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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형사사건 수임료를 분할 지급하는 경우 성공보수의 판단 기준
1.사건의 개요 (1)A변호사는 2016년 11월 B씨와 수임계약을 체결한 뒤 B씨의 1심 변호를 맡았다. 위 수임계약에 따르면 (1) 수임료는 기본보수를 3580만원으로 하되, 이 가운데 절반인 '계약금'으로 수임계약 체결 즉시 지급하고 나머지 절반인 1790만원은 '잔금'으로 이 사건 위임사무 종료 시(당해 심급 판결 선고 시)에 지급하기로 하고, (2) 사건 수임 및 수임 사무에 관한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호 협의해 잔금 액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규정이 있었으며, (3) 본건 위임사건의 결과에 관계없이 성과(성공)보수는 없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그런데 1심 판결 후 B씨는 변호사 보수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A 변호사는 B씨를 상대로 잔금을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하였다(이하 “제1사건”). (2)C변호사는 2017년 2월 D씨로부터 D씨 아들의 강제추행 사건을 수임했다. 변호사 보수는 '착수금'으로만 1250만원을 정하되 착수금을 2회로 분할해 1차로 550만원은 '수임 계약 시'에 지급하고 나머지 700만원은 '사건 종료 시'에 지급하는 것으로 약정했다. 여기에 무죄나 무혐의가 아닐 때에는 2차 착수금 700만원을 모두 D씨에게 반환하고, 기소유예일 때는 그 중 300만원만 반환하는 조건을 달았다. 그런데 D씨의 아들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게 되자 C 변호사는 D씨에게 40만원을 지급해 달라고 하였으나, D씨는 이를 거부하였고 이에 C 변호사는 D씨를 상대로 위 착수금 4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하였다(이하 “제2사건”). 2.대상 판결의 요지 법원은 위 제1사건에서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약정은 수사나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염려가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라고 전제한 후, "잔금 지급 약정이 당해 심급 판결 선고시에 지급하도록 되어 있고 잔금 지급 액수도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호 협의해 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위 수임료약정은 판결 결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성공보수 약정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시하면서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법원은 위 제2사건에서도, “착수금 2회 지급 약정은 성공보수를 받기 위한 탈법적인 행위이므로 무효"라고 판시하면서 비록 착수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해도 착수금의 성격을 규명해 수사나 형사재판의 결과와 결부돼 있다면 이는 성공보수 약정으로 봐야 한다"고 하여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3.대상 판결의 검토 위 두 개의 하급심 판결은 모두 2018년 5월에 2주 간격으로 같은 재판부에서 선고된 사건으로, "형사사건에서의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5. 7. 23.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구체화한 첫 하급심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제2사건의 경우 위임계약서상 착수금을 2차례 나누어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으나, 사건 결과에 따라 착수금 반환 조건을 달리 정하였다는 점에서 사실상 형사사건에서 금지되는 성공보수약정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제1사건의 경우 ‘형사사건에서 변호사 보수의 지급시기를 '판결 선고 시'로 정하여 사건 결과가 나온 이후에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였다면 이는 명칭과 규정 여하를 불문하고 위 대법원 판결에 따라 금지되는 성공보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위임계약서는 ‘처분문서’로서,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01. 2. 27. 선고 99다23574 판결). 위 제1사건의 위임계약서는 “사건 수임 및 수임 사무에 관한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호 협의해 잔금 액수를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었고, 그와 동시에 “본건 위임사건의 결과에 관계없이 성과(성공)보수는 없는 것으로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었는바,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는 처분문서 해석에 관한 일반적인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위 위임계약상 보수약정이 형사재판의 결과와 변호사 보수가 결부된 성공보수약정으로 해석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변호사 보수가 실제 변호사의 업무량에 비례하여 사후적으로 정산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정액으로 책정되다 보니, 실제 수임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당초 예상보다 업무량이 작을 수도 있고, 반대로 재판이 장기화되고 예기치 못한 쟁점이 붉어져 업무량이 지나치게 늘어날 수도 있는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위임계약서에 상호 협의 하에 변호사 보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는 것은 결코 이례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이러한 점에서 위 잔금 조정 규정을 성공보수약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단정짓기는 어려워 보이고, 오히려 당사자들은 위 조정 규정이 성공보수약정으로 오해될 것에 대비하여 “성공보수는 없는 것으로 한다”는 규정을 추가하였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제1심은 "진정으로 (성공보수가 아닌) 잔금을 받기로 했다면 판결 선고 전에 지급받는 것으로 약정했어야 하고, 선고 결과를 보고 잔금을 지급하기로 한 경우는 명칭과 규정 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성공보수 약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하였는바, 이는 법원이 형사사건의 성공보수약정을 무효라고 본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성공보수약정을 폭넓게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형사사건의 성공보수약정을 근절하겠다는 법원의 강한 의지가 표명된 판결이라 생각된다. 강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변호
잔금
성공보수
변호사
강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2018-07-06
기업법무
상사일반
[판례해설] 명의주주와 실질주주가 다른 경우, 회사의 주주는 누구?
대법원 2017. 3. 23. 선고 2015다248342 전원합의체 판결[주주총회결의취소] 1. 사건의 개요 원고는 상장법인인 피고를 상대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주주총회 결의의 하자를 다투면서 주위적으로 주주총회결의의 부존재, 무효의 확인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주주총회결의를 취소해 달라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가 소외인에게 명의를 대여한 형식상 주주에 불과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이 없다고 다투었다. 2. 이 사건의 쟁점 및 1·2심의 판단 이 사건은, 형식상 주주에 불과한 원고가 과연 회사인 피고를 상대로 주주권을 행사하여 주주총회결의의 하자를 다툴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인지가 쟁점이 되었는데, 1심 법원은 ‘상법 제376조 제1항에 의하면 주주총회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당해 회사의 주주, 이사 또는 감사에 한하는데, 실질상의 주주에게 단순히 명의만을 대여한 자는 회사의 주주로 볼 수 없고, 주주명부에 기재된 명의상의 주주는 주주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자격수여적 효력을 인정받을 뿐이지 주주명부의 기재에 의하여 창설적 효력을 인정받는 것은 아니므로 단순한 명의대여인은 주주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형식상 주주에 불과한 원고가 제기한 이 사건 소는 원고적격이 없거나 확인의 이익이 없는 자에 의하여 제기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고, 2심 법원도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명부에 적법하게 주주로 기재되어 있는 자는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그 주식에 관한 의결권 등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고, 회사 역시 주주명부상 주주 외에 실제 주식을 인수하거나 양수하고자 하였던 자가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든 몰랐든 간에 주주명부상 주주의 주주권행사를 부인할 수 없으며, 주주명부에 기재를 마치지 아니한 자의 주주권행사를 인정할 수도 없다”고 판시하면서, 주주명부에 기재를 마치지 않고도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주주명부에의 기재 또는 명의개서청구가 부당하게 지연되거나 거절되었다는 등의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한다고 판결하였다. 4. 해석 회사 주주명부상 명의주주와 실질주주가 따로 있는 경우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누가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그동안 대법원은 ① 타인의 명의를 빌려 회사의 주식을 인수하고 그 대금을 납입한 경우에 그 타인의 명의로 주주명부에 기재까지 마쳐도 실질상의 주주인 명의차용인만이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시를 하고 ② 회사는 주식인수 및 양수계약에 따라 주식의 인수대금 또는 양수대금을 모두 납입하였으나 주식의 인수 및 양수에 관하여 상법상의 형식적 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한 자의 주주로서의 지위를 부인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며,③ 회사가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실질상의 주주를 주주로 인정하는 것은 무방하고 ④ 회사가 주주명부상 주주가 형식주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고 또한 이를 용이하게 증명하여 의결권 행사를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의결권 행사를 용인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경우에 그 의결권 행사가 위법하게 된다는 취지로 판결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위 대상판결을 통해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전면적으로 변경하면서,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는 ‘주주명부상의 주주’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가 주주명부상의 주주라는 의미이므로, 회사 이외의 주체들 사이에서는 기존의 대법원 취지대로 실질상 주주가 주식의 소유권자임에는 변동이 없다. 이 판결은, 주주들과 회사 간의 권리관계를 획일적이고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주식 실명을 유도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부동산등기부와 같은 권리공시 기능이 없는 회사의 주주명부상의 기재에 권리귀속의 추정력과 같은 절대적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의문이 있고, 무엇보다 주식 소유명의를 실질과 일치시킬지 여부는 법률적 제한이 없는 자유선택의 영역이라고 할 것인데, 사실관계에 의하여 실제 권리자가 명의자와 다른 제3자라는 점이 증명된 사안에서까지 비권리자인 명의자에게 주주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점에 의문이 있다. 여하튼, 기존의 대법원의 판례가 전면적으로 변경된 이상, 실질주주가 명의주주의 주주권행사를 막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실질주주는 이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주주총회
파기환송
이사
감사
주식회사
전속권한
선임의결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8-01-30
[판례해설] 신안군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대법원 판례 해설
Ⅰ. 사건 개요 피고인들은 2016. 5. 21 ~ 5. 22. ○○초등학교 교사가 술에 취하자 피해자를 관사에 데려다 준다는 핑계로 순차 공모하여 피해자 주거에 침입하여 항거불능상태의 피해자를 2회 간음(기수), 3회 간음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결국 피해자에게 최소 1년을 초과하는 불상 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상해를 가한 사건이다. 좀 더 상세히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정리하면 크게 2개의 범죄행위로 나누어 정리할 수 있다. 2016년 5월 21일 피고인들이 한 범죄행위이다. 피고인 3명은 식당에서 여교사를 간음할 것을 순차, 암묵적으로 공모하고 술에 취에 항거불능상태에 빠진 여교사를 23시16분경 피고인 박○○은 강간하려 하였으나 하지 못하고, 23시 31분경 현장에 있던 피고인 이○○도 강간하려 하였으나 하지 못하고 이후 23시 46분경 피고인 김○○이 강간하려 하였으나 하지 못한 제1행위와 이후 이들 피고인들은 2016년 5월 22일 다시 항거불능상태인 여교사 집으로 돌아와 01시 00분경 피고인 이○○가 여교사를 강간하고, 다시 01시 48분경 피고인 김○○도 여교사를 강간한 제2행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Ⅱ. 제1심의 판단 제1심은 2016년 5월 21일에 발생한 간음미수행위(3회)에 대하여는 공모, 합동 관계에 의한 범행이 아니라 각 피고인들의 단독 범행으로 인정하여 피고인 박○○ 단순강간미수, 피고인 이○○ 주거침입강간미수 피고인 김○○ 주거침입강간미수를 인정하였다. 2016년 5월 22일에 발생한 간음행위(2회)에 대하여는 피고인들의 공모, 합동관계를 인정하고 결과적 가중범인 성폭력처벌법위반(강간등치상)죄에 대하여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 박○○ 징역 12년, 피고인 이○○ 징역 13년, 피고인 김○○ 징역 18년을 선고하였다. Ⅲ.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유·무죄에 대한 피고인들과 검사의 주장을 배척한 반면, 피해자들과 합의를 한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 박○○ 징역 7년, 피고인 이○○ 징역 8년, 피고인 김○○ 징역 10년을 선고하였다. Ⅲ. 대법원 상고 피고인들은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2016년 5월 22일 발생한 간음(2회)행위 및 성폭력법위반(강간등치상)죄에 대하여 공모공동정범, 합동범을 인정할 수 없고, 피고인 김○○은 이에 더하여 원심의 징역10년이 너무 무겁다며 상고하였다. 검사는 2016년 5월 21일 발생한 간음미수(3회)행위 역시 공모공동정범, 합동범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 박○○에 대하여 주거침입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상고하였다. Ⅳ. 대법원에서의 쟁점 정리 및 판단 사건의 쟁점 제1행위에 있어서 피고인들의 각 간음미수행위(3회) 사이에 공모공동정범, 합동범 성부와 피고인 박○○에 대한 주거침입죄 성부가 주된 쟁점이다. 제1행위에 있어서 피고인 박○○, 피고인 이○○, 피고인 김○○에 대한 공모공동정범 성립 여부 (1) 사실관계 피고인 이○○가 자신 소유 봉고차량으로 만취한 여교사를 관사로 데려다 주려하자 피고인 박○○은 피해 여교사 관사 위치를 유일하게 알고 있다는 점, 피고인 이○○의 봉고차량 보다 카니발 차량이 만취한 피해자를 옮기기 편하다는 점에서 자신의 차를 이용하여 관사로 이동하였다. 이 때 피고인 박○○은 피고인 이○○는 일정거리를 유지하면서 뒤 따라 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함께 관사로 갔다. 이후 피고인 이○○는 피고인 박○○ 카니발 승용차 바로 뒤에 자신의 봉고차량을 주차하고 약 10여 분간 피고인 박○○의 범행이 끝나기 기다렸다가 피고인 박○○으로부터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피고인 박○○이 열어 놓은 관사로 들어가 간음행위로 나아갔다. 피고인 김○○은 피해 여교사가 만취상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며, 이후 피고인 박○○에게 여러 차례 전화 시도를 하여 피고인 박○○으로부터 피해 여교사 관사 위치 및 피고인 이○○가 관사 안으로 들어간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고인 김○○은 피해 여교사 관사에 도착한 후 관사의 문을 열어 피고인 이○○가 피해 여교사를 간음하려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간음행위를 위하여 피고인 이○○에게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였다. 이후 피고인 이○○에 의해 나체가 된 피해자를 간음하려고 나아갔다. (2)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요건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 여기서 공동가공의 의사는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공모자 중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 일부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않은 사람도 전체 범죄에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나 장악력 등을 종합해 볼 때,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질 수 있다.다만 공동가공의 의사는 사전모의를 필요로 하거나 범인 전원이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 집합하여 행할 필요는 없고 그 가운데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을 통하여 릴레이식으로 하거나 또는 암묵리에 서로 의사가 상통해도 된다. (3) 피고인 박○○, 피고인 이○○, 피고인 김○○에 대한 공모공동정범 성립 가능성 피고인 이○○는 피고인 박○○의 범행을 저지하지 아니하였을 뿐 만 아니라 관사의 위치를 아는 박○○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간음의사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피고인 박○○ 역시 피고인 이○○가 따라 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지 하지 아니하였을 뿐 만 아니라 피고인 이○○가 밖에서 망을 보는 것을 이용하여 자신의 간음의사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피고인 김○○ 역시 피고인 이○○와 피고인 박○○의 범행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저지하지 아니하였을 뿐 만 아니라 피고인 박○○이 준 관사의 위치, 피고인 이○○도 관사에 들어갔다는 등의 내용과 피고인 이○○가 범한 간음행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간음의사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피고인 박○○, 피고인 이○○, 김○○ 모두 피해 여교사를 간음한다는 점에 대한 공동가공의 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 2. 피고인 박○○, 피고인 이○○에 대한 합동범 성립 여부 (1) 사실관계 피고인 이○○는 관사 주변에서 약 10여 분간 피고인 박○○의 범행이 기다렸다가 피고인 박○○으로부터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열려진 관사에 들어가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2) 합동범의 성립 요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3항, 제1항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형법 제299조의 죄를 범한 경우’에 해당하려면,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실행행위를 분담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범죄의 공동가공의사가 암묵리에 서로 상통하고 범의 내용에 대하여 포괄적 또는 개별적인 의사연락이나 인식이 있었다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협동관계에 있었다면 실행행위를 분담한 것으로 인정된다. (3) 피고인 박○○, 피고인 이○○에 대한 합동범 성립가능성 피고인 박○○이 피해자를 간음할 당시 피고인 이○○는 피해자 관사 주변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는 점에서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협동관계에서 실행행위를 분담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합동범이 성립한다. 3. 피고인 박○○의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 (1) 사실관계 미혼에 혼자 거주하고 있는 관사에 항거불능상태에 있는 피해 여교사를 간음할 목적으로 들어갔다. (2)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 피고인 박○○은 만취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하기로 이미 작정하고 피해자의 관사에 들어가 갔다는 점에서 주거권자인 피해자의 묵시적 의사에 반하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Ⅵ. 파기 환송심의 쟁점 1. 피고인들의 제1행위에 대한 죄명 원심에서는 피고인 박○○ 단순강간미수, 피고인 이○○ 주거침입강간미수 피고인 김○○ 주거침입강간미수죄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판단한다면 각 피고인의 죄명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피고인 박○○ 죄명 피고인 박○○에게는 합동범이 성립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수강간미수죄, 그리고 피고인 이○○, 김○○의 행위에 대하여도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고인 박○○의 주거침입간음미수죄의 공동정범, 김○○의 주거침입간음미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 (2) 피고인 이○○ 죄명 피고인 이○○에게는 피고인 박○○과 함께 특수강간미수죄, 자신이 한 범죄인 주거침입간음미수죄 및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될 수 있는 피고인 김○○의 주거침입간음미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된다. (3) 피고인 김○○ 죄명 피고인 김○○에게는 자신이 범한 주거침입간음미수죄 외에 공동가공의 의사가 인정될 수 있지만 현장에 없었다는 점에서 피고인 박○○ 행위와 관련하여 주거침입간음미수죄의 공동정범 및 피고인 이○○ 행위와 관련하여 주거침입간음미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된다. 주의할 점은 처음부터 피고인 김○○이 피고인 박○○과 피고인 이○○의 특수강간행위에 대해 공모하고 이에 공동으로 가담한다는 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합동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Ⅶ. 결론 대법원의 법리에 따라 각 피고인들에 대한 제1행위에 대한 죄명이 변경된다면 단순일죄에서 3개 범죄의 실체적 경합이 되어 원심보다 형량이 상향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원심에서 ‘피해자의 합의’라는 양형요소에 의하여 제1심에서 선고된 피고인 박○○ 징역 12년, 피고인 이○○ 징역 13년, 피고인 김○○ 징역 18년을 박○○ 징역 7년, 피고인 이○○ 징역 8년, 피고인 김○○ 징역 10년으로 감경하여 선고하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파기환송심에서도 형량이 그렇게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성범죄가 친고죄에서 비친고죄로 바뀌어 피해자의 의사보다 불법에 대한 형사사법의 정의 실현이 더 강조되었다는 점, 양형기준 상 ‘피해자와 합의’ 혹은 ‘처벌불원’은 하나의 감형요소로 선고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 피해자의 합의가 진의에서 이루어지는 것 보다는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피해자와 합의를 이유로 제1심의 선고형량을 거의 반으로 낮추는 것은 국민의 건전한 법 상식을 반영하지 못할 뿐 만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이 아니라는 점을 파기환송심은 꼭 한번 고려해주시길 희망한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8-01-29
행정사건
[판례해설] "제6회 변호사시험 로스쿨별 합격률 공개해야"
1.사건의 개요 가.원고(대한변호사협회)는 2017. 6. 22. 피고(법무부장관)에게 2017년 제6회 변호사시험의 전체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 및 법학전문대학원별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에 관한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였다. 나.피고는 2017. 7. 3. 원고에게 2017년 제6회 변호사시험의 전체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은 공개하였으나, 법학전문대학원별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에 관한 정보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 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2항(이하 통틀어 ‘이 사건 각 조항’)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비공개하는 부분공개 결정을 하였다(이하 위 비공개결정 부분을 ‘이 사건 처분’, 비공개 대상 정보를 ‘이 사건 정보’). 다.이에 원고는 2017. 7. 17. 이 사건 정보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2.대상판결의 요지 가.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법학전문대학원별 응시자 수 및 합격자 수와 관련된 통계를 작성하거나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소는 법률상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항변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피고가 출신 법학전문대학원을 입력한 변호사시험의 응시원서를 인터넷으로 접수하여 관리하고 있고, 피고가 전산기기를 이용하여 이미 보유하고 있는 개개의 정보를 검색·가공하여 결과물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별다를 어려움이 없이 원고가 공개를 청구한 이 사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을 개연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위 본안전 항변을 배척하였다. 나.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대상판결은 아래의 논거를 들어 이 사건 정보가 이 사건 각 조항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 즉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 내지 ‘공개하면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보’(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2항)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정보와 같이 이미 결정된 합격자 등의 통계에 관한 사항은 변호사시험법에서 정하고 있는 피고의 시험업무의 수행과는 무관한 것이고, 이를 공개하더라도 피고의 시험업무 수행에 있어서 어떠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 ·피고는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할 경우 법학전문대학원의 과다경쟁과 대학 서열화의 문제가 발생될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이 사건 각 조항이 정보의 비공개로써 보장하고자 하는 보호법익, 즉 변호사시험 업무 수행의 공정성과는 직접적이거나 상당한 관계가 없다. ·피고는 사법시험에 대해서는 매년 출신대학별 합격자 수를 공개하여 왔다.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될 경우, 법학전문대학원별로 교육이 적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로 기여할 수 있고, 법학전문대학원의 공정한 평가에 도움이 될 것이며, 낮은 서열로 인식되는 대학에 설치된 법학전문대학원으로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통해 교육과정의 우수성을 입증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기존에 형성된 대학 서열이 그대로 고착화되는 결과를 방지할 수도 있다. 결국 대상판결은 이 사건 정보가 이 사건 각 조항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이를 공개하지 아니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피고는 대상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한 상태이다. 3.해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는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규정하고 있고, 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2항은 “법무부장관은 채점표, 답안지, 그 밖에 공개하면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조항들을 처분사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될 경우 피고의 변호사시험에 관한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하는 경우로, 비공개함으로써 보호되는 업무수행의 공정성 등 이익과 공개로 보호되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및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 등 이익을 비교·교량하여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두19021 판결 등)라고 판시하고 있고, 특히 시험정보가 비공개 대상 정보인지 문제되는 경우 “정보공개법 및 시험정보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입법취지, 당해 시험 및 그에 대한 평가행위의 성격과 내용, 공개의 내용과 공개로 인한 업무의 증가, 공개로 인한 파급효과 등을 종합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6두15936 판결, 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0두6114 판결). 변호사시험에 관한 피고의 업무는 변호사시험의 공고, 출제, 실시, 채점, 응시자별 응시제한 사항의 확인, 합격자 결정 등 변호사시험법에서 정한 피고의 시험업무라고 할 것인데, 법학전문대학원별 합격률에 관한 이 사건 정보의 공개 여부가 위와 같은 피고의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는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할 경우 법학전문대학원의 과다경쟁과 서열화 문제가 발생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와 같은 문제와 피고의 시험업무 수행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대상판결에서도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이 사건 정보의 공개가 그와 같은 문제를 발생·심화시키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특히 피고는 사법시험의 경우 매년 출신대학별 합격자 수를 공개하여 왔으므로, 변호사시험의 경우에만 법학전문대학원별 합격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주장은 모순적이다. 피고는 변호사시험의 경우 사법시험과 비교하여 정보 공개에 다소 소극적인데, 사법시험의 경우 응시번호 및 성명을 기재한 합격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 것과 달리 변호사시험의 경우 응시번호만을 공개하고 있는 점, 사법시험법의 경우 “시험에 응시한 자는 당해 시험의 합격자 발표일부터 6월내에 법무부장관에게 본인의 성적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2011. 7. 25. 개정된 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1항은 “시험의 성적은 시험에 응시한 사람을 포함하여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아니한다. 다만, 시험에 불합격한 사람은 시험의 합격자 발표일부터 6개월 내에 법무부장관에게 본인의 성적 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하여 시험 성적의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 점이 그 예이다. 이러한 변호사시험의 정보 비공개와 관련하여, 서울행정법원 2015. 1. 8. 선고 2014구합13034 판결은 합격자 성명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비공개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고(이에 대하여 법무부장관이 항소하였으나 2015. 9. 23. 항소기각되었고, 법무부장관이 상고함에 따라 현재 상고심 계속 중이다), 헌법재판소는 위 개정 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1항 본문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변호사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였거나 심판청구 당시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청구인들의 알 권리(정보공개청구권)를 침해한다고 보아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5. 6. 25.자 2011헌마769, 2012헌마209, 536(병합) 결정]. 대상판결은 위 서울행정법원 판결 및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과 마찬가지로 변호사시험에 관한 정보의 공개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 공익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태도는 국민의 알 권리가 헌법 제21조에 의하여 직접 보장되는 권리로서 현대사회에 들어 더욱 중시되고 있는 점,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을 위하여 모든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점(정보공개법 제3조, 제5조 제1항),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학전문대학원별 합격률에 관한 정보의 공개가 피고의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오정한 변호사 (법무법인(유) 율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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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한 변호사 (법무법인(유) 율촌 )
2018-01-24
행정사건
[판례해설] 검사적격심사제도의 구체적 심사기준
서울고등법원 2017. 11. 21. 선고 2017누35358 퇴직명령취소 판결 2004. 1. 20. 법률 제7078호로 개정된 검찰청법(이하, 법)은 검사의 직무상 독립 및 중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의 직급을 검사로 일원화하여 검사의 직급 및 승진제도를 폐지하였다. 다만, 법에서는 검사가 수행하는 직무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검사단일호봉제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검찰조직의 노령화나 일부 검사들의 무사안일 등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검사적격심사제도를 도입하였다. 즉 법 제39조는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에 대해 임명 후 7년마다 적격심사를 하되(제1항), 검사, 법률전문가, 변호사, 법학교수 등 9인으로 구성된 검사적격심사위원회를 두어(제2항), 위원회가 검사의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결여 등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을 거쳐 법무부장관에게 그 검사의 퇴직을 건의하고(제4항), 법무부장관은 그와 같은 건의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대통령에게 그 검사의 퇴직을 제청하도록(제6항)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에서는 위와 같이 퇴직명령의 사유를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결여 등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심사기준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2017누35358 퇴직명령처분취소사건에서 “검사적격심사제도는 그 심사결과에 따라 검사의 직을 박탈하는 신분상 불이익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운영함에 있어서는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도록 미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적격심사 기준을 수립하고 심사절차의 공정을 기할 필요가 있음에도 법무부가 구체적 심사기준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하면서 “검사의 근무성적에 대한 평점은 검사의 능력 및 적성을 장기적이고 누적적 관점에서 파악함으로써 검사의 인사관리에 있어 객관적인 기준을 제공하는 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검사적격심사에서 직무수행능력의 현저한 결여로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려운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그와 같은 복무평정과 사건평정결과 또는 평점이 적극적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고 그 밖에 당해 검사가 담당한 구체적인 업무수행 내용, 업무처리상의 과오 정도, 평정의 세부 항복에 관한 구체적인 평가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균적인 검사에게 요구되는 통상적인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검사근무성적 평정제도가 일응의 심사기준이 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즉 법 제35조의2는 평정을 위한 공정한 평가기준을 마련하도록 하면서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에 위임하고 있고, 검사복무평정규칙 제4조은 평정항목은 1. 청렴성·조직헌신 및 인권보호에 대한 기여, 2. 치밀성· 성실성, 3. 추진력·적극성, 4. 판단력·기획력, 5. 보고·의사소통 능력, 6. 인화협조·조직관리 능력 및 친절성, 7. 자기통제·자기계발 능력을 포함하여 법무부 장관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서울고등법원은 이와 같은 기준이 적격심사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고등법원은 검사적격심사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퇴직명령을 받은 검사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그 동안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어 왔으므로 소속 청 검사들 사이의 상대평가인 복무평정 결과는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절차를 시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고, 사건평정 결과와 특정사무감사 결과로 해당검사의 과오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업무를 수행한 다른 검사들의 과오의 정도 및 그에 따른 조치에 관하여 비교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특정사무감사 결과는 어떤 기준에 의해 집중검토대상자로 선정되어 특정사무감사를 받게 된 것인지 그 경위도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판시하여 퇴직명령을 할 수 있는 경우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위 사건 당시 법무부는 적격심사의 기준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지 않았으므로 검사근무성적 평정제도를 일응의 심사기준으로 삼되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퇴직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검사근무성적 평정은 원칙적으로는 인사관리의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고 사건처리 등에 있어 과오는 충분한 교육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검사근무성적 평정이 단순 인사기준을 넘어 퇴직명령의 심사기준이 되기 위해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퇴직 심사 전 충분한 인사조치가 먼저 행해져야 하고 교육기회도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검사
검사적격심사
탈락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2018-01-03
노동·근로
[판례해설] 출입국관리법상 양벌규정과 죄형법정주의의 원칙
1. 판결의 요지 출입국관리법 제18조 제1항은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취업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받도록 규정하고, 동조 제3항은 위 제1항에 따른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의 고용을 금지한다. 법 제94조 제9호는 제18조 제3항을 위반해 사람을 고용한 사람을 처벌하고, 법 제99조의3은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94조제9호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도 벌하게 한다(양벌규정). 피고인 갑은 건축업을 하는 A법인의 대표이사이다. 그런데, A법인은 2015. 9. 25. 신축공사 현장에 단순 노무활동을 할 수 없는 체류자격(F-4비자)을 가진 외국인을 고용했다가 적발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에 대표이사 갑과 A법인은 출입국관리법 위반죄로 공소 제기되었는데, 제1심 법원은 A법인에 대하여는 유죄를 인정하고 대표이사 갑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다. 제1심 법원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출입국관리법 제18조 제3항 및 법 제94조 제9호에 따라 처벌되는 ‘고용한 사람’을 ‘체류자격 없는 외국인과 고용계약을 체결한 계약당사자 또는 계약당사자를 대리해 실제로 외국인과 고용계약을 체결한 자’로 엄격히 해석하고, 실제로 외국인을 고용한 사람은 대표이사 갑이 아니라 현장소장인 공소외인 을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소심은 위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대표이사 갑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왜냐하면 출입국관리법 제18조는 사업주에게 당해 외국인이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갖췄는지에 대한 확인의무를 부여하는 규정이고, 위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면 불법체류자임에도 그를 고용한다는 점에 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표이사 갑은 과거 인력업체로부터 외국인을 소개받아 고용한 적도 있으면서 외국인에게 일을 시키기에 전에 체류자격을 제대로 확인하거나 현장소장으로 하여금 확인하도록 하지 않았으니, 당시 출입국관리법위반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2017. 6. 29. 위 항소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은, 취업활동을 할 수 없는 외국인을 대표이사 본인이 아닌 종업원이 고용한 것이라면 그 대표이사는 종업원의 고용행위를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출입국관리법 제94조 제9호가 정한 ‘고용한 사람’에 해당되지는 않는다며 원심판결의 해석은 출입국관리법 94조 제9호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 하였고, 일용직 근로자의 수급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대표이사 갑이 외국인을 고용한 사람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는지를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환송하였다. 2. 판례해설 대상판결과 제1심 판결은 결론 및 논거에 있어 대동소이하다.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따라, 형벌법규에 해당하는 출입국관리법 제94조 제9호를 엄격히 해석하여 실제 금지행위를 위반한 사람을 벌해야 한다는 입장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원심판결은 죄형법정주의에 대한 언급은 없고 사업주는 외국인 체류자격에 대한 확인의무가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단정한 것이다.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원심판결은 출입국관리법 제94조 제9호의 ‘고용한 사람’에는 실제 외국인과 고용계약을 체결한 법인의 실무자는 물론, 법인의 대표이사까지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출입국관리법의 조문에 비추어 볼 때, 원심판결의 위와 같은 해석은 부당하다. 원심판결의 해석대로라면 양벌규정인 법 제99조의3이 범죄행위자를 굳이 ‘법인의 대표자’와 ‘법인의 대리인·사용인·그 밖의 종업원’을 구분하여 규정할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입법자는 실제 고용계약을 체결한 ‘행위자’를 벌하기 위해 출입국관리법 제94조 제9호를 명시하였고, 실무상 고용계약을 체결한 사람은 법인 대표자일 수도 있고 실무자일 수도 있으니, 양벌규정에서도 행위자를 위와 같이 분리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나라의 노동형법은 사회법의 공익 실현 목적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처벌 과잉의 기준선을 넘어선지 오래이다. 예컨대, 근로기준법만 보더라도 사업체의 규모와 사업의 성격 등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노동형법을 적용하여 사업주들은 공직선거 투표시간을 주지 않거나 근로계약서를 미작성하더라도 형사처벌되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이 헌법에서 선언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을 확인하고 사법부의 안일한 미필적 고의의 인정에 경종을 울리며, 국가형벌권의 확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보장한 대상판결은 시민사회에서 적극 지지되어야 할 것이다. 양벌규정은 당해 위반행위의 이익귀속주체인 업무주에 대한 처벌규정임과 동시에 ‘행위자’에 대한 처벌규정이므로, 대상판결은 수사기관 내지 법원이 회사의 대표이사라는 직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일하게 노동형법 위반‘행위자’로 몰고 가는 현실 관행에 제동을 건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하겠다.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徐熙))
외국인근로자
출입국관리법
종업원
미필적고의
고용
취업비자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2017-08-11
공정거래
민사일반
[판례해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에 체결된 어드민피 지급에 관한 합의서의 효력(유효)
1. 사실관계 P가맹본부는 가맹점주와 체결한 가맹계약에 따라 가맹점주로부터 ‘최초 가맹비, 고정수수료(로열티), 원재료비, 콜센터 비용, 기타 비용, 광고비’를 지급받는 외에, 명시적인 계약적 근거없이 ‘구매대행, 마케팅, CER 운영, 전산지원, 고객상담실 운영’ 등의 업무지원에 대한 대가로 어드민피(Administration Fee; 매출액의 0.8%)를 지급받아 오다가, 2012. 4. 20.경부터는 신규 가맹계약을 체결하거나, 기존 가맹계약을 갱신하면서 가맹점주와 어드민피 지급에 관한 합의서를 별도로 체결하여 이에 기해 계속해서 어드민피를 지급받아 왔다. 이에 가맹점주들은 P가맹본부를 상대로, 가맹계약에는 어드민피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고, 어드민피 합의서는 가맹사업법상 불공정행위이거나 약관규제법상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이유로, 기지급한 어드민피에 대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하였다. 2. 판시내용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6. 30. 선고 2015가합539029 판결)은, 가맹계약상 어드민피 부과의 근거규정이 없고, 기존 가맹점주와 체결한 어드민피 합의서는 가맹사업법상 불공정행위로서 무효이며, 신규 가맹점주와 체결한 어드민피 합의서는 약관규제법상 불공정한 조항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이유로, 합의서 체결 전후를 불문하고 가맹점주들이 지급한 어드민피 전부에 대한 반환을 인정하였다. 이에 대해 2심(서울고등법원 2016나2045364, 2045371 판결)은, 1심과 마찬가지로 가맹계약상 어드민피 부과의 근거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어드민피 합의서 체결 이전에 납부된 어드민피에 대해서는 그 반환청구를 인용하였으나,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에 체결된 어드민피 합의서의 유효성과 관련해서는 그 합의서 체결행위가 불공정행위라거나 그 합의서 내용이 불공정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이를 무효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어드민피 합의서 체결 이후 가맹본부의 어드민피 부과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기한 것으로 적법하다고 보아, 합의서 체결 이후에 납부된 어드민피에 대해서는 그 반환청구를 기각하였다. 3. 어드민피 합의서가 유효하다고 본 2심 판결의 의미 2심 판결이 어드민피 합의서를 유효라고 본 주요 논거는, 첫째 어드민피의 대상으로 삼은 ‘구매대행, 마케팅, CER운영, 전산지원, 고객상담실 운영’ 등의 업무 대가가 최초 가맹비나 고정수수료의 대상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이중지급은 아니라는 점, 둘째 ‘구매대행, 마케팅, CER운영, 전산지원, 고객상담실 운영’ 등의 업무 중에는 일부 가맹본부 본연의 고유업무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지만, 구체적인 업무 중 ‘구매대행, 재고관리, 개별 가맹점별 마케팅 활동대행, 개별 가맹점별 고객불만처리, 야간 또는 휴일 개별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전산상 문제 해결, 감독대행’ 등의 업무는 개별 가맹점주의 영업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 있다. 결국 2심은 어드민피를 ‘P가맹본부가 가맹점주들을 위해 가맹계약과 별도로 제공하는 서비스 등의 재화에 대한 적절한 대가’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P가맹본부가 부과하는 어드민피가 ‘구매대행, 재고관리, 개별 가맹점별 마케팅 활동대행, 개별 가맹점별 고객불만처리, 야간 또는 휴일 개별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전산상 문제 해결, 감독대행’ 등 가맹점주를 위해 수행한 가맹본부의 업무에 대한 적절한 대가라면 2심의 판단은 일응 타당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모든 가맹점주들에게 일률적으로 어드민피를 부과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거래행위라고 볼 수 있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가맹점주를 위한 업무라고 들고 있는 ‘구매대행, 재고관리, 개별 가맹점별 마케팅 활동대행, 개별 가맹점별 고객불만처리, 야간 또는 휴일 개별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전산상 문제 해결, 감독대행’ 등의 업무 제공이 모든 가맹점주들에게 공히 실질적으로 매출액의 0.8%에 상응하게 제공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즉, 상당수 가맹점은 가맹본부로부터 위와 같은 업무 지원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인데, 실질적으로 업무지원을 받고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가맹점주들에게 일률적으로 어드민피를 부과하는 것은 분명 불합리한 점이 있다. 또한 어드민피 대상 업무별로나 업무지원 횟수별로 나누어서 개별적으로 비용을 부과하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위와 같은 업무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 내지 지위를 부여하는 대가로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어드민피로 지급하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맹점별로 위와 같은 업무지원을 받는 대신 어드민피를 지급할 것인지 아니면 업무지원을 받지 않고 어드민피도 지급하지 않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이 없이, 가맹관계에서 탈퇴하지 않는 한 무조건 어드민피 합의서를 체결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행위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이러한 불합리나 불공정이 어드민피 합의서를 무효로 볼 정도로 부당한 것인지 여부는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이지만, 대법원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충분히 감안하여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
가맹점
가맹사업
어드민피
피자헛
김창화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2017-06-30
노동·근로
[판례해설] 포괄임금약정의 성립 및 유효성 판단 기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5.11. 선고 2016가단17109 판결 - 1. 사안의 개요 이 사건 원고들은 형식적으로는 피고의 하도급업체들과 근로계약서를 적성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피고와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피고가 경영하는 채광소에서 광산노동자로 일하였는데, 1일 8시간 2교대제로 주 6일을 근무하면서 고정급으로 정해진 일급 외에는 다른 수당들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였다. 원고들은 퇴직 후 광산채굴업은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하고 실제 근무현황이 기록되고 있으므로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은 무효라고 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미지급 법정수당(주휴수당,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미사용 연차휴가수당) 등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피고는 근로기준법상의 제 수당들을 포괄임금에 포함하여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추가로 지급해야 할 임금은 없다고 맞섰다. 2. 이 사건 판결의 요지 1심 법원은 근로자가 실제로 근무한 근로시간에 따라 법정수당을 산정하여 지급하는 것이 근로기준법상의 원칙적인 임금지급방법임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원칙의 예외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약정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가급적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포괄임금약정의 성립 및 유효성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일급 전체를 통상임금으로 산정하여 법정수당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①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포괄임금제에 관한 합의가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원고들이 그와 같은 포괄임금약정에 관하여 묵시적으로 합의하였거나 동의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② 설령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포괄임금제에 관한 합의가 존재한다고 보더라도, 원고들의 업무가 감시?감독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으며, 그와 같은 포괄임금약정이 원고들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포괄임금약정은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3. 포괄임금제의 규제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흐름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매월 일정액을 제 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종래 대법원은 사용자의 임금 계산상의 편의를 용인하는 입장에 서서 일정한 요건 아래 포괄임금제의 유효성을 인정해 왔다. 그러나 2010년경부터 대법원은 임금과 근로시간에 관한 법률적 규제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포괄임금제를 계속 방치하게 되면 저임금?장시간 근로의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그 동안 무분별하게 확산되어 온 포괄임금제에 관하여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규제를 가함으로써 포괄임금약정의 성립 및 유효성에 관한 판단 기준을 엄격하게 세우는 새로운 판례 법리를 정립하였다. 첫째는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로만 포괄임금제의 허용 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하였다. 대법원 2010.5.13. 선고 2008다6052 판결에서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달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고, 이러한 경우까지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법정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지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 이상 허용될 수 없다.”는 법리를 처음으로 밝혔는데, 이후 대법원ㅤ2014.6.26.ㅤ선고ㅤ2011도12114ㅤ판결, 대법원 2016.9.8. 선고 2014도8873 판결 등에서 같은 법리의 설시가 계속 이어졌다. 이로써 이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포괄임금약정을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례 법리가 정착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포괄임금제에 관한 명확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묵시적 합의에 의한 포괄임금약정의 성립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법원 2009.12.10. 선고 2008다57852 판결은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이 성립하였는지 여부는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의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 동종 사업장의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비록 개별 사안에서 근로형태나 업무의 성격상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당연히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기본급과는 별도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세부항목으로 명백히 나누어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급여규정 등에 정하고 있는 경우는 포괄임금제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단체협약 등에 일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합의가 있다거나 기본급에 수당을 포함한 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인상률을 정하였다는 사정 등을 들어 바로 위와 같은 포괄임금제에 관한 합의가 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법리의 설시는 대법원ㅤ2012.3.29.ㅤ선고ㅤ2010다91046ㅤ판결, 대법원 2016.8.24. 선고 2014다5098,5104판결 등에서도 반복되었다. 그리고 대법원 2016.10.13. 선고 2016도1060 판결에서는 더 나아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및 근로계약서에 포괄임금이라는 취지를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묵시적 합의에 의한 포괄임금약정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근로형태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일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가 예상되는 경우 등 실질적인 필요성이 인정될 뿐 아니라, 근로시간, 정하여진 임금의 형태나 수준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정액의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 외에 추가로 어떠한 수당도 지급하지 않기로 하거나 특정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이어야 한다.”는 법리를 펴기에 이르렀다. 결국 대법원 판례의 최근 흐름은 포괄임금약정을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면서, 당사자 간의 합의가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포괄임금약정의 묵시적 성립 요건을 엄격하게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4. 이 사건 판결의 의의 이 사건 판결은 고정급으로 정해진 일급 외에 다른 법정수당들을 전혀 지급받지 못한 채 광산채굴업에 종사해 온 근로자의 사례에서, 위와 같이 대법원이 새롭게 정립한 판례 법리를 충실하게 따름으로써 사용자의 포괄임금약정 성립 및 유효성 주장을 배척하고, 사용자에게 법정수당 등을 근로기준법에 따라 계산하여 지급할 것을 명하였다.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의 원칙에 어긋나는 포괄임금제를 엄중하게 규제하겠다는 현재의 판례 흐름을 대표적으로 읽을 수 있는 하급심 판결이라고 하겠다.
근로기준법
포괄임금제
임금
근로시간
2017-06-28
민사일반
주택·상가임대차
[판례해설] 화재로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연소된 경우 임차인의 책임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판결- 갑은 지상 2층 및 옥상으로 구성된 건물의 소유자로서, 위 건물 2층을 갑 소유의 침대, 소파 등 가구류 보관을 위한 물류창고로 사용하였다. 갑은 2008년 5월 을에게 위 건물 1층 중 150평을 임대하였고, 을은 임차한 부분을 골프용품 매장으로 사용하였다. 위 건물은 1층에서 3층까지의 외벽이 일체를 이루는 등 각 층이 상호 유지·존립에 있어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2009년 10월 위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여 2층 물류창고 전부와 1층 일부가 소실되었고, 위 임대차계약에 따라 을이 사용하던 임차 건물 부분도 더 이상 골프용품 매장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을은 임대차기간이 종료되지 않았음에도 갑에게 훼손된 상태 그대로 임차 건물 부분을 반환하였다. 이후 소방당국 및 수사기관에서 화재 발생 원인을 조사하였으나 밝혀내지 못 하였다. 화재 발생 지점은 1층 주출입구 우측으로 밝혀졌는데, 이 곳은 을이 물건을 적치하는 등 실질적으로 사용·수익하여 오던 부분이다. 갑은 “임대차목적물 반환채무가 이행불능이 되고 화재가 임대차목적물을 넘어 2층까지 번져 건물과 가구류가 훼손되었으니 그로 인한 손해, 즉, 건물 전체(임차 건물 부분과 임차 외 건물 부분 등 화재로 훼손된 부분 전체)의 보수비용 및 2층 보관 가구류의 시가 상당액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은 화재가 을의 매장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하였다. 원심은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의 보존에 관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증명이 부족한 이상 손해배상책임이 있으며, 임대차목적물 자체에 발생한 손해뿐만 아니라 임대차목적물과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한 손해까지도 배상해야 한다”면서 건물 전체의 보수비용에 대한 을의 책임을 인정하되(2층 보관 가구류의 시가 상당액은 채무불이행책임의 대상이 되는 손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청구는 기각하였다), 을의 책임 비율을 70%로 제한하였다. 종래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건물의 규모와 구조로 볼 때 그 건물 중 임차 건물 부분과 그 밖의 부분이 상호 유지·존립함에 있어서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다면, 임차인은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임차 건물 부분에 한하지 아니하고 그 건물의 유지·존립과 불가분의 일체 관계에 있는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소훼되어 임대인이 입게 된 손해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왔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다카1066 판결 등). 원심의 판단은 종래의 대법원 판례에 입각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이 대법원 86다카1066 판결 등에서 말하는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그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배상을 구하려면,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고, 그러한 의무 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그 의무 위반에 따라 민법 제393조에 의하여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 대하여 임대인이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은 화재로 임차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기존 판례와 동일하게 임차인이 배상해야 한다고 하였다. 즉, “임대차목적물이 화재 등으로 소멸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 임차인은 그 이행불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그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하고, 이는 화재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그러나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임차인에게 화재 발생에 대한 과실이 있음을 임대인이 입증한 경우에만 책임이 인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사건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점은 임차인의 매장임이 밝혀졌으나, 화재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따라서 화재 발생과 관련하여 임차인의 임대차목적물 보존·관리의무 등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는 임차인에게 배상책임이 없다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신·권순일 대법관은 “임차 외 건물 부분이 불에 탄 손해를 배상하는 것은 채무불이행책임에서의 손해배상의 목적인 이행이익의 배상과는 무관하고, 법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는 계약책임이 아니라 불법행위제도에 의해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관하여는 불법행위책임만이 성립하고, 이 사건에서 가해자인 임차인의 귀책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인 임대인에게 있는데 화재의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임차인의 귀책사유가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관하여 임차인의 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별개의견을 냈다. 김재형 대법관은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화재가 임차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서 발생해 임차 건물 부분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이 함께 불에 탄 경우, 이는 복수의 의무 위반이 아닌 하나의 의무 위반 사태로 보아 민법 제390조에 따라 채무불이행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 다음, 임차물이든 그 밖의 부분이든 불에 탄 부분이 민법 제393조에 따라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단일한 물건에서 발생한 손해를 계약목적물 자체와 그 밖의 부분으로 구분하여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이나 증명책임을 달리 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 화재 발생 지점이 임차인이 주로 사용하여 지배·관리하던 영역에 해당하고, 임차인이 적어도 화재의 원인을 일부 제공했다고 볼 수도 있으므로 원심이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 나아가 손해의 범위에 관하여, 임차 건물 부분과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는 모두 이 사건 화재와 인과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통상손해에 해당하거나 특별손해라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임차인이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다. 이기택 대법관은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의 성립 및 임차인이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해서는 김재형 대법관의 반대의견과 견해가 같다”면서도 “법원은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면서 일정한 요소들을 반드시 고려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를 합리적으로 분담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원심이 이러한 필수적 고려요소들 중 일부에 대해 심리하지 않았으므로, 을의 상고이유 중 책임 제한에 관한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별개의견을 냈다. 화재가 나면 불이 번져 타인이 소유 또는 점유하는 건물 및 그 곳에 있던 물건까지 불에 타서 피해가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에서도 임차 건물 부분에 불이 나서 임차 외 건물 부분, 즉, 임대인 점유 부분 및 그 곳에 있던 물건까지 불에 타버렸다. 한편, 화재 발생 시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에서는 화재 발생 지점은 밝혀졌으나(이에 대하여도 다툼이 치열하였으나, 원심은 임차인이 주로 사용·수익하던 부분이 화재 발생 지점이라고 사실인정하였다), 화재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 같이 임차 건물 부분에서 불이 나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고 예상 외의 큰 손해가 발생하였는데(판결에 드러난 수치로 비교하면, 임대차보증금이 4천만 원, 월 차임이 330만 원인데, 건물의 보수비용은 2억 7천만 원에 이르고, 임대인이 주장하는 가구류의 시가 상당액은 2억 2천만 원이다),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즉, 임차인이 스스로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고, 임대인도 임차인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한 경우) 그로 인한 손해를 누구에게 책임지울 것인지 문제된다. 다수의견은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를 임차인에게 책임지울 수 없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화재시 임차인의 배상책임을 상대적으로 쉽게 인정하던 실무 관행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임차인은 자기가 임차한 부분에 대해서만 적정한 주의를 기울이면, 책임범위가 무한정 늘어나는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은 건물을 소유한 임대인이 임차 외 건물 부분을 비롯한 건물 내 다른 부분에 대한 정보까지 보유하고 있으므로 임차인보다 상대적으로 화재 발생과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수월한 위치에 있는 점, 이와 같은 위치에 있는 임대인에게 화재 발생과 확대를 막기 위한 주의를 촉구하고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화재 발생률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점, 임대인으로서는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차임, 관리비 등으로 분산시키는 방법으로 위험에 대비하고 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수의견은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한 책임 원인 등에 대한 입증책임 내지 책임의 귀속에 관한 태도를 바꾼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특히, 임차 건물 부분과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하여 다른 논리를 적용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는바,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은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다수의견과 다른 논리 또는 결론을 피력하였다.
화재
임차인
건물주
임대차
임대
2017-06-08
민사소송·집행
민사일반
[판례해설] 분양대행사, ‘실적 저조’로 대행 수수료 받을 수 없다면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5다235766 판결 주택조합원 모집업무를 위탁하는 분양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일정 숫자 이상의 조합원을 모집한 경우에 한하여 분양대행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분양률이 저조하여 이행이익에 해당하는 분양대행수수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면 신뢰이익에 해당하는 지출비용의 배상도 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분양대행업체인 A회사가 부동산개발업체인 피고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가 일부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1. 사안의 개요 가. 피고 회사는 2011. 2. 22.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사이에 이 사건 토지 중 일부를 공동주택용지로 지정용도를 정하여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토지에 지역주택조합의 주택건설사업 시행을 대행하는 방식으로 총 34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을 계획하였다. 나. 이와 함께 피고 회사는 2012. 12. 31. 탈퇴한 원고인 A회사와 사이에 조합원 모집에 관한 업무를 위임하는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① 대행기간은 계약체결일로부터 2013. 6. 30.까지로 하고 피고 회사의 통보가 없는 경우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하며, ② 세대당 분양대행수수료를 600만 원, A회사가 달성해야 하는 조합원 모집비율(책임분양률)을 최소 80% 내지 최대 95%로 정하되, ③ 조합원 170세대(전체 340세대 중 50%)를 모집한 때부터 위 분양대행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13. 6. 17.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 중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매매대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였고, 그 후 피고 회사는 2013. 7. 2. A회사에게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만료일인 2013. 6. 30.까지 책임분양률 최소 80% 내지 최대 95%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라. 한편, A회사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이 해제된 무렵까지 74세대를,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에 의한 만료일인 2013. 6. 30.까지는 80세대를 모집하였고, 그 후 2013. 9. 23.경까지 계속하여 조합원을 모집하였으나 총 117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2.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원고 승계참가인 주장의 요지 첫째, 토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피고 회사의 귀책사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었고 이에 따라 분양대행 업무 수행을 위해 이 사건 토지를 제공할 피고 회사의 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는바, 피고 회사의 2013. 7. 2.자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 해지 통보는 부적법하고, 오히려 A회사가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하였다. 둘째, 피고 회사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되었으므로 피고 회사는 이행이익을 배상할 의무가 있고, 원고 승계참가인은 A회사로부터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에 관한 분양대행수수료 상당의 채권을 양수받았으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 승계참가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가 정상적으로 분양되었을 경우에 얻을 수 있는 최대 분양대행수수료 1,938,000,000원(=이 사건 아파트의 전체 세대 수 340세대 × 책임분양률 최대 95% × 6,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셋째, 설령 A회사가 최대 책임분양률을 달성하지 못하였더라도, 피고 회사는 적어도 A회사가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이 이행될 것이라고 믿고 실제로 지출한 신뢰이익 1,220,565,290원(= 인건비 673,455,000원 + 일반경비 126,000,000원 + 각종 광고홍보비 421,110,290원)을 배상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의 요지 제1심은 원고 승계참가인의 첫 번째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 회사의 2013. 7. 2.자 해지통보는 부적법하여 그 효력이 없고, 오히려 A회사가 피고 회사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가 기재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13. 12. 5.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이 해지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만료일은 2013. 6. 30.이고 A회사가 위 만료일까지 분양대행수수료를 청구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170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하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제1심은 이와 함께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도 기각하였던바, 지출 내역에 관한 증빙 서류가 첨부되어 있지 아니한 점, A회사가 지출한 인건비 등의 내역을 정리한 서류는 A회사가 직접 작성한 서류인 점 등이 고려되어 A회사가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이행을 믿고 위 금원을 지출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다. 제2심은 이 사건 분양대행기간이 만료일인 2013. 6. 30. 이후로 기간의 정함이 없이 자동으로 연장되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해지 및 이행이익 배상청구와 관련한 제1심판결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상 조합원 모집업무를 대행하기 위하여 전단광고비 등으로 412,113,425원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하여 제1심판결을 일부취소하고, 원고 승계참가인의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일부인용 하였다. 다.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채권자는 채무가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얻지 못하는 손해를 입은 것이므로 계약의 이행으로 얻을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채권자는 그 대신에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지출한 비용의 배상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있는 한도에서 청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지출비용의 배상은 이행이익의 증명이 곤란한 경우에 그 증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인정되는데, 이 경우에도 채권자가 입은 손해, 즉 이행이익의 범위를 초과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2다2539 판결,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2다101695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59115 판결 등 참조). 한편, 채권자가 계약의 이행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채권자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당연히 지출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중 일부를 인정하였던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3. 판례 해설 민법 제535조 제1항은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의 내용으로서 이른바 ‘신뢰이익’, 즉 계약의 유효를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의 배상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신뢰이익의 배상과 관련한 민법상 유일한 규정이다.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 규정은 계약이 이행불능 되었을 때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자로 하여금 계약상대방에게 신뢰이익, 예컨대 계약의 이행을 위한 준비 비용 또는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없다고 믿고 지급하기로 약정한 대금 등의 배상을 하도록 함으로써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한편 신뢰이익 배상의 명문규정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 해석상 배상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존재하는바,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이행이익, 즉 ‘이미 유효하게 성립된 채권의 존재를 전제로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권자가 입은 손해’와 별개로 ‘계약의 이행을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인 신뢰이익을 인정할 것인지의 논의가 그것이다. 손해배상 인정에서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을 구별하는 것이 당사자의 손해를 전보하는 데 보다 합리적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① 처음에는 그 손해의 배상을 이행이익에 한정하고 신뢰이익의 배상을 구하지 못한다는 입장이었으나(대법원 1983. 5. 24. 선고 82다카1667 판결 등 참조), ② 그 후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의 배상을 함께 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이행이익은 제반 비용을 공제한 순이익에 한정된다는 입장으로 변화하였다(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29972 판결 등 참조). ③ 최근에는 이행이익에 갈음하여 선택적으로 신뢰이익의 배상만을 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면서, 다만 이 경우 통상적인 지출비용의 범위 내에 속하여야 하고 이행이익을 그 한도로 한다고 한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59115 판결,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2다2539 판결 등 참조).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의 배상과 관련하여 대법원 판결은 위와 같은 변천을 보여 왔는데, 대상판결은 이행이익의 배상 자체가 부정되는 경우라면 신뢰이익의 배상을 상정할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양자의 관계를 정립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만료일인 2013. 6. 30. 이후로 그 기간이 자동연장 되어 A회사가 조합원 모집을 계속하였더라도,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 상 분양대행수수료 청구기준인 170세대(50%)의 조합원은 물론이고 최대 95%의 책임분양률에 해당하는 323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할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행이익의 배상을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A회사는 당연히 신뢰이익인 전단광고비 등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상판결은 이행이익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하여 신뢰이익을 인정하고 있는 점 및 신뢰이익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기존 법리의 취지, 즉 채권자가 정상적으로 계약의 이행이 이루어졌다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보다 큰 신뢰이익의 배상을 받게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점 등을 재확인하면서 양자의 관계를 명쾌히 정리한 데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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