 형사피의자를 위한 국선변호인제도를 입법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가 없다고 하였다(헌법재판소 2008. 7. 1. 선고 2008헌마428 결정 참조)]. 대상판결의 원심은, 국선변호인이 참여한 가운데 피의자심문이 이루어졌으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①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체포된 피의자에게 형사소송법 차원에서 규정된 국선변호가 제공되었다고 하여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될 수 없고, ② 이 사건의 경우가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 국선변호인의 선정 요건인 ‘변호인이 없는 때’에 해당하지도 않아 피의자심문 절차가 적법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③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피의자심문 단계는 변호인의 법적 조력이 가장 절실하고 긴요한 때인데, 미리 선임된 사선변호인에 비해 나중에 선정된 국선변호인의 변호준비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점에 근거하여,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체포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지체 없이 피의자를 심문하여야 하고,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의 다음날까지 심문하여야 하는데(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1항), 구속영장 청구 이후 선정된 국선변호인이 위 시간적 제약 때문에 피의자심문 시작 직전에야 체포된 상태의 피의자와 그것도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접견을 하고 바로 피의자심문에 임하는 경우가 실무상 대부분이라고 알고 있다.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으로서 시간에 쫓긴 나머지 밤을 꼬박 세우다시피하여 피의자심문을 준비하고서도 결국 변호준비부족으로 인한 아쉬움을 절감하였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상판결의 판단에 공감하기 쉬울 것이다. 대상판결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적 권리의 의미와 범위를 명확히 하고 그 실질적인 보장을 강조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국선변호인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사선변호인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9-02-14
형사일반
공모공동정범 성립 가능성 여부를 중심으로
- 대법원 2018도7658 해설 - Ⅰ. 사건의 개요 고등학교를 자퇴한 후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17세 소년과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18세 소년은 소위 캐릭터 커뮤니티를 통하여 알게 된 사이로,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은 평소 살인, 사체 해부, 인육 등을 소재로 한 영화, 소설에 관심이 있었고, 18세 소년이 손가락, 폐 등과 같은 신체의 일부를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17세 소년은 18세 소년을 위하여 실제 사람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그 구체적인 계획을 공모하여 당시 7세 초등학생을 유인하여 목 졸라 살해 후 사체를 훼손하고 손가락, 폐, 허벅지살을 18세 소년에게 전달한 사건이다. Ⅱ. 1심 법원의 판단 1심법원은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하여 시체 일부를 건네주기까지의 과정을 공모하거나, 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한 쟁점으로 보고 이를 입증하는데 주력하였다. 1심법원은 ①17세 소년 범행의 동기와 목적이 특정 신체 부위인 손가락과 폐 등을 구하여 18세 소년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인 점, ② 17세 소년 진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구체화되고 그에 따른 18세 소년의 관여 정도가 점점 높아지기는 하나, 17세 소년 자신에게도 불리할 수 있는 범행 내용을 진술하거나 18세 소년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진술 번복의 동기나 경위를 수긍할 수 있는 등 신빙성이 있는 점, ③ 반면 18세 소년 진술은 이 사건 범행 이전 및 범행 당일 17세 소년과의 통화내용, 당일 저녁 17세 소년으로부터 피해자의 사체 일부를 건네받은 이후 헤어질 때까지의 대화내용 등 이 사건의 핵심을 구성하는 사실관계에 대해 일관성이 없거나 불분명하고 그 변소나 언행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18세 소년과 17세 소년 사이의 ‘공모사실’을 인정하고, 또한 18세 소년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도 인정하여 18세 소년에게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Ⅲ. 원심 법원의 판단 원심법원은 1심판결과 달리 17세 소년의 진술을 신빙성을 부정함과 동시에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의 공모공동정범에서 요구되는 공모(공동가공의 의사)를 부정하고 18세 소년에게 살인방조죄만을 인정하였다. 원심법원은 ①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의 관계가 이해관계에 있다는 점 즉 18세 소년의 공모·지시 여부가 17세 소년의 선고형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여 사실을 과장하여 진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 ②17세 소년은 18세 소년이 사건 발생 약 일주일 전부터 이 사건 범행의 대상, 방법, 장소, 시간 등에 대하여 지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그 내용에 대해 공모가 인정될 만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지시한 범행이 특정한 범죄행위를 대상으로 하였던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의 구체성을 가진 것이었는지에 대해 질문이 있었던 이상, ‘허구적인 상황으로는 보기 힘든, 실제의 범행을 계획 또는 지시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에 대하여 납득할만한 설명이 필요함에도 이에 대해 명확히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판단하면 17세 소년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③ 17세 소년은 자신이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18세 소년에게 술 잘 마시는 30살 등으로 자신의 실제 나이를 속이고 18세 소년을 만나왔으며, 다른 트위터 친구들에게도 자신이 50평대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30살이라는 점 등을 강조하며 다른 사람이 자신을 연장자로 보도록 가장하여 왔으며, 자신의 신분을 30살의 성인인 척 꾸미고, 자기 주장이 매우 강하며 고어(gore)물에 심취하여 잔인한 얘기도 서슴지 않고 해왔던 17세 소년 성향을 고려할 때, 가상의 역할극을 할 수는 있을지언정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하여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내려 17세 소년이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점, ④ 'J'라는 이름이 나오게 된 경위 및 피고인들의 위 대화 당시의 의도 및 표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잔인한 성격을 가진 'J'라는 인격을 새로 만들어 내거나 유도한 것도 아니고 17세 소년 스스로 자신을 다르게 봐주는 것을 원했던 것에 18세 소년이 응답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에서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 내고 이를 이용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도록 지시 내지 공모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 ⑤ 18세 소년이 주도적·적극적으로 먼저 17세 소년에게 사람을 죽여 폐와 손가락 등을 가져다 달라고 한 것이 아니고, 17세 소년의 살인 의도가 나타나는 가정적 질문에 대해 소극적으로 응하였던 것에 불과하여 18세 소년이 실제 사람의 폐와 손가락을 얻기 위해 17세 소년에게 살인을 주도적으로 지시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서 17세 소년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원심법원은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살인을 지시하였다고 하는 대화내용 및 그 정도, 이 사건에서 실제로 17세 소년이 실행한 살인과 위 대화내용 간의 연관성, 각 소년들이 온라인상에서 만나게 된 당시부터 범행 당일 새벽까지 대화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그 대화내용의 의미와 맥락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각 소년들이 이 사건 범행 당일 새벽까지 대화를 나눌 때까지는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의 실제 살인 범행 실행에 대한 가능성을 진지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지시하거나 범행계획을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여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Ⅳ. 대법원 판단 각 소년들이 이 사건 범행 당일 새벽까지 대화를 나눌 때까지는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의 실제 살인 범행 실행에 대한 가능성을 진지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지시하거나 범행계획을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하여 상고를 기각함으로서 원심을 확정하였다. Ⅴ. 본 사건 원심과 대법원 판결의 함의 본 사건 원심과 대법원 판시는 공모공동정범 성립에 있어서 필요한 ‘공모’ 그리고 ‘공동가공의 의사’ 법리를 정확하게 설시한 판결로 매우 의미가 있다. 원심판례는 ①‘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를 구별하여 설시하였고, ②‘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 증명에 방법에 대하여 설시하고 난 뒤 ③ 합리적 의심을 넘은 증명이 되지 않는 경우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을 존중하여 판단을 내리고 있다. 원심은 공모공동성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2인 이상의 사람이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공모’를 하고 이에 따라 범행을 실행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며, 여기서 요구되는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비록 전체적인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 실행행위에 직접관여하지 아니한 사람에 대하여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적 책임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다시 주관적 요건으로 ‘공동가공의 의사’ 즉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의사”가 있음이 요구 되며, 객관적 요건으로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 즉 ‘공동가공의 사실’이 있어야 하며, 공동가공의 사실은 범죄에 있어서 지위·역할이나 범죄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야 인정되어야 한다. ‘공모’ 혹은 ‘공동가공의 의사’는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것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이 공모의 점과 함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1) [각주1]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6103 판결 등 참조. 또한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여부는 범죄 실현의 전 과정을 통하여 각자의 지위와 역할, 공범에 대한 권유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하여 위와 같은 상호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며, 그와 같은 입증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2) 판시하고 있다. [각주2] 대법원 2005. 3. 11.선고 2002도5112 판결 등 참조 본 저자는 본 사건의 1심 판결이 있고 난 뒤 2017년 10월 24일 판례 해석을 통하여 ‘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는 구별되며, 또한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을 논증한 후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사이의 ‘공동가공의 의사’ 성립 여부를 세심하게 판단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우연의 일치일까? 원심과 대법원이 공모공동정범 성립에서 혼동하기 쉬운 ‘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를 구별하고 공동가공의 의사(혹은 공모)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이에 대하여 판시한 것은 매우 적절하고 타당하다고 생각한다.3) [각주3] 원심에서는 “실제 살인 범행 실행에 대한 가능성을 진지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지시하거나 범행계획을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여 ‘공모’를 부정한 것으로 보이나, 대법원의 경우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 여기서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야 한다.” 라고 하여 공동정범의 법리를 설명한 후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함으로서 과연 대법원이 ‘공모’를 부정한 것인지 아니면 ‘공동가공의 의사’를 부정한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공동가공의 의사 혹은 공모 중 어느 하나라도 부정되면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되지 않는 것은 명백하다는 점에서 굳이 별도의 설시를 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일명 ‘주교사 살인사건’에 가담한 여고생에게 우리 판례가 공동정범을 인정하지 않고 방조범을 인정한 것에 대하여 여러 논의가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담한 여고생에게 공동정범에서 요구되는 ‘공동가공의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법원은 본 사건과 같이 방조범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4) [각주4] 대법원 1982. 11. 23. 선고 82도2024 판결. 본 판례에서도 보듯이 ‘공동가공의 의사’와 방조범 성립요건으로 ‘정범의 의사’는 다르기 때문에 가담한 여고생에게 ‘정범의 고의’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다고 평가하는 어렵다. 종래 공모공동정범 성립여부를 판단할 때 다수의 판례는 “ ~ 라는 이유에서 공모가 부정된다.” 라고 판시하면서 그 안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모’ 그리고 ‘공동가공의 의사’그리고 ‘공동가공의 사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공모’가 부정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본 사건을 개기로 본 사건에서 공모공동정범이 부정되는 이유를 설시할 때 통합적 판단을 통해 “~ 라는 점에서 공모가 부정된다.”라고 판시하는 것은 지양하고 세부적인 판단을 통해 “~ 라는 점에서 공모는 인정되나, ~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동가공의 의사가 부정된다.” 는 식으로 판시해 줄 것을 희망한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살해
시신훼손
인천초등학생
살인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8-10-01
형사일반
재산명시신청이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압류에 준하는지 여부(적극)
- 부산지방법원 2018. 8. 22. 선고 2018나40461 판결 - 채권자가 확정판결에 기한 채권의 실현을 위하여 채무자에 대하여 한 민사집행법상 재산명시신청은 민법이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 규정한 ‘압류’에 준하는 것으로 보되, 다만 재산명시신청을 통하여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이 내려지고 그 결정등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 시에 소급하여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판결이다. 이는 재산명시신청에 대하여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최고’로서의 효력만이 인정되므로, 재산명시결정에 의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은, 그로부터 6개월 내에 다시 소를 제기하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는 등 민법 제174조에 규정된 절차를 속행하지 아니하는 한 상실된다라는 기존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78606 판결 참조)에 배치되어서 주목된다(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다32161 판결은 재산명시신청에 대하여 ‘최고’로서의 효력이라고 판시하지는 아니하였으나 민법 제174조의 6월 내의 보완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사안은 다음과 같다. 피고는 건강보조식품 판매사업을 하던 중 2006. 6. 22.경 원고를 영업담당직원으로 고용하면서 원고 누나의 보증 아래 선불금 명목으로 4,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하지만 원고는 실적이 거의 없었고, 피고는 대출금과 이자를 포함해 4,300만 원을 갚으라는 지급명령을 신청해 2007. 1. 20. 확정되었다. 이후에도 빚을 갚지 않자 피고는 2010. 11. 10.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재산명시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재산명시 결정을 하였으며, 결정등본이 같은 달 16. 원고에게 도달되었다. 하지만 원고는 재산명시기일에 불출석하고 재산목록 제출도 차일피일 미루면서 결국 집행기간을 넘겼다. 피고는 2017. 5. 12. 다시 원고에 대한 재산명시신청을 하여, 재산명시결정을 받아 재산목록을 확보했으며 같은해 9월 압류를 집행했다. 이에 채무자인 원고는 "2007년 지급명령이 확정된 이후 소멸시효기간 10년이 지나 채무가 소멸했다"며 이 사건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은 재산명시신청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최고’(催告)로 인식하면서 "피고가 2010년 재산명시 신청후 6개월이내 소를 제기하거나 압류·가압류·가처분 등을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의 채권이 소멸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상판결은 재산명시신청은 민법이 시효중단사유로서 규정한 압류에 준하는 것으로 보되, 다만 재산명시신청을 통하여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이 내려지고 그 결정등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 시에 소급하여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는바, 피고의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이 사건 재산명시신청일인 2010. 11. 10. 중단되었고, 재산명시절차가 종료된 2011. 6. 28.부터 새로 진행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초한 채권은 소멸시효 완성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대상판결은 소멸시효 제도, 소멸시효 중단사유, 재산명시절차의 취지에 대하여 살핀 다음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최고, 압류를 재산명시신청의 성질과 비교 검토하여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즉 소멸시효 제도는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 즉 권리불행사의 상태가 계속된 경우에,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그 자의 권리를 소멸시켜 버리는 제도로서, 오랜 기간 동안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지 아니한 자는 이른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로서 법률의 보호를 받을 만한 가치가 없으며 시효제도로 인한 희생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반대로 장기간에 걸쳐 권리행사를 받지 아니한 채무자의 신뢰는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그 주된 존재이유가 있다(헌법재판소 2009. 10. 29. 선고 2008헌바45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현행 민법은 제168조에서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 청구(제1호),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제2호), 승인(제3호) 세 가지를 규정하며, 제174조에서 ‘최고는 6개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화해를 위한 소환 또는 임의출석,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지 아니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하면서 최고를 잠정적인 시효중단사유로 보고 있다. 민법 제168조 제2호가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므로 이를 해석론에 의하여 확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가 있으나,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89880 판결 등에서 보는 것처럼 채권자의 배당요구나 채권신고 등을 압류에 준하는 독자적인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해석하고 있으므로, 결국 재산명시신청을 압류에 준하는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볼 것인지는 해석의 문제이지 입법론의 문제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재산명시절차는 일정한 집행권원에 기한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법원이 그 채무자로 하여금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상태를 명시한 재산목록을 제출하게 하여 재산관계를 공개하고 그 재산목록의 진실함을 선서하게 하는 법적 절차로(민사집행법 제61조 제1항),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에 대하여 법원이 이를 인용하는 결정인 재산명시명령을 통하여 채권자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탐지할 수 있어 강제집행을 용이하게 하고, 자기재산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채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여 그로 하여금 채무를 자진 이행하도록 유도하여 채무의 간접강제를 그 주된 목적으로 두고 있다. 재산명시신청을 하기 위하여는 집행력 있는 정본과 집행개시에 필요한 문서가 요구되고 법원은 채무자를 심문할 수 있으며, 재산명시명령을 송달받은 채무자는 1주 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채무자의 이의신청이 없거나 기각된 경우 법원은 재산명시기일을 정하여 출석할 것을 요구하여야 한다.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기일에 불출석하거나 재산목록의 제출이나 선서를 거부하는 경우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며, 거짓의 재산목록을 낸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러한 점에서 재산명시절차는 다른 강제집행절차에 선행하거나 부수적인 절차가 아니라 그 자체가 독립적인 절차이고, 엄연히 법원의 재판절차이다. 소멸시효 중단사유의 하나로서 민법 제174조가 규정하고 있는 ‘최고’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 이행을 구한다는 채권자의 의사통지(준법률행위)로서(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다41118 판결 참조), 이에는 특별한 형식이 요구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 묵시적인 최고로써도 족하다. 이러한 점에서 집행력 있는 정본과 집행개시요건의 구비를 필요로 하고 법원의 재판에 따라 이루어지는 재산명시절차와는 그 성질이나 요건, 효과 등의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므로, 개인이 아무런 형식 없이 재판 외에서 하는 의사의 통지인 최고를 법원의 정식 재판절차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재산명시명령과 동일선상에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 압류는 확정판결 기타의 채무명의에 기하여 행하는 강제집행으로서 특정 목적물에 대한 구체적 집행행위이고 가압류·가처분은 보전처분의 실행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의 실행행위로서(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다32161 판결 참조), 이들은 권리자의 강한 권리실행의사를 외부적으로 표출하는 전형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된다. 그러나 채무자가 자진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자신의 재산내역과 소재를 채권자에게 알려주지 않거나 집행을 면탈하기 위하여 재산을 은닉한 경우, 채권자는 위와 같은 보전절차에 착수할 수 없게 되거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집행권원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이는 무용지물이 된다. 이러한 경우 시효중단을 위해서 채권자는 소를 제기하여야 하지만 채무자의 재산이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시효중단을 위한 소를 제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채권자에게는 무의미한 절차를 되풀이 하게 할 뿐이어서, 이는 매우 불합리하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채권의 만족을 위한 보전절차나 강제집행절차와 같은 권리실행행위를 할 수 없거나 그 행위를 하는 것이 대단히 곤란한 상황인 경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요건과 절차에 있어서 압류 등 강제집행과 대등할 정도로 엄격성을 가진 재산명시신청을 압류에 준하여 보아야 할 사정이 존재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소멸시효제도의 대전제인바, 재산명시절차를 거친 채권자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가 아님이 명백하며 이는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을 신뢰한 채권자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또한 법원 재판의 권위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이상의 점들을 종합하면 대상판결은 기존의 판례와 명백히 배치되는 결론임에도 그 문제의식과 논거에 비추어보면 구체적 타당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많으므로, 대법원에서의 판단이 주목된다고 할 것이다. 유승남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재산명시신청
시효중단
강제집행절차
청구이의소송
유승남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2018-10-01
형사일반
대법원 법창조, 법해석 그 사이의 고민
- 대법원 2017도3443 해설 - Ⅰ.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2015. 1. 9.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이라는 유흥주점에서 여자 종업원으로 근무하던 중 손님으로 찾아 온 유부남인 피해자를 만나 그 때부터 함께 해외여행을 다니거나 성관계도 하고 그 성관계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하는 등 내연관계로 지내온 사이이다. 피고인은 2016. 1. 21.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주점에서, 피고인의 휴대폰으로 피해자와 성관계하면서 서로 합의하에 촬영해 두었던 동영상 파일을 피고인의 컴퓨터에 복사하여 놓았다가,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위 동영상 파일을 재생한 뒤 컴퓨터 모니터 화면상으로 재생된 성관계 장면을 다시 피고인의 휴대폰으로 촬영한 후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 명의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기능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처의 휴대전화로 발송한 사건이다. Ⅱ. 사건의 쟁점 본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련 법조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본 사건의 쟁점이 법률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1항과 제2항이다.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본 사건에서 제3자에게 의사에 반하여 제공된 성관계 동영상은 처음에는 의사에 반하여 촬영된 것은 아니지만 사후에 의사에 반하여 제공된 촬영물이라는 점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2항 후단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일견 당연히 처벌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제공한 방법에 때문에 1심과 원심의 판단과 대법원의 판단이 달랐다. 일반적으로는 동의하에 촬영된 성관계 영상물이 담겨 있는 매체를 통하여 전자송신 혹은 p2p의 방법으로 의사에 반하여 제3자에게 제공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는 저장된 매체에서 그 영상물을 재생하고 난 뒤 그 재생된 영상물을 다시 촬영하고 난 뒤 그 촬영된 영상물을 저장하고 의사에 반하여 제3자에게 전자송신의 방법으로 제공한 점이다. Ⅲ. 1심 및 원심 법원의 판단 1심의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 후단의 입법취지가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촬영물’이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유포됨으로써 피해자에게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를 감안하여 촬영물의 시중 유포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도 촬영자와 동일하게 처벌하기 위한 것인 점을 고려하면, 그 주체가 반드시 그 촬영물을 촬영한 자와 동일인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행위의 대상이 되는 촬영물은 누가 촬영한 것인지를 묻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바1), 같은 법 제14조 제2항은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나중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유통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서 위 촬영물이 반드시 타인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에만 한정할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각주1]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6172 판결 참조 또한 원심 역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후단의 입법취지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의사에 반하여 타인의 신체가 촬영된 촬영물을 유통하는 행위도 처벌하여 그 촬영물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유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 또는 공연히 전시·상영하는 행위’에는 촬영물 자체를 직접 반포하는 등의 행위뿐만 아니라 그 촬영물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그 밖에 사진의 동일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다른 매체로 저장한 후 이를 반포·판매·전시하는 등의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만일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 자체를 반포하는 등의 경우만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좁게 해석한다면 촬영물을 복제하거나 저장매체를 바꾸는 손쉬운 방법을 통해 처벌을 회피할 수 있게 되어 그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Ⅳ.대법원의 판단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서 촬영의 대상을 ‘다른 사람의 신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만이 위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각주2]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279 판결 참조 한편,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에서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여 촬영한 촬영물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반포하는 행위 등을 규율 대상으로 하면서 그 촬영의 대상과 관련해서는 ‘제1항의 촬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신체에 대한 촬영’의 의미를 해석할 때 위 제1항과 제2항의 경우를 달리 볼 근거가 없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촬영물만이 위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촬영물에 해당하고,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한 촬영물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Ⅴ. 대법원 판결의 함의 – 법창조와 법해석 그 사이의 고민 본 대법원의 판결은 우리나라의 죄형법정주의 유추금지원칙에 충실하게 따른 판결로 볼 수 있다. 법원은 법률 문언이 가지고 있는 가능한 의미의 한계를 넘어서 판결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처벌 흠결로 인하여 국민이 해당 사건 판결 결과에 대해 선득 납득을 할 수 없을 때, 법원은 법의 해석을 넘어 금지된 유추를 통해 법을 창조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러나 법의 창조는 일시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지 모르나, 법의 해석이라는 원칙과 철학을 저버리면 인권과 정의 그리고 신뢰와 공정이라는 가치를 영원히 국민으로부터 얻지 못할 수 있다. 사실 본 사건의 결과는 이미 2013년 6월 27일 대법원 판결에서 예견되었다. 그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 갑(여, 14세)과 인터넷 화상채팅 등을 하면서 카메라 기능이 내재되어 있는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갑의 유방, 음부 등 신체 부위를 갑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는데, 당시 대법원은 피해자 스스로 자신의 신체 부위를 화상카메라에 비추었고 카메라 렌즈를 통과한 상의 정보가 디지털화되어 피고인의 컴퓨터에 전송되었으며, 피고인은 수신된 정보가 영상으로 변환된 것을 휴대전화 내장 카메라를 통해 동영상 파일로 저장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촬영한 대상은 갑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일 뿐 갑의 신체 그 자체는 아니라고 할 것이어서 법 제13조 제1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며, 형벌법규의 목적론적 해석도 해당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 내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도 위 규정의 ‘다른 사람의 신체’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한바 있다.3) 이 판결을 현 대법원은 원용하면서 본 사건을 파기환송하였다. [각주3]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279 판결 참조 묻지 않아도 보지 않아도 대법원은 수 많은 고민을 하였을 것이다. 과연 이 사건에서 법을 창조하여 원심의 취지대로 이러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정의에 합치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판결이 일반국민에게 범죄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고민으로 판결을 또 고치고 또 쓰면서 밤잠을 자지 못하였을 것이다. 법원은 법을 해석하는 기관에 그쳐야 하고 법률의 잘못으로 인한 처벌의 공백은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다. 법원이 법문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넘어 유추를 통하여 법을 창조하는 순간 법적 안정성을 보장 받을 수 없으며, 형사절차에서 요구되는 소급효 금지 원칙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법은 국민을 처벌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법은 국민에게 법이 정해 놓은 위법한 행위가 아니면 절대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통치원리로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이며, 통치구조로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견제와 균형의 3권 분립 제도이다. 판결이 난지 이미 5년이 지났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하루 속히 입법이 이루어지길 소망하고 소원한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카메라
전송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성관계동영상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8-09-27
형사일반
[판례해설] 외국인은 사증발급 거부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
-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4두42506 판결 1. 사건의 개요 한국인 남성 A는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4박 5일간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인 여성인 원고를 소개받은 후 혼인신고를 하였다. 원고는 A와 혼인하였음을 이유로, 혼인 직후부터 매년 1차례씩 한국총영사관 총영사(피고)에게 결혼이민(F-6) 체류자격의 사증발급을 네 차례 신청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A의 거주지를 관할하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소속 공무원의 실태조사를 거쳐 ‘A의 가족부양능력 결여’ 등을 이유로 원고에 대한 사증발급을 네 차례 모두 거부하였다(그 중 네 번째 사증발급거부행위를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한다). 2. 사건의 쟁점과 판결의 요지 가. 쟁점 피고는, 외국인은 사증발급거부행위를 다툴 원고적격이 없다는 본안전 항변을 하였는바, 한국인 남성과 혼인한 중국인 여성인 원고에게 이 사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 되었다. 나. 판결의 요지 1) 제1, 2심은, 재외공관의 장의 사증발급 거부행위는 사증발급 신청인인 외국인이 대한민국에 입국할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서 출입국관리법상 근거규정에 의해 보호되는 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2) 그러나, 대법원은, ① 사증발급은 입국허가의 추천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점, ② 출입국관리법의 입법목적은 대한민국의 공익을 보호하는 것일 뿐 외국인의 사익까지 보호하는 것이 아닌 점, ③ 사증발급 신청인인 외국인은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 내지 대한민국에서 법적으로 보호가치 있는 이해관계를 형성한 경우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우리 출입국관리법의 해석상 외국인에게는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3. 판결의 의의 가. 외국인이 출입국 관련 행정행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의 기준 제시 1) 국제법상 외국인에 대한 입국허가, 체류 허용 등에 대한 결정은 그 국가의 주권행사에 해당하는 고권적 작용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사건 판결은 외국인에게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는지를 해당 외국인이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 내지 대한민국에서 법적으로 보호가치 있는 이해관계를 형성한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판단하여 외국인이 출입국 관련 행정행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데 그 의의가 있다. 2)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다투는 외국인은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에 입국하게 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이므로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형성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반면 국적법상 귀화불허가처분이나 출입국관리법상 체류자격변경 불허가처분 등을 다투는 외국인은 대한민국에 적법하게 입국하여 상당한 기간을 체류한 사람이므로,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형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나.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성 1) 입국사증의 발급 여부가 주권국가의 고권적 행위라는 점에서 사증발급거부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을 확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다만, 대법원이 판시한 기준에 따르더라도 외국인이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형성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반드시 분명한 것은 아닌바, 외국인이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구체적이고 면밀한 검토 없이 사증발급 거부행위를 다툴 법률상 이익을 일률적으로 부정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2) 이 사건의 경우에도 원고는 결혼이민(F-6) 체류자격 사증이 발급되지 않자, A와 혼인한 때로부터 단기일반(C-31) 또는 순수관광(C-32) 사증을 발급받아 국내에 단기간씩 체류하면서 출국과 재입국을 반복하면서 A가 매수한 아파트에서 동거하였고, 이 사건 거부처분이 A의 가족결합권을 침해하는 측면도 있는바, 외국인의 사증발급신청행위라고 하여 이 사건 거부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조차 인정될 수 없다고 할지는 다소 의문점이 남는다고 할 것이다. 박태준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외국인
출입국관리법
국적
사증발급
박태준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2018-06-27
인터넷
형사일반
[판례해설] “비트코인”(Bitcoin) 몰수 가부를 중심으로
1. 사건의 개요 2018년 상반기 대한민국은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가상화폐의 적법성 여부” 등을 놓고 한 바탕 홍역을 치렀다. 가상화폐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와중에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 및 도박개장방조를 통하여 불법하게 “비트코인”(Bitcoin)을 취득하여 수익을 올린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에 대하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하게 취득한 “비트코인”(Bitcoin)을 몰수 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이에 제1심 법원은 몰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였으나, 제2심 법원에서는 몰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쟁점은 ① 피고인의 행위가 통상의 형법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②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재산에 해당하는가? ③ ‘재산’이라면 몰수의 요건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가? ④ 마지막으로 당해 사건에서 비트코인이 ‘특정’되었는가? 등이다. 법조인들이라면 누구나 “비트코인”(Bitcoin) 몰수와 관련된 본 사건에 대한 최종심인 대법원 판단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2. “비트코인”(Bitcoin)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몰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하급심 판결의 논의 (1) 피고인의 행위가 통상의 형법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이러한 논의는 형법상의 몰수는 ‘물건’으로 한정되어 있으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물건’에 제한하지 않고 ‘재산’으로 확장하고 있어 “비트코인”(Bitcoin)의 몰수여부 판단에 대한 법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1심 법원에서는 몰수의 적용 법조를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로 적시한 것으로 보아 비트코인 몰수와 관련하여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제2심 법원에서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죄를 중대범죄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법이 아니라 특별법인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2)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재산’에 해당하는가? 제1심 법원에서는 “비트코인”(Bitcoin)은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 제1심이 형법 제48조상의 몰수 규정에 따라 몰수 가부를 살펴보는 경우 몰수의 대상은 ‘물건’ 즉 유체물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무형적 재화로 볼 수 있는 “비트코인”(Bitcoin)은 그 몰수 대상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 제2심 법원에서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몰수의 대상을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물건’에 제한하지 않고 ‘재산’으로 확장하였으며, 시행령은 ‘은닉재산’을 ‘몰수·추징의 판결이 확정된 자가 은닉한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후 ① “비트코인”(Bitcoin)은 블록체인 기술에 의하여 그 생성, 보관, 거래가 공인되는 가상화폐로서, 무한정 생성·복제·거래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차별화되는 점, ②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에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④ 회원들로부터 취득한 비트코인 중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압수된 비트코인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에 해당하여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3)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재산’에 해당한다면 몰수 요건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가?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1심 법원의 논의가 없다. 다만 피고인은 블록체인의 운영체계를 들어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제2심 판결에서는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진술한 전자지갑의 ‘주소’ 및 ‘비밀키’를 근거로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특정한 다음, 위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어 있으므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동일성을 인정하였다. (4) “비트코인”(Bitcoin)이 몰수하기 위해 특정되었는가? 사실 이 부분 역시 제1심 법원의 논의는 없다. 다만 피고인은 압수된 비트코인에서 범죄수익으로 볼 수 있는 비트코인만을 따로 분리하여 특정 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압수된 비트코인을 몰수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제2심 법원은 비트코인의 출처별로 살펴 ①후원금 입금 목록에서 출처가 확인되는 비트코인, ②입금주소가 후원금 입금목록에서 확인되나, 그 액수가 일치하지 않는 비트코인, ③관리자 ID로 입금된 비트코인은 음란사이트 운영과정에서 취득한 재산으로 평가하고 후원금 입금 목록에서 확인되지 않는 비트코인은 범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여 특정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①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이라는 점, ② 피고인은 음란물유포 인터넷사이트인 “OOOOOOO.com”을 운영하면서 사진과 영상을 이용하는 이용자 및 이 사건 음란사이트에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들로부터 비트코인을 대가로 지급받아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하였다는 점에서 피고인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유포)죄와 도박개장방조죄에 의하여 취득한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며, 특정되어 몰수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4. 대상 판결의 의의 세상의 이목이 집중된 본 판결은 가상화폐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다르며,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지만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본 사건의 피고인 역시 회원들로부터 취득한 비트코인 중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었던 점 등을 고려한다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에 해당하여 해당 비트코인을 몰수 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디지털의 발전에 맞추어 법이 변해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감히 단언해 본다. 대학원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매번 강의할 때 마다 강의하는 내용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뒤쳐져 있는 것이 아닌지 두렵고 불안하기만 하다. 최첨단으로 발전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조인은 무한한 자기 발전을 하지 아니하면 어느 순간에 구석기 시대에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과 관심을 표명하고자 한다. 제2심에서는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었다는 점에서 몰수시점에서도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비트코인은 블록체인기술에 기반하고 있으며, 모든 비트코인의 거래는 약 10분마다 생성되는 ‘블록(block)’에 기록되어 기존 ‘블록’에 덧붙여짐으로써 확정되며, 이러한 거래기록의 집합체를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이러한 모든 거래가 공개 장부인 블록체인을 통해 네트워크상에 기록되어 공유되므로 비트코인의 복제 내지 이중사용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2심 법원은 적어도 압수한 시점의 비트코인에 대한 블록체인의 공시내용과 몰수 시점의 비트코인에 대한 블록체인의 공시내용이 동일하다는 점을 기술적으로 분석하여 보여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몰수·추징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나 추징액의 인정 등은 범죄구성요건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엄격한 증명은 필요 없지만 역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어야 함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제2심 법원의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은 오감의 작용으로 인지할 수 있는 아날로그 세상이 아니라 과학기술에 기반으로 두고 있는 무형의 디지털 세상에서는 어색하고 불편하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에서는 비트코인을 가상화폐의 일종으로 무형의 재산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향후 정부관계부처의 경제정책의 방향이며, 법조인의 관점에서는 몰수를 집행하는 검찰이 몰수를 위해서 압수와 별도로 새로운 전자지갑을 개설할 것인지, 또 종국적으로는 환가처분을 하여야 할 것인데, 어떠한 방법으로 어떠한 시점에서 할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성균관대 초빙교수)
가상화폐
비트코인
범죄수익
음란물사이트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성균관대 초빙교수)
2018-06-07
형사일반
[판례해설] 체포영장에 의한 타인의 주거 등 수색
헌법재판소는 2018. 4. 26.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경우 필요한 때에는 타인의 주거 등 내에서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2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잠정적용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사건의 개요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집행부의 주도로 2013. 12. 9.부터 ‘철도산업 발전방안 철회’를 요구하는 대정부 파업을 진행하였다. 이에 한국철도공사는 철도노조 집행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였는데, 집행부 10여명이 경찰의 소환조사요구에 불응하자 2013. 12. 16.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 경찰은 2013. 12. 22. 09:00경부터 11:00경까지 사이에 위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하여 경향신문사 건물 1층 로비 출입구와 민주노총 사무실 출입문을 부수고 수색하였으나, 이들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청구인(2015헌바370 사건)과 제청신청인(2016헌가7 사건)은 위와 같은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피의자 수색 과정에서 철도노조 소속 조합원 등 수백 명과 공모공동하여 다중의 위력을 보이고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상태로 경찰관들을 폭행·협박하여 그들의 체포영장 집행에 관한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청구인은 항소심 계속 중 위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피의자 수색의 근거가 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2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그 신청이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제청신청인은 항소심 계속 중 위 형사소송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결정 요지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인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2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명확성 원칙 위배여부와 영장주의 위배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는 명확성 원칙과 관련하여 심판대상조항이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는 ‘피의자가 소재할 개연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하였고,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에 들어가 피의자를 찾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서, ‘피의자 수사’는 ‘피의자 수색’을 의미함을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다고 하면서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영장주의와 관련하여서는 헌법 제16조가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명문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장소에 범죄혐의 등을 입증할 자료나 피의자가 존재할 개연성이 있고, 사전에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영장주의의 예외를 허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심판대상 조항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 내에서 피의자 수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별도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피의자가 소재할 개연성이 있으면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보면서, 이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은 인정되나, 수색에 앞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 예외 요건을 벗어났다고 보았다. 해설 우리 헌법은 영장에 대하여 신체의 자유와 관련하여 제12조 제3항에서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6조에서 주거의 자유와 관련하여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장주의와 관련하여 헌법 제12조 제3항은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여 사전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거의 자유와 관련하여 헌법 제16조에서는 사전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데, 헌법재판소가 이번 결정에서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에 있어서도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즉 현행범인 체포나 긴급체포 또는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의 경우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이 인정되고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영장없이 타인의 주거 등에 대하여 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 제16조 주거의 자유에 대해서는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해석을 통하여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2에 관한 부분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은 소명되나, 수색에 앞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영장없이 타인의 주거 등 내에서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고 보았는데, 첫째 피의자가 그 장소에 소재할 개연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둘째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이례적으로 헌법 조문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헌법개정의 필요성을 적시하였는데, 현행범인 체포, 긴급체포, 일정 요건 하에서의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의 경우에도 헌법 제16조 영장주의의 예외를 허용하는 것으로 헌법조항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결국 헌법 제16조에 의하여 피의자 체포를 위하여 타인의 주거 등에 대한 수색에 있어서 사전영장주의가 적용되는데, 헌법 제16조에는 사전영장주의에 대한 예외가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해석을 통하여 인정될 수 있으나 심판대상 조문은 이러한 예외를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학선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형사소송법
체포
체포영장
영장
전학선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2018-05-04
형사일반
[판례해설] 국방사업 수주 실패 불만… 대낮 ‘판문점 월북’ 시도
1. 사건의 개요 가. 피고인은 2009. 9.경 방탄소재 개발 및 군 특수전략장비 제조업체를 설립하고 국내에서 방탄복 성능 실험을 하고자 하였으나, 피고인이 방탄기술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등의 이유로 실험 기회를 얻지 못하여 몽골 울란바토르 인근에서 방탄복 성능실험 및 방탄복 제작을 하였다. 나.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고인 제작 방탄복의 성능시험을 국내에서 받지 못하는 등 국방부에서 협조를 받지 못하고 방탄기술을 전혀 인정받지 못하자 한국정부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되었고, 위와 같이 몽골을 방문할 때마다 울란바토르 소재 북한의 대남 공작거점 식당을 방문하여 북한 종업원 등과 대화를 나누면서 북한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가지던 중 2010. 3.경에는 북한에 대한 찬양ㆍ고무 등 이적표현물 제작ㆍ반포 혐의로 운영자가 구속되고 폐쇄된 인터넷 네이버「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카페에 정회원으로 가입하여 북한에 대한 게시글을 읽는 등 활동을 하게 되었다. 다. 피고인은 2010. 4.경 ‘보호 패널 적층체 및 그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는 등 방탄기술을 개발하고, 해양경찰청 함정용 방탄판 공급 계약을 체결하여 납품한 것을 비롯하여 방탄장비 제조업을 지속하여 오던 중 2012. 1.경 육군전력지원체계 사업단 방탄복 연구개발사업 제안요청에 따른 예산소요 1,460억 원 상당(사업기간 5년)의 사업수주를 위하여 사운을 걸고 방탄성능 분석을 위한 북한 실탄을 구하려 하는 등 북한관련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149페이지에 달하는 제안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하였으나, 2012. 3. 말경 위 사업수주가 무산되고 기존 군에 대한 방탄장비를 수주하여 왔던 방탄업체에게 기회가 돌아가자, 대한민국 사회체제 전반에 대한 반감을 가지면서 급속도로 북한 김일성 체제에 대한 동조, 피고인이 가지고 있는 방탄기술을 북에 제공하여 남한 사회를 전복하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라. 피고인은 2012. 5.경 개성공단 이동인구로 인하여 입북이 용이한 통일대교를 지나 북한으로 탈북하기로 결심하고 피고인의 승용차를 운전하여 파주시에 있는 통일대교 1번국도 남문 초소에 도착하여 잠시 출입차량 검문에 소홀한 틈에 개성공단 출입허가 차량 2대를 뒤따라 가 검문을 받지 않은 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통제보호구역의 기점인 통일대교를 통과하여 DMZ 최후 방책선인 1사단 관할의 5통문을 통하여 북한으로 탈출하려 하였으나 발각되어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2. 대상판결의 내용 ① 피고인은 방탄플레이트 등 방탄장비 개발ㆍ제조업체 운영자로서 방탄복 연구개발사업의 수주가 실패하자 그 과정에서 정신병적 조증과 더불어 국방부 등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 ② 피고인은 “반갑습니다” 문건에 적은 바와 같이 자신이 북한 지역으로 탈출할 경우 위 기술을 북한에 제공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위 기술은 비록 군사기밀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나, 북한에 유출될 경우 북한에 유리한 자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 또한 보안서약서 작성 과정에서 이를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인 점, ④ 피고인은 정신질환적 발작상태에서 세상의 종말을 피하기 위하여 폐쇄적인 북한에 가려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피고인은 탈출 실패 후 담당 수사관들의 조사 당시 탈출 동기로 세상의 종말을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었던 사정에 비추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 등 범행의 동기 및 경위, 피고인의 지위 및 당시의 행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비록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할지라도, 피고인의 북한 지역으로의 탈출 행위는 대한민국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있고, 피고인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었다고 인정된다. 3. 대상판결의 해설 국가보안법은 1991년에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결정취지(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전원재판부 결정)를 반영하여 국가보안법상의 잠입·탈출죄, 찬양·고무죄, 회합·통신죄 등의 구성요건에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요건을 추가하는 개정이 이루어졌다. 여기서 ‘국가의 존립ㆍ안전을 위태롭게 한다’ 함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협·침해하고 영토를 침략하여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기관을 파괴 마비시키는 것으로 외형적인 적화공작 등을 일컫는 것이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다’ 함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1인 독재 내지 1당 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ㆍ평등의 기본 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의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 우리의 내부 체제를 파괴ㆍ변혁시키려는 것이다(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따라서 모든 잠입ㆍ탈출행위, 특히 북한으로의 밀입북행위가 모두 국가보안법상 잠입ㆍ탈출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고,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는 잠입ㆍ탈출행위만이 잠입ㆍ탈출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피고인이 국방사업 수주에 실패하자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방탄장비 기술 등을 북한에 제공할 의사를 가지고 북한지역으로 탈출하려던 행위에 대하여 대한민국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조인형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월북
국가보안법위반
초소침범
조인형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2018-04-24
형사일반
[판례해설] "마약 피의자가 제출한 모발·소변, 그 자리서 봉인 안했다면…"
-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4222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 1. 사건의 개요 가. 피고인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징역 10월의 형을 복역하고 2015년에 만기 출소하였는데, 2016. 8.말 경 피고인의 소변·머리카락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이 발부되었다. 나. 피고인은 2016. 9. 26. 서울OO경찰서에 자진 출석하여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였고, 경찰관으로부터 소변과 머리카락을 임의로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고 이에 동의하였다. 다. 경찰관은 조사실에서 아퀴사인 시약으로 피고인이 받아 온 소변에 필로폰 성분이 있는지를 검사하였으나 결과는 음성이었다. 경찰관은 그 직후 소변을 증거물 병에 담고 봉인용 테이프로 붙이지 않은 채 조사실 밖으로 가지고 나갔고, 피고인의 머리카락도 뽑은 후 그 자리에서 별다른 봉인 조치를 하지 않고 조사실 밖으로 가지고 나갔다(경찰관은 조사실 책상 위에는 컴퓨터와 수사서류가 있는 등 공간이 협소하여 불편하였기 때문에 자신이 근무하는 사무실 책상에서 소변을 밀봉하고, 모발채집종이에 머리카락을 붙였다고 말했다). 라. 경찰관은 조사실 밖에서 봉인하여 가져온 소변·머리카락 봉합지에 피고인의 날인을 받았고, “직접 저의 소변과 모발을 채취하여 봉합지에 넣어 날인하였습니다.”라고 기재된 소변모발채취동의서에 피고인의 무인을 받았다. 마. 서울OO경찰서는 2016. 9. 27. 위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반환하고, 같은 날 소변·머리카락에 대한 마약성분 검출 여부 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였는데,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감정결과가 회신되었다. 바. 피고인은 “2016. 9. 17.부터 같은 달 26.까지 사이 알 수 없는 시간에 서울, 인천 또는 천안시 동남구의 알 수 없는 장소에서 알 수 없는 양의 메트암페타민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투약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위 감정결과가 필로폰 투약 사실에 대한 유일한 증거이다. 2. 하급심의 판단 ㉮ 서울OO경찰서가 소변·머리카락에 대한 감정을 의뢰할 무렵에는 다른 마약 관련 피의자의 시료가 없었고, ㉯ 서울OO경찰서가 2016. 9. 19.부터 같은 달 30.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소변·머리카락의 감정을 의뢰한 내역은 1건만 있었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경찰관이 봉인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소변·머리카락으로 바꿔치기를 하거나 감정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소변·머리카락을 훼손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필로폰 투약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1심에서 징역 1년 6월이 선고되었고, 피고인이 사실오인을 주장하며 항소하였으나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었다). 3. 대상 판결의 내용 ① 피고인은 필로폰 투약혐의로 경찰서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그 혐의를 부인하며 소변과 머리카락을 임의로 제출하였는데, 피고인이 받아 온 소변에 대한 아퀴사인 시약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고, ② 피고인의 눈앞에서 소변과 머리카락이 봉인되지 않은 채 반출되었음에도, 그 후 조작·훼손·첨가를 막기 위하여 어떠한 조처가 행해졌고 누구의 손을 거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전달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으며, ③ 감정물인 머리카락과 소변에 포함된 세포의 DNA 분석 등 감정물이 피고인의 것임을 과학적 검사로 확인한 자료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으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물이 피고인으로부터 채취한 것과 동일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위 감정결과의 증명력은 피고인의 필로폰 투약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원심 파기). 4. 대상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과학적 증거방법이 사실인정에 있어서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지려면, ㉠ 감정인이 전문적인 지식·기술·경험을 가지고 공인된 표준 검사기법으로 분석을 하였어야 할 뿐만 아니라, ㉡ 시료의 채취·보관·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시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되어야 하며, 각 단계에서 시료에 대한 정확한 인수·인계 절차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유지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772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였다. 대상 판결의 원심은, 위 ㉮, ㉯의 사실 및 ㉰ 경찰관이 피고인의 소변과 머리카락을 건네받아 피고인이 없는 다른 장소에서 봉인하여 피고인에게 다시 가져왔음에도 피고인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밀봉된 봉합지 위에 날인하였고, ㉱ 피고인이 위 감정결과를 알게 된 후 출석을 거부하다가 2016. 11. 25. 체포영장에 의하여 체포된 후 위 감정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머리카락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한 사실 등에 근거하여, 경찰관이 봉인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소변·머리카락으로 바꿔치기를 하거나 감정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소변·머리카락을 훼손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시료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반하여 대상 판결은, 피고인이 받아 온 소변에 대한 아퀴사인 시약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점 등에 비추어 위 ㉮∼㉱의 사정만으로는 시료의 동일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다. 봉인 조치가 피고인의 눈앞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시료의 동일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사정인데, 검사가 그 의문점을 해소하는 증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상 판결의 원심이 내세운 위 ㉮, ㉯의 사정만으로는 시료를 봉인하는 과정에서 바꿔치기나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된다고 할 수 없는데, 대상 판결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충실하게 검사의 이 부분 증명부족을 지적하면서, 감정의뢰 대상물인 소변·머리카락에 대한 봉인 조치가 피고인의 눈앞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의 시료의 동일성 인정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다.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증거
증거능력
훼손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8-03-09
형사일반
[판례해설] ‘교통 통제된 도로에서 진행된 시위’에 참가한 사람에 대한 일반교통방해죄 적용 문제
-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도11408 판결 - 2015. 11. 14. 서울광장 등에서 ○○노동조합총연맹은 총53개 시민ㆍ사회단체들과 함께 사전 집회를 진행한 후 같은 날 16:00경 광화문 광장에 집결하여 본 집회인 ‘민중총궐기 대회’를 진행하기로 계획하였다. 이에 따라 사전 집회를 진행한 후 사전 집회에 참가하였던 집회참가자 총 68,000여명은 광화문 광장에서 본 집회를 개최하겠다며 태평로 일대를 점거한 채 광화문 광장 쪽으로 행진하다가 금지 통고된 행진임을 이유로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하였다. 피고인은 ○○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노조 ○○지회 간부인데, 2015. 11. 14. 15:00경부터 16:00경 위 사전 집회로 인하여 이미 경찰 차벽으로 차단된 서울 중구 태평로 일대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위 사전 집회참가자들에 합류하여 위 도로의 차로를 점거하여 위 사전 집회참가자들과 공모하여 육로를 불통하게 하는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피고인은 ① 이 사건 집회 참가자들이 아직 행진을 개시하기도 전에 경찰의 차벽 설치로 인해 태평로에서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집회 참가 행위로 인해 차량이나 사람의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어 인과관계가 없고, ② 피고인이 이 사건 집회에 참가한 행위는 일반교통방해죄의 행위태양인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은 비록 경찰이 당시 차벽을 설치하여 도로를 통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 등 집회참가자들이 신고된 행진경로를 현저히 벗어나 진행함으로 인하여 초래된 결과이므로, 피고인 등 집회참가자들의 행위와 교통방해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일반교통방해죄가 교통을 방해하여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이상,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태양은 ‘기타의 방법’에 포섭될 수 있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고지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미 교통의 흐름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의 도로를 점거하는 것은 교통방해의 추상적 위험조차 발생시키지 않고, 또한 승계적 공동정범을 인정하지 않는 확립된 법리에 따라 다른 집회참가자들의 도로점거가 완료된 이후에야 시위에 합류한 피고인에게 차벽 설치 전 다른 집회참가자들이 행한 도로점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여,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에서 시위대에 합류하였다거나 사전에 공모가 없었다고 해서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결 이유는 적절하지 않지만, 피고인에 대하여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여 항소심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먼저 경찰의 차벽으로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에서의 도로점거가 교통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보면, 이에 관하여 항소심은 교통방해의 추상적 위험조차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대법원은 1심과 같이 교통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것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함)에 따라 적법한 신고를 마친 집회 또는 시위라고 하더라도 당초에 신고한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거나 집시법 제12조에 따른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도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55 판결). 종래 일반교통방해죄는 집회·시위 참가자를 처벌하는 대표적 조항으로 활용되어 왔는데, 본 판결에서도 기존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하는 대법원의 입장은 변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교통방해죄의 공동정범 성립 문제를 살펴보면, 이에 관하여 항소심은 승계적 공동정범의 법리를 인정하지 않는 한, 피고인에게 차벽 설치 전 다른 집회참가자들이 행한 도로점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반교통방해죄에서 교통방해 행위는 계속범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어서 교통방해의 상태가 계속되는 한 이미 다른 참가자들에 의해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교통방해를 유발한 다른 참가자들과 암묵적·순차적으로 공모하여 교통방해의 위법상태를 지속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고 하였다. 다만, 본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참가 경위나 관여 정도에 비추어 피고인과 기존 집회참가자 사이에에 공모 사실이 없다고 판단하여 결론에서는 항소심과 동일하게 되었다. 피고인의 ② 주장에 대해서는 1심 판결 이후 특별히 다투어지지 않았는데, 이는 헌법재판소가 2010. 3. 25. 재판관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형법 제185조의 ‘기타 방법’이라는 구성요건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고,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은 과잉입법으로도 볼 수 없다는 합헌결정에 기인한다. 현재 집회참가자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아닌,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교통방해죄의 행위태양이 광범위하여 쉽게 적용될 수 있고, 또 법정형이 “10년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되어 있어 현행범체포 뿐만 아니라 손쉽게 긴급체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통의 보호라는 법익 못지않게 집회와 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 보장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집회 참자가들을 손쉽게 일반교통방해죄로 의율하여 처벌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이므로, 보다 신중하게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입법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의 일반교통방해죄와 구성요건이 유사하지만 ‘기타 방법’이라는 일반조항이 사용되지 아니하고, 독일의 경우도 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이 구체적이고 상세히 제한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입법례를 참조하여 우리나라의 일반교통방해죄도 구성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일반교통방해
시위
교통방해죄
집회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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