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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의 유효요건
1. 대상판결의 요지 서울고등법원은 2019. 11. 12. 2018나2071008 해고무효확인 판결에서, 피고(강북문화원)가 원고(사무국장 A씨)에 대하여 한 면직이 무효라는 1심 판결의 결론을 유지하면서, 부당하게 면직된 기간 동안 지급하여야 할 임금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판시를 하였다. 즉, 쌍방 간에 합의된 월급여 350만 원 중에서 업무교통비 명목의 100만 원은 지급하여야 하지만 나머지 250만 원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는데, 먼저 쌍방 간에 ‘피고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으면 임금 중 25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인정한 후, 위 약정 중 “피고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으면”의 부분(이하 ‘이 사건 부관’)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이는 “피고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는다”라는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월 250만 원의 임금지급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로서 ‘조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나아가 이 사건 부관은 헌법 제32조 제3항, 근로기준법 제17조, 제43조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헌법 및 근로기준법의 위 각 조항이 임금에 관하여 일체의 조건을 부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라고 할 수 없고, 해당 조건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고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 하에 해당 조건을 승낙하였다면 그 조건은 유효하다고 설시한 뒤, (i) 이 사건에서 피고는 지방문화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보조금 및 회원회비를 주된 수입원으로 하는데 연간 사업예산 편성내역에 의하면 원고에 대한 연 임금 중 3천만 원(= 250만 원 x 12월)을 보조금으로 마련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로서는 원고에게 이 사건 부관을 붙이자고 제안할 수밖에 없었고, 원고가 이 사건 부관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부관은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고, (ii) 원고는 피고로부터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지 않으면 월 임금 중 250만 원을 지급할 수 없다는 사정을 설명·고지받고도 이를 승낙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던 등의 사정에 비추어 자유로운 의사 하에 이 사건 조건을 승낙하였다고 판단하였다. 2. 서론 - 이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임금지급의무에 관하여 정지조건이 붙어있는 경우 해당 정지조건의 유효요건을 설정·제시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즉 해당 조건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고,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 하에 해당 조건을 승낙하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판결은 임금의 경우에 어째서 그와 같은 추가적인 유효요건이 필요한지 명확하게 설시하지 않았고, 임금에 관한 부관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요건으로서 적절한지(임금의 종류에 따라, 또는 부관의 종류·내용에 따라 달리 볼 여지는 없는지)도 불분명하므로 약간의 검토를 요한다. 3. 이 판결의 판례상의 자리매김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 일반에 관한 유효요건이 판례상 정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은 2013년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89399, 2012다64643) 이래 하계휴가비, 설·추석상여금, 개인연금보험료 등에 붙은 재직자 조건이 유효함을 전제로 고정성 결여를 이유로 통상임금성을 부정하였고, 2017. 9.에는 정기상여금에 관하여도 재직자 조건이 유효함을 전제로 마찬가지로 통상임금성을 부정하였다(2017다232020). 이처럼 대법원은 임금의 종류에 상관 없이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판단하고 있음에 반하여, 최근의 몇몇 하급심 판결들은 기본급의 성격이 강한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자 조건을 무효라고 보아 통상임금성을 긍정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고등법원은 2018. 12. 28. 세아베스틸 사건에서(2017나2025282), 급여를 ‘발생’시키는 조건과 급여의 ‘지급’에 관한 조건을 구별하면서, 전자에 속하는 성과급에서의 성과조건과는 달리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조건은 이미 발생한 임금을 그 이후의 실제 지급일에 이르러 재직이라는 사실에 따라 지급여부만을 결정하는 조건으로서 이는 ‘지급’에 관한 조건에 해당하고, 사용자가 정기상여금에 일방적으로 재직자 조건을 부가하는 것은 기발생 임금에 대한 일방적인 부지급을 선언하는 것으로서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고 임금을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이와 같이 ‘기본급의 성격이 강한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을 둘러싸고 일부 하급심과 대법원의 입장이 상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 판결은 기본급(약정 월급여 350만 원 중 250만 원)에 붙은 정지조건의 일반적 유효요건을 제시하고 있는바, 이 판결의 해당 판시 부분을 그대로 읽는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 판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참고로 일본의 판례를 보면 상여금(매년 회사의 업적에 따라 지급률이 달라지므로 기본급이 아님)에 붙은 지급일재직요건의 유효성을 긍정하고 있다(자발적 퇴직자의 경우 최고재판소 소화57.10.7. 大和銀行사건, 퇴직일을 선택할 수 없는 정년퇴직자의 경우에도 동경지방재판소 평성8.10.29. カツデン사건 등). 4. 종래의 학설 상황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 일반에 관한 유효성을 논하는 학설은 찾아보기 어렵다. 상여금에 붙은 재직일 요건의 유효성에 관하여는 학설의 대립이 보여지는데, (i) 적법유효설은 상여금에는 여전히 성과급, 공로보상 또는 계속근로의 장려의 성격이 혼재되는 경우가 많고 지급조건이나 지급방법이 다양하여 그 성질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와 사용자는 근로계약이나 노사간 협약의 방법으로 상여금의 내용과 지급조건(재직일조건 포함)을 정할 수 있다고 함에 반하여 (ii) 위법무효설은 정기상여금은 근로의 대가로서 그 지급기일 전에 퇴직했다 하여 그 상여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것은 이미 제공한 근로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 임금전액지급의 원칙이나 강제노동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해당 근로자의 실제 근무기간에 비례하여 분할 지급하여야 한다고 본다. 한편 (iii) 유효요건을 설정하는 견해에서는, 임금항목에 재직자 조건, 일정 근무일수 조건이 있는 경우 그러한 부지급 조건은 합리적 필요성 및 금액비중의 적정성을 갖추어야 유효하다, 재직자 조건은 근로제공과 무관한 시점이 있는 복지수당·기간근속수당 등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하다, 일정 근무일수 조건은 만근수당·출근장려수당·휴일근로추가수당·변형된 성과급 등에서 유효하다, 금액비중이 적정한가는 1임금지급기에 지급되는 임금과 비교하여 부지급 조건으로 상실되는 1임금지급기 내의 임금 총액 또는 1임금지급기로 평균한 균등액이 20%를 넘으면 과도한 급여 상실로 평가받을 만하다고 한다. 5. 판시요지의 평가 가.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 일반의 유효요건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적절한지 이상의 여러 판례, 학설 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i) 기본급 내지 기본급적 성격이 강한 정기상여금인지 그렇지 않은지, (ii) 임금을 ‘발생’시키는 조건인지 아니면 이미 발생한 임금의 ‘지급’에 관한 조건인지, (iii) 근로자가 조건의 충족 여부를 컨트롤할 수 있는지, (iv) 금액비중, (v) 당해 임금항목의 목적·취지와 해당 부관의 상관성 등의 여러 요소들이 고려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는 임금전액지급원칙, 강제근로금지, 무노동무임금과 같은 특유의 강행규정 내지 법리가 있으므로, 이들을 구현하기 위한 일반요건의 필요성과 적절성이 문제되겠다. 하나씩 살펴보면, 기본급에 정지조건을 붙인다면 조건이 성취되지 않을 경우 기본급 없이 일하는 셈이 되는데 조건의 성취 여부는 알 수 없으므로 이는 임금의 조건부 사전 포기에 유사하다. 그러므로 이 경우 강제근로금지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임금의 사후 포기 내지 삭감 요건에 준하여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ii) 개별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기한 명확한 동의가 있을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본급에 해제조건을 붙인다면 이는 이미 발생한 임금지급의무를 사후에 조건부로 소멸시키는 것을 사전에 약정하는 것으로서 임금의 조건부 사전 포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해제조건 성취 시에 임금전액지급원칙 및 정기지급원칙, 강제근로금지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때에도 임금의 사후 포기 내지 삭감 요건에 준하여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ii) 개별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기한 명확한 동의가 있을 것을 요건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본급에 기한을 붙인다면 이는 전액지급원칙, 정기지급원칙에 반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이에 비하여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다24215 판결은 퇴직위로금에 대한 불확정기한을 인정한 사례). 기본급 이외의 (정기)상여금 기타 각종 수당의 경우에도 임금인 이상은 근로대가성이 있으므로 기본급에 관한 논의가 기본적으로 타당할 것이나, 한편으로 기본급 이외의 임금항목들은 성과급, 계속근로의 장려, 복리후생 등 그 개별적인 지급 목적·취지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반론으로서는 유효요건을 일정 정도 완화하여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기본적으로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일응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ii)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의한 동의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노동관행이 있으면 유효하다고 보면서, 금액비중이 2~3할을 초과하고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는 등으로 해당 임금항목이 기본급에 준하는 성격을 가지는 때에는 위에서 살펴본 기본급의 엄격한 유효요건 내지 그에 준하는 요건을 요구하는 방안을 상정해 볼 수 있겠다. 위에서 본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임금을 ‘발생’시키는 조건과 이미 발생한 임금의 ‘지급’에 관한 조건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과 그러한 구분의 근거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민법상 정지조건과 해제조건의 구별에 유사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지급’에 관한 조건으로 볼 경우 임금포기의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나 어디까지나 ‘조건부’ 포기라는 점에서 ‘포기’보다는 ‘조건’의 적정성 쪽에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한 관점에서는 조건부가의 합리성을 음미하는 데에서 조건의 내용을 감안하기로 하고 ‘발생-지급’의 구분없이 유효요건을 설정해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근로자가 조건의 충족 여부를 컨트롤할 수 있는지 여부 및 당해 임금항목의 목적·취지와 해당 부관의 상관관계와 같은 요소들 역시 해당 조건부가의 합리성을 음미할 때에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의 검토를 종합해 보면, 임금에 붙은 부관의 일반적인 유효요건을 설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유의미하나 임금항목의 성질(기본급성, 특정목적 지향성)에 따라 차등적으로 설정·운용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나. 이 판결이 제시한 유효요건의 평가 이 사건 판결은 월급여 350만 원 중 250만 원에 대하여 ‘사용자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을 것’이라는 정지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부가한 사안으로서 (i) 기본급에 대하여 (ii) 정지조건을 붙였으며 (iii) 근로자가 조건의 성취 여부를 컨트롤할 수 없고 (iv) 금액비중이 70%에 달하며 (v) 기본적인 생활자금이라는 기본급의 지급목적과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는다는 조건의 내용 사이에 상관성이 없다. 그러므로 당해 정지조건의 유효요건으로서는 가장 강력한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와 (ii) 개별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기한 명확한 동의를 요구함이 타당하다. 여기서 (ii)의 요건은 묵시적인 동의의 경우에 이를 일률적으로 배제할 것은 아니지만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 사건 판결이 임금에 붙은 부관의 유효요건을 설시하면서 임금항목의 성격을고려하지 않은 채 부관의 유효요건을 일반적으로 파악한 태도는 정밀하지 못한 면이 있으나, 이 사안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와 당해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승낙이라는 요건을 적용한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6. 판시요지의 사정거리 이 사건 판결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하면 사무국장에 대한 급여를 지급할 재원을 마련할 방도가 딱히 없는 비영리법인에서 당해 근로자와 일대일로 교섭하여 정지조건 등 근로조건을 교섭하여 정한 사안에 대한 것으로서, 조건 부가의 합리성과 개별 근로자의 자유로운 승낙이라는 두 가지 요건 모두를 비교적 용이하게 인정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 사건 판결에서 제시된 유효요건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주식회사에서 사규나 노동관행에 의하여 설정된 부지급 조건의 유효성이 문제되는 다양한 사례들에 문자 그대로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나, 기본급의 일부에 대하여 정지조건이 붙은 유형의 사안에 대해서는 하급심 선례로서 일정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7. 남겨진 과제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요건의 유효성 여부를 어떤 잣대로 심리·판단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와 별개로 이 사건 판결의 사안에서 월 350만 원 중 정지조건이 붙은 250만 원을 제외하면 100만 원밖에 남지 않아 최저임금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물론 추후 정지조건이 성취된다면 최저임금법 위반 소지가 해소될 가능성도 있지만, 조건은 본질상 그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다. 그렇다면 조건 성취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이 사건 판결의 사안에서는 피고가 강북구를 상대로 보조금교부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여 진행하고 있었다) 월 100만 원씩만 지급되는 상황을 그대로 용인해도 괜찮은가. 아니면 이러한 사정 역시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조건의 합리성 여부 판단에 참작해야 하는가. ※ 이번 기고문은 저의 개인적 견해에 불과함 이진우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근로계약
보조금
임금지급의무
이진우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2020-01-28
형사일반
긴급체포시 임의제출 받은 휴대전화의 증거능력
2019. 5. 1.경 경찰은 피의자 甲을 2019. 4.경 마약제공 혐의로 긴급체포하였다. 경찰은 체포 과정에서 甲이 지니고 있던 휴대전화를 확보하였다. 경찰은 甲으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은 후 2019. 5. 1.경 마약매매와 관련해 주고받은 甲의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촬영하였다. 2019. 5. 3.경 경찰은 甲의 차량과 주거지 등에서 긴급 압수한 물건에 대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지만, 甲의 휴대전화와 메시지 내용 등을 촬영한 영상물에 대해서는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받지 않았다. 甲은 경찰에서 혐의사실을 자백하였고, 검찰은‘甲의 휴대전화 전자정보 출력물 1권’에 대한 압수조서(임의제출)를 작성하고 甲으로부터 임의제출 동의 및 확인서를 받은 다음 甲을 기소하였다. 이 사건 재판부는“수사기관이 피고인으로부터 긴급체포 현장에서 임의제출받은 휴대전화 및 메시지 내용에 대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받지 아니하면 적법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여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피고인이 긴급체포 현장에서 휴대전화를 임의로 제출한 것인지 등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검찰 수사단계에서 피고인이 휴대전화내 전자정보 출력물을 임의 제출하는 것에 동의한다는‘임의제출 동의 및 확인서’를 제출하고‘압수조서(임의제출)’가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증거수집 과정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한편, 재판부는 ‘휴대전화’ 자체와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를 구분하여 “설령 수사기관이 휴대전화에 대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하더라도 휴대전화내 전자정보의 탐색이 적법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고 하였다. 영장 없는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을 허용하게 되면 수사기관은 사실상 전자정보에 대한 포괄적이고 무제한적인 수색을 할 수 있게 되고, 이는 헌법이 정하고 있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 그 근거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압수한 휴대전화에 대하여 사후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이상, 그 기회에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함께 청구해야한다고 하였다. 결국 재판부는 위와 같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임의제출 압수물인 휴대전화 전자정보 촬영물 및 이를 기초로 수집된 2차 증거의 증거능력을 모두 부정하여 피고인의 2019. 5. 1.경 마약매매의 점은 증명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고, 2019. 4.경 마약제공 범행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하였다.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긴급체포에 따른 대물적 강제처분시 수사기관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야 하는 제약을 피할 수 있게 되어 헌법 및 형사소송법에서 긴급체포에 수반된 압수·수색에 관하여 조항을 둔 취지가 무력화될 위험이 있으므로,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받지 아니하면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에서 정하는‘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여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특히 임의제출 압수물중 휴대전화 안에 있는 파일은 개인의 삶 전반에 걸쳐 내용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정보가 혼재돼 있어 종전의 일반적인 물건에 대한 압수수색보다 대상 범위가 훨씬 광범위하고, 무제한적인 수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이 임의제출을 통해 휴대전화를 손쉽게 입수함으로써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무분별하게 침해하는 등 영향이 막대하다. 그러한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216조, 217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긴급체포하는 경우 체포 현장에서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고, 긴급체포 된 자가 소유·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대하여 24시간 이내에 한하여 영장 없이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으나, 어느 경우에도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48시간내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야 하고,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못한 때에는 압수한 물건을 즉시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218조(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압수)에 규정된 임의 제출물에 대한 압수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수사기관은 사후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받아야 하는 제약을 피할 수 있게 되어, 긴급 체포에 수반된 압수·수색 또는 검증에 관하여 위와 같은 조항을 둔 취지가 무력화될 위험성이 크다. 또한 수사 편의를 위해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제출 형식이나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상 판결은 종전 대법원 판결(2009도14376, 2009도10092,2007도3061)의 취지에 따라, 휴대전화 및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의 특수성에 입각하여 객관적 진실 규명이 저해되거나 불가능하게 되더라도 실체적 진실의 발견은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하여 헌법이 정하는 적법절차의 테두리 내에서 추구되어야 할 가치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지적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향후 수사기관은 대상 판결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긴급체포 현장에서 임의제출된 증거물에 대하여서는 피의자로부터 임의제출 동의서를 받아야함은 물론이고, 이에 추가하여 원칙적으로 법원으로부터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반드시 발부받아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관련 수사준칙을 마련하여 일선 수사실무에 적용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압수수색
긴급체포
휴대폰압수
증거능력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20-01-20
민사일반
유명맛집의 상호와 메뉴 따라하기
1. 들어가면서 유명한 맛집의 상호와 그 메뉴를 그대로 따라하는 집이 있다면, 과연 그러한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까. 이와 관련해서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해운대암소갈비집’,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의 상호를 사용하고 그 메뉴도 유사하게 따라하는 식당의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이하 ‘대상판결’)하였다. 2. 사건의 경과 가. 원고의 상호와 식당메뉴 원고가 ‘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로 운영하는 식당(‘이 사건 식당’)은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하는데, 소외 창업자에 의해 1964년 창업된 후 그 아들이 경영하다가 그 아들이 세운 원고에 의해 현재까지 55년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2002년 유명 일간지에 맛집으로 소개된 이후 언론과 TV프로그램에 꾸준히 소개되었고, 연 매출액은 2013년경 71억 원을 넘어 2018년에는 약 119억 원에 이른다. 이 사건 식당은 ‘해운대암소갈비집’(‘이 사건 1번 상호’)과 이 사건 식당 건물 벽면에 부착된 간판의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이 사건 2번 상호’)을 같이 사용한다. 이 사건 식당은 한옥을 개조하여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 좌식으로 음식을 먹도록 하였는데, 대표 메뉴는 생갈비구이, 양념갈비구이이며, 숯불에 가운데가 볼록하게 솟고 구멍이 있는 철판 위에서 갈비를 구운 후 오목하고 둥글게 파인 철판 가장자리 부분에 갈비의 양념을 부어 감자사리를 끓여 내는 서비스(‘이 사건 서비스 방식’)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이 사건 상호나 감자사리를 검색하면 수천 건의 검색결과와 리뷰나 블로그글이 나온다. 나. 피고의 상호와 식당메뉴 피고는 2019. 3.경부터 서울에서 ‘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로 식당 영업을 개시하였고, 대표 메뉴로 생갈비구이, 양념갈비구이를 내세우고 갈비구이 후 감자사리면을 오목하고 둥글게 파인 불판 가장자리 부분에 끓여 제공하고 있다. 피고 식당은 양옥 단독주택을 개조한 공간으로 테이블과 의자가 제공되는 홀에서 음식을 먹는 구조이다. 다. 원고의 피고에 대한 부정경쟁행위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상호와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이 결합된 이 사건 식당의 종합적 외관은 트레이드 드레스로서 독립한 영업표지를 이루는데 피고가 이를 침해하여 이 사건 식당과 피고 식당을 혼동하게 하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동법 제2조 제1호 나목)를 하였고, 더불어 이 사건 상호와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을 모방한 것은 성과도용으로서 부정경쟁행위(동법 제2조 제1호 카목)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3. 대상판결의 판단 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국내에 널리 인식된 영업표지” 부정 이 사건 상호들은 지리적 명칭인 ‘해운대’와 상품의 성질을 표시하는 ‘암소갈비’로만 이루어졌거나, 여기에 '소문난’ 부분이 결합된 상표로서, 식별력이 미약하다. ‘암소갈비’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식당이 상당수 존재하고, 1972. 9.에는 ‘북창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표가 등록된 적도 있는 사실, 현재 이 사건 식당 인근에 ‘해운대 이름난 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의 식당도 영업중이며, 원고는 주차장 입간판에 이 사건 식당의 상호를 ‘원조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으로 표시하기도 했던 사실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으로 보아 원고가 이 사건 상호를 55년간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사용하였고 그로 인하여 사용에 의하여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이 사건 상호가 표시된 간판의 모양이 검은색 바탕에 독특한 한글서예체 로 식별력을 갖는다거나,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의 특수성이 이 사건 상호와 결합하여 이 사건 식당만의 독특한 외관을 형성하여, 이 사건 식당의 종합적 외관이 이 사건 영업표지로서 식별력을 갖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검은색 간판에 흰색의 한글서예체로 표현된 간판은 다른 음식점이나 영업점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사실, 불고기, 갈비 등 육류 구이를 요리한 후 그 구이를 구웠던 원형 불판(동그랗고 가운데가 불룩하며 끝부분은 오목한 형태)의 오목한 부분에 사리면을 끓이는 음식이 제공되는 방식은 다른 육류 구이 요리전문점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사실 등이 인정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상호가 표시된 간판의 색깔, 서예체, 혹은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이 이 사건 상호의 식별력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식당의 매출이 수년간 수십억 원 이상이었고, 최근 100억 원을 넘었다 거나, 이 사건 식당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결과 상당한 정보량이 검색된다는 등의 사정이 일응 이 사건 식당의 유명도를 가늠할 자료가 된다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지표나 선정기준 등이 포함된 동종 외식업체의 매출 규모나 정보검색결과 등과의 비교 없이, 위와 같은 자료만을 근거로 이 사건 영업표지의 주지성을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상 성과물로서의 “트레이드 드레스” 부정 이 사건 영업표지인 이 사건 상호,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이 그 자체로 식별력을 갖추었거나 사용에 의한 식별력 없다. 원고 소송대리인은 ① 이 사건 서비스 방식으로 제공하는 불판은 이 사건 식당의 창업자가 직접 고안한 갈비구이에 특화된 디자인으로 가운데가 높게 돌출되어 솟은 중심부가 형성되어 있고, 중심부면 위부분에는 작고 둥근 홈이 일정간격으로 파여 있으며 볼록 솟은 중심부와 아래 오목한 부분으로 연결되는 면에는 세로로 길쭉 한 형태의 작은 홈이 파여 있다는 점에서 시중 음식점에서 흔히 유통되는 불고기용 불판과는 다르고, ② 일반적인 고깃집에서는 갈비구이 요리 후 냉면사리를 끓여주는 반면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은 감자사리가 제공된다는 면에서 식별력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통상적인으로 고깃집에서 갈비나 불고기 등을 굽기 위해 제공되는 불판과 이 사건 식당의 불판 모양은 모두 둥근 모양에 무쇠 등 금속으로 제작되어 가운데 부분이 솟아있고 가장자리 부분이 옴폭하게 파여 있으며 여러 개 구멍이 뚫려 있는 등 상당 부분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는 점도 인정된다. 또 갈비 구이 후 제공되는 사리면의 재료가 감자 전분으로 만든 사리면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냉면사리 등을 사리면으로 제공하는 식당과 기본적으로 쫄깃한 식감의 국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원고 소송대리인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특징이 소비자로 하여금 다른 고깃집과 구별하여 이 사건 식당을 떠올리게 하는 식별력을 갖춘 요소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4. 판례의 해설 55년 전통의 유명식당이 부산에 있는데, 2019. 3.경 서울에서 유명식당과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고 동일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이 개업하자 사람들이 그곳을 유명식당 분점인 줄 알고 방문하는 상황이 여러 차례 발생하였다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영업주체 혼동행위 성립여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왜 서울에서 개업한지 얼마 안된 식당을 부산의 유명식당 분점으로 알고 방문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결국 상호와 식당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원고는 이 사건 상호와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이 결합된 이 사건 식당의 종합적 외관을 트레이드 드레스로서 영업표지로 주장한 것으로 이해된다. 영업주체 혼동행위가 성립하려면 무엇보다 권리 주장자의 영업표지에 “주지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 주지성이란 국내 전역 또는 일정한 범위에서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이 그것을 통하여 특정 영업을 다른 영업과 구별하여 널리 인식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인지는 사용 기간, 방법, 태양, 사용량, 거래범위 등과 거래실정 및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널리 알려졌는지가 우선의 기준이 된다(대법원 2013. 5. 9. 선고 2011다 64102 판결). 대상판결은 이 사건 상호가 지리적 명칭인 ‘해운대’와 상품의 성질을 표시하는 ‘암소갈비’로만 이루어졌거나, 여기에 '소문난’ 부분이 결합된 상표로서, 식별력이 미약해 보인다고 판단하였는데, 그러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주지성에 관한 여러 판례들(97도322 판결, 2010나7319 판결 등)이 비슷한 판시를 하였다는 점에서 적절한 판단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사건 식당은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하면서, 1964년부터 현재까지 55년간 이 사건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하였기에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대상판결도 인정한 매출액의 정도, 방송 노출, 인터넷에서의 검색과 평가 등 유명도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지표들 역시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원고가 이 사건 상호를 55년간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사용하였고 그로 인하여 사용에 의하여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암소갈비’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식당이 상당수 존재하고, 1972. 9.에는 ‘북창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표가 등록된 적도 있는 사실, 현재 이 사건 식당 인근에 ‘해운대 이름난 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의 식당도 영업중이며, 원고는 주차장 입간판에 이 사건 식당의 상호를 ‘원조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으로 표시하기도 했던 사실 등을 들었다. 상표 등록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표지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여 주지성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먼저 상표와 상호는 다르다. 즉, 상표는 등록에 의해 대한민국 전역에 일률적으로 법률에 의해 독점력이 부여(상표법 제89조)되는 반면, 상호에는 이러한 효력이 없다. 그리고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은 규율 목적이 다르고 판례가 부정경쟁방지법 사건에서 주지성을 인정함에 있어 “국내 전역 또는 일정한 범위에서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이 그것을 통하여 특정 영업을 다른 영업과 구별하여 널리 인식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2011다 64102 판결 등)와 같이 일부 지역에서의 주지성도 인정하고 있는데, 상표권 등록과 관련해서는 일부 지역의 상표권이란 존재하지 않으므로 주지성에 관한 판례의 판시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2후2274 판결 등, 물론 2014년 개정으로 상표법 제33조 제2항에서 식별력 취득여부를 상표등록여부결정을 할 때로 개정하면서 문언도 수정하여 구 법보다 인식도를 완화하였다고 평가되고, 그러한 취지가 전국적인 인식도를 구비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등도 동종업계나 특정지역에서 식별력을 취득한 경우에도 상표법 제33조 제2항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는 논의가 있기는 하다). 또한 상표등록과 관련해서 비록 특허청예규인 상표심사기준이 ‘동일, 유사한 상표가 해당 상품의 거래자 사이에서 출처표시로 사용되지 않아야 식별력을 구비하였다고 할 수 있다’라는 입장을 취하나, 상표법 제33조 제2항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함에 있어 “독점적이고 배타적일 것”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상표등록과 관련된 기존의 대부분 판례를 보더라도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을 요구하지 않고 있으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후2288 판결의 경우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상표 사용이 아닌 경우에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즉 상표 등록 자체에서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에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더 나아가 부정경쟁방지법 관련 판례를 보면 영업표지로서의 상호가 그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하는지와 관련된 사건들[‘여의도떡방 사건(2010나7319 판결)’, ‘종로학원 사건(97도322 판결)’, ‘장수돌침대 사건(2010다60622 판결)’ 등)]에서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판례는 “그것이 오랫동안 사용됨으로써 거래자나 일반 소유자들에게 어떤 특정인의 영업을 표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경우”라고만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2007도10914 판결). 판례가 “장기간 계속적·독점적·배타적인 사용”을 요구하는 경우는 상품의 용기, 포장, 형태나 모양이 출처 표시하는 경우인데(99도 691 판결, 2001다83890 판결, 2002다18152 판결, 2011도10978 판결 등), 이 경우에도 ‘지속적인 선전광고 등에 의해 특정 출처의 상품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된 경우’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상표등록 사건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사건에서 영업표지의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에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대상판결은 부정경쟁방지법 사건과 상표등록 사건의 차이에 대한 고민 없이 양 사건을 동일한 것으로 취급한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그리고 대상판결이 제시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없었다는 근거에 대해서는 ‘북창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표는 1972. 9. 등록되었다가 바로 10년 뒤 소멸되었고 등록자도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출원목적상 오히려 유명표지에 대한 상표선점의 의도가 강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현재 EBS의 ‘펭수’를 관련 없는 자가 EBS에 앞서 출원한 행위와 유사), ‘암소갈비’는 식당이 제공하는 음식이나 재료명으로서 본 건의 핵심은 그런 식별력이 약한 상호를 오랜 기간 사용하여 그 약점을 극복했는지 여부라는 점, ‘해운대 이름난 암소갈비집’이라는 근처 식당의 경우 이용자들조차 유명한 이 사건 식당과는 다르고 이 사건 식당이 혼잡해서 근처 식당을 방문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이용자들에게는 이 사건 식당과는 구별되는 식당이라는 점, 이 사건 식당에서 과거 ‘원조’라는 내용을 포함한 입간판을 일시 사용하였더라도 현재는 이러한 입간판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용자들이 이 사건 식당을 찾을 정도로 유명하다는 점에서 오랜 기간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등 충분히 반대 의견이 제시될 가능성도 존재해 보인다. 그 외 대상판결은 불판의 특성이나 감자사리면 제공, 그리고 입간판의 글자체와 배경이 이 사건 상호의 식별력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물론 이견이 있겠지만, 이 사건 식당을 찾는 이용자들의 입장에서 접근해 보면, 이러한 요소들이 과연 식별력과 무관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유명 맛집 프로그램을 비롯한 여러 매체들이 취재하고, 오랫동안 수 많은 이용자들이 이 사건 식당을 찾는 이유는 당연히 식당이므로 고기‘맛’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암소갈비’라는 재료의 맛을 구현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불판의 특성과 ‘암소갈비’ 이후 통상 미리 조리된 냉면이 제공되는 것과 달리 독특한 불판의 특성을 사용한 감자사리면이 손님앞에서 바로 불판에서 조리되는 특성도 그 이유에 기여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이용자들이 그러한 음식을 제공받은 이 사건 식당을 기억할 때, 검은색에 흰색의 한글서예체로 이 사건 상호가 표시된 간판을 떠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위와 같은 설명들은 결국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이며, 대상판결이 설시한 바와 같이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품표지나 영업표지가 사용된 결과 주지성을 취득하였다는 점은 엄격한 기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그 상품표지나 영업표지가 어느 정도 선전광고된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이를 추정할 수 없으며 구체적으로 그 상품표지나 영업표지 자체가 수요자간에 현저하게 인식되었다는 것이 증거에 의하여 명확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10562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0. 7. 7. 선고 2010나7319 판결 등). 종국에는 변론주의와 입증책임의 원칙상 원고가 자신이 주장하는 주지성에 대한 입증을 제대로 해야 그 주장하는 바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상표등록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사건에서 영업표지가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하기 위해서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이 사건 상호가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여러 근거를 제시하였는데, 상급법원에서도 동일한 일반론과 사실관계에 대한 평가가 유지될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트레이드드레스
부정경쟁행위
영업표지
상호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20-01-10
노동·근로
민사일반
불확정적 조건을 붙인 해고 예고는 무효, 해고예고수당 지급해야
1. 사건의 개요 가. 원고는 경력직 사원으로서 2017. 11. 6. 피고회사에 채용되어 3개월간 수습기간을 마쳤으나, 피고회사는 2018. 1. 22. 평가 후 원고의 수습기간을 1개월 연장하면서 업무적극성과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되고 업무태도가 개선되면 2차 수습기간 후 정직원으로 채용하기로 하였다(당초 원고와 함께 채용된 2명의 수습직원은 당시 모두 정직원으로 채용되었다). 나. 피고회사는 2018. 2. 23. 원고에 대한 평가 후 해고하기로 한 후 2018. 2. 28. 원고와 면담하여 “수습평가를 1개월 연장하여 기회를 주었으나 경력직인데도 업무수행능력과 조직문화 적응이 부족하여 해고한다”는 수습결과를 통보하고, 다시 원고에게 2018. 3. 2. 같은 취지로 2018. 3. 2.부로 해고한다는 통보를 하였다(이 해고를 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다. 원고는 해고무효확인 및 복직시까지의 급여상당액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1심에서 전부 패소 후 항소심에서 해고예고수당의 지급을 구하는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제1심 법원의 판단(수원지방법원 2018가합14420) : 해고예고 유효 피고회사가 이 사건 해고를 통보하기 30일 전 확정적인 해고를 예고한 것은 아니지만, 수습기간을 1개월 연장하면서 수습기간 후 업무능력과 업무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정식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알린 이상, 이는 잠정적이기는 하나 해고를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수습기간 후의 평가결과에 따라 채용 여부가 불확정적이어서 확정적인 해고를 예고할 수도 없으므로 위와 같이 보는 것은 불가피하다. 나. 항소심 법원의 판단(서울고등법원 2019나2013832) : 해고예고 무효 근로기준법 제26조에서 정한 해고예고 제도는 근로자로 하여금 해고에 대비하여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주기 위한 것(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7다16778 판결 등)이라는 해고예고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해고의 예고는 그 일자를 정하여 확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피고회사가 ‘수습기간 후 업무능력과 업무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정식채용을 하지 않겠다.’라고 불확정한 조건을 붙여 한 해고의 예고는 효력이 없다. 원고가 수습기간 중에 있었다 하더라도, 수습 사용한 날인 2017. 11. 6.로부터 3개월을 초과하여 근로한 이상 해고의 예고가 30일 전에 확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피고회사는 원고에 대한 해고예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라 원고에게 30일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3. 대상 판결의 의의 가. 해고예고제도 근로기준법은 제26조에서 해고예고제도를 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하지 않으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나(근로기준법 제110조 제1호), 현재 대법원은 해고사유가 정당한 이상 해고예고를 거치지 않더라도 해고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1998. 11. 27. 선고 97누14132 판결, 대법원 1994. 6. 14. 선고 93누20115 판결 등). 나. 해고예고의 방법 해고예고제도의 규정취지가 근로자로 하여금 해고에 대비하여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시간적 또는 경제적 여유를 주려는 것이므로, 이러한 해고예고는 일정 시점을 특정하거나 언제 해고되는지 근로자가 알 수 있는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 이에 대법원은 해고날짜를 명확히 하지 아니하고 ‘당분간 근무를 계속하며 후임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해주라’고 한 사안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도13833 판결) 및 ‘회사가 사업자등록을 마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보도본부에서 근무할 수 없다’고 한 사안(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1다53638 판결) 등에서 적법한 해고예고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거나 해고예고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조건을 붙인 예고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수습 중의 근로자이기는 하지만, 2019. 1. 15. 법률 제16270호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되기 전에도 수습 사용한 날부터 3개월 이내인 수습근로자의 경우에만 해고예고제도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수습기간 3개월을 도과한 원고에게는 해고예고제도가 적용된다. 그런데 수습기간을 다시 1개월 연장하면서 연장된 수습기간 후 업무능력과 업무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정식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 그 조건 성취 여부에 따라 해고여부가 결정되어 근로자로서는 자신이 수습기간 종료 후 해고되는지 여부를 사전에 알 수 없고, 따라서 이를 부적법한 해고예고로서 무효라 본 판시는 종래 대법원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서 정당하다고 판단된다. 이유경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해고
근로기준법
수습기간
업무태도
이유경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2020-01-06
민사일반
사업체를 운영하는 남편의 채무를 보증한 아내가 보증인보호법상 보호되는 보증인인지 여부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생수 총판 대리점을 운영하던 남편의 채무를 아내가 보증한 사안에서, “기업 대표자의 배우자라 할지라도 기업과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거나 기업의 경영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그 기업의 채무에 대하여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아닌 때에는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보증인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보증인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9. 7. 16. 선고 2018나2033075 판결).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A는 2009년부터 생수 회사인 원고와 총판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여 원고로부터 공급 받은 생수를 하부 대리점 및 소비자에게 판매하였다. 2012년경 A는 원고와 대리점 계약을 새로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내용은 A가 원고로부터 월 평균 40,000통, 계약기간인 5년 간 총 240만통의 생수 제품을 매입하는 조건으로, 원고는 할인된 가격으로 생수 제품을 공급하고 일부 물량은 무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A는 당초 매입하기로 한 물량에 훨씬 미달한 수량의 제품을 매입하고 외상 대금 채무를 결제하지 못하는 등 위 계약에서 정한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못하였다. A는 2014. 5. 경 원고에게 4억5,000만원 상당의 채무를 분할 상환하겠다는 내용의 변제계획서를 제출하고, 2015. 3. 경 A의 처인 B의 인감증명서(B 본인이 발급 받음)를 첨부하여 ‘원고와 A가 약정한 대리점계약서를 정확히 이해하고 계약서에서 정한대로 거래를 함으로써 발생한 채무를 A가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연대하여 지급책임을 질 것을 확인하고 이에 서명날인 합니다’는 내용의 연대채무확약서를 원고에게 교부하였다. A가 외상 대금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자 원고는 A와 B를 상대로 그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 법원은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으나, 2심 법원은 B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였다. 보증인보호법에는 보증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보증의 방식, 보증채무 최고액의 특정, 보증기간 등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고 이는 편면적 강행규정이다. 따라서 보증인보호법에 반하는 보증으로서 보증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 그러나 보증인보호법의 위와 같은 규정들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가 보증인보호법의 보증인에 해당하여야 한다(보증인보호법의 보증인이 아니라면 보증인보호법의 규정에 위반된 보증이라고 하여 당연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보증인보호법은 민법의 특별법으로서 아무런 대가 없이 호의에 의한 보증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보증인보호법은 일정한 사람을 보호대상인 보증인에서 제외하고 있다. 가령, 보증인보호법 제2조 제1항 다목은 “기업의 대표자, 이사, 무한책임사원, 국세기본법 제29조 제2항에 따른 과점주주 또는 기업의 경영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의 배우자, 직계 존속·비속 등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가 기업과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거나 기업의 경영에 직접·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그 기업의 채무에 대하여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경우”를 보증인보호법의 보증인에서 제외하고 있다. 보증인이 채무자와 특수 관계에 있을 뿐 아니라(특수 관계 요건) 기업과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거나 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이므로(경제적 이해 공동체 요건) 무상성, 호의성을 결여한 것으로 본 것이다. 한편, 보증인보호법 제2조 제1항은 원칙적으로 민법에 따른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자를 보증인이라고 규정하면서 다음 각목에 정하는 자를 제외한다는 형식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보증인보호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자가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2심 법원도 동일하게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안에서는 원고가 ‘아내인 B가 A와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거나 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하는데, 2심 법원은 이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보았다. 오히려 2심 법원은 아내 B가 남편이 총판 대리점 개업 훨씬 이전인 199년부터 어린이집 등에서 보육교사, 원장 등으로 종일 근무하는 등 별도의 소득활동을 한 점, 특히 남편이 총판 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이후에도 어린이집 근무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한 점에 주목했다. 원고로서는 2009년 총판 계약 체결 후 영업이 잘되었기 때문에 2012년에 5년간 계약을 연장하였고 월 평균 40,000통을 매입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는 한편, B가 운영하는 대리점의 매출, 당기순이익 등 자료, B의 대리점 계좌에서 생활비가 송금된 자료 등을 적극적으로 제출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공유한다는 점을 증명 했어야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증명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쌍방 모두 소송대리인 없이 소송을 진행하였다). 이제 보증인보호법의 규정을 위반 했는지가 문제되는데, B 명의의 연대채무확약서에는 아래 그림과 같이 B의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기재는 전혀 없이, B의 인감도장만 날인되어 있다(남편인 A가 날인한 것이다). 보증인보호법 제3조는 “보증은 그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의 서명은 보증인 본인의 서명 이어야 하나(대법원 2016다233576 판결), 기명날인은 타인이 대행할 수 있다(대법원 2018다282473 판결). 연대채무확약서의 날인은 남편인 A가 했으나 B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므로 이를 보증인보호법상의 기명날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보증인보호법 제6조는 근보증의 경우 그 보증하는 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한 보증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연대채무확약서에는 ‘원고와 A가 약정한 대리점계약서를 정확히 이해하고 계약서에서 정한대로 거래를 함으로써 발생한 채무를 A가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연대하여 지급책임을 질 것을 확인’하는 내용뿐이어서 최고액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B의 보증은 무효이다. 2심 판결에 대해 원고가 상고하지 않아 위 판결은 확정되었다.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유) 원)
연대채무
보증인보호법
채무자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유) 원)
2019-09-25
군사·병역
형사일반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와 무관한 포괄적 압수물의 증거능력
국방부 조사본부는 방위사업청 소속 군인이 방위사업체 직원 甲, 乙로부터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제1영장)을 발부받아, 甲의 외장하드 및 乙의 업무서류철을 압수하였다. 한편, 기무사는 별도로 A회사 직원 丙이 Y사업 관련 군사기밀을 탐지·수집·누설하였다는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제2영장)을 발부받아, Y사업 관련 군사기밀뿐 아니라 다른 방산물자 관련 자료를 다수 압수하였다. 기무사는 수사과정에서 제1영장에 의해 압수된 甲의 외장하드에 丙이 작성한 관련문서가 저장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조사본부에 요청하여 제1영장 압수물을 열람 후 丙에 대한 ‘군사기밀보호법위반’ 혐의로 제1영장 압수물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제3영장)을 발부받아, 제1영장 압수물 중 Y사업 관련 군사기밀이 담긴 전자정보 및 서류의 사본을 압수하였고, 이를 기초로 甲, 乙이 丙과 공모하여 Y사업 관련 군사기밀 탐지·수집·누설하였다는 범죄혐의까지 수사를 확대하였다. 기무사는 丙에 대해 발부된 제3영장으로 丙과 무관한 甲, 乙에 대한 자료들까지 압수한 것은 위법함을 인지하여 제3영장 압수물 중 丙과 관련된 자료를 제외한 나머지 압수물을 甲, 乙에게 환부한 후 곧바로 미리 발급한 압수·수색영장(제4영장)에 의해 다시 압수하였고, 甲, 乙, 丙을 군사기밀보호법위반으로 기소하였다. 이에 대해, 1심 및 서울고등법원은 위 4차례의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은 모두 위법하고, 그 절차를 통해 수집된 압수물과 이를 기초로 수집된 관련자 진술 등 2차적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제1영장 집행의 경우 甲이 범죄혐의와 무관한 정보를 제외할 것을 요청했음에도, 수사관이 키워드 검색 등 유관정보를 선별하려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외장하드 자체를 압수하여 반출한 점은 위법하고, 업무 서류철의 경우 각 서류의 표지만으로도 작성자가 乙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는데도 이를 전혀 확인하지 아니하고, 업무철로 된 서류 전체를 압수하였으며, 압수 이후에도 압수된 서류와 뇌물수수 혐의 사이의 관련성을 전혀 조사하지 아니한 채 계속 보관한 점은 위법하고, 제2영장 집행의 경우 Y사업 관련 문건 외 다른 문건 다수를 압수한 것은 압수대상을 벗어난 압수로서 위법하고, 제3영장 집행의 경우 제1영장에 의해 위법하게 압수된 압수물의 추가 압수는 그 자체로 위법하며, 기무사 수사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찾아가 압수물을 열람한 행위는 수색에 해당하므로, 최초 피압수자인 甲, 乙의 동의 및 참여 없이 이를 열람하는 것은 위법한 수색이고, 제4영장 집행의 경우 제1, 3영장에 의한 위법한 압수물을 재압수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법하고, 위법한 압수물에 대하여 추가적인 제4영장을 미리 발부받아 놓은 다음, 압수물을 환부한 후 곧바로 재압수하는 것은 절차를 지킨 것처럼 외양을 갖춘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하면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 해당정보들이 위법하게 수집·탐지·누설된 것인지 증명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甲, 乙, 丙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수사기관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문서 출력물로 수집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저장매체 자체를 직접 반출하거나 저장매체에 들어 있는 전자파일 전부를 하드카피나 이미징 등 형태로 수사기관 사무실 등 외부로 반출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하는 것은 현장의 사정이나 전자정보의 대량성으로 관련 정보 획득에 긴 시간이 소요되거나 전문 인력에 의한 기술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 등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이처럼 저장매체 자체 또는 적법하게 획득한 복제본을 탐색하여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일련의 과정 역시 전체적으로 하나의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의 일환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경우의 문서출력 또는 파일복제의 대상 역시 저장매체 소재지에서의 압수·수색과 마찬가지로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되어야 함은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항과 형사소송법 제114조, 제215조의 적법절차 및 영장주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에 비추어 당연하다. 따라서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반출된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혐의사실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임의로 저장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영장주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압수가 된다. 또한 서류에 대한 압수수색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한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고 압수·수색영장 대상자와 피의자 사이에 인적 관련성이 있는 것에 한하여 압수수색할 수 있다(대법원 2016도13489 판결). 이 사건 판결은 수사기관이 수사목적 달성을 위해 압수·수색함에 있어, 수사상 편의로 수사대상 혐의와 무관한 컴퓨터 저장장치, 서류철까지 전부 압수 후 장기간 보관하면서, 이를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경우, 해당 증거들은 물론 그 증거들에 기초하여 수집된 2차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이 사건 판결은 향후 이러한 위법한 압수·수색 관행을 억제하게 함으로써 수사기관이 증거수집 과정에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정신에 충실히 따를 것을 요구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증거능력
방위사업
압수
위법수집증거
군사기밀보호법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9-09-25
노동·근로
민사일반
단체협약과 반사회질서 위반과의 관계(협약자치의 한계)
1. 들어가며 노조 조합원 자녀에 대한 우선채용을 보장하는 대기업의 단체협약 등 단체협약 내용이 제3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에 대해 국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이런 불만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대상판결에서의 단체협약 역시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한 경우 상여금 등을 감액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재판청구권 침해하였다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 내용이 적절한지에 대한 사실적 판단보다는 법률적 측면, 즉 협약자치와 사법통제권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2. 대상판결의 경위 및 요지 자동차용 여과제(필터)를 제조·판매하는 A사는 과반수 노동조합과 2014. 1. 24. 성과급 지급기준에 관한 단체협약 부속합의(이하 ‘제1합의’)를 하면서 당해 연도에 회사를 상대로 금품을 요구하는 진정서·고소장을 제출하거나 소송을 제기한 경우 성과급의 10%만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리고 2014. 7. 21. 성실근무자에게 격려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이하 ‘제2합의’)를 노동조합과 하면서 ‘지급일 이전 1년간 회사나 대표 등을 상대로 진정·고소·고발, 부당해고 등의 구제신청, 소송 등의 민원 제기한 자’를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상판결은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다는 원칙(대법원 2000. 9. 20. 선고 99다67536 판결 등)을 설시하면서, 성과급 등의 지급기준에 대해 회사에 상당한 재량이 있으므로 회사가 노조와 합리적 기준에 따라 성과급 등을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했다. 다만, 대상판결은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성과급을 감액하고 격려금을 미지급하는 규정은 회사가 경제적 불이익과 임금을 통한 차별적 처우를 통하여 근로자들의 재판청구권 등 기본권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으로 반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로 판단했다. 3. 검토 가. 단체협약과 반사회질서 관련 기존 판결의 태도 대법원은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합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하고, 이때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는 단체협약 내용과 체결 경위, 협약체결 당시 사용자 측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7790 판결 등 참조). 즉, 판례는 단체협약의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 나. 대상판결의 문제점 및 의의 협약자치는 단체협약 당사자가 단체교섭을 통해 어떤 내용으로 합의할 지에 대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원칙이고, 헌법상 권리인 근로3권은 집단적 노사자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헌법재판소 2018. 5. 31. 선고 2012헌바90 결정).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체결한 단체협약이 일반조항(민법 제103조, 제104조 등)에 의해 무효가 될 경우 합리적인 노사관계 형성이 어렵고, 노동조합 총회 의결을 통해 체결된 단체협약이 추후 소송에 의해 무효화될 경우 총회 의결에 반대한 소수 노조원들의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대등한 지위에서 노사자치의 원칙에 따라 교섭하여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하여 일반조항인 신의칙이나 반사회질서라는 이유로 그 효력을 부인하는 데는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노조 운영비 원조를 금지하는 노조법 제81조 제4호가 '협력적 노사자치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운영비 원조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노사의 자율적인 단체교섭에 맡길 사항까지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활동의 성과를 감소시키는 것에 불과하고, 이는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확보해 줌으로써 집단적 노사자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근로3권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판단했다. 즉, 운영비원조 금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근로자들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반한다고 보았다(헌법재판소 2012헌바90 결정). 이와 같이 입법권에 의해 단체교섭권을 제한할 때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면 위헌으로 보았는데, 사법권이 일반 강행규정인 민법 제103조를 이유로 단체협약 조항을 무효로 판단하는 것에는 더욱 소극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최후의 보루로 남아야 한다. 이 사건 단체협약의 내용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에게 상여금·격려금을 차등지급하거나 미지급하므로, 일견 조합원들의 재판청구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단체협약에 해당 내용이 포함된 것은 노사가 불필요한 소송 남발을 막고 건전한 노사관계를 형성하자는 취지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사건 단체협약 내용이 만약 소수노조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면 공정대표의무 위반(노조법 제29조의4)이나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 처벌이라는 현행 법률의 제도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이 사건 단체협약은 조합원들의 재판청구권 자체를 제한한 것이라기 보다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한 경우 상여금과 격려금에서 금전적 불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위 조항이 문제가 된다면 회사나 조합 간부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금전적 배상도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이 현행 법률 체계 하에서 이 사건 단체협약의 문제를 해결할 여러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103조 위반이라는 일반적 강행규정을 통해 해당 단체협약 조항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은 협약자율의 원칙에도 반할 뿐 아니라 지나친 사법권의 개입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근로계약
재판청구권
감액
소송
성과급
격려금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2019-09-16
지식재산권
위법한 지식재산권 침해 경고장
1. 들어가면서 지식재산권자가 자신의 지식재산권 침해 사실을 발견하였을 때 통상 취하는 절차는 침해자에게 지식재산권 침해행위를 중지하고 그 중지에 대한 증빙과 함께 일정기간 내 답변하라는 소위 ‘내용증명’통고서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내용증명’통고서를 보낼 때도 일정한 한계가 있으며, 이번 대상판결은 그러한 점을 조금 더 명확히 했다. 2. 사건의 경과 가. 원고와 피고의 각 등록디자인권 및 제품 판매 원고는 등록번호 제0725947호(2013. 3. 6. 출원, 2014. 1. 14. 등록, 이하 ‘이 사건 등록디자인’), 등록번호 제0764625호(2014. 3. 11. 출원, 2014. 9. 29. 등록, 이하 ‘이 사건 무효디자인’)의 각 공동디자인권자로서 홈쇼핑 등에 원형 진공항아리 제품(이하 ‘원고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였다. 한편 피고는 등록번호 제0772728호, 제0772729호, 제0772722호(각 2014. 6. 26. 출원, 각 2014. 11. 19. 등록, 이하 ‘피고의 등록디자인’)의 디자인권자로서 피고의 등록디자인을 적용해서 2014. 10. 경부터 원형 진공항아리 제품(이하 ‘피고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였고, 2014. 11. 5. 및 2014. 11. 12. 홈앤쇼핑에서 홈쇼핑 방송을 통하여 피고 제품을 판매하였다. 나. 원고의 내용증명 발송 및 피고 판매처가 피고와 거래중단 원고는 2014. 11. 18. 피고에게 ‘피고가 피고제품을 생산·판매하는 행위 및 2014. 11. 5. 및 2014. 11. 12. 홈앤쇼핑에서 피고 제품을 광고·판매하는 행위는 원고의 디자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생산 등의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라’라는 취지의 내용증명통고서를 보냈고, 통고서는 그 무렵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원고는 2014. 11. 18. 피고 제품을 판매하던 홈앤쇼핑과 아폴로산업에도 각각 ‘피고 제품을 광고·판매하는 행위는 원고의 디자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피고 제품에 대한 판매·광고 등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여야 하고, 앞으로 계속 피고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 디자인권 침해의 공범으로서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그에 대해서 민ㆍ형사상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의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였고, 그 각 통고서는 그 무렵 홈앤쇼핑과 아폴로산업에 도달하였다. 그러자 홈앤쇼핑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분쟁 종료 시까지 피고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원고는 2014. 12. 4. 피고 제품을 판매하는 다른 회사에도 비슷한 내용의 통고서(이하 통칭하여 ‘1차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였다. 피고는 2015. 4.경 홈쇼핑 방송업체인 NS쇼핑과 피고 제품을 판매하려는 계약 협의를 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NS쇼핑이 원고 측으로부터 ‘홈앤쇼핑도 2014. 11.경 피고 제품의 원고 디자인권 침해문제로 피고 제품 판매를 중단 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결국 협의가 무산되었다. 원고는 2015. 4. 27. 및 2015. 5. 22. 피고 및 피고 제품을 판매하던 업체들에게 1차 내용증명통고서와 유사한 내용(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 및 차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라는 내용 추가)의 내용증명통고서(이하 ‘2차 내용증명통고서’)를 보냈고, 통고서는 그 무렵 수신인들에게 도착했다. 원고의 동업자이자 공동디자인권자도 원고의 내용증명통고서와 유사한 내용을 피고 거래처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내고, 직접 피고 거래처들을 방문하여 내용증명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 결과 피고와 거래하던 오프라인 업체들은 피고와의 계약을 해제하고 일부 업체들은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일부 계약금액을 반환 받는 조정결정을 받았다. 다. 디자인권 무효 및 비침해 판단 확정 이 사건 등록디자인에 대해, 피고가 2015. 5. 14.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으나, 무효가 되지 않았고, 같은 날 피고가 제기한 피고 제품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이 피고 주장대로 인정 및 확정되었다. 또한 피고는 같은 날 이 사건 무효디자인의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이 사건 무효디자인은 결국 무효가 되었다. 3. 대상판결의 판단 대상판결은 본소에서 원고의 부정경쟁행위 주장을 배척(이 사건 등록디자인권 침해 주장은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의 확정으로 원고의 1심 패소 후 다퉈지지 않음)하였고, 반소에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피고 제품의 생산·판매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구하는 등 사법적 구제절차를 밟지 아니한 채 피고 및 피고의 거래처 등에게 1차 및 2차 내용증명통고서 등을 발송하거나 고지한 일련의 행위들을 정당한 권리행사를 벗어나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하게 피고의 영업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아래와 같은 이유를 제시하였다. ① 원고는 플라스틱 재질의 갈색 원형 진공항아리가 원고 제품 판매 이전에 이미 개발되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음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② 원고는 피고 제품의 홈쇼핑 판매를 확인하자마자 별다른 검토 없이 피고뿐만 아니라 피고의 거래처들에까지 일괄하여 그 내용과 문구가 매우 단정적인 1차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였고, 그로 인하여 홈앤쇼핑은 피고 제품의 홈쇼핑 판매를 중단하기까지 하였다. ③ 피고가 원고에게 피고 제품은 피고의 등록디자인들에 기하여 생산·판매된 것이라고 고지하였음에도 원고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다시 NS 쇼핑을 통하여 홈쇼핑 판매를 추진하자 원고는 NS 쇼핑에도 피고 제품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권 등을 침해하는 제품이라고 주장하여 피고 제품의 홈쇼핑 판매를 막았고, 재차 피고뿐만 아니라 피고 거래처들에게 일괄하여 2차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였다. 그런데 2차 내용증명통고서에 피고의 등록디자인 및 생산ㆍ판매하는 제품 등에 관한 검토 내용이 없는 것으로 보아, 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고지에도 불구하고 피고 제품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권 등을 침해하거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해서 신중하고 세심하게 검토하지 아니한 채 그 내용과 문구가 매우 단정적인 2차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한 것으로 보인다. ④ 위와 같은 통고를 받은 피고의 거래처들로서는 피고 제품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권 등을 침해하였는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원고 및 원고의 대리인인 법무법인으로부터 피고 제품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권 등을 침해한다는 단정적인 내용의 통고를 받고도 법적 분쟁에 휘말릴 위험을 무릅쓰고 피고 제품의 판매를 강행하기를 기대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⑤ 원고와 피고는 소수의 판매자만이 있던 진공항아리 제품 시장에서 주요한 경쟁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⑥ 원고로서는 경쟁업자인 피고의 거래처에 등록디자인권 침해 등에 관한 경고장을 발송하면 피고와 그 거래처 간의 거래관계가 중단될 수 있고, 그러한 경우 그 거래관계를 다시 원상으로 회복시키기 어려워 경쟁업자인 피고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⑦ 피고 제품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보호범위에 속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취지의 특허심판원 심결도 확정되었으며, 이 사건 무효디자인은 그 등록이 무효가 되었다. ⑧ 원고는 피고 제품이 원고 등의 등록디자인의 보호범위에 속하는지에 대하여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의 판단이 달랐으며, ‘원고가 피고 및 피고의 거래처에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여 피고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내용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는 사정을 들고 있으나, 앞서 인정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조각된다고 보기 어렵다. 4. 판례의 해설 그간 우리 하급 법원은 지식재산권자가 정당하지 않은 위협(경고장 등)을 통해 상대방과 제3자간의 거래가 단절되는 등 상대방이 입은 손해에 대해 사안별로 지식재산권자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면서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인정하여 왔다(대전지방법원 2008가합7844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가합551954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나2060356 판결 등). 이번 대상 판결도 이러한 기존의 태도와 다르지 않으나 조금 더 경고장의 의미와 신중성, 특히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경고장 등을 보낼 때의 주의의무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등록디자인권자는 등록디자인 또는 이와 유사한 디자인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하고(디자인보호법 제93조), 권리 침해자에게 금지청구(침해 우려자에 대한 예방청구 포함) 등을 할 수 있지만(디자인보호법 제113조, 115조, 조117조), 이러한 사법적 구제절차는 어디까지 유효한 등록디자인권을 전제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지적한 바와 같이 등록디자인권자라고 하더라도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누구에게나 어떠한 행위든 임의로 요구할 권리는 없으며, 당연히 내용증명통고서와 같은 경고장이나 문자, 그리고 이를 방문해서 알리는 행위 등은 사법적 구제절차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권리주장자 스스로 그 내용과 대상 등 일체의 모든 것을 임의로 결정하고 수행하는 것이므로 그 행위를 통해 야기된 모든 법적 책임이 다 정당화될수는 없다. 그렇다면 일정한도를 넘어선 내용증명통고서 발송 등과 같은 권리자의 권리주장행위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가 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권리주장자는 자신의 지식재산권에 기한 권리주장행위의 방식과 내용에 신중해야 한다. 더욱이 권리주장자가 침해자가 아니라 단순히 침해자와 거래관계에 있어 다툼의 실체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제3자에게 내용증명통고서를 보내는 등의 권리주장행위를 할 경우, 침해자에게 하는 경우보다 더 신중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최종적인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에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는 등 권리주장행위를 할 경우, 특히 침해여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렵고 법적 분쟁에 휘말릴 위험을 무릅쓰고 침해 제품의 판매를 강행하기를 기대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제3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대상판결이 지적한 바와 같이 권리주장자는 자신의 지식재산권을 침해자가 침해하였는지에 대해 자체적으로 신중하고 세심한 검토를 해야 하고, 제3자를 압박하여 거래관계를 끊어지게 할 목적으로 ‘침해자가 권리주장자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였기에 거래관계를 바로 포기해야 한다’는 식의 단정적인 표현과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지식재산권자의 정당하지 않은 위협(경고장 등)을 통해 상대방과 제3자간의 거래가 단절되는 등 상대방이 입은 손해에 대해 사안별로 지식재산권자의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면서, 특히 권리침해여부가 확정되기 전에 제3자에게 경고장을 발송하는 등의 권리주장행위를 할 때에는 침해성립에 대한 신중하고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고, 침해자에게 피해를 줄 의도나 목적으로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는 점을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판시한 것에 그 의의가 있다. 다만 대상판결은 권리주장행위가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침해자를 상대로 할 때와 제3자를 상대로 할 때를 구분하고 제3자를 상대로 할 때 ‘침해 여부 판단에 더욱 세심하고 고도의 주의가 요구된다’라는 일반론적인 판시를 할 뿐, 구체적으로 어떠한 점을 어느 정도나 더 고려해야 하는지, 허용되는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 경고장 발송 등과 같은 권리주장행위의 위법성 판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영업방해
경고장
디자인권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19-04-22
노동·근로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인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65세로 본 손해배상 사건
1. 사실관계 및 원심판결의 요지 4세인 유아(幼兒) A는 2015. 8. 9. 물놀이를 위해 수영장에 방문했다 사고를 당해 2015. 8. 15. 사망하고 말았다. 그러자 A의 가족인 원고들은 위 수영장의 설치운영자인 회사 B, 사고 당시 위 수영장 시설의 안전관리책임자 C, 수영장 사용허가를 내준 지방자치단체 D를 상대로 ① A의 재산상 손해(일실수입, 기왕치료비, 장례비) 및 위자료, ② 원고들 본인의 위자료 합계액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들의 청구에 대하여, 제1심 법원은 지방자치단체 D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고, 수영장 운영회사 B 및 안전관리책임자 C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는 60%의 책임제한을 두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제1심 법원은 종래 육체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인 60세를 기준으로 A의 일실수입을 산정하였다. 원고들은 B 및 C에 대해서만 항소하며, 한편으로는 이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정도에 비추어 볼 때 60%의 책임제한 비율은 과다하다 주장하고, 다른 한편으로 가동연한이 적어도 만 65세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항소심인 원심 법원은 피고들에 대한 60%의 책임제한은 타당하다고 밝히고, 가동연한을 높여야한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 없이 재차 가동연한을 60세로 하여 일실수입을 산정하였다. 대신 원심 법원은 A와 원고들의 위자료 액수를 제1심보다 다소 높여주는 판결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상고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들은 상고이유서에서 원심 판결에는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인 육체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 및 책임제한 비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은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 또는 책임제한 비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으나,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판시하였다. 가동연한 법리오해 부분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첫째, 대법관 다수의견은 ① 평균여명이 1989년 남자 67.0세 여자 75.3세에서 2015년 남자 79.0세 여자 85.2세 2017년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늘어난 점, ② 1인당 GDP가 1989년 6,516달러에서 2015년 27,000달러 2017년 30,000달러로 늘어난 점, ③ 육제노동에 종사하는 기능직 공무원의 정년이 1989년 만 58세에서 2013년 만 60세로 늘어났고, 민간부문에서도 모든 근로자의 정년이 만 60세 이상이 되도록 의무화된 점, ④ 우리나라의 실질적 은퇴연령은 남성 72.0세 여성 72.2세이고 60세 내지 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1989년 52.0%에서 2015년 61.7% 2017년 61.5%로 상향된 점, ⑤ 현행 고용보험법이 65세 이후 새롭게 고용된 자에 대하여 적용되지 않는 점, ⑥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이 점차 연장되어 2033년 이후에는 65세 이르게 되는 점, ⑦ 각종 사회보장 법령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생계를 보장해야 하는 고령자 내지 노인을 65세 이상으로 규정한 점, ⑧ 고령자 인구분포 등 각종 고령자 관련 통계가 65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비추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까지로 보았던 종전의 경험칙은 그 기초가 된 경험적 사실의 변화에 따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전제하고, 원심 판단에는 막연히 종래의 경험칙에 따라 A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될 때까지로 단정하여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일실수입에 관한 원고들의 패소 부분은 파기 환송되었다. 둘째, 일부 대법관들은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이 60세 이상이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한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나,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65세가 아닌 63세여야 타당하다는 별개의견을 밝혔다. ① 60세에서 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약 60% 정도이고 그 연령대 이후 사망확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점, ② 피해자가 어릴수록 위 연령대에 이르지 못하고 사망할 확률이 성인보다 높다는 점, ③ 일반적인 법정정년 및 연금 수급개시연령이 2018년 현재 63세를 넘지 못하고 가까운 미래에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는 점 등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63세가 육체노동의 적정 가동연한이라는 것이다. 셋째, 일부 대법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60세를 넘어서도 일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대법원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65세 또는 63세 등 특정 연령으로 선언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별개의견을 밝혔다. 법률심인 대법원은 일률적인 가동연한의 선언 대신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법정정년 이상”이라는 등 포괄적인 법리만 제시하고, 개별 사안에서 그 이상의 가동연한을 인정할지 여부는 사실심의 몫으로 남겨두자는 것이다. 넷째, 일부 대법관들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65세로 본 다수의견을 옹호하는 보충의견을 밝혔다. 가동연한을 63세로 본 별개의견에 대하여는 통계청 기준 건강수명 및 각종 연금수급개시연령·사회보장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이 65세라는 점 등을 이유로 반박하고,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일률적으로 선언하면 안 된다고 본 별개의견에 대하여는 특정 연령으로 정한 경험칙상 가동연령을 선언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선언된 것보다 많거나 적은 가동연령을 인정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의 저해를 막을 수 있다며 반박하였다. 3. 대상판결의 해설 일실수입(일실이익)은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피해자가 장래 얻을 수 있었으리라고 예측되는 소득이다. 일실수입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고 당시 수입을 산정하고, 상해를 입은 경우 노동능력상실률을 밝히며, 가동기간을 정하여야 한다. 가동기간을 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기대여명과 가동연령이 확정되어야 한다. 이 중 가동연령은 노동을 하여 수익을 취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하므로,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성년이 되는 시점에 개시되어 노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마지막 시점에 종료된다. 가동기간의 종료시점을 ‘가동연한’이라고 한다. 판례는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여명, 경제수준, 고용 조건 등의 사회적·경제적 여건 외에 연령별 근로자 인구 수, 취업률 또는 근로참가율 및 직종별 근로 조건과 정년 제한 등 제반 사정을 조사하여 이로부터 경험칙상 추정되는 가동연한을 도출하거나, 또는 피해 당사자의 연령, 직업, 경력, 건강상태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그 가동연한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① 정년이 보장된 자(공무원, 공기업 직원 등)의 경우 보장된 정년을 가동연한으로 보고, ② 특수직업종사자(운동선수, 의사, 변호사 등)의 경우 그 직종의 특성을 고려해 개별적인 가동연한을 산정하며, ③ 일용노동자의 경우 경험칙상 추정되는 가동연한을 도출해왔다. 대법원이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 발전됨에 따른 제반사정의 변화에 비추어 보면 이제 일반육체노동 또는 육체노동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생계활동의 가동연한이 만 55세라는 경험칙에 의한 추정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오히려 일반적으로 만 55세를 넘어서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판단한 이래로(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16867 전원합의체 판결), 일용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만 60세로 인정되어 왔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본 종전의 경험칙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게 되었다면서,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30년 만에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상향시킨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대하여 만 65세는 적정한 가동연한으로 볼 수 없다거나 대법원이 특정 연령을 가동연한으로 선언하는 판결을 지양해야 한다는 별개의견들이 있으나, 중요한 것은 종래의 가동연한이 국민들의 고령화, 경제상황의 변화, 정책과 제도의 변화로 인하여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학계 및 사회 일반의 공통된 인식이 대상판결을 통해 받아들여졌다는 점이다. 대상판결에 의한 가동연한의 상향조정으로, 당장 A의 가족들 및 그와 동일·유사한 손해배상 분쟁에서 인정될 일실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동연한의 상향은 손해배상 소송 외의 다른 사회 문제와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대상판결을 근거로 근로자들이 사용자 측에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 결과 거시적으로는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세대 간 갈등이 초래될 새로운 변수가 생기게 되었다. 또한, 대법원의 2018. 11. 29.자 공개변론에서 가동연한의 상향으로 보험료가 인상되어 보험가입자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출된 바 있는데, 실제로 가동연한이 상향됨에 따라 자동차보험 등 관련 손해보험 상품의 약관내용 및 보험료, 보험금 액수에 관한 논의가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다수의견이 판결의 근거로 제시한 경험칙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로 진실하다고 확인을 가질 수 있는 정도에 이르는 고도의 개연성을 말한다. 사법부의 최고 기관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일반인은 실제로 65세까지 육체노동 일을 할 수 있다고 선언한 이상 입법·행정도 그에 발맞춰 전체 법질서 제도 개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전원합의체
육체노동
가동연한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2019-03-08
형사일반
[판례해설]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구속영장청구서에 사선변호인의 기재가 누락됨에 따라 국선변호인만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진 피의자심문과 그에 따른 구속은 적법한가? - 서울고등법원 2018. 11. 27. 선고 2018노1617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판결 - 1. 사건의 개요 가. 외국인인 피고인은 국제특급우편을 이용하여 필로폰을 수입하였다는 혐의로 체포영장에 의하여 체포되었다. 체포된 다음날 검사의 피의자신문이 있었는데, 피고인이 선임한 변호사(이하, 사선변호인)가 피의자신문 직전에 변호인선임계를 제출하고 피의자신문 절차에 참여하였다. 나. 검사는 피의자신문을 한 당일 구속영장청구서의 ‘변호인’ 란에 아무런 기재를 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다. 다. 관할 지방법원 판사는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에 따라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다음 그 국선변호인을 참여하게 하여 피의자심문 절차를 진행한 후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피고인이 구속되었다. 2. 관계 법령 및 쟁점 헌법과 형사소송법 및 형사소송규칙에 의하면,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검사로서는 사선변호인이 있는 경우 구속영장청구서의 ‘변호인’란에 사선변호인의 성명을 기재하여야 하며, 구속영장 청구를 받은 관할 지방법원 판사로서는 사선변호인에게 피의자심문의 기일과 장소를 통지함으로써, 사선변호인이 피의자심문 기일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거나 이를 위해 체포된 피의자를 사전에 접견하고 구속영장청구서 등의 서류를 열람할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사선변호인이 존재함에도 구속영장청구서에 그 기재가 누락된 결과, 판사가 직권으로 선정한 국선변호인만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피의자심문 절차에 참여한 경우 체포된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것인지가 쟁점이다. 3. 대상판결의 내용 헌법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피고인 등에게 보장하는 것은, 스스로 변호인을 선임하여 그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피고인 등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변호인을 선정하여 주는 것이므로, 헌법이 정하는 변호인 조력권의 본령은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이다. 구속영장청구서에 사선변호인의 성명이 기재되지 않음으로써 체포된 피의자가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채 피의자심문이 실시되었다면, 그와 같은 피의자심문 절차에는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핵심적·본질적으로 침해한 위법이 있다. 이 과정에서 체포된 피의자에게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어 그 국선변호인이 피의자심문에 참여하였더라도 위와 같은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된다거나 그 절차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위법한 피의자심문 결과 이루어진 구속은 헌법상의 적법한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며, 위법한 구속을 토대로 하여 수집된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정하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므로 증거로 쓸 수 없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체포·구금된 피의자 등이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형사피고인이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의 기본권(헌법 제12조 제4항)이다. 반면에, 형사피의자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체포, 구속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형사소송법상의 권리(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 제214조의2 제10항)일 뿐 헌법에 의하여 당연히 보장·파생되는 헌법상 권리라고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는 국가가 형사피의자를 위한 국선변호인제도를 입법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가 없다고 하였다(헌법재판소 2008. 7. 1. 선고 2008헌마428 결정 참조)]. 대상판결의 원심은, 국선변호인이 참여한 가운데 피의자심문이 이루어졌으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①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체포된 피의자에게 형사소송법 차원에서 규정된 국선변호가 제공되었다고 하여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될 수 없고, ② 이 사건의 경우가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 국선변호인의 선정 요건인 ‘변호인이 없는 때’에 해당하지도 않아 피의자심문 절차가 적법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③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피의자심문 단계는 변호인의 법적 조력이 가장 절실하고 긴요한 때인데, 미리 선임된 사선변호인에 비해 나중에 선정된 국선변호인의 변호준비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점에 근거하여,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체포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지체 없이 피의자를 심문하여야 하고,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의 다음날까지 심문하여야 하는데(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1항), 구속영장 청구 이후 선정된 국선변호인이 위 시간적 제약 때문에 피의자심문 시작 직전에야 체포된 상태의 피의자와 그것도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접견을 하고 바로 피의자심문에 임하는 경우가 실무상 대부분이라고 알고 있다.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으로서 시간에 쫓긴 나머지 밤을 꼬박 세우다시피하여 피의자심문을 준비하고서도 결국 변호준비부족으로 인한 아쉬움을 절감하였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상판결의 판단에 공감하기 쉬울 것이다. 대상판결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적 권리의 의미와 범위를 명확히 하고 그 실질적인 보장을 강조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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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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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9-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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