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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 기간제계약을 수 차례 갱신한 경우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 서울행정법원 2016. 10. 20. 선고 2015구합71068 판결 - 1. 들어가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에서는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을 2년으로 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게 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 2년의 범위 내에서 기간제근로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횟수를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판례는 기간제법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기간을 정한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계약의 갱신을 기대할 수 있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갱신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면 해고로 보아 왔다. 그리고 기간제근로계약은 2년 기간 내에 1-2회 정도 갱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런 경우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다른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 왔다. 그런데 최근 하급심 판결(서울행정법원 2016. 10. 20. 선고 2015구합71068 판결, 이하 '대상판결')은 23개월 동안 단기간(2주~6개월)의 기간제근로계약을 총 14회나 갱신(총 15회 계약체결)을 한 사안에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아래에서는 대상판결을 일반화할 수 있는지, 대상판결의 쟁점과 문제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원고(현대자동차)는 휴직, 파견, 정직 등의 사유로 결원이 발생한 경우 해당 직원이 복귀하기 전까지 촉탁계약직을 임시로 채용하여 대체인력으로 투입하였다. 참가인은 2013. 2. 25. 원고와 근로계약기간을 1개월로 하는 촉탁계약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2주일에서 최대 6개월 단위로 총 14회에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하면서 자동차의 쇼바ㆍ배터리ㆍ백시트 장착 업무를 수행하였다. 참가인은 원고가 15번째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이 종료하고 계약갱신을 거절하자,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계약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한 것이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고는 행정법원에 재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하였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1) 기간제법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사용자는 최초 근로계약이나 재계약에서 갱신사유, 갱신횟수, 갱신한도 등의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갱신기대권의 발생을 저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2) 본 사안의 경우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대상판결은 ①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점, ② 참가인과 같은 촉탁계약직은 당초 업무공백 사유(전출, 사직, 휴직 등)가 해소되는 경우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이 예정되어 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는 점, ③ 촉탁계약직의 업무(자동차 쇼바ㆍ배터리ㆍ백시트 장착)가 상시적ㆍ계속적으로 필요한 업무에 해당하지만, 당해 업무는 정규직원의 일시적 공백을 채우기 위해 한시적으로 인력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점, ④ 모집공고문에 '필요시 근로계약 연장 가능'이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이는 채용을 위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여 근로계약의 내용이 아니고 근로계약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재계약의무를 부담지운 것은 아니라는 점, ⑤ 촉탁계약직의 경우 근태관리만 하였을 뿐 인사평가가 실시되거나 그러한 결과가 계약갱신에 반영된 적도 없다는 점, ⑥ 촉탁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가 한 건도 없었을 뿐 아니라 참가인 역시 촉탁계약직의 최대 갱신기간이 2년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3. 검토 가. 기간제법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 관련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고, 다수의 판례들 역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일부 판결은 "다른 나라의 입법례처럼 기간제 근로계약의 재체결에 정당한 객관적 사유의 존재를 요구하거나 기간제근로계약의 반복적 체결이 가능한 횟수를 제한하고 있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기간제법 시행 이후 신규로 체결되는 기간제근로계약은 근로관계가 2년의 기간 내에 종결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반면 근로자에게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하여,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기간제근로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기간제법 시행을 이유로 갱신기대권이 부정된다면 기간제법 입법목적에 반한다는 점, 갱신기대권 이론은 기간제법과는 달리 기간제근로자의 신분은 유지하면서 사용자에게 갱신의무만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는 견해가 많다. 나. 대상판결에서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판례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와 관련하여 "①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②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과거 판결에서도 2-3회 정도 계약을 갱신했다는 이유만으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경우가 있었으나, 대상판결과 같이 단기간의 계약을 총 14회나 갱신한 경우에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상판결은 비록 갱신의 횟수는 많았으나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에서 계약갱신에 대한 내용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취업규칙에서 계약기간 만료시 당연퇴직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 업무가 상시적이고 계속적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업무의 객관적 내용 뿐 아니라 당해 업무에 인력을 충원할 필요성이 한시적인지 여부도 함께 고려하여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다만, 참가인이 피고 관리자로부터 열심히 일하면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한 점, 사원 모집공고에서도 '근로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둔 점, 명시적으로 촉탁계약직과의 총 사용기간이 2년 이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표시하지 않은 점, 촉탁계약직의 업무 자체가 상시적ㆍ계속적으로 필요한 업무라는 점 등 갱신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는 요소도 상당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항소심에서의 판결이 엇갈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대상판결에서는 촉탁계약직에 대해 계속적 고용관계를 전제로 하는 인사평가제도가 실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갱신기대권 부정의 이유로 보았으나, 인사평가제도가 실시되지 않았다는 점과 갱신기대권 인정과는 관련성을 찾기 어렵고, 오히려 만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경우 이러한 평가도 없이 단순 계약기간 종료만으로 계약을 거절한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근거가 될 수도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대상판결만을 신뢰하여 2년 범위 내에서 단기간의 기간제 계약을 반복 갱신하는 것은 법적 리스크가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대상판결에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 방법을 설시한 바와 같이, 사용자는 최초 근로계약이나 재계약에서 갱신사유, 갱신횟수, 갱신한도(총 사용기간의 상한)을 명시함으로써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기간제
근로자
갱신기대권
노무
2016-11-14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 기간제 근로계약과 갱신기대권
1. 사실관계 지방공기업인 피고는 2013. 3. 4. 토지판매촉진 관련 업무를 담당할 마케팅 전문가 채용공고를 내면서, 계약기간 1년이고 실적이 우수한 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근로조건을 기재하였다. 원고들은 다른 회사에서 정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위 채용공고를 보고 마케팅 전문가로 입사지원을 했고, 2013. 3. 25. 피고와 계약기간이 2013. 3. 25.부터 2014. 3. 24.까지인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원고들은 기존 직장을 퇴사한 후 피고 마케팅실에서 일하며 피고의 부채를 크게 감소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피고의 여러 임직원들은 이들의 실적이 좋다는 평가를 내렸으며, 마케팅실에서 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달라는 내부문건을 작성한 적도 수차례 있었다. 원·피고는 2014. 3. 24. 위 계약을 2015. 3. 24.까지 1회 연장 갱신하였다. 그런데, 위 갱신기간의 만료를 앞둔 2015. 3. 19. 피고는 원고들을 포함한 계약직 마케팅 전문가 7명에게 채용공고와 달리'사무지원원 직종전환신청'을 안내하였다. 안내를 받은 사람들 중 일부는 직종전환신청을 하여 무기계약직인 사무지원원이 되었다. 그러나, 원고들은 "피고가 채용공고를 따르지 않고 자신들을 다른 직종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려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민원을 제기하였다. 피고가 민원을 받아들이지 않고 2015. 3. 24. 원고들에게 근로계약 만료를 통지하자,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의 확인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원심판결의 요지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의 지위에 계속 있음을 주장하는 논거는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 원·피고는 실적이 우수한 마케팅 전문가에 대해서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데 합의했다. 둘째, 원고들에게는 '실적이 우수할 경우 피고가 원고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 첫 번째 논거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채용공고에 기재된 문언은 실적우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확정적 의사표시가 아니고, 근로계약서에도 실적우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규정이 없으며, 피고 마케팅실에서 인사팀으로 보낸 무기계약직 전환요청 공문은 내부적 업무처리과정에서 작성된 것에 불과하고, 실제 합의가 있었다면 왜 무기계약직 전환 대신 계약기간만 1년 연장했겠느냐며, 원·피고 사이에 무기계약직 전환의 합의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논거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이 사건의 원고들에게는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① 근로계약서에는 피고에게 무기계약전환의무가 있다는 규정이 없고, ② 구체적인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채용공고 문언만으로 원·피고 간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도 없으며, ③ 일정 요건이 갖추어지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관행도 없었고, ④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다른 직종으로의 무기계약직 전환신청을 권유받았으나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그런데, 항소심인 대상판결은 위 두 번째 논거에 있어 원심이 밝힌 법리를 인용하면서도 전혀 반대의 견론을 내렸다. 원고들에게는 '실적이 우수하다면, 피고가 나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줄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는데, 피고가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절함으로써 위 기대권을 부당하게 침해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상판결은 ① 채용공고 당시 피고에게는 실적우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확정적인 의사가 존재했고, 피고 스스로 근로계약 체결 이후 채용공고의 문구에 법적 구속력이 있음을 인식하였다는 여러 정황이 보이는 점 ② 애초 성과우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의사가 있어 채용공고를 냈던 것이니, 피고는 당연히 성과우수자 평가기준을 만들 의무가 있고 피고의 의무불이행을 원고의 불이익으로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 ③ 피고 측 임직원들은 지속적으로 '실적우수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신뢰를 보였고, 피고가 단기계약직 직원 등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전례가 있었던 점 ④ 다른 회사의 정규직 사원이었던 원고들이 신분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열심히 일해 성과를 얻은 이유는 피고가 성과우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주리라 신뢰했기 때문인바, 이러한 신뢰는 피고가 적극적·지속적으로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특별히 보호받을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결국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이 피고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였다. 다만 피고는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이다. 4. 판례해설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은 기본적으로 같은 법리를 따른다. 원심판결은 2011년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1.4.14. 선고 2007두1729 판결)가 밝힌 기간제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의 법리 즉,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만료로 당연퇴직 되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계약 등에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근거규정이 있거나 근로관계 갱신에 대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 기대권이 정당한 이유 없이 침해되면 부당해고와 마찬가지의 효력이 생긴다"는 법리를 무기계약직 전환의 경우에도 유추적용하였고, 대상판결은 위 법리의 유추적용에 동의하되, 신뢰관계의 형성에 대하여는"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거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근로자의 기대 또는 신뢰가 사용자의 지속적이면서 적극적인 행위에 의하여 유도되었고, 근로자가 희생을 감수하면서 사용자에 의하여 유도된 방향으로 상당 기간 일정한 행위를 하였다면, 위와 같은 근로자의 기대 또는 신뢰는 특별히 보호될 필요가 있다"는 부수적인 법리를 새롭게 밝혔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권리(權利)라는 것은 일정한 이익을 향유하기 위하여 법에서 인정한 힘인데, 노동관계법규 어디에도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을 부여한다는 명문규정은 없다. 다만, 판례는 일정한 요건 하에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의 보호를 위하여 갱신기대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4조가 현실에서 관철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는 것은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노동법의 입법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기간제
근로자
갱신기대권
2016-11-03
민사일반
지식재산권
2차적저작물 양도에 원저작물 이용허락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
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5333 판결 [사실관계] 삼성 SDS(이하 '피고', 이 사건 발생 당시는 2012년 삼성 SDS에 합병된 EXECNT 주식회사임)는 2004. 1. 5. 컴퓨터프로그램 개발업체 원고 로지스큐브(이하 '원고')로부터 창고관리 프로그램(이하 'B 프로그램')을 공급받기로 하는 개발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본래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을 작동환경으로 하는 창고관리 프로그램(기존 프로그램, 이하 'A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피고는, IBM사가 제공하는 서버에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이용자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서버에 접속하여 프로그램을 사용하도록 하는 이른바 'ASP' 방식의 창고관리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업을 할 목적으로, A 프로그램을 수정하여 IBM 사의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인 DB2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는 B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한 것이었다. 한편 개발위탁계약서 제7조에는 원고가 제출한 용역수행결과 산출물에 대한 권리는 모두 피고에게 귀속된다고 기재되어 있었고, 개발위탁계약에 따라 개발을 마친 원고는 2004. 2. 26. 피고에게 이 사건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제공함도 동시에 그에 대응하는 오라클 기반의 소스코드도 같이 제공하였다. 그런데 위 개발위탁계약서 제7조에는 B 프로그램에 관한 모든 권리가 피고에 귀속된다고만 되어 있을 뿐, B 프로그램을 개작할 경우에 원고로부터 별도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즉 위 개발위탁계약서의 내용으로 보아 B 프로그램을 개작할 수 있는 권리가 일정한 범위 내로 제한된다고 볼 만한 내용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피고는 B 프로그램과 같은 창고관리 프로그램을 스스로 사용하는 기업이 아니라 물류 사업을 영위하는 고객들을 상대로 창고관리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으로서, 위 개발위탁계약 체결 당시부터 향후 이용환경 등의 변화에 대응하여 B 프로그램을 적절하게 수정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고, 원고 역시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한편 피고는, 2004. 8.경 B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다른 업체에게 창고관리 서비스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장애가 발생하자, DB2를 기반으로 하는 B 프로그램의 작동환경을 오라클로 전환한 새로운 프로그램(이하 'C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다른 업체에게 공급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가 B 프로그램을 개작한 C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다른 업체에게 제공한 것은 원저작물인 '기존 프로그램(A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1심 법원은 피고에게 8,000만원의 손해배상 이행을 선고하여 원고의 손을 들어 주었으나, 2심 법원은 이를 뒤집고 피고의 손을 들어 주었다. [쟁점] o 프로그램 개발위탁계약에 따라 2차적 저작물인 B 프로그램에 관한 저작권이 피고에게 양도된 경우, 그에 따라 원저작물인 A 프로그램의 저작권도 양도되는지 여부 (제1쟁점) o 프로그램 개발위탁계약에 따라 2차적 저작물인 B 프로그램에 관한 저작권이 피고에게 양도된 경우, 2차적 저작물인 B 프로그램에 대한 2차적저작물작성권도 양도되는지 여부 (제2쟁점) o 원저작물과 2차적저작물에 관한 저작재산권을 모두 보유한 자가 그 중 2차적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는 경우, 그 양도의 의사표시에 원저작물 이용에 관한 허락도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 (제3쟁점) [해설] 1. 제1쟁점에 관하여 우리 저작권법은 2차적저작물을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하며, 2차적저작물의 보호는 그 원저작물의 저작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제5조). 즉 2차적저작물은 원저작물과는 별개의 저작물이므로, 어떤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이 양도되는 경우, 원저작물의 저작재산권에 관한 별도의 양도 의사표시가 없다면 원저작물이 2차적저작물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이 2차적저작물의 저작재산권 양도에 수반하여 당연히 함께 양도되는 것은 아니다. 본 사안에서, 대법원은 비록 이 사건 개발위탁계약에 따라 2차적 저작물인 B 프로그램에 관한 저작재산권이 피고에게 양도되었더라도 그에 의하여 곧바로 그 원저작물인 A 프로그램에 관한 저작재산권까지 함께 양도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원고가 이 사건 개발위탁계약을 통하여 원저작물인 A 프로그램에 관한 저작재산권을 피고에게 양도하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2. 제2쟁점에 관하여 제2쟁점에 관하여는 법문에 명기되어 있는바,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는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하지만, 다만, 프로그램의 경우 특약이 없는 한 2차적저작물작성권도 함께 양도된 것으로 추정한다(저작권법 제45조 제2항). 본 사안은 컴퓨터프로그램에 관한 것으로서, 저작권법 제45조 제2항 본문이 아닌 단서가 적용된다. 즉 피고는 원고로부터 B 프로그램에 대한 권리를 양도받았고, 달리 2차적저작물에 대한 제한 특약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B 프로그램에 대한 2차적저작물작성권도 보유하고 있다. 3. 제3쟁점에 관하여 본 사안의 핵심쟁점은 제3쟁점인바, 피고가 B 프로그램을 개작하여 C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 원고의 원저작물의 저작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는데, 이 쟁점에 대하여 대법원은 B 프로그램을 양도한 원고가 피고에게 원저작물에 대한 이용허락도 같이 하였는지의 문제로 파악하였다. 만일 원고가 피고에게 원저작물에 대한 이용허락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면 피고의 B 프로그램의 개작 또는 C 프로그램의 개발은 원저작물에 대한 침해가 되지 않지만, 반대로 원고가 피고에게 원저작물에 대한 이용허락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면 피고의 B 프로그램의 개작 또는 C 프로그램의 개발은 원저작물에 대한 침해가 성립한다. B 프로그램을 양도한 원고가 피고에게 원저작물에 대한 이용허락도 같이 하였는지의 판단기준에 대하여 대법원은 "원저작물과 2차적저작물에 관한 저작재산권을 모두 보유한 자(= 원고)가 그 중 2차적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는 경우, 그 양도의 의사표시에 원저작물 이용에 관한 허락도 포함되어 있는지는 양도계약에 관한 의사표시 해석의 문제로서 그 계약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2차적저작물양도에 원저작물에 대한 이용허락이 포함되었는지를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계약 또는 의사표시 해석의 문제로 보았고, 양도계약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본 것이다. 본 사안의 경우, 대법원은 원고가 피고에게 B 프로그램의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면서 원저작물인 A 프로그램의 이용허락을 했다고 판단하였는데, 첫째, 이 사건 개발위탁계약의 내용을 보건대, B 프로그램에 대한 모든 권리가 피고에게 귀속된다고 되어 있어(제7조), B 프로그램을 개작할 경우 원고로부터 별도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거나 B 프로그램을 개작할 수 있는 권리가 일정한 범위 내로 제한된다고 볼 만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는 점, 둘째, 피고가 원고와 계약을 체결한 목적, 셋째, 피고가 B 프로그램을 적절하게 수정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고 원고는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점, 넷째, 원고는 피고에게 B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뿐만 아니라 그에 대응하는 '오라클' 기반의 소스코드도 함께 제공한 점, 다섯째, 피고가 B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창고관리 서비스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장애가 발생하자 'DB2' 기반의 B 프로그램의 작동환경을 '오라클'로 전환하여 공급하였는데 원고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등이 고려되었다. 결국 원고가 피고에게 B 프로그램의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면서 원저작물인 A 프로그램의 이용허락을 하였는바, 피고가 B 프로그램을 개작하여 C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은 원고의 원저작물 A 프로그램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판결의 의의] 이번 판결은, 발주자와 개발자 사이의 개발위탁계약을 통해 산출물인 컴퓨터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양수한 발주자의 2차적저작물작성권 또는 개작권의 범위에 대하여 판시하고, 특히 그 산출물의 원저작물에 해당하는 개발자의 원본 프로그램과의 관계에 대하여 계약 또는 의사표시 해석의 방법을 적용하여 발주자의 2차적저작물작성권 범위를 확정한 것으로서, 실무상 발생하는 많은 SW 개발 분쟁에 있어 그 침해 기준을 제시하였다.
2차적저작물
저작권
프로그램
2016-10-26
엔터테인먼트
[판례해설] 공정위 표준약관에 따른 전속계약서 유효 인정
1. 들어가며 뉴스를 통해 가수들이 소속사와 체결한 전속계약의 효력이 없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소식을 종종 접할 수 있다. 보통 전속계약의 기간이 지나치게 길고 수익 분배나 위약금 조항 또한 소속된 가수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게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전속계약서를 기초로 작성된 전속계약서는 유효하다는 취지의 판결이 있었다. 2.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2012. 7. 2. 소속사 A와 전속계약을 체결(이하 '이 사건 전속계약')하였고, 그로부터 약 한달 뒤인 2012. 8. 9. 첫번째 음반을 발매하여 ○○○○라는 이름의 2인조 그룹으로 가수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후 2013. 10. 16. 소속사 A는 피고에게 흡수합병되었다. 원고들은 2015. 8. 경 피고에게 이 사건 전속계약의 효력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주장은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전속계약의 계약기간이 첫 번째 음반 출시일로부터 7년으로 정하고 있어 지나치게 장기이고, ② 원고들의 계약 위반에 대해서만 과도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하고 있으며, ③ 계약체결이나 활동 일정에 대해 원고들은 피고의 결정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어 원고들의 활동을 비정상적으로 강요하고 있고, ④ 지식재산권 등의 권리귀속이나 수익분배도 현저히 균형을 잃었기 때문에, 이 사건 전속계약은 민법 제103조에 위반되는 것이다. 3.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의 위 ① 내지 ④ 주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①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인 단체 및 현직 연예인들로부터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를 작성하여 공표하였는데, 위 표준전속계약서는 기본적으로 계약기간 자체에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다만 7년이 넘으면 가수가 계약 해지를 주장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 점, 연예기획사로서는 초기에 많은 투자비용을 지출하게 되고 그 투자비용 회수를 위해 일정한 전속기간을 정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전속계약의 계약기간 7년은 부당하게 장기로 정해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② 연예기획사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대중의 인기를 얻은 가수가 무단으로 계약을 이탈하는 경우 연예기획사는 큰 손해를 입게 될 수밖에 없는데 연예기획사의 입장에서는 그 구체적인 손해를 입증하기 어려우므로 손해배상액을 예정해둘 필요가 있고, 만약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면 법원이 적절히 감액할 수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전속계약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과도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③ 연예기획사가 연예업무의 처리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예인은 매니저를 통해서만 연예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 전속계약의 주요 내용이므로 이 사건 전속계약의 관련 조항은 전속계약의 본질적인 내용을 구성하는 것일 뿐 원고들에게 비정상적인 활동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④ 공정거래위원회가 공표한 표준전속계약서도 계약기간 중에 연예기획사가 개발, 제작한 콘텐츠는 연예기획사에 귀속되며, 연예인의 실연이 포함된 콘텐츠의 이용을 위해 필요한 권리는 연예기획사에 부여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 사건 전속계약의 지식재산권의 권리귀속에 관한 규정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으로 볼 수 없다. 또한 음반 및 영상물에 대한 제작비용을 모두 피고가 투입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전속계약서의 수익분배 조항도 합리성이 있어 보인다. 4. 해설 전속계약은 연예인이 연예기획사에게 상당기간 전속되는 대신 연예기획사가 매니지먼트 비용부터 각종 홍보, 출연 교섭 등에 필요한 비용까지 모두 부담하는 구조의 계약이다. 연예산업의 경우 연예기획사가 발굴?육성한 연예인이 대중의 인기를 얻어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는 매우 극소수인 만큼 투자위험도가 높은 산업이므로 연예기획사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전속기간을 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연예인의 입장에서는 교섭력이 약한 신인시절에 연예기획사와 체결한 전속계약에 지나치게 오랜 기간 구속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와 경제활동의 자유 등이 제약된다고 볼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표한 표준전속계약서는 이러한 입장들을 고려하기 위하여 연예산업계로부터 의견수렴을 거쳐 작성된 것이므로 표준전속계약서에 따라 체결된 전속계약서는 일응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 법원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가수와 소속사 사이의 전속계약이 속칭 노예계약인지 여부를 그계약서가 표준전속계약서를 기초로 작성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표준전속계약서를 기초로 하여 작성하였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기는 하겠지만, 위 판결에도 불구하고 전속계약의 유효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여겨진다.
전속계약
연예인
표준전속계약서
2016-07-08
금융·보험
형사일반
판례해설 - 최근 조직적 금융사기 범죄에 대한 처단
- 서울 중앙지법 2015고합974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 □사건개요 투자 자문 회사인 이솜투자자문 주식회사의 실질적 대표인 송00등 회사 간부5명이 "해외 선물투자를 통해 원금과 매월 약 2.5% 상당의 투지 수익금을 보장하겠다"는 원금보장문구가 명시된 투자일임계약서, 이면계약서를 이용하거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손실이 난 적이 없음을 강조하는 방법 등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하여, 2015. 3경부터 2015. 8경까지 사이에 투자자 2,993명으로부터 합계 138,031,000,000원을 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사안으로, 실질적 대표인 송00은 징역 13년, 다른 간부들에 대하여는 징역 4~7년의 중형을 선고하고 아울러 피해액 배상을 명함. □판결 요지 원금 및 이자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은 실현 불가능한 거짓이라고 인정한다. 조직적으로 투자 설명회를 개최하고 선순위 투자자들에 대하여 원금 및 이자를 제때 지급한 것처럼 모양을 가춘 것은 나중에 투자한 사람들의 돈을 이용하여 이른바 "돌려 막기"를 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숨투자자문은 합법적인 금융기관을 가장한 유사금융사기단체였다. 피고인 송○○등은 투자자문업 및 투자일임업의 등록이 되어 있던 미도투자자문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숨투자자문을 '우회등록' 하였다. 피고인 송○○와 조○○가 이미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거나 자본시장법위반 등으로 기소되어 임원 및 대주주가 될 수 없었던 상황에서, 피고인 안○○을 명목상 대표이사로 내세우고, 주식 대부분을 피고인 송○○ 가족들의 명의나 가장납입에 의한 방법으로 취득하였고, 피고인 조○○는 '이한영'이라는 가명을 쓰는 방식으로 불법성을 감추었다. 회사의 얼굴로 장시영 등 이름이 알려진 전문가를 내세웠고, 언론사기자들에게 청탁하여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홍보영상을 제작하거나, 리치아카데미를 통하여 투자기법을 강의하기도 하고, 한국골프대학(KGU)과 산학협약MOU를 체결하는 등 피해자들이 신뢰할 수밖에 없는 외관을 창출하였다. 그러나 이미 많은 위법성을 안고 있던 계약서들은 제대로 설명되지도, 지켜지지도 아니하였고, 트레이더들은 전문가들이 아니었으며, 유사수신범행을 통해 투자금을 모집· 예탁받은 이숨프라임계좌는 편취금을 빼돌리기 위한 '밑 빠진 독'이었다. 투자금은일부만이 해외선물거래에 사용되었고, 수익금은 후순위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원천으로한 '돌려막기'로 지급된 것이었다. 그 모든 것들이, 그럴 듯해 보이는 거대한 연극무대의 뒤편에서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빼돌리기 위한 무대장치들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이 인정 된다 □해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들이 동원한 최첨단 투자 기법에 의한 이익 창출 선전 행위에 대하여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법원은 이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로 이숨투자자문 소속 트레이더들이 거래한 내역, 투자자들이 회사가 제공한 '프라임시스템'을 통하여 확인한 거래내역이 실제의 해외선물거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였고, 나아가 투자금을 혼합 관리한 것에 대한 평가, 투자금의 사용처, 투자금 모집과정에서 홍보?설명한내용(원금보장약정의 인정 여부)도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기망행위를 인정하였다. 피고인들은 이숨투자자문의 사업 내용은 기망행위가 아니며 이숨투자자문이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홈트레이딩시스템인'뉴 프라임시스템' 혹은 '프라임퓨처스'가 보여주었던 거래내역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없고, 위 프라임시스템은 증권회사의 해외선물계좌와 실제로 연동되었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투자금이 선순위 투자자 혹은 리치파트너 투자자들에 대한 수익금 지급 및 투자금 반환을 위한 이른바 '돌려막기'에 사용되었다는 것은 추측에 불과하고,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바람에 투자금의 구체적인 운용방법과 사용처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변소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위 변소를 받아드리지 아니하였다. 한 동안 다단계 판매 사기 행위가 성하다가 다단계의 실상이 어느 정도 알려지고 나서 사람들의 경계심이 높아지자 보다 차원 높은 집단사기 형태로 등장한 것이 금융사기 범죄이다. 선진 금융기법이란 선전을 앞세워 교묘하고 조직적인 설득으로 금융지식이 충분하지 못한 사람들을 현혹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우선 일반인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투자 기법을 도입한 것처럼 선전을 하면서 원금은 물론 고율의 이익을 보장한다는 약속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은다. 먼저 투자자로 나선 사람들에게는 약속한 이자를 제때 지급하여 신뢰를 얻고 투자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뒤를 이어 투자자들이 모여 든다. 나중에 투자 받은 금원은 선 투자자들의 이익 배당으로 충당하는 방법으로 어느 시기까지 유지되다가 어느 단계가 되면 필연적으로 지급 불능사태에 빠지게 된다. 그동안 범인들은 투자금중 상당한 부분을 빼돌려 이익을 챙겨놓는다. 최근의 금융사기 범죄는 우선 고도의 조직력과 전문 지식, 국제적 금융 네트웍을 이용하는 기동성 등으로 인해 수사 기관이 사전에 적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느 정도 투자금 모집 행위가 진행되다가 어느 단계에서 원금과 이자를 받지 못하게 된 피해자가 문제 삼은 시점에서 비로소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경우에도 국제적 불경기, 금융 위기, 투자 위축 등 주변 사정으로 투자 영업이 원만치 못하였다고 변소하며 기망의 고의를 부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사전에 치밀한 변소 자료까지 준비해놓는 경우도 있어 수사 진행을 어렵게 한다. 나아가 어느 단계부터 투자자를 피해자로 인정할 것인지 명확치 아니하고 대량의 피해자를 상대로 피해 정도를 확인하는 절차도 쉽지가 않다. 이런 행위는 더 큰 돌려막기를 위한 새로운 범행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범행을 통해 편취한 자금으로 이전 사건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하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합의 내용은 유리한 자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번 판결은 최근 금융 사기 조직의 범행 행태를 비교적 상세하게 분석하고 엄벌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투자
사기
금융사기
2016-05-10
금융·보험
상사일반
판례해설 - 사기에 의한 보험계약체결의 판단기준과 상법개정의 필요성
1. 사실관계 및 원심 판결 피고는 북한을 이탈해 대한민국에 정착하게 된 '새터민'으로, 2010. 3. 8. 보험회사인 원고와 월 보험료는 20,930원이고 입원일당 3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장기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하여 피보험자가 되었다. 이후 피고는 2010. 7. 6. 허리통증을 이유로 입원한 것을 시작으로 2014. 9. 25.까지 16회에 걸쳐 입원일수로는 383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고, 위 기간 중 입원일당 3만원씩 합계 10,860,000원의 보험금을 수령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2010. 1. 7.부터 2014. 4. 14.까지 순차적으로 1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특히 2010. 1. 7.부터 2010. 7. 29.까지 약 7개월 동안은 8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또한, 피고가 입원기간 중 원고를 비롯한 전체 보험회사들로부터 받은 보험금은 합계 85,213,913원이었다. 원고는 피고가 다수 보험계약을 집중체결한 것에 보험금 부정취득의 목적이 있다며 민법 제103조에 따른 보험계약 무효확인 및 기지급 보험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피고의 제1심 답변서 미제출로 무변론 승소판결이 선고되었다. 그런데 피고가 항소함에 따라, 위 사건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은 항소심인 대상판결에서 다루어지게 되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종래 대법원 판결 중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하여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민법 제103조 소정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본 판례(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다 23858 판결 등) 및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지는 보험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상태, 다수의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 보험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사정에 기하여 추인된다"고 본 판례(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12115 판결 등)를 법리적 근거로 들었다. 비록 피고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를 비롯한 보험회사들로부터 합계 85,213,913원의 보험금을 수령하였음은 사실이지만, 피고는"아무런 연고도 없는 대한민국에서 자기 몸에만 의존해 살다 다수의 TV홈쇼핑 광고를 접하면서 청약하게 되었다"는 가입경위, 일부 보험계약 해지 때문에 피고의 실제 월납입 보험료 합계액은 원고가 주장한 금액보다 상당히 적었던 점, 피고가 허위 또는 증상을 과장해 과잉입원을 했다는 증거가 없고 다른 보험회사들이 피고의 보험청구에 이의한 기록도 없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대상판결은 피고에게는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이 추인되지 않는다면서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판례 해설 보험은 동일한 위험에 놓인 다수의 사람들이 하나의 단체를 구성하고, 통계적 기초에 따라 위험을 합리적으로 분산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런데 보험단체에 가입하는 사람들 중에는 정보비대칭 현상을 악용하여 우연히 실현된 것인 양 사고를 가장하거나 사고를 과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험금을 편취하는 경우가 있어왔다. 손해보험의 경우, 상법 제669조, 제672조는 사기에 의해 체결된 초과보험, 중복보험을 무효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위 규정은 인보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가 소득에 비해 과다한 보험료를 납입해가면서 다수의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가령 생명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해 아내를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 보험수익자를 남편 포함 상속인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아내를 살해했다가 발각된 사건처럼 형사상 유죄판결이 나온 경우 생명보험계약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시하였고(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49064 판결 등), 이러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에도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험계약자의 반사회성을 추인하여 왔다(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3다69170,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다73237 판결 등 참조). 문제는 민법 제103조가 추상적인 일반규정으로서 수범자에게 충분한 예측가능성을 부여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대상판결에서 원고 보험회사는 목적의 반사회성 추인 법리에 맞추어 피고의 거래은행에 대하여는 보험금 수령내역 확인을 위해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신청을, 보험회사들을 상대로는 피고와 체결한 보험계약 내용 확인을 위해 사실조회신청을, 피고 주소지 관할 행정청을 상대로는 피고의 소득내역 확인을 위해 과세정보제출명령신청을, 국민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는 요양급여비용이 허위·부당청구된 것이 아닌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실조회신청을 하는 등 모든 최선을 다하였다. 다만, 그 회신 내용 중 일부는 원고에게 다른 일부는 피고에게 유리하였고, 결국 판결은 법관의 가치판단에 따라 좌우되고 말았다. 물론 위 가치판단에는 구체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동일한 사실관계를 놓고 심급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 자체는 개인사업자로서 최대한 많은 보험상품 판매를 목표로 하는 보험설계사와 이들로부터 상담을 받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보험청약자들 모두에게 규범적으로 어떤 식으로 행동하면 안 되겠다는 충분한 교훈을 제공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따라서, 민법 제103조가 아닌 상법 보험편에 사기에 의한 보험계약 체결을 무효로 하는 규정을 입법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보험
보험사기
보험금
2016-04-27
지식재산권
[판례해설] 업무상 저작물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대한 판단
1. 들어가며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저작자는 원칙적으로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예외가 있는데 바로 업무상 저작물이다. 즉 업무상 저작물의 저작자는 그 저작물을 창작한 자가 아니라 창작자가 속한 법인, 단체, 그 밖의 사용자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발레 무용수 겸 안무가가 만든 발레작품이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다투어진 하급심 판결이 있었다. 2. 사안의 개요 원고는 공연기획사를 운영하고 있고, 피고는 발레 무용수 겸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 원고는 2012. 2.경 피고를 찾아가 발레 공연 업무를 함께 하자고 제안하였고, 피고는 위 제안을 받아들여 2012년부터 2014년경까지 창작 발레 작품인 a, b(이하 '이 사건 발레 작품들')의 예술감독 겸 안무가로 일하였다. 이후 피고는 2015. 5.경 원고가 이 사건 발레 작품들 중 a를 자신과 상의 없이 공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원고에게 해명을 요구하였고, 2015. 6. 2.에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이 사건 발레 작품들에 관한 저작권등록을 신청하여 저작권등록을 마쳤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발레 작품들은 업무상 저작물이므로 그 저작권은 원고에게 귀속되며, 설령 업무상 저작물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원고와 피고의 공동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의 저작권 침해 금지 및 저작권 등록말소를 청구하였다. 3. 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원고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였는지 여부, 즉 원고와 피고 사이에 고용관계가 있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다. 법원은 ① 원고가 작성한 급여대장에 기재된 피고에 대한 급여 내역, ② 원고가 4대 보험료를 대신 납부한 사실, ③ 피고가 원고 운영의 공연기획사의 예술감독 및 안무가 직함의 명함을 가지고 다닌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원?피고 사이에 고용관계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법원은 ④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금원은 공연 준비비용, 공연수익 배분금 등의 명목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⑤ 원고가 공연을 섭외하면 피고가 무용수와 스텝진을 구성하여 공연을 하고 추후 원?피고 사이에 그 비용과 수익을 정산하는 식으로 공연 업무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⑥ 원?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서가 작성된 바 없고 퇴직금 지급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 등을 고려하면, 원?피고 사이에 고용관계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발레 작품들은 업무상 저작물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발레 작품들의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발레 작품들은 원?피고의 공동저작물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4. 해설 업무상 저작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법인, 단체 그 밖의 사용자(이하 '법인 등')가 저작물의 작성에 관하여 기획을 하고, ②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의하여 ③ 저작물이 업무상 작성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④ 그 저작물이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업무상 저작물의 전제인 고용관계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나머지 요건들은 적시되지 않았다. 이 사건 판결은 기존 업무상 저작물의 법리를 그대로 따른 것이지만, 업무상 저작물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관한 일응의 판단기준을 설시하였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즉 이 사건 판결에 따르면,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고용관계를 명확히 하여야 할 필요가 있고, 창작자인 프리랜서의 입장에서는 정기적으로 일정한 금액의 급여를 받거나 직원으로 표기된 명함을 사용하는 경우 자칫 고용관계가 인정되어 자신의 저작물이 업무상 저작물로 인정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
발레
업무상저작물
2016-04-19
주택·상가임대차
행정사건
판례해설 - 불법증축책임, 누가 부담할까
서울고등법원 2016. 1. 29. 선고 2014누5066 판결 원고는 건물 소유자입니다. 강남구청에서 건축허가를 받고 6층으로 된 건물을 지어 사용승인을 받았습니다. 이후 각 층마다 별도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건물 임차인들은 구청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개방공간에 바닥을 설치하고, 옥외부분을 증축하였습니다. 강남구청은 건축법에 따라 건물 소유자인 원고에게 무단증축부분의 자진시정명령을 내리고, 다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였습니다(제80조 1항). 이에 원고가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강남구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주된 쟁점은 '무단증축 행위자가 아닌 임대인에게 시정명령을 명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원고는 무단증축을 한 행위자가 임차인들이고, 임대차계약서에 임차인이 모든 위반사항을 책임지기로 약정을 했으며, 원고가 임차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청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아서 시정명령을 이행할 수 없었다고 항변하였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행강제금제도의 취지와 행정법규 위반 및 제재조치의 법리에 입각하여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건축법상 이행강제금은 건축법을 위반한 건축물의 방치를 막기 위하여 행정청이 시정조치를 명하였음에도 건축주, 시공자, 소유자, 관리자 등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행정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부과합니다. '장래의 의무이행'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의무위반 행위를 제제하는 과태료와 구별됩니다. 또한 시정명령은 위반 건축물의 소유자가 위반행위자가 아니더라도 해당 소유자 등에게 부과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두27919 판결). 건축물의 안전을 신속하게 확보하고, 기능을 제고하기 위하여, 위법한 현상 자체를 즉각적으로 제거할 책임을 소유자 등에게 부과한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행정법상 제재조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부과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2두1297 판결). 정리하면, 무단으로 증축된 건물의 소유자는 자신의 과실 유무에 관계 없이 해당 건축물의 위법상태를 시정할 공법상 책임을 부담하고, 이행강제금의 제재까지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소유자는 무단증축에 대하여 무조건적인 책임을 부담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판례는 "위반자의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두5177 판결). 무과실 책임을 부담하지만 그와 동시에 '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면책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정당한 사유'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당한 사유'와 '과실 없음'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과실은 없으나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는 언제인지,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다만 판례 중에는 지방자치단체 급수조례를 위반하여 급수를 도용한 행위자에 대하여, 부정 급수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건물을 매수하여 사용하고, 평소보다 수도요금이 2, 3배 많은 액수로 부과되어 행정청에 항의를 함에 따라 행정청이 비로소 계량기의 이상 유무를 조사하다가 부정급수를 적발하게 된 사정을 고려하여 '정당한 사유'를 인정한 경우가 있습니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두5972 판결). 결국 행정법규 위반에 이르게 된 구체적 경위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임차인의 무단증축이 문제된 이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을 전후로 한 구체적 사정을 십분 고려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건물 1층의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이 공모하여 무단증축을 한 건축법위반혐의로 유죄판결이 선고되었고, 다른 층 역시 임차인이 독자적으로 증축했다고 보기 의심스러운 사정들이 있었습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건물인도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판결을 받은 다음, 시정명령 이행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정황도 인정되었습니다. 일부 층의 임차인을 변경하면서 계약서 특약사항에 "전 임차인의 불법증축에 따른 이행강제금, 민형사상 책임 등 모든 지위를 승계한다"는 내용만 기재하고 시정명령 이행을 위한 자발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도 판단의 근거로 활용되었습니다. 결국 건물 소유자가 건축법위반을 방조하였거나 적어도 인식하였음에도 묵인한 사실에 기초하여 행정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처럼 무단증축상태를 시정할 책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유자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임대차계약에서 무단증축의 책임을 임차인에게 부과하더라도, 이는 추후 임차인에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구할 근거가 될 수 있을 뿐 공법상 규제를 면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무단증축
건축물
임대차
2016-03-15
금융·보험
판례해설 - 구성원 변호사의 미납 출자금과 관련한 대표변호사와 법무법인 사이의 약정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구성원 변호사의 미납 출자금을 대표변호사가 개인 대출을 받아 충당한 사건에서 법무법인의 책임을 인정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6. 2. 3. 선고 2014나56968판결).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원고와 함께 법무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구성원 변호사 중 1인이 출자금을 미납하여, 대표변호사인 원고가 미납한 출자금을 개인 대출을 받아 충당한 후 법무법인을 설립하였다. 출자금을 미납한 변호사는 얼마 후 휴업하였다(2016. 2. 22.자 법률신문 기사는 해당 변호사가 동업관계에서 탈퇴했다고 적고 있으나 탈퇴한 변호사는 다른 변호사이다). 그 후 원고의 개인대출을 법무법인이 인수하였고 원고가 그 채무를 연대보증 하였는데, 원고는 자기 자금으로 법무법인이 인수한 대출금채무를 일부 변제하였다. 1심은 이 사건 대출 채무자 명의가 변경된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원고 자신을 위한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1심에서는 원고가 자신이 법무법인의 위임사무 처리를 위하여 각종 돈을 지출했다면서 비용상환청구를 한 것인데 자신이 출연하지 않은 돈에 대해서도 비용상환청구를 하는 등 청구 내용 자체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2심에서 원고는 자신이 변제한 것에 대해서만 구상금 청구를 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감축했고 변제한 것으로 인정된 금액은 전부 인용되었다. 이 사건은 연대보증인이 자신의 돈으로 주채무자의 채무를 변제한 후 주채무자에게 구상금 청구를 한 전형적인 사건으로 사건 내용 자체는 법률적으로 특이할 것이 없다. 다만, 이 사건은 원고가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이고 피고는 법무법인인데(실질적 피고는 대표변호사를 제외한 나머지 구성원 변호사들이라고 할 수 있다),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들 사이에 계약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하였다는 점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법무법인의 구성원 변호사들은 대출금 채무를 법무법인이 인수하기 위하여 대출채무자 명의를 대표변호사에서 법무법인으로 변경하는 것에 동의하였음에도(판결문 상으로는 당시 법무법인의 구성원 변호사들이 채무인수 및 명의변경에 동의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형식적으로 변경한 것일 뿐 실제로 채무인수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출 채무자 명의가 변경되었을 뿐 아니라 법무법인의 대차대조표와 계정별원장에도 대출금 채무와 동일한 금액이 단기차입금으로 계상되어 있으며, 특히 법무법인의 특별대리인(대표변호사가 원고여서 법무법인을 대표할 특별대리인이 선임된 것으로 이해된다)조차 대출금 계좌에서 인출된 금액이 법무법인을 위해 사용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정을 보면 법무법인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 사건에서 법무법인은 계약서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의뢰인들에게는 계약서를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는 자문을 수 없이 했을 변호사들이 정작 자신이 당사자로 체결하는 계약서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날인하였다는 것이다. 중이 자기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은 있지만 변호사가 자신이 체결한 계약서의 문구와 다르게 주장한다면 의뢰인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구상금
채무인수
2016-03-10
노동·근로
판례해설 - ‘페이닥터’ 세금 고용주가 부담하기로 약정 했더라도
'페이 닥터(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봉급을 받는 의사, 봉직의)' 등 고소득 전문직을 고용하면서 임금과 관련된 세금을 사용자가 모두 내주기로 약정했더라도 종합소득세까지 대신 내줄 필요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치과의사 김모씨가 선배이자 자신을 고용한 치과의사 주모씨를 상대로 "고용계약 내용대로 모든 세금을 부담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5다43462)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의사 갑은 을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의 소득을 100% 사업소득으로 신고하되 그에 따른 세금은 을이 전액 부담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을은 9개월 동안 갑이 실수령한 금액 5,100만 원에 원천징수세율 3.3%(국세 3% +지방세 0.3%)를 적용하여 계산한 소득세를 합한 5,400만 원을 갑의 사업소득으로 신고하였고, 세금은 을이 부담하였다. 이때 을은 갑의 소득을 원천징수대상사업소득으로 신고하였을 것이다. 세법에 의하면 개인이 물적시설이나 종업원을 고용하지 않고 일의 성과에 따라 수당이나 이와 유사한 성질의 대가를 받는 용역부가가치세가 면세되고 이에 대한 소득은 원천징수세율이 적용되는 원천징수대상사업소득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소득세법 129조, 시행령 제184조, 부가가치세법시행령 제42조). 그런데 계약서상 근로계약기간의 문구 등에 의하면 실질은 근로계약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소득으로 보자고 계약한 이유는 뭘까? 을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으로 보게 되면 4대 보험료의 부담을 을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5,400만원에 대한 보험료 부담액은 대충 계산해도 년 7,00여만 원이고 근로소득세는 423여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그런데 사업소득으로 보면 180만 원 정도의 부담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을 입장에서는 사업소득으로 신고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반대로 갑 입장에선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는 게 유리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런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갑은 세법을 잘 알지 못하였다. 그에게는 당해연도에 부동산임대소득 1,629만원과 다른 근로소득 2,415만원의 별도의 소득이 존재하였다. 근로소득만 있었다면 연말정산으로 끝나겠지만 부동산임대소득이 있기 때문에 다음해 5월에 소득금액을 합산하여 종합소득세를 신고하여야 한다. 그런데 그는 실수를 하였다. 5,400만원을 누락한 채 종합소득을 신고하였고, 그에 따른 15% 세율로 종합소득세를 납부하였다. 그러나 이는 잘못이다. 세법상의 납세의무자는 갑이지 을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내용이 어떻든 간에 갑이 5,400만원까지 합산하여 신고를 하여야 했다. 그리고 기납부세액을 공제받으면 되지만 문제는 종합소득금액이 높아짐에 따라 세율이 35%가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과세관청 입장에선 과소신고납부된 종합소득세 1,300만원을 갑에게 부과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자 갑은 을에게 '급여에 대한 소득세와 그에 부수하는 세금 전액을 부담하겠다'는 계약서 문구대로 추가로 납부한 종합소득세액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할 것을 청구하였던 것이고, 1심과 2심은 "계약서의 문언상 을이 원천징수액만을 대납하기로 한 것이라고 제한해 해석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면서 "봉직의(奉職醫)를 고용하는 대개의 경우 사업소득세 전액을 대납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그것이 위법하거나 무효라고 볼 수도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는 잘못이라고 판단하였다. 을은 갑에게 지급하는 소득외에 그에게 다른 소득이 있는지를 알지 못하는데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종합소득세까지 부담하기로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형평의 이념에 맞지 않다는 이유이다. 이는 세법상 당연한 결론이라고 본다. 당해연도 소득을 합산하여 종합소득세로 신고를 해야 할 납세의무자는 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합소득세율은 누진세율이기 때문에 갑의 소득을 합산된 액수에 따라 세액이 크게 달라지는데 이를 을이 예측하여 부담하기로 하였다는 것은 일반인의 법감정에도 맞지 않고, 갑의 소득은 세법상 원천징수대상사업소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세금만 을이 부담하는 것으로 계약서 문구를 해석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페이닥터
종합소득세
근로소득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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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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